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벽 허물기’…대학 기본 구조가 바뀐다

2기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결과

▶1 면에서 이어짐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결과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홀대’ 논란이 불거졌던 사립대가 국·공립대보다 훨씬 많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예비 지정된 33개 대학 중 일반대 16개교·전문대 8개교 등 총 24개 대학이 사립대다. 국·공립대의 경우 국립대 7개교·공립 전문대 2개교 등 9개 대학이 선정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대보다 사립대의 비율이 훨씬 높아 결과적으로 사립대의 숫자가 많아졌다”며 “예비 지정 평가 시 국립·사립·전문대·지역 등 어떤 형태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예비 지정된 사립대 중 동명대·신라대는 비교 우위 분야 중심으로 캠퍼스를 특성화하고, 유사 학과인 미래모빌리티·미래웰라이프 학과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대·동서대는 수익창출형 통합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지난해 같은 법인인 영남이공대와 통합을 추진했던 영남대는 올해 국립대인 금오공대와 연합해 예비 지정됐다. 두 대학은 ‘글로벌 반도체·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유학생의 유치·교육·지원·취업·정주까지 관리하는 ‘글로벌 청년 빌리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동신대·초당대·목포과학대는 사립 일반대와

전문대 연합으로,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 공공형 사립 연합 대학’을 구상하고 있다. 대학 3곳에 3개의 특화 캠퍼스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결과 작년에 비해 사립대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혁신기획서가 대학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내용인 만큼 장기적으로 해당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잘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글로컬 대학 사업 관련 예산도 명확히 없어 걱정스럽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대, ‘초광역’ 연합 등 10개大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결과 전문대가 10개 대학이나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전문대는 규모가 크지 않아 대부분 단독이 아닌 연합·통합 모델로 지원했다. 특히 지역을 넘어 전문대로만 구성된 초광역 연합이 2곳이나 예비 지정돼 눈길을 끈다.

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 연합은 ‘(사)한달빛 글로컬 보건대학연합’을 설립해 단일 의사결정 기구를 운영하면서 산업 수요에 기반한 가상학과 운용, 고숙련 마이스터 패스트트랙제시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과 경남 진주에 있는 울산과학대·연암공과대는 LG·HD현대 등 지역 내 위치한 대기업 공장과 산학 협력을 공동으로 추진해 생산 기술과 실무 인력의 소멸을 막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4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

대학명(가나다순)설립지역유형비고대학명(가나다순)설립지역유형비고 건양대사충남단독연세대(미래)사강원단독유지*

경남대사경남단독영남대-금 오공대 사‧국경북연합 경북대 국대구단독 울산과학대-연암공과대 사초광역연합

동명대-신라대사부산연합원광대+원 광보건대 사전북통합

동신대-초당대-목 포과학대 사전남연합인제대사경남단독유지*

동아대-동서대사부산연합 전남대 국광주단독유지* 대구보건대대전-보광건주대보 건대-사초광역연합 도창립원남대해+ 도대 립-승거강창기대대+ 국사공경남(통연합합)

대구한의대사경북단독 충남대+한밭대 국대전통합 목포대 국전남단독한남대사대전단독

순천향대사충남단독유지*한동대사경북단독유지* * 2023년 본지정 평가 미지정 대학으로 예비 지정 자격 유지 결정. 굵은 글씨는 국립대, 파란색은 전문대. 출처: 교육부

아울러 국립·공립·사립대가 통합(연합) 유형으로 예비 지정된 곳도 있다. 공립 전문대인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는 국립 일반대인 창원대와 통합한 뒤, 사립 전문대인 한국승강기대와 연합해 ‘경남창원특성화과학원(GCIST)’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같은 법인의 사립일반대와 전문대 간 통합도 지난해에는 단 한 곳도 예비 지정되지 못했으나 올해는 원광대·원광보건대가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다. 이들은 통합을 전제로 의학과·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방사선학과 등 유사 학과를 통폐합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다수 전문대가 예비 지정된 부분에 대해 “과거 전문대가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 만큼 전문대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포함시켰다”며 “사립 전문대 62개 학교 중 37개 학교가 관심을 보이고 혁신을 시도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문대 한 관계자는 “올해 연합 유형이 신설 돼 단독으로 글로컬대학에 신청하기 힘든 여건인 전문대도 다양한 연합으로 힘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즈 연계한 ‘지역·산업계’ 대응 주목

교육부는 “이번 65개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에는 지역사회와 산업계의 요구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대학의 혁신 노력이 담겨 있다”라고 평가했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와 연계한 혁신기

획서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올해 예비 지정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차별성 있는 혁신 전략이라고 평가한 부분은 크게 5가지다. 우선 연구기관과 연계·융합해 학부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해서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거나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한 뒤 특성화하고 학사조직을 전면 개편하는 등 ‘대학·연구기관·지역 산업체 간 벽 허물기가 고도화’됐다. 또 올해는 대학 간 통합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학이 공동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함께 혁신 모델을 수립하는 연합 유형이 도입되면서 ‘대학 간 통합·연합으로 인한 혁신 시너지가 극대화’됐고, 학교 부지를 지자체에 제공한 후 지자체가 재원을 투입해 대학·산업체를 집적하는 혁신지구 조성 등 다양한 방식의 ‘대학과 지역 간 공간적 벽 허물기’ 내용이 포함됐다. 대학 통합 산학협력단을 설립하고 외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공동 수익을 창출한 뒤 대학에 재투자하는 등 ‘대학의 재정 확충 자구책 모색’ 노력이 담겼고, 보건·의료 교육 체계 수출 등 대학 특성화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진출 내용도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번 글로컬대학 신청을 통해 한층 고도화된 대학의 담대한 혁신 구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와 함께 라이즈체계, 교육발전특구 등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혁신 엔진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세계 최대 민주주의 축제 인도 총선, 어디로 갈까

글로컬 오디세이

이춘호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교수

제18대 하원 의원 543명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이 지난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거는 7단계로 진행되며 결과는 6

월 4일에 발표된다. 인도의 총선은 수 억 명의 유권자와 수백 개의 정당이 참여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민주주의 행사 중 하나이다. 인도는 상원(Rajya Sabha)과 하원(Lok Sabha)으로 구성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우, 상징적인 국가 원수로 존재하며, 실질적 권한은 5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최대 정당에서 총리직을 맡는다.

2014년 인도 총선은 나렌드라 모디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의 압승으로 BJP는 하원인 Lok Sabha에서 543석 중 282석을 획득하며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 인도에서 단일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은 30년만에 처음이었다. BJP가 이끄는 연합인 민족민주연맹(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은 총336석을 획득했다. BJP를 중심으로 정부가 구성됐고 나렌드라 모디가 인도 총리가 됐다.

전반적으로 2014년 인도 총선은 BJP가 통치에 대한 명확한 권한을 확보하고 나렌드라 모디가 인도 정치에서 지배적인 인물로 떠오르는 등 인도의 정치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2019년 총선의 경우에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가 압승을 거뒀다. BJP는 하원에서 543석 중 303석을 차지했다. 이는 2014년 실적에 비해 개선된 성과로 인도에서 지배적인 정치세력으로 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인도의 경제 규모는 10년 전 모디 총리가 처음 취임했을 때의 10위에서 현재 세계 5위이며,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변화를 약속한 모디는 2014년 이래로 인프라 구축과 공격적으로 힌두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주로 강조했던 것은 실업률의 회복·복지 프로그램·경제 개발과 같은 안건이 주를 이뤘다.

현시점의 정권 교체의 유무 가능성이나 경제정책에의 영향은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다. 현재 예상되는 메인 시나리오는 현 정부가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금까지의 경제 분위

기나 야당의 유력 대항마의 부재 등을 배경으로, 인도인민당을 중심으로 하는 현 여당 연합이 과반수의 의석을 유지해, 모디 정권이 3기째에 돌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국민회의파를 중심으로 하는 야당연합으로의 정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가 지속되고 총선거전에 경기가 안 좋은 경향을 계속 보일 경우 그것을 계기로 소수파에 대한 억압적인 정책이나 민주주의의 후퇴 등 모디 정권의 부정적인 측면에의 불만이 높아져 정권 교체가 생기기 쉬워진다.

인도인민당은 친기업 정책을 중시하는 반면 국민회의파는 친가계 정책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현 정부가 계속될 경우 정부는 경제 인프라 정비와 기업 지원에 중점적으로 예산을 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경우 정부는 빈곤 감소와 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지원책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선거 역시 모디 정부의 세 번째 집권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 인도에서는 경제문제와는 별도로 힌두교 근본주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힌두뚜바(Hindutva)로 불리는 이것은 모디 정부의 기본 정치 기조이다. 이는 힌두교가 아닌 것, 특히 이슬람 같은 외래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힌두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인도 헌법에 명시된 세속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민권 개정법(CAA, Citizenship Amendment Act)의 실행이다. 2019년 12월 11일 인도의회는 2019년 시민권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14년까지 인도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파키스탄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은 이민자를 위해 인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명시했다.

그러나 자격을 갖춘 소수자들을 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배화교·기독교인으로 명시하고, 이들 국가 출신의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그러한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 법은 인도 법에서 시민권의 기준으로 종교가 명백하게 사용된 최초의 사례였으며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경제 문제와는 별도로 정치적 측면에서 인도는 힌두교를 최우선하는 정책으로 인해 국내외로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를 헤쳐나가면서 세속주의와 다양성을 기조로 하는 인도 헌법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나갈 수 있는가 역시 이번 선거를 그리고 선거 이후의 인도 정치를 바라보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

뉴델리 자미아 밀리야 이슬라미아에서 인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 부교수를 지냈다. 주 관심사는 인도 이슬람 역사와 예술이다. 『인도조각사』, 『우르두어입문』 등의 번역서가 있다.

정치는 강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의술은 돈벌이가 아니다

신호재

아주대 다산학부대학 조교수·철학

플라톤의 『국가』로 본 의정 갈등

플라톤의 『국 가』 에 는 정의(正義)에 관한 논쟁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와의 논쟁은 두 달 넘게 치열하게 대립하는 의정 갈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국 가』 의 주제는 올바른 정치이며, 플라톤은 의사와 의술을 통치자와 통치에 대한 비유로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의정 갈등을 조명하려는 관심에서는 이를 단지 비유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의사는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와의 논쟁은 어느 한쪽 편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곤란한 점을 생각해 보게 한다.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이다#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의란 권력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선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치차는 자신을 위해 제정한 법을 준수하라고 시민에게 강제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범법자로 규정하여 처벌한다. 그래서 정의란 권력을 가진 통치자에 의해,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의사는 돈벌이를 하는 사람인가요, 병들고 다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인가요'” 트라시마코스는 “그야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지요”라고 답한다.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술은 의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환자에게 이로운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식이나 기술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 즉 그것의 관리를 받는 자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진료할 때 의사는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환자가 자신이 베푸는 기술의 혜택을 보게 하는 데에 전념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통치자도 자신의 통치를 받는 약자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합니다.”

트라시마코스는 물러서지 않는다. “세상에는 올바르지 못한 자가 더 많이 차지하는 일이 너무나 흔합니다. 불의(不義)가 대규모로 저질러지는 경우, 그것은 올바름보다 더 강하고 자유로우며 전횡적인 것이 되기도 하지요. 그러니 결국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어떤 사람이 환자를 치료해 주고 수가(酬價)를 받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의술(醫術)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돈벌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트라시마코스가 조건을 달아 마지못해 답한다. “의술이라고 부르기는 해야겠지요. 의사는 결국 그것을 통해서 돈을 벌겠지만요.” 이에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그렇습니다. 의사는 의술로 돈을 벌지만, 돈을 버는 것은 부차적 결과일 뿐이고 의술의 참된 본질은 환자

의사 (의술)통치자 (정치)

소크라테스이상 (본질과 당위)진료와 수술을 통한 환자의 건강 회복의료 개혁을 통한 국민의 건강 증진 트라시마코스현실 (힘과 사실)의사의 처우 개선 및 사회경제적 지위 유지정치적 이익을 위해 성급히 추진하는 정책

를 치료하는 것이지요. 의술은 건강을 생기게 하고, 돈벌이는 돈을 생기게 합니다. 돈은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기술 자체의 본질이 아닙니다. 기술은 결코 그것을 사용하는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다스림을 받는 쪽에 이득이 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니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통치도 강자가 아니라 약자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정부는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대화에 나서야

누구의 말이 맞을까' 트라시마코스도 일리가 전혀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현실에서는 힘의 논리가 무엇이 옳은가를 좌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누가 더 힘이 센가에 따라 정의가 옮겨가고 또 이러한 상황이 수시로 역전된다면, 이것은 실상 참된 올바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질과 이상은 힘의 논리로 해소되지 않고, 이해관계로 환원되어서도 안 되는 절대적 원칙을 상기시켜 준다. 환자를 도외시한 채 힘겨루기를 통해 자신의 올바름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와 의사의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다.

소크라테스와 타라시마코스의 흉상이다. 이 둘은 의사와 통치자에 대해 이상과 현실 차원에서 논쟁했다.

이미지!위키피디아z인터넷 철학 사전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는 의료 개혁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또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여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듯 보이는 의대 증원 정책은 성실한 해명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조급하게 추진하는 목적이 정권의 이익을 겨냥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의료 개혁의 필요성과 의대 증원의 적정한 규모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사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재고되어야 하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극한의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 붕괴는 정책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익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의 집단행동 역시 강자의 이익을 위한 정치일 뿐

정부 정책에 비판적 유보의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의사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사회 문제가 그러하듯 선과 악이라는 단순 논리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치열하고 묵묵하게 헌신해 온 의사의 노력 덕분이다. 의사 역시 직업인 이상 돈도 벌어야 하고, 근무 여건 개선 및 수가 현실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가 앞으로 예상되는 처우 하락에 대한 맹목적 반감에 있거나 사회경제적 지위의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의료 행위는 더 이상 의술이 아니라 돈벌이로 전락하고 만다. 결과적으로 돈을 버는 것과 처음부

터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더욱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선망은 생명을 다루는 일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의 집단행동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파급을 초래하는 실력 행사, 즉 강자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행위가 된다.

