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무력충돌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은

글로컬 오디세이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대우교수

중동 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확전일로에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사실상 종결되었으나 제한

적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가자 지구 국경 도시 라파를 반드시 공격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종결 이후 가자 지구 통치를 누구에게 맡길지, 치안과 행정을 누가 담당할지를 정하는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교착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공습해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알고도스의 시리아 사령관 무함마드 레자 자헤디를 포함 13명이 폭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올해 초부터 이미 혁명수비대 고위 관리들을 암살해왔다.

문제는 이번 공습이 이란의 주권을 침해했으며 2020년 바그다드 공항에서 암살당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다음으로 최고위급 관리가 사망한 것이다. 이란은 현지 시각 14일 드론·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총 350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문제는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전례 없는 본토 공격에 반드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다행히 아주 제한적인 수준에서 핵시설과 군사기지가 소재한 이스파한을 공격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재차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주었다. 미국의 중재와 전면전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두 국가의 판단이 확전을 막고 이번 대치국면을 일단락시켰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를 공격하는 이유는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로켓과 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를 공습한 것은 이미 10년도 넘은 일이다. 가자 지구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대응하면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실제로 현실화됐다. 이런 두 국가의 충돌은 자칫 미국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가자 지구 전쟁이 중동지역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전쟁은 6개월을 지나 최소한 여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라파를 제외한 가자 전역을 훑으며 군사작전을 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초기부터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임과 동시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가자 전쟁은 역내 다양한 경쟁 세력의 이익을 둘러싼 전쟁터이다. 사진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민간인 사상자다. 사진=위키피디아

개해 하마스의 무장세력을 무력화시켰다. 하마스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는 역내 이란의 대리 조직 헤즈볼라와 후티 세력은 가자 지구 전쟁이 종결되면 무력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종결을 감수하더라도 우선 가자 지구에 갇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을 구하기는커녕 하마스에 대한 압도적 승리를 위해선 전쟁 종결은 없다며 인질 협상에 퇴짜를 놓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초기부터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임과 동시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가자 전쟁은 역내 다양한 경쟁 세력의 이익을 둘러싼 전쟁터이다. 여기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 가자 전쟁 종결 없이는 두 진영 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며 우발적인 확전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일시 휴전이 아니라 종전을 선언하고 하마스와 협상에 나선다면 인질 석방도 가능하다. 존경받는 지도자는 국민을 설득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는 것이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의 이익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민 1천여 명이 7일 만에 몰살당하는 유대인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비극을 초래한 만큼 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쩌면 이스라엘 국민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인질을 데려오는 결단일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을 지도자로 남을 기회를 놓치지 않길 기대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인구유입 정책이 오히려 지역소멸 가속화”

자치환경 급격한 해체, 공동화이어져

저출산, 발전주의·노동문제와 얽혀

▶ 1면에서 이어짐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현재 시점에서 자연증가는 모든 시도 지역에서 세종을 빼면 인구감소 지역이다.” 박경숙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세종특별시 자연 인구가 증가한 것은 젊은 기혼 가구가 많이 들어간 효과일 수 있다”라며 “그런데 서울은 젊은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혼인구가 많아 자연성장은 마이너스다”라고 분석했다.

서울, 젊은 인구 많아도 자연성장은 마이너스

저출산 문제는 해답이 없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산지원금 지원에 관하여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라는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출산지원금 1억 원이 효과가 있을지 물어본 것이다. 3자녀 이상이면 3억 원을 준다는 예시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OECD 수준과 비교연구한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수도권으로 쏠린 인구가 분산될 수 있다면, 결혼 밖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면, 출산율은 오를 수 있지만, 누구도 이 가정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와 논리인 발전주의, 젠더, 가족 모순, 노동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명예교수, 박경숙 서울대 교수(사회학과), 안승우 성균관대 교수(유학·동양학과)다. 사진=학과 홈페이지·교수신문 DB

아울러, 현장을 모르는 지역활성 정책들도 문제다. 박 교수는 “자본, 산업, 주거지, 편린시설을 만들어 주변의 인구를 유입하는 도시 정책들이 지역의 소멸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라며 “일시적으로 인구가 쏠려서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 지역의 자치적인 환경을 급격히 해체시켜서 돌이킬 수 없는 공동화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유학의 관점에서 본 지역소멸·고령화

이번 제1회 성균국제인문포럼에서 또한 주목되는 건 유학의 관점에서 지역소멸·고령화를 살펴본 점이다. 안승우 성균관대 교수(유학‧동양학과)는 「유학의 관점에서 본 관계인구 개념과 실천적 적용」을 통해 “인구문제와 자신의 문제가 접점이 되는 지점을 발견함으로써 장기적‧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관계인구 개념은 일본에서 제시된 바 있다. 전통적인 정주‧이주 인구, 교류‧관광 인구 사이에 놓여있는 개념이 바로 관계인

구다. 지역에서 인구 늘리기가 어려워 고안해낸 개념이다. 안 교수는 유학을 통한 문제의 본질 들여다보기, ‘나’와의 관계 살펴보기, 타자‧사회와 관계로 지역사회까지 확장하기 등을 요청했다.

이선경 조선대 아시아언어문화학부 객원교수는 「고령사회 노인복지를 위한 유교적 모색-“인륜적 복지”개념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객원교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눈 앞에 둔 한국은 현재 OECD국가 중 노인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노인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된다” 라며 “유교사회에서 노인은 생물학적 약자 내지 사회적 약자로 보호받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존경과 공경의 대상으로 대접 받았다”라고 우려했다. 이 객원교수는 “유교적 복지의 이상향은 대동사회”라며 “유교가 지향하는 인정을 통한 민생의 해결, ‘신뢰사회’구축, ‘인륜적 삶’의 국가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외국인 한국어 교육 등 ‘케이 무크’ 신규 강좌 선정

교육부·평생교육진흥원, 24일 발표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 23일 2024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로 신규 선정된 강좌를 발표했다. 디지털 분야 강좌 5개, 수요 맞춤형 강좌 3개, 묶음강좌 12개(4묶음), 교양강좌 2개를 최종 선정했다.

디지털 기초 분야에 선정된 ‘인공지능과 캐글분석’(경북대)과 ‘인공지능(AI) 활용 숏폼 미디어창작자(크리에이터)로 수익화하기’(경일대), 디지털 심화 분야에 선정된 ‘확장현실(XR)로 배우는 반도체 장비’(국립군산대), ‘디지털 트윈:드론, 포토그래메트리로 만드는 메타버스’(경일대)는 국민이 디

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강좌를 지원한다.

여성가족부와 협업해 제공하는 부처협업형 강좌에 ‘놀면뭐하니, 디자인 굿즈로 창업해 봐!’(부산디지털대) 강좌가 선정됐다. 지역중심형 강좌에 선정된 ‘산림치유의 이해’(가톨릭관동대-평창군)와 ‘경상북도 케이(K)-음식(푸드)의 이해’(대구한의대-경상북도)는 지역 특성을 살려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교육을 제공한다.

다양한 학습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묶음 강좌에 유학생 등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한국어, 이럴 땐 이렇게 말해요!’(성균관대)를 비롯해 ‘스마트에너지 네트워크 보안’(광운대), ‘도전!

공간정보융합기능사 실기:큐지아이에스(QGIS)로 마스터하기’(서울디지털대), ‘인공지능(AI)을 품은 수학, 생활에 스미다’(한성대)가 선정됐다.

교양강좌 중 시니어 지식기부 분야에 선정된 ‘거인의 어깨-인생을 빌려드립니다’((주)조선방송)는 온·오프라인 멘토링을 통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는 강좌를 개발한다. 국내외 석학 분야에 선정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석학이 참여하는 강좌를 개발해 세계 거장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강좌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강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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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양성 큰 그림 갖고 있나…조급하고 획일적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인문사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②

강창우

전국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서울대 인문대학장·독어독문학과

무전공 정책과 기초학문의 위기

우리나라가 현대사에서 이룩한 성취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적과 같은 것이다. 반세기 남짓한 시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로 발돋움한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우리 문화가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내세울 만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재가 가장 큰 자원인데, 낮은 출산율은 인재의 절대 수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경영의 요체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사회의 여러 분야에 골고루 진출해서 각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면 국가의 인재 정책은 더 치밀하게 설계되고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을 보면 국가가 인재 양성의 큰 그림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작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첨단분야 정원 증원이 그렇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이 그렇다. 첨단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나 필수 의료분야와 지방 의료의 공백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닌데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그런 의심을 하게 한다. 국가가 인재 양성의 큰 그림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또 한 가지 일은 현재 교육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무전공 모집 정책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이 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지난 1월 말에야 나왔는데, 무전공 모집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함으로써 정부의 재정 지원에 목매고 있는 대학들로서는 이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목하 대학들은 이 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무전공 정책, 획일화로 부작용 유발

무전공 모집이 정말 좋은 제도라면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도입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와 언론 그리고 심지어 다수의 대학 총장들까지 이 정책에 부정적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몇 가지 예만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전공 선택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이 정책의 취지는 극심한 쏠림 현상으로 인해 무색해지고, 그렇지 않아도 학생이 부족한 기초학문 분야의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다. 둘째, 신입생 전체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부터 단과대학 내 무전공 모집을 하는 대학까지, 이미 대학들은 교육 여건과 인재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무전공 모집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일정 비율을 무전공으로 모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획일화함으로써 많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면 국가의 인재 정책은 더 치밀하게 설계되고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 사진=DALL·E와 픽사베이 합성

인재 양성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기초해 고등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골고루 진출해서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셋째, 이미 대학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복수 전공을 넘어 다전공을 권장하고 있고 학생설계 전공과 부전공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과 제도도 활성화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상당 부분 보장하고 있다. 넷째, 현재도 쏠림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의 교육 환경은 열악한데, 무전공 모집까지 가세하면 인기 학과들의 교육 여건은 더 나빠질 것이다.

기초학문 ‘폐과’ 대폭 늘어날 것

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전공 모집을 하고 있는 대학의 70%에서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전공을 선택할 때 특정 3개 학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비율도 대학 전체 평균보다 3~5배 높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무전공 모집은 학생들이 인기있는 몇 개 학과로 진학하거나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무전공 모집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쏠림 현상의 희생이 되는 학과나 전공을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없애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무전공 모집 정책을 기회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대학도 있어서, 교육부의 의도대로 무전공 모집이 확대되면 폐과 위기에 처하게 될 기초학문 분야 학과들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문생태계 붕괴와 학문의 퇴보

학문은 하나의 큰 생태계다. 다양한 종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학문생태계는 소멸 위기에 처한 종과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는 종의 부조화와 불균형 속에서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이미 20여 년 전에 서울대는 대학원 입시에서 미달이 발생하여 정원을 대폭 감축했지만, 올해 대학원 입시에서도 절반 이상의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20년 이상 지속된 대학원의 미달 사태는 결국 우리나라 학문생태계의 붕괴와 학문의 퇴보로 이어지고 있어서, 학문후속세대가 부족한 일부 기초학문 분야는 전임교원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 발표된 2024년 9; 세계대학평가 전공별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전공 가운데 순위가 오른 것은 6%뿐이고 순위가 떨어진 것은 6%나 된다. 대학평가의 의미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올해의 결과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정책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수 인재 골고루 진출해 국가균형발전을

우리나라의 학문, 특히 기초학문은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입학정원 정책, 특히 무전공 모집 정책은 기초학문의 위기를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미끼로 무전공 모집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학은 재정 지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학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무전공 모집을 강행하고 있다. 이미 무전공 모집과 유사한 계열별 모집과 학부제의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실패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암담함마저 느껴진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고등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골고루 진출해서 각 분야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학문생태계가 다양성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원확보율·대학원생 인권 등 대학원 정보공개도 강화

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

▶ 1면에서 이어짐

이러한 사립대의 우려에 대해 김정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은 “국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해 경쟁력이 있으니 이번 규정 개정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립대 측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비수도권 대학을 위해서는 대학원 정원 증원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첨단 분야나 대학원 등의 정원을 제한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 정보공시 항목 추가 예정

교육부는 대학원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정보공개 강화도 추진한다. 대학원 정원 증원과 학과 신설 등 투입 단계에 집중됐던 질 관리 방식을 성과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정보공시 지표와 정책 연구를 통해 발굴된 신규 지표 중 현장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중요도·정책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핵심 지표를 선별한 뒤 이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시하도록 대학에 요구하기로 했다.

