의대생 집단유급 방지, ‘학년제 개편’·‘I학점 도입’ 허용
교육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고,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되는 점을 고려해 ‘I학점 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뒤 5달째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서다.1학기 10월까지 연장…3학기제 운영도 가능우선 대다수의 의대생이 올해 1학기 교과목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교육과정 및 평가를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의대생들의 성적 처리 기한을 올해 학년이 끝나는 내년 2월로 미뤄 남은 시간 동안 1학기 수업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학기제 방식이었다면 올해 1학기에 수업을 듣지 않은 의대생 모두가 F학점을 받아 대량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올해에 한해 의대생의 유급에 대한 판단 시기와 대상,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 조치도 마련한다. 의대는 보통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이 되지만 일부 과목에서 F학점을 받더라도 한 학년 수업 전체를 재이수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학교별 여건에 따라 ‘I학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성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의 성적을 미완(Incomplete)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동안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학기 수업 학습 결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각 대학이 학년·학기를 다양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통상적으로 8월에 끝나는 1학기를 10월까지 연장한 뒤 2학기를 단축 운영하거나 아예 올해 학기를 3학기로 쪼갤 수 있다. 또 올해 수업 시간이 부족할 경 우내년에 추가 학기를 개설해 올해 수업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다.예과 1학년 F학점 받아도 유급 안 되도록…국시 추가 실시도 검토각 대학은 의대생들의 1학기 과목 이수를 위해 원격 수업과 보충 수업, 주말 수업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업 일수를 채우기 힘들경우 현재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매 학년도 30
주 이상’으로 규정된 수업 일수를 2주 줄여 28주만 운영해도 된다.
특히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1학기 수업 보충을 위해 대학이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했을 때 추가 등록금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의대 학사 일정 변동으로 2학기 시작 시기가 미뤄지면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 추가 연장 등의 조치도 취한다.아울러 각 대학은 휴학을 할 수 없는 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 방지를 위한 별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유급될 경우 내년도 신입생과 같이 수업을 듣게 돼 양쪽 모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올해 예과 1학년 학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되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학점 이수와 평점이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진급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올해 예과 1학년에만 적용할 수 있는 특례를 만들어 유급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안내됐다. 이런 조치에도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도 신입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학사 운영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을 위해서는 올해 2학기에 실습 수업을 최대한 보충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2학기 보완이 어려운 일부 실습 과정은 계절학기 수강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의 추가 실시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각 대학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의대 학사 운영 변경 사항을 학생들에게 개별 안내해야 한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강제·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므로 각 대학이 필요한 조치를 선택·운영할 수 있다.이 부총리는 “정부와 대학은 의대생들이 복귀한다면 유급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 생 활을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대생들은 집단 행동을 멈추고 학업에 복귀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총장 직선제, 학생투표 50% 이상 반영’ 법안 발의
“기득권 논리로 교수·학생 편 가르기” 비판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사진)이 국립대 총장선거에서 학생투표반영 비율을 50% 이상 의무화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립대는 물론 사립대 교수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지난 10일 김영호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직접·비밀 투표에 의한 총장선거를 명확히 규정 △학내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고 차별 없이 1인 1표의 선거권 부여 △교원·교직원(조교 포함)·학생의 협의를 거쳐 투표반영비율 정함 △학생의 투표반영비율 최소 50% 이상 의무화 등이다.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립대 총장직선제 학내 구성원 투표반영비율(2019~2023년)’ 자료에 따르면, 38개 국립대 학내 구성원의 평균 투표반영 비율은 △교원 72.55% △직원 17.52% △학생 10%로 나타났다.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교원, 직원 및 학생 등 학내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총장선거가 이뤄져야 하고, 투표 비율 역시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배분돼야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 중심의 총장선거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듯, 대학의 주인은 엄연한 학생”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학 총장선거에서 학생들의 투표권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라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해 국립대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교원이 대학의 핵심 주체임에도 이번 개정안은 총장 선출을 직선제 확대가 아닌 오히려 간선제를 채택하는 부작용 등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정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은 “총장 선출에서 직원과 학생의 의견을 반영할 순 있으나, 교수회 등 의견 수렴 없이 개정안을 먼저 던지고 기득권 논리로 교원과 학생 간의 편 가르기를 하는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은 매우 의아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김 상임회장은 “이미 국립대는 4년마다 투표반영 비율로 갈등을 빚고 혼란스럽다. 교육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이를 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있다”라며 “하지만 이런 법안은 교수들이 ‘학생 교육’ 대신 연구에만 몰두하려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대학 또한 총장 간선제 채택을 검토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사립대 총장직선제 실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사립대는 5.4%에 그친다. 직접 투표를 통해 복수 후보자를 선출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득표율과 관계없이 이사회에서 1인을 선택하는, 그야말로 ‘무늬만 직선제’이며, 실제로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 역시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생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총장선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사립대마다 사정이 굉장히 판이한데다, 총장직선제도 폴리페서화, 교수 파벌화 및 견제 문제 등 부작용이 있음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교수와 학생의 의견을 총장 선출에 반영하는 곳이 있으나, 엄연히 사립대의 운영 주체는 법인 이사회다. 직선제 등 하나의 방안이나 제도를 강요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대학 사정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매우 급진적이다. 사립대까지 적용을 시도하는 것은 반대만 크게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인구구조에 따라 교육 제도·정책 달라져야”
국가교육위, ‘고등교육의 현주소’ 대토론회
▶ 1면에서 이어짐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구조에 따라 교육 제도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저출산·고령화·지방 소멸이 문제가 아니라 인구는 빠르게 변화해 사회를 바꾸는데 제도와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구지체 현상’이 문제”라며 “인구 변화는 정해진 미래이므로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해 온 교육당국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조 교수는 단순히 인구 수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에 따른 특징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변화될 학생 수와 특징을 고려한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당장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오늘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교육당국은 인구를 결과값으로 놓고 교육 제도를 바꿔 인구에 영향을 주려 했으나 이제 관점을 바꿀 때”라고 주장했다.
“기초학문·지역대학 투자는 배려 아닌 전략”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위기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뤘다.김이경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산업의 변화, 입학 자원의 감소, 재정 부족, 대학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등교육의 위기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삶의 방식 변화와 고령화 등에 따라 전 세계적인 인구구조 역시 기존 피라미드 모양에서 종형 모양으로 변화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위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학이 무활력의 늪에 빠져 있어 현상 유지도 버거워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업이나 처방을 넘어 국가적 결단과 실천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아울러 배 교수는 “대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점진적 확대가 아닌 획기적인 변화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특히 기초 학문과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는 배려가 아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인구 구조의 변화, 기술의 변화, 산업의 변화 등으로 인해 유례없는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로 우리 교육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시대적으로 통찰하면서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더욱 선명히 그려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축사에서 “우리 사회는 저출생으로 인한 지역 소멸과 노동 공급 감소 등의 유례 없는 사회적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라이즈, 글로컬대학, 대학 규제 혁파 등 대학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혁신모델을 만들어 지역 동반 성장의 중추이자 인재 양성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미래를 읽는 퓨처리스트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 제시윤만석사미추단천래학도법서인회혁생추신성천 연형도구 서원*국클추민린천운콘도동텐서본츠부 지음 신국 ]판0원0132,0200 ] ] 시詩가 있는 와인 산책와인은 유혹이고 이원낭만이며 즐거움이다신희지 국 음] 판사와와람인인은은은 인성숙숙성생해이해 다가간.다고,.사미추천단래도법학서인회국클추민린천운콘도동텐서본츠부04912원03,00 ] ]AI 시대 직업교육은 인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인문사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11
AI 인격화에 대응하는 전문대학최윤선연성대 사회복지경영과 교수2023년 챗GPT의 등장은 인류문명사의 획기적인 AI 도래의 시대를 열었다. 생각하는 기계의 출현은 인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동시에 다보스 포럼에서도 언급했듯 2030년에는 전체 직업 중 85%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불안함의 서막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에서도 보았듯이 1900년 뉴욕 거리는 온통 마차였지만 1912년에는 전부 포드자동차로 바뀌었고, 1913년에는 미국 자동차가 100만 대에 이르면서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100배로 늘어났다. 이는 불안감이 아닌 희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3년 AI시대에 맞게 우리나라도 디지털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전질서규약, 즉 로봇시대에 맞는 윤리규정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바로 잡자는 이야기다. 바로 로봇시대의 도래에도 인간중심의 인간 존중이 핵심가치이다.
인구절벽, 교육제도는 어떻게 바뀔까요사이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1960년대 베이비붐 시대와 함께 사회제도의 변화를 동반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전형,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 1980년 대학 졸업정원제 등 교육제도의 변화가 있었다.마찬가지로 인구절벽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인구절벽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서 나타났다. 1차 인구절벽은 33~37세에 해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각 지역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지역혁신 거점교육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당하는 연령층으로 이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 인구절벽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고, 2차 인구절벽은 15~20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으로 대학 입학 학령인구에 해당하며 현재의 지방대 위기 현상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3차 인구절벽은 0~5세에 해당하는 인구로 미래의 우리나라 교육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2차 인구절벽 학령인구의 감소 규모는 향후 5년간 70만 명에 이른다. 이는 대학 진학률을 70%로 계산할 경우, 입학정원이 3천 명인 대학이 매년 15개씩 문을 닫아야 하는 규모다. 지방대의 몰락은 사회적 위기와 더불어 지역경제의 상생에서도 연쇄 도산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정부와 교육부, 지자체는 합심으로 라이즈·글로컬대학30·스터디 코리아300 등의 구제책을 내놓고 있다.지역혁신 거점교육으로 바뀌는 전문대학그러나 기술보국을 외치며 제조업 시대의 산업인력을 길러냈던 전문대학에 대한 논의는커녕 그 존재조차 잊혀져 가고 있다. 직업중심의 전문대학은 죽어간다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4년제 일반대학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이미 4년제 일반대학도 연구·교육중심의 책무에서 벗어나 취업률로 평가되는 직업중심으로 바뀐지 오래다. 연구중심이냐, 교육중심이냐, 직업중심이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입 정원에 대한 통제가 풀리면서 보편교육단계에 들어섰다. 중견 기능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과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4년제 일반대학의 구분은 고등교육이 보편화하면서 모호해졌다.전문대학은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심화과정을 확대하면서 4년제 일반대학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고, 4년제 일반대학은 취업에 유리한 직업관련 학과를 신설해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했다. 물리치료·방사선·안경광학·임상병리·직업치료·치위생·치기공 등 보건 관련 직업 학과를 설치한 전문대학이 74개이며, 4년제 일반대학도 63개로 비슷한 규모이다. 현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학과 구조는 ‘전문대학의 직업 학과’, ‘4년제 일반대학의 직업 학과’, ‘4년제 일반대학의 학문중심학과’로 구분된다.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취업에 불리한 ‘학문중심학과’에서 취업에 유리한 ‘직업중심학과’로의 학과구조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2024년 전문대학이 ‘대학 입학자원의 감소’,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4년제 일반대학과의 경쟁심화’ 등과 같은 어려운 환경 변화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전문대학은 기존의 4년제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각 지역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지역혁신 거점교육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전문직업기술인 양성과 함께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AI 시대 전문대학의 미래인재는대학교육의 사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이 사회에서 유능하고 윤리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전문대학은 기술과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AI 시대에 윤리적 책임감 함양과 인간 존중이라는 비판적인 사고, 사회적 책임감을 키우는 문제해결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유연한 미래인재 양성에는 인간 중심의 미래인재형이 중요하다. 인공지능·바이오 등 혁신사업 뒤에는 보다 편리한 인간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단단하지만 겸손한 기초인문사회의 교양교육이 필수인 이유다. 전세계가 환호하는 대한민국 ‘K-컬처’에는 서로 상생하고 편리한 인간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존중의 문화기초가 기본이 되고 있다. 급변하는 이 모든 변화 속에는 대학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가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성을 회복하는 인문사회 교육의 실현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냉전 시대 산물 반공의사, 역사의 뒤안길로
글로컬 오디세이
박철현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2차 대전 종전 후인 1945년 10월 중화민국 국민 정부군은 타이베이 북부의 항구 지룽항(基隆港)을 통
해서 타이완에 상륙한다. 당시 국민 정부군은 제국주의 일본과의 항일전쟁에 승리한 해방자로서 타이완에 들어왔고, 타이완 민중은 식민지에서 벗어나 '조국으로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국민정 부는 타이완에서는 중국 대륙과달리 행정장관 공서(公署)를 설치하고 행정장관으로 하여금 입법, 행정, 사법을 장악하게 하고 경비 총사령부의 사령까지 담당하게 했을 뿐 아니라, 대륙 출신 인물이 주요 정치·경제·사회적 권력을 독점하게 하고 타이완인을 철저하게 배제해, 타이완인으로부터 신(新) 총독부라고 불렸다.또한, 랴오선(遼瀋)·핑진(平津)·화이하이(淮海) 3대 전역(戰役)의 패배로 국민정부는 사실상 국공 내전에서 패배하게 되고, 급기야 미국은 「중국백서」를 발표해 미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초래된 국공내전 패배와 대륙의 상실은 전적으로 국민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중화민국과 거리 두기를 시작한다. 1949년 10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유엔에서는 중국 대표권 논쟁까지 발생한다.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중국 대륙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두 가지 이유로 타이완에 대한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던 중화민국 국민정부는 종전 후 발생한 이상과 같은 일련의 사태로 인해서 심각한 ‘통치 정당성 훼손’에 직면한다.
