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공학·수학’ 박사, 74.2%가 학업에 전념
외국인 박사 연봉 4천 이하 79.3%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신기술 발전으로 미래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이공계 박사의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이공계 박사학위자의 고용과 학업 전념 동향을 알 수 있는 보고서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STEM 전공 박사의 특성과 초기 노동시장 이행’(KRIVET Issue Brief 제273호)을 통해 STEM과 비STEM 전공박사의 학업 전념 여부, 전공과 국적에 따른 임금 차이에 관한 분석 결과를 지난 16일 발표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이다.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STEM 박사학위자의 성별은 남성이 78.1%로 여성에 비해 많았고, 학위취득 연령은 30~35세 미만이 54.2%로 절반을 차지했다. 학업에 전념하는 비중은 다른 전공에 비해 STEM 계열이 높았고, 학위취득 연령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전공에서 박사학위 취득자의 학업 전념 비중은 52.3%였으나, STEM 전공만 떼놓고 보면 74.2%로 전체 전공보다 높았다. STEM 전공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비STEM 전공자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STEM전공 학업전념 박사의 연 근로소득 분포 비교(내국인vs한국거주계획 외국인)
2,000만원 미만4.515.730.963.625.517.1 21.73.19.60.67.80.02,000~4,000만원 4,000~6,000만원 6,000~8,000만원 8,000~1억원 1억원이상내국인 (단위: %)외국인출처 :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STEM 전공 박사의 특성과 초기 노동시장 이행’학업에 전념하는 박사의 진로확정 비중도 STEM 계열이 약간 높았다. STEM 계열은 진로확정비중이 57.4%로, 45%인 비STEM 계열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학계·연구계로 진로를 확정한 비중은 STEM이 39.5%, 비STEM은 37.1%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정보통신, 직장 병행·남성 비율 가장 높아STEM 전공과 비STEM 전공 박사 임금에도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학업전념 박사 연 근로소득 분포 비교’를 보면 연봉 4천만 원 이하에서는 비STEM 계열의 비율이 높았지만, 고소득으로 갈수록 STEM 계열의 비율이 높았다.연봉 2천~4천만 원 구간에서는 STEM 계열이 34%, 비STEM 계열이 45.5%로 비STEM 계열이 많았지만, 고소득으로 갈수록 현실은 달라졌다. 4천~6천만 원 구간에는 STEM 계열이 24.1%, 비STEM 계열은 11.1%였고, 1억 원 이상은 각각 6.7%와 2.5%로 STEM 계열의 연봉이 높았다.
STEM 전공을 전공 영역별로 세분화하면 직장 병행 비율과 임금에서 차이가 있었다. ‘STEM 내 각 전공별 박사학위 취득자의 개인 특성별 비중’을 보면 정보통신기술 전공은 직장병행 비율과 남성의 비율이 각각 31.8%, 85.2%로 다른 전공에 비해 가장 높았다. 반면 학업 전념 박사는 자연과학, 수학 및 통계학 전공이 80.9%로 다른 전공에 비해 가장 높았으며, 여성의 비중도 34.8%로 가장 많다.STEM 계열 안에서도 전공별로 임금에 차이가 났다. 연봉 6천만 원 이하까지는 자연과학, 수학 및 통계학과 같은 기초학문 전공자의 비율이 높았으나, 8천만 원 이상부터는 정보통신기술 전공자가 2배 이상 높고, 1억 원 이상에서는 약 2.8배 앞질렀다.
외국인 박사 16.2%로 늘어도 처우개선 더뎌같은 전공을 하더라도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도 차이가 있었다. 외국인 박사의 비중은 2021년 13.2%에서 2023년 16.2%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처우 개선은 그에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봉 4천만 원 이하에서는 외국인 비율이 63.6%로 2배가량 높았으나, 4천만 원 이상부터는 내국인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1억 원 이상 받는 외국인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장광남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Study Korea 300K Project’ 등 고급 외국인 인재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이번 연구는 2021~2023년 사이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신규 취득한 3만 4천2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중 STEM 전공 박사는 1만 4천440명, 비STEM전공 박사는 1만 9천788명이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글로벌 연구 중심기관으로”
서울과기대 김동환 총장 취임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제13대 김동환 총장의 취임식이 지난 17일 교내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임기는 2027년 12월 25일까지다.
김동환 총장은 취임사에서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성장 △AI시대에 요구되는 융합인재 양성 △구성원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브랜드 구축 △생동감 넘치는 캠퍼스 문화 조성 △국립대의 책임을 다하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 수행 등을 밝혔다.
김 총장은 “서울과기대는 앞으로 지식의 전당으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국립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봉사와 상생을 대표하는 사회적 혁신의 요람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총장은 강릉고(19회)와 서울대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박사를 했다. 서울대 공학연구소 특별연구원과 서울테크노파크 본부장, 공학교육혁신 서울과기대 거점센터장, 대학․교수평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2024년도 대한기계학회 제6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서울과기대는 2012년 일반대학 전환 이후 서울 소재 유일의 국립종합대학교로서의 역량을 키우며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공생․발전하고 있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유럽시민 위한 ‘디지털 일자리’ 정책… 한국은 어디로
글로컬 오디세이
신의찬한국외대 EU연구소 책임연구원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전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정책은 우리의 생활과 기업의 활
동과 관련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정책적 측면에서 디지털 분야와 관련한 법제화 과정을 바탕으로 각국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역시 산업·경제·사회를 재편할 것을 약속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시대의 전조에 서 있다.
이에 따라, 현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분야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하면서 모든 시민을 위한 포괄성·지속 가능성·디지털 정보 보호를 기반으로 디지털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한 야심찬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EU는 2020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정책에 대한 주요 전략과 이니셔티브와 관련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먼저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2월 19일 유럽의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미래전략을 담은 ‘유럽의 디지털 미래’를 발표했다.해당 정책안은 데이터 단일시장 구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럽 데이터 전략’과 AI 기술의 윤리적 이용을 강조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백서’라는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후 2021년 3월에는 ‘2030 디지털 컴파스’를 통해 기술·인력·인프라·기업(비즈니스)·공공 서비스 부분이라는 4개의 축을 강조했고, 같은 해 4월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고성능 컴퓨팅·인공지능·사이버 보안·디지털 기술 향상·디지털 역량·상호운용성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또한 2022년 ‘디지털 권리와 원칙 선언’을 발표하면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연결성·디지털 서비스 접근에 대한 연대와 포용·온라인에서의 선택의 자유 보장·디지털 공공 공간에 대한 참여 지원·개인의 안전·보안 강화·디지털 미래의 지속가능성 증진을 강조했다.
이러한 EU의 주요 디지털 전략과 이니셔티브와 함께 관련 정책의 법제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20년 11월 발표된 데이터 거버넌스 법이 2021년 11월부로 발효됐으며 12월에 발표된 디지털 시장법은 2022년 11월, 디지털 서비스 법은 지난해 8월 25일 발효되면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 또한 인공지능 법(AI Act)과 데이터 법(Data Act) 역시 공식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더불어 EU는 디지털 관련 정책과 법제화 이외에도 유럽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행위자로서의 유럽’을 구현하기 위한 대외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먼저 세계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수출의 선두주자인 EU는 유럽의 가치에 따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디지털지난해 8월 25일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이 발효되면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에도 많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동아시아연구원(EAI)
혁신을 관리하는 방식을 수출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유럽의 디지털 거버넌스 모델에 영향을 받음에 따라 유럽의 기업들은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높은 부가가치의 경제 영역에서 유럽 시민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을 시행 중이다. EU는 ‘글로벌 디지털 협력 전략’을 통해 유럽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디지
털 전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EU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의제’에는 디지털 분야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는 유럽의 이익을 대변하고 EU의 디지털 전략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국가·국제기구·다자 간 포럼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EU의 적극적인 디지털 정책의 법제화 과정에서 소위 유럽의 규범과 규제가 국제 표준이 되는 브뤼셀 효과가 전 세계 디지털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역시 전 세계 디지털 시장의 주요 행위자로서 EU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정책과 법제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어떻게 한국의 대외적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고, 국내적으로 디지털 정책을 제도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전략적 틀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한국외대에서 유럽연합(EU) 정치학을 전공했다. 한국외대 EU융합전공에서 강의하고 있다.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으로도 재직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유럽연합(EU) 정치와 정책이다.
「민주주의와 교육」을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세계 교육사의 최고 고전, 존 듀이 사상의 결정판을 109년만에 다시 읽다!사랑의 향연 세상의 문학김종호 지음엘도브대학협의체는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니다
데이터로 읽는 대학 20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2대학협의체와 교육부의 규제‘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두 번째 소주제는 ‘대학협의체와 교육부의 규제’이다.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의 핵심은 대학과 전문대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고등교육기관의 다수가 사립대학이며, 국·공립대와 함께 대학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소주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사립학교법 및 시행령 등을 통해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대학, 특히 사립대학을 관리하고 규제하며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공식적인 규제에 대해 사립대학은 많은 반발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학생증원, 학과신설, 재정지원, 각종 평가에 대한 전권을 교육부가 쥐고 있다보니,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교육부가 관련 협의체를 통해 사립대학을 어떻게 규제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대학 자율협의체를 통한 교육부의 규제
우리나라의 대학 관련 자율협의체는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2·3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법은 전두환 정권시절에 의원입법으로 제정됐으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도 문민정부시절에 의원입법으로 제정됐다. 이들 협의체는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이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까닭에 오히려 회원대학의 이익보다는 교육부의 정책을 대리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 협의체는 정부기관도 산하기관도 유관기관도 아니면서도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매년 국정감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 위탁사업으로 인한 방대한 국고지원액으로 인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지정을 받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이들 협의체는 교육부의 간접 지배하에서 정부정책과 맞물려 회원대학에 대한 규제를 관례적으로 해오는 까닭에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교육부 2중대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으면서 회원대학을 규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자율협의체 임원을 왜 교육부장관이 승인하는가?
