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원, 논문·연구만 강조…언어·문화 이해도 중요”

2012~2022년 외국인 유학생 추이

86,878 91,332

160,165 166,892명

124,803명

152,281

※출처 : 교육부,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 2023년 8월.

※출처 :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대학-기업-지자체 협업을 통한 지역 중심의 해외인재 유치 방안’, 2023년 12월. 직능연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2021~2023) 자료.

2027년 외국인 유학생 유치 목표

16.7

7.1

4.4

0.9

2022 2025 2027

23.7

30.0

10.4 13.5

5.6

6.5

1.5

2.0

외국인 국내 박사는

남성 51.7%

여성 48.3%

30세 미만

8.1%

30~35세

45.2%

35~40세

25.8%

40~45세

14.8%

45~50세

4.2%

50세 이상

1.9%

강원권

2.1% 제주권

1.3%

수도권

38.3%

동남권

14.7%

대경권

9.9%

호남권

15.9%

충청권

17.8%

사진=선문대

일반대 학부

대학원

전문대

전체 유학생

단위: 만명

’12 ’15

’19 ’21

’22

교육5 .6%

예술·인문학 28.1%

사회과학, 언론·정보학 5.0%

경영, 행정1·법3. 4%

자연과학, 수학·통계9학. 1%

정보통신기술 2.0%

공학, 제조·건설 22.1%

농림어업·수의학 1.5%

보건·복지5 .3%

서비스8. 0%

대학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목소리

우리나라 대학원으로 공부하러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언어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대학에 있는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기본적인 한국어를 배울 수는 있지만, 대학원 수업을 듣거나 학위논문을 작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와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는 타사카 우미 대구대 한국어교육학과 대학원생(26세)은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상당히 많아 메모해뒀다가 수업이 끝나고 인터넷으로 일일이 찾아보고 있다”며 “단어 하나하나는 이해가 가는데 전체적인 내용이나 큰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 공부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공 계열은 대부분 강의 진행과 논문 작성 등을 영어로 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언어 문제로 인한 불편함은 덜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논문 준비과정에서 교수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영어권 나라가 아닌 곳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담당 교수 또는 다른 한국 학생들과 소통이 안돼 힘들어 한다”면서 “학교에 서류 등을 제출할때도 담당자가 영어를 능숙하게 할 줄 몰라 모르는 부분을 묻거나 도움받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교수신문>이 우리나라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취재한 결과, 한국어가 미숙해 학업에 고충을 겪고 있었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강의 진행이나 학위논문 작성 등이 모두 한국어로 이뤄지고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원 수준의 단어·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다.

“최소 1~2년은 한국 언어·문화 공부 집중해야”

이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우리나라에 와서 지리정보공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은 뒤 교수로 임용된 아볼가셈 세종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공과 계열에서도 제대로 된 영어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부 수업에서 교수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꺼렸을 뿐만 아

니라 자료도 한국어로 돼 있어 번역해 공부해야 했다”면서 “내가 한국으로 온 2005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번역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다”라고 전했다.

아볼가셈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정착 초기에 최소 1~2년은 한국 언어와 문화를 충분히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지도교수가 논문 작성과 연구를 중요시해서 그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한국 언어와 문화를 배울 시간이 없어 아직도 한국어를 잘 못해 불편하다” 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언어 문제인 만큼 일본이나 독일처럼 1~2년 동안은 한국 언어와 문화만 배우는 시간을 가져야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학당보다 높은 수준의 한국어 교육 필요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학당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어학당에서 배우는 수준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대학원 수업을 듣거나 한국어로 된 논문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로산나 씨(32세)는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의 경우 6급이 가장 높은 등급인데 토픽6급을 취득하더라도 석·박사 수준의 발표·토론·논문 작성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며 “한국 논문이나 신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생기면 대학원을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아울러 이들은 대학원 졸업 이후 한국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진로 안내 부족과 비자 취득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지난해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총 18만 1천842명이다. 이 가운데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2만 9천240명인데 석사과정생이 3만 12명, 박사과정생이 1만 8천141명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비자 완화나 취업 교육

등의 서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고용 지원 서비스나 외국 국적 동포 취업 교육 등을 하고 있는 부분과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에서 취업해 계속 살고 싶지만 외국인이 일할 수 있는 내 전공 분야 일자리가 거의 없는 데다 관련 정보도 얻기 힘들어 고민”이라면 서 “대학원을 졸업한 고급 인력인 우리 유학생들이 본국이나 제3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대학이나 한국 정부가 힘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2015년 한국으로 와서 한국어학당을 2년 다닌 뒤 한국외대에 학부생으로 편입해 한국어 번역 전공으로 석·박사과정까지 마친 리번 켈빈(43세) 씨도 “국내 한 대학에 강사로 취직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입국 사무소에 여러 차례 문의했는데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았다”며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계속 있고 싶어 하는데 비자가 그걸 가로막는 요소가 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급격히 늘어나는 유학생, 우리는 그들을 맞을 준비가 됐나

김도혜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내가 만난 외국인 유학생, 그들의 삶과 경험

▶ 1면에서 이어짐

이외에도, 한국에서 학·석·박사까지 취득하고 결혼 후 아이도 낳으며 15년 이상 거주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며 귀국길에 오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종차별의 경험,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회사와 지역 사회 분위기에 한국에서의 미래 설계를 중단하고 귀국하거나 제3국을 선택하는 경우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왜 이들은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정부와 지자체가 유학생을 소위 ‘우수 외국인 인재’로 분류하며 정주를 유도하고 있는데도 정주하지 못하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우수 인재’ 이공계 석·박사도 정주 쉽지 않아

물론 유학생 각각이 처한 개인적인 상황은 이들의 한국살이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유학생과 관련된 한국 정부와 대학의 정책, 그리고 한국 사회의 시선을 제외하고 이들의 경험과 졸업 이후의 삶을 논의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국 정부와 대학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여러 우호적인 비자 및 교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현지 유학원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유학원을 통한 학생 모집에 열을 다하고 있는 형편이다. 학령기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원외로 모집할 수 있는 유학생이야말로 대학을 위기에서 구할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만난 학생들 가운데서도 이 과정에서 유학원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입국하는 예도 있었고, 최근에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또래 학생들이 하는 한국살이에 대한 편향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때로 입학금만 마련해 입국한 뒤 비합법적인 노동시장으로 뛰어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순탄하게 유학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졸업 후 정주는 녹록지 않다. 어느 정도 한국어 실력을 높인 경우라 하더라도 통번역 시장을 제외하고 인문사회계 전공자들이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넓지 않고 통번역 시장 역시 유학생 수 확대로 이미 포화인 상태다.

한국 정부가 ‘우수 인재’로 분류하는 이공계 석·박사 졸업생도 정주로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대개 영어 트랙으로 들어와 한국어 실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취업한다 해도 회의에도 참여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 지내거나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으로 인프라가 좋지 않은 지방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착한’ 유학생, ‘나쁜’ 유학생?

한국 교육 당국과 법무부, 그리고 언론은 공부하러 들어온 ‘착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국내 박사들

(학위 취득 후 ‘본국 귀국’ 계획)

90.9%

34.4% 37.0% 34.5%

89.4%

82.3%

2021 2022 202

외국인 학업전념 박사의 연 근로소득

4천~6천만원

15.7%

6천~8천만원

5.0%

8천~1억

1.3% 1억 이상

0.9%

2천만원 미만

25.8%

2천~4천만원

51.4%

※출처 :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대학-기업-지자체 협업을 통한 지역 중심의 해외인재 유치 방안’, 2023년 12월. 직능연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21~23) 자료.

한국 대학은 왜 유학생을 유치하려고 하나

특히 지자체는 왜 정주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저출생부터 지방소멸까지 왜 ‘필요한지’는 답이 되겠지만 한국사회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해답이 되지 못한다

청년 생애주기 이해와 인식 개선·인프라 개선까지 포괄적 접근을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본격적 성찰 필요

한’ 유학생과 돈을 벌러 들어온 ‘나쁜’ 유학생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유학생들의 한국살이에서 이런 이분법은 엄격하게 적용되기 어려웠다. 유학원이나 친구, 혹은 SNS로부터 정보를 얻어 들어올 때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가지는 경우도 많았고 우선 ‘유치’가 필요한 대학이 적절한 안내를 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대학의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유학생이 중도탈락하지 않게 하려고 가장 최전선에서 유학생을 관리하는 주체가 대학이고 그에 따라 수많은 관리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대학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 유치, 학위 가치 떨어뜨려

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다른 언어적·종교적·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들어오는 유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준비가 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일례로 유학생 유치사업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종교적 수행을 위한 공간(예: 기도실, 이슬람사원)을 학교와 지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같은 논의는 아직 답보 상태다. 이뿐 아니라 유학생 유치를 위해 손쉬운 입국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현지에서 한국 대학 학위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몽골 현장연구 중 알게 된, 몽골 사람들의 ‘한국 대학 졸업자 가운데 돈만 벌다 온 가짜 유학생이 있다’라는 의심이 그 예이다. 이때문에 몽골에서 만난 졸업생들은 한국 대학 학위가 저평가

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누가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우려 자체가 막무가내 유치사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필요 넘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한국 대학은 왜 유학생을 유치하려고 하며, 한국 사회,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왜 유학생을 정주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저출생·고령화부터 지방 소멸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로 답할 수 있다. 이것이 왜 유학생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온 청년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결코 되지 못한다.

후자에 대한 답은 유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마련 정도가 아니라 청년 생애주기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국인들의 인식 개선과 관련 인프라 개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접근에서부터 나올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2018년부터 주로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아시아 국가 출신 유학생을 만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시작은 한국에 들어오게 된 과정과 이유였으나 이후 확장되어 한국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졸업 이후의 삶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아내, 엄마이자 학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학위를 마친 몽골 출신 여성 유학생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양적 성장 넘어 질적 전환해야”

외국인 유학생 20만에서 30만 명 되려면

정부와 대학이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지원 체계를 따로 마련하고, 유학생들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수신문>이 외국인 대학원생과 대학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이 학부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담 조직과 지원 체계만 갖추고 있다. 대학이 한국어 교육과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학부생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원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유학생은 “학부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초기에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언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대학원생들은 언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도 한다”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아우르는 유학생 지원 체계로 개편하거나 대학원생만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주문했다.

외국인 대학원생 전담 조직 필요

유현미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최우창 경북대 철학과 박사과정생 등 신진 연구자들과 함께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문사회 분야 학문후속세대 지원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제시’보고서(한국연구재단)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대학원생들의 교육 환경과 관련해 ‘외국인 대학원생 전담 조직 부재’,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 ‘외국인 대학원생 지원 프로그램의 한계’, ‘제한적인 수료생 지원 문제’, ‘외국인 대학원생 진로 지원 문제’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대학원생을 위한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언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외국인 대학원생 지원 프로그램 내실화, 수료생 지원 프로그램 확대, 진로 지원 및 연구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학생 질 관리가 핵심 요소될 것”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숫자를 늘리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시대에서 30만 명 시대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그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 훌륭한 인재로 기르는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면서 “인구 감소로 인해 갈수록 인적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으므로 유학생 질을 관리하는 게 국가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정부나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집중해 이들의 교육 환경이나 진로에는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양질의 교육 제공과 졸업 후 한국 정주를 위해 애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성균관대학교

“유학생 ‘유치’서 ‘양성’으로 초점 맞춰야”

교수가 말하는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

“교수가 외국인 유학생 졸업을 위해 함께 논문을 써주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다 보니 수업과 논문을 중국어로 하려 하거나, 절대평가, 석사논문 시험 생략, 리포트 대체도 있다.” 수도권 대학 한 교수의 말이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원 과정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5년 250명 이하에서 2022년 4만 3천185명까지 늘었다. 전체 대학원 재적생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달했다. 대학원 교육 현장에선, 한국어 능력 부족 등 외국인 유학생의 학습 자질 문제, 이를 뒷받침할 교육 환경의 열악함, 졸업 후 취업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다. <교수신문>은 대학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교수 11명의 얘기를 들었다.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 ‘양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학생용 ‘한국어 교과서’ 공통 교재 필요

정우락 경북대 교수(국어국문과)는 “한국어 정규 커리큘럼 배정 등 한국어 능력을 키우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전공 기초과목에 대

사진=픽사베이

한 선행학습,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김현주 한밭대 교수(일본어과)는 “프리-코스를 둬 최소 1년은 한국어 교육을 하고, 학과·전공에 따라 한국 역사나 문학, 철학 등 기본 교육을 받고 입학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준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용 한국어 교과서 등 공통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전공 부담을 줄이고 한국어 교육 비중을 높이는 것이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실속 있다”라고 했다.

정부가 먼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제한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준비가 안 된 상태의 외국인 유학생을 뽑는 것보다 학생부터 일정 수준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치현 대구대 교수(자유전공학부)는 “미국은 대학원생에게 연구

비·장학금 등 기본 비용을 제공해 대학원생이 많아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라 공부할 학생 위주로만 뽑는다”라며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원의 등록금 인상, 이들을 위한 수업 난이도 저하는 한국인 대학원생을 줄어들게 하는 ‘공동화 현상’까지 왔다. 학위 대신 학문적 목적으로 대학원을 운영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이민청 설립으로 체류 불안 해소

외국인 유학생 양성과 관련한 교수의 제안이다. 이만종 호원대 교수(법경찰학부, 한국테러학회장)는 “자매대학 등 외국과의 적극적인 교류, 학습과 거주 일체형의 대학문화타운 및 다문화 공생 캠퍼스 조성, 지역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학교를 연결하는 직업개발센터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외 친한파 양성, 외국과의 사업 교두보 마련 등 활용이 가능한 인적 자원”이라고 덧붙였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사회학과)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학습 도우미, 대학원 장학금, 취업 정보 제공 등 학습 지원 체계로 전문 석·박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대학의 A교수도 “외국인 유학생이 원스톱으로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외국인 유학생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대학·정부·지자체·기업이 함

께 나서야 한다는 대안도 나온다. 홍선기 국립목포대 교수(글로벌학부장)는 “이민청과 대학 내 관련 센터 설치를 통한 외국인 유학생의 체류 불안 해소처럼 대학·정부·지자체·기업이 하나의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또 “한국학 전문 교수·학생 해외 파견, 해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센터 또는 한국어학당 설치, 지방대 환경 개선 및 외국인 유학생의 재학·졸업·취업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학위를 넘어 그들이 실제로 원하는 목표에 맞는 정책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대학의 B교수는 “한류 유행으로 한국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다. 이들에게 학업만이 아닌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학부만 마치고 귀국하지 않고, 대학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

유학생 신진 연구자 R&D 사업 내년 신설 예정

정부 외국인 유학생 정책 방안은 한국어 교육 강화·영어 강의 확대

정부는 언어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한국어 교육 강화와 영어 강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맞춤형 인재를 기르고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와 연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양성 정책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방안’(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유학생 유치에만 힘쓰는 게 아니라 학업과 취업 연계까지 지원해서 외국인 유학생이 정주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어센터 운영…영어 비율 50% 이상 강의 늘려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 중 학업 지원에 대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가 서툴러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어 교육을 강화한다. 대학 간 또는 대학과 지자체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내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집중 지원하고, 대학에있는 우수한 한국어 교육 시설이나 지자체가 보유한 평생학습시설 등을 한국어센터로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또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인 K-MOOC에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한국어 및 한국 이해 강좌를 늘려 지역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유학생입학 초기 한 두 학기 동안은 한국어와 영어 교양과목을 병행하도록 권장한다.

두 번째로 영어가 익숙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있다. 강의에서 영어가 50% 이상의 비율로 진행되는 영어 트랙을 지금보다 늘리고, K-MOOC에 석·박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학술적 글쓰기, 연구 윤리 및 실험실 안전교육 등 맞춤형 영어 강좌 콘텐츠를 개발·보급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이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연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유학생 출신 신진 연구자 전용 R&D 사업도 내년에 신설할 예정이다.

외국인 유학생 정책도 지역 중심으로 전환

특히 정부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대학 중심으로 이뤄졌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을 최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대학·기업 등과 연계해 지역 인재 양성·취업·정주의 지역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라이즈사업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양성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부산·대구·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 등 7개 라이즈 시범지역 지자

체가 지역의 산업 수요에 기반한 해외 인재 유치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전문가 상담 등을 벌여왔다. 이어 지난달 28일과 29일 충북대에서 ‘지역 수요 맞춤형 유학생 유치·양성을 위한 연수’를 열고 각 지자체의 주요 추진 과제를 공유했다.

해당 연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부산은 유학생 웰컴 패키지를 배부하고 필수 교육 영상을 제작한다. 생활 상담 등 8개 분야 전문 상담을 할 수 있는 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의 외국인 인력 수요와 유학생을 연결하는 유학생 통합지원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대구는 전공·직무와 연관된 한국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권역별 거점 한국어센터를 설치·운영하고, 경북은 경북도립대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교육하는 경북 글로벌 학당을 만들 생각이다.

정부 정책, 이공계 유학생 중심으로 편중

정부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학원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정주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담았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수요와 이공계 분야 석·박사 학위 취득 유학생 간 취업 연결을 하고, 과학기술 인재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주·귀화 비자 취득까지 필요한 절차와 기간을 5단계·6년에서 3단계·3년으로 간소화하는 ‘과학기술 인재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은 이공계 첨단·신산업 분야 외국인 유학생 유치·양성·정주 중심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대학-기업-지자체 협업을 통한 지역 중심의 해외 인재 유치 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18만1천842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국내로 유치했다. 여기서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의 수는 12만9천240명인데 이 중 80%가 비이공계 계열이다. 또한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석사과정생은 23%, 박사과정생은 14%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이공계 석·박사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취업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대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 운영위원인 김명광 교수(한국어교육학부)는 “비이공계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에 남아있고 싶어도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직군이 강사인데 관련 비자를 받으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통과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이공계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유학생 취업박람회를 통해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지역 특화형 비자의 분야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푸른세상

초연결 시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서사의 활기를 회복하고 역진하는 소설들1994년 발e된 이후로 해마다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 중 주목할 만한 문제작을 선정하여 엮은『 올해의 문제소설』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고 한국문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펴낸『 2024 올해의 문제소설』에는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선정한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초연결 시대에 접어든 작금의 현실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작a들의 다채롭고 문제성을 지닌 이야기a 이 책에 펼쳐진다. 특히 한국현대소설을 연구하고 a르치는 대학교수들이 직접 선정하고 해설을 붙여, 독자들에게 소설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IUUQ://XXX.QSVO21D.DPNIUUQT://XXX.GBDFCPPL.DPN/QSVOTBTBOHIUUQ://CMPH.OBWFS.DPN/QSVOTBTBOH

제41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공모

가) 대상 도서

- 2023. 3. 1 _ 2024. 3. 31 사이에 국내에서 간행된 초판 과학기술도서로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창작) 또는 번역된 도서로서 납본 필한 도서.