실제로 국민당은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미국에 국민 정부군 2개 사단 파병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후에도, 한국전쟁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다가 1950년 10월 중공군 참전 이후 발생한 전쟁포로 2만1천 명 중 1만4천 명을 타이완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함으로써, 참전을 하지 못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에 사실상의 ‘정치적 승리’를 거두고 훼손된 통치 정당성도 일정하게 회복한다.한국전쟁 후 본격화된 동아시아 냉전에서 타이완 국민정부는 ‘반공대륙(反攻大陸: 대륙으로 반격하여 쳐들어가는 것)’, ‘반공항아(反共抗俄: 공산당에 반대하고 러시아에 대항하는 것)’를 내세우며 동아시아 반공 기지를 자처했고, 타이완으로 온 1만4천 명의 중공군 포로를 ‘반공의사(反共義士)’로 호명하면서, 반공의사를 통해 장기 반공 일당독재 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사회적 동원에 나선다.
문제는 이후 냉전의 전개와 함께, 기존과 다른 출신의 반공의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선, 1958년 중국에서 시작된 대약진(大躍進) 운동 과정에서 2천500만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인적 피해가 발생했고, 살아남기 위해서 당시 중국과 홍콩의 국경을 넘어서 영국령 홍콩으로 탈출한 난민들 중일부가 홍콩에 파견돼있던 타이완 국민정부 기관의 인도로 배를 타고 지룽항을 통해서 타이완에 상륙했다. 이들은 명백히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국경을 뛰어넘은 난민이지만, 타이완 국민정부의 반공 일당독재 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사회적 동원의 대상이 돼 ‘반공의사’로 호명됐다.다음으로, 1950년대부터 각종 형태의 ‘항공기’를 타고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온 귀순자들이 생겨났다. 항공기의 형태는 폭격기·전투기·민항기로 다양했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공산 비적(共匪)’의 추적을 따 돌리고 ‘자유의 품’에 안겼다는 점에서 반공 일당독재 체제 구축을 위한 선전 효과는 매우 컸기 때문에, 국민정부는 이들을 ‘반공의사’로 호명했다.이들 반공의사는 개인 혹은 집단으로 타이완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방문해, 중국 대륙 공산당 정권의 잔혹함과 무능함을 비판하고 타이완 국민정부의 관대함과 자유로움을 증언함으로써, 장제스-장징궈로 이어지는 국민당 장기 반공 일당독재 체제 강화에 기여하고 냉전 동아시아서 타이완 국민정부를 반공기지로 자리매김하는데 필요한 정치사회적 동원의 중요한 매개가 됐다.
국민당 반공 일당독재 체제를 뒷받침한 계엄령과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動員戡亂時期臨時條款)」이 각각 1987년 1991년 폐지되면서, ‘반공’과 ‘반공대륙’의 제도적 근거가 사라졌고, 1987년에는 고향방문이 허용됐다. 또한, 기존 반공의사도 이제는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아니라 늙고 병들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됐다. 게다가, 2000년 최초로 야당인 민주진보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후 장기에 걸친 국민당 일당독재 체제도 종식되면서, 반공의사는 더 이상 정치사회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과거의 유산이 돼버렸다.반공의사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한국전쟁 정전 후 형성된 동아시아 냉전에서 스스로의 위상을 반공기지로 자리매김했던 타이완 국민정부가 국내외적 냉전 수행에 필요한 정치사회적 동원을 위해서 호명하고 창출한 존재였으나, 탈냉전과 함께 찾아온 국내외적 변화에 따라 타이완 민중의 기억속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존재이다.중국 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 분야는 중국 동북지역의 공간생산, 국유기업 노동자, 동북지역의 ‘역사적 사회주의’ 등이다. 주요 저작으로 『다롄연구: 초국적 이동과 지배, 교류의 유산을 찾아서(진인진, 2016)』(공저) 등이 있다.CHOSUN UNIVERCITY
SINCE 1946100 years with the region, To the future with our students전남대, ‘메가 캠퍼스’로 글로컬대학 비상
전남대는 지난 9일 ‘글로컬대학30’에서 본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광주광역시, 광주상공회의소, 전남대, 전남대병원, 광주테크노파크와 ‘지-산-학-병-연’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전남대
대학 벽 허물고 지역혁신 전략까지… “지역사회-세계 잇는 창(窓) 될 터”
전남대학교
거점국립대로서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대가 ‘2024년도 글로컬대학30’에 맞춘 비전과 목표를 가다듬고, 전략과 실행과제를 개편해 새로운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지역과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전남대의 비전과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대한 전략을 살펴본다.
전남대(총장 정성택)는 지난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예비 선정됐으나 정작 본 지정에는 들지 못했다. 원인 분석을 위해 학내는 물론 광주광역시, 전문가 그룹의 자문과 컨설팅, 벤치마킹 등에 나서 문제점을 짚어내고 전략을 보완했다.기존 계획을 5개 추진과제, 13개 세부 과제로 정비하고 혁신성을 높였다. 올해는 본 지정을 받아 대학혁신에 추동력을 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전남대가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대학의 벽을 뛰어넘어 지방소멸 위기 극복까지 도모한다는 전략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광주·전남 초광역 혁신공동체 구축광주광역시와 함께 수립한 전남대의 혁신목표는 명확하다. △지역을 발전시키는 초광역 혁신공동체를 구축하고 △세계적 수준의 글로컬 융복합 고급인재를 양성하며 △지-산-학-병-연 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대학혁신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세부 목표는 4개로 잡았다. 각 영문 표기의 맨 앞 철자를 따 ‘메가(M.E.G.A)’를 키워드로 삼았다.첫 번째가 ‘메가(Mega) 캠퍼스 조성’이다. 광주·여수·화순에 있는 캠퍼스를 지역 특화산업 캠퍼스로 전환한다. 고흥·나주에는 도전산업 캠퍼스를 신설해 우주발사체 지역특화산업과 농산업 고부가가치화로 각각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농업허브화를 이끌겠다는 복안이다.두 번째는 ‘에듀(Edu) 생태계 구현’이다. 지역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은 물론 산업체 근로자, 일반시민에게 수준별 교육컨텐츠를 무상 제공해 교양시민 50만 명을 양성하고, 국내 최초로 기초학문생태 보존 프로젝트를 가동해 젊은 학자 300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 번째는 새로운 차원의 ‘글로컬(Glocal) 거버넌스 확립’이다. 중국 온주의과대학에 해외캠퍼스를 설립하고, 베트남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세계 무대로 나아간다는 전략이다. 해외 명문 대학과의 공동연구와 복수학위를 위한 거점도 마련한다. 우수 외국인 유학생 3천 명을 유치해 교육-거주-문화 등 복합 서비스가 가능한 여건 조성에도 나선다.광주캠퍼스는 AI 혁신도시의 허브
네 번째는 전남대를 아예 ‘인공지능(AI) 혁신 허브’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주의 전략산업인 인공지능의 발전을 견인할 AI+X 국책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제표준화를 이끌 AI글로벌인증센터를 세울 생각이다. 또 재학생은 반드시 마이크로디그리를 이수하도록 하되,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에게도 인공지능 기술을 대대적으로 보급해 광주를 AI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그러나 이 세부 목표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성과관리와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서 전남대는 학내 데이터관리시스템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성과분석과 관리를 함께 하기로 했다. 또 ‘글로컬미래전략대학원’을 신설해 정책전문가를 양성하고, ‘광주형 글로컬연구재단’을 설립해 재정 지원이 안정적으로이뤄지게 할 방침이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은 실행 조직이 얼마나 효율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전남대는 총장과 광역단체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CNU글로컬대학위원회’(가칭)를 발족해 추진체계의 정점에 둘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광주지방시대위원회 및 광주 라이즈센터, 전남지방시대위원회 및 전남 라이즈센터와 함께 조직간에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지자체·산업·연구·교육계 협업 필수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지역공동체 내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광주는 물론 여수·화순·나주·고흥 등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엠코·기아·광주글로벌모터스 등 지역 내 글로벌기업 등 산업계와의 협조와 지원도 원활해야 한다. 테크노파크를 비롯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지역 내 연구기관, 그리고 교육계 등도 절실함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인문·사회·철학과 기초자연과학, 첨단과학기술의 발달이 역사상 최고조에 이른 현대 시대에 와서 찬란한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전남은 오히려 침체와 소멸의 늪앞에 서 있다는 것은 대단한 현실모순이 아닐 수 없다”라며, “이제는 대학이 상아탑의 벽을 허물고 과감하게 뛰어나와 지역사회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며, 지역공동체를 세계로 이끌고, 세계를 지역사회로 불러들이는 창(窓)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인터뷰_ 김수형 전남대 연구부총장
“초광역 교육인프라 보유 상생모델 주도 적합”△ 전남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지정돼야 하는 이유는.
“지역소멸, 지방대학의 위기가 목전에 닥쳐왔다.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포괄적인 역량과 소프트파워를 지닌 대학이 나서야 한다.전남대는 거점국립대로서 자치단체와 달리 행정경계를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광주·여수·화순·나주·장성·완도 등에 있는 캠퍼스와 부속시설을 통해 광주와 전 남을아우르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국 9개 거점국립대나 영남지역과도 활발하게 교류해 온 만큼 초광역 상생 모델을 주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역량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광주·전남 전역에 초광역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위주의 지-산-학-병-연으로 이어지는 인프라도 탄탄해, 지역사회 내 주체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캠퍼스 특성화→지역산업 활성화→일자리 생성→정주 여건 조성’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주인구 증가 등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풍부한 학문생태계도 최대의 장점이다. 전남대가 지닌 110여 개의 전공은 융복합을 통한 창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정지원사업 수행을 통해 이미 세세한 부분까지 지역사회와 협력해 온 경험도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보증해 주는 요소라고 본다.”△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 나갈 것인가.“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이룰 혁신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교육·연구와 관련된 인프라와 각종 콘텐츠를 ‘초개방, 초공유’한다. 캠퍼스를 연구와 교육 공간으로 국한하지 않고 지역별 특화산업의 거점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전남대 학내 ‘보라미 데이터 포털’도 공유해서 이 사업의 성과관리를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진행할 방침이다.교육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초중고교생부터 대학생, 산업체 근로자, 일반 시민에게 각종 교육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 지역민에게도 인공지능 기술을 대대적으로 보급하는 등 대학이 보유한 지식과 자원을 개방하고 공유할 생각이다.둘째, 캠퍼스별 특성화와 AI융복합 특화분야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벌인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에너지, 해양·관광, 바이오 헬스 연구 분야에서 초격차를 벌여나갈 것이다. 우주항공·미래농업 분야에 도전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미래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셋째, 지-산-학-병-연과 초광역 지자체가 함께하는 ‘초협력’을 이뤄 추진한다. 총장과 광역단체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의결기구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계, 연구기관, 교육계와 초협력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특히 의과학·바이오·면역·신약개발 분야에서 월등한 연구력을 자랑하는 전남대 병원 본원과 화순병원, 빛고을병원과 초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다.”△ 전남대의 혁신이 어떻게 지역혁신으로 이어지나.“광주·전남에 분포한 캠퍼스와 각종 부속시설을 지역 특화산업 또는 잠재력이 있는 전통산업과 연계해 특성화한다. 그리고, 지역별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 연구를 통해 우수한 과학기술과 육성전략을 제시하고, 관련 인재도 양성해 공급한다.국가연구과제로 지역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역산업을 발전시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이에 맞춰 지자체는 안정적인 정주 여건과 복합문화서비스 공간을 마련하면서 지역이 변화하게 된다.한마디로, ‘캠퍼스 특성화→지역산업 활성화→일자리 생성→정주 여건 조성’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주인구 증가 등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고맙습니다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은선생님의 후원과 정성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구독료 납부 계좌A• 국민은행 061-01-0492-863 (이영수)• 농협 056-01-088583 (이영수)• 신한은행 110-009-150-978 (이영수)• 교수신문은 주간 신문입니다. (연간 구독료 100,000원)• 구독기간 만료시 자동연장됩니다. (해지는 전화 또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카은행드으결로제 는입 금홈 페시이 구지독 우자측와 하 입단금 '자구 독성문함의이' 에다서를 로 경그우인 신 후문 사결로제 하연실락 주수시 있기습 바니랍다니. (문다의. 02-3142-4111 )“차별받던 발레소녀, 한국적 무용으로 날다”
저자 인터뷰_생태예술 꿈꾸는 『생명의 몸 과정의 몸 변혁의 몸』(푸른사상 | 320쪽) 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 1면에서 이어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무용과)는 11세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키가 커지고 예뻐질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 교수는 발레 전공자여서 자신의 몸이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대상화돼 왔다. “이제 타자화·대상화를 극복하고 나의 에너지와 활력, 개성을 찾고자 한다.” 그는 “발레는 나에게 애증의 세월을 거치게 했다”라며 “몸 공부를 하면서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나니 발레가 다시 보였다”라고 말했다.“발레는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한 예술이다.” 난다는 것은 성장과 진화의 메타포이다. 조 교수는 발레가 인류에게 준 귀한 선물로서 ‘끌어올림(pull-up)’을 제시했다. 끌어올림은 척추 마디마디를 위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발레의 몸 사용 원칙 중 핵심이다.즉, 몸 안에 공간을 만들게 하고 중력을 잘 극복하게 하는 비법이다. 이 때문에 발레가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 맞는 지금, 여기의 발레를 해야지 서양의 옛 발레를 따라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 같은 철학을 담은 것이 바로 조 교수의 한국컨템포러리 발레단이다.소매틱스, 몸 문해력(Soma literacy)을 키워라『생명의 몸 과정의 몸 변혁의 몸』은 소매틱스(somatics)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소매틱스는 ‘soma(몸)’와 ‘tics(학문을 뜻하는 어미)’의 합성어로 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소매틱스에서의 soma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는데, 단순히 정신과 대비되는 의미로서 육체와는 구분되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몸을 의미한다. “K소매틱스의 특징은 생태적 시각에서 인간의 몸을 이해한다는 것이다.”조 교수는 “몸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몸 문해력이다. “몸의 자세, 움직임에 주목해서 사람 전체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눈과 귀뿐만 아니라 온몸의 감각으로 타인을 보고 듣는 일이 체화돼야 한다”라며 “몸으로 인격을 고양하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다”라고 적었다.그렇다면 몸 문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우리 몸에 맞는 지금, 여기의 발레를 해야지 서양의 옛 발레를 따라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K소매틱의 가장 큰 특징은 제일 먼저 잘 쉬기, 즉 아무것도 안 하고 몸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두 번째 특징은 모든 몸 공부가 춤이 되게 인도하여 미적 체험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우리가 한글을 배울 때 시간이 걸렸듯이 이 역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몸의 자세·움직임을 보면 그 사람과 상황을 알 수 있다. 상황이 힘들면 몸에 문제가 생긴다. 몸이 삐뚤어져 있으면 몸이 그 상태에서 몸을 유지하려고 어딘가에서 왜곡과 긴장이 발행한다. “몸이 중심축을 잘 유지하고 편향됨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순환이 잘 되면 생기를 창출할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생기를 창출하면 마음도 훨씬 나아진다.