대학원 정보공시 관련 핵심 관리 지표 예시

구분 지표(안)

교육 여건

① 신입생 충원 현황

② 재학생 중 외국인 학생 비율

③ 교원 1인당 학생 수 및 교원 확보율

재정

④ 등록금 현황

⑤ 장학금 수혜 현황

졸업 후 진로

⑥ 졸업 요건 및 졸업률

⑦ 졸업생의 진학‧취업 현황

연구 여건 및 지원 체계

⑧ 대학원생의 연구실적

⑨ 연구·수업조교 운영 현황

⑩ 대학원생 인권보장 체계 구축 현황

특히 대학 정보로만 공시하던 ‘교원 1인당 학생 수 및 교원 확보율’ 등도 대학원 정보공시 항목으로 추가한다. ‘졸업 요건 및 졸업률’, ‘대학원생의 연구 실적’, ‘연구·수업 조교 운영 현황’, ‘대학원생 인권 보장 체계 구축 현황’ 등 신규 지표는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되면 오는 2026년부터 공시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원 정원 정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원이 사회 변화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규제 완화와 함께 대학원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정보공시도 강화해 대학의 자율적 책무성까지 함께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5357학년도#5학기#채용

전임교원#채용

1. 채용분야 및 인원 4. 임용조건

학 과채용분야인원담 당 교 과 목지원자 요구능력 가나.. 최임용종직합격급은자는 조 교교수육공로 무임원용임함용을령 원 제칙5으조로의 하2 및되 ,본 교교육 인경사력규 및정 연에구 따실라적 임에용 따직라급 부, 임교용수기이간상, 임 급용여 가, 근능무조건 등을 조건으로 하여 계약제로 임용함

조경전학통과지관질리유 산및의 활 보용존1명ㅇㅇㅇㅇㅇ 자지지지화석질질연질유유학유유산산산산 보정재자존보해료 시분론및스석 활학템용ㅇㅇㅇ 첨자 지 교연질단육유유기을산산술 담 에을전당 이문대할한인용 수력한 연 있 지양구는질 성능 인유을력재산 이위 의한 탁 조 월석사z하박, 고기사,록 과보,존정 분관생석리 논 및에문 보 관 지존한도관 실가리무 가에경 능관험한한을 인 지재닌 인재 5 . 다 가제응.. 출 시4교년자수서제 공임류 대통용 학※지 (졸교원업)서에증(전서명자 교서파수, 일경 또 력별는증도 부명 제교서출수 등)로 1은 부일 최정근기 3간개 재월직 이한내 경에우 발, 급연된구 것또을는 제교출육해경야력함이. 특히 우수한 자는 각각 동일 직급으로 임용 가능 나. 연구실적 목록 및 요약서(전자파일 별도 제출) 각 1부

관문리화학재과(박문물화문관유화)산시 경 설정영책 및 1명ㅇㅇㅇㅇ 유문역문화사산화관문유유산리산화환과정 실 책경인무과 보공와 지 박호방물능 법및관 론정 경책영론ㅇㅇㅇㅇ 박문 문 문화화물화관유유유산산 산등 (과관 역기 인련사타공 문 전학지화문예환능인 분경z력디야 등지양의)털성 정전 을등책문 위 융지및한z식 복활 과석합용 z연된 박관구 사주련역 제과 교량로정과, 생 학현목 문장을논적 문실담 지성무당도과경할가를험 수 을가도 있 능출겸는한한비 인 한인인재 재재인재 다 라가서... 류개자학심인기위사정소 및 보개적 성 서격수적(자집자증 유제및명양출 서이식서(용학,류 주사동 ,요 의 ※석 서연서사 구류1, 부박업심사적사)과 합각 이격 1력부자 등개,별 전통자지파일 별도 제출) 1부

※ 담당 교과목은 학과 사정상 변동될 수 있음 나. 교육 및 연구계획서(자유양식, %4용지 3장 이내, 강의 가능과목과 중‧단기 연구계획 및 목표 등 포함, 전자파일 별도 제출) 1부 다. 최종학위 논문(요약서 1부 포함) 1부

2. 채용분야에 대한 설명 마라.. 연경력구증실명적서물((심지원사연서구에실 기적재, 한기 전타체연경구력실)적 1)부 각 1부

채 용 분 야채 용 분 야 설 명 바. 석z박사 학위논문 지도교수 및 심사위원 명단 1부

보지질존관유산리의 및 활용ㅇ 활자용연을유 산담 당체할제 에전 문발인맞력춰 양명성승 과필 요천연기념물에 포함된 지질유산과 잠재자원의 조사와 분석, 보존과 관리, 사아 .. ※본마 별약교도z 교대 제원마출 친또하인는는척 전향 자명정파단신일 성1은부의 문약서품작 중성용독 프여로부그 확램인(한서글 ,1 1부7(워최드종) 합형격태자로 )제출하되,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FYMPH$OSVIE.OV로 발송

및문화 문시화설유(박산 물정관책) 경영 ㅇ 국가유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시설(박물관) 경영 및 문화유산 정책연구 등을 담당할 전문인력 양성 필요6. 서류제출방법

가. 접수기간 : ‘24. 4. 24.(수) b 4. 30.(화월), 18:00까지 ?근무시간(09:00 b 18:00)에 접수하며, 점심시간(12:00b13:00)과 공휴일은 제외됩니다.A 나. 접수방법 : - 우편접수(응시원서 봉투에 ‘전임교원 채용 응시원서 재중’ 표기 요망, 우편 접수는 마감일, 마감시간까지 도착한 것만 접수합니다.) 3. 지원자격 * 아래의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자 - 방문접수 또는 대리접수

가.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4조(결격사유)에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 다. 접 수 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채용담당 앞) (주소 :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367)

다나.. 박『대사학학교위원 소 자지격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자격기준에 적합한 자7. 기타 사항 상세한 사항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전화 041-830-7111, )-QEMA FYMPH$OSVIE.OV)로 문의 바랍니다. 라. 지원서 접수 마감일(’24. 4. 30.) 기준으로 3년 이내(’21. 5. 1.b ’24. 4. 30.)에 발표된 연구실적물(학위논문 제외)이 200% 이상인 자 2024. 4. 15

※ 연구실적 인정범위 및 비율은 “심사연구실적 인정범위 및 환산율” 표를 따르되, 연구실적물 인정여부 및 환산율 적용이 불분명할 경우 관련학과 의견을 들어 결정함총장

소통 부재와 일방적 추진 멈춰야… 22대 총선의 교훈

데이터로 읽는 대학 25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7

교육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끝>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마지막 일곱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이다. 지난 6회에 걸쳐 대학 자율화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대학재정 지원현황, 그리고 교육부와 대학, 산하 유관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거버넌스 등을 살펴보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는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사립학교법,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고등교육과 관련한 각종 법령과 규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라이즈 체계와 글로컬대학30 사업, 교육발전특구 등 이전과 달리 중앙정부의 탑-다운 방식의 고등교육정책을 지양하고,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중심이 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소주제는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학에 의존하면서도 국·공립대학과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의 혁신 방향을 다룬다. 대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범여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여당은 참패했다. 총선에서 여야 양당이 발표한 공식적인 교육정책은 없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의정 갈등이 정책 이슈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에서 삭감한 국가 R&D 예산에 대한 비판과 이를 의식한 국가 R&D 예산 복원이 양당의 정책으로 발표됐다. 정부와 여당의 총선 참패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의 소통 부재와 일방적 추진으로 인한 불통 문제다.

교육부 정책집행, 상명하달식 불통 개선을

고등교육 관점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곱씹어 봐야 한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추진방식은 대학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규제와 지시일변도의 정책 집행으로 고집스러운 불통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나 무전공 모집, 대학 등록금 동결과 같은 상명하달식 대학정책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의 수요와 디지털 시대는 이미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다양한 개인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는 융복합적인 지식 습득을 요구하고, 시장수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 줄 것을 대학에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교육 수준과 인재 공급의 부족으로 삼성·네이버·포스코·KT 등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ICT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프로그램 수준은 이미 대학교육을 압도하고 있으며,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기업의 요구 수준에 맞추면서도 기업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도 미래지향적이며, 대학 스스로 혁신을 바탕으로 학사운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후평가 통해 계속 지원 여부 따져야

교육부가 라이즈 체계 구축과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도입하고 중앙에서 지역으로 고등교육정책 추진체계를 이전해 지역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모양새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방향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추진 주체가 변경된 옥상옥이 되고, 지역대학은 지자체로부터 사업비를 받기 위한 몸부림과 경쟁만 강요하지 대학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지원의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야 하는 지역 내 대학 간 경쟁은 다양한 설립 특성과 학과 구성을 지닌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기 더 어

정부는 대학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통제와 계획을 따라서는 사회의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사진=교수신문DB

려울 수도 있다. 지역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의 자율성을 전제로 개별 대학의 발전계획에 따른 지원방식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사전경쟁을 거쳐 선정된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사업계획서의 적절성을 평가해 재정을 지원하고, 사후평가를 통해 사업의 계속 지원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국립·사립 역할 분담에 따른 재정지원을

또한, 현행과 같은 설립별 구분 없는 경쟁에 의한 지원보다는 설립별 역할 분담에 따른 재정지원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국립대학육성사업처럼 사립대학육성사업을 별도의 트랙으로 만들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국립대 간, 사립대 간에 경쟁을 통한 재정지원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껏 추진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국립대학에 편향된 선정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시스템에 대한 사립대학의 불만을 야기시켰다. 이미 라이즈 체계도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1기 글로컬대학 10개 선정 시에도 국립대 위주의 선발이라는 사립대의 불만과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즉, 1기 글로컬대학에는 총 94건 108교가 신청했다. 그 중 사립 일반대는 신청가능대학 66교 중 64교(97.0%)가 신청했으나, 예비 선정에는 64교 중 7개교(10.9%), 본지정에는 최종 3교(4.7%)가 선정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국립대는 신청가능대학 31교 중 25교( 0.6%)가 신청했으며, 예비 선정에는 25교 중 11교(44.0%), 본지정에는 10교(40.0%)가 선정돼, 사립대의 반발을 가져왔고, 과정 및 절차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중소도시 지역대학 지원 방안 마련 필요

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사업에도 총 65건 109

교가 신청했다. 국립대 21교 중 13교(61.9%), 사립대는 63교 중 55교(87.3%)가 신청했다. 2023년 본지정시 미지정된 단독 5개교와 15건(28개교)을 포함해 총 20건(33개교)을 예비 지정해 선정률은 30.3%였다. 예비 지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단독 11개교, 연합 6건 14개교, 통합 3건 8개교이며, 설립별로는 국립대 7개교, 사립대 16개교, 전문대 10개 등이 예비 지정에 선정됐다. 올해에도 설립별 예비 지정 선정율을 보면, 국·공립대가 신청대학의 52.9%, 사립대가 26.1%로 사립대의 선정율이 낮다. 1·2기 글로컬대학 신청대학을 보면, 많은 사립대의 구성원들이 몇 달에 걸쳐 올인하다시피 작업한 준비 과정에 비해서는 선정 비율이 낮아 매우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라고 할 수 있다. 본지정은 차치하고 예비 지정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탈락대학에 대한 낙인효과로 인해 대학 이미지가 나빠져 학생 유치와 사업 유치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러므로 글로컬대학30 선정에서 탈락한 중소도시의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재정악화로 인한 지역대학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상황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적 인재 양성, 초일류 대학 탄생은 어렵다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교육제도와 내용을 바꾸면서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들은 다양한 학사제도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기술·산업·사회의 필요에 맞춰 대학의 역할·교육과정·학위 제도 등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당면한 대학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해 대학이 지역을 살리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며, 자기주도적인 대학혁

신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 개선과 안정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16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은 대학의 재정 악화를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할 재정 역량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THE·QS·상하이 자오퉁대·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등의 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수년간 뒷걸음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 대학의 글로벌 대학 순위는 세계 100위권에 한참 못미친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권 대학의 눈부신 약진을 목격했다. 이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왔는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선도해나가는 초일류 기업은 있어도 초일류 대학은 없다. 세계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초일류 대학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인재양성 시스템으로는 초일류 대학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전 세계를 이끌어 갈 미래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10여 개의 초일류 대학 양성과 함께 지역의 중소도시를 지탱해 줄 다양한 지역대학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의 통제, 변화 속도 못 따라간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학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정부의 통제와 계획을 따라서는 사회의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대학의 변화 속도도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등록금·기부금·발전기금에 대한 정부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혁신적이고 선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1년 예산은 10조 원이고, 중국 베이징대 1년 예산은 4조 원이다. 그리고 MIT는 2018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를 투자해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한국 대학이 이들 대학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이러한 투자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해 주는 것인데, 우리 대학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데이터로 읽는 대학’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와 수고해 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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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에게 왜 이렇게 친한 척하는 것이죠?”

아줌마 연구자로 가까스로 살아남기 ④

서나래

한국교원대 한국근대교육사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지역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

지역의 중소도시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거리가 먼 순서대로 대학은 사라질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다. 대학에서 교원을 꿈꾸고 있는 신진 연구자는 이런 미래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번 연재에서 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하나는 왜 여성 연구자들이 출산이나 육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대학은 현재 어떤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아줌마 연구자로 가까스로 살아남기’라는 연재 제목은 양육과 연구로 저글링하며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다. 지역의 많은 연구자들이 특히 여성 연구자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연구를 접고 있다. 이 연재를 통해 고군분투하는 신진 연구자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익명의 신진 연구자들에게 진한 동지애를 전달하고 싶다. “우리, 살아서, 만나요.”

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잠시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적 있다. 연세대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교실 속 이방인들: 주한 미 평화봉사단의 교육 활동과 그 영향(1966-1981)」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세아라는 필명으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글자로 옮겨 책을 두어권 낸 바 있다. 현재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꿈꾸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철학 및 교육사’라는 교직 과목을 가르치며 한국 현대교육사를 연구하는 공부 노동자다.

장차 교사를 희망하는 사범대 학생들은 임용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교육학 논술 시험을 준비한다. 논술문을 잘 쓴다고 해서 교직 업무를 잘하고 인성이 바른 교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시험 통과는 중요하다. 이때 논술문의 기본은 서론과 본론 1·2·3, 결론을 갖춘 ‘5-단락 에세이’다. 나는 사범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직 수업에서 논술문의 개요작성부터 글쓰기, 퇴고의 과정 등을 가르친다. 대개 사범대 학생들은 과별로 교직 수업을 듣기 때문에 각 수업의 분위기는 대략 학과 특성을 반영한다.