이들 협의체에 대한 교육부의 간접 지배는 설립 초기부터 나타났으며, 특히 최근에는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제6조 (임원) 2항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8조(사무총장) 2항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회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자율성에 근거해 이익단체의 회장을 비롯한 임원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상근인 임원과는 달리 상근하여 실질적으로 협의회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 까닭에 이익단체인 대학협의체가 대학 자율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대학협의체 뿐만 아니라, 소속 대학조차 자율성은 이미 없다고 봐야 한다.대교협의 경우, 최근에 임용된 교육부 출신 사무총장 4명 이전에는 대학교수 출신 3명이 연이어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협의회 운영의 자율성 문제는 현 사무총장 이전에 임용된 3명의 사무총장은 모두 교육부 출신으로 연임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임으로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회장을 비롯한 대교협 이사회에서 이들의 연임을 의결해서 교육부에 승인요청을 했음에도 시간을 끌면서 이를 승인하지 않아 자진사퇴토록 했다는 것이다.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공모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육부에서 선정한 퇴직관료(최종적으로는 국립대 사무국장이나 교육청 부교육감 역임)가 선임되고 있다는 것대학협의체 운영 현황
구 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창립일 1982. 4. 2. 1987. 4. 22.사단법인 설립인가 1982. 10. 8. 1988. 9. 5.법률제정 1984. 4. 10. 1995. 12. 20.제6조(임원)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제8조(사무총장)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회장이 임명한다.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회장이 임명한다.회원대학 수 197개교(특별법 7개교 포함)(사립 151개교, 국공립 39개교)134개교(사립 127개교, 공립 7개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절차가 관례화되는 관계로 우수한 사무총장 역량을 갖춘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교육부 퇴직관료들에게는 이직하기 위한 디딤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대교협은 협의회 설립 이후, 전원이 교육부 출신 사무총장이다. 최근에 전문대 교협에서 오래 근무한 기조실장 출신의 직원이 업무역량이 뛰어나서 이사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승인요청을 하였는데, 승인을 하지 않아 결국에는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것이 대학의 자율성을 막고, 대학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교육부 카르텔인 것이다.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국립대 사무국장을 교육부 출신이 임용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매우 잘한 정책이다. 특히, 교육부 본부에서 국장이나 실장직을 수행하다가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자리하고, 다시 되돌아가서 교육부 국장이나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선수가 심판이 되고, 심판이 다시 선수가 되는 회전문 인사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립대학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총장의 자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각종 평가 및 재정지원에서 사립대에 비해 국립대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한 불합리한 처사이다. 그리고 이들이 산하기관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의 모든 부처에서 발생하는 관피아 문제로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직무연수가 아닌 학위연수를 국내외로 가서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의 교수 등으로 전직하여 정부정책 과제를 수주하고, 정부의 대변인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수많은 관료들이 있으며, 국립대 초빙교수, 석좌교수 등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립대학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각종 평가나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이들 관료를 유치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고 있지 않은가?대학자율성 회복 위해 대교협법 개정해야
지난 2022년 6월 20일 대교협 회장 앞으로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장’ 명의로 부울경제 총장협의회(2022.06.16.)는 6월 정기총회 의결사항을 공문으로 제출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개정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협의회’)는 4년제 대학의 자율협의체로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장·이사·사무총장에 대해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도록 되어 있어, 협의회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있음(※최근에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이사 승인의 거부, 이사회에서 연임을 의결한 사무총장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여 협의회의 자율성이 침해됨), △대학 자율성 강화를 국정과제(국정과제 83 :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로 선정 추진하는 마당에 가장 자율적이어야 할 대학교육협의회부터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의 주요 내용으로, 제6조(임원) 2항, 제8조(사무총장) 2항, 제14조(사업계획서 등), 제15조(결산보고)에 대해 개정 방향으로 △임원 및 사무총장 선임 시 교육부 장관의 승인 제도 폐지 △교육부 위탁사업비의 사업계획서 및 결산서만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 등을 제안하고 정기총회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서동영 의원 외 12명이 대표 발의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429, 2023. 4. 18.)’에 제시된 제안 이유처럼, “대교협의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국비 보조사업이나 교육부 사무의 위탁이 증가함에 따라 당초의 설립목적인 대학 운영의 자주성확보를 위한 대학 간의 협조라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의견과 함께, 고등교육기관 간의 협의체로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타 법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음” 도 대학 자율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율협의체인 대교협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법 제정 40년이 되는 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개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고용허가제, 오히려 불법체류 유인한다
▶1면에서 이어짐
2024 한국이민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특히 이번 토론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장기거주는 노동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사회 정착의 관점에서도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야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됐다. 강복정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연구위원은 “법무부의 이번 이민정책 중 숙련기능인력(E-7-4)의 가족초청 및 장기거주로 발생하게 될 여러 사회적·가족적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책이 빠졌다”라고 지적했다.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전국 231개소 가족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20여 년 간 △외국인인 결혼이민자의 한국어교육 △한국생활 정보제공과 통번역 서비스 △취업소양교육과 취업연계 △고용주와 가족과의 중재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한 노하우가 있으므로 외국인력 가족 대상 서비스 정책을 가족서비스 전달체계로 일원화해 외국인력의 일과 가족생활, 가족과 지역사회 연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며 건강한 가족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김옥녀 숙명여대 교수(정책대학원 다문화전공)는 후발이민국가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국인 유입에 있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해관계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 본부에서 ‘외국인력정책에서 숙련기능인력제도의 함의와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동진
자들과 부처 간의 입지 경쟁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력정책이 현재와 같이 체류 외국인의 역동성과 다중적인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단순히 도구적인 관점에서만 기능한다면, 이는 향후 이민정책의 로드맵에서도 분명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이주민이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이주 사회에 조기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방지를 위한 정주민 대상 인식개선 홍보와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이주민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서비스 지원을 위한 사례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2024 글로벌 학술활동 지원사업 1차 참여자 모집 공고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오늘의 전쟁에도 서정시는 유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65 현대의 전쟁과 러시아 서정시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키이우에 공습이 멎을 줄 모르는데, 가자에서도 전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던 유대계 러시아인은 이제 팔레스타인을 저주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읊조렸던 아흐마토바의 시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러나 누가 우리를 공포로부터 지켜줄 것인가,/ 시간의 흐름이라는 그 공포.”
박사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위해 끔찍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던 2021년 가을,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세가 꺾인 지 오래였다. 전염병이 한창일 때도 그랬지만 특히 그 가을에는 60년 전 안나 아흐마토바가 쓴 사행시의 첫 행이 혀끝에 맴돌았다. “전쟁이 무엇이냐, 역병이 무엇이냐? 그것들 끝날 날 얼마 남지 않았으니……” 즐거웠으나 고생스러웠던 유학 생활도 끝이 보이는 듯해 장중한 6음보 약강격의 이 구절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게 비자 갱신을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겨울철 산해진미를 맛보며 새해를 맞이했고 심사가 있을 4월을 기다렸다.
박사논문을 제출하고 전쟁이 터졌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아흐마토바의 시구를 읊으면서도 ‘전쟁’이라는 단어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것에 인생이 휘말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미 서구의 온갖 이기를 즐기고 있었기에 굳이 전쟁을 일으킬 이유도 없어 보였다.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 앉아 맥북을 두드렸고, 친구 야코프는 서방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더니 프랑스인과 인사를 나누게 되자 넉살 좋게 말했다. “아임 제이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서방에서 간간이 나왔지만, 가짜 뉴스로만 여겼다.러시아는 정말 전쟁을 일으켰다. 그때만큼 내 전공을 저주한 적이 있을까? 있긴 하다. 따뜻한 방콕에 갔을 때, 나는 왜 얼음구덩이 나라의 문학을 선택했을까 하고 통탄했다. 또, 영하 30도의 한파가 모스크바를 덮쳐 가스레인지를 켜고 부엌에서 생활할 때도 그랬다.그런데 이번에는 저주하는 까닭의 성격이 달랐다. 현실적인 이유 하나와 나이브한 윤리적 이유가 하나 있었다. 첫째, 나는 3월에 무사히 모스크바로 돌아가 심사를 치를 수 있을까? 친미 국가에서 온 나를 러시아 땅으로 들여보내 주기는 할까? 둘째, ‘특수군사작전’을 일으키는 나라의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다른 잘 사는 나라들도 전쟁 일으키기로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유난히 러시아가 원망스러웠다.
첫 번째 저주는 헛된 것으로 밝혀졌다. 두바이를 거쳐 모스크바로 돌아가 별일 없이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어떤 선생님들은 페이스북에 반전 메시지를 올리고, 또 어떤 선생님들은 조국 찬가를 목청껏 외치던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온갖 과일 절임을 주시던 선량한 집주인 할머니께서는 갓 태어난 다섯 번째 손녀의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고뇌를 담은 영상을 보내셨고, 현상학을 전공하는 친구는 자기네 러시아인은 평생 세계에 사죄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이런 일들과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나는 심사를 마친 뒤 수십 가지 서류를 교육부에 착실히 제출하고는 모스크바의 추억이 깃든 소소한 물건을 챙겨 무사히 귀국했다.러시아 시를 공부해 박사가 됐지만
5년 반을 돌이켜 보면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것은 거의 없었다. 기억을 헤집어보니 어느 수업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조부모를 둔 학생이 레샤 우크라인카라는 민족시인의 시를 서툰 우크라이나어로 낭송했던 것 정도가 떠올랐다. 그러자 두번째 저주, 즉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다 무슨 의미인가’라는 저주를 조금이나마 상쇄할 방법이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어를 배워서 우크라이나 시를 읽자는 것이었다. 서둘러 문법책을 한 권 떼고 한 단어 한 단어 사전을 찾으며 시를 번역했다.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러시아 시를 공부해서 박사가 됐지만 우크라이나 시도 읽는다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추게 된 듯했다. 우크라이나의 시인 오스타프 슬리빈스키가 전쟁 발발 직후에 시작한 프로젝트 ‘전쟁사전’을 발견하고는 어서 우리말로 옮겨 책으로 내야겠다며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그러던 중 할리나 크루크라는 시인의 다음 구절을 옮기게 되었다. “당신은 ‘no war’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면죄부라도 된다는 듯 [...] 당신이 시위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쓰레기통에 내버린 ‘no war’ 피켓의/ 고르지 않은 굴곡을 따라 세계가 ‘전쟁 전’과/‘전쟁 후’로 나뉜 곳, 러시아의 시인이여// 전쟁은 무심한 이들의 손으로 죽인다,/ 하릴없이 동정하는 이들의 손으로도 죽인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시를 옮기며 연대의 마음을 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이 일을 ‘면죄부’를 얻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덤으로 ‘업적’까지 챙기자는 꿈까지 야무지게 꾸다니 나는 “무심한 이들”보다 더 모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 “시로 죽이지 못해 분하다”라고 말하는 크루크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전쟁과 서정시에 얽혀 있는 이야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보며 러시아의 시를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자책은 이상한 방식으로 꼬이기만 했고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시를 공부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전쟁을 당한 나라의 시를 공부하는 것으로써 얻겠다니. 애초에 문제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닐까. 그렇다고 앞으로 우크라이나 시를 읽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러시아 시를 공부하지 않겠다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그렇게 전쟁은 한 해를 넘겼다. 졸업을 못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은 추억이 되었고, ‘호전적인’ 나라의 문학을 공부한다는 자괴감도 얄팍해졌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러시아문학특강’이라는 수업을 맡게 되었다. 강사가 주제를 정해서 한 학기 동안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것이었다. 현대의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의 문화 텍스트를 읽기로 했다.그리고 전쟁과 서정시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두 가지만 꼽아보자. 1900년대 남장을 즐기던 시인 지나이다 기피우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우리는 전사들에게 어떤 편지를 썼으며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이라 답했는가』라는 시집을 펴냈다. 그녀는 전선의 군인에게 보내는 시 형식의 편지를 직접 썼으면서도 자기네 하녀들(다리야, 악슈샤)이 작가라고, 자신은 이 책의 편찬자라고 내세웠다. 우아한 외모와 세기한동안 러시아에서는 ‘전쟁 반대(Нет войне)’라는 말만 해도 체포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Нет в****’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생략된 말이 전쟁(война)을 뜻하는 것 아니냐고 경찰이 추궁하면, ‘잉어(вобла)’라고 답하자는 밈이 유행했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잉어와 평화’라고 부르는 밈도 생겨났다.
사진= 브콘탁테 ‘보르시’계정, 2022년 10월 17일 게시글말적인 시로 이름을 날린 이 모더니스트는 어째서 이런 애국적 기획을 꾸며냈을까? 글도 간신히 알았을 악슈샤는 어째서 그토록 소박한 편지에 세련된 각운을 입혀야 했을까? “쉬고 계시나요, 전투가 한창인가요? / 여러분의 훌륭한 일에 관한 / 소식을 어서 보내 주셔요.”