세상에서 유일한 ‘K소매틱 메소드’ 개발특히 책에서 눈길을 끈 건 ‘K소매틱 메소드’다. “K소매틱은 기(에너지)의 흐름과 전이를 기반으로 소마를 성장하게 하는 메소드이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소마 힐링 터치(SHT) △생태감수성 교육 △응용무용 △커뮤니티 댄스 등의 메소드를 직접 개발했다. “소마 힐링 터치는 소마 전문가가 손으로 내담자의 몸의 특정 부분을 만져줌으로써 내담자가 제2자 체험을 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K소매틱의 가장 큰 특징은 제일 먼저 잘 쉬기, 즉 아무것도 안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모든 몸 공부가 춤이 되게 인도하여 미적 체험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소마 힐링 터치의 특징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하지 않고 그저 그 몸에 타고 들어 가그 몸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소마 전문가는 자신을 내려놓고 남의 몸에 타고 들어가야 한다. 그럴 때 소마 힐링 터치를 받는 사람은 체온이 따뜻해지고 ‘기’가 도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는 체험을 해봐야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약화된다.조 교수는 우리 몸에 생기를 돌게 하는 회복과 치유력을 강조한다. 이 둘은 모두에게 있다. 조 교수는 “현대인은 잘 쉬지 못한다”라며 “적절히 잘 쉬는 것은 자존감을 갖게하고,
병을 예방하고, 아픔을 치유하고, 생산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동일한 움직임을 반복 훈련하는 것은 뇌가소성(뇌가 계속 변화하며 회복력을 갖게 된다는 뜻) 개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새로운 움직임을 탐구하다 보면 새로운 춤이 발생한다.” 한국컨템포러리발레단의 안무법은 안무자가 특정 동작을 짜 주고 그대로 따라 하게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 스스로 새로운 춤을 창발하도록 인도하는 방식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안무법이라 할 수 있다.
몸은 사생결단 결판내는 대상 아냐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 몸은 과정만 있지 결과는 없다는 점이라든가, 몸에 대한 담론은 범람하고 화려하지만 정작 몸은 실종돼 가고 있다는 지적, 우리 몸은 사생결단으로 결판을 내야 하는 벼랑 끝 존재가 아니라는 성찰, 인간 몸이 부재하는 원인은 자본주의적 소유가 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 등. 우리는 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다수의 학자들이 대학에 왜 무용과가 있고 무용과는 무엇을 연구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무용과는 실기가 가장 중요하다. 마치 의대에서 임상교수들이 임상을 해서 논문을 쓰듯이 무용과 교수들은 춤추고 작품을 만들어 논문을 쓴다. 이게 바로 ‘실기기반연구’다. “단순한 실연은 연구 실적이 되지 않고 창작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무용과는 타학과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라며 “무용과의 특성을 이해해 학문의 동지로서 의미 있는 작업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무용과)는 이화여대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철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중앙대에서 예술경영 전공으로 행정학 석사를 받은 후, 무용학으로 유명한 영국 서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한국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소매틱연구교육원 원장이다.
대표작으로 「백조의 호수 1:사랑에 반하다」 등의 백조의 호수 시리즈, 「그녀가 온다:여신 서왕모」 등의 여신 시리즈가 있고, 저서로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 발레』가 있다. (사)대한무용학회 우수논문상, 국제연기페스티발(GAF) 공로상, (사)한국연기예술학회 공로상, 무용역사기록학회 학술상, GAF공연예술제 대상(서울특별시 시장상)·연출상(한국연출가협회 이사장상), (사)대한무용협회 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사진=김재호“지방 소멸 극복, 광역비자 필요…지역기반 비자제도 시급”
‘인구위기와 지역 중심 이민정책’
한국이민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지방 소멸 극복을 위해 지역기반 비자제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순천향대 유니토피아관에서 ‘인구위기 해소를 위한 지역 중심 이민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2024년 한국이민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열린 ‘중앙-지방 이민정책의 협업체계’ 제3회의 제1분과 토론회에서는 지역기반 비자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실효적 도입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류형철 경북연구원 공간환경연구실장(지리정보학 박사)은 지방 소멸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광역비자를 제안하며,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을 역설했다. 류 박사는 발표에서 광역비자의 필요성과 실효적 도입 방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는 지방 소멸 문제 해결의 유일한 답은 이주 사회로의 전환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하고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상북도의 어려운 현실을 강조하며,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해 광역비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역비자는 지방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라며, 이를 통해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류 박사는 광역비자의 실효적 도입을 위해 출입국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법안에 광역비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중앙-지방정부 간 역할분담 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기구 설치와 광역비자 제도 통외국인 노동자의 지역유입이 과연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4일, 한국이민정책학회 하계 학술대회 ‘인구위기 해소 위한 지역 중심 이민정책 방향’이 열렸다. 사진=한국이민정책학회
일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상북도가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방 정부와 중앙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의 외국인 정책 추진 방향제2주제 발표에 나선 강원연구원의 양철 박사(국제관계학)는 강원도의 외국인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양 박사는 강원도의 인구 고령화와 소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의 인구 현황을 설명하며, 강원도는 현재 인구의 24%가 고령화돼 있고, 소멸 위험 지수도 전국 4위에 해당한다고 심각한 상황을 강조했다.양 박사는 강원도의 외국인 주민은 약 3만 명으로, 이는 강원도 전체 인구의 약 1.7%에 불과하다며 외국인 유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는 외국인 유입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외국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국인의 장기 체류 비율이 낮고, 단기 체류 비율이 높아 체류 관리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박사는 강원도의 외국인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강원도는 외국인 유입을 통해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가 외국인 유입을 통해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종합토론은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안권욱 지방분권전국회의 대표, 김현민 전남연구원 박사, 김광욱 광주연구원 박사, 조원지 전북연구원 박사 등이 참여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 인구 감소의 근본적 해결책일까안권욱 대표는 스위스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 간의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는 이주 외국인 정책에서 지방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며, 이는 사회 통합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이주민의 사회 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다.김현민 박사는 전남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지역 맞춤형 비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비자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광역 정부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의 경우, 농업과 어업에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한 비자 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의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김광욱 박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인구 감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현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개편과 내국인 일자리 제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단순히 노동력의 보충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내국인 일자리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지 박사는 광역 비자의 도입이 지방 정부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임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역 비자는 지방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도입의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광역 비자의 도입이 지방 정부가 독립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청중으로 참여한 노호창 호서대 교수(법경찰행정학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불법 체류자가 4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광역비자가 과연 그 지역에서만 체류하도록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제도가 오히려 불법 체류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비자를 통해 특정지역에 외국인을 유입시키더라도, 그들이 그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류형철 박사는 불법 체류 문제는 광역 비자의 세부적인 운영 방안과 법적 체계 마련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광역 비자가 도입되면 예산·인력·조직을 갖출 수 있어 지역 특성에 맞춘 체류 관리가 가능해져 불법 체류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협력과 역할 분담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때, 인구 감소와 사회 통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광역비자의 도입은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넘어,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통합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저자가 말하다_
『우울과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 임아영 지음 | 초록북스 | 316쪽“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임아영
강남대 교수·임상상담심리학 박사우울·불안은 인간이 느끼는 주관적 고통의 양대 산맥이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흔히 경험하고, 우리네 마음을 힘들게 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우울과 불안에 취약한 이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살아간다.자신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왜?’라는 질문은 고통의 다른 얼굴인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이야?”, “저 인간은 왜 저따위로 구는 거지?” 같은 질문에는 받아
존재 위협하는 적은 내부에서 비롯
예민함 가진 이의 취약성 인정하기들이기 힘든 진실이 내포돼 있다.
차마 나의 현실로 수용하기 힘든 부정적 특성이나 사건들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앞세워 소화불량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그 이유를 알면, 괴로움의 원인을 찾아내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제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나 전쟁·병마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 현대 사회는 통제 환상을 부추긴다. 모든 위험 요소를 통제할 수 있고, 안온한 일상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삶의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극도의 좌절을 경험한다.오늘날 우리 존재를 위협하는 적은 대체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 ‘되어야만 하는 나’·‘이상적인 내 모습’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대가 우울과 불안을 유발한다.‘변증법적 행동 치료’의 창시자인 마샤리네한 미국 워싱턴대 명예교수(심리학)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네한은 정서적 고통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더 큰 괴로움을 유발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취약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신에게 어떤 카드패가 주어지더라도 이 패가 이번 생에 주어진 자신의 몫임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세상과 운명을 탓하며 자기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리네한은 단호한 태도로 일갈하였다. “이보세요. 이것이 당신 패라고요.”
이 책은 우울·불안에 취약하고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이들이 타고난 취약성과 기질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고, 정서적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기술들을 담고 있다. 필자의 자전적·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불안을 비롯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심리학적 개념과 심리치료 기술들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소개하고자 했다.
구구단 외우기를 완벽하게 못 해낼 것이 두려워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던 꼬마가 심리학을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마음을 다독이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겨있다.이 책에는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우울과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유용한 실전 기술들이 워크북 형태로 제공된다. 워크북에 포함된 기술들은 △수용 전념 치료 △긍정 심리 치료 △자비 중심 치료 △변증법적 행동 치료 같이 효과성이 입증된 대표적인 근거 기반 심리치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심리치료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했다. 심리치료의 가르침은 인간에게 신이 되길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빼어난 능력자나 대단한 인격을 갖춘 성인군자가 되길 요구하지 않으며,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살라는 것이 핵심임을 전하고자 했다.만일 끝날 것 같지 않은 심리적 고통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부정으로 기울어진 삶의 무게 추를 점차 회복하여 저마다의 적당한 균형점을 찾게 되길 바란다.통찰의 재미_『스토리텔링 애니멀』 조너선 갓셜 지음 |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93쪽
두 얼굴 가진 ‘이야기’…지성의 방패를 갖춰라김선진
‘재미 연구서’ 『재미의 본질』 저자바야흐로 이야기의 전성시대다. 넷플릭스가 등장한 이래로 사람들은 신문, 생수를 구독하는 것처럼 이야기에 정기적으로 돈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무려 2억6천80만 명이라고 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다.
이야기가 인간에게 뉴스나 물만큼 중요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이야기는 책·TV·영화뿐 아니라 게임·광고·교육 등에서도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이야기를 탐닉하고 이야기에 열광하는가.이와 같은 문학적 질문에 과학으로 답하려고 시도한 사람이 바로 『스토리텔링 애니멀』(2012)을 쓴 조너선 갓셜 미국 워싱턴·제퍼슨대학 영문학과의 특별연구원이다. 그는 원래 영문학자였으나 이 책을 위해 진화생물학·심리학·신경과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이야기 본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인문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 자신이 『통섭』을 쓴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과학적 신뢰를 담보하고 있다.“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은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빠져들면 쉽게 영향받고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의 힘을 활용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그에 저항하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여러 호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야기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나 ‘호모 픽투스(homo fictus)’는 인간과 다른 존재를 구별하는 중요한 차별점 중 하나로서 단순히 문학적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적 증거에 의해 입증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본능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저자는 논의를 출발한다. 이런 그의 접근 태도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책 제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
간이라면 누구도 이야기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야기는 분명 인간의 진화적 적응의 산물로서 불확실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심적 안정을 취하게 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겪게 될 다양한 갈등을 간접 경험하고 미리 시뮬레이션해 봄으로서 타인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내재화한다. 권선징악·인과응보의 서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결속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책에서 소개된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좋은 사례다. 미국 남부에서 노예 엘리자가 다른 농장에 팔려 갈 위기에 처한 아들을 데리고 도망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노예 제도의 잔학상을 폭로해 미국 북부에서 노예제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도가니』가 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를 환기시킨 사례도 사회를 변화시킨 좋은 예다.이와 같은 긍정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야누스의 양면의 얼굴을 갖고 있다. 이야기는 사실상 인간의 믿음 체계에 깊이 관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합리적·이성적 판단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자신이 다양한 상황에서 얼마나 이야기의 최면에 빠져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주장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승전결의 서사를 결부시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면 사람들은 즉시 지성의 방패를
조너선 갓셜 미국 워싱턴·제퍼슨대학 영문학과의 특별연구원은 이야기의 힘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지닌 선동성을 경계하자고 강조한다. 사진=위키피디아·픽사베이
내려놓고 만다.