논술문 과제를 가장 잘 해내는 학과는?

그렇다면 논술문의 개요작성 과제를 가장 잘해내는 학과는 어디일까? 아마도 국어교육과, 혹은 어문 계열의 영어교육과 등을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모든 학생이 다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로 논술문 개요작성 과제를 잘하는 학과는 컴퓨터교육과와 기계교육과다. 찐 문과 감성을 지닌 학생들은 철철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개요작성을 제대로 못 하기도 한다. 기계교육과의 몇몇 학생들은 프라모델 설명서처럼 구조가 잘 짜인 논술문 개요를 작성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매뉴얼과 부품, 기계의 작동 원리가 익숙한 학생들이기에 글쓰기 구조도 잘 이해하는 편이다.

이 학생들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대다수가 특성화고등학교, 다시 말해 공고 출신이라는 점이다. 흔히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인문계 고등학교와 입시 학원 사이를 바삐 오가는 3년을 보내고, 또 누군가는 재수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대학에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루틴이다.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의 입학생 중 상당수는 특목고나 자사고, 강남권의 명문고 등 비슷비슷한 출신이겠지만, 지역 대학으로 갈수록 대학 이전에 재학한 학교나 경험이 다양해진다. 이를테면 특성화고·검정고시·취업자·만학도·외국인 등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모인다.

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왔을까?

나 역시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을 통해 다양한 고등학교의 경험과 이들의 꿈을 엿보게 되었다. 사실, 사범대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소위 ‘범생’이다. 이들은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필기하고, 교강사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강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모여있는 수업은 좀 다르

서울지역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외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와 인문계고 출신 등으로 균질적인 배경을 지녔다면, 지역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배경은 정말 다양하다. 사진은 필자의 수업 시간에 기계교육과 학생 중 특성화고 출신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모습이다. 사진=서나래

다. 학생들이 애교가 많다고 해야 하나, 리액션이 좋다고 해야 하나. 붙임성·친화력이 정말 좋다. 그래서 하루는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여러분, 저에게 왜 이렇게 친한 척하는 것이죠?”

몇몇 학생들이 대답하기를 공고에서는 인문계고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사이가 훨씬 끈끈하다고 한다. 학생들의 취업 고민과 인생 상담의 유일한 조언자는 교사이기 때문이란다. 인문계고 학생들이 입시에 대한 상당 부분을 학원 강사에게 외주를 맡기고 있을 때, 공고에서는 모든 상담은 학교 교사와 이뤄지기에 그 밀착성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라고. 이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교강사에게 특유의 친화력을 보이기도 한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은 특별전형을 염두에 두고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일부 학생들은 취업해서 직장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다시 입시를 준비해 대학에 들어오기도 했다. 애초에 “공부에 자신이 없어서”, “고등학교에서 빡쎄게 공부할 생각이 없어서”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했는데도 왜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러 대학에 들어왔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 학생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혹시 월급이 너무 적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꽤 괜찮은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의 기계·화학 관련 공장에 취업한 친구들은 잔업 수당을 포함해서 한 달에 약 200만 원 중후반에서 300만 원 초반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대학의 강사나 한국연구재단 학

술연구교수의 급여를 생각하면 꽤 괜찮은 월급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왔을까?

흔들리던 나를 다잡아 주었던 선생님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크게 나눠보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워라밸, 두 번째는 위험 요소. 공장에서 일을 할 경우, 잔업이나 주말 근무의 선택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량을 쳐내기 위해서 평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주말 중에서도 하루는 꼬박 일을 해야 했는데 그러다 보면 어떠한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 공장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공장과 기숙사 사이의 쳇바퀴 도는 듯한 단조로운 생활이 지겨웠단다.

또한 약간의 부주의로 인해 프레스 기계에 손이 끼거나, 위험한 화학 약품 때문에 폐 손상을 입는 등 산업재해를 직접 보게 되면서 겁이 나기도 했다. 조기 취업에 성공해 직장을 다녔던 친구들은 힘들 때면 공고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취업을 할지, 대학에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던 학생들을 다잡아 주었던 공고의 선생님을 그리며,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에 오기로 결심했고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대학을 와보

니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디딘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돌렸던 기계들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고. 대학에 와서 새로운 과목을 배우며 스스로 찾아가며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벅차기도 하단다. 실습 위주의 특성화고를 다닌 학생들에게 물리학이나 미적분, 기초역학, 기계공학 개론 등의 교과목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기초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이미 남다른 각오를 하고 대학에 왔다. 하지만 생활을 지도해주는 교사 없이 타지에서 각개전투를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지금은 기초과목을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있지만 기계 실습을 하는 2~3학년이 되면 잘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인문계 출신들은 버니어캘리퍼스는 들어본 적도 없을걸요. 저희에게 버니어캘리퍼스는 껌이죠. 용접이요? 고등학교 때 자격증 준비하면서 지겹도록 했죠.” 이미 손으로, 몸으로 익혀나간 기술들이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공부를 버텨내고 있다.

학생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기를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은 과연 어디서 교사 하기를 희망할까? 지역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상당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혹은 그 인근의 익숙한 동네에 살면서 워라밸을 지켜나가며 살고 싶어 한다. 한 학생은 도심의 아파트보다는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이야기하기도 했다. 소박한 소망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이 학생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은 많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고 있지만, 그래도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가 버티고 남아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제조업이 살아남아야 하며 특성화고는 이 기업들에 인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원의 워라밸이 어느 정도 맞추어져야 이 기업들은 기술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장차 지역 소도시의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소박함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 문제, 지방소멸, 인구절벽이 모두 얽혀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학생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사람은 누구나 편향성을 가진다… 그 사람이 만든 생성형 AI의 편향

AI와 다양성 ➋

김지희

동국대 컴퓨터·AI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센터장 이혜숙)는 지난 3월 20일 ‘AI와 다양성’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AI를 화두로 인문·사회·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연구자는 물론 기업체 임원까지 다양한 관점과 입장으로 9명이 발표에 나섰다. 이들 전문가들은 “AI 개발은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그 다양성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날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좀더 알기 쉽게 연재를 마련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생성형 AI는 스스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신경망·머신러닝의 힘을 활용하여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한 새로운 콘텐츠와 아이디어 생산이 가능하다. 텍스트·이미지·음성·동영상 등의 생성뿐만 아니라, 음악·예술·디자인·화학·생물학 등 다양한 영역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의 생성형 AI의 성장 규모를 매년 35% 이상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도 끊이

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생성된 결과물의 편향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성과 남성, 소수 민족에 대한 선입견

예를 들어 오른쪽의 그림에서 보듯이, 최근 많이 사용되는 ‘텍스트 투 이미지’ 인공지능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은 더러운 건물이 아시아 일부 국가의 환경을 나타낸다고 가정하고 종종 지역적으로 관련 없는 형상을 생성하고 유해한 고정관념을 나타내고 있다. 위 그림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인 한복도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와 유사하게 표현된 것이 마치 일본이 아시아 국가의 대표성을 갖는 듯하다. 이러한 편향성은 생성 모델의 사용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데, 이는 생성 모델 학습 방법과 학습에 사용하는 소수 민족, 저개발 국가 문화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여성·남성에 대한 선입견도 나타난다. 아마존의 이력서 분석 알고리즘은 이력서에 ‘여학교’ 등 여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있으면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고, 오픈 AI의 이미지 생성 모델인 DALL-E의 경우에도 ‘CEO’라는 단어에 대해 정장을 입은 백인 남성의 이미지만 생성하기도 한다. 반면, ‘간호사’ 또는 ‘개인 비서’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시스템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생성했다. 이처럼 성별·국가·종교·인종·문화 등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생성 결과에 편향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학습 데이터에 존재하는 ‘인간의 편향’ 복제

생성형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에 노출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생성형 AI의 데

‘텍스트 투 이미지’ 인공지능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생성된 이미지다. 낡고 더러운 건물이 아시아 일부 국가의 환경을 나타내기도 하고,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도 일본의 기모노와 비슷하게 표현됐다. AI 모델의 편향성을 보여준다. 이미지=「High-resolution image synthesis with latent diffusion models」(Rombach, R., Blattmann, A., Lorenz, D., Esser, P., & Ommer, B. (2022)) 논문에서 활용한 이미지를 재구성함.

이터 편향성은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을 반영한다. 주어진 데이터가 특정 그룹이나 관점에 치우쳐 있거나 특정 특징을 과대 혹은 과소로 반영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언어 모델이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한다고 가정할 때, 수집된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특정 인구 그룹이나 지역에 편중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런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은 해당 그룹이나 지역의 언어 사용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그에 따라 생성된 텍스트나 응답에도 특정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위험한 고정관념과 혐오 발언 등 훈련 데이터에 존재하는 인간의 편향을 복제·반복하면서 해로운 사회적 편향을 강화할 수 있다.

데이터 편향 이슈와 더불어, 학습 단계에서 편향성에 대해 적절한 처리를 하지 못한 것도 원인

이다. 기존의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 방법들은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에 대하여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추가로 학습 과정에서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이 도입돼 사람의 평가를 통해 더 맞는 답변을 찾도록 학습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참여하는 사람의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

민감한 데이터는 공개·학습 제외 노력도

편향완화 또는 다양성 강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주로 사람이 생성한 데이터이고, 사람은 누구나 편향성을 가질 수 있기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학계와 산업계에서 민감한 데이터를 공개데이터에서 제외하고, 인공

지능 학습에서 제외하는 등 데이터의 재정립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이 활용되었던 LAION-5B 이미지 데이터셋에 아동학대 이미지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데이터와 그 데이터로 만들어진 모델의 사용을 커뮤니티에서 자제하고 있다.

AI 편향성을 평가하거나 측정하는 알고리즘도 발전하고 있다. 즉 AI 모델의 문제점을 진단하여 문제가 있다면 아예 관련된 콘텐츠 생성을 못 하도록 한다. 오픈 AI·메타·구글 등 대표적인 생성 모델 개발 기업은 편향 문제가 있거나, 오해할 수 있는 결과는 사용자 요청이 있더라도 방어적으로 대응하도록 모델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소수그룹에 대한 부족한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관련 정보를 보강하여 다양한 그룹에 대한 콘텐츠를 적절히 생성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소수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로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미세조정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한 검색-증강 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방법은 모델의 결과를 생성하기 전에 외부 지식베이스를 참조하여 부족한 정보를 보강하고,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많은 연구가 발전하더라도 편향성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이 문제를 계속 찾아내고 고쳐 나가야 한다.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방안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인공지능 교육프로그램이 생기고 있지만, 인공지능 윤리를 필수로 교육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윤리적인 태도는 생성형 AI의 편향완화와 다양성 확보에 매우 중요한 결정 조건이다.

마지스테리아

니컬러스 스펜서 지음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720쪽

과학과 종교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두 영역이 서로 침범하지 말고 자기 영역에만 집중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돌아봤을 때 이는 가능한 적도, 가능할 수도 없는 주장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인공지능이 등장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종교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대화의 길을 찾는다. 치밀한 논증을 통해 과장과 왜곡을 낱낱이 파헤친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36쪽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배부르게 먹을 거면 통통한 아기나 살찐 아줌마가 낫지 않을까? 씹을 맛 있는 근육질 기사는 어떻고? 저자는 “용이 사실은 여자 그 자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용은, 그러니까 애초에 여자를 잡아간 것이 아니었다. 여자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용감하고, 제멋대로인가 하면 신비한 능력과 깊은 지혜가 있다. 여자는 용처럼 제멋대로인 야성과 파워를 함께 지닌 존재이다.

힘내는 맛

최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48쪽

평범한 일상의 틈새로부터 빛나는 서사를 이끌어내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온 저자의 두번째 소설집인 이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012년 등단 당시 “이토록 강력한 실감과 생기 넘치는 인물들을 만난 건 몹시 오랜만”(소설가 권여선)이라는 평을 받으며 범상치 않은 작가의 등장을 알린 최민우는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왔다.

역사는 의미가 있는가

테리 핀카드 지음 | 서정혁 옮김 | 그린비 | 392쪽

저자는 미국 철학계에서 헤겔 철학의 부흥을 선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헤겔 철학에 대한 참신하고 영향력 있는 해석을 제시해 온 그는 이 책에서 헤겔의 역사 철학을 정의의 문제와 관련짓는다. 즉 정의의 역사적 형태에 관한 논의가 헤겔의 역사 철학의 중심에 선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 개념의 탑을 쌓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현실들에 대한 헤겔의 해석을 재고해 역사에서 무한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시도한다.