나) 신청서류

- 시상부문은 신청서 붙임1 양식에서 선택 작성하여 해당도서 2부와 함께 접수. (신청 종수는 제한 없으며, 증정 도장은 찍지 않습니다.)

다) 신청방법 - 과학기술출판협회 사무국으로 직접 제출 또는 택배 우송

(접수된 도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반환치 않음)

- 접수처 : 서울 마포구 토정로 222 한국출판콘텐츠센터 415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신청서는 도서와 함게 우편 접수 및 메일 LTU538!IBONBJM.OFU 가능)

라) 신청기간 : 2024. 4. 1(월) _ 4. 25(목) 18:00 까지 마) 수상자발표 : 심사회의 후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통보 바) 시상식(예정) : 2024년 5월 중 장소: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 사) 시상내역 :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시상 부문 시상부문시상 단체 및 부상대 상

①출판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②번역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번역인

③저술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저술인

④특별상/출판기획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⑤출판공로상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⑥우수상(저술)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상장 및 부상 저술인

⑦ 우수상(아동)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후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과학저술인협회

“인문대 대학원에 학생들이 안 온다”…철학은 제 역할 하고 있나

학문후속세대에게 바란다 ➊

이성백

서울시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요즘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환호를 받고 있다. 바로 K-컬처가 그 상징이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선진국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분명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의 정치는 정말 꼴이 말이 아니다. 국민의 정치적 수준은 정말 높다. K-피플이라고 해도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정치는 완전 딴판이다. 정치가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지만 한국의 인문학도 별로 내놓을 것이 없다. 2천 년 대에 들어 인문학이 위기적 상황에 처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후 별 효과를 거둔 것이 없다. 도리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문대학의 학과가 축소되고, 교수 정원도 계속 줄어들었다. 대한민국은 소위 ‘선진국’이 되었다는데, 인문학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대학원에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는 소리들이 들린다.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학문후속세대의 문제는 인문학의 장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학문후속세대는 장차 인문학을 이어나가야 할 세대인데, 대학원에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인문학의 대가 끊기는 것을 의미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을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헤겔·맑스·니체 등 그 치열했던 사상적 역정이 서양의 ‘위대한’ 사상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도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철학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길을 가야한다. 다른 길은 없다.”

한다. 이는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 소멸의 징후이다. 인문학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 한국 인문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크다.

철학의 과제, 자기 시대의 개념적 파악

일차적인 이유는 인문학이 시대를 담당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필자의 분야가 서양철학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논의도 주로 서양철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철학에는 한 시대의 철학이 도달해야 할 수준이 있다. 이점을 잘 설파한 철학자가 바로 헤겔이다. 헤겔이 철학을 “미네르바의 올빼미”라고 한 것이 널리 알려져 왔으나, 그의 철학의 핵심을 보여주는 정의는 “자기 시대의 개념적 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헤겔의 정의에 철학이 추구하는 핵심이 담겨 있다. “자기 시대의 개념적 파악”이 철학의 과제 내지는 시대적 소명이다. 주지하다시피 헤겔은 세계와 인류의 정신을 역사로 해독했다. 세계는 여러 역사 시대로 이루어지고, 각 역사적 시대마다 자신의 독자적인 시대정신이 있다. 철학은 이 시대정신을 파악해서 개념화하는 것이다. 헤겔은 자유의 실현과 민족국가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헤겔의 철학에 대한 정의는 서양의 철학사를 정확히 통찰한 것이자. “자기 시대의 개념적 파악”은 철학이 도달해야 할 수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이 그러하고, 중세 기독교 신학도 그러하다. 현대 서양 철학사상들은 더 정확하게 이에 부합한다.

존 로크는 시민혁명이 성숙해 있던 자기의 시대를 인민주권론에 입각한 민주주의로 개념화하

였다. 민주주의가 그가 파악해 낸 시대정신이었다. 철학자 가운데 로크가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개념적으로 제시했고, 이후 민주주의는 현대사회의 근본 이념이 된 것이다.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경제적 착취가 모순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상황을 칼 맑스는 공산주의로 개념화했다. 칼 맑스와 다른 관점에서 산업과 경제의 전면화 속에서 찬란했던 유럽 문화의 몰락을 니체는 허무주의, 즉 가치의 상실로 개념화했다.

파시즘 창궐로 인해 야만으로 전락하다

20세기에 들어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파시즘이 창궐한 비극적인 역사적 상황을 계몽의 야만으로의 전락으로 개념화했다. 20세기 후반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만이 아니라,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푸코, 들뢰즈 등등)을 포함해 유럽철학은 이런 시대의 (비판적) 개념화의 정신 속에서 발전해 왔다. 시대의 개념적 파악은 한 시대의 철학이 도달해야 할 경지와 같은 것이다. 여기에 도달했을 때 자기 시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를 해결해 나갈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철학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의 철학은 아직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기에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해 이에 대응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해방 이후 필자가 철학의 길에 들어선 70년대 말까지 철학은 거의 맨땅의 헤딩에 가까웠다.

그런데 21세기 이후 젊은 철학세대들은 우리 때보다 학문적으로 그 수준이 월등히 향상됐다. 이들이 이제 철학을,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주역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어깨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이에 상응해 새로운 시대적 개념을 필요로 하며, 바로 이점이 철학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철학은 그 사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시대적 개념을 파악하는 철학이다.

이제 학문후속세대와 관련된 논의로 넘어가 보도록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인문대 대학원에 학생들이 안 들어 온다고 한다. 안 들어오는 이유는 너무 뻔하다. 철학이 좋아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지만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냐는 것이다. 해봤자 돈이 안 되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 철학이란 학문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다.

철학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의학·법학·경영학 등은 공부하면 취업해서 돈을 버는 지식인데 반해, 철학적 지식은 사회에 나아갈 개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지식인데, 취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지식은 아닌 것이다. 이 점에서 철학과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평균 수준의 보수가 보장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소수에 불과한 대학교수가 아니면 보따리 장사란 별명으로 불린 시간강사들은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다. 2천 년 대에 들어와 인문학진흥사업이 시행되면서 이전보다 경제적 문제는 조금씩 나아져왔다. 우선 일자리가 확대됐는데, 각 대학 인문학 연구소들에 연구교수 자리가 생겼다. 연구교수 연봉에 강사료를 더하면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에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삶의 질을 포함시키면 연봉이 어느 정도 적다고 하더라도 인문학에 종사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인문학은 자유를 숨쉬게 해준다.

물론 아직도 지속적으로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제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망설일 이유 정도는 없어졌다. 필자는 2천 년 대 초부터 정보사회에서의 직업의 변화를 알아보고, 망설이지 않고 철학

왼쪽부터 헤겔·맑스·니체의 초상화이다. 이 위대한 철학자들은 자기 시대를 개념적으로 조탁해냈다. 각각은 절대적 관념론, 변증법적 유물론, 허무주의다. 그림=위키피디아

공부를 권유했다. 학부과정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고, 몇몇 학생들은 열심히 철학자의 길을 걸어 오르고 있다.

학문후속세대의 당사자들에 해당되는 대학원 석·박사과정에도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정책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문학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 석·박사과정 지원사업에 더 많은 중점적 비중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이미 어느 정도 지원이 있어왔다. 필자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연구재단 사업에 선정되면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연구보조원에게 60만 원과 120만 원이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이 정도로는 이들의 생활은 영화 「기생충」의 하층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생 끝에 박사가 되고 연구교수가 되기 까지 7년간 이들은 기생충으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최저 생계를 유지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필자가 더 이상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자가 이 자리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석·박사과정의 학생 지도에 관한 것이다. 필자가 대학원 다닐 때에 대학원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말고는 거의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었다. 연구란

것을 처음 시작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혼자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구초보자의 단계에서 갖춰야 할 체계적 기초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것들은 바로 지도교수에게서 지도받아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서 지도교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도교수, 힘들어도 능력파 학자 배출해야

대학원에서의 지도교수의 역할은 단지 세미나 진행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역할은 제자를 미래의 능력 있는 학자로 배출해 내는 일이다. 이는 지도교수의 입장에서는 몇 배의 힘이 드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지도교수가 해야 할 일이다. 철학에 대한 치열한 학문적 의식을 갖추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그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리고 논문을 어떻게 쓰는지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을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지도학생들에게 학자가 되는 길은 고시공부를 하는 것 이상으로 잠을 덜 자야 하는 힘든 과정이라고 주지시켰다. 헤겔·맑스·니체를 위시해 서구의 한 시대적 개념을 조탁해 낸 위대한 철학자들이 살았던 그 치열했던 사상적 역정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그 치열했던 사상적 역정이 서양의 ‘위대한’ 사상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고, 우리도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철학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길을 가야한다. 다른 길은 없다.

내가 선택한 나의 대학

국립군산대학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역사회와 협업, 교육개혁으로 사회 난제 해결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1992년 창간 이래로, 열린 지성으로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대학과 교수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지역 소멸 위기, 디지

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 혁신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 사회로의 변모를 위해서는 대학이 지역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대학 구성원들의 지성을 한데 모아 지역사회와 협업해야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를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개혁 과제들의 실행 기반을 마련하였고, 올해는 ‘교육개혁으로 사회 난제 해결’이라는 비전을 세워 교육개혁이 지역 곳곳에 성공적

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대학의 규제 완화를 통해 과감히 벽을 허물고, RISE·글로컬대학 등 대학이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고등교육 혁신 지원을 위해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도입하여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확대하였고, ‘전공자율선택제’를 통해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 빅 블러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학 개혁은 대학-지역-산업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과 대학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명제입니다. 지역의 성장 동력 창출을 통해 사회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대전환의 시대, 고등교육 혁신·발전 공론장 역할을

우리나라 고등교육과 학술 발전에 이바지해 온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교수, 연구자 그리고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대학과 교수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온 교수신문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발전과정에 있어 대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지방대 소멸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고등교육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우리나라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 양성과 지식 창출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수신문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주길 바랍니다.

한국연구재단 역시 ‘변화와 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명제 앞에서, 대학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대학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전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연구관리 전문기관으로서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32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한국 지성 사회의 정론지로서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해주신 교수신문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중앙대 총장)

대학 혁신과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전문지 기대

대학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전문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현재 우리 대학들은 고질적인 대학 재정 문제, 학령인구 절벽 시대의 도래, 의대 증원과

R&D 예산 삭감, 무전공 제도의 도입 등 많은 이슈를 안고, 인재 양성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교협은 대학 혁신과 고등교육 발전을 능동적으로 주도하며,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이뤄내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앞으로도 산적한 현안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하여 관련 법과 제도, 평가 방식,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간 교수신문이 노력해준 고등교육 정책과 학술·사회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학문의 자유와 지성의 확장, 학술 정보 제공과 대학 문화 창달, 혁신적인 미래형 대학의 진일보에 필요한 조언과 다양한 제안을 지속해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32년 동안 대학사회 발전을 위해 함께 해주신 교수신문에 깊이 감사드리며, 대학의 동반자이자 내일을 향한 정론지로서의 힘찬 발걸음을 기원합니다.

변창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대구한의대 총장)

라이즈 정착에 앞장…새로운 고등교육시장 발굴 위해 노력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할 것 없이 모두 존폐의 기로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까지 스며든 생성형 AI

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분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져, 산업 간, 학문 간 장벽도 허물어지고 융합하여 변화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산업 지형의 변화에 대응하여 대학이 선도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과감한 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은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의 위기로 인한 투자 부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

습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우리 사립대학은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파트너라는 공동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지자체와 협력하여 라이즈 사업 정착에 앞장서고, 우수 유학생 유치와 지역사회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고등교육 시장을 발굴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우리가 당면한 전방위적인 위기 요인들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이 미래 대학 모형을 정립해 나가는 데 든든한 대학의 동반자가 되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교수신문이 ‘함께하는 지성’으로 대학과 함께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정론지로 더욱 발전하시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번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함께 하는 지성’ 교수신문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에 보내 주신 축하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1992년 4월 15일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교수신문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 대학과 지성사회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변지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교수신문은 단순한 정보와 소통의 차원을 넘어 지성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명실상부한 정론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수신문은 현재, 6명의 논설위원·5명의 편집기획위원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문애리(덕성여대)·손화철(한동대)·이강재(서울대)·이형대(고려대)·안상준(국립안동대)·홍재우(인제대) 논설위원과 김병희(서원대)·김소영(카이스트)·김경화(동

의과학대)·이진우(공주교대)·홍용진(고려대) 편집기획위원입니다.

창간 32주년을 맞은 올해, 교수신문은 한국지성의

정론으로, ‘함께 하는 지성’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교수, 연구자, 학생과 함께 대전환의 시대,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성숙한 대학 문화와 전문적 권위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학술 정보와 학술 문화를 북돋고, 지성사회의 변화와 쟁점을 적확하게 짚어나가는 교수신문이 될 것입니다.

분야별 전문가 필진으로 깊이 있는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지성 매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등교육 정책과 학술, 사회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신문 논설·편집위원 일동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교육 백년대계 ‘국가교육발전계획’ 함께해 주시길

지난 32년간 교수신문은 대학 교육 정책은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한 소식을 알리면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우리 교육의 현황을 진단하고 학술·연구와 관련한 성과를 공유하는 등 대중에게 지성사회의 변화와 이슈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정론지의 역할을 해오

고 있습니다.

교육에는 추구해야 할 이상도 있고, 감당해야 할 현실도 있습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대학은 교육의 혁신과 함께, 미래사회에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바른 인성과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사회가 고등교육법을 제정할 당시 대학의 목적을 ‘인격 도야와 국가·인류사회에 공헌’이라고 명시한 점을 기억하면서, 대학 본연의 기능

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출범 이후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현재의 우리 교육 현실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백년지대계를 내다보며 새로운 교육의 참모습을 탐색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올해는 우리 교육의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큰 틀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해로 만들고자 합니다.

좋은 토양에 골고루 물을 주면 새싹이 씩씩하게 자라 수려한 나무가 되고 또 숲을 이루듯이, 교육이라는 토양을 잘 다져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수립을 통해 교육의 백년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교수님들과 교수신문에서도 함께해주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동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학문의 자유·다양성 존중… 지성의 역할을 깊게

교수신문은 전체 교수사회를 대변할 정론지 발간의 필요성에 의해, ‘학문의 자유와 대학 민주화’, ‘학술 정보 제공과 대학 문화 창달’,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의 정신으로 1992년에 창간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동안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시대정신을 모색하고, 학술 담론의 깊이를 증진하는 우리 지식의 보금자리 역할을 잘 수행해 왔습니다. 학문적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헌신함으로써 교수신문은 교수사회에 있어서 필수적인 정론 매체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인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

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도래’, ‘새로운 국제 경제 및 안보질서의 등장과 재편’,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의 급격한 상황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와 지혜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학문적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학문과 지성의 역할을 깊게 토론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공론의 장 역할을 교수신문에서 수행하여 그 뜻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교수신문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기원합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국민과 함께, 고등직업교육을 통한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 대학 지성인들을 대변하는 교육 정론지 교수신문의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1992년 4월 창간호를 발행하며 한국 대학 사회의 좌표를 제시하고 깊이와 쟁점이 있는 교육 담론 이슈들을

담아왔습니다.

2024년 대한민국은 사회의 여러 변화 속에 다양한 교육 의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 전국 전문대학은 국민과 함께 현실을 고민하고 고등직업 교육을 통한 희망을 만

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대학 구성원들은 이 사회를 이끌어 갈 교육 의제와 시의성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성취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런 비전의 실현과 실천을 위해선 대학 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의 관심과 고등직업 교육에 대한 기획 보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전문대학 학생들의 희망찬 교육 사례가 다양하게 노출될 수 있는 교수신문의 취재 보도들을 기대해 봅니다.

정성택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전남대 총장)

시대적 사명 일깨워온 32년…다시 ‘교수란 무엇인가’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축하 메시지를 준비하며 다시 한번 ‘교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단순히 많이 배운 사람, 특정 분야를 전공한 사람을 뜻할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술은 수명과 한계가 분명하다. 과학기

술의 진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교수 또한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 그친다면, 1800년대 영국의 전함 ‘데메레르’처럼 머지않아 그 존재 가치마저 위협받을지 모른다.

흔히, 인류 최대의 걸작품으로 ‘민주주의’와 ‘대학’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사명으로 삼아왔다. 산업혁명, 종교혁명, 민주화, 팬데믹 위기 극복 등 인류사에 획을 긋는 일대 전기가 모두 대학 캠퍼스에서 탄생했다. 인류

진보와 혁신의 원천이 바로 대학이며, 대학의 정체성은 곧 교수 집단에 의해 형성된다.

이 시대 교수는 교육자와 연구자의 수준을 넘어, 봉사자이자 누군가의 롤 모델이 돼 주길 주문받고 있다. 학문의 자율성을 수호하고, 풍부한 학문 생태계를 유지하며,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 지식 전달에 더해 지혜를 발휘하며, 깊은 통찰력으로 민주시민 사회를 숙성시켜 나가야 한다.

