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에 얼룩진 이탈리아
글로컬 오디세이
김정하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상임연구원
좁은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이 '여성폭력'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방송 TG24>는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치원에서 “이제 그만!(Basta!)”을 주최했다. 여성폭력은 이전 또는 현재 애정관계에 있는 사람이 소유욕이나 이별 통보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희생 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폭력을 당하거나 살해된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이러한 구체적인 정의를 배경으로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정서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현·애정행각에 의한 납치 행위·명예의 문제 등의 가벼운 사안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은, 비록 지난 15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언어의 남발로 인해 죄인 취급을 받거나 또 다른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이탈리아에서는 22살의 여대생 줄리아 체케틴이 전(前) 남자친구인 필리포투레타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같은 해1월 초에는 23살의 여성 줄리아 도나토가 32살의 남자친구인 안드레아 인코르바이아의 총격으로 피살됐다.가해자는 평소에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여자 친구를 살해한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 여성의 여자 친구들에 따르면 안드레아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한 질투가 과도했으며 자신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평소에도 무력행사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이러한 일련의 불행한 사건은 이탈리아 여론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여성폭력에 대한 수많은 논쟁과 공개적인 항의를 촉발시켰다. 줄리아 살인사건 이후 로마의 투바 서점에서 는 멕시코 여성 작가인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자가 과거 30여 년 전 멕시코시티에서 살해된 자신의 여동생 리리아나를 추억하며 쓴 『리리아나의 위대한 여름(L’invincibile estate di Liliana)』 (SUR, 2023)을 낭독하는 문화행사가 있었다.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연인이나 동료 또는 가정에서 살해된 여성은 모두 118명에 이른다. 이중 96명이 가족 내에서 그리고 남녀 관계로 인해 살해됐다. 사진은 2천 년대 초반 이탈리아 여성폭력의 현황. 사진=라 레푸블리카
그리고 올해에는 이와 유사한 폭력 사건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관심을 모으기 위한 문학행사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는 10개 이상의 신문사에서 50명 이상의 이탈리아 작가와 신문기자들이 참석해 관련 사례와 기사들에 대해 열띤 토론
을 벌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회로부터 실질적으로 묵인된 각종 현상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노력이 경주됐다는 사실이다.
여성폭력의 주제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문화의 주변부에서 고립된 채 관심의 사각지역에 놓여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제 여성은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부모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린 청소년의 성장을 도와주
는 학교 선생님들과도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고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남자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
이다.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이번 행사는 단발성이거나 보여주기 식의 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적어도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신문들은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달 4일 로마의 만초니 극장에서는 이탈리아의 수도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도시들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환으로 관련 문학작품을 낭독하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여성폭력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도 맥을 같이한다. 서로를 상보하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는 갈등과 충돌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이탈리아의 여성폭력은 산업화 이후에 불거진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남부의 역사에서는 농업사회를 배경으로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남성중심주의가 과도하게 지배적이었으며 가족의 여성 구성원, 특히 부인이나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경향은 오늘날에조차 그리고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다른 한편에서는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된 북부지역에서, 특히 국내외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어려움은 가족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인간관계의 진지함을 퇴색시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적 불안감과 비교의 심리는 이성 관계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탈리아 시에나 국립대에서 중세 이탈리아 역사를 전공했다. 동·서양의 역사철학을 바탕으로 고·중세 지중해 문명교류의 이론과 사례를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지중해 문명교류의 역사』를 집필하고 있다. 지중해지역원 학술지 『지중해지역연구』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술로는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이담북스), 『지중해 문명교류학』(공저, 2017, 이담북스), 『기록물관리학 개론』(2007, 아카넷) 등이 있으며, 번역으로는 『치즈와 구더기』(2001, 문학과 지성사), 『밤의 역사』(2020, 문학과 지성사), 『중세』(2016, 시공사) 외 다수가 있다.
대학출판협회, 대학교재 불법복제 예방 나선다
한국외대 학내 게시판에 부착된 홍보 포스터 . 사진=한국대학출판협회
저작권 특강·모니터링단·신고센터 운영
한국대학출판협회(이하 대학출협)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2024년 민간협력 불법복제 모니터링 사업’을 지난달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대학생들이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고 불법복제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한국대학출판협회 40여 개 회원 대학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올 11월까지 실시된다.이번 사업은 불법복제 인식개선과 불법복제 현장 모니터링 활동을 아우르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저작권 특강 개설(6개 대학) △불법복제 모니터링단 시범 운영(2개 대학) △신고센터 운영(20개 대학) △학보 광고(4개 대학) △포스터 및 동영상 △온라인 배너 배포(전체 회원 대학) 등이다.대학출협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출판물의 불법 스캔과 판매·공유가 중범죄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로써 저작물 불법복제를 예방하고 저작자 권리를 보장해 정상적인 출판 유통 생태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지난 3월에는 불법복제 예방 홍보 포스터와 동영상, 온라인 배너 등이 전체 회원 대학에서 배포·게시됐다. 그리고 4월에는 두 대학에서 모니터링단이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5일, 대학출협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으로 ‘2024년 충남대학교 불법복제 모니터링단 출범식’이 열렸다. 충남대 학생 10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올 11월까지 불법복제 인식개선 홍보 활동, 대학가 주변의 복사업체, 중고나라 및 당근마켓 등 온라인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불법복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만일 적발될 경우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신고까지 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이어서 한국외대에서도 모니터링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대학출협은 4년제 대학·대학원에 설치된40여 개 출판부서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대 교재와 전문학술도서 출판을 통해 대학생과 연구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첨단산업 ‘단기 집중교육’ 대학에 630억 지원
2024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대학과 기업이 함께하는 첨단산업 분야 ‘단기집중교육 프로그램’이 올해 대폭 확대된다. 기존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가 새로 추가되고 지원 대학과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일 올해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사업’ 신규 참여 대학을 공모한다고 밝혔다.이는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첨단산업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1년 이내의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10개 대학이 161개 기업과 협업해 1천255명의 인재를 양성했다.올해는 해당 사업 지원 분야를 기존 반도체에 더해 이차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바이오, 항공·우주 산업까지 확대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17곳, 이차전지 4곳, 차세대 디스플레이 4곳, 바이오 4곳, 항공·우주 3곳 등 32곳의 지원 대학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분야별로 전문대를 최소 1곳 이상 선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선정된 10개 대학까지 총 42곳의 대학이 해당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선정된 대학은 연평균 15억 원 내외의 예산을 5년간 지원받는다. 교육부는 올해 사업 예산으로 총 630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선정된 대학 10곳에 150억 원, 올해 신규 선정되는 대학 32곳에 480억 원을 지원한다.
해당 대학은 기업과 함께 직무 분석에 기반한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운영하고, 대학 안팎의 자원을 활용함과 동시에 탄력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마련해 각 첨단산업 분야에 진출할 100~300명 규모의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아울러 교육부는 대학이 기업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다수의 기업을 회원사로 보유한 산업별 협회·단체를 협업 기관으로 지정해 기업 섭외, 몰입형 교육과정 위탁 운영, 온라인 교육 콘텐츠 등 사업 준비 단계부터 운영까지 지원한다.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긴밀히 소통하고, 실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첨단산업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오는 6월 중으로 지원 대학을 선정한 뒤 여름 계절학기부터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저작권보호 바로 지금
“과학기술만으로 지속가능발전 달성 어려워”
과학의 과학 11 지속가능 발전
전준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그 탄생과 국제적인 공포, 그리고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정책 입안의 단계를 거치며 수많은 부침을 겪어 왔다. 1987년의 브룬틀란드 보고서에서 최초로 정의되었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현재 세대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하게 정의된 개념어는 다양한 해석적 유연성을 허용하기 마련이며, 환경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개의 상충된 가치를 상충되지 않은 것으로 조화시키고자 하는 이 야심찬 개념이 더더욱 다양한 국제사회의 행위자들에 의해 변용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가령 윌프레드 베커만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같은 경제학자는 『작은 것은 어리석다』와 같은 책을 통해 환경문제와 경제발전은 애초에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경제의 영속적인 발전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환경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기후변화 회의론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덴마크의 통계학자 뷔에른 롬보그의 『회의적인 환경주의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지나치게 큰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며, 경제 발전과 효율적 자원 관리를 통해 환경문제를 실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 사회와 개별 국가의 노력이 얼마만큼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의 희생을 얼마나 감수해야 하는지,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더욱 깊은 토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유엔이 제시한 기후 행동 등 17개 목표이러한 가운데 2015년에 UN이 전폭적으로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UN SDGs)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복합적 요소들을 다면적으로 포함하고자 노력한 결실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UN SDGs는 17개의 목표로 구성돼 있다. 이중 △기후 행동 △깨끗한 물과 위생 △육상 생태계 보존과 같은 목표들은 명백하게 환경과 관련된 목표들이지만, △좋은 일자리와 경제 성장이라든지, △산업·혁신·인프라와 같은 목표들은 전통적인 경제성장의 성과를 측정하는 목표들이기도 하다.주목할 만한 것은 경제와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정치적 안정성을 평가하는 목표치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젠더 평등·불평등 감소와 같은 사회적 지표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이 사회 구성원들끼리의 불평 등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달성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화·정의·제도와 같은 목표들은 이 모든대한민국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17개 분야이다. 이미지=국정브리핑
“이주자 권리 보장을 위해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정했지만, 관련 데이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추후 통계 산출 방법을 정하겠다고 남겨뒀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국제적인 눈높이에 맞춰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사회조사적 인식론이 필요하다.”
노력들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사회적 제도망의 기반하에 달성되어야 함을 뜻한다. 17개의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나눈 232개의 세부 지표들까지 생각하면 UN SDGs는 방대한 자격 시험을 방불케 하는 평가체계이다. 요컨대, 17가지 목표를 모두 골고루 달성한다면 그 사회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촘촘한 시험을 통과한 셈이 된다.
