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연구비 1%…법인은 연구역량 강화 위해 얼마나 기여했나
위기의 사립대학, 법인평가로 극복하자
대학 R&D와 법인의 기여도 ❺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연재 순서
① 사립대학, 어떻게 살릴까?② 대학법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③ 대학통계에 숨은 평균의 함정④ 전임교원 확보율의 불편한 진실⑤ 대학 R&D와 법인의 기여도⑥ 말 많은 교비적립금의 실체⑦ 우수 사학법인의 기준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공인했다. 이 소식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커다란 자긍심을 느꼈다. 대한민국 성공 신화의 원동력으로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교육입국’을 통한 인재 양성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입국’의 기치 아래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정신이다.
교육입국과 수출입국을 가능케 한 원천은 바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자식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했던 부모들처럼 비상시국에도 정부는 국가 R&D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10.9%,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13.8% 증액하였다. 이처럼 R&D 예산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정부가 지켜야 할 성역이라고 생각했고, 국민은 그 결정을 존중하였다. 그런 소중한 의미를 담은 2024년 국가 R&D 예산이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말 한마디에 전년 대비 14.8%나 삭감되었고, 과학기술계·대학·연구소의 모든 구성원은 일대 혼란과 충격에 휩싸였다. 각계각층의 국민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비판과 우려를 거세게 제기했다.교내연구비, 10년 새 30.8% 삭감이번 사태를 계기로 필자를 포함한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의 대학정책팀은 대학의 연구비 상황 전반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관련 통계와 지표를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 느끼거나 추정하고 있었던 불길한 예서울 주요 사립대학 연구비의 75% 이상을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제공한다. 국가가 연구비 지급을 통해 공공재인 사립대학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명색이 사립대학의 주인인 법인은 정부 역할의 10%라도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전국 사립대학 전임교원의 1인당 교내연구비 평균치는 2011년 1천207만 원에서 2021년에는 835만 원으로 감소하였다. 2011년의 평균치도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데, 그마저도 10년 새 30.8%나 삭감되었다. 이미 대학에서는 연구역량 강화는커녕 연구환경이 위축되고 있었다.
교육부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표방하며 대학평가를 시행한 지 30년이 되었다. 그런데 대학평가 지표에서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인 연구역량에 관한 평가와 반영률은 극히 미미했다. 대신 이번 연재 4회(6월 10일자)에서 지적한 것처럼 ‘ 전임교원 확보율·재학생 충원율·취업률’이 대학평가의 3대 지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많은 교수가 학생 유치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 억지로 동원되었고, 일부 대학에서는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를 대학의 생존에 무관심한 이기주의자로 폄훼하기도 하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의 핵심적인 연구기능이 끊임없이 약화하거나 심지어 소멸까지 우려되는 징조가 나타났다.학생 유치와 취업률…연구비 수주 경쟁이런 기이한 상황과 모순되는 제도가 바로 교수의 임용과 업적 평가이다. 전국 모든 대학에서 교수의 임용과 승진, 연봉과 정년 보장의 기준은 연구 실적으로 결정된다. 그렇다 보니 대학본부는 생존과 대학평가를 위해 학생 유치와 취업률에 사활을 걸지만, 연구자는 임용을 위해 교수는 승진과 연봉을 위해 논문 작성에 여념이 없는 구조적 모순이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나아가 교수의 연구 활동이 기관에 의한 강요의 측면이 커지면서 교수 사회 내부에서도 교수가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 능력 향상이 큰 관심사로 부상하였고, 외환위기를 계기로 교육부의 통제와 감시, 언론기관의 평가 압박 하에서 경쟁체제가 강요되었다. 임용·승진·재계약 조건으로 논문 편수가 절대적 기준이 되었고, 그 기준은 빠르게 강화되었다. 교수들은 기준을 충족하기에 급급했고, 논문 생산량에서 뒤처지는 전공은 점차 도태되었다. 이런 반전 속에서 교육과 학문의 공동체로서 대학 본연의 모습은 빠르게 무너져갔다.한편,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자 사립대학은 재정을 벌충하는 수단으로 교수들을 연구비 수주 경쟁의 이전투구로 밀어 넣었다. 경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만 학문 영역에 따라 연구비 수주에 불리한 학과는 존재마저 위협당하면서 10여 년에 걸쳐 학과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이공계의 연구개발비 총액 대비 1%를 겨우 넘는 인문계의 1년 예산을 고려하면, 인문계 학과들의 통·폐합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선진국 대한민국의 출산율·자살률·행복감 등 각종 사회적 지표의 악화가 인문계 학문이나 인문학적 사고를 도외시한 결과는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국가 존망의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비 정책의 일대 전환을 기대해 본다.
연구환경 위해 법인은 무엇을 하였나나아가 연구환경 악화는 우리나라 사립대학 체제의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85%를 차지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판례와 결정문을 통해 사립대학이 법인의 소유물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법인은 대학의 주인임을 자처하고 재정권과 인사권을 휘두른다. 하지만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법인이 무엇을 하였는지 확인하기는 무척 어렵다.사립대학의 재원은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 국가가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교수들이 쟁취하는 연구개발비, 부속병원의 수입, 법인전입금(연금과 4대보험 등)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사립대학의 예산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우선 국가가 개별 학생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수입으로 처리해서(국립대학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중 계상되는 회계상 문제가 발생한다. 부속병원 예산도 대학 예산에 포함하는데, 대다수 병원 예산이 대학의 (교비)예산보다 더 커서 통계상의 왜곡을 심하게 증폭시킨다.(국립대학은 대학병원 예산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런 부풀리기를 통해 법인의 기여도가 아주 큰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성균관대, 교내연구비 6.3% 최고그렇다면 사립대학의 재원 가운데 교내연구비의 비중은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교비운영수입대비 교내연구비 비율은 그저 참담할 따름이다. [표1]에서 나타나듯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이 대체로 고작 3∼6%에 지나지 않고, 그 외 거의 모든 대학은 1% 내외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부산·경남의 사립대학은 하나같이 1% 미만이다. 사립[표1] 2023년 서울 주요 사립대학 운영수입 대비 교내연구비 비율 ( 단 위: 명, 천 원)
순위 학교명 학부 및 대학원재학생수운영수입(교비회계)전임교원수(의학계열 포함) 교내연구비 전임교원 1인당교내연구비운영수입 대비교내연구비 비율1 성균관대 27,941 516,610,046 1,520 32,797,943 21,578 6.32 이화여대 21,849 316,122,198 981 15,846,782 16,154 5.03 한양대 24,707 405,967,725 1,150 19,998,526 17,390 4.94 중앙대 29,912 378,337,576 1,152 15,973,074 13,866 4.25 고려대 30,320 561,522,071 1,525 23,629,292 15,495 4.26 연세대 32,413 853,232,591 1,746 28,612,256 16,387 3.47 경희대 34,535 461,542,757 1,396 13,876,346 9,940 3.08 동국대 17,607 228,674,111 681 5,562,598 8,168 2.49 홍익대 21,967 289,748,546 721 6,450,788 8,947 2.210 한국외대 19,228 216,624,856 633 4,091,030 6,463 1.911 국민대 18,320 225,454,738 663 3,480,167 5,249 1.512 건국대 19,996 255,313,751 623 2,937,965 4,716 1.2*출처:한국대학평가원[표2] 서울 주요 사립대학 교외연구비 대비 정부 지원 연구비 비율 ( 단 위 : 명, 천 원)
순위 학교명 학부 및 대학원재학생수전임교원수(의학계열 포함) 교외연구비 전임교원 1인당교외연구비중앙정부 및지자체 연구비중앙정부 및 지자체연구비/교외연구비 비율(%)1 한국외대 19,228 633 19,227,179 30,375 17,794,982 92.62 동국대 17,607 681 78,876,513 115,825 70,366,468 89.23 이화여대 21,849 981 126,176,873 128,621 109,995,713 87.24 국민대 18,320 663 77,146,922 116,360 66,917,084 86.75 건국대 19,996 623 84,014,165 134,854 71,789,035 85.46 홍익대 21,967 721 35,770,600 49,612 28,796,013 80.57 한양대 24,707 1,150 270,436,411 235,162 216,232,886 80.08 중앙대 29,912 1,152 176,638,127 153,332 139,461,731 79.09 경희대 34,535 1,396 172,641,141 123,668 134,060,282 77.710 고려대 30,320 1,525 442,601,453 290,230 340,302,791 76.911 연세대 32,413 1,746 503,897,120 288,601 373,654,537 74.212 성균관대 27,941 1,520 490,362,161 322,607 362,539,615 73.9*출처:대학알리미대학이 운영수입 일부를 비축하여 쌓은 교비적립금 가운데 연구적립금의 규모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 법인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이 심각하고 유휴시설이 늘어난다고 호소하면서도 교비적립금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건축적립금에 할당한다.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 연재 6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더불어 연구적립금 문제와 관련지어 교육부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입학정원 한 명까지 온갖 간섭을 마다하지 않는 교육부가 유독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어떠한 실효성 있는 정책에도 무심하고, 법인에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부 무용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립대 연구비 75% 이상을 정부·지자체가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는 필요불가결한 사안이다.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모든 학문 분야의 새로운 위상 설정과 사회적 기여는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새로운 이론과 AI 등 첨단기술, 학문 간 융합, 신기술의 윤리적 성찰, 사회통합 등 대학이 담당해야 할 연구 영역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미 살폈듯이 사학법인의 역량 부족과 의지 결여, 그리고 심지어 연구자로서 교수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행태로는 이런 과업을 실천할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립대학 연구기능 강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2]는 서울 주요 사립대학 연구비의 75% 이상을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기록이 없는 전국의 18개 대학을 제외하면 이런 모습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법인이 사립대학의 주인이라고 할지라도 국가가 연구비 지급을 통해 공공재인 사립대학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색이 사립대학의 주인인 법인은 정부 역할의 10%라도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구기능을 상실한 대학이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이론과 기술의 산실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은 향후 대학평가에서 법인이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부산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에서 영어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기술교육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거쳐 한국사립대학 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주로 언어와 학습심리 및 언어교육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역서로 『욕망의 진화』 등이 있다.인사이트
학술총서 01역설적이지만,제5공화국은 한국 민주화에 중요한 시기였다이 책은 제5공화국의 정치사적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 시도이다. 어두운 기억과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고 해도, 제5공화국 7년 동안 우리 사회는 그 나름의 변화를 겪었다.jj140×210 ] 536쪽 ] 32,000원 ] 979-11-5707-613-0저자 강원택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후 영국 런던정경대학(-4&)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서출판04000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19길 52-7 PS빌딩 4층 문의]02-725-8806이메일]jhs8807@hanmail.net 블로그]blog.naver.com/jgonggan대학은 “네거티브 규제로 더 많은 규제 개선을”
교육부, 2022~2024 대학규제103건 개선
▶ 1면에서 이어짐반면 정부의 더 많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103건의 규제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을 규제하고 있는 법 항목도 많다는 의미”라면서 “교육부가 법에 가능한 부분을 일일이 명시해 놓는 방식이 아닌 하지 말아야 할 부분만 명시하고 다른 모든 건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인성 사무처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무전공제 확대 등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대학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4대 요건을 더 완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교육부는 ‘더 큰 대학 자율로 혁신 허브 구축’(국정과제 83번)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방향에 따라, 103건의 대학규제를 개선했다. 주요 개정 내용과 시행 시점 등을 정리한 자료집도 발간했다.전임교수 주 9시간·학과 원칙 폐지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교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변화들이 눈에 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임교원의 교수시간 ‘주 9시간’ 원칙이 폐지됐고,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에 따라 학과(부)의 신설·통합이나 학과 등의 입학정원 조정 시교원 확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도 기존 1/5에서 1/3로 확대됐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대학도 입학정원이 늘었다. 대학 입학정원 증원이나 감축 기준이 완화됐다.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원 학과 개편 및 정원 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하고자 정원 증원 시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 관련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고, 석·박사 학위과정 간 정원 상호조정 비율을 기존 2:1에서 1:1로 바꿨다. 학부와 대학원 간 정원 조정 시 학부생 충원율과 학부 정원 감축 요건도 폐지됐다.학생의 전공선택권도 강화됐다. 이전까지 대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만 가능했던 전과를 학년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개선했고,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제) 시행을 위해 학과·학부 조직 원칙도 폐지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과정을 부담 없이 적은 학점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소단위 전공과정’(마이크로디그리) 운영 근거도 마련됐다.첨단분야 확충·학교법인 재산처분 완화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첨단분야 학과 증설과 정원 증원을 위한 규제 개선도 이뤄졌다. 첨단분야 학과 증설(정원 증원)을 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고시 기준에 충족하면 4대 요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고, 교원 확보 기준도 완화했다. 비수도권 대학에는 대학원 결손 인원을 첨단분야 학과 신설 및 정원 증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학교법인의 재정회계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기준이 연간 학교 회계 운영 수익 총액에서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으로 변경됐고, 기본 재산 처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됐다. 사립학교의 교육용 기본재산의 경우 다른 교육용 기본재산을 취득하거나 교지·교사 확보 기준을 초과하면 처분할 수 있도록 했고, 학교를 이전할 때 학교법인이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재산을 기존 교지·교사·체육장에서 실습 또는 연구시설까지 확대했다.한편 교육부는 대학의 우수 혁신 사례를 공유·확산하기 위해 ‘대학규제 혁신 우수 적용 사례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학규제 개선성과를 바탕으로 해당 대학이 추진한 사업·프로그램 사례 또는 학칙 등 규정을 개정한 사례 등의 내용을 작성해 다음 달 26일까지 교육부로 제출하면 된다.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2022~2024 대학규제 개선 주요 내용
교육부는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국정과제 83번)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방향에 따라, 지난 2년간(2022년 5월 ~ 2024년 5월) 103건의 규제(24개 법령 등 제·개정)를 개선했다. 주요 개정 내용을 정리했다.대학 내 벽 허물기
- 학과·학부 조직 원칙 폐지- 전임교원 교수시간 주 9시간 폐지- 겸임·초빙교원 활용 비율 확대(1/5→1/3)학생 전공선택권 강화- 전 학년 전과 가능- 무전공·소단위 전공과정 근거 마련- 온라인 학위과정 모든 분야 가능입학정원 유연화- 첨단분야 학과 증설·정원 증원 요건 완화- 입학정원 감축 기준 폐지- 입학정원 모집유보제 근거 마련대학 통폐합 활성화
- 국립대 통폐합 절차 근거 신설- 국립-공립대 통폐합 근거 마련- 둘 이상 국내·외국대학 공동과정 허용산학협력 강화- 산업체·연구기관 학교 밖 협동수업 허용- 학교 밖 이동수업 사전승인제 폐지- 산업체 위탁교육, 석·박사과정까지 확대학교법인 재정회계 규제 완화- 초과 유휴교사 임대 허용- 수익용 기본재산 충족 기준 완화- 학교법인 기본재산 처분 규제 완화※출처 : 교육부, 2022~2024 대학 규제개선 성과 자료집, 2024년 6월.무너지는 거인 미국, 깊어가는 한국의 고심
글로컬 오디세이
성일광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대우교수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는 국제정세 안정에 득일까 실일까. 2년 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
월 촉발된 가자 전쟁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중국 포위를 위해 미국의 외교정책의 목표를 아시아로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전략 수정은 중동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를 불러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중동에서 불기 시작한 ‘아랍의 봄’ 즉 반정부 시위가 시리아로 번져 내전이 발생하자 비개입정책을 고수했다.