정치도 의료도 모두 국민과 환자를 위한 것이어야

해결이 난망한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국민적 피로감이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환자는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촌각을 다투는 수술이 기약 없이 미루어져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 모두 국민의 건강,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이 현실성을 결여한 공허한 이상에 불과하다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지침을 전혀 제공하지 못한다고 한계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과 이상은 힘의 논리로 해소되지 않고, 이해관계로 환원되어서도 안 되는 절대적 원칙을 상기시켜 준다. 환자를 도외시한 채 힘겨루기를 통해 자신의 올바름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와 의사의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다. 정치도 의료도 모두 그것의 대상이 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위기, 소통과 협치로 풀어야

딸깍발이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

2024년 4월 10일 실시된 22대 총선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현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거대 야당에도 앞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국민의 의지’를 ‘투표’로써 강력하게 표명하였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라는 험난한 정치지형을 ‘상수’로 해서 남은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게 구성될 제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4년 6월부터 시작해 202 년 5월 말까지,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 일까지이다. ‘협치’ 없는 성공적인 국정수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 쇄신에 적극 나설 것”과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 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쇄신의 방향은 맞으나, 이런 의지 표명만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대통령도 유념해야 하고, 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지도자들도 ‘협치’와 ‘민생’이 분리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 양극화와 이해관계에 따른 극단적 대립, 전면적 소통의 부재로 국민이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야 모두 극단적 지지자들 즉 맥시멀리스트(UI`QUITQ[\)의 ‘최대요구’와 각 계에 산재한 자신만의 기준을 강요하고자 하는 ‘프로크루스테스’들에게 좌지우지되어 제대로 된 대화와 소통, 협력이 난감한 상황이다. 아직도 ‘협치’의 상징인 여야 영수 회담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며,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국민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소통 부재와 대립을 상징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와 ‘시행령 제개정’을 통한 정책강행으로 여야 대립이 일상화된 현실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곤란하거나 시민사회의 반발로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법률 개정’이라는 힘들지만 가야 할 정도를 걷지 않고, 시행령 제개정을 통해 정책을 수행하는 보다 편한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닌지' 이제는 이러한 국정운영의 전반적 기조에 일대 ‘쇄신’이 요구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의료개혁’ 강행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개혁교육개혁연금개혁선거제도 개혁은 우리 사회 구성원인 시민들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이해가 엇갈리는 난제 중의 난제이자 시민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개혁의 방향성과 그로 인한 결과는 오롯이 시민들의 삶의 질과 미래의 권익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맞닿아 있는 ‘복합적 난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합적 난제를 대할 때 섣불리 접근해서는 일을 그르칠 우려가 너무도 크다. 정책을 시행하고 성과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과단성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회 구성원들간에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과 정부국회 등 정치권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동연금교육의료개혁을 시행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민의의 플랫폼’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서 정부, 관련 당사자, 시민들과 함께 개혁방안 마련과 시행을 위해 담대한 논의와 타협을 해야 한다. 저마다 조직 내에 산재해 있는 ‘프로크루스테스’들이 개혁의 대장정에 방해를 끼칠 수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맥시멀리스트의 ‘최대요구’에 대하여 ‘합리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억제와 설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7(20323.년2 취7(업%2률032)3 .년 2 취업%률)

(대학정(보대공학시정 2보0공273시년3 2 기0.22준73%)년 3* 일↑기.2준반%)대 *학↑일 6반6대. 3학% 6 6.3% 126,119236명,19 3명 (2009_2(022030년9_ 졸2업02자3 년수) 졸업 자 수)

인문사회 회생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인문사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

한국은 이제 추격자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해야 할 수준의 국가가 됐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적도 있었고, 과학기술부와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로 운영된 시기도 있었다. 이는 추격형 성장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의 발상이다.

압축적 고도성장이 한국사회에 남긴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지력을 갖추는 일도 긴요하다.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거나 격차와 소외를 심화시키지 않을 제도와 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협업’에 대한 요청에 부응하고 실효적인 ‘협력’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학문 분야의 균형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와 교육의 위상과 역할, 과제를 10여 차례에 걸쳐 살펴 보는 연재를 마련했다. 인문사회 분야가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인문사회 연구와 교육에 대한 시민사회, 정부, 국회의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압축적 경제성장을 추진해 오는 동안 한국의 대학은 나라 밖의 연구성과를 충실히 수용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킴과 동시에 국가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공학 분야에서는 특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왔다. 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했으니 한국은 이제 추격형 국가를 벗어나 선도형 국가로의 도약을 도모해야 한다. 고도의 지식사회가 도래하면서 대학의 연구기능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졌으니 대학을 산업인력 양성기관이 아닌 첨단지식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전화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순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해 더욱 높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은 지금 산업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는 나라이다. 오래전에 ‘수저론’이 인구에 회자되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이는 ‘4차산업혁명’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 노정되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 ‘4차산

업혁명’이 인류사회에 미칠 영향을 토론하기 시작할 때는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가 인간의 창의력을 돕고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보완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대체재’로 작용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 젊은이들이 소외와 격차의 심화를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할 변화 대비

과학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할 변화에 대비하는 연구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수년 전의 다보스 포럼에서 일론 머스크가 20% 정도의 노동인구만이 의미 있는 일자리를 갖게 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이 담당해오던 노동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면, 시민들이 전통적 노동을 그만둔 이후에도 스스로의 가치를 발휘하면서 존엄한 삶을 유지할 이념과 제도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발전의 성과를 소수가 독점하는 사태를 막고, 모든 사람들이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안전망을 조성해야 하는 것인데, 이 영역은 아무래도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와 교육이 자임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노동자들에 대한 산업현장의 요구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평생교육 과정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재교육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삶의 제반 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지력(智力)을 갖추게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엄청나게 확대된 정보의 홍수는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인문사회적 교양을 구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지력과 교양의 함양 활동을 미래를 준비하는 생산적 ‘노동’ 과정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과, 여가시간이 대폭 늘어난 시민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건전한 공동체를 유지시킬 소양을 키우도록 장려할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컬쳐’ 부가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려면

정보통신기술과 매체의 발달 그리고 여가의 확대로 인해 문화상품의 경제적경제외적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0년대부터 한국의 문화상품들이 국제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류’가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한국 문화상품의 활발한 진출로 인해 ‘3-컬쳐’ 개념이 대두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많이 배우는 외국어가 한국어라고 한다. 문화산업 영역은 그 자체로서 직접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가인지도를 높임으로써 매우 큰 간접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이다. 학계가 이 영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한국문화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의 수요에 효

과학기술은 물론, 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할 변화에 대비하는 연구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엄청나게 확대된 정보의 홍수는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인문사회적 교양을 구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한국문화의 발신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으며, 소프트파워 제고와 국가브랜드 향상 그리고 해외시장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2 해외 한류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요인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 ‘배우의 매력적인 외모’ ‘한국 문화 간접 경험’ 순이었다. 국가별 차이를 확인해도 상위 인기 요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상품이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그 상품의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며, 세계인들이 이미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해 높은 관심과 호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을 보고서가 알려준 것이다. 한국의 문화산업 발전에 사회학을 전공한 영화감독과 철학을 공부한 음악가가 참여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문사회 분야를 중흥함으로써 대학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이 문화산업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보편교육’…‘수혜자 부담 원칙’ 혁신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대학 인문사회 분야가 한국의 미래 설계와 지속성장에 더욱 기여할 수 있으려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의 운영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백년지대계’를 운위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받는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역량이 된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이다. 한국은 ‘수혜자 부담 원칙’이라는 개념 위에서 고등교육의 비용을 대부분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이 제도에 대한 혁신이 대학의 발전과 인문사회 분야 회생의 관건이 될 것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과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 그리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재정난이 닥치자 대학들이 학생지원율이 낮은 학과나 단과대학을 서슴없이 통폐합하고 있어서 대학의 학술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문사회 분야가 궤멸적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동안 개정 발의만 반복되고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을 실제로 재정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재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확보된 재정을 학문 각 분야 연구역량의 균형적 유지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학령인구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니, 대학 학부과정의 교육을 ‘보편교육’으로 인정해야 하고,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

달 탐사 로켓과 로스트 테크놀로지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4

최성우

과학평론가

지난 1!60f1!70년대 미국의 아폴로 계획 이후 50여 년 만에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적인 우주탐사계획, 즉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시험 로켓 발사 등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고 아폴로 우주선의 착륙 장면 등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식의 달 착륙 조작설이 불거지곤 한다.

물론 근거 없는 황당한 음모론에 불과하지만,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 고장 난 레코드처럼 끈질기게 반복되면서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그 이유로 들먹이는 가장 ‘합리적인 의심’의 하나는, 과거에 인간을 달까지 보낸 로켓이 있었는데,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해 새로운 대형 로켓인 ;4;(;XIKM 4I]VKP ;a[\MU, 우주발사시스템)를 개발했다니 이해가 안 간다는 지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을 괴롭힌 >2 로켓의 주역이었던, 독일 출신 폰 브라운 박사가 아폴로 계획을 위해 개발한 새턴> 로켓은 오늘날까지도 역대 최강의 로켓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항공우주국(6);))이 이처럼 우수했던 로켓을 부활시키지 않고 2011년 이후 퇴역한 우주왕복선의 엔진을 바탕으로 ;4;를 새로 개발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허비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72년 12월에 발사된 마지막 달 착륙 유인우주선인 아폴로17호를 마지막으로, 아폴로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연구팀들도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새턴> 로켓 엔진 기술 등이 사장되어 잊히고 말았다. 물론 설계도는 남아 있지만 워낙 수정이 많아서 최종 도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수많은 부품을 비롯한 개발 기술노하우 등도 제대로 기록되거나 보존되지 않았다.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가 일반화된 오늘날과는 달리, 당시는 모든 도면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던 시절이었다. 즉 새턴> 로켓 엔진이 전래가 끊긴 ‘실전기술(失傳技術)’이 되고 만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전기술의 사례는 대단히 많은데, 특히 기밀 유지와 보안이 중요한 전쟁 무기 분야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 예로서 ‘그리스 불(/ZMMS NQZM)’이라고 불린 일종의 고대 화약이 있었다. 670년경 무렵에 시리아 출신의 기술자 칼리코니스가 발명했다고 하는

데, 오늘날 정확한 성분을 알기는 힘드나 황주석(酒石)수지암염경유 등을 혼합한 반액체 상태로 추정된다. 적군의 함선을 향해 화염방사기처럼 뿌리거나 항아리에 담아서 투석기로 던지는 방식으로 실전에 사용되었다. 한번 불이 붙으면 물로도 잘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해전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그리스 불을 주로 사용했던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제국이 수많은 외침을 받고도 천년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무기의 힘도 컸는데, 이를 만드는 방법을 철저히 비밀로 하여 보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한 거북선이 실제 철갑선이었는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또한 일종의 실전기술인 셈이다.

문화예술 분야에도 잃어버린 기술이 적지 않은데, 신비로운 비색(翡色)을 지닌 고려청자의 제조기법, 초고가의 명품 악기로 유명

적군을 향해 ‘그리스 불’을 내뿜는 동로마제국의 함선을 그린

12세기 그림이다. 아폴로11호에 사용된 새턴: 로켓 엔진처럼 ‘그리스 불’도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다. 그림!위키미디어

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등도 한동안 전승이 끊겼거나 오늘날에도 재현이 어려운 실전기술이다.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도 유사한 실전기술들은 무척 많고 그 이유 역시 다양하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특히 비밀 유지와 보안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활발한 교류를 통한 기술의 발전이 저해되면서 결국 실전기술이 되고 만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새턴> 로켓 엔진처럼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개발한 중차대한 기술이 불과 50년도 안 되어서 전래가 끊기고 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즉 제아무리 첨단기술이라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이나 노하우, 즉 암묵지 등이 제대로 보존, 전달되지 않거나 기술 생태계가 취약점을 노출할 경우, 순식간에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5357학년도#5학기#채용

전임교원#채용 1. 채용분야 및 인원 4. 임용조건 학 과채용분야인원담 당 교 과 목지원자 요구능력 나가.. 임최용종직합격급은자 는조 교교육수로공무 임원용임함용을령 원 제칙5으조로의 하2 되및, 본 교교육 인경사력규 및정 연에구 따실라적 임에용 따직라급 부, 임교용수이기간상 , 임급용여 ,가 근능무조건 등을 조건으로 하여 계약제로 임용함

조전경통학과지관질리유 산및의 활 보용존1명ㅇㅇㅇㅇㅇ 화지지자지질질연질석유유유학유산산산산 정재자보보존해료시 분론및스석 활템학용ㅇㅇㅇ 지자 첨교단연질육기유유을산산술 담에 을전당 이문대할용인한 수한력 연 있 지구양는성 질능 인을유력재 산위이 의한 탁 조 석월사z하박,고 사기,록 과보,정 존분생관석 리논 및에문 보 관지존한도관 실가리무 가에경능 관험한한을 인 지재닌 인재 5. 다가제응.. 출시4교년자서수제 공임류 대통용 학※지 (졸원교업서)에증(서전명 자교서파수, 일경 또 력별는증도 부명 제교서출수 등)로 1은부 일 최정근기 3간개 재월직 이한내 경에우 발, 급연된구 것또을는 제교출육해경야력함이. 특히 우수한 자는 각각 동일 직급으로 임용 가능 나. 연구실적 목록 및 요약서(전자파일 별도 제출) 각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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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 교과목은 학과 사정상 변동될 수 있음 나. 교육 및 연구계획서(자유양식, %4용지 3장 이내, 강의 가능과목과 중‧단기 연구계획 및 목표 등 포함, 전자파일 별도 제출) 1부 다. 최종학위 논문(요약서 1부 포함) 1부