역사의 고비마다 혜안을 통해 인류 발전을 이끌어 온 사람들이 교수이다. 그 도전과 혁신의 유전자는 오늘에까지 이어져,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교수신문은 한시라도 교수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아젠다를 제시하며,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이 돼 주었다. 교수사회, 대학인들로부터 동반자로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김진성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고려사이버대 총장)

디지털 대전환 시대, ‘미래대학’ 사이버대학과 함께

우리나라 온라인 고등평생교육기관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22개 사이버대학교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교수신문의 창간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나라 고등평생교육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

해 헌신하신 모든 임직원과 일선 취재기자들의 노고에도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32년간 교수신문은 대학의 사명과 고뇌를 대변하는 홍보 매체로서 왕성한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차별화된 지성 사회의 좌표로서 고등평생교육의 나침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온·오프라인의 탈경계화로 수업의 방식만 존재하고 수요자가 명품 콘텐츠를 선택하는 무한경쟁 고등교육시장이 펼쳐지고 있는 시점에서 교수신문은 사이버대학의 동반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주요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창간 32주년을 맞으며 우리나라 최고의 성숙한 고등평생 교육기관의 정론지로서 AI 인공지능시대의 교육 비전과 홍보전략을 수립하여 대학들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는 푸른지성의 큰 기둥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끝으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교수신문이 미래 대학인 사이버대학들과 함께 원격고등교육의 혁신적 동반자 역할을 기대하며, 창간 32주년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다가올 100년 후 미래를 바라보는 대학 정책을

이율배반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현 정부는 교육 정책도 수십년 전으로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 문제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대학 문제를 삼켜버렸으며, 계열별 입학과 학부제 등으로 이미 세 차례 참담한 실패를 겪은 무전공 입학 재

추진 등은 대학을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 문제의 원인에는 교수사회도 커다란 몫을 하고 있습니다. 기득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교수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에도 급급해 학생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이 바로 서야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정상화 없이 대학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교련에서는 교수신문과 함께 대학 경영의 주체인 사학법인의

진단평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사학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교련은 설립 주체와 목적이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를 분리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립대는 교육부에서 책임지고 지원 육성하고, 사립대는 초광역권별로 40개 내외의 대학을 광역(특별)고등교육청에서 지자체 및 지역산업체와 협의해 지역 특성에 맞게 지원 육성해야 합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대학인 경성제국대학 개교 100주년입니다. 사교련과 국교련, 그리고 민교협 등 교수단체가 뜻을 모아 설립한 교수신문이 다가올 100년 후 미래를 바라보는 대학 정책을 대학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학의 부흥을 위해 대안을 세워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남정희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대전대)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 지방대부터 무상화 시행을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학술 정보를 제공하며 대학 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교권을 옹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비판하기 위한 기획기사

는 다른 신문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전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비정년 교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늘어나는 추세에 심각성을 느끼고 분석한 기사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은 독보적이었습니다. 1·2년마다 재임용 계약을 하며 정년트랙 교수들보다 현저히 적은 연봉을 받고 있음을 조사하고, 수업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연구년 등

각종 복지에서 차별받고 있음도 조명했습니다. 또한 2002년 교수들의 계약임용제 시행이 비정년 교수를 낳게 한 원인임을 밝히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비정년 교수 문제를 해결하자는 날카로운 칼럼도 실었습니다.

앞으로 대학이 어떻게 변해 가야 하는지 정부는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와 칼럼을 많이 싣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교수 1인당 지도학생 수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은 사정과 중소도시의 대학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문을 닫는 상황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70%의 학령인구가 고등교육을 받는 보편교육 단계에 이른 지금, 지방대학부터 무상화 시행이 필요하다는 기사도 보고 싶습니다.

노태호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대전과학기술대)

무기력한 대학에 경종을…위기 타령 말고 진지한 논의부터

2020년 설립된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은 ‘대학다운 대학, 교수다운 교수’를 철학으로, 고등교육 현장에 맞는 새로운 활동과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이념을 가진 전국 사립대노동조합이 연대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학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뉴스는 연

례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보다 수도권 집중과 격차 사회의 심화에 따라 청년 학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에서 비롯된 면이 적지않습니다. 나아가 대학 재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교육부의 대학 평가는 대학의 생사를 쥐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학 평가의 기준이 정

권에 따라 바뀌거나 뚜렷한 방향 설정을 하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대학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을 둘러싼 전반적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분위기조차 없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수신문 역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수를 대변하는 지면이므로 지면에 담기는 소식과 의견 그 자체로 고등교육의 오늘이자 역사입니다. 전국 대학교수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신문이 되어 대학의 무기력한 상황에 경종을 울리면서 공론을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서 교수신문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위태로운 고등교육 생태계…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습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대학 담론을 압도하고 있는 ‘재정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철학 부재의 대학 정책이 이어지고

재정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은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기초학문은 질식하고 있습니다. 잔혹하다 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대학 민주주의는 사치품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교육 정의를 향한 열정도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습니다. 미래 우리 사회의 품격과 국가 경쟁력을 책임질 인재 양성 기능도 심각하게 굴절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 생태

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슬프지만, 대학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질문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식인의 역할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요즘입니다. 고등교육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우리 사회의 대안은 무엇인지,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교수신문을 바라보게 됩니다.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만들어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감당해 주기를 바랍니다. 대학 정책을 설계하는 전문가들과 대학 관계자의 성찰을 이끌어 주시고, 더 큰 역할로 어둡기 그지없는 한국 지성계에 밝은 빛 비춰주기를 기대합니다. 교수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교육사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함께 노력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한국교직원공제회 임직원 및 90만여 회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다양한 학술정보 공유와 사회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성숙한 대학 문화 정착을 위

해 노력한 교수신문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은 그동안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세미나·심포지엄·학술 에세이 개최, 진로진학 전문지 <대나무> 발행, 올해의 사자성어, 대학의 유산 등 교수신문만의 독창적인 기획을 통해 교육 가족의 대변자로 성장해

왔습니다.

또한 뉴스레터 서비스, SNS채널(페이스북, 유튜브) 운영, 국회 정책 토론회 개최 등을 추진함으로써 건전한 교육 여론형성에 기여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교수신문의 여정을 응원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저희 한국교직원공제회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힘차게 비상하는 청룡처럼 교수신문 임직원 여러분 모두 비상하는 의미 있는 창립 32주년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정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

지역대학 중흥·국가교육 정상화에 모든 역량 집중

지금의 우리 대학은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출생률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과 지역대학은 큰 위기에 빠져있고 교육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교수님들은 학문 수호는 물론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

보다는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대학은 본연의 역할을 뒤로한 채 살아남기에 급급한 견리망의(見利忘義)의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교련은 교수와 연구자의 입장에서 시대전환의 방향키를 잡고 국가교육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고자 합니다. 제27대 국교련은 다음 과제들에 특히 주목하고 행동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지방과 지역대학의 소멸 위기에서 지역대학의 중흥

과 국가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국교련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둘째, 정부 교육정책 수립의 동반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국교련을 국가교육 체계의 한 축으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겠습니다. 국교련이 꾸준히 추진해 온 ‘대학 운영 자율성 확대’, ‘국립대학법 제정’, ‘국립대 보수체계 정상화’ 등은 더 강력히 요구하겠습니다. 셋째,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RISE 사업, 무전공‧자유전공 및 첨단분야 정원 확대, 의대 입학 정원 이슈 등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현안 과제에 대해서도 정책 대안으로써 분명한 대정부 대응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국가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교수신문과 독자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

보도 기능 넘어 고등교육 ‘공론장’으로 더 번창하길

교수신문이 창간 32주년을 맞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인문사회 학계는 학술 정책이나 대학 정책과 관련해 공론장의 형성과 운용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가 월 1회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만, 인사총의 활동을 보고하면서 교원 채용이나 연구 업적의 출판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사회 학계는 학술 정책이나 대학 정책 수립에 관한 학계의 지혜를 수렴할 시스템의 수립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 「인문사회학술기본법」이 발의됐습니다만,

법 제정을 위한 국회 내에서의 절차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 정책을 연구할 전문기관과 심의기구가 만들어진다면 인문사회 분야의 대학 정책이나 학술 정책 수립에 관한 학계의 지혜를 모으고 그 결과를 정책 수립에 반영할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사회가 집단지성을 수렴할 제도적 기반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많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공론장의 형성과 운용에 있어 미흡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 관련 언론이 보도매체로서의 기능을 넘어 공론장으로 기능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교수신문이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주고 있는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국교통대)

대학 몰락 막아 내는 사회적 책무를 함께

교수신문은 대학의 자유와 민주화 그리고 고등교육의 가치와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오늘날 대학은 인구절벽 시대 학생 수급난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있는데 정부의 대학 운영 개입과 통제 그리고 반

복된 정책 실패로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정부가 쏟아내고 폭주하는 시장만능주의적 고등교육 황폐화 정책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강요되고 있으며 건강한 학문 생태계와 지역 균형 및 공공성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전공 제도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등의 노골적

강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희망 고문이고 부실 교육을 우려하는 대학에는 재정적 인센티브라는 상호약탈식 재정지원으로 적자생존이란 밀림의 세계로 몰아 구조조정의 광풍 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는 고등교육에 대한 실패한 정책의 반복과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국·공립대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그리고 균형 발전을 이룰 정책의 수립을 촉구해왔습니다.

국교조는 교수신문에게 혼란과 위기에 빠진 대학 현상을 함께 고민하고 숙의하여, 고등교육의 복잡하고 기형적인 구조적 문제에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정책의 제시로 대학 몰락을 막아 내는 사회적 책무를 함께 수행하길 바랍니다.

박선주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장(광주교대)

대학사회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해 주길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32년간 교수신문은 다양한 학술 정보와 학술 문화를 북돋고, 지성사회의 변화와 쟁점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교수, 연구원, 대학 강사 등 교육계 종사자

들에게 교수신문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이 고등교육의 대전환 시대에 대학 발전의 동반자로서,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길 기대합니다.

또한, 교육계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매체로서 계속해

서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교육계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길 희망합니다.

대학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교육과 연구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수신문은 대학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전국여교수연합회는 여성 교수들의 권익 증진과 대학사회의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신문이 여성 교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대학사회의 양성평등문화 확산에 기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교수신문이 한국사회에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훌륭한 언론사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이제 ‘한국학’은 글로벌 이슈…전 세계적인 관심 고조

한국 지성 최고의 정론지인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깊이 있는 저널리즘이 시들해져 가는 요즈음에 모든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창간 정신에서 제시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지키며 줄기차게 달려온 교수신문의 저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30여 년 전에 교수로 임용되었으니, 저는 교수신문과 같은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용의 기쁨에 젖어 있던 저는, ‘교수’라는 전문 직종을 내세운 신문 이름에서 ‘이런 신문도 있었나?’ 하는 생소함과 ‘이런 신문도 있었구나!’ 하는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다른 저널들과 달리 교수신문은 대한민국의 지성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현실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며 전문적인 분석과 비판적 대안 제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 교육 현장의 생생한 소식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심층적인 서평과 함께 이루어지는 다양한 책 소개는 학문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였습니다. 여러 분야 전문가의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한국학중앙연구원 구성원으로서 교수신문에 부탁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져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되는 때입니다. 이제 ‘한국학’은 글로벌 이슈이니, 교수신문이 적극적으로 다룰 만한 주제라고 확신합니다.

“외부의 시선이 오히려 ‘패배감’을 부추기는 것 같다”

좌담_지역을, 지역에서, 지역을 넘어 연구하기

2023년 5월부터 시작한 교수신문 연재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 시즌2는 지역·젠더·학문분과를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 ‘곳곳의’ 연구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이었다. 지난 2022년 4월, ‘30대 신진 연구자’의 목소리에 이어, 이번에는 지역 ‘곳곳의’ 연구자를 만났다. 이는 천하제일연구자대회 시즌2를 관통해 제기되고 있는 학문적·지역적·젠더적 위계를 고려한 비판적 성찰의 필요성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독일과 광주, 대구와 부산, 안동, 그리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살아가는 연구자 8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나 삶의 기반은 지역이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위계적 구분은 연구자의 삶과 연구를 규정하는 잣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방대학 행·재정 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한다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에 지역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지역의 연구자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이번 좌담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수 년간 연구를 이어가지만, 여전히 ‘학문후속세대’로 뭉뚱그려지거나 ‘지방대 출신’, ‘지역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산다. 연구자들은 서울 중심의 분리와 차별, 위계화, 자원 독점의 영향을 피부로 느낀다. 한편으로 강사와 비전임 교원,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신진 연구자다. 또, ‘지방’에 대해 당사자로서 말하라는 끊임없는 요청을 받는 지방의 학문후속세대로 불린다. 이 둘 사이 혹은 경계에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학문의 기반, 지역과 대학에 대해 고민하지만, 이 고민의 발화는 늘 동어 반복처럼 회자된다.

“지역 연구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자긍심’을 느끼며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내 모습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이 오히려 ‘패배감’을 부추긴다. 이것이 나를 더 위축시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감정과 거리를 두고, 위계화된 지역의 구도, 지방 소멸로 대변되는 지역 위기의 문제를 어디까지, 얼마만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학벌주의와 성과주의가 뒤얽혀진 학계 풍토를 걷어내지 않은 채, 현 정부는 ‘지방시대’를 말한다. 그 지역의 ‘사람들’보다 지역의 기업이나 메가 전략에 매몰되는 정책 논리는, ‘연구중심대학’이라지만 그 안의 연구자 ‘사람’보다 ‘실적’으로 줄 세우는 작동 원리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도, 개인의 지적 성장과 자유, 동료 연구자와의 연대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한 지역은 새롭게 정의될 수밖에 없다. 지역을, 지역에서, 지역을 넘어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의 고민과 전망을 듣는다.

△ ‘지역에서 연구하기’가 지역 연구의 기반 또는 학계 풍토 속에서 나에게 어떤 경험으로 다가왔는가.

장수희: 먼저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연구하면서 느낀 감각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에 관한 자료 중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운동은 운동의 역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거나 사라져버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그런 것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역의 지리적 감각과 문화적 감각을 가진 연구자의 지역 연구는 소중하다.

신현아: 나는 연구 주제로 지역의 구조나 지역적 삶의 양식을 다루고 있지만, 원래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도 컸고,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의 연구 주제는 지역과 관련이 적은 서브 컬쳐나 청년 문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부산에서 연구자로서

지역에서 연구하는 고유성 ‘약점’이라 생각한 적 없다

중심/주변 위계를 반복하기보다 주변성 다양화가 절실

‘지역은 주변화돼 있다’는 이분법은 폭력적인 시각이다

‘한국의 학문은 서구에 종속돼 있다’는 담론도 마찬가지

서울·지방 격차 크지만, 서울 역시 단일한 공간 아니다

서울도 하나의 지역으로 보고 학문하는 것을 고민중이다

살아가며 지역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지역에서만 살아오다보니 서울이라는 타자를 거의 인식하지 못해서 체감을 못했는데, 연구라는 장 속에서 부딪히면서 그 차이를 체감했다. 서울은 지역/지방이타자이지만, 지역은 서울이 타자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자라고 또 지역의 도시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내 삶을 한정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연구로 해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지역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예슬: 한국 사회의 친밀성의 구조 변동을 설명하고 싶었다. 이론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삶을 조망해보니 친밀성의 구조 변동은 커녕 너무나 전통적인 친밀성을 실천하는 중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친밀성의 구조 변동이 지역의 서사에는 한계를 지녔다. 이러한 간극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위해 막스 베버의 가치분화론에 매달렸다.

권수빈: 청년 연구를 하면서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과 인터뷰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내가 지역 사람이란 사실을 자각했다. 왜 청년 연구

에서 지역은 말해지지 않는가를 찾다가, 지역 내부의 발화가 지역 청년을 특정하게 재현하는 것에 분노가 있었다. 수도권/지방 담론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지역이라는 위치가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다고 느꼈다. 이는 남성 중심 서사가 설명하지 못하는 지역 여성의 서사, 이성 중심 서사가 설명하지 못하는 지역 퀴어 서사와 마찬가지다.

이회진: 나는 마르크스를 전공했지만 정작 마르크스는 철학·비철학 연구 모두에서 주변화된 주제이자 대상이 됐다. 반면 독일은 100년 넘게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출판하고 있다. 핵심은 ‘연구자가 지역, 지방대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이며, 우리 연구자를 가로막는 문제는 피라미드화된 대학 내 권력 구조다. 연구자는 ‘먹고사는 문제’ 속에서 연구해야 하나, 대학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며 권력이 전무하다. 또 실적 채우기, 비수도권 차별, 학벌주의

방치, 정치권 영전이 목적인 교수들, 비전공자의 전공 논문 심사 등의 문제가 있다.

김대현: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가 막대하지만, 서울 역시 단일한 공간은 아니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인생의 절반인 20년을 서울 유학생으로 살다 보니, 서울은 내게 ‘전력을 다해 적응하려 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대학 시절 겪은 빈부 격차의 경험과 더불어, 석·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아무리 노력한들 서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에 올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까닭에 한국사 연구의 한 맥을 차지하는 계급 및 사회경제사 연구 흐름과 더불어, 운동사회에서 최근 논의되는 세입자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김신현경: 부산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해서 울산-현대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가족주의를 알게 됐다. 그래서 중심-서울에 가고 싶어 노력했고, 여성운동에 눈을 뜨면서 대학원에서 페미니즘·젠더를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지나면서 그 학문 자

체가 주변적이란 사실, 한국 대학과 독일 유학을 거치면서 중심성과 주변성이 만드는 상대적인 구조, 위계화된 분리를 깨달았다. 아주 좁은 중심-중앙이 모든 자원을 누리는 꼴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연구재단이 서울과 지역을 나누는 것 또한 중심성과 학벌 중심 서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서울도 하나의 지역으로 보고 학문을 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 ‘지역에서 연구하기’를 할 때 문제의식과 대안은.

