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갈 길이 멀다…비정년트랙은 개선 공감
22대 총선 정당별 고등교육 공약 분석
▶ 1면에서 이어짐‘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대학 무상교육 1단계 추진시 대학별 등록금 수입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도입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한 재정 지원방식을 병행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개혁신당은 지방거점국립대 ‘예산 폭탄’을 투입해 지역인재 육성과 수도권 유출을 방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공대위는 이에 대해 “지역내 불균형과 국립-사립간 격차라는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허울좋은 대책”이라고 평했다.공대위는 5개 정당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폐지를 제안했다.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 공약은 없지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를 남용하는 것은 교육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기타 의견을 냈다. 워낙 광범위하게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어 단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비정년트랙 제도가 명확히 규정된 별개의 고용형태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것이 정책 공약 부재의 이유일 것”이라며 “비정년트랙 제도 폐지를 위해서는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대학 강사의 방학 중 임금 정상화’에 대해서는 진보당은 전폭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녹색정의당은 대학 강사와 비정년트랙 교원의 안정성 제고와 처우 개선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별도 공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별 고등교육 공약 비교
고등교육 정책 제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개혁신당 진보당
대학 무상교육 국립대·전문대부터 국가장학금 확대 지방대부터 - 반값등록금→75%→무상화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검토 필요 - 제정 거점국립대 ‘예산 폭탄’ 투입 제정교수 노동기본권 보장 찬성 입장 - 보장 - 보장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폐지 단계적 개선 - 처우개선 - 전폭 수용학문의 자유 침해하는국가보안법 폐지 단계적 접근 - 폐지 - 폐지대학강사 방학중 임금 정상화 찬성 입장 - 처우개선 - 전폭 수용연구자 기본소득제 도입 검토 필요 - 처우개선 - 전폭 수용대학 콩나물 강의실 해소 찬성 입장 -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 - 전폭 수용대학원생 근로자성 보호 찬성 입장 - 대학원생 노동권 보호 - 전폭 수용전국 대학원생 실태조사 정례화 찬성 입장 - 실태조사 - 전폭 수용※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교수노조·민교협·비정규교수노조·대학노조·대학원생노조), 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별 고등교육 공약 비교·분석 자료, 2024년 3월 27일 발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 정책과 공대위 질의서 답변을 기준으로 분석함.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답변하지 않음.
약은 없었다. 공대위는 “민주당은 강사법 개정 당시 집권 여당이었으며, 현재도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인만큼 사립대강사처우개선사업비를 복원하고 국가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연구자 기본소득제’ 도입도 5개 정당에 제안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나서서 연구자 기본소득제 입안과 인문사회학술진흥법을 제정해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를 부흥해야 한다”고 공대위는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열악하고 국가 지원도 소홀한 인문사회 연구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진보당은 전폭 수용을, 녹색정의당은 ‘R&D 예산 증액 및 연구자 처우 개선’ 등을 공약했다. 공대위는 “연구자 기본소득제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인문사회 연구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는만큼 야당이 앞장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교수의 노동기본권 보장,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대학 콩나물 강의실 해소, 대학원생 근로자성 보호, 전국대학원생 실태조사 정례화 정책을 5개 정당에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 진보당은 찬성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 공약을 내지는 않았다. 공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은 책임감을 갖고 나서주길 주문했고, “대학의 하부 조직으로 운영되는 인권센터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권역이나 국가 수준에서 대학(원)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고등교육 사적 지출, OECD 평균의 2배
직능연, ‘한국 고등교육투자 특성’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私的) 지출 비중이 60% 수준에 달해 OECD 국가의 평균(30%)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대행 손유미)은 지난달 27일 ‘한국 고등교육투자의 특성’(계간지 『The HRD Review 27권 1호 조사·통계 브리프)을 주요 국가와 비교·분석해 발표했다.직능연은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의 재원은 대부분 가구에서 나온 것으로, 가구가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비용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반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公的) 지출은 증가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증가 폭은 매우 약한 편이라고 직능연은 분석했다.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은 5년 동안 3%p 이하에 그쳐 OECD나 EU 국가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은 매우 낮은 편이다. 직능연은 “특히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간판 국가인 영국과 미국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의 증가가 10% 이상 이뤄지고 있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직능연은 고등교육에서 사적 지출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더 많고 상대적 빈곤율도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경제적 불평등 척도인 지니계수와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투자 비중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고등교육에 대한 사적 지출의 비중과 지니계수는 명확하게 정(+)의 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고등교육 사적 지출의 비중과 각국의 상대적 빈곤율도 역시 정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김안국 직능연 명예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고등교육의 보편성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공공재로서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의 비중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양안 갈등, 남북 관계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글로컬 오디세이
이광수국민대중국인문사회연구소HK연구교수대만해협은 중국 푸젠성과 대만 사이에 있는 해협을 말한다. 해협의 길이는 북동-남서 방향으로 약 370km
에 이른다. 중국과 대만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해협의 폭을 놓고 보면 북쪽이 좁고, 남쪽은 넓지만 평균 180km 정도이다.
올해 2월 춘절 연휴 기간 해협 특히 대만이 실제 관할하고 있는 진먼 섬 부근 해역에서 중국 어민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 해양경찰의 난폭한 대처가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대만은 월경 무단 조업에 대한 적법한 대처였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태이다.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진먼 섬 동쪽으로 대륙의 샤먼 앞바다이기도 하기 때문에 ‘진샤해역(金夏海域)’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동안은 양안 정부의 묵인하에 대만의 ‘제한과 금지 수역’으로 대만 해양경찰이 관할해왔다. 즉 제한 금지수역에 대륙 어선이 조업을 하면 퇴거 요청·압류 등의 강제 수단을 사용해 대만 어민의 이익을 보장하거나, 대륙 어선이 표류해 구난이 필요할 때는 긴급구호조치를 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해왔다.중국은 이번 사고 발생 이후 대만해협에서 제한과 금지수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대륙연안 지역의 해양 관리와 어민 보호를 위해 해양경비정으로 하여금 상시적으로 순찰활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1월 31일에는 기존의 민간 항공기들이 대만해협에 더 근접한 항로를 사용하도록 허가하면서 해상과 공중에서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만에 대한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대만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은 대만해협을 ‘내해화(內海化)’ 하려는 것으로, 대만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진먼 섬과 마쭈섬에 대해 주권과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즉 일본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댜오위 섬’에 대해 상시적으로 중국의 해양경비정을 보내 순찰하도록 함으로써 일본의 영토 주장을 부정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인식이다.중국은 1971년 유엔 가입 이후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걸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따라서 대만해협도 중국의 내해로써 국제법상의 공해가 아니며, 주권과 관할권은 베이징 정부에 있음을 주장한다. 대만해협에서는 2016년 이후 인민해방군의 항공기와 군함을 동원한 ‘대만 섬 순항’ 훈련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대의 좡자잉(庄嘉颖)은 베이징의 최근 일련의 행동은 새로이 취임할 예정인 라이칭더 정부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며 "이런 느리고 점진적인 행동은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대만은 대만해협에서 주권과 통치권을 놓고서 치열한 대치를 하고 있다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낮은 수준의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어민 사망사고 처리를 위해 국무원 대만 판공실에서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해양경비정의 순찰을 상시화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국방부나 해공군의 무력을 동원한 시위는 하지 않는 상태이며, 대만도 국방부장관이 위기를 상승시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돌발 상황에 대해 양안은 조용하고 신중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희구하는 양안 연해 지역 주민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대만의 진먼·마쭈 두 섬과 중국은 바다를 선으로 나눠 엄격히 통제하지 않으면서,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소삼통 즉 우편·교역·교통의 개방을 시작하면서, 인적 왕래와 다방면의 양안교류가 본격화됐다.지리상으로 대만 본섬보다 푸젠성이 더 근접한 진먼과 마쭈는 관광·경제 교류·결혼 이주 등을 통해 평화적인 관계를 더욱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진먼 섬과 푸젠성 췐저우시는 해저에 수도관을 매설해 하루 1만 톤의 식수를 공급받음으로써 진먼섬의 물 부족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고 있다. 선의 갈등을 면의 협력으로의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증가시켜 온 부분이 존재한다.동아시아의 또 다른 분단국인 한반도에도 유사한 경험이 이미 존재한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한의 갈등을 피하고, 평화와 경제의 협력을 지향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하고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바 있다.황준호 박사는 이를 ‘선의 갈등’을 ‘면의 협력’으로 전환하는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남쪽 내부의 반발과 북쪽의 정세 변화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면의 협력’으로 ‘선의 갈등’을 풀어보려는 노력이 실패한 것이다. 그만큼 남북한은 양안보다 긴장 정도가 더 높게 느껴진다.중국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양안관계와 통일모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만 신문의 정치양극화 연구」(2022), 공역서로는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저작권보호 바로 지금한국저작권보호원1천억 ‘벽 허물기’, ‘소통·협력’으로 구조조정 넘어서야
데이터로 읽는 대학 24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 6글로컬대학,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여섯 번째 소주제는 ‘글로컬대학,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이다. 지난달 22일 ‘글로컬대학30’ 2기 예비지정을 위한 신청접수가 마감됐다. 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해 109개교가 69건의 신청서를 냈다. 단독 신청은 39건(일반대 31건, 전문대 8건)이었고, 공동 신청은 통합 6건(14교), 연합 20건(56교)이었다. 지난해에 10개 대학을 선정한 1기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라이즈(RISE)체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와 지역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고자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역 고등교육 정책의 하나다. 과연,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지역대학이 지역발전의 허브 역할을 맡아 지자체-대학-산업 간 협력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성공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난해 1기와 올해 2기 글로컬대학 신청대학수를 보면, 1기는 신청 가능 대학 166교 중 108교가 신청해 신청율은 65.1%였다. 2기는 신청 가능 대학 151교 중 109교가 신청해 신청률은 72.2%로 증가했다. 전년도 제출대학은 대부분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고, 신규 제출대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기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 결과를 보면, 108개교 94건의 혁신기획서가 제출됐으며, 신청 가능 일반대학의 91.8%가 신청했다(국립대 80.6%, 사립대 97.0%). 예비지정 선정결과는 공동 4개교, 단독 11개교 등 15개교가 예비지정됐다. 신청 대학 대비 17.6%가 선정(국립대44.0%, 사립대 10.9%)됐으며, 신청 유형으로는 공동 신청 13건(27교) 중 4건(8교, 30.8%)이 선정됐다. 이중 국·공립대는 공동 5건 중 4건(8교)선정, 사립대는 8건(17교) 중 선정된 대학은 없다. 그리고 단독 신청 81건 중 11건(13.5%)이 선정됐는데, 국립대 16건 중 4건(25.0%), 사립대 65건 중 7건(10.8%)이다.
