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과정생·박사후연구원 지원 신설·확대…출판·번역 지원은 계속 줄어
2024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
▶1면에서 이어짐인문한국플러스(HK+)사업의 후속사업 발전방안도 모색한다. 예전 인문한국 사업 사례 등을 참고해 인문한국플러스사업 종료연구소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41과제의 50% 이상이 내년에 종료 예정이다.대학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해에 신설된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은 기존 5개 연합체에 더해 올해 3개 내외의 연합체를 새로 선정한다. 지난해보다 90억 원이 늘어난 240억 원을 올해 지원한다. 교육부는 인문사회 교육 거점을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문제해결형 교육과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명저번역 15억·저술출판 19억 지원인문사회 출판·번역 지원은 예산이 더 줄었다. 동서양 명저번역은 지난해보다 2억 원을 줄어 올해는 15억 원을 지원한다. 저술출판지원은 지난해와 같은 18억 9천만 원을 지원한다.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과 보급을 지원하는 우수학술도서 사업은 지난해보다 2억 원이 줄어든 22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한국학 국영문 사전편찬은 올해 5억 원이 배정돼 지난해보다 2억 원2024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 주요 내용
인문사회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300명, 연 2천만 원 2년 지원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대학 3개 연합체 신규 선정글로벌 인문사회융합연구(국외) 신설, 12과제 30억 원 지원글로벌 아젠다연구(사회과학) 신설, 3과제 5억 원 지원이공석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신설, 600명 연 1천2백만 원 지원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822명, 연 2천5백만 원으로 인상박사후연구원 성장형 공동연구 신설, 150개 연 4억 원 지원램프사업 6개 대학 신규 선정, 지원 단가 50억 원으로 확대이 줄었다. 고전문헌국역지원은 지난해 31억 원에서 올해 전액 삭감됐다. 한국학 대형기획총서는 9억 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공분야 236억 줄어 5,147억 지원올해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대비 236억 원이 줄어든 총 5천147억 원이다. 교육부는 학문후속세대에게 연구 참여 기회를 성장단계별로 제공하고,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혁신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올해는 ‘석사과정생 연구장려금’을 신설했다. 600명을 선정해 연 1천200만 원(간접비 5% 포함)을 지원한다. 1년 지원으로 석박사통합과정도포함한다.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은 지난해보다 522명이 늘어난 822명을 새로 선정해 지원한다. 지원 단가도 2천만 원에서 2천5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지역대학(4개 과기원과 포스텍 제외) 소속 학생을 최소 40% 이상 선발한다.박사후연구원 국외연수 지원금은 기존 4천500만 원에서 올해 6천만 원으로 현실화한다. 박사후 국내연수의 경우는 국내 연수과제 수행시 시간강사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한다. 국내 연수도 수도권·비수도권 간 선정률 차이가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대학(4대 과기원과 포스텍 제외)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해 선정과제 수의 50%를 배분한다.특히 올해 ‘박사후연구원 성장형 공동연구’ 사업을 신설했다. 박사후연구원이 우수전임교원과 멘토-멘티 관계가 돼 지도·지원을 받으며 집단 연구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연구책임자와 공동연구원은 박사후연구원만 가능하다. 연구개시일 기준으로 박사학위 취득 7년 이내 또는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이공계 전 분야를 대상으로 연 4억 원을 지원하며, 150개 과제를 선정한다. 총 450억 원을 지원한다. 이 신설 사업에 전임교원은 참여연구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사업도 지역대학(4대 과기원과 포스텍 제외)을 최소 40% 이상 선발한다. 참여연구원으로 학생연구원 5인 이상을 필수로 구성하고 학문후속세대 인건비는 30% 이상 의무 편성해야 한다.
‘박사후연구원 성장형 공동연구’ 신설대학의 연구소 관리체계 개편과 대학 내 중점테마연구소 운영을 위한 램프(LAMP)사업에 6개 대학을 새로 선정한다. 램프사업 참여대학이 국내외 우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및 인력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 단가를 4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확대한다. 교육부는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애고 기초과학 분야에서 주제 중심의 거대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기초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첨단R&D장비 구축과 관련 운영비를 지원하는 ‘인프라 고도화’ 유형을 신설했다. 지원 대상은 핵심연구지원센터, 대학부설연구소, 대학공동실험실습관이다. 올해 10개 내외 과제를 선정하며 최대 5년 지원한다. 지원 단가는 평균 53억7천500만 원이다. 대학은 소액의 개인용 연구장비 중심으로 장비를 구입해(1억 원 이하 80.2%, 2021년 기준) 글로벌 수준의 연구를 위한 연구장비 고도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학 수요조사 결과, 연구장비 고도화에 평균 97억5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첨단R&D 장비 ‘인프라 고도화’ 신설교육부는 올해 기초연구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로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학문균형발전지원’ 사업을 전면 재구조화한다. 이 사업에는 창의·도전연구기반 지원, 보호연구,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학제간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관련 예산이 모두 줄어 계속 과제 단가는 전년대비 20% 내외를 삭감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국가전략기술분야, 지역 전략산업 등을 선도할 수 있는 기초연구, 기반기술 분야 중심으로 지역의 융복합 공동연구 지원 등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인문사회 및 이공분야의 기초학문이 우리나라 학문 발전의 토대가 되는 만큼, 기초학문 분야의 학문후속세대와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전쟁보다 중요한 ‘신정부’ 수립… 화해의 로드맵을 위한 제안
글로컬 오디세이
정진한
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중요한 것은 신정부야!”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다. 전투와 전
쟁에서 승리를 쟁취했다고 해도 이후 들어설 정부의 관리에 실패한다면 앞선 승리는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석달을 넘긴 이 시점에도 전문가와 언론은 전황을 보도할 뿐 이후 들어설 정부에 관한 언급에는 조심스럽다. 공식 브리핑과 비공식 좌담을 통틀어도 전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야 할지에 관해 명확한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가능한 경우의 수는 하마스 정부의 존속·요르단강 서안지구 파타의 통치·제3의 정치세력의 등장까지 세 가지다. 이제 불가한 옵션부터 하나씩 쳐내 보자.첫째, 하마스의 수권은 이스라엘이 사력을 다해 반대할 것이고, 수권에 성공한다 해도 가자 주민에게는 더 큰 제재와 고난의 행군만이 기다릴 것이다. 주변 아랍국들 역시 무슬림 형제당의 준동을 가장 견제해온 이상 무슬림 형제당 계열의 하마스를 이 기회에 축출하려 한다. 그래서 이들 대다수는 개전 후 하마스 대신 중도 좌파 계열의 세속 정권인 파타 지지를 선언했다. 그렇다고 파타 정부에게 가자를 맡길 수 있을까?
둘째, 파타 정부는 가자 주민에게도, 국제사회에서도, 심지어 이스라엘에게도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파타 정부가 가자를 하마스에게 뺏긴 이유가 가장 최근 총선에서 하마스에게 참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 보다 파타 정부를 더 불신한다. 파타 정부의 섣부른 가자 진입은 하마스보다 더 과격한 무장정파들의 활동을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마지막 대안은 제3의 세력이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에 행정 능력이 있으면서도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대화와 협상이 통하는 테크노크라트 정권이 들어서길 선호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 관료들이 권력을 장악해 낸 예는 희박하다. 중동에서 독재의 종식 후 민주 선거로 당선된 정권의 대부분은 이슬람 정당이었다.
예외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박사의 경우처럼 전후 특수한 상황을 등에 업고 인텔리들이 국가 수장직을 맡은 적이 있었지만, 결국 군부의 쿠데타나 종교 세력의 반란에 권좌를 뺏기기 일쑤였다. 마찬가지로 가자 주민들에게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함께 자선활동을 하며 잔뼈가 굵은 하마스의 조직원들이 현장 경험이 부족한 백면서생보다 더 의지가 된다.게다가 이미 너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기에 가자에서 온건 협상파가 정권을 잡기가 어려워 졌다. 만약 강경파 하마스가 축출된 후 협상파가 힘을 얻으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부터 지원과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이스라엘 정치지형은 정반대 상황이다.네타냐후 총리는 당분간 전쟁을 멈추기 어렵다. 전쟁을 중단하는 순간 연정이 붕괴되고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데다가 이번 전쟁 발발의 원인에 대한 책임론까지 물릴 형편이다. 그래서 그는 종전 전에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둬야 한다. 즉 전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국익, 특히 안보가 강화되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에게 양보는커녕 종전보다 훨씬 더 강경한 조치를 관철해 내야 그나마 자신과 정권의 안위를 확보해낼 형편이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꿔 순서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네타냐후 정부를 먼저 해체하고 팔레스타인과 대화가 되는 정부를 우선 이스라엘에 설립한 후에, 이들이 팔레스타인 신정부와의 협상을 주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이 파격적인 협상과 양보를 통해 팔레스타인 온건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의 요구를 눌러주는 길이다. 물론 이 길은 과거 라빈 총리의 암살처럼 위험하고, 또 이합집산이 심한 이스라엘의 군소 정파들을 규합해야 하기에 극도로 어렵다.