신현아: 앞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 『망명과 자긍심』을 떠올렸다. 장애-퀴어 정체성을 가진 저자는 보수적 지방인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가지만, 그 안에서도 완전한 친밀성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망명한다. 보수적이고 낙후되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지만 거기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도시의 문법 속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처럼 ‘열

패감’이 아니라, 지역에 다른 문법과 자긍심이 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회진 선생님이 말한 피라미드화된 대학 내, 대학 간 권력 구조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교수 사업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대학 내의 층층시하의 관계나 대학 간 서열 등과 달리 모두가 개별적으로 연구재단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회진: 교수의 대부분은 외국 박사 또는 서울 특정 대학 출신이며, 이들이 지방대 교수로 주로 채용된다. 하지만 이들은 “지방에 있다”는 피해 의식인지 열등의식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없다”는 의식은 분명히 있다. 위계화된 질서의 대물림 현장인 대학에서, 권력 구조상 가장 아래에 있는 강사 연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담아내는 것으로 지역에서 연구하기를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박사학위 논문 심사, 교수 채용 심사, 한국연구재단 사업 평가에 전공자라면 전임교수가 아니더라도 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금씩, 끊임없이 권력의 분배를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강사 연구자들도 연구년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권수빈: 지금 회자되는 ‘지방시대’라는 담론은 1990년대 ‘지방화시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절체절명의 위기처럼 여겨지는 지방 소멸은 역설적으로 지방을 말하면서 지방을 소외한다.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 구상은 지방을 대상화하는 전략이자, 자본으로 지방을 줄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 담론은 오히려 지방민들의 삶을 소외시키고 관광 산업이나 기업 유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다. 지역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경쟁력 있는 지역만 살아남는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은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는 권력 위계를 뒤집어 지방을 중심성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심/주변 위계를 반복하기보다 주변성의 다양화, 이질화가 절실하다. 있는 그대로의 지역성-위치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예슬: 스스로 지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한다

는 고유성을 ‘약점’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내 모습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이 오히려 ‘패배감’을 부추기는 것 같다. 세상이 ‘지역에서 학위하고 연구한 당신은 위축되어야만 해’라고 소리치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한국연구재단 시스템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연구재단 사업의 연구보조원, 장학생으로 참여해 석·박사 기간 동안 경제적 걱정을 덜었다. 소위 ‘지역’ 트랙으로 선정된 사업이 실제로 지역에 학문하는 신진학자를 길러낸 셈이다. “지역은 주변화되어 있다”는 이분법은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을 다시 적용하려는 폭력적인 시각이다. 이는 “한국의 학문은 서구에 종속되어 있다”는 담론도 마찬가지다. 지역과 서울의 격차는 한국 사회가 덜 분화되어 있어서 더 심화하는 것이다. 사회가 다양한 가치 영역으로 분화한 다원사회가 되어야 이런 이분법의 무의식적 분류를 멈출 수 있다.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지역은 지배받는다”는 담론을 벗어나야 한다. 모든 사회는 중심과 주변이 있다. 중심-서울이 주변-지역을 지배 통치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상호 침투하여 상호 영향을 미친다.

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재정 건전성, 대학 자율성, 글로벌 경쟁력

대교협이 함께 하겠습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리며

대학의 혁신과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정론지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미래의 대학 사이버대학이

온라인 고등평생교육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창간 32년을 축하드리며,

미래 사이버대학의 ON LINE

고등평생교육을 선도하는

정론지로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회장 박 상 규 회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학교 총장)

교육계 뉴스를 속 깊게

들여다보는 정론지로 더욱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한 국 원 격 대 학 협 의 회

Korea Council For Online Univ ersities

‘실적’ 쌓는 연구중심대학… 연구중심 ‘인간’을 지원하는 체계를

김신현경: 비판적 인문사회과학이 주변화된 학문으로 여겨지면서 사라지거나 재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연구중심 또는 대형 대학에서만 그나마 재생산된다. 서울과 지역의 격차뿐 아니라 서울 내 대학들의 격차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이브레인넷을 보니 심지어 의대, 이공계 간에도 수익으로 인한 피해 의식, 자원 독점과 이 구조의 재생산 문제가 큰 것 같더라. 어디서나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이 강화되고 격차가 커지고 있다.

추주희: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 연구하면서 학문적 관심을 키워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공간에 대한 비판 의식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러나 공부할수록 학계의 풍토, 연구 환경이 오히려 나를 더 밀어내는 듯한 타자화 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연구자의 위치는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이고 여전히 주변화돼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연구 경력을 쌓으면서 8년이 지났지만, 정작 사회나 주류 담론은 나와 같은 이들을 여전히 ‘학문후속세대’라고 부른다. 이는 연구자의 위치를 계속 세분화·분절화시켜 어떤 연대도 못 하도록 하며,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키우는 다른 행동과 선택을 제한한다. 스스로가 ‘불판 위의 물방울’이란 생각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연구하는 또 다른 희망은 늘 다른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신뢰와 희망을 느낀다.

김대현: 2015년쯤 학계와 동료들에게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했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내가 가진 어떤 불리한 여건에 대한 걱정 등 여러 복마전을 치를 일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여성운동에 비해서도 정부의 재정 지원이 태부족한 퀴어 운동판에서 활동하면서, 그 조건 속에서도 각자의 뜻과 활동을 펼치면서 조직 내 민주성을 지키고 커뮤니티를 돌보고 운동사회의 성원권을 인정받는데 성공한 동료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한때 “왜 연구해야 하나?”란 의문을 달고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연구하고 살아갈 힘’을 빼앗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힘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연구가 무슨 효용을 갖는지 스스로 분명하게 아는 것이 필요했다. 가령 종로·이태원으로 밀려난 성소수자 및 성매매 여성 커뮤니티의 현장에 있던 경험, 코로나19 확진자 추적

에 따른 아웃팅 사태 등을 겪으면서, 당사자 스스로 퀴어 커뮤니티·운동 속 지역의 역사와 맥락을 설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됐다. 이렇게 손에 잡히는 커뮤니티와 손에 잡히는 학문의 효용 가치가 이제까지의 공부와 연구에 중요한 동력이 됐다.

장수희: ‘천하제일연구대회’를 떠올렸던 것은 박사 졸업 직후 수많은 이력서를 돌리고, 연구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써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연구지원의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연구자들은 연구를 계속할 터인데, 불안정한 연구지원 시스템과 연구자의 위계를 나누는 수많은 하이어라키는 연구자가 연구할 힘을 빼앗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이전에 한 좌담회에 참석해서 “서울에서 자리를 찾아 지역으로 내려간다는 말은 흔히 하지만, 반대로 지역에서 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은 나올 수가 없다”고 발언했을

피라미드화된 대학…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많은 변화 가져와 나는 연구재단 시스템의 수혜자…‘지역’트랙으로 신진 길러내

지역에서 연구하기, ‘보편적 이론’ 만들 수 있는 작업 가능하다

다양한 위치성, 삶과 연구로 이어져 더 많은 이야기로 확장되길

‘나는 지역을 해명할 수 있는 사람’…자긍심 갖고 ‘지역을’ 연구

지역에서 어떻게 문제를 돌파할 것인지 다층적으로 말하고 싶다

때, 모두가 재미있어하며 웃고 넘어갔다. 그래서 어떤 연구나 문제의식은 그저 ‘신기한’ 것으로만 여겨진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대학 중심의 지원 체계인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구상이 계속되어도 되는 것일지 묻고 싶다. 오히려 ‘연구 중심 삶’, ‘연구 중심 인간’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연구 중심 인간’이 모였을 때 비로소 ‘연구중심대학’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러니 연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에 관해서 더 다양하고 다른 삶의 방식이 상상되어야만 하고 존재해야만 한다.

△ 자신의 ‘지역에서 연구하기’ 이야기를 듣고 싶다.

추주희: 오늘 나눈 이야기들 속에서 지역 연구

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도, 지역에서 혹은 지역을 연구하는 것 자체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련의 이야기 속에서 지역에서 연구하기는 또 다른 연구 분투기 혹은 투쟁기를 써 내려가는 듯 느껴졌다. 지역을 주변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현재의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다른 힘과 실천을 더 이야기 나누었으면 한다.

이회진: 독일의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편찬 작업이 100년 이상 이어져 온 이유는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역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소는 정부의 정치적 성격, 심사자의 개인적 성향 등과 같은 문제로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독일과 같은 학문의 탈정치적 발전,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지역에서 연구하기에 가장 필요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또한 지역에서 연구하기는 지역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든 지 그렇지 않든 보편적 이론을 만들 수 있는 작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적을 쌓기 위한 품앗이 같은 대부분의 학계·학회는 현재 어떠한 지역성도, 보편성도, 특성도 담아낼 수 없다. 오히려 지역에서 보편적 이론을 연구하는 것이 향후

지역 소재 학파를 양성할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서양 사상을 비판적·한국식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한국이 서양 사상을 정확하고 전문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학문의 전문화’도 필요하다. 끝으로 연구자의 책을 전국의 도서관이 구매하면 연구자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된다.

신현아: 여러 연구 주제를 거치면서 늘 그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역을 연구하면서는 내가 이 문제를 해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역이나 대학 위계 속의 열패감이 아니라 “이것은 해명될 수 있는 이야기이며, 나는 그것을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긍심을 갖고 연구자로서의 위치를 자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슬램덩크」에서는 누가 농구를 더 잘하는가 보다도, 농구장에서 만나게 되기까지 각자의 역사와 각자 자기만의 농구가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보여준다. 그런 것처럼 연구라는 장에 들어오게 되기까지의 나의 역사와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연구자가 각자 자신이 발을 딛은 지역에서 연구하는 것이, 연구의 다양한 위치성으로 이어지면서 삶과 연구가 접속되고, 더 많은 이야기로 확장되면 좋겠다.

권수빈: 마찬가지로 연구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나에 대한 해명으로 연구하다 보니, 결국 지역을 써야 했다. 주변의 지역 여성과 퀴어, 공동체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수도권/지방 현실을 설명하려고 탈식민 젠더 이론, 퀴어 이론을 빌려서 작업해왔다. 선행연구 자원이 부족하다. 예컨대 한국연구재단의 ‘지역 연구’라는 학문 분류에 ‘한국 내의 지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역에서 연구하기’를 말하는 만큼 ‘지역을 연구하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주변성을 논할 때 그것의 열악함이나 차별적 현실을 증명하는 것에 매몰될 때가 있는데, 그보다는 지역에서 어떻게 문제를 돌파할 것인지를 다층적으로 말하고 싶다.

이예슬: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물음은 나 자신-개인에 대한 설명에서 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나의 삶에서부터 가족적인 것, 지역적인 것, 사회적인

것, 국가적인 것, 지구적인 것까지 자연스레 확장된다. 나의 삶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문제의식이 거대한 사회질서와 사회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둘의 관계·맺음 양식을 설명하고 해석해 나가고 싶다.

김대현: 연구의 힘과 동기는 나 혼자 짜내는 것이 아니라 주위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고 믿는다. 내 연구에 대한 첫 번째 동기 부여는 2015년 결성된 역사연구자 단체인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가 회칙으로 천명한 성별 및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차별금지 원칙이었다. 그 조직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강단을 만들자는 취지로,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강의를 여는 만인만색 ‘심야학당’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이런 활동들이 연구의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됐다. 그밖에 퀴어 운동 및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매번 새로 생기는 의미와 사회의 구체 가운데 있으면 서 그때의 경험과 희열, 고양감이 내 연구 및 삶과 연결되었고, 과거 자료를 읽는 역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미래의 역사 자료가 될 운동단체의 소식지를 직접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 됐다. 연구를 통한 효능감이란 나에게 ‘살맛’을 지키기 위한 처연한 동아줄이자 남이 빼앗을 수 없는 존엄과 같다. 끝으로 부산 출신으로 그곳의 마초 문화가 싫어서 상경했으나, 최근 <부산일보>에 젠더 관련 칼럼을 쓰면서 내 출신 지역과 화해하는 일이 나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과정임을 조금씩 체감하는 중이다.

김신현경: 연구중심대학, 연구 중심성은 인간에 기반하지 않은 제도화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나는 제대로 된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이야기한 것을 기반으로 다른 제도화가 이뤄지면 좋겠다. 정년트랙 전임교수를 중심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비전임 교수를 위계적으로 줄을 세우고 비판적 인문사회과학의 설 자리를 좁히는 제도화 말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그 학문으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수희: 조금 엉뚱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40대 후반 이상의 비정규직 여성 연구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에 별자리로 된 지도를 따라 모험하는 충만함으로 행복한 세계를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빛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세계는 넓어도 마치 자기 집과 같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40대를 넘어서 계속 자신의 연구를 지속해나가는 선배 여성 연구자들이 하늘 위에 총총히 뜬 별처럼 느껴지고, 그 별자리 지도를 따라서 연구라는 세계를 계속 모험하고 싶다. 그러니 각자의 장에서 연구하고 분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선배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연구하고 살고 있다면 나도 연구하면서 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의 장면을 만나든 충실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

사회 추주희: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전남대에서 청소년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가족·커뮤니티 형성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 소수자의 빈곤과 삶, 친밀성과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권수빈: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연구교수

지역과 교차성, 공동체문화/예술을 연구한다. 청년세대 담론과 한국 사회 ‘지역(지방)적인 것’의 재현에 관한 문제 의식으로 공부해왔다. 최근에는 지역-연구하기의 대안적 방법론을 고민 중이다.

김대현: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연세대 사학과에서 한국 현대의 퀴어 및 소년비행 관련 주제로 박사를 했다. 한국 현대의 젠더·섹슈얼리티 낙인의 형성과 그에 결부된 지식·제도에 관해 공부해왔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신현경: 서울여대 교양대학 교수

이화여대에서 문화연구와 섹슈얼리티 분야를 전공했다. 현재 연예 산업 속 연예인의 자살 문제에 대해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청년세대 친밀성과 섹슈얼리티, 일본군 ‘위안부’와 냉전, 문화 연구를 위한 시각적 방법론에 관심이 있다.

신현아: 부산외대 강사

산업도시 거제의 중공업 가족과 지역적 삶의 양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정희 시대 중공업 산업도시 재편과 반공주의와의 연관성, 그리고 87년 전후 중공업 노동자 가족의 문화사를 지역이라는 틀을 통해 보고자 한다.

이예슬: 계명대 국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계명대에서 막스 베버의 에로틱 영역 분화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젠더·친밀성·에로티시즘·섹슈얼리티에 관해 문화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회진: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 특별연구원

전남대에서 마르크스 공산주의로 박사 논문을 썼다. 2015년부터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번역을 하고 있다. 문헌학을 기반으로 기존의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차이를 연구 중이다.

장수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초빙교수

일본군 ‘위안부’ 서사 자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서사를 찾고 비교·분석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공명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교수사회와 동행하는 교수신문

깊고 건강한 정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 주십시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함께하고 응원합니다.

제27대 상임회장

김정구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이사장 양성렬

‘축’교수신문 창간 32주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침묵은 결국 가해자의 편에

서있는 것이다.”

- Elie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대학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데

힘써주시길 바랍니다Wiese

대학 발전과 교수사회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총장 이선재

대구대학교 박순진 총장

총장 한수환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대학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대학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진리의 빛으로, 지역의 벗으로

부산가톨릭대학교 개교 60주년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총장 홍경완

총장 남상호

미래 대학의 새로운 표준

대전대학교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총장 원 종 철

※ 대학 가나다순

하늘로, 바다로, 세계로 도약하는

한서대학교

디자인, 해양수산, 공항운영

항공특성화

한서는 한서인들을 기다립니다.

한서의 꿈은 한서인들의 꿈과 미래를

실험하는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큰 꿈을 꾸셔도 좋습니다.

한서가 함께 하겠습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

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총장 최기주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총장 이병운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의

欣欣向榮을 기원합니다.

총장 함기선

중국공산당, 그 100년

이시카와 요시히로 지음 | 강진아 옮김 | 투비북스(TOBEBOOKS) | 348쪽

세계적 규모의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지닌 중국공산당 체제는 전근대 시기의 강대한 왕조와 같다. 외세의 반식민지로 전락해 수십 년 동안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시기와 비교하면 지금 중국은 엄청난 부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사회 통제’라는 모순돼 보이는 이 시스템은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두 갈래의 길

박번순 지음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344쪽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역사적으로 경험한 적 없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보여줬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빠른 경제 성장을 이어 왔고, 이제 세계는 중국 경제의 성장에 두려움과 함께 질시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인도는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에 맞먹는 인구,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의 자부심은 세계인으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용을 낚는 사람들

박태일 지음 | 소명출판 | 509쪽

저자의 첫 시선집인 이 책은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시 중에서 210편을 엄선해 수록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시인의 40여 년에 걸친 시적 여정을 담고 있으며, 우리말의 결과 가락을 잘 살려 쓴 시인으로 알려진 저자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은 생활세계의 구체적인 경험 현실에 뿌리내린 채 삶과 죽음·개인과 역사·서정과 서사 사이의 떨어진 거리의 언어적 고투와 방법적 탐색이 유려하다.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

이돈삼 지음 | 살림터 | 280쪽

이 책에는 1597년 8월 3일(음력)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이 조선 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에 이르는 44일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늦여름에서 스산한 가을에 이르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에서 우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마주한다. 육로와 바닷길을 따라가노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나가 된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거친 숨결이 훅 끼쳐오는 듯하다.