본지정 최종선정 결과를 보면, 신청대학 108교 중 10건 14교(13.0%)가 선정됐으며(국립대 40.0%, 사립대 4.7%), 예비지정 15건 중 본지정은 국공립대 8교 중 7교(87.5%), 사립대는 7교 중 3교(42.9%)가 선정됐다. 유형별로는 공동 신청 13건(27교) 중 4건(8교)이 선정(30.8%)됐으며, 국·공립대 공동 5건 중 4건(8교) 선정, 사립대는 8건(17교) 중 0건으로 선정된 대학은 없다. 그리고 단독 신청 81건 중 6건(7.4%) 선정됐으며, 국립대는 16건 중 3건(18.8%) 선정, 사립대는 65건 중에 3건(4.6%) 선정됐다. 예비지정과 본지정의 결과를 보면, 국·공립대에 편향돼 상대적으로 사립대가 차별받았다고 할 수 있다.2기 글로컬, 전문대·공동 신청 대폭 늘어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대학은 총 65건 109교이며, 유형별로는 단독 신청이 39건(일반대 31건, 전문대 8건)이었고, 공동 신청은 통합 6건(14교), 연합 20건(56교) 등 26건(70교)이었다.2023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신청 가능 대학 대비 신청 대학은 일반대학은 91.8%→81.0%로 감소한 반면에, 전문대학은 27.5%→61.2%로 대폭 늘었다. 총 신청 건수는 94건 108교→65건 109교, 단독 신청은 81건→39건으로 대폭 감소(일반대는 70건→31건, 이중 국립 16건→5건, 사립 54건→26건)한 반면에, 공동 신청은 13건 27교→26건 70교로 대폭 증가했다. 공동 신청 유형도 연합체제를 새로 반영한 결과, 4개 유형에서 8개 유형으로 대폭 증가해 다양한 통합 및 연합 유형을 보이고 있다.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2024년 통합모형은 ①국립대+국립대(2건 4교), ②국립대+공립전문대(1건 4교), ③사립대+전문대(3건 6교) 유형으로 모두 6건 14교였다. 연합모형은 ①사립대+사립대(5건 10교), ②사립대+국립대(3건 7교), ③사립대+전문대(6건 19교), ④전문대(사립·공립)(4건 15교), ⑤전문대(초광역권)(2건 5교) 유형 등 20건 56교이다.예비지정 ‘단독·통합·연합’ 선정모형 제시해야교육부는 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을 15~20개 정도를 평가점수 순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일반대와 전문대, 단독과 공동(통2023년 1기 및 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신청대학 수
설립별
2023년 2024년신청 가능대학 수 신청대학 수 구성비 신청 가능대학 수 신청대학 수 구성비국공립대 31교 25교 80.7% 21교 13교 61.9%공립전문대 6교 1교 16.7% 5교 4교 80.0%사립일반대 66교 64교 97.0% 63교 55교 87.3%사립전문대 63교 18교 28.6% 62교 37교 59.7%총 계 166교 108교 65.1% 151교 109교 72.2%2024 글로컬대학 유형별 예비지정 신청대학 접수 현황
구 분 총계
(151교)일반대학 전문대학국립(21교) 사립(63교) 소계(84교) 공립(5교) 사립(62교) 소계(67교)단독 신청 39건 5건 26건 31건 - 8건 8건공동신청통합6건(14*교)*연합 1교 포함①국립대+국립대 : 2건(4교)②국립대+공립전문대 : 1건(4교*)③사립대+전문대 : 3건(6교)연합20건(56교)①사립대+사립대 : 5건(10교)②사립대+국립대 : 3건(7교)③사립대+전문대 : 6건(19교)④전문대(사립, 공립) : 4건(15교)⑤전문대(초광역권) : 2건(5교)총 계 65건 (109교)합과 연합) 신청대학을 고려해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1기와 비교해 보면, 단독 신청(81건→39건)은 줄고, 공동 신청(13건 27교→26건 70교)이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단독은 10~12개 정도, 공동도 8~10개 정도(통합 2~3개, 연합 6~7개 정도) 선정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또한, 전문대학의 지원이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공동 2개 정도가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1기 글로컬대학 본지정에서 탈락한 5개 대학은 단독으로 다시 지원해 예비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2기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서는 단독, 통합, 연합의 선정모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선정 여부와 관련한 1기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1기 글로컬대학 15개교가 지역에서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닻을 올렸다. 그러나 선정된 15개 대학 중에 지원 당시부터 구성원 간의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부산대+부산교대, 충북대+한국교통대의 통합문제는 대학 내 구성원 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2기에 신청한 대학들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신청서를 제출한 대학도 있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 요소는 다양할 것이다. 이미 국립대 통합과정에서 보았듯이 물리적 결합은 의미가 없다. 화학적 결합에 의한 윈-윈 전략이 되지 못한 전례를 보지 않았는가.정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지자체가 참여하는 1도 1국립대학을 목표로 국공립대학 간의 통합과 구조조정, 혁신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사립대학 간의 통합과구조조정, 그리고 혁신이다. 그러나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들도 사업을 구체화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와 대학 내 구성원 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사업 추진의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원한 대학들은 2023년에 제출된 5쪽짜리 혁신기획서에서 제시된 내용처럼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과연, 미래형 학사구조로 전환, 모집 단계의 벽 허물기, 대학 간 벽 허물기를 통해 ‘모든 대학의 벽 허물기’가 가능할 것인지 궁금하다. 최근에 불거진 무전공 모집 관련 교육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나 지자체와 대학 간의 협력부재, 대학본부와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 부재는 거버넌스 간의 갈등을 수면 아래로 잠시 가두어 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매년 200억 원씩 5년 간 1천억 원을 지원받아서 과연, 지역대학이 인구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대학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라이즈체계나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지역 중소규모대학의 몰락을 재촉하게 될는지, 아직은 예단할 수가 없다. 세계 100대 대학 하위 순위인 국내 최고의 주요 대학도 초일류대학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글로컬대학30’은 가능할 것인가?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머신러닝 활용 연구, 연구재현성 위기 부른다
데이터 유출h감염으로 인한 신뢰성 저하▶1면에서 이어짐연구자들은 ‘데이터 유출’이 여러 분야에 걸친 머신러닝 사용의 신뢰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머신러닝이 학습하는 데이터 모음에 추후 평가되는 데이터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네이처』 2022년 8월 11일자 「AI가 과학의 재현성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을까?」)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머신러닝에 기반한 과학 연구가 오히려 연구 재현성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머신러닝은 금방 배워서 활용할 수 있는 툴이지만, 대부분의 순수 화학 연구자가 머신러닝 기법을 금방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또한 동료 심사자들이 머신러닝 모델을 충분히 살펴볼 만큼 여유가 없다.머신러닝은 데이터 유출로 인해 연구재현성 위기를 부르고 있다. 특히 동료 심사자들이 머신러닝 모델을 충분히 파악할 여유가 없다. 사진=픽사베이
특히 연구재현의 불가능성을 판단하는 게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연구자가 데이터 분석에서 실수를 할 경우, 그 연구 모델은 연구 재현이 불가능하다고 정의된다. 하지만 실수에 대한 판단이 각 개인에 맡겨져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머신러닝이 적용되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판단은 객관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국가가 언제 내전에 돌입하게 되는지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해보자. 만약 이 모델에 대해서 결점이 있다고 비판이 가해지면, 연구자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판에 따라 모델을 수정하면 매우 평범하고 특색 없는 사회과학 모델이 돼 버릴 수 있다.
프린스턴대 연구원들은 17개 연구 영역에서 각각 20개의 리뷰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340개 중에서 329개는 머신러닝 적용법에 따라 연구 재현이 불가능했다. “사람들이 통계학적 방법론을 너무 많이 신뢰한다.” 2019년 의학 관련 이미지 분석에 AI를 활용한 2만 개의 논문을 분석했다. 이중 단지 5%만이 임상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설명돼 있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방일영문화재단
2022042년4년 상 상반반기기 저 저술술{출{출판판 지 지원원 안 안내내방방일일영영문문화화재재단단이이신청신 청대상 대상전이{미현이전 간직{미현행 언 간직물론행 언등인물론에과 등인 언게에과재론 게언학되론재자었학되던자었 내던용 내을용 모을아 모 책아으 책로으 내로는 내 경는우 경와우와연구연 주구 제주제별도별 제도한 제 없한음 없음개인개의인 회의고 회록고, 번록역, 번물역 등물은 등 지은원 지대원상대 우상선 우 순선위 순에위서에 제서외 제될외 수될 있 수음 있. 음. 언언론론인인과과 언언론론학학자자의의접제수출접제 서수기출 간류서기류간지20원22지4 신0년원2청4 4신서년월청( 4 소1서월일정( (소1 월일양정)(식 월 f양, )4사식 월f진, 4사3 월첨0진일 부3 첨(0)화일 부1)부()화 1)부저술저{출술판{출 계판획 계서획(자서유(자양유식양, )식4,용 )4지용 5지장 5 내장외 내) 외1부) 1부이력이서력(자서유(자양유식양, 저식술, 저{논술문{논{주문요{주 보요도 보물도 기물록 기 포록함 포) 함1부) 1 부 접수접 수장 소장소045014!5 서1!울 서시울 중시구 중 세구종 세대종로대 2로1길 2 13길0 조30선 조일선보일사보내사 방내일 방영일문영화문재화단재 사단무 사국무국저저술술··출출판판을을 지지원원합합니니다다발기접수기발접 방수 타법표방표법타-2우 0지편2-우2원4 0접지년편 2대수원4 5접상년(월 대마수자 중5감상(월는마 개 자당중 1감별는년일 개 당 통 까1이별년일보지내 통까 이 에도보지내착 단 도에분행 착단 에본분행 한을에본 함 출 을한)판함 출해)판야해 합야니 합다니.다 . 지지원원금금 00 만0원0만원지원지 대원 상대상00명00명- 제-출 제된출 서된류 서는류 일는절 일 반절환 반하환지하 않지습 않니습다니.다.- 지-원 지 신원청 신서청 양서식 양은식 방은일 방영일문영화문재화단재 홈단페 홈이페지이(_지_(___.J_IV.JOINVW]OVNWL].WVZLO.W)의ZO)의 게 시 게판시 『판알 립『알니립다니』 다20』2 240년24 상년반 상기반 저기술 저{출술판{출 지판원 지 안원내 안로내 들로어 들가어면가 다면운 다로운드로 받드을 받 수을 있 수습 있니습다니. 다.혼란스럽고 복잡한 ‘진실의 세계’를 모르고 있었다
아줌마 연구자로 가까스로 살아남기 3
‘두 개의 한국’을 살아본다는 것
서나래
한국교원대 한국근대교육사연구센터 전임연구원지역의 중소도시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거리가 먼 순서대로 대학은 사라질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다. 대학에서 교원을 꿈꾸고 있는 신진 연구자는 이런 미래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진 연구자들이 나부터 일상에서 인구절벽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일까? 역설적이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신진 연구자일수록 불안한 미래와 연구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불안한 미래는 남성 연구자나 여성 연구자에게 똑같이 주어진 현실이다. 하지만 출산을 선택한 여성 연구자에게는 더더욱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이번 연재에서 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하나는 왜 여성 연구자들이 출산이나 육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대학은 현재 어떤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지 에 관한 것이다. ‘아줌마 연구자로 가까스로 살아남기’라는 연재 제목은 양육과 연구로 저글링하며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다. 지역의 많은 연구자들이 특히 여성 연구자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연구를 접고 있다. 이 연재를 통해 고군분투하는 신진 연구자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익명의 신진 연구자들에게 진한 동지애를 전달하고 싶다. “우리, 살아서, 만나요.”2015년부터 『지방소멸-인구감소로 연쇄 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대도시는 초고령화하고 지방은 공동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대도시는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지만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 역시 대도시에 인구를 모두 빼앗겨 생존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매우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사례였는데 한국은 일본에서 논의하는 지방소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에서도 지방소멸과 인구소멸은 심각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방소멸과 인구소멸은 나에게 그리 와닿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며 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권과 서울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가 2016년 배우자의 직장 때문에 광역시로 잠시 옮겼다가 2019년 경상북도 군 단위의 마을로 이주하게 되었다. 당연한 듯이 이용했던 지하철과 백화점, 대형마트, 스타벅스가 전혀 없는 동네에서 살게 되면서 나는 한국말이 통하는 또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느낌이었다. 말은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잘 통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생경한 사투리와 억양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무슨 뜻일까 끝없이 유추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도 지역의 대학 두 군데에서 강사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지역의 국립대와 사립대에서의 경험한 곳은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국립대였으며, 또 다른 곳은 소멸을 걱정하는 사립대학이었다. 두 개의 대학에 출강을 나가면서 그동안 서울에서 내가 봐왔던 대학과 다른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화장실이었다.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0여 년 전쯤 고속도로 휴게실에 가면 칸마다 휴지가 갖춰진 것이 아니라 화장실 입구에 휴지 두루마리가 있었다. 화장실의 각 칸을 이용할 사람들은 공용 휴지를 쓸 만큼 끊어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 칸부터 들어가서 볼일을 보다 보면 낭패를 당한다. 그런데 내가 출강하는 대학마다 그러한 방식으로 화장실 화장지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었는데, 내가 운이 나빴던 것인지 화장실을 갈 때면 그 공동의 화장지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편의점에서 휴대용 화장지를 사서 가방 안쪽에 넣고 다니게 되었다. 비상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대비해야 했다. 하루는 대학의 교직원과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조금 민망했지만 화장실 화장지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온 대답은 예산 부족으로 매번 무한정 채워놓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매주 월요일에 큰 두루마리 화장지를 채워놓지만, 주중에 떨어지면 그교수들 대다수는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았다. 이콧 주민이라는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에 대해 좀 더 깊숙이 관여하는 일도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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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면서 일을 한다면, 대학소멸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데 부족한 인프라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치 두 개의 한국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른 소멸위험 지역은 2023년 2월 기준으로 118곳으로 진단됐다.
이미지=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대로 둔다고 한다. 화장지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지만 그 정도로 절박한 대학의 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학과가 없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강의를 나간 한 곳의 사립대는 이미 지방 소멸, 인구소멸의 풍파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지원하는 신입생이 줄어들고, 학과를 유지할 형편이 되지 못하여 일부 과는 폐과가 진행 중이었다. 학교 시설은 굉장히 낡았는데, 더는 페인트칠이나 수리 등 유지보수를 할 여력도 없어 보였다. 나는 유아교육과에서 교직 강
의를 했다. 이미 이 과 역시도 폐과가
진행 중이었다. 날이 갈수록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원 역시도 사양산업이라는 것이다. 한때 지역의 대형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소리가 있었으나 오래전 이야기일 뿐이다. 유치원이 줄어들
고 있으니 유치원 교사를 양성하는 유아교육과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신입생은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여남은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끝없이 자신들의 불운을 이야기했다. 여학생들은 대개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기 위해 집 가까운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는데, 이렇게 학과가 없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폐과가 진행되고 있는 학과에서 일반휴학이나 군입대 휴학은 불가능해 보였다. 복학하고 나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대도시의 대형마트·화장실이 그리웠다출강했던 다른 국립대는 사정이 조금 나았다. 당장 폐과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지역에서는 국립대 메리트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 지역에서 취직하고 살아가는데, 이 학교의 졸업장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21년 지방대학의 대거 미달사태와 함께 이 국립대 역시등록 학생을 다 채우지 못했다. 지역의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으며, 그래서 지역의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 역시 줄어들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놀랍게도 대학에서 알게 된 교수들 대다수는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았다. 거의 대도시에 본가를 두고 있었다. 기차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해서 통근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주중 화· 수·목요일 정도만 학교 근처의 원룸에서 지내다가 금요일이면 본가가 있는 대도시로 가는 식이었다. 배우자의 직장이 대도시에 있기 때문에, 아이의 입시나 교육 때문에, 이곳에 내려와서 살림을 꾸릴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거의 자유가 있는 세상에서 이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수가 이곳 주민이라는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에 대해 좀 더 깊숙이 관여하는 일도 어려워 보였다.