미 국무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근황을 게시했다. 근황 속 사진에는 양측 수장이자 강경파인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도 없다. 대신 파타 수장인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하고 있다. 노동당 소속의 헤르초그 대통령은 네타냐후와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보다 이슬람에 유화적이고 보다 세속적이다. 사진처럼 이스라엘과 가자에 온건파가 들어서 새로운 공존과 화해의 로드맵을 끌어냄으로써 오늘의 참극을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는 밀알로 거듭 내기를 기원한다.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
춘천교육대학교 2024학년도 1학기 교수초빙 공고
1. 초빙분야 및 인원(심학화과과정 )전공분야모집인원담당 교과목비 고초(교등육교학육과과)교육공학1명교직과디교지사털(교교육직실 무)2. 지원자격 가.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결격사유)에 의한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나. 해당 분야 박사학위를 소지한 자(학위 취득예정자는 제외) 다.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조‘별표’의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라. 지원서 접수마감일 현재 학위논문을 제외한 최근 4년간 (2020. 1. 17. b 2024. 1. 16.) 국제저명학술지(7'-, 77'-, %&,'-, 7'-), 7'3497) 또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에 게재된 전공분야 연구실적물이 200% 이상인 자3. 심사기준 • 「전임교원신규채용인사관리지침」적용: 춘천교육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채용공고) 참조4. 접수기간 및 장소 가. 접수기간 : 2024. 1. 12.(금) 09:00 b 1. 16.(화) 18:00 나. 접수방법 : 코러스 대외서비스 인터넷 접수 LXXTW://GRYI.OSVYW.OV 다. 파일형식으로 제출할 수 없는 저서 등은 방문 및 우편접수 가능 - 방문 : 춘천교육대학교 석우관 2층 교무처(033-260-6124) - 우편 : (24328)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공지로 126, 춘천교육대학교 교무처 ※ 우편물은 1.16.(화) 18:00까지 도착분에 한해 인정5. 기타 세부 사항 가. 춘천교육대학교 홈페이지(LXXT://[[[.GRYI.EG.OV) 공지사항(채용공고)에서 확인 나. 기타 문의사항은 교무처로 문의(033-260-6124)2024. 1. 2.춘천교육대학교총장노인을 위한 의학은 있다고령자진료의 바이블군자출판사세상 향해 질문하고 탐색하는 모험가를 키운다
오현숙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IC-PBL 교수학습센터 부교수정작 학생은 심연을 파고드는 치열한 문답을 통한 탐구와 사유의 과정이 결여된, 외부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고 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해 온 것은 아닐까?
한양대의 새로운 교육혁신 ‘질문중심학습’(QBL)
한양대는 지난 5년간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해 IC-PBL(Industry-Coupled Problem/Project Based Learning)이라는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며 ‘교실에서 사회로’(Class to Society)를 구현했다. IC-PBL은 일방향적이고 교실 안에서 이뤄지던 기존 고등교육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이제는 한양대만의 IC-PBL이 아닌 국내, 그리고 글로벌 사회가 함께하는 혁신적인 교육모델로 자리매김했다.한양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대전환기라 할 수 있다.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거대 인공지능과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등장하고, 학령인구 급감 등의 녹록지 않은 상황과 학생의 참여와 성공이 강조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맞물려 있다. 또한 대학은 그동안 공고히 유지해 온 경계를 허무는, 체제의 파격적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에 직면했다.고등교육의 대전환기, 한양대는 다양한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경계를 허무는 교육에 대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체제 전환을 수행 중이다. 그리고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고 교육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모델을 고안했다. 한양대가 제시하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은 ‘질문중심학습’(Question Based Learning, QBL)이다.학생의 낯선 생각을 촉진하는 학습모델
QBL은 학습활동의 효과를 높이고 학습과정에서 생성된 학습자의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촉진하기 위해 학습자 스스로 일정한 형식의 질문을 만들거나 문제를 제기하며 낯선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학습모델이다.QBL의 지향점을 학생·수업·학교 차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생 차원에서 QBL은 한 학기 동안 익히고 배운 것을 토대로 학기 말에 도출한 마지막 질문을 열쇠 삼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낯선 관문을 열어가는 것을 지향한다.수업 차원에서는 마지막 시간에 완성되는 수업이 아닌, 한 학기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공유하며 또 다른 수업의 시작과 연결되는 것을 지향한다.학교 차원에서 QBL은 이미 정해진 답을 찾는 모범생이 아닌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탐색하는 모험가로서의 성장을 지향한다.이 같은 QBL의 지향점은 테크놀로지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화를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거대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을지난해 11월, 한양인의 질문 성장판을 두드리기 위해 개최된 ‘애스크톤(Askthon)’ 행사가 열렸다. 정답을찾 는 학습을 넘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 퀘스천’을 세상에 던질 수 있는 한양인을 찾는 질문경시대회다. 오른쪽 사진은 이기정 한양대 총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한양대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혁신 모델로서의 가치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QBL은 한양대, 나아가 대한민국 고등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QBL은 한양대가 만든 IC-PBL의 고도화에 필요한 날개가 되어 줄 것이다. 오랜 시간 학생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 왔다. 그 답은 학생이 교수자에게 전달받은 그대로여야 했고, 학생은 이 질문에 누가 더 빨리, 그대로 답할 수 있는지를 평가받아 왔다.QBL은 IC-PBL 고도화에 필요한 날개
이후 IC-PBL 수업이 확산되면서 학생이 하는 답의 양상이 달라졌다. 학생은 자신에게 제시된 질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주도적인 문제해결과정을 거쳤고, 실제 사회 즉 지역사회·기업·기관의 질문에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응답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IC-PBL 역시 학생에게 제시되는 질문 또는 문제보다는 결국 그 질문에 대해 학생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궁극적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QBL은 IC-PBL이 학습과정과 결과 측면에서 보다 고도화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대 목표, 달성과 성과, 격차와 분석, 교훈과 시사점이라는 QBL 학습의 흐름은 QBL과 IC-PBL이라는 두 혁신 모델의 만남이 시너지를 낼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IC-PBL이 QBL과 연결되면서 온전한 나의 학습 여정과 성찰을 통해 나만의 가치있는 질문 생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QBL은 IC-PBL과 상호보완의 관계를 형성하며 한층 고도화된 혁신 동력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둘째 QBL은 질문 그 자체의 가치를 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혁신을 실천적으로 추동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은 정답 맞추기가 아니라 치열한 문답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은 심연을 파고드는 치열한 문답을 통한 탐구와 사유의 과정이 결여된, 외부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고 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해 온 것은 아닐까? QBL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일깨우고 잠자고 있는 질문 DNA를 활성화할 수 있다. QBL 학습경험을 통해 학생은 의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더 넓은 시야와 관점, 고차원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며 학업성취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QBL은 교수자와 학생 간 소통을 촉진하며 교수자가 하고 싶은 강의가 아니라 학생이 배우기를 원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해 교수자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자가 주고받는 질문은 이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진정한 학습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심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궁극적으로 QBL은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과정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 보다 정교화된 혁신적인 결과물 도출을 촉진할 수 있다. 또 학생이 원하는 것을 배우는 교육, 교수자를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는 교육, 사회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도출해 선도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다.질문의 가치와 중요성에 방점을 찍은 QBL 중심의 교육혁신은 교육에서 사랑의 실천을 구현하는 가장 한양다운 혁신이기도 하다.질문 성장판을 두드리는 ‘빅 퀘스천’
한양대는 QBL 중심의 교육혁신을 대학 구성원의 마인드셋을 갖추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QBL 중심의 교육혁신은 교육현장을 구성하는 교수자와 학생, 그리고 대학 구성원이 학습에서 질문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공감하며, 필요성에 대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인드셋을 갖추었을 때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QBL의 전면 추진에 앞서 한양대는 학생과 교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QBL 런칭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한양인의 질문 성장판을 두드리기 위해 개최된 ‘애스크톤(Askthon)’ 행사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애스크톤은 Ask와 Hackathon의 합성어로 정답을 찾는 학습을 넘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 퀘스천’을 세상에 던질 수 있는 한양인을 찾는 질문경시대회다. 이 행사에는 163팀, 213명이 참가했고 2단계의 예선전을 거쳐 최종 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경합을 벌였다. 첫 대회 최우수상 수상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치 있는 노동은 무엇인가?’를 제시한 ‘물어보기 팀’이 선정돼 장학금 500만 원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학생 대상 런칭 행사의 성공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2월에는 교수자와 국내 대학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QBL 런칭 행사인 ‘2023년 한양대학교 교육혁신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빅 퀘스천’을 탐색하고 혁신의 방향 설정과 추진 전략을 모색하는 지식 창출의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컨퍼런스에는 400여 명의 교내외 고등교육 관계자가 함께 자리해 한양대가 추진하는 ‘질문 중심’ 교육혁신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상에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한양대는 IC-PBL과 더불어 QBL이라는 혁신의 양날개를 달고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한다.늘 그랬듯이 교육혁신 영역의 퍼스트 펭귄이 되어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질문’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고 새로운 뉴노멀을 만드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시문학의 이해에 필수적인조선 문인들이 묘사한
운韻에 주목한 사전전쟁의 체험과 상흔『운자사전』『17세기 조선조 한문학에 수용된 조-청전쟁의 체험』『韻字辭典(운자사전)』은 일반적인 한자사전이 아니다. 『17세기 조선조 한문학에 수용된 조-청전쟁의 체험』은 한자의 자전(字典), 사전(詞典)의 성격을 띠고는 있으나 한17세기 초,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중 조선과 청 사이에 자를 음이나 부수a 아니라 운(韻)에 따라 분류, 배열, 주일어난 세 차례의 전쟁을 제재로 한 문학작품들에 묘사된 석한 것이 특징이다. 전쟁의 체험과 실상, 그리고 의식에 남은 상흔을 고찰한우리의 정형시인 시조(時調)를 비롯하여 a요 등에서 다. 한반도의 역사를 크게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명과 보이는 압운의 요소, 운율의 형태와 생성 과정 등을 고찰청 두 나라의 운명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반의 정치구조해왔던 국문학자 한원영 박사는 고전문학의 중요한 i에 변화를 a져온 중대한 사건인 세 차례의 조-청전쟁은 래인 한시의 창작과 향유에 필수적인 요소인 운에 주목조선조 문학에 다양하게 재현되었다. 하여 운자사전의 집필을 시작했다. 중국의 운서(韻書) 중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자a 한『절운』의 최종적인 증보}정본인『 광운(廣韻)』을 친본(親문으로 창작한 작품과 ~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本)으로 삼아 근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된 뜻깊은 술한 텍스트를 선정하여 작품에 묘사된 전쟁의 체험과 실산물이다.상, 그리고 의식에 남은 상흔을 고찰하였다.한원영 지음|183×255 NN|1688쪽김미란 지음|160×230 NN|264쪽IUUQT://XXX.GBDFCPPL.DPN/QSVOTBTBOHIUUQ://CMPH.OBWFS.DPN/QSVOTBTBOHIUUQ://XXX.QSVO21D.DPN우리는 지금 누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을까?