국민연금 가치 선언

제갈현숙·주은선 지음 | 동아시아 | 212쪽

대대적인 국민 참여로 이뤄지는 연금개혁이 21대 국회에서 첫발을 뗄 수 있을까? 22대 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민대표단 500인과의 공개 토론이 공영방송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4차례에 걸친 이번 토론은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시민이 최초로 연금개혁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갈림길에 선 국민연금이 거쳐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방사선사는 이렇게 일한다

김진희 지음 | 청년의사 | 248쪽

저자는 방사선사로 19년째 일하고 있으며 한 대학병원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 책은 ‘방사선사’라는 직업에 관심있는 이들, 방사선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래의 방사선사들에게 도움이 될 유용한 정보와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방사선이란 무엇인지부터 방사선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를 비롯해 방사선사 면허 취득과 취업·부서별 업무 형태와 필요한 마음가짐·미래 전망 등을 순차적으로 다룬다.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

피터 T. 콜먼·로버트 퍼거슨 지음 | 김미양 옮김 |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감수 | 마리북스 | 496쪽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에 갈등이 넘쳐난다. 개인은 개인대로·조직은 조직대로·사회는 사회대로·국가는 국가대로·세계는 세계대로. 갈등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이런 갈등의 시대, 세계적인 갈등 관리 전문가인 저자의 이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컬럼비아대는 귄위 있는 갈등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

천의영 지음 | 공간서가 | 237쪽

건축학자이자 다양한 도시·건축 행사를 총감독하고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가 한국 도시건축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 방향성을 모색한다. 저자는 급변하는 미래 사회를 내다보며 서울과 우리 도시를 위한 새로운 도시 공간의 모델을 오랜 기간 탐구하고 실험해왔다. 그동안의 고찰을 간결한 글과 도표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 연구로 정리한다.

동물 윤리의 최전선

이노우에 타이치 지음 | 정혜원 옮김 | 두번째테제 | 436쪽

이 책은 최근 동물과 관련된 이론·실천의 주요한 흐름인 비판적 동물 연구(Critical Animal Studies, CAS)를 개괄하면서, 19세기에 시작돼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에서 개화한 동물 윤리와 동물권 철학과 고전 페미니스트에게서 기원한 탈착취(비거니즘) 사상을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비판적 동물연구라는 흐름은 아직까지 국내에 자세히 소개된 적 없는 동 물 연구의 새로운 분야로 다양한 실천들을 낳고 있다.

서평_『초월과 자기-초월』 메롤드 웨스트폴 지음 | 김동규 옮김 | 갈무리 | 528쪽

‘초월’로 그려내는 철학사의 지도

자기 중심적 주체성의 철학을 넘기 위한 신앙

이방인·적에게 되돌아가 파송되는 탈중심적 자기

미국의 종교철학자 메롤드 웨스트폴 전 예일대 교수가 쓴 『초월과 자기-초월』은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위-디오니시오스, 아퀴나스, 스피노자, 헤겔, 키에르케고어, 칼 바르트, 하이데거를 거쳐 레비나스까지 ‘초월(transcendence)’과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이라는 열쇠말을 씨줄과 날줄 삼아 철학사를 엮어 나가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먼저 ‘초월’과 ‘자기-초월’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초월’은 신 또는 신앙, ‘자기-초월’은 인간 또는 인간의 ‘주체성’과 관련

을 맺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 두 개념을 실마리로 삼는가? 저자는 “신의 초월과 인간의 자기-초월이 본질적으로 한데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왜 그런가? 저자에 따르면, “신의 초월은 언제나 인간의 자기-초월을 신의 초월에 대한 적절한 응답으로 요구하는 부름”(9쪽)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자신에게만 골몰하는 주체성 혹은 ‘자기-중심적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주체성의 철학’을 넘어서기 위해서 는(‘자기-초월’) 신앙(‘초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은 나의 지식이나 의지를 넘어서 있는 약속과 명령을 통해 나 자신 너머의 삶으로 나를 부르는 나자신 너머의 목소리”(482쪽)이다. 초월은

자기를 변형하는 자기-초월을 요구하는 것이고, 신의 목소리, 즉 고아와 과부, 이방인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의 명령이야말로 “나를 결정적으로 탈중심화”한다.

저자는 초월과 자기-초월이라는 개념을 (재)맥락화하기 위해서 이 개념들이 관통하는 또는 지양하는 ‘네 개의 초월’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네 개의 초월은 ‘우주론적 초월’, ‘인식론적 초월’, ‘윤리적 초월’, ‘종교적 초월’이다. 그리고 이 네 개의 초월을 가로지르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존재-신학(onto-theology)’이다. 더

정확하게는 존재-신학 비판이다. 그렇다면 존재-신학은 왜 비판돼야 하고 극복돼야만 하는가? 저자는 “존재-신학의 과제는 현실 전체를 인간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208쪽)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철학은 인간의 설명에 대한 욕망/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습으로 철학 속으로 들어올 것을 신에게 요구한다.”(88쪽) 이제 “신은 철학의 용어와 철학의 기회에 봉사하는 방식으로써만 철학의 담론에 들어갈 수 있”(195쪽)게 된다.

이처럼 ‘존재-신학’이라는 욕망으로 인해 철학(인간 지성)이 종교(신앙)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아테네가 예루살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존재-신학은 신혹은 전적인 타자성의 자리를 인간, ‘자기-

중심적 주체’가 대신 차지하게 만든 주범인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초월’이 부재하는 철학은 인간이 자신을 벗어날 수 있는 자기-초월의 자리를 남겨두지 않는다. 이러한 ‘내재성의 철학’에는 인간 이성의 충족성, 인간 의지의 자율성의 자리는 있지만 타자성이 머물 곳은 없다. 따라서 초월이 부재하는 사유는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충족적인 근대적 주체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근대적 주체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바로 ‘초월’의 도입이다. 이 우주론적 초월의 존재를 통해서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충족적’인 주체를 벗어나 ‘자기-초월’의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초월’의 사유는 ‘탈-근대적’ 사유와 만난다. ‘탈-근대적’ 사유 역시 ‘탈-중심화된 주체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자기-초월을 통해서 이 ‘탈중심화된 자기’는 어디로 가는가?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방인들의 세계, 심지어 적들의 세계로 되돌아가도록 파송된다.”(250쪽)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자기-초월은 자기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를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체는 오직 탈중심화를 통해서만 중심에 도달할 수 있다. ‘초월’과 ‘자기-초월’의 관점에서 어쩌면 주체의 중심은 항상-이

미 탈중심화돼 있는지도 모른다.

이재환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화제의 책_『눈물꽃 소년: 내 어린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56쪽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니…‘인간다움’을 엿보다

꽃씨들의 대화로 전하는 철학의 울림

자전적 에세이 33편과 직접 그린 그림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이 에세이를 읽는 내내 그 어떤 사상서나 철학 책보다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순수하기에, 진실하기에 그리고 나날이 반성하기에 그럴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사상이 어떠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에세이가 바로 『눈물꽃 소년』이다. 이 책은 우리 문학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33편은 그가 직접 그린 소소한 그림과 함께 실렸다.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말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듯하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그리메(그림자)’, ‘통

게통게(두근두근)’, ‘애저탕(아기돼지로 만든 국밥)’ 등 우리 옛말과 방언은 ‘내 어린 날의 이야기’에 아름답게 녹아있다. 『눈물꽃 소년』에는 교과서에 실리면 좋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숏폼 등 자극적 영상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눈물꽃 소년』은 올해 출판계에 작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 책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독자는 “구수하고 정겨운 순우리말이 섞인 전라도 사투리에 문학적인 표현이 가득한 책에는 자전수필도 이렇게 아름답게 쓰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라며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자연과 사람을 포함한 세상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고 아름답다”라고 평했다. “책을 만지는 손에서도 향기가 묻어난다. 옛날 일을 어떻게 이렇게 모두 기억하고 내용을 꽉 채웠는지 궁금하기도 한 에세이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어린 시절도 대변해 준다.”

이 에세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다섯 남매를 홀로 키운 어머니. 부모님은 박 시인의 어린 날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애쓰며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박 시인은 저금통을 몰래 뜯기도 하고, 몸서리 칠만큼 아프도록 어머니께 회초리를 맞기도 하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기반성과 회한은 박 시인의 일상이었다.

에세이들은 박 시인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것만은 아니다. 방물장수의 걸쭉

한 목소리와 할머니의 애달픈 조언, 심지어 꽃씨들의 대화까지 등장한다. “원한은 말이시, 참말로 중헌 것이네. 원은 보듬고 풀어서 해원해야 하나, 한은 깊이 고이 품어가야 하는 것이제. 한에서 정도 나고 눈물도 나고 힘도 나오는 게 아니겄는가.”, “(꽃씨들의 대화) 빨리 봄이 오면 좋겠다. 햇살이 너무 그리워. 아냐 더 단단히 말려야 해. 어둠이 더 필요하다니까. 맞아 맞아. 그래야 빛깔도 맑고 향기도 좋지. 난 있지, 사나운 것들 속에서 피어나려면 강해져야 해.”

박 시인의 사상이 단단해진 것은 두 축을 통해서다. 하나는 동강공소와 호세 신부님으로 드러나는 종교적 영성, 다른 하나는 남도의 작은 마을 속 공동체였다. “세상의 큰 울음을 통하지 않고는 복음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가난과 결여는 서로를 부르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했다.

박노해 시인은 어린 시절 경험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엮어냈다. 사진=나눔문화

쓸모없는 존재는 한 명도 없었다. 노인들도 아이들도 제 몫의 일들이 있었고, 대지에 뿌리박은 공동체 속에서 우리 각자는 한 인간으로 강인했다.”

박 시인은 나중에 서울로 식모살이 하러 간, 말을 더듬는 ‘연이 누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연이 누나, 나는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잘 받아써주는 사람이 될라요. 입이 있어도 말못 하고 맘이 있어도 쓸 수가 없는 그런 사람들의 입이 되고 글이 될라요.”

본명 박기평. 하지만 엄혹한 군부 독재 시절, 참세상을 위해 ‘박노해(박해받는 노동자 해방)’라는 필명으로 살아왔던 시인. 그는 지금까지 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사상의 깊이·넓이·무게가 얼마나 크고 진중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박 시인이 준비하고 있다는 “우주에서의 인간의 길을 담은 사상서”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그동안 그는 『너의 하늘을 보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다른 길』 등 시집과 사진 에세이를 집필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저자가 말하다_『기후변화와 생태계 물질순환』 박훈·송철호·최현아·이우균 지음 | OJERI BOOKS | 260쪽

지구시스템 모형이 본 환경 위기…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일반 독자 모두에게 유익한 기초과학 개론서

기후변화의 원인·현황·시나리오 등 네 가지 주제 다뤄

인류 활동으로 인해 환경과 기후위기는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필자가 고려대 부설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의 동료 학자들과 함께 환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계 물질순환 기초과학의 최신 성과를 리뷰해 펴낸 『기후변화와 생태계 물질순환』은 환경과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생태계 물질순환의 왜곡과 과잉에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환경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곡 및 과잉 상태의 생태계물질순환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생

태계 물질순환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집필했다. 2년 가까운 토론과 방대한 문헌 검토를 거쳐 주제를 다듬으면서 크게 네 가지 주제를 선정했고, 원고 마감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자평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의 원인·현황·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 패턴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해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둘째, 기후변화와 관련된 생태계 물질순환 변화를 다뤘다.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원소인 탄소, 산소+수소 (즉, 물), 질소, 인, 황, 그리고 생태계에서 주요 오염물질이 되어버린 플라스틱의 순환과 그 변화를 분석하고, 인간 활동이 이러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물질순환 변화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셋째, 생태계 물질순환 이해에 중요한 모형을 소개하고 한반도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문헌에 익숙한 독자

라면 많이 들어보았을 기후변화 시나리오(RCPs, SSPs) 분석의 시작이 되는 통합평가모형(IAMs)을 시작으로 육상모형·대기모형·해양모형 등이 연계해 지구시스템모형(ESMs)까지 확장하면서 기후와 환경의 위기가 발생하고 악화하는 기작을 설명했다.

그리고 모델이 환경과 기후문제들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를 소개했다. 몇몇 유형의 접근 방법에 관해서는 모형을 한반도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예로 들었다. 물론 모형의 한계와 불확실성도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더 연구할 방향을 제시했다.

필자를 비롯한 공동 저자들이 리뷰 과정에서 지식 간극(knowledge gap), 연구 간극(research gap)으로 파악한 생태계 물질순환 기초과학 연구,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연구, 정책과 실천과의 연계 등을 간단히 다뤘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물질순환』이 환경과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개론서가 되길 바란다.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유익하며, 위기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내용 이해에 도움을 드리고자 저자들과 출판사 담당자가 공을 들여서 연구 결과를 담아낸 51개의 그림, 31개의 표가 그 증거 중 일부다.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이 2014년 설립 이래 꾸준히 학술 교류·인적 교류·공동 연구를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해 온 세계적 연구기관들과의 연구네트워크도, 단순 문헌 분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전체적 조망과 해결책 모색에 큰 도움이 되어 책에 녹아들었다. 방대한 양의 물질순환을 다루다 보니 설명이 좀 부족하고, 처음이다 보니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지 못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는 생태계 물질순환에 대한 향후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정책 및 실천과의 연계 방안을 구체화하며, 일반 독자를 위한 더 친절한 설명을 이

어지는 책에서 시도할 예정이다.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원장

책으로 보는 세상_『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테레사 뷔커 지음 | 원더박스 | 400쪽

더 많은 일 하는 게 더 가치 있을까

시간의 관점으로 사회적 위험 바라보기

사회권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

제22대 총선 과정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회권’을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그는 “사회권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누릴 권리”라고 말하면서, “주거권·보육권·교육권·건강권이 보장되는 나라가 ‘사회권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불평등 같은 사회적 위험이 점점 커지는 현 상황에서 본다면, 사회권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화두임에 틀림없다. 개인주의, 저출생, 이혼, 고령화 등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면서 개인들은 소득, 의료, 교육, 주거를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위험들에 대처하는 방법

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독일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조금은 독특한 시각의 제안을 한다.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개인 사이에 시간이 어떻게 연결돼 있고 사람들이 왜 과로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양극화나 저출생, 기후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한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한 소득 활동, 자녀나 가사를 위한 돌봄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입한다. 이것만으로도 바쁘다. 그런데 디지털 세상이 펼쳐지면서 여가 활

동 비중이 커졌다. SNS에서 자기의 신분과 정체성을 과시하기 위해 ‘탐욕적인 문화 소비자’가 등장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감정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이처럼 오늘날의 지배적인 시간문화는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더 가치있다”라고 여기게 한다.

테레사 뷔커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권력의 문제라고 본다. 8시간 노동·정년제·투표권이 주어지는 나이처럼 시간과 관련된 일련의 규정들이 우리 삶을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들은 불평등을 초래하고 강화하며, 사람들의 욕구를 억압해 불행하게 하고 병들

게 한다. 따라서 시간에 대한 정책이나 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시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획일화된 규정을 보자. 독일 근로자의 4분의 3이 건강상 이유로 법정 정년인 67세까지 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획일화된 규정이 개인의 한계를 어떻게 침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감 때문에 정년을 크게 낮춰야 하는 직종도 많다.

둘째, 시간의 상호성은 어떤가? 내가 필

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거나 그들 시간을 내 시간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들의 시간에 대해 저렴한 보수를 지불했다면, 이 사람들은 적어도 나보다 덜 자유로운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부족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이므로 시간을 얼마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분배하는가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겐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 외에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대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에 관여하는 시간도 확보해야만 위정자들을 감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나 사회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빼앗긴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이다.

시간은 나의 권리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난한 자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유의 공포’ 속에서 자유를 유보하며 살 수밖에 없다.

이 공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할 때 극복할 수 있다. 시간적 약자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자기의 시간을 되찾는 일에 연대해 힘을 가질 때, 소득·돌봄·여가 활동을 내가 원하는 속도와 강도로 선택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사

회권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일 것이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팀장·출판평론가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수전 니먼 지음 | 홍기빈 옮김 | 생각의힘 | 296쪽

이 책은 철학서이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모든 혼동과 뒤엉킴은 철학을 통해 풀어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치적 실천도 강화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 태어났다. 지구 전역에 걸쳐 분노의 함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시즘의 모태라고 할 만한 세력들이 도처에서 발호하고 있다. 그러나 니먼은 절망으로 손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더 많은 희망을 열망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 높인다.

무문관을 사색하다박인성 지음 | 그린비 | 416쪽

한국·일본·대만·중국 등 동아시아 4개국의 선원에서 불

교 수행자들이 간화선(看話禪) 수행을 할 때 주로 드는 공안, 혹은 가장 먼저 드는 공안은 아마도 이 '무' 자 공안일 것이다. 무문혜개 역시 수년간 '무' 자 공안을 들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이 공안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무문관』 48칙 공안은 이른바 ‘1,700공안’의 요체를 담고 있고, 또 이 48칙 공안은 '무' 자 공안으로 향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무문관』 48칙의 위력을 탐구한다.

마포주공아파트

박철수 지음 | 마티 |350쪽

『한국주택 유전자』를 쓴 저자의 유작인 이 책은 한국 아파트단지의 원형인 마포주공아파트의 시작과 끝을 파헤친다. 마포에서 시작된 아파트 단지의 신화는 이촌동, 반포를 거쳐 잠실에서 완성된다. 최초의 아파트 단지였던 마포주공아파트가 최초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되며 신화를 이어갔다.

도올 주역 계사전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504쪽

철학자인 저자가 『주역 계사전』의 원문을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옮기고, 위대한 계사의 철학을 장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청년 시절에 『주역 계사전』을 접하고 얻은 당시의 큰 깨달음을 지속적으로 숙성시켜 비로소 이 책이라는 이 역작을 완성했다. 54년이 걸렸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지 한문으로 된 고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각고의 노력을 선도해 온 도올의 학문여정의 결정판이다

황극편 1·2·3·4·5

김용흠 외 2인 옮김 | 혜안 | 2,108쪽

이 『황극편(皇極編)』은 조선 후기 정조(正祖)의 명으로 선조(宣祖)에서 영조(英祖)까지의 조선 후기 당쟁을 정리해 편찬한 당론서(黨論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조대 사림(士林)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된 이후 당쟁이 격화돼 분당(分黨)과 반정(反正)이 일어나고, 환국(換局)과 처분(處分)이 반복됐다. 특히 17세기 숙종(肅宗)대 이후에는 각 당파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천명하는 당론서를 편찬하기 시작했다.