2. 채용분야에 대한 설명 라마.. 경연구력증실적명물서((지심사원서연구에실 기적재, 한기 전타체연경구력실)적 1)부 각 1부

채 용 분 야채 용 분 야 설 명 바. 석z박사 학위논문 지도교수 및 심사위원 명단 1부

지보존질유관리산의 및 활용 ㅇ 활자용연을유 산담 당체할제 에전 문발인맞력춰 양명성승 과필 요천연기념물에 포함된 지질유산과 잠재자원의 조사와 분석, 보존과 관리, 사아 .. ※본마 교약별도 z교대 제원마출 친또하인는는척 전향 자명정파단신일 성1은부의 문약서품작 중성용독 프여로부그 확램인(한서글 ,1 1부7(워최드종) 합형격태자로 )제출하되,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FYMPH$OSVIE.OV로 발송 및문 화문시화설유(박산 물정관책) 경영 ㅇ 국가유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시설(박물관) 경영 및 문화유산 정책연구 등을 담당할 전문인력 양성 필요 6. 서류제출방법 가. 접수기간 : ‘24 . 4. 24.(수) b 4. 30.(화월), 18:00까지 ?근무시간(09:00 b 18:00)에 접수하며, 점심시간(12:00b13:00)과 공휴일은 제외됩니다.A 나. 접수방법 : - 우편접수(응시원서 봉투에 ‘전임교원 채용 응시원서 재중’ 표기 요망, 우편 접수는 마감일, 마감시간까지 도착한 것만 접수합니다.) 3. 지원자격 * 아래의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자 - 방문접수 또는 대리접수

가. 『교 육공무원법』 제 10조의 4조(결격사유)에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 다. 접 수 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채용담당 앞) (주소 :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367) 다나.. 『박대사 학학교위원 소 자지격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의 자격기준에 적합한 자7. 기타 사항 상세한 사항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전화 041-830-7111, )-QEMA FYMPH$OSVIE.OV)로 문의 바랍니다. 라. 지원서 접수 마감일(’24. 4. 30.) 기준으로 3년 이내(’21. 5. 1.b ’24. 4. 30.)에 발표된 연구실적물(학위논문 제외)이 200% 이상인 자 2024. 4. 15 ※ 연구실적 인정범위 및 비율은 “심사연구실적 인정범위 및 환산율” 표를 따르되, 연구실적물 인정여부 및 환산율 적용이 불분명할 경우 관련학과 의견을 들어 결정함 총장

민주주의 ‘악의 꽃’으로 전락한 선거…이중의 분단시대

김기봉의 리틀 빅히스토리 6 선거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인천 경기 강원

서울 충북 충남 세종 대전 경북 대구 전북 광주 경남 전남 제주

제22대 총선 결과다. 선거는 과연 민주주의의 최선일까, 아니면 ‘악의 꽃’을 피우는 수단일까. 22대 총선에서 뽑힌 대표자들에 의한 통합과 혁신의 제7공화국을 기대한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제도인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의 선택이고 투표는 국민의 답이다. 국민의 답에 따른 의석수로 여야의 각 정당은 성적표를 받았다. 여당은 참패했고, 야당은 대승을 거뒀다. 그 결과로 21대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의 국회가 6월에 개원한다. 21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하고 입법부로서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22대 국회가 정쟁의 장이 아닌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할지는 회의적이다. 국민이 현 정부를 심판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행정부와 입법부의 싸움이 계속된다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여야 국회의원 의석수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조국 혁신당과 개혁 신당의 등장으로 갈등과 대립의 양상은 21대 여야의 2차 방정식이 아닌 고차 방정식으로 더 복잡하고 격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명확한 답을 했음에도 그것이 정치권에 더 어려운 문제로 주어진 상황이라면, 이제는 대통령 중심제를 포함해서 선거방식을 개편하는 개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선거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는 없는 조건에서 대의정치를 실행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이 민주주의 적(敵)도 지도자로 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가 합의 과정이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증폭시키는 전쟁터가 된다는 점이다. 22대 총선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이 동서로 두 동강 나 있다. 수도권과 충청 및 전라는 더불어민주당이 이겼지만, 강원과 경상은 국민의 힘 우세가 뚜렷하다. 지금 우리는 남북으로는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동서로는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는 이중의 분단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는 이렇게도 말한다. 우리 역사를 보면, 남북통일보다는 동서 화합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동서 갈등은 남한뿐 아니라 북한 지역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민주정과 독재의 선택적 결합, 파시즘 갈등이 증폭돼 위기가 극에 이르면 민주정과 독재는 모순이 아닌 선택적 결합을 한다. 선거로 국민이 독재자를 뽑는 민주주의 자기 배반의 역설이 발생한 여러 역사적 사례가 있다. 그렇게 탄생한 유명한 독재자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3세와 히틀러다. 나폴레옹 1세의 조카였던 루이 보나파르트는 1 4 년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 선거에서 75%의 압도적 지지로 제2공화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권력을 잡자 공화주의 사상을 가진 교사들을 내쫓고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을 의회 다수파를 동원해 통과시켰다. 1 51년에는 의회를 강제 해산하고 1년 뒤 황제로 등극했다. 그는 그런 헌법 파괴 행위를 매번 국민

투표에 부쳐 승인받았다.

나폴레옹 3세보다 민주주의를 배반한 더 치명적인 적이 히틀러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은 1!1!년 당시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헌법이자 현대 복지국가의 초석이 되는 바이마르 헌법을 제정했다.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주권을 기초로 최초로 소유권의 사회성, 재산권 행사의 공공성,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생존권을 규정한 현대 헌법의 모범이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헌법의 ‘사생아’로 태어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가 히틀러다.

패전 이후 독일은 전쟁 부채로 인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융 가치가 하락한 것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경제 대공황이 발생한 것의 여파로 극도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당시 독일 국민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독일을 구원하는 메시아로 히틀러를 선택하는 선거를 했다. 1!32년 7월 총선에서 나치당은 37% 득표율로 제1당이 됐고, 그다음 11월 선거에선 33%로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모든 정당 중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히틀러는 선거로 나치당이 집권하자 다른 정당과 협력을 거부하며 총리직을 요구했다. 이에 대통령 힌덴부르크는 1!33년 1월에 히틀러를 독일 총리로 임명함으로써 바이마르 공화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독일은 파국의 나락으로 빠졌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정치와 선거

우리는 선거가 민주주의 ‘악의 꽃’으로 변질해 파시즘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런가' 정당을 지칭하는 XIZ\a의 어원은 ‘나누다’ 또는 ‘분할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XIZ\QZM’다. XIZ\a는 본래 특정한 목표나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하며, 그것의 기원은 종교 내에서 갈라진 집단인 종파([MK\)다.

근대 국가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기독교가 둘로 갈라져 종교전쟁을 벌인 결과로 탄생했다.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로 국가가 부상하면서 믿음이 다른 집단의 세속화된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이 정당이다. 국가의 정치 조직과 통치 형태인 국체(國體)를 규정하는 공화국 시민종교의 성경에 해당하는 것이 헌법이라면, 각 정당은 헌법을 해석하는 차이를 근간으로 성립하고, 그 차이를 구현하는 실천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정책이다.

전쟁이 “다른 수단으로서의 정치”로 정의된다면, 정책이란 다른 수단으로 전쟁을 벌이는 정치 행위가 선거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정책은 완벽히 실종되고 상대 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경쟁 후보의 흠집만을 부각하는 진흙탕 싸움만 난무했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국가의 미래 방향을 정하는 국민의 답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실행할 대표자를 뽑는 과정이 아닌 순전히 권력투쟁을 하는 장으로 전락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꽃”이기에 전 세계 사람들은 경이롭게 바라본다. 군사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도 민주주의 열차는 온갖 역경과 시련을 헤치고 힘차게 달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다. 민주화가 독재 체제의 종식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당이란 조직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대변되고 경쟁하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질서가 요청된다.”

서 ‘ 7년 체제’로 불리는 제6 공화국이 탄생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선거로 평화적 정권교체하고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화를 성취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 7년 체제’의 헌정질서가 한계지점에 도달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다. 민주화가 울산 독재 체제의 종식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산 당이란 조직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대변되고 경쟁하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질서가 요청된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일반의지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란 점은 명확하지만, 대선은 3년 후에나 열린다. 그러는 동안 입법부와 행정부는 계속 충돌하는 가운데 정치의 사법화로 인한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7년 체제’를 통해 확립된 5년 단임의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막는 걸림돌

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4년 임기의 중임제로 바꾸거나 내각책임제로 전환하는 헌정질서의 재구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진흙탕 선거에서 핀 연꽃 제7공화국을 위하여

모든 전쟁은 추하다. 전쟁을 투표를 통한 국민적 선택이란 수단으로 벌이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이기에, 정책 없이 선정적인 이슈와 비난으로 이전투구로 벌이는 선거는 민주주의 ‘악의 꽃’을 피워서 파시즘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정당은 특정인이 지배하는 누구누구의 정당이 아닌 정책으로 정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법인이다.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정당정치로 선거를 치를 때 단순히 심판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국민의 답이 나올 수 있다. 주권자로서 국민이 답하는 정치공동체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쓰레기통에서도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운 위대한 국민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민주공화국이 돼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 역대급 진흙탕 선거인 22대 총선에서 뽑힌 대표자들에 의해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제7공화국의 연꽃이 피어나길 기원한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인하공업전문대학

“오역도 문제지만 무엇을 번역하는가도 중요”…‘지식의 네트워크’ 편향성 검토를

좌담_우리의 연구를 20∼21세기

한국 지성사의 흐름에서 반추해보기

교수신문 연재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를 되돌아보며 일군의 신진 연구자들이 우리의 연구를 20-21 세기 한국 지성사의 흐름에 놓고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런 문제의식을 느슨하게 바탕에 깔고, 지성사적 주제를 직접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자신의 연구를 한국의 근대 지성사라는 큰 흐름에서 성찰할 수밖에 없었던 연구자들이 지난 4일 교수신문 좌담회에 함께 모였다. 이번 좌담회는 각자가 지금 선 자리와 그 자리를 넘어 교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기획됐다.

9명의 신진 연구자들은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페미니즘에 기반한 역사연구부터 미디어에 대한 역사연구로서 비판적 문화연구, 포스트 구조주의 번역과 주석 생산, 18세기 전후 근대 초 영국 연구와 동시대 한국의 현상 진단, 서양 과학철학사를 과학적 실천의 지성사에서 재구성하기, 조선 성리학과 언어의 힘z맥락 연구, 개화기 한국의 사상사 연구 등이다.

이들은 본질주의적 차원에서 엄밀한 번역이 중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오히려 오역과 몰이해가 영향력을 발휘한 역사적 경험도 들춰냈다. “‘민주주의’는 잘못된 번역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개념어로 성립됐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의도와 의미를 담아냈다.” 하지만 이는 사후-결과적 연구를 통해 발견된 것이며, 드물게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엇을 번역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지식의 네트워크가 편향돼 있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번역에 대한 인정 역시 중요하다. “엄정한 번역을 수행하는 분들의 작업이 마치 ‘독창적이지’ 않은 것처럼 오늘날 학계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학술 공론장의 차원에서는 여전히 소통을 갈구한다. 과도한 성과 요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 자체가 잘못 짜여 있어서 그런 것인지, 분과 전문화로 인해 벽이 너무 높아져서 그런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방대해진 자료와 논문 생산으로 인해 소통과 협력은 더 중요해지지만, 전공자의 부족이나 연구 환경의 질적 저하로 연대는 소원하다. 그래서 이번 좌담회에라도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는 것이다.

△내 연구의 발자취는 어떻게 되는가.

김미선: 페 미니즘에 기반한 역사연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왔다. 식민지 근대성과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1!50∼1!60년대 여성 경험을 주목하게 되었다. 어떠한 방법적, 이론적 프레임 때문에 여성 자영업자의 경험이 한국적 맥락에서 가시화될 수 없었는지를 고민하면서 학술장과 서구이론의 수용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배세진: 현대 프랑스 철학 중에서 푸코들뢰즈데리다알튀세르 등의 소위 ‘포스트구조주의’ 원전을 번역하고 그에 대한 주석을 생산하며 대학원생과 대중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철학과 내에서 또 하나의 정통철학으로서가 아니라, 문화이론으로서 포스트구조주의를 수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시윤: 한 국의 이론가가 서구의 개념이나 이론을 어떻게 가져와서 써왔는지를 지식사회학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1! 0f1!!0 년대에 하버마스를 집중 수용한 철학자, 사회과학자 그룹을 분석한 연구 『하 버마스 스캔들』 과 후속 작업을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지식을 산출하고 유통하는 사람들, 그들의 상호작용, 그리고 학술장의 작동 동학에 관심이 있다.