천하제일연구자대회
64 개화기 한국의 국제정세 인식 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한국의 통신사와 언론사는 여전히 특파원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파견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뉴스를 영미권 혹은 일본의 뉴스 보도에 의존한다. 이는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 중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우리나라와 이념과 체제가 다른 강대국을 문명적 혹은 이념적 적대감에 기초해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독립신문, 제국신문, 황성신문의 1면 사진이다.새로운 위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22년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였다. 게다가 여러 해 전부터 미·중 대결이 본격화되었으며,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위기의 시대는 어느덧 우리의 문앞에 다가와 있다.
위기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판단하는 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외교관이라 평가받는 고려시대의 서희는 세치의 혀로 거란의 대군을 물리치고 강동 6주를 얻어냈다고 칭송받아왔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었던 힘은 현란한 입이 아니라 냉철한 눈에 있었다. 거란의 전략목표는 고려의 점령이 아니라 중원지역으로의 진출이었고, 거란이 고려로부터 원한 것은 후방의 안정이었다. 서희는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거란을 설득하여 전쟁을 멈출 수 있었다.개화기의 대한제국, ‘냉철한 눈’이 있었다면
한국사에서 가장 위기가 심했던 시대 중 하나는 개화기(1876~1910)였다. 서구 열강이 19세기 중반에 동아시아로 진출하면서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요동쳤고, 조선의 지위와 운명은 불투명해졌다. 이 틈을 타고 주변국들이 조선의 운명에 개입했다.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한국은 흔들리는 국제질서 속에서 자주독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일본에 의해 1910년에 멸망하고 말았다.그렇다면 개화기의 한국사회는 왜 국가의 멸망이라는 비극을 겪었던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한국 침략에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사회에 이를 제대로 막아낼 역량이 부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문제가 있었겠지만, 특히 고려시대의 서희와 같이 냉철한 눈으로 국제정치를 바라보지 못했던 탓이 아니었을까.개화기 언론의 세계관과 국제정세 인식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화기 언론의 세계관과 국제정세 인식(한양대 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22)이라는 제목의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하였다. 논문은 개화기 중에서도 1896년 2월의 아관파천부터 1904년 2월의 러일전쟁발발까지의 만 8년 동안의 시기에 주목했다. 이 시기는 러시아와 일본 모두 한국에 대한 완전한 주도권을 쥐지 못했던 ‘러일 세력균형기’로서, 한국이 제한적으로나마 내치와 외교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었던 때였다. 러일전쟁 발발 이후 러일 세력균형이 무너지자 일본은 한국을 점령하고 식민지화 작업에 착수했다. 즉 러일 세력균형기는 한국이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렇다면 이 마지막 기회의 시간에 우리는 어떠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를 위해 논문이 선택한 자료는 언론의 국제정세 인식이었다. 국제정세 인식은 세계를 보는 관점이나 국내 정치에 대한 견해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은 만큼 논문은 세계관 및 개혁론까지도 같이 검토했다. 이에 박사학위논문에서 주로 밝혔던 것은 다음 세 가지였다.첫째, 개별 언론의 세계관을 국제정치관, 문명관, 종교관으로 나누어 분석하였으며, 세계관 안에서의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규명하였다. 예컨대 <독립신문>과 <제국신문>은 19세기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영향을 받은 국제정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문명이 발전한 결과 국제사회가 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며, 국제여론에 따라 움직인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문명관은 서양문명만이 보편문명이라는 일원론적 문명관이었고, 서양문명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굳게 믿고, 서양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 보았다. 이처럼 서양중심성이 강했던 문명관은 종교관으로 연결되었고, 이들의 종교관에는 기독교 중심성이 강하게 나타났다.사상적 다양성이 있었던 개화기 언론
반면 <황성신문>의 세계관은 이들과 상당히 달랐다. <황성신문>의 국제정치관은 국제질서가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현실주의적 관점에 가까웠다. <황성신문>의 문명관은 동양과 서양의 문명을 모두 인정하는 다원론적 문명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문명관은 종교관으로 연결되었다. <황성신문>은 한국의 국교는 유교이며, 여러 영역에서 개혁을 진행하더라도 유교를 지켜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러일 세력균형기 한국 언론계는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다양한 세계관은 국제정세 인식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원인이 되었다.
둘째, 세계관이 개혁론과 깊은 관계가 있음에 주목했다. <독립신문>은 문명국만이 국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았고, 한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문명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문명개화’(=서구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문명개화’의 영역은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가치관 등 사실상 인간의 모든 영역을 의미했다. 반면 <황성신문>은 국제질서를 약육강식이 횡행하는 힘의 질서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서양으로부터 문명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별로 없었다. <황성신문>은 독립은 실력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한국이 서양의 신법과 동양의 구법을 절충하여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세계관의 차이가 ‘문명개화’인가, ‘절충’인가라는 개혁론의 차이로 이어졌다.셋째, 세계관이 국제정세 인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었음을 밝혔다. 예컨대 1902년에 영일동맹이 체결되자 <제국신문>은 영일동맹을 국제법체제가 한국을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여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일동맹이 선언한 한국의 독립과 문호개방이 국제법체제의 지향과 일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법을 신뢰하지 않았던 <황성신문>은 영일동맹을 영국과 일본의 이익을 위한 동맹으로 보고, 영일동맹을 경계했다. 세계관의 차이가 국제정세 인식에 대한 차이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 개화기 한국의 언론계가 단일하지 않았으며, 세계적인 국제정치사상의 흐름에 어두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개화기 한국의 언론계는 19세기 영미권의 주류적인 국제정치사상이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사상에 접속하는 등 기민함과 사상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편향된 국제뉴스를 받아들였던 한계개화기 한국의 언론사는 영세한 규모였기에 해외에 특파원을 파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이 해외의 소식을 접하는 주된 통로는 국제통신사나 해외언론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접속할 수 있던 국제뉴스네트워크가 편향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한국 언론계가 구독하고 있었던 국제통신사는 로이터 통신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겉으로는 영국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긴밀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다. 즉 한국 언론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달받은 국제뉴스는 애초에 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같은 시기에 일본정부는 자국의 대외 확장을 위해 국제적인 언론공작을 적극 활용했다. 일본정부는 다양한 국제뉴스의 전달자를 상대로 언론공작을 수행했고, 한국 언론이 구독하고 있었던 해외 언론의 상당수는 일본정부의 언론공작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러일 세력균형기에 영국과 일본은 러시아에 대항하여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한국 언론이 접하는 국제정보는 러시아와 대립하는 강대국이 중심이 된 구조안에서 편집되었던 것이다.이처럼 러시아와 대립하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뉴스네트워크에 포섭된 결과 한국의 언론계는 사상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다. 예컨대 표트르대제가 후대 황제들에게 남긴 유언에서 세계정복을 러시아의 전략목표로 설정하였다는 ‘표트르대제의 유언’은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했지만, 한국의 언론계는 사상적 차이에 상관 없이 모두 이 ‘표트르대제의 유언’을 사실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언론이 러시아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품게 되는 근거로 작용했다. 한국 언론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외교론을 가지고 있었던 <황성신문>조차도 한국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조를 러일전쟁 직전에 와서야 뒤늦게 표명했던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계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곳곳에서 침략적인 면을 보인 제국주의 열강이었다. 그러나 러일 세력균형기에 러시아는 한국을 점령하기보다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완충지대로 두려고 했고, 때문에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편이었다. 세계정치에서 러시아의 역할과는 별도로 한반도의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는 일본의 침략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언론계는 이러한 역할의 차이를 냉철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의 언론계는 외교적 현실과 다르게 러시아의 위협을 과도하게 의식했고, 국제정세에 대해 한국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이고 유연한 해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개화기 한국 언론의 진정한 문제는
그러므로 개화기 한국 언론계의 진정한 문제는 국제뉴스네트워크에서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이에 의해 국제정세에 대한 주체적이고 유연한 해석이 불가능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면 현대의 한국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한국의 통신사와 언론사는 여전히 특파원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파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제뉴스를 영미권 혹은 일본의 뉴스 보도에 의존한다. 이는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 중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우리나라와 이념과 체제가 다른 강대국을 문명적 혹은 이념적 적대감에 기초하여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물론 해당 국가들이 유발하는 여러 문제는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이들이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냉철한 눈’이다. 과연 우리는 100여년 전과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금 누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가?정종원