반려 명상

성소은 지음 | 삼인 | 199쪽

저자에 따르면 명상은 마냥 멍하니 있는 것, 소위 ‘멍 때림’과는 다르다. 멍하니 있는 것은 이완이자 가벼운 쉼이라면, 명상은 집중이자 형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연금술, 존재의 질적 변화를 불러오는 ‘혁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혁명은 버거운 삶을 가볍게 해주는 즐거움이며, 언제나 의심의 여지없는 기쁨과 자유를 선사하는 ‘놀이’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선면화의 세계

이인숙 지음 | 눌와 | 404쪽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한 손에 들고 다니고, 또 그걸로 바람을 부친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실 부채는 두루마리·족자·화첩·병풍과 더불어 전통회화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모두 사각형인 다른 매체들에 비해 부채꼴 선면에 그려졌다는 독특함이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용자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일상에서 향유했던 미술품이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미술사에서는 별도의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김도연 지음 | 문예출판사 | 312쪽

우리는 누구나 사랑에 대한 기대가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람의 친절한 말과 행동에서 평소 바라던 이상적인 연애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정상적인 친밀한 연인 관계라면 함께 걸어가는 친구이자 동료가 되지만, 왜곡되고 어긋난 관계에서는 미묘한 권력 구조가 생긴다. 연인 사이에서 갑과 을, 지배와 통제의 권력 구조가 생기면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나의 작은 거인에게

김기은 외 13인 지음 | 상상 | 156쪽

12인의 시인이 열어 갈 새로운 동시의 지평이 12가지 빛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든 우리 동시의 든든한 오늘이자 차오르는 내일의 목소리다. 우리 동시의 맨 앞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들린다 새처럼 날아오르는 고요의 종소리가, 요정 할머니의 주문 같은 말이, 꽃은 모두가 앞이라는 목소리가 보인다. 각진 곳을 깎아 둥글둥글 달처럼 매만지는 손길이 만져진다.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김근배 외 2인 지음 | 세로북스 | 752쪽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를 만든 근현대 과학자들을 본격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그동안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했고, 그들의 이름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시기 인물의 삶은 친일과 독립운동·좌파와 우파라는 정치사적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돼 온 것도 사실이다.

과학서평_『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카를로 로벨리 지음 | 김정훈 옮김 | 256쪽

세계의 실체는 ‘관계’ 속에 있다

이 책의 원제 ‘헬골란트(Helgoland)’는 독일어로 ‘성스러운 섬’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이 작은 섬에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척박한 섬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던 젊은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요양 차 방문한 이곳에서 원자 속 전자의 기이한 움직임을 설명할 수식을 생각해냈다. 그에게는 세계의 비밀을 꿰뚫어 보게 한, 말그대로 ‘성스러운’ 땅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의 움직임을 기술할 수 있는 규칙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오직 ‘관찰 가능한’ 양만을 계산하기로 했다. 그 결과 존재를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행렬역학의 양자론을 구축

모든 것이 다른 것에 작용하는 방식만 생각할 것

새롭게 해석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해냈다. 이 수식은 세계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는 “현상의 표면 너머에 있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신비로운 느낌”이었다고 나중에 썼다. 추상적인 사고를 배제하기 위해 수학을 따라갔지만, 계산의 결과는 세상을 다시 형이상학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했다.

이렇듯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는 ‘관찰 가능한’ 것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관찰이 가능하지 않은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누군가 관찰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세상은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자연은 본래부터 이중인격적인지도 모른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 이론 물리학센터 교수는 물리학으로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론 물리학자이다. 닐스 보어의 ‘코펜하겐 해석’을 위시로 해 양자론을 해석하려는 나름의 시도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는 이 책에서 양자론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이른바 ‘관계론적’ 양자 해석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세상에 대해 무언가 이야기하고자 할 때 우리는 오직 ‘모든 것이 다른 것에 작용하

는 방식’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다. 서로를 향해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존재도 속성을 가지지 않으며 의미도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속성과 의미조차 상대적이며 관계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관계를 맺는 순간 그 존재는 존재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나 이전과 달라지므로 그것의 속성을 확정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 로벨리가 새롭게 해석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이다.

세계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는 요소는 각 물리계의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물리계들이 서로와 관계 맺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절대적인 줄 알았던 것이 실은 지극히 상대적이었다는 사실, 이는 물리학의 역사를 수놓아 온 익숙한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다소 ‘과격한’ 결론이라 자평하기도 한다. 이런 비약적인 결론이 고대 인도의 나가르주나 철학을 연상시키게도 하며, 과학이 아닌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고 과잉 적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만약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확실성과 독립적 개별성만을 원한다면 우리는 결코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 사람 ‘인(人)’ 자를 구성하는 두 개의 획과 그 사이에 놓인 절묘한 접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면 그다음 글자인 ‘간(間)’ 자로부터 역시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관계론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관계 맺지 못하는 인간은 인간다운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던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의 극단적 주장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세계의 관찰자로서의 생명, 존재함으로써 세상과 부단히 관계를 맺는 생명, 그것이 생명의 존재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당신이 존재하기에 이 세상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얼핏 자기중심적으로 느껴지는 책 제목과는 다르게 세상이 생각보다 더 따뜻해 보인다. 로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과학의 힘이다.”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

저자가 말하다_『법으로 보는 유럽』 김봉철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콘텐츠원 | 218쪽

디지털 정책·법을 만들다…유럽식 가치 복원될까

유럽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지중해 무역과 르네상스, 대항해시대와 식민제국주의, 그리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까지 많은 사건과 변화를 거치며 오랜 시간 인류의 역사에 영향을 줬다. 이러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 그들은 갈등과 통합을 반복하며 무수히 많은 지배와 해방이라는 결과물도 낳았다. 유럽 사회는 많은 사건을 경험하며 근대 국제사회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며 현대사회의 문을 열고 냉전이라는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 사회는 다시 통합이라는 카드로 재건과 발전을 가꾸고 있다. 현재의 유럽은 통합의 과제를 실천하며 국제사회에서 표본으로 삼을만한 통합체를 구축했으며, 그 자체를 위한 별도의

분열·갈등 치유하고 통합된 가치 창출하는 기반

유럽 사회의 질서와 법제가 연결되는 모습 그려

독특한 체계인 법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럽의 가치는 내외부의 요소들과 충돌하며 갈등을 생산하는데, 이를 방어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출현하고 있다. 유럽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따라서 강물처럼 조용히 흐르는 그들의 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유럽의 법제를 살펴보면, 당시의 유럽을 이해하는 조각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유럽의 역사와 사상에 연동되는 로마법·교회법·프랑스 민법전 등은 유럽의 법제적 전통을 구축하는 바탕이 됐다. 근대사회로 이동하는 유럽이 식민제국주의·산업혁명·자본주의 체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법

전통이 다양하게 질서유지와 혁신의 역할을 하거나 국제적 영향력을 타고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퍼지기도 했다. 때로는 이들의 법이 유럽과 다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자극하고 그러한 상황이 새로운 법을 출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순적이지만, 유럽의 법은 그러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된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브렉시트에 관한 유럽의 법이 그러한 대표적 사례가 된다.

유럽 사회는 과거의 전통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한편으로 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야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유럽 사회는 통합의 과정을 다지며 법을 통한 유럽식

규율과 사회적 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이 디지털 정책에 집중하며 이에 관한 법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유럽에 관한 법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만난 글과 정보를 정리하고, 직접 작성한 글에 살을 붙이며 준비됐고, 유럽의 특정 법제에 관한 세밀한 분석보다는 유럽 사회의 질서와 법제들이 연결되는 모습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실 유럽을 설명하는 정보는 주변에 넘쳐나기 때문에, 이 책이

로마법대전은 유럽의 법제적 전통의 바탕이 됐다. 이미지=위키백과

출간돼 혼란만 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법을 전공한 이가 유럽의 역사와 사회를 법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자부심이 이 책을 기획하고 원고를 준비하는 용기가 됐다.

유럽의 법이 변주하며 다음 시대로 흐르는 모습을 따라가면 유럽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사회의 진로를 추적할 수 있으니, ‘법으로 보는 유럽’의 기획은 유럽의 역사에 놓인 법제들을 살펴보면서 유럽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고 그들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사회적 약속이라 정의할 수 있는 법이 유럽 사회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또는 유럽 사회의 전환기에 매번 등장한 법제들이 유럽 사회의 변화에서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최근 유럽통합과 분화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법제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유럽식 가치를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도와주

려고 했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국제경제법

저자가 말하다_『기후변화 윤리』 김완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20쪽

지구 온난화, 당장의 돈벌이나 전쟁만큼 중요할까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경시되는 이유는 바로 그 영향이나 결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산발적이며 게다가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나타나는 유별난 특징들을 지닌다는 데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먹고 사는 문제나 당장 위협이 되는 테러·전쟁·기아·대량살상무기 등의 위협과 같은 직접적이고 급박한 문제의 뒷전으로 밀려 경시되거나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환경철학자들은 이를 ‘장기적인 집합적 행위의 문제들’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문제의 특징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개인적인 윤리적 실천과 관련해 ‘사소함의 문제’라는 아주 곤란한

최악의 재앙 ‘기후변화’에 대한 철학적 고민

하지만 과학자도 언제 위기 닥칠지 잘 몰라

문제를 만들어 낸다. 즉 환경문제가 집합적·점진적·장기적·간접적인 특징을 가진다면 언뜻 보기에 역으로 수많은 개인의 자그마한 노력과 기여를 통해서 점차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적 결과가 느리게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급박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집합적·간접적이고 복잡하고 불확실하기에 사람들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환경문제의 이러한 특성이 바로 생태적 파멸이라는 섬뜩한 종말론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적극 실천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

에서 이런 문제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덕 윤리적 대응 방안과 책임의 정당화 문제와 같은 윤리적 쟁점을 소개하고 논의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윤리학뿐만이 아니라 경제학이라고 생각되어 경제학적 접근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해 의존하고자 하는 과학 기술적 접근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를 개인적인 실천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정치적인 해결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검토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

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일 수 있는지를 지적하면서 환경적 실천을 가로막는 심리적인 장애 요인들에 대해서도 하나의 장을 할애해 검토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같은 다루기 어렵고 고약한 문제에 직면해서 윤리적·경제적·과학기술적인 이런 노력들로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이 경고하듯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그리고 지구 자체를 손쓸 틈도 없이 언젠가 송두리째 집어삼키게 될 중차대한 위협이 곧 닥치게 되리라는 확신이 들면, 우리는 이것을 막기 위해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환경

문제를 국가적인 과업이나 안보의 문제로 접근하는 방안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이른바 ‘넛지’라고 하는 ‘자유지상주의적 간섭주의’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그러나 다루기 어려운 고약한 문제로서의 환경문제에 직면해서 여러 예측과 투사 그리고 그에 대한 경고가 있지만, 과학자들도 사실 그러한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고 연구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사실 솔직히 말해 많은 사람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거나 그해결을 위한 실천과 관련해도 무관심하다. 그리고 설사 알고 있고 관심이 있어도 실제로 실천할 수 없거나 실천하지 않는다. 혹여 실천하더라도 해결책들의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은밀하면서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파멸의 그림자를 두고 체념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고 있다가 흔히 티핑포인트라고 하는 것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고 한숨만 쉬면서 재앙을 그저 망연자실하여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악의 경우 그저 살아남기 위해 강압적인 제재나 전쟁과 같은 불유쾌한 방법으로 해결할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에서 유쾌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한다.

김완구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응용윤리학

저자가 말하다_『이승과 저승을 소통하는 한글 제문』 이복규·정재윤 지음 | 책봄 | 610쪽

“나는 이승에 너는 저승에”…고인의 넋을 기리다

“유세차 병인년 5월 24일 오빠 태동은 죽은 누이 행주 기씨 영전에 울며 말한다. 아, 애통하다. 술 한 잔을 올리며 울되, 어찌 내 애통함을 다 표현하며, 두어 줄 이 글이 어찌 누이의 덕행을 다 기록할 수 있으리오? 아, 애통하다.

누이의 나이 겨우 32세인데, 하늘은 어찌 우리 누이를 바삐 앗아가셔서, 이 노쇠한 오빠의 육체를 마르게 하고, 심신을 다스러지게 한단 말인가?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누이거늘 도리어 내가 울고, 나를 장사지내줄 사람이 누이거늘 도리어 내가 장사지내니, 천리가

18∼21세기까지 고인의 영전에 올린 40편 제문

소통의 부재 시대에 음미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

잘못되고 인사의 변고다. (중략)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은 서러움이, 함께 갔던 곳마다에서 일어나고, 나는 이승에 너는 저승에 있는 슬픔이, 함께했던 일을 따라 일어나는구나.(중략)

아, 이 밤이 지나면 빈소를 거둘 테니, 다시는 네 비슷한 모습도 볼 수 없겠지. 이 마음의 울적함을 누이는 아느냐 모르느냐? 아, 슬프다. 오직 여기 임하기를 바란다.”

1764년에, 오빠인 기태동이, 죽은 누이 동생의 영전에 바친 한글 제문의 서두와 끝부분이다.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1주기와 2주기(탈상) 때 고인의 영전에 올렸던 이런 한글 제문 가운데 40편을 골라, 원문 이미지와 함께 해석문과 해설과 감상을

곁들인 책이 바로 『이승과 저승을 소통하는 한글 제문』다. 맨 끝에는 총괄하는 논문을 실었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영남 북부에만 전하는 이 한글 제문은 특별하다. 한문 제문과는 달리, 우리말로 돼 있어서, 좌중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훈민정음 창제 후 한글 소설과 함께 이 한글 제문이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상하층을 소통하게 하는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데도, 아직 이 한글 제문은 국문학 개론이나 국문학사에 편입돼 있지 않다. 호남에 판소리가 있듯이, 영남 북

부에는 규방가사(내방가사)와 함께 이 한글 제문이 있지만 눈길이 닿지 않고 있다. 규방가사는 국문학 책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하여 대조적이다.

저자는 현직에 있을 때, 한글 제문의 존재를 알아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물을 입수하기 어려웠다. 은퇴 직전에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홍윤표 연세대 명예교수(국어사), 박재연 선문대 명예교수(중국 고전문학)가 평생 모은 자료를 제공했다. 내 ‘아침톡’의 독자들도 집안에 전해 내려오던 제문을 보내줬다.