이우창: 1 세기 전후 근대 초 영국을 연구한다. 동시에 ‘헬조선’ 담론이나 ‘동아시아’ 담론처럼 동시대 한국의 현상에 관한 지성사적 글을 쓰기도 한다. 서구 학술사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때, 이를 변용하면서 형성된 한국의 지성사 또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민우: 20 세기 초엽 서구의 과학철학이 가지 않은 길과 과학철학이 자생하지 않은 듯한 근대 한국의 지식 실천에 관심이 있다. 전자는 1!세기에서 20세기 중엽에 이르는 서양 과학철학사를 과학적 실천의 지성사적정치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후자는 20세기 한국의 교육과 연구의 관계에 대한 작업이다.

소진형: 1 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의 정치이념이었던 성리학이 힘을 잃어가는 과정을 언어의 측면에서 연구한다. 이 연구는 특정한 이념을 가진 정치체제가 다른 정치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1 세기 후반의 조선은 제도는 가장 성리학적으로 발전한 데 반해 성리학적 용어들은 계속 진부해지면서 더 이상 정치적 힘을 갖지 못하는 시대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서학과 동아시아 근대의 번역 문제를 국가와 정치의 차원에서 다시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송경호: 인 권에 대한 규범적 연구에서 개념사적 연구로 관심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인도주의

김미선 배세진

이시윤 정종원 이우창

서구 연구모델을 얼마나 정확히 재생산 하고 있는지 연연포스트담론을 ‘우리 식대로’ 수용 위해서라도 번역이 중요

좋은 번역어보다 영향력 있는 번역어가 생존해 오해 불러와 창조적 왜곡으로 이어지는 오역은 사후적으로만 연구 가능

적 개입’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인권이 어떻게 우리에게 보편적 가치가 되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요한 (서구) 정치적 개념들에 대한 개념사 연구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내 주안점은 번역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번역어와 개념어가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당대의 관점에서 이를 다루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정종원: 1!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개화기 한국의 사상사를 연구한다. ‘국가’의 안과 밖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안에 대해서는 조선후기 이래 국가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국가’의 밖에 대해서는 개화기 한국의 국제정세 인식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주목하며 연구하고 있다.

채웅준: 처음 공부할 때 가졌던 소위 ‘포스트’ 이론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국내에서 이론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했다. 그리고지식 생산의 서구 종속성에 대한 국내 논쟁을 분석하며 우리에게 ‘서구’ 혹은 ‘세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갔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세계’를 우리에게 매개하는 번역의 실천과 출판이라는 미디어에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번역의 역사와 실천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배세진: 포 스트담론은 비제도적 담론의 성격이 강하다. 이론 자체 내에 본질적으로 제도화에 저항하는, 또는 제도와 비제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신문방송학문화연구비교문학여성학 등 간학제에서 현대 프랑스철학이 취급돼 왔다. 그러다보니 사상 자체를 전공하는 연구자가 별로 없었다. 사상의 수용에서 중요한 건 정확한 이해를 위한 번역이고 주석이다. 이게 일차적이고 창조적 응용은 그 다음이다. 포스트담론을 ‘우리 식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번역이라는 급소를 공격해야 한다.

소진형: 오역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정확한 번역을 강조하면 할수록 언어가 지닌 정치적 힘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개념이 수용돼 낯선 번역어로 소개될 때, 그 번역어가 좋은 번역어가 아니라고 해도 그 번역어를 통해 지적정치적 운동이 생겨날 경우를 보면 그런 측면이 잘 보인다. 그래서 좋은 번역어보다는 영향력 있는 번역어가 대체로 살아남는데, 그 번역어가 이후 학술의 발전 과정에서 원본에 대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송경호: 실제로 적확한 번역만 유통되는 게 아니라 가끔은 오역이 살아남는다. 그 개념어가 시간이 지나면 껍데기는 잘못됐지만 내용이

제대로 채워지는 등 흥미로운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내 연구는 ‘데모크라시의 개념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개념사’이다. ‘민주주의’는 잘못된 번역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개념어로 성립됐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의도와 의미를 담아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와 상호작용도 거쳤다.

채웅준: 이 른바 ‘잘못된 번역’은 1!50∼1!70 년대에도 사회문화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효과를 발생시켰다. 1!50∼1!70년대에는 번역가의 전문성을 앞세운 ‘양서’보다, 해당 언어와 문화에 문외한인 번역가가 짜깁기로 번역한 ‘악서’가 대중문화에 더 큰 자극을 줬다. 1!!0년대 포스트 담론도 비슷하다. 1!!0년대 국내에 수용된 포스트담론은 사실 미국에서 재창조한 프랑스 철학을 국내에서 수용한 것이었고 실제로 오역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것은 국내에 새로운 이론 문화를 형성했다.

이시윤: 몰 이해와 오용, 오역은 때로 ‘창조적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러한 아이러니는 무척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오랜 시간을 거쳐 사후-결과적으로 그것도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우선 정확한 이해와 엄격한 번역 수용, 해석에 집중돼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는 의도될 수 없고 목표가 될 수도 없으며 오직 사후적으로 연구될 수만 있는 것이 아닐까.

김미선: 번 역의 정확성은 물론 중요한 이슈지만 무엇이 번역되고 있는가도 중요한 것 같다. 페미니즘 이론의 경우 영어권의 서구 백인 페미니스트 학자의 논의가 주로 번역돼 수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앤젤라 데이비스의 『여 성, 인종, 계급』 (1 ! 1)이 2년 전에 번역되면서 이에 대한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섹슈얼리티와 비교해, 여성 노동이나 경제 관련 연구서는 제한적으로 번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종원: 1!세기말 당시, 한국을 둘러싼 중요한 국제정세는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지식인들을 둘러싼 지식의 네트워크 자체가 일본영국미국 등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즉, 한국은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에 대해 균형 있게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지식 네트워크의 편향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서민우: 오늘 이야기한 많은 연구들이 역사적 사건텍스트, 개념 등을 모두 탈서구화탈중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엄정한 번역을 수행하는 분들의 작업이 마치 ‘독창적이지’ 않은 것처럼 오늘날 학계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논문 생산 중심의 양적 평가 체제에서 오히려 사회적 의의는 더 있을 수도 있는 번역 노동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은 오늘 얘기한 많은 역사적 연구의 함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하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1b66회 모아 보기

2022년 3월부터 연재 중이다.

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창교수간신 32문주의년 을 축하드립니다창일교간깨수워사 32회 온주의 년교 시을수대 신축적문하 사의합명니을다 . 기한교국수본인신법문문>과사의 <회 창고총간등연 교3합2육주회재년는정을 <교 인축부문하금사합법회니>학의다술. “이사선 총끌도하 협동고은반 ,자교 미입육래혁니교신다육”을을 함께 고이등끌강어한교 육 왔아의듯젠 이더동반,로 자 공로론서을 유학발제지전술정가 생을그 태 달리추계성고동 되회 함대도으복학록로과의 써 노 학적 력문기정을 초한각 학아 연분문끼구야 분지역의야 량 균의 형 회장 변창훈 회장 정성택 더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이사장 위행복 않겠습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전국국 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여전히 꽉 막힌 학술장 소통”…구조적 문제인가, 분과 전문화 때문인가

△인문사회과학 지식 생산의 오늘과 내일을 평가한다면.

이우창: 외 국 이론의 수용은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학자들 사이의 대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현상이다. 다만 우리 학계는 서구 학술장의 이론이나 방법론을 수용할 때 그것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유형의 지식을 산출할 수 있고 없는지를 잘 따져 묻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념이론연구의 방법론은 모두 기본적으로 매우 제한된 용도를 지닌 도구이며, 그 어떤 것도 만능일 순 없다. 삽과 톱, 망치의 용도를 구별하듯 특정한 개념이론방법론의 용도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효과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좋든 싫든 그것이 배태되고 형성되는 맥락을 짚어야 하는데, 한국 인문사회 학술장은 서구 학계와 그 산출물의 역사성에 매우 둔감하다. 그런 맥락에서, 천하제일연구자대회 1기 기고에서도 이 주제를 소개했는데, 나는 서구에서 성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술사적 연구를 주의 깊게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송경호: 이론이 도구인 것처럼 디지털 기술 역시 하나의 도구다. 자료가 양적으로 팽창한 것에 비해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이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고전에 대한 단순한 스캔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근대 자료들 중 소위 ‘해적판’을 본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결국 디지털화하는 자료의 선정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개인이 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시윤: 과거 학술장의 제도적 여건이 좋았지만 역량이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고 본다. 지금은 개별 연구자의 역량이 높아졌지만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과 상호작용의 기회는 더 안 좋아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오늘날 ‘분과의 벽이 너무 높아져 있다’는 명제에 대한 심각한 재고가 필요하다. 정말 분과 내부의 전문화가 너무 잘 돼서 외부와의 소통의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학술적 실천과 훈련, 소통의 문화적이고 제도적인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 짜여 있는 것인가. 학술장의 소통 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

소진형 송경호

서민우 채웅준

서구 학계와 그 산출물의 역사성에 매우 둔감한 한국 학술장

개념·이론·방법론의 ‘용도·한계’ 인식해야 효과적인 연구 가능

질적·역사 연구에 불리한 대학 평가체계…비판적 문화연구 쇠락연구 재생산할 연구자 없어 붕괴하고 있는 한국 인문학계의 현실

여다보면서 쌓여 있는 역량을 연결할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

배세진: 현재 학계가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핵심 텍스트에 대해 중역이 아닐 뿐 아니라 질도 매우 좋은 번역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인문학계 장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신방과 내에서 더 이상 문화연구를 하지 않고, 양적 평가 시스템 때문에 그런 연구로 교수가 되기도 정말 어렵다. 가르칠 교수가 없기 때문에 포스트담론을 연구할 연구자를 재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비교문학여성학 등 간학제 등이 대학 위기 속에서 가장 빨리 퇴출되고 있다. 사회학계 내에는 사회이론을 연구하는 게 어렵다. 관련 번역, 논문이 나오지 않고 동료 심사조차 어렵다.

채웅준: 대학 내 평가체계가 질적 연구나 역사 연구에 불리하다는 것은 오늘날 비판적 문화연구의 쇠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화연구는 커뮤니케이션학계만이 아니라 국문학영문학사회학 또는 영화 전공 등에서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제성을 강조하

던 문화연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현재 제도적 분과에 따라 가로막혀 있다. 특정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러한 단절은 대학 제도를 비판하고자 했던 문화연구라는 분야가 하나의 분과로서 그 소임을 방기 또는 유예하고 있음을 뜻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연구의 제도적 주변화, 분과별 문화연구 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라는 문제 이외에, 질적 연구에 불리한 학계의 평가 체계와 그로 인한 피상적인 양적 연구의 무분별한 팽창에 대한 성찰과 비판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미선: 여성학은 학부에 학과(전공)가 없기 때문에 여성학을 전공하고 학계에서 활동해 온 연구자들의 수가 매우 적다. 지금은 교양대학이 설립되면서 교수로 임용되어 여성학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교양과목 위주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성학이 교외 정치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교양수업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다양한 분과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학문적 논의 자체는 양적으로 팽창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여성학에서 생산한 논의는 여타의 분과에서 참조되고 있음에도 여성학 전공자가 다른 학문분과에 임용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민우: 결국 ‘페다고지의 정치학’ 문제를 제기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과학사학계의 패기 있는 연구자들은 과학과 식민, 과학과 제국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을 넘어, 과학사 커리큘럼 자체를 어떻게 탈식민화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페다고지와 관련한 것들이 오늘날 연구 평가 체제에서 외면 받고 있지만, 인문사회과학의 핵심적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페다고지란 것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진형: 최근 외국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하면서 즐거웠던 것은 계속 서로 글을 읽어주고 수정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글로 구현되고 증명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이 자리가 그런 연구의 연대를 가느다랗게라도 이어 나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좌담 전문은 www.kyosu.net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z박사학위를, 위스콘신주립대(메디슨) 역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50b70년대 여성의 자영업을 연구 중이며, 여성의 노동z경제z계급과 관련한 경험z실천z지식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역사화하는 ‘한국(현대)젠더경제사’ 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배세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강사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 파리-시테 대학(구 파리-디드로 7대학)에서 정치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주제는 문화연구 내에서 현대프랑스철학을 문화이론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이시윤 동아대 융합지식과사회연구소 연구원 동국대에서 선학을 전공했고 서강대에서 사회학 석z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구이론 수용 현상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비롯하여 비판이론과 종교, 생태주의가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담론을 분석하는 기획들을 진행 중이다.

이우창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서 18세기 영국 초기 여성주의와 근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세기 영국 외에도 현대 한국의 여러 논쟁을 지성사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며, 한국의 고등교육 및 연구환경의 개혁을 위해 연구자이자 행위자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서민우 경남대 아레테교육부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사z과학철학과 박사 과정에서 에너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 18세기 이후 과학사와, 19세기 이후 과학철학의 역사관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영미 과학철학 및 과학사회학의 정치사상사적 함의와 20세기 한국의 과학교육자를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소진형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에서 학사,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를,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왕권, 관료제, 조선사회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17b19세기 동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지식의 번역, 유통, 변용으로 연구를 확장해왔다.