한양대 사학과 강사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된 연구주제는 사상사와 개념사이다. 조선후기 이래 국가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개화기 한국의 국제정세 인식은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해갔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박사논문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발표한 논문으로는 「반계 유형원의 평등사상과 도덕국가체제론」, 「개화기 한글신문의 평등개념 연구」, 「러일전쟁 개전 전후 언론의 국제정세 인식과 대응」, 「유형원과 정약용의 경세서에 나타난 국가개혁사상 비교 시론」, 「<독립신문>의 국제정치관 연구-19세기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영향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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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서 이어짐
2009년부터 시작된 통일인문학연구단(이하 연구단)은 벌써 16년 째를 맞았다. 연구단은 인문학국, 인문한국플러스지원사업에 선정돼 ‘통일인문학과 통합적 코리아학’ 연구를 수행 중이다. 통일인문학의 성과에 대해 김 교수는 거시적 차원의 민족통일 담론을 미시적 차원의 일상 담론으로 전환해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경제적인 거시통합과 체제통합이라는 방식으로 다뤄져 온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통일문제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가치·생활문화의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전환해서 모색한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김 교수는 연구단의 성과를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첫째, 학문적 객관화의 대상으로서 인문학적 통일담론의 개방을 가져왔다. 낭만적 통일론을 벗어나 학술 차원의 방법론·인식론을 토대로 통일문제를 사유하게 끔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통일을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관점 속에서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통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일회적 사건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장기적 과정을 통해서 모색되고 창출돼야 하는 창조 작업이자 새로운 미래의 고향으로서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내는 장구한 실천 과정이 바로 통일이다. 셋째, 분단 체제가 한반도 구성원의 내면에 특정한 구조를 만들어 왔음에 주목하면서, 분단 트라우마와 같은 학문적 개념을 생성시켰으며 그 해결을 위한 여러 이론화를 수행했다는 점이다.강만길과 백낙청 그리고 송두율
지난해 6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사학)가 별세했다. 강 교수는 ‘분단 시대’의 사학을 비판하고 ‘분단 극복의 사학’을 주창했다. 『통일인문학』에는 강 교수에 대한 업적과 평가가 담겨 있다. “한국의 학계에서 분단 학문적 성격에 대한 성찰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자신의 학문세계를 독창적으로 정립해 갔던 최초의 인문학자가 있다면 그는 ‘강만길’일 것이다.”김 교수는 “강 교수의 문제의식은 내 통일인문학의 학문적 출발점이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다만, 통일인문학 연구의 향후 과제 차원에서 다음의 지적도 귀 기울일 만하다. “강만길의 통일 담론은 세부적인 각론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다층적이고 중층적인 분단 구조를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발전적으로 계승돼야 할 통일론이다.”인문학적 통일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두 명이 더 있다. 바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영문학)와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철학)다. 백 교수는 남북 분단이 유지되는 이유를 이데올로기적 대립에서만 찾아온 전통적인 관점에서 탈피하고 세계 체제의 하위 체제인 ‘분단 체제’로서 자생력과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교수는 동질성 대 이질성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 ‘경계인의 사유’를 통해 차이의 인정과 이에 따른 다양성의 비폭력적 통일을 제시했다.김 교수는 “백 교수는 물론 ‘마음의 병’을 언급하지만, 분단이 지속되고 탈분단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요인으로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남북 주민의 사회심리와 상처까지는 분석하지 않았다”라며 “송 교수는 분단 국가의 상징적 폭력에 의해 몸과 마음에 아로새겨진 어떤 성향과 믿음들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인식적·실천적인 장애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라고 평했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분단의 신체, 분단의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아비투스’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가 제시한 사회적 신체의 개념이다.
“분단의 신체와 아비투스는 의식적이고 무의식적 차원에서 분단국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세계관, 윤리·도덕률을 내면화한 신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빨갱이’·‘종북’·‘친북’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정치적 단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통일의 과정은 곧 분단의 신체들을 일상적인 삶 속에서 바꾸어 가는 총체적인 변혁의 과정이다.”분단의 신체를 평화의 신체로“우리는 분단 체제에 살면서 동시에 분단 체제를 재생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끊임없이 냉전으로 회귀하며 회귀하기를 원하는 대중의 본능은 무엇인가’, ‘왜 대중들은 그 스스로 지배받기“통일인문학은 정치·경제적인 거시통합과 체제통합이라는 방식으로 다뤄져 온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통일문제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가치·생활문화의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전환해서 모색한다.”
김성민 건국대 명예교수는 건국대 철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다. 건국대 문과대학 학장과 학생복지처장을 지냈다. 2009년 가을부터 2023년 여름까지 건국대 인문학연구원장과 통일인문학연구단장직을 맡았다.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통일부 자문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을 지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사진=김성민
를 원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과연 대중에게 희망이 있는 것일까. 김 교수는 “분단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신체가 남북 문제에 있어 적대성을 기계적·자동적으로 곧 무의식적으로 표출하도록 형성됐다”라고 분석했다. 아비투스는 한마디로 ‘구조화된 신체, 신체화된 구조’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아비투스는 ‘구조-신체-구조’라는 형태를 지니기에, 변화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라며 “지난 역사를 통해 사회적 구조가 신체에 내면화되는 동시에, 그 신체를 통해 기성의 사회적 구조를 지속시킨다는 점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했던 ‘총풍·북풍’ 사건 등은 시민교육과 비판적 의식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분단의 신체를 평화의 신체로 바꿔가는 것이 가능하다.”집단 무의식과 사회심리의 분단 트라우마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남북 모두를 지배하는 무의식이 존재한다. 『통일인문학』은 분단 트라우마를 강조하면서 사회심리로서의 집단 무의식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즉, 대중의 일상에 각인된 집단 무의식과 사회심리를 강조한 것이다. 집단 무의식의 원인은 일제 식민지이고 그로 인해 분단의 트라우마가 심어졌다. 어머니를 향한 상상적 욕망(민족)은 한국전쟁이라는 골육상잔의 비극으로 치닫고, 남북 내부에 “어머니의 욕망 대상이자 나를 거세하려는 위협의 대상”인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국가)을 남겼다.그런데 최근 박현옥 캐나다 요크대 교수(사회학)는 『자본의 무의식』에서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통일됐다”라고 주장하며, 노동과 자본의 국경 이주 차원에서 분단을 새롭게 해석했다.(<교수신문> 제1193호,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통일 한반도…그 중심에 자본이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아직 책을 보지 못했지만 인터뷰 기사를 토대로 다음의 측면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평했다.“『자본의 무의식』은 민족의 평등,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을 고려하지 않고 신화적 차원에서 민족의 통일상을 제시하는 실태를 비판하는 듯하다. 오늘날 자본주의적 질서 안에서 각 지역에 분포하는 코리안 간에 계급적 불평등이 형성됐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은 그러한 불평등을 (무의식적으로) 문제 삼지 않거나 혹은 당연시 한다는 점이 핵심인 것 같다.”
2010년 연구단은 자체적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민족공통성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코리안의 가치와 정서, 생활문화를 양적·질적 조사 방법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비교를 통해 각 집단 간 차이와 공통성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였다.
“중국-일본-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각자의 거주국에서 생존을 위해 원주민과 협력적 관계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폭력에 저항하면서 코리안의 문화를 변용하고 나름의 정체성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 조선족은 중국공민으로서 국가정체성이 강하지만 한편으로 코리안으로서 민족정체성이 강했으며, 일본 자이니치(재일조선인)는 일본 사회의 억압과 핍박 때문에 일본시민으로서 국가정체성이 약한 반면 강한 민족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실존적 고민을 간과한 채 우리의 중심에서 그들을 판단해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국은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북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코리안들을 재단하면서 차별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통일의 과정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차이의 인정이 상호 간에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아울러, ‘민족공통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차이가 민족 간 평등한 협력에 기반 한생성의 힘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현옥 교수의 한인 디아스포라 연구가 매우 소중하다는 설명이다.남남 갈등 벗어나는 분단 극복의 역량『통일인문학』은 동질성과 이질성을 넘는 ‘타자의 타자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남북 갈등보다 남남 갈등이 더욱 문제인 듯하다. 그래서 “코리안들 내부에서 분단 극복의 역량을 모아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재 통일 관련 정세는 어떻게 진단하는지 궁금했다.