나는 지역소멸, 인구소멸, 나아가 대학까지 소멸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일상생활은 이어 나가야 했다. 대도시와 비교하면 사회 인프라는 정말 부족했다. 유아차나 휠체어를 쉽게 실을 수 있는 저상 시내버스는 거의 없었으며, 화장실을 가더라도 기저귀 교환대를 찾기 어려웠다. 대도시의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수유실과 화장실이 그리웠다. 그러기에 대도시에서 본가 살림을 꾸려나가는 여느 교수들의 마음이 충분히이해되었다.
‘두 개의 한국’이 공존하고 있다서울에 살면서 일을 한다면, 대학소멸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데 부족한 인프라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만 같았다. 이러한 고민을 할 리 없겠지 싶어서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 있다. 동시대의 서울에서는 미친 듯이 올라버린 아파트 가격과 아이학원의 레벨 테스트, 학원 스케줄이 문제라고 한다.이럴 때면 마치 두 개의 한국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출생률 저하로 인하여 서울이나 지역이나 인구소멸은 매한가지지만 서로 다른 양상으로 다가온다. 지역의 대학은 입학정원 미달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인서울’ 대학 입시로 인해 더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만일 내가 경북의 기초 군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두 개의 한국’이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곳에서 나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종종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렸다. 파란 약을 먹으면 진실의 자세한 모습은 모른 채 살게 되고, 빨간 약을 먹으면 혼란스럽고 복잡한 진실의 세계를 알게 된다. 지역으로 이사 와서 살아가면서 나는 빨간 약을 먹게 된 기분이었다.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화장실의 화장지가 칸칸이 갖춰진 대학과 공용 화장지에 의존하는 대학이 공존한다는 사실도, ‘두 개의 한국’이 공존한다는 사실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잠시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적 있다. 연세대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교실 속 이방인들: 주한 미 평화봉사단의 교육 활동과 그 영향(1966-1981)」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세아라는 필명으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글자로 옮겨 책을 두어권 낸 바 있다. 현재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꿈꾸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철학 및 교육사’라는 교직 과목을 가르치며 한국 현대교육사를 연구하는 공부 노동자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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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 2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는 우리 사회가 보이는 다양한 현상이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한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의문에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건설적이고 통합적인 해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를 가지고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를 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24),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의 심리학』(2022) 등이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정치, 특히 선거에서는 꽤 오래된 격언과 다름없다. 그 정도로 많은 정치인이 이 말을 믿고 따른다. 이 말은 “정치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것이고,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가 임박했을 때 유권자의 마음에 드는 공약, 이런저런 사고를 치지 않는 것, 이것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무수히 많은 공약, 대부분은 급조한 공약을 남발한다. 국가와 지역 발전에 그렇게 좋은 생각과 비전이 있으면, 평소 쓸데없이 싸울 시간에 그것을 발표하고 추진하지, 왜 꼭 선거철만 되면 난리를 치는지 참으로 마뜩잖다. 과거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긴장해야 한다. 평소에는 패싸움하느라 자기편한테는 한없이 관대하던 조직의 칼날도 그를 선거의 제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정치판도 꽤 도덕적이다.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따르는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 그들은 유권자를 성숙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는 생각이 짧아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조금 오래된 것조차 잊고 앞도 멀리 보지 못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는 존재, 그래서 선거철에만 반짝 잘하면 다 넘어오는 단세포 생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우리 유권자는 이런 유형의 생물인가, 아니면 실상은 정치인이 그런 생물인가?이 질문에 답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따져봐야 한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일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크기도 하고, 유권자는 보통 정치인의 행동을 보고 판단·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때 권력이란 영향력을 통해 세상을 내 뜻대로 통제하는 힘이다. 말하자면, 내 마음대로 사람도 부리고 일도 처리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는데, 보통 이 욕구는 권력을 수반하는 높은 지위의 획득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달라지는 세 가지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첫째,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은 자기의 권력욕을 행동으로 표출한다. 일반적인 사람은 권력욕이 강한 사람을 멀리하권력에 취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타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신경세포가 거울 뉴런인데,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이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자기과신 속에서 고정관념이나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의 통제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권력욕의 소유자는 평소에는 그 욕구를 억누른다. 그러다가 높은 지위에 오르면 비로소 자기의 권력욕에 따라 이전과는 다르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완장을 차면 사람이 달라지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둘째, 이처럼 권력을 행사하면서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를 과신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이런 경향성은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강하다. 위계 구조상 부하들은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상사는 이것을 두고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본래 일은 객관적 상황 판단과 다른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법이다. 권력자의 문제는 이런 요소는 무시하고 자기의 주관적 능력만 과대평가한다는 점이다.권력에 취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떨어질 수밖에 없다. 뇌 수준에서도 그렇다. 타인의 말을 듣거나 행동을 보면서 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신경세포가 거울 뉴런인데,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이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들은 본인의 일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도 소홀히 한다. 자기과신 속에서 고정관념이나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셋째,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목표를 갖기 쉽다. 그들도 처음에는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기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다가 높은 지위에 오르면, 권력의 힘을 체감하면서 권력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권력 중심의 세계관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과는 달리,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권력의 맛은 약물 중독과 비슷한 점이 있다. 마약은 우리 몸에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나오도록 하는데, 이것이 강한 쾌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중독자는 이 쾌감을 생생히 기억해서, 수시로 그런 경험에 대한 기대를 한다. 그들이 마약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슷하게, 권력의 행사는 그 사람의 몸에서 도파민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하게 만들고, 그때의 쾌감에 대한 권력자의 기억과 기대는 지속해서 권력을 추구하게 만든다.
권력의 맛은 약물 중독과 비슷하다권력의 이런 특성에 견주어 볼 때, 적어도 요즘 선거판에서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정치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그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세상일을 자기 입맛에 따라 해석하고 결정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멀리 보기와 숨 고르기란 일절 없어 보인다. 오직 권력의 유지와 확장이라는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우리가 특정 정치인의 본모습을 아는 방법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가 하는 행동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자기 이득과 무관할 때 대부분은 정치적 이념과 소신, 국민, 정의와 공정을 말한다. 앞서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 지금 이해관계가 얽힌 선거판에서 그들의 행동은 어떠한가? 그렇게 중시하던 이념과 소신, 정의, 명분이 여전히 선거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유권자가 생물’ vs ‘정치인이 생물’선거철 정치인의 이런 행동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 이렇게 처신하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큰 틀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쪽 후보자도 이런 기준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니, 이 잣대를 들이댈 곳이 이 정치판에는 없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유권자가 생물’, ‘정치인이 생물’ 중 어느 한쪽에 투표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에 투표하겠는가? 저는 후자에 투표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치인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니, 유권자 각자 후보자를 잘 간택해서 투표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마음이란 무엇인가: 뇌중심주의를 넘어 체화인지적으로 접근하기』(체화인지연구단 엮음 | 박이정 | 204쪽)를 내며
내 마음은 정말 나도 모르는 것일까
이영의
동국대 철학과 특임교수· 한국체화인지학회 회장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철학·심리학·과학뿐만 아니라 종교·문화·예술의 근본 주제라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그것에 대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데카르트는 우리 직관에 잘 어울리는 대답을 제시했다. 마음이란 생각하고, 느끼고, 의지하는 것이며, 몸과는 다른 것이다. 몸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물질적 실체인 데 비해 마음은 비물질적인 실체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세속화되고 유물론에 기반한 설명이 선호되면서 생각이 비물질적 영혼이나 마음의 소산이라는 견해는 힘을 잃었다.신경과학의 연구를 통해 뇌 손상은 인지 능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서 뇌 질환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메커니즘의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 이제 생각·느낌·의지는 전적으로 뇌의 작용이라는 견해가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지지 받고 있으며, 마음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뇌의 기능을 총칭하는 이름에 불과하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마음·생각·느낌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오직 뇌만을 연구하면 된다는 견해는 문제가 있다.신경중심주의·내재주의 비판과 대안이 책은 ‘체화된 마음 이론(theory of embodied mind)’을 기반으로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지는 뇌의 작용이다”라고 보는 신경중심주의과 “인지는 머리 안에서 발생한다”라고 보는 내재주의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체화된 마음 이론은 마음을 뇌-몸-세계 간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한다.
1960년대 탄생한 인지과학은 그동안 인지를 규칙에 따른 기호 조작으로 보는 고전 인지주의와 인지를 인공신경망에서 구현되는 패턴으로 보는 연결주의, 그리고 인지를 전적으로 뇌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인지신경과학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그 연구 프로그램들은 계산·표상·뇌를 강조한 나머지 몸과 세계가 차지하는 인지적 역할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몸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살아가는 역동적 관계에서 창발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현재 체화된 마음 이론은 인지과학의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으로서 철학·심리학·교육학·생물학·신경과학·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흔히 ‘4Es’로 불리는 (좁은 의미에서의) 체화인지·내장인지·확장인지·행화인지 이론을 포함해 분산인지·상황인지·역동 이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이 책은 ‘체화인지연구단’의 공동연구 결과이다. 체화인지연구단은 2021년 “체화된 마음 연구: 몸-뇌-세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 동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단은 연구책임자인 최재목 교수를 포함해 총 10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1년 차 연구 결과는 『체화된 마음과 몸』(2022), 2년 차 연구 결과는 『체화된 마음과 뇌』(2023)로 출판됐고, 3년 차 연구 결과는 『체화된 마음과 세계』(2024)로 출판될 예정이다. 연구단은 체화인지에 관한 국내 연구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학술대회·세미나·콜로키엄·독회 등 학술행사“체화된 마음 이론은 마음을 뇌-몸-세계 간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한다.
현재 체화된 마음 이론은 인지과학의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으로서 철학·심리학·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를 개최해왔고, 일반 대중에게 체화인지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 이런 이유로 앞의 책들이 체화인지에 관한 학술서인 데 비해, 이 책은 처음부터 교양서로 기획됐다.
교양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연구단의 연구원이 각자 외부 전문가한 명과 짝을 이루어 체화인지를 놓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 대화는 <교수신문> 창간 30주년 특별기획인 ’융복합 첨단연구의 현장 체화된 마음 연구‘(2022년)에서 총 11회에 걸쳐 연재됐다.
뇌와 몸이 동등한 인지 능력 있나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의 요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 「체화인지란 무엇인가」는 행화인지(숀 갤러거 미국 멤피스주립대 철학과 교수), 확장인지(필자), 양명학(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의 입장에서 체화인지의 핵심이 논의된다. 2장 「몸이란 무엇인가」는 몸은 ‘살아있는 몸’(身)과 ‘대상으로서의 몸’(體)을 포함하고 여러 층위를 갖는다(최재목), 몸은 기(氣)의 집적으로 서 개별성(私), 전체성(公)이라는 양면성을 갖는 다를 다룬다(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동양철학).3장 「체화된 인지와 도덕」은 체화인지 이론은 도덕적 판단에 관한 감정주의 이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한곽희 영남대 철학과 교수),체험주의는 도덕적 경험을 이성이나 감정의 차원의 넘은 상상력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를 설명한다(노양진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 4장 「참된 자유란 무엇인가? 추상적 사유를 넘어서」는 인지가 체화됐듯이 자유도 체화되기 때문에 사회적이며 탈신체적 자유는 틀린 개념이다라는 것을 설명한다(김
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영어영문학과). 뇌가 사고를 결정하는가, 그 반대인가 아니라 양자를 포함하는 제3의 차원을 모색해야 한다를 강조한다(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영미문학비평).
5장 「체화된 마음과 신경법학」은 동등성 원리를 부정하는 내장인지 이론과 같은 온건한 입장은 신경중심주의와 양립할 수 있다(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법철학), 뇌와 몸이 인지에서 동등한 역할을 하는지는 의문스럽다(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과학철학), 급진 이론과 온건 이론의 차이는 신경법학에 대해 다른 함의를 갖는다고 본다. 6장 「마음과 정신질환에 대한 동서양의 체화인지적 이해」는 한의학에서 질병은 유기체 내부와 환경과의 관계에 발생하는 공명의 장애이며(정우진 율곡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런 공명 개념은 행화인지 이론이 말하는 의미생성의 장애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살핀다(필자).7장 「체화된 인지와 동양철학의 현대화」는 체화인지 이론을 통해 동양철학을 현대적 사조에 부합하는 철학으로 재구성할 수 있고(박길수 강원대 인문학부 교수·중국철학), 실제 삶에서 응용되는 실천 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명예교수). 8장 「몸과 몸 사이: 동양철학과 현대의학의 만남」은 몸은 생물학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며 그 둘은 상호 연결돼 있다(강신익 연세대 객원교수·인문사회 의학교실), 서구에서 제기된 개념 틀을 동아시아적 틀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되고 몸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김시천 숭실대 철학과 교수).
몸 운동의 가장 오래된 표현인 예술9장 「외부와 소통하는 몸 운동의 가장 오래된 표현, 예술」은 예술은 모든 것을 필터링하고 선택하고 소통하는 몸 운동의 가장 오래된 표현이다(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미학). 신경 미학은 예술을 진정으로 몸의 관점에서 해명한다고 설명한다(정혜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 10장 「영상미디어에서 이미지의 체화·탈체화: 신체와 같은 일부가 된 미디어, ‘몸의 역할’ 재발견」은 지각을 탈체화시킨 미디어 형식들이 현대에 이르러 다시 체화되고 있다(이상욱 동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인간과 미디어의 완전히 결합은 실감미디어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풀이한다.11장 「행화주의와 행위 예술」은 유기체가 환경이 제공하는 행위 유도성에 동조하면, 표상 없이도 기본인지가 성립한다(다니엘 후토 호주 울런공대 심리학 교수), 능숙한 예술적 수행은 하위 차원의 몸적 과정과 거기에 하향적으로 작용하는 상위 차원 과정의 통합을 통해 나타난다고 강조한다(숀 갤러거).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정연이 지음 | 에코리브르 | 288쪽저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 명품과 우리나라 유수의 여러 패션 기업부터,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그렇게 접한 패션 산업의 민낯과 가치관의 충돌로 파리 유학을 떠나 현재 홍익대에서 학생들에게 패션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기까지 보낸 고민과 배움의 시간을 패션의 역사와 함께 들려준다.
