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저술도 갈수록 줄어 든다

2023 대학연구활동 실태 조사

대학의 전체 전임교원은 갈수록 줄어 2022년기준, 전년 대비 1.3%가 감소했다. 논문게재 실적은 2022년에 전년 대비 3.9% 줄었으나, 국제전문학술지 비중은 2018년 41.4%에서 2022년 47.5%로 6.1%p 증가했다. 저술은 지속해서 감소하는추세다.

한국연구재단은 ‘2023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지난달 10일 공개했다. 전국411개 정보공시대상 대학의 2022년 기준 전임교원 연구 실적이 대상이다.

30대 이하 여교수는 꾸준히 늘어

2022년 기준, 대학 전체 전임교원은 8만5천414명으로 전년도 8만6천557명보다 1.3% 감소했으나, 오히려 여성 교원 비율은 증가했다. 4년제 일반대학의 여성 교원 점유율은 2020년 25.7%에서꾸준히 늘어 2022년 27.1%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60대 이상 여성 교원은 15.5%인데 반해 30대 이하는 34.2%로 두 배이상 높았다. 여성의 교육 참여율이 높아짐에 따라 학계에 진출하는 여성의 비율도 늘어난 것을알 수 있다. 분야별로는 인문사회 계열이 34.1%로 이공 분야 2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대학만 놓고 봤을 때는 30대 이하와 40대에서 여교수가 남교수보다 많았다. 여교수는 30

대 이하가 57.1%, 40대는 54.9%였다.

국공립대의 여성 전임교원 점유율은 20.5%로,29.7%인 사립대보다 낮았다. 반대로 남성 전임교원 비율은 국공립대가 79.5%로 사립대(70.3%)보다 높았다. 국공립대보다 사립대가 여성 교원의비율이 더 증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연구비 점유율은 남성 87.8%·여성 12.2%

대학 내 여성 교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과제수혜율과 연구비는 남성이 월등히 많았다. 1인당 연구비는 남성이 1억4천342만 원, 여성이 5천355만 원으로 남성이 약 2.7배 많았다.

연구비 점유율로 보면 남성이 87.8%, 여성이12.2%로 남성 교원이 여성 교원보다 75.6%p 높았고, 과제수혜율은 남성이 60%, 여성 교원은51.9%로 8.1%p의 차이를 보였다.

지원 기관별 연구비 수주 현황에서도 성별에따른 큰 차이를 보였다. 중앙정부 연구비 점유율은 남성이 88.7%, 여성이 11.3%, 국외 연구비는 남성이 87.1%, 여성이 12.9%로 남성이 약 6배 더많이 연구비를 수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내연구비도 남성의 연구비 점유율이 82.8%, 여성이17.2%로 큰 격차를 보였다.

연구책임자 현황은 남성이 60%, 여성이 51.9%로 비교적 균등하게 연구과제 책임자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나이별로 보면 30~50대까지는 전임교원의 과제수혜율이 평균

최근 3년간 대학 전임교원 현황최근 5년간 저술실적 변화 추이

일반대74,813명73,948명73,250명650000005,6865,3564,9354,6084,567전문대4000

12,970명12,609명12,164명3000

2000

2020년2021년2022년1000

※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는 대학정보공시 대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입력한 데이터0

(2023.7기준)를 따른다. 일부 연구실적이 없는 외국인 전임교원 미등록 등의 사유에 따2018년2019년2020년2021년2022년라 고등교육통계조사의 전임교원 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2023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을 웃도나 60대 이상은 평균보다 낮았다.

신진 연구자 1인당 연구비는 70% 수준

4년제 일반대학의 연구과제 수는 5년 전에 비해 6.4% 상승했다. 연구비도 지속해서 증가해 2022년에는 8억7천21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비 무려 42.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연구비 증가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2024년 연구개발 예산을 약 14.7%(4조 6천억 원) 삭감하고 정부 고유사업비를 5~25%가량 줄이면서 대학 연구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나 1인당 평균연구비가 전체 평균의 70%밖에 미치지 못하는 30대 이하의 신진 연구자들

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전체 전임교원의 1인당 연구비가 평균 1억1천906만 원인 것에 비해 30대 이하 전임교원의 1인당 연구비는 평균 8천344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약 70% 수준이다.

중앙정부로 편중돼 있는 대학연구비 지원기관을 개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앙정부 연구비는 최근 5년간 평균 점유율이 73.7%로 연구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과 같이 대학 부분의 연구비 비중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민간과 교내 연구비 투자가 더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4년제 일반대학 중심으로 분석한 2022년 논

문게재 실적은 총 6만 6천841건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국제전문학술지 게재 비율 6.1% 증가

2018년도 국내 전문학술지 게재 비율이 55.8%였으나 2022년에는 51.3%로 줄어들었다. 국제전문학술지의 비율은 2018년 41.4%에서 2022년 47.5%로 6.1%p 증가했다.

인문사회 계열과 이공 계열의 논문실적에도 차이를 보였다. 1인당 평균 논문게재 수는 이공분야 0.91건, 인문분야 0.92건으로 비슷했으나, 이공분야는 전체 논문실적 중 74%가 국제전문학술지, 인문 분야는 86.2%가 국내 전문학술지에 게재했다.

저술, 2018년 5,686건→2022년 4,567건으로 감소

저술도 2018년 5천686건에서 2022년 4천567건으로 19.7%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성별 저술발표 현황은 남성이 전체의 67.5%로 여성보다 많았다. 하지만 1인당 저술발표 수는 여성이 0.075건으로 남성(0.058건)보다 많았다.

1인당 저술 실적은 50대 이상이 0.076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율은 50대 이상이 전체의 47.7%를 차지했다. 반면 30대 이하 전임교원 저술 실적 점유율은 3.6%로 가장 낮았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화폐 발행의 정치학…2024년 일본 신권 발행 감상법

글로컬 오디세이

이은경

서울대 일본연구소 HK 부교수

올해 일본에 예정된 빅 이벤트가 있다. 1984년, 2004년에 이은 20년만의 신권 발행이다. 일본이 여타 국

가에 비해 유독 현금의 사용과 보관비율이 월등히 높은 나라인 데다, 국민 개인으로서도 평생에 몇 번밖에 볼 수 없는 사건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신권의 발행은 상당한 주목을 끄는 이벤트가 된다. ATM과 자판기 제조 산업의 특수 등이 GDP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잠자던 ‘장롱예금’이 은행을 향하게 되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도 가능해진다.

중요한 이벤트인 만큼 재무성을 비롯한 관련기관은 긴밀하게 협의하며 장기적으로 그리고

극비리에 이를 준비한다. 여기에는 역사 교과서를 샅샅이 뒤져 후보가 될 인물을 추려내는 것, 위조 방지를 위해 최신의 기술을 축적하고 연마하는 것이 포함된다.

후보를 선정할 때에는 일본 국민이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정도의 탁월한 업적과 높은 지명도를 가질 것, 시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메이지 시대 이래의 ‘문화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시대’의 변화보다 ‘국경’을 넘을 때 더욱 첨예해지기 마련이고, 정치인을 배제하는 원칙이 정립된 것은 1984년 신권 결정에 즈음해서이니, 뒤늦게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주변국에 환영받지 못할 역사를 가진 일본 나름의 고육지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위조 방지를 위해 정교한 사진 혹은 그림이 입수 가능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신권 발행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이지만, 그 안에 들어갈 인물의 선정과 그 시점은 그렇지 않다. 새 지폐의 인물을 ‘언제’ 즉 올해보다 몇 년 전에 어느 정권의 어떤 재무 장관이 ‘누구

로 확정해 발표할 것인가는, 그야말로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 관료와 기술자들은 총리나 재무 장관이 신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만반의 준비를 할 뿐이다. 그런데 신권 인물의 발표는 발행 대략 2년여 전에 신권의 인물을 공표하는 관례를 깨고, 5년 이상 앞선 2019년 4월에 이뤄졌다. ‘레이와(令和)’라는 새연호를 발표한 국가적 대사로부터 겨우 일주일 후, 신권 발표를 위해 기자 회견장에 선 것은 아베 정권의 핵심 멤버인 아소 다로(麻生太郎)였다.

아베 정권이 천황의 이른바 ‘생전퇴위(生前退位)’에 이은 황위 계승 의식을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신권의 발행도 그 연속선상에서 이뤄졌던 셈이다. 당사자들은 신권 발표가 예년보다 이른 것도 새 연호 발표와 일정이 이어진 것도 ‘우연’일 뿐이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일찌감치 자신들의 임기 중에 신권의 인물을 선점해 이른바 ‘아베 레거시’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실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새화폐가 사용되는 5년 후 다시 한번 같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아베 총리가 여전히 건재했다면 말이다.

배경과 의도가 어떠하든, 오는 7월부터 1만엔권의 인물은 근대 일본에서 은행뿐 아니라 500여개 기업의 설립과 육성에 기여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1840~1931)로, 5천엔 권은 당시 메이지 정부가 원했던 현모양처 대신 여성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쓰다주쿠대의 설립과 운영에 평생 헌신해서 ‘일본 여자고등교육의 선구자’로 이야기되는 쓰다 우메코(津田梅子, 1864~1929)다. 1천엔권은 의사이자 세균학자로서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기타자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 1853~1931)로 변경된다. 각각은 ‘새로운 산업의 육성, 여성의 활약,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일본(어쩌면 2019년 당시 아베 정권)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것이라 설명됐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신권 발행에 관해 정치적인 각도에서 ‘인물’의 선정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사실 주기적인 신권 발행의 가장 큰 이유는 위조방지다. 20년에 한 번씩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신

권을 발행하면서, 그 기회에 새로운 일본의 얼굴도 선정하는 셈이다. 그런데 2004년 5천엔 권에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1872~1896)라는 24세로 요절한 여성 소설가가 선정되기 전까지, 여성이 지폐 도안에서 배제됐던 명분 중의 하나는 위조 방지를 위해 섬세하게 표현할 ‘수염’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염이 없는 여성도 채택될 수 있게 되었다지만, 여성 인물에 대한 요구와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더라면 실현되지 않았을 일이다.

오는 7월 일본 신권 발행은 이처럼 첨단 기술의 발전, 사회 인식의 변화 그리고 정치적 의도가 절묘히 결합한 결과물로, 현대 일본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흥미로운 창구가 된다.

근대 일본의 역사를 여성 인물과 운동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고, 일본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대중적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한울, 2021)가 있으며, 그 외에 『근대 일본인의 국가 인식』(2023, 빈서재), 『젠더와 일본 사회』(한울, 2016), 『난감한 이웃 일본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시선』(위즈덤하우스, 2018) 등 다수의 공저, 그리고 2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대학 갈등·혼란 부추기는 획일적 대학정책, 경쟁력은 멀어진다

데이터로 읽는 대학 21대학 자율화와 교육부 3

교육부 대학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가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세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 대학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가‘이다.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크게 재정지원사업, 입시제도, 학사운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의 핵심은 재정지원사업이다. 이를 통해 대학교육의 방향성이 규정돼 왔다.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 있는 학생 선발과 학사운영이 여전히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부 대학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 이후,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200위권 내 대학 수나 순위에서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 SCI 논문수 순위와 SCI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 등의 연구실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2022년 스위스 IMD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라는 처참한 결과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낮아져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 16조 2천563억 원으로 2012년 9조 9천523억 원 대비 약 1.6배 증가했으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와 정부 재정지원은 OECD 국가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세계 10위의 경제국가 지위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2023)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67.5% 수준이며, 대다수 OECD 국가와는 달리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가 초·중등 공교육비보다 낮다.

국회예산정책처(2023)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2011년 9천927달러에서 2020년 1만2천225달러로 규모는 증가했으나, OECD 평균 대비 비중은 2011년 71.1%에서 2020년 67.5%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져 OECD 국가 평균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초·중등 공교육비보다 낮은 OECD 국가는 한국과 그리스밖에 없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유형은 일반지원사업, 학자금 지원사업, 국‧공립대 경상비 지원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지원사업은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등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계획‧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6조 9천844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44.8%로 사업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학자금 지

지원사업은 대학생(대학원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4조 180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25.8%에 해당한다. 국‧공립대 경상운영비 지원사업은 국‧공립대와 정부부처 책임운영 교육기관의 운영비 지원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4조 5천943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29.5%를 차지한다. 학자금 지원사업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개별 대학에는 도움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15년 지속된 등록금 규제, '교육의 질'은?