애국 이데올로기와 현대 러시아 서정시오늘날의 전쟁에도 서정시가 유난히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퍽 흥미롭다.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인들이 ‘최근의 시’라는 제목의 선집을 발표했다. 대응 사격이라도 하듯 2023년, ‘러시아의 여름의 시’라는 선집이 출간되었다. 여기서 ‘러시아의 여름’은 ‘러시아의 봄’이라 불리는 시위들, 즉 2014년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에서 일어난 일련의 친러시아적 시위를 계승해 승리로 일궈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게다가 러시아어로 시를 뜻하는 ‘포에지야’는 러시아군의 상징인 ‘Z’를 품고 있어서(ПоэZия) 제목이 곧 애국주의적 구호가 된다. 심지어 정부의 민원플랫폼인 ‘고스우슬루기’는 이 시집을 소개하며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시가 대부분이지만 러시아의 영원한 무기인 자원을 우주론적으로 성찰하는 것도 있다. “이 삶에서/ 우리는 모두 피난민들/ 보라: 지구는/ 임신한 여인의/ 배와 같고/ 그 밑에는 석유가 있다.”(블라트 말렌코) 또, 한때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로 유명했던 가리 카스파로프가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에게 발급하자고 제안한 ‘좋은 러시아인을 위한 여권’에 반대하며 이렇게 외치기도 한다. “좋은 러시아인을 위한 여권 따위는 없어 [...] 시대가 사나우니까 우리도 나빠지기로 했어, [...] 러시아에 영광 있으라!”(알렉산드르 펠레빈) 이렇게 애국 이데올로기는 현대 러시아에서도 서정시라는 장르를 통해 굴절되고, 서정시는 어느새 행정적 장치와 결합해 작동한다.시는 어떻게 국가의 장치로 기능하는가
사회비판적 발언으로 유명한 역사 교사 타마라 에이델만은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문화가 본래 군국주의적이라며 배척하려고들 한다. 그러나 러시아 문화의 근본은 휴머니즘이다.” 그의 말을 곱씹다 보면 2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러시아 문화가 군국주의적이라며 책망했고 윤리적 변명을 구하며 우크라이나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쟁광이라며 단죄하거나 휴머니즘의 산실이라며 옹호하는 두 가지 말고는 러시아 문화를 바라볼 길이 없는 걸까? 러시아 문화를 거부하는 쪽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식 휴머니즘’을 외치는 쪽도 서둘러면죄부를 사려는 것 아닐까? 휴머니즘을 상찬하다 보면 러시아 문화에서 드러난 폭력의 계기를 외면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계기가 어떻게 시와 문화의 옷을 입는지, 그리고 시는 어떻게 국가의 장치로서 기능하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키이우에 공습이 멎을 줄 모르는데, 가자에서도 전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던 유대계 러시아인은 이제 팔레스타인을 저주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읊조렸던 아흐마토바의 시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러나 누가 우리를 공포로부터 지켜줄 것인가,/ 시간의 흐름이라는 그 공포.” 시간이 흐르는 것은 두렵지 않다.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두렵다. 부디 시간이 흘러 전쟁이 끝나기를. 우리를 공포로부터 지켜주기를.이종현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모스크바에서 20세기 러시아 서정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으로 활동하며 웹진 <인-무브>(en-movement.net)에 러시아 현대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글을 올린 바 있다. 서울대와 경북대 노어노문학과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 서정시와 현대의 정치적·사회적 맥락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정시의 전통적 형식에도 매혹을 느껴 음보, 운율, 각운 따위에 집착하기도 한다. 역서로는 LGBT 세계시선집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공역, 큐큐, 2017), 마리나 츠베타예바 시선집 『끝의 시』(ㅇㅣㄷ다, 2020), 미하일 쿠즈민의 소설 『날개』(큐큐, 2021),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사냥꾼의 수기』(근간)가 있다. jhlee312777@gmail.com
고맙습니다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은 선생님의 후원과 정성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구독료 납부 계좌]• 국민은행 061-01-0492-863 (이영수)• 농협 056-01-088583 (이영수)• 신한은행 110-009-150-978 (이영수)• 교수신문은 주간 신문입니다. (연간 구독료 100,000원)• 구독기간 만료시 자동연장됩니다. (해지는 전화 또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은행으로 입금 시 구독자와 입금자 성함이 다를 경우 신문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카드결제는 홈페이지 우측 하단 '구독문의'에서 로그인 후 결제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02-3142-411)인문학의 위기, 디지털 신고전학으로 극복해야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27
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가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8강은 양혜림 청강문화대 교수(만화콘텐츠)의 「대중 문화와 고급문화」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문학은 사실 서구의 개념을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서양에서의 인문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다시 동아시아에 있어서 인문학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전래됐는지를 살펴보겠다. 먼저 서양에서 인문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일별해보자. 서양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용어들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로마에서의 ‘후마니타스’ 혹은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 중세의 ‘아르테스 리베랄레스’ 등이 중요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학문의 연구 분류라기보다는 교육 과정에서 과목들의 묶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대학의 인문학은 문사철·외국어문학이라는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서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문학의 한계에 대한 논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여기서 인문학의 위기에 관한 논의를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인문학의 위기는 어느 면에서 상당히 오래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1959년 영국 스노우의 강연과 그에 바탕을 둔 저서 『두 문화』로부터 기원을 찾는다면 6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그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 그리고 신자본주가 횡행하는 체제하에서, 인문학 그 자체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대체로 먼저 쓸모없다는 비판이 앞서고, 설사 쓸모가 없지는 않더라도 무능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오늘“한국의 인문학이 디지털 세계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 아닌 제3의 길이라고 할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디지털 신고전학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또는 기대를 하면서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날 우리가 연구하고 교육하는 인문학이 기본적으로 서구 중심의 것이라고 하는 회의의 시선에도 부딪히고 있다.
디지털과 인문학의 관계는 애증 관계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개별 인문학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디지털 세계를 부정하거나 비판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어느 면에서 누구나 디지털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자료를 조사하며 메일을 통해서 원고를 보낸다든지 하는 행위를 일상적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연구 과정의 일부 내지 상당 부분을 디지털 기술로 진행하기 때문이다.또한 원론적으로 이야기할 때, 온(사이버 세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는 “인문학의 위기는 어느 면에서 상당히 오래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1959년 영국 스노우의 강연과 그에 바탕을 둔 저서 『두 문화』로부터 기원을 찾는다면 6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라며 “대체로 먼저 쓸모없다는 비판이 앞서고, 설사 쓸모가 없지는 않더라도 무능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오늘날 우리가 연구하고 교육하는 인문학이 기본적으로 서구 중심의 것이라고 하는 회의의 시선에도 부딪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계·가상)과 오프(현실 세계·실재)로 구성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인문학의 세계는 오프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온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오프 세계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 밑에는 엄청나게 큰 오프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연못 위의 연꽃 아래 넓고 깊은 진흙탕이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가 디지털적인 성과를 논의할 때는 그 뒤 혹은 아래에 있는 인문학적인 세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려해야 한다.
지금 디지털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한국 상황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듯하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양자의 관계가 매우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데, 크게 두 가지 맥락이 그 배경에 있다. 첫 번째는 전 세계 공통의 양상으로, 디지털 시대와 관련된 이른바 디지털 전환 이후 디지털 기술의 영향과 거기에 따른 대응이다. 여기서 각국의 인문학은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콘텐츠 연구’라는 것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콘텐츠 연구의 전개는 매우 독자적인 맥락이 배경에 있다. 바로 두 번째 맥락인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해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류 문화의 번성과 확산이다. 한류 즉 K-Wave는 K팝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해외로 확산되는 현상으로서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이 한류 문화의 확산을 마주해 한국의 인문학계도 이를 연구하고 자기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디지털 시대는 전 세계 인문학의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독특하게 나타난 현상이 바로 이 콘텐츠 개념의 등장과 발전이다. 그리하여 2002년 인문콘텐츠학회가 창립되고 『인문 콘텐츠』라고 하는 학술지가 등장하게 된다. 디지털 인문학은 초기에는 단순히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정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최초의 기원은 1949년 이탈리아의 예수회 신부 로베르트 부사가 IBM의 지원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작자료에 대한 색인을 컴퓨터로 편찬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점점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이 모색이 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단순한 도구로서 디지털 인문학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연구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변화했다고 그 도구에 인문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타자기를 쓰다가 컴퓨터 워드프로세스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타자기 인문학에서 컴퓨터 인문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인문학에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도구로만 머물지 않는다.
먼저 여기서 디지털 신고전학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말하고자 한다. 디지털 신고전학은 종래의 고전학에 대비해 동아시아의 고전을 새로운 방법론과 새로운 관점에 의해서 접근하되 디지털 시대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과 성과라든지 또는 디지털 인문학의 도구와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전을 그것이 존재했던 당시의 맥락에서 근원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그렇다면 이제 왜 디지털 신고전학을 제청하게 됐을까? 인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때 인문학의 대상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보인다. 요컨대 인간의 본성이란 개인적인 측면, 각 문명 속의 존재, 인류로서의 유적(類的) 본질을 지닌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전통 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결국 우리가 어떤 개인으로부터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로 나아갈 때 바로 인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와 각 문명권 안에서 인간성 혹은 인류성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스 라틴의 세계와 히브리즘이 결합하여 서구문명을 만들었듯이, 동아시아에서도 유도법(儒道法)이라는 선진의 고전과 불교의 세계가 결합하여 동아시아 문명을 형성하였다.
이와 관련해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특히 문명 속의 인간(homo civilis) 에 대해서 관심이 높고 이는 현실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 가장 크게 논의가 되는 이른바 G2라는 것도 정치 체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서구 문명과 중국 문명이라는 근원적인 거대 질서의 갈등이기도 하다. 여기서 오늘날 한국의 인문학이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과제 중에서 가장 큰 과제가 양자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서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네이버의 AI 팀을 이끌고 있는 하정우 팀장의 어떤 특강이다. 거기에 의하면 AI에 관련해 한국의 위상이 결코 낮지 않다.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미국과 중국에 이어서 세번째로 만든 것이 한국의 네이버라고 하는 기업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국어로 된 많은 콘텐츠들을 훈련시켜서 우리에게 필요하면서 영어권처럼 다른 것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네이버 모델의 향후 지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른바 디지털 천하삼분지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것은 많은 나라가 각기 미국의 AI 기술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고 중국의 기술도 무섭지만 각 국가마다 자기의 고유한 정체성 즉 언어와 문화를 살린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에 당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소버린(Sovereign) AI’ 즉 주권 AI라고 하는것이다. 그랬을 때 미중의 양강이 아닌 제3의 길, 제3의 선택지로서 한국의 AI 관련 기업 네이버일 수도 있고 다른 한국의 기업일 수도 있는데 그러한 존재가 되는 네이버가 나아갈 수 있는 길로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해 10월 말 1천억 원대 디지털 트윈의 구축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이를 네이버의 초거대 AI와 연계시키고자 하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한국의 인문학이 디지털 세계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 아닌 제3의 길이라고 할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디지털 신고전학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또는 기대를 하면서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
웃음으로 조선을 그리다, 영미편
이운영 지음 | 이진경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552쪽조선 후기 문신인 이운영(李運永, 1722~1794)이 쓴 야담·필기집인 『영미편』을 완역했다. 이운영은 서대문 밖에 오래 터 잡고 살던 노론 가문 출신으로, 천성적으로 해학을 즐기고 어디서든 남 웃기기를 좋아해 주위에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하는 인물이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엮어 이 책을 완성한다.
삶은 몸 안에 있다
조너선 라이스먼 지음 | 김영사 | 324쪽안으로는 뇌부터 손발가락까지 밖으로는 히말라야에서 북극까지, 인체와 자연에 매혹된 한 모험가 의사의 몸 안과 밖을 항해하는 짜릿한 모험. 눈에 보이는 피부나 손발가락·몸속 깊이 감춰진 뇌와 심장·일상을 유지해주는 목구멍과 솔방울샘·우리가 흔적을 감추려 애쓰는 각종 점액과 대소변 등 별개로 보였던 몸과 삶과 세계가 퍼즐처럼 맞춰진다.