중국인 문제
메이 나이 지음 | 안효상 옮김 | 책과함께 | 672쪽이 책은 초국가적 이주와 노동과 배제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인종이 어떻게 국제 자본주의의 구조에 편입되고 국가 정치에 연결되는지를 재구성한다. 저자는 5개 대륙에 걸친 10여 년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국을 떠난 수천 명의 중국인이 어떤 곤경을 겪었고 어떻게 공동체와 조직을 형성해 위험한 ‘신세계’를 헤쳐나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336쪽베스트셀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우리 사회가 시대착오적인 지옥이 된 이유를 짚어냈던 저자는 ‘우울한 나라’ 대한민국의 원인에는 극단적인 경쟁, 특히 경쟁 교육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경쟁 교육의 민낯을 파헤치고, 그 패러다임을 전환할 해법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한다.불통의 중국몽
주재우 지음 | 인문공간 | 288쪽이 책은 중국이 세계의 영향력 공작에서 한국 특색의 ‘중국통일전선’의 실체를 내밀하게 분석한 최초의 외교·안보 대중 연구서이다. 중국 공산당은 세계 패권을 위한 중국몽(中國夢)을 나라별로 특색있게 전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몽 특색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국에서 영향력 확대 공작의 제1 목표는 한반도에서 미국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다.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제프 멀건 지음 |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440쪽핵무기·AI 기술·기후 변화·생태계 파괴·도시 불균형·우울증·전염병 등 과학이 초래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사실과 정보에 충실하면서도 합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나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제도나 법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까?불교와 이슬람, 실크로드에서 만나다
요한 엘버스커그 지음 | 김인성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80쪽2001년 탈레반이 바미안 석불을 폭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미안 석불은 이런 점에서 무슬림과 불교도의 접촉의 역사를 증거하면서 동시에 우리 시대의 정치화된 문명 충돌 현장을 상징한다. 이 책은 펜실베이니아대 출판부에서 나온 『Buddhism and Islam on the Silk Road』(2010)를 번역한 것이다.지식인의 자격
노암 촘스키 지음 | 강성원·윤종은 옮김 | 황소걸음 | 184쪽저자의 『지식인의 책임』과 『지식인의 책임 후편: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특권의 사용』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지식인의 위선을 고발하고 전 세계 지식인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저자의 가장 위대한 에세이를 57년 만에 처음 우리말로 소개한다. 여기에 반세기가 지나 9·11 테러 10주년을 맞아 지식인의 위선을 다시 한번 고발한다.미래의 과학자들에게
오스미 요시노리·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 구수영 옮김 | 마음친구 | 256쪽오토파지(자가포식) 연구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두 저자. 정상의 두 과학자가 성공과 실패를 모두 포함한 자신들의 평생 연구 경험을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들려준다. 무엇보다 젊은 과학자들이 ‘당장 도움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호기심을 추구하도록 격려한다.영재 이건창 평전
이은영 지음 | 소명출판 | 360쪽한말사대가의 중심인물인 영재 이건창은 왕족에 가까운 양반 가문 출신으로, 양명학의 '지행합일' 사상을 실천하며 무너져가는 조선왕조와 민초들의 삶을 깊이 고뇌했다. 그는 암행어사를 두 차례 지내며 관료로서의 명성도 있었지만, 조선 최고의 문장가가 되기를 기약하며 강화도에서 글쓰기에 전념했다.통찰의 재미_『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412쪽
노동의 가치, 투입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가짜 노동(pseudo work)’. 노동에도 진짜, 가짜가 있단 얘긴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노동의 신성함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다. 제목만 보면 또 왠지 자본가의 논리를 옹호하는 책처럼 보인다. 시쳇말로 ‘월급 루팡’을 지칭하는 용어 같기도 하다.
도발적 제목에서 풍기는 선입견과는 달리 이 책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정반대로 깊고 진지하다. 인간에게 노동의 의미와 본질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겐 제목만 들어도 괜히 약점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사실 인류는 최근 두 가지 중요한 사건코로나19 팬데믹·인공지능이 바꾼 노동의 성격
보여주기 식·바빠 보이기 위한 일 모두 무의미을 겪으면서 노동을 근본적으로 재정의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 두 가지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과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첫째, 코로나19는 인간 삶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원격 근무나 비대면 협업을 경험하면서 하루치 업무량을 단 두세 시간 만에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이는 노동의 가치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는 기존의 노동관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우리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 생산물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저자는 생산물의 가치는 거기에 투입된 시간에 의해 정의된다고 애덤 스미스가 우리에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연유로 생산물의 가치가 아니라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관념은 우리 안에 깊이 박혀있다. 이런 고정관념이 코로나19로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 특히 단순 자동화 시스템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뛰어넘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면서 노동이 단순히 생계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것이다. 공장 자동화로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건 물론, 의사·변호사·회계사 같은 고도의 정신노동, 미술가·작곡가 같은 감성노동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된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설사 인공지능과 인간이 같은 성격의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인간이 수행하는 일의 의미와 본질은 마땅히 달라져
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노동 현실이 내포하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들이 무엇인지 깊게 파고들어 그 뿌리가 바로 ‘가짜 노동’이었다는 진실을 간파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할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가 일이라고 믿고 있는 것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존재하는지 직접 조사하고 밝혀냈다. 성과와 상관없는 일, 보여주기 식의 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한 일, 단지 바빠 보이기 위한 무의미한 일들이 모두 가짜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가짜 노동은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실제 결과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들로서 마땅히 제거돼야 할 대상이다.저자가 인용한 ‘파킨슨의 법칙’은 이미 서로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동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는1957년 영국 해군에 근무하던 시릴 파킨슨(1909∼1993) 전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역사학 교수가 함정과 장병 수는 줄어드는데, 해군 행정인력은 오히려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한 후 업무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할당된 마감 시간만큼 늘어난다고 설명한 이론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공무원과 같은 관료 조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 조직과 기업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무 직종의 일은 업무량과는 직접적인 관계없이 소위 ‘관리’를 위한 업무, ‘보고’를 위한 업무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종류의 ‘가짜 노동’은 직접적으로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질적으로 스스로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의 노동 의욕과 자존감을 손상시킨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노동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와 불가분으로 연결돼 있어서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의 유일한 핵심은 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 비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의 문제다. 왜냐하면 노동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용한 저자들의 설명에서 보듯이 노동이 우리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결론적으로 만약 세계 곳곳에 숨은 가짜 노동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인류는 잉여의 시간들을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에 사용함으로써 각자의 삶을 최적화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인류 공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노동의 본질에 대한 각성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노동 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선진
‘재미 연구서’ 『재미의 본질』 저자저자가 말하다_『니힐리스트로 사는 법』 문성훈 지음 | 이소노미아 | 332쪽
‘허무·세속적 가치’로 고달픈 인생…어떻게 위로할까우리네 삶이 무겁고 힘들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돈, 권력, 지위, 학벌, 거기다가 외모까지. 이런 것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사람들은 마치 이런 것들이 절대적 가치라도 되는 양 이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구별하고, 차별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무한 경쟁에 뛰어들며, 서로를 적대시한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우월감에 빠져 남을 무시하고, 경쟁에서 진 사람은 열등감과 자책감에 시달린다.
이 책은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포하듯, 이런 세속적 가치들의 죽음을 선포하려고 한다. 가능할까? 그 답은 니체의신이 죽었듯 세속적 가치들의 죽음 선포
자기 창조적 삶으로 무한한 가능성 발산니힐리즘에 있다. 이 세상에는 인간이 따라야 할 그 어떤 절대적 가치도 없으며, 인간이 살아야 할 필연적 이유나 목적 같은 것도 없다. 인간의 삶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존재 자체도 그렇다. 이 세상 역시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무의미한 생성, 변화, 소멸을 반복할 뿐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니힐리즘이다. 이런 니힐리즘에 빠진 사람에게 돈, 권력, 지위, 학벌 따위를 강조하면 비웃음만 살 뿐이다.
그럼 니힐리스트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니체는 자기 창조적 삶을 말한다. 나스스로 세상만사의 가치를 정하고, 나 스스로 인생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리고 흡사 절대적 가치라도 되는 양 우리를 짓누르는 모든 세속적 가치에서 해방돼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산하라고 말한다. 이런 자기 창조를 통해 이제 우리는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 존재가 된다. 이것이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이다. 사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그 어떤 절대적 가치도 없다면 내 인생 내 맘대로 살아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은 니체의 니힐리즘을 소개하는 학술 서적도 아니고, 니체 자신의 글을 편집한 책도 아니고, 니체의 명언만을 모아놓은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인생에 관한 ‘에세이’이지만, 철학적이다. 이 책은 니체의 니힐리즘에서 출발하여, 인류가 남긴 수많은 철학적 유산을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에 엮어 놓기 때문이다. 파르메니데스, 고르기아스, 디오게네스,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사르트르, 프롬, 푸코, 왈쩌, 롤즈, 호네트. 수많은 철학자가 니힐리즘이 무엇이고, 왜 니힐리스트가 되며, 니힐리스트로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말해주는 안내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이 철학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도연명, 이백, 스타인벡, 헤밍웨이, 카뮈를 통해 니힐리스트의 삶을 상상하며, 노자, 장자, 공자, 부처, 예수를 통해 새로운 삶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가득한 찬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니체의 니힐리즘을 알게 되면서 철학자의 길을 걷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때는 철학과 학생에서 마르크스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그리고 독일 유학 생활을 거쳐 이제는 대학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니힐리스트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경험, 그리고 자신이 접한 이론들과 니힐리즘을 결합하고자 했던 철학적 시도에 대해 말한다.최근 인생을 다룬 철학적 수필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 정치학자 이자야 벌린은 “한 교수의 조용한 연구실에서 배양된 철학적 개념들이 한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 철학은 세상사에 짓눌려 무겁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려고 한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이다.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면, 더구나 인생의 허무함만이 아니라, 부, 권력, 지위, 학벌, 외모 등 세속적가치의 중압감 때문에 삶이 무겁고 힘든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만하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서평_『예술과 공통장』 권범철 지음 | 갈무리 | 400쪽
도시에서 다른 삶과 연대는 가능할까
사회적 관계를 자본에 종속시키는 공장으로서 도시
공생공락의 예술은 자본과 다른 생명력으로 관계 구성오늘날 도시는 ‘공통장(commons)의 전장’이다. 『예술과 공통장』은 예술과 도시 공통장의 긴밀한 관계 역학을 미셸 드 세르토의 전술과 전략 개념에 착안해 전술공통장과 전략 공통장으로 구별해 살핀다. 마냥 대립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자본과 공통장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하기 위해서다. 주체의 공통하기에 따라 공통장은 전략으로도, 전술로도 나타난다.
저자 권범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강사는 “의지와 권력을 지닌 주체가 행하는 권력관계의 계산”이 전략이라면 전술은 “유동적으로 흘러 다니면서 지배 질서의 균열에 침범하는 약자의 기술”이라 말한다. 전략 공통장의 주체는 예술가의 비임금 노동과 그들의 공통장을 전유하는 도시 정부다. 책에 따르면 도시는 모든 사회적 관계를 자본에 종속시키는 사회적 공장이다. 도시는 기금을 명목으로, 또는 기금이라는 계약 관계없이 예술가의 비임금 노동을 무상으로 취해왔다.저자는 도시가 예술가의 비임금 노동을 “예술을 위해 희생하는” 숭고한 작업으로 자연화하면서 “자유롭게 도용할 수 있는 시장의 외부재, 자본의 공통재”로 다뤄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창조도시라는 전략 공통장이 예술 공통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파괴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끌어안고” 흡수하는 것이다. 창조도시뿐 아니라 창의도시, 문화도시, 예술도시…. 쏟아지는 익숙한 조어는 도시가 예술 공통장을 대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임금에서 배제된 까닭에” 예술가들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생성한다. 스쾃(공간 점거)은 그 예다. 스쾃은 “우리의 삶에 대한, 그리고 우리의 재생산 조건에 대한 통제를 되찾고 공유와 평등한 접근에 기초하여 자원을 제공하는 자율적 공간”으로서 공통장이다. 이 책이 주목한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스쾃은 공통권에 관한 담론 공간을 열고 예술을 넘어 다른 틈새들과 연대하면서 공통하기의 실험을 전개했다. 이과정에서 기금은 “공공성을 공통성으로 재전유하는” 투쟁 기금으로 변화한다.하지만 기금의 출처가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이는 도시가 “공통장을 모의하고 양성하며 촉진”하는 전략을 배태하는 데 기여한다. 신자유주의 도시 정부는 공통장의 생산방식과 같은 행동 체계를 구축하면서 스쾃을 “스펙터클로 흡수”할 뿐 아니라 육성한다. 때문에 예술가의 “불온한 점거”는 도시 정부에 의해 질서화된 입주로 변모하기 일쑤다. 그러나 예술가의 전술 공통장은 “지배 전략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을 잠재하면서도 기존의 질서를 침식하는 집합적 삶을 생산하는 형태로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혁명 이후에 도래할 어떤 세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삶을 구성하는 실천”이다. 구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은 “어쩌면 그 내부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양식들로 구성되고 따라서 다른 가치 실천들에 의해 절합되는”(『역사의 시작』 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 권범철 옮김 | 갈무리 | 81쪽) 구성이 지금 여기의 예술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공생공락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의 마디들은 자본과는 다른 생명력으로 관계를 구성할 힘을 가진다. 저자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삶과 스펙터클이 끝없는 길항관계에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어떤 가능성의 조건일 뿐”이라 말한다. 가능성의 조건을 예술에서 길어 올리는 이 책이 발견한 건 지금 여기의 삶과 공통하기의 가능성이다.그러므로 이 책은 삶-노동자인 우리에 관한 글이기도 하다. 『예술과 공통장』은 자본의 가치 실천이 아닌 다른 가치 실천을 지향하는 자급적 삶을 위한 공생의 기지로서 대안적 공통장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겠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우리가 될 수 있는지”를 곱씹어 묻는다. 이 책이 예술과 공통장이라는 주제 아래 탐구하고 있는 공통장의 저항과 구성이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결부된 이유다.