포르노그래피, 그리고 청년이라는 문제

율리아네 레벤티슈 지음 | 연구모임 사회비판과 대안 편집 | 문성훈 옮김 | 사월의책 | 312쪽

이 책은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싼 최신 논쟁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청년세대의 젠더 갈등’에 대한 청년 당사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30대 남녀 청년 연구자 다섯 명이 대거 참여한 한국판 특집은 현장에서 수행해온 활동가의 회고 등 청년 의제에 대한 청년 연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

제러미 덴크 지음 |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576쪽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최연소 나이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한국 클래식계는 그야말로 ‘임윤찬 앓이’가 시작됐다. 피아니스트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높아지며 코로나 시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피아노 배우기 열풍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를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클래식 피아니스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할까?

플럭서스 경험

한나 히긴스·최병길 지음 | 아카넷 | 360쪽

이 책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us)의 기원과 경과·의의를 종합하는 학술 기획에서 비롯됐다. 플럭서스는 다다(마르셀 뒤샹)에서부터 존 케이지의 실험 음악·인터미디어(딕 히긴스)·개념예술(헨리 플린트)·미디어아트(백남준) 등이 수렴하는 “60년대의 가장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운동”이다. 20세기 후반 플럭서스의 발전과 수용을 대담하게 그려낸다.

분야별 신간

인문

감출 수 없는 표정의 심리학 | 디르크 아일러트 지음 | 손희주 옮김 | 미래의창 | 296쪽

정치-사회

젠더 스터디 | 캐서린 R. 스팀슨·길버트 허트 편집 | 캐럴 스미스-로젠버그·케이트 크레헌 지음 | 후마니타스 | 760쪽

문학-에세이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 최병수 지음 | 두남 | 324쪽

마지막 주문 | 그레이엄 스위프트 지음 | 손영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466쪽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 안희연·황인찬 편저 | 창비 | 192쪽

한국 근대소설사 | 김영민 지음 | 소명출판 | 514쪽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 신경림 등저 | 창비 | 176쪽

대학교재

지속가능한 리더십 | 앤디 하그리브스 지음 | 정바울 외 3인 옮김 | 살림터 | 360쪽

청소년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 |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0쪽

청소년을 위한 외교광장 | 남기정 외 4인 지음 | 리마인드 | 176쪽

과학

은하의 모든 순간 | 안홍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36쪽

역사

공부하는 인간 | 자크 베르제 지음 | 문성욱 옮김 | 읻다 | 368쪽

인공지능에서 왜 다양성을 말하는가

AI와 다양성 ➊

이건명

충북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센터장 이혜숙)는 지난 3월 20일 ‘AI와 다양성’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AI를 화두로 인문·사회·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연구자는 물론 기업체 임원까지 다양한 관점과 입장으로 9명이 발표에 나섰다. 이들 전문가들은 “AI 개발은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그 다양성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날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좀더 알기 쉽게 연재를 마련했다.

구글이 지난 2월 새로운 Gemini(제미나이) 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챗GPT와 유사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탑재했다. 공개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흑인 여성 교황,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바이킹, 흑인 독일군 병사 등 익숙하지 않은 Gemini 생성 이미지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구글은 공개적인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떤 잘못을 한 것일까?

‘교황을 그려줘’라고 Gemini에 요청하면, 내부적으로 교황의 모습을 묘사하는 자세한 텍스트를 생성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흑인 여성 교황 그림이 생성된 것은, 교황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생성한 텍스트에 피부색과 성별이 그렇게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이 기술적 한계로 인해 낯선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로 보인다. 이러한 설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용하지 못한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에 구글은 결국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을 것이다.

형평성에 기여하고 차별 완화 기대

딥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을 만들어낸다. 일상과 인간에 관련된 데이터에는 역사적·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인공지능 모델은 편향된 판단을 하여 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다양성을 강화하면 형평성에 기여하고 차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에서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인공지능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모델의 다양성, 개발자와 사용자의 다양성, 모델 활용의 다양성 등 여러 차원에서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모델의 편향성은 학습 데이터의 부적합, 학습 알고리즘의 불완전성, 개발자의 고정관념 등에 기인한다. 학습 데이터가 특정 집단에 대해서 부족하거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내포한 채로 정제되지 않았거나, 수집된 규모가 작으면 인공지능 모델은 부정확하고 잘못되거나 편향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에 대한 데이터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사용해야 한다.

구글 Gemini로 생성한 흑인 여성 교황, 흑인 독일군 병사,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바이킹의 이미지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구글은 공개 사과를 했다. 이는 구글이 기술적 한계로 낯선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로 보인다. 이미지=Gemini.ai

최근 놀라운 인공지능 기술과 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현하고 있다.

이런 기술 발달은 일자리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학습 알고리즘이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챗GPT, 소라(Sora) 등과 같이 놀라운 성능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급격히 발전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Gemini 사례처럼, 개발자의 설계가 인공지능 모델의 편향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개발자의 고정관념은 개발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는 과소표현 집단의 상식과 가치관을 반영하기 어렵게 한다.

인공지능 민주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이 형평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사용자 집단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관점과 대표성을 갖는 개발자가 인공지능 모델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편견이 완화되고, 포용적이며 형평성이 강화된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용자 집단을 고려하면, 모델 개발 과정에서 개발자의 무의식적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개발자가 인공지능 모델로 인한 차별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할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지 않아도 차별은 발생할 수 있다. 산업과 일상을 급변시키는 고급 인공지능 기술이 특정 국가나 집단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 기술에 대한 접근 불평등은 경쟁력의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 OpenAI가 초기에 추구했던 모토인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처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인공지능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고급 인공지능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계층 간 경쟁력 차이와 차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업성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

챗GPT 공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이 일상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일반인공지능(AGI)에 근접한 기술 개발도 멀지 않아 보인다. 업무와 일상에서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델에 내재된 편견이 사용자에게 강화되고, 자발적 분석이나 판단의 의지를 저하시

킬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 모델이 제공하는 정보나 판단을 개인이 수동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고정관념이나 무의식적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튜브 등에서 제공되는 추천 등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맞춤형이면서도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다. 추천 서비스는 에코챔버(echo chamber) 현상을 촉진시켜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증 편향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추천 등의 인공지능 모델에서도 맞춤형 정보에 다양성을 추가하는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놀라운 인공지능 기술과 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달은 일자리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성에 대한 고려는 인공지능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과거에 대한 망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흑인 여성 교황모습의 그림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온라인에서 유통되면, 사람들은 점차 마치 흑인 여성 교황이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구글의 Gemini가 만들어낸 인종과 젠더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한 이상적인 그림은 낯설었고,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런 생경함과 불편함은 상업성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는 상업성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이해당사자인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 그리고 양해가 필요하다.

유럽의 방산 전략 변화, 한국 방위산업 미래 결정한다

글로컬 오디세이

양우진

한국외대 EU연구소 선임연구원

방산물자의 수출은 물자의 성능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EDIS는 장기적으로 유럽에 대한 한국 방산 수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연합(EU)에 전례 없는 도전을 제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차 대전 이후 강대국 대 비강

대국, 국가 행위자 대 비국가 행위자, 비정규전 등 그동안 익숙했던 전쟁의 개념과 공식을 바꾸는 기폭제였다. 곧,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럽은 지난 양차 대전 이후 잊혀졌던 국가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은 지난 2월 28일 연설에서 ‘방위예산의 확대’, ‘방위예산 집행 효율성’, ‘유럽 무기의 사용’이라는 세 원칙이 강조된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 European Defence Industrial Strategy)’의 발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국가별로 분절된 유럽 방위산업과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고, 2030년까지 유럽 내에서 더 많은 조달과 획득 목표를 설정해, 생산 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DIS는 유럽이 ‘항상 준비된’ 방산 생산 역량을 유지해, 국가별 획득사업이 변동된다 해도 전면전이 가능한 ‘일정한’ 생산 수준의 유지를 목표해, 기술 중심의 유럽 방위산업이 구조적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더불어,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DIP: European Defence Industry Programme)’은 EDIS를 달성하기 위해 2027년까지 15억 유로의 자금 제공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유럽 방위산업에서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확보해, 생산 시설의 확대와 현대화·연구개발 등을 통해 향후 유럽방위산업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곧, EDIS와 EDIP를 통

지난해 한국은 노르웨이와 마지막까지 K2전차 수출 계약을 위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독일 레오파르트 2A7 전차에 밀려 수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는 성능의 문제보다도 EU 회원국이자 나토의 일원인 독일과의 관계, 그리고 회원국 간 공통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사진은 레오파르트 전차. 사진=위키피디아

해 유럽은 국가 간 전면전에 대비하는 방산 체계를 구축하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 방위산업, 서구와 높은 호환성 지녀

한국 방위산업은 국산화를 강조하는 방산 후발국으로, 지난 1970년대부터 전 무기 체계에 걸쳐 높은 성장을 보였다. 특히, 최고의 기술은 아니지만, 서방과의 높은 호환성과 가성비로 현재는 전차와 자주포 등 국제 방산시장에서 의미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화를 강조하는 한국 방위산업에 있어 유럽 방산 전략의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곧, 유럽이 ‘유럽산’ 방산

물자의 조달 계획과 이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한다면, K2전차를 비롯한 한국산 무기 수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 노르웨이와 마지막까지 K2전차 수출 계약을 위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독일 레오파르트 2A7전차에 밀려 수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는 성능의 문제보다도 EU 회원국이자 나토의 일원인 독일과의 관계, 그리고 회원국 간 공통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곧, 방산물자의 수출은 물자의 성능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EDIS는 장기적으로 유럽에 대한 한국 방산 수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방산 수출에 새로운 기회

로 작용할 수 있다. 곧, 지난해 1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BAE의 155mm 포탄의 모듈화 장약(modular charge system, MCS) 수출 계약, 2022년 이후 튀르키예의 나토 국가들에 대한 탄약 수출 확대 등은 향후 유럽 방산시장에서 한국이 완제품이 아닌 부품이나, 원자재 형태의 수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EDIP를 통한 획득-조달 지원 예산은 그동안 비용 문제로 획득사업이나 정비 사업을 주저하던 중-소형 유럽 국가를 국제 방산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은 완제품을 비롯해 부품이나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국제 방산시장은 기술적으로는 4차산업혁명·AI 발전과 더불어 진화와 혁명이 반복되고 있고, 과거 한국 방산의 고객이었던 튀르키예는 현재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극하기도 했다.

또한, 한화를 중심으로 방산이 통합되며 한국 방위산업은 내·외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방위산업은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과 국제적 표준의 적용,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략 수립과 전쟁-기술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나아가야 할 길을 전망해야 한다.

한국외대에서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의 방위산업화를 분석하는 논문으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안보전략과 신흥국-중견국의 방위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EU융합전공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성과로 『4차산업혁명과 신 방위산업 : 미-영의 기술혁신체제와 민군 기술협력』(2020) 등이 있다.

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 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하게 다원적 가치를 모색하는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고등교육 전문지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의장 오정일

고등교육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대학 발전과

지식 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교수협의회 회장 임정묵

“지성의 숲을 일궈온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20대 교수협의회 회장 오성균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고등교육의 나아갈 길과 역할을 비추는

등불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회장 옥우석

인천대학교 교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고등교육 정론지로서 더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회장 김동근

전북대학교 교수회

교수사회의 목소리,

교수신문 창간32주년을

축하합니다.

회장 정제순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수회

창립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합니다.

회장 강현정

홍익대학교 교수협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고등교육의 정론지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회장 박종진

교수회

한국사회 지성의

최후의 보루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합니다.

의장 차태근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의장 우창현

대구대학교 교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회장 장진호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교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함께하고 응원합니다.

제19대 교수회장 김정구

부산대학교 교수회

교수신문의

창간 32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회장 최인호

제주대학교 교수회 충남대학교 교수회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합니다.

소통을 통한 고등교육의

정론지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회장 양창용

교수신문

창간 3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건국대학교 교수협의회

한국학, 세계로 날다…지역학 넘어 ‘학술한국’ 선도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이 간다

한국학이 K학술로 한 단계 비상할 전망이다. 한국 대중문화와 함께 한국학이 확산·보급되는 것이다.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이하 K학술사업)이다. K학술사업은 양질의 한국학 콘텐츠를 좀 더 적극적으로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제작되는 한국학 콘텐츠는 온라인 강좌뿐만 아니라 교재·학술서와 e-북, 논문과 다큐멘터리 영화,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하다.

K학술사업은 최대 5년(3+2년)간 연구소별 연간 5~10억 원을 지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육부 예산 총 500여 억 원의 지원을 통해 한국학 온라인 강좌를 제작하고 보급한다. 케이무크·코세라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수준 높은 한국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하면 떠오르는 건 대중음악·가수 등에 집중돼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학 콘텐츠의 지속적 개발과 확산·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경섭 인하대 교수(사학과)는 한국학 강좌가 부족한 데 대해 “해외 한국학 교육의 경우 그간 한국어 교육 위주로 진행돼 역사와 문화 방면의 체계적인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최근 들어 한국학 수준의 발전에 따라 점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한국학은 한류가 질적으로 더욱 성장하는 데 토대가 될 것임

한국학중앙연구원 ‘K학술확산연구소’ 온라인 강좌 콘텐츠 현황

연구소명 과제명 제작완료

강좌 수 권역 자막 언어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빌드 브릿지:

한국철학의 소통과 확산 사업

21 유럽(프·독 중심)·중화권 한·영·중

동국대

K학술확산연구소

불교의 프리즘으로 보는

한국성의 글로컬리티

20 북미·유럽 한·영·불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K-종교의 이미지,

참여 그리고 실천

20 라틴·북미·중국

한·영·

스페인

고려대

한국언어문화학술확산연구소

전통·현대 아우르는

한국어문학과 문화 교육

20 중화권·영미권·인도·필리핀 한·영·중

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K-콘텐츠의 태동·역동:

한류 문화유전자로서 한국어문

20 동아시아·영미권·유럽·남미 한·영·중

서울대

한국어문학연구소

발신자로서 한국어문학의 심화와 확산 20 동아시아 한·영·중

연세대(미래)

글로벌한국학연구소

보편 인문학적 소통을 위한

글로벌한국사

20 동아시아·북남미·유럽 한·영·중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K히스토리 교육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확산

20 해외범용·중화권 특화 한·영·중

서울대

한국경제와 K학술확산 연구센터

한국 경제의 발전 경험에 대한

공유와 확산

22 동남·중앙아시아·동유럽·남미 한·영·중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정체성의 정치와 공공외교의 한국학 20 중국·러시아(유라시아) 한·영·중

제작완료 강좌 수는 지난해말 기준임. 자료=한국학중앙연구원

“국내 콘텐츠 생산 거점 구축해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 향상시키고 글로벌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한다”

이 분명하다. 아울러, 조지만 아주대 교수(법학과)는 “해외에서 한류 아닌 한국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라며 “현지에서 한국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K학술사업은 기존 국학과 지역학의 개념을 넘어 세계 학문을 선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보편성·표준성을 마련함으로써 미래 한국의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K학술사업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학술 성과를 비롯한 한국학 전반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한국학 연구·교육의 활성화를 견인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성과와 해외의 수요를 반영한 한국학 각 분야 온라인 강좌와 교재를 개발·보급하여 해외 한국학 연구와 교육의 여건을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21년에 성균관대·서강대 등 국내 10개 대학 연구소를 대형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하여 1년에 10개 강좌씩 총 5년간 50개 강좌를 제작하고, 2023년에 숭실대·전북대의 2개 대학연구소를 중형과제 수행기관으로 추가 선정하여 1년에 5개 강좌씩 총 5년간 25개 강좌를 제작한다.

아울러, K학술사업은 한국의 고유한 인문·예

술·사회 분야 한국학을 새로운 교육콘텐츠 형태로 확산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도를 향상하고자 한다. 세계 한국학을 선도할 국내 콘텐츠 생산 거점들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 학술한국 인지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K학술사업을 이끌고 있는 연구소들 중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는 지난해 말 기준 제작 완료 강좌 수가 21개였다. 수강 신청 인원 수가 2천 485명이나 됐다. 예를 들어, 「한국철학의 원형을 찾아서」, 「여성의 삶 속의 한국철학」, 「K컬처와 한국철학」 등이 있다. 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경우, 「K-드라마로 배우는 한국어 의사소통의 기초」, 「K-콘텐츠와 한류사」, 「스토리콘텐츠와 스타시스템」 등 20개 강좌에 2천16명이 수강했다. 서울대 한국경제와 K학술확산 연구센터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외자도입」, 「한국인의 음식과 일상」, 「북한경제의 어제와 오늘」 등 22개 강좌에 3천444명이 수강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도 눈에 띈다. 고려대 한국언어문화학술확산연구소는 대만 국립정치대학·중국 항저우사범대학과 협약을 맺었다.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는 베트남 하노이국립대·일본후쿠시마학원대학교와, 연세대 미래캠퍼스 글로벌한국학연구소 K학술확산연구소사업단은 미국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동아시아도서관과 협약을 맺고 한국학을 확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한국학 콘텐츠…철학·종교부터 K-팝 역사까지 다룬다

국내 12개 한국학 관련 대학연구소 사업성과 공유

한국학 콘텐츠가 세계화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5일 성균관대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K학술확산연구소사업’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이날 정부·대학·공공기관이 협업한 한국학 온라인 강좌 사업은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날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국내 12개 대학연구소의 성과와 문제 해결 방안 등을 공유했다.