일반지원사업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관련 배분 현황을 설립유형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는 국·공립대(57교)에 7조 5천820억 원이 배부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48.6%를 차지했다. 사립대(356교)에는 8조 146억 원이 배부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51.4%로 사립대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국·공립대의 지원 비중은 2017년 46.2%에서 2021년 48.6%로 증가한 반면에, 사립대는 2017년 53.8%에서 2021년 51.4%로 오히려 비중이 감소했다. 또한, 설립유형별 학교당·학생 1인당 고등교육 재정지원 배분 내역을 살펴보면, 2021년에 국·공립대 1교당 1천330억 원, 학생 1인당 1천407만 원이 지원된 반면, 사립대는 1교당 225억 원, 학생 1인당 438만 원이 지원됐다.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사립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공재라고 하는 사립대와의 차별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2023)의 사립대 교비회계 수입·지출 결산 현황을 살펴보면, 국고보조금은 규모와 비중이 최근 10년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국고보조금 중 교육부로부터의 수입이 2011년 4천551억 원(2.6%)에서 2022년 3조 1천498억 원(18.3%)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등록금 수입은 2011년 11조 881억 원(62.8%)에서 2022년 10조 2천241억 원(53.5%)으로 감소했다. 대학등록금 규제와 연계한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은 평균 등록금 수준을 낮추는 성과를 이미 거두었다. 한편으로는 2012년 이후 계속된 등록금 규제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대학교육의 질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사립대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획일적인 '무전공 입학' 구성원 갈등 부추겨

대학 자율화의 핵심은 개별대학의 설립목적과 특성화 계획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학사운영을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대전환(DX), 빅블러(Big Blur)시대를 맞아 지난해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학과·학부 칸막이를 없애고

국공립대와 사립대 학교당·학생 1인당 고등교육 재정지원 배분 현황 (단위: 교, 명, 백만원, %)

구분재학학교생수수(%(&))지(원')액경제상외운(영()비1교당(' /지%원)액경제상외운((영/%비) 지 (단학원생위액:1 인천(' 당/원& ))( 제경단상외위 운:( (천영/ &비원) )

국z공립58 573,5036,032,7152,478,395 104,01242,73110,5194,322’17년사 립3641,891,1687,013,8336,799,646 19,26918,6803,7093,595합 계4222,464,67113,046,5489,278,041 30,91621,9865,2933,764국z공립58 564,793 6,240,5352,579,491 107,59544,47411,049 4,567’18년사 립3591,878,2327,042,696 6,756,010 19,61818,8193,7503,597합 계4172,443,02513,283,2319,335,501 31,85422,3875,4373,821국z공립58 555,3926,454,607 2,767,878 111,28647,72211,6224,984’19년사 립3591,876,479 7,297,344 7,064,443 20,32719,6783,8893,765합 계4172,431,87113,751,951 9,832,321 32,97823,5795,6554,043국z공립58 549,0876,796,0132,914,096 117,17350,24312,3775,307’20년사 립3571,856,8747,723,927 7,315,505 21,63620,492 4,160 3,940합 계4152,405,96114,519,94010,229,601 34,98824,6506,0354,252국z공립58 539,081 7,582,031 3,342,390133,01858,63814,065 6,200’21년사 립3561,831,939 8,014,6347,660,015 22,51321,5174,375 4,181합 계4132,371,02015,596,66511,002,40537,76426,6406,5784,640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고등교육 재정지원 분석, 2023년 11월. 대학알리미 공시대학 기준이며 간접지원사업은 제외함.

전면 자율화했으며, 학생 전공선택권을 확대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창의·융합전공 개설과 무전공 입학이 대학정책으로 곧바로 반영되면서 대학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정원의 약 25%를 ‘자유전공학부’나 학부‧단과대 단위의 ‘광역선발’로 선발해야 국고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밝히면서, 획일적인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대학들이 반

발하고 있다.

개별 대학들은 그들이 처한 입장이 다르고, 대학의 특성과 대학 내 사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책 적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돌이켜 보면, 대학을 획일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4~5년 단기적인 기간동안 운용돼온 까닭에 구성원들 간에 논의를 통해 의견이 수렴된 합의보다는 사업 선정이 우선이라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과거에 교육부가 추진해왔던 많은 재정지원사업들이 지속적이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추진돼 내부 구성원 간에 갈등과 혼란을 겪었던 사례가 많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자율화의 시작

급변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대학 자율화의 시작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재정 확보의 문제를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정부와 지자체, 기업체 등과 상생할 수 있는 생존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고등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율적인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의 샌드박스를 적용해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13.7% “통합 대학 찾는 중”

▶ 1면에서 이어짐

이전까지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으나,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기하고 학부 등록금을 높이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방 사립대인 경성대·계명대·조선대 등은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확정된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을 두고는 응답자의 46.1%(47명)가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합리적인 방향'이라는 응답은 23.5%(24명), '더 나빠졌다'는 답변은 18.6%(19명)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해당 개편안으로 인해 고교 내신 변별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3.5%(75명)가 '없다'고 밝혔다. 대학별고사 강화 계획이 있다고 밝힌 총장은 26.5%(27명)에 그쳤다.

이와 함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변별력 약화를 염려해 정시에 내신(학생부 등)을 반영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현재 반영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라는 응답이 29.4%(30명), ‘현재 반영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반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24.5%(25명)로 조사됐다.

56.9% 尹정부 교육개혁 C이하 평가

현재 198곳인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10년 내로 몇 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20곳 이하’가 28.4%(29명)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31~40곳’ 21.6%(22명), ‘51곳 이상’ 17.6%(18명), ‘21~30곳’·‘41~50곳’ 각각 14.7%(15명) 순이었다.

다른 대학과의 통합을 고려하고 있는 총장도 많았다. 33.3%(34명)는 ‘현재 계획이 없지만 타 대학에서 제의가 오면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고, 13.7%(14명)는 ‘통합을 고려하고 있고, 현재 통합 가능 대학을 찾는 중’이라고 응답했다. 또 10.8%(11명)는 ‘현재 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혀 통합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총장은 41.2%(42명)로 확인됐다.

윤석열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로는 B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33.3%(34명)가 B를 선택했고, 이어 D 29.4%(30명), C 20.6%(21명), A·E 각각 6.9%(7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9%가 C 이하로 평가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우리는 유교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만능론과 무용론을 넘어서

천하제일연구자대회

66 조선시대 유교는 무엇이었나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조선시대 지배층에게 유교는 구속인 동시에, 해석의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적 틀이기도 했다. 지식인의 토론과경 전 해석을 통해 유교는 끊임없이 다르게 해석되고 재구성됐다. 조선에서 유교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 더욱 큰 영향력을갖게 되는 실체였다.

이상민

연세대 강사

흔히 조선시대는 유교와 연결된다. 하지만 ‘조선시대’나 ‘유교적’이라는 말뜻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어딘지 강경하거나, 엄격한 도덕률을 고집하는 태도를 두고 ‘조선시대 같다’거나 ‘유교적’이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와 유교를 연결 짓는 통념의 내용에 대해 막상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조선이 유교 국가라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유교 국가가 되었을까. 흔히 말하듯,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적 습속을 배척하고(실제로는 다 배척하지 못했다), 적장자 상속을 제도화하며(실제로는 한참 뒤에나 가능하며, 조선 말까지 이어졌다), 지배층이 유교적 텍스트를 달달 외우는 것이 ‘유교 국가’의 기준인가?(이런 식으로 정의하면 고려도 유교 국가다.)

유교는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라는 물음

이도저도 복잡하니, 그저 폐쇄적이고, 차별적이고, 여성을 핍박하고, ‘꽉 막힌’ 것이 유교라는 설명이 퍼져 있다. 유교에 그렇게 깊이 심취한 나머지 조선은 망국에 이르렀다는(!) 식으로 생각이 귀결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예전부터 그런 통념을 비판해왔다. 연구자들은 대중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유교가 낙후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한국사에 관심이 있는 소수에게는 조선 유학자들이 지녔던 진보적 성격이나, 조선이 지녔던 문화적 역량도 상당히 알려졌다. 하지만 ‘유교’가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라는 식의 갑론을박으로는, ‘유교가 무슨 일을 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보니 최근 조선시대 연구자들 사이에서, 유교가 조선시대를 이해하는 데 설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교나 성리학을 도외시하는 것이 능사일까. 조선 지식인의 사고 체계에서 유교나 성리학이 가진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조선을 이해하는 데 유교나 성리학을 의미있게 관련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유교 텍스트를 조선시대 지식인이 어떻게 읽었던가를 추

적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렇게 독해된 유교적 텍스트를 통해 수립된 이상이 제도로 정착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선의 지배층이 지배를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했던 형벌과 그 형벌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덕치의 이상을 절충시키는 방안을 어떻게 고안했고, 그 절충 방안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 주목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박사논문 내용이 되었다.

이상론자의 ‘덕치’와 현실론자의 ‘형벌’

고려 말 유학자(성리학자)들은 자신의 시대를 ‘인륜이 파탄’된 시기로 규정하고 파탄 난 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크게 노력했다. 고려 말 유학자들이 그런노력의 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관철하고자 했던 이상은 ‘덕치’로 요약된다. 덕치란 모든 인간에게 주어졌다고 믿는 윤리적 본성을 각자 잘 가꾸게 하여 가족-사회-국가에 이르는 질서를 재구성하고, 폭력이나 강제를 통해 질서를 세우는 방식은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이상만으로는 국가 제도나 정치 이념을 덕치에 맞춰 정당화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덕치’의 이상을 추구한 유학자 정치인들은, 민간의 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형정’이란 것도 아울러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당화해야만 했다. 물론 ‘성인도 형벌을 폐할 수 없었다’는 유교적 텍스트 상의 명제가 통용되었던 만큼, 형벌의 필요성은 유교 지식인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긍정되고 있었다. 하지만 고려 말부터 유학자들 사이에서 덕치의 이상이 강하게 제기되었기에, 덕치의 한계를 암시하는 형정 사용의 현실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말선초 유학자 지식인들은 아래의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했다. 국가의 공기(公器)로서 형벌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덕치의 이상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덕치의 수단인 교육이나 교화가 ‘무지한 민’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지한 민’ 중에 도적이나 윤리 강상범이 생겨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장기적으로 그런 범죄를 줄일

세종대 『삼강행실도』의 편찬은 진주 사람 김화(金

禾)가 아버지를 죽인 사건에 대한 대처 과정에서 이뤄졌다. 허조는 김화와 같은 인물이 더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강한 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김화 본인에 대한 처벌에 동의하면서도, 후속 조치로 법적인 수단 대신 교화서의 편찬z보급을 택했다. 허조와 세종은 존속살인이 엄중히 다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처벌 또한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했지만, 그 대책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덕치를 우선시하고 형벌을 최소화 한다’는 원론만으로 답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이문제를 둘러싸고 긴 토론이 이어졌다. 조선 초기의 국왕이나 유학자 관료들은 각자가 주목한 유교 텍스트의 구절을 근거로 들어 각양각색 주장을 폈다. 가령 어떤 이는 주희 등이 지은 『근사록』에서 육형(肉刑)을 옹호한 부분에 착안하여, 도적을 방지하려면 도적을 용서할 것이 아니라 다리 힘줄을 끊는 등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과 같은 이는 『근사록』에서 죄인이 스스로 뉘우칠 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자신(自新)’ 개념을 끌어와서 형벌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양 극단적 주장 사이에서 여러 절충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유교 텍스트 안에서 절충안을 찾다

그와 같은 토론은 세종 시기에 정점에 달했다. 세종의 ‘애민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는 ‘파격적인’ 주장들도 이런 토론 과정에서 나타났다. 세종은 백성이 무지한 까닭에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백성에게 형벌을 가하기보다, 백성 스스로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대의 토론에서 제기된 주장 중 일부가 제도로 정착된 것은 성종 시기였다. 성종과 그 시기 유학자 관료들에게는 세종만큼의 ‘파격’적인 발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종은 죄인에 대한 처벌 기준이나 관용을 베푸는 기준, 민에 대한 윤리 교육의 방안 등에서 체계화된 틀을 갖추어 나갔다. 그러한 체계화의 과정은 민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지배의 효율성을 기했다는 점에서 강압적이라고도 볼수 있다. 하지만 처벌의 임의성을 상당히 제약한 점에서는 제도를 체계화시켰다고 볼 만한 면도 있다. 성종 시기에 나온 대안들 역시 모두 유교적 전통 내에 있는 텍스트 해석을 근거로 하였음은 물론이다.