“2016년 9월,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 강행되면서 국제사회의 반응이 거세게 표출됐다. 그런데 2년 만인 2018년에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후, 북한 선수들이 참여해 남북팀의 공동 입장·남북 단일팀의 결성 등이 순차적으로 실현됐다. 그 이후엔 남북 양측의 특별사절단이 서울과 평양을 상호 방문했으며, 그 결과로 2019년까지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이 공식적으로 선언되고 실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초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선언하면서 5년 만에 전혀 상반된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동안 남북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언이 갖는 급격한 방향 전환은 다시금 출발점에 돌아온 기분이 들게끔 한다.”김 교수는 “통일 관련 정세와 남북 관계가 어려울지언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라며 “한국사회의 사회구성원들은 아마도 완전히 다른 본성을 가졌을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삶의 불투명함 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실현시킬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찾으려는 사회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로 여기에 통일인문학의 역할이 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사랑의 향연 세상의 문학김종호 지음엘도브
숲이라는 세계
최진우 지음 | 도아마 그림 | 리마인드 | 144쪽숲은 인류의 기원이며, 생명의 바탕이 되는 곳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숲이 어떻게 세상과 연결돼 있으며, 왜 기후 위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우리 주변의 자연을 돌아보고,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
박성경 지음 | 교유서가 | 296쪽박성경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장편소설 『쉬운 여자』, 『나와 아로와나』, 『피우리 미용실』, 청소년 소설 『나쁜 엄마』 『날마다 크리스마스』 외에도 작가는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의 각본을 썼다. 작가의 전작 인물들은 부조리한 현실과 당당하게 싸우며 읽는 이에게 희망을 준다.
장하리
추미애 지음 | 해피스토리 | 358쪽헌정 사상 최초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며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갖고 2016년 촛불 혁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추미애. 그녀가 작정하고 아픈 검찰개혁에 관한 소설을 썼다.구인회문학의 재인식
김영민 외 7인 지음 | 소명출판 | 301쪽구인회와 거기 속한 작가들은 해방 직후의 시기는 물론이고 최근의 북한에서의 평가를 포함한 전면적인 문학사적인 해석은 여전한 과제이다. 이 책은 근대 이후의 우리 문학사에서 구인회와 거기에 속한 개별 작가들 정지용·박태원 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고 있다.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알베르토 몬디·이윤주 지음 | 틈새책방 | 324쪽틈새책방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의 첫 책이 다시 돌아왔다. 이 책은 2017년 출간돼 이탈리아 여행자들과 문화에 흥미를 느낀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이탈리아의 사행활』의 개정증보판이다. 무려 45페이지가 추가된 이 책은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탈리아의 매력으로 초대한다.포스트 윤석열
황형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6쪽온라인에서 55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황형준의 법정모독』이 마침내 단행본으로 증보·출간됐다. 이 책은 온라인에 공개하기에 민감한 비화들까지 적나라하게 다뤘다. 온라인에 연재한 『황형준의 법정모독』의 골격을 유지하되 약 30퍼센트는 일부를 새로 쓰고 보완했으며, 지난해 연말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다.에밀 뱅베니스트
서종석 지음 | 컴북스캠퍼스 | 128쪽에밀 뱅베니스트는 20세기를 지배한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을 넘어 ‘주체’ 중심의 새로운 언어학을 구축했다. 뱅베니스트에게 주체란 스스로를 ‘나’로 인식하고 ‘나’로서 말하는 자다. 이 명제로부터 비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시작된 인공지능 시대의 ‘언어적 주체’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이명현·장대익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72쪽“과학이 삶의 의미를 준다면?” 이 책은 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의 새로운 과학 이야기다. 차가운 설명의 과학이 아닌 다정한 과학은 가능한가? 의미 있게 만드는 실존적 과학이 가능한가? 2년 전 어느 날, 그들은 과학이 우리 개인의 삶의 의미·가치·실존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답하는 책을 함께 쓰자고 결정했다.임진-한탄강 유역 구석기 연구
유용욱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452쪽직접 수습하고 지난 35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온 임진-한탄강 유역의 실물 고고자료를 중심으로 유물의 ‘인식’과 ‘기술’을 거쳐, 이러한 유물의 성격을 자아낸 요인을 ‘설명’하고 고고현상에 내재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네 가지 단계를 명료하게 담아냈다. ‘한민족의 조상’이 남긴 ‘유구한 역사의 고대 문화유산’ 같은 감정적인 가치 부여를 지양한다.저자가 말하다_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김정하 지음 | 산지니 | 302쪽
어로장부터 수산물 경매사까지…위안을 안겨주다‘신(新) 해양시대’란 말이 무색하게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듯싶다. 특히 해양산업의 기층을 떠받치는 현장 근로자에 대한 고질적 편견은 여전해 보인다. 30여 년 간 한국해양대에서 해양문화를 가르치며 늘 그 까닭이 궁금했기에 자주 현장을 찾아 해양 실무자와 전문가·기층민·애호가 등을 만났다. 2022년 1년간 「국제신문」에 연재한 해양인 25인의 일대기를 다듬어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란 책을 펴냈다.
필자가 만난 해녀·선장·과학자 등 해양인들의 일대기는 한결같이 저마다의해녀·선장·과학자 등 해양인 25인의 일대기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극복 위한 이해기량으로 고난을 이겨낸 역전의 드라마였다. 물빛만 보고도 숭어 떼의 접근을 알아차리는 어로장은 45년간 전통 어법(漁法)을 지켜왔다. 자맥질로 해산물을 잡는 해녀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십여 미터 바닷속을 내 집 안마당처럼 드나들었다. 30년간 항만에서 일해온 크레인 기사는 무인자동화 설비를 능가하는 빠르고 정확한 일솜씨를 자랑했다. 길이 300미터 독(dock)에서 325미터의 컨테이너선을 만든 기술자는 세계 조선업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나아가 그들은 바다의 생명력을 체득한 자신의 삶을 바쳐 ‘공공의 선’을 구현하고자 애쓰는 인물들이었다. ‘등대지기’라 불리는 항로표지원은 열악한 근무조건을 무릅써가며 밤바다에 불을 밝혀 선원들로부터 ‘생명의 은인’으로 떠받들어졌다. 분진과 소음, 낙상의 위험을 감내하며 중고선을 수리한 ‘깡깡이 아지매’는 그늘에서 조선업을 떠받쳐왔다. 1970년 대 ‘1백억 불 수출액’ 중 5억 불을 임금으로 벌어들인 ‘수출 선원’의 후예는 오늘도 묵묵히 수출물량의 99.7%를 운송 중이었다.
적조로 절망에 빠진 어민을 구하고자 나선 과학자는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험과 싸우며 양식장을 지켜냈다. 이순신 연구에 나선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학교’를 세워 나라와 사회를 위해 신명을 바칠 ‘작은 이순신’들을 길러냈다. 어민들을 위해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던 남해안 별신굿 예능보유자는 사회통합의 전통을 굿으로 되살리고자 애썼다.
연구와 레저 분야의 해양인들이 한계를 뛰어넘어 이룩한 성취도 놀라웠다. 후발주자의 난관을 극복한 해저로봇 개발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해저 6천 미터를 탐사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뛰어든 극지 연구 과학자는 열강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건설했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남극연구과학위원회의장이 됐다. 해양건축 불모지에서 마리나복합시설 등을 설계한 해양건축사는 수중·해상도시 건설의 꿈을 앞당겨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었다. 서핑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여성체육인은 ‘서핑의 성지’와 100만 명의 동호인을 탄생시켰고 일기예보에 ‘서핑지수’가 포함되게 만들었다. 생사를 넘나들며 34년간 2천300회 바다로 뛰어든 수중사진가는 해양생물 전문가가 되어 아열대성 해양생물의 한국 바다 서식을 사실로 확인했다.
수산물 경매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들은 말이 있다. “살기 싫다던 사람도 이곳에 와서 땀내와 생선 비린내 뒤섞인 새벽 어시장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그처럼 ‘실존적 운명애’를 보여준 해양인들의 인내와 극복·성공·성취의 일대기는 글을 쓰는 내내 필자에게 공감과 함께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들로부터 받은 위안의 보답 삼아 글을 쓰면서 후에 그걸 읽을 독자들도 해양인들의 삶에서 극복과 치유의 동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행간에 끼워 넣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해양인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을 사라지게 하려면 더 많은 주위로부터의 관심과 격려, 응원이 필요하다. 현대민속을 연구한 리처드 M. 도슨(1916∼1981)은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 철강산업을 지탱시킨 힘의 원천을 동요에서 찾았다. 출근길에 어린 자녀가 부르는 “우리 아빠는 세상을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철강 노동자"란 노랫말에 어느
근로자인들 힘이 나지 않았으랴.
김정하
한국해양대 명예교수·민속학통찰의 재미_『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지음 |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72쪽
‘재미’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고함TV·라디오에 이어 인터넷·스마트폰·SNS·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임에도 인간의 정보 활용능력과 판단 능력은 반대로 추락하고 있는 아이러니. 미디어가 구성한 현실 세계가 뭔가 탐탁지 않고 불편한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때 닐 포스트먼 전 뉴욕대 교수(1931∼2003)는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어찌나 정곡을 찌르는지 절로 무릎을 치게 한다.
20세기 미디어 비평의 대가로 인정받는 포스트먼이 쓴 이 책은 미디어의 홍수가 만든 정보과잉으로 혼돈에 빠진 세계와 현대인들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미디어의 홍수가 만든 정보과잉으로 혼돈
미디어 비판의 핵심은 ‘재미’에 달려 있어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디어가 만든 허상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이 잠식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한다.