송경호 연세대 정치학과 &/21 박사후연구원 연세대에서 「19세기 동아시아의 인권 수용과 가토 히로유키(加藤弘之) 천부인권론의 역설」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 인권 개념사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으며, 데이터 크롤링과 자연어 분석, 텍스트마이닝 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종원 한양대 사학과 &/21 연구조교수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된 연구주제는 사상사와 개념사이다. 조선후기이래 국가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개화기 한국의 국제정세 인식은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해갔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박사논문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채웅준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번역 출판의 미디어 사회문화사를 주제로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외의 이론, 담론, 문화가 국내에 수용되는 양상과 초국적 문화 교류에 얽힌 문화정치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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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은 국공립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 확립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다운노 교력수할 및 것 전을문 약적속 권드위립의니 향다상.을 위해 ‘국교조’가 이루어 내겠습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니다 교앞교대축으학수수하로신의드노도립동 문공 자니의전공다와 국성창. 교함 간 확수 께3보노2 해에주동주 년조신을합 과 함께 교맞전대교수수변이문인신들하적으문과여 지은 로 함위새 서3께로를2 하지운 주위성여 년마한사 을교음 회 권으의로옹 호 및 교국창육공간과립 3 대연2교주학구수년의의신을 공자문 축공율의하성성드 확확리보립며와에민주대, 평학등공,동 교체육 건공설공!성 의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명실상부한 정론지로써 국교조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거듭나길 바랍니다. 위원장 남정희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노태호 한국사립대학교수노조 위원장 남중웅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조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서평_『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 국가 폭력의 관점에서』 문병호·남승석 옮김 | 갈무리 | 344쪽

세계 변혁을 꿈꾸다…‘JSA’부터 ‘복수는 나의 것’까지

이 책은 다섯 편의 영화 속 인물 들의 피눈물고통죽음에 대해 남승석 연세대 학술연구교수(영화감독)가 영상 문법에 따라 분석적으로 설명하면서 화두를 던지면 문병호 대안연구공동체(+);) 교수는 이를 벤야민과 아도르노 관점에서 해석한다. 어떤 종류의 폭력도, 설사 직접 당하는 입장이 아니래도, 유쾌할 수도 없다. 폭력이 단순하게 영화라는 대중 문화의 상업적 도구로서의 재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 책 작가들은 ’예술적 능력‘이 작동되는 영화에 투영돼 우리에게 변화와 희망을 보여주는 빛이 되기를 바란다.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하며 대화로 예술성 포착 영화에 투영돼 변화·희망의 가능성 품은 ‘폭력’

서론에서 문병호는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사상을 기반으로 예술의 본질과 능력에 대한 시각과 예술로서의 영화의 잠재력을 설명하면서, 영화가 세계를 인식하고 해명하며, 비판함으로써 결국 변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공 동경비구역 2;)」 에 서 남승석은 전쟁과 분단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과거의 역사적 비극이 폭력의 형태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알레고리로서의 공동경비구역이라는 공간에 주목한다. 이에 문병호는 비극적 폭력이 발생한 대립과 고통 그리고 불안의 공간으로서 공동경비구역이 아닌 화해를 형상화하는 예술 작품으로서 이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려고 한다. 이어 남승석은 「택 시운전사」 가 다중 캡슐과 같은 ‘마트료시카’(러시아의 목제 인형) 구조처럼 민주화운동이라는 거대 사건과 담론 속에 세부 에피소드를 통해 개인의 의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이에 문병호는 벤야민이 언급한 ‘예외상태’인 비상계엄 시기에 광주민주화운동 속에 드러나는 극한 폭력에 대한 택시 운전

사와 외국인 기자 개인의 응시 속에 폭력에 대한 묘사를 넘어 평화를 소망하는 의지를 영화가 보여준다고 한다.

로우예 감독의 중국 영화 「여 름궁전」 을 분석하면서, 남승석은 이 영화가 천안문 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적 혼란과 교차하는 주인공 유홍을 중심으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삶의 정체성 탐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문병호는

벤야민의 운명 개념을 바탕으로 이미 결정된 상태로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엿볼 수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대만 영화 「고 령가 소년 살인사건」 은 1!61년에 한 14살 소년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에 대만의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그로 인한 미시적 폭력들을 탐색하는데, 남승석은 특히 주인공의 운명을 형상화하는 소도구로서 손전등을 주목한다. 이에 문병호는 손전등은 식민 통치문화 정체성 혼란정권의 폭압을 지시하고 이에 상처받은 삶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영화는 아도르노가 말하는 사회의 작동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거대 폭력’이 종식돼야 한다는 의미 형성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일본 영화로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며, 일본인에게 고통을 강요했던 일본 제국주의군국주의의 폭력을 주제로 삼고 있는 「복 수는 나의 것」 을 분석하면서, 남승석은 이 영화의 영화사적 위상과 비선형적 서사 구조 그리고 장르적 스타일과 구체적인 시퀀스 들을 해석하고 이 영화의 수수께끼와 같은

엔딩이 관객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윤재

경희대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저자가 말하다_『자유주의 정치』 홍성민 지음 | 인간사랑 | 292쪽

정치는 숫자나 텍스트가 아니다

다들 자유주의를 위해서란다. 그렇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어떤 이는 좌빨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것이고, 어떤 이는 권위적인 정부를 타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노동자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내로남불이라고 하더니, 각자가 상대를 욕하는 것으로 정치적 지형이 결정되고, 내 편이 아닌 사람은 다 적으로 몰아 버린다. 자유주의는 어느새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고무줄 마냥, 편의대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도 전부 자유주의로 둔갑하는 요술 지팡이가 되어버렸다.

정치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근본적으로 정치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현실에 참여하고, 날카롭게 비판했어야 했는데, 요즘 학자들은 그냥 조용히 승진과 프로젝트에 매진한다. 이것이 진정 신자유주의 지배 전략일까' 적어도 정치학자가 이

정치학과 정치 현실을 유리시키는 과학과 사상

홉스·로크·루소·칸트·헤겔로 본 사상의 본질 점검

래서는 안된다는 자성을 했고, 학자로서 최소한의 본분을 지킨다는 의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자유주의 정치의 핵심 문법과 기본 단어라도 알기를 바란다.

더구나 한국학문의 경색된 상황도 매우 걱정스러웠다. 미국식 행태주의 영향 탓일까' 정치학자들이 통계수치 매몰돼 있다. 지난해 겨울 「 한국정치의 양극화」 라 는 주제를 두고 학회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한국 정치를 분석하는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했다. 마치 의사들이 고혈압의 기준을 120으로 할지, 130으로 할지, 논쟁하는 것과 유사했다. 정치는 숫자가 아닌데 말이다.

다른 한편 정치사상을 하는 사람들은 텍스트에 매몰돼 좀처럼 현실로 나오지를 못한다. 한국의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이 맹자의 민본사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도대체 오늘날 한국 현실에서 민본사상을 실천하는 방법이 무언가' 이것도 황당하기만 하다. 경험주의와 텍스트주의가 과학과 사상이라는 허울로 정치학과 정치 현실을 유리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정치사상과 정치현 실을 연결 지어 보려 했다. 내가 선택한 자유주의 사상가는 5

명이며, 각각 한국 현실에서 필요한 개념들을 중심으로, 사상의 본질을 점검해 보았다. 첫째 홉스는 대표성의 원리에 초점을 두었다. 과연 대표와 대리는 어떻게 다른가' 이 문제는 현재 진행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대단히 중요한 화두이다. 둘째 로크는 소유권을 중심으로 살폈다. 특히 로크를 맑스와 비교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개인적 소유권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했다.

셋째 루소에서는 일반의지의 개념에 초점을 두었다. 일반의지는 초월적 의견인가, 혹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는 여론에 불과한가' 이 두 가지 주장 사이에서 현대 민주주의는 방향성을 잃었고, 마침내 혐오 정치로 타락해 버렸다. 이제라도 정치적 의견에 대한 진위를 판별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칸트에서는 공공성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리고 하버마스와 푸코의 해석을 조명

하여 칸트 윤리학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았다. 다섯째 헤겔에서는 인정투쟁의 개념을 부각시켜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다문화의 수용 가능성을 예견해 보았다. 이 책은 유튜브 방송 ‘홍알정’(홍성민 교수의 알기 쉬운 정치철학 강의)의 새로운 버전이다. 그리고 홍알정 1권 『정 치를 보는 3가지 관점』 (인 간사랑)에 이어 출판된 홍알정 2권에 해당한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줄곧 강조해왔던 것처럼, 정치학 자격시험을 만들어 정치판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정치문법을 익히도록 해야만 한다. 이번 22대 총선을 지켜보면서 이런 나의 생각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런데 취업이 대학 운영의 최대 목표가 된 지금, 정치학 수업을 대학에 맡겨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국가가 나서 공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온 국민을 위한 정치학 교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말 시급한 일이다. 홍알정은 그러한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계속 출판될

것이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열정과 건강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홍성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선적이란 무엇인가

이리카·김웅기 지음 | 김웅기 옮김 | 소명출판 | 275쪽

조선적(朝鮮籍)이란 일본 내에서 식민지 조선 출신자들이 갖고 있는 법적 지위로, 이들은 일본 국적이나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과 배제를 당하며, 특히 한국 정부는 이들을 북한 지지자로 여겨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적의 역사와 트랜스내셔널한 관점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부영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 최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64쪽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감독하고 칸 영화제 예술비평 부문에서 수상(1!75)한 영

화 「인 디아 송」 의 원작소설로서, 1!30년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가난과 질병‧굶주림과 죽음으로 가득한 (식민치하 당시) 인도의 수도 캘커

타. 세상의 모든 고통이 한데 모여 있는 듯한 이곳은 사실적인 시공간이라기보다 작가 자신이 설정한 하나의 소설적 지역이다.

핑커 씨, 사실인가요?

이승엽 지음 | 어떤책 | 384쪽

2017년 7월 2 일 영국 매체〈 가디언〉에는〈 세계는 정말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몇몇 지식인들을 '신낙관주의자\PM 6M_ 7X\QUQ[\['라고 일컬으며 스티븐 핑커의 책 『우 리 본성의 선한 천사』 가 “신낙관주의자들의 레퍼런스 텍스트”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낙관주의를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정당화하는 입장”이라고 정의한다.

삼쩜삼, 프리랜서의 절세와 세무신고

장보원·조인정 지음 | 동아시아 | 448쪽

3.3% 세금 환급받을 수 있다던데 나도 환급받을 수 있을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수입금액이 늘었다면' 개인사업자 등록을 고민 중이라면' 프리랜서 종합소득세 신고 어떻게 하는 걸까' 일타강사 세무사 장보원과 국제조세, 프리랜서 전문 세무사인 저자가 매년 5월이 두려운 프리랜서들을 위한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바이블인 이 책을 냈다. 두 저자는 프리랜서 세금의 기초 원리부터 실제 홈택스 신고 방법까지 담았다.

대구보건대학교

문화 비틀어보기_『일하다 아픈 여자들: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가 』

이나래·조건희·류한소·송윤정·이영희·정지윤 지음 | 빨간소금 | 340쪽

여성 노동자 앓아 눕는데 왜 산업 재해 아닐까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적용이 됐다. 잇따른 여러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산업 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도 높아졌다. 산업재해보상보험 대상이 되는 직종·질병의 범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책 『일하다 아픈 여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산업 재해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성인지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말하는 산업 재해관련 담론에서, 노동자의 개념을 남성 표준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 여성 노동자의 삶과 아픔에 대한 논의를 정책, 통계 자료와 당사자의 목소리들을 모아 섬세하게 그리고 분석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노동은 통상 ‘산업’ 재해에서 산업으로 생각되지 않는 노동 영역들이다. 가정관리사·카페 기사·지하철 환경미화원·방송 작가·골프장 캐디 등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산업’

‘산업’ 재해에서 산업으로 간주되지 않는 노동

외면받아온 ‘여성의 질환’ 살피기

에 의한 피해가 상존한다. 무엇보다 이 노동 현장은 노동은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만약 아프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노동자 스스로에게도 내면화돼 있는 경우들이었다. 산업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노동자 개인에게 부가된 과도한 노동 시간과 업무, 그리고 이 노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의 무책임함과 부도덕함이다. 카페 기사 등 서서 일하는 서비스 직종 여성노동자가 유산을 경험하거나 신우염·방광염 등의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한 사람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휴게 시간과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자를 더 고용하지 않은 산업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직 노동들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지고 여성들에게 주로 할당되면서 그 평가 역시 낮다.

종종 여성이 안전한 내근직을 한다면서 산업재해 관련 통계에 여성이 일하는 직종이나 여성

관련된 질병이 적다고 말하는 온라인 뉴스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인정되지 않았던 질병이 산업 재해 인정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젠더화된 차원이 인지되지 못해 산업 재해로 여겨지지 않는 문제여서 논의 자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이 책에서 증언하는 조선소 밀폐감시 사례는 여성이 ‘안전한 노동을 하는 2등 노동자’라는 생각이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허상에 불과함을 잘 드러내 준다. 여성 생식계 질환은 이제까지 산업 재해 논의에서 고려되지 않았고 여성의 근골격계 질환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말한다. 산업 재해의 판정에서 ‘추정의 원칙’이 성인지적 관점 없이 작동하기에 발생하는 한계인데 도 그 결과가 바로 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성의 노동을 폄하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질병산재 승인에서 드러나는 성차, 정상성에서 벗어난 노동자의 몸이 겪는 위협들을 세세하게 분석한 이 책은 현재의 제도가 갖는 한계를 해결해야 함은

물론 노동에 대한 기존의 인식 자체를 전환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서술된 당자사들의 경험 속에는 현재의 제도에 대한 회의와 분노가 담겨 있다. 법적·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한 모두 거친 노동자가 여전히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제도의 보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경험이 이 사례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 재해 문제에 있어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고 특히 데이터 산출과 해석 과정에서 성별 경험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면서 이 책은 ‘일터가 노동자의 몸에 맞추어 변화할 책임이 있다’고 단언한다. 노동자의 다양한 몸에 대한 인정을 출발점으로 해, 일터의 변화가 일

어나기 위한 시민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 | 창비 | 268쪽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는 서사적 긴장감·분열과 고립의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데뷔 당시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저자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이 출간됐다. 그의 작품들은 범상한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고강도의 긴장을 선사하는 독특한 스릴러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한편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건조하게 직시하며 묘한 카타르시스와 묵직한 고민거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생의 절반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 박술 옮김 | 읻다 | 374쪽

18~19세기 독일의 시인인 저자의 시선집인 이 책이 읻다 시인선 15권으로 출간됐다. 횔덜린은 낭만주의 정신의 중핵에 있는 문인일 뿐 아니라 헤겔과 셸링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독일 관념론의 발전을 이끈 철학자이기도 하다. 긴 여행 중 불가사의한 정신착란을 겪은 뒤 반평생 탑 속에서 유폐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며, 생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건축가의 서재

강혁 외 37인 지음 | 공간서가 | 340쪽

이 책은 동양과 서양·고전과 현대·주거와 도시를 아우르는 건축 필독서 50권을 소개하는 책이다. 건축학자·건축가 등 전문가가 엄선한 책들을 교양·주거·건축가·역사·이론·도시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교양’에서는 ‘왜 이 건축물을 아름답다고 여길까?’와 같이 건축을 통해 일상적 사유를 펼칠 수 있는 책을, ‘주거’에서는 우리의 생활과 맞닿은 주택·아파트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점을 소개한다.