역사가들은 ‘순수 혈통 민족’에 대한 히틀러의 그릇된 이상이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에 의해 빚어졌다고 진단한다. 책이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소설에 몰입하는 독자는 비몰입 독자에 비해 신념이 바뀌는 정도가 컸다고 한다. 이야기는 감정적 반응을 유도할 뿐 아니라 이성적 사고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모든 신화와 종교, 사이비 신앙이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고 이야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야기가 인간의 공감 능력을 높이고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열과 적대, 증오의 무기로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관점을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저자는 『이야기의 역설』((2021)(국내 번역서 제목은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이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이야기가 인간의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는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저자의 두 책을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은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빠져들면 쉽게 영향받고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의 힘을 활용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그에 저항하라고 조언한다.오늘날 탈진실의 시대에 현대인들은 범람하는 미디어 홍수, 즉 가짜 뉴스·보이스 피싱·유튜브에 넘쳐나는 선정적 콘텐츠, 정치가와 선동가의 분열적인 구호들과 음모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더구나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래로 소위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헛소리도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갈수록 분열과 갈등이 확대되는 시대에 이 책이 인간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신간소개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베냐민 발린트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396쪽이번달,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이해 카프카의 작품들과 해설서들이 줄지어 출간과 재출간되며 작은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작가,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무력함을 포착해내며이름 자체가 형용사가 된 불멸의 작가 카프카. 잘 알려져 있듯이 카프카는 죽기 전에 자신이 쓴 글들을 불태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일찍이 친구의 남다른 천재성을 알아보고 문학 매니저를 자처했던 브로트가 약속을 어기고 널리 알리기로 선택한 덕분에 카프카는 사후 명성을 획득했다.
돼지 복지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328쪽이 책은 국내에 동물복지 논의가 전무하던 시절부터, 전 세계를 돌며 동물복지 축산을 연구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농장 운영 방안을 고민해 온 저자의 첫 저작이다. 따라서 주로 국내 연구 부족을 이유로 유럽의 사례를 근거로 삼는 타 도서들과 다르게 한국의 기후적 특이성, 육류 시장의 경향, 소비자의 윤리의식 등을 고려한 논의가 가능하기에 독보적이다. 또한 동물복지를 관념적으로 논하기보단 현실적인 농장 운영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지음 | 양미래 옮김 | 돌베개 | 256쪽날이 갈수록 현실은 암담해지는 느낌이다. 기후 위기와 정치적 갈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전쟁은 우리의 일상을 침울하게 만든다. SNS에서 답답한 소식들을 접하며 잠 못 이루던 이 책의 저자는, 불현듯 예전에 보았던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을 떠올린다. 암흑 속에 펼쳐진 빛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다가, 우주 비행사들이 느낀다는 ‘조망 효과’에 대해 알게 된다. 바로 여기서 이 책의 여정이 시작된다.
삶은 공학: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 윌북(willbook) | 352쪽교양으로서 공학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공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열정적인 공학 교수인 저자의 첫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다. 해맥은 147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근대 한국의 감리서 연구
민회수 지음 | 소명출판 | 355쪽이 책은 1876년 조선의 개항 이후 개항장에서 외국인 관련 업무를 관할한 관서인 감리서(監理署)가 설치된 경위와 운영의 추이를 밝히고 있다. 19세기 후반 이후 조선은 일본·미국·영국·독일·러시아 등서구열강들과 조약을 체결하고, 근대적 국제질서인 ‘만국공법(萬國公法)’ 체제로 편입됐다. 그 결과 부산·인천·원산 등에 조성된 개항장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유입돼 각종 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과 관련된 사무를 관장한 감리서는 관련 사료가 많다.
세계사에서 역사교육의 방향 모색
기백철 지음 | 그물 | 352쪽이 책은 18세기 조선왕정이 지닌 세계사적 위치는 어디쯤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이에 조선시대에 중국과 유럽 그리고 조선의 변화과정을 사상사와 경제사의 두 축을 통해서 공시성과 통시성을조명했다. 이를 통해 안확(安廓)이 후학에게 남긴 과제는 아주 무겁게 다가왔다. 그는 많은 독립운동가가 겪었던 근대 학문체계의 미비점을 극복해야 했고, 동시에 친일파처럼 일본의 근대성에 경도돼 우리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소중한 보물들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32쪽우리 시대의 시인인 저자가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올해에 이르기까지 60년간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김영사에서 출간됐다. 어머니의 편지부터 사형수의 엽서까지, 첫 서원 일기부터 친구수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까지, 수녀원의 고즈넉한 정원부터 동그란 마음이 되도록 두 손을 모았던 성당까지, 열정 품은 동백꽃에서 늘 푸른 소나무까지 그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이 책은 저자가 인생의 노을빛 여정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쓴 단문·칼럼 그리고 신작 시 열 편을 추렸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584쪽『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저자의 이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전작이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인 1913년으로 되돌아가 모더니즘의 찬란한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줬다면, 이번 신작에선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저자가 말하다_『한국 상담전문가 7인의 좌절극복 이야기』 오현수·한재희 지음|학지사|288쪽
“좌절은 성장의 기회”…마른 한지 겹겹이 쌓으면 단단해진다
오현수
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교수이 책은 「상담전문가 발달과정에서의 좌절 극복과정 분석」이라는 필자의 2008년도 박사학위 논문을 모태로 하고 있다.
상담대가 수준에 이른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상담자 발달과정에서의 좌절극복 경험을 질적 분석한 논문을 좌절극복 이야기 책으로 만든 것이다.당시에 인터뷰하면서 필자는 상담전문가들의 좌절극복 경험을 간접 체험하면서 감동에 빠졌었다. 아낌없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는 이분들이 고맙고 존경스러웠다. “좌절이란 단순히 꺾이고 곤두박질치는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만은 아니겠구나. 나도 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담자 발달을 이룰 수 있겠구나.” 희망이 솟아올랐었다.이러한 인터뷰에서의 감동을 상담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도서관 한구석에서 사장되도록 하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오늘의 이 책을 탄생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출간의 마음을 먹은 지 15년이 흘러서야 드
좌절극복의 유형과 단계 그리고 의미
상담자 소진·스트레스처럼 좌절도 흔해디어 논문을 책으로 탄생시켰다. 이 과정 자체가
좌절극복의 과정이 아니었을는지. 처음 내보는 책인데 논문체를 이야기체로 바꿔야 하다니,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마지막으로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 5년간 조용히 계시던 출판사 부장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책 준비가 어떻게 되어 가세요?“ 그저 던진 말이었을지도 모를 그 한마디는 내게 ”아직도 기다리고 있구나, 내가 포기하려는 것이지 출판사는 포기하고 있지 않고 있구나“라는 안심과 신뢰를 전해주었다. 신기하게도 다음 날부터 일사천리로 글이 써지는 초능력 같은 것이 생겨났다.책 제목대로 이 책은 출간 과정에서의 좌절을 극복한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서는 이론적 배경을 대폭 줄여 상담자의 좌절과 대처, 발달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요약했다.2부에서는 상담 전문가 7인이 상담자 발달과정에서 겪었던 좌절극복 과정을 이들의 생생한 언어를 그대로 인용해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전개했다. 특히 상담전문가 7인과 인터뷰할 당시에 저자가 느꼈던 특징과 분위기를 캐리커처와 함께 소개하는 란을 추가해 상담전문가 7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촉진하고자 했다.
3부에서는 좌절극복의 유형과 단계 그리고 좌절극복이 시사하는 의미를 기술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보다 부드러운 이야기책이 될 수 있도록 저자의 좌절극복에 관련된 감상의 글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 내려갔다.좌절은 어떤 목표의 성취나 욕구의 충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뜻이나 기운이 꺾이는 것을 의미한다. 상담전문 분야에서 상담자 소진이나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많이 거론되지만, 좌절이라는 용어는 학문적으로 자주 등장하지 않는 생소함이 있었다, 그러나 좌절은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주 경험하는 현상 중 하나이다.이 책을 통해 상담전문가가 되어가는 길에서 상담자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좌절의 상황을 만나게 되는 모든 상담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좌절은 축복이에요.”, “좌절은 성장의 기회예요.”, “좌절을 극복하면 좌절의 깊이만큼 발달이 크지 않을까요?”, “좌절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 책 속의 상담전문가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듯, 이 책을 읽는 모든 상담자들도 진정 좌절극복을 해본 사람만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러한 내면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좌절극복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겹이라는 말도 함께 떠오른다. 한지는 물에 젖으면 너무 약하지만, 마른 상태에서는 찢으려 해도 잘 안 찢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 얇고 약한 한지를 한 겹 한 겹 물에 묻혀 쌓아 올렸을 때 그 단단함은 놀라운 것이 된다.우리 삶의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한 번의 좌절, 물에 젖은 한지처럼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태일 테지만, 좌절극복을 통해 여러 겹 쌓아 올린 마른 한지처럼 견고한 자아를 지니게 될 수 있길 바란다. 상담전문가들뿐 아니라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러한 좌절극복의 선물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저자가 말하다_『히토 슈타이얼』 최소영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50쪽
미디어 아트로 보는 동시대 세계상최소영
홍익대 강사·미학박사현재 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번창하고 있다. 대형 전시와 비엔날레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아트페어는 예술과 더불어 투자에도 관심 많은 이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다. 이처럼 융성하는 미술계에 대해 히토 슈타이얼 독일 베를린 예술대 교수(뉴미디어 아트)는 ‘기호 자본주의의 주전 선수’라는 통렬한 수식어를 붙여준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누구 못지않게 각광받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슈타이얼이 미술을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수혜자이자 체제 형성의 주요 조력자로 보기 때문이다. 그에게 미술계는 우리 시대의 문제·모순·특징·한계가 집약된 영역이기에 이에 대한 분석은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가 된다.이 책 『히토 슈타이얼』은 이처럼 미술에 대한 통찰과 분석을 경유해 시대에 대한 비판과 대안 탐색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슈타이얼
융성하는 미술계에 대한 비판과 대안 탐색
기술-정치-경제와 일상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세계’를 관통하는 특징들을 포착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슈타이얼
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가들 중 펠릭스 가타리(1930∼1992), 프랑코 베라르디(1949∼), 발터벤야민(1892∼1940)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열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슈타이얼이 바라보는 현재는 크게 나누자면 포스트 자본주의과 파시즘 2.0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는 각각 동시대 경제와 정치적 상황을 보여준다.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생산 방식·주체성 구축의 경로를 보여주는데 슈타이얼이 그 모든 발생의 현장으로 주목하는 곳이 바로 미술계다. 이제 생산의 초점은 상품이 아닌 경험과 가치, 생활 방식 자체에 있기에 미술관은 우리 시대의 공장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이 문제를 ‘미술과 노동’·‘기호 자본주의와 삶의 심미화’ 등의 주제로 다뤘다.
새로 도래한 파시즘은 슈타이얼이 ‘와해성 테크놀로지’라 부르는 것과 연관된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이다. 강력한 중심을 두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모더니즘적 디스토피아와 달리 우리 시대의 파시즘은 체계의 영속적 고장과 기능 장애로 항구적인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번창한다. 또한 현재를 정보 데이터의 시대라 할 때 그와 관련한 기술은 우리의 행동과 선택, 발화를 데이터화하며 이를 패턴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일상적 활동이 관리·경작·채굴·수확가능한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동시대 정치와 기술의 관계는 「빈곤한 이미지」·「데이터 시대의 이미지」·「인공 우둔함」 등의 장에서 논의했다.슈타이얼은 현실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탐색을 수행하지만 대안과 희망을 찾으려는 시도 역시 계속한다. 책에서는 작가가 보여주는그러한 흔적을 최대한 모아서 보다 선명한 윤곽을 갖도록 시도하였다. 작가가 제시하는 대안은 먼저 ‘객체 혹은 사물되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전통적 해방 운동의 형식이었던 ‘주체되기’가 얼마나 오염되고 많은 한계를 보이는가에 대한 사유이자 그것이 함의하는 폭력성과 일의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또한 슈타이얼의 대안은 작품 속에서 치유와 연대, 공생과 공유의 능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작가는 자신이 비판하는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즉 동시대 기술을 이용해 치유와 마법적 힘을 구현하고자 한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변화 가능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슈타이얼이 우리 ‘일상에 대한 점령’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기에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었다.이 책을 통해 다소 난해해 보이는 슈타이얼의 작품과 에세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동시대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려는 또 한 명의 ‘다중(多衆)’을 얻게 될 것이다.화제의책_
『한국영화역사』 정태수 지음 | 박이정 | 791쪽역사로 영화를 보다 반공주의에서 디지털 전환까지“역사와 영화의 콜라보” 최근 출간된 정태수 한양대 교수(연극영화학과)의 『한국영화역사』가 화제다. 한국영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시도했다.제1장 ‘해방, 분단, 전쟁의 시기’(1945-1953)부터 제8장 ‘실용주의와 국민행복, 문화지형의 재구축의 시기’(2008-2016)까지의 약 1천 편의 한국영화를 살펴봤다. 그 기준은 “현존하고 있거나 접근이 가능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연도별 흥 행순위를 고려한 10여 편의 영화들과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 서 수상한 작품들”이다.또한 정 교수가 시대적 의미가 있다고 본 영화들이 추가됐다.