여말선초 유학자들에게 사회의 풍속을 바로잡는 방법은 모두 유교적 텍스트의 범위 내에서 구상되었다. 유학자들은 유교적 텍스트를 근거로 한 덕치의 이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형

정 사용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자는 유학자들의 의견도 유교적 텍스트를 근거로 할 때 등장할 수 있었다. 덕치를 강조하든 형정을 강조하든, 어느 입론이든 유교 텍스트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유교, 구속인 동시에 자율성의 언어

덕치의 이상을 강조하는 이상론자와 형정 실시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현실론자 간의 절충이 제도적으로 귀결된 성종 대까지의 과정을 ‘조선이 국가적으로 유교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각자 다르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유교적 텍스트에 근거하여 이상을 실현하려는 열망이 조선 초 개혁의 중요한 명분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조선시대 지배층에게 이상 사회의 모습은 반드시 유교적 텍스트에 근거해야 했다.

하지만 유교적 텍스트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덕치와 형정을 어떻게 절충할지에 대한 토론도 이뤄질 수 있었다. 조선시대 지배층에게 유교는 구속인 동시에, 해석의 자율성을 시험하게 하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언어적 틀이기도 했다. 거꾸로 지식인의 토론과 경전 해석을 통해서 유교는 끊임없이 다르게 해석되고 재구성됐다. 조선에서 유교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 더욱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실체였다.

박사논문에서 이런 합의가 성종 시기에 접어들어 일단락되는 시기까지 다루었다. 성종 시기에 이뤄진 합의는 16세기의 사회적 변화를 맞아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중앙 관료가 주체가 돼 제도 개편에 집중했던 15세기의 흐름과는 달리, 지방 사회를 직접 바꾸고자 한 또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를 통해 더 밝혀보고자 한다.

2023년 연세대 사학과에서 「여말선초 덕·형 절충과 유교 이념의 제도화 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조선의 ‘유교화’를 둘러싼 정치·사회·사상적 긴장을 다각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다. 최근 발표한 주요 논문으로는 「고려말 무위(無爲)의 이상정치 지향과 유교적 형정론」, 조선 초기 지방지배와 향촌교화에 대한 연구와 쟁점, 「15세기 초 율문 교육과 형률적 교화 모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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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항하고 누가 순응하나…‘허위의식’과 ‘자기검열’이 원인

심층 서평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

존 T. 조스트 지음 | 신기원 옮김 | 에코리브르 | 552쪽

최근 출간된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은 사회심리학 실험으로 검증한 인간의 체제 정당화 욕구를 분석한다. 저자인 존 T. 조스트 뉴욕대 교수(심리학과)는 억압적 체제를 수용하고 옹호하려는 인간의 강력한 경향성에 대한 25년 간 수행한 혁신적 연구의 결정판으로서 이 책을 썼다. 이에 대해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가 심층 서평을 보내왔다. 정 교수는 “체제에 대한 투쟁이나 저항이 가져올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그들은 저항보다는 순응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효능감이 클 때 저항의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우리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조화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에 가까운 사회다. 정치이념·성별·세대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서로를 편 갈라 비난하고 공격한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의 근본적인 도화선에는 정의와 공정에 관한 논쟁이 들어 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듯이 정의와 공정의 기준 그리고 그 기준에 견주어서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가에 대한 판단에 대하여 여러 하위집단 간 첨예한 대립의 결과물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 사회에는 그 사회 체제에서 유리한 집단과 불리한 집단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때 집단 간 갈등과 분열이 있다는 것은 사회 체계의 유지나 변화와 관련해서 유리한 집단과 불리한 집단 간에 충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리한 집단이 지금의 체제를 바꾸고자 하지 않으면, 집단 간 불협화음이 생길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불리한 집단이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특정 사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의와 공정을 회복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 체제에 저항해서 변화를 추구할까, 아니면 지금의 불합리한 체계에 순응하면서 살아갈까? 이 책의 저자 존 T. 조스트 뉴욕대 교수(심리학과)는 여러 경험적 자료에 기초해서 “불리한 집단의 사람들이 체제에 저항하기보다는 그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체제 정당화 이론

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사회·정치·경제 제도와 관습을 방어하고, 강화하고, 정당화하고자 한다”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대개 보수주의자다

불리한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체제를 정당화하는데, 그 핵심에는 허위의식, 즉 자기의 이익에 반대되고, 자기에

대한 억압을 유지하게 하는 다음과 같은 거짓된 믿음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불의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사회 변화가 불가능 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고, 억압하는 사람들의 규범을 수용한다. 그들은 이 세상과 시장은 공정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들이 사회적 약자로 겪는 착취와 학대에 대해 서로를 비난한다. 말하자면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다. 그들은 자기 집단이 열등하다는 것을 내면으로 받아들이면서, 외집단을 선호하고 내집단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을 가진다.

허위의식은 사회적 지위나 빈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같은 요인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은 자기들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판단한다. 특히, 그들이 수용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유하지만 불만스러운’ 고정관념은 사회체제가 유발한 불평등을 보완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 여성 역시 ‘남성은 독립적인 반면 여성은 사교적이고 따뜻하며 관계 지향적’이라는 보완적 고정관념을 받아들이면서, 이 고정관념을 기준으로 자기를 대상화해서 자기검열을 한다. 이와 함께 몇몇 종교는 공정한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세상이 정의롭다고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체제를 정당화하는데 기여한다.

체제 정당화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특성도여럿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의 사회 조직과 작동 방식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사회 문제

존 T. 조스트 뉴욕대 교수(심리학과)는 인간이 왜 억압적 체제에 순응하는지 사회심리학 차원에서 분석했다. 그는 체제 정당화 이론에 대해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The Brainwaves Video Anthology’ 인터뷰에서 캡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변화를 외친다.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는 무시하거나 외부의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권위주의 성격 소유자들은 권위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 관습주의와 보수주의, 내집단에 대한 우월의식의 특성을 보인다. △사회적 지배 성향은 내집단이 외집단을 지배하고 그들보다 우월하기를 바라는 성향으로, 이런 성향의 사람은 현재의 불평등 속에서 지배와 우월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청교도적 노동 윤리는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서 무분별한 소비와 세속의 쾌락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신념으로, 이 신념이 강한 사람은 평등과 같은 사회적 요구에 비우호적이다. △무력한 사람은 현재의 권위와 위계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한다.

억압받는 사람은 왜 체제를 감내하나

조스트 교수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이 사회적 저항보다는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면서

체제를 따르는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체제 정당화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동기를 충족한다. 우리는 세상을 볼 수 있는 틀이 있을 때 그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때 특정 사회의 체제는 세상을 보는 틀로 작용함으로써, 사람들은 더 이상 태도나 행동의 변화를 위해 인지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

둘째, 체제 정당화는 불안·공포·위협을 낮추고자 하는 실존적 동기를 충족한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글을 쓰거나 관련 사례를 시청해서 죽음을 인식하거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 사람들은 내세에 대한 믿음, 종교적·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 종교적인 믿음이 강한 사람은 사회 체제를 방어하고 정당화하는 경향성이 크다. 그래서 죽음을 통한 실존적 위협은 현재세상을 이해하는 종교적인 틀을 받아들이는 데 기여하고, 이것이 체제 정당화에 기여한다.

셋째, 체제 정당화는 타인과의 친밀감, 사실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통해 연대를 구하려는 동기를 충족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동일할 때 서로 가까이 연대해서 어울릴 수 있다. 말하자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을 비슷하게 봄으로써 사회 정체성을 공유하고, 여러 일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체제 정당화는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고 부조화를

감소시켜주는 관계적 동기를 충족해 준다.

넷째, 체제 정당화는 진통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은 주어진 체제를 수용하고 인정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때 느낄 수 있는 분노나 좌절과 같은 부정적 정서보다는 삶에 대해 좀 더 만족하는 등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비슷하게, 종교 또한 우리에게 현실의 가혹함과 불평등에 대한 위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음의 진통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들

사회적으로 억압과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그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2010~2014년 수집한 세계 가치 조사에서 북미·서유럽·호주·뉴질랜드 시민 5명 중 1명 미만이 정치 관련 시위에 참여했고, 3분의 1 이상은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저항하는 비주류 집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충족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체제에 대한 투쟁이나 저항이 가져올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그들은 저항보다는 순응할 가능성이 크다. 저항이 지금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효능감이 클 때 저항의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비주류 사람들이 내집단에 대한 동일시가 강할 때, 상대적 박탈감 등에 따른 분노를 경험할 때 그리고 사회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믿고 있을 때, 그들은 기존의 체제에 저항하기 쉽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변화를 외친다. 그러면서 온갖 아이디어와 시도를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그런데 그 결말은 어떠한가? 거의 대부분은 궁극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채 원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게 타당한 결론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를 했다.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사회심리학』, 『심리학, 군대 가다』 등이 있다.

현대 문학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문학 비평

이경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시문학에 관한 대화』

(문학동네 | 이영기 옮김 | 204쪽·148쪽)

문학사와 사상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낭만주의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가운데,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성격이 강한 독일 초기낭만주의는 일찍이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활발하게 연구돼왔으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번역이 없어 오랫동안 비의적인 아우라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5년에 프랑스 철학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가 초기낭만주의자들의 텍스트에 주해를 붙인 『문학적 절대』(홍사현 옮김, 그린비)가 번역되면서 「비판적 단상」, 「아테네움 단상」 등 상당수의 핵심적인 텍스트들의 베일이 벗겨졌다면, 2020년에는 독문학자들의 숙원으로 남아 있었던 프리드리히 슐레겔(1772∼1829)의 유일한 소설 『루친데』(이영기옮김, 문학동네)가 번역됐다. 뿐만 아니라 2015년에 슐레겔의 『그리스문학 연구』(이병창 옮김, 먼빛으로), 2017년에는 『초월철학강의』(이관형 옮김, 마인드큐브), 2020년에는 또다시 슐레겔의 단상들을 번역한 『미학 철학 종교 단편』(이병창 옮김, 먼빛으로)이 출간됐다. 2021년에는 『루친데』(이미선 옮김, 부북스)도 다시

번역됐다. 가히 슐레겔 번역 열풍이라 부를 만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12월 말에 문학동네 출판사가 슐레겔의 번역서 두 권을 동시에 내면서 정점에 올랐다. 바로 『시문학에 관한 대화』(이영기 옮김)와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박현용 옮김)이다. 『시문학에 관한 대화』는 『문학적 절대』를 통해 번역된 바 있고,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도 기존에

나온 『그리스문학 연구』와 마찬가지로 『Über das Studium der griechischen Poesie』(1797)의 국역본이다. 우리는 어느새 슐레겔의 주요 텍스트만큼은 어떤 번역을 택해서 읽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

번역문의 관계와 상호 보완적 생산성

발터 벤야민의 번역 사유에 심원한 영향을 미친 초기낭만주의자들의 번역 이념에 따르면 번역은 원문을 성찰하고 보완하는 역량을 지닐 수 있는 바, 번역문들 간의 관계에서도 상호보완적인 생산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슐레겔의 사유를 가늠하기 위한 번역의 파편들을 상당히 풍부하게 쥐고 있는, 그어느 때보다도 생산적인 상황에 있는 셈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두 권의 역서를 간략히 살펴보자. 두 책 모두 슐레겔이 평생에 걸쳐 견지해온 문학에 대한 두 가지 관심사, 즉 비평적 관심사와 역사적 관심사가 만나서 쓰였다. 그러나 이 두 관심사는 쉽게 합치되기 어렵다.

먼저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는 쉴러의 『소박문학과 성찰문학에 대하여』와 함께 독일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신구논쟁’의 문서이

철학자이자 작가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초상화. 그림=위키백과

다. 즉 유럽 문학에서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이상(理想)으로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문학을 현대 문학을 위한 규범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현대 문학과는 이질적인 과거의 역사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서 슐레겔은 빙켈만의 영향을 받아 어느 한 편을 드는 대신, 양쪽의 입장을 절충하는 복잡한 길을 간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고대는 ‘자연 포에지’의 시대로서 자연적 교양이 종언을 맞은 현대에 고대 그리스 문학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복원될 수 없다.

한편, 현대 문학은 주관성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기 때문에 그리스 문학의 객관성(자연과자아의 일체)은 여전히 현대 문학에 있어서 모범이 된다. 슐레겔이 현대 문학을 지배하는 ‘흥미’나 ‘주관성’을 결국에는 역사철학적으로 지양돼야 할 것으로 보기는 했지만, 현대 문학에

“고대 그리스 문학을 현대 문학을 위한 규범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이질적인 과거의 역사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서 슐레겔은 빙켈만의 영향을 받아 어느 한 편을 드는 대신, 양쪽의 입장을 절충하는 복잡한 길을 간다.”

대한 그의 이러한 통찰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아가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는 현대 문학의 특징들이 고대와는 완전히 다른 현대의 역사적 조건에서 형성됐음을 지적함으로써 각 문학은 그 시대적 맥락에서 판단되고 비평돼야 한다는 역사주의적 관점을 열어 보였다는 의의 또한 갖는다.