미국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자국민을 상대로 고문과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한 것도 모자라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개입하지 않고 화학무기 반출에만 신경을 썼다.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대가 호즈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극렬한 시위를 벌이자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켜주지 않았다.무바라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지원은 물론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하면 버선발로 달려와 휴전을 중재해 온 미국의 대중동 정책의 중요한 우방 역할을 해왔다. 그런 무바라크를 오바마가 버렸다는 사실은 역내 다른 아랍 국가 지도자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 미국은 도와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아랍 지도자는 미국 외 다른 든든한 우방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2019년 이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정유시설 2곳을 타격해 원유 생산에 큰 차질을 불러왔다. 하루 원유 생산량이 반토막 나고 파괴된 시설을 보수하는 데 반년이 걸렸다. 미국이 사우디 안보를 지켜주겠다는 오래된 약속은 일개 순항미사일과 드론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게다가 이란이 아람코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미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사우디의 실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최신 무기를 이스라엘에게만 제일 먼저 판매하는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함을 절감했다.2021년 아랍에미리트(UAE)는 중국의 5G 통신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며 압박하는 미국에 F-35 최신 전투기 도입을 중단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이 F-35 판매를 지렛대로 자국 통신장비구입 계약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 증산 결정을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증산으로 인한 유가 하락은 재정수입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요청이었다.
지난해 3월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 관계 회복 중재에 성공해 7년간 외교관계를 단절했던 두 국가는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중국이 역내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한 기념비적 업적이었다. 미국이 아닌 중국이 이란-사우디 관계 복원을 성공시킨 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변화였다.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는 반미라는 기치 아래 뭉친 새로운 반미 연대를 불러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진 이란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드론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2022년 이후 러시아는 이란산 드론 3천700대를 배치하고 이란의 기술 지원으로 매달 330대의 드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 시설을 더 늘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은 물론 250만 발 이상의 탄약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여기에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도입해 두 국가의 재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반도체·전자기기와 통신장비를 러시아에 제공하며 돕고 있다. 중국·이란·북한의 러시아 지원은 전장에서 러시아의 입지 강화는 물론 우크라이나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모스크바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로 형성된 새로운 반미 연대는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더군다나 북한이 여기에 적극적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중국과 미국의 안보 경쟁은 대만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서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가자 전쟁 이후 바이든이 보여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지지는 질투가 날 정도며 유사시 한국도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산업 다각화뿐만 외교 다각화로 부를만한 걸프 아랍 국가의 외교술 또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CHOSUN UNIVERCITY
SINCE 1946100 years with the region, To the future with our students‘디지털 역사학’ 연구자는 과학저널에 투고해야 하나
디지털 역사학의 물결
디지털 인문학의 최대 난제와 돌파구 ❼
우동현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디지털 인문학(DH)에 거는 기대가 크고 유관 성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 지원도 ‘디지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제목의 과제를 선호하는 듯하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DH와 디지털 역사학(DHis)은 아직 분야를 정의할 만한 획기적인 결과물을 내진 못하고 있다. DH의 진전을 가로막는 어려움과 그 돌파구를 DHis를 중심으로 살핀다.
연재 순서① 디지털 인문학이란 무엇인가?② 디지털 역사학의 역사③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1 미국④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2 유럽⑤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3 동아시아⑥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4 국내⑦ 디지털 인문학의 최대 난제와 돌파구⑧ 디지털 역사학의 가능성과 전망2018년 4월 유서 깊은 다학제 과학 저널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프랑스 혁명사를 주제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프랑스 혁명기 논쟁의 인물, 기관, 혁신」(이하 「논쟁」)이라는 제목으로 인디애나주립대의 연구자 4명이 함께 썼다. 공저자인 레베카 스팽은 유럽사 교수이고 교신저자는 프린스턴대에서 천문물리학을 전공한 인지과학자였다. 「논쟁」은 대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데이터과학자·역사학자·천문물리학자가 같이 쓴 「논쟁」은 근대 민주주의의 원형인 프랑스혁명 초기(1789년 7월~1791년 9월) 국민제헌의회에서 나온 천여 명의 4만4천913개 연설문을 분석해 담화의 혁신을 추적했다. 핵심 주장은 보수주의자들이 전통적인 생각에 집중한 반면, 급진주의자들은 단명할 새로운 개념을 화두로 던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급진주의자인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 같은 이들의 영향력 아래 국민제헌의회는 새로운 토론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편향됐다는 것이다.「논쟁」은 DHis가 문필 공화국 지도화처럼 전산화된 빅데이터의 시각화에 머문 시기에 나왔고, 출간된 해에 11회, 그 이듬해에 17회 인용되며 역사학 논문으로는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다. 논문의 참신성을 인정받아 공저자들은 2019년 미국 국립과학원 연례 회동에서 저명한 생화학자이자 『PNAS』의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스 코자렐리를 기리는 상을 받았다.인문학계에서 인정받는 전산학 논문이 있을까한편 기존 역사학 연구자들은 「논쟁」을 흥밋거리 이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의회 내 여론의 추이를 계량 분석하는 방법론을 선보였지만, 논문의 내용이 기존 연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였다. 권윤경의 정리에 따르면, 스팽은 영미권 사학자들의 논평에 대해 “계량 연구는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담화 패턴이 수용되고 전파되는 양상을 볼 수 있는 대안적 관점을 제공”하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유서 깊은 다학제 과학 저널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프랑스 혁명기 논쟁의 인물, 기관, 혁신」 논문이다. 오른쪽은 『The Historical Journal』에 실린 DHis 논문이다.
DHis 연구가 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는가? 이는 기존 인문학자·역사학자들이 부리는 텃세만은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움을 강조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물론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가까운 미래에 나올 것 같지 않다.
융합적 협업을 통한 계량(디지털) 분석에서부터, 권위 있는 과학 저널 게재 및 수상, 기존 인문학자들의 날카롭지만 정당한 평가, DHis가 대안적인 관점을 제공한다는 답변에 이르기까지 「논쟁」을 둘러싼 논의의 궤적은 오늘날 DH의 학술적 실천이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경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쟁」이 보여주듯, 역사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정작 그 결론이 역사학계가 아닌 과학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와 관련해, 인문학계에서 인정받는 전산학 논문이 있을까? DH나 DHis 연구자들은 과학 저널에 투고해야 하는 것일까?「논쟁」이 분석한 연설문 DB처럼, DHis에서 전산화된 데이터의 존재가 가진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미 여러 학자가 지적했듯, 그런 빅데이터는 이른바 선진국 학계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다.
DH의 통찰은 과연 새로운 것인가영미권에서 가장 저명한 역사학 저널 중 하나인 『The Historical Journal』에 최근 DHis 논문이 게재되었다. 이 연재에서 소개한 루카 숄츠나 미코 톨로넨의 연구이다. 두 연구자는 각각 독일 중세사와 영국 근대사의 빅데이터를 계량서지학적으로 분석했는데, 빅데이터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DH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난제는 인식론에 관한 것이다. 「논쟁」에 대한 영미권 학자들의 반응처럼, DH나 DHis 활동의 결과물(대개 논문이나 저서)이 제공하는 통찰이 과연 새로운 것인지에 관한 질문은 필연적이다.