권수빈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연구교수저자가 말하다_『허버트 하트』 권경휘 지음 | 컴북스캠퍼스 | 142쪽
법철학의 부활…언어의 차이에 눈뜨다법실증주의·언어철학으로 영미 법철학 부흥
의무와 더불어 권리도 부여하는 법의 규칙이 책은 20세기 영미권 법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허버트 하트(1907∼1992) 전 옥스퍼드대 교수를 다루고 있다. 처음 출판사로부터 이 책의 기획과 관련해 연락을 받았을 때 필자는 “외국의 법사상가 내지는 법학자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이러한 기획을 하실 의향이 있으시다고 하니 너무 반가운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하트가 미친 영향력에 반해 실제 우리 사회에서 그의 이름이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법철학과 하트를 처음 들어본 일반인들도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그의 생애와 핵심 키워드를 설명하고 있다.
칸트와 헤겔의 시대를 거치면서 대륙에서는 관념론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19세기 이래 영국에서는 벤담, 밀과 그의 후계자들이 사회과학에 뉴턴주의를 적용해 자연과학이 이루어 낸 것과 같은 성과를 정치와 도덕에서도 이루어 내고자 했다. 법철학에서도 벤담의 제자인 오스틴이 법실증주의를 발전시켰다. 20세기에 이르러 실재론적 전통은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학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언어철학이 부흥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하트는 법실증주의에 언어철학의 세례를 주어 영미권 법철학의 부흥을 이끌었다.법이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는 법을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은행강도가 은행원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내놓으라고 명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스틴의 법실증주의가 법을 설명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하트는 은행강도의 사례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법의 사례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차이에 주목한다. 은행원에 대해서는 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지만 국민에 대해서는 세금을 낼 “의무가 있었다”라고 설명할 것이다. 언어의 차이는 내적인 측면에서의 차이를 드러낸다. 은행원이 은행강도에게 맞서서 돈을 주지 않은 경우 이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사람들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탈세를 한 경우 사람들은 탈세자를 비난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그 이유는 법이 단순히 명령이 아니고 사회적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규칙이란 무엇인가? 어떤 공동체에 사회적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행동이 정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서 “빨간 신호등일 때에는 멈추어야 한다”라는 사회적 규칙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빨간 신호등일 때마다 멈추는 행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규칙이 존재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특정한 마을의 사람들 중 대다수가 매주 일요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어떤 행동이 정형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을에 그러한 규칙이 존재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집단의 구성원 중 누군가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습관을 따르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회적 규칙의 경우에는 그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일탈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다.
법에는 어떠한 규칙들이 존재하는가? 법을 명령으로 이해하게 되면 법은 오직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법에는 의무를 부과하는 규칙뿐만 아니라 권한을 부여하는 규칙도 존재한다. 예컨대, 혼인을 하거나 유언을 할 수 있는 사적 권한을 부여하는 규칙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법들은 우리에게 혼인이나 유언을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공적 권한을 부여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법을 제정할 권한을 부여하는 승인의 규칙, 법을 변경할 권한을 부여하는 변경의 규칙, 규칙을 위반했는지에 대하여 권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재판의 규칙이 그것이다.이처럼 하트는 법률가들의 이론적인 문제들을 넘어 법의 개념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주제에 대하여 철학적인 통찰을 제시했다. 현상을 예리하게 지각하기 위해 언어에 관해 예민한 태도를 가지고서 법이라는 개념이 유사한 사회적 현상들과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그는 법률 실무가들만이 관심을 가지는 변방 학문으로 쇠락했던 법철학을 다시 철학·사회학·정치학의 중심 영역으로 복원시켰다. 이 점이 바로 하트가 법철학에미친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권경휘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431쪽‘왜 교육에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고 하더라도 수백 대의 스마트 기기가 텅 빈 교실 한쪽에 방치된 채 먼지만 쌓여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에듀테크’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교육과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서동시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512쪽저자의 시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인 이 책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32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이 책에는 「가인(歌人) 시편」을 비롯한 열두 개의 시편과 작품으로 남겼으나 시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시들을 모은 ‘유고 중에서’ 그리고 저자가 직접 쓴 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주석과 해설 등이 실려 있다.한과 모노노아와레
박규태 지음 | 이학사 | 786쪽아름다움에는 양면성이 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작위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한국인에게 자연은 오래전부터 일상 속에 들어와 일상과 하나가 돼 있었다. 가령 전통적인 한옥은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마루는 그대로 마당과 연결돼 있고, 방 안에서도 문짝만 열면 낮은 울타리 너머 바깥의 산야가 그대로 내다보인다.잘못된 단어
르네 피스터 지음 | 배명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32쪽‘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끊임없이 구별해 도덕적 위계를 매기는 시대의 분위기는 모두에게 해롭다. 이 책은 구호로만 그치는 변화가 아닌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표현의 자유에 토대를 둔 자유로운 토론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 양극단의 세계에 모두 거리를 둔 채 사회를 조망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시몬 베유 지음 | 이종영 옮김 | 리시올 | 212쪽저자에게 신은 군림하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 포기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망하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와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이 책은 독특한 신 개념에서 출발하는 베유의 신학적 확신과 물음을 최종적으로 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그리스도교가 변질 또는 타락한 배경을 뒤쫓는다.대장간 이야기
정진오 지음 | 교유서가 | 296쪽2014년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장간을 취재하면서 인일철공소 송종화 장인을 처음 만났다. 그 뒤로도 가끔 들러 안부를 여쭙고는 했다. 2022년 여름, 대장장이가 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송종화 장인을 찾아뵙고서 가르쳐 주십사 했더니 제대로 배우려면 5∼6년은 걸린다면서 손사래를 치셨다.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 쓰기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460쪽2009년 출간하자마자 인문 교양서로는 드물게 화제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상처받지 않을 권리』 전면 개정판이 이 책으로 출간됐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삶의 자유를 빼앗고 그 대가로 소비의 자유라는 치명적인 상처만을 안겨줬다”라는 내용을 담은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당시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린 출발점 같은 책이었다.암살 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96쪽죽어 마땅한 악인을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단하는 일을 하는 암살국. 드라고밀로프는 어느 날 암살국의 수장인 그 자신을 처단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자는 암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백만장자 청년 윈터 홀. 도덕광 드라고 밀로프는 암살국 해체뿐만 아니라 그곳의 수장인 자기 자신 또한 제거돼야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분야별 신간
문학-에세이내 말이 그 말이에요 |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304쪽아적쾌락 북경생활 | 박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308쪽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 필리프 클로델 지음 |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48쪽우주의 알 | 테스 건티 지음 |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476쪽
역사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 오항녕 지음 | 푸른역사 | 168쪽기억·서사 | 오카 마리 지음 |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174쪽매천 황현 평전 | 정은주 지음 | 소명출판 | 363쪽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 | 오항녕 지음 | 푸른역사 | 188쪽중동 이슬람 문화여행 | 엄익란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64쪽
추금 강위 평전 | 김진균 지음 | 소명출판 | 311쪽정치-사회정책예보 | 박정균 지음 | 모아북스 | 280쪽어학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 | 박혜윤 지음 | 동양북스(동양books) | 223쪽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 | 김미소 지음 | 동양북스(동양books) | 207쪽
어린이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 | 윤은미 글 | 김진혁 그림 | 철수와영희 | 52쪽종교대등의 길 |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508쪽남북을 잇는 평화·힐링 공간, 미디어 플랫폼 ‘DMZ 스마트폴리’
21세기 학문의 신대륙을 찾아서 ➋
국가·사회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사회 학문분야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문제의식과 융합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연구의 결과다.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센터장 노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사업(HK/HK+)과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연구성과 우수성, 파급효과 및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명의 심사위원이 우수성과 20곳을 선정했다.‘건축·예술·공학의 융복합’
고경호 홍익대 조소과 교수DMZ를 상징하며, DMZ에 어울리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남북한의 분단을 상징하는 DMZ는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장소이고, 접근성의 한계가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 시공간이 단절된 특수한 공간인 DMZ를 생태와 관광, 정치·사회 그리고 문화예술 등 다양한 관계성을 가진 장소로 구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융복합 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DMZ의 스마트폴리 구축을 위한 건축·예술·공학 융복합 연구」다.연구책임자인 고경호 홍익대 교수(조소과)는 “DMZ라는 공간은 비무장지대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중무장지대”라며 “특히나 현세대에게 분단은 공감하기 어렵고 피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진다”라고 DMZ를 연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평화·생태·예술 융합형 공간 구축연구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중요한 역사이자 현재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단에 대해 현저하게 다른 인식을 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분단과 평화에 대해 전 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 제시를 목표로 한다. 최첨단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공간, 스마트폴리이다.연구팀은 먼저 건축학 개념인 ‘폴리’(folly)에 대한 재정립을 시도한다. 기능과 목적이 정해지
고경호 홍익대 조소과 교수는 미국 SVA에서 순수예술전공으로 MFA, 국민대에서 건축디자인 박사를 했다.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연구활동으로 국무총리상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홍익대 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지 않은 공간이라는 개념의 ‘폴리’를 관광·학술연구·문화·예술 체험이 가능하고, 참여와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스마트폴리를 정의한다.
DMZ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고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된 DMZ 프로젝트에서는 학제 간 융복합 연구가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생태학·관광·정치경제학·예술 등 분과별로 연구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평화·생태·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융합형 공간 구축을 목적으로 진행한다.답사 장소를 역사적 사건과 연결한 후 3D 그래픽을 사용해 버려지는 공간을 새롭게 스마트폴리 실물모형(Mock-up)으로 설계했다. 스마트폴리는 입체적으로 복원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폴리 의미를 담은 건축물인 ‘Green Point’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지=맨 왼쪽은 융합예술연구팀이 나머지는 윤준석 제작
답사도 생태·예술·관광·역사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볼 수 있는 국내 DMZ 접경지역과 외국의 분단과 관련된 지역에서 진행됐다. DMZ와 가장 닮은 공간은 독일에서 동독과 서독의 경계가 되던 그뤼네스 반트이다. 인적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존된 점도 닮았다. 차이점도 명확하다.
DMZ 생태관광 영감 얻은 독일 그뤼네스 반트그뤼네스 반트에는 전 구간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튀링겐 숲과 슬레이트 산맥, 프랑켄 숲에서 자연 보존적인 관광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작품과 전시회를 개최해 과거 국경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실을 보여주고 뛰어난 자연경관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 관광 상품도 개발돼 있다.프랑스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은 폴리 건축물이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베르나르 추미는 도살장이었던 공간에 정육면체에서 파생된 각기 다른 모양의 26개 폴리를 규칙적으로 배치했다. 폴리가 설치된 라빌레트 공원은 관광과 시민 참여 공간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국내 DMZ 접경지역을 돌아보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강원도 인제는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현재도 중무장한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만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기술로 단절된 시간 동안 남북 간에 발생한 문화적 차이를 분석하고 1차 연도 이론 연구와 2차 연도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스마트폴리 모형을 제작했다. 실물모형은“최종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방식을 공간 모델로 구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남북한 문화를 파악하고 청정 생태 지역인 DMZ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디지털 이미지 편집, 그래픽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해 그래픽을 보완하고 3D프린트를 활용해 150:1 규모로 제작했다.
오는 7월 『스마트폴리』 출간 예정오는 7월에는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이 담긴 도서 『스마트폴리』(가제)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은 남과 북이 오래된 역사를 공유하면서도 전쟁 이후 정상적인 교류가 단절되면서 발생한 차이에 주목했다. 이분법적인 대립을 해체하고 모든 관계는 ‘차이’로 맺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과 북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서 스마트폴리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고경호 교수는 파주 도라산역, 파주 철거 GP에서 열린 통일부 주최 ‘DMZ ART & PEACE PLATFORM’ 전시회에 총 32명의 국내외 미술가와 함께 참여해 DMZ가 남북 주민과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새로운 접촉 지대이자 평화 지대라는 걸 알렸다.