한국 대중문화에 편중된 세계인들의 관심을 학술 성과를 비롯한 한국학 전반으로 이끌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21년도부터 전 세계 한국학 연구⸱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에는 국내 12개 대학연구소(경희대, 고려대 2개소,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2개소, 성균관대, 숭실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하대, 전북대)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성과공유회는 ‘K학술확산연구소사업’ 1단계 (3년) 종료 시점을 맞아 교육부·자문위원회·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과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12개 대학연구소 등의 70여 명 관계자들이 모여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였다.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직무대행과 김영진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성균관대·서강대가 국내 대학연구소 중 대표로 2023년도 사업 운영성과를 발표하고, 자문위원회 5인의 자문·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브리핑하였다.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의 온라인 강좌들은 한국의 역사와 민속, 어문과 문화, 철학과 종교, 사회과학 및 예술 등 한국학의 인문·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국 드라마 및 영화, K-팝 등의 역사와 한류의 흐름과 맥락을 살펴보는 「K-콘텐츠와 한류사」 강좌, 한국 근현대문학에서 뚜렷한 문학적 성취와 개성을 보여준 작가 10인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한국 근현대문학 작가 열전」 강좌 등 현재까지 200개 이상의 한국학 관련 교육 강좌가 제작돼 케이무크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철학회 역대회장들 인터뷰 눈길 끌어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K학술확산연구센터는 ‘빌드 브릿지, 한국철학의 소통과 확산’이라는 주제로 본 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이룩한 성과를 발표했다. 빌드 브릿지는 살아있는 전통으로서의 한국철학의 소통과 확산을 사업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철학 70년: 앞으로의 길’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국철학회 역대회장들이 인터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소정 교수는 “성균관대는 21년도부터 총 21개의 한국학 강좌를 제작해 케이무크(K-MOOC) 플랫폼을 통해 확산 중”이라며 “올해도 10개 강좌를 추가 제작할 예정이며 코세라(Coursera) 플랫폼을 통해 더욱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이무크는 2015년부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형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이다. 코세라

K-학술확산연구소사업 성과공유회 현장이다. 이날 교육부와 대학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성과발표는 동영상 등으로 진행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는 2012년에 개설된 세계 최대의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이다.

아울러,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K학술확산연구센터는 국제학술회의 1회, 콜로키움 18회, 연구성과물 생산을 통해 국내외 연구자와 한국철학 연구성과를 교류하고 있다.

20권의 e-북·다큐멘터리 영화 ‘Prayers’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의 정소이 소장은 ‘K-종교의 이미지, 참여 그리고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성과 발표를 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소는 한국 종교에 대한 온라인 강좌 시리즈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악과 몸짓으로 만나는 한국무속」, 「무신도, 신령과 눈맞춤」,

「템플스테이로 경험하는 한국 불교」 등이 있다.

특히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의 강좌 시리즈는 20권의 e-북으로 출판되고 있다. 이 시리즈 총서를 영어·스페인어로 출간해 한국 내 인터넷 서점에 배포하고 있다. 향후 아마존 등 해외 인터넷 서점과 전 세계 대학 도서관 등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큐멘터리 영화 ‘Prayers’를 제작해 지난해 다큐멘터리 경연인 K-피치 프라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출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오드리우스 스토니스가 맡았다.

아울러,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는 카이스트 인간의기원연구소와 협력해 학술대회를 공동기획하고 발표했다. 또한 인터넷도 없고 전기

도 부족한 세계 30개 국의 수많은 오지에 초저전력 고성능 인트라넷 시스템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인박스(Worldwide Academy In a Box)와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K학술사업의 동영상 강의와 e-북, 다큐멘트러 영화 등을 확산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학에 관심이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외 수요 반영해 신규 온라인 강좌 지속적 개발

한국학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케이무크 사이트(www.kmooc.kr)에서 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수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 각 강좌는 한국어 및 영어로 자막을 제공하고, 연구소에 따라 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을 자막으로 제공한다.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은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의 한국학 온라인 강좌를 통해 제공되는 새로운 교육콘텐츠로 한국학을 세계화할 수 있다”라며, “연구소들이 국내 연구 성과와 해외 수요를 반영한 한국학 신규 강좌를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해 한국학 확산의 훌륭한 모범사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성과공유회 질의응답 및 자유토론에서는 △콘텐츠 저작권 관련 유의 사항 △교육공학적 평가와 검수 △웹접근성 제고 △자막 및 더빙 수요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케이무크 홍보 △제작된 강좌들에 대한 국내외 수강생 설문조사 결과 등이 논의됐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

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 으로 보내주세요

가족이 어려울 때, 바로 마음알기가 필요한 때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아홉 번째 주제 ‘가족이 제일 어려워’ ❸

원성두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 광고 심리학을 입다에 이어 아홉 번째 주제로 ‘가족이 제일 어려워’를 다룬다. 원성두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의 세 번째 글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는 말로 삶에서 부부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사랑으로 시작한 부부가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가화만사성의 ‘화목할 화(和)’가 ‘불화(火)’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자아중심적이다

스위스의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인지발달 단계 중 전조작기(대략 만 2세에서 7세)에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 특징적이라고 제안했다. 일명 ‘세 산 과제’를 통해 취학 전 아이들은 인지적 조작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 개의 산을 본 후 인형이 본 산의 모습을 추측할 때 자신이 본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고르는 것을 관찰하고 자아중심성을 소개한 것이었다.

자아중심성은 상대의 마음을 독심술(讀心術)을 통해 읽는 현상이다.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은 피아제가 전조작기 이전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했고 피아제도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는 전조작기 이전의 아이들도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전조작기를 넘어선 이후에도 모든 인간이 자아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MBC 시사교양 프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겪는 위기의 부부들이 출연한다. 매주 회차 도입부에서 부부들은 자신의 눈에 비친 대로 배우자를 보게 되고 듣고 싶은 대로 듣기 때문에 서로를 탓하기만 하는 등 너무도 자아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카메라로 촬영한 자신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MC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점차 배우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 즉 문제의 원인 중 자신의 탓도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되는 등 자아중심성을 줄여가는 모습을 보인다.

1997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리뷰라는 학술지에 미국 아이오와대 심리학과 존 하비와 줄리아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중섭, 부부, 1953년, 종이에 유채.

스위스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세 산 과제.’ 자아중심성에 갇혀 있으면 남의 시점을 이해할 수 없다. 사진=Dall.e

부부관계는 다른 대인관계와 달리 서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높고, 각자의 욕구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섣부른 독심술을 쓰는 대신에 공감을 위한 마음알기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마주는 ‘마음알기’라는 심리과정을 소개했다. 이들은 마음알기는 오랜 기간 동안 가까운 관계에서 상호 친밀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마음알기의 구성요소로 상호 자기-공개,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행동, 그리고 자기와 타인에 대한 건강한 귀인(歸因, attribution)을 제안했다.

마음알기로 부부 관계의 개선을 꾀하다

첫째로, 상호 자기-공개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 간에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목표지향적 행동은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는 서로

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상대방의 필요를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을 통해 더 깊은 연결을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귀인은 관계에서 자기와 타인의 동기, 의도, 노력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다. 인간은 기본적인 귀인 오류가 있기 때문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말을 해도 해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건강한 귀인은 상대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황 탓을 해주고, 상대가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좋은 의도와 노력 탓을 해주는 것이다.

섣부른 독심술보다는 정확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처럼, 마음알기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부부 간의 상호 친밀감과 만족감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솔직한 자기-공개, 목표지향적 행동, 그리고 건강한 귀인은 부부의 관계를 보다 강화시키며,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부부관계는 다른 대인관계와 달리 서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높고, 각자의 욕구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독심술(讀心術)이 나와 타인에게 독심술(毒心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섣부른 독심술을 쓰는 대신에 정확한 공감을 위한 마음알기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대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동기 및 정서, 자기조절, 갈등관리, 외상 후 성장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임상사례로 보는 심리진단 및 치료』(2022) 등이 있다.

신문에 칼럼을 썼던 칼 마르크스

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38

나무의 『칼 마르크스 전기』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

칼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두루 알다시피 칼 마르크스(1818~1883)는 프로이센(독일) 출신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이자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의 저자로서 공산주의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류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 놓았다.

도서출판 소나무는 『칼 마르크스 전기』를 출간하고 50회의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는 누구인가?’라는 첫 번째 광고를 시작으로(한겨레, 1989. 9. 10.), 5단×5Cm 크기의 광고를 4개월 동안 집행했다. 캠페인을 마감하는 50회째 광고를 보자(한겨레, 1990. 1. 4.).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헤드라인 아래에 감사 인사를 담았다. “『칼 마르크스 전기』 연재 광고가 오늘 50회로 막을 내립니다. 지난 넉달 동안 많은 분들이 힘찬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책을 정성껏 만들어 이에 보답하겠습니다. 소나무 식구 모두가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보디카피 부분은 칸을 8개로 나눴다. 첫 번째 칸에서는 책의 내용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연구자 13인이 공동 집필한 마르크스 전기의 결정판이며, 충실한 독어본을 옮긴 한국어 완역판으로 마르크스의 저작과 사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밀하고 풍부한 각주와 색인은 연구자들에게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니, “정성을 다한 꼼꼼한 번역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 있게 번역한 책이라는 자부심이 넘쳤다. 책값은 각 권 5,500원이었다.

다음 칸부터는 앞서의 광고 내용을 소개했다. 마흔다섯 번째 광고인 ‘파리 꼬뮌’ 편, 마흔여섯 번째 광고인 ‘인터내셔널 해체’ 편, 마흔일곱 번째 광고인 ‘노동자 정당을 향해’ 편, 마흔여덟 번째 광고인 ‘마르크스와 혁명 러시아’ 편, 마흔아홉 번째 광고인 ‘1883년 3월 14일’ 편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쉰 번째 광고인 ‘칼 마르크스, 그 이름은···’ 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광고의 카피는 이렇다. “칼 마르크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결코 편한 삶을 선택하지

소나무의 ‘칼 마르크스 전기’ 광고(한겨레, 1990. 1. 4.). 소나무『 칼 마르크스 전기』의 표지 (1989)

헤겔 철학을 연구하던 청년이, 신문에 칼럼을 썼던 기자가, 어떻게 해서 운동가이자 혁명적 사상가로 변모했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물줄기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않았다. 투쟁가로서의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생애를 바쳤다. (중략) 그러나 그의 생애는 너무 짧았다. 끝내 과로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생애를 마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행복했다. (중략) 마르크스라는 불멸의 이름과 그가 내건 깃발은 영원히 간직될 것이기에···.”

광고물 50개 중에서 몇 개의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첫 번째 광고인 ‘그는 누구인가?’ 편(한겨레, 1989. 9. 10.), 마르크스의 출생 과정을 소개한 두 번째 광고인 ‘1818년 5월 5일’ 편(9. 13.), 세 번째 광고인 ‘소년에서 청년으로’ 편(9. 17.), 네 번째 광고인 ‘청년의 사명은···’ 편(9. 20.), 다섯 번째 광고인 ‘예니와의 사랑’ 편(9. 22.), 스물다섯 번째 광고인 ‘민족해방을 위하여’ 편(11. 12.), 스물여섯 번째 광고인 ‘인민을 위한 예술’ 편(11. 15.), 스물아홉 번째 광고인 ‘링컨과 마르크스’ 편(11. 22.), 서른두 번째 광고인 ‘인터내셔널로 가는 길’ 편(11. 26.), 서른세 번째 광고인 ‘자본 이야기①’ 편(11. 29.), 서른네 번째 광고인 ‘자본 이야기②’ 편(12. 1.) 등이었다. 50회의 캠페인 광고는 우리나라 출판 광고에서 물량 면에서나 카피의 호소력 측면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편찬하고 김라합이 번역한 『칼 마르크스 전기』(소나무, 1989)는 16개장 986쪽의 두 권으로 출간됐다. 제1장부터 제8장까지의 첫째 권에서는 유물론과 공산주의로의 길, 프롤레타리아 세계관의 정초, 유물론적 역사 이해, 프롤레타리아당 쟁취를 위한 투쟁 개시와 국제 노동운동의 강령 작성, 혁명의 시기 1848~1849년에, 혁명의 결산, 반동의 시대,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확립을 위한 결정적 단계를 시계열적으로 소개했다. 제9장에서 시작해 제16장으로 끝나는 둘째 권에서는 민주주의 운동과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새로운 흥기,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 『자본』, 제1인터내셔널의 창설자이자 지도자, 파리 꼬뮌, 인터내셔널의 이데올로기적 순수성을 위한 투쟁, 노동 운동 이론과 전술의 발전, 프롤레타리아당 창건과 강화를 위한 투쟁(마르크스와 혁명 러시아),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의 승리를 위한 노동 대중의 투쟁 깃발)에 대해 소개했다.

원저는 기존의 여러 마르크스 전기와 마르크스에 관한 문헌 자료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가장 과학적인 마르크스

전기를 완성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편찬됐다. 한글 번역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1973)가 펴낸 칼 마르크스전기 제2판의 독역본 제7판(1984, 한스 지그문트 번역, 동독 디츠Dietz 출판사판)을 번역한 것이다. 원저가 출간되자 마르크스의 전기 중에서 가장 정통적이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르크스주의의 적대자들은 청년 시절과 원숙기의 마르크스 사이를 대립시키고 이론적 모순을 찾아내려고 시도한 바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전기적 사실과 과학적 서술을 바탕으로 반대파의 주장을 단호히 반박했다. 이 책은 마르

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김대웅과 임경민의 번역으로 『마르크스 전기』 전2권(노마드, 2018)으로 다시 출간됐다.

대학시절의 나는 운동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혀 마르크스의 저작이나 해설서를 읽었다.대학생으로서 1980년대의 한국 사회를 건너가려면 마르크스주의를 조금은 알아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독학으로 기초 일본어를 익히고 마르크스의 일어판 책을 읽다 보면 무슨 비밀 결사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 같은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치

기였다. 모든 사회는 계급투쟁의 변증법을 통해 발전한다는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소개하거나 그의 『자본론』을 해설하는 책들이 많았지만,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가 살아온 인생의 면면을 상세히 알려주는 책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소나무에서 출간한 『칼 마르크스 전기』를 읽은 다음에 나는 칼 마르크스라는 문제적 인물의 인생을 제대로 알게 됐다. 반평생을 무국적자로 살아온 마르크스는 1999년에 실시한 BBC의 여론 조사에서 세계인이 뽑은 ‘천년의 사상가’로 선정됐다. 이런 평가는 사후에 주어진 영광이지만 그의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역사는 그와 그의 단짝인 엥겔스를 공산주의의 아버지라는 한 줄로 요약한다. 하지만 이책에서는 헤겔 철학을 연구하던 청년이, 신문에 칼럼을 썼던 기자가, 어떻게 해서 운동가이자 혁명적 사상가로 변모했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물줄기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방향을 틀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그러니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거나 호언장담을 좋아하는 분들이여, 너무 자신만만해 하지 마시기를.

윤리 고민하는 ‘K-방산’, ‘겸용’ 기술인지 검토가 필요한 때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36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융합교양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융합교양학부)가 「현대 전쟁과 첨단 과학기술」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7강은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의 「인공지능과 디지털의 세계」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전쟁과 기술이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사전적으로 전쟁은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해 싸우는 것으로 정의된다. 전쟁의 본질에 대해 널리 알려진 통찰은 19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군사 사상가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사후에 출간된 『전쟁론』에 나온다. 이 책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다른 수단을 이용한 정책의 연장이다”라고 썼다.

전쟁이 개시되기 이전까지 국가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 즉 외교와 경제적 압박·정보의 활용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먹혀들지 않을 때 그 외의 '다른 수단을 이용해'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활동이 바로 전쟁이라는 것이다. 전쟁에 필요한 무력을 제공하는 핵심 가용 자원으로 기술이 활용됐고, 그 중요성은 근대 이후 과학적 지식이 기술과 결합하면서 더욱 증대됐다.

물론 전쟁을 위한 파괴력은 인류가 기술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이루고자 하는 것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기술'이라는 말은 자연 상태의 물질에 인간이 개입해 변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방법의 총칭이라고 대략 정의할 수 있다.

그동안 전쟁사에서 기술을 다루는 방식은 주로 기술결정론의 입장에 가까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쟁사학자의 관심은 대개 기술이 발생하게 된 구체적인 맥락보다는, 어떤 경위에서든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전쟁 수행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유럽에 금속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볍고 강력한 금속판을 이용한 갑옷 기술이 등장하고, 기사가 말등에 앉아 발로 몸을 고정시킬 수 있게 해주는 등자(鐙子)가 이용되기 시작

했으며, 육종에 대한 지식을 확보함으로써 강한 근력을 가진 군용 말이 나타났다.

다양한 신기술이 전장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군사 전술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위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특히 기병의 전투 능력을 혁신적으로 배가했는데, 이는 로마 시대 이래 군대의 핵심이었던 중무장한 보병 중심의 '밀집대형' 전술이 쇠퇴하고, 기병 중심의 '기마 충격 전투'로 이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중무장한 기병은 등장 이후 약 500년 동안 유럽의 전장에서 무소불위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러한 서술에서 금속 가공 기술·등자·말육종 등의 기술은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된다.

기술결정론에 가까운 전쟁사 서술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시대 구분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 구분은 화약 무기의 본격적인 등장이 계기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기원전 3천500년 무렵 청동기의 등장은 인류 문명의 시대 구분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기술적 혁신이었다. 청동기의 등장 이후 인간이 보유한 파괴력은 크게 증가했고, 고고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당시 사회 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청동기는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가? 지금 우리는 청동이 구리와 주석이 일정 비율로 섞인 합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청동기가 처음 등장할 무렵 인류가 이를 알고 있었을 리 없다. 당시 인류는 아마도 우연한 계기에 (아마도 산불이 난 후의 잔해 속에서) 유용한 성질을 지닌 금속 소재를 발견했을 것이고,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개량하면서 더욱 단단하고 부러지지 않는 금속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이는 체계적인 지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도 더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새로운 기술은 우연한 기회에 '발생'하는 것이었고, 이후 시행착오를 통한 개량의 과정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발생한 기술은 인류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도 했고, 전쟁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면서 사회 변동의 원동력이 됐다.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50년 전인 19세기 후반 이후의 일이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무렵의 변화를 '제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발명가인 토머스 에디슨의 사례는 당시의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에디슨은 1869년에 첫 특허를 승인받은 이래 1931년 사망시까지 총 1천093건의 특허를 받았다. 그는 개량된 전구·영사기·축음기 등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각종 발명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체계적으로 발명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 가장 큰 업적이었다. 에디슨은 1876년에 뉴저지주 멘로파크에 '발명 공장'을 세우면서 “작은 발명품은 열흘에 하나, 큰 발명품은 매달 하나씩”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정도 속도로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이 우연성에 의지해서는 안될 것이었다. 에디슨의 멘로파크 연구소는 20세기 이후 확산된 기업 연구소의 모델이 됐다. 기업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융합교양학부)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해함에 있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이행이 기술과 산업 역량의 증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것인지, 또는 '자주국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구조를 (부자연스럽게) 개편한 것인지는 역사적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라며 “어느 쪽이든,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설명함에 있어 국방 기술의 역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에디슨의 멘로파크 연구소는 20세기 이후 확산된 기업 연구소의 모델이 됐다. 기업이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목표로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우연성의 산물로 보지 않고 계획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목표로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우연성의 산물로 보지 않고 계획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의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1925년의 한 강연에서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발명하는 방법의 발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에 따라 기업은 과학자를 고용해 기업 연구소를 설립했고, 정부는 공공 연구기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대학 역시 새로운 과학과 기술 지식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된 것이 1914년에 시작된 제1차 세계 대전이었다. 독일에서는 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이 새로운 전쟁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머스터드 가스(독성 수포작용제)를 합성해 화학 무기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약 20여 년 후 시작된 제2차 세계 대전은 전쟁을 마주한 국가가 새로운 무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은 유럽 전장에 참전이 임박하자 과학연구개발국을 설치하고 전국의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총동원령을 내렸다.