DHis 연구가 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는가? 이는 단순히 기존 인문학자·역사학자들이 부리는 텃세만은 아니다. 다만 DH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움을 강조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물론 이에 대한 명쾌한해답은 가까운 미래에 나올 것 같지 않다. 이러한 고민을 한국 학자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학계의 크기와 지원의 규모에서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돌파구는 만들기 어렵다.‘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돌파구는?그렇다면 돌파구는 무엇일까?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에서 지난 5월부터 발행하는 『디지털인문학』이 내건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공유”라는 목표는 의미심장하다. 비록 영미권이 선도하는 DH이지만,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사료(史料), 즉 역사 데이터의 존재론을 누구보다 깊고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들이다.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다면 “새로운 지식”은 의외로 빨리 나올 것이다.협업을 가능케 하는 넉넉한 재정적 지원과 행정 의무의 축소, 한국발(發) “새로운 지식”을 세계에 확산할 수 있는 영어 글쓰기가 중요하다. 물론 이 돌파구는 인문학의 위기만큼이나 오래된 내용이지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을 것이다.UCLA에서 과학기술사(북한-소련 관계사)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The Historical Journal』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이 게재됐다. 2023년 8월부터 한국역사연구회에서 디지털역사학연구반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연구실 주소는 https://sites.google.com/view/thenlab.인문학의 상상력, 이공계 기술력과 협력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인문사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➒
인문사회학의 미래
노영희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 센터장 (교육부·한국연구재단)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요즘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핫 이슈는 대학입시에서 무전공·자율전공 확대 전형이다. 2025학년도 ‘전공자율선택제 중점 추진 대학’으로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교대·특수목적대 제외) 총 73개교에서 3만7천935명을 자율전공으로 모집한다. 총 모집인원의 28.6%이며,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각 대학은 교육부가 무전공을 확대할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전공자율선택제가 도입되면 모든 학생의 기초소양과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기초학문의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하지만 인문사회분야 교수들은 어쩐지 불안불안하다. 2010년부터 진행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때마다 희생을 강요받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이런 흐름의 근저에는 세상이 순수학문보다는 실용학문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상상력”을 부르짖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상력’의 효용을 입증하라는 요구에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상상력은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절박성과 집중력으로부터 나오고, 시장에서 그걸 받아들일 때 효용이 생긴다.학과의 생존은 수요자인 학생의 선택에 결정된다. 인문사회 분야 교과과정에도 이공계, 특히대학의 무전공·자율전공 전형의 근저에는 융합연구·교육이라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압박이 깔려 있다. 인문사회학의 미래는 이러한 도전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혁신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전환기술을 받아들이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과제로 선정된 예비과제 리스트를 보면 인문사회적 상상력에 인공지능 등 디지털 전환기술을 접목한 연구가 많이 보인다. 학문 간 경쟁은 평등의 영역이 아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학문 간 경쟁은 평등의 영역이 아니다우리는 디지털·바이오·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와 문명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문사회학의 역할과 중요성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문사회학은 보편학으로서 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에 대응하여 현대적 재구성의 의지를 발휘할 때 비로소 미래 학문으로서의 선도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기후변화·지방소멸·저출생·사회적 양극화 등은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다. 건강한 사회의 건설이 보건의료학 분야만의 영역이 아니다. 인문사회적 상상력·통찰력과 이공계의 기술력이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과학기술 난제 해결하는 ‘융합연구’를오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인문사회분야 지원사업의 성과를 공개하고, 주요 학회·연구소가 참여하는 인문사회 EXPO가 열린다. 인문사회분야의 상상력과 효용성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은 융합 연구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통해 가능하다. 과학기술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융합 연구를 통해 얻게 될 것이다.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창의·융합형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23년부터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HUSS)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 사회변화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한 인문사회 기반 융합인재를 대학에서 경쟁력을 갖추어 적극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양성하려는 인재는 ①디지털(디지털 시대의 가치와 규범) ②환경(기후위기 시대의 공존과 상생) ③위험사회(위험 사회에 대한 국가 전략 모색) ④인구구조(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생활세계의 대응) ⑤글로벌·문화(글로벌 사회와 선도형 문화·예술 창신) ⑥지역(지방시대에서의 지역가치 창출) ⑦사회구조(공동체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통한 사회구조 변화 대응) ⑧글로벌 공생(인류와 자원의 지속가능성 및 글로벌 공생)으로, 인류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여러 대학이 연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내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대학의 무전공·자율전공 전형의 근저에는 융합연구·융합교육이라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압박이 깔려 있다. 인문사회학의 미래는 이러한 도전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혁신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가천대·세종대·인하대, BK21 ‘지능형 반도체’ 추가 선정
교육부, BK21 혁신인재 양성사업
교육연구단 한 곳당 평균 약 8억 지원가천대·세종대·인하대가 정부 지원을 받아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에 나선다.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3일 4단계 두뇌한국21(BK21) 혁신인재 양성사업 지능형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포함) 분야 추가 선정 예비 결과, 가천대 ‘재료-소자-회로-응용을 포괄하는통합형 반도체 인재 양성 사업단’, 세종대 ‘신소자 기반 지능형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단’, 인하대 ‘칩렛(Chiplet) 기반 차세대 반도체 구현 인재 양성 사업단’ 등 3곳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공모에 참여한 6개 교육연구단 중 교육 및 연구 역량, 산·학 협력 체계 등 전문가 평가를 거쳐 3곳이 뽑혔다.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13개 교육연구단에 매년 총 100억여 원을 지원한다. 교육연구단 한곳당 평균 약 8억 원 내외인 셈이다. 교육연구단은 해당 사업비를 △석사과정생 월 100만 원 △박사과정생 월 160만 원 △박사수료생 월 130만 원 이상 등 대학원생 연구장학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신진연구인력 인건비 지원,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 및 산학 협력 프로그램 개발·편성, 해외석학 초빙, 국제 공동연구 및 대학원생 진로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교육부는 탈락한 대학의 이의 신청을 접수·검토하고 이번에 예비 선정된 대학에 대한 점검 과정을 거친 뒤 다음 달에 지원할 교육연구단을 최종 확정한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반도체 산업·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4단계 BK21 혁신인재 양성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이끌 석·박사급 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시작된 BK21 사업은 4차 산업혁명과 인구 구조 변화 등 사회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자 대학원을 지원하는 국고 연구개발(R&D)사업이다. 지난 2020년 시작된 4단계 사업은 초기 3곳의 교육연구단만 지원했으나 지난해 10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총 13곳이 선정됐다.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전쟁 같은 노동, 어떻게 사랑으로 해방되나
저자 인터뷰_『노동의 새벽』(하와이대출판부 | 280쪽) 공동번역한 김지형 해리슨 미국 하와이대 교수
박노해 시인과 『노동의 새벽』의 초판·영문판 표지이다. 사진·표지=느린걸음
▶ 1면에서 이어짐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 1984년,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을 담은 동명의 시집이 출간돼 100만 부가 팔렸다. 전두환 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27살 청년의 시는 세상을 파고들었다. 시집은 정치사회뿐만 아니라 문학계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시적 언어가 금기를 넘어 큰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노동의 새벽』에 담긴 언어들은 현실에 대한 기록·고발이자 미래를 위한 희망이었다.40년이 흘러, 지난 3월 영문판 『노동의 새벽』이 세상에 나왔다. “The war of night labor once over, / I pour cold soju over my aching heart.”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는 번역 초안을 끝낸 후, 백태웅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소장(로스쿨 교수)에게 연락했
다. 백 교수는 하와이대출판부 편집위원이면서 한국학센터 출판을 맡고 있는 해리슨 김 교수에게 연결해 줬다.
해리슨 김 교수는 20년 전 대학원 때 『노동의 새벽』을 알게 됐다. 특히 해리슨 김 교수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아 백 교수와 소통하던 터였다. 이런 인연들이 모여 번역본이 나왔다. “백태웅 교수가 옛 벗인 박노해 시인을 생각하며 한국학센터에서 출판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박노해-백태웅-안선재-『노동의 새벽』-사노맹’이 하와이대를 통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노동의 새벽』의 글 하나하나를 다시 보면서 안 교수와 번역을 완성했다. 해리슨 김 교수는 “모두 사명감·전문성·비전이 확실한 분들이기 때문에 서로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수많은 교정을 통해 책을 완성했다”라며 “박노해 시인의 글을 다룬다는 즐거움은 다행히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노동의 정의부터 성 평등의 필요성까지시집의 현재적 의미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해리슨 김 교수는 “시의 힘, 예술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며 “노동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게 만드는 점은 물론이고 성 평등과 페미니즘의 필요성도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강조했다. “학자나 정치인이 아무“학자나 정치인이 아무리 분석을 잘 하고 비판을 잘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흔한데, 박노해의 시는 바로 가슴속으로 들어가고 내부의 무엇을 움직이게 한다.”
리 분석을 잘 하고 비판을 잘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흔한데, 박노해의 시는 바로 가슴속으로 들어가고 내부의 무엇을 움직이게 한다.”
『노동의 새벽』 중에서 시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해리슨 김 교수는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을 풍부하게 담은 시들로서 「포장마차」(The Bar Wagon), 「손무덤」(A Hand Grave), 「시다의 꿈」(The Dream of an Apprentice)을 언급했다. 정서적이면서 희망적인 시들로는 「이불을 꿰매면서」(While I Mend the Bedding), 「어머니」(Mother), 「사랑」(Love)을 추천했다. “요즘 「사랑」(Love)에 꽂혀있다. 이 시는 사랑이라는 상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얘기하면서 고통에서 해방까지 갈 수 있는 잠재력을 언급하고 있는데 매우 간명하고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한다.”한국학 연구자들, 일자리 취약해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교수도 맡고 있는 해리슨 김 교수는 한국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알려줬다. “일본어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공부하고 있고, 외국어 중가장 빨리 커지고 있는 언어 분야가 한국어다.” 한국에서 뛰어난 대학원생들이 꾸준히 오고 있다. 북미의 박사과정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온 이들이다. 이 때문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려고 하는데, 그 숫자는 적다. 하지만 해리슨 김 교수는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들의 취약한 일자리 또한 큰 이슈”라고 우려했다. “한국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서 북미로 가 박사과정을 한다는 점, 아울러 이 그룹이 거의 다수를 이룬다는 점도 특이한 현상이다.”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심이 북미에 쏠리고 있다. “여러 학자는 한국 학자의 한반도에 대한 연구가 가장 뛰어나고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한국학에 대한 제국주의적인 모습도 비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미 학자들의 연구와 시각이 마치 더 우수하게 보여지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다. 수업 현장과 출판에서 북미와 한국의 연구 간 평등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해리슨 김 교수는 “양쪽에서 서로 상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학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게 바로 『노동의 새벽』이 주는 영감”이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김지형 해리슨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 교수(역사학)는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 특히 북한의 맥락에서 사회주의·노동·산업주의·일상생활 등이다. 그는 학부시절 1990년대 말 북한의 기근 문제를 처음 뉴스로 접하면서 북한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공부하다 보니 노동이라는 문제, 산업주의라는 문제를 북한의 맥락에서 연구하게 됐다. 『영웅들과 노동자들: 1953-1961 전후 북한의 삶으로서 일』(컬럼비아대출판부 | 2018) 등을 집필했다.
사진=김지형 해리슨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 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저자가 말하다_
『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1792년 만인소 운동』 이상호 지음 | 푸른역사 | 260쪽100미터 넘는 상소문, 어떻게 만들었나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철학박사우리는 역사의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일반적인 역사 연구자들은 각 사건의 사실을 규명하고 이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해석한다. 역사 흐름 속에 사건들을 배치하고 그것들이 만드는 다양한 영향과 전개를 추적하기 마련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창작자들은 단위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한다. 현재를 사는 ‘나’의 경험 만큼이나 다양했을 사건 당사자들의 삶을 건져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연구자들이 그리는 사건은 최소 수십 년에서 길게는 몇 백 년, 거대사의 경우 몇천 년 이상의 흐름 속에
미시적 역사로의 여행…역사 사건 입체적으로 복원
목숨 건 개인의 결단·자발적 참여의 정치적 공론화존재한다. 그러나 창작자들이 그리는 역사 사건은 길어야 몇 달, 짧으면 며칠 또는 몇 시간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출간된 『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1792년 만인소 운동』은 사실을 중시하는 역사학의 기본 전제를 중시하되, 시각은 후자를 선택했다. 이 책은 ‘조선사의 현장속으로’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2021, 푸른역사) 이후 나온 두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특정 사건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역사 시기를 살았던 개인들에 의해 형성된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복원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영남 선비들, 정조를 울리다』는 1792년 음력 윤4월 16일부터 5월 27일까지 있었던 약 한 달 열흘 간의 조선 최초 만인소 운동 과정에 대한 복원이다. 목숨을 건 개인의 결단에서 시작된 자발적 참여가 어떻게 공론이 되는지 추적하고, 이 과정에서 각 개인들이 겪은 갈등과 고민을 전면에 드러냈다.아들을 사지에 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눈물과, 그러한 눈물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올라왔을 영남 선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의 눈물은, 그래서 이 책의 상징적 장면이다. 사도세자 아들 이산과 노회한 군주 정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기 고민과 이념으로무장했던 영남 선비들의 실천적 정치 행위 사이에서,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냉혹한 정치 현실도 복원했다. 역사적 사건을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현미경으로 배율을 높이다 보면, 궁금한 것도 쏟아지기 마련이다. 상소를 올리기 위해 어떠한 조직을 갖추었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조직이 운영되었을까? 조직을 운영하는 예산은 얼마였으며, 이를 어떻게 마련했을까? 상소가 왕에게 봉입되려면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반대파는 이를 어떻게 방해했을까? 100여 미터가 넘는 상소문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사건 주체들이 가진 고민과 갈등의 구체성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책에서는 만인소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궁금증에 세밀하게 답하려 노력했다.이 책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공유할목적으로 집필된 학술서가 아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창작자들의 상상이 더해져 제2의 창작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의도가 더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이다. 역사 소재 기반의 창작자들은 역사 왜곡 문제 앞에서 위축되기 마련이고, 역사 연구자들은 의외로 역사 소재 기반의 창작에 대해 친절하지 않다.
그 결과 역사 소재 창작물은 줄어들고, 그마저도 역사 왜곡의 혐의를 벗기 위해 판타지 형태를 택하기도 한다. 창작자들과 협업 가능한 수준까지 역사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일 역시 연구자의 일이라는 말이다.특정 사건에 대한 미시적 연구는 그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역사에 대한 창작자의 시각을 따른다.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한 단위 사건을 종합적으로 복원하는 일은 창작자들이 그 사건에 대해 가진 관심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고, 따라서 특정 사건을 미시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록들 역시 적지 않다.역사적 흐름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 역시 중요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기록들을 기반으로 특정한 사건을 종합적으로 복원하는 연구 역시 필요하다. ‘조선사의 현장 속으로’ 시리즈는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기록 속에서 특정 시기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건 기록을 찾고 있다.저자가 말하다_『조선의 불교회화』 정명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96쪽
억불숭유의 시대, “불교의 교리를 그림으로 재현”형형색색 문양, 성스럽고 존귀한 존재에게 헌정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 한국미술사 박사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우리 곁의 오랜 그림
주불전을 중심으로 한 의식과 불화의 기능불교회화는 낯선 주제다. 틈나는 대로 가는 답사나 여행을 즐겨 전국의 유명 사찰 정도는 익숙한 이들도 그렇다. 안개 자욱한 아침 폐사지를 걷거나 해 질 녘 탑을 만날 때의 충만한 느낌을 좋아해도, 불상 뒤편에 가려진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 흥미를 갖기는 쉽지 않다.박물관에서 불교미술 주제의 특별전을 할 때면, 억불숭유의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불교미술품이 남아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불교가 침체되고 핍박받았다고 배웠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시를 보거나 강의를 듣게 되면 전통시대 큰 권력이었던 글과 문자 이상으로 많은 이들을 소통하게 했던 이미지의 힘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나 역시 우리 곁에 있어 온 오래된 그림의 힘을 깨닫게 된 건 야외의식용 대형 불화인 괘불을 본 이후였다. 처음 대웅전 지붕 위“불화에는 교단이 당대의 신앙적 요구를 수용해온 과정과 그 시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랜 시간을 넘어 전해진 인류의 지혜와 예술이 존재하는 공간에 머무는 것은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경험이다.”로 높게 펼쳐진 괘불을 올려다봤을 때 오래된 마을 어귀의 큰 당산나무를 볼 때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그림을 바라보았을 수많은 이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공동체를 뒤흔든 두 차례의 전란 이후에도 기근·전염병으로 17세기의 조선은 혼란스러웠다. 이즈음 사찰에서 괘불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품목으로 인식됐다. 당시의 불교문화와 시각 매체의 파급력처럼 한 시대의 문화를 공식처럼 단순화시켜 이해할 수는 없다.종교미술 연구자들은 교리나 신앙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시각화되는가에 관심이 많다. 불교회화사 연구에서도 도해된 도상과 양식의 변화를 고찰해 한국 불교회화의 흐름과 전개에 관한 계통이 정리됐왼쪽부터 보물 제1341호인 곡성 도림사 괘불탱과 대한민국의 국보 제299호인 공주 신원사 노사나불괘불탱이다. ‘괘불(掛佛’)은 그림으로 그려서 걸어 놓은 부처의 모습을 뜻한다. 그림=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위키백과
다. 한편으로는 불화의 제작 기법과 표현을 심화시켜 다루거나, 불화의 제작 주체인 승려 화가, 후원자 연구 등 다양한 방법론이 적용됐다. 그런데 과거에 조성된 불교미술품의 수용 방식과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불화의 봉안 공간과 설비, 불화 앞에서 진행됐던 의례를 파악해야 한다.