고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종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방식을 공간 모델로 구현하는 데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라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개념과 스마트폴리라는 형식을 통해 남북한 문화를 파악하고 아직 청정 생태 지역으로 자리하고 있는 DMZ 공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한다”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2021년도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융합분야 건축+예술+공학연구과제명 DMZ의 스마트폴리 구축을 위한 건축·예술·공학 융복합연구 연구기간 2021.07.01 ~ 2024.06.30연구팀 홍익대 융합예술연구센터(연구책임자 고경호 교수)연구성과논저 (통계기간:2019.03.01.~2023.12.31.) 아젠다 관련 논문: 45편 / 아젠다 관련 저서: 1권전시: 2회, 컨퍼런스: 3회, 국내학술대회: 10회, 학술강연회: 2회, 현장답사: 13회환경관련 전문가 및 아티스트 초청 토크: 3회 - 마야린 / 올리버 그림 / 앨런 손피스트- 시대와 사회적 공간 개념의 변화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스마트 폴리의 개념 정립,- 과학, 인문철학, 건축, 예술의 융복합적 평화-생태-예술 공간 구축- DMZ 공간 인식의 재구조화- 연구 결과의 학술적, 문화적 기여와 사회적 문제 해결 가능성 제시- 학제간 융합연구 및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융합 인재 양성- DMZ 공간 활용에 대한 자료 구축 및 전파- 3D 스캔과 랜더링 기술로 공간을 재구축하고 복원하여 실현을 위한 프로토타입 도출좋은 의료를 위한 인간학…인문학 중심으로 의료를 성찰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통합의료인문학’
박윤재 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장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느냐’라고 묻는다.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면 의사는 모니터를 열심히 보고 진찰을 한다. 오늘날 병원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물었다. “얼마나 아프신가요?”의료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의사의 관심이 환자가 아닌 질병으로 옮겨가면서 정작 환자는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을 담아 발전한 학문이 전통 의료인문학이다. 주로 의료인과 관계자가 교육 대상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의료를 연구하는 인문학이 통합의료인문학이다.의료인 교육에서 모두의 의료인문학으로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은 전통 의료인문학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전통의료인문학이 의학을 바탕으로 문학·사학·철학을 끌어와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했다면, 통합의료인문학은 인문학에 의한, 인문학을 위한 학문이다. 인문학을 기본으로 해서 몸을 연구하는 의학을 접목해 인문학 가치 복원을 목표로 한다.박윤재 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단장(사학과)은 “인문학을 인간학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문제나 고민은 몸과 몸의 현상인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몸과 정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인 의학은 인문학과 거리가 멀지 않다”라고 통합의료인문학의 방향성을 밝혔다.생로병사로 상징되는 인간의 전 생애에서 의료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현대인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 의료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의 생애를 관통한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의료의 개입이 있는데, 인문학이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건 일종의 직무 유기라는 인식에서 이 연박윤재 경희대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장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사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사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인문학연구원장,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 대한의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구가 시작됐다.
박윤재 단장은 “연구단은 의료라는 소재를 활용해 인문학 고유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면서 통합의료인문학의 기틀을 다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문·사·철, 의학·한의학·인류학자와 함께「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가치의 정립과 통합의료인문학」을 연구 과제로 내건 경희대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2019년에 시작해 이제 2단계 연구에 접어들었다. 이번에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의 우수성과에 선정되면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연구단은 인문학을 통합의료인문학으로 확장하기 위해 철학·역사·문학은 물론이고, 의학과 한의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먼저 각자 전공에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고, 생로병사라는 생애주기에 따라 분과별로 융복합 연구를 수행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하고,경희대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의 대표 연구 결과물이다. 『죽음의 시공간: 삶 너머의 의료인문학』 『호모팬데미쿠스 : 코로나19 데카메론 3』, 『코로나19 데카메론 1·2』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고 빅데이터로 정보를 축적하는 세상이지만, 인간적 가치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더욱 유의미해졌다.”
의학의 역사를 토대로 전망을 논의했다.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진의 고민은 코로나19팬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넓어지고 깊어졌다. 연구진은 연구 과정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데카메론 : 코로나19가 묻고 의료인문학이 답한다』 라는 책에 이어 『코로나19 데카메론 2』, 『호모팬데미쿠스 : 코로나19 데카메론 3』 시리즈를 차례로 간행했다. 마지막 책에는 산부인과 전문의부터 요양원장, 청소년 상담사, 축산업자 등 36명의 팬데믹 분투기가 실렸다. 이 세 권에는 팬데믹 시대를 성찰하고 기록한 총 100개의 글이 실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속해서 성찰한 인문학 연구로 평가받는다.연구단의 또 다른 서적인 『죽음의 시공간: 삶 너머의 의료인문학』에도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회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책에서는 팬데믹 시대에 전염병으로 죽는 사망자 수에 무뎌진 것은 아닌지, 죽음과 관련된 생명의 존엄을 숫자로만 치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애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연구단은 이 책이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죽음에 관한 철학·역사·문학적 고찰을 시도하며 의료인문학 연구를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됐다. 이에 앞서 『통합연구 개요
연구지원사업 인문한국(HK)플러스 : 융복합분야연구과제명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가치의 정립과 통합의료인문학연구팀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융합분야 인문학(문학, 사학, 철학) + 의학 + 한의학연구기간 2019.5.~ 2026.4. (7년간)연구성과130여 편의 학술논문 (15편의 SCI 또는 A&HCI급 논문 포함), 30여 종의 총서 (학술서 및 교양서, 사전, 번역서등), 170여 편의 동영상 콘텐츠, 일반대학원 통합의료인문학과 석/박사 학위과정 개설,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인문학연구> 연간 4회 발행, 미국 빙엄턴대,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쿄대, 중국 상하이대 지속 교류의료인문학강의 : 인간과 질병』은 2022 세종도서 교양 부문, 『감염병을 바라보는 의료인문학의 시선』이 같은 해 학술 부문에 선정됐다.
북한 의료 문제와 소외 계층을 위해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의료가 일상이 된 현대인과 함께 만들고 누릴 수 있는 ‘좋은 의료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170여 편의 동영상 콘텐츠를 공개하고, 지역인문학센터 ‘인의예지(人醫藝知)’를 개설했다. 유교 사상에서 말하는 인의예지와는 뜻이 다르다. ‘사람(人)을 위한 의료(醫)와 기술(藝)을 인문학적 앎(知)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명칭이다.인의예지 센터는 동서남북을 아우르는 의료인문학을 지향하며 북한 의료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북한 의료, 한국 내 북한 이탈의료인과 주민 건강 문제를 연구하며, 통일보건의료학회와 공동으로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를 위한 의료인문학’ 강연 시리즈를 기획·제작했다.또한 노인이나 어린이, 이주 노동자처럼 소외되기 쉬운 계층을 위한 강연과 힐링 콘서트를 개최하고, 사회적 연대 활동을 펼쳤다.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 등과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서울아트시네마와 4년째 ‘통합의료인 문학 영화 주간’을 개최, 영화를 통해 인간 생로병사 문제를 함께 성찰했다.통합의료인문학 연구에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연구단은 미국 빙엄턴대,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쿄대, 중국 상하이대와 학술 교류를 하며 연구하고 있다.박윤재 단장은 “연구단의 장기적 목표는 더 적극적으로 인문학 관점에서 의료를 고민하고 인문학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의료가 무엇인가 고민하고, 나아가 더 좋은 의료를 위한 제언을 하는 과정에서 인문학과 의료의 결합은 더 현실성을 띠게 되고 그 정도도 강해지리라 예상한다”라고 밝혔다.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전공분립 넘어 ‘지적연결지평’ 창의·융합 교육으로”
국교위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
‘기초학문교육 회복’ 공감… “초·중등 교육에서도 연계해야”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미래교육의 비전과 방향’이란 주제로 2024년도 제1차 심층토론회를 열고 대학교육에 대해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심층토론회는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우송대 석좌교수)의 기조발제를 중심으로 미래사회와 교육의 변화를 전망하고 미래교육의 방향을 탐색하고자 마련됐다.손 교수는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비전: 융합·창의 교육의 길’이란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전공분립 교육’을 벗어난 창의·융합적 사고 양성 및 기초학문·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산업사회가 특·분화된 ‘전공교육’ 위주였던 반면, 정보사회인 오늘날의 교육은 지식·기술·산업을 융합·종합화해 폭넓고 깊이 있게 조망하는 ‘지적연결지평’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다.여기서 말하는 융합·창의 교육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을 재구성·융합해 문제해결능력을 제공하는 ‘창의성 함양 교육’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학문과 학문이 학제적·협력적으로 통하는 융합 또는 통섭이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개최한 ‘2024년도 제1차 심층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맡은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우송대 석좌교수). 사진 = 국가교육위원회
될 것을 손 교수는 강조했다.
손 교수는 “융합·창의 교육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요구”라고 분석했다. ICT·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로 정보화 사회 통합이 이뤄지면서 스마트폰처럼 기술·산업이 융복합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화·분업화에 따른 전공 중심의 전공분립 교육은 지적 시야를 협소화시켜 기초학문의 폐과와 연구·교육 저조 등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새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으로 손 교수는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 △종합적 사고 △정서적 감응 및 합리적 협동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대학교육의 혁신 과제로 손 교수는 △교육과정의 성층화 △학사 조직 재구조화 △기초학문교육 회복을 통한 융합·창의 교육 재정립 △‘자유학예대학’ 복원 등을 제시했다.
기조발제 이후 토론회는 김창수 전 중앙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지정·자유 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원중 단국대 교수(한문학과)는 “각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적 교양의 함양을 전제로 대학 전공-교양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사회학과)는 학습자주도의 ‘학생설계전공’을 제시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한국 교육의 미래 비전과 ‘홍익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고 실천 방안으로 개인·공동체, 인류를 향한 ‘존중의 교육’을 설명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과)는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공정 기회를 담보하는 교육 및 학교·교사의 보상과 책무성 강화를 제안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는 “일방적 지식 전수를 넘어 학습자의 융합 역량에 맞춘 ‘코칭’으로 교육 형태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초·중등 교육에서도 융합·창의 교육을 연계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하고 비전을 논의하려면 교육의 본질과 목표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국교위는 지난해 네 차례 대토론회에 이어 지난달 ‘대전환의 시대 우리 교육의 길’이란 주제로 진행하는 등 토론회를 이어오고 있다.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삼육보건대 통합·의과대 신설하겠다”
제해종 삼육대 제16대 총장 취임
제해종 삼육대 제16대 총장(사진)이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지난 3월 1일부터 오는 2028년 2월 29일까지 4년이다.삼육대는 지난달 25일 교내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제15대 김일목 전 총장과 제16대 제해종 신임 총장의 이·취임식을 개최했다.이날 이·취임식에는 학교법인 삼육학원 강순기 이사장과 전임 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와 백경현 구리시장, 서울여대 승현우 총장,삼육식품 전광진 사장, 삼육서울병원 양거승 원장, 삼육보건대 박주희 총장 등 500여 명의 내빈이 참석했다.제 신임 총장은 ‘SU RISE, 새로운 도약 삼육대학교’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4년간 삼육대를 이끈다. ‘RISE’는 △Revival(부흥: 선교, 공동체) △Innovation (혁신: 교육, 인사) △Sustainability(지속성: ESG, 재정) △Engagement(참여: 국제화, 플랫폼)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4대 핵심 전략이다.제 총장은 “이는 ‘선교’에 기초를 두고,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교육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삼육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그는 삼육보건대와의 통합, 의과대학 신설등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제 총장은 “삼육보건대와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우리 대학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며, 양대학의 장점을 살린 대학
운영의 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다. 교단 차원의 숙원사업인 의대설립 역시 의료선교 사명 확대와 삼육 브랜드 제고의 지름길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별히 이번 행정부의 4년은 머지않아 불어닥칠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대학 소멸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삼육의 브랜드 가치를 튼실하게 구축할 플랫폼을 만드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할 것이다”며 “교육이념에 기초해 전공의 벽을 허문 혁신적 교육 인프라를 만들고, 민·관·산·학 협력 강화와 국내외적 연결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을 통해 삼육의 위상을 드높이는 초석을 다지겠다”라고 밝혔다.제 총장은 1967년생으로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앤드류스대에서 신학석사(M.Div)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조직신학이다. 2012년 삼육대 신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이후 교목처장, 생활교육원장, 대학원 신학과장, 신학과장, BFFL센터장 등을 역임했다.“미래교육 역량 위해 교육지원 체계 개선”
배상식 대구교대 제17대 총장 취임
배상식 대구교대 제17대 총장 취임식이 지난달 28일 상록아트홀에서 열렸다. 배 총장은 지난 2월 26일 총장 업무를 시작했다. 배상식 총장은 취임사에서 “현재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설렘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주어진 소명을 외면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묵묵히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배 총장은 “교육의 혁신과 미래 역량을 갖춘 우수한 교원 양성은 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모두와 손을 맞잡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그는 취임사에서 4가지 대학발전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첫째, 예비교사들의 미래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지원 체계를 개선한다. 둘째, 창의융합형 미래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셋째, 대학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행정 시스템 및 각종 제도와 규제를 개선한
다. 넷째, 국립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지역사회, 교육공동체와의 연대 및 협력을 강화하면서 교육대학으로서 대구교대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전임총장, 교수, 학생대표, 직원 등 학내 구성원과 강은희 대구광역시교육감,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 홍원화 경북대 총장, 김창원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조재구 남구청장, 김상렬 남부경찰서장, 신경식 대구교육대학교총동창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배 총장은 마산중앙고등학교, 경북대 철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석·박사를 했다. 주요 경력으로는 대구교대 기획처장, 학생처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외적으로 대동철학회 회장, 한국동서철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최종현 교수, 한평생 촬영한 슬라이드·연구자료 기증
국립중앙도서관, 지난달 29일 ‘최종현 문고’ 기증식
세계도시건축사학자 최종현 한양대 명예교수(사진)가 한평생 모은 도시건축 관련 슬라이드 필름 24만여 점과 집필서 등 연구자료 530여 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국립중앙도서관은 ‘최종현 문고’를 설치하고 지난달 29일 본관 문화마루에서 기증식을 열었다. ‘최종현 문고’의 슬라이드 필름은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국내외 도시와 취락을 직접 촬영한 자료다. 세종로, 을지로, 청계천에서 이전 도시와 현재로 변화된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전국에 산재하는 중요 사찰, 서원 그리고 고지도 필름을 통해 옛 역사를 경험하고 유산으로 후대에 남길 수 있다.최 교수는 50년 이상 도시와 건축을 연구하면서 도시의 역사적·지리적 원형, 옛사람들의 건축관, 우리나라 전통 도읍 건축 원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최종현 교수가 기증문고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로 탐구했다. 『오래된 서울』, 『옛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는 우리 건축 답사』, 『정면성』 등 다수의 교양건축서를 저술했다. 2012년부터는 통의도시연구소를 설립해 역사 유적 답사와 강의로 후학들과 소통하는 데 열의를 쏟고 있다.