공동시문학과 공동철학의 이상

『시문학에 관한 대화』는 1800년에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잡지 <아테네움>에 실려 발표된 텍스트다. 여기에는 초기낭만주의자들이 지향하는 공동시문학과 공동철학의 이상이 잘 나타나있다. 플라톤의 『향연』을 모방한 이 글은 허구적 대화를 통해서 시문학의 여러 문제들에 다성적으로 접근해 자기 성찰적 성격의 현대 문학의 본을 보임과 동시에 낭만적 사교의 이상도 그려내려 했다. 또한 본래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비평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낭만주의 비평의 모범을 보여주는 슐레겔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시문학에 관한 대화』 역시 큰 틀에서는 여전히 신구논쟁의 문제틀 속에 있다. 여기서도 슐레겔은 현대 문학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독려하기 위해서는 시문학의 역사를 개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시문학의 시대들」은 고대 그리스부터 독일 괴테에 이르는 유럽 문학사를 간략히 개괄하며, 「신화에 관한 연설」에서는 고대 문학의 중심을 이루는 ‘신화’가 현

대 문학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문학의 기초가 될 신화가 될 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한다. 「소설에 관한 편지」는 현대 문학의 총아로 부상한 소설에 대한 고찰과 정당화를 시도하면서 동시에 낭만주의 문학의 강령도 제시한다. 즉 『시문학에 관한 대화』는 현대 문학으로서의 낭만주의 문학의 선언이기도 하다.

현대 문학의 의미와 그 가치를 역사적 탐구를 통해 도출하려 했던 슐레겔의 문제의식이 유효하다면, 그의 텍스트들이 현재의 문학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현재와는 매우 이질적이지만, 대조적으로든 비교적으로든 참고해볼 만한 18세기 말 독일의 역사적 사유인가? 아니면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 그리고 벤야민(물론 그 역시 이제는 거의 한 세기 전 사람이지만)이 강조했듯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대 문학·비평의 기원으로 볼 것인가? 이에 대한 논의는 번역의 활력에 비해서 지나치게 조용했다고 할 수 있다.

새로 나온 두 번역서가 초기낭만주의의 현재성에 대한 논의에 뜨거운 불씨를 던져주기를 바란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으로 문학석사를 했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독일 근·현대 소설과 비평 및 번역 이론이다. 독일 낭만주의 문학 번역 담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문학(성)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문학성의 정립에 영향을 미친 여러 인접 분과 학문들과 문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재난의 시대 21세기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 이수현 옮김 | 책갈피 | 416쪽

세계는 재난 시대의 문턱을 넘고 있다. 예외적인 것이 정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기후변화의 가속이 일으키는 기상이변·장기적 경기 침체와 생계비 위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뒤따른 핵전쟁 위험까지, 지금 인류는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우리 눈앞의 재난 시대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생명과 공존의 먹거리

정한진 지음 | 드레북스 | 216쪽

먹거리는 삶의 핵심이다. 우리가 어떻게 먹거리를 생산하고 거래하고 먹는지가 지나간 삶과 현재의 삶,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먹거리와 먹는 일은 우리의 일상, 곧 삶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까?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먹거리를 생각한다.

메타버스 디자인 교과서

오석희 지음 | 안그라픽스 | 428쪽

생성형 AI가 창조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메타버스’라면, 메타버스라는 확장 세계를 이끄는 것은 메타버스 UX디자인이다. 이 책은 ‘메타버스’라는 현란한 이름 자체보다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무한한 기회를 활용할 실질적인 디자인 기술을 다루고자 했다. 생성형 AI 시대 UX디자인의 새로운 미래 전략이 될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이다.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의 근본 문제

에드문트 후설 지음 | 김기복 옮김 | 서광사 | 223쪽

이 책은 현상학을 정초한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1910·1911년 겨울학기에 괴팅겐대에서 행한 ‘현상학의 근본 문제’ 강의의 강의록과 그에 관련된 부록들을 번역한 것이다. 옮긴이가 본문과 후설의 주석, 편집자 이소 케른의 주석들을 선별해 옮기고, 역자 주석과 해제를 더했다.

자크 데리다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 윤동민 옮김 | 책세상 | 296쪽

국내에서도 데리다의 사유는 관련된 문헌과 저서 100여 편이 번역돼 소개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문법에 저항하는 특유의 글쓰기 스타일, 정치나 제도와 같은 현실사회의 시선을 해체하려는 이론의 특성 탓에 데리다는 난해하고 어려운 허무주의 사상가이자 극단적인 상대주의 사상가로 여겨지기도 한다.

교차와 접합의 지

오타 오사무 외 6인 지음 | 소명출판 | 386쪽

이 책은 반일과 혐한이라는 극단화된 단절의 시대에 한일 교류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것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살핀다. 특히 한일 지식인 교류에 초점을 맞춰 그 안에서의 갈등과 협력, 대립과 타협, 이견과 조율의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한일관계의 임계점을 확인하고 향방을 가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성과물이다. 비관도 낙관도 아닌 진지한 교류와 상호이해를 성찰했다.

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412쪽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작가인 저자가 또 하나의 문제작을 들고 찾아왔다. 이 책은 파울 에렌페스트(물리학자), 존 폰 노이만(수학자·물리학자·컴퓨터과학자), 이세돌(바둑 기사)의 내면과 행동, 그로 인해 격변하는 세계에 초점을 맞춘 소설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실에 근거한 허구로 쓰여진 논픽션소설이다.

처음 시작하는 정치 공부

박정원 지음 | 지노 | 292쪽

정치 공부라 하면 흔히 특정 정당에서 실시하는 정치학교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민주 시민학교 등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좌우의 특정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표면적’ 정치가 아닌,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와 가치관, 삶의 양식으로서의 ‘총체적인’ 정치 공부를 이야기한다. 널리 읽히고 토론과 논의의 기본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

라이프 레슨

이창수 지음 | 사람in |264쪽

이 책은 디지털 인문학자인 저자가 천 권의 영어 회고록과 자서전에서 뽑아낸 ‘인생길을 걷는 40가지 교훈’을 담았다. 삶의 정답을 찾아 나선 이들이 인생길에서 넘어지고, 다치며, 길을 잘못 들고, 아픔을 극복하며 나아간 경험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한편 역경을 딛고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는다.

저자가 말하다_『나는 글로컬대학 교수다』 박한우 지음│패러다임북│352쪽

지방대 교수는 왜 ‘글로컬’을 지향하게 됐나

20년간 정체된 교육부의 제도적 자유 지표

지방대학의 생존·소멸이라는 양자택일 넘기

독자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내 소속 대학이 최근 발표

된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 대학은 탈락했다. 이 책은 이번에 실시된 ‘글로컬대학’ 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미디어·데이터·인공지능·가상자산·헬릭스(helix: 지역 혁신의 새로운 모델) 등 다양한 이슈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에 대해 글로벌하게 활동해 온 지방대 교수의 입장과 관점에서 펼쳐봤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와 인천공항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 두 개의 큰 글씨가 눈에 띈다. 서울과 지방. 우리들은 이제부터 또 다른 피곤한 여정을 시작한다. 공항이 ‘지역’ 대신 ‘지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위안으로 다가올 정도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지방을 변방·시골·이류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균형 발전을 이야기했지만, 20년 동안 지방대학에서 바라보면 여건이 나아진 적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지방소멸의 그림자와 함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아픈 가슴을 울리는 주제들을 다시 꺼내서 하소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선배의 조언처럼, ‘IN-서울’을 위해서, 수도권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소홀했던 스스로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금융이나 오락 산업과 달리, 교육이나 연구는 지리적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않는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었다. 그래

서인지 어리석고 미친 시도라고도 불리는 구글의 ‘룬’ 사업처럼 지방살이에 대한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사례들을 학술적·정책적·실무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논의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역사회와 의사소통」 장에 포함된 ‘제주와 경북, 지방살이의 멍청한 산만함’과 ‘동네 석학이 사라지고 있다’ 등에 잘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서울이 아닌 글로컬을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 자신 있게는 말할 수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의사소통」,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NFT와 메타버스」, 「트리플헬릭스와 혁신」 등 이 책에 나오는 연구 분야개척을 위해 진력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차차차’ 정책과 노벨상에서 말했듯이, 비학술적 업무에 자주 끌려다니는 서울에 비해 지방은 보편적 현상을 다르게 인식하고 이상 징후를 찾아내며 뜻밖의 발견으로 알려진 세렌디피티 과정이 더 쉬울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현재에 안주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은 지나치게 엄격해, 지방대 관계자들은 이를 ‘가이드 라인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중앙 정부는 지방대를 인력 양성과 공급의 관점에서 수도권 기업을 보조하는 기관으로만 인식한다. 이는 성장만이 미덕이던 과거 사회의 유물이다.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안경의 렌즈 색깔을 바꾸

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역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univer X city’(도시)라는 표현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학생교육·연구개발·산학협력·사회봉사 등 기존의 업무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교수 집단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모드3’ 대학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트리플 헬릭스와 혁신」 챕터에서 국제 학계의 논의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 대학의 아카데믹 자유는 1990년대에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규제 환경은 눈에 띄는 변화나 학문적 기관의 자율성 증대 조치가 없었다. 즉, 제도적 자유 지표는 다른 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으로 최근 20년간 정체돼 있었다. 특히, 교육부는 정부 지원금과 특정 사업 보조금을 통해 사립대의 자율적 의사결정과 다양한 추진과제를 제약해왔다.

대전환의 시대에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변화돼야 한다. 또한 당국과 교수 집단은 지방대학의 생존과 소멸이라는 극단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과도하거나 미흡하지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을 열린

시각에서 논의하고자 노력했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저자가 말하다_『에밀 뱅베니스트』 서종석 지음 | 컴북스캠퍼스 | 128쪽

지금, 여기서, 나는 말한다…그러므로 존재한다

언어적 주체성 개념으로 변화하는 세상 보기

자기 지시적 정의로 기호적 권리 획득한 인간

에밀 뱅베니스트(1902∼1976)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전반의 언어학과 인문과학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중심 고리 중 하나이다. 그는 구조주의의 변방에 머물며 ‘담론’의 개념을 통해, 기호의 닫힌 세계를 벗어난 ‘언어적 주체’의 부상을 꿈꾸었다.

뱅베니스트에게 ‘언어 속 인간’의 심층적 양상은 공시적으로나 통시적으로 다양한 개별언어를 통해 천착하려는 일생의 연구목표였다. 뱅베니스트 언어학에서 인간은 무엇보다 언어 속에서, 언어에 의해 세계로 진입하고 그 세계에 머무르는 존재로 이해된다.

뱅베니스트를 소쉬르의 단순한 계승자나 혹은 ‘발화행위 이론’ 등 몇몇 제한된 이론의 틀에 가두어 두는 것은 매우 소극적인 읽기이다. 아울러 인간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 언어와 비인간 언어의 간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때 뱅베니스트를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해 독해하는 방식도 요구된다.

이 책은 열 개의 키워드로 뱅베니스트의 이론을 해설하고 비평한다. 이 키워드는 뱅베니스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길잡이로서 무엇보다 뱅베니스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선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뱅베니스트를 제한된 주제들로 한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이론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불러일으켜 줄 것을 기대한다.

이 책은 뱅베니스트의 『일반 언어학의 여러 문제』 1권과 2권의 주요 내용을 ‘주체성’, ‘해석’, ‘담론’, ‘시간’, ‘동물의 언

어’ 등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키워드 ‘문자’의 문제는 뱅베니스트의 유고집 『마지막 강의: 콜레주드프랑스 1968∼1969』의 핵심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주체의 문제를 중심에 놓고 뱅베니스트를 읽고 이해하려는 필자의 의도를 담고 있음을 밝힌다. 이는 오늘의 시각에서 뱅베니스트를 어떻게 제시할까 고민하고 내린 필자의 ‘주체적’ 결정이기도 하다.

주체의 개념은 철학에서 온 것이지만, 뱅베니스트의 주체는 순수히 언어적이다. “‘나’는 ‘나’라고 말하는 자다.” 뱅베니스트의 이러한 정의는 기독교 구약 성경 「출애굽기」 3장 14절과 거의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즉 “Ehyeh ascher ehyeh”, 곧 ‘나는 있는 나다(Je suis celui qui suis)’. 인간이라는 ‘말하는 주체’는 이러한 자기지시적 정의를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엄청난 기호적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키워드 ‘말하는 인간’, ‘말하는 주체’, ‘상호 주체성’, ‘담론’, ‘포스트휴먼, 언어, 주체’ 등은 이러한 주체의 개념을 직간접으로 다루는 것들이다.