“조선의 극장에서는 조선의 독립투쟁 영웅과 사건들에서 점차 미군정 통치에 부합한 영화들, 예컨대 미국의 우월한 모습과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었다.” 한국영화가 태동한 시기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미군정·소군정이 점령 통치한 때였다. 이 때문에 해방 직후에는 안중근·유관순·윤봉길 등 독립운동의 영화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남한은 “미군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서 영화일 뿐이었다.
이후 한국영화는 “반공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프레임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속 인물의 영어사용은 마치 자신이 선진적이고 현대화된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은 동일시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사회에 퍼져나갔다.” 특히 미국문화는 전통적 한국의 가치와 충돌하면서, 예를 들어 새로운 여성의 이미지 등을 영화로 부각시켰다.「자유부인」(한형모 감독 | 1956), 「서울의 휴일」(이용민 감독 | 1956), 「자유결혼」(이병일 감독 | 1958), 「여사장」(한형모 감독 | 1959) 등이 대표적이다.이 책에서 가장 최근 시기의 내용도 흥미롭다. “2013년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끝으로 필름 카메라로는 더 이상 촬영되지 않았으며, 2014년 1월 서울필름현상소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한국에서의 필름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었다.”한국영화가 디지털 매체로 전환된 시점에는 「봉자」(박철수 감독 | 2000), 「눈물」(임상수 감독 | 2000), 「꽃섬」(송일곤 감독 | 2001), 「나비」(문승욱 감독 | 2001) 등이 등장했다. OTT 시대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잔인한 낙관
로런 벌랜트 지음 | 박미선·윤조원 옮김 | 후마니타스 | 580쪽욕망하는 어떤 대상이 오히려 더 나은 삶에 걸림돌이 될 때 바로 거기에 잔인한 낙관의 관계가 있다. 그 대상은 먹을 것일 수도 있고 사랑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삶에 대한 환상일 수도 있으며 정치적 기획일 수도 있다. 낙관적 관계가 잔인해지는 건 애착의 대상이 애당초 그 애착을 형성하게 만든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이다. 이 책은 계층 상승과 낭만적 사랑의 대상이나 장면에서부터 정치적인 것 자체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잔인한 낙관의 여러 관계들을 살펴본다.
한류 탐색
조영한 외 4인 지음 | 컬처룩 | 344쪽한류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K팝·K드라마·K웹툰·K컬처 등등 한국의 대중문화엔 ‘K’가 언제부터인지 붙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생기고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도 30여년이 돼 간다. 1990년대 말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시작된 한류는 다양한 변곡점을 거쳐 2020년대에는 글로벌 대중문화가 됐다. 한류를 처음 접하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한류는 각각 다른 첫인상과 기억을 남기게 된다.
민족어 교육의 한길 추정 이강래
이용익 외 2인 지음 | 보고사 | 308쪽추정 이강래 선생은 일제시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고초를 겪으신 33인 중 한 분으로 한글학자이자 국어교육자이다. 그는 1885년에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원주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서울공대의 전신인)관립공업전습소 도기과에 입학해 근대적 문물로서의 도자기학을 공부하다가, 1910년 나라를 잃자 만사를 제쳐두고 보재 이상설 선생을 따라 만주며 러시아를 돌면서 암중모색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내로 들어왔다. 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집단학살 일기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지음 | 백소하 옮김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두번째테제 | 532쪽이 책은 가자 지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작년 10월 이후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 준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문화부 장관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문화유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자 지구 자발리야 난민촌의 고향집에 방문했던 저자는 칸 유니스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향락사회론
마쓰모토 타쿠야 지음 | 임창석·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397쪽이 책은 프랑스어 주이상스를 영어 인조이로 변역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는 라캉의 일화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말년의 라캉을 사로잡았던 가장큰 관심사는 자신이 살았던 1970년대 중반의 ‘현대’가 명백히 ‘인조이’의 시대, 즉 ‘향락사회’로서의 양상을 노출하던 시대였으며 따라서 기존의 향락과 상징계의 기능 불능이라는 위기 앞에서 정신분석의 갱신 작업을 수행하는 일이었다. 상징계는 확실한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 튀니지
오영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46쪽튀니지는 우리에게는 멀고 낯선 나라이지만 ‘지중해의 보석’으로 알려질 만큼 다채로운 자연경관과 카르타고·로마·이슬람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풍부한 나라이다. ‘아랍의 봄’의 발원지로 북아프리카의 미래를 선도하며 아랍 문화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연구실의 연구원으로 많은 아프리카 나라를 방문한 저자는 2009~2011년 튀니지에서 파견 근무하며 튀니지와 연을 맺게 됐다.
천재와 반역
김욱동 지음 | 민음사 | 656쪽번역학·수사학·문학 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 성과를 일궈 온 인문학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번역가인 저자의 최재서 연구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20세기 초 ‘궁핍한’ 시대였던 일제강점기를 살며 활약한 1세대 문학 비평가이자 번역가 최재서를 탐구하는 이 책은 한국 근현대 문학 비평의 기초를 다진 최재서를 집중 탐구한다. 신선한 수사법 구사와 명징한 문체·문학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과 비평 안목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문학사의 보기 드문 비평가였다.
중화中華, 사라진 문명의 기준
배우성 지음 | 푸른역사 | 672쪽우리가 역사를 읽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지금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따라 역사학은 과거의 경험을 지금 여기로 어떻게 소환할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그 때문일까. 선비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거나, 망국적 사대주의의 잔재를 청산하여 더 주체적인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심리학, 현대예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됐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열 번째 주제 ‘예술, 심리학을 만나다’현대예술과 심리학 : 감각과 인지의 미학➌
노승관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 교수‘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 광고 심리학을 입다, 가족이 제일 어려워에 이어 열 번째 주제로 ‘예술, 심리학을 만나다’를 다룬다. 노승관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 교수의 세 번째 글이다.
‘아니 이런 게 도대체 왜 유명하고 비싼 거지?’
갤러리의 거대한 흰 벽 한 가운데에 은색 테이프로 대충 붙인 바나나가 보인다. 마우리치오카텔란 작가의 「코미디언」이라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을 보는 많은 관람객의 머릿속에서는 인지 부조화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 작품의 위대함을 열심히 설명하는 도슨트의 말과 몸짓이 과연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사기인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현장.심리학자인 나는 한 구석에서 작품보다는 이 광경을 너무도 재미있게 관찰하고 있고, 동시에 작가인 나는 이 이해하기 힘든 심오한 미학적 결과물을 질투와 불안에 찬 눈빛으로 보고 있다. 이내 내 머릿속에서는 한 단어가 떠오른다. ‘아우라’. 어쨌든 저 바나나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아우라는 수용자에게서 나온다‘아우라(Aura)’는 발터 벤야민이 그의 저서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5)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예술 작품이 지닌 특별한 느낌, 작품 고유의 분위기이자 일회적이고 진품적인 현존성”으로 풀이된다.당시 벤야민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복제 및 대량생산의 측면에 주목하여 아우라의 개념을 제시하였지만, 근대예술을 지나 현대예술의 시기로 들어서면서부터 아우라의 의미는 ‘진품이 가지는 특별한 가치’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아우라는 작품의 창작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수용하는 대중·평론가·학자들이 부여한다. 좋은 작품은 작가가 창작을 위해 갈아 넣은 예술혼의 무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심리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예술, 감각의 시대에서 인지의 시대로이 지점에서 예술은 온전히 심리학적 주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 개념과 수용, 해석이 중요해질수록 예술은 감각의 시대를 지나 인지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하게 된다.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사진 왼쪽). 런던 테이트 박물관에 소장된 듀샹의 「Fountain」 복제품이다 (오른쪽). 사진=런던 테이트 박물관 홈페이지
2024년 4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바나나 작품을 한 관람객이 먹어 치운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배가 고파서’ 바나나를 먹었다고 했다. 어찌 되었든 작품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바나나 작품의 아우라는 더욱 커져간다. 심리학은 이제 현대예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되었고, 갤러리는 거대한 심리 실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각과 인지는 예술작품의 창작과 감상의 과정에 개입된다. 지각심리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조직되는지를 연구하며 예술의 창작과 감상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제시한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낯설고 흥미로운 시지각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고흐의 눈을 통해 분석되고 재구성된 프랑스 시골 마을의 평범한 길거리 카페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지각 경험을 제시한다.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결국 작가만의 고유한 감각 경험의 규칙을 만들고 표현한 결과물이며 그 독특함의 정도가 작품 아우라의 크기를 결정한다.
예술이 근대를 지나 현대로 진행하면서 창작과 감상에도 감각보다는 인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지심리학은 기억·사고·언어 등 감각 기관을 통해 조직화된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계를 설명하며, 감각으로 경험되는 현상보다 개념(Concept)에 아우라를 부여하는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짝퉁에서 느끼는 아우라?현대 미술의 시작점으로 평가되는 마르셸 듀샹의 1917년 작품 「샘」은 작가가 전시장 내 화장실의 변기를 가져다가 그대로 전시한 것으로 이 변기의 지각된 형태를 아무리 심오하게 분석한들 작품 아우라의 근원에 다가갈 수 없다. 심지어 그림으로 제시된 듀샹의 샘은 1917년 듀샹의 오리지널을 1964년에 복제하여 런던 테이트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작품이다.이 작품의 아우라는 흔히 볼 수 있는 변기라는 오브제에 R.Mutt라는 사인을 추가한 뒤 작품으로 전시한 듀샹의 인지적 사고 과정에서 나온다. 작품의 감상을 위해 관람객 또한 작품을 감각으로 보면 안 된다.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왜 복제본을 통해서 도 원본의 아우라를 경험할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이 방법을 따라 해 세면대를 전시한다면 작품의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 없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되는 작품일수록 실제로 내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다. ‘예술은 사기다’라는 백남준의 말도 현대예술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의 문제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사기당하긴 쉽지만 내가 사기를 치기는 지극히 어렵다.갤러리, 거대한 심리 실험의 장다시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작품을 떠올려 보자. 2024년 4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이 바나나 작품을 한 관람객이 먹어 치운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배가 고파서’ 바나나를 먹었다고 했다. 주요 언론들은 ‘관람객이 1억 5천만 원짜리 유명한 예술작품을 먹어 치웠다’고 기사를 뽑았고, 리움미술관 측은 새 바나나를 붙이고,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이 관람객은 과연 자신의 배고픔이라는 감각적 명령을 따라 바나나를 먹었을까? 아니면 5년 전 세계 최대 미술 전시회인 아트 바젤에서 같은 제목으로 전시된 바나나를 먹어 치웠던 누군가의 퍼포먼스를 ‘인지’한 상태에서 이런 해프닝을 벌인 것일까? 어찌 되었든 작품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바나나 작품의 아우라는 더욱 커져간다. 심리학은 이제 현대예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되었고, 갤러리는 거대한 심리 실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예술가 체험을 결심하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필름·애니메이션 학사, 캘리포니아예술대학(CalArts)에서 뉴미디어디자인 예술전문석사를 마쳤다. 연세대로 돌아와 지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 교수로 가르치며 또 여전히 배우고 있다. 예술과 심리학을 고향으로, 지각과 미디어를 주 언어로, 창작과 연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20년 넘게 진행 중이다.
독일은 어떻게 세계인이 칭송하는 시인·사상가의 나라가 되었을까
독일 시학 400년(1624~2024)을 보며
서장원
독문학자·전 고려대 교수독일을 시인과 사상가의 나라라고 한다. 음악과 철학의 나라라고 한다. 상투적이지만, 사실 그렇다. 괴테와 쉴러, 칸트와 헤겔, 베토벤과 바흐를 비롯하여 수많은 세계적인 문인·철학가·음악가가 즐비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만큼 그들의 문화 생산품, 정신적 작업 결과물, 사유 및 행동 방식을 세계인들이 보증하고 애호한다. 독일은 어떻게 세계인들이 칭송하는 시인과 사상가의 나라가 되었을까? 괴테와 칸트, 베토벤과 바흐가 천재라서 그럴까? 독일을 구성하는 게르만족이 특별해서일까?