설탕
윌버 보스마 지음 | 조행복 옮김 | 책과함께 | 624쪽설탕은 모든 대륙에서 인간의 삶을 바꿔놨다. 산업화·이주·식생활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했다. 설탕은 부를 가져다줬고,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겼으며, 인종주의와 결합했고, 정부를 부패하게 하고 관료들의 정책을 형성했다. 설탕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대변하는 바로미터이자 그 움직임을 뒷받침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김대영 지음 | 싱긋 | 480쪽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위스키지만, 지금껏 국내에서 일본 위스키를 다루는 책은 출간된 적이 없다. 국내 최초 ‘버번 위스키’ 전문 서적을 펴낸 싱긋 출판사가 이번에는 국내 최초 일본 위스키 책인 이 책을 펴냈다. 전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16쪽이 책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러시아·일본·한국 등의 주요 도시를 살펴보며 건축과 국가 권력의 관계에 대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 준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주요 나라들의 건축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세계의 근현대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많이 좋아졌네요
우영 글·그림 | 우리나비 | 430쪽이 책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돌봄과 요양 서비스의 공백 문제를 자전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첫 번째 장편 그래픽노블이다. 갑작스럽게 가족에게 닥친 불행이 온전히 한 개인과 가족의 비극으로 점철되는 현실 앞에서 작가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를 보호자의 시선으로 담담하면서도 집요하게 그리고 있다.여인형의 화학 공부
여인형 지음 | 사이언스북스 | 640쪽우리 삶은, 우리 세상은 곧 화학 물질이다. 지금 이 글이 씌어진 종이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부터 우리가 먹는 음식(화학 비료)·입고 있는 옷(화학 섬유)·살아가는 집(건축 자재)까지 화학을 떼어 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화학은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인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규명하는 기초 과학으로, 인간의 뇌와 정신마저 그 범주 안에 두고 있다.프랑스를 만든 나날, 역사와 기억
권윤경 외 11인 지음 | 푸른역사 | 496쪽이 책은 프랑스 역사의 파노라마를 현장감 살려 마주보게 해주는 충실하고도 흥미로운 길잡이이다. 로마령 갈리아에서 절대왕정 프랑스까지 누천년 프랑스 역사를 굵직한 18개 사건을 중심으로 한눈에 펼쳐낸다. 단순히 과거사를 정리·재현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수용해왔는지 보태고 짚어주니 새롭고 충실하다.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이정구 지음 | 책갈피 | 232쪽미·중 갈등의 시대, 오늘날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할까? 기괴한 전체주의 사회일까? 아니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과 서방보다는 그래도 나은 모종의 사회주의 사회일까? 미·중 갈등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만 할까? 이 책은 1949년 혁명부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거쳐 시진핑 체제까지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쟁점 14가지를 다룬다.저자가 말하다_『들뢰즈의 정치-사회철학』 신지영 지음 | 그린비 | 336쪽
인공지능 시대에도 ‘들뢰즈’ 철학이 유효한 이유철학의 임무는 개념을 창조하는 것
현재 사유해 내는 새롭고 낯선 개념질 들뢰즈의 『대담(Pourparlers)』이 1993년에 우리말로 최초 번역된
이후 30년 만에 다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1972년부터 1990년 사이에 이뤄진 인터뷰와 편지·미발표 원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시기에 출판된 단독 저서 『시네마 1·2』, 『푸코』, 『주름』, 『페리클레스와 베르디』 등과 가타리와의 공저 『자본주의와 분열증 1·2』 등에 대한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AI나 챗지피티 정도의 이슈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는 시대에 들뢰즈의 책이 여전히 현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1700년 이상 지탱돼 오던 영원불변한 것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과학혁명의 시대에 칸트가 과학적 진리를 정당화하는 조건을 정립하는 것으로 철학을 자리매김한 이래, 철학은 끝이 났다든지 형이상학이 극복됐다든지 하는 말들이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제 철학 따위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또한 철학은 컴퓨터공학·IT·마케팅 권력 앞에서 작아지고 외로운 처지다(251쪽). 그런데 들뢰즈는 칸트의 비판이 무효라고 생각하며 철학은 완벽히 현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251쪽). 우리가 들뢰즈를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 아닐까.들뢰즈는 시종일관 철학의 임무는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를 사유해낼 수 있는 새롭고 낯선 개념을 만드는 일은 철학이 단순한 의견이나 잡담으로 전락하지 않는 조건이다. 즉, 개념은 사유의 도구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사유의 도구는 그가 집대성한 논리학(Organon)으로 간주돼 왔으나, 실상 사유의 도구는 개념이다. 개념들로 포착되지 않은 현실은 사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혁신한 개념들은 이미 많이 소개됐다. 차이·반복·다양체·리좀·분열분석·고원·잠재적인 것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그의 개념에 대한 몰두를 확인할 수 있다. 시네마에 관한 장(2장)에서 눈에 띄는 고다르에 대한 인터뷰는 고다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6 곱하기 2」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역시 들뢰즈는 고다르의 작업을 「노동력」과 「정보」라는 두 ‘개념’으로 정리한다.푸코에 관한 장(3장)에서는 「인간의 죽음」, 「주체로의 회귀」 등, 푸코를 둘러싼 개념적 논란과 오해를 푸는 데 마음을 쓰며, 철학에 관한 장(4장)에서는 라이프니츠의 「주름」 개념과 스피노자의 「문체」에 대한 멋진 설명을, 그리고 「중재자(intercesseur)」라는 낯설고 흥미로운 개념도 만나볼 수 있다.역자로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무엇보다 그의 정치철학적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장과 5장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의 정치철학이 정립돼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초기부터 생각한 정치철학의 형태가 어떤 것이었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흄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제도」, 「법학/판례」, 「권리」 등을 둘러싼 정치철학적 아이디어를 충분히 전개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특히 5장 2절,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통제사회에 대한 후기」라는 제목의 짧은 글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18세기와 19세기를 규율사회로 규명한 것이 푸코라면, 20세기 그리고 현재의 우리 사회를 ‘통제사회’로 명명하고 그 가공할 모습을 그린 것은 들뢰즈라 말할 만하다. 학교·병원·감옥에 무차별적으로 스며드는 기업의 영혼, 무한 경쟁과 보조금의 차등 배분, 매년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지표들에 의해 미분적으로 조정되는 성과급적 연봉의 체계, 생산과 소유권에 기초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판매와 보편화된 기업으로 수렴되는 자본주의가 바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통제사회의 모습이다.이 책은 그가 평생 몰두했던 것이 무엇이며 그가 누구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평생 개념의 창조에 몰두했으며, 자신이 만든 개념들로 권력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던 전쟁기계였다. 과학의 가속화된 혁신과 고도화된 자본주의가 결합해 빚어지는 문제를 사유하기 위해, 사유의 과정이 자본 앞에서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욕망이 자본에 포획되고 잠식되
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끝없이 도주했던 것이다.
신지영
경상국립대 철학과 교수책으로 책 너머를 읽다_『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 문학동네 | 152쪽
어떤 삶도 마침표로 끝나지 않는다이 책은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문학가 욘 포세((Jon Fosse)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요하네스의 탄생 기록은 짧게, 그가 죽음에 이른 마지막 장면은 길게 다룬다. 소설이면서 시라 할 수도 있다.
책을 펼치면 한 아이의 탄생 상황이 긴박하며 함축된 언어로 빠르게 이어진다. “더운물 더요 올라이, 늙은 산파 안나가 말한다, 거기 부엌문 옆에서 서성대지 말고 이 사람아, 그녀가 말한다, 네네, 올라이가 말한다,”(9쪽) 저자는 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문장 기호를 적절히 변용한다. 첫째, 마침표를 최대한 억제한다. 둘째, 문장과 문장 사이는 쉼표쉼표로 이어진 소설, 죽음 앞에서 희망을 노래
문학·철학으로 영원의 세계로 전진할 힘 지녀로 이어간다. 셋째, 짧게 끊어진 대화에 ‘그리고’를 경첩처럼 활용한다. 이를 통해 독자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넷째, 각 문장을 노래의 가사처럼 리듬을 따라 ‘흐르게 한다.’
책의 끝에 서술된 장례 장면에서는 마침표를 찍지 않음으로써 삶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빛난다. “그리고 싱네는 요한네스의 관 위로 목사가 흙을 던지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었죠, (중략) 그리고 오늘 바다는 저리도 잔잔하고 푸르게 빛나는데, 싱네는 생각한다. 요하네스,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135쪽)이 책에서 욘 포세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천착한다. 삶과 죽음은 혼재해 물섞임처럼 경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계 없는 삶과 죽음의 세계에서도 인간은 자기 숨을 내쉬며 자유롭다는 것을 문학으로 노래한다. 인간의 모든 삶은 쉼표로 이어진 자유다. 저자는 이 자유를 노래처럼 연주한다.
욘 포세의 시(詩)소설 같은 서술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1936년 박태원의 소설 『방란장 주인』을 출발로 최근 시인 심보선의 시작도 이런 기법을 잘 보여준다.심보선 시인은 자작시 「삼십대」에서 이 기법을 활용했다. 그는 모든 것을 쉼표로 이어 붙인다.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 (중략)삼십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삼십대」, 『슬픔이 없는 십오초』, 문학과지성사, 2008) 이를 통해 시인은 오늘날 삼십대가 자기 삶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세대라는 현실에 깊이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욘 포세의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올라이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의 말씀과 영혼이 내재하는 이유다, 그래 그렇지, 그러나 사탄의 의지 역시 작동한다는 것, 그 역시 확신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센지, 그것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라이는 생각한다,”(16쪽) 이처럼 저자는 삶과 죽음, 선과 악이 같은 경계 안에 담겼다 해도, 삶은, 곧 죽어가는 것이며, 죽음은 기억을 통해 여전히 생존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악은 선을 통해 죽어가고, 선은 악과 겨룸으로써 생존한다고 믿는다. 즉 모든 삶은 선과 악, 죽음과 생을 향한 인간의 기투(내어던짐, Entwurf)로 전진한다는 추론이 엿보인다.저자가 천착한 주제와 그 철학적 사유에 따르면, 저자가 초점화하려는 문학적 책임도 담백해진다. 그것은 문학이 인간의 삶, 그 생존의 틈새로 끼어들어 삶이 쉼표들의 연속이라는 생존 철학을 담지한다는 것과 관련된다.또한, 문학의 가치도 명료하다. 그것은 최후 죽음의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에도 이 삶과 저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처럼 인간 사이에 흐른다는 것을 인간의 오감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어떤 삶도 마침표로 마감되지 않는다는 것, 죽음의 순간에도 인간의 삶에 대한 자유는 억제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인간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기 삶의 최후를 아직 경험하지 않았음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욘 포세의 소설은 오늘날 문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도록 돕는다.
문학은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자유를 견지하며, 인간다움으로 자기 길을 걸어갈 용기를 함양하며, 죽음 앞에서도 영원의 삶을 선물처럼 누리는 행복한 종말을 전망하도록 돕기 때문이다.인간을 향한 신의 초(超)정상적 관점을 습득한 문학과 철학이 살아있다면, 올해도 우리는 영원의 세계로 전진할 힘으로 서로를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흥현
한국성서학연구소 연구원저자가 말하다_『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자학에서 본 선악의 실체성』 김철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336쪽
“악은 늘 선으로부터 시작될 뿐”
절대선 정립하기 위해 도입된 ‘리’
고착된 악의 경향성 설명 위한 ‘기질’21세기 들어 악이라고 하는 잊혔던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02년 부시가 특정 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일이었다. 20여 년이 지나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암울한 악마화의 시간을 여기에서 끝내자”라고 역설했다.
한국의 경우 뉴스빅데이터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악마화를 검색하면 관련기사가 1991년 3건에서 지난해 1천400건으로 급증한 것을 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악을 실체화하는 마니교적 사고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이러한 징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년법 폐지 여론이 들끓었고 뉴스와 댓글들은 그들을 악마화했다. 스스로를 악마와는 거리가 있는 선한 존재로 여기면서 말이다. 이러한 악마화는 감정의 배설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주자학에서 찾아본 것이다. 20여 년 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내 문제에 부딪쳤다. 동양사상을 대상으로 한 선악 연구가 거의 없었다. 저술이 압도적으로 많은 주희에게는 관련 자료가 많을 것을 기대하면서 문집의 구성을 살펴봤다. 주희와 후대인들의 저술 모두 리기론·심성론·수양론을 중심으로 편집돼 있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동서양을 통틀어 중국의 역사학자 전목(錢
穆)이 58개 장 중 1개 장을 선악 개념에 할애한 『주자신학안』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연구할 가치가 없는 주제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진 유학에서 주자학에 이르는 자료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의문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선악에 대한 언설들이 너무 다양하고 서로 모순된다는 게 문제였다.유학자들은 각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개념(인의예지)의 의미를 확장하고, 기존 개념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개념들을 창조(거경궁리)하거나 수용(리기) 해왔다. 이렇게 역사적 맥락이 다른 개념들이 선악과 연결되다 보니 언설들 간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음양과 연관 지어 “악이 없이는 선도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하다가도, 페이지가 바뀌면 “악은 절대로 선과 섞일 수 없다”라는 모순된 말이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유학의 주요 개념들이 선악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인의예지나 리기 같은 개념들을 통해 주희가 답하고자 했던 문제가 바로 선과 악이었음을 함축한다. 리는 왜 도입됐는가? 절대선을 정립하기 위해서이다. 기질은 왜 동원됐는가? 악을 향한 뿌리 깊은 경향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격물이나 성의는 왜 재해석되었는가? 악을 향한 경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선과 악은 주자학의구심점이다.
주희의 선악 개념은 선진유학·한당유학·북송유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리와 기를 통해 그것을 극도로 정교화했을 뿐이다. 유학자들은 선의 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을 지녔던데 비해 악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악은 실체적 존재가 아니다. 악은 단독으로 정의되지 않고 언제나 선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됐다. 악한 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악을 선의 결핍으로 본 것과 유사하게, 주희에게 악은 리의 결핍(非理)일 뿐이다.우리 시대의 선악 판단이 악 또는 악마를 설정하고 이로부터 선을 정립하는 패턴을 지니는데 비해, 선으로부터 악을 정의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악으로부터 선을 정의한다면, 악으로 규정된 존재는 제거의 대상이 된다. 이슬람인이나 학교폭력을 저지른 중학생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주희의 이원론적 일원론의 구도에서 악은 늘 선으로부터 시작될 뿐이며, 세상 속에 실재하지만 그 기원을 갖지 못하는 기묘한 존재가 돼버렸다. 그렇기에 아무리 악한 사람도 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악의 실체성을 거부하고 악을 윤리화하는 것, 주희의 철학이 우리 시대에 던져주는 메시지다.