이 책의 초판본은 1985년에 나왔는데 그의 예언자적 통찰은 텔레비전이 한창 신문물로 인식되던 20세기에 쓰인 책임에도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유용하다. 그의 책에서 ‘텔레비전’이라고 쓰인 단어를 모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SNS’로 교체하더라도 전혀 문맥이나 이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그는 이 책에서 영상 매체로 인해 정치·교육·공적 담론·선거 등 모든 것이쇼 비즈니스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탄식했는데 39년 전에 했던 우려가 지금은 해소됐을까.훨씬 더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이런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과연 인간은 이 절망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목도하게 함으로써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고 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과 함께 포스트먼이 같은 미디어 전문가이면서도 극명히 다른 점이 있다. 맥루한은 기술결정론적 입장에서 미디어와 문명의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이에 반해 포스트먼은 미디어가 끼칠 부작용과 폐단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오용이 초래할 악영향을 차단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포스트먼의 통찰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미디어 비판의 핵심이 ‘재미’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냈다는 것이다. 고개만 돌리면, 손만 뻗으면, 엄지손가락만 움직이면 온갖 즐길 거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죽도록 즐기기’에 빠져 한순간도 재미없이는 살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공적 담론이 사라지고 오로지 재미만 추구하는 미디어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먹방’ 같은 유튜브 장르다.오로지 먹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끝없이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는 모습에 열광하는 세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미디어를 삼켜버린 블랙홀이 돼버린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인간은 ‘재미’라는 미로에 갇힌 존재로 전락한다. 반응형 웹, 맞춤형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기술에 의해 이젠 클릭할 필요도 없이 끝없이 콘텐츠가 이어진다. 최소 한 시간이상 인내심을 요구했던 TV 시대와 달리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영상은 몇 분 단위의 짧은 영상으로 분절화된 릴스, 쇼츠 같은 숏폼 콘텐츠로 무한 증식해 시간의 흐름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인간은 전후 관계와 맥락이 결여된 채 파편화된 세계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일관성 있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모조리 상실해버렸다고 그는 진단한다.미디어로 규정되는 진실·지식·사실을 너무도 철저하게 받아들이기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들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모순된 것들을 대단히 합리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간들이 공동체의 문제에 냉담하고 매우 수동적이며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그는 우려하고 있다.
“대중이 하찮은 일에 정신이 팔릴 때, 끊임없는 오락 활동을 문화적 삶으로 착각할 때, 진지한 공적 대화가 허튼소리로 전락할 때, 한마디로 국민이 관객이 되고 모든 공적 활동이 가벼운 희가극과 같이 변할 때 국가는 위기를 맞는다. 이때 문화의 사멸은 필연적이다.”
김선진
‘재미 연구서’ 『재미의 본질』 저자저자가 말하다_『한류가 뭐길래: 글로벌 문화변동과 K-컬처의 진화』 심두보 지음 | 어나더북스 | 312쪽
혼종의 한국문화, 어떻게 인류 보편성에 도달했나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었던 한류가 어언 수십 년을 헤아리며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류에 관한 연구가 많아지고 담론이 풍성해졌다. 하지만 한류에 관해 쉽게 얘기하는 ‘안락의자’ 연구와 상품을 파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수출’ 중심주의적 담론의 위험성을 짚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한류가 뭐길래』는 우선 한류의 정의 문제를 다뤘다. 한류가 국내에서는 산업으로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외 소비자가 한국 문화상품을 선택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류라는 현상은 불가능하다는 점
비판적 인문주의의 관점으로 한류를 사유
글로벌 문화연구·미디어 연구 시선으로 탐구이다. 특히 각 지역에서 한류는 사회 내 하위문화의 특징을 보이며 시작해 보수 문화 권력과의 문화정치적 갈등과 타협을 거쳐 일상문화로 진화했다. 이 책은 한류의 ‘복합 요인성’, 한류의 ‘위치성’, 한류의 ‘관계성’, 한류의 ‘혼종성’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류를 설명한다.
이 책은 세계 문화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문화 기획자와 생산자의 야망, 연예계에서 입신하려는 젊은이들의 땀과 눈물, 문화 간 소통에 능하고 비즈니스에 열정적인 문화 매개자의 역할, 국경을 초월한 팬덤의 행위성(agency), 대중문화의 생산·유통·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치경제 역학과 미디어 기술의 발달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한류를 더 깊이 분석할 수 있음을 풍부한 예시를 담아 설명한다.『한류가 뭐길래』는 한류의 ‘위치성’에 관해 객관적인 시선을 던진다. “한류가 세계를 정복했다”라는 식의 ‘국뽕’을 자극하는 언론 문구와 달리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는 해외에서 외국 수용자가 선택하는 수많은 문화 메뉴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의 수용자가 ‘문화 다식가’로서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동시에 임영웅 노래도 즐겨 듣듯이, 외국의 수용자도 케이팝을 포함해 미국·중국·일본 문화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함께 즐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이 책은 한류와 이문화 간 ‘관계성’에 주목한다. 사실, 해외 현지에 먼저 진입한 유사한 성격의 타국 문화가,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문화 매개자가, ‘징검다리’가 돼 한류의 확산에 기여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한류 팬 다수는 원래 일본문화 팬이었다가 한국문화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한·일전 승리’로 해석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한·일 문화 모두를 애호한다. 이문화 간 ‘관계성’과 ‘징검다리 효과’를 깨닫지 못하면 한류로부터 얻어낼 것은 ‘국뽕’밖에 없게 된다.
이 책은 한국 문화상품의 오락적 경쟁력에 대해서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그 연원을 ‘한국 문화는 원래 우수하다’는 식의 ‘문화본질주의’ 혹은 일종의 ‘무속적 DNA’ 학설로 설명하는데, 이는 학문적 게으름의 징표일 뿐이다. 대신에 이 책은 현대 한국 문화상품이 오랫동안 외국문화와 교섭해 이를 토착화하고,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오락적 품질의 향상을 실현한 문화과정의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설명한다. 결국 오랜 기간 혼종을 거친 한국문화가 식민주의·전쟁·독재·민주화와 산업화 등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녹여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맞닿아 한류가 발생했다.
『한류가 뭐길래』는 한류를 ‘문화적 사유의 도구’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전 지구·아시아·국가·지역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문화 현상과 이슈를 해석했다. 이를테면, 중국은 왜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명칭인 ‘차이니즈 뉴이어’(중국은 설날을 ‘춘제’라 부름)를 대외적으로 고집해 타국과 갈등을 일으키는지, 코미디언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상’ 인기가 담고 있는 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사태는 글로벌 문화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국 드라마의 인종과 젠더 재현은 어떤 이슈를 담고 있는지 등을 분석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한류를 비판적 인문주의의 관점으로 사유하고, 글로벌 문화연구와 미디어 연구의 시선으로 탐구한다. 그러자니 한류를 문화와 산업, 근대성과 전 지구화, 대중문화와 소프트파워, 젠더·인종과 문화정치, 팬덤과 문화소비, 민족주의와 혼종성 등 여러 개념의 프리즘을 통해 다룬다. 『한류가 뭐길래』가 한류에 관한 새로운 논쟁을 촉발해 우리 시대문화의 의미와 역할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이끌기를 소망한다.
심두보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저자가 말하다_『시그널 코리아 2024』 (사)미래학회 지음 | (주)광문각출판미디어 | 416쪽
N잡러·부캐 넘어 ‘레인보우 칼라’ 인재가 온다시그널은 미래에 중요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징후로, 새로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요소이다. 『시그널 코리아 2024』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요 메시지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그널에 주목하자!”이다. 이는 미래 문해력(Futures Literacy)을 강화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며 대비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발생한 변화의 결과인 트렌드가 아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화의 징후인 시그널에 주목해 미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이 책은 사단법인 미래학회 회원들이 참발생한 결과로서 트렌드와 일어나지 않은 시그널
사회·문화부터 환경·윤리까지 14개의 시그널 제시여해 2024년과 그 이후에도 주목해야 할 14개의 시그널을 선별해 제시한다. ‘사회·문화 시그널’, ‘인공지능·첨단 기술 시그널’, ‘경제·의료·환경·윤리 시그널’ 세 가지 큰 주제 아래 다양한 분야 14명의 전문가가 각 분야에서 현재의 트렌드가 무엇이고, 이에 반하거나 변화를 가져올 시그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사회·문화 시그널 부분에서는 김헌식 박사(정보콘텐츠학)의 「멀티모달의 알파플러스 세대가 구원하리라」, 윤기영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영학부)의 「신바벨 시대가 온다」, 김홍열 박사(정보사회학)의 「뉴딩크족의 카르페 디엠: 3040 시그널과 트렌드」, 박범철 광운대 겸임교수(기술경영학과)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지의 디지털 르네상스 도래」, 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의 「레인보우 칼라(Rainbow Collar), 미래 인재가 등장하다」 등 혁신적이고 전망적인 글을 포함하고 있다.