‘독일 시학에 관한 책’ 발간 400년올해는 마르틴 오피츠(1597~1639)가 『독일 시학에 관한 책(Buch von der Deutschen Poeterey)』을 발간한 지 꼭 400년 되는 해이다. 1624년의 일이다. 독일어로 써진 최초의 시학(詩學)으로 당시 26세의 젊은이가 단 5일 만에 쓴 책이다.오피츠는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데 시간이나 보내고, 판 깔아 놓고 놀기나 하고, 쓸데없이 험담이나 하고, 진실한 사람들을 비방이나 하고 특히 이상한 셈법으로 불린 재산에 대해 좋아 죽는데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의 인간들’을 보며 이들을 계몽시키고자 했는데 그 방법을 시학에서 찾았다. 물론 이 일화가 오피츠 시학 탄생의 전부는 아니다.르네상스와 후기 인본주의 시절 독일문화는 이웃 나라인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독일 지식인들은 고심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인본주의 시학의 독일화였다. 그 위에 시문학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이 작업을 통해 게르만 족은 야만이 아니라, “용맹”, “강건”, “관습적으로 순수함”의 민족성을 지닌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창출하기 위함이었다.이에 앞장선 인물이 마르틴 오피츠다. 한 민족의 기질 형성과 한 나라의 국력 신장이 시학을 통해 가능함을 시도하는 순간이었다.시학이 과연 골동품일까? 변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 사회에 시학은 혹시 다른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글 시학이 태동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어로 작성돼 있다는 것
오피츠는 “포에지는 웅변술과 마찬가지로 사물과 단어로 나눠지기 때문에, 우선 사물의 발견과 분할에 대하여, 그 다음으로 단어의 조제와 꾸밈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음절과 시구와 운율의 척도에 대1624년에 발간된 마르틴 오피츠의 『독일 시학에 관한 책』 표지와 마르틴 오피츠 초상이다.
하여 그리고 여러 종류의 카르멘(Carmen)과 시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이 오피츠 시학의 핵심이다. 문학의 본질·시작법·문체론·장르론 등이 망라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어로 작성되어 있다는 것이고 전통 시학 내지 르네상스 시학을 독일어화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일어 정화운동에 박차를 가했고, 도이치 시학의 정립에 큰 발판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같으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감정의 표현이다’, ‘인간 체험의 소산이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피츠는 ‘사물과 단어로 나눠진다’고 정의한다. 시작법의 대상은 “사물”이고 이를 작업하는 도구가 “단어”라는 뜻이다.아직 열리지 않은 시문학의 보석함포에지가 무엇인지 정의한 다음 뒤따르는 것은 당연히 사물을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오피츠는 ‘사물’을 시인의 최우선 작업으로 전제하며 “사물의 발견은 시인이 묘사하고 밖으로 내보이려는 천상적인 것과 속세적인 것, 그리고 생명을 지닌 것과 생명을 지니지않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려 깊은 파악과 다르지 않다”고 못 박는다. 대상에 대한 사려 깊은 파악이라든가 심사숙고를 통해 발견한다는 것은 시가 시인의 천재성
이나 영감에 의해 발현되기보다는 작업과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오피츠 시학은 철저히 규칙시학이고 규범시학이다. 예를 들면 전통 수사학 범주인 인벤티오(inventio, 발견)와 디스포지티오(dispositio, 배열)는 “사물”의 틀 아래, 엘로쿠티오(elocutio)는 “단어”로 문학 소재를 발견·배열하고, 발견된 소재를 언어로 작업하여 하나의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 구도이다. 순수하고
맑은 독일어 시를 위해 전통 수사학이 차용되었다.
오피츠의 『시학』을 시발로 수많은 시학서가 발간되었다. 이 모두 오피츠 시학의 영향이었다. 그 속에는 시에 관한 모든 규칙과 규범이 하나 가득 들어있다. 시문학의 보석함이다. 하지만 수사학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로 파헤쳐진 것이 없다. 아직 열리지 않은 보석함은 그 누군가에 의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모국어 정화운동, 독일어로 철학하기계몽주의 이후의 시학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에 단지 특이한 한 가지 사실만을 덧붙인다. 계몽주의 철학자 크리스티안 볼프는 바로크 시문학자들이 불붙인 모국어 정화운동을 현장에서완성했다. 중세 미신을 배격하고 중국 고전에 영향을 받은 철저한 계몽주의자이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독일 전 대학 강단을 지배하며 철학을 완전히 독일어로 바꾼 인물이다. 그 결과로 칸트나 헤겔 철학이 나왔다. 칸트 미학이나 헤겔 시학 역시 독일어로 썼다.
오피츠를 시발로 독일 시학은 규칙과 규범 체계로 면모를 드러냈다. 계몽주의가 되며 바로 그 자리에 미학적 반성이 들어섰고, 이는 자주 문학 비평과 철학담론을 동반했다. 고전 수사학과 마찬가지로 바로크 규범시학이나 계몽주의 비판시학은 역사적으로 이의 제기와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정당성과 실용성을 검증받으며 재평가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간과 할 수 없는 것은 독일 시학 정립이 있었기에 계몽의 비판정신이 발생했고, 바로크 시학과 계몽주의 시학이 있었기에 천재시학과 자율미학이 태동했다는 사실이다. 괴테와 쉴러가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우연일까?“자연은 시작하고, 예술은 방향을 제시하고, 연습은 완성을 한다(Natura incipit, Ars diriget, Exercitatio perficit)”는 말이 있다. 바로크 시학은 시작하고, 계몽주의 시학은 방향을 제시하고 괴테와 쉴러, 칸트와 헤겔은 완성했다. 바로크와 계몽주의는 시작하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방향을 제시하고 20세기 독일은 완성했다. 400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마르틴 오피츠는 체구가 작았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은 거대했다. 그는 외모가 잘 생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가 이룩한 업적은 태산과도 같다.시학이 과연 골동품일까? 변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 사회에 시학은 혹시 다른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글 시학이 태동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구텐베르크-마인츠대학에서 독어독문학·철학·독일민속학을 전공했다. 독일 망명문학, 유럽 중세 말 예술, 독일 시학이 3대 연구 분야이다. 주요 저서로는 『망명과 귀환이주』(2015), 『토텐탄츠와 바도모리』(2022)가 있으며, 현재 독일시학에 관한 연구서를 집필 중이다.
라이즈위원회 출범…초대 위원장에 김헌영 강원대 전 총장
지난 10일 제1차 회의…
민간·공무원 등 28명 구성내년부터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사진)의 안착과 내실 운영을 지원하는 라이즈위원회가 출범했다. 김헌영 강원대 전 총장(사진)이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라이즈위원회는 고등교육·지역혁신과 관련된 민간 전문가 19명과 관계부처(고용·교육·기재·과기·산업·중기·행안부) 공무원 7명(국장급), 시도지사협의회·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무처 2명(국장급) 등 28명으로 구성됐다. 라이즈의 추진에 필요한 법령·규제개선, 재정·성과관리 등에 대한 논의와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지난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라이즈위원회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라이즈위원회 구성·운영, 운영규정, 라이즈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라이즈위원회는 중앙라이즈센터(한국연구재단)와 함께 지역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 사항 발굴 등을 위해 권역별 현장 소통도 추진할 예정이다.지난달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라이즈위원회 제 1차 회의가 열렸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산업구조의 급변 등을 맞아 지역대학은 지역혁신의 중심으로서 시대적 난관을 극복하고 지역발전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교육부는 라이즈위원회에서 이뤄진 심도 있는 논의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루어 내겠다”라고 밝혔다.
라이즈위원회 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원 전북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김명동 강원대 바이오산업공학부 교수 △김지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직분석진단센터장 △김헌영 강원대 기계의용·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 △나영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철우 한국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변종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정책본부 본부장 △신동렬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명예교수 △오주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지역혁신성장본부장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이지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학협력사업실장 △정영길 건양대 해부학교실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 실장 △주휘정 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센터 센터장 △조용범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 △(代)이은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성과혁신관(代 연구성과혁신정책과장) △임철언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지원국장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 △정경훈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김우중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 △이재형 시도지사협의회 정책국장 △(代) 김효영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무처장(代 운영지원과장)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저작권은 우리가 지킨다”…K-저작권 지킴이 발대식 열려
문체부·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
대학생과 창작자, 업계가 저작권 보호 캠페인에 앞장섰다.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한국저작권보호원(원장 박정렬)과 함께 지난 8일 모두예술극장에서 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이용자와 창작자, 업계가 참여하는 ‘K-저작권 지킴이’ 발대식을 개최했다.K-저작권 지킴이는 국민의 저작권 보호 인식을 높이고, 저작권 보호 메시지를 확산하는 저작권 보호 활동을 펼친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올해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그 시작을 이번 K-저작권 지킴이 발대식으로 알렸다.K-저작권 지킴이는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고 있는 대학생 50명과 영상·음악·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콘텐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이 발대식에서 저작권 보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하영 기자
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 기업 37개로 구성했다. 이를 위해 보호원은 지난 6월, 대학생 50명을 저작권 지킴이로 선발했다.
대학생 저작권 지킴이들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저작권 보호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본인의 누리소통망 등 다양한 홍보 채널을 통해 확산할 계획이다. 또한 누리소통망,각종 커뮤니티 등 단속 사각지대에서 이뤄지는 불법유통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실제 저작권 침해 사례 발견 시 대국민 저작권 침해 신고사이트(copy112.kcopa.or.kr)에 신고하는 등 저작권 보호 활동을 수행한다.
문체부는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K-콘텐츠가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하게 뿌리내리려면 저작권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다양한 홍보 콘텐츠를 활용해 저작권 인식개선 캠페인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 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해외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과 재외공관, 세종학당 등 해외기관과 협력하고 베트남 등 해외 이용자가 참여하는 저작권 보호 캠페인도 추진해 해외 저작권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노력할 방침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저작물을 이용할 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경시하는 풍토가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국민 모두에게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콘텐츠 토양을 지켜내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자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이라며 “K-저작권 지킴이가 K-콘텐츠의 든든한 지킴이로서 저작권 존중 문화 확산과 저작권 보호 인식 개선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하영 기자 editor@kyosu.net김형숙 한양대 교수, MIT 미디어랩과 국제공동연구 추진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센터장 김형숙)가 지난 8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과 국제 공동연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 기관은 △한-케임브리지 간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 및 연구비 확보를 위한 제안서 공동 개발 △MIT 미디어랩의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팀 매칭 △공동연구팀 공간 제공 및 석-박사·박사후 연구원 인재 육성 등 국제 공동연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이날 체결식에 참석한 로잘린드 피카드 교수는 “한양 디지털헬스케어센터와 MIT 미디어랩은 감성 컴퓨팅 기술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향후 사용자의 장기적인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형숙 한양대 교수는 “오늘을 시작으로 MIT 미디어랩과 논의된 연구개발을 실천하고, 성과를 도출해 성공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멘탈 웰니스 분야의 글로벌 선도 연구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한국의 과학기술 인재를 MIT 미디어랩에 파견해 한국 인재의 두뇌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이제 현장에서 배운다”…
인제대 게임학과, ‘현장캠퍼스’ 개설인제대 게임학과가 올해 2학기부터 현장 캠퍼스를 운영한다.
인제대는 산학협력을 통한 실무중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공감오래콘텐츠(대표 윤민형)와 협력체계를 갖췄다. 지난 9일 김해시 내동에서 현판식을 열었다.현장캠퍼스 운영은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교육비전 실현의 일환으로, 지역 콘텐츠 산업발전과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추진됐다. 학생들은 실제 기업환경에서 수업을 받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현장 전문가로부터 실질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이형원 인제대 게임학과장은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게임 산업의 트렌드를 익히고,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라고 밝혔다.윤민형 ㈜공감오래콘텐츠 대표는 “인제대의 학생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기업의 전문성과 대학의 창의성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글로벌 시각과 로컬의 실천을 결합한 글로컬 인재 양성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번 현장캠퍼스 유치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업과 대학의 협력을 통해 지역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과 청년 정착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선대-탄소중립재단, ‘탄소중립 실현 선도’ 맞손
조선대와 탄소중립기업경영지원재단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지난 9일 조선대 본관 청출어룸에서 ‘혁신·공유·상생’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역량과 자원을 기반으로 상호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동반성장과 지속가능한 지방시대로 선도하는 데 협력한다.이날 협약식에는 조선대 김춘성 총장, 위성옥 대외협력부처장, 윤성도 교수와 탄소중립재단 김용범 이사장, 박범석 부회장, 최용국 사무총장, 이상호 한국제조플랫폼협회장, 세계명인협회 신창화 명인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은 △탄소중립 구축 시스템 가이드 및 지침 개발 협조 △탄소중립 관련 연구 및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협조 △글로컬대학30 추진을 위한 지역발전 연계 협력 활성화 △산-학-연-관 맞춤형 교육 및 연구 협력 활성화 △지산학협
력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력 등이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선도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대학교육 반영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김용범 탄소중립재단 이사장은 “조선대와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산학연관 맞춤형 교육 및 연구 협력 활성화를 통해 ESG경영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에 김주성 명예교수 선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에 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72세·사진)가 선임됐다. 임기는 지난달 19일부터 2027년 6월 18일까지 3년이다.
김주성 신임 이사장은 지난 1일 열린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회에서 호선됐다. 김주성 신임 이사장은 1991년부터 한국교원대 사회과학계열 교수로서 20여 년간 후학 양성과 학문 발전에 힘써왔다. 2012년에는 제9대 총장으로 선임돼 교원양성대학군에서 대학운영성과목표제 최우수 등급, 4주기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성과를 달성하는 등 대학 발전과 혁신을 위해 재임기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한 인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은 그동안 학계에서 쌓은 풍부한 학식과 덕망은 물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를 비롯한 주요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한남대 제2대 교수회장에 박문식 교수 당선한남대 제2대 교수회장에 박문식 교수(기계공학과·사진)가 당선됐다. 임기는 오는 8월 1일부터 2년이다.