『조선의 불교회화』는 예배자와의 상호 작용에 주목해 주불전을 중심으로 한 의식과 불화의 기능을 다루었다. 한국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불전 내부를 채우는 다양한 불화의 조합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주불전에 걸린 불화의 규칙성과 때에 따라 발생한 변형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불화를 불화가 걸린 공간에서 진행된 의례라는 맥락에서 보면 더 풍부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불화를 그릴 당시에는 예배 존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조성 이후에는 사용된 공간에 따라 고유한 제의적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1부 「불화를 읽는 법」에서는 조선 불화를 그려진 내용과 주제에 한정하지 않고 봉안공간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2부와 3부에서는 주전각의 불화가 상단·중단·하단의 세 단을 설치하고 삼단의례를 수행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조직화된 과정을 설명했다. 무엇을 그렸는가에서 어디에 걸렸는가가 더 중요해지게 된 이유가 다뤄진다. 4부는 전각 바깥의 확장된 대형 의식과 불화의 변화를 살펴본다. 삼단의례와 불화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의식 문화가 불화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사찰은 성스러운 예배상이 봉안된 종교적인 공간인 동시에 전통 사회에서 일종의 박물관과 같았다. 성물(聖物)을 친견할 수 있다는 신앙적인 의미 이외에, 생활공간에서는 접할 수 없는 진귀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불교의 교리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불화는 계율을 따르는 승려 화가에 의해 도상의 엄격한 법식을 지키며 제작됐다. 시각 매체가 넘쳐나지 않던 과거에 돌에서 채취한 귀한 안료와 금을 녹여 채색한 화면은 성스럽고 존귀한 존재에게 헌정됐다.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했지만 세속의 기준과는 다른 질서에 의거한 다채로운 색과 문양은 불화를 보는 기쁨 중 하나다.불화에는 교단이 당대의 신앙적 요구를 수용해온 과정과 그 시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랜 시간을 넘어 전해진 인류의 지혜와 예술이 존재하는 공간에 머무는 것은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경험이다. 우리 곁에 이런 그림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놀랍고 반가웠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조선시대 불교문화의 매력을 보다 입체적인 시각에서 느낄 수 있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신간소개
‘손상’의 변증법
오제연 지음 | 역사비평사 | 312쪽‘손상’ 인문학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인문학으로 적극 수용해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에 따르면 우연히 발생하거나 선행하는육체적·정신적 ‘손상’은 근대 이후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가 됐다. 이 같은 장애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적용 가능하다. ‘손상’ 인문학은 근대가 ‘손상’으로 구성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되는 과정을 ‘정상성’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해 탐구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일란 파페 지음 | 백선 옮김 | 이희수 감수 | 틈새책방 | 328쪽역사는 어떻게 학살의 무기가 되는가? 학살의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지금 끔찍한 종족 청소의 가해자가 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은커녕 비판조차 받지 않는다. 유럽의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 종교적인 믿음이 얽혀 만들어 낸 이스라엘에 대한 신화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신화는 역사가 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한다.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 | 348쪽이 책에서 그는 갈등과 불통을 초래하는 현대인의 언어 습관을 살피고, 더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말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명쾌히 제시한다. 모든 관계는 말에서 비롯되고 말로유지되며, 현재보다 더 나은 관계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언어 감수성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직장 내 호칭 문제, 세대 간 소통법, 불통의 상황을 극복하는 요령 등 삶 곳곳에서 언어감수성을 키워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하야부사
서영찬 옮김 | 쓰다 유이치 작사 | 동아시아 | 276쪽2014년 우주로 발사돼 소행성 ‘류구’의물질을 채취한 후 2020년 지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의 모든 과정을 담아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하야부사2 팀을 총괄한 저자는 탐사선 개발에서부터 팀 구성 등을 상세히 돌아본다. 2009년 프로젝트 참여 시점에 마주친 계획과 설계에 대한 고민·탐사선 발사 전후로 펼쳐진 치열했던 훈련의 과정 등 하야부사2 우주탐사 대장정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
피에르루이 포르 지음 | 유치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59쪽문학적이면서 정신분석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이어온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세르지파리대 교수인 저자의 이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여자인 ‘나’는 어머니의 '분신이면서도 별개의 존재'이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나의 정체성을 뒤흔든다. 나의 일부이자 존재의 뿌리, 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어머니가 있던 세상과 똑같이 살 수는 없다. 잘려 나간 그 존재의 무게만큼 내면과 세상의 무게도 달라진다.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
맹성현 지음 | 헤이북스 | 400쪽안전과 보안을 희생하면서까지 AI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오픈AI·구글 딥마인드·앤트로픽·엔비디아가 모두 ‘2028년에는 AGI에 도달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류 멸종 수준의 위협’으로 평가받는 AGI는 범용인공지능, 즉 사람과 같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구현하는 AI를 말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GPT-4o는 AG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초기 수준이다. 이 책은 챗GPT로 비롯되는 AI 기술의 지향점을 최대한 알아낸다.
우리는 왜 죽는가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432쪽죽음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우리는 왜 죽게 돼 있는 걸까? 언젠가 인류는 질병과 죽음을 따돌릴 수 있을까?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래야 할까? 노화과학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생물학 혁명의 시대, 전 세계 최고 노화과학자들의 최근 50년 연구를 총정리했다. 주요한 노화 기전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를 늦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지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검토한다. 지식인으로서 비범한 통찰력이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역사를 읽는 법
류시현 지음 | 따비 | 364쪽이 책은 다른 색깔로 비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역사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 용어와 개념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정보의 암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료를 통해 낯선 과거와 만나고 소통한다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본다면, 두 가지 과제가 결코 다른 길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으로 보는 세상_『어쩌면, 사회주택』 최경호 지음 | 자음과모음 | 300쪽
“나 혼자 산다”…제3의 임대주택을 늘리자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팀장·출판평론가우리나라 주택시장에는 크게 세 부류가 있다. ‘다주택자’는 남이 이자를 내주는 돈으로 자기 집을 산다. ‘1주택자’는 자기 집을 살 때 들어간 돈의 이자를 자기가 낸다. ‘세입자’는 남이 집을 산 돈의 이자를 대신 내준다.
최근 10년간 주택 가격 폭등으로 20대 직장인이 서울에 집 한 채 사려면 86년간 저축을 해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기 집을 소유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0%가 세입자다. 자, 이러한 환경에서 서민들의 주거권은 누가, 어떻게 안정시키고 보호할 수 있을까?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住 전 소장은 최근 펴낸 『어쩌면, 사회주택』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정책과 관행을 색다른 관점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전세제도의 개선방안과 함께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점은 ‘사회주택’(social housing)을 활성화해 보자는 것.
어뼈멸,
서민 주거권 안정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
주거 약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선진국의 길사회주택은 그 개념이 혼재하지만 서울시 조례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
회적 경제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 등”을 말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공공의 토지를 사용해 집을 짓거나 △공공의 보증을 통한 자금 대출로 택지 구입이나 건축 비용을 조달하는 형태 △공공이 자금을 투입해서 집을 짓고 운영만 사업자에게 맡기는 형태 등이 있다. 여기에 ‘비영리’라는 점을 더하면 공공 공급과 유사하지만, 사업 주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국토부·LH·시도 주택공사 같은 공공에서 수행하면 되지 왜 굳이 사회주택 제도를 활용해야 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2010년대부터 달라진 한국의 사회적 환경에서 찾는다. 「사회적기업육성법」과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맞춤형(다품종) 소량 주택 수요 및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같은 것들이다. 민간과 공공 영역만으로는 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 섹터인 사회적 경제조직이 사업 주체가 되는 사회주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역사는 10년 남짓인데, 그동안 한국사회주택협회에 가입한 회원 조직이 80여 개로 늘어났고, 7천 호 정도의 주택이 공급됐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를 하나 보자. 사회적 기업 ‘더함’의 ‘위스테이’는 첫 사업으로 경기도 남양주에 아파트 7개 동 491호의 사회주택을 조성했다.이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아파트 단지의 2.5배에 이르는 2천800평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다. 이 공간은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비입주자 워크숍 등을 열어 도출한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카페·책방·체육관과 같은 편의 시설에다목공소와 창작소, 텃밭, 방송국 같은 생산 활동 공간을 더했다.동아리가 다양하다. 막걸리 동호회가 발효실에서 직접 막걸리를 빚다가 아예 양조장을 차리기도서울의 야경 속 집들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위해 서울로 모이지만, 주거 약자가 많아 거주에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사회주택이 더욱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하고, 60+센터에서는 은퇴자 중심으로 만보 걷기나 마을 택배사업을 한다. 인근 아파트 단지와 연계 운영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단지는 영유아, B단지는 청년, C단지는 시니어를 특화하여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서울 대치동에 있는 스마트업 종사자들을 위한 ‘앤스스페이스’, 성별, 나이, 장애 유무,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거주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케어B&B’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덧붙여 저자는 주택정책이 성공하려면 주거 형태에 대한 선택지를 양적·질적으로 풍부하게 해 수요자가 자기 필요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주거(점유) 중립성’(tenure neutrality)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대주택을 포함해 다양한 주택들이 여러 사업 주체에 의해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거기본법은 주거권을 “국민이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라고 정의한다. 자가(自家)가 있건 없건 간에 불안에 떨지 않고 주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이다. 주거 약자들에게도 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이 바로 국가가 할 일이고, 주거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역자가 말하다_『삼국유사』 일연 지음 | 신대현 옮김 | 혜안 | 352쪽
고전으로 ‘문화적 창의력·공감력’ 높인다신대현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오래전부터 『삼국유사』의 번역 해설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강의와 연구, 생활인으로서의 잡무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출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고, 여덟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과 오후 각 세 시간씩 작업하는 강행군 끝에 최근 『삼국유사: 흥법·탑상』 편을 출간할 수 있었다.
번역 외에도 원문에서 시사하는 역사적· 미술적 의미를 실증적으로 논증하는 ‘해설’에 공을 많이 들이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됐다. 이러한 생각을 같이 나누며 『삼국유사』의 가치와 의미도 이야기해 보고 싶다.우리 고대사 연구의 출발점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삼국사기』를 정사(正史)로 보는 데에 반해서 『삼국유사』는 그 보조 사료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인식의 밑바탕에는 지은이 일연(一然,1206~1289)이 승려라는 점과 책 제목이 ‘史’가 아니라 ‘遺事’여서 역사적 사실보다는 불교적 사건을 담았다고 보는 생각 등이 깔린듯하다. 하지만 일연은 승려이기 이전에 역사를 두루 섭렵한 지식인이었으며, ‘유사’라는 제목은 『삼국사기』에서 놓친 이야기[사료]들을 모았다는 의미이기에 이런 생각은 선입견에 가깝다고 보인다.
『삼국유사』의 서술 형태를 보면 매우 실증적이다. 전체 10편의 주제 아래 실린 이야기들 대부분의 형식이 여러 관련 자료를 먼저 인용하고 나서 그 사료P」·i””국삼”‘
‘i유사우리 문화유산의 보고, 진면목을 보다 번역과 해설로 만나는 고전의 가치
의 오류를 주석 형태로 바로잡은 다음, 마지막에 일연 자신의 짧은 논평을 실은 것이다. 이는 신기한 영험을 강조하려고 잡다하고 허황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술이부작(述而不作: 저술한 것이지 창작한 게 아니라는 뜻으로 겸양을 나타낸다.)’의 전통적 서술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삼국유사』의 진면목 중 하나이다.