정원에서의 질문

김풍기 지음 | 그린비 | 352쪽

옛사람들이 꿈꾸고 가꾼 뜰을 그들이 기록한 시문에서 찾아내 읽고 해석한 이 책은 고려 후기 문인 가정 이곡과 조선 전기 문인 서거정의 뜰을 시작으로 안평대군·지봉 이수광·미수 허목의 뜰을 거쳐 조선 후기 여항문인들과 문무자 이옥·박죽서·유박·여암 신경준의 뜰까지 옛사람들의 다채로운 뜰을 재구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소박하게 가꾸고 있는 현대의 뜰과 옛사람들이 가꾼 뜰을 대비 시키며 뜰이 내포한 다양한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말하다_『솔 크립키』 정대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65쪽

이분법적 확정 값 넘어 ‘0∼1’ 사이 무한을 그리다

양자물리학과 그 공학기술이 현대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순한 지성의 패러다임을 넘어 우리 일상의 생활양식이 되었다. 전통적 지성으로 설명·해명되지 않는 물음과 문제가 쌓여 간다. 그럼에도 철학은 이에 거의 속수무책이다.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책을 쓰면서 솔 크립키전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철학을 더욱 총체적으로 공부했다. 크립키 철학의 윤곽을 좀 더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크립키는 철학의 전통적 주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동시에 철학의 미래적 패러다임의 문을 두드렸다”라는 가설이 떠올랐다. 크립키는 이 두 과제를 어떻게 수행했는가?

먼저 크립키는 철학의 중요 전통 패러다임들을 넘어섰다. 흄과 칸트가 경험적 필연성을 거부한 이래 현대 분석철학은 본질주의를 ‘말도 안 되는 주제’로 사장했지만 크립키는 이를 다시 살려냈다. “이름이란 일단 붙여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대상을 지칭한다”라는 고정지시어 개념을 통해서다. 유치원생조차 ‘아인슈타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면서도,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이름 사용의 역사적 연쇄에 속해 있기만 하면 된다.

또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아인슈타인이 그의 부모의 정자와 난자로 이루어진 수정란 외의 다른 수정란에서 나올 수 있는가?”라는 반사실적 물음을 물을 수 있다. 이것은 사실적 물

음이지만 누구나 부정해야 하는 물음이다. 즉 부모의 그 수정란은 아인슈타인의 본질이다. 이처럼 적어도 본질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기존의 반본질주의는 입지를 잃는다. 크립키의 고정지

시어 개념은 그의 양상의미론의 설득력에 의존한다. 다양한 필연성 통사체계들이 있어 왔지만 이들은 모두 크립키에 의해 단일한 의미체계로 연결될 수 있었다.

크립키는 철학의 미래 패러다임의 문 또한 두드렸다. 칸트는 뉴턴 물리체계가 입론한 시간‧공간의 논리적 규칙에 따라 선험철학 체계를 구성할 수 있었다.

반면 현대철학자들이 맞닥뜨린 양자물리학의 체계는 아직 미완성 상태다. 양자나 소립자는 실체적 개별자가 아니므로 ‘지칭’될 수가 없고, 파동함수 계산을 바탕으로 포착한 이들 현상은 “a는 a이고 b가 아니다”와 같은 전통적 논리의 동일률이나 무모순율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다. 전통적 논리나 공간론을 대체할 문법이 요청되는 것이다. 크립키는 ‘빈(empty) 이름’, ‘자유 논리’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그 문법의 미래를 탐색했다.

우선 크립키는 ‘빈 이름’의 언어철학적 위상을 격상했다. 크립키는 빈 이름을 ‘성춘향’이나 ‘햄릿’ 같

은 허구적 존재의 이름과 ‘도깨비’나 ‘구미호’ 같은 유령적 존재의 이름으로 나누고, 이 중 허구적 존재가 인간 활동으로 구성되는 국가나 병원처럼 인간 활동으로 구성되는 추상적 존재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크립키는 고전 논리보다 자유 논리를 선호했다. 고전 논리의 일차술어 논리는 물리주의 공간에 기반해 어떤 명제에 참이거나 거짓 또는 1 아니면 0이라는 이분법적 확정적 값을 부여하는 논리다. 반면 자유 논리는 그 명제가 0∼1 사이의 무한한 그리고 세미한 다른 확률의 값을 갖는 표본 공간론에 바탕을 두는 논리로,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선다. 이처럼 크립키는 빈이름과 자유 논리를 통해 인간 경험에 나타나는 다양한 유형의 존재자들을 수용해 존재론적 전제를 최소화했다.

크립키의 철학은 고정지시어 개념에서 알 수 있듯 일상언어적이었고, 그가 염두에 두었던 바는 양자물리학의 체계가 완성될 경우에 대응하는 미래의 철학이었을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그 미래의 철학은 서양철학 주류가 견지해 왔던 이분법적 이원론이 아니라 동양철학 주류가 유지해 온음양론의 융합적 일원론으로 보인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

국립부경대학교

대학을 넘어 사회 밝히는 ‘지성의 정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AI 시대 저작자·출판권자 권리 보호를 함께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회원사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문의 자유와 발전, 대학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온 교수신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나 폭넓은 관심과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교수신문의 32년은 한국 출판의 현대화와도 함께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문 공동체와 책 생태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교수신문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은 이유입니다. 지난해에도 교수신문은 ‘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 등의 특집을 통해 우리 대학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

나인 불법 복제 및 스캔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국회 토론회 ‘디지털 불법 복제, 인식전환과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을 주최하여 대학 저작권 교육의 가이드라인을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출판인이자 출판단체장으로 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저작권 분야를 비롯해 저작자와 출판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이 학문의 발전과 대학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출판계의 대표단체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면서 우리나라 지식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창간 32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교수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함께하는 지성’의 발자취를 앞으로도 빛내주길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1992년 창간된 이래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문의 발전과 지성사회의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특히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그리고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위한 노력은 대학 사회의 일원이었던 저에게 큰 귀감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출판물 불법 복제·스캔 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저작물 불법 복제 문제를 다룬 교수신문의 기사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에 대한 현상파악 및 원인 분석에 있어 날카로운 시선을 제공하였고, 이러한 노력이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의 저작권 인

식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해당 문제를 직접 대면하는 출판인 중 한 사람으로서 큰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함께하는 지성’의 소임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대전환의 시대 속에서 출판과 학술은 지성사회발전이라는 어려운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라 생각합니다. 한국출판인회의 또한 출판의 자유 신장과 문화적 진흥, 산업적 발전이라는 동시대의 소명을 다하며, ‘함께하는 지성’의 동반자로 대학 사회와 출판문화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 갈 교수신문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대학 사회와 출판문화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지성’의 발자취를 앞으로도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장주연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회장

함께 하는 교육, 올바른 지식 전당의 길로

우리나라 지성의 정론지로서 32년의 성장을 맞은 교수신문에 축하를 드립니다.

국가 경제 상황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듯, 교육산업의 변화는 글로벌화에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지 않는 곳

에서 언론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정보통신기술 보급은 교육 방법과 콘텐츠 개발의 혁신을 이루었으며, 실무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이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국제화된 시대에 발맞춰 외국어와 AI 교육이 강화되고, 국제교류 및 국제 학술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교육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중간에서 애써주신 교수신문은 여기에 굴하지 않았고, 과도한 경쟁과 성적 중심의 교육환경을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 증가와 교육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제도의 개선과 교육정책의 재조정이 필요한 때, 교수신문은 앞장서 공론화했습니다.

교수신문이 걸어온 32년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대학과 지성사회를 이끌어왔습니다. 교수와 학술 연구자, 문화예술인, 그리고 다양한 지식인들에게 소중한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며, 대학문화의 창달에 기여해 왔습니다. 나라의 백년대계 기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은 지식과 지혜의 공유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기여할 것임을 기대합니다. 항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가길 부탁합니다. 함께하는 교육과 올바른 지식의 전당의 길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 이사장

지성의 연대기, 학문 발전의 동반자

대학과 지성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992년의 그 시작부터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 대학의 민주화, 학술 정보의 교류, 그리고 대학 문화의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각 분야의 저명한 동료들이 이끄는 교수신문은 고등교육정책·학술·사회적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지성 커뮤니티 내에서 논의를 촉진하는 대변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성 매체’로서 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주간신문 발행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뉴스레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학문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수신문은 사단법인 한국대학출판협회와 각 대학 출판부 활동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셨

습니다.

한국대학출판협회는 각 대학의 출판부 상호 간의 유대 강화와 대학출판 관련 사업의 활성화를 통하여 학술및 출판 문화 향상에 공헌하기 위한 대학출판인들의 단체로서, 국제도서전 참가, 한일 대학출판협회 세미나 개최, 올해의 우수도서 선정 사업, 불법복제 모니터링 및 예방 사업 등을 시행하며 ‘대학과 사회의 지식 연결 허브’ 역할을 더욱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수신문의 지난 32년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여정이었습니다. 교수신문이 앞으로도 학문과 지성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한국대학출판협회도 지금과 같이 교수신문 여정에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김철미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출판계 번성하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맞이해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의 어려운 출판 현실 속에서도 교수신문이 지속적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오늘날 출판계는 디지털화의 가속, 독서 인구의 감소, 불법 복제와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불법 복제는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출판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신문은 출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불법 복제와 싸우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법적 조치를 넘어서, 출판문화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저작권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수신문이 앞으로도 학문적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심도 있는 연구 결과와 학문적 논의를 널리 알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더불어, 출판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식의 보급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수신문의 노력은 출판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는 출판계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창간 32주년을 맞이해, 교수신문이 출판계의 발전과 학문의 진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출판계와 학계의 지속적인 협력 속에서, 교수신문은 더욱 발전하고,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노일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효율적인 독서 활동에 도움…한국문화 발전에 기여

대학사회를 대변하는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 대학 민주화 그리고 교권 수호라는 창간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시대정신을 모색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 다양한 미술전시, 학술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수준 높은 문화의 품격을 제고하고자 하였습니다. 교수신문의 이러한 성과는 필진과 제작진 그리고 독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신문이 대학사회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더 영향력 있는 언론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독자들은 열

심히 찾아서 읽는 이러한 가치 있는 행동이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됩니다. 교수신문과 출판계는 오래전부터 많은 일을 같이 해 오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불법복제 문제, 저작권법 문제, 출판계 블랙리스트 문제 등 출판계의 이슈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독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출판협동조합에서 제공하는 신간 정보를 어느 언론보다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고, 도서의 단순한 소개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의 분석, 풍부한 내용의 서평, 저자 리뷰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효율적인 독서 활동에 많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과 한국출판협동조합의 교류와 사업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한국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의 100년도 기대하겠습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

인문정신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찾아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일간지를 비롯하여 많은 신문이 있지만, 교수신문은 대학 사회의 소식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학과 관련된 사회의 소식도 대학에 충실하게 알려주는 신문으로써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

해 오고 있습니다.

대학이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그 존재 의미를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급급하게 취업 준비를 하는 학교로 전락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과도한 생존전략만 익히는 교육을 받으니, 대학생이 되어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설계하는 여유가 없어서 목표를 정해 공부하거나 미래의 비전을 찾기보다는 과도한 경쟁 또는 자포자기로 대학 생활을 마치게 됩니다.

한국학술출판협회는 학술서적 및 대학 교재를 출판하는 출판인들의 모임으로 그동안 양서를 출판하여 학계에 보급했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출판문화산업을 한다는 긍지로 큰 수익은 없으나 나름대로 보람을 갖고 출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학의 인식 변화로 책의 수요가 급감하여 출판생태계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불법 복제와 불법 북스캔이 자행되는 현실에서는 출판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문 정신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찾아야 합니다. 인간의 근본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는 아무리 발전해도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협회는 미약하나마 교수신문과 함께 묵묵히 한국 사회, 대학 사회가 정도를 걷기를 촉구하는 일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임순재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학술전자출판과 동행하는 정론지이길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오랜 세월 정론지로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학술출판 관련해서 해야 할 일도 많기에 창간 32주년을 맞아 새롭게 정비하고 나아가시

길 기원합니다.

1992년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교수신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과 지성사회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변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교수신문은 단순한 정보와 소통의 차원을 넘어 범 지성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정론지로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교수신문은 지난해 6월에는 ‘디지털 불법 복제,

인식 전환과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로써 불법복제 근절과 저작권 보호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출판 시장에서 교수신문은 더욱더 애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선 학자와 독자 간 소통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학술출판입니다.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학술출판을 해 온 출판사들이 전자책 서비스를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입니다.