특히 마지막 키워드 ‘포스트휴먼, 언어, 주체’는 키워드 ‘동물의 언어’와 함께,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 인간중심주의와 인간·비인간 관계에 대한 짧은 성찰의 장이다. 언어는 지금까지 ‘인간다움’으로 칭송된 다양한 가치 중 단연 으뜸이었다. 과학으로서 언어학은 인간의 언어를 다루는 학문으로 새로운 흐름에 가장 저항적인 영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은 뱅베니스트의 ‘언어적 주체성’의 개념을 붙잡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과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젊은 시절 뱅베니스트는 혁명적이고 전위적인 사상가들과의 교류하며 기존사회 질서에 대한 변혁을 부르짖던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초현실주의 운동으로 이어진 기존 관념과 순응주의에 대한 그의 저항 정신은 그의 학문적 작업에 그 흔적을 남겼다. 뱅베니스트는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초를 겪었고, 말년에는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며 힘든 삶을 살았다. 뱅베니스트는 평생 독신으로 살고 언어학자로 세상을 떠났다.

뱅베니스트의 업적은 방대하지만 미완성 상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미완성 자료들 속에서 뱅베니스트의 이론을 찾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남긴 수많은 자료들 속에서 뱅베니스트가 ‘시학(poétique)’, 즉 문학을 포괄하는 폭넓은 언어학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한다.

그간 단속적으로 뱅베니스트의 언어이론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으나, 국내 관련 연구는 사실상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뱅베니스트의 주요 저작에 대한 번역서들이 지속적으로 출판되어 왔다는 점이고, 또 작년 2023년 처음으로, 비록 소규모이긴 했으나 뱅베니스트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 작은 책이 뱅베니스트를 찾는 일반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더욱 키우고, 국내에서 뱅베니스트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

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서종석

한국외대 언어연구소 소장·

프랑스문화학

저자가 말하다_『여성, 영화의 중심에 서다: 노예에서 AI까지―페미니즘으로 영화 읽기』 김소임 외 7인 지음 | 도서출판 동인 | 304쪽

서사 이끄는 주인공 여성…양성평등은 여전히 멀어

15편 영화, 시대·사회 속 페미니즘

다층적 지향점과 선구자의 비전 제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페미니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사회·문화·경제·정치 등 삶의 전 영역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지향하고, 성차별과 불평등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에는 다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갖는 다층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지난했던 발전과정 및 혜안을 가졌던 선구자들의 비전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획됐다. 이 광대한 작업에 대중매체인 영화가 큰 도움이 된다.

영화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론을 활용한 일부 필자도 있으나 이 책의 주된 목표는 영화를 통해서 시대와 사회 속에 나타난 페미니즘의 지향점과 의미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총 15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크게 영화를 ‘시대 속 페미니즘’과 ‘사회 속 페미니즘’으로 분류했다.

‘시대 속 페미니즘’의 경우, 시대상을 설명하고 위대한 여성들이 시대 안에서 희생 당하면서도 정면 도전해 혁신과 변혁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더불어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이 페미니즘 발전과정에서 갖는 의미를 들여다본다. 필자의 「해리엇」 분석은 미국의 탈출 노예, 해리엇의 영웅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형숙 이화여대 교수(영어영문학부)

가 쓴 「디 아워스」 분석은 1920∼1940년대 영국, 1950년대 미국의 소도시,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가부장제에 갇힌 여성들에 주목하며 그 원인을 분석한다. 이형식 건국대학교 명예교수(현대영미희곡)가 쓴 「더 헬프」와 「히든 피겨스」 분석은 수학·과학 분야에서조차 억압과 차별을 경험한 흑인 여성들의 분투기를 시대 배경과 함께 분석한다.

이희원 서울과기대 명예교수(영미드라마·셰익스피어)의 「거룩한 분노」 분석은 1970년대까지도 참정권을 갖지 못했던 스위스 시골 마을의 여성들이 참정권뿐 아니라 삶과 성에 대한 주체성을 확보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필자는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세상을 바꾼 변호인」, 「아이 엠 우먼」을 통해 여성들이 법과 법조계, 스포츠, 예술문화에 남아있던 성차별과 맞서 싸우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사회 속 페미니즘’에서는 영국·미국·한국·중국이라는 각기 다른 사회 안에서도외양은 다르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남성 위주의 가치관과 법, 관습과 제도 안에서 존엄을 찾기 위한 여성들의 다양한 내적·외적 몸부림을 담고 있다.

정혜진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의 「프라미싱 영 우먼」 분석은 미국 엘리트 집단에서도 남성의 성폭력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보이는 현상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것에 주목한다. 이형식 명예교수

가 쓴 「벌새」와 「세 자매」 분석은 1990년대 여중생과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세 자매의 가부장제 생존기를 가부장적 관습을 배경으로 분석한다. 최영희 서울과기대 교수(문예창작학과)의 「미씽: 사라진 여자」와「너를 찾았다(找到你)」 분석은 한국과 중국에 동일하게 자리한 가부장제와 여성 연대를 탐색한다. 정문영 계명대 명예교수(영미희곡·영화평론가)의 「사랑 후의 두 여자」분석이 가부장적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김다산 서울대 강사(영어영문학과)는 영화 「그녀」를 통해 AI와 챗봇, 섹스돌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21세기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한다.

대부분이 미국 중심의 서구 영화이지만 이 책에는 한국 영화 3편, 중국 영화 1편이 포함됐다. 이 4편의 영화를 통해서는 보편적으로 페미니즘이 지향하고 있는 비전에 대한 성찰뿐 아니라 아시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여성의 상황, 갈등과 극복의 과정이 드러날 것이다.

영화사 전반기에 주변부에 위치해서 남성을 돋보이게 하던 여성들이 이제는 영화의 중심이 되어 서사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여성의 현주소가 양성평등의 고지에 올라와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15편의 영화를 통해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소임

건국대 영어문화학과 교수·

전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회장

사유의 아고니즘_『빈곤 과정: 빈곤의 배치와 취약한 삶들의 인류학』 조문영 지음 | 글항아리 | 428쪽

빈곤의 관념을 넓혀라…‘고통·분투’가 뒤얽히는 과정

빈곤은 확정된 결과적 수치 아니라 과정

빈곤-복지와 빈곤 레짐의 규범을 넘어

이 책은 오랫동안 한국과 중국 등의 빈곤 현장을 연구해왔던 인류학자 조문영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과)가 그간의 연구결과와 통찰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여러연구와 조사들이 이미 보여주고 있듯이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전지구적 수준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곤이 만연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 불안정해지고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또한 일하기 위해 분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할퀴고 흔들며 때리는 빈곤의 공격에 대상이 분명치 않은 분노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슴속에 응어리진다. 내면에 쌓인 분노들은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시대를 휘감고 있는 각종 분노의 심층에 아마도 빈곤은 가장 중요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삶의 위기로 고난받지만 그중 빈곤처럼 사람을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궁지로 모는 것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빈곤과 같은 삶의 위기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니 문제를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겪는 삶의 위기는 남에게 의존하려 하지 말고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다 보니 빈곤에 대한 대응은 개별화된다.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빈곤을 개별적으로 대응하려 하니 당연히 해결은 난망이

고 개인들이 실존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통로를 잘못된 곳에서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만큼 우리 시대에 빈곤이라는 주제가 더욱 집중적으로 재소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목에서도 빈곤을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듯이 조 교수는 빈곤을 확정적인 수치나 전형화된 이미지로 축약될 수 있는것도 아니며, 어떤 시점의 결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고 말한다. 빈곤을 수치나 결핍의 어떤 결과적 상태로 바라보게 될 때는 이 하나하나의 개인사적 이야기들을 포착할 수 없다. 빈민은 단지 국가의 통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식의 대상, 무차별적 집단으로 묶여 관리의 객체가 되는 집단으로 물화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빈곤은 한 사회의 일부 집단만이 경험하는 예외적 현상이 된다.

이와 달리 조 교수는 빈곤을 복합적인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빈곤은 하나의 세계 그 자체이기도 한 개개인들의 삶의 양상과 궤적들이 만들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자, 실존적 고통과 분투들이 뒤얽히는 복합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객관적 수치나 결핍된 결과적 상태로만 빈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각자 개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은 분명히 빈곤을 인식 대상, 빈곤 정책 대상으로 바라보는 통치 리스크 관리의 관점과도 변별되는 것이다. 빈곤을 멀리 떨어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라보는 관점과

도 구별된다.

‘빈곤 레짐’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른바 빈곤-복지 연합 속에서 빈곤에 대한 어떠한 규범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는지를 비판적 통찰을 가지고 흥미롭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인간의 삶은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존과 자립의 이분법 속에서 의존을 비도덕화해 빈민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여전히 생산적 노동과 그것을 통한 자립의 관점에서 복지를 비생산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권리로서 분배를 얻어내기 위한 분투는 분명히 고된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경제적으로 생산적이어야만 하는 노동이라는 규정 속에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기업이나 여러 민간단체들, 정부는 사회공헌, 윤리적 자본주의, ESG 등을 외치며 빈곤 마케팅을 벌이고 빈곤의 한복판에 있는 청년들을 동원해 빈곤 레짐에 활용한다.

조 교수는 빈곤 레짐의 한계에서 벗어나 빈곤을 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장과 사람들에 거리를 두는 관찰자의 시선 대신 연구자도 현장에 연루되는 참여자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인간 삶은 근본적으로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빈곤의 관념을 폭넓게 넓혀가면서 서로가 서로의 삶에 연루되어 있는 공통된 존재라는 관점에 서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이제는 인간을 넘어 비인간에게까지 확

대해가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윤리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김주환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사회학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

백문식 편집 | 그레출판사 | 367쪽

이 책은 말모이에서 고유어 2천600여 개를 톺아 가려 모은 어휘 학습용 익힘책이다. 휴가(休暇)를 ‘말미’, 인터체인지를 ‘나들목’으로 가려 쓰듯이 조리차(절약), 길미(이자), 고스락(위기), 땅꺼짐(씽크홀)처럼 한자어나 외래어, 부적절한 외국어로 만든 신조어보다 같은 값이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것이 좋겠다는 뜻에서 집필하게 됐다.

허준 평전

김호 지음 | 민음사 | 280쪽

조선을 대표하는 명의이자 『동의보감』의 주인공, 평생을 의술과 의학에 헌신한 허준의 삶을 그린 이 책이 출간됐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그동안 축적한 성과와 새로 밝혀진 사실들을 반영해 허준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소설과 드라마로 형상화돼 대중에게 친숙한 허준의 이야기는 물론 더 극적이며 흥미롭다.

현대와 불교사상

이중표 지음 | 불광출판사 | 272쪽

이 책은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석학인 저자가 불교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어째서 불교가 과학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명확히 밝힌 것이다.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에게 일어난 문제에 대해 불교에서 찾은 해답을 모았다. 불교의 중심 사상을 통해 불교가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검은 땅의 경계인

고광열 지음 | 프시케의숲 | 464쪽

한국 사회에서 우크라이나는 흐릿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혹은 단편적인 사실이 전체인 양 과장돼 호문쿨루스 같은 기이한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전문적인 식견과 생생한 현장성에 바탕해 우크라이나의 진면목을 독자들과 함께 그려나가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크라이나 땅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세히 전한다.

도시 모빌리티와 도덕성

셰인 엡팅 지음 | 김나현 옮김 | 앨피 | 302쪽

도시의 교통수단이라는 도덕적 얽힘을 고찰하도록 초대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과거에 고정된 시선으로 21세기를 달려 나가고 있는 학문 풍토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가치 있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분석을 보여 준다. 주요 내용은 교통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교통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도덕적 차원은 도시 모빌리티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떻게 난세의 승자가 되었는가

아베 류타로 지음 |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12쪽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철저한현실주의자였고, 동시에 천하통일의 대업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난세의 낭만가였다. 그는 가문과 휘하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에게 머리 숙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꿈을 위해 단호하게 행동했던 처절한 정치가였고, 칼의 시대를 끝내라는 사명에 응답한 마지막 호걸이었다.

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380쪽

이 책은 인류사의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문학·예술 작품 등을 텍스트로 삼아 그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을 교차시키며 인간사의 단면과 역사적 의미를 읽어낸다. 주제마다 세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인류 문명의 큰 흐름에서 풀이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지어내는 경험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본 헌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388쪽

이 책은 뼈의 증언을 좇는 집념의 인류학자 선주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이 70여 년 세월을 초월해 만나는 스펙터클한 ‘유골 추적기’이자 생생한 역사 논픽션이다. <한겨레>에서 30여 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해온 저자는 꾸준히 폭력과 억압의 흔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의 참상과 땅속에 묻힌 진실을 추적한다.