김철호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이 책을 말하다_『원서발췌 살롱』 드니 디드로 지음 | 백찬욱 옮김 | 지식을 만드는 지식 | 2019 | 166쪽
문학적 형식 빌린 최초의 미술비평문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문필가이며 백과전서파의 일원인 디드로(1713~1784)는 문학적 형식을 빌려 9차례의 미술비평문 『살롱』(Les Salons)을 남기며 18세기 중반에 예술비평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프랑스어로 살롱은 대저택의 응접실을 뜻한다. 그러나 문화사적으로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철학자·문필가·예술가 등이 모여 대화와 토론을 펼친 모임의 장(場), 즉 이 모임을 주재했던 부인들의 사교계 응접실을 뜻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1737년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를 구성하는 미술가들의 전람회가 루브르 궁전의 아폴론 살롱에서 열린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까지 2년마다 그리고 그 후로 해마다 열린 미술 전람수사학 기술 ‘에크프라시스’의 문자적 실천
풍속화 근대 시민정신의 한 단면을 비추다회를 뜻한다. 특히 이때의 미술 전람회로서 살롱은 당시 프랑스에서 대중에게 공개되는 유일한 전람회다. 1881년 「프랑스 미술가 협회」로 재편되기까지 관제 미술 전람회를 지칭했는데, 이런 이유로 해서 살롱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각종 미술 전람회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디드로의 미술비평문 『살롱』은 친구인 프리에드리히 그림(1723~1807)이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문학 통신』(Correspondance littéraire)에 기고를 디드로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 잡지는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들이 보는 문예지였던 바, 전람회를 방문할 수 없어 미술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는 수준 높은 독자들을 위해 디드로가 그들의 눈이 돼주어야 했다. 묘사체의 글로써 그들에게 미술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전달해야 했던 디드로는 작품의 전체적인 모습을 독자의 눈앞에 펼치기 위해, 다시 말해 마치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자들이 그들의 문하생에게 요구했던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 눈앞에 생생하게 주제를 묘사하라”라는 수사학상의 기술인 에크프라시스(ekphrasis)를 일화·여담·희곡·콩트·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폴 베르니에르(1916~1997)가 편집한 『디드로 미학 저작들』(1968)의 경우, 1부(연극과 문학)와 2부(미술)로 모두 10개(총 845쪽)의 글을 싣고 있는데, 『살롱』은 8번째(475~655쪽)에 놓여있다. 이 프랑스어 원전의 내용 중 일부가 ‘고전 명작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길’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식을 만드는 지식 원서발췌(원전의 5%)’의 편집으로 얼마 전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번역서는 “당대의 대표 화가들에 대한 비평 중 미학적인 논의가 담긴 부분들을 중심으로 발췌해서 옮긴 것”(편집자 일러두기)이라 한다.
디드로의 미술비평문 중에는 미술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대목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르네상스 이래로 다수의 인물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일정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그림인 역사화(istoria)가 당시까지도 가장 위대한 미술 장르로 인정받으며 인물화(초상화)·풍경화·정물화 순으로 그 위계가 주어졌다. 그러나 디드로는 이와 같은 미술상의 위계 속 어느 장르에도 위치시키지 못할 보잘것없이 하찮은 주제를 다룬다고 평가받던 풍속화의 가치를 장시메옹 샤르댕(1669~1779)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아본 것이다(2. 샤르댕, 19~34쪽). 왜냐하면 샤르댕은 그가 속한 중산층의 일상생활과 사물을 주로 그리는 정물 화가이자 풍속 화가인데, 이 지점에서 디드로는 이제 막 피어오르는 근대 시민정신의 시대성을 읽었으리라!
또한 반(反)아카데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샤르댕적인 회화 상의 수법, 즉 스컴블(scumble) 효과를 얻으려 묘사 대상의 표면을 연속해서 칠하고 그 위에 불투명한 색을 정교하게 사용해 깊은 색조를 만드는 독특한 표현기법을, 딱딱하고 대조가 잘 안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를 ‘색채와 반영의 조화’에 능통한 위대한 색채 화가라고 평가한다.이 또한 조형요소로서 선(이성)을 색채(감성)보다 우위에 두는 아카데믹한 미술 전통으로부터 벗어난 비평적 관점인 것으로 디드로의 미술 감식안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하튼, 디드로의 미술비평문 『살롱』은 예술의 평가(비평)라는 실천적 작업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적 가치의 수용이라는 이론적 측면을 대두시켜 예술비평의 영역을 진지한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만든 중요한 서적이라 하겠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프랑스 음식 여행
배혜정 지음 | 오르골 | 288쪽이 책은 어떤 코스에도 다 되는 샐러드부터 가볍게 단품으로 즐기는 한 끼·치즈와 와인과 디저트·재밌고 맛있는 프랑스 음식 문화 이야기 등 50편의 글과 프랑스 대표 가정식 레시피 46개가 함께한다. 자료 사진들은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 위주로 선정한 레시피에는 저자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 교육법 : 영어
이병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64쪽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영어를 배워야 할까? 아이의 영어 능력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영어를 얼마나 배웠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영어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주변에서 영어를 얼마나 쓰는지·아이에게 영어가 얼마나 절실한지가 모두 변수가 된다. 영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노력·흥미·관심이 차이를 만든다.18세기의 사랑
고은임 외 13인 지음 | 문학동네 | 224쪽이 책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열네 명이 ‘사랑’을 키워드로 18세기 사랑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갈망과 욕망은 사회를 변화시켰고, 반대로 세상의 억압이나 시대의 변화가 사랑이란 관념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오기도 했다.함세웅 평전 :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김삼웅 지음 | 소동 | 336쪽이 책은 사제이자 사회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온 함세웅 신부의 삶의 기록이다. 삼엄한 독재의 70년대·찬란한 항쟁의 80년대·좌절과 반성의 90년대 그리고 새로운 모색의 2천년 대까지, 그의 이름에 응축되어 있는 이 땅의 현대사가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굴곡진 시대였던 만큼 사연 또한 많았을 터, 그것을 담았다.진실과 기억
홍순권 지음 | 산지니 | 336쪽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이 해체됐다. 많은 이들이 과거사 청산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 과업은 아직까지도 완수되지 못했다. 이 책은 산재해 있는 과거사 문제 중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발생한 동아시아 과거사’에 집중했다.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
안인모 지음 | 지식서재 | 396쪽최고의 클래식 해설가인 저자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의 그림과 클래식을 전해준다. 격려가 간절한 이에게는 응원이 담긴 그림과 클래식을, 쉼이 필요한 이에게는 휴식 같은 그림과 클래식을,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이에게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그림과 클래식을 선물해 준다.한국 고대사 인식과 생업경제
이현혜 지음 | 일조각 | 400쪽삼한(三韓)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한국 고대사 연구와 관련한 두 가지 주제를 한 책에 담았다. 하나는 한국사 연구방법론과 고대사 인식체계에 대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선사시대와 고대의 농업 생활에 대한 연구이다. 별개의 주제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저자의 한국 고대사 연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같이 묶었다.근대 용어의 탄생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312쪽이 책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즉 문명을 구성하고 사는 모든 일반인이 자주 쓰는 말·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의 역사를 다룬다. 이를테면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에 자리잡은 비즈니스, 프로젝트, 리뷰 등의 외래어와 대통령·자유·헌법·민주주의 등 흔히 사용하고 접하는 말들을 소개한다.분야별 신간
인문에드문트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 | 에드문트 후설 지음 | 김기복 옮김 | 서광사 | 237쪽정치-사회대통령님, 정치하겠습니다 | 장철영 지음 | 모아북스 | 296쪽워낭소리 봉화에서 미시시피 인디언 마을까지 | 김중순 지음 | 일조각 | 440쪽
문학-에세이단순한 과거 |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412쪽토끼전·장끼전 | 정출헌 옮김 | 문학동네 | 292쪽트리스탄 |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지음 | 차윤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488쪽과학
삶은 몸 안에 있다 | 조너선 라이스먼 지음 | 김영사 | 324쪽여인형의 화학 공부 | 여인형 지음 | 사이언스북스 | 640쪽역사근대 용어의 탄생 |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312쪽설탕 | 윌버 보스마 지음 | 조행복 옮김 | 책과함께 | 624쪽프랑스를 만든 나날, 역사와 기억 | 권윤경 외 11인 지음 | 푸른역사 | 496쪽
한국 고대사 인식과 생업경제 | 이현혜 지음 | 일조각 | 400쪽어린이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 김미조 글 |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112쪽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바우하우스 이야기 | 잉골프 케른 글 | 크리스티네 뢰쉬 그림 | 김송인 옮김 | 우리나비 | 64쪽‘에너지 효율’ 높이고 ‘유해 부산물’ 줄인다
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❶ 장우동 화학과 교수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이 비상하고 있다. 연세대 BK21 교육연구단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전문가의 차별화된 연구 역량을 융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통해 지역과 협업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장우동 연세대 교수(화학과)는 기초화학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핵심은 ‘에너지 효율 높이기’이다. 지난 12일, 장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연재 순서① 장우동 화학과 교수② 이지연 간호학과 교수③ 백우열 정치외교학과 교수④ 문명재 행정학과 교수우리 몸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 물질이 합성되는 과정에는 에너지가 요구된다. 물질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촉매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의 과정과 달리 산업 공정에서는 촉매로 인해 유해 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우동 연세대 교수(화학과·사진)는 “유해 물질의 저감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사회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산업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화학과 BK21 교육연구단(이하 교육연구단)의 핵심 목표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생산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의 사용이 요구된다. 그래서 장 교수는 “에너지 활용의 효율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유엔은 빈곤 퇴치부터 지구촌 협력까지 총 17가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화학의 관점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건강한 생활·깨끗한 에너지·기후변화 대응으로 압축된다. 이를 토대로 교육연구단은 바이오와 에너지 분야를 특성화했다. “교육연구단의 운영위원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했다. 그 결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하게 됐다.” 바로 여기에 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사회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유해물질 저감과 지속가능한 사회
장 교수가 이끌고 있는 ‘고전자효율 유기 산화-환원 반응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선 중고교 시절 배운 화학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먼저 산화-환원 반응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전자다. 장 교수는 정말 쉽게 설명해 줬다. 한마디로 산화는 어떤 물질이 전자를 잃는 과정이며, 반대로 환원은 전자를 얻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전지의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이동하며 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음극에는 산화되는 물질(전자를 잃음)이, 양극에는 환원되는 물질(전자를 얻음)이 존재하는 것이다.“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다. 중성원자는 양성자의 숫자와 전자의 숫자가 같다. 하지만 전자를 잃어서 양전하를 띠는 양이온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원자가 있으며, 반대로 전자를 얻어서 음이온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원자가 있다. 따라서 이 물질이 만나서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이 산화-환원 과정이다.” 가령, 부식은 금속이 산소나 물과 접촉해 발생하는 산화이며, 금속 산화물이 만들어진다. 잘 알다시피, 그 금속은 시간이 지나면서 녹슨다.산화되는 물질은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환원제로 사용될 수 있다. 거꾸로 환원되는 물질은 산화를 촉발하는 산화제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산“고전자효율 유기 산화-환원 반응은 산화-환원 반응에 필요한 최소량의 전자만을 공급해서 효율이 뛰어난 유기 반응을 수행하고자 한다.”
장우동 연세대 교수는 일본 도쿄대 대학원 화학·생명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에서 박사후연구원, 도쿄대에서 조교수를 역임했다. 2006년부터 연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유기신소재화학』, 『이공계 학생을 위한 파워포인트로 이미지 만들기』, 『물질 문명의 명암』 등을 집필했다. 사진=김재호
연구 개요
연세대 BK21 교육연구단 지속가능 화학 교육연구단(단장 장우동 연세대 화학과 교수)과제명 고전자효율 유기 산화-환원 반응 연구개요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을 위해 기초화학 연구를 통한 기여공동 연구팀 연세대 화학과 장우동·김병수·김태규·안현서·이윤미·주상용·최수혁 교수부산대 화학과 기초연구실 양해식·주정민·박진균 교수연구기간 2021년 6월 7일 ∼ 현재 (2년 8개월)기대효과 고에너지 효율 유기합성 반응의 설계를 통한 유해 물질 저감화제인 산소는 다양한 물질과 반응하여 산화시키고 연소에 도움을 준다. 때로는 높은 산소 농도에서 급격한 산화반응을 일으키므로 폭발의 위험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독성이 강하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아황산가스(이산화황)는 삼산화황으로 산화되면서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표적 환원제이다.