한남대 교수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온라인 선거 결선투표 결과, 교원 전체 회원의 59.3%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박 교수가 59.9%를 득표해 교수회장에 당선됐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와 박사를 했다. 대우중공업 우주항공사업본부, 보잉민항기그룹의 경력을 거쳐 한남대 교수로 부임했다. 한남대 학술정보처장, 도서관장, 교양융복합대학 학장, 대학평의원회 의장, 공과대학 학장, 대전교수선교회 회장, 기독교학문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박 신임 회장은 교수회의 비전으로 학교 정체성의 주체, 정의상통(情意相通), 견제와 비판, 총의적 의제 설정 등을 제시했다. 그는 “교수회가 교수들의 것으로 기능하도록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 단과대학 교수회와 원활히 소통해 총의를 모으고 실행하는 굳건한 교수회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정승원 우석대 교수, 한국직업재활학회장 취임정승원 우석대 교수(재활상담학과·사진)가 한국직업재활학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7월 1일부터 2년이다.
한국직업재활학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정승원 교수를 제17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우석대학교 정승원 교수를 제17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정승원 학회장은 “장애인 재활 및 복지 관련 기관과의 연계 협력을 통한 학문의 심화 확장의 기회를 확대하고, 직업능력평가사의 법적·제도적 지위 확보를 위한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 학회장은 장애인 재활 및 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9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2023년 고용노동부 장관 표장을 받은 바 있다.이준헌 교수, 아시아태평양축산학회 최우수 연구상이준헌 충남대 교수(동물자원과학부·사진)가 아시아태평양축산학회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했다.
이준헌 교수는 지난 9일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축산학회 총회에서 제17차 AB/CAPI Outstanding Research Award를 받았다. 이 교수는 12일 시드니대에서 ‘가축 유전 자원의 중요성’을 주제로 특강도 했다.
이 교수는 충남대에서 토종닭과 재래 돼지를 포함한 한국 재래 가축의 산업화와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아시아권 재래 가축의 유전분석을 통해 우수한 유전 자원의 확보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종자 개발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이번 아시아태평양축산학회 최우수 연구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그는 2002년 충남대에 부임 이래 250여 편의 국내·외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30여 명의 석·박사 학생을 배출했다. 현재 한국동물유전육종학회 회장과 한국축산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김훈 순천대 교수, 한국응용생명화학회 학술상 수상김훈 국립순천대 교수(약학과·사진)가 지난 1일 제주에서 열린 2024년도 한국응용생명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제42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김훈 교수는 수상을 기념해 ‘유망 효소와 저해제들과의 동행: 셀룰레이즈부터 베타시크리테이즈1’수상 강연도 진행했다.김훈 교수는 탄수화물 분해 유용효소유전자 발굴과 발현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천연물과 합성유도체들을 대상으로 신경질환 치료 소재 발굴을 위해 관련 타겟 효소들의 저해제를 깊이 있게 연구해 왔다.
그 결과로 고삼, 참당귀, 꽈배기모자반, 서울귀룽, 다릅나무, 해녀콩, 식방풍, 구실잣밤나무, 지의류 및 해양미생물 등으로부터 다수의 우수 저해제를 선발했다.세계시민주의 지향하는 애국심… 인류의 마지막 끈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48
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가 「세계시민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9강은 김은주 연세대 교수(철학과)의 「생태 담론과 사유의 전환」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마이클 샌델은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의 한 원인으로 글로벌 금융이 정치적 통제를 받지 않고 과도한 경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서 그는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의 연대를 제안했다.
세계적 양극화 현상을 강화하는 글로벌 금융의 영향력을 시민의 연대에 기초한 민주적 통제를 통해 제어해야 한다는 샌델의 테제는 과연 가능한 일인가? 여기서 시민이 세계적인 금융 권력에 대항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하며, 그 동력은 무엇이고, 그 한계는 무엇일까? 이 강연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세계시민주의와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그 답을 모색하려 한다.우리의 주제는 우선 세계시민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세계시민주의의 지향점은 무엇이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묻게 한다. 오랜 역사를 걸쳐 발전해 온 세계시민주의가 오늘의 시점에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데, 여기에 대해 우리는 보다 정밀한 시선으로 글로벌 시민이라는 개념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의 조건”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상황에 부합하는 것이다.나아가 우리는 민족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민족·종족·부족 등의 개념과 애국심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민족주의의 동력이 되는 애국심은 때로는 파괴적 동력이 되고, 때로는 글로벌 연대의 힘으로서 작용한다. 특히, 민족·부족·애국심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우리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통해 민족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국가 제도를 통해 글로벌 정치 과정을 형성하는 것이 글로벌 조건에 부합하는 방향성이 될 것이다.
스토아학파, 세계시민주의 주창하다세계시민이라는 말은 견유파로 분류되는 디오게네스가 처음 사용했다. “어디서 온 사람인가?”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는 “kosmopolitēs”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직역하면 “코스모스 폴리스의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된다. 디오게네스의 '세계 시민'이라는 말을 받아서 세계시민주의의 철학을 발전시킨 스토아학파의 시대는 고전적 아테네 도시국가가 쇠퇴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 형성기에서 로마 제국의 발흥기까지의 시기이다. 스토아인들이 코스모스을 언급할 때 그 중심에는 보편적 인간이라는 개념, 혹은 형제 됨(brotherhood)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칸트는 세계시민주의의 “근대적 재창조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계시민주의는 세계화 시대의 보편 윤리 가운데 다시 등장한다.세계화에 따른 보편 윤리 기획이 스토아의 세계시민주의와 같지 않지만 이 둘 사이의 공통적인 점 하나를 짚어보아야 한다. 세계 질서의 자율성에 대해 견유학파와 스토아학파 사람들이 느낀 개인의 무력감과 오늘날 보편 윤리의 기획에 나타나는 세계화의 확산에 대한 개인의 무력감에 있어서는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세계화 현상이 20세기에 처음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데이비드 헬드 등의 학자들은 『전지구적 변환』에서 세계화를 크게 네 시기로 나누어 구분했다. 첫째는 지금부터 9천 년에서 1만 1천 년 그 이전에 이뤄진 각기 분리된 정착 문명의 중심지들이 서로 문명을 형성하고 권력을 확장하고 무역을 확대하면서 이루어진 세계화이다. 두 번째“민족과 민족주의와 연관된 애국심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민족을 폐쇄적 집단으로 만드는 연대적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을 넘어서 세계로 향하는 마음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기는 1500년~1850년경의 서양 근대 초기의 시기로, 유럽 국가의 제국주의 시기이다. 세 번째 시기는 1850년~1945년경으로 유럽 열강의 강화된 힘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광범위하게 세계적 네트워크가 구축된 시기이다. 네 번째 시기는 1945년 이후의 시기로 세계화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 시기이다.
오랫동안 세계사와 문명사의 중심 주제이던 인류 개념은 이제는 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이미 모든 사람의 시야에 들어와 있는 실체이다.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찰스 테일러는 우리에게 애국심과 세계시민주의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라며 “애국심이 필요한 이유는 강한 연대가 필요하고 세계시민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그 연대에 방향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그리고 이 인류는 부자와 빈자·권력자와 무권력자·항의자와 말 없는 자·신자와 불신자 등 극단적인 양극화된 모습으로 존재한다.
폐쇄·연대라는 두 얼굴의 민족주의인류는 단일한 동질적 문명을 형성하고 있지 않으며, 서양 근대 초기에 여겨졌던 것처럼 세계사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철학적 사유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회·문화·정치적 활동 각각의 현실 속에 현존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시민주의 과제는 이런 글로벌 조건을 배경으로 형성된다. 세계시민주의는 더는 추상적 보편성만을 지향할 수 없다. 세계시민주의는 다양한 인류 전체의 구체적인 관심에 헌신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인간의 이성 능력에 기초한 근대적 합리성의 관점을 넘어서서 비서구적 전통의 문헌을 정통한 것으로 여기고 그 타자성을 인정할 것도 요구받는다. 휴머니티 개념의 확장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계시민주의와 달리 민족주의는 나름의 이념의 체계를 지니면서 민족 집단의 행위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의 성격을 갖는다.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민족의 행위를 이끄는 원리와 방향성을 담고 그 원리에서 벗어날 때 집단적 비난과 징계가 이뤄지기도 한다. 오늘날 민족주의는 특정 민족국가 내의 민족 혹은 국민 전체가 민족주의 이념에 따라 집단적 행동을 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보다 민족주의는 한 국가 내의 특정 정체성 집단이 특정 정서를 집단 내 공유하면서 특정 목표를 추구할 때 매개로 작동한다.
민족과 민족주의와 연관된 애국심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민족을 폐쇄적 집단으로 만드는 연대적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을 넘어서 세계로 향하는 마음으로 작용하는 것이다.찰스 테일러는 우리에게 애국심과 세계시민주의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국심이 필요한 이유는 현실에 참여하고 행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세계시민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그 연대에 방향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한 사람에게 하나의 정체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체성이 있기에 그 가운데 어떤 정체성을 선택하고 충성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세계시민주의적 연대에 더 개방적이고 우호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공동체에 대한 책임, 인간·동물의 차이지상의 인간 공동체는 문화적으로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공동체들 사이는 상호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경제나 보편 윤리를 넘어 문화 혹은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이 평가 혹은 판단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가운데 공동의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행위이다. 다양한 개인이 함께 모여 정치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서 언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의사 합일을 해나가며, 합의된 생각을 바탕으로 공동 행위를 만들어 연대를 이루는 것이 정치의 일이다. 글로벌 시민의식을 통해 이루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것이다.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한 존재로 보는 진화론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도덕적인 존재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덕 혹은 세계시민주의와 같은 철학도 인간의 진화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진화론자 콘라드 로렌츠는 『공격성에 대하여』에서 동물에 대한 연구, 특히 공격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는데, 여기서 인간의 도덕성은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물론 인간은 많은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칸트에게서처럼, 동물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차별성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신념의 근거가 된다. 인간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생각할 줄 알고, 합리적으로 행동을 조정해 폭력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낸다. 그러나 칸트가 말하는 이러한 자율적 태도가 인간의 진화의 과정에서 이뤄진 선택 압력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고 로렌츠는 생각한다.인간만이 가진 합리적 책임감이 인간의 특수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갖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인간과 달리 맹수들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죽일 수 있는 살상 무기인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과 같은 것을 몸에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맹수의 경우는 서로의 살상으로까지 싸움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살상 억제 장치가 본능 속에 장착돼 있어 싸움이 상대를 죽이기 전에 승패를 나누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그런 살상 무기가 몸에 장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살인적인 힘을 오용하고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제어하는 장치 또한 본능에 장착되어 있지 않다.
글로벌 시민 교육, 타자와의 구체적 만남으로글로벌 시민의식은 세계시민 교육의 요소들에다 구체적인 만남과 대화의 필요를 추가해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넘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인식론에 의거해, 타자와의 구체적인 만남과 대화를 요구하는 교육이어야 한다.예를 들어 대학에서의 글로벌 시민 교육은 모든 학생의 전공 영역에서 규제적 의식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교양 교육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학에서의 가장 바람직한 글로벌 시민교육은 교환 학생이나 국제 봉사 혹은 단순히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형태로라도 실제의 글로벌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 어떤 시민이어야 하는가, 어떤 글로벌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 미래 인재들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에 기여할 것이다.엔비디아 긴장시킬 고용량·고성능 GPU 개발
정명수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
최근 대규모 AI 서비스 제공 최전선에 있는 빅테크들은 더 좋은 성능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모델과 데이터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추세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학습을 위해 수에서 수십 테라바이트(TB: 10의 12제곱 바이트)의 메모리를 요구한다.국내 연구진이 현재 AI 가속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에 맞설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 활성화된 고용량·고성능 AI 가속기를 개발했다. 정명수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팀(컴퓨터 아키텍처 및 메모리 시스템 연구실)이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인 ‘CXL(Compute Express Link)’이 활성화된 고용량 GPU 장치의 메모리 읽기/쓰기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만들었다.최신 GPU의 내부 메모리 용량은 수십 기가바이트(GB: 10의 9제곱 바이트)에 불과해 단일 GPU만으로는 모델을 추론·학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규모 AI 모델이 요구하는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GPU 여러 대를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하지만, 이 방법은 최신 GPU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과도하게 높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의 김동평 석사과정, 유어진 석사과정, 이상원 박사, 국동현 박사과정, 정명수 교수, 강승관 박사과정, 장준혁 박사과정, 배한여름 박사과정이다. 사진=카이스트
이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에 차세대 연결 기술인 CXL(Compute Express Link)을 활용해 대용량 메모리를 GPU 장치에 직접 연결하는 ‘CXL-GPU’ 구조 기술이 다양한 산업계에서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CXL-GPU의 고용량 특징만으로는 실제 AI 서비스에 활용되기 어렵다. 대규모 AI 서비스는 빠른 추론·학습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GPU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메모리 확장 장치로의 메모리 읽기/성능이 기존 GPU의 로컬 메모리에 준하는 성능이 보장될 때 비로소 실제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CXL-GPU는 CXL을 통해 연결된 메모리 확장 장치들의 메모리 공간을 GPU 메모리 공간에 통합시킴으로써 고용량을 지원한다. 통합된 메모리 공간 관리에 필요한 동작들은 CXL 컨트롤러가 자동으로 처리해주므로, GPU는 기존에 로컬메모리에 접근하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확장된 메모리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고가의 GPU를 추가 구매하던 방식과 달리, CXL-GPU는 GPU에 메모리 자원만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어 시스템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연구진은 CXL-GPU 장치의 메모리 읽기/쓰기 성능이 저하되는 원인을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모리 확장 장치가 메모리 쓰기 타이밍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GPU 장치가 메모리 확장 장치에 메모리 쓰기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GPU 로컬 메모리에도 쓰기를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즉, 메모리 확장 장치가 내부 작업을 수행 상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 GPU는 메모리 쓰기 작업의 완료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쓰기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또한 연구진은 메모리 확장 장치가 사전에 메모리 읽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GPU 장치 측에서 미리 힌트를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메모리 확장 장치가 메모리 읽기를 더 빨리 시작하게 돼, GPU 장치가 실제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는 캐시(작지만 빠른 임시 데이터 저장공간)에서 데이터를 읽어 더욱 빠른 메모리 읽기 성능을 달성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인 ‘파네시아(Panmnesia)’의 초고속 CXL 컨트롤러와 CXL-GPU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파네시아의 CXL-GPU 프로토타입을 활용한 기술 실효성 검증을 통해 기존 GPU 메모리 확장 기술보다 2.36배 빠르게 AI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오는 7월 산타클라라 USENIX 연합 학회와 핫스토리지의 연구발표장에서 결과를 선보인다.파네시아는 업계 최초로 CXL 메모리 관리 동작에 소요되는 왕복 지연시간을 두 자리 나노초(nanosecond, 109분의 1초) 이하로 줄인 순수 국내기술의 자체 CXL 컨트롤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최신 CXL 컨트롤러등 대비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파네시아는 고속 CXL 컨트롤러를 활용해 여러 개의 메모리 확장 장치를 GPU에 바로 연결함으로써 단일 GPU가 테라바이트 수준의 대규모 메모리 공간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정명수 교수는 “CXL-GPU의 시장 개화 시기를 가속해 대규모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의 메모리 확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추락한 신뢰
딸깍발이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아기가 팔이 부러졌는데 여섯 군데 응급실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치료받았어요.” 주말에 발생한 사고에 의사가 파업 중이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갑작스런 의대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다섯 달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대란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상황을 방치하고, 의료계는 전공의 이탈, 의대생 집단휴학,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일반진료 축소와 무기한 휴진을 강행하고 있다. 벼랑 끝 힘겨루기로 변질된 정부와 의료계의 대결 국면에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파업하는 의료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었냐”며 거리에 나와 호소하고 있다. 의사의 병원 복귀는 “시민의 부탁이 아닌 명령”이라고 절규한다.