번역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 하나 있었다. 일반인이나 대학에서 한창 공부 중인 20~30대들이 『삼국유사』라는 두툼한 책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관한 의구심이었다. 고전(古典)은 접근하기 어려워 ‘항상 읽어야 한다고 느끼지만, 결코 끝낼 수 없는 책’이라는 자조적 농담도 있지 않은가. 『삼국유사』 역시 부담스럽게 느껴질 텐데, 내가 공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추곤 했다.『삼국유사』는 명확하고 일관된 사관(史觀)으로 쓰이지 않았기에 역사서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오히려 이 점이야말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부동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은 사물을 보는 시선에 굴레가 없다는 뜻이다. 양복점 옷처럼 잘 재단돼 말쑥하지는 않아도 꾸밈없는 옛사람의 모습을 더
욱 잘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삼국유사』가 고대 한국의 문화와 언어, 관습의 보고(寶庫)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문화·언어·관습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따라서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문화적 발전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문화적 창의력과 공감 능력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따라서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문화적 발전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문화적 창의력과 공감 능력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젊은 세대에게 이만한 좋은 조언이 또 있을까 싶다.여담이지만, 이 책을 쓰면서 AI를 고전 번역에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 보았다. 내 결론은 아직은 전문 번역으로서는 여러모로 미흡하지만, 조만간 AI가 AGI로 발전한다면 인간 번역자의 능력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국유사』 나머지 번역은 끝까지 내 힘으로만 완성할 생각이다.겹겹이 장막이 드리워져 깜깜한 길을 헤치고 나아가야 함은 인생이나 학문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직 어두운 길을 헤매고 있으나, 『삼국유사』의 번역·해설서 한 권을 마치고 나니 장막 하나를 걷어냈다는 작은 위안이 든다.화제의 책_ 『민주주의: 역사, 형식, 이론』
한스 포어랜더 지음 |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8쪽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17년째 쇠퇴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양극화와 선동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생성’부터 ‘민주주의는 위기일까?’를 다룬다. 저자 한스 포어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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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독일 드레스덴공과대학 정치학(정치 이론과 이념사)과 교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윈스턴 처칠(1874∼1965)은 “민주주의는 모든 정부 형태 중 최악이지만 그보다 나은 형태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논란이 많은 게 바로 민주주의다. 포어랜더 교수는 “많은 상이한 정치적 조류들, 무엇보다도 자유주의·보수주의·사회주의가 민주주의를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결함을 확인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청하거나 과도한 민주주의와 거리를 두어왔다”라고 설명한다. “지식인들은 좌파건 우파건 여기저기서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전체주의적 독재, 파시즘, 민족사회주의, 공산주의로 가는 길을 닦았다.”『민주주의: 역사, 형식, 이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질문 때문이다. 지금, 이곳은 과연 민주주의가 잘작동하고 있을까? 서문에서 포어랜더 교수는 “포퓰리즘 운동이 국가의 대의제 헌법의 중심 메커니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제도와 정당으로부터 신뢰를 거두어들이고 있다”라고 적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376쪽이 책에는 일하면서 자주 떠올리고 사용하는 단어 ‘레퍼런스’·‘인용’·‘취향’ 등과 무심코 사용하지만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단어 ‘핏’·‘결’·‘전문성’ 등 100개의 단어에 관한 두 사람의 정의가 담겼다. 1부와 2부는 일하는 ‘과정’과 ‘결과’에 동원되는 말들을, 3부에서는 개별적인 섬으로 존재하는 작업자들의 생태계에서 모순을 일으키는 ‘관계’의 말들을, 4부에는 관성적으로 쓰는 ‘표현’의 말들을 묶었다. 그리고 번듯한 직장으로의 출근이 아니라 지금의 작업을 생업으로 삼기까지의 일 연대기를 담았다.
아르고호의 선원들
매기 넬슨 지음 | 이예원 옮김 | 플레이타임 | 220쪽시·회고록·비평을 넘나들며 장르를 구부러뜨려 온 저자의 대표작. 파트너 해리도지와 사랑에 빠진 시점부터 해리 어머니의 사망과 넬슨 자신의 출산에 이르는 몇 년간을 소재로 퀴어함·사랑·트랜지션·모성에 대한 문화적 가정들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글쓰기로 재생한다. 이 책은 쾌락과 돌봄·퀴어와 가족·래디컬과 순응의 관계를 흩뜨리며 끊임없이 나와 우리를 다시 빚는 ‘되어 감’의 과정을 담고 있다.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
김보경 지음 | 제이포럼 | 320쪽뇌과학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자녀의 일상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순간들이 어떻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준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현실 육아를 접목시켜 집중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공부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행복한 뇌를 만드는 습관으로 생활 속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들로 구성돼 있다. 부모가 이런 지식을 알고, 자녀의 뇌를 스스로 해내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렵다고 생각한 육아가 쉽게 다가올 것이다.
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Bookorea) | 344쪽『감시와 처벌』, 『말과 사물』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후기사유인 ‘실존의 미학’ 개념을 일상생활에서 적용·실천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이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푸코의 말기 작품인 『주체의 해석학』을 재해석해, 각자가 자기 삶의 예술가 되기를 실천할 방법적 도구들을 소개한다. 현재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틀 속에서 조건화된 품행과 이데올로기에 지배받고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
에릭 잠파 앤더슨 지음 | 김성환 옮김 | 한문화 | 304쪽이 책은 철학·과학·역사·종교·문학·신화·예술 등을 넘나들며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시작된 후, 수십만 년 동안 서서히 진행됐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모든 존재와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오직 인간만이 홀로 번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온 대가이다. 저자는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위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강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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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확밟짧펀빼취미와 사회 권력
가타오카 에미 지음 | 이은주 옮김 | 소명출판 | 474쪽이 책은 ‘일본에서 형성된 문화적 평등’ 인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즉 글로벌화나 문화의 균질화가 하나의 신화로 작동하면서 일본 내 문화적 재생산이 은폐돼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우열·젠더의 차이를 정체화로 구분할 수 없는 점을 고찰하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과 아비투스 개념을 짚어볼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조사한 데이터를 통해 부르디외의 이론을 재확인하며 새로운 이론의 창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여름에게
최지은 지음 | 창비 | 184쪽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젊은 시인 최지은.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창비 2021)로 단숨에 주목받는 젊은 시인으로 활약하며 독자에게 두루 사랑받아온 저자가 첫 번째 에세이인이 책을 창비 에세이&시리즈로 출간했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주고받았던 빛나는 마음을 지키면서 여전히 자신을 돌보는 귀한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이 이야기에는 마음껏 슬퍼하고 난 후 찾아오는 개운함, 아픔을 온전히 껴안기로 다짐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환희의 순간이 어우러져 있다.
101 화학
정규성 지음 | 푸른들녘 | 352쪽인간을 포함한 물질과 우주는 화학에서 시작한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며 원자·핵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의 기본 재료가 된다는 수소와 헬륨이 나와 대체 무슨 상관일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로, 산소와 함께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될 물을 구성하는 원자다. 수소에 이어 헬륨은 두 번째로 흔한 원소지만 지구에서는 희귀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질이 가진 화학의 비밀을 안내한다.
‘K히스토리’ 전 시대를 아우르다…교육공학·영상 전문성도 확보
한국학, ‘K학술’이 뜬다 ❶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K히스토리확산연구단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으로 한국학이 비상하고 있다. 한국대중문화와 함께 한국학 연구·교육의 확산·보급을 위해 총 12개 대학 연구소가 한중연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5년간 총 550개의 한국학 온라인 강좌가 해외에 공개된다. 양질의 한국학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두 곳의 우수성과를 소개한다. 수준 높은 K학술이 만들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다녀왔다.“동영상·드라마·음악으로 봤던 것들을 직접 와서 체험하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난달 22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올리 코키 군(핀란드 헬싱키대 2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음식과 풍경이 좋았고 사람들이 정말 친절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K히스토리확산연구단(이하 연구단)은 ‘K히스토리 교육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확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우수학생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5개국의 대학(원)생 14명의 외국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학교에서 연구단의 온라인 수업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강한 학생으로 각 학교 담당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선발됐다.초청 프로그램은 고려대 캠퍼스 투어, 대학원생 학술대회, 서울 답사, 연구단 강좌 영상 인터뷰 등으로 진행되었다. 연구단의 온라인 강좌가 한국·한국사회·한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물었다. 올리 코키 군은 “한 번에 완료할 정도의 짧은 형식의 영상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K드라마 인물사부터 문화유산답사까지
연구단은 1999년 출범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의 연구성과와 국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연구사업을 추진해왔다. 연구단은 연차·수준·지역별 구분에 따라 각 강좌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계되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연차별로는 한국사 ①첫걸음 ②사람 ③삶④관계 ⑤성취를 주제로 설정해 연간 개설 강좌의 일관성을 유지했다.수준별로는 매년 초급(3개), 중급(5개), 고급(2개) 강좌를 설계해 학습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준별 교육 목적을 달성하도록 했다. 특히 초급에서는 세계 언어 순위를 고려해 강의 언어로 한국어·영어·중국어를 택했다. 지역별로는 현지 수요에 맞춰 매년 세계 공용(60%), 중화권 맞춤형(40%) 비율로 강좌를 만들었다.1단계 1차∼3차 연도 동안 매해 10개의 한국사 온라인 강좌를 제작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에 업로드했다. 다수의 해외 대학에서는 연구단의 강좌를 수업 부교재나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헬싱키대와 독일 튀빙겐대, 호주국립대(ANU)는 연구단의 강좌를 부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단은 1차년도에는 ‘한국사 입문’, ‘한국사의 디아스포라’ 등의 10개 강좌, 2차년도에는 ‘K드라마 인물사’, ‘한국 역사 속의 외교관’ 등의 10개 강좌, 3차년도에는 ‘기념일의 한국사’, ‘냉전과 열전’ 등의 10개 강좌를 제작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2단계(2024.7∼2026.6) 사업의 경우 4차년도에는 ‘화폐 속의 한국사’, ‘한국 식민지화의 국제정치학’1단계 2차년도 강좌 중 「K드라마 인물사」의 강의 모습이다. 고려시대 전공자인 오치훈 경기대 교수(사학과)가 강의를 진행했다.
등의 10개 강좌를, 그리고 5차년도에는 ‘문화유산답사’, ‘사회운동과 민주화’ 등의 10개 강좌를 제작할 예정이다.
강좌 수강생들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일본의 남학생은 어머니가 한류 팬이라서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한국 노래나 드라마를 많이 접했으며, 대학 입학 후 연구단의 강좌를 수강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수 학습자로 선정되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본인은 물론이고 어머니도 매우 기뻐했다는 이 학생은 TV 사극으로만 보던 경복궁을 방문하고 곤룡포를 직접 입어보며 앞으로 한국사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불가리아에서 온 여학생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 학생은 삼겹살과 짜장면, 갈비탕 등 초청 프로그램 3박 4일간 먹었던 한국 음식을 잊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치맥’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한국·한국인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나그렇다면 한국사란 과연 어떻게 정의되고 어느 범주까지 다루는 것일까. ‘한국사’란 현재의 ‘한“연구단의 강점은 바로 인적 구성과 네트워크다.
한국사 전 시대에 걸친 국내외 전문가, 역사교육과 교육공학 전문가, 영상‧교육콘텐츠 제작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진을 구축했다”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연구과제명 K히스토리 교육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확산 연구연구팀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K히스토리확산연구단연구 차별성국내외 한국사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해외용 온라인 강좌 개발국제 학술 네트워크에 기반한 온라인 강좌 홍보 및 확산 전략 추진대학원생 국제학술회의, 우수학습자 초청프로그램 등을 통한 연구-교육의 선순환 구조 구축연구기간 1단계(2021.7-2024.6) / 2단계(2024.7-2026.6)연구 성과1단계 3개년 30개 온라인 강좌 제작온라인 강좌와 연계된 국‧영문 연구서 및 영문소스북 제작 추진(1단계 50% 완성)국제학술회의(1회), 국제콜로키움(7회), 대학원생 국제학술회의(3회), 우수학습자 초청프로그램(3회) 실시왼쪽부터 네 번째가 강제훈 교수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소장, 고려대 박물관장, 일본 큐슈대학 한국연구센터 객원교수, 독일 튀빙겐대학 파견교수를 역임했다. 『만남의 제도화, 조선시대 조정 의례』(민속원, 2017), 『조선초기 전세제도 연구』(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2) 등을 집필했다. 사진=김재호
국’과 ‘한국인’이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 전체를 다루는 학문이다. 한국의 역사 속에 등장한 수많은 정치 세력·문화·사회집단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한반도·동북 삼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기타 지역까지 확대해서 연구한다. ‘한국인’이 장기간에 걸쳐 남긴 유‧무형 유산의 의의와 가치를 다루는 것이 바로 한국사이다.
“연구단의 강점은 바로 인적 구성과 네트워크다.”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강제훈 고려대 교수(한국사학과)는 “한국사 전 시대에 걸친 국내외 전문가, 역사교육과 교육공학 전문가, 영상‧교육콘텐츠 제작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진을 구축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가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연차별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온라인 강좌의 해외 보급을 추진해 온 것이다.예를 들어, 인적 자원을 보면 한국사 전 시대에 걸친 연구자와 외국인 교원, AI 전문가가 있다. 특히 약 150명이 재학 중인 대학원에는 중국·이탈리아·미국 유학생 등이 포진해 있다. 사업단에는 한국사·교육공학·중국어·한국음악을 전공한 박사급 전임인력 5명과 박사수료급 조교 10명, 비상근 협력 보조인력 15∼20명 등이 있다.