물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경구가 있듯이, UN SDGs가 아무리 촘촘한 목표를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달성해야 할 개별 국가와 사회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우회로는 존재할 수 있다. 가령 ‘육상생태계 보존’ 목표에 포함되는 10개의 세부 지표들은 각각 △녹지의 비율 △생물 다양성 △연간 삼림면적 변화량 △생태계 보존을 위한 예산의 비율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이러한 통계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뿐더러, 관련 예산의 값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다.대한민국 지속가능 발전의 214개 지표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9년에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s)를 내놓고, 유엔의 기준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17개 목표 분야 및 214개 지표를 발표했다. K-SDGs에는 세부 지표 값에 대한 목표치도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7.6%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까지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9.7만 대 수준이었던 친환경 자동차는 880만 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반면 목표치 설정이 잘되지 않는 지표들도 존재한다. 이주자 권리 보장을 위해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정했지만, 관련 데이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추후 통계 산출 방법을 정하겠다고 남겨둔 것이 그 예이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국제적인 눈높이에 맞춰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사회조사적 인식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K-SDGs 달성은 당연히 지역사회 차원의 목표 달성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라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표어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대한민국 정부의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은 각 지자체가 K-SDGs 달성을 위한 자체적인 SDGs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를 시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지역 통계의 한계다. K-SDGs에 포함된 214개 지표들 중 지역단위의 통계가 주기적으로 측정되고 있는 값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국 단위의 데이터는 존재하는데, 이를 구성하는 지역 단위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견 모순된 상황처럼 보인다.일상 바꾸기 위한 사회적 직조망국제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거대하고 모호한 목표가 단단한 의제가 돼 사회와 우리의 일상을 바꾸려면 그만큼 단단한 사회적 직조망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목표들이 과학기술의 바깥 영역에서 달성돼야 한다.우리의 실천 그 자체를 측정하기 위한 사회적 데이터의 구축도 순수한 과학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무엇을 과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으로 동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에 상응하는 자원의 투입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종합 사회지표로서의 대한민국과 지자체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설정과 그 이행 평가가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무학과 1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기고
서영식충남대 자유전공학부장CNU리더스피릿연구소장무학과 무대책 극복 위한 ‘소속감·리더십’ 함양 교육
2024년 초봄 전국의 대학가는 교육부의 이른바 자율입학제(무학과 입학제)실행 방침에 대응하느라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별로 내년도 무학과 입학생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적지 않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1년 동안 신입생들을 수용할 교양교육 위주의 학부대학이나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하기 위해 학칙을 개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그런데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무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다.몇몇 대학의 상황을 살펴보면 신입생들에게 그동안 대학의 저학년들이 이수했던 교양과목을 주로 수강하도록 하고, 향후 선택할 학과의 전공 수업을 몇 과목 수강하도록 허용하는 방침을 마련 중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책은 사실상 무대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장관 이하 교육부 관료들도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우며 새 입시제도의 도입만을 강요할 뿐, 학생들이 1년간의 대학 생활을 어떻게 영위해야 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라도 나올라치면 그들은 허울 좋은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들먹일 것이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 방안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만 교육의 주체임을 인정받곤 하는 교수의 몫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대학의 역사 배우는 비교과 프로그램필자는 그간의 교육 경험을 되돌아보며 무학과 입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향을 두 가지 점에서 간략히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 대학의 역사와 인물에 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교과목이나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무학과 입학생들은 학과로 입학한 동기생들에 비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따라서 학교생활 중에 심리적으로 갈등하고 방황할 수 있다. 또한 한 해가 끝날 무렵 원하는 학과로 배정받지 못하면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상황에서 무학과 입학생들이 대학의 역사나 대학과 인연을 맺었던 분야별 주요 인물들(총장, 교수, 동문, 기부자 등)에 대해 이해하고 이들의 숭고한 삶과 헌신의 자세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미와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지난 2022년 충남대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재직 중인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70년 CNU의 리더스피릿』을 출판했으며, 이후 재학생들과 함께 지속해서 독서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학교에 대한 별다른 정보나 관심 없이 개인적 여건이나 수능 성적 때문에 입학했으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길을 고민하던 신입생들이 학교의 역사와 인물을 충분히 인지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다잡고 책 속의 인물들보다 더 큰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로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보았다.나아가 무학과 입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리더십 함양 교육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리더십은 유사 이래 인류가 가장 주목해 온 보편적 관심사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아직도 리더십 하면 막연히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만을 떠올리며 체계적인 리더십 연구와 교육을 간과하고 있다.희망 전공 연계한 리더십 연구·교육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라이트 형제, 오펜하이머, 정주영, 빌 게이츠, 링컨, 루스벨트, 마더 테레사, 이태석 등과 같이 특별한 성취를 바탕으로 헌신과 봉사의 삶을 영위했던 리더십의 증인들을 무학과 학생들이 개인적인 관심이나 희망 전공과 연계해서 심도 있게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직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간주하는 그릇된 사회 풍조를 바로잡는 교육적 계기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싸움이라면 제대로 준비해서 후회 없이 이겨야 한다.제41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공모
가) 대상 도서 - 2023. 3. 1 _ 2024. 3. 31 사이에 국내에서 간행된 초판 과학기술도서로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창작) 또는 번역된 도서로서 납본 필한 도서.나) 신청서류 - 시상부문은 신청서 붙임1 양식에서 선택 작성하여 해당도서 2부와 함께 접수. (신청 종수는 제한 없으며, 증정 도장은 찍지 않습니다.) 다) 신청방법 - 과학기술출판협회 사무국으로 직접 제출 또는 택배 우송 (접수된 도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반환치 않음) - 접수처 : 서울 마포구 토정로 222 한국출판콘텐츠센터 415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신청서는 도서와 함게 우편 접수 및 메일 LTU538!IBONBJM.OFU 가능)라) 신청기간 : 2024. 4. 1(월) _ 4. 25(목) 18:00 까지 마) 수상자발표 : 심사회의 후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통보 바) 시상식(예정) : 2024년 5월 중 장소: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 사) 시상내역 :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시상 부문 시상부문시상 단체 및 부상대 상①출판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②번역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번역인③저술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저술인④특별상/출판기획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⑤출판공로상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⑥우수상(저술)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상장 및 부상 저술인⑦ 우수상(아동)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후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과학저술인협회동서고금 행복 탐구자 150인이 제시하는
‘행복 비결’을 분석하다저자의 행복 4단계론비교안함 - 만족 - 감사 - 행복성기철 지음 ` 352쪽 ` 17,800원 031 964 1227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원로 73美 기관들 ‘역사 데이터·협력 플랫폼’ 무료 제공
디지털 역사학의 물결
❸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1 미국
우동현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디지털 인문학(DH)과 디지털 역사학(DHis)의 선구자들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각자의 분야를 혁신해왔다. 한편 컴퓨터 기술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 선두 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DH와 DHis가 시작됐고 2010년대 전후로 다시 부상한 인문학의 디지털 전환 담론을 주도하는 미국 학계의 성과를 살펴본다
연재 순서① 디지털 인문학이란 무엇인가?② 디지털 역사학의 역사③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1 미국④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2 유럽⑤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3 동아시아⑥ 디지털 역사학의 성과 4 국내⑦ 디지털 인문학의 최대 난제와 돌파구⑧ 디지털 역사학의 가능성과 전망미국 학계가 국제적으로 DHis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유수의 기관들이 미국 전역에 포진해있고 대학·그룹·연구자 등 다양한 단위의 연구 프로젝트가 탄탄한 재정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1965년, 미국의 인문·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국립인문기금(NEH)은 2023년 현재 미화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운용한다. NEH는 2006년 디지털 인문학 이니셔티브를 발족했고, 같은 이니셔티브는 2008년 디지털인문학국(ODH)으로 개칭된다. ODH는 다양한 경로로 DH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그랜트의 규모는 크게 3개, 미화 7만5천 달러에서 45만 달러 수준으로 나뉜다. 지원받은 프로젝트는 논문과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출판, 보고서, 소프트웨어, 교육 자료, 워크숍 등의 결과물을 산출해야 한다. 기한은 유연한 편이다.디지털인문학국 프로젝트 900개 육박2006년부터 2024년 4월 현재까지 ODH 그랜트를 받은 프로젝트의 개수는 900개에 육박한다. 그랜트를 받지 않았거나 제안액보다 적게 받은 일부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젝트의 규모는 최소 5천 5백 달러, 최대 125만 달러(협력 과제) 또는 50만 달러(DH)이다. 35만 달러를 받은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DHis이다. 한화로 단순 환산하면, 약 4억 6천만 원을 3~4년 동안 받은 것이다.이 그랜트가 지원한 다양한 DHis 작업의 결과물은 인터넷에 공개를 원칙으로 하여 접근이 어렵지 않다. DH와 DHis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해당 웹사이트에 공개된 여러 흥미로운 프로젝트의 대강을 살펴보길 권한다.NEH 그랜트를 받은 프로젝트 중 미국의 DHis를 대표하는 연구 결과물은 바로 문필 공화국 지도화(‘매핑’)일 것이다. 18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지성사를 연구하는 문학자인 댄 에덜스틴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볼테르·콩도르세·로크 등 17~18세기 주요 유럽 지식인들의 서신 교환 양상과 사회 네트워크 분석을 시각화했다. 전산화된 방대한 문헌 데이터가 마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협업을 이끈 ‘문필 공화국 지도화’역사 빅데이터의 시각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물인 ‘매핑’의 학술적인 의의는 기존에 나오지 못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매핑’을 통해 로크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는 당대 유럽 지식인이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지식인 커뮤니티(문필 공화국)가 있었다기보다는 실로 다양하고 고립된 소규모 공동체가 있고 그중 일부를 로크가 연결했음을 밝힌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례 연구도 마미국사학자 카메론 블레빈스가 만든 ‘거미줄 망 프로젝트(Gossamer Network)’의 일부. 출처: https://gossamernetwork.com
미국사학자 카메론 블레빈스의 책 표지.
미국 국립인문기금(NEH) 산하 디지털인문학국(ODH)의 홈페이지다.
출처: https://www.neh.gov/divisions/odh미국의 다양한 기관은 ‘디지털 역사학’의 핵심인 전산화된 역사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학교나 기관이 중심이 돼 협력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개별 연구자 단위에서도 선구적인 ‘디지털 역사학’ 작업물이 나오고 있다.찬가지로 흥미롭다. 프랭클린처럼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규정한 이도 소통 측면에서는 지리적으로 대영제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매핑’은 스탠포드대학 내 산재한 역량을 모아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협업을 바탕으로 에덜스틴 팀은 추가적인 NEH 지원을 받아 구조화된 역사 데이터의 시각화를 도와주는 도구인 팔라디오(Palladio)를 제작하기도 했다.이 소프트웨어는 현재 전 세계의 DH 연구·교육에 널리 쓰이고 있다. 아울러 스탠포드 DH 프로젝트 웹사이트는 고대 지중해 세계의 지리적 여정을 시각화한 Orbis 등 실로 다채롭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제공한다.디지털 역사학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다MIT와 하버드대학 등 미국 내 세계 최고의 교육 기관들은 앞다투어 DHis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MIT의 특훈교수이자 세계적인 환경사학자 케이트 브라운은 자급자족 도시(Self-Sufficient Cities)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막대한 빈부의 격차를 지리적으로 보여주는 웹 플랫폼을 만들었다. 버지니아대학의 경우, 노예사와 지역사를 결합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UCLA의 하이퍼시티 프로젝트 또한 역사학과 DH의 흥미로운 접목 방식을 선보인다.