신용식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서비스 과장은 “기증받은 24만여 점의 슬라이드 필름은 모두 디지털화 작업을 마쳐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앞으로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귀한 자료를 서슴없이 기증해 주신 최종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라고 밝혔다. 이에 최종현 교수는 “자료는 개인이 소장하기보다는 나누어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고 생각한다. 거실 서재의 책들을 후
학들과 공유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준 국립중앙도서관에 감사드리며, 기증한 자료들이 창조적 도시건축에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현 문고’ 자료는 지난달 25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2층 문화마루에서 열람할 수 있고, 디지털화된 슬라이드 필름은 국립중앙도서관 방문 후 누리집(www.nl.go.kr)에서 온라인 원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선문대에 명예영사관 설치한다
선문대(총장 문성제)에 국내 대학 최초로 명예영사관이 설치된다.명예영사관은 파견국 정부가 명예영사관의 개설 이유, 명예영사의 인적 사항 등을 통해 외교통상부에 설치 허가 및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외교통상부 허가 및 동의가 이뤄지면 명예영사사관 대학 최초로 선문대에 설치된다.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스마일로바 대사는 “청년들이 한류 덕분에 한국에 관한 관심이 매우 크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IT 기술 등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면서 “키르기스스탄에는 한국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양국이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이슈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성제 총장은 “키르기스스탄 학생들이 선문대의 70여 개국 1천8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한국 문화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관련 교육까지 수료하면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김성렬 경남대 명예교수, 유네스코한국위 위원 위촉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교육학과·사진)가 최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33대 위원으로 위촉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54년 국가위원회로 설립됐으며, 위원장은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맡고 있다.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위원으로 위촉된 김성열 교수는 지난달부터 3년간 평생학습관점에서 양질의 교육과 학습 성과 확대를 위한 교육 시스템 개발하고, 교육의 접근성 확대, 포용성과 형평성, 학습자가 창의적이고 책임 있는 세계시민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교무연구 처장, 사범대학장, 대외부총장 등을 맡았다.김웅희 인하대 교수, 현대일본학회장 취임
김웅희 인하대 교수(아태물류학부·사진)가 최근 현대일본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부터 2년이다.
김웅희 교수는 “올 한해 현대일본학회가 연구와 학문적 교류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 학술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년 한일수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한일협력의 새로운 비전과 원칙, 협력방안에 대한 실천적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978년 설립한 현대일본학회는 일본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연구 진작, 한일 연구자의 학술교류 활성화, 정책대안 개발, 학술지 ‘일본연구논총’ 발간 등 일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일본연구단체다.강경모 국민대 교수, 대한무용학회장 취임강경모 국민대 교수(공연예술학부 무용전공·사진)가 대한무용학회 제1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3월 27일부터 2027년 3월 26일까지 3년이다.
강경모 회장은 취임식에서 “대한무용학회의 50년 역사와 권위가 무용학 연구의 모범과 지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며 “임기 동안 학회의 발전과 가치 실현을 위해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대한무용학회는 1974년 궁중무용의 명인 고 김천흥 선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무용 학회로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강 교수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 한국현대무용협회 부이사장,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부회장, 대한무용학회 부회장을 지냈다.이시준 숭실대 교수, 한국일어일문학회장 취임이시준 숭실대 교수(일어일문학과·사진)가 한국일어일문학회 30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2년이다.
이시준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위축되기 쉬운 국내의 일본 연구 발전 및 저변확대를 위해서학회가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1978년 설립된 한국일어일문학회는 일어일문학 및 일본어교육, 일본학 등 일본과 관련된 연구 및 교육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학술단체다.
이 교수는 일본고전문학 및 일본문화 연구자로,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박사를 했다. 『금석이야기집』(총 9권)과 『일본고전문학의 상상력』(공저)이 문체부 세종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국립군산대 16대 교수평의회 의장에 조혜영 교수국립군산대 16대 교수평의회 의장으로 조혜영 교수(간호학부·사진)가 선출돼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가졌다. 임기는 2024년 3월 24일부터 2026년 3월 24일까지다.
조혜영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의과정 속에서도 교수들의 본연의 업무인 연구, 교육, 봉사 활동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귀 기울이고 잘 전달하는 교수평의회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시행돼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되, 우리 대학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되고, 대학 발전과 구성원 상생이라는 원칙이 지켜지는 선에서는 대학본부와 협력 관계를 이뤄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16대 교수평의회는 대학 및 대학부, 여교수회 등에서 선출 및 추천된 28명으로 구성됐으며, 의장단과 3개의 전문위원회를 두고있다. 의장단은 의장 조혜영 교수, 상임부의장 정초영 교수(해양수산공공인재학과), 부의장 김정숙 교수(미술학과), 사무처장 지광운 교수(법행정경찰학부)이다. 전문위원장으로는 교무학생위원장 강경아 교수(간호학부), 기획재정위원장 이호 교수(경영학부), 인권복지위원장 김인호 교수(토목공학과)가 선임됐다.과학자의 집요함·호기심이 ‘양자역학’ 세계 열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34
정현석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정현석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가 「양자역학과 양자 기술」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5강은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의 「생명과학의 현재와 미래」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고전역학은 어떤 실험을 했을 때 초기 조건이 정확하게 같다면 실험의 결과도 정확히 같다고 말해준다. 이는 초기 조건을 정확하게 알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임의의 정확도로 결과값을 예측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따르면 최대한 같은 초기 조건을 만들어놓고 실험을 해도 재현된 실험은 일반적으로 이전의 실험과 다른 결과를 준다. 즉,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확률이 아닌 아닌 근본적인 임의성 혹은 확률의 요소가 개입되는 것이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다른 점이다.1935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로젠과 함께 (세 사람의 이름 첫 자를 따서 EPR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대한 그의 도전을 담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오늘날 EPR의 논문을 해석할 때, 논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가정을 국소성과 실재론으로 본다. 국소성은 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가정이다. 상대성 이론은 정보가 전달되는 데는 적어도 빛의 속도로 건너편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이를 고려했을 때, 아인슈타인에게 국소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가정이었을 것이다. 실재론은 측정과 무관하게 물리량의 값들은 이미 결정돼 있다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실재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우주가 물리적 실재의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았다.그 이후 아인슈타인 등에 의해 실재론적 믿음에 근거해 가정한 숨은 변수를 이용해,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적인 세계를 파기하고 결정론적인 세계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숨은 변수 이론의 목표는 실재론적 이론으로 양자역학의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양자역학은 실험 결과, 혹은 미래를 확률적으로만 알려준다. 마치 일기 예보에서 내일 비가 올 확률을 80%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이 80%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 확률이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예측의 불완전함이라면 더 많은 정보를 알수록 정확한 확률의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만일 우주의 모든 관련 조건들에 대한 정보들을 다 파악할 수 있다면,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에 대해 100%의 확률로 단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 등이 시도했던 숨은 변수 이론은 이러한 완전한 예측이 적어도 근본적인 수준에서는 가능하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벨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의 결론은 오늘날 벨의 정리 혹은 벨의 부등식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부등식으로 요약된다. 이것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 양자역학의 결과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량적이고 실험적인 검증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등식이었다. 이 부등식이 지켜지면 양자역학의 모든 결과들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그러나 이 부등식이 깨지면 양자역학의 결과들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세기의 논쟁을 실험실로 이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었다. 물리학의 최종 법정은 실험실이다. 그리고 거기서 자연이라는 대법관이 판결을 내린다. 법정이 옳게 구성된다면 이 대법관의 판결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벨의 부등식은 국소성과 실재론이라는 가정 아래 복잡한 수학적 이론 없이 비교적 간단하게 유도된다. 이 부등식의 역할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관측자의 측정 결과들 사이에서 성립할 수 있는 상관관계의 상한 값을 정해주는 것이다. 이상한 값보다 더 큰 상관관계는 고전적인 영역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는 숨은 변수를 이용한 모든 가능성을 동원해도 그렇다는 것이다.놀랍게도 당시 벨의 부등식은 오늘날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코펜하겐 학파의 영향으로 양자역학을 검증한다는 아이디어에 거부감을 가진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젊은 물리학도 존 클라우저는 벨의 논문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그는 이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해 보고자 하는“양자역학은 고전적 세계관과의 충돌을 극복하고 인류에게 자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줬다. 벨 부등식의 위배에 따른 양자 비국소성은 실험적으로 입증됐으며, 일부 남아 있는 허점은 아마도 해석의 문제로 계속 남을 것이다.
양자 중첩과 얽힘은 양자 기술이라는 새로운 응용의 영역을 열어줬으며, 이를 만들어내고 조작하는 실험 기술의 발전은 양자 정보과학의 부흥을 가져왔다.”야심을 품었다. 흥미로운 것은 클라우저가 벨의 부등식이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클라우저는 박사 학위 취득 후 버클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서 당시 버클리의 대학원생이던 스튜어트 제이 프리드먼과 함께 세기의 실험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프리드먼과 클라우저가 벨 부등식 검증을 위한 얽힘 상태를 만든 간단한 원리는 다음과 같다. 빛을 쏘아서 원자에 충돌시키면 원자는 에너지를 얻어서 원래의 상태보다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간 들뜬 상태가 된다. 들뜬 상태로 올라간 원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다 안정한 바닥 상태로 다시 내려가면서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광자들을 방출한다.처음에 원자에 쏘아준 빛의 진동수와 같은 실험의 물리량들을 적절히 조절하면, 두 단계 위의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들뜬 상태에서 중간 상태를 거쳐서 바닥 상태로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하면 원자는 두 개의 광자를 방출한다. 하나는 들뜬 상태와 중간 상태의정현석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이제 현대의 양자 기술은 초기 양자역학의 개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양자 중첩과 얽힘을 만들어내는 데 이르고 있다”라며 “더 나아가 양자 오류 제어와 응용 연구를 통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등 실용적 가치의 양자 기술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에너지 차이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가진 광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간 상태와 바닥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가진 광자이다.
이 두 광자들은 하나의 과정에서 나왔으므로 마치 깨어진 수박 조각들과 같이 물리량들이 서로 상관관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광자의 물리량들이 가지는 상관관계가 깨진 수박 조각과 같은 고전적인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양자 중첩에 의한 상관관계인지 알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 바로 벨의 부등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자들을 가지고 프리드먼과 클라우저는 벨의 부등식 실험을 수행했다.클라우저는 2022년 노벨상 수상 인터뷰에서이 역사적인 실험에 대해서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이 실험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많은 학자들의 의견은 ‘미쳤다’는 반응이었고 이런 실험을 하다가는 커리어를 망칠 것이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클라우저는 당대의 최고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하다가 그의 오피스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파인만은 양자역학에 도전한다는 생각에 대해 결코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다. 클라우저가 굴하지 않았던 것이 역사를 만들었다.