연구단에서 눈에 띄는 건 바로 고려사이버대와의 협력이다. 영상 전문 기관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전문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아울러, 온라인 강좌 제작에서 디지털 판서, 가상 스튜디오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리고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3차년도 강좌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AI 강사가 강좌를 소개하고 요약하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AI 전공 공동연구원인 고려대한국사학과 전임교원이 새로 합류한 만큼, 향후 AI를 활용한 강좌 제작에 조언을 기대하고 있다.”연구단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강 교수는 “미국·유럽·동아시아 등 각 현지에서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반영한 사업의 전개가 절실하다”라며 “한류 유행 속에서 학계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한류가 대중문화나 정부의 역할로만 국한돼 학계가 방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은 주로 대중문화에 편중돼 있지만, 유럽에서 한국학과와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고 유례없는 지원 경쟁률을 보이는 것 등은 한류가 한국학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수사회에서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한국학에 대해 고민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교육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고맙습니다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은선생님의 후원과 정성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구독료 납부 계좌A• 국민은행 061-01-0492-863 (이영수)• 농협 056-01-088583 (이영수)• 신한은행 110-009-150-978 (이영수)• 교수신문은 주간 신문입니다. (연간 구독료 100,000원)• 구독기간 만료시 자동연장됩니다. (해지는 전화 또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카은행드으결로제 는입 금홈 페시이 구지독 우자측와 하 입단금 '자구 독성문함의이' 에다서를 로 경그우인 신 후문 사결로제 하연실락 주수시 있기습 바니랍다니. (문다의. 02-3142-4111 )“빛과 소금 같은 가르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님을 추모하며 안식과 명복을 기원합니다
황상익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의사학 및 생명윤리학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머리로는 이해되더라도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신론자인 저는 그래서 내세가, 종교가 탄생했다고 해석합니다.
의로움보다 이로움을 좇는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입니다. 멀리서는 의로움을 추구하는 듯이 보여도 가까이 다가가보면 허상인 경우가 흔한 세태입니다. 약자를 위한다는 미담이 자신의 잇속 차리기를 치장하는 교언인 경우도 자주 보았습니다.선생님이 50세, 저는 35세 때 케임브리지대 교정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의사학과생리학의 갈림길에서 마음을 정하기는 했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였습니다. 초면이었음에도 선생님은 과학사의 길을 개척하면서 겪었던 희로애락을 온종일 말해주셨습니다. 실수와 잘못도 전혀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선생님은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나침반입니다. 선생님은 무조건 저를 편들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사안이면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셨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아끼는 처사이었습니다.제가 어느 학회의 회장을 맡았을 때입니다. 큰 횡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 임기가 끝나고 한참 뒤에나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저의 관리 소홀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잘 수습되었지만, 선생님은 저를 두 차례 따갑게 꾸짖었습니다.한번은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여서 야속하다고 여겼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를 비굴한 변명이나 자기합리화로부터 지켜주신다는 생각에 감사했습니다.2003년 1월 말, 선생님은 저에게 당신을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추천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관직에 욕심이 있으신
건 아닐 텐데... 구차스럽다고 생각해서인지 끝내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저는 곧 선생님의 의중을 알아챘습니다. 선생님은 이전부터 당신의 이상을 세상에 펼치기 원했습니다. 그 무렵엔 새롭게 등장한 생명복제 기술의 이점과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활발했습니다. 1998년 초, 선생님의 주도로 한국생명윤리학회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선생님은 황우석 씨의 무분별한 복제 기술 활용을 매우 우려했습니다. 장관 추천은 주변머리 없는 제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점을 모르셨을 리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당신의 의지를 나타내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선생님의 이끄심으로 우리는 “황우석과의 10년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과학사, 의사학, 생명윤리, 과학철학, 과학기술학의 선구자이고 “사도 바울”입니다. 생소한 학문 분야를 후학들에게 소개하고 권면했으며, 여론 주도층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습니다.저는 그보다도 한결같이 진실과 정의의 길에서 어떠한 불이익과 곤경도 두려워하지 않으셨던 참사람으로 마음속에 간직합니다. 다가갈수록 꼿꼿함과 의로움이 더욱 빛나는 선생님을 40년 가까이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축복입니다.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되뇌어 왔지만 지난 4일, 요양 시설에 배웅해 드리면서 나눈 인사가 이승에서 마지막일 줄은 몰랐습니다. 투병으로 파리해진 손을 잡아드리는 대신 온몸을 안아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끝내 남습니다. 머리로는 부정해도 가슴으로는 내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거점국립대 차별화된 롤 모델 제시할 것”
최재원 부산대 제22대 총장 취임식
최재원 부산대 제22대 총장 취임식이 지난 11일 열렸다. 임기는 지난달 17일부터 2028년 5월 16일까지 4년이다.최재원 부산대 신임 총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저와 함께 부산대가 있다는 자부심과, 많은 분들의 뜨거운 성원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제게 주어진 소중한 책무를 흔들림 없이 성실히 감당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며 포부를 밝혔다.최재원 총장은 “우리 부산대의 새로운 비전은 거점국립대의 차별화된 롤 모델을 제시해, 부산대의 고유한 길을 걸으며 지역과 국가와 세계에 기여하는 학교가 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롤 모델의 요체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한 대학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에 기반한 학문적 리더십을 확보한 대학 △지역과 함께하며 국가의 발전을 주도하는 대학이라고 최 총장은 소개했다.최 총장은 이날 교육의 본질은 훌륭한 학생을 길러내어 나라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아름다운 인성’을 지닌 학생과 ‘탁월한 지성’을 갖춘 학생을 양성하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이와 함께 최 총장은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학문적 리더십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부산대가 지역과 함께하며 우리나라
발전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지역과 산업을 이끌 창조적 지·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혁신역량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고, 그 혁신역량의 핵심에 대학이 있다. 부산의 미래가 부산대이고, 부산대가 세계적 수준의 혁신대학이 됐으면 한다”고 축하와 기대감을 전했다.최재원 총장은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사(83학번)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졸업하고, 1996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해 기획처장과 공과대학장 등을 역임했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김형숙 한양대 교수, MIT 미디어랩과 공동연구 추진
김형숙 한양대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부)가 지난 7일 미국 보스턴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의 로잘린드 피카드 교수와 마음건강 예방·관리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MIT 미디어랩의 ‘감성 컴퓨팅 리서치 그룹’을 이끄는 로잘린드 피카드 교수는 감성 컴퓨팅 분야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김형숙 한양대 교수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 연구팀의 총괄연구 책임자로서 대국민 정신건강 예방을 위한 산·학·연·관·병·정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양 기관은 △MIT 미디어랩 내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팀 1대1 매칭 △김형숙 한양대 교수(사진 맨왼쪽)와 로잘린드 피카드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한국 연구팀 연구실 제공 및 석·박사, 박사후연구원 인재 양성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공동연구는 인공지능(AI), 사용자경험(UI/UX) 연구, 사물인터넷(IoT) 등의 디지털 기술과 심리학·행동과학·뇌과학 등의 기초연구를 연결해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의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재를 선발·양성해 국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형숙 교수와 로잘린드 피카드 교수가 상호 합의한 공동연구 주제는 △마음건강 서비스의 실사용 데이터 기반 AI 생성 콘텐츠 △멀티모달 평가 AI를 위한 생체데이터 통합 △반응형 아바타 개발 △표정 및 언어기술(인식, 생성)을 통한 사용성 향상 △연구 결과를 반영한 서비스 고도화 및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김형숙 교수는 “MIT 미디어랩과의 대규모 공동연구는 국내 대학으로서는 최초의 성과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외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 방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앞으로도 대학이 우수 인재들을 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양 기관은 향후 MOU 체결 및 공동연구 계획서 작성을 마무리한 후,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국제공동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전남대, 올해의 한 책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전남대가 2024 올해의 한 책으로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세탁소』를 선정했다. 선포식은 지난 5일, 전남대 개교 72주년 기념식 현장에서 진행됐다.
전남대 도서관은 지난 4월 교수·언론인·협력기관·광주전남 도서관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한 책 선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후보 도서 5권을 선정했다. 이중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표를 실시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메리골드 마음세탁소』가 올해의 한 책이 됐다.
후보에 오른 최재천 작가의 『최재천의 곤충사회』, 강용수 작가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이수연 작가의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장일호 작가의 『슬픔의 방문』 등 4권은 올해의 한 책과 함께 추천하는 동반도서다.올해의 한 책은 전남대가 광주전남 지역민의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2013년부터 진행하는 ‘광주·전남이 읽고 톡 하다’ 사업의 대표 프로그램이다.전남대 도서관은 ‘올해의 한 책’을 중심으로 작가 초청 톡 콘서트, 한 책 도서교환전, 테마도서전시회, 독서후기 공모전, 문학기행 등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안동대-경북도립대, ‘국립경국대’로 내년 3월 출범
전국 최초 국립대-도립대 통합 사례
국립안동대(총장 정태주)와 경북도립대(총장 김상동)가 내년 3월 ‘국립경국대학교’로 출범한다.두 대학은 지난 7일 교육부로부터 통합 승인을 받았다. 경국대학교의 의미는 경상북도 국립대학교를 말한다. 국립대와 도립대 간의 전국 최초 통합 사례다. ‘지역혁신을 선도하는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대학을 모델’로 ‘국립대와 도립대 통합과 경상북도 산하 7개 혁신공공기관의 통합운영체계 구축으로 경상북도와 일체화를 추구하는 공공형 통합국립대학’을 목표로 한다.통합 주요 사항으로 △(학사조직) 학부 12, 학과 15, 대학원 4(일반 1/특수 3) 운영 △2025학년도 입학정원 1천539명 선발 △(행정조직)총장1, 부총장2, 4처 1국 1본부 1센터, 4행정실 운영 등이다.
안동캠퍼스는 인문·ICT, 바이오, 백신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전통문화 기반 K-인문 글로컬인재양성 △농생명과 공학 간 융합을 통한 AgTech 인재양성 △지·산·학·연 협업 기반 경북백신산업 성장 견인을 목표로 한다.예천캠퍼스는 공공수요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해 지역 공공 수요 기반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 발전 선도를 목표로 캠퍼스별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한다.
기존 경북도립대 학생들은 졸업까지 학제보호조치가 2030년까지 적용된다. 경상북도는 “통합대학 출범이후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통합대학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태주 국립안동대 총장은 “이제 막 ‘경북거점국립대학교’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을 떼었다. 전국 최초의 국·공립대 통합 선도모델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국립대학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진정한 통합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상동 경북도립대 총장은 “국립경국대학이 전국 최초의 국공립대 통합 선도모델이 되고, 전통문화 기반 인문특성화를 통해 세계적 대학으로 대도약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김현주 한국교통대 교수, 한국보건기초의학회장 선출
김현주 국립한국교통대 교수(간호학과·사진)가 한국보건기초의학회 제9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김현주 교수는 “학회장으로 활동하며 보건기초의학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역량 향상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유관학회나 관련 단체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초의학 분야에서 새롭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미래지향적 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1996년 국립한국교통대에 부임해 중앙도서관장, 증평생활관장 등을 역임했다.한국보건기초의학회는 보건과 관련된 제반 기초의학 분야의 학문적 발전과 보건기초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 2회 발간되는 학회지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다.강영수 에너지공대 교수, 대한화학회 학술상 수상강영수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사진)가 2024 대한화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이 상은 화학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과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1년에 한번 한 화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강영수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메탄올이나 에탄올과 같은 액체 연료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CO2 저감 기술, 이상 기후 변화와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며,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했다.
강영수 연구팀은 보유한 이 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최대 7년 동안, 최대 207억 원 내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강영수 연구팀은 이미 1단계와 2단계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24년 3월부터는 연속 공정 및 대용량화 공정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의 세 번째 단계에 착수했다.김한준 영산대 교수, 한국콘텐츠학회 우수작품 학술상 수상김한준 영산대 교수(디자인학부·사진)가 한국콘텐츠학회 주최로 최근 열린 ‘KOCON 2024 국제디지털디자인초대전’ 시상식에서 우수작품 학술상을 수상했다.
한국콘텐츠학회는 김 교수가 우수한 디지털 디자인 작품 발표해 콘텐츠 기술·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우수작품 학술상을 수여했다. 김 교수는 앞서 한국콘텐츠학회 국제디지털디자인초대전 최우수작품상 및 우수작품상 2차례, 기초조형학회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디지털 디자인분야의 학문 발전과 후학양성을 위한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와 뉴욕 프랫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 국내 디자인연구소 팀장을 거쳐 현재 영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정재학 영남대 교수, 한국에너지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정재학 영남대 교수(화학공학부·사진)가 한국에너지학회에서 수여하는 2023년 추계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정 교수의 논문은 한국에너지학회가 지난해 10월에 주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탄소배출을 억제하는 에너지원의 새로운 개발 및 활용 방법에 대한 최신 기술 동향’을 주제로 발표된 800여 편의 발표 논문들 가운데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결과 발표에서 가장 우수한 논문으로 선정됐다.
농작물을 기르는 농토에서 농사와 함께 전기 발전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신 설계기술을 개발, 실증을 통해 효과를 증명한 사례로 특히 태양전지모듈을 수직으로 세워 농작물 경작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경제성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설계기술을 발표했다.정창규 전북대 교수, 국제학회 ‘젊은 연구자상’ 수상정창규 전북대 교수(전자재료공학전공·사진)가 제7회 Nanog enerators and Piezotronics(이하 NGPT)국제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NGPT는 나노발전기 및 압전소자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회로, 재료공학 분야 전 세계 정량평가 1위 학자인 종린 왕 교수(조지아공과대)가 창립한 학회다.