미국의 다양한 기관은 DHis의 핵심인 전산화 된 역사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2023년 9월 현재, 53만 명 이상의 중국사 인물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하버드대학의 중국전기디비(CBDB)나 우드로윌슨센터의 디지털 문서고는 역사 연구자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학교나 기관이 중심이 돼 협력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개별 연구자 단위에서도 선구적인 작업물이 나오고 있다. 주목해야 할 DHis 연구자인 카메론 블레빈스는 20만 건에 달하는 우체국 데이터를 통해 19세기 미국의 국가권력이 서부로 확장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그는 전통적인 역사학자답게 저서를 발행하고 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각화 페이지도 제공한다. 역사학 연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알렉스 웰러스틴, 수잔 그루네월드 등이 낸 작업물도 매우 인상적이다.미국 DHis는 세계의 유관 학계에 선구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어떤 DHis 성과들이 나오고 있을까? 다음 연재에서 확인해 본다.UCLA에서 과학기술사(북한-소련 관계사)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The Historical Journal』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이 게재됐다. 2023년 8월부터 한국역사연구회에서 디지털역사학연구반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연구실 주소는 https://sites.google.com/view/thenlab.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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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 『조선 요리 비법』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 640쪽) 해제 쓴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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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엔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을까,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조선 요리 비법』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다. 음식 인문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학대학원·사진)를 중심으로 민속학·국어학·국문학 연구자들이 모여 정리한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소장중인 고전 한글 요리책 『주식방문』, 『음식방문이라』, 『언문후생록』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까지의 음식 문화를 살펴본다.『조선 요리 비법』은 주 교수가 장서각 관장으로 재직하던 2022년 기획을 시작한 후, 지난해부터 1년 동안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기획과 공동 연구를 주도한 주 교수는 이 책의해제를 썼다. 그가 이 책을 정리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은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주 교수는 “고문헌을 다루는 작업은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어 더욱 면밀한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실제로 그 시대에 쓰인 요리법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출처, 문자, 저자의 성별, 필사본 여부 등 여러 요소를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해서 제시해야 했기에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조선 요리 비법』은 원문 이미지와 정서를 함께 배치해 교차 검증할 수 있게 했고, 주석에는 관련 설명과 지식을 상세하게 담아 이해를 돕고자 했다. 현대어 번역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 고전 요리를 재현하고 새로운 요리로 발전시키는 데 보탬이 되고자 했다. 주 교수는 해제에서 이 책에 담긴 한글 요리책 3종의 서지와 구성을 꼼꼼하게 분석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서강대에서 역사학,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으며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 민족학·사회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민족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 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음식전쟁 문화전쟁』, 『차폰 잔폰 짬뽕』, 『음식 인문학』, 『식탁 위의 한국사』,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조선의 미식가들』, 『백년식사』,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등이 있다. 사진=주영하
『주식방문』 표지(왼쪽)와 내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출간한 『조선 요리 비법』은 『주식방문』 등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까지의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 .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해 고증적 가치를 더했다. 주 교수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과 다른 조선인의 ‘입맛’장서각 소장 『주식방문』에는 모두 114가지의 음식 이름 또는 요리법의 재료가 적혀있다. 이 중떡과 과자 등의 ‘병과류’가 35가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병과류에는 약과, 살구편, 감태주악, 두텁떡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살구편의 요리법은 이렇게 적혔다. “살구를 씨 발라 버리고, 시루에 담아서 쪄서 건진다. 더운 김이 난 후에 체에 걸러 새옹에 꿀, 우무, 살구 세 가지가 한데 합해지도록 졸인다. 다 졸인 후 쟁반에 전병처럼 펴 놓으면 좋다.”병과류 다음으로 많은 음식류는 ‘고기 찬류’로 25가지였다. 칠계탕, 양찜, 족편 등이 적혔다. 이밖에 꿩김치, 물오이지 등의 ‘채소절임류’, 게탕, 붕어전 등의 ‘생선 찬류’는 물론 송엽주, 합주방문 등 ‘주류’ 등도 다채롭게 기록됐다. 주 교수는“장서각이 소장 중인 『주식방문』은 조선 후기 서울에 살았던 안동김씨 집안에서 실제로 요리했을 가능성이 많은 서울 스타일 요리책”이라며 “조선시대 음식을 그려보기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거 조선의 음식과 현대 한국의 음식은 비슷한 편일까, 다른 편일까. 주 교수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책에서 소개 중인 음식도 지금은 거의 안 먹는 게 대부분”이라며 “조선 이후 일제강점기, 6·25전쟁, 압축성장 등 여러 변화를 겪으며 입맛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공장에서 가공된 식품을 먹는 비중이 증가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예전에 했던 경험도 덧붙였다. “과거의 요리법을 최대한 지켜 음식을 만들고 맛을 보는 연구회가 있었는데, 맛의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쉽사리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 정도로 우리 입맛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면 돼요.”『조선 요리 비법』에는 요리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음식 문화에서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여겨진 지침들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음식방문이라』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감과 배와 게를 함께 먹지 말고, 과실이 땅에 떨어져 구더기가 꼬인 것을 먹지 말며, 먼저 익어서 떨어진 과실은 반드시 독한 벌레가 숨어 있을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낙지’ 먹으면 ‘낙제’한다어딘가 익숙한 음식 관련 속설도 눈에 띈다. ‘낙지’를 먹으면 시험에 ‘낙제’ 한다는 내용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식의 속설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것.이밖에 『언문후생록』에는 상차림 방법, 혼례 예물과 예법, 염색 물들이는 방법 등의 생활 지식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주 교수는 “조선시대의 요리법 외에도 다양한 생활 지식과 문화가 담겨 있어 음식학뿐 아니라 생활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라고 말했다.최유란 기자 editor@kyosu.net“결혼 20만 대 이혼 9.2만”… 가족이 진화한다
심지원
동국대 철학과 교수한국철학회 ‘가족공동체·남북철학’ 학술대회
한국철학회(회장 김양현)는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원장 정미라)과 공동으로 지난달 23일 전남대 김남주기념홀과 이을호기념강의실에서 ‘24년도 한국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가족 공동체 문제와 더불어 지난해에 이어서 연속으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유가 철학, 불교 철학, 그리고 조선 전기 유학, 조선 철학사 연구에서 동학과 천도교, 정약용, 그리고 율곡학파에 대한 북한에서 논의와 연구 동향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가족과 공동체’ 섹션에서는 이상형 경상국립대 교수(철학과)의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 이철우 계명대 강사(칸트 윤리학)의 「칸트에게서 결혼의 가치」, 이행남 서울대 교수(철학과)의 「인정이론적 관점에서 본 양육의 문제」가 발표됐다. 현대사회의 주요한 문제로 주로 사회학이나 여성학에서 살폈던 가족·결혼·양육이라는 주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다뤘다.혼인과 출산, 더 나아가 입양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가족의 형태는 1인 가구에서부터 미혼지난달 23일 전남대 김남주기념홀과 이을호기념강의실에서 ‘24년도 한국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가족과 공동체’ 섹션에서는 가족·결혼·양육을 철학적 관점에서 다뤘다. 사진=한국철학회
모·미혼부 가정, 동성애, 이혼한 가정들의 결합, 피부색이 다양한 가족들까지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누군가는 가족의 해체를 운운하며 ‘정상’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가족은 인류의 사회문화적 고안물이상형 교수는 가족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따른 자연적 제도라는 주장은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가족 역시 자연에 대응하며 진화해온 인류의 사회문화적 고안물이며, 형태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도 언제든 변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모범적인 가족형태를 정하고 그에 따라 법과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삶과 공동체를 가족, 즉 사회의 기본단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혼주의를 선택한다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고 특이한’ 선택이 아닌 선택 사항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고 있고, 지난해 혼인 건수는 대략 20만 건이고, 이혼 건수는 9만2천 건인 현실에서 결혼의 가치를 그것도 칸트에게서 결혼의 가치를 살피는 작업이 결혼의 종말을 외치는 시대에 어떠한 현실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이철우 강사는 비록 칸트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거의 받아들일 수 없는 보수적인 성윤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성과 결혼의 관계에 관한 철학적·윤리적 반성은 최소한 우리에게서 결혼은 여전히 존경과 사랑 그리고 책임에 기반한 윤리적 삶의 공동체의 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 교수가 결코 고대 사회의 행복론으로 되돌아가자는 낡고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자율성에 기반하면서도 양자의 조화로운 행복 추구라는 의미에서 칸트식으로 현실화된(aktualisiert) ‘자율적 행복론’의 정립 가능성과 필연성에 대한 주장을 함의하고 있다.
일방적 양육으로 인한 기형적 지배관계이행남 교수는 고전적인 인정이론의 통찰이 엄마와 아이의 양육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주장했으며, 오늘날 가장 생산적인인정이론가로 평가되는 악셀 호네트가 『인정투쟁』에서 개진한 ‘양육론’이 이 사실에 둔감하다는 것을 비판했다. 양육은 성숙한 엄마가 미력한 아이를 길러내는 일방적인 비대칭적 상호성 관계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이런 비대칭성을 용인하거나 강조하며 진행되는 양육은 실은 기형적인 양태의 지배관계에 가까워진다. 양육은 아이와 엄마를 ‘동일한’ 주체로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돼야 하며, 이는 단지 공허한 개념적 당위나 반사실적 이념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언급했다.‘남북철학을 말하다 II’ 섹션에서는 김형찬 고려대 교수(철학과)의 「북한에서의 삼국 및 고려시대 유가철학 연구」, 김원명 한국외대 교수(철학과)의 「북한에서의 삼국시대 불교철학 연구」, 박보람 충북대 교수(철학과)의 「북한에서의 고려시대 불교철학 연구」, 전성건 안동대 교수(동양철학과)의 「북한 학술에 보이는 정약용의 사회정치사상과 사실주의문학의 지향점」, 강경현 성균관대 교수(유학동양한국철학과)의 「“관념론”으로서의 조선 유학」, 김경호 전남대 교수(호남학과)의 「북한에서의 율곡학파와 진보적 철학사조 연구」, 이행훈 한림대 교수(한국철학)의 「기일원론적 유물론의 계보화」, 박민철 건국대 인문학 연구원 HK교수(한국현대철학)의 「북한 조선철 학사 연구에서 동학․천도교의 의미」 등 8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학술행사를 위해 한국연구재단과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 그리고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이 후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우리나라 미디어아트의 선도적인 기관으로서 기술의 가능성과 예술적의 감성을 결합하여 인류공동체에 긍정적인 변화와 기여를 모색하고 있다. 전남대 인문학 연구원은 2018년 ‘초개인화 시대, 통합과 소통을 위한 가족커뮤니티인문학’이라는 어젠다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에 선정돼 총 7년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학술대회 말미에는 제31회 열암철학상 서양철학 분야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가 『동물 윤리 대논쟁』저서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스탈린의 서재
제프리 로버츠 지음 | 김남섭 옮김 | 너머북스 | 544쪽스탈린은 하루에 300~500쪽을 읽을 수 있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생전 2만5천 권의 책을 모았으며, 그중 많은 책에 길고 짧은 문구나 혹은 ‘횡설수설’, ‘동의함’, ‘옳아’처럼 여러 ‘포멧키(pometki, 표시들)를 여백에 달아 자신의 생각·감정·신념을 드러냈다. 그가 개인적으로 메모를 달아놓은 400여 점의 텍스트들과 장서 목록은 살아남았다.
군서치요
샤오샹젠 편저 | 김성동·조경희 옮김 | 아템포 | 536쪽당태종은 이 책이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요점이 잘 정리돼 있다고 여기고, 특별히 10여 질을 필사하도록 명해 태자와 제후왕에게 나눠주고 정치의 귀감으로 삼도록 했다. 태종은 자신이 날마다 열독했으며, 그 열독한 느낌을 총결하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으며, 풍속과 교화의 근본을 알게 되고, 정치의 근원을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지심리학 입문
정혜선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16쪽인지심리학은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환경에 대처하는 마음의 작용, 즉 내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이 책은 인간이 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하기 위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인간의 정보 처리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기초부터 자세히 살펴본다.북극에서 얼어붙다
마르쿠스 렉스 지음 | 오공훈 옮김 | 동아시아 | 420쪽이 책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 현장인 북극 연구를 위해 전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규합한 지상 최대 프로젝트, 모자익 원정대의 탐험 일지다. 이 책은 얼음 없는 북극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으며, 인간 활동이 지구 기후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첨예하게 밝히고 있다. 모자익 프로젝트에는 총 37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깊은 생각의 비밀
김태훈·이윤형 지음 | 저녁달 | 272쪽OTT·숏폼 영상을 종일 켜놓고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스스로 생각하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 궁금하거나 모르는 점이 생기면 즉각 검색을 시도할 뿐 유추하거나 추리하거나 상상해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생각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경영이라는 세계
황승진 지음 | 다산북스 | 492쪽35년간 경영학계와 비즈니스계의 최전선에 머물며 아마존·구글·애플·메타·HP·토요타·포스코·코닥·노키아 등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영학자의 눈을 빌려 경영의 힘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세계를 관찰해 보자. 지금까지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세계의 흐름을 목격하는 순간 자신의 비즈니스와 인생이 나아갈 방향에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야시카 농민, 유형자, 군인의 삶
마리야 보치카료바 지음 | 류한수 옮김 | 마농지 | 464쪽전쟁과 혁명으로 격동하던 시기에 저자는 한쪽에서는 반혁명 분자로, 한쪽에서는 러시아의 잔다르크로 불렸다. 그가 이끈 결사대대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나 한편으로 기존 젠더 질서의 전복을 내장한 사회적 실험이었다. 이 책은 그 모순적인 삶과 시대의 면면을 담은 기록이다. 한 인간의 역사이자, 민중의 시각에서 재현한 시대사이다.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양승훈 지음 | 부키 | 432쪽이 책은 제조업 위기론 속 울산이 직면한 딜레마에서 출발해 4차 산업혁명과 기후 위기라는 퍼펙트 스톰을 마주한 주식회사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논쟁적으로 살펴보는 대담한 기획이다. ‘조선소 출신 산업사회학자’로 주목받으며 한국사회학회 학술상과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을 수상한 저자의 5년 만의 신작이다.조선연구문헌지 (중)
사쿠라이 요시유키 외 2인 지음 |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 편집 | 심희찬 옮김 | 소명출판 | 435쪽현실과 무관한 진공 상태에서 작성된 목록이란 있을 수 없다. 지식은 정치와 분리되지 않는다. 이 책은 거대한 지식의 체계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식민지의 역사·언어·문화·관습·사회·생활·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 압박을 가하는 제국의 학지(學知)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저자가 말하다_『소녀 취향 성장기: 나를 성장시킨 여자들의 이야기』 이주라 지음 | 산지니 | 232쪽
여성 취향 대중문화, 왜 비평의 대상이 못 되나대학에서 비평을 가르치다 보면 대중문화콘텐츠에 대한 비평적 시각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주 체험한다.
최근 문예창작학과에는 웹소설 작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그들의 독서 경험은 대부분 웹소설에 한정된 경우도 꽤 많다.그럼에도 비평문을 쓸 때 학생들은 웹소설 작품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문학적 해석을 감당할 만한 예술적인 작품들을 비평 대상으로 선정하곤 한다. 혹은 웹소설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 비평의 시각이 앞서 말한 ‘산업적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콘텐츠는 예술적 작품에 비해 도식적이고 단순해서 진사적 취향·공적 비평의 괴리 넘어서기 노력
페미니즘 리부트, 여성의 성장 새롭게 해석지하게 분석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너무 산업적인 영역이어서 경제적 수익성을 통해서만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겨 읽는 웹소설을 비평의 대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대중문화콘텐츠는 왜 진지한 비평의 세례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 의문은 내가 한국의 대중문학에 관해 박사논문을 쓰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계속 ‘취향과 비평의 괴리’에 관해 고민했다.나의 취향은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명작이나 거장 감독이 만든 예술적 영화 이루어져 있기도 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애니메이션·순정만화와 같은 대중문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나 또한 글을 쓸 때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여겨지는 작품들만 대상으로 삼고자 했다. 나의 개인적 취향이 공식적 비평의 시선과 괴리를 이루는 것이었다.