3년 전 은퇴하면서 작업이 급진전했다. 원문을 옮겨 적은 다음, 현대어로 다듬고

각주를 달며, 작품마다 간략한 해설과 감상을 붙였다. 고어, 한자어, 영남 방언과 문화까지 알아야 하는 일이라 고역이었다. 기다란 두루마리인 원전 이미지를 토막내 책에 넣으려면 컴퓨터 편집 능력이 필요했으나 저자의 역량 밖이었다. 마침 학부 제자인 정재윤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가 나타나 해결해, 사제 동행의 공저로 출판했으니, 하늘의 도움이다. 시작해서 만 5년 만의 결실이다.

이 책을 내고 나서 은사인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비교문학)가 보내준 반응이 놀라웠다. “국어국문학의 영역을 넓힌 업적 축하합니다.”, “자료 해독, 해설, 편집에서 최상의 본보기를 보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치하합니다.”

그간 내가 쓴 50여 종의 단독저술에 대해 한 번도 이런 칭찬이 없던 분이 이렇게 평가하시다니,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니 뿌듯하다. 소상과 대상(탈상) 전날 밤, 고인의 영전에서 낭독했던 추도문인 한글 제문은, 우리의 주택 구조가 연립과 아파트로 바뀌고, 장례식장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문화이지만, 기제사 때 얼마든지 재활용할 만한 문화다.

이승에 있는 사람간의 소통의 도구가 편지라면, 이승에 있는 사람과 저승에 간 사람 간의 소통의 매체가 한글 제문이다. 소

통의 부재인 이 시대에 음미해 계승할 문화이다.

이복규

서경대 명예교수·고전산문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브라이언 키팅 지음 | 마크 에드워즈 그림 |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72쪽

불가능한 문제를 마주하는 것은 곧 나의 무지를 마주하는 일이라 괴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만날 사람들은 그렇게 ‘바보가 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질문과 부딪치는 과정의 고통만큼이나 끝끝내 파고든 끝에 한계를 조금씩 밀어내는 희열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버티고 또 버틴다. 물리학자들의 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삶에서도 두려움 대신 설렘과 경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브 엔슬러 지음 |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410쪽저자는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들만이 세

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 나오는 참혹한 이야기와 증언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은 인류가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겪은 고통을 미래 세대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는 지난 45년간의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희망과 미래를 찾아냈다.

당과 인민

브루스 J. 딕슨 지음 | 박우 옮김 | 사계절 | 448쪽

서구의 관찰자들은 1989년 톈안먼 시위가 발생했을 때 부터 지금까지 35년째 공산당의 몰락을, 그리고 중국의 민주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징조를 발견한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민주주의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자유와 평등을 증진하는 데는 분명 더 낫지만, 경제 성장, 효과적인 통치 또는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는 데 더 유리하지는 않다.

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

이지현 지음 | 철수와영희 | 180쪽

이 책은 생명·사랑·죽음·양심·국가 폭력·젠더 갈등·저항·참정권 등 여덟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 삶과 긴밀하게 관련된 법의 주요 쟁점에 관해 법 조항과 판례문을 통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 준다. 우리가 ‘법 따로, 삶 따로’인 채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며, 법과 더불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를 태어남에서부터 말하고 있다.

메마른 삶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지음 |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180쪽

저자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윌리엄 포크너 재단상을 안겨준 작품.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이야기는 극심한 가뭄이 삶의 모든 것을 앗아 간 뒤 ‘덜 메마른 곳‘을 찾아다니는 ‘파비아누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키우던 앵무새마저 잡아먹은 파비아누 가족은 언뜻 생존을 위해 본능을 따르는 짐승처럼 보이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이며 숭고함까지 느낄 수 있다.

한국사람에게 ○○은 무엇인가

최봉영 지음|묻따풀학당|368쪽

정치가 어떻고·교육이 어떻고·누구의 인성이 어떻고·외모가 어떻고·성문제가 어떻고·누가 누구 덕에 어떻게 됐다더라. 한국인이 두 명 이상 모이면 으레 등장하는 단골 대화 소재들이다. 한국인이 자주 입에 올리는 낱말이라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이 관심을 두고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일터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러한 낱말들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를 배운 적이 없다.

랭보 일류미네이션

아르튀르 랭보 지음 | 김종호 옮김 | 엘도브 | 268쪽

짧은 기간 시를 쓰고 더없이 깊은 발자국을 남긴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 랭보는 시 그 자체다. 그의 작품은 신비의 결정체다. 문학과 유럽을 떠나며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인 이 책은 우리에게 던져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다. 시집의 탄생에서부터 제작 시기와 과정·순서와 형체·제목에 이르기까지 온통 베일에 싸인 이 책에서는 옮긴이의 해설과 함께 오랜 세월 공들인 영어 번역도 프랑스어 원문과 함께 실었다.

문화대혁명

리처드 커트 크라우스 지음 | 강진아 옮김 | 교유서가 | 252쪽

문화대혁명은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마오쩌둥이 시작한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이다. 문화대혁명은 자국의 문화를 자국민들의 손으로 멸절시키려고 한 전례가 드문 격렬한 전국적인 운동으로, 문화와 혁명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역사와 문화를 파괴한 대규모의 반달리즘이자 집단 광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희생됐고, 오랜 문화재가 상당수 훼손됐다.

분야별 신간

문학-에세이

값비싼 독 | 메리 웨브 지음 | 정소영 옮김 | 휴머니스트 | 440쪽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 줄리아 스트레이치 지음 | 공보경 옮김 | 휴머니스트 | 136쪽

나태주의 행복수업 | 김지수·나태주 지음 | 열림원 | 324쪽

루시 게이하트 | 윌라 캐더 지음 |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44쪽

이방인 | 알베르 까뮈 지음 |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164쪽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 안미옥 지음 | 창비 | 216쪽

인문

어휘의 길 어원의 힘 | 김성현 지음 | 세창출판사 | 320쪽

정치-사회

육백미터 한강 다이어트 | 조신형 지음 | 사이트앤페이지 | 184쪽

자연과학

기후변화 윤리 | 김완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20쪽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 김근배 외 2인 지음 | 세로북스 | 752쪽

마지스테리아 | 니컬러스 스펜서 지음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720쪽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브라이언 키팅 지음 | 마크 에드워즈 그림 |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72쪽

예술

디자인 딜레마 |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80쪽

경제-경영

소비의 과학 | 하환호 지음 | 두남 | 304쪽

갈등 끊이지 않는 동북아…바닷길로 공존 해법 찾는다

21세기 학문의 신대륙을 찾아서 ❺

국가·사회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사회 학문분야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문제의식과 융합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연구의 결과다. 인문사회통합성

과확산센터(센터장 노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사업(HK/HK+)과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연구성과 우수성, 파급효과 및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명의 심사위원이 우수성과 20곳을 선정했다.

동북아해역과 인문네트워크의 역동성

김창경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장

지금껏 육지 중심으로 바라보던 역사를 바다 중심으로 보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북아 해

역과 인문네트워크의 역동성 연구」를 하고 있는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다.

김창경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은 “이번 연구는 근현대에 걸쳐 끊이지 않던 국

가 간 갈등을 동북아해역의 인문네트워크가 지

닌 다양한 역동성의 관점으로 본다”라며 “이 지

역을 살아가는 해역민의 삶을 유지하는 기반이

자 상호 교류하는 통로인 해역의 의미를 찾는 과

정”이라고 밝혔다. 해역은 바다와 관련된 인간 활

동의 범위를 일컫는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

니다. 그동안 해양 문학이나 항구도시를 조망하

는 연구는 있었다. 인문사회과학연구소는 ‘해역’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선행 연구와 차별화했다. 해역은 초국가, 국가, 지역의 현상이 중첩되고 네

트워크로 강하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네

트워크가 가진 힘 중 이동성에 주목했다. 연구단

은 이 역동적인 이동성이 근현대 동북아지역에

서 어떻게 발현·전개되는지 고찰한다.

동북아해역인문학, 갈등·긴장 관계 푼다

동북아는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고 한·미·일 3국은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팽팽

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연구단은 이

런 동북아의 갈등과 긴장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육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해역에 초점을 맞춰

김창경 국립부경대 교수는 부산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중국 고전문학 전공으

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중국학회 회장, 동북아시

아문화학회 회장, 부경대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 교

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서 연구한다. 이른바 ‘동북아해역인문학’이다.

“해역은 근현대 동북아지역에서는 급속한 교

통망 역할을 하며, 사람과 문화, 지식의 교섭이 역동적으로 이뤄진 무대다. 우리 연구소는 부산

만이 가진 고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바다와 인

간 삶의 연결고리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연구

인 ‘동북아해역인문학’을 정립하려고 한다.” 김창

경 소장의 설명이다.

동북아해역인문학은 동북아 국가를 갈등의 바

탕이 되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바다를 보이지 않

는 끈으로 삼아 화해와 공존의 방식을 찾는다. 연

구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해양 유산, 해양 신앙, 해양 문학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를 탐색하는 연구이다. 두 번째는

근현대 동북아지역의 해역민 교류 역사를 살펴

보고, 재일 한인, 화교 등 이주민의 발자취를 따

라가 본다. 마지막으로는 사람, 문화, 물건을 이동

할 수 있게 한 물리적·제도적 기반을 연구한다.

항로, 항만의 역사, 수산업과 조선업 등 해양산업

의 전개 과정 등이다.

김창경 소장은 “국가와 문화 간 서로 영향을 주며 그 영향력을 상쇄시키는 작용을 분석함으

로써 해양 중심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라

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어민에게 대안 제시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환경운동연합과 주민

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건설 반대 투쟁에 나섰지

만, 지난해 국토부는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

고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

은 「간사이국제공항과 배후지 건설 전후에 따른 어

업실태 조사: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앞두고」 연구를 통해 대안을 찾기 위해 비슷한 환경인 일본 간사

이국제공항 배후지 주민의 삶을 비교·분석한다.

연구단은 “신공항 부지인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은 그물을 펼쳐 놓았다가 숭어를 잡는 ‘숭어들망’전통 어로법을 사용하는데, 공항 건설로 이런 방

법이 사라진다면 어민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

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를 시작

했다”라고 밝혔다.

간사이국제공항은 가덕도와 비슷한 환경을 갖

고 있는데, 공항 건설로 초창기에는 어획량이 대

폭 줄었다. 간사이국제공항이 있는 이즈미사노

시는 1980~1986년에는 어획량이 약 250~400톤

이었지만, 공항 건설이 시작되던 1987년에는 어

획량이 약 200톤으로 줄다가 이후에는 약 100톤

으로 감소한다.

어민들은 바다 환경을 개선하고 어획량을 회

복하기 위해 해저 흙갈이를 하고, 해조장을 다시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해조장은 바닷속 다양한 생물에게 은신처, 산란장소, 유치

한 새끼에게 생육의 장을 제공하는 곳이다. 주민

들은 해조류 착생용 블록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5 개 해조장에 3천2백 개를 설치하고 그 주변에 감

태 잎을 넣은 그물주머니를 설치해 씨를 뿌렸다.

동북아 국가를 갈등의 바탕이 되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바다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삼아 공존 방식을 찾는다. 갈등의 해결 방식을 모색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동북아해역

황해권은 한국 황해를 둘러싼 고리 모양의 지역으로, 중국의 산

동성, 화북성, 텐진시, 그리고 일본의 기타큐슈 등을 포함하는 경제

권을 가리킨다. 환동중국해권은 제주도 남쪽부터 대만에 걸쳐있는 서태평양의 연해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모두 접하고 있는 유일한 바다이다. 환동해권은 중국의 동북3성, 연해주를 포함한 러

시아 극동 일대와 일본, 한반도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어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이 지역은 공항 건설 이전의 어획량과 큰 차이가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간사이국제공항 배후 지역에 살

고 있는 어민들이 신공항과 공생하는 법을 알아

보며, 가덕도신공항으로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된 어민에게 희망과 대안을 제시한다.

‘모두의 바다, 같이의 가치’ 개최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는 지난해에 국립해양박물관과 함께 해양문화아카데미 ‘모

두의 바다, 같이의 가치’를 개최했다. 해양환경을

2023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최신 출판 해역인문학총서.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해 기후위기, 환경보호 실

천, 자원순환 등 해양 생태 환경을 수호하는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과 비치코밍 문화행

사를 열었다. 비치코밍은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

는 행위를 뜻한다.

연구단은 매년 연구 성과를 해역인문학총서로 발간하고 한국해양수산아카이브도 운영하고 있

다. 아카이브에는 근대수산자료와 동북아 해역의 자료를 조사해 기록·보관하고 있다. 이 자료를 모

아 「철도, 항로, 항구 : 1930년대 한반도 항만의 풍경」 자료집을 발간하고 전시회도 개최했다.