분야별 신간

인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 윤단우 지음 | 허사이트 | 334쪽

칼날 위의 삶 | 라훌 잔디얼 지음 | 정지호 옮김 | 심심 | 296쪽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의 근본 문제 | 에드문트 후설 지음 | 김기복 옮김 |서광사 | 223쪽

정치-사회) 자크 데리다 |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 윤동민 옮김 |책세상 | 296쪽

문학-에세이

루친데 | 프리드리히 슐레겔 지음 | 박상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34쪽

요괴 전시회 | 강벼리 글 | 정마리 그림 | 상상 | 116쪽

한밤의 트램펄린 | 남길순 지음 | 창비 | 128쪽

정치-사회

사회조사와 한국적인 것의 탄생 | 김인수·이영진 지음 | 소명출판 | 279쪽

화장실 전쟁 | 알렉산더 K. 데이비스 지음 | 조고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388쪽

자연과학

건강을 지켜주는 뇌와 신체의 생명과학 이야기 | 양철학 지음 |자유아카데미 | 352쪽

별을 향해 떠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레스 존슨 지음 | 이강환 옮김 |문학수첩 | 288쪽

한국수산지 Ⅰ-1, 2, Ⅱ-1, 2 | 농상공부 수산국 지음 |이근우·서경순 옮김 | 산지니 | 383쪽

경제

전기차 배터리 순환경제 | 김연규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44쪽

지속가능한 스마트 도시…‘공유경제·디지털 포용’에 달렸다

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❹ 문명재 행정학과 교수

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이 비상하고 있다. 연세대 BK21교육연구단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전문가의 차별화된 연구역량을 융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통해 지역과 협업하고 있는지 살폈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행정학과·사진)는 지속가능한 스마트 도시를 위한 지역 혁신과 국토의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핵심은 ‘공유경제 플랫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지털 포용’이다. 지난달 22일, 문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연재 순서

① 장우동 화학과 교수

② 이지연 간호학과 교수

③ 백우열 정치외교학과 교수

④ 문명재 행정학과 교수

“공유경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약자와 동행한다.” 지속가능한 스마트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이 두 가지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스마트 도시 관련 기술·인적 자원·제도와 정책 요소 등 전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지속 가능한 스마트 도시 전략을 도출”하고자 한다. 지역 혁신과 국토의 균형 발전도 스마티 시티의 지속가능성에서 중요한 가치다.

문 교수는 대학원혁신 어깨동무 사업단에서 ‘지방자치단체 스마트 도시 연구’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스마트 도시 정책의 고려 사항과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식별해내기 위해 분주히 활동 중이다. “각 지역에 적합한 첨단인프라 구축형, 플랫폼 중심형, 혁신공간 창출형 등 스마트 도시 유형을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외 스마트 도시 사례를 발굴하고 디지털 기술과 삶의 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 도시에 대한 시민 인식과 선호도 그리고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민 참여 등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전국 단위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해오고 있다.”

공유 경제, 스마트 도시의 핵심 요소

스마트 도시가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서울시 공유 자전거 프로그램인 ‘따릉이’가 공유 모빌리티의 한 사례다. 공유는 스마트 도시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왜냐하면 지역 혁신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이른바 ‘데이터 공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따릉이라는 서비스 구축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애플리케이션 등이 스마트 도시 서비스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 플랫폼으로서 스마트 도시 서비스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합리적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한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공유경제 연구팀과 공동 세미나에서 공유경제를 스마트 도시의 핵심적인 요소로 조명하는 한편, 스마트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의 건강한 협력적 거버넌스도 필수 요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깨동무 사업단의 스마트 사례에 대한 연구에 착안해 글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외

스마트 도시 사례를 발굴하고 디지털 기술과 삶의 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를 했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시라큐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과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미래정부연구센터 소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전략연구위원장, 서울스마트시티상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문명재

벌 전자정부 석사과정에 재학했던 필리핀 공무원이 필리핀 도시의 공유경제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다.”

디지털 신기술 토대로 도시 생산성 향상

스마트 도시의 대표적 사례는 싱가포르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세계 경제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신기술을 토대로 도시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문 교수는 “스마트 국가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국가 전략이자 도시 전략은 도시 내 다양한 센서를 통해 시민

연구 개요

연세대 &/21 교육연구단한국사회 대전환기 정부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인재 교육연구단

과제명지방자치단체 스마트 시티 연구

개요지지방속자가능치한단 체스의마 스트 마도트시 도전시략 관 도련출 기술z인적 자원z제도와 정책 요소 등 전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공동 연구팀강김혜정진숙 동충아북대대 교교수수,, 은윤창종근환 아경상주국대립 교대수 교(이수상, 행이정재완학과 호)서, 이대사 교빈수 한(법국경행찰정행연정구학원과 연), 구황위창원호 군산대 교수, 연구기간2021년 6월 7일 ∼ 2025년 2월 28일(3년 9개월)

기대효과미래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스마트 도시의 적용과 지역의 혁신방안 도출

의 도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도시 서비스 향상에 이용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포용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통신-이동-교육-안전-활용 등의 5개 디지털 기본권을 보장해 소통을 보장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지방 소재 주요 대학 교수와 국책연구소 박사가 참여해 국토의 균형 발전에 이

바지할 수 있도록 연구진을 구성했다. 영남·호남·충청·경기 등 다양한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 도시 거주민의 인식 분석, 서비스 이용 빈도와 유용성 분석, 지역별 사례 분석 등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조직적·재정적·행태적·중앙-지방의 협력적 차원의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한다. 이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스마트 도시를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함의를 공동으로 도출할 계획이다.

한국의 스마트 도시 경험 개도국에 전수

연세대 행정학과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글로벌 전자정보 석사과정(Global Master on E-governmentand Management)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에 재학했던 개도국 공무원들에게도 이번 어깨동무 사업단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스마트 도시에 대한 경험을 전수할 수 있었다. 특히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문 교수는 지난해 세계도시기구가 제정한 서울스마트도시상 운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전 세계의 우수한 스마트 도시 사례를 발굴하고 수상한다. 이를 통해 사업단의 연구성과를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아울러, 문 교수는 세계도시정상회의 지식협의회 멤버로 초대돼 향후 국제 무대에서 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다음과 같다. 문 교수와 연세대 행정학과 BK21 교육연구단의 오드쿠 칼타르(Odkhuu Khaltar) 연구교수, KOICA 졸업생인 차민 디스토르(Charmine B. Distor)가 함께 쓴 「필리핀 도시의 지역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량, 인프라와 회복탄력성이 미치는 영향」을 아시아행정학회에서 발표해 ‘아키라 나카무라상’을 수상했다.

“지속되는 연구인 만큼 향후에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지속가능한 스마트 도시의 전략수립을 목표로 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후속 연구과제를 도출하고자 하며, 연구의 방향성과 가치·사회문제 등을 정리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물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시민을 위한 데이터는 어떻게 가능할까

과학의 과학 ❿ 데이터

전준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데이터라는 용어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회학자들은 데이터 자체도 사회적 맥락에 따라 생산되고, 보급되며, 활용되거나, 심지어 오용되기도 할 수도 있음을 지적해왔다. 직관적으로 우리 사회의 각종 불평등에 대한 지표, 환경 오염의 정도에 대한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한 사회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의 여부도, 오염된 환경 안에서 살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대상을 측정하고 자료화해 우리가 '데이터'라고 부르는 형태로 가공하여 저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인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 사회학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W. E. B. 두 보이스(1868∼1963)는 1889년 『필라델피아의 흑인들』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에서 도시의 빈곤 분포, 평균 수명 분포를 인종과 구역에 따라 조사하고 기록했다. 인종이 ‘불평등’을 야기하는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정량화해 기록하고 시각화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사회가 상상한 적이 없는 새로운 ‘앎의 영역’을 개척해 내는 것과 같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의 존재는 사실 이와 같은 거대한 상상력의 전환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각종 사회 조사와 소셜 미디어 데이터가 범람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어떨까. 물론 절

가족 돌봄에 종사하는 청소년과 청년인 ‘영 케어러’는 사회 데이터가 없으면 인식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의

인식의 범주도 달라진다. 데이터의 부재,

인식의 부재, 더 나아가 정책의 부재는

모두 연계된 사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적인 데이터의 양 자체는 무궁무진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진전시키고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데이터의 측정·생산·가공은 커다란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이미 권력과 부를 소유한 사회 집단이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환경 데이터를 왜곡시킨 화학 회사

환경 데이터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중화학공업지대는 오랫동안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죽음의 골목’이라고 불렸다. 이 지역의 공장에서 내뿜는 오염 물질과, 지역 주민들 사이의 높은 암 발병률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듀퐁(Du Pont), 덴카(Denka), 신테크(Shintech)와 같은 다국적 화학 회사들은 이 지역의 환경 오

염의 수준이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대부분이 흑인으로 구성된 지역 주민들은 건강 이상을 호소해 왔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지역에 대한 환경 정의의 구현을 명시적으로 지시하기 전까지, 이 지역의 환경 오염 데이터는 주민의 편에 서기보다는 기업의 영리활동에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수집됐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궁극의 환경 데이터 측정 방법이 존재할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 다르게, 데이터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장소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으로 논의를 확장한다면 권력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진다. 환경 오염의 정도와 지역주민들 사이의 병리 현상을 ‘인과적’인 현상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과학의 영역뿐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판단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자연과학적 데이터가 아닌 사회에 대한 데이터는 어떨까. 우리 모두가 ‘사회’의 현 상태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의 덕이크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현상은 우리 상상의 대상조차 되지 않거나, 혹은 상상하더라도 근거 없는 가설이 되고 만다.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 보자. 사회 데이터가 없다면 시민들은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사회 현상의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정책 연구자들과 정치인들은 효과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해 동안 전국의 다양한 지자체들은 ‘영 케어러’를 조사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조례들을 마련한 바 있다. 영 케어러는 가족 돌봄에 종사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뜻하는데, 이러한 범주의 인구가 존재할 수 있다는 발견 자체는 최근에서야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효자·효녀

들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이들을 ‘영 케어러’라고 지칭하고, 사회적 지원과 관심히 필요한 집단이라는 인식은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없으면 자신을 제대로 인식 못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의 인식의 범주도 달라진다. 영 케어러 당사자조차 자신들이 영 케어러라는 점을 알지 못하며,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데이터의 부재, 인식의 부재, 더 나아가 정책의 부재는 모두 연계된 사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 김재연의 신간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세종서적)에 따르면, 데이터 홍수의 시대일수록,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공공의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불리는 직군의 전문가들은 공공 데이터를 구축하고 시민과 데이터를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시빅 사이언스(civic science)’도 있다. 시민이 참여하여 만드는 과학을 뜻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의 관점과는 달리, ‘시빅 사이언스’는 시민에게 유용한 과학을 뜻한다. 시민들이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운동 차원을 넘어 과학 운동의 영역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과학과 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결정권을 시민들이 갖고 있다는 것을 과학자와 과학 행정가가 모두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망라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 신뢰는 민주주의 뿌리 다지는 중요 요소 …

지속가능한 복지의 기반은 형평조세와 투명조세”

인터뷰_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정치학)가 말하는 ‘좋은 국가’로 가는 길

최연혁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8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1997년 예보테리대에서 한국과 영국, 스웨덴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쇠데트런대 정치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줄곧 북유럽에서 연구하고 가르쳐 왔다. 비교정치학자인 그는 정치제도론을 전공했지만, 국내에서는 복지국가 스웨덴의 복지와 사회정책 소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23년, 33년째 스웨덴 생활을 하다가 안식년을 맞아 방문교수로 한국을 찾았다. 2012년 복지 선진국 모델 ‘스웨덴 드림’을 주제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모색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를 써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비롯해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2016),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2018), 『민주주의가 왜 좋을까?』(2019), 『스웨덴 패러독스』(2023)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방송대에서 열린 ‘2023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에서 ‘죽음의 질까지 보장하는 사회’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그리고 스웨덴 모델의 한국적 활용 가능성은 무엇인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스웨덴 린네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강의해 오셨는데요.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방문교수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방한 기간에는 주로 어떤 일에 관심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 충원과 정치제도론에 대한 연구입니다. 첫 번째 분야는 한국의 정치 신인들의 발굴과 교육, 충원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한국 정치의 불신과 혐오와 연관해 살펴볼 생각입니다. 정치 신뢰는 안정적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은 서구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제대로 정치 인재들이 배출되지 못한 채 정치에 입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책 능력을 갖추고, 비판적이며 능동적인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수직적 충성 조직에 길들여지는 정치인들만 양산되고 살아남는 구조가 고착돼 선명한 정치적 투쟁과 눈도장 받기로 점철되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 불신은 충원제도의 결정적 하자로 인해 생겨나는 민주주의의 버그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통령제의 장단점을 비교국가적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한국의 대통령제를 선도 민주주의 국가들의 수준과 버금가는 제도로 개혁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 외국에서 ‘대학교수’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혹시 한국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경험적으로 볼 때, 한국과 스웨덴의 대학교수라는 위치에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때는 한국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강하게 있었지만, 이제는 4년 후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 교수 생활을 잘 정리하고자 하는 생각뿐이죠(웃음). 스웨덴은 정년퇴직 연령이 67세이고, 본인인 원하면 69세까지 교수로 활동할 수 있어 앞으로 4년 정도 스웨덴에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스웨덴의 대학들에서는 세미나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학생들과 더 깊이 있는 대화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상담 등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고요. 학생들은 학부 졸업 논문이나 작품을 제출해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어서 논문지도를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는데요.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좀더 정확히 파악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개인의 취미, 인생관, 아픔,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들을 수 있어 취업 관련 추천서를 써 줄 때는 보다 명확한 판단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체장애를 지닌 학생들에게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더 많이 함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파악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지난해 11월 23일, 방송대에서 열린 ‘2023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해 ‘죽음의 질까지 보장하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행복한 죽음은 정책적으로 가능하다’라고 주장하셔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죽음의 질까지 보장하는 사회로 가려면 전제 조건도 제법 될 것 같습니다.