『소녀 취향 성장기』는 이러한 취향의 괴리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일상에서 대중문화를 즐기면서도 비평의 대상은 예술적 작품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성 취향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진지한 연구의 대상으로 쉽게 다루지 못하는 것, 그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었다. 2020년에서 2021년까지 2년 동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터넷판의 한 꼭지인 ‘르몽드 문화톡톡’에 여성 취향이라 불리는 로맨스 작품을 중심으로 대중문화 비평을 게재했다. 이를 통해 여성이자 대중의 취향과 시각으로 이 사회를 진지하고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시각을 공유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되면서 여성의 성장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을 많이 다루었다. 소녀 취향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빨간 머리 앤」과 「작은 아씨들」이 어떻게 리메이크 되었는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에서 우정을 통한 여성의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았다.
동시에 로맨스 장르가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어떤 새로운 성찰을 보여주는지도 분석했다. 「노멀 피플」, 「너무 한낮의 연애」,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같은 작품은 사랑을 통해 힐링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하며 주체적인 사랑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 또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이성애 중심의 사랑에서 벗어나 약자와 비주류 그리고 사회 주변부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도모하게 했다.이 책은 소녀 취향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여성 취향의 독서가 가진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취향으로 세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내가 좋아했던 사랑 이야기는 그저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을,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 관계가 부딪히는 사회와 관습을 읽어내게 했다.더 나아가 사랑 이야기는 부와 가난의 대립을, 성 소수자의 문제를, 생존경쟁의 압박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 이야기는 연애와 결혼과 같은 사회적 제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사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공적 영역의 문제들과 만난다. 이렇게 대중문화콘텐츠 그리고 여성 취향의 작품들은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숨겨진 욕망과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이 작품들에 진지한 비평적 시선을 던져야 한다.
이주라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저자가 말하다_『앨리 러셀 혹실드』 함인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37쪽
워킹맘과 이주노동자, 돌봄 노동으로 얽히고설키다감정노동 연구의 선구자로 이름을 알린 앨리 러셀 혹실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사회학과 명예 교수. 그는 학계의 인정과 대중의 지지라는 만만치 않은 성과를 성공적으로 일구어낸 사회학자다. 미국 사회학계가 수여하는 찰스 쿨리상, C. 라이트 밀스상에 이어 제시 버나드상까지 휩쓴 혹실드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질문의 프레임을 구성하고 분석의 통찰력을 더하는 데 천재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회학자”라는 수상문 속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대부분의 저서가 보급판(paperback)으로 출판되는 행운을 누린 혹실드의감정노동의 미묘한 긴장과 통증 드러내
당대의 뜨거운 사회적 이슈도 소신 발언작품 중 『감정노동』(1983)은 T. 켐퍼(Teodore Kemper)의 『감정의 사회적 상호작용론』(1978)과 N. 덴찐(Norman Denzin)의 『감정의 이해』(1984)와 더불어 감정사회학 3대 저서 중 하나로 꼽힌다.
혹실드가 감정 사회학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게 된 배경에는 C. 라이트 밀스와 어빙 고프만이 학문적 멘토로 자리하고 있다. 감정 사회학이 아직 주변적 지위에 머물러 있던 동안에도 밀스와 고프만은 감정의 사회적 중요성과 핵심적 의미를 간파하고 있었다. 실제로 밀스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하에서 감정을 관리하는 동시에 감정을 상품으로 판매해야 하는 화이트칼라직의 출현에 주목한 바 있고, 고프만은 우리 모두가 사회라는 연극 무대 위의 연기자란 시각에서 섬세한 풍미로 가득한 개념들을 선보인 바있다. 다만 두 거장 모두 당대 지식 풍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음에 주목한 혹 실드는 그들의 유증(legacy)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는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뤄냈다.
혹실드의 글 속에는 두 거장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 그녀는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과 고프만의 연극학적 사회학으로 무장하며, 우리가 당연시함으로써 무심코 지나쳐왔거나, 지리멸렬한 일상의 관성에 파묻혀 눈에 보이지 않던 현상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거쳐, 특유의 감각과 감성으로 멋진 개념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이 책에도 소개된 핵심 개념들, 곧 △2교대제 △시간 압박 △친밀한 삶의 상품화 △글로벌 돌봄 연쇄 △아웃소싱 자아 △정체된 혁명 덕분에, 우리는 스쳐 지나갔던 일상의 모습을 치밀하게 해부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다.
혹실드의 개념들은 서로서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 하나의 실타래를 당기면 또 하나의 실타래가 매끄럽게 풀려나오는 느낌을 준다. 2교대제에 발목 잡힌 워킹맘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돌봄 공백을 메우고자 돌봄 노동을 아웃소싱한다. 마침 이주의 여성화 물결을 타고 자신의 아이를 고향에 두고 미국으로 건너 온 제3세계 이주여성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돌봄 노동을 사이에 두고 제1세계 여성과 제3세계 여성이 엮이는 현실에 혹실드는 글로벌 케어 체인이란 이름을 붙였다.혹실드가 연구 대상에 접근해가는 방식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통계 숫자나 규범적 행위만으로는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우리네 일상의 미묘한 긴장과 ‘통증’(pinch)을 혹실드보다 생생하게 또 절실하게 그려낸 학자는 없을 것이다. 혹실드가 있었기에 제도 구조 지위 등의 건조하고 추상적인 개념 세례를 뚫고 사회학 속으로 살아 숨 쉬는 개인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게 되었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연구자로서의 성실성과 진정성 못지 않게 당대의 뜨거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소신과 용기 또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할 것이다. 가장 최근 펴낸 『자기 땅의 이방인들』(2016) 속엔, ‘왜 지금 트럼프가 득세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답을 얻고자 5년에 걸쳐 고군분투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환경오염의 최대 피해자가 오히려 환경규제를 결사반대하는 ‘거대한 역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공감 장벽’ 그리고 트럼프 지지를 외치는 티파티 멤버의 ‘깊은 스토리’ 등 혹실드가 공들여 길어 올린 개념들은 미국을 넘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분석함에도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제공하리라 확신한다.사회학의 존재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사회학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맞벌이 부부의 엉망진창 일상을 비디오 영상에 담듯 유려하게 풀어 나간혹실드의 학문적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숙연한 감동이 밀려온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저자가 말하다_『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 정효구 지음 | 푸른사상 | 448쪽
‘우주적 진리·인간적 진실’ 합일할 때다
진정한 주체 넘어선 우월적 아만심의 주인공
빅히스토리로 문명 읽고 제반 문제 융합해야나는 한 사람의 한국 근현대시의 연구자이자 비평가로서 ‘시란 무엇인가’, ‘근현대시란 무엇인가’, ‘우리의 근현대시는 어떤 모습을 그려왔고 앞으로는 어디를 향하여 나아갈 것인가’와 같은 물음을 앞에 두고 긴 시간 동안 시학계·비평계의 현장에서 발언하고 소통해왔다. 이런 일을 통해 나는 의도를 넘어선 어떤 주제가 이끌고 가는 내면의 힘과 방향성을 느끼게 됐고, 꽤 많은 수의 학술서와 비평집 그리고 창작집을 출간했다.
모든 학문의 세계가 그러하듯, 시 일반은 물론 이 땅의 근현대시에 대한 물음과 탐구도 시의 세계 그 자체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사라는 거대한 문제로 부터 시작해 자연사·인류사·문명사·문화사·예술사·일상사와 같은 제반 문제가 융합되고 회통될 때만 비로소 그 해답의 근처에라도 가볼 수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시 연구자이자 시비 평가로서의 나의 길은 흥미로웠지만 버거웠고, 미열을 동반하는 고뇌의 연속이었다.나는 ‘근대·근대인·근대학문·근대진리’가 주류를 형성하고 기세를 자랑하며 매력을 발산하던 시절에 학문과 비평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들을 익히고 통과하면 앞에서 제시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마련하고 나 자신은 물론 인간사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1989)을 써도, 첫 평론집(1987)을 출간해도 나의 내면에서는 소외감과 같은 겉돎의난처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로부터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나의 학문과 비평의 길을 재조정해 보려고 노력했다.
근대는 엄청난 세계관과 인간관의 변혁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은 한국시학계와 시단에도 놀랄 만한 성과를 안겨주었다. 개인과 개인성, 자유와 다양성을 한가운데 두고 이루어진 근현대시의 여정은 인류 전체에 이른바 ‘여름 문명’의 속성인 성장과 확산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그것은 인간사의 성공처럼 여겨졌고, 인간들은 이 속에서 진정한 주체를 넘어선 우월적 아만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인간적 진실을 우주적 진실보다 앞세우게 됐고, 흥분기에 다다랐을 땐 우주적 진실을 아예 잊은 듯 인간적 진실만을 전면화시키며 그들의 영역을 키워갔다.나는 우리의 근현대시 속에서도 이런 표정을 봤다. 시학계의 학문적 접근방법이나 태도 속에서도 이런 표정을 보았다. 그것은 뜨겁고 화려해 보였으나 인간사의 온전한 구원처가 되지 못했다. 시를 쓰면서도, 학문을 하면서도, 비평을 하면서도 나는 이들 각각으로부터 미진함과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우리가 그 실상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나는 ‘우주적 진리’가 늘 탐구되고 기억되는 가운데 시도, 학문도, 비평도, 우리의 삶도 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우주적 진리와 인간적 진실이 합일되는 지점에 서서 발언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런 결론과 다짐을 나의 학문과 비평과 삶에 담아 내고자 나는 ‘우주적 진리’를 가장 수준 높게 드러낸 동서양의 경전들과 지혜서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이것이 과학의 담론과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이런 가운데 나는 다소 고독한 자리에서 여러 권의 학술서와 비평집과 창작집을 출간했는바, 그중 최근의 저작물이 이번에 낸 『영성 수행으로서의 시읽기와 시쓰기』이다. 나는 ‘영성’과 ‘수행’이 결합된 이 ‘영성 수행’이란 말에서 영성의 다른 말로 ‘법성’, ‘공성’, ‘도심’, ‘일심’, ‘본처’, ‘본래면목’, ‘불성’, ‘무위’, ‘허’, ‘전체성’ 등을 거론했고, ‘수행’의 다른 말인 ‘존재의 중생(重生)’, ‘공심(空心)과 공심(公心)의 증득’, ‘영적 인간다움의 실현’, ‘무아와 대아의 탄생’ 등을 함께 제시했다.지금, 인간사는 다른 세계로 진입했다는 생각이다. 작게는 ‘여름 문명’에서 ‘가을 문명’으로, 크게는 ‘우주적 진리’를 새로이 호명해야 할 다급한 시점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문명을 하나의 거시적인 안목(빅 히스토리)에서 읽어내며 우주적 진리와 인간적 진실을 합치시킬 의무가 당면한 시점에 와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진단과 사유 속에서 나는 시 창작도, 시 비평도, 시 연구도 ‘근대’의 그것을 포함하면서 이의 엔트로피가 높아지고 이의 동어반복 상태가 답보하듯 지속되는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영성 수행’의 길이 하나의 안으로채택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바이다.
정효구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 책을 말하다_『지옥도의 도상해석: 불교 시왕탱화와 감로탱화의 이코놀로기』 | 장미진 지음 | 솔과학 | 390쪽
한국전통의 불교미술, 도상해석으로 이해를 넓히다미술에 문외한이든 또는 전문적 식견을 소유한 감상자이든 간에 미술작품을 바로 보고 있노라면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시대가 멀어지고 문화가 달라지면, 작품에서 표현된 형상의 주제나 모티브로서의 의미를 파악하기란 한층 더 낯설기만 하다.