전국 단위 1천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바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부경해양지수’도 지난

해까지 4회차 이뤄졌다. 해역인문학과 관련해 향

후 미래 연구 과제로 이어질 유의미한 데이터라

는 평가를 받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인문한국플러스(HK+)지원사업 연구과제명 동북아해역과 인문네트워크의 역동성 연구연

구팀 국립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인문+ 문 과분연최)[책04경김키:해문역임:4:36 아단독 북아자구네트.제술대학, 움3 창 8).3 해해교수

]46구야문 인 인학과국사)츠사.문

모구성

※1)회1술논.0 1회0편,과역) 연공양0서:과타 권 13)학수학인문.콜로

연해 는2회

구학산찾경2 주20,동회~해역소·9문학6워크 :1학해대회:문양8 경.인 문연22터학연인역인회

구기6문)간구역학6학센 지소 : 부2총회인문대학:0)술71학 부 제가운국역인73영.3기회,-1해인(학콘텐1해5전: 7회연+ 통계기간:역.,17.11 학1.~2020 63.31.회

든든한 ‘공공의료’ 만드는 병원 ‘생존 전략’ 찾는다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수익성

이진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2021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병상수는 12.8개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다. 하지만 공공

의료기관만 떼놓고 보면 5.7개로 가장 적다.(2017 년 기준) 정부는 민간과 공공의료기관의 의료불균

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공공보건의료

에 관한 법률」을 개정, 민간의료기관에도 공공보

건의료 기능을 맡겼다. 민간 조직의 공익성을 강

화해 공공의료의 총량을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

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의료 기능 확대만으

로는 공공의료의 구멍을 메우기 쉽지 않다. 병원

이 공공성 의무를 다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

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진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병원이 수익

성 개선과 공공성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료기관의 공

공성과 수익성의 관계 분석」이란 주제로 연구하

고 있다. 이진형 교수는 “의료기관의 재무 건전성

은 안정적 공공의료서비스 제공과 밀접한 관계

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의료기관의 공익성과 수

익성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라며 “공익

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익성

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서비스 경쟁, 경영악화 부추겨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8 월까지의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립대 병

원 외래환자 수는 총 56만 7천여 명이 줄어들고, 전체 의료수익은 107억 원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자료에 따르면 특히 코로나19 확

진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감염병 전담병원은 환자와 진료 수입이 각각 94.9%, 96.6%까지 감소

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병원의 재정 형편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

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도하는 단일보험체계로 인한 낮은 수가와 급여 보장 항목의 확

이진형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박사, 텍사스 주립대 의대와 조지아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국경제연구 편집위원장, 보험학회 상임이사로 활

동 중이다. 전공은 의료경제, 응용경제로, 건강보험 공단, 보건사회 연구원 등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 의료서비스 비용 증가가 꼽힌다. 의료서비스

의 치열한 공급 경쟁도 경영악화를 부추기는 요

인이다. 이진형 교수는 “현재 국내 병원은 규모

나 운영 주체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

영 환경에 처해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점점 다양

화·세분화하고 의료기관은 양적으로 증가하면

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병원 경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

기 위해 어떤 내부 요인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

는지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수익성과 관련 있어 보이는 요인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병

원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분석을 통해 정책입안자는 정책

을 개선해 반영할 수 있고, 서비스 수여자에게 지

속가능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병원의 재무 건전성은 의료서비스의 안정적 제

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공익성과 수익성은 언뜻 양립하기 어려운 개

념으로 인식되지만, 병원은 두 가지를 모두 추구

해야 하는 특수한 조직이다. 병원은 수익이 있어

야 적정 수준의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의료의 질

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

병원 수익성과 공익성에 대한 실증 분석과 시뮬레이션은 처음 시도되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상충관계로 인식했지만, 의료기관의 재정 건전성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지할 수 있다. 또한 의료 장비를 구매하고, 시설 보수와 같은 직간접적인 비용에도 쓴다.

경영학·보건학·의학 융합해 다각적 접근

이전에는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상충 관계로 인식했고, 서로 다른 학문 분야에서 개별

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이진형 교수 연구팀은 이문제를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융복합적 연구분야라고 판단하고, 경제학을 바탕으로 경영학·보건학·의학과 융합해 다각적으로 바라보았다.

연구팀은 병원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치는 요인 중 하나인 비급여 서비스를 병원별로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는지 연구했다. 국민건강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은 비급여 서비스는 개별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가격을 책정한다.

상급 병실료, 뇌 MRI 진단료, 다빈치 로봇수술, 라식의 비급여 서비스 가격을 조사하고, 병원의 설립 형태, 수익성과 기타 특성의 관계를 연구했

다. 특히 설립 형태와 수익성의 연관성을 확인하

는 목적에 중점을 뒀다.

상급 병실료는 종합병원은 평균 22만 4천95원, 상급종합병원은 34만 5천489원으로 12만 원가

량 더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 암이나 이식 수술 등 난도가 높은 의

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곳으로 서울아산 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등이다.

설립 형태별로는 학교법인이 가장 높고 지방 의료원이 가장 낮았다. 뇌 MRI 진단료(일반)의

융합연구 개요연

구지원사업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융복합연구) 연구과제명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수익성 관계

연구팀 이진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융합분야 융복합연구 (경제, 경영, 보건, 의학)

연구기간 2021.02024.06~연성과지현재까지 SSCI 3편, 학진등재 3편7구

수익성

효율성

공익성

경우는 종합병원은 평균 51만 9천937원, 상급종

합병원은 70만 9천293원으로 약 19만 원이 더 비쌌다.

특히 사립대학이 소유한 병원은 비급여 서비

스의 가격이 높았고 지역 공공병원은 상대적으

로 가격이 낮았다. 하지만 영업이익률로 측정한 수익성은 가격과 큰 관련이 없었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병원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 비용이 증가했고, 비급여 서비스로 더 많은 수익을 내지

는 못했다는 결론이다.

병원 ‘데이터 침해’ 막는 비용도 증가

병원의 재정과 운영상 위협이 되는 의외의 요

인으로는 ‘데이터 침해’도 있다. 병원을 대상으로 한 해킹과 정보 기술 사고는 이전에 비해 더 늘어

났지만, 도난 및 손실은 줄었다. 관련 인력을 대

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침해를 막기 위해 고용된 정보 기술 직원은 2017~2019년에 66% 증가했고, 외부 정보 기술 직원도 57% 증가했다.

아이슬란드

캐나다

리투아니아슬

로베니아라

트비아

핀란드에

스토니아

체코

터키칠

레오

스트리아

뉴질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벨기에

일본

한국

100.0

99.0

9 1 .4

8 9 . 77

1.4

68.0

66.7

62.4

61.2

58.7

54.2

51.9

49.3

45.1

45.0

44.3

43.5

40.5

30.4

25.5

22.9

18.3

5.7

인구 천 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수(2017년)

출처: OECD Health Statistics

이진형 교수는 “데이터 침해를 막기 위한 정보기술 인력 투자의 증가는 건강 시스템에 관한 추

가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병원과 정책 결정자는 사이버 보안을 개선하고 환자 데이터를 보호하

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병원의 환자경

험 결정요인’을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환자 경험은 환자가 병원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았

는지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 있다. 연구 결과, 공

공병원 여부, 상급 병실 비율, 간호간병통합서비

스 병상 비율, 임상의 질, 시장경쟁 수준, 고가 의

료 장비의 보유가 중소병원의 환자경험을 결정

짓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토대로 공익성과 수익성의 최적 조합을 도출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진형 교수는 “병원 수익성과 공익성에 대한 실

증분석과 시뮬레이션은 처음 시도되는 방법으로 학문적 기여가 크다”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2027년 3월 통합 부산대 출범…부산대·부산교대 최종합의

지난 23일 통합 합의서 서명…

부산교대는 ‘부산대 연제캠퍼스’로

부산대(총장 차정인)와 부산교대(총장 박수자)가 글로컬대학30 본선정 이후 5개월 여 만인 지난 23일, 통합에 대한 최종합의서에 서명하고,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대학은 오는 2027년 3월 1일 통합 부산대로 출범할 예정이다. 교명은 ‘부산대학교’로 한다. 현 부산교대 캠퍼스는 ‘부산대 연제캠퍼스’로, 현 부산대 부산캠퍼스는 ‘부산대 금정캠퍼스’로 부를 예정이다.

부산교대는 통합 부산대의 16번째 단과대학인 ‘부산대 교육대학’으로 재편된다. 종합대학의 교육특화캠퍼스이자 개방형 캠퍼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대학원·교육연수원·평생교육원 등 두 대학의 교육기능을 연제캠퍼스로 일원화한다. 유아·초등·중등·특수·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교원양성체제뿐 아니라 교육기능을 집약한 교육특화 캠퍼스 구축과 특성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부산대 산학협력단도 연재캠퍼스로 이전하게 된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은 종합대학이라고 하는 보다 큰 마당에서 초등교사를 길러내는 올바른 방향을 실현하는 일이고,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의 발전과 전망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일”이라며, 특히 “교육대학이 거점국립대학의 폭넓은 교육기반과 전략기획 차원의 지원, 전 세계 대학과의 협력망을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미래교육도시를 이끌

교육기능은 연제캠퍼스로 일원화해 교육특화캠퍼스로 조성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지난 23일 통합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사진=부산대

어갈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고 공교육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정인 총장은 “현 교대캠퍼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오픈캠퍼스가 되고, 혁신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자 부산교대 총장은 “부산교대는 부산대와의 통합을 통해 우선 연제캠퍼스에 교원양성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집적하고 미래교육을 위한 첨단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대한민국의 미래 공교육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연제캠퍼스는 미래역량을 갖춘 교원양성뿐만 아니라 KREON(한국융복합연계교육연구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현안 문제를 해

결하고,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며, 예비교사나 현직 교사의 에듀테크 관련 창업을 지원해 혁신적 에듀테크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4일 출범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총 7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양 대학 통합의 목적과 특성화, 대학운영체제 개편, 학사구조 개편, 교육여건 개선, 기존 각 대학에 대한 조치계획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 왔다. 학생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양 대학 학생처와 학생 대표들로 꾸려진 학생소위원회도 구성해 학생들의 의견을 통합신청서에 반영했다.

두 대학은 4월 중 각 대학의 내·외부 구성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대학 내 심의

의결기구의 최종 심의를 완료했다.

이후 교육부는 국립대학 통폐합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제출된 신청서에 대한 보완과정을 거쳐 최종 통폐합 승인을 하게 된다. 통합 승인과정은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승인이 완료되면 통합신청서에 따른 세부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교육부장관과 통합대학 총장 간의 이행협약 체결이 있을 예정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2024년 말 또는 2025년 초에 부산대-부산교대의 통합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학생 성공과 지역발전 연계해 더 강한 대학 만들겠다”

박덕영 국립강릉원주대 제5대 총장 임명

국립강릉원주대 제5대 총장에 박덕영 교수(59세, 치의학과·사진)가 임명됐다. 지난 16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22일자로 임명됐다.

박덕영 총장은 ‘학생성공과 지역발전을 연계하여 지속발전하는 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자율과 균형, 소통을 중시하며 학생성공의 기반이 강한 대학,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대학,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을 추구하는 대학, 소통과 공

감의 행복대학, 지산학연 협력체계가 강한 대학, 글로컬30사업 성공 추진 선도대학을 주요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박 총장은 서울

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강릉원주대 치의학과 부임 후 치과대학 학장, 사회봉사 센터 소장, 기획협력처장, 교무처장, 교학부

총장, 총장직무대행 등을 지냈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대비를 위한 학사구조 개편, 대학의 비전이념(발전계획) 재정립 등을 통해 대학의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 왔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역학조사위원회 위원장, 대한치과보험학회 회장 등 국내 치의학계 발전은 물론 아시아 학생구강건장증진회의 조직위원, 세계치과의사연맹 공중보건위원으로 활동하며 저개발 국가 구강보건사업 지원에 힘쓰고 있다.

박 총장은 임기를 시작하며 “글로컬대학 선정을 통해 강원1도1국립대라는 새로운 형식의 대학 통합을 맞아, 강릉과 원주의 지역발전을 위한 브레인이자 엔진 역할을 수행해 지역 내 최고의 명문대학으로서 인정받는 핵심대학캠퍼스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조기 정착을 위한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 협력체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원광대,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 비전 선포

원광대(총장 박성태)가 전북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 24일 교내 60주년기념관 아트스페이스홀에서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 원광대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원광대·원광보건대 통합 글로컬대학의 목표인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 비전 실현 결의를 다지고 전북 바이오산업 및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목표로 하는 바이오 특화단지와 연계해 원광대가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 인력양성 교육에 매진하며, 특히 △AI 신약 플랫폼 구축 △오가노이드 뱅크 구축 △오가노이드 오간온어칩 소부장 개발을 통한 정밀의료기기 고도화를 위한 사업을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박성태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가 목표로 하는 바이오 특화단지와 연계해 바이오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익산시와 연계해 지역 학생들의 진로교육 및 지역 생명산업 발전을 위한 교육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이어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 비전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 전주, 정읍 등 지자체는 물론이고 도내 대학과 공공기관, 연구기관, 산업체 등 많은 분과 끊임없이 만나 우리 지역을 혁신하고 상생하기 위한 활로를 고민해 온 결과로써 앞으로도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지역 공공기관,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오택림 국장은 “바이오 특화 단지를 준비하면서 원광대, 원광대병원, 도내 국공립 출연기관 27개 기관 등을 비롯해 산·학·연·관·병 등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도민들의 관심과 지역의 혁신역량을 집중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는 전북을 도약시키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진수 원광대 부총장은 “원광대는 원광보건대와 통합모델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다”며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을 목표로 하는 혁신모델을 기반으로 ‘생명산업 연계 융합교육’, ‘생명산업 융합밸리 구축’, ‘생명산업 글로벌 인재양성’ 등 혁신 세부전략을 내세워 글로컬대학 본 지정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립창원대, ‘사천 우주항공 캠퍼스’ 설립 추진

국립창원대는 사천시에 ‘우주항공 캠퍼스’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과 박동식 사천시장은 지난 22일 사천시에서 업무 간담회를 갖고 국립창원대 사천 우주항공 캠퍼스를 2025년 3월 개교하기로 뜻을 모으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기관은 우주항공 캠퍼스 설립에 대한 공동 의지를 확인하고, 캠퍼스 설립이 지역사회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상호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박민원 총장은 임시 캠퍼스와 본 캠퍼스 설립을 위한 현장 회의와 점검을 실시한 후 산업단지형 임시 캠퍼스로 개교하겠다는 초기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사천시 용현면 통양리 58-6번지 일원에 본 캠퍼스를 설립한 다는 청사진 제시와 함께 이를 토대로 인가 신청을 준비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박민원 총장은 사천연구소와 평생

교육원의 설립을 제안하고, 사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우주항공 캠퍼스가 항공우주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교육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립창원대와 사천시는 사천 우주항공 캠퍼스가 설립될 경우 사천지역 경제 발전과 우주항공분야의 고급 인력 양성기관으로 입지를 강화해 상호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창원대와 사천시는 오는 6월 ‘국립창원대 사천 우주항공 캠퍼스’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박민원 총장과 박동식 시장은 “사천시는 오랜 숙원인 4년제 우주항공 캠퍼스 설립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립창원대 사천 우주항공 캠퍼스 개교를 적극 지원 및 상호 협력하고, 우주항공 캠퍼스가 우주항공청과 더불어 우주항공 복합도시의 중추기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신해진 전남대 교수, 대한민국 ‘선비대상’ 수상

신해진 전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사진)가 제6회 대한민국 선비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 교수는 학문적 성과와 사회적 기여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선비정신을 모범적으로 계승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상은 오는 5월 4일 ‘영주 한

국선비문화축제’에서 진행된다.