“노년의 끝인 인생 말년에 있는 한 사람 한 사

람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우선 죽음의 질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자녀가 있어 사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챙겨 줄 수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죠. 하지만 아예 자식 없이 함께 살던 부부의 경우, 이혼 혹은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 신체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대개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시설에서 책임을 지고 장례 절차를 밟아갑니다. 자녀가 있다면 미리 정해진 교회 묘지에 모시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웨덴에 사는 모든 국민은 일반소득세에 ‘묘지세’가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땅값이 다르고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별로 묘지세에 차이가 있습니다. 스웨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대비 평균 0.27%를 묘지세로 국가에 지불합니다. 사후 모든 국민에게 자신이 묻힐 자리가 있는 셈이죠. 사후까지 대비해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스웨덴의 경우, 치매 노인의 공공돌봄도 국가의 의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고 돌봄시설을 제공해 보호합니다. 말년 어르신의 삶의 질은 가족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의무라는 인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요.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국가재정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복지와 돌봄, 공공부조를 원하듯 65세까지 일하면서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시민적 책임성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부담-고혜택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강하기 때문에 구축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민의식과 제도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 국가 차원에서 대비할 것이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납세의무에 대한 시민적 인식을 초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복지가 중요하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 문제, 즉 국가재정을 걱정하는 보수적 시각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 목소리가 높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확대는 40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1932년 사민당의 집

중앙만 바라보면 절대로 지방분권은 불가능합니다.

지방대학의 인재를 지방에 남게 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방대학 졸업 후 지방 도시에 정착해 사는

청년들의 주택보조, 결혼한 부부에 대한 결혼지원금,

자녀들에게는 파격적인 교육지원 및 방과 후 프로그램 무상지원 등

지방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권부터 1976년 처음 정권을 잃을 때까지 44년동안 조금씩 복지를 확대해 왔거든요. 불요불급한 부분을 찾아 생존의 문제와 소외와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서서히 보편적 복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겠지요.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할 것이 ‘형평조세와 투명조세’입니다. 국민은 납세의무에 따라 1원이라도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오면, 그 가운데 30%는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없으면, 보편적 복지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옷이 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는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하지 못하는 국세청, 병원, 요양원, 의사, 간호사, 복지사, 간병인이 있다면 성공할 수없습니다. 스웨덴 국민이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 되더라도 복지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복지제도뿐 아니라 복지제도를 떠받치는 다양한 사회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립스키의 가두행정(street-level

말년 어르신의 삶의 질은 가족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의무라는 인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요.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국가재정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복지와 돌봄, 공공부조를 원하듯 65세까지 일하면서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시민적 책임성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bureaucracy)까지 신뢰할 수 있어야 보편적 복지는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편집자: 공공정책은 그것을 집행하는 가두관료(일선 공무원)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재량이 개입되며, 이 때문에 본래의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산출될 수 있다는 마이클 립스키 교수의 주장).”

△ 선생님께서는 복지 선진국 스웨덴 모델에 주목해 이들에게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모색하셨습니다. 이른바 ‘스웨덴 패러독스’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점을 주목할 수 있을까요.

“한국만의 패러독스는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뛰어 넘는 대타협일 겁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것을 해 나가는 불가사의가 곧 역설일 수 있거든요. 타협하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들이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서로 경멸하고 무시하고, 군림하고자 하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새롭게 화합과 타협, 사랑과 공존의 사회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 즉 극적 대타협은 대통령과 여·야당, 헌법기관장, 그리고 기업, 노조, 시민 대표들이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정치인의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하고, 스스로 시민성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21세기의 화두는 시민성의 회복

이어야 합니다.”

△ 최근 저서인 『스웨덴 패러독스』에서 ‘지방경쟁력=국가경쟁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 지방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지방경쟁력은 두 가지가 함께 충족돼야 합니다. 자율화(autonomy)와 보충화(subsidiarity)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국가 행정개혁을 통해 지방 스스로 재정자립이 이뤄지도록 조세제도를 개혁해 자율성을 확보하게 하고, 모든 문제는 지방에서 먼저 해결해 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중앙만 바라보면 절대로 지방분권은 불가능합니다. 지방대학의 인재를 지방에 남게 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방대학 졸업 후 지방 도시에 정착해 사는 청년들의 주택보조, 결혼한 부부에 대한 결혼지원금, 자녀들에게는 파격적인 교육지원 및 방과 후 프로그램 무상지원 등 지방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지방경제인, 자치단체장, 시민들의 합의체를 만들어 지방자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물론 중앙에서 갖고 있는 다양한 통제 수단을 차례차례 이양한다는 로드맵이 제시돼야 하겠지만 말이죠. 좋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를 육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방의 전 자원을 동원해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좋은 선생님을 모셔오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빼놓아서는 안 됩니다.”

▶인터뷰 전문은 www.kyosu.net

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 ‘몰입’의 세계를 창조하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29

이수영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이수영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가 「디지털 매체의 진화」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0강은 신형철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의 「21세기 문학의 흐름과 방향」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SNS·메타버스 등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양방향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기존의 수용자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송신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는 존재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모델의 관심은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어떻게 메시지를 만들고 어떤 매체를 선택해서 그들이 소구하고자 하는 수용자들을 설득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설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송신자의 통제에 기반한 생산자 또는 송신자 중심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수용자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수용자 중심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전문 콘텐츠 생산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생산 활동을 하는 이용자는 인플루언서로 지칭되는데, 이용자들은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SNS 환경에서 이용자는 참여자로서의 자아와 그들의 잠재적 대상이 이용할 텍스트의 제작자로서의 또 다른 자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와 같은 전문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생산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산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공유되는지가 중요하며, 따라서 구독자 수가 중요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 조직의 프로페셔널 생산자와 같이 그들의 독자에 기반한 생산, 즉 자신의 독자를 상상하고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독자 의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이에 기반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용자가 미디어를 통해서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용과 충족 이론에 따르면 미디어 이용의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가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어떻게 즐거움이 발생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즐거움은 칙센미하이의 플로우(flow) 이론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칙센미하이가 처음 제시한 플로우는 하나의 행위에 빠져들어 시간과 공간도 인식하지 못하고 사회적 행위자로서 자신에 대한 인식조차 잊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플로우 상태에 빠지게 되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마치 자신들이 주위의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동과 의식 간의 통합을 감지하게 되며, 적극적으로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보다 복잡한 도전과 완벽한 기술을 갖추는 것을 추구하게 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과 동기 그 자체가 그들의 행위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이처럼 플로우는 그 자체로 매우 즐거운 최적경험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고생도 감내하며 그 행위를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플로우를 경험하기 위해선 도전이라는 난이도와 기술이라는 숙련도 간의 균형이 중요한데, 이용자가 도전 행위가 요구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좌절을 경험하게 되며, 도전 행위가 요구하는 것보다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의 수준이 높을 때는 흥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두 요소 간의 균형을 이룰 때, 이용 행위를 부담으로 여기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플로우는 상호작용적이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용자의 행위를 요구하는 현재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경험이 갖는 자기 목적적 특성과, 그 과정에서 차별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이용자의 능동적인 행위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플로우는 도전을 통한 즐거움의 성취라는 측면에서 몰입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은 실재감의 하부 개념으로, 지각적·심리적 몰입으로 나눌 수 있으며, 지각적 몰입은 이용자의 지각 체계가 가상 환경으로 빠져들어가

“인터랙티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용자가 통제권을 가졌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에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야기할 때 비난의 대상이 미디어 기관의 프로페셔널 생산자였다면, 이제는 이용자도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용자의 역할과 책임이 함께 강조될 필요가 있다.”

는 정도이며, 심리적인 몰입은 이용자가 미디어 환경에 관여하게 되고, 빠져들고, 몰두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롬바드와 디톤은 실재감을 매체로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몰입은 미디어의 기술적 측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존의 아날로그 기반의 미디어에 비해서, 인터랙티브 미디어, 특히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더 높은 수준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반해서 플로우는 도전과 기술이라는 숙련도 간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책·영화·TV 환경과 같은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즐거움 상태를 유발하는 개념으로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을 들 수 있다.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은 호튼과 월에 의해서 처음으로 제시됐는데, 이들은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을 개별 매체의 이용자가 미디어 속 등장인물과 면대면 관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일방향적인 TV 기반에서 이뤄지던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되게 됨에 따라서 기존의 이용자의 상상에 머물던 관계가 미디어를 매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이수영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설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라며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송신자의 통제에 기반한 생산자 또는 송신자 중심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수용자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수용자중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있는 관계로 변화되고 있다.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은 기본적으로 미디어 인물과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비호혜성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관계를 형성 또는 중단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미디어 캐릭터는 이용자의 반응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용자에게 즐거운 놀이적인 미디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방향적인 TV 환경과 달리, 이용자는 SNS·게임·메타버스 등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서 만나는 미디어 캐릭터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이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

다. 또한 이용자가 만나게 되는 미디어 캐릭터는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와 같은 사람에서 다마고치와 같은 게임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본 글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미디어 이용 경험으로서 즐거움이 있다. 특히 즐거움을 능동적인 이용 행위의 결과로 접근하고, 즐거움을 플로우 상태를 경험하는 것으로,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유발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간주하는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능동성의 관점에서, 즐거움의 상태인 플로우를 느끼기 위해선 기술이라는 숙련도가 필요하고, 도전이라는 난이도가 있는 미션이 제공돼야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칙센미하이가 플로우 개념을 제시할 때 관찰의 대상이 됐던 것이 음악가와 미술가 등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플로우는 능동적인 이용의 결과임을 알수 있다. 또한 의사사회적 상호작용도 이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미디어 인물과 상호작용을 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능동성이 발휘되고 있다. 한편 능동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상상하는

독자 개념과 상상하는 어포던스(행동유도성)도 이용자가 어떻게 이용하고 있느냐라는 질적인 이용 행위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능동성의 확장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의 이용자는 생산의 주체가 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생산물을 공유·감상하는 존재로서 콘텐츠 생태계의 각요소들을 넘나들어 이용하고 있는 존재이다. 또한 이들은 하나의 매체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자신의 욕구에 따라서 넘나들며 사용하는 다중적인 미디어 이용 행위를 하고 있다. 따라서 능동적인 이용자는 자신의 욕구에 따라서 수동적인 모드와 능동적인 모드를 넘나들면서 미디어를 이용하는, 즉 미디어 환경에 대한 통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디어에서 만나는 존재를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실재감의 대상은 미디어 속 인물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또는 타 아바타도 된다는 점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플랫폼에서 누구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차별적인 경험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통제권을 가졌다는 것은 능동적인 이용자를 전제한다. 즉 능동적인 이용자만이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 찾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고, 만들 수 있고, 또한 자기에 맞게 최적화된 미디어 환경을 구축함으로서 즐거움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모든 이용자들이 능동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이용자 중심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능동성이 계발되지 않는 한 소수의 이용자만의 미디어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디지털 격차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물리적인 접근을 넘어서 활용 능력의 확대가 보다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용자가 통제권을 가졌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에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야기할 때 비난의 대상이 미디어 기관의 프로페셔널 생산자였다면, 이제는 이용자도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용자의 역할과 책임이 함께 강조될 필요가 있다.