더 나아가 구전 이야기나 문헌자료에 바탕을 두고 전승돼온 특정한 주제(개념)에 대한 그림일 경우, 작품 이해의 지평은 더욱 난해해진다. 예를 들어, 성경이나 불교경전 또는 각종 신화에 기대어 제작된 작품들이 그러하다.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미술작품 이해의 한 방법으로서 이코놀로기
지옥도는 삶에 바탕을 둔 이승과 저승의 가교(1892~1968)는 서양미술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작품군(群)에 대한 하나의 해석 방법으로 소위 도상해석(Ikonologi)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도상해석이 비단 서양미술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진댄, 이러한 관점에서 ‘이코놀로기의 방법적 모델을 원용해 지옥도 해석을 시도’(서장: 책머리에, 12쪽) 하고 나선, 두께에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묵직한, 한 권의 책 『지옥도의 도상해석』이 시선을 잡는다.일반적으로, 불교의 세계관에 있어서 지옥에서 고통받는 장면을 묘사한 종교화를 지옥변상도(地獄變相圖) 또는 줄여서 지옥도라 부르는데, 특히 『지장경(地藏經)』또는 『시왕경(十王經)』 등의 불경을 근본으로 하며 지옥고의 실상을 조형화해 미리 생전에 선업을 짓도록 유도하는 교훈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서장을 별도로, 모두 5개의 묶음으로 엮은 이 책은 저자 장미진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미학)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선보였던 연구 내용물이라고 밝히고 있듯이(서장: 책머리에, 5쪽), 지옥도를 다루는 해석의 구성(지옥과 관련한 주요 모티브와 그 상징적 의미 고찰-Ⅰ장, 서양미술의 이해 방법인 도상해석학의 이론 검토와 이 이론에서 접근하는 불교 지옥도 해석의 방법적 타당성 점검-Ⅱ장, 도상의 분석과 종합을 통해 본 지옥도의 상징적 의미 해독-Ⅲ장, 종교적·미술적 조형물로서 지옥도가 지니는 의미구조(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코놀로기)-Ⅳ장, 주장한 내용들에 대한 잠정적 결론-(맺음말)Ⅴ장)에 있어서 그 짜임새가 탄탄해 보인다.
각 장마다 독립적인 단행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각의 서술 내용과 논의 전개가 진지하고 중량감이 있다. 특히 ‘지옥도계회화’(시왕회화, 삼장불화, 감로회화, 인로왕회화) 중에서도 지옥 장면이 구체적으로 도설(圖說) 돼 있는 시왕도와 감로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Ⅲ장은,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학문적 내공과 연륜의 손맛에서 느껴지는 양식적 특징에 대한 서술과 도상 내용에 대한 분석으로 인해, 어느덧 성스러움(聖)과 아름다움(美의) 경계를 스리슬쩍 넘나들게 한다. 다만, 책의 맨 뒷부분에 자리 잡은 참고도판(340~390쪽, 圖1~146)이 흑백의 이미지여서 화려하고 장엄한 불교 불화의 진면목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출발을 ‘한국미학의 단초와 미술사 기술의 단서를 모색’하던 중 ‘서민들을 중심으로 불교적 생사관의 조형표현으로 이루어진 하단 탱화의 지옥도’를 현실 삶의 계도에서 보다 세속적이면서도 ‘사람 사는 삶의 냄새와 시대 정신이 보다 더 드러나는 화목(畵目)’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인지, 저자는 사후의 명부 세계에서 시왕 앞에 심판받는 광경을 열 가지로 묘사한 옛 그림의 정신을 과거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도 그 예술혼, 예컨대 오윤의 「지옥도-마케팅 시리즈」(390쪽, 圖144, 145)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보인다.따라서 저자가 주장하는 ‘극락(천계)·지계·하계(지옥)의 시·공간 표상 형식에 반영된 현실감각과 미의식’(Ⅳ장 3절 소제목)은 AI와 사물 인터넷으로 무장한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이광렬 지음 | 블랙피쉬 | 284쪽이 책을 통해 화학이 대신 일해 주는 동안, 나는 더 가치있는 것(예를 들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하며 마음껏 게을러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게으른 자가 더 게을러지기 위해 화학을 공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지식과 시간을 동시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공부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기록관리의 세계
김유승 외 11인 지음 | 한울아카데미 | 528쪽기록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보존함으로써 인류의 지식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기록은 조직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뒷받침하는 권위 있는 정보원이다. 활동의 증거, 정보와 지식으로서의 가치가 기록에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기록관리는 이러한 기록의 가치를 보호하고 실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1·2
류젠쥔 외 2인 지음 | 구성철 외 3인 옮김 | 산지니 | 1,012쪽중국은 어떻게 서구와 다른 길을 걸으며 독자적인 활로를 마련할 수 있었는가. 현대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발전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막대한 인구·광활한 영토는 중국에 하나의 자원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과도 같았다. 중국공산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선택했고, 현재까지 흔들리지 않고 사회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역병 La Peste
알베르 까뮈 지음 | 이정서 옮김 | 새움 | 440쪽『이방인』은 케케묵은 사회의 관습이 자유롭고 솔직한 한 청년을 단두대에 세움으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윤리’ ‘관습’을 생각하게 만들고, 이 책은 전쟁이나 역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의 ‘신’과 ‘인간’·‘양심’과 ‘인류애’·‘연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에는 위대하고 때론 졸렬하고 편집증적이고 성스럽고 결국 인간답고자 하는 무수한 인물들이 나온다.BTS, 인문학 향연
박경장 지음 | 삼인 | 292쪽이 책은 인문학자인 저자(20년간 대학에서 영문학과 영미 문화를 가르쳤고 서울역 노숙인 인문학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에서 16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가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예술에 대해 인문학적 해석과 분석으로 촘촘하게 엮어놓은 책이다. 글쓴이는 한류를 연구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BTS에 푹 빠져버렸다. 잠깐 발을 담그려 했다가 그만 목까지 잠기고 말았다고 한다.인생은 찬란한 슬픔이더라
신복룡 지음 | 글을읽다 | 328쪽정치학과 번역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저자의 인생 철학이 담겨있는 잠언집 성격의 수필집. 노학자(老學者)가 평생 보고 듣고 겪고 읽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짧은 단상에서 긴 수필까지, 연구 서적에 없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방대한 내용을 동서양 고전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808쪽『리어 왕』, 『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로 쓰인 3대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모비딕』의 전면 개역판이 출간됐다. 허먼 멜빌이 격조 높은 서사시적 산문체로 써내려간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와 ‘발췌록’ 문헌이 등장하고, 포경선을 탄 이력이 있는 작가의 체험과 고래와 포경에 대한 갖가지 지식이 총망라된 독특한 소설이다.디지털 역사란 무엇인가?
한누 살미 지음 | 최용찬 옮김 | 앨피 | 204쪽현재 새롭게 부상 중인 디지털 역사학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가이드. 디지털 역사학이란 디지털 기술과 컴퓨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역사 연구 분야이다. 디지털 역사 연구의 기원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역사가 어떻게 디지털화된 형태로 존재하는지 등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 역사의 기본 개념과 아이디어를 소개한다.분야별 신간
인문쇼펜하우어 그래픽노블 | 프랑시스 메티비에·이자 피통 지음 | 이세진 옮김 | 지와사랑 | 112쪽조응 | 팀 잉골드 지음 | 가망서사 | 360쪽죽음이 온다 살아야겠다 | 이종건 지음 | 연두(yeondoo) | 192쪽정치-사회
기후변화와 건강 | 권호장 옮김 | 한울엠플러스 | 408쪽스파이, 거짓말, 그리고 알고리즘 | 에이미 제가트 지음 | 유인수 옮김 | 한울엠플러스 | 488쪽케이컬처 시대의 새로운 ‘시청자 친화 채널’ FAST | 김정섭 지음 | 한울엠플러스 | 216쪽플랫폼, 파워, 정치: 디지털 시대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 울리케 클링거 지음 | 임정수 옮김 | 한울엠플러스 | 496쪽
현대 중국의 군사전략 | 테일러 프래블 지음 | 이강규 옮김 | 한울엠플러스 | 520쪽문학-에세이그림 없는 그림책 | 남지은 지음 | 문학동네 | 104쪽4·3항쟁과 탈식민화의 문학 | 김재용·김동윤 지음 | 소명출판 | 374쪽과학
인공지능 구조 원리 | 송경빈 지음 | 남지우 그림 | 보누스 | 232쪽경제-경영강요된 소멸 | 박진도 지음 | 한울 | 328쪽예술한국대중문화예술사 | 김정섭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36쪽“인공지능에게 인문학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 AI를 구현하다
21세기 학문의 신대륙을 찾아서 ❸
국가·사회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사회 학문 분야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문제의식과 융합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연구의 결과다. 인문사회통합성 과확산센터(센터장 노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사업(HK/HK+)과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연구성과 우수성, 파급효과 및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명의 심사위원이 우수성과 20곳을 선정했다.박평종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가 생성형 AI인 GAN을 이용해 사진처럼 만들어 낸 역사적 인물 이미지다. 왼쪽부터 마리 앙투아네트, 선덕여왕의 이미지다. 맨 오른쪽 표는 연구단이 만든 '감정 어휘 사전'의 일부를 캡쳐한 것이다. 이 사전은 CSV 파일 형식으로 돼 있으며, 연구단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공지능 인문학’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기술 문제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문학의 관점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성찰에서 ‘인공지능 인문학’의 학문체계 구축을 시작했다.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은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인간의 삶을 돕기 위해 출발한 기술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라며 “인공지능 인문학은 지능적인 기계가 인간과 함께하는 현상을 바로 보고, 이 현상이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밝혔다.이번 연구는 「포스트휴먼 시대, 인문학 가치 고양을 위한 인공지능인문학 구축」을 주제로 인문학, 사회과학, 기술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공동연구원 30명과 HK(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사람 중심’ AI 윤리기준 마련에 일조연구단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개발에 기본적인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논란 이후 각국은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마련했는데, EU는 ‘신뢰할 수 있는 AI’, 중국은 ‘책임 있는 AI’를 제시했고, 한국 정부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AI’ 윤리 기준을 발표했다. 연구단은 인간 중심의 기술 사용에 대한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 중앙대 부총장, 국어학회 회장이다. 2017년 교육부·연구재단이 주관하는 HK+ 사업에 선정되면서 ‘인공지능인문학’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만들었다.
관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 정부가 AI 윤리 기준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정부는 인공지능의 최고 가치로 ‘인간성’을 설정하고, 3대 원칙과 10대 요건을 제시했다. 3대 기본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기술의 합목적성이다. 10대 요건은 △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침해 금지 △공공성 △연대성 △데이터 관리 △책임 △안전성 △투명성이다.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는 이 3대 원칙과 10대 요건을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교육과정 예시를 만들었다.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3가지 역량 요소인 개인적·사회적·합리적 도덕 역량을 정의했다.
이찬규 소장은 “우리 연구단은 인공지능 문제에 대해 적실한 학문적 대처를 할 수 있는 학문체계 구축을 선구적으로 시도했고, 학문 의의와 필요성을 학계와 정책 입안 그룹, 산업계에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밝혔다.인공지능인문학은 인공지능 윤리·규범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기술 비평학, 인공지능 관계·소통학, 인공지능 사회·문화학, 인공지능 인문데이터 해석학 영역으로 나누어 연구한다.24개 감정기반 ‘감정 어휘’ 사전 공개인공지능 관계·소통학 연구에서는 감정 기반 감정 어휘 사전을 제작한 게 하나의 성과다.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는 인간의 감정에 가까운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인 특성에 기반한 연구로 총 24개의 감정을 분류했다. 공개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의 수록어 중에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선별, 24개의 감정에 관한 감정 어휘 사전을 구축했다. 해당 감정 어휘 사전은 2만 284개의 감정 어휘를 수록하고 있으며 각 어휘가 24개의 감정 중 어느 감정을 가졌는지를 0에서부터 5.0까지의 강도로 정의한다.‘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는 뜻의 ‘가뜬하다’는 설렘이 0.4, 성취가 1.4이다. ‘예절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수수하고 털털하다’라는 뜻의 ‘소탈하다’는 재미가 0.5, 행복이 1.5, 평안이 4이다.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감정이나 음의 높낮이에 따른 기분을 파악하는 건 인간 고유의 능력이인공지능인문학은 인공지능 윤리·규범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기술 비평학, 인공지능 관계·소통학, 인공지능 사회·문화학, 인공지능 인문데이터 해석학으로 나눠 연구한다.