인공지능·첨단 기술 시그널 섹션에서는 이재우 인하대 교수(물리학과)의 「넷휴먼(Net Human): 넷신(Net God)을 경배하라!」, 윤석만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브레인 칩(Brain Chip)」, 부경호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에너지공학부)의 「딥·마이스터, AI를 지휘하여 초월지식 창조」, 방준성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정보통신공학)의 「커스터마이즈된 콘텐츠(Customized contents) AI와 함께하는 초개인화 혁명」, 박소희 <오마이뉴스> 기자의 「AI크라시가 온다」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의료·환경·윤리 시그널에서는 윤재은 국민대 교수(공간문화디자인학과)의 「미래도시 하이퍼 리좀 시티와 바이오필릭 생태도시」,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의 「메디컬 패러독스」, 김광기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과정 겸임교수의 「ESG 인플레이션: ESG가 펼칠 경제 대전환과 인간 삶의 변화」,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의 「보이지 않는 윤리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등의글이 포함돼 경제·의료·환경·윤리적 변화에 대한 예측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14가지 시그널 중에서도 2024년 이후 크게 변화를 주도할 시그널은 다음과 같다. ‘뉴 바벨 시대’에서는 통역과 번역이 자동화된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 ‘딥·마이스터’는 AI와 협력해 초월지식을 창조하는 특정 분야의 마이스터 성장, ‘레인보우 칼라’에서는 N잡러·부캐를 넘어 레인보우 칼라 인재가 활동하는 시대의 시그널을 다루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미래 전망 서적은 트렌드라는 일면에만 치중하고 있다. 트렌드만 바라보고 간다면 남의 뒤만 따라가게 된다.이제는 시그널에 주목해 미래를 대비하고 앞서가야 하는 시기이다. 『시그널 코리아 2024』는 단순히 새로운 트렌드의 표면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형성하는 저류를 깊이 파고들어 심층적인 미래 변화의 시그널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시그널에 주목하게 되면 그 시그널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경로를 추적하고 예상함으로써 시그널의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준비를 위한 실용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2024 ‘청룡의 해’를 맞아 미래 문해력을 높이는 것은 각 개인과 조직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며, 이 책이 그 여정의 든든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규연
(사)미래학회 회장재난에 맞서는 과학
박진영 지음 | 민음사 | 216쪽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에 흔적을 남기며 영향력을 떨친다면, ‘세월호’와 ‘이태원’은 사회적 재난의 상처를 남겼다. 인간·사물·사회의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벌어지는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학계와 현장을 오가는 환경사회학 연구자인 저자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오랜 연구의 결실을 한 권의 책에 모았다.북행
허성관 지음 | 인문서원 | 320쪽저자가 오랜 세월 동아시아 북방을 누비며 그 찬연했던 한민족 역사와 문화의 자취를 직접 눈으로 더듬고 발로 찾아낸 우리 역사 문화 순례기. 2013년 북경에서 산서성 대동과 태원을 거쳐 태항산맥을 따라 남하해 하남성 안양까지 답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광활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유적지들을 찾아간 장장 수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답사 여행의 기록이다.드라마를 읽는 세 가지 키워드
박명진 외 3인 지음 | 452쪽 | (주)박이정출판사희곡이나 연극, 영화에 비해 TV드라마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것에 대한 학문적인 가치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곤 했다. TV드라마는 광고나 유행가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모성 통속 문화에 불과한 것인가? 이 책의 필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답한다. TV드라마는 그 시대의 철학, 시민적-개인적 행동규범을 창출하거나 재현한다.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
최현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592쪽저자는 이 책에서 사진엽서에 함께 인쇄된 노래들, 즉 상징적인 ‘조선의 소리’인 「아리랑」을 필두로, 조선의 장소와 공간들이 품은 풍취와 이를 바라보는 내지인의 시선이 담긴 가사들, 일본어로 번역된 조선 민요와 동요들을 분석하면서 그 문학적 의미와 그것들이 수행하는 정치성과 이념성의 역할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미래의 기원
이광형 지음 | 인플루엔셜 | 556쪽미래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매일 쏟아지는 신기술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 속에 앞으로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의견이 분분하다. 수십 년간 미래를 연구해온 저자는 그 해답을 오늘의 인류를 있게 한 빅히스토리에서 찾았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보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를 찾을 수 있다.맨 앞, 처음의 형태
맥락과비평 편집위원회 지음 | 이유출판 | 232쪽문학이 다른 장르와 대화를 시도하는 이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단행본의 형식을 취하되, 무크지 성격을 갖는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으로 이번 호는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내는 맛보기 출간이다. 문학 연구자들과 창작자, 건축가가 한국 근현대문학의 여러 주제와 쟁점들을 ‘전위’라는 개념으로 살펴보면서 그 논의를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치유의 언어 상권
최기재 지음 | 인간사랑 | 419쪽『노자』·『열자』·『장자』는 머리맡에 두고 아무 곳을 펼쳐도 마음의 평화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이들 책 속의 언어는 삶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치유의 주삿바늘이며, 지금 여기에서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나침반이다. 한쪽 세상에 치우친 삶을 사는 친구들에게 권할 마음의 여유를 담은 찻잔이다, 조화와 균형의 빛이 되는 책이다새로운 꽃 그림책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 허정화 옮김 | 나무연필 | 96쪽이 책은 르네상스가 발흥하고 신항로 개척 시대의 서막이 열리던 시기, 유럽에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 활약한 저자의 초기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뜰에서 꽃과 곤충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메리안은 결혼을 하고 큰딸을 낳은 뒤 1670년 남편의 고향인 뉘른베르크로 이주했다.분야별 신간
인문단테 『신곡』 읽기 | 프루 쇼 지음 | 오숙은 옮김 | 교유서가 | 432쪽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 | 최현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592쪽전통과 현대 | 천라이 지음 | 문수정 옮김 | 소명출판 | 402쪽현대예술 철학 | 콘라트 파울 리스만 지음 | 라영균·최성욱 옮김 | 한울아카데미 | 245쪽
예술K-한국영화 스토리텔링 | 김용희 지음 | 소명출판 | 240쪽정치-사회장하리 | 추미애 지음 | 해피스토리 | 358쪽포스트 윤석열 | 황형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6쪽
과학미래의 기원 | 이광형 지음 | 인플루엔셜 | 556쪽새로운 꽃 그림책 |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 허정화 옮김 | 나무연필 | 96쪽역사대한제국·식민지 조선의 철도 여행 안내 | 김선희 편역 | 소명출판 | 850쪽북행(北行) | 허성관 지음 | 인문서원 | 320쪽
잡거와 혼종 | 반기현 외 11인 지음 | 소명출판 | 380쪽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 알베르토 몬디·이윤주 지음 | 틈새책방 | 324쪽문학-에세이갈래의 미학 | 황윤정 지음 | 교유서가 | 84쪽구인회문학의 재인식 | 김영민 외 7인 지음 | 소명출판 | 301쪽공부하는 공무원… 북한 체제의 지속, 여성의 역할에서 찾다
『통일로 향한 윤미량의 삶과 글』 굿플러스북 | 2023 | 516쪽
『Women in North Korea』 윤미향 지음 | 굿플러스북 | 2023 | 340쪽“북한 여성에 대한 연구, 특히 영어권에서 접할 수 있는 저술은 빈곤하기 그지 없었다. 북한 여성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물이, 그것도 영문 저술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북한 여성들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강인한 존재였다.”