‘선비 대상’은 경북 영주시가 선비정신을 선양하는 학술연구 또는 선비 사상을 구현하고, 선비정신 실천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신 교수는 한학 연구와 문화유산 보존을 통해 선비정신을 실천적으로 계승하며, 특히 17세기 민족수난기 문헌 번역을 통해 학문적 책임을 다해 왔다. 100여 권의 학술 저·역서를 발간해 문화사·지역사·일상사 연구의 토대를 제공하며, 과거와 현재의 소통 증진은 물론 인문학의 가치 확산에 기여해 왔다.

대학과 학술단체 발전을 위해 20여 개 학회 주요 직책을 맡아 봉사하며, 후학양성에 힘써온 신 교수는 오는 8월 정년 퇴임 후에도 ‘연구석좌교수’로 학문적 여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현정 충북대 교수, 한국소비자학회 공동회장 선출

유현정 충북대 교수(소비자학과·사진)가 지난 20일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소비자학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제27대 공동회장으로 선출됐다.

유현정 교수는 안희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와 공동으로 1년 간 회장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다.

유 교수는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자체평가위원 및 한국소비자원 CCM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소비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학회는 1990년 5월 창립됐으며, 회원수 2천500여 명의 국내 소비자분야 대표 학회다.

한주리 서일대 교수, 출판문화학회 15대 회장 취임

한주리 서일대 교수(미디어출판학과·사진)가 최근 사단법인 출판문화학회 제1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한 교수는 취임사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이 출판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출판 문화의 확장에 새

로운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출판문화학회가 추구하는 콘텐츠 중심으로서의 출판 문화의 비전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주리 신임 회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타 학회와의 학술 활동 연계 강화 △학회논문집 위상 강화 △대학생 출판콘텐츠 공모전 확대 △학회 홍보 및 학회 회원간 교류 활성화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한주리 회장은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 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자료심의위원, 서울특별시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경 동국대 교수, ‘과학의 날’ 국무총리 표창

이경 동국대 교수(약학대학·사진)가 지난 22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57회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이경 교수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혁신 신약 연구 분야의 대표 학자로서 신약 개발 생태계 구축과 활

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재는 동국대 암 관해 표적 제어 혁신의약품 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암 관해의 세 가지 주요 표적인 신경, 염증, 저산소를 도출해 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경 교수는 암과 염증 질환을 조절하는 글로벌 수준의 화합물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개방형 중개연구를 통한 산학연 융합 연구로 우수한 성과를 도출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이 교수는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며, 앞으로도 의약 기술 발전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노정관 경상국립대 교수, 한국목재공학회 대상 수상

노정관 경상국립대 교수(인테리어재료공학과·사진)가 지난 18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개최된 2024년 한국목재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목재공학회 대상은 한국목재산업의 연구와

발전에 공헌이 있는 회원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주는 상으로 학회 최고의 상으로 평가받는다.

노정관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목재공학 분야인 목질 보드 및 접착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개발 및 후진 양성 등 목재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정관 교수는 “연구활동을 지원해주신 경상국립대와 인테리어재료공학과에 감사드린다. 목재공학 분야 발전을 위해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가상 인간은 인간을 꿈꾸는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38

사영준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사영준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가 「디지털 소통 기술」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9강은 홍완식 서울시립대 교수(신소재공학부)의 「재료과학의 현재와 미래」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컴퓨터 프로그램이 가상 인간화함에 따라 이들을 대하는 이용자들의 평가와 판단도 전통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판단과는 크게 다른 성격을 보인다. 기존 프로그램이나 기기들을 평가할 때 이용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이전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더 빠르고 저장 용량이 더 커져서, 혹은 화면 해상도가 더 높아지거나 가격이 낮아져 좋게 평가했다.

그러나 인간의 외형으로 인간이 해오던 일을 수행하는 가상 인간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치적 평가 이 외에 이용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평가 요인들이 있다. 가상 인간이 기존 인간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실제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때 이용자가 가상 인간에게 적용하는 사회적 규범은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한 가장 간편한 답은 가상 인간과 실제 인간이 동등함을 가정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관계를 대체하게 될 때, 그 역할의 유사성으로 인해 인간에 대해 갖고 있었던 도덕적 권한과 의무를 가상 인간에게 그대로 부여하고, 이를 기준으로 가상 인간을 평가할 수 있겠다. 가상 인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또 다른 극단은 가상 인간을 인간이 아닌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상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내리지 않고, 기능이 기대했던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고 사회적으로 복합한 역할을 수행하는 가상 인간이 됐을 때, 우리의 반응은 예전에 컴퓨터에 대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본 글은 이러한 가상 인간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에 관한 것이다.

가상 인간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우리가 가상 인간에 대해 인간과 같은 반응을 보일까? 가상 인간에 대한 반응이 인간에 대한 것과 같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가상 인간에 대해 인간에게 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 기

대를 형성하고 가치 판단을 내리게 될까? 가상인간 초창기 연구는 컴퓨터를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용자의 반응들을 분석한 것들을 포함한다.

인간과 유사한 컴퓨터에 대해 이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분야의 주요 연구 질문이었다. 특히 HCI 분야에서 사회과학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은 이용자들이 인간과 유사한 컴퓨터를 이용할 때 기계스러운 컴퓨터를 이용할 때에 비해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가 사람의 얼굴을 재현할 때 이용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바람직성은 “나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등과 같은 문항을 사용해 사회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알려져 있는 규범을 얼마나 따르는지 물음으로써 측정했다.

타인을 돕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옳은 일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문항은 기계가 아닌 사람과 같은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한다고 보고하는지 초점을 맞춘다.

즉 인간 외형의 컴퓨터에 대해서 실제 인간에 대해 그러하는 것처럼 체면치레 행동을 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모든 관측치에서 예측했던 대로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과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하는 기계에 인간에 대한 반응과 유사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한 초창기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후 연구에서도 연구자들은 지속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컴퓨터가 기계 같은 컴퓨터에 비해 집중력이나 기억력 등의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그로 인해 작업 성과도 높아질것으로 예측하고, 실제 인간과 함께 하고 있다는 메타인지적 경험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기도 하

“가상 인간을 인간 사회에 등장시키는 또 다른 전략은 그 능력의 우월성을 소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간화는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과 외형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주목받아왔지만, 더욱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가상 인간은 도덕적·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것이다.“

며,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관찰되는 사회적 행동을 유도할 것을 기대했다.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는 당시 구현된 인간스러운 컴퓨터의 기술적인 한계일 수도 있고, 인간의 기계에 대한 반응이 오로지 외형적인 것에서 기반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간과 더욱 유사한 기계들이 등장할 것이고, 이들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들이 시도될 것이다.

비인간 대상에 대한 마음 인식, 의인화

비인간 대상에 대한 이용자의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설명이 시도됐다. 대인커

사영준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가상인간의 우월성을 보이기 위한 인간은 가상인간과 종종 시합할 것이고, 이 대결에서 인간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축적된 패배 경험은 인공지능을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즉 인간 지식을 활용한 가상인간의 이해가 결국 가상인간을 타자화하고 배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뮤니케이션의 다층적 구조에 초점을 맞춘 설명은 언어적 상호작용을 두 개의 층위로 나누고,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은 아니지만(1층위), 인간인 것처럼 반응(2층위)한다는 설명이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언어가 미디어에 의해 저장되고 전송돼 화자와 청자의 시간적 공간적 불일치가 발생하거나, 화자가 실제의 사람이 아닌 가상의 사람인 경우에는 이용자는 청자를 상상 속에 존재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상호작용을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상호작용 참여자들은 가상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제시된 단서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의미 형성자로 이해될 수 있다.

혹은, 반대로 비인간 대상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마음 없음(midlessness)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상호작용 대상이 실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일부 사회적 단서에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반응해 마치 인간에게 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자동적인 반응에 대한 논의는 인간이 특정 자극에 무비판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진화론적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한편 사회 인지 분야에서는 비인간 대상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자극의 처리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인지 과정의 한 종류로 설명한다.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거나 인간의 행동을 모사하는 비인간 정보를 처리할 때, 이용자는 이에 대응

하는 인간의 모습과 행위를 떠올리고 인간에게 적용했던 의미를 활용해 대상을 해석한다.

지식 활성화는 활성화된 지식의 자동적 확산을 가정한다. 마치 신경망에서 한 세포가 활성화 되면 다음 신경 세포도 함께 활성화되고 확산되는 것처럼, 활성화된 개념이나 생각이 연관돼 있는 다른 생각들을 연쇄적으로 떠오르게 한다.

가상 인간의 인간 관련 단서는 종종 특정한 인종·연령대·성별·출신 등의 사회적 범주나 정체성을 떠올리거나 특정한 목표·태도·선호 등의 내적 상태에 관련된 지식을 생각도록 한다. 이들 지식과 연결돼 있는 지식은 자동적으로 활성화되어 이후 대상을 평가하거나 대상에 특정한 행동을 수행할 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인화와 같은 지식 활성화 과정에 의한 효과는 자동적으로 발생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의인화는 늘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인지 과정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상 중에 인간에 관련된 지식이, 특히 내가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지식이 가장 접근 가능하고, 그래서 가장 손쉽게 외부의 대상에 적용 가능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의인화 과정 중 가상 인간 상호작용에 큰 함의를 제시하는 것은 마음 인식이다. 종종 인간은 비인간 대상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마음 상태가 있음을 가정한다. 이는 가상 인간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데, 마음을 인식함으로써 그 대상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 가능하고 그 대상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우리는 비인간 대상과 상호작용에서 그 대상으로부터의 마음 상태를 인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로봇청소기가 장애물을 피해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업무가 꼼꼼하고 야무지다고 판단하는 것은 기계를 인간의 마음 특성의 한 종류인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마음 작동으로 인식해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기계가 주어진 과업을 적절히 수행되도 록 프로그램 됐다고 생각하는 기계적 사고와는 구분되는 반응이다.

비슷하게 컴퓨터가 잘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기능적인 작동 불량의 원인을 생각하기보다 인간의 마음 상태를 비유해 게으름을 부린다던가,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음 인지의 의인화 반응이 적용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마음 인식이 그 인식 자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종 가치 평가와 연결돼 다양한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마음 인식의 결과 우리는 가상 인간에 대한 보다 복잡한 평가를 내린다.

이루다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이루다는 스캐터랩(Scatter Lab)에서 2020년 11월 오픈한 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서비스로, 대화로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한다. 이루다에 인간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지식을 활성화시키고 이용자로부터 의인화반응을 유도한다.

실제 이루다가 활동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용자들은 이루다가 작성한 글에 댓글을 남기거나 이모티콘을 통해 공감을 표현하는 등, 일반적인 인간 이용자에 대한 반응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루다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켜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점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고의적으로 이루다에게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을 유도했고,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함으로써 이루다에 대한 비난의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이루다가 20대 여성으로 소개됐기 때문에 해당 세대들에게 민감한 주제를 물어보기 쉬웠다는 것이고 이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논란이 된 응답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한 것으로 가치 중립적인 판단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혐오 표현의 응답이 도출된 이유는 언어 모형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고도화된 가상 인간, 도덕윤리의 판단 대상

가상 인간을 인간 사회에 등장시키는 또 다른 전략은 그 능력의 우월성을 소개하는 것이다. 마치 새로 출시된 디지털 기기의 성능을 자랑하듯이, 인공지능의 향상된 인지적·신체적 능력이 마케팅 포인트로 꼽힌다. 능력 있는 가상 인간, 사람을 이기는 가상 인간은 종종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사회적 환경이 다른 이들과 경쟁하고 승리한 사람은 보상을 성취하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그 성과물을 차지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간화는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과 외형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주목받아왔지만, 더욱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가상 인간은 도덕적·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본 논의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용자는 가상 인간에게 부여된 사회적 범주를 바탕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도덕적 튜링 테스트를 한다.