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한다면 돌봄의 영역인 사회복지 분야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연구단은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이기성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 주도로 감정분석기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인공지능 인문데이터 해석학에서는 박평종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가 생성형 AI인 GAN을 이용해 생성한 오류 이미지, 역사적 인물 이미지와 관련한 전시회를 열었다. 「미증유의얼굴: AI의 오류 이미지」 전시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산출한 가상 인물의 얼굴이 나온다. 실제 인물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사진과 흡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계산 착오로 얼굴에서 머리카락이 자라거나 눈동자가 흘러내리는 등의 비틀린 모습도 나온다. 「생성사진 프로젝트」에서는 초상화를 사진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인간의 창작품과 달리 모두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찬규 소장은 “인공지능은 곧 인간의 문제이므로 인문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빨리 사람들이 인공지능인문학에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라며 “이 공론화된 울림이 국가 정책, 산업 기술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도록 융합연구 노력에 더 관심을 쏟겠다”라고 밝혔다.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인문한국(HK)플러스 : 2유형 연구기간 2017.11 ~ 2024.10연구과제명 포스트휴먼 시대, 인문학 가치 고양을 위한 인공지능인문학 구축연구팀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연구책임자 이찬규 교수)연구분야 인공지능 기술비평학, 인공지능 관계·소통학, 인공지능 사회·문화학, 인공지능 윤리·규범학, 인공지능 인문데이터 해석학연구성과아래의 모든 성과 집계는 2018년 05월부터 2024년 02월까지 기준·논문 :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240편, SCI(SSCI): 23편, SCOPUS: 11편, A&HCI: 3편, 기타: 1편·저서 : 국내발간: 19권, 해외발간: 2권 / ·DB구축 : 한국어 감정 데이터 구축 및 공개·학술대회 :국제학술대회:6회, 국내학술대회:30회, 월례 심포지엄 /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실험 및 작품 전시·국내 등재지 『인공지능인문학연구』 정기 발간 및 SCOPUS 학술지 『Jahr』 공동 발간·인공지능인문학 대중 이해를 위한 칼럼 정기 웹진 발간·지역인문학센터 : ‘인공지능인문학’ 대중 강연 외에 매년 인문페스티벌을 통해독후감·논문·콘텐츠 제작·생성 AI 프롬프트 대회 등 개최.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인공지능인문학 적용 결과물 : 감정 분석기 개발, 중첩 개체명 인식기 개발, VR 콘텐츠 2개 개발: 조선시대과 거제도(연구소 자체 제작)와 정조 능행차 콘텐츠 제작(한국 콘텐츠출판진흥원 프로젝트로 제작)AI 행동 분석으로 발달장애인 사회적응 돕는다
장애인 고립 예방을 위한 AIoT
박경옥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장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으로 양육자와 전문가의 상해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존 돌봄 체계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3월 28일 이 문제에 화답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사업을 오는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돌봄의 국가책임제 도입을 예고한 것이다.자신과 타인도 위협하는 도전적 행동발달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소통의 장벽은 도전적 행동이라고 부르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 행동은 발달장애인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기도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박경옥 대구대 경산캠퍼스 초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AIoT(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 기술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돌봄 지원체계 개발에 착수했다.「장애인 고립 예방을 위한 AIoT 활용 지속 가능한 24시간 교육·돌봄 지원체계 개발」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 연구는 발달장애인이 겪는 도전적 행동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봄의 고립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박경옥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막기 위한 단순한 행동 관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AI 시스템이 19가지 공격행동 유형 식별먼저 연구팀은 다양한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인공지능으로 유형과 형태별로 수집하고 빅데이터화한 후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도전적 행동을 크게 신체적·언어적 공격행동, 자해 행동으로 유형화하고, 세부적으로는 19개의 유형으로 나누었다. 꼬집기·당기기·때리박경옥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학교 교사로 20여 년간 생활하고, 단국대에서 특수교육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장과 한국보완대체의사소통학회장, 대구광역시교육청과 경상북도교육청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기·할퀴기 등이 해당한다.
도전적 행동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머리를 때리는 행동에서 횟수와 지속시간,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주로 이 행동이 나타나는지 등을 자세히 기록한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전략을 세우고 행동 중재 교육을 진행한다.지난해 2차 연도에 개발된 AI 시스템은 특수학교 발달장애 고등학생의 행동 패턴을 분석, 행동의 기능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다. AI는 머리에 헤드기어를 쓸 만큼 심각한 자해 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도전적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AI가 기록한 데이터는 전문가가 관찰하고 기록한 행동 데이터와 약 90% 일치했다.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 양상을 기록하는 것은 도전적 행동을 줄이는 교육을 하는 데 기본이 된다. 하지만 전문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자세히 관찰해야 하므로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행동중재 전문가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AI는 행동중재 전문가가 일정 시간 동전체 과제 개념도
발달장애학생의 사회성 기술 발달을 위한 메타버스 기반 교육콘텐츠 4종 중 급식실 이용하기, 할머니댁에 심부름가기 실행 화면이다.
AI 기반 행동 분석 시스템은 발달장애인, 그들의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에게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대신해 줘 현장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AI 기반 행동 분석 시스템의 성공적인 개발과 적용 기술이 발달장애인의 행동 이해와 중재에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는 발달장애인, 그들의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에게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라고 밝혔다.연구팀이 개발한 AI 시스템을 추후 비장애 학생의 문제 행동이나 치매, 정신적 질환의 재활치료, 농어촌과 같은 물리적인 제약이 있는 사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성 발달 돕는 메타버스 교육콘텐츠 개발 이번 연구는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적 행동을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성 기술을 개발하는 데까지 확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가상 환경에서 실제 사회적 상황을 경험하고 필요한 사회성 기술을 반복 학습할 수연구 개요연구지원사업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융복합연구)연구과제명 장애인 고립 예방을 위한 AloT 활용 지속가능한 24시간 교육·돌봄 지원체계 개발연구팀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중점연구소(연구책임자 박경옥 교수)융합분야 AI + 특수교육 연구기간 2022년 9월 ~ 2025년 8월연구성과1) 논저 <통계 기간 2022.09.01.~2024.05.31.>논문: 26편(KCI: 18편, SCI: 7편, 국제 일반: 1편) / 저서: 2권 / 역서: 1권 (24.5월 저서 3권 추가출 판 예정)국내학술대회 발표: 30회 / 국제학술대회 발표: 20회 / 국내학술대회 2건, 국제학술대회 1건, 국제 학술 세미나 1건2) 주요 성과• 포즈(Pose) 기반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 인식 시스템 개발ConvLSTM 모델로 약 90%의 정확도 달성, 내장형 시스템으로의 적용을 위한 최적화 달성• 도전행동 유형화에 따른 메타버스 탑재 콘텐츠 개발발달장애학생의 사회성 기술 발달을 위한 상황별 메타버스 기반 교육콘텐츠 4종 개발메타버스에 탑재 VR 게임형 콘텐츠: VR기반 화재예방 교육콘텐츠 개발있는 메타버스 기반 교육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과 헤어질 때 해야 할 올바른 인사말은?’과 같은 질문을 주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보기가 제시되고 답을 고르는 방식이다.연구팀은 “안전한 학습 환경에서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며 긍정적 행동 지원 원칙에 기초해 특수교육 교육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메타버스 안에서 해당 학생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적합한지까지 분석해서 제안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이 외에도 연구진은 특수교육 분야의 기술을 적용해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과 행동 관리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또한 개발하고 있다. 피질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소리 나는 키보드, 발달장애 학생의 행동 중재 시 사용될 수 있는 앱 기반 타이머,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 강도를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웹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박경옥 교수는 “AI 기반 행동 분석 시스템과 메타버스 플랫폼의 결합은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 예방과 긴급 상황 대응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 중재를 위한 지원 종사자에게도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글로컬대학, 지역 위해 대학이 노력할 때 대학도 성장”
인터뷰_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
올해 2기 글로컬대학 사업의 신청 현황을 보면, 연합 형태와 전문대의 도전이 도드라졌다. 비수도권 대학은 글로컬대학 선정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전문대도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전문대 연합’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부산 지역 7개 전문대(대동대·동의과학대·부산과학기술대·부산경상대·부산보건대·부산여대·부산예술대)가 ‘연합대학’으로 2기 글로컬대학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부산 글로컬 직업교육 플랫폼’의 주관 대학은 동의과학대가 맡았다. 7개 전문대가 연합으로 뭉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김 총장은 현재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전문대학 총장회장을 맡고 있다. 김 총장은 “글로컬대학은 대학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지역을 위해 대학이 노력할 때, 대학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서 부산 지역 전체를 책임지는 ‘직업 교육’ 플랫폼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김 총장은 오는 6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동의과학대 총장실에서 김영도 총장을 만났다.△ 글로컬대학 2기 사업에 부산 7개 전문대가 ‘연합대학’으로 함께 신청했다. 추진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국립대 위주로 통합하는 사례가 많이 선정됐다. 통합 모델은 사립대 간에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컬대학 2차 연도인 올해는 연합 모델도 가능하게 됐다. 글로컬대학 사업이 무엇인가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과연 지역의 대학 하나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인가 싶었다. 저는 아니라고 본다.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이 너무 침체돼 있다. 지역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 혁신을 통해 ‘지·산·학’에 제대로 된 기반을 닦았을 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대학이 나타나지 않을까.”△ ‘부산 전문대 연합’ 모델의 목표와 비전은.“글로컬대학은 대학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역을 위해 대학이 노력할 때, 대학도 성장할 수 있다. 이게 글로컬대학 사업의 효과로서 선순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지역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부산에 8개 전문대가 있고, 16개 구·군이 있다. 대학이 있는 기초 지자체도 있지만, 대학이 없는 곳도 반이나 된다. 그렇다면, 부산의 전문대가 역할을 나눠서 부산 전역을 담당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 교육’으로 부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평생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제 노년까지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중장년층의 취업으로 연결하는 모델까지도 혁신기획서에 포함했다.무엇보다 부족한 청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러 방법을 고민해 보지만, 해외에서 유학생 청년을 데려오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부산시도 유학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부산시는 유학생 3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7개 전문대가 힘을 합쳐 외국인 유학생을 1만 명 넘게 데려 오겠다고 계획을 수립했다.글로컬대학은 부산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서 부산 지역 전체를 책임지는 ‘직업 교육’ 플랫폼을 만들자는 게 이번 혁신기획의 핵심이다.”