대형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출판사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은 우수한 연구자의 연구성과와 저작물을 출판해 학문 발전에 명실상부한 전자책 서비스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길에 교수신문이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학 발전과 교수사회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경민대학교

계원예술대학교

대구과학대학교

대구보건대학교

배화여자대학교

삼육보건대학교

수원여자대학교

아주자동차대학교

영진전문대학교

춘해보건대학교

‘한국 한자’ 독자성을 찾는 항해…‘동아시아 한자 문명연구’ 선도

21세기 학문의 신대륙을 찾아서

국가·사회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사회 학문 분야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문제의식과 융합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연구의 결과다.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센터장 노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사업(HK/HK+)과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연구성과 우수성, 파급효과 및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명의 심사위원이 우수성과 20곳을 선정했다.

한자문화 연구의 세계적 허브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는 중국을 비롯해 오늘날에도 한국과 일본, 베트남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천 년 전부터 한자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한자를 쓰고 있다.

피고인·피해자·가해자 등과 같은 법률용어가 대부분 한자어이고, 일상 언어에서도 한자인지 모르고 쓰는 말이 많다. 미안(未安)해요, 안녕(安寧)하세요, 도대체(都大體), 어차피(於此彼)와 같은 말도 모두 한자어이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은 “한자를 중국 문자나 외래 문자로 간주해 버리고 한자 연구에 한국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한자를 사용한 한국 역사와 문화가 독자적 문화로 인식되지 않고, 중국에 종속된 문화로 간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자 관련 제반 연구 극히 미비

한자는 동아시아 문명을 형성한 결정적 요소이다. 한국도 대표적인 동아시아 문명국가로 한국 문화의 중요한 근간 중 하나가 한자이다.

하영삼 소장은 “한국은 대표적인 한자 사용국이고, 한자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하지만 한자 제반 연구는 한자를 사용하고 발전시켜 온 역사와 책임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사명감으로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한자문명연구사업단은 「한자와 동아시아 문명연구: 한자로드의 소

하영삼 경성대 교수는 부산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중국문자학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계한자학회 상임이사, <한자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국 국무원 초빙교수, 대한중국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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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동인, 도항」을 연구하고 있다. 소통은 ‘길을 잇다’, 동인은 ‘길을 걷다’, 도항은 ‘새길을 찾다’라는 뜻이다.

한국 한자의 정체성과 독자성은 한국 한자만을 연구해서는 쉽게 규명되지 않는다. 한국·중국·일본·대만·베트남 등 한자를 주요 글말로 사용한 역사가 있는 국가의 한자어를 비교하고 문화가 어떻게 이동하고 다르게 쓰였는지, 이동 과정에서 어떻게 새로운 한자어가 생겨났는지, 상호 비교를 통해서만 그 독자성을 규명할 수 있다.

예컨대, 참죽나무 춘(椿)은 한국에서 ‘참죽나무’를 지칭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부 옥편에서 표제 의미가 ‘동백’으로 교체됐다. 일본에서 춘(椿) 자가 동백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山)자는 동아시아에서 모두 ‘산’을 뜻하지만, 한국은 무덤, 일본은 숲과 신, 중국은 돌과 하늘과의 교통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세계 유일 한자학 전문 ‘세계한자학도서관’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한자문명연구사업단은 대중에게 한국의 한자 문화를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세계 유일의 한자학 전문 ‘세계한자학도서관’과 한자 문화 체험 공간인 ‘한자문명창의 체험관’을 열었다.

지난 3월 13일 문을 연 세계한자학도서관(WLCCS)은 각 시대, 각 나라의 연구 동향, 등재학술지 검색(선행 연구 조사), 국내외 연구 논문의 검색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의 강의와 연구 활동·연구 역량 강화를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규격화·정형화된 한자학연구 문헌으로 한자학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된다.

세계한자학도서관은 세계 한자 연구의 거점이라는 자부심으로 한자학 관련 자료와 도서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자료를 특성화했다. 처음에는 한자학 관련 연구 논문 목록 DB를 구축했고, 2단계부터 최근까지는 한자 관련 원서, 한자·한자학 관련 연구서, 한자 서체 관련 자료, 사전과 공구서 수집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에 문을 연 한자문명창의체험관은 한자 문화 콘텐츠와 한자 문화 스토리텔링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인과 어린이에게 한자와 한자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디지털 체험, 고급 한자 문화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다.

금석문 연구로 지역민과 소통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연구단은 지역 한자 문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각 지역의 금석문을 연구했다. 금속이나 돌에 글을 새긴 유물인 금석문은 누가 살았는지, 무엇을 기록했는지 알 수 있고,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록 자료이다.

부산·김해·양산·대구·청도 등 경상도 지역의 금석문과 비석을 찾아 미공개 비문 발굴과 탁본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금석문에 사용된 한자 서

지난 3월 13일 세계 유일의 한자학 전문 세계한자학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오른쪽은 김해 지역 금석문의 탁본 사진이다.

“한자를 중국 문자나 외래 문자로 간주해 버리면, 한자를 사용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에 종속된 문화로 간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체와 한자 어휘를 추출해 목록화했다. 한자 어휘연구를 위한 원시자료 DB를 구축했고, 수집한 각 지역의 탁본 자료는 현재 분류 작업을 거쳐 자료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금석문 연구는 비석과 비문의 양식, 현판과 목각 서체의 다양한 차이점, 그 외 생활문화 속에 녹아있는 한자 한문의 활용 실태를 밝히는 연구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는 학술적인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마련했다. 유튜브 채널 <한자파파TV>를 운영하며 한자 문화를 알리고, ‘산동성 한자문화탐방’을 부산 MBC에서 5주간 방영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계의 문자사전’을 맡아 문자가 세계사 또는 세계 문명사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는 글을 실었다. 이 밖에 <월간 중앙> ‘한자어 진검승부’, <중앙선데이> ‘한주 한자’, ‘한자(漢字)의 비밀’이란 주제로 한자 문화를 알리는 글을 썼다. 또한 한국·중국·일본·베트남·서양 등 각 분야전공자가 공동연구 형태로 함께 저술한 『어휘문화총서(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인문한국(HK)플러스 사업 연구기간 2018년 5월 ~ 2025년 4월

연구과제명 한자와 동아시아 문명연구-한자로드의 소통(疏通), 동인(動因), 도항(導航) 연구분야 해외지역부문

연구팀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연구책임자 하영삼 교수)

연구성과

1)논저<2018.03.01.~2024.2.29 기준>

- 아젠다 관련 논문: 104편 <한국연구재단등재지 및 우수등재지:87편/국제기타:11편/SCOPUS:6편>

- 아젠다 관련 저서: 33권, 역서: 29권

2) 세계한자학회 사무국 유치 및 국제학술대회 정례화, 3) 세계한자학도서관 구축

4) 국제한자교육학과 대학원 과정 운영, 한자학 청년학자국제포럼 및 국제동계캠프 정례화

5) 지역인문학센터 운영

-한자인문학 시민강좌 운영(한국근세한문서간 강독, 어린이 한자교실, 전통판각강좌 등),

한자 인문지리(중국, 일본, 국내 인문로드), 유튜브 한자파파TV 채널 운영, 한자문명창의체험관 운영

‘디지털 인문학 교육’, 대학 문턱 넘어 협업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네트워크형 디지털 인문학 교육모델 개발

이재연 유니스트 인문학부 교수

고등학교에서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문·이과 구별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고 통합한 이유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해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해결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이재연 유니스트(UNIST) 교수(인문학부) 연구팀은 문·이과 통합 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네트워크형 디지털 인문학 교육모델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이재연 교수는 “현재는 수업 개발에 참고할 국내외 디지털 인문학 교육사례에 대한 논문도 부족하고, 폭넓은 융합이나 심화 교과를 개발하기 가 어렵다”라며 “여러 대학의 학자가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함께 개발하고 참여 대학에 개방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문학 교육’

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통칭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언어의 표본을 추출한 집합인 말뭉치(코퍼스)·지리정보·네트워크 분석, 언어모델 활용 방식으로 인문학을 연구한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인문학에 관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대학에는 수업 개발을 지원하고, 현재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곳에는 기존의 수업과 연결되는 심화 교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스트·한림대·가천대 3개 대학이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개설했고, 한양대 사학과도 수업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한림대 영어영문학과는 ‘영미문학과 네트워크’ 과목을 개설해 학생 프로젝트로 『위대한 개츠비』를 분석했다. 코딩 작업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연결망 분석 소프트웨어는 게파이(Gephi)를 활용했다. 이 작업으로 인물별 대화문에 대한 공기어(연관어) 네트워크 분석을 하고, 여기서 얻

이재연 유니스트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와 시카고대에서 근대 한국문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량적 문학 연구 방법론의 문을 연 『그래프, 지도, 나무』를 번역했다. 국제 디지털 인문학 단체 연합(ADHO)의 한국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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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젠더와 공간 정보로 소설에서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과 바깥의 공적인 공간 사이에 성 차이가 있었다는 걸 밝혔다. 또한 화자가 제시하는 개츠비와 실제 개츠비 사이에 큰 차이가 있고, 이것이 작품의 의미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 학부생 프로젝트는 2023 디지털 인문학협의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포스터 발표로 이어졌고 연구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양대 사학과에서 개발 중인 디지털 역사학에서는 산업혁명 자료를 활용한다. 영국·미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일본 등 여러 나라의 통계를 토대로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국의 특징을 소개하고 챗GPT를 활용해 시각화했다. 일본과 영국의 산업혁명을 비교한 그룹은 20세기 두 나라에서 학생 수의 변화, 노동쟁의 일수, 해외 무역량 등을 분석해서 영국과 달리 일본의 산업화가 정부 주도로 이뤄졌으며, 영국은 국제무역, 일본은 내수 확산을 상대적으로 중시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유니스트 인문학부에서는 인공지능대학원의 도움을 받아 ‘멀티모달 생성의 문학적 이해’를 개

왼쪽은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과목인 ‘영미문학과 네트워크’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위대한 개츠비』 분석을 시각화한결 과다.

오른쪽 이미지는 메타버스를 사용한 한림대의 원격 화상수업 진행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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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인문학 내에서 인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사회과학과 공학을 거쳐 다시 인문학적 질문을 사고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다.”

설했다. 멀티모달 학습(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 종류가 다른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학습)을 통해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생성하고, AI가 생성한 낯선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했다. 수업에서 발표된 학부생 프로젝트 「예술 평론가 인공지능은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언어모델을 활용하여 작품의 이미지와 작품 비평을 연결하는 멀티모달 학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 AI 미술평론가가, 학습하지 않은 일상의 이미지를 대상으로 어떤 표현을 하는지를 묻고 답을 찾았다.

공동연구팀은 수업에서 진행한 이 과정을 모두 데이터로 만든 후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 지침을 만들고, 수업 공유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

연구개요

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융복합 분야) 연구과제명 네트워크형 디지털 인문학 교육모델 개발

연구팀 연구책임자: 이재연 유니스트 인문학부 교수 융합분야 인문학(문학·어학·역사학)+공학(컴퓨터공학·인공지능)

연구기간 2022년 7월 1일 ~ 2025년 6월 30일

연구성과

유니스트·한림대·가천대 디지털인문학 수업 개설, 한양대 수업 준비 중

수업 관련 소프트웨어 튜토리얼 제작, 프로그램 실습기회 제공, 참여대학 간 학점교류 준비 중

국내외 디지털 인문학 연구 및 교육 세미나 진행, 여름학교 개설 / 연구 종료 후 디지털인문학 교육 논문과 저서출 간 예정

다. 김용수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유튜브채널 ‘인문학자의 디지털 리터러시’에 네트워크시각화, 지리정보 분석, 코퍼스 분석 도구에 관한20여 개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대학 문턱을 넘는 네트워크 교육

연구 참여 대학의 학생이라면 다른 참여 대학의 수업도 들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수업을 연구 참여 대학의 학생에게 개방한다.

예를 들면 한림대 수업에 가천대 학생이 참여해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속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한림대 학생이 유니스트의 멀티모달 수업을 수강하며,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

년에게」 시와 어울리는 배경 음악 생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현재 인문학 분야 참여 대학4곳에서 국문학·영문학·언어학·역사학 분야의 디지털 인문학 한 과목씩을 개발하고 있다.

이재연 교수는 “대학의 문턱을 넘는 네트워크 교육 연계가 얼마나 큰 파급력이 있을지 기대된다. 우리 연구팀의 교육 네트워크가 전국 단위로 넓혀질 때 디지털 인문학, 더 나아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인문학적 상상력 확장…공동체 연대 구현디지털 인문학은 그동안 개인 연구자의 역량에 한정돼 있던 인문학 연구를 수량적·전산적 방법을 적용해 분석 근거를 다양화하고, 거시적인 질문을 발굴하며 대답을 찾는다. 이재연 교수는 “인문학 내에서 인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사회과학과 공학을 거쳐 다시 인문학적 질문을 사고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 목적의 실현을 위해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쓰였다. 네트워크는 ‘연결되지 않는 두 지점을 잇고 주변과 중심을 왕래하게 만드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을 잇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및 공학 사이의 왕래를 도모한다.