소통이 불가능한 언어로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환자를 위해 의대를 증원해야 한다고 하고, 의사는 환자를 위해 의대 증원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모순과 역설의 상황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면 의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의료계가 처한 문제를 명확히 규명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데, 정부는 힘으로 졸속정책을 밀어붙였다. 의료계도 공공복리나 환자 케어를 우선 고려하기보다 의사면허 증가가 가져올 이해득실을 따져 극단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위태로운 사태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장차 “의사와 환자, 시민 간의 신뢰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라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캐치프레이즈를 떠올리게 되는 무더운 여름이다.
언제부턴가 의과대학은 블랙홀이 되었다. 전국 의과대학 서열에 따라 ‘성적 줄 세우기’로 학생을 뽑고 그 다음 순번으로 ‘SKY대학’의 다른 전공이 채워지는 구조가 되었다. 올해 서울대 1학년 휴학생 중 자연계열이 절반 이상이란다. ‘의대 진학을 위한 반수’일 수 있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자 강남의 학원가는 지역인재 전형에 관심을 둔 학부모를 위한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상품화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준비반이 개설되어 미적분을 가르치는 초배 속 선행학습이 성행하고 있다.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의사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정년 없는 직업이다.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들어간다면 확실한 보상이 예비되어 있어, 개인으로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투자다. 부모의 경제적 서열이 자녀의 대학 서열과 일치하는 시대에 의대 입학을 위한 조기 투자는 승률이 높은 도박이 돼버렸다.“의사가 살리겠습니다.”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의사들이 시위에 들고 있던 피켓 문구다. 해리 G. 프랭크퍼트는 『ON Bullshit』에서 우리 시대개소리 같은 말이 범람하는 현상을 분석한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는 관심이 없고 단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에게 교양교육을 했던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맡았던 글쓰기 수업은 의대생들의 수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였는데, 사회 이슈에 관심도 없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떨어져 놀랐단다. 직업적 소명 의식과 윤리 의식을 가진 의사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잘 모르는 국민에게 ‘의사들이 살리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와 환자는 영혼의 만남이다.” 가난과 전쟁으로 점철된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와 교육 봉사를 했던 이태석 신부의 말이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굳은 얼굴로 들어온 환자가 웃는 얼굴로 나가도록” 먼저 환자 손을 잡고 다독이며 유쾌하게 진료했다고 한다.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와 「부활」을 만든 감독은 이태석 신부가 일상에서 보여준 ‘경청, 진심, 무욕, 공감, 공동체 의식’이 서번트 리더십을 행동으로 실천한 사례라고 했다. 아프리카 제자 중 59명이 의사의 길을 가고, 이태석 신부가 했던 것처럼 환자들 곁에서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의료분란 상황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는 누구인가? “의사를 늘리겠다”며 대책이 없는 정부인가? “의사가 살리겠다”며 병원을 떠난 의사인가?출처=OCI 미술관갤러리 초대석
「데이터베이스」신종민, 스틸, 시멘트, 실크, 자석, 아크릴채색, 2023~4신종민 작가 전시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OCI 미술관에서 열린다.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오래된 디지털 게임이 연상되는 이곳은 작가가 그의 삶 속 인물과 공간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조각들이 모여 구축한 또 다른 세상이다. 이곳의 모든 존재는 현실 속에서의 정체성은 까맣게 잊은 채 낯선 맥락을 부여받았다. 아버지의 형상을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메시아로 묘사하고, 군 면제를 받은 친구에게 군복을 입혀 입대를 은유하며, 자신의 페르소나에 니케의 날개를 붙이고 권총과 기다란 검을 장착시켜 세계를 제패할 힘을 선사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22대 국회, 전문대학이 바란다
기고
강문상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 교수얼마 전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최근 대학가의 관심사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이다. 2024년까지 구축 완료되고 2025년부터는 운영된다. 라이즈와 새로운 재정진단 평가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이다. 그렇기에 규모가 작은 전문대학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라이즈에서는 교육부에서 담당하던 대부분의 국고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지·산·학·연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업에 투입된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동등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 사업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사업을 구분해 왔다. 최첨단 신산업은 일반대학을 위주로, 기술 중심 및 성인학습자 평생교육 사업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국고 사업이 지자체로 넘어간 상황에 이런 방식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2025년부터 시작되는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관평가 인증을 통과하고,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도 통과해야 한다. 기관평가 인증은 전문대학이 수년간 진행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재정진단 평가는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일반대학에 비해 낮고, 대학재정 규모 또한 작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현 평가기준에서는 전문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지역을 유지시키고, 뿌리 산업을 지탱해 온 것은 전문대학이었다. 대한민국 직업교육의 미래를 위해 전문대학이 준비한 ‘제22대 총선대비 전문대학 정책 아젠다’연구를 통해 도출된 내용 중 22대 국회에 두 가지를 요청한다.
첫째, 지역의 평생직업교육 체계 강화를 위한 직업교육 기본법 제정을 요청한다.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은 아쉽지만 교육내용과 경력 개발이 단절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직업교육 관련 사업이 분절되고, 직업교육 참여 기회가 불평등하다. 그 이유는 직업교육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 대상에 따라 교육기본법에 정의를 내리고 각각 해당 기본법을 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아교육에 대해서는 유아교육법을 제정했고 초·중등 교육은 초·중등교육법을 제정해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고등교육에 관해서는 고등교육법이 정해져 있다.평생교육 분야는 교육기본법 10조에 언급되어 있고 평생교육법을 제정했다. 직업교육은 교육기본법 제21조에 언급되어 있으나, 직업교육법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직업교육법이 없기 때문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기능의 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간 일부 교육의 중복으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직업교육법 제정은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 21대 국회에서 가칭 ‘직업교육법 발의’가 있었으나,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폐기됐다. 지역 인재 육성을 통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학습-삶’이 연계된 직업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직업교육법 제정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둘째, 직업교육기반 유학생 지역 정주 지원을 위한 비자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법무부에서는 외국인 정주를 위해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춘 지역 우수 외국인에게 인구감소 지역에 거주 및 취업·창업하는 조건으로 거주(F-2)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F-2 비자와 유사하게 전문대학을 통해 양성되는 지역산업·전문기술 인재의 장기근속 및 지역 정주를 촉진하기 위하여 전문대학 졸업생에게는 ‘지역 우수인재(F-2-R) 체류 자격’의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전문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신분의 직업 활동을 보장해야 재학 중 불법 체류가 줄어들 것이다. 또 전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들이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 기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학령기 학생 자원과 성인학습자 자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역 뿌리 산업을 유학생 자원을 통해 이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결론적으로 라이즈체계에서 전문대학이 직업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사업 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직업교육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 활동 보장을 위한 비자제도 개선을 통해 전문대학은 입학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대학재정 운영도 가능해진다. 직업교육은 국가 발전의 지지대가 마련되는 교육 영역이고 전문대학의 지속이 국가 및 지역경제를 유지·발전시킬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에서 이런 법안들이 논의되고 준비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벼랑에 선 어느 교수의 정치적 요구
고슴도치와 여우
대학문제연구소 칼럼고영남인제대 법학과 교수그’의 정치적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평택대와 그 학교법인(피어선기념학원)의 민주화 과정에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교수다. 2012년부터 시작된 교육부의 종합감사와 법인이사장의 교비 횡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그리고 사학을 사유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학의 부실화를 초래한 이사회가 해체되면서 시작한 2018년의 평택대 학교법인 임시 이사 체제는 민주화의 진통을 겪다가 마침내 2022년 정상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평택대는 특히 지난 20여 년 전부터 한국의 교수집단을 위계화해온 비정년트랙 제도를 최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보기 드문 성과를 내면서도 유독 ‘그’에 대해서는 2017년 발생한 어떤 일을 이유로 해임하였고, 그 처분이 과다하므로 취소하라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과 재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반복하여 제기하고 있다.
‘그’의 행위가 해임처분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현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법원의 견해가 다르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징계의 사유는 사실의 문제이므로 내버려 둔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에 대한 평가, 즉 징계의 양정은 그에 비례해야 하고 과잉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대학공동체의 동질성에 기초하여 그 과잉의 금지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린다면 그 공동체를 대학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의 책무는 모든 구성원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학교법인 측의 입장문을 보면, ‘그’를 향한 해임처분에는 사실과 판단의 혼동, 그리고 ‘평택대 교육공동체’에 관한 심각한 오해와 왜곡이 한몫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의문은 지난 10여 년간 평택대의 민주화와 공공성, 그리고 평택이라는 지역공동체와의 연대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활동한 ‘그’를 왜 대학 공동체에서 완전히 배제하려고 하는가이다.
경제적 이유·차별·위계 등으로 고등교육의 책무성을 버리는 일이 허다한 요즘이기에 그 흔한 ‘사라지는’ 또는 ‘사라질지 모르는 대학의 공동체’를 붙잡고 애원하는 일 자체가 애처로울 수도 있겠지만 ‘사라지지 않을 대학의 공동체’를 끊임없이 상상하는 것은 차라리 실천적 정치 사유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렇다면 ‘그’에 대한 학교법인 측의 해임처분처럼, 사립대학의 민주화와 공공성에 관한 ‘그’의 정치적 요구를 ‘외로운 늑대’의 외침으로 치부해버리는 전체주의적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 사립대학에서 학문의 자유에 토대를 둔 교수와 학생의 공동체가 대학의 자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의 자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역사적으로 있었다. 그다음으로, 그런 관념이 지금에 이르러서도 법적·정치적으로 체제화되어야 한다는 지배적 사고가 그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대학공동체의 갈등 없고 차이 없는 내적 조화를 약속한다. 그것은 대학이 자기 안에서 동질적이며 아무런 문제도 없고 차이도 없는 것으로, 그리고 그에 걸맞게 오로지 외부로부터만 방해받거나 문제시될 때 나타난다. 내부의 강력한 이질성은 외과수술식으로 잘라내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학공동체는 그 자체로 이미 존재하거나 그대로 재현되어야 하는 일사불란한 완성의 형태가 아니다. 대학공동체는 누군가가 소유, 지배 또는 생산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이미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고 그 안의 균열과 이질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가운데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대학공동체는 강요된 가상의 동질성이 아니라 내적 차이, 실존하는 구성원들의 특수성으로 구성됨을 전제한다. 특히 대학공동체의 경우 다양성을 부정하는 집단적 통일성은 애초 가능하지 않다. 통일된 하나로 생성하려면 불가피하게 모든 내적 차이를 부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의 민주화와 공공성을 향한 ‘그’의 자유로운 정치적 사유와 요구를 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대학이라는 공동체에서 불거지는 다양한 갈등에 관한 구성원의 문제 제기는 매우 정당한 정치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대학 구성원의 정치는 대학이라는 공동체 그 자체를 다루는 민주주의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공동체에서도 그 정치는 공동체적 실존의 물음을 계속해서 논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를 둘러싼 우리의 중요한 성찰은 징계,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그리고 행정소송의 반복에 포위되어 발생하는 좁은 정치적 결정의 점차적인 분해에 직면하여 대학을 정치적 요구가 경합하는 장소로 다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실천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이다. 그의 이름은 ‘선재원’이며, 그는 여전히 평택대의 빛나는 교수다.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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