△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준비 과정에서 ‘부산 전문대 연합’의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부산이 라이즈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얘기를 나눴다. 부산시 회의에 가보면 라이즈가 과연 예전처럼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그렇게 대학지원 체제를 바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라이즈도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산·학 기반의 교육부 지원 사업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 글로컬대학 사업도 함께 하는 것이다.라이즈에서도 연합체로 같이 움직이자고 했다. 단순히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추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큰 축은 라이즈에서도 이런 연합으로 추진했을 때, 더 선순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전문대 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다면, 5년 이후에 자립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5년 딱 지원받고 더 이상 체제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면 그건 실패다. 그래서 하드웨어적인 것보다는 역시 체계를 만드는 인프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게 플랫폼이다.각 대학이 학생·학사 관리를 하고 있는데, 학생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을 수강하는 성인들까지도 관리해서 취업 이후까지 연결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에 거점 사무소를 만들어 유치 활동을 할 수도 있다.이 사업의 핵심은 거버넌스다. 만약 7개 전문대가 각자 목소리를 내고, ‘내 학교에 필요한 예산을 주세요’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면 결국 나눠 먹기식이 되고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을 거다. 매년 보고서는 쓸 수 있다. 그런데 5년 뒤에 부산에서 뭐가 나올까? 거버넌스는 독립적이어야 하고, 7개 전문대는 공평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입장이 돼야 한다. 어느 대학도 자기 대학의 권리와 이익만 주장한다면 이 사업은 굴러가지도 못할 것이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결국은 부산 지역사회의 현안을 얼마나 해결했느냐? 일 것이다. 부산에 있는 기업들이 사람을 못 구해서 일을 못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느냐, 그리고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얼마나 기여했느냐. 이런 것이 성과지 몇 명이나 학교에 입학을 하고 졸업해서 취업을 했는지는 성과가 될 수 없다.대학에 들어온 유학생 숫자만으로 성과라고 하면 안 된다. 졸업 후에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일원이 됐는지 이런 부분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 모든 게 부산 전체를 평가할 때 진짜 우리가 부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평가 하는 걸 가지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평가하는 것 자체도 이치에 맞지 않다.”△ 라이즈 체계에서 지자체 어떤 역할이 필요하고, 대학은 또 어떤 역할과 기능이 필요한가.“라이즈 체계에서 전문대의 걱정은 이런 거다. 교육부는 일반대와 전문대를 분리해 구분시켜 놓고 지원을 해왔다. 앞으로 지자체에서 대학지원을 하니까 이런 구분 없이 평가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4년제 일반대에만 우선 지원되는글로컬, 대학 어려움 해결하는 사업 아니다
부산지역 ‘인력난’ 해결… 글로벌 허브도시로5년 뒤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중점부산 현안 얼마나 해결했느냐로 성과평가해야현장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것이 전문대의 역할교육R&D 지속… 현장 전문성 키우는 실습혁신신성장 동력 중요하지만 ‘현장 인력’이 기반돼야지역소멸 막는 ‘직업 교육’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59세)은 부산대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총장으로 지내며, 현재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전문대학 총장회장을 맡고 있다. 60여개 전문대가 참여하고 있는 ‘고등직업 해외인재유치협의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과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부산동부지역협의회 운영위원, 부산테크노파크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1997년부터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교수를 지냈고, 동의과학대 기획실장과 부총장을 역임했다.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 이사와 부산창조재단 이사장, 한국전문대학기술교육혁신총장협의회 회장,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게 아닌가, 전문대가 더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굉장히 걱정이 많다. 지역마다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지금까지는 각 대학이 생각하는 대로 주체가 돼서 지역 사업을 끌고 왔다. 지자체가 생각하는 것은 지역 기반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비만 가져와서 될 문제는 아니고, 지자체가 행·재정지원까지도 협조해서 더 추가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행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서줘야 한다. 이렇게 지역 전체에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는 사업으로 배분이 되고 대학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그런데 지금까지는 각 대학이 하고 싶은 대로하고, 평가받고 그걸로 끝이었다. 교육부와 관련 중앙정부 평가만 받으면 되니까. 대학이 했던 일이 지역에서 얼마나 효과를 봤는지, 진짜 현장에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지역에서는 그게 가능할 것이다.”△ 지자체의 대학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신성장 동력을 위한 신산업 분야를 어떻게 키울까도 중요하지만, 사실 지역을 먹여 살릴만큼 모든 걸 대표하는 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놓치고 있는 게 전문대의 역할이다. 어떤 산업이 나오든 그 산업의 기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현장 사람들인데, 늘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다. 이게 좀 아쉽다. 지자체에 있는 분들도 대부분 일반대를 나와서 전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전문대의 실습 교육과정과 방식은 일반대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론 중심의 일반대와는 다른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교육 현장의 현실을 잘 모른다.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대의 교육혁신 방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일본에 ‘츠지’라는 조리사 전문학교가 있다. 일본의 3대 요리 전문학교 중 한 곳이다. 이곳은부산의 8개 전문대 가운데, 7개가 ‘연합대학’으로 2기 글로컬대학 사업에 신청했다. ‘직업 교육’ 플랫폼으로 부산의 구인난 해소에 앞장서고 부산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힘을 합쳤다. 지난달 14일 열린 협약식 사진이다. 사진=동의과학대
한 실습 과목에 담당 교수가 3명이다. 3명이 함께 강의안을 만들고 강의 계획을 짠다. 수업을 진행할 때도 3명이 참여해 메인 교수가 강의를 하면 다른 두 명은 실습실을 다니면서 학생이 실습하는 걸 체크하고 도와주며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한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BCIT 대학을 가보면, 실습 과목에 학생이 15명이 넘어가면 보조 교수가 한 명 더 들어간다. 실습실 단계마다 학생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체크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다.시대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 한국의 교육체제는 한 교수에게 맡겨 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인데, 시대적으로 안 맞는 얘기다. 교육에 대한 R&D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교육비가 확보되면, 이런 교육을 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고, 그게 교육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전문대와 일반대의 역할 구분, 전문대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고등직업교육체제 개편이필요하다는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대도 ‘고등교육법’에 들어가 있다. 우선, 직업교육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직업 교육’을 인정하고 직업 교육 트랙 자체를 정의부터 일원화해야 한다. 현장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현장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전문대의 역할이다.부산의 기업을 분석해 보면, 100명의 인력 중에 70명 정도는 현장 인력이다. 학사는 20~25명 정도, 석박사 인력은 극히 일부분이다. 현실이 그렇다. 전문대 인력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현장 인력이 현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스킬업이라든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일을 할 수 있는 전공 심화과정이 돼야 한다. 그냥 일반대의 학사학위를 받기 위한 3~4학년 과정이 아니다.직업교육법이 제정돼야 재정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으로 3년 한시로 예산을 받고 있다. 전문대가 고등교육법에 같이 있다 보니까 일반대가 지원받을 때 전문대가 따라가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직업교육법에 따라 안정적인 ‘고등직업교육교부금’이 필요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editor@kyosu.net 으로 보내주세요고삐 풀린 생명과학, 우리는 대비하고 있는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35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가 「생명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6강은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융합교양학부)의 「현대 전쟁과 첨단 과학기술」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현대 생물학은 19세기 중반 생물의 진화 방식을 발견한 다윈과 진화의 바탕이 되는 유전자의 행동 양식을 추론한 멘델의 혁명적인 업적에 기반해 태동했다. 20세기 중반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인 DNA의 구조와 복제 기작이 밝혀지면서 생명에 관한 우리의 이해는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하게 됐다. 이제 우리는 지구상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단세포 미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놀라운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얼마나 다양한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즉 통일성과 다양성의 측면을 상당부분 이해하게 됐다.
최초의 생명체는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을 대략 46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는 아마도 지구가 형성되고 2~3억 년 후, 안정된 수권(hydrosphere)이 형성된 시점인 43억 년 전부터 최초의 박테리아 화석이 발견되는 36억 년 전 사이의 기간에 출현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미노산과 지방산·염기와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들이 만들어지고, 복제를 할 수 있는 폴리머(중합체)인 RNA와 DNA·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지질·아미노산이 중합된 단백질 등 생명의 기본 재료들이 생겨난 후, 핵산과 효소 활성을 가진 분자들이 지질막에 둘러싸여 지금의 세포와 비슷한 원시세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모든 생명은 동일한 유전 암호로 정보 저장이들 중에서 유전정보의 복제와 발현, 대사 활성을 갖춘 운 좋은 세포가 증식에 성공하며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DNA 상에 동일한 유전 암호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있고, 유전정보가 발현되는 과정에서 전사와 번역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지난 20여 년간 생명과학과 기술은 가속도를 붙여가며 발전했고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매몰되기 전에, 기술 발전의 혜택과 부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조망이 필요하다. 부작용을 방지하고 혜택의 불공정성을 극복할 정책적 준비가 미리 요구된다. 과학기술 발전의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데 인문사회적 지성·학계와 시민사회·정책 결정자들의 개입과 협업이 절실하다.“
거의 동일한 발현 기구들(RNA중합효소와 리보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생명체가 유전자를 복제해 자손 세포들을 증식시키고, 이들 집단 내에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축적되면서 점차 다른 형질을 가진 세포들이 출현하게 됐다. 이 과정이 생명체의 진화, 곧 다양화를 가능케 한다. 1859년에 출간된 종의 기원에는 (진화의 과정을 볼 때) “지구상에 살아온 모든 유기체들이 처음 생명을 갖게 된 하나의 원형체에서부터 유래했을 것이란 추론을 하게 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눈에 보이는 생물들과 보이지 않는 생물들을 함께 통틀어 지구상 모든 생명체 그룹들 사이의 연관성을 제일 먼저 계통수로 따져 본 사람은 미국의 미생물학자 칼 우즈였다. 그는 박테리아로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는 “유전자 편집을 포함한 유전공학과 발생·재생 생물학의 발전은 재료과학·전산학·나노과학의 기술들과 연합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노후되고 고장 난 우리 몸의 기관들을 새로운 장기와 조직으로 대체하는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라며 “면역 적합도가 입증된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 친화적인 동물의 장기를 제공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생명체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공통 유전자 중에서 염기서열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리보좀 RNA의 유전자를 분자 시계로 활용해,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1977년 그는 이미 알려져 있던 원핵생물인 세균 도메인과 동물·식물·균류 등이 속한 진핵생물 도메인 외에 원핵생물이면서 세균과 분명하게 다른 고균 도메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어서 1990년 세 개의 도메인으로 구성된 생명의 계통도를 제시했다. 이 계통수의 뿌리, 즉 세균과 고균의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모든 생명체의 조상에 해당하는 LUCA(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가 자리 잡고 있다.생물종 사이의 공생 관계는 개미와 진딧물·꽃과 꿀벌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예들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식물의 뿌리 영역에서 공생하며 생장을 도와주는 근균과 질소를 고정하는 세균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버섯은 잘 알려진 근균이다. 거의 모든 생물체가 주변의 다른 생물체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유전체 분석기법이 대중화되면서,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밝혀지게 됐다. 인간의 몸에도 미생물균총(microbiota) 또는 마이크로비옴(microbiome)으로 알려진 미생물들이 소화기와 호흡기·피부와 생식기 등에 서식하며, 여러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한 생물체가 가진 유전정보 전체를 유전체라 하는데, 유전체 DNA의 염기서열을 읽어내는 시퀀싱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학자는 영국의 생어 박사이다. 그는 1958년 인슐린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1980년에는 DNA의 염기서열을 결정한 방법론으로 또 한 번 노벨상을 받았다.그가 개발한 방법은 DNA의 이중 나선 중 한 가닥을 주형으로 해 상보적인 다른 가닥을 합성해 내면서 염기서열을 읽는 방법인데, 합성할 때 들어가는 네 가지 염기 기질(A, G, C, T)에 서로 다른 형광 표지를 붙여, 합성된 길이별로 차례차례 형광을 검출함으로써 염기서열을 읽는 방법이다.