활성화에너지 장벽 넘기와 촉매 사용그 다음으로 중요한 개념이 촉매다. 화학반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활성화에너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돼야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반응의 대부분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 진행된다. 이때 반응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촉매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경우, 일정한 체온 범위에서 진행된다. 여기에 생체촉매로 불리는 효소들이 관여하고 있다. 생체촉매는 매우 뛰어난 효율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생체촉매에 비해 산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촉매 대부분은 여전히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고온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열에너지의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고전자효율 유기 산화-환원 반응 연구’는 지역사회에 어떤 형태로 기여하게 되는 것일까? 장 교수는 “고전자효율 유기 산화-환원 반응은 산화-환원 반응에 필요한 최소량의 전자만을 공급해서 효율이 뛰어난 유기 반응을 수행하고자 한다”라며 “아울러,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화학반응이나 산화-환원 반응에 사용되고 있는 각종 유해 산화제·환원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반응의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자가 1개 필요한 환원 반응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1개 이상의 전자가 공급되어야 한다. 전자의 개수 뿐만 아니라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도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전압으로 비유하면 건전지 1개의 전압이 1.5볼트인데, 반응에 필요한 전압이 1.6볼트인 경우라면 건전지 1개로는 반응이 어렵기 때문에 건전지 2개를 연결해야만 반응이 진행되는데 이 경우 1.4볼트의 전압이 과잉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개의 전자가 필요한 반응에 2개 이상의 전자가 공급된다면 그만큼 버려지는 전자가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산화-환원 반응에 요구되는 전자의 양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주요한 연구 내용으로는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는 산화제 또는 환원제의 사용 △전기화학적 산화-환원 반응(반응물에 직접 전자를 공급하거나 제거해 산화-환원 반응을 진행 혹은 산화가 필요한 물질과 환원이 필요한 물질을 동시에 사용) △광화학적 산화-환원 반응(빛을 이용해 들뜬 상태의 전자를 생성해 산화-환원 반응에 활용) 등이 있다.부산물 최소화부터 광화학적 반응까지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부산대 화학과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기초연구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효율적인 유기합성을 추구하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서 공동연구에 최적화돼 있다. 특히 부산대 화학과 연구진은 유기화학 반응 진행을 위한 전자매개체 개발, 전기화학 신호 증폭 기술 개발 관련 협력연구를 연세대 화학과와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공동연구팀은 유기화학·물리화학·무기화학·고분자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난제에 대한 해법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연구역량의 성과는 SCI급 논문으로 증명되고 있다. 교육연구단 소속 교수들만 해도, 2022년에 58편을 발표했다. 공동연구팀 전체 발표 논문을 보면, 106편이나 된다. 장 교수는 “연구팀은 특정 화학반응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산화-환원 반응의 전반적인 부분에서의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음악에 대한 본능, 뇌-인공신경망 모델로 규명
정하웅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최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연구팀이 인공신경망 모델을 활용해 사람의 뇌에서 특별한 학습 없이도 음악 본능이 나타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기존 학자들은 다양한 문화권에 존재하는 음악의 보편성과 차별성을 규명하고, 어떻게 이런 공통성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시도해 왔다. 2019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민족지학적으로 구분된 모든 문화에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유사한 형태의 박자와 멜로디가 사용된다는 것이 발견됐다.또한,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청각 피질에 음악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특정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음악은 세계 공통어로 불릴 만큼 문화적 보편 요소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양한 문화권의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본능’은 어느 정도 공유될 수 있는 것일까.연구팀은 인공신경망을 사용해 음악에 대한 학습 없이도 자연에 대한 소리 정보 학습을 통해 음악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형성됨을 보왼쪽부터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정하웅 교수, 김광수 박사이다. 왼꼭사진은 뇌와 인공신경망의 음악성 일러스트레이션(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DALL·E3 AI로 생성됨). 사진=카이스트
였다. 연구팀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대규모 소리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신경망이 이러한 다양한 소리 데이터를 인식하도록 학습시켰다.
흥미롭게도 네트워크 모델 내에 음악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신경계의 단위)이 발생함을 발견했다. 즉, 사람의 말소리, 동물 소리, 환경 소리, 기계 소리 등의 다양한 소리에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으나 기악이나 성악 등 다양한 음악에 대해서는 높은 반응을 보이는 뉴런들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다.이 인공신경망 뉴런들은 실제 뇌의 음악정보처리 영역의 뉴런들과 유사한 반응 성질을 보였다. 예를 들어, 인공 뉴런은 음악을 시간적으로 잘게 나누어 재배열한 소리에 대해 감소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자발적으로 나타난 음악 선택성 뉴런들이 음악의 시간적 구조를 부호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질은 특정 장르의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클래식·팝·락·재즈·전자음악 등 25개에 달하는 다양한 장르 각각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네트워크에서 음악 선택성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게 되면, 다른 자연 소리에 대한 인식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음이 나타났다. 즉, 음악 정보처리 기능이 다른 자연 소리 정보처리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음악성’이란 자연 소리를 처리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에 의해 형성되는 본능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정하웅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악 정보처리의 공통된 기저를 형성하는데, 자연 소리 정보처리를 위한 진화적 압력이 기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사람과 유사한 음악성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음악 생성 AI·음악 치료·음악 인지 연구 등에 원천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현 연구는 음악 학습에 의한 발달 과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발달 초기의 기초적인 음악 정보처리에 대한 논의임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악 정보처리의 공통된 기저가 형성되는 데 자연 소리 처리를 위한 진화적인 압력이 기여했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러한 원리가 다른 선천적 기능의 발생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향후에는 현 모델을 확장하여 후천적 음악 학습에 의한 발달과정을 포함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의 방법론이 화려한 새들의 군무 속 원리를 설명한다.다시 말해, 우리 뇌 속의 음악 인지기능 발생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지금까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진, 복잡계 과학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미래 과학의 중요한 영역이 될 AI 기반의 과학적 발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과학적 근거로 과도한 사교육 줄인다”…서울대 교수의 자녀교육법
이경묵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원장
“과학적 근거로 자녀를 교육해 시행착오와 사교육의 과도한 투자를 줄인다.” 이경묵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원장(서울대 경영학과․사진)은 ‘서알자’(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시리즈 기획 의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2일, 이 원장을 인터뷰했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바로 ‘서알자’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경영·경제, 영어, 문해력, 수학, 과학, 역사, AI와 디지털리터러시, 자녀와의 소통이라는 8개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김병도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와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의 두 권이 출간됐다. 나머지 분야는 2월 말까지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김 명예교수의 경영·경제 편은 자녀가 미래에 자신이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인류를 위해 큰 가치를 창조할 사람이 되기
이경묵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장(서울대 경영학과)은 ‘서알자’(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시리즈로 시행착오와 과도한 사교육을 줄여나가길 희망했다.
사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위해 꼭 필요한 열세 가지 경영·경제교육법이 담겨 있다. 이 교수의 영어 편은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노력·흥미·관심이 차이를 만
든다고 강조한다.
대학사회에서 대학출판부의 역할에 대해 이 원장은 “대학에서 창출된 지식을 엮어 책으로 만든 전문학술도서를 출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중성이 높은 책은 상업적 출판사에서 잘 출판해 준다. 문제는 전문학술도서에 대한 수요가 적고 정보와 지식의 전달 수단이 종이책에서 동영상으로 바뀌면서 대학출판원들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출판원도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동영상을 만들기도 해야 하고, 전문학술도서에서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도서를 출간하거나 부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런데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AI)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법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특히 자녀 교육 혹은 대학교육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할까. “휴대폰에서 검색하면 금방 찾아 볼 수 있는 것을 외우도록 하는 것보다는기본 원리를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 스웨덴의 교육 개혁 사례처럼 초중등 교육에서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고, 학교들이 자유롭게 교과과정을 설계하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산업사회의 방식”이라며 “디지털 대전환 사회,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대폭 바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연 좋은 공부와 교육은 무엇일까. 이 원장은 다음과 같이 대학·교수사회에 당부했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고 교육은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요즘 학생들은 좋은 사교육 선생님들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스스로 찾아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평생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대학언론은 기관지 아닌 제도적 언론으로 기능해야”
대학언론인 180여명 모여 ‘대학언론 위기 극복’ 논의
전국의 대학언론 기자 180여 명이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대신문과 대학알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주관하고, 교수신문과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쿠키뉴스 등이 후원한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고려대 서울캠퍼스 미디어관에서 열렸다.이번 행사는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불씨를 틔운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1992년 대학언론의 위기 현상이 처음 보도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편집권 침해와 예산 감축, 기자 인력난, 불안정한 운영, 독자의 무관심 등으로 자생력을 상실한 대학언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미 문을 닫은 곳도 많다는 위기의식에서 기획됐다.12일 본 행사에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현실을 분석하고 극복 방안이 논의됐다.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희각 부산외대 교수가 ‘제도권 언론으로서 대학신문의 역할과 법적 보호’를, 황성욱 부산대 교수가 ‘부산대 언론사 위기 극복 사례’를, 박재영 고려대 교수가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을 발표했다.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언론의 위기’에 대해 말했다.윤희각 부산외대 교수는 “발행인이 총장이 아닌 편집국장인 미국 대학 학보사엔 ‘편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가 열렸다.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불씨를 틔우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진=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 대학언론도 기관지나 사보가 아닌 제도적 언론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혜정 전 회장은 “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 공동체 붕괴, 재정 위기, 인력난 등 모든 요인이 얽힌 결과”라며 “대체 불가한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발표와 토론 이후, 참가자들은 주제별로 조를 나눠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했다. 대학으로부터의 예산 삭감 대응 방안, 인력난과 모집 전략, 지방 대학언론의 위기, 내부 조직 운영, 편집권 침해 대응, 독자 소통 및 확보 방안, 법적 이슈 가이드라인 및 대응법, 취재원과의 마찰 및 갈등 해결 방안, 대학 언론 비전 설정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각 주제별로 전문가가 배치돼 현실 분석과 대응 방안 마련을 도왔다.‘법적 이슈 가이드라인 및 대응법’을 논의한 성지영 <한동신문> 편집국장은 “언론이 갖는 공공성으로 인해 법정에서 지긴 어렵다”며 “언론의 도구화는 옳지 않고 윤리적인 보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3일에는 기성 미디어의 대학언론인 콘텐츠 제작 역량 향상 교육과 취재 지원을 위한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된 예선에서 ‘청년’과 ‘뉴스’ 키워드 중 하나를 골라 사회문제와 관련한 깊이 있는 분석이 담긴 콘텐츠 기획과 취재 계획을 작성해 제출했다. 본선은 당일 진행된 교육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기획안과 취재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다.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콘텐츠 기획과 취재계획 수립 교육’을, 최영준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티칭펠로우는 ‘구글 툴 교육’을 진행했다. 안 교수는 “기사를 작성할 때는 누가 읽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한다”며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무엇을 느낄지를 고민하면 좋은 기사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에 진출한 11개 팀은 내일배움카드, 고립은둔 청년,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은퇴 후 엘리트 체육인, 과잉된 청년 도파민, 변화하는 청년의 직업관, 청년 전문직 선호도 감소, 서울로 가는 청년, 수용자 자녀의 자립, 외국인 유학생, 돈 주고 스펙사는 청년 등의 아이템을 제시했다. 심사 결과 ‘스펙도 현질하는 사회’를 발제한 스튜디오 벅벅(문채연·안지민·정세진)팀이 꼽혔다. 당선팀에는 총 100만 원의 취재비와 교수신문 ‘대학언론 기자학교’ 수강권, 쿠키뉴스 데스크의 멘토링이 제공된다.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은 “대학언론인 스스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위기 극복을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대학언론인이 많아질수록 대학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전했다.이번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홈페이지(univjournalist. com)에서 볼 수 있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 기념사업회, 법인으로 발족
11일 창립총회 열고
추모·학술사업 추진지난 2015년 8월 17일 대학과 사회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자신을 희생한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를 기리는 ‘고현철 교수 기념사업회’가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지난 11일 부산대 교수회관 2층에서 창립 총회와 임시이사회가 열렸다.‘고현철교수기념사업회’는 “고현철 교수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이 자율과 자치의 이념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사회가 정의롭고 민주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설립 정신으로 삼는다”라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고 교수를 기리는 추모사업
과 백서 발간, 대학민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위한 학술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의 초대 대표이사(이사장)는 송기인 신부가 맡기로 했고, 기념사업회 사무소는 부산대 교수회관 2층 소회의실에 두기로 했다.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한 부산대 차정인 총장과 김정구 교수회장은 기념사업회 발족을 축하하고, 고 교수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본부와 교수회도 힘껏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민경원 순천향대 교수, K-MOOC 교육부장관 표창
민경원 순천향대 교수(공연영상학과·사진)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23년 사업평가 결과에 따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순천향대는 2019년부터 자율참여 사업과 매치업(MatchUp) 사업을 통해 K-MOOC 플랫폼에 꾸준히 우수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의 이해’, ‘연애시 읽기’, ‘법 on Air’,‘손자병법의 세계’, ‘수소에너지 산업 컨설팅’, ‘수소에너지 생산 및 인프라’, ‘동양의 지혜’ 등 다양한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표창을 받은 민경원 교수의 ‘영화의 이해’ 강좌는 매번 400명 이상이 수강하는 인기강좌로 영화의 탄생부터 각 시대
의 역사, 다양한 장르, 영화가 제작되는 세부적인 과정, 영화 홍보와 마케팅 등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수강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냈다.
특히, 교내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정식 학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에 운영된 K-MOOC 1천800여개 강좌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차평가에서 최우수 강좌로 선정됐다.송창영 광주대 교수, 국토안전자문위원장 위촉
송창영 광주대 교수(건축학부·사진)가 국토안전관리원 제2기 국토안전자문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2년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설공사의 안전 및 품질 관리,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지하안전관리와 기타 관련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국민의 안전 보장 및 복리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공공 및 민간 분야 전문가 300명으로 구성된 국토안전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송창영 교수는 2021년 광주 학동 붕괴사고, 2022년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2023년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당시 사고조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회, 한국시설안전공단(현 국토안전관리원)의 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했다.송 교수는 “안전한 국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의 안전과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병희 한양대 교수, 한국국제경영학회장 취임
이병희 한양대 교수(경영학부·사진)가 한국국제경영학회 제36대 회장에 취임한다. 임기는 1월부터 1년이다.