네트워크형 디지털 인문학 교육모델 개발 프로젝트의 전체 개요와 개별 수업의 개발 과정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2023년 디지털 인문학 단체 연합(ADHO)의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참여 대학의 수업에서 거둔 성과와 해외 디지털 인문학 교육사례는 연구가 종료된 뒤, 논문과 저서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재연 교수는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 지금까지의 인문학과 다른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한다. 또한, 질문을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적 연대를 구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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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궁극의 목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37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가 「인공지능과 디지털의 세계」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8강은 사영준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의 「디지털 소통 기술」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인공지능 발전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이뤄져 왔다. 딥러닝의 시대를 시작으로 컨벌루셔널 신경망이 주도한 인식 기술은 물체·소리·비디오 등 다양한 정보 유형에 대한 성능이 인간의 지각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 됐다. 그리고 현재 기술은 인식과 생성을 통합해 언어·이미지·영상의 경계를 넘어섰다.

이미지·음성·영상과는 다르게 언어는 논리적 구조와 맥락에 따른 의미 해석 등 인간의 복잡한 지식과 언어 체계를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기 주의 집중 기법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언어 인공지능 기술이 이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확산 모델은 플로우모델(flow-based model)이라는 기술에서 출발했으며, 구조적으로는 오토인코더와 닮아 있으면서도 확률 모델의 철학을 따르고 있다.

1980년대에 와서는 연속적인 사건의 인과 관계를 기억하기 위해 되먹임 신경망(RNN, Recurrent Neural Network)의 구조가 사용됐다.

여기서는 사건 기억을 일종의 순환적 구조로 저장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를 잊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사건을 기억하는 인공지능은 이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살 것인가, 새로운 정보에는 둔감하지만 “가늘고 긴 삶”을 살것인가. 전자의 경우는 유동적인 단기 기억으로, 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유동적인 장기 기억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2015년이 넘어가면서 자기 주의 집중(selfattention)이라는 새로운 기억 방식이 등장한다. self-attention은 한 시퀀스의 다른 위치들 간의 관계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는 자연어 처리와 기타 시퀀스 모델링 작업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이후 트랜스포머(Transformer)와 같은 모델로 발전한다.

트랜스포머를 바탕으로 자연어 처리·기계 번역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구글이 2018년에 발표한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 모델은 트랜스포머의 인코더를 사용해 사전 훈련된 언어 표현을 학습한다.

BERT는 양방향으로 문맥을 고려해 단어들을 인코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후 버전에서는 문장 분류·개체명 인식·질의 응답 등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OpenAI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시리즈는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GPT 모델은 대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로 사전훈련된 후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에서 성능을 높인다. 이어 구글은 양방향 문맥을 고려하면서 도 자가 회귀 모델로 구성돼 있는 모델을 만들어 BERT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상의 기여 묻는 ‘시공간 자원 분배 문제’Chat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은 앞에서 소개한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한다. 일반적인 데이터 기반의 학습이 끝난 이후에는 인간의 가치 판단이나 선호도에 부합하는 결과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간과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 모방 기술이나 통제 기술과 같은 수동적 대응보다는 ,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인간과 인공지능의 중재를 할 수 있는 인간형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보다 능동적인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기로에 있다. 이러한 관련 기술을 뇌 기반인공지능이라 한다. 뇌 기반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능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인간의 피드백을 통해 파인튜닝을 하게 된다. 이를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라 한다.

RLHF는 모델의 출력에 대한 사용자와 피드백을 수집한다. 사용자가 모델이 생성한 응답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 해당 응답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 모델의 행동을 가치 함수의 해당 문맥 값을 증가시키는 보상으로 간주한다.

반면, 응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페널티로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는 “현재는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지만, 인간의 데이터를 증폭하거나 데이터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라며 “이 경우 인간의 통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독립적인 가치 판단체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간주한다. 이러한 보상과 페널티를 통해 모델은 점진적으로 사용자의 가치 판단 체계에 잘 부합하는 대화를 생성하는 방향으로 튜닝된다.

인공지능이 사건 기억을 학습하면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자연어 처리·대화형 인공지능·다양한 데이터 생성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사건기억으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과거의 사건 기억으로부터 미래의 전략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의 모든 전략 분석·탐색·수립·최적

화에 활용될 수 있는 이 기술의 구현은 시공간자원 분배 문제(temporal credit assignment)로귀결된다. 시공간 자원 분배 문제는 강화 학습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특정한 행동이나 결정이 미래 보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시공간 자원 분배 문제는 다양한 상황들과 다양한 전략에 따른 다양한 상황 전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스케일이 조금만 커져도 풀기매우 어렵다. 이때 유용한 방법이 바로, 최적성의

원리(principle of optimality)다.최적성의 원리는 큰 문제를 작은 조각으로 나눠 푼 다음 이를 합쳐서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방법이다.이를 위해서는 전체 문제를 가장 작은 단위의꼬리 문제로 잘게 나누고, 꼬리부터 시작해 점차큰 문제로 해결해 나간다. 이때 이전에 푼 작은문제들의 해답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계산한다.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결국에는 전체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답을 구할 수 있다.만물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인공지능 세상지금까지 요약한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미래의 청사진을 제공하지만, 고도화된 기능만큼 다양한 문제점과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몇 가지만 논의해 보고자 한다.첫째는 저작권 문제다.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artificial intelligence)은 주어진 데이터를 활용해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문맥에 맞게 변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보고 인간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문제는 이것이 음악·문학 작품·이미지·동영상 등 인간의 창조 영역에 해당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때 발생한다. 생성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검색 기반 엔진과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사실관계에 대한 자각이 없다.환각(hallucination)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검색 증강 생성(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이라는 기술로 부분적인 보완이 되고 있지만 법적인 제도와 발맞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생성된 콘텐츠의 권리

소유자를 결정하는 저작권 문제인데, 생성된 콘텐츠를 생성한 인공지능의 소유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속하는지 명확하게 정의돼야 한다.

현재의 법적 장치는 아직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저작권법은 인간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다루고 있으며,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부족한 상황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인공지능의 가치 판단 체계가 종종 인간과 다르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가치 판단 체계가 인간과 같은 지 다른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결론이나 판단의 근거를 물었을 때, 잘 설명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한 '근거'인지, 아니면 순방향 추론이나 역방향 추론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우리는 물론 이거니와 인공지능 본인도 모른다.

네 번째 문제는 인공지능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해킹할 수 있는 허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문제는 이러한 가치 판단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편향성이 인간의 인식 과정에 스며들고, 그것이 빠르게 증폭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간-인공지능의 빠른 템포의 상호작용 속에서 는 인간-인간의 상호작용에 비해 편향성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는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사용되고 있지만, 인간의 데이터를 증폭하거나 데이터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경우 인간의 통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독립적인 가치 판단 체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절실하다

상기 이유로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간과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 모방 기술이나 통제 기술과 같은 수동적 대응보다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인간과 인공지능의 중재를 할 수 있는 인간형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보다 능동적인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기로에 있다. 이러한 관련 기술을 뇌 기반 인공지능이라 한다. 뇌 기반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능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카이스트에서는 2019년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 연구센터를 설립해 인간의 인지-직관-추론 학습 과정을 인공지능 형태로 풀어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치 판단의 안전성을 높이고, 이후 인간의 경험과 지식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능을 이해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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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너머를 상상하는 공부를 권하며

학문후속세대에게 바란다 2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하나의 자문(自問)으로 시작해본다. 이 시대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이들을 무엇으로 이름 짓고 어떻게 대우하고 있을까? 혹시 세상 물정 모르고 자기생각에 빠져 있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시대와 인간을 고민하고 전문 지식을 키워서 학술적으로 토론하고 나아가 미래세대를 교육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주위 친지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해주는 기쁨을 누리신 분이 몇 명이나 있을른지, 지금 나는 차마 여쭙지는 못할 듯하다.

이른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을 지금은 학자나 연구자로 부르지만, 굳이 옛말로 옮기면 ‘사(士)’가 아닐까 한다. 이들은 아직 특별한 자리를 갖지는 못한 채 자신을 수양하고 능력을 키워가는 사람들로서,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전승하고 창신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았다. 크게 보면 이들은 그 사회의 정신적인 풍격과 표상으로 요약

시대와 호흡하지 못한 지식은 사라진다. 그래서 더욱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왼쪽부터 공자·묵자·순자다. 이들은 끊임 없는 공부와 지식인

되기를 강조했다. 그림=위키백과·위키피디아

된다. 물론 각 시대마다 요구되는 덕목은 다를 터이다. 그러나 이들이 지녔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이 그 사회의 정신기풍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는 사실은 동일했다. 즉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보려면 그 사회의 사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사를 꿈꾸고 있는가? 이미 삶에 지쳐서 미래의 비전은 커녕 작금의 생계를 위한 학문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본다. 고전시대를 운운했지만, 일단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이 시대를 치열하게 경유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할 것인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미신에 의지하게 하고, 끝내 현실을 허구에 헌납하고 말리라. 이를 넘어서는 방법은 아무래도 공부밖에 없기는 하다. 공부만이 현실을 리얼하게 마주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되기 위한 공부도 있겠지만, 지금, 이곳, 그리고 나를 선명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도 공부는 필요하다. 특히 젊은 시절 학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청년 지식인들에게 결국 공부는 여전히 살아있는 화두인 것이다. 문제는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이다.

“교수에게 결코 얽매이지 말라”

문득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설프게 공부길에 들어선 나를 위해, 어떤 선배가 진한 충고를 해주었다. “절대 학회에 나가지 마라”, “교수에게 결코 얽매이지 말라”. 그 선배는 학회가 공부 모임보다는 사교모임으로 전락했음을, 대학원의 교수·학생의 관계가 학문적 관계를 넘어서 사설 도제처럼 종속관계가 됐음을 비판한 것이었다. 사실 교수·학생의 관계는 학문적 전수와 계승, 나

아가 함께 연구하는 동지적 학술주체여야 하고, 학회는 새로운 학문지식들이 소통되고 공유되는 지식의 생산 현장이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에게 던져진 선배의 말은 곧장 나의 뇌리에 꽂혔던 것 같다.

사실 교수가 되어있는 지금도, 그 말은 나의 나태와 관성을 성찰하는 침봉이 되어 있다. 비록 표현이 과격하긴 해도 학문계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참으로 무섭다. 여전초학(如前初學)인 나는 학문을 잇겠다고 자임한 청년 학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감히 충고를 하지는 못하겠다. 대신 갈팡질팡하면서도 내심 한켠에 갈무리했던 나의 화두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이려 한다. 그저 넋두리로 들어주시길!

학자로서 세상과 공존하는 방법

먼저, 진리에 대하여 무한히 추구하라(Infinitum Studium Veritatis). 공부하는 사람이 갖고있는 유일한 자부심은 자신이 진리를 찾아내는 대열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 같은 학자들은 끝없이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어차피 세상의 학문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있다. 내가 찾아낸 진리는 그 어디쯤에 작은 점으로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리 앞에 늘 겸손하게 서서 그 다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좌정관천(坐井觀天)하는 자신이 지적 호기심조차 없다면 공부의 길은 금세 지루해지리라.

그리해야 우리는 고구마줄기처럼 계속되는 진리추구의 향연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영원히 자유롭게 유영(游泳)하라(Liber alis Natatio Semper). 공부는 구속을 싫어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진리를 목표로 추구하되, 그 방향은 다양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유영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하염없이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그길은 곧을 수도 있고 비스듬할 수도 있으며 되돌아올 수도 있다. 아니 가다가 벽에 막혀서 걸음을 멈출 수도 있다. 유영은 미끄러짐이다. 자유로운 유영은 사고의 발상과 전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는 교조적 입장을 배격하며, 특정한 하나의 이념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스승 너머를 생각하자.

끝으로, 정의롭게 사회적으로 실천하라(Lusta Soc ialis Praxis). 공부하는 목적은 지식의 축적과 전승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것은 인간과 그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이해하고 만들기 위해서이다.

세상의 모든 학문들은 그 자체가 지닌 미(美)도 있지만, 그 미는 모두 이 목표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학문은 태생적으로 공적 자산이요, 연구는 공적 행위이다. 나아가 실천은 봉사의 이름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봉사는 그 대상인 인간에 대한 존중을 전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자로서 세상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존의 인간적 학문에 도달하기를

위 세 가지 화두는 자본의 너머를 상상하는 공부를 지향한다. 나는 자본의 시대에 젖어서 살고있으며, 이것을 이탈하는 삶을 위해 용기있게 나서지 못하는 겁먹은 자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세상을 그려보는 편인데, 그때마다 장벽이 하나 서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자본(Capital)’이다. 자본은 정치경제학 영역

의 개념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삶 전체를 두르고 있는 우주적 시스템, 천기(天機)와 같은 존재다. 이 자본이 인간의 본원적 이기심에 근원하며, 끝내 끊어내기 어려운 탯줄을 지녔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절실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그 너머를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허나 이 너머의 세상에 대한 희망마저 놓아버린다면 학자로서의 자존이 속절없이 무너질 것임도 알고 있다. 앞서 이런 세파를 거스르며 버텨주셨던 스승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 고 없는 지금, 겁많은 내가 청년 학자들에게 이런 공부를 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리라. 그럼에도 그 길을 가야 하지 않을는지!

아이 하나 잘 키우기 위해서 마을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괜찮은 학자는 결코 혼자 이뤄지지 않는다. 마을 전체가 같이 키워내야 한다. 요즘말로 하면 사회가 같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청년 학자의 학문적 성장은 개인에게 맡겨진 의무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의무요 책임이다. 황막한 벌판에 놓인 젊은 후속 학자들이 잘 견뎌주길 기원해본다. 그리고 이들이 지치기 전에 햇살 따스한 공존의 인간적 학문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이 사회가 이들의 삶을 보듬고 위로하며 지원해주기를 더욱 간절히 기원해본다. 그리고 봄비 맞은 뒤 어느새 푸른 빛이 화들짝 찾아온 나무들처럼 저 청년 학자들이 괄목상대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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