과학연구개발국의 임무는 군사 목적의 과학 연구를 계획하고 조정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나치 독일

은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고, 독일의 과학과 산업 역량으로 보아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받아들여졌다.

나치 치하에서 고통을 받던 유대계 과학자들은 영국과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들이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축이 되기도 했다. 독일보다 빠르게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 과학기술자들에게 지상의 명령이었다.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징집돼 유럽 전장으로 파병된 수만 명의 미국 젊은이들의 목숨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했지만, 더 넓게는 2천 년을 이어온 서구 문명의 근간을 수호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명분 때문에 미국 연방 정부는 2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고, 수천 명의 최고급 과학기술자들이 생업을 제쳐둔 채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 제작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달렸던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과학기술의 힘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함께,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을 갖추는 데 힘을 쏟게 됐다. 만약에 전쟁이 기술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라면, 그것은 지극히 20세기적 현상, 심지어는 20세기 후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과학과 기술의 역할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설명하기 위한 변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발 산업화를 이룬 나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대 소장을 맡았던 최형섭은 “지금 한국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

구를 했다가는 곤란하다. 기업에 공헌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역설하기도 했다. 이 무렵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은 당시 최우선 과제이던 경제 개발 정책을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기존의 한국 현대 과학기술사에서 국방 기술 부문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그렇지만, 참혹한 내전과 국토의 분단을 경험했고 이후 휴전 상태에서 북한과 끊임없는 군사적 대치 상황에 놓여있는 나라에서 국방은 당연히 강조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국방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이후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독자적인 군사기술의 확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술력으로 군사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70년에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했다.

최근 몇몇 젊은 연구자들이 국방 기술과 경제 발전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미 한국사학자인 권반석은 ADD의 활동이 군사 영역에서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관련 방위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쳐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기술과 산업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음을 주장한다. 그는 박정희 시대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군사(화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한국 현대사에서 국방 기술은 '겸용 기술'로서의 성격을 매우 잘 보여준다. '겸용 기술'이라는 개념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20세기 이후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계획적으로 만들어내거나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해함에 있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이행이 기술과 산업 역량의 증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것인지, 또는 '자주국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구조를 (부자연스럽게) 개편한 것인지는 역사적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설명함에 있어 국방 기술의 역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이후 드론을 비롯한 무인 로봇 기술·인공지능과 가상현실·증강현실·정보 보안 등 정보 기술의 발달에 따라 군사 기술의 양상 역시 급변하고 있다. 이상 언급한 기술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민간 영역에서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21세기 들어 군사 기술과 민간 기술의 경계가 점점 더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이 군사용으로 활용되면서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전장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술적인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물론, 이른바 'K-방산'을 유망 수출 산업으로 장려하고 있는 한국도 최첨단 군사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기술적 성취 중 어느 정도가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된 기술의 '겸용'인지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제8회 난정학술상, 조영복·이경수 교수 수상

‘국어국문학·(한)국어교육’ 연구 업적 인정

난정학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윤홍로)는 조영복 광운대 교수(동북아문화산업학부)를 제8회 난정학술상 본상, 이경수 중앙대 교수(국어국문학과)를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영예의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본상 2천만 원, 우수상 5백만 원)이 지급된다. 사단법인 한국어문회(이사장 남기탁)는 오는 26일, 한국프레스센터(20층) 프레스클럽에서 제8회 난정학술상 시상식을 거행한다.

난정학술상은 경북대·중앙대·인하대 교수를 역임하고, 국어학회 간사장,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을 맡아 국어국문학 연구와 발전, 한자교육에 평생 헌신한 난정 남광우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5년도에 제정된 상이다. 국어국문학·국어교육·한국어교육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 업적을 지닌 중견 학자에게 수여한다. 유가족과 유지들의 찬조금으로 운영되는 난정학술상은 2016년

왼쪽부터 제8회 난정 학술상 본상을 수상한 조영복 광운대 교수(동북아문화산업학부), 우수상 수상자 이경수 중앙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이다. 사진=한국어문회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난정학술상은 한국한자능력검정회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해 온 난정장학금과 한국어문교육연구회에서 시행해 온 어문논문상과 함께 명실공히 한국어문회의 3대 수상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암세포만 골라 유전자 교정 치료하는 신약 개발

카이스트 정현정 교수 연구팀

최근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교정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다. 기존 화학적 항암치료제와는 달리 크리스퍼 기술 기반 유전자 교정 치료제는 질병 표적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교정할 수 있어 암과 유전 질환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생체 내에서 암 조직으로 낮은 전달 효율과 낮은 효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이스트는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연구팀이 크리스퍼 기반 표적 치료제로 항체를 이용한 크리스퍼 단백질을 생체 내 표적 조직에 특이적으로 전달하는 항암 신약을 개발해 암세포 선택적 유전자 교정 및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8일 밝혔다.

유전자 치료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기반 전달 방법은 인체 내 면역 부작용·발암성 등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선호되는 비 바이러스성 전달 방법으로 단백질 기반의 크리스퍼 기술 전달은 본래의 표적과는 다른 분자를 저해 혹은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오프타깃 효과가 최소화되며

왼쪽부터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의 정현정 교수와 양승주 씨(석박사 통합과정)이다. 사진=카이스트

보다 높은 안전성으로 치료제로서 개발이 적합하다. 하지만 크리스퍼 단백질은 분자량이 커서 전달체에 탑재가 어렵고 전달체의 세포 독성 문제·낮은 표적 세포로의 전달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크리스퍼 단백질에 특정 아미노산을 변경시켜 다양한 생체분자를 보다 많이 결합시키고 생체 내 본질적인 생화학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단백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존 비 바이러스성 전달체

의 문제 해결과 표적 세포로의 전달을 위해 개량한 크리스퍼 단백질을 난소암을 표적할 수 있는 항체와 결합함으로써 표적 치료제를 위한 항체결합 크리스퍼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암세포 표면은 종양 항원(tumor antigen)으로 알려진 항원이 존재한다. 몇몇 종양 항원은 표적이 되어 진단 및 임상시험에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항체 결합 크리스퍼 나노복합체가 종양 항원을 표적해 난소암세포와 동물모델에서 암세포 특이적으로 세포 내 전달이 가능하고 세포주기를 관장하는 PLK1(polo-like kinase) 유전자 교정을 통해 높은 항암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초로 크리스퍼 단백질과 항체를 결합해 효과적으로 암세포 특이적 전달 및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아울러,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생체 내 전신 투여를 통한 유전자 교정치료 및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총학’이 없는 대학

딸깍발이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투표율 저조, 후보자 부재로 선거 무산’, ‘학생회 공백 사태, 학생자치 휘청’. 대학마다 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되었다는 보도다. 단독 출마로 찬반투표에 의해 당선 여부가 결정되거나, 유효 투표수 미달로 학생회가 출범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보궐선거조차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좌초되고, 심지어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의 경품을 내세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대학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빈약한 주권의식이 이러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총학’이 없다는 것은 학생 목소리의 소멸을 의미한다. 학생자치기구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연명하며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학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

총학생회 무산은 학생이 소비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대학이 아카데미즘을 포기하고 취업률 우선주의를 내세우니, 가성비를 먼저 따지는 소비자가 양산되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주목받을 스펙을 만들고 학점 관리에 분주해, 정작 대학에서 배워야 할 공동체의 주인의식은 키우지 못한 것이다. 다수의 외면 속에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한 지금의 상황은, 다른 활동과 비교해 총학생회

경험이 투자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최악의 결과다. 학생의 권리를 위해 대표성을 갖고 학교와 협상할 수 있는 학생기구의 부재는 학생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학교를 상대로 학생의 주장이나 목소리를 전달하는 책임과 권한이 없는 비대위 체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우고 익히는 장이자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주체적인 첫걸음에서, 총학생회를 대신할 만한 것은 없다.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버는 성공과 입신양명식 출세를 위해 학생을 조련하는 사회에서 입시와 무관한 교육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국 사회에 ‘좋은’ 정치교육이 불모지인 이유다. 시민교육을 제대로 하는 대학도 드물다. 반면 독일은 정치교육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에서 정치교육은 필수적이다. 좌우 합의로 만들어진 시민교육의 대원칙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으로 상징된다.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평생교육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학생회 활동을 포함해 학교 안팎의 다양한 의사결정과 평가에 학생들이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태도와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로 한국 정치가 더 왜곡되었다. 극단적인 대립이 난무한 선거로 인해, 선거를 지나며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대화와 타협은 고사하고 상대에 대한 기본적

인 존중의 자세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로를 비방하는 확성기 정치에 피로감이 더하였다. 그러나 선거권은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정치인을 비난하고 정치를 외면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무책임은 민주주의의 건강을 해친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꾼다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유권자가 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투표가 곧 미래다. 각 개인의 한 표 한 표의 선택이 모여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대표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치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투표하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에서 제이슨 브레넨은 투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투표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유권자를 호빗, 홀리건, 벌컨으로 유형화한다. ‘호빗’은 정치 정보에 대해 잘못 알고 있고 무지한 사람을, 정치에 광적인 팬이자 집단 편향성이 강한 사람은 ‘홀리건’으로 지칭한다. 그가 강조한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합리적인 유권자인 ‘벌컨’은 극히 소수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선거때마다 호빗과 홀리건 세상을 만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지만, 대학 사회가 시민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면 미래 세대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교원양성대학 시민교육 역량강화 사업’을 위해 대학을 선정해놓고도 세수 감소를 이유로 예산전액을 돌연 삭감한 현 정부의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출처=라흰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실제, 실체의 실재│관점」

김선희, 확산 필름, LED, 컬러필름 등, 가변설치, 2024

김선희 작가 전시회는 5월 18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라흰갤러리에서 열린다. 일요일·월요일·공휴일은 휴관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빛의 모습을 관찰하고 채집해 이를 입체 조형의 형식으로 표본화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그러나 그의 예술 행위는 망막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빛의 정체를 광학의 맥락에서 설명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작업은 오히려 빛의 씨앗이 떨어지는 일차적이고 우선적인 거류지, 말하자면 모든 것이 걸러지지 않고 속한 '표면'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로서 김선희의 활동은 창작자라기보다는 관찰자나 전달자의 그것에 가깝고, 그러한 결과물은 상술한 바와 같이 표면에 실재하는 빛의 실체를 모아 조립한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작업에서 그는 간헐적인 섬광은 물론 눈꺼풀 밑으로 희미하게 스치는 광선까지 하나하나 포착하기 위해, 표면에서 목격한 현상들을 이미지나 영상물로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을 작업의 관건으로 삼는다. 이는 현상이 어떠한 가림판도 없이 노정된 표면으로부터 빛의 실체가 실제로 실재하는 순간을 직관으로 파악하기 위함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절제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이유

교수논평

김형진

김포대 교수

에너지는 모든 시공을 지배한다. 빛이 있는 곳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인데 엔트로피는 이 그림자에 비유된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데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면서 증가하는 데 반해 에너지는 영구불변하다. 에너지 낭비는 인류의 재앙을 초래한다. 500만 년 전 인간이 지구에 살기 시작한 이후 150만 년 전 불을 발견했다. 불은 인류를 문명의 길로 이끈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인류가 에너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 화석연료는 에너지의 가장 유용한 형태로서 지구상에서 가용한 전체 에너지의 단 1%를 점하고 있을 뿐이지만, 화석연료의 감소는 가히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1865년 독일의 과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alusius)는 엔트로피라고 불리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 열과 일의 관계를 열역학 제2법칙으로 정립하였다. 열역학 제2법

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많을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데 반해 에너지가 집중되고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자연적인 현상이 광합성이다.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식물에 집중되어 화학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서는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했는데, 왜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하는데, 왜 아껴 쓰라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는 열로 손실된 에너지는 다시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소적으로는 끊임없이 질서가 만들어지지만 우주 전체적으로는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생명의 모든 활동은 열손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로 갈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과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 인류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끊임없이 자원, 즉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지구의 에너지는 무한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의 대표적인 예가 환경오염, 지구 온난

화이다. CF100(Carbon Free 100%)이 아닌 RE100(Renewable Energy 100%)로 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보다 더 현명하고 절제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한 수많은 에너지는 환경오염이란 이름으로, 실업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저엔트로피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3월 5일 방송은 지질학계가 ‘인류세’의 공식 도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었지만 인류세 도입이 성급하다는 이유에서 이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 환경의 심대한 변화가 반영된 새 지질시대의 명칭이다. 인류세 논의는 인간 활동이 기후·자연생태계를 바꾸고 그 흔적이 지각에 선명하다는 점을 누구나 인식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르빈 쉬뢰딩거는 “살아있는 유기체는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말했다. 우리는 낭비를 줄이고, 절약하면서 무분별한 발전을 지양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을 뿐이다.

현재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성인학습자를 대하는 교수의 말 매무새

직장인 박사의 월화수목금금금

최진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오리엔테이션 때 박사과정의 마음가 짐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성인학습자에게 당위적인 이야기가 잘 들리도록, 공손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방법을 나는 배우는 중이다.

프리오리엔테이션 시간 때 “동기의 빠른 성과와 졸업을 보며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주제를 잠시 다루었다.

“모두가 경험이 다르고 강점도 다릅니다. 직군의 특성에 따라 논문 작성이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작문 능력, 영작 능력, 수리 과학적 이해도, 추상화 능력, 학부 졸업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파악하는 역량에 따라 다 달라요. 또 외부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족이 아프거나 정작 내가 아플수 있어요. 아니면 출장을 갈 수 있습니다. 함께 입학했다고 똑같이 졸업하지 않아요. 여러분은 학부생과 달라요. 각자의 노력과 역량, 환경의 다양한 요소가 졸업에 영향을 줍니다. 동기가 논문을 빨리 쓰고 늦게 쓰고 거기에 긴장하고 크게 연연하지 마세요. 성공적으로 논문을 쓰는 동기를 보고 질투하거나 자기를 탓하지 마세요. 불안해하지 마세요. 박사과정은 직선 코스가 아닙니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당위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 말매무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해야 한다.” “필요하다.” “하십시오”일까? 성인씩이나 된 어른들에게, 이미 기업의 고위 직군을 차지한 대표이사와 임원 부장님들께 어떤 말투로 마음의 자세를 권해야 할까? 집에서는 자녀를 가르치는 부모이자 팀장인 성인학습자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할 법한 말의 내용이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입 밖으로 좀처럼 내지 않는-마음의 은밀한 고

충이 될 수 있는(질투하지 말라, 시기하지 말라, 불안해하지 말라)-이야기를 공공연히 공공장소에서 하자니 교수자로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발표 자료에는 “결코 권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강의로 전달할 때 살짝 말의 끝을 흐렸다.

전달 방식에 확신이 없었다. 전달하고 자 하는 내용은 명확하지만 내가 어떤 자세로, 각도로, 뉘앙스로 서 있어야 할지 말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성인 학생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어떤 말의 표현으로 전달해야 할지, 존중하며 단호한 태도로 말을 전달하는 건 어떤 걸까? 무엇보다 내가 교수자로서 성인학습자를 어떤 정체성으로 대해야 할까? 그래서 모든 말이 강하고 단호하게 시작했다가 마치 수채화 그림 그리듯 파스텔 색감을 펼치듯 모든 말끝이 흐려졌다. 의도적이며 비의도적인 확신 없는 말 매무새다.

생각해보면 영미권에서 성인학습자를 대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존댓말이 없었다. 겨우 한다고 해도 “would you / could you”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정말 모르는 교수를 대상으로 혹은 에디터에게만 “Please”만 살짝 붙였다. 한국의 맥락 안에서 당위적 내용을 예의를 지키며 단호하게 권고하는 내용은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이날 강의의 시작을 박사과정은 “약력 한 줄(학위)/Product” 학위과정뿐 아니라 “실존을 걸고 만들어가는 과정/Process”라고 강의했지만, 이는 교수자에게도 해당한다. 말 매무새 고민을 하며 결국 나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먼저는 내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고 관계의 거리를 파악한 후 말의 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이건 정말 어렵다. 매 강의 시간은 내가 교수자가 되어가는 수업 시간이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겠지만 조금씩 되겠지.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성인 및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해외 박사과정 프로그램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성인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하는 성인학습자의 삶과 학습의 희노애락 그리고 고등교육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교수신문 The Professors Times 1년 구독료 100,000원

학문의 자유와 대학 민주화 ·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

등록번호 : 서울다6564 주 소 : (우)04343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3안길 41 승현빌딩 3층

대표번호 : 02-3142-4111 편집국 : 02-3142-4153 광고 : 02-3142-4194

홈페이지 : www.kyosu.net 이메일 : editor@kyosu.net 팩스 : 02-3142-4118

발행인 : 이영수 편집인 : 이영수 편집국장 : 김봉억 인쇄인 : 장용호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