양날의 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 시스템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화학적 도구로 개발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미국의 다우드너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샤팡티어 박사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세균의 면역 시스템을 단순화한 간단한 RNA-단백질 복합체를 원하는 세포에 집어넣고, 세포 안 염색체의 원하는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유전자를 결손(knock-out)시키는 초기의 도구들은 이제 진화를 거듭해, 유전자 결손 외에도, 발현 감소·염기서열 교정 등 다양한 편집 작용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방법들은 기존의 유전공학 방법들에 비해 훨씬 쉽고·빠르고·정확하게 유전자를 바꿀 수 있어, 세균과 균류·식물과 동물 세포를 망라한 거의 모든 생물학 실험실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만일 유전자 편집을 줄기세포에 적용하면, 이후 분화 과정을 거쳐 신경세포든, 면역세포든, 원하는 유형의 분화된 세포를 유전자가 편집된 상태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유전자 편집된 식물의 경우는 외래 DNA로 유전자 조작을 했던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달리 천연 육종의 결과물과 구분할 수 없으므로, 엄격한 규제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방향으로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육종과 축산 분야에서 많은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을 시도하는 것은 현재 다른 방법으로 고치기 어려운 유전병을 치료하는 데 제한되고 있다.유전적 질병의 치료를 위해 CRISPR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초기에, 중국의 생화학자가 유전자 편집 아기의 출생을 보고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2018년 중국 선전의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박사가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부부의 수정란 세포를 편집해, AIDS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체를 없앤 여자아기 두 명을 태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자손에게 유전되는 수정란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금하는 규제를 어기고 아기를 출생시킨 허젠쿠이에 대해 전 세계가 경악을 했고, 학계의 경고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2019년 허젠쿠이에게 3년형과 벌금(43만 달러)을 선고하고, 학교에서 해임했다(그는 2022년 4월에 출소했다). 생식 세포와 수정란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금하는 규제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될지는 미지수다.유전자 편집을 포함한 유전공학과 발생·재생생물학의 발전은 재료과학·전산학·나노과학의 기술들과 연합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노후되고 고장 난 우리 몸의 기관들을 새로운 장기와 조직으로 대체하는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면역 적합도가 입증된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 친화적인 동물의 장기를 제공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최근에는 돼지의 유전자를 69개나 편집해 내재된 바이러스 유전자를 다 제거하고, 면역 적합성을 높인 세포로부터 발생시킨 돼지가 개발됐다. 이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현재 2년째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의 심장·폐·간 등을 이식받은 환자들의 수술 소식도 뉴스를 타고 있다.생명과학 속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생명과학의 발전은 그동안 지구상에서 생겨나고 진화한 생명 체계 안에서 인간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얼마나 특별하고, 또 특별하지 않은지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줬다. 지구 생명 체계 안에서의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알아내게 된 지성의 특별함을 가진 반면, 먼 친척인 동물들과, 심지어는 아주아주 먼 친척인 단세포 세균들과도 상당히 많은 생명 현상을 공유하는 생물학적 일반성을 가진 존재이다.인간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지성을 통해, 다른 생명체들이 보유한 생명 현상에서 쓸 만한 도구들을 발견했고, 그 도구를 활용해 필요한 유전 정보를 가공하고 읽고 변형하며 원하는 기술과 제품들을 만들어왔다.그 기술과 제품들이 많은 인간의 생로병사 과정을 바꾸고 있다. 질병을 극복하는 과정뿐 아니라 태어나는 과정과 늙어가는 과정들이 모두 기술의 개입에 의해 점점 많이 바뀌고 있다. 10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생로병사의 과정을 바꾸려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자연적인 또는 생물학적인 제한을 넘어서야 행복해지는 다양한 바람과 요구를 앞세우며 끊임없이 한계를 밀어내고 있다.지난 20여 년간 생명과학과 기술은 가속도를 붙여가며 발전했고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매몰되기 전에, 기술 발전의 혜택과 부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조망이 필요하다. 부작용을 방지하고 혜택의 불공정성을 극복할 정책적 준비가 미리 미리 요구된다. 과학기술 발전의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데 인문사회적 지성·학계와 시민사회·정책 결정자들의 개입과 협업이 절실하다.피부에 붙이는 순간 개인정보가 사라진다
고승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
체온을 통해 개인정보를 숨길 수 있는 차세대 웨어러블 ID 카드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고승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체온에 반응해 정보를 사라지거나 나타나게 하는 정보 패턴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최근 실생활에서 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자 데이터의 활용이 높아지는 만큼, 개인정보 도용과 침해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필요에 따라 암호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기존의 정보 암호화 기술은 자외선이나 고온의 열과 같은 에너지원이 필요해 실생활에서의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상전이를 통하면 투명해지는 성질의 액정탄성체를 활용, 이 탄성체의 위상을 국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상전이는 물질이 온도·압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액정탄성체는 기계적·열적 자극에 따라 분자 정렬이 바뀌는 액정과 같은 성질을 가진 탄성체로, 상전이가 온도에 도달하면 투명해진다. 액정탄성체의 위상은 분자의 정렬 상태에 따라 특정 지어지는 상태를 뜻한다.액정탄성체는 상전이 온도 이상의 온도에서왼쪽부터 서울대 기계공학부의 고승환 교수와 최석환 씨(박사과정·제1저자)다. 사진=한국연구재단
등방성 상으로 상전이 하면서 투명해지는 성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고분자 물
질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상전이 온도가 60-70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등방성 상을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액정탄성체의 위상을 국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온에서도 투명한 등방성 상을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레이저의 높은 해상도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정보 패턴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연구팀은 레이저의 높은 해상도를 활용해 부분적으로 위상을 제어해 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QR코드와 같은 정보 패턴을 빠르게 제작할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로 상전이 온도를 사람 체온 수준으로 낮춰 탄성체가 피부 체온에 닿으면 투명해지는 현상으로 정보 패턴이 사라지게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부분적으로 빛에 반응해 구동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피부에 부착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정보 패턴을 암호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불어 정보 패턴을 제작하고 암호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작된 정보 패턴을 완전히 지우고 다시 새로운 정보 패턴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한명의 소유자에게 제한된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성해응의 『사설(師說)』을 읽다가
딸깍발이
이우진 편집기획위원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우연히 조선의 유학자 성해응(1769∼1839) 의 『사설(師說)』을 읽다가 현재의 교육환경과 겹쳐졌다. 성해응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백 년 사이에 풍속이 날로 쇠퇴하여 스승을 제 집으로 데려와 먹여 주면서 자제를 가르치게 한다. 그 자제들은 평소 교만한 데다 스승을 먹여 준다는 권세를 믿고 스승을 대한다. 스승 또한 권위를 세울 수가 없어 꾸짖지도 못하고 회 초리를 들지도 못하며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자제들이 스승을 비하하고 그 가르침을 받으니 학업이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러면 또 스승이 능력이 없다고 책망한다. 이는 썩은 고삐를 주고서 사나운 말을 몰도록 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이 때문에 현명한 이들은 스승이 되려 하지 않는다.”교육은 교육자의 권위를 전제로 한다. 교육자의 권위가 사라진 교육은 성해응의 표현대로 ‘썩은 고삐를 주고서 사나운 말을 몰도록 하는 일 과 같은 것’이다. 지난해 9월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서 교사들이 들고 있던 노란 현수막에 “친구를 때리려는 학생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저는 아동학대 교사인가요?”라는 글귀는 이를 정확히 보여준다. 교육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사회풍조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부당한 악성 민원과 교사폭행 등과 같은 참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교육자들의 권위에 대한 침해를 넘어서 그들의 기본 인권 조차도 보장되지 못하는 실태말이다. 이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구체
교육전문가로서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교육자의 평가권을 전적인 재량으로 인정해야 한다.
적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0월 교권 보호 4법을 마련하고, 최근에 각 지자체별로 교권보호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교육자의 권위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자에게 수업권과 평가권 등을 전문가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정해준 내용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지식배달부’이자 대학입시 문제풀이자로 교육자를 전락시켜버린 현 상황에, 과연 누가 교육자를 전문가로서 바라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수많은 공문서와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등으로 지쳐버린 상태로 겨우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자면, 누가 교육자를 전문가로서 인정하겠는가? 따라서 교육자에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육전문가로서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또한 교육자의 평가권을 전적인 재량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의 고유한 권리로 간주되며, 그 평가내용은 수업 중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태도, 과제준비, 동료와의 협력 등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가 ‘존중의 법칙’을 실현하기 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인권선언의 사상적 토대가 된 야누시 코르차크(Janusz Korczak)는 ‘존중의 법칙’을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인정하는 권리’로 규정하였다. 교육자, 학생, 학부모 모두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우리 교육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출처=레이블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P의 물감 P's Color Paints」민재영, 한지에 수묵채색, 2024민재영 작가 전시회는 5월 9일까지 서울 성동구 레이블갤러리에서 열린다. 일요일·월요일·공휴일은 휴관이다. 작업의 구체적인 형상들은 주로 빈번한 생활 속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데, 특정한 순간만을 포착해 묘사하려 하기보다는 직·간접적 체험 안에서 반복돼 전형화된 일상의 단면, 그 누적된 기억의 이미지를 하나의 단면으로 재구성하려 한 것이다. 일회성의 특수한 사건이 아닌 반복되는 순간을 담지한 찰나의 기억은 각자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서사(내러티브)를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실제 삶을 구성하고 영향을 주는 일들은 이렇게 거듭 누적돼 투사와 반추를 일으키는 요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익숙하고 반복되는 현상이나 주변을 주로 다루려 해왔다.이번에는 드러나는 전시의 시간보다 더 긴 작업의 과정을 주로 보내게 되는 공간에서 익숙한 듯 자리한 도구와 재료들을 들여다봤다. 방문한 작가의 스튜디오 곳곳에 세워진 캔버스와 물감 바구니·물감 접시와 작업대 위를 낯선 듯 바라보면, 작업 공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동시에 누구의 작업실에서도 볼 수 있는 양상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의 재료들은 지금은 누군가의 작업이 돼있을 것이다.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두려움과 설렘’ 성인학습자의 양가감정
직장인 박사의 월화수목금금금
최진희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성인 학생들은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 양가감정이란 감정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거나 상반되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태도가 공존하며 동시에 충돌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학습자의 학습경험과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가적 감정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양가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는 변화에 대한 내적 욕구의 표현이며 학습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성인학습자들의 과제·설문·발표와 개인면담 속에 가장 자주 듣게 되는 표현은 두려움과 설렘이다. 두려움은 “엄청난 도전”을 했기 때문에 “사고 쳤다”는 생각으로 “덜컥 겁도 난다”고 표현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혹시 내가 박사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벼든 건 아닐까 (사고를 친) 자기를 탓하며 실체가 없는 두려움과 싸우느라 학기 시작 전에 지쳤다고 한다.
인생 경험이 많은 성인학생들은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비슷한 무게로 마무리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내가 과연 끝을 낼 수 있을지” 자신에 대해, 회사 업무와 가족 상황을 살펴보면 자신이 없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믿지만 동시에 두려움 앞에서 작아지며 과연 내가 연구란 고상한 영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한다. 끝을 담보할 수 없는 막연함을 무협지의 “허공 답보”를 언급하며 자기 마음 상태를 표현했다.또한 시간과 비용, 열정의 투자는 학생의 결의를 다지게 했다. 자녀와 가족을 위한 희생은 아낌없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투자는 부담스러워서 스스로 “비장함”마저 느낀다고 한다. 인생 이모작의 “기대 반걱정 반”이라는 학생은 스스로를 “긴장되고 부담이 되는” 도망갈 수 없는 자리에 밀어 넣기 때문에 차라리 생각이 정리되어 혼돈은 “차분함”과 “고요함”으로 귀결된다고 한다.도전적인 시도는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학생들은 심장의 두근거림이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미묘한 느낌”으로 헷갈려하며 학생이 되는 것은 “설렘과 긴장 속의 편안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약해져 가는 열정의 부활”을 느끼며 스스로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었다고 눈을 반짝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인학습자들은 수업 중에 이러한 양가감정의 스펙트럼에 대해 대화하며 톱니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찾아온 새로운 감정에 놀라고 환영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혼재되어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학습을 위한 생각의 공간을 확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학습자의 정서는 안녕감의 척도이자 총체적 경험의 합이기 때문이다.양면적이고 불확실한 경험은 예상하지 못한 학습의 기회를 선물한다. 그렇게 박사과정에 입학한 성인들은 낯선 감정에 당황하며 양가감정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근로자에서 학습자가 되는 법을 배운다.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성인 및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해외 박사과정 프로그램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성인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하는 성인학습자의 삶과 학습의 희노애락 그리고 고등교육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무전공 제도, 스탯을 잘못 찍은 캐릭터 키우는 것”
교수논평
이윤임유한대 교수·게임학대학은 사회에 진출할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산업체 인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학 교수들에게 전문성이 아닌 인성 교육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고등학교에 직업인 특강을 나가보면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고 떠드는데도 수업 참관 중인 선생님은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습권·인권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꾸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은 언제 진행되어야 할까?”라고 물어보면 초등학교 때라는 답변을 한다. 덧붙여서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점심 한 끼가 만 원이 넘고, 물가는 올라가는데 급여는 올라가지 않는 현실에서 부모들은 먹고사는데 바쁠 수 밖에 없다. 먹고 사는 일이 넉넉해도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어떤 상담을 해줘야 할지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실제로 학생들과 상담해보면 “대학에 가면 놀 수 있을 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실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취업을 준비하는 모드로 전환된다. 대학가면 놀 수 있다는 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무전공·무학과의 도입은 학생들이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대학에서 하라고 허용하는 것과 같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고,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대학에서 해결하라는 것이 아닌가.더 이상 초·중·고 선생님들은 학생을 꾸중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학은 ‘학점’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그나마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학생이 선택한 진로(학과)에 맞는 전문 교육과 더불어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소양과 인성 교육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정부는 무전공·무학과 제도를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선 모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어떤 학과로 갔을 때 혹은 어떤 분야로 갔을 때 졸업이 쉽고 덜 힘든지를 선택하게 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무전공 학과 입학 후 중도탈락률이 각 대학 내 평균 중도탈락률 보다 2~5배까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나마 학생이 학과를 선택하고, 교수들도 ‘우리’ 학과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학생의 미래에 더 신경을 쓰고 고민하지 않을까?대학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의 역할은 짧은 시간에 산업체에서게임의 캐릭터는 삭제하고 다시 키울 수 있지만 학생은 그럴 수 없다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게 익혀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전공과목을 집중해 학습하고 사회에 나가기도 빠듯한데 인성도 함양하고, 무엇으로 먹고살지 고민하며 탐색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직업의 특징에 맞게 지능(int), 힘(str) 등의 수치를 올려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무전공·무학과는 게임으로 치면 스탯(stat)을 잘못 찍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게 말하면 이것저것 다 잘하는 하이브리드 캐릭터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잘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같다. 게임의 캐릭터는 삭제하고 다시 키울 수 있지만 학생은 그럴 수 없다. 대학은 사회 진출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것은 곧 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필요한 학과에서 필요한 교육을 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이것저것 탐색을 해보는 것은 오히려 학생의 대학 적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무전공·무학과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전국교수노조 교육선전실장을 맡고 있다.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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