재미 한인 과학자로서 광자 측정 장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인 남새우 박사는 올해 지병으로 54세의 나이에 별세했다. 현대 양자광학 기술은 남 박사의 공로로 광자의 수까지 높은 정확도로 측정하는 데에 이르게 됐으며, 이는 벨의 부등식 검증뿐 아닌 양자 컴퓨터와 양자 통신을 포함한 양자 정보과학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다. 2022년 클라우저·아스페·차일링거는 ‘얽힘 광자를 이용하여 벨 부등식 위배를 확립하고 양자 정보과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때 남 박사는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그는 존 벨의 역사적 논문 이후 벨 부등식 검증 실험을 위한 반세기 대장정의 5대 공로자로 꼽힐 수 있는 인물이다. 허점 없는 벨 부등식 실험을 간발의 차이로 최초로 성공시킨 델프트 공대의 핸슨과 광자 검출기 기술을 발전시켜 광자를 이용한 검증을 가능하게 했던 NIST의 남새우가 노벨상 수상자 3인에 더해졌다면 더욱 완전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자리가 최대 3인석이 아닌 5인석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벨 부등식 검증 실험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허점은 통계적 독립성 혹은 자유의지에 대한 것이다. 앨리스의 선택과 밥의 선택 사이의 독립성이 과연 궁극적인 수준에서 확보될 수 있는가? 2015년에 수행된 허점 없는 벨 부등식 실험들에서는 고전적인 난수가 아닌 양자 측정의 불확실성에 따른 ‘양자 난수’를 사용해서 이 허점을 보완했다. 그러나 이 난수를 발생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양자 입자들이 어디에선가 서로 교신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양자 중첩과 얽힘은 양자 기술이라는 새로운 응용의 영역을 열어줬다. 양자 중첩과 얽힘을 만들어내고 조작하는 실험 기술의 발전은 양자 정보과학의 부흥을 가져왔다. 양자 얽힘을 이용해 벨의 부등식을 깨뜨리는 양자역학의 근본적 검증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제어하고 이용하는 기술들이 특히 지난 세기말부터 많은 과학자들의 실험실에서 발전해 왔다.양자역학은 고전적 세계관과의 충돌을 극복하고 인류에게 자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줬다. 벨 부등식의 위배에 따른 양자 비국소성은 실험적으로 입증됐으며, 일부 남아 있는 허점은 아마도 해석의 문제로 계속 남을 것이다. 양자 중첩과 얽힘은 양자 기술이라는 새로운 응용의 영역을 열어줬으며, 이를 만들어내고 조작하는 실험 기술의 발전은 양자 정보과학의 부흥을 가져왔다.이제 현대의 양자 기술은 초기 양자역학의 개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양자 중첩과 얽힘을 만들어내는 데 이르고 있다. 더 나아가 양자 오류 제어와 응용 연구를 통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등 실용적 가치의 양자 기술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화학물질 없이 ‘식각’하는 반도체 기술 개발해냈다
카이스트-제네바대 국제 공동 연구팀차세대 반도체 메모리의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유전체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 혹은 작은 물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로 활용되는 등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도체의 핵심 소자가 되는 강유전체를 화학물질 없이 식각할 수 있는 연구를 성공해 화제다. 식각이란 금속 혹은 유리 등의 표면을 화학물질을 통해 부식시킴으로써 모양을 조각하는 것이다.최근 홍승범 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가 제네바 대학교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강유전체 표면의 비대칭 마멸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해 규명했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나노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마멸은 물체 표면의 재료가 점진적으로 손실 또는 제거되는 현상이다. 나노 패터닝 기술은 나노스케일로 소재의 표면에 정밀한 패턴을 생성해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다.연구팀은 강유전체 소재의 표면 특성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은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을 활용해 다양한 강유전체의 마찰·마모(트라이볼로지) 현상을 관찰했고, 강유전체의 전기적인 분극 방향에 따라 마찰되거나 마모되는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왼쪽부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의 홍승범 교수, 조성우 박사이다. 사진=카이스트
연구진은 강유전체의 마찰·마모 특성이 나노 단위에서 강한 응력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변전 효과로 인해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 방향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마찰·마모 특성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강유전체 마찰·마모 현상을 소재의 나노 패터닝에 응용했다.
이러한 패터닝 방식은 기존의 반도체 패터닝 방식과는 다르게 화학 물질과 고비용의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 공정 대비 매우 빠르게 나노 구조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조성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강유전체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를 관찰하고 규명한 데 의의가 있고, 이러한 분극에 민감한 트라이볼로지 비대칭성이 다양한 화학적 구성 및 결정 구조를 가진 강유전체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어 많은 후속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공동교신저자로 본 연구를 공동 지도한 제네바대학교 파루치(Paruch) 교수는 “변전 효과를 통해 강유전체의 도메인이 분극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표면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다양하고 유용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앞으로 뻗어나갈 분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연구를 이끈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패터닝 기술은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패터닝 공정과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대면적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민주주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딸깍발이
홍용진 편집기획위원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최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법치,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얻으며 179개 나라 중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의 0.78점(18위), 2020년과 2021년의 0.79점(17위), 2022년의 0.73점(28위)에 비교해 볼 때 급격하게 순위가 하락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보고서가 대한민국을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0.60이라는 수치와 평가에 대해서 믿지 못할 것으로 놀라워할 이유는 없다. 이미 수많은 언론과 매체를 통해서 최근 대한민국의 제도권 정치에서 진행됐던 여러 사실들은 이미 수없이 보도돼 왔다. 위의 보고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기반으로 수치화와 통계 작업을 거쳐 민주주의 지수를 매겼을 뿐이다. 수치라는 결과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가만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상황을 전부 이야기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사실 수치로 계산될 정도로 가시적으로 드러난 여러 사실들은 명확히 파악된 것들로서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구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대안을 구축하는 일 또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일상이라는 삶의 기반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어렵게 하는 비가시적인 요인들을 반성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에 문제로 정식화하기 힘들다는 난점을 지닌다.민주주의가 다수결 투표로만, 또는 단순한 제도만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제도적 절차와 과정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끌어가는 시민 개개인이 지닌 인권에 기반을 둔 에토스를 전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각 개개인에게 보장돼야 하는 자유와 평등권, 인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정체라는 것이 개개인이 모인 정치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등장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개개인이 연대를 이루고 참여하는 공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공적인 부분, 또는 공공성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을까?연대와 참여의 공적 영역의 위기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이미 수없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공적 영역 자체가 쉽게 구성되고 선택된다는 점이 아닐까? OTT와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과 마음 맞는 사람끼리 나름의 유대관계를 맺고 그 공동체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집단과는 만남이나 대화 자체를 꺼리며 이해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어느 때보다도 일상에서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자유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런 만큼 전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소통과 공존의 영역은 크게 축소되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소통과 공존의 영역이 상식과 공감으로 활성화되기보다는 법과 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민주적 인권이란 개념이 인간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인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박제화를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택적 자유와 공적영역의 후퇴, 이틈을 메꾸는 냉혹한 법과 제도는 비가시적인 일상적 민주주의의 문제로 제기되며, 근대적 삶의 개성과 자유는 디스토피아적 삶의 불안과 고독으로 커져간다. 일상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절이다.출처=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갤러리 초대석
「바닷가의 남자」공성훈, 캔버스에 유채, 2018공성훈 작가 전시회는 6월 1일까지 인천 중구 신포로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에서 열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본 전시의 특이점은 그가 성장하며 자라온 고향인 인천이 그의 작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고찰해보는데 있다. 『바다와 남자』展은 작가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초점을 뒀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회화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점은 '풍경'이다. 그의 작업 인생의 전반부에서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후기에는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들어서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이점은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인천이라는 곳은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지리적 특수성이 있는 항구도시다. 그만큼 작업에서 바다는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가는 작가의 시선은 바다로 향한다. 그가 어렸을 적 하염없이 바라보던, 아마 그 누구보다도 많이 보았을 바다로 향한다.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메타버스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❸
최성우과학평론가몇 년 전만 해도 큰 붐을 이루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메타버스(Metaverse)가 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는 회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야심 차게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그 후 2만여 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다퉈 메타버스를 구축하였지만, 대부분 방문자도 거의 없이 시쳇말로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상과 달리 메타버스가 국내외에서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중들이 기대하는 수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지는데,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기술보다는 하드웨어 쪽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 전망을 속단하기는 이를 수 있고, 메타버스의 본질이나 근본 취지와는 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그러나 대중들은 SF영화에서처럼 가벼운 안경이나 콘텍트렌즈 정도를 착용하고서 실감 나면서도 피로감 없는 생생한 입체영상 등을 기대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를 만족시키기에는 현재의 광학기술 수준과 재료 등의 관련 분야가 기술적 병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 과거 광학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했던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다.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사업적 성공을 거두거나 널리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직접 관련되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하는 여러 배경 기술이나 다른 관련 분야도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경우로서 증기기관차의 대중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자 하면 대부분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을 떠올리겠지만, 그는 증기기관차를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하고 사업화에 크게 성공한 인물이지, 증기기관차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보다 앞선 증기기관차 연구의 선구자도 여럿인데, 그중에서도 실용화에 가장 다가섰던 인물로서 리처드 트레비식(Richard Trevithick)이라는 발명가가 있었다. 그러나 스티븐슨과 달리 그의 증기기관차는 대중화되지 못했고, 사업에 실패한 그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지내다가 일생을 마쳤다.트레비식이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의 증기기관차 자체에 문제가 많았거나 성능이 스티븐슨의 것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발명가·기술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던 트레비식은 고압증기 방식의 새로운 증기기관과 증기기관차를 개발하였다.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증기기관차의 엔진이나 차체가 아닌 그것을 지탱하는 열차 궤도, 즉 레일에 있었다. 육중한 증기기관차와 화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레일이 부서지거나 기관차가 전복되는 일이 잦았고, 사람들은 증기기관차가 위험한 것이라 생각하여 외면하고 말았던 것이다. 스티븐슨은 바로 트레비식의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레일의 재료를 깨지기 쉬운 주철 대신 부드러운 연철로 바꾸고 레일의 연결 부위를 개량하였으며, 레메타버스박물관의 모습이다. 증기기관차의 대중화 과정을 살펴보면 메타버스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사진=위키미디어일 궤도와 잘 접목되는 증기기관차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또한 그의 아들인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phenson)은 탁월한 토목기술자로서 아버지와 함께 철로를 개설하는 사업에 일생을 걸고 매진한 결과, 스티븐슨은 증기기관차의 아버지로 길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인류의 생활과 산업 등에 멀지 않아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기대되었지만 현실은 그와 동떨어졌던 근래의 사례들은 매우 많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아젠다였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된 유행어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이른바 포모(FOMO)증후군, 즉 새로운 트렌드나 첨단기술에 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될지 모른다는 대중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한몫을 챙기려는 태도는 대단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특정의 신기술이 곧 세상을 바꿀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그것의 본질과 향후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차분하게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도 록 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일 것이다.“논문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직장인 박사의 월화수목금금금
최진희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성인 박사과정을 가르치면 여기저기서 문의가 온다. ‘뻔한 주제의 논문은 의미도 없고 내가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논문을 작성하는데 단순히 논문을 위한 논문은 쓰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논문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많은 박사과정 학생 그리고 교수들마저도 고민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더 나아가 현장과 학계의 경계에 서 있는 성인 학습자들에게는 필요한 질문이다. 업무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을 쪼개어 ‘월화수목금금금’을 살아야 하는 직장인 파트타임 박사과정에게 그래서 내가 왜 논문을 써야 하는데? 졸업을 위한 통과의례인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지 못한다면 박사과정이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이 될 수 있다. 설레지 않고 가슴 뛰지 않는 무의미한 일의 무한반복. 여기서 핵심은 누구도 시키지 않고 내가 선택한 시지프스의 굴레라는 사실에 통감한다. 나는 왜 시간과 돈을 들여 박사를 하는가? 논문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결과를 위한 과정의 희생인가?어떤 분들에게는 박사과정과 논문작성은 경험을 이론화시키는 방편이다. 경험은 이력서도 증명서도 아니다. 경험은 직업적 위치가 이동하면 혹은 은퇴하게 된다면 증발하는 실체다. 대기업 로고를 뗀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면접 때 토로하는 (정직함에 깜짝 놀라게 하는) 겸허한 학생이 종종 있다. 실체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자 같은 직장인들도 있다. 면접을 보면 많은 지원자가 십수 년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분들께 연구는 이론을 통해 경험을 체계화하는 과정이다.이론을 만들겠다고 내가 뛰어들었으나 이론을 읽다 보면 이론이 나의 삶과 경험을 읽는 통찰을 주고,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정리되고 더 나아가 미래의 방향이 보일 수 있다. 이론적 체계는 결국 개념의 조합이며 이는 생각의 길이다. 즉 생각의 길을 개념적 조합으로 갖고 있지 않다면 생각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생각의 길, 개념의 조합이 생긴 이후에야 현장의 경험이 의미 있는 조합으로 체계화되어 논문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논문을 읽고 경험을 객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험을 글로 쓰고 거리를 두고 읽으며 다각도로 분석하고 다시 학문과 이론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경험을 이론의 언어로 형상화하고 그 가치를 고르고 가다듬는 과정에서 논문이 나온다.
파트타임 박사과정이 현업의 관점으로 논문을 읽다 보면 학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주로 학계의 관점으로 소통하는 교수의 글과 현업에서 보는 관점은 위치성의 차이로 인해서 그 강조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름으로 인하여, 현장과 이론의 경계인인 파트타임 박사의 살아있는 경험으로 이론적 논의를 현장의 입체적 경험으로 복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업 파트타임 박사에게는 여러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가 있다. 현업의 경험과 지식, 데이터가 논문 읽기와 쓰기에 적용된다면 파트타임 박사과정의 논문은 학계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기 위해서 파트타임 성인학습자들은 논문을 읽어야 한다. 결국 논문의 이해관계자는 학계, 보다 구체적으로는 저널의 에디터와 리뷰어들, 풀타임 교수들이다. 학계의 표현과 언어, 설득을 위한 방식을 배우지 않고서는 학계와 소통할 수 없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나라 언어를 익혀야 한다.논문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논문의 가치는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내가 시간을 들여 논문을 읽고 쓸 때, 내가 읽는 이론과 글에 얼마나 공감하고 설득당하고 설득당하지 않는가, 그 과정에서 논의의 작은 틈을 찾아 새로운 논의를 추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논문이 나올 때 알게 된다. 가치있는 논문은 내가 썼지만 동시에 논문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고백하게 된다. 가치 있는 논문 작성을 위한 질문, 새벽 밤 나절의 한 문장을 태어나게 하려는 몸부림과 소리 없는 아우성, 깊은 고민과 사색의 시간은 나의 경험을 이론의 언어로 객체화시키고, 그 가치를 판단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성인 및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해외박사과정 프로그램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성인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변화하는 성인학습자의 삶과 학습의 희노애락 그리고 고등교육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김상돈의 교수만평교수신문 The Professors Times 1년 구독료 1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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