또한 가상 인간의 우월성을 보이기 위한 인간은 가상 인간과 종종 시합할 것이고, 이 대결에서 인간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축적된 패배 경험은 인공지능을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즉 인간 지식을 활용한 가상 인간의 이해가 결국 가상 인간을 타자화하고 배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무처럼 늘어나며 금속처럼 강한 첨단 신소재 개발

이태일·오진영·채수상 교수 국제 연구팀

고무처럼 잘 늘어나면서 금속만큼 전기가 잘 통하는 첨단 바이오 신소재가 개발됐다. 뇌주름과 같이 소재의 표면적을 증가시킨 독특한 나노구조를 통해 내구성 높은 신축성 전극 소재로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이태일 가천대 교수(신소재공학과), 오진영 경희대 교수(화학공학과), 최원진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원 박사, 채수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국제 공동 연구팀이 잘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인 고무와 금속을 속도론적 방법으로 뇌주름 형상의 ‘금속-탄성체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기술

을 개발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속도론적이란 화학 반응에 있어서 열역학이 에너지의 변환과 흐름에 관련된 원리를 설명한다면, 화학반응속도론은 반응의 경로, 반응 속도 등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전자피부, 웨어러블 로봇 등 착용형 전자기기 개발이 활발하다. 피부를 닮은 전자피부나 촉각센서, 잘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가 통하면서도 유연한 소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신축성 전극 개발에서 금속 물질과 고무와 같은 탄성체 간 반발력에 의해 서로 섞이지 않아 재료적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속도론적 방법’이라는 새로운 접근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열역학적으로 섞

왼쪽부터 채수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와 이태일 가천대 교수(신소재공학과)다. 사진=한국연구재단

이기 싫어하는 금속과 탄성체를 섞어서 각각의 물질 고유 특성을 유지하는 나노구조체 신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고무 탄성체 기판 위에 금속 박막을 증착하는 시스템에서, 고무와 금속 각각 물질들의 증착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화학 반응을 통제했다. 증착이란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 및 증발시킨 뒤, 그 증기로 금속을 박막으로 밀착시키는 방법이다.

고무 분자들의 이동속도와 증착되는 금속 원자들의 증착 속도 간의 상대적 차이를 조절, 나노니들(nano needle) 형태의 금속구조체들이 매우 조밀하게 연결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노니들은 머리카락 굵기 보다 얇은 미세바늘로 화학물질을 전달,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또한, 이렇게 고무 탄성체 기판 표면에 형성

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은 기판과 계면 사이의 큰 기계적 불안정성을 유도해 증착이 끝난 후, 수 시간에 걸쳐 마치 뇌주름과 같은 형태의 표면 주름이 형성되는 것도 관찰했다. 이는 표면적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금속-탄성체 나노상’ 내부의 특이한 나노구조를 통해, 기계적·화학적·열적 측면에서 기존 재료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채수상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기존 신축성 전극이 가질수 없었던 매우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웨어러블 의료와 전자기기나 VR과 같은 응용 분야의 전극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마지막 방법

딸깍발이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제목이 심히 자극적이다. 사실 일본에서 100만부가 팔린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에서 따왔다. 지금은 사라진 대전역 서점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제목에 끌려 집어 든책인데 저자는 게이오 의대를 수석 졸업한 의사다.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금방 찾을 수 있다.

건강해지려고, 목숨을 건지려고 찾아가는 게 의사인데 어떻게 의사한테 살해당하나? 섬뜩한 제목에다 무려 47가지 방법에도 불구하고 책의 메시지는 간단한데, 병원과 약을 멀리 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가 본의 아니게 사람을 못 살리는 상황은 종종 벌어진다. 응급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가 숨을 거둘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실수로 환자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과잉 진료는 의료 비용 증가만

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 커다란 고통과 부작용을 낳는다.

다른 선진국이 우리보다 덜할지 몰라도, 선진국 역시 의료·제약산업이 군산복합체에 버금가는 의료복합체를 이룬 현실에서 과잉 진료는 이들 산업의 이익 창출 파이프라인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버드 의대 출신 외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평소 과잉 진료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자신이 알고 보니 과잉 진료를 하고 있었던 현실을 고백한다.

인도 이민 2세대 가완디는 부모와 여동생 모두 의사인 집안인데 건강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진료 철학이 바뀌게 된다. 그는 아버지가 아프게 되자 비로소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 바로 아래 층의 노인의학과를 들러 보기도 하고, 아버지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당연히 했을 의료 처치에 대해 주저한다.

온 집안이 의사인 가족들 역시 큰 갈등을 겪는다. 학창 시절 명예로운 로즈 장학금으로 옥스퍼드에 유학하며 윤리와 철학도 공부했던 그는 나름 깨어있는 의사로 자부심이 컸다. 하지

만 아버지가 정작 말기암 환자가 되고 나서야 자신이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진료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병 치료하다 환자 잡는 아이러니가 남 얘기가 아니라면서,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정리한다. 환자 혹은 보호자로서 우리는 의사에게 맹목적으로 치료를 맡겨놓지 말고, 스스로 고통의 당사자로서 우리가 치료를 통해 얻고자 하는 상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의사 집단 역시 변호사 같은 전문 직역단체인데, 다른 전문직과 가장 큰 차이는 모든 국민이 평생 계속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의사 손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며 건강하든 아프든 의사를 만나고, 죽을 때도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써주지 않으면 죽은 게 아니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이 무려 50개에 가까운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의사와 부닥칠 일이 수도 없이 많다는 반증이다.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사태에서 다시금 깨닫는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마지막 방법?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의료 보험료가 한참 비싼 미국 도시 어느 곳이나 달리는 사람이 많은 게 우연이 아니다.

출처=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초대석

「면과색 그리고 리듬」

최예태,캔버스에 아크릴, 2019

최예태 작가 전시회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렸다. 작가는 구상화에서 비구상화로, 자연주의 회화에서 추상화로 장르와 시공간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신한다. 그림은 우리 전통 색 문화를 회화로 이어가는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생동감과 긴장감이 감도는 작품을 경쾌한 색조로 화려하고 경쾌하게 펼쳐 놓아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작가의 새로운 양식 '신구상'이다. 그림은 세잔을 연상케 한다. 빛·그림자, 그리고 빛의 투영으로 이뤄지는 강렬한 단색은 인상주의를 연상시키지만, 화면의 분할과 면 처리는 구성주의에 가깝게 보인다. 그는 풍경·인물·정물·누드 등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유연하게 제작했으며 또 자신만의 창조적인 미적 구성을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의 나이 미수(米壽), 88세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창의적 경험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이제 자신만의 신구상이라는 기법세계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인사아트프라자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사과는 사치품일 뿐 ‘기본수요’ 아니다

기고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

1976년 국제노동기구(ILO)가 개최한 '세계고용회의’는 개발도상국의 절대빈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추구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로 ‘기본수요’ 충족을 제안했다.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적어도 먹고 입을 수 있어야 하고, 거주할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면 생활에 필요한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 외에도 노동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과 읽고 쓸 수 있을 정도의 기초교육도 기본수요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기본수요를 초과하는 모든 소유와 편의는 ‘사치’의 영역에 속한다.

적어도 모든 사람의 기본수요는 충족되어야 한다는 이 제안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에 미화 1달러 40센트 이하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세계 인구의 10%나 된다고 한다. 굶고 헐벗은 사람들이 먹고 입고 주거처를 갖도록 도와주기는커녕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입을 수 있는 옷을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세계 도처에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특히 미국과 한국이 그런 짓에 앞장서는 것 같아서 매우 창피하다.

전 인류 차원에서는 기본수요와 사치를 구분

하는 기준이 의식주지만, 개별 사회는 경제 수준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까지만 기본수요지만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고등학교 교육도 기본수요로 인정하고 있다. 가정의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모든 자녀들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제도와 국가기관이 그것을 가능하도록 책임지는 것이다. 만약 사회의 부와 여유가 충분하다면 소형차 한 대쯤은 사치가 아니라 기본수요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놀랍게도 사과가 기본수요의 반열에 올랐다는 착각을 일으켰다. 주로 기대하지 못했던 기후 변화 때문에 그 전해에 비해서 사괏값이 123.4%, 뱃값이 134%나 오른 것이다.

주부들은 아연실색하고, 언론은 큰 재앙이나 일어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심지어 사괏값이 총선에도 영향을 끼쳐 정부여당이 참패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급기야는 정부가 나서서 파인애플·바나나 등 대체 과일의 수입관세를 낮추고, 농림부가 나서서 “스마트 과수원 조성과 신규 산지 육성 등을 통해 연간 사과 50만 톤 이상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냉해 예방 약제를 보급하고, 미세 살수장치·동상해방지용 송풍기인 방상펜 등 예방시설도 설치하며, 수급 안정용 계약재배물량을 확대하는” 등 ‘2024 사과 안심 프로젝트’란 것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사과는 한국인이 매우 좋아하고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며 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사과는 어디까지나 사치품일 뿐 기본수요가 될 수 없다. 안 먹는다고 해서 생존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생산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무료급식소 앞에는 매일 긴 줄이 서고, 집 없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장애인 복지도 아직은 선진국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

‘아프리카 뿔’ 지역에 위치한 작은 나라 지부티(Djibouti)는 개인당 소득이 3,000불에도 못미치는 빈국이다. 그런데 100만 명 정도 되는 국민의 거의 80%가 매일 쾃트(quat)라는 환각제를 질근질근 씹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쾃트라는 풀은 국내 생산이 부족해서 매일 이웃 나라로부터 비행기로 수입해서 전 국민에게 배포하는데, 심지어 정부가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넉넉하지 않은 경제에 생존이나 건강에 이익은커녕 해만 끼치는 환각제를 매일 수입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어느 외국 기자가 한 주민에게 물었더니, “걱정되면 쾃트 하나 더 씹으면 해결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사과는 건강에 좋지만, 쾃트는 백해무익하기 때문에 둘을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부티의 쾃트와 얼마 전의 한국 사과는 둘 다 사치품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기본수요인 것 처럼 과대평가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국민이 사치와 기본수요를 혼동하고, 언론과 정부 기관이 노인이나 장애인 복지 대신에 사과나 쾃트같은 사치품에 과대한 공적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평가의 오류,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업무 태만의 정도를 넘어서 사회정의에도 어긋난다. 적어도 기본수요와 사치쯤은 구별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필자와 모임의 동의를 얻에 이 글을 게재합니다. 소식지 ‘성숙의 불씨’ 제883호 「기본수요와 사치」.

논문 읽기가 왜 힘들까?

직장인 박사의 월화수목금금금

최진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논문을 쓰려면 논문을 읽어야 한다. 특별히 영어 논문을 쓰려면 영어 논문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주요 개념의 스펙트럼 안에서 개념의 차이를 익히고 섬세하게 보고 취사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업무와 일상의 무게가 힘겨운 성인 학습자들은 영어 논문은 가능하면 회피의 대상이다. 짧고 간략하게 정리된 신문 기사와 달리 딱딱하고 재미가 없단다. “내가 30분을 일하면 시급이 얼마인데 논문을 봅니까?” 일단 논문은 당장에 돈이 안된다. 일상의 고민과도 유리된 논문은 당장 회신해야 할 이메일과 비교할 때 우선순위에 한참 밀려난다. 현장의 고민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논문 읽기는 마치 운동과도 같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역기를 들고 스쿼드를 하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어려운 개념을 보면서 익히고 사용하면서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생이 논문을 읽지 않는다는 건 운동선수가 운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학기 말이 되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마냥 장문의 이메일과 삶의 고난으로 말미암아 논문의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겸어체로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아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실은 논문을 읽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도 있다. 알지만 모른 척해준다.

새로운 논문을 읽을 때마다 모르는 개념·단어·주장을 마주하는 건 고역이다. 마치 기존에 사용하지 않아 존재마저 미미한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무척이나 힘들 수 있다.

대표이사와 팀장, 부장쯤 되면 모든 것을 알고 능숙히 지시하는 환경에서 낯설

고 어렵고 무엇보다 부족한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건, 힘이 든다. 모든 논문마다 모름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는 건,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마라톤에 나가려면, 다른 운동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결승전에 다다를 때까지 달리고자 한다면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해지려면 땀을 흘려야 하고 적어도 30분은 달려야 한다. 매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린다는 건 힘든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쓴 페이퍼를 마주하고 백지와 같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낯선 개념으로 집을 설계하고 벽돌을 쌓아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쓰는 노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동은 결과가 눈에 잡히지 않고 당장에 돈이 되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즐겁지 않다.그걸 마주하고 극복하는 게 박사과정이다. 말로만 부족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모든 논문을 대할 때마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굳이 남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절실하게 된다. 내가 시간이 없고 바빠서 하지 못한다고,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높아진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논문 읽기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며 설득하고 또한 친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일단은 단순하게 읽기 시작해야 한다.

몰라서 고역인 것이 아니라 모르는 걸 알려고 하는 자신이 갸륵하다고 생각하며 칭찬하며 읽어야 한다. 암묵지의 어둠 사이로 새로운 개념과 생각의 흐름을 찾아가는 기쁨으로 마주해야 한다. 알지 못하는 길을 갈 수 있는 빛이 한줄기 두 줄기 강하게 비추는 경험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어두운 곳이 보이면 이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된다.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성인 및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해외 박사과정 프로그램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성인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하는 성인학습자의 삶과 학습의 희로애락 그리고 고등교육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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