실명 유발하는 망막 박리

끈적한 미역으로 치료한다

포스텍·동아대 의대 연구팀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미끌미끌한 미역을 먹고 시험에서 미끄러져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의 표면이 미끄러운 이유는 ‘알지네이트(alginate)’라는 점액질 성분 때문인데, 최근 망막 박리 치료용 유리체 개발에 이를 사용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차형준 교수, 최근호 박사, 동아대 의대 안과학 정우진 교수·박우찬 교수·안성현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망막 박리 치료용 인공 유리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리체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워안구 형태를 유지하는 젤 상태의 조직이다. 망막박리는 안구 내벽에서 망막이 유리체 강(공간)으로 떨어져 나와 들뜨게 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유리체를 제거하고, 팽창성 가스나 실리콘 오일 등 의료용 눈속 충전물로 유리체를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충전물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인 알지네이트를 개량해 사용했다. 알긴산으로도 불리는 알지네이트는 식품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점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알지네이트를 기반으로 유리체를 대체할 수 있는 의료용 복합소재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차형준 포스텍 교수(화학공학과), 박우찬 동아대 의대 교수다. 사진=포스텍

이 하이드로젤은 생체 적합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실제 유리체와 광학적 특성이 유사해 수술 후환자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하이드로젤은 독특한 점탄성을 갖고 있어 안구 내부 유체 이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망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내부에 생긴 공기 방울도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하이드로젤의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했다. 토끼의 눈은 사람의 눈과 구조, 크기, 생리적 반응 등이 거의 유사하다. 토끼의 눈에 연구팀의 하이드로젤을 이식한 결과, 망막 재 박리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장기간 사용한 후에도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했다.

차형준 교수는 “망막 박리는 고도 근시와 연관이 있어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고, 2017년 대비 2022년 국내 망막 박리 환자 수가 50% 증가했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연구팀의 하이드로젤을 실제 안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고도화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우진 교수는 “매년 3%씩 성장하고 있는 눈 속 충전물 세계 시장은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이 향후 망막 유리체 수술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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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 ‘바이오헬스’ 혁신융합 인재양성 요람으로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 선정

’26년까지 연간 102억 지원 받아

대전대(총장 남상호)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대는 지난 2021년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인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8개 분야 중 바이오헬스 분야 컨소시엄에 선정돼 2026년까지 연간 102억 원의 국가 지원을 받으며 헬스케어 분야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대전대는 지난 2020년 링크+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으로 선정돼 2021년까지 총 20억 원의 지원을 받아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비즈니스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의 성과도 낳았다.

최첨단 교육환경으로 대학교육 새 모델로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은 여러 대학에 흩어져 있는 신기술 분야 교육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산업체·연구기관·민간기업 등이 참여해 국가 수준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바이오헬스 컨소시엄에는 주관대학인 단국대를 중심으로 대전대와 동의대·상명대·우송대·원광보건대·홍익대가 참여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7개 대학이 참여한 이 컨소시엄은 지금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총 56개 전공 교과목으로 구성된 디자인·디바이스·데이터 등 3개 전공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독자적인 원격교육 플랫폼을 통해 매 학기 110개 교과목에 약 5천600여 명의 재학생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의 원활한 학습활동 지원을 위해 VR/AR, 홀로그램 플래닛 등 최첨단 교육환경을 구축해 대학교육의 새로운 모델이자 혁신융합대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대,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활용 특화

대전대는 2022년 디지털헬스케어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혁신융합대학 수강생을 위해 디지털신기술융합학부를 신설했다. 바이오헬스 디자인·디바이스·데이터 등 3개 융합 전공 체계를 구축하는 등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렸다.

대전대는 총장 직속의 사업단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학사제도 개선, 융복합

대전대는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에 열린 2023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 성과공유회 모습이다. 왼쪽 작은 사진은 안요찬 대전대 바이오헬스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이다. 사진=대전대

전공 신설, 전임교원과 연구원 신규 채용 등 학생의 원활한 학습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전대는 그동안 링크사업 및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 수행으로 축적된 헬스케어 분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 리빙랩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바이오 헬스케어 데이터 전공과 디지털 리빙랩 교과목을 중심으로 교과목을 새로 개발하고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부속 한방병원 등과 연계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안요찬 대전대 바이오헬스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은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고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아우르는 전문 인재 육성과 학생의 취창업 지원 등 실질적인 과제수행을 통해 바이오헬스 국가 인재를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전공 재학생 참여토록 학사제도 개선

대전대는 앞으로 컨소시엄 내 학사제도 개편과 교육과정 공동운영 등 유연화 정책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 다양한 전공 분야 재학생이 바이오헬스 분야 융합 전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다. 디지털 신기술 융복합 인재양성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면·비대면 학습활동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교육환경 조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참여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진학 등 진로 개척을 위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산업체·연구소·의료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한 산학연계 교과목 개발, 공동운영,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영국 쉐필드 할람대학 등과 교류협력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이외에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수강신청 제한학점 3학점 초과 허용, 유연학기제, 집중이수제 등 복수/부전공과 마이크로 디그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경험과 창의적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해외 협력대학과 국내 다른 대학 교수 및 학생들과의 학습 기회를 통해 폭넓은 학습활동이 가능한 혁신융합대학 고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이공계 여학생, ‘공학연구’ 참여하세요”… 연구전문성도 강화

WISET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

150개팀 3월 11일까지 접수

여대학원생을 위한 자기주도적 연구개발 추진의 활로가 열렸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이사장 문애리, 이하 WISET)은 3월 11일까지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에 참여할 연구팀을 모집한다.

올해는 일반과정 50팀, 심화과정 100팀 등 총 150팀을 선발해 지원한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사업의 수혜자 수는 1천826팀, 1만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지난해 대비 변동 사항은 전문기술 교육·훈련비 도입이다. 올해는 대학원생 연구책임자의 연구전문성 증진을 위해 전문기술·교육비 지원을 도입한다.

이번 지원사업은 우수 여대학원생과 이공계 대학생,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자기주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구역량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중·고·대학생은 이공계 진로체험 기회를 통해 이공계 진학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 연구 주제는 다학제간 융합 공학연구로서 △건축 △기계·재료 △금속·소재 △생명공학·식품공학 △전기·전자·반도체 △전산·컴퓨터 △토목·환경공학 △화학공학 등 8개 공학 분야에서 1개를 선택하면 된다.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2023 대한민국여성과학기술인대회에서 우수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WISET

일반과정 700만 원, 심화과정 800만 원 지원

일반과정 50팀은 여대학원생 1인-대학생 2인-중·고생 2인이 팀당 700만 원 이내 연구비를 지원 받는다. 연구책임자 대학원생은 공학융합연구 팀 프로젝트를 이끌고자 하는 수행을 희망하는 여자 대학원생이면 된다. 여중생은 2·3학년, 여고생은 1·2학년이어야 한다. 일반과정은 연구·진로 멘토링 체계화를 통한 중·고생 이공계 진출 지원 집중이 중점 운영 사항이다. 연구 수행은 물론, 이공계 진학·진로 관련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고 역할 모델을 제시해 중·고생의 이공계열 상위학위 진학을 유도하게 된다.

2024년도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

일반과정심화과정

신청 기간b3월 11일 오전 10시

지원 금액최대 700만 원최대 800만 원

선발 팀 수50개 팀100개 팀

참여 혜택우수 연구팀z지도교수 시상z상금(12월)

연구 주제(건축, 기계z재료, 금속z소재, 생명공학z식품8공개학 공, 전학기 분z야전자 중z 반택도1체, 전산z컴퓨터, 토목z환경공학, 화학공학)연구 기간4월 ∼10월

연구팀 구성연구연팀구원책(여임자대(생우 수2인 여, 중대z학고원등생학 1생인 2)인)연구팀원(대학연생구 책3인임)자, 중(여z고대등학학원생생 2 1인인();, -7)8 모집)

※출처=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심화과정 100팀은 대학원생 1인-대학생 3인이 팀당 800만 원 이내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연구책임자는 일반과정과 같은 자격이되, WISET에서 제시하는 우수 여대학원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심화과정의 경우, 연구팀별 최대 2명까지 남학생 참여가 가능하다. 연구기간은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총 7개월이다. 심화과정의 중점 운영 사항은 연구 성과 도출을 강화함으로써 우수 연구자를 양성하는 데 지원을 집중하면 된다. 단

순 연구과제 수행을 벗어나 학술지 논문게재, 학회 포스터·구두 발표 등 연구 성과 도출까지 독려하는 것이다.

사업설명회·리더십워크숍(4월), 연구결과 발표대회(10월), 성과공유회(12월)가 예정돼 있다. 특히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우수 연구팀과 우수 지도교수를 선정해 시상한다. 우수 연구팀은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2팀(심화과정 1팀, 일반과정 1팀) 각각 상금 150만 원 △최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심화과정 1팀 상금 100만 원 △우수상(WISET 이사장상) 9팀(심화과정 6팀, 일반과정 3팀) 각각 상금 50만 원을 수여한다. 우수 지도교수상(WISET 이사장상)은 3명(심화과정 2명, 일반과정 1명)에 각각 50만 원을 시상한다.

연구 전문성 증진 위한 기술교육·훈련 지원 강화

올해 지원사업에서 중점 추진하는 사항은 연구 전문성 증진을 위한 공학분야 기술교육·훈련 지원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의 연구책임자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전문 기술교육·튜토리얼 등을 필수적으로 1회 수강해야 한다. 과정평가 항목 중 ‘연구수행’ 항목을 통해 수강 여부를 평가할 계획이다. 지원 사업에 신청하려는 연구팀은 W브릿지 플랫폼(www.wbridge.or.kr) 접속 후, 신청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한국에너지공대 "긴밀한 협력으로 성과 확산"

지난해 11월 미래교육 관리자 연수에서 김경 교육혁신센터장이 강의를 진행하며 참여 교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한국에너지공대

2022년 3월, 글로벌 에너지 리더 양성을 목표로 문을 연 한국에너지공과대(총장직무대행 박진호, KENTECH)는 ‘소수 정예’교육 등 차별화된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과 출연사와의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KENTECH은 학생 스스로 전공 수업을 설계하는 자기설계 교육과정,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설계(GAPA), 탐구기반 프로젝트 수업(IBL), 인공지능 학습공간(ALC)을 자체 개발해 교육혁신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에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KENTECH은 교육혁신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해 차별화된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특히 지난해 6월 전남지역 미래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존 연수 체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KENTECH은 대학의 우수 교육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선별하고, 교사와의 공동연구 그룹을 운영해 왔다. KENTECH 교육모델의 현장 확산을 이끄는 리더역할을 하는 ‘이어짐’(Linkage) 교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약 7개월 동안 KENTECH 교수진과 함께 워크숍·수업연구·적용·연수 개발 등에 참여하며 GAPA, IBL, 미네르바교육, 인공지능 학습공간 수업모델 등 KENTECH의 미래교육 인프라와 시스템을 직접 경험했다.

김경 KENTECH 교육혁신센터장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학 교수진과 중등학교 교사 그룹의 공동 수업모델 개발, 자체 협력 네트워크 구성, 학교 관리자의 인식 제고 교육 등이 성과 확산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과정을 산·학·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긴밀히 사전에 설계해 적용한 점이 협력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혁신적인 KENTECH 운영 시스템은 전국의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는데도 주효했다. 지난 2년 연속 전국 최상위 수준의 학부생 선발에 성공한 KENTECH은 학년당 100여명의 소수 정예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경쟁률 역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학부의 2024년도 수시 모집 경쟁률은 15.4:1, 정시 모집 경쟁률은 40.1:1이었다.

KENTECH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학생을 대상으로 3중 지도교수 제도(Triple Advising)를 운영하며, 교육·생활·연구 트랙 교원에 의해 밀착지도를 받는다. KENTECH의 소수 정예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부·대학원생들은 개교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회와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ENTECH은 한전의 재무 상황에 공감해 △교직원 인건비 동결 및 자진반납(4억2천여만원, 23년 12월 말 기준), △불요불급 경상경비 자진 감축과 교직원 신규채용 이연 등 23년도 예산 483억 절감, △출연기관과의 상생협력 추진 방안을 검토 등 재정 자구노력에도 동참하고 있다.

박진호 총장직무대행은 “현재 KENTECH은 ‘한전-KENTECH 미래기술협력위원회’를 분기별로 개최해 긴밀한 협력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에너지 분야 환경변화에 따른 상생 방안 도출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KENTECH 발전 자문위원회(가칭)’를 2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라며 “출연기관 및 전문가들과 협력을 기반으로 원천기술과 정책개발에서 상용화 가능한 연구를 추진해 출연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지우 기자 editor@kyosu.net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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