정창규 교수는 “아직 덜 익은 연구 실적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젊은 연구자 친구들과 함께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며 “2년 뒤인 2026년 제8회 NGPT는 다시금 한국에서 개최된다. 우리 전북대에도 관련 분야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여러 교수님들을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정 교수는 유전체, 압전체 및 강유전체 소재/응용 연구 분야에서 인용 수 9천300회와 발표 논문이 얼마나 골고루 인용되었는지 를 보여주는 h-지수 49 등을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했다.정 교수가 수상한 젊은 연구자상은 후원 업체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졌으며, 40세 이하의 교수에게 매년 수여되고 있다.탈근대 논쟁과 리오타르의 통찰, 창의적 상상력에 힘을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45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8일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가 「근대와 탈근대 담론들의 현재」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6강은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교수(신학대학원)의 「젠더와 성평등」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탈근대 논쟁은 비록 그 자체로는 부실한 면이 있었으나,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이 논쟁을 통해 근대성의 어두운 그늘과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원천들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다. 근대와 탈근대 논쟁의 핵심에는 철학적 사유와 사회적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있었다. 이러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 지식에 대한 보고』(1979)는 디지털 정보 사회와 인공지능 시대를 예언하는 듯한 통찰을 담고 있어 오늘날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1979년에 발표된 리오타르의 저서로, 원래 캐나다 퀘벡 정부 대학협의회의 요청으로 제출된 보고서였다. 이 책의 연구 주제는 20세기 후반 선진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갖는 성격·본성·역할이었다. 리오타르는 이 책에서 탈근대를 '메타 서사에 대한 불신과 회의'로 정의했다. 이 정의를 중심으로 한탈근대 논쟁은 주로 모더니즘의 존폐 여부와 보편주의 담론의 거부를 둘러싸고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탈근대의 진정한 의미와 이론적 깊이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다.리오타르는 1950년대 후반부터 선진 사회에 나타난 두 가지 주요 경향을 언급한다. 첫째는 정보 처리 기계의 확산이며, 둘째는 컴퓨터 언어의 지배력 강화이다. 이 두 가지 경향은 '사회의 컴퓨터화' 혹은 '사회의 정보화'로 귀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의 본성과 위상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이유는 바로 이 정보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식은 더 이상 주체의 내면에 위치하지 않고, 외재화된다. 즉, 지식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저장 장치에 담겨 이동하는 것이 된다. 리오타르는 이를 지식의 '철저한 외재화'라고 설명한다. 이는 지식이 주체의 안이 아니라 바깥에 위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탈근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지식 습득(배움)이인성의 변화와 함께 간다고 여겨졌던 전통적 관념과는 크게 다르다.서사의 위기와 복귀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에서 '거대 서사의 후퇴'와 '서사의 귀환'을 강조한다. 거대 서사는 모든 지식 담론을 하나로 통합하고 정당화하는 철학적 서사이다. 그러나 탈근대 사회에서 지식은 이러한 정당화 서사가 필요 없게 됐고, 따라서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거대 서사가 남긴 빈자리는 수행성 서사와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수행성 서사는 과학에 개입하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관료의 논리를 따르며, 작은 이야기들은 과학의 현장에서 창의성을 다투는 연구자의 논리를 따른다. 탈근대 사회는 정보의 외재화와 함께 연구와 교육의 방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희망과 위험을 맞이한다. 수행성 서사가 지배력을 더해갈 때 나타나는 닫힌 사회의 가능성과, 작은 이야기들이 만들어갈 열린 사회의 가능성이 그것이다.리오타르는 탈근대 지식을 파랄로지(paralogie)라는 독창적이고 배리적(배리즘)인 물음에 답하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파랄로지는 들뢰즈의 사건 이론과 유사한 개념으로, 탈근대 시대의 창의적 가치와 지식 추구 방식을 가리킨다. 파랄로지는 체계 횡단적 상상력으로서,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수행성과 대립한다. 수행성 서사는 최소 투입에서 최대 산출을 추구하는 논리로, 탈근대 사회의 통제와 감시 체계에 기여한다.반면, 파랄로지는 새로운 문제 해결을 자극하는 창의적 상상력으로, 열린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파랄로지는 기존의 해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는 문제, 즉 배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는 체계 횡단적 이행의 논리로서, 서로 다른 규칙이 지배하는 영역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서사를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탈근대 과학과 파랄로지의 역할리오타르는 탈근대 과학이 지식의 정당화 방식에서 근대 과학과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근“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에서 (규칙을 거부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추구하는) 파랄로지와 같은 창의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을 강조한다.
파랄로지는 탈근대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열린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대 과학은 메타 서사에 의해 정당화됐지만, 탈근대 과학은 파랄로지에 의해 정당화된다. 파랄로지는 체계 횡단적 사유와 발견을 통해 정당화되는 방식이다. 이는 탈근대 사회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수행성 서사와는 상반되는 접근법이다.
수행성 서사는 과학적 연구와 지식 생산에서 최소 투입으로 최대 산출을 추구하는 효율성의 논리를 따른다. 이는 과학적 진보와 기술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동인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체제로 만들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수행성 서사는 모든 것을 최적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압할 수 있다.반면, 파랄로지는 기존의 규칙과 체계를 넘어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추구한다. 이는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며, 사회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만든다. 파랄로지는 다양한 지식 체계와 문화적 맥락을 통합해 새로운 서사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탈근대 사회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반영한다. 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가 수행성과 파랄로지라는 두 가지 상반된 덕목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사회로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리오타르는 탈근대 지식을 파랄로지(paralogie)라는 독창적이고 배리적(배리즘)인 물음에 답하는 능력으로 설명한다”라며 “체계 횡단적 상상력으로서,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수행성과 대립한다. 수행성 서사는 최소 투입에서 최대 산출을 추구하는 논리로, 탈근대 사회의 통제와 감시 체계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수행성 서사는 사회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나타내며, 이는 기술 발전과 경제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억압될 위험이 있다.
이에 반해, 파랄로지는 새로운 문제 해결과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사회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만든다. 이는 사회의 다양한 지식체계와 문화적 맥락을 통합해 새로운 서사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탈근대 사회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반영한다. 파랄로지는 기존의 규칙과 체계를 넘어서는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에서 파랄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파랄로지는 기존의 해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체계 횡단적 이행의 논리를 통해 다양한 영역을 통합하고 새로운 서사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이는 탈근대 사회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반영하며,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탈근대 논쟁을 촉발하며, 디지털 정보 사회와 인공지능 시대를 예언하는 중요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근대성과 탈근대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오늘날의 사회와 지식·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탈근대 사회는 수행성과 파랄로지라는 두 가지 덕목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사회로, 이러한 사회에서 창의적 상상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조건에서, 지식의 외재화와 정보의 비트로의 변환·컴퓨터 언어의 지배력 강화 등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식과 정보가 주체의 내면이 아니라 외부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지식의 외재화가 이뤄지고, 이는 탈근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이 된다. 또한, 탈근대 사회에서 지식의 전달과 보존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연구와 교육의 방식도 변화하게 된다.
탈근대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서사의 위기와 복귀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거대 서사가 물러난 자리를 수행성 서사와 작은 이야기들이 채우게 되면서, 탈근대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서사를 통해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게 된다. 수행성 서사는 과학과 기술·자본의 논리를 따르며, 작은 이야기들은 창의성과 혁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사를 창출한다.탈근대 사회에서의 지식과 서사의 변천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조건에서, 지식의 외재화와 정보의 비트로의 변환, 컴퓨터 언어의 지배력 강화 등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식과 정보가 주체의 내면이 아니라 외부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지식의 외재화가 이뤄지고, 이는 탈근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이 된다. 또한, 탈근대 사회에서 지식의 전달과 보존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연구와 교육의 방식도 변화하게 된다.탈근대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서사의 위기와 복귀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거대 서사가 물러난 자리를 수행성 서사와 작은 이야기들이 채우게 되면서, 탈근대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서사를 통해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게 된다. 수행성 서사는 과학과 기술·자본의 논리를 따르며, 작은 이야기들은 창의성과 혁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사를 창출한다.결국, 리오타르는 탈근대 사회에서 파랄로지와 같은 창의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을 강조한다. 파랄로지는 기존의 규칙과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의미하며, 이는 탈근대 사회에서 지식과 가치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파랄로지는 수행성 서사의 효율성 추구와 대립하며, 탈근대사회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열린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잡아당겨도 고화질 유지 디스플레이 개발
카이스트·동아대·ETRI 공동연구팀평면에 국한됐던 디스플레이 기술이 곡면형 모니터나 폴더블 휴대폰 화면처럼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잡아당겨도 동작 가능한 신축형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이 개발돼 화제다.카이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발광면적비를 가지며 신축시에도 해상도가 거의 줄지 않는 신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유승협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문한얼 동아대 교수(반도체학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 연구본부다.공동연구팀은 유연성이 매우 뛰어난 초박막 OLED를 개발해 이의 일부 발광 면적을 인접한 두 고립 영역 사이로 숨겨 넣는 방법을 이용해 신축성과 높은 발광 밀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숨겨진 발광 영역은 신축 시 그 모습을 점차 드러내며 발광 면적비의 감소를 보상하는 메커니즘을 가능케 했다.기존의 신축형 디스플레이는 고정된 단단한 발광 부분을 이용해 성능을 마련하면서, 굽혀진 모왼쪽부터 공동연구팀인 유승협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문한얼 동아대 교수(반도체학과)다. 사진=카이스트
양의 연결부를 통해 신축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경우 빛을 내지 않는 굽힘 모양 연결부로 인해, 전체 면적에서 발광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한계점이 있다. 특히, 신축시에는 늘어난 굽힘 모양 연결부가 차지하는 면적이 더욱 커지면서 발광면적 비율이 한층 더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공동연구팀은 제안된 구조체를 통해 신축 전발광면적비가 100%에 근접하는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30%의 시스템 신축 후 발광면적비 또한 단지 10% 감소하는 플랫폼을 구현했다. 이는 같은 변형 하에서 기존 플랫폼이 60% 수준의 높은 발광면적비 감소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또한 플랫폼은 반복 동작과 다양한 외력에서 도 강건하게 동작하는 기계적 안정성을 보였다.공동연구팀은 구형 물체·실린더·인체 부위와 같은 곡면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해, 풍선의 팽창이나 관절의 움직임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자유 곡면에 부착할 수 있는 광원에 대한 응용성을 확인했다.유승협 교수는 “평면이 아닌 디스플레이를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미래에는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궁극적으로 늘려도 동작하는 신축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우수한 성능과 안정성이 확보된 OLED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기존 신축형 디스플레이의 난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서, 신축형 디스플레이의 제품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전국대학언론 기자학교가 열립니다
제 32기 기자학교는 오프라인 대면 강의와 함께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활용한 온라인 과정을 병행해 진행합니다.제32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 개최 안내● 기 간 : 2024년 7월 22일(월) ~ 24일(수)● 진행방법 : 온·오프 강의 병행● 대 상 : 전국대학 신문(영자)〮방송국 현직 기자● 참 가 비 : 대면 강의(20만 원), 온라인(18만 원) ※ 대면 현장 강의는 선착순 30명● 접수방법 : 이메일(member@kyosu.net) 대학별 일괄 접수● 문 의 처 : 기획실 하영 실장(02-3142-4142)ҴۿӝҮоৌ݀פ㺠⒴⒴㸔䯝⏔⤘㲨䮈⸀㷼⦄ヸ⊙㷜㳄䯬╜䳘㝅䴐㷜䮐ⸯ䪀>331㷈䳠㴭䯠㲬⸀㷼⎀㺙㷈㍕䰍䯸䁈䰍䯭⥌⥨ઁӝҴۿӝҮѐ୭উղࣲ⒴⊈⟈㵘㸀㵘b㸀㢜ࣲ䊼⊄㓈⦄ヸ⊙㷜ぐ㵔㲬⸀㷼ぐ㵔ީ⦄ヸ䲈㸩⊙㷜⤘㞤䊭㢠ㄉࣲ䁈䰍㊭㌙㲬㲨䮈⊙㷜㍕䰍ࣲ㺕㢜㊭㌙㷸ヘ㸀QIQFIV$O]SWYRIX⦄䯝㍈㸀⎈㺕㢜ࣲ⦄㝅㺈⏱⦄䯝㥤ㆼ㲅㸔ध㊭㠥⏱䲈䁅⒴㸔ࣲㆼ㷜䌜⒴䴑㥨䯜㲅㥨㸩언감생심 스타이펜드…문제는 대학 연구실이다
딸깍발이