이병희 교수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성공적 해외 진출과 성과 제고를 위해 학술 활동과 정책개발 및 기업 자문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2022년까지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임팩트가치평가원 위원, G7코리아 ESG 민간추진위원회 분과장,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겸 대표펀드매니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 자생력키우기 특위 위원 등을 맡고 있다.한국국제경영학회는 1989년에 설립돼 현재 약 6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권대규 전북대 교수, 한국재활복지공학회 회장 취임권대규 전북대 교수(바이오메디컬공학부·사진)가 한국재활복지공학회 제9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권대규 신임 회장은 “회원들과의 강력한 협력과 최신기술과 혁신적인 연구를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환경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재활복지공학회는 국내에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재활복지 및 보조공학에 관련된 전문학회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공학 및 정보 분과 위원들이 주축이 돼 2007년 창립했다.학회는 창립 이후 연 2회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인 <재활복지공학회 논문지>를 연 4회 발간하고 있다.권혁인 광운대 교수, 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장 취임권혁인 광운대 교수(인제니움학부대학·사진)가 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 학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1월부터다.
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는 2001년 일본관련 연구자들의 연구발표 학문교류 및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학회로 설립됐다. 해당 학회는 일본의 언어와 문화와 관련된 인문학 전반에 관한 연구와 이와 관련 있는 한국의 언어 문화를 대상으로 비교 대조 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매년 2회 이상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매년 4회 학술지를 발간한다.
권혁인 교수는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에서 일본고전문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임한규 국립목포대 교수, 한국수산과학회장 취임임한규 국립목포대 교수(수산생명의학과·사진)가 (사)한국수산과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한규 교수는 “최근 수산업 종사자의 감소와 어촌 소멸이라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학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라며 “수산업의모든 분야에서 젊은 과학자들과 청년 어업인들이 넘쳐나는 토대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1955년 설립된 한국수산과학회는 국내외 2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해양수산분야 대표 학술단체다. 한국수산과학회는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인 <한국수산과학회지>와 스코퍼스등재지인박준규 한양대 에리카 교수(문화인류학과·사진)가 한국구술사학회 제9대 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5년 12월까지 2년이다.
박준규 신임 회장은 “학회 창립 15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에는 지난 시기에 축적된 활동을 계승하며 시대가 요청하는 문제에 새롭게 대처할 예정이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과거진상규명’의 일환으로 출발해 구술사 연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9년 창립된 한국구술사학회는 지난 15년 동안 역사학,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정치학, 체육학 등 제도적 학문의 경계를 넘어 확장됐다. 더불어 지역사, 역사교육, 예술, 대중문화에도 구술사가 활용됨으로써 그 영향력이 커졌다.박 교수는 현재 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 부단장과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구술사 활용을 통한 이주민을 위한 도시문화유산 만들기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글로벌 이주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앵커 기관으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소비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타인의 정보 가치는 더 커진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여덟 번째 주제‘광고, 심리학을 입다’❸사회적 증거 원칙: 타인의 힘‘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에 이어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룬다. 박태희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의 세 번째 글이다.오늘날 우리는 처음 방문하는 낯선 곳을 갈 때 핸드폰을 꺼내 검색한다. 또 그곳에서도 끼니마다 어느 식당을 방문할지 무엇을 먹을지 검색하고, 식당에 들어간 뒤에도 다른 사람이 많이 시키는 메뉴가 무엇인지 점원에게 물어 안내를 받는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따라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일관된 행동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정보적 가치를 갖게 된다.
타인의 정보는 내 선택의 길잡이
특히 온라인 환경은 제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구입하는 상황으로, 제품을 결제하는 시점과 실제 소유하는 시점이 멀어지는 불확실성이 높은 소비 환경이다. 더욱더 타인의 행동을 살피고 따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 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알게 해주는 사용자 생성 제품 정보로써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 처리하여 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형성됐음에도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촉진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업이 제공한 정보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제품정보를 더 신뢰하는 현상과 일맥 상통한다.그렇다면 이런 다수의 영향력은 소비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소비 맥락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이거나 두려움을 경험할 때 검색을 한다. 이때 검색을 하는 이유 또한 나와 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재밌는 것은 현재 나의 상황이 달라지거나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온 국민이 선택한’ 그 상품, 나도 사야 하는 것
이렇게 의사결정과정에서 타인을 따라 하는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려면 ‘사회적 증거 원칙’을 살펴봐야 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을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광고주는 이러한 사회적 증거의 원칙을 이용하기 위해 ‘최대 판대’, ‘몇천만 국민이 선택한 그 제품’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인기 제품이라고 안내하거나 누적 판매 수를 보여주는우리는 타인의 행동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사용한다. 소비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른쪽은 인터넷으로 소비 활이동 이뤄지는 오늘날, 상품을 고르기 위해 우리는 많은 타인의 정보에 의존한다. 그림=DALL·E
무수히 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소비의 불확실성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려는 경향성이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를 더 가속화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것 또한 사회적 증거 원칙을 활용한 예이다. 이런 표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하고 선택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며 소비자에게 옳은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업 사원도 구매를 권유할 때, 이미 제품을 구매한 기존 고객을 최대한 많이 제시하라고 교육을 받는다.
타인의 공통된 행동은 따라야 할 규범또한 ‘사회적 증거 원칙’은 규범적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다.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모든 사회 집단 속에는 규범이 존재하며 규범은 명시적 규범과 암묵적 규범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명시적 규범은 집단 속에서 명확하게 규범이 제시되는 것이며, 암묵적 규범은 다수의 일관된 행동을 통해 형성된 규범이다. 이는 다수의 일관된 행동은 사회 속에서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집단 속에서 규범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결정해야 할 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수의 행동을 따르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집단 속에서 배제된다는 두려움까지 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수의 행동을 내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게 되므로 다수와 일치하는 행동을 통해 같은 무리라는 소속감을 갖고자 한다. 이런 소비 심리로 많은 사람들이 구입한 제품을 더 소유하고 싶은 강한 동기가 생긴다.일반적으로 소비는 제품을 구매한 뒤 나에게 올 혜택과 이득을 예측하여 결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내가 긍정적 결과를 예측해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결국 소비란 내가 예측한 결과가 과연 나에게 올지 안 올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하는 행위인 것이다.특히 오늘날과 같이 무수히 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이런 소비의 불확실성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어떤 정보를 믿고 주의를 기울여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려는 경향성이 있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를 더 가속화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사회적 증거 메시지가 사용되는 방법이런 맥락에서 기업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사회적 증거로 제시하여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현재는 소비 평점과 후기 작성 및 인플루언서 협찬에 의존한 광고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몇 가지 방식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경우, 소비자는 이와 같은 방식에 익숙해져 순응하는(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단순 광고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증거 메시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또 다른 한편으로 타인의 후기와 협찬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나 다수의 영향력인 사회적 증거 원칙의 힘이 적용되기는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구매 수를 좀 더 명시적으로 제시하거나 구매한 사람이 다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좀 더 직접적인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효과는 온라인 공간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온라인 생태계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박태희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중앙대에서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소비 맥락에서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다수의 연구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소비에서 타인의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리뷰 효과와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과 친환경 소비에 관한 공익 연구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문협(文俠) 김삿갓이 알려주는 정신적 방랑의 가치
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 34
고려원의 『소설 김삿갓』강원도 영월군에는 ‘김삿갓면’과 ‘김삿갓로’가 있다. 면의 이름과 도로명을 사람 이름을 따서 지은 연유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만은 아닌 듯하다. 중국에 이백(李白)이 있고 일본에 바쇼(芭蕉)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영월에서 성장한 방랑시인 김삿갓이 있었으니, 영월군으로서는 자랑할만한 역사적 인물로 내세우고 싶었으리라. 김삿갓(김병연 金炳淵, 1807~1863)은 실존 인물이면서도 기행의 천재이자 천하의 바람둥이로 풍류를 즐기며 살다간 전설적 인물이다. 요즘 젊은이의 언어로 ‘힙(hip)한’ 오빠나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그의 인생은 1964년부터 30여 년 동안 한국방송 제1라디오의 전파를 탔던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비롯해 이문열의 소설 『시인(詩人)』이나 정비석의 『소설 김삿갓』의 주제가 되었다.김삿갓의 일생을 총체적으로 그려낸 정비석의 소설은 정말 재미있었다. 『소설 김삿갓』을 발행한 고려원의 광고 ‘여인’ 편(1989)에서는 출판계의 관행대로 책 제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한겨레, 1989. 1. 1.). 제목 앞에 ‘풍류 소설’이라며 장르를 소개하고, “물은 흘러도 앞을 다투지 않고 구름은 있어도 서로 뒤지려 한다!”를 비롯해, “살아있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는다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같은 2개의 서브 헤드라인을 덧붙였다. 보디카피의 내용은 이렇다. “꽉 막힌 인습, 도가 통하지 않는 신분제도, 부와 명예에 대한 인간들의 탐욕스런 집착, 이 모든 잡사(雜事)를 훌훌 떨치고 방랑하는 김삿갓. 그의 드높은 예술정신과 선적(禪的)인 삶의 태도가 여기 있다! 작가 정비석이 호방한 필체로 그려낸 화제의 풍류소설 <소설 김삿갓>!” 시리즈 5권의 출간 사실과 6권의 출간 예정을 기념하는 광고에서는고려원의 『소설 김삿갓』 광고(한겨레, 1989. 1. 1.) - 『소설 김삿갓』 초판 표지의 책등(고려원, 1988, 1993)
전6권 모두가 국판 크기에 각 권 330쪽 내외이며 책값이 권 당 3,500원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아낙의 소쿠리를 잡아끌며 여인을 유혹하는 김삿갓의 표정을 그린 삽화도 흥미롭다.
작가 정비석(1911~1991)의 말년을 대표하는 소설에서는 김병연(김삿갓)이 조선팔도를 유람하며 백성들의 고된 삶을 증언하는 장면을 작가가 뒤따르는 형식을 취했다. 김병연이 영월의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한 장면부터 시작해 그의 집안 내력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병연의 증조부는 홍경래(1771~1812)의 난 때 선천부사(宣川府使)이던 김익순(金益淳)인데, 그는 과거 시험의 시제(試題)에 따라 민란에 투항하고 격문까지 써 준 김익순에 대한 비판 글을 써 장원급제했다. 뒤늦게 증조부의 내력을 알게 된 김병연은 괴로워하다 관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집을 떠난다. 김병연은 이후 현실을 풍자하는 시를 지으며 조선팔도를 방랑하고 유람한다. 각 권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권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는 작가가 강원도 영월에 있는 김삿갓의 묘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해, 김병연의 출생과 집안 내력은 물론 산속에서 살며 인생과 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을 서술했다. 제2권 「별유천지(別有天地)」에서는 김삿갓이 금강산에 머물다가 강원도 북부를 거쳐 함경도를 찾아가는 과정은 물론 술을 마시고 시를 짓고 사람들과 교유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제3권 「관북천리(關北千里)」의 전반부에서는 김삿갓이 함경도의 안변부사(安邊府使)와 친분을 쌓고 기생의 딸 가련이를 만나 3년간 동거하는 이야
기를 그렸고, 후반부에서는 김삿갓이 영월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신분제도의 문제점과 인간의 탐욕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보여주었다. 제4권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는 방랑의 끼를 주체하지 못한 김삿갓이 다시 영월의 집을 떠나 한양과 개성 일대를 유람하고 방랑 생활과 예술 탐구를 계속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제5권 「산고수장(山高水長)」에서는 김삿갓이 한양과 경기도를 떠나 서북의 평안도를 유람하
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평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경험하고 쓴 시를 비롯해 산과 물과 인간의 욕망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냈다. 제6권 「금수강산(錦繡江山)」에서는 김삿갓이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유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비롯해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를 거쳐 전라남도 화순의 적벽에서 죽어가는 장면을 그려냈다.