김소영 편집기획위원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누군가 ‘대통령을 위한 과학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은 요즘, 지난 2월,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한국형 스타이펜드(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 제도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년에는 R&D 예산이 늘어난다지만 올해는 예산 삭감 여파를 견뎌내야 한다. R&D다운 R&D, R&D 예산의 재구조화라는 대의는 공감하지만, 실제 R&D 예산 삭감의 부작용이 대학원생·포닥·신참 연구원 등 과학기술 현장의 약자라 할 수 있는 집단에 집중된다면 과학기술인만이 아니라 일반국민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이 참에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가 카이스트를 비롯한 4대 과기원이 실시하고 있는 스타이펜드 제도를 확대한 것이라고 하니, 5년 전 제도 도입을 위해 학내 정책연구를 진행하며 고민했던 것들이 떠오른다.가장 근본적인 고민은 한국사회에서 대학원생, 특히 이공계 대학원생은 누구이고 무얼 하는 존재인가라는 것이었다. 교수도 혼자 연구하고 정년 지나면 오히려 연구할 시간이 많아 좋다는 인문사회 분야와 달리, 대부분 이공계 연구는 집단으로 수행되고 재료·장비 등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물론 인문사회도 요즘 거대화·집단화되고, 반대로 이론 수학처럼 종이·연필만 있으면(실제로는 컴퓨터겠지만) 혼자 저비용으로 연구할 수 있겠지만 대략적인경향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상 이공계 연구실에서 교수와 학생은 필연적으로 이중적 관계를 맺게 된다. 스승과 제자라는 ‘지도’ 관계와 더불어 연구책임자와 연구원이라는 ‘고용’ 관계가 섞이게 되는데, 학생인건비가 정말로 100% 순수히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 따른 대가라면 문제가 쉽다. 하지만 연구과제 수행 과정에서 두부 자르듯 떼어낼 수 없는 지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수 입장에서는 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원에게 임금 지급하듯 책정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그정도 인건비를 확보하려면 24시간 연구비만 따러다녀야 할 것이다.반면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지도’보다는 연구과제를 소화하느라 연구실이 공장화 혹은 중소기업화되는 현실에서 이럴 거면 왜 대학원에 왔냐는 회의감이 든다. 게다가 인건비 수준은 차라리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했으면 받았을 월급과 비교도 안 된다. ‘학생’연구원이라지만, 주 80시간 넘게 혹사당하는 대학병원 전공의들(수년을 끌었던 주 80시간 초과근무 금지 전공의특별법은 올 1월에야 통과되었다)처럼 대학 실험실을 지탱하는 저임금 연구노동자에 가깝다. 연구비가 풍족하고 학생 지원이 몰리는 소수 연구실 외에는 비슷한 형편이다.요컨대 ‘지도’관계에서는 호기심 추구, 지식탐구 등 동일한 이해관계와 열정을 공유하는 교수와 학생이, ‘고용’ 관계에서는 인건비 지급과 수령이라는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스타이펜드 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재원이 아니다. 현재 카이스트 수준의 석사 80만 원, 박사 110만 원을 우리나라 전체 R&D 과제 참여 이공계 대학원생 수를 곱하면 기본적인 규모가 나올 것이고 그 액수는 우리 R&D 예산 규모에 비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대학 연구실이다. 과연 대학원생에게 연구비를 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연구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2015년 일본의 400여개 생명과학 실험실을 대상으로 두 유형의 실험실 졸업생 성과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첫째는 연구 아이디어나 가설은 연구책임자인 교수가 세우고 과제를 따오면 포닥·학생들이 이후 단계를 수행하는 실험실로 연구과제 수주에 최적화된 공장식 연구실이다. 둘째는 정반대로 시간이 걸리고 연구과제 수주에 어려움이 있지만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가설을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이 참여하는 연구실이다.놀랍게도 박사 졸업 후 처음 3년 정도는 전자 졸업생들의 논문 성과가 좋았지만 그 후로는 후자 졸업생들 성과가 뛰어났다. 특히 연구의 질적 수준과 관계되는 임팩트 팩터는 훨씬 더 빨리 후자 졸업생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 논문의 근본적인 물음은 이공계 대학원에서 연구라는 이름으로 실상 독립적 연구자로 설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방기하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스타이펜드 수준을 아무리 높여도 결국 연구노동자를 위한 인건비로 운영된다면 이야말로 돈먹는 하마일 것이다.한편 연구비를 따지 못하면 실험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장식 실험실을 운영하는 게 교수 개인의 선택도 아니다. R&D다운 R&D를 정립한다는 것은 잘 나가는 분야를 밀어주는 가성비 선택만이 아니라, 돈 안 되어도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별난 사람들의 별난 동기를 인정하고 통 크게 밀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가장 쉬운 것인데 스타이펜드야말로 언감생심, 돈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출처=충북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단양의 아침_물줄기는 왜 아래로 떨어져 가는가」신범승, 유채, 2024신범승 작가 전시회는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충북갤러리에서 열린다. 그에게 땅과 물은 어머니와 다름없다. 40년 가까이 어떤 지역의 이름을 딴 활동을 해온 작가에게 그곳은 떼어낼 수 없는 몸의 일부이다. 그에게 물은 작품 소재로도 작품 형식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그린 강은 맑고 투명한 수채화의 형식과 잘 어울린다. 화단에서 작품의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지속성과 대표성을 가져온 셈이다.빅 블러와 무전공제의 오·남용
교수논평
홍성학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교육부의 무전공제 발표 이후 무전공제의 비효과성과 부작용, 그리고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독선·불통 행정 등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비판에 덧붙여 ‘빅블러’와 ‘무전공제’ 등 용어 사용의 오·남용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빅 블러(Big Blur)’ 용어의 오·남용이다. 교육부는 무전공제 사업 취지로 ‘학문 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융합인재 양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사업 취지 내용에서 ‘빅 블러’를 시류에 편승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는 점, ‘빅 블러’ 용어 사용이 시점상 부적합하다는 점, 융합과 항상 연결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점 등이 ‘빅 블러’ 용어의 오·남용을 부추겼다.첫 번째로 ‘빅 블러’를 시류에 편승하는 용어로 사용한 점이다. 이러한 용어 사용은 빅 블러 시대 이전에는 융합인재 양성이 필요 없었던 것으로 오인하게 하였다. 또한 사업 취지에서 ‘빅 블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이라고 하여 빅 블러 시대를 당연시하였는데, 이러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연구의 비판적 사고를 훼손시킬 수 있다. ‘빅 블러’, ‘빅 블러 시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도 대학 현장에서는 ‘다학문적’, ‘학제간 교육과 연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융합인재 양성과 연구를 계속 강조했었다. 그리고 시대 흐름과 관련하여 다양한 접근과 분석·연구가 있었다.두 번째로 시점상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블러’와 ‘빅 블러’ 용어가 사용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빅블러’ 용어 이전에 ‘블러’라는 용어가 먼저 사용되었는데,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와 크리스토퍼 메이어(Christoper Meyer)는 1998년 『블러: 연결된 경제에서의 변화 속도』라는 저서를 내고 ‘블러’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 『블러 현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3년에 조용호는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는 저서에서 ‘빅 블러’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2013년으로부터 다시 11년이 지나 경제·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시점에 교육부는 ‘빅 블러 시대’와 급속한 경제·산업 변화로 인한 미스매치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올해 들어 ‘빅 블러 시대’를 내세우며 융합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 시점상 적합한지, 그리고 그동안 교육부는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세 번째로 ‘빅 블러’가 ‘융합’이라는 용어와 항상 연결되어 사용되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점이다. ‘빅 블러’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조용호는 자신의 저서에서 빅 블러를 ‘경계 융화’라고 하면서 ‘두 요소들 사이에 명확하게 존재해 왔던 경계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라고 하여 다른 종류의 것이 합쳐져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융합과 구별하였다.조용호는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드는 것을 융합이라고 하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개별적 특성을 닮아가는 것, 어울리는 것을 융화라고 하였다. 융합은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나노기술 등을 결합하거나 디자인·비즈니스·과학기술 등 서로 다른 분야를 통합하는 형태이고, 융화는 소비자가 생산자의 영역에서, 생산자가 소비자의 영역에서 역할하는 것처럼 자기 영역이라고 설정했던 영역을 넘어 역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융화는 융합과 같이 나타날 수도 있고, 별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빅 블러’가 ‘융합’과 항상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융합인재 양성이 목적이라면 ‘빅 블러’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이상 ‘빅 블러’ 용어의 오·남용을 지적했는데, 이와 더불어 ‘무전공제’ 용어의 오·남용 역시 경계해야 한다. 교육부는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무전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전공제 도입을 강제하고 있지만, 무전공제는 융합인재 양성 수단의 하나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무전공제’ 도입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무전공제’ 도입이 목적인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교육부는 성과 평가에 초점을 두겠다고 하였으면서, 융합인재 양성 결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무전공제 도입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는 ‘무전공제’ 용어를 특정 인기학과로의 쏠림을 부추기고 기초학문을 비롯해서 다양한 학문과 학과를 파괴시켜 융합인재 양성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의 상징 용어로 받아들이고 비판하고 있다. 학과 간 벽을 허무는 경계 융화와 다양한 학문 융합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다양한 학과가 존재하고, 기초학문이 존재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교육부는 융합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두면서 ‘빅블러’와 ‘무전공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오·남용한 것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빅 블러’와 ‘무전공제’ 용어의 오·남용이 융합인재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동안 융합인재양성 정책을 제대로 했는지,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등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찾아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지방대의 인문학자에게 보내는 응원
고슴도치와 여우
조형근동네 사회학자대학을 떠난 지 이제 4년 반이 넘었다. 전임 임용을 사실상 단념한 채 오랫동안 계약직으로 살아가다가 뜻밖에 늦깎이 임용이 되어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기껏 1년 반 남짓 일하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사직서를 내고 자유인이 됐다. 어찌어찌하여 대학에 대한 글을 쓰게 됐지만, 떠난 지 여러 해라 지금의 대학 사정에 어둡다. 그런대로 대학 안과 바깥을 경험했으니, 그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있을지 찾아볼 일이다.
누군가 사직한 이유를 물으면 나는 공부하고 싶어서 떠났다고 대답한다. 도무지 공부할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사표를 냈다고. 대학 바깥 사람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대학에 적을 둔 이들은 적잖이 공감할 것이다. 실적 경쟁이 어느 정도였는지 한 가지 사례만 들자면 방학을 빼고 1주일에 평균 한 번꼴로 크고 작은 학술행사를 열었다. 기획과 섭외, 행사 준비가 일과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밤 10시 이전에 퇴근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차분히 책 읽고 자료를 숙고할 시간은 언감생심이었다. 내가 있던 곳이 바쁜 편이었겠지만, 경쟁체제 속에 포섭된 대학들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그 와중에도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좋은 연구를 하는 이들을 보며 경탄하곤 했다.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사표를 내는 것이 답이었던 이유다. 저 훌륭한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연구 시간과 휴식이 확보된다면 얼마나 더 훌륭한 연구가 나올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프리랜서가 되어보니 매인 데 없다고 해서 시간이 넘치고, 실컷 책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심장을 짓누르는 압박감 없이 책 읽고 사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질은 꽤 나아졌다. 지갑이 얇아진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대학이 위기라고 해도 사정이 같지는 않다. ‘인서울대’와 지방대가, 이공계와 인문사회계가 처한 입장이 매우 다르다. 후자 쪽이 위기의 진앙임은 물론이다. 지방대 인문사회계는 위기의 중첩지대다. 교수도, 학생도 미래가 답답하다. 인문학이라면 사정이 더욱 어렵다.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데, 찾은 길이 살길이 아닐 수도 있다. 지방대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글로컬대학 프로그램을 보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선정이 안 되면 좌절이 더 깊어지겠지만, 선정된다고 해도 미래가 분명해지는 건 아니다. 거액을 받는 만큼 일이 폭증하고 갈등이 커지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돈으로 환산되는 생산성과 효율을 지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지방대 인문학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나 자신이 속해 있던 기반이라 더욱 절실히 묻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공학이나 자연과학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인문학자들 사이에도 비슷한 생각이 퍼져있는 듯하다. 빌 게이츠가 철학과에 몇 달 다녔다는 에피소드 따위를 선전하고, 돈 되는 콘텐츠 상품의 밑바탕에는 인문학이 있다며 가치를 입증하려 한다. 진심은 알겠으되 승산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도 해답이 없지만, 누군가 좋은 해답을 제시한들 현실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오직 거머리의 두뇌만 연구하는 자를 등장시켜 말하게 한다. 거머리 두뇌 연구를 위해 “나는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무관심해졌다. 그리하여 나의 인식 바로 곁에는 나의 검은 무지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만 알고, 나머지 모든 것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전문화 추세 속 인문학 위기의 본질이라고 『인문학의 미래』에서 철학자 월터 카우프만은 말한다. 여러 가지를 공부하자는 말이 아니라, 무엇을, 왜 공부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인문학의 위기는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목표와 비판 정신이 없는 인문학, 스스로를 비판 대상으로 성찰하지 않는 인문학은 그 자체가 이미 위기다.
대학 밖에 나와 보니 곳곳에 공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공공기관의 무료 강좌 같은 건 물론이지만, 제 돈 내며 깊이 공부할 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잘 묻는 데 있다. 자기 삶에 대해, 세상의 어떤 측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는 힘이 우리를 좀 더 나은 존재로 만든다. 지방의 젊은이에겐 이런 질문이 불필요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지방대의 인문학자들께서 좀 더 담대하게 힘을 내주시길 응원하는 마음이다.주요 저작으로 『우리 안의 친일: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2022),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2022), 『키워드로 읽는 불평등사회』(2022)가 있다. 최근 논문으로는 「냉전기 한국과 일본의 대중음악과 국민 만들기」(2024), 「능력주의, 말과 담론이 걸은 역설의 길을 벗어나기」(2022) 등이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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