소설에서는 작가의 호방한 필체로 김삿갓의 인생 유전과 예술 세계를 촘촘히 그려냈다. 『소설 김삿갓』에서 보여준 세태 풍자는 독자들에게 인간의 욕망과 본성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도록 암시했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영생할 것처럼 세속의 부귀영화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이 뜬구름처럼 부질없으니 인생의 멋을 알고 정신적 방랑을 누리며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조선후기의 아이돌이었던 그는 조선의 산천과 예술을 품고 평생토록 방랑자로 살았다.“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1955년 김문응 작사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 가사처럼 그는 굽이굽이 발길 닿는 대로 때로는 감격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붓 가는 대로 시를 썼다. 일찍이 사마천이 구별했듯이 칼로 세상을 구하는 협객이 무협(武俠)이라면, 글로 세상을 구하는 협객은 문협(文俠)이다. 강호를 떠돌며 시를 쓰고 산천을 주유하던 김삿갓은 모름 지기 글을 품은 문협(文俠)으로 살았다. 영월군의 김삿갓문학관에 가서 문협이 알려주는 정신적 방랑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오늘의 운세보다 과학적인 경제 전망을 기대하며
딸깍발이
김소영 편집기획위원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신문을 여전히 하드카피로 보는데, 매일 실리는 오늘의 운세를 웬만하면 그날이 지난 후에 읽는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단순한 궁금증인데 정말 운세가 맞는지 확인해보는 게 재미있다. 다른 하나는 ‘자기실현적 예언’ 때문인데 그날 아침 운세를 읽으면 왠지 그렇게 흘러가는 경험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운세가 좋을 경우는 문제가 없는데 운세가 안 좋을 경우는 기분도 나빠지고 불안해진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만든 용어로 사람이 어떤 믿음이나 기대를 가질 때 실제로 그런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언뜻 미신같지만 생각해보면 인과적 고리가 있다. 스스로 어차피 안된다고 믿고 노력을 게을리 하면 결과가 안 좋아질 것이고 그러면 그 믿음이 더욱 강화되는 피드백이 생긴다.개인만이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나오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을 것이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이런 선택이 쌓이면 원래 전망보다 더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 정부나 민간의 경제 전망이 단지 계량적인 수치를 내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 주체의 선택에 원래 의도한 효과나 의도치 않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런 전망을 내놓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 고심과 번민을 할지 짐작이 간다.
아무튼 연초인지라 올해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어떻게 풀릴지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과거를 돌이켜볼 때 경제 전망이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사실 경제 전망이 오늘의 운세보다 더 객관적이고 정확할 듯한데 꼭 그렇지는 않다. 2000년대 초 IMF 발간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 전 세계에서 발생한 60개 경제불황을 제대로 예측한 전망은 2개에 불과했다. 또한 몇 년 전 우리말로 번역된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에 나온 통계를 보면, 1993~2010년 사이 ‘전망 전문가들의 조사’가 내놓은 미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이 오차 범위를 감안해도 완전히 빗나간 것이 18년 중 무려 6번이었다.
적어도 오늘의 운세보다 더 과학적이어야 할 경제 예측이 왜 이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실버에 따르면 인센티브 구조가 큰 몫을 담당한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불량 파생상품에 AAA 등급을 남발했던 신용평가사들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갔을 때 이 정도 위기는 누구도 예측 못했다 했지만, 파생상품 등급 평가를 한 건 하면 돈을 더 버는 구조에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최근 1천억 원 손실이 확정된 홍콩 ELS 사태를 보고 기시감이 든다. 은행 창구에서 이걸 파는 게 성과와 연동되었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든 민간이든 경제 전망이 쉽지 않지만, 정말 경제 위기가 발발하면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개인으로서 전망의 오류에 당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인센티브 구조가 존재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갤러리 초대석
「Political Abstraction」랄프 깁슨,랄프 깁슨 작가 전시회는 4월 30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1로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월요일, 설 연휴는 휴관이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지난 2022년 10월 1일 개관 이후, 현대사진의 거장 랄프 깁슨(Ralph Gibson, b.1939)의 대표작들을 선보여왔다. 세 번째로 선보이는 본 전시는 랄프 깁슨의 탁월한 감각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Political Abstraction』이다. 그는 30대 초반 『몽유병자』(1970)라는 단출한 사진집 하나로 단숨에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데자뷰』(1972), 『바다에서의 날들』(1974)을 연이어 내놓음으로써 세계적 사진가의 반열에 올랐다. 빛과 어둠의 대비, 사물의 형태와 패턴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지하 1층 전시장에서는 개관 전에 선보였던 초기 대표작 『The Black Trilogy』를 만나볼 수 있다. 「Deja-Vu」 시리즈는 빈티지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The Somnambulist」, 「Days at Sea」는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출처=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인공지능·로봇 아니라 ‘인간생물학’이 미래 바꾼다
대니얼 M.데이비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최근 대니얼 M. 데이비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과학과 학과장이자 면역학 교수의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에코리브르 | 296쪽)이 화제다. 데이비스 교수는 앞으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분야는 인공지능·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새롭게 펼쳐질 ‘인간생물학’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 대해 미국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최첨단 과학과 강렬한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라며 “황홀하다!”라고 평했다.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인간생물학은 기존의 과학을 뒤엎는 발견으로 인해 매일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 DNA’는 인류가 알지 못하는 수백 개의 작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걸로 밝혀졌다. 또한 세균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아니고, 세포가 아니라 소포가 생명에 영향을 끼친다. 비만의 개념은 달라지고, 정상과 비정상·건강과 쇠약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 모든 게 무얼 의미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역학 교수가 밝히는 신체의 비밀
우리는 사실상 인간생물학의 모든 측면에서 혁명의 정점에 있다. 아기들은 이제 일상적으로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나고, 장기 이식은 보편화했으며, 영국의 암 생존율은 최근 몇 년 동안 대략 2배가 됐다.그런데 과학적 정보는 해시태그와 리트윗의 소란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불확실하고, 아마도 과학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권위에 회의적일 수 있는 부모는 그들의 자녀에게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하는 충고를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래프와 데이터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더 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과학적 아이디어, 특히 인체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광범위한논의가 사회와 우리 개개인에게 이보다 더욱 중요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인체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우리 자신이 그렇게 정밀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인종적 순수성은 말도 안된다. 전 세계에 걸쳐 유전자 변이의 대략적인 지리적 분포가 있지만, 경계가 모호하고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과학과 의학의 성배는 질병을 멈추는 것이다. 특히 질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일부 질병의 경우 백신, 깨끗한 물, 개선된 위생 시설을 통해 이미 이를 달성했다. 이제 인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패턴과 코드가 공개되면서 질병 멈추기를 이뤄내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맞서 싸워야 할 도전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있다.우리는 단순히 유전자, 세포, 마이크로바이옴 또는 뇌가 아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 이상이다. ‘신체의 비밀’이 우리 삶에서 의미하는 바는 여전히 균형에 있다.우리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깊은 지식을 통해 우리는 해방되고 힘을 얻는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률은 저울질하기 어렵다. 2015년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BRCA 1으로 알려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양쪽 가슴을 제거했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상황, 즉 끊임없이 증가하는 생물학적 개인 정보로 인해 수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향후 20년 이내에 암이나 다른 질병에 걸릴 위험이 5분의 1이라는 걸 알려주는 무언가를 확인했다는 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4분의 1이면 다를까? 20년이 아니라 5년 이내는 어떨까? 어떤 시점에서 약물이나 수술에 위험이 따른다는 걸 알고도 예방 조치로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기로 할까? 이런 정보 때문에 당신이 희생자로 느껴지는가? 당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까?이 책은 우리의 미래에 필수적인 인간생물학의 최근 돌파구를 탐구한다. 여러 최첨단 연구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전율을 일으키고 특히 영향력이 큰 여섯 가지, 즉 개별 세포, 배아, 인체의 기관과 시스템, 뇌,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에 대해 다룬다.인체가 복잡하다는 것은 각 부분이 하나씩, 각각의 도구에 의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와인의 맛과 색에 대한 전문가가 와인 품질의 기초가 되는 화학 작용을 인식함으로써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인체에 대한 각 관점은 잠재적으로 다른 관점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미경에서 수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 도구와 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모든 측면에는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구 공동체는 한 가지 유형의 과학 도구 또는 한 가지 유형의 세포 같은 인체의 특정 구성 요소에 전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가 소통하는 방법은 또 다른 고유한 연구의 전문 주제다. 개별 세균같이 지구상에 있는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조차도 이제 종합적으로 거의 연구되지 않는데, 인체는 이런 세균보다 분명히 훨씬 더 복잡하다. 오래전인 1890년에 <타임스>는 지식이 “이미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졌다”라고 논평했다.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모든 것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미국·독일·프랑스의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인사협 제4차 정책토론, 해외 사례 분석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회장 강성호 순천대, 이하 인사협)가 지난 18일 제4차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를 열었다.이번 토론회는 유요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의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해외사례 분석’과 이주호 세한대 교수의 ‘메가프로젝트 평가 및 운영 거버넌스’ 발표를 중심으로 ‘인문학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메가프로젝트란 넓게는 장기간·대규모 국책사업을 말하나, 연구 분야에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필요성과 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간·대규모 연구를 뜻한다.유요문 교수는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이에 따르면 미국 국립인문기금(NEH)은 1965년 설립된 독립연방기관으로, 올해 기준 연 2만1천100만 달러(한화 약 2천780억 원)의 예산을 받는다. NEH는 이를 통해 미국의 공공을 위한 고등연구와 문화유산 보존과 인문학 연구, 예술·미디어·교육 등을 연결시키는 융복합 연구를 진행한다.특히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의 극복 과정이던 1970년대 냉전기부터 현대 디지털 인문학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엮는 형태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독일연구협회(DFG)는 1920년 나치 독일 시기 우생학 등 파시즘 이념을 위한 대규모 연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과거 반성을 바탕으로 동․서독 통일 준비를 위한 국가 통합 과제, 디지털 인문학을 통한 미래 연구를 수행해왔다.DFG는 정부 간섭이 없는 자율적 연구 풍토 아래 정부로부터 연간 35억 유로(5조500억 원), 인문·사회과학에는 5억 유로(7천200억 원)를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대학은 최장 12년, 아카데미는 25년의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프랑스 인문사회연구소(INSHS)는 1939년 국립과학연구원(CNRS)으로 설립돼 국가단위로 통합, 국가 산하 중앙집권적 체제 아래 대형과제 등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예산은 3억9천만 유로 (5천634억 원)다.특히 INSHS는 각 대학의 인문사회연구소 통합센터인 ‘위마눔’으로 조직을 개편해 중앙조직인 INSHS의 ‘직접 관리’와 각 대학의‘위마눔’으로 나뉜다. 이 구조는 한국에는 없는 모델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INSHS는 국가가 직접 문제와 과제를 설정해 각 연구소에 과제 단위별로 연구를 하도록 하는 ‘능동적 탑-다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것은 국가의 디지털 인문학 환경-인프라 조성으로 학제 간 연구를 활성화했다.유 교수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통해 인문학 메가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디지털 인문학 분야 연구 담당 거대 조직의 설립 △국가의 인프라 구축 및 연구 자율성 보장 △장기적·지속적인 재정 투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능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동혁 광주과학기술원 융합연구소장은 유 교수의 발표와 관련,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의 정의와 필요성을 제시했다.김 소장은 그동안의 국책 프로젝트는 기술적 해법 위주의 방식으로 진행돼 왔으나, 이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학제 간 융합과 문제해결형 과제 해결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제간 융합과 문제해결형 과제가 등장하는 이유를 고려해 인문·사회 분야를 포괄하는 근본적인 사고 전환으로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주호 세한대 교수는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의 효과적인 평가와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평가 체계를 전통적 방식인 논문 인용 수 등 ‘양적 평가’ 중심에서 ‘질적 성과’와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문사회과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후속세대 양성으로 관련 재원 활용과 인력 확보의 연계, 교육·사회 현장에서의 연구와 사회 참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운영 거버넌스 구축 방향은 메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전략적 거버넌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메타 거버넌스’ 설계로 나뉜다. 이는 기존 정부 주도형 방식을 지양하고 분야별 사업단장과 전략적 의사결정기구를 중심으로 하위 연구 그룹과 협력 네트워크를 세분화하는 방식이다.여기에는 연구자 그룹 간 정보공유와 포럼을 국제네트워크로 확산시키고, 인문사회과학 연구 성과와 과학기술을 서로 통합시키는 조정 관리 그룹 및 관련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형성도 포함된다.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김상돈의 교수만평
교수신문 The Professors Times 1년 구독료 100,000원
학문의 자유와 대학 민주화 ·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등록번호 : 서울다6564 주 소 : (우)04343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3안길 41 승현빌딩 3층대표번호 : 02-3142-4111 편집국 : 02-3142-4153 광고 : 02-3142-4194홈페이지 : www.kyosu.net 이메일 : editor@kyosu.net 팩스 : 02-3142-4118발행인 : 이영수 편집인 : 이영수 편집국장 : 김봉억 인쇄인 : 장용호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