개인적 회고
그녀는 필자의 고향 선배이자 학과 선배였다. 여학생이 드물었던 1980년대 초 말 그대로 ‘홍일점’이었다. 나의 고향을 알게 된 교수님들이 “윤미량을 아느냐?”며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했을 때, “누구지?”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선배들에게 그녀에 대해 물었을 때, 공통된 답변은 “교수님들조차 인정하는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흑석동의 한나 아렌트”라는 별명도 갖고 있었다.게다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시위를 주도하며,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며 사자후를 토했다는 전설적인 소문도 들려왔다. 대학 1학년이 만나기에는 ‘넘사벽’의 존재였다. 얼핏 한두 번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함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말을 건네며 깊은 대화를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그 후 나 역시 학문의 길에 접어들면서 “잘 나가는” 윤미량 선배의 소식을 속속 전해 들었다. 늘 “최초”라는 수식어로 시작하는 그녀의 승진 소식은 후배들의 자랑거리였다. 전공이 달라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역쉬 윤미량이야”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윤미량 전 국립통일교육원장(이하 ‘원장’)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18년 작은 공부 모임에서였다. 고향 사람들 중심으로 진행되던 공부 모임에 그녀를 초대하여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한 특강을 듣기로 했던 것이다. 40년 만에 만난 그녀는 앳된 목소리의 문학소녀 그대로였다. 쾌활한 얼굴 표정과 ‘라’ 음의 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순수함이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통일의 꿈’이 되살아나고 전율이 느껴졌다.공부하는 관료의 전형
윤 원장은 공직 생활 가운데서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북한 여성정책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마쳤다. 1997년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Women in the Two Nations and Four States」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초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 초빙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북한 여성에 관한 영문판 원고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Women in North Korea』의 초고다.그녀는 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실력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일은 도둑처럼 급작스럽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보다 진지한 자세로 연구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남긴 두 권의 책은 공직자로서 어떤 자세로 공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통일로 향한 한 인간의 진지함
윤 원장이 남긴 글은 북한 체제에서 통일정책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맡은 업무만큼이나 다양하다. 북한과 같이 종잡을 수 없는 존재를 상대해야 하는 통일부 관료들에게 북한 체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여러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주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 체제의 내구성, 혹은 지속가능성이었다. 남북 교류나 통일정책 역시 북한 체제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통일로 향한 윤미량의 삶과 글』은 내용과 형식에서 유고집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겨진 글은 통일을 향한 뚜렷한 지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여느 북한 전문가들과는 달리, 북한 여성의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북한 체제의 지속을 설명하는 주요 논지는 북한에도 시장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배급체제가 붕괴된 이후 그나마 마을마다 시장(장마당)이 개설되고 여기서 필요한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여기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윤 원장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녀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기간에도 가정(그리고 체제)이 유지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로 북한여성들의 역할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윤 원장이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인 동시에 북한 체제의 본질을 더 깊게 성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Women in North Korea북한은 여느 사회주의국가와 마찬가지로 여성 해방을 달성했다고 외쳤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정반대라고 윤 원장은 주장했다. 김일성 부자의 세습이 계속되면서 가부장적 체제는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여성들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강인한 존재였다는 것이 그녀의 영문 저서 『Women in North Korea』의 핵심 주장이다. 가장 극적인 순간이 1990년대 초반대기근 때였다. 많은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곡식을 가꾸고 장터에 물건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책임졌다. 억압적인 가부장제 사회가 늘 그렇듯 위기가 닥치면 남성들은 무능했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했던 이는 바로 여성들이었다. 바로 북한의 여성들이 가족을 건사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북한 체제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그 어떤 이론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이다. 그럼에도 북한 여성에 대한 연구, 특히 영어권에서 접할 수 있는 저술은 빈곤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물이, 그것도 영문 저술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윤미량은 일찍 떠났지만, 그녀가남긴 저술은 북한 연구의 찬란한 별이 되어 남을 것이라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통일의 별이 된 고 윤미량(1959~2022)의 삶
윤미량 전 국립통일교육원 원장(사진)은 마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정치외교학과에 4년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는 선호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민주화 시위에 적극 가담, 노량진 경찰서에 구금되기도 했지만,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학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1986년 11월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윤미량은 1987년 5월 공직생활을 시작하여, 통일부 여성 최초 사무관·과장·고위공무원, 최초의 여성 하나원장, 여성 최초의 국립통일교육원장 등의 기록을 세우면서 2015년 2월 퇴직시까지 통일부에서만 일했다. 27년 9개월 통일부 근무 내내 한반도 통일 준비 업무와 결혼한 듯, 그가 자주 쓰던 표현대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일에 몰두했다. 스스로를 “통일의 딸”이라 지칭하며 평생 미혼으로 지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산가족과장으로 남북적십자 실무회담에 참가한 이래, 통일부가 담당한 각종 남북한 실무 대표로 활약했다. 탈북민의 숫자가 1년에 3천 명 선을 육박하던 2009년부터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하나원장에 부임하여 3년 1개월간
복무하면서 최장수 원장의 기록을 남겼다. 마지막 공직이었던 국립통일교육원장 때는 학생 등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통일교육을 펼쳤다.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고 통일부에서 “여성 첫” 직책을 가장 많이 맡았으며,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였던 2013년 5월 무렵에는 당시 중앙부처내 유일한 여성 가급 고위공무원이었다.
업무에서는 “까칠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엄격했지만, 부하 직원들도 잘 챙겨 통일부 후배들이 꼽은 ‘본받고 싶은 간부’였다. 통일부 공무원노조 구성원이 투표로 선정한 ‘베스트 과장패’와 2년 연속 ‘베스트 국장패’를 받기도 했다.2015년 오랜 공직 생활을 끝내고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어린 시절 간직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2년 6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다.청룡의 해, ‘견리사의’를 생각한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올해의 사자성어’는 대한민국의 한 해를 압축적·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매년 12월에 발표하고 있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이 설문에 응했고,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예비 선정된 사자성어 중 ‘견리망의(見利忘義)’가 30.1%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이것은 한마디로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의미이다. 아마 교수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의 정치인들,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등 사회의 힘있는 기득권 세력이 ‘이로움’을 좇는 세태를 통렬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023년을 돌아보면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시대의 시작”이라는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수도권 일극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소멸’의 시계는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거기다가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가구당 0.6명 대로 접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 출산률인 1.58명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전체 회원국 중 꼴찌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2018~2020년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0년 통계 결과,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는 OECD 평균 자살률 11.1명의 2배를 넘는 수치이다. 그리고 임금 근로자수 100명 당 발생한 재해 건수의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 전체 2022년 기준 0.43명으로 10여년간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며, OECD 평균인 0.29명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것이 산업 현장의 뼈아픈 현실이다.그러면 왜 한국에서 이러한 출생율 최저, 자살률 최고, 높은 산업현장 재해률을 보이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존엄’에 기반한 출생률 정책, ‘인간존엄’을 지키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적절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생애 주기별 복지지원정책, ‘사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에는 자신의 이익을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대한민국에 필요한 깨어있는 시민이다.람을 우선’으로 하는 산업현장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부재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 사회 전반의 체제하에서 어떻게 어느 정도 보호·보장받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실은 ‘이로움’만을 좇다 보니 ‘의로움’을 잃어버린 ‘견리망의(見利忘義)’의 세월이 수 십년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위와 같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이고, 지난 한 해도 이러한 점
들에 대한 개선의 기미나 징후는 아직 발견할 수 없다. 결국 앞으로도 태어날 미래세대가 출생 후에 성장하면서 얼마나 ‘인간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양질의 직업을 선택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는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야만 이러한 최악의 기록들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한 마디로 ‘견리사의(見利思義)’의 태도와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이란 유묵을 남겼다. “이익을 마주하면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올바른 삶과 조국을 생각했던 그의 기개와 의로움, 순수함은 지금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의로움이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인 정성환은 ‘심장이 뛰는 이유’라는 시에서 이리 말하고 있다. “낭떠러지 같은 등 보이며 쉽게 돌아서지 말고 함께 울어주라고/ 넘어져 울거든 일으켜 세워 눈물닦아 주라고/ 세상이 메말라도 차가운 사람 되지 말고 뜨겁게 손 내밀라고/ 두근두근 등불을 켜고 서로를 밝히라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겁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고, 이로움을 좇을 때 반드시 ‘의로움’을 가슴에 새기고 그것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에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올바름’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 스스로가 나라의 미래임을 자각하고, 의로움을 잃지 않고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개인적인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삶의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에는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이러한 시민이 지금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 대한민국에 필요한 깨어있는 시민이다.이런 시민들에게 다시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반드시 올 ‘대한민국의 봄’을 기다리며 ‘이익을 보면’ 반드시 옳은 지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민들이 연대합시다. 어깨를 겯고 서로의 심장 고동소리를 북소리 삼아 담대한 발걸음을 다시 시작합시다!”라고.충북대, ‘종이 없는’ 연구비관리시스템 전면 시행
오는 3월에는 종이 없는 기술이전관리시스템 추가 도입
충북대(총장 고창섭)가 ‘종이 없는’ 연구비관리시스템을 지난 2일부터 전면 도입했다.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때 발생하는 종이를 최소화하고 연구자 중심의 효율적인 행정처리를 위해서다.이번 종이 없는 연구비관리시스템 도입은 지난 2023년 4월 17일 고창섭 총장의 취임 이후 산학협력단이 연구자 중심의 연구역량 강화와 효율적인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페이퍼리스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으로 추진했다.지난 2023년 6월 1일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24년 1월부터 장소와 상관없이 연구자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종이 없는 연구비관리시스템을 시행한다.이에 따라 연간 10만 건의 연구행정에 해당하는 종이 50만장 이상을 절감하고 동시에 비대면 업무처리를 통한 연구관리 효율성 향상,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행정 프로세스를 통한 대학 연구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충북대는 예상하고 있다.
충북대는 지난해 11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선정돼 향후 캠퍼스 광역화, 연구자 및 연구비 사업 증대 등 대내·외 연구 환경 변화에 따른 효과적이고 고도화된 연구비관리 통합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페이퍼리스 연구비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세대 글로컬 연구비 관리시스템 개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지역혁신플랫폼(RIS)사업 선정 권역(충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전북)의 사업비관리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2025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전환시 대한민국 대표 연구비관리시스템 플랫폼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양훈 충북대 산학협력단장은 “오는 3월에 종이 없는 기술이전관리시스템을 추가 도입해 연구자 친화적 산학협력체계 구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사용연구자 모니터링을 통해 연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개선사항을 상시 점검해 시스템 및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연구개발 잠재력과 기술의 가치창출간의 Gapzero플랫폼강화를 통해 연구중심 글로컬 산학협력대학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중앙대, AI휴먼 사회자가 진행하는 시무식 열어
중앙대(총장 박상규)가 새해 첫날을 맞아 AI와 함께 하는 시무식을 선보였다.
중앙대는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2일 AI휴먼이 사회자를 맡아 진행하는 ‘2024년 갑진년 시무식’을 개최했다.이날 개식 선언과 함께 등장한 AI 사회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첨단 과학기술 융복합분야 연구를 통해 연구중심대학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앙대의 현황과 미래 포부를 소개했다. 이어 내빈 소개, 국민의례, 이현순 이사장 신년사, 박상규 총장 신년사, 새해 소망 영상 상영으로 이어진 행사 전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AI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중앙대 시무식 모습이다. 사진=중앙대
한 행사 참가자는 “화면을 통해 등장한 AI 사회자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자연스러운 억양과 진행 실력을 보며, 발전
한 AI 기술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AI를 기반으로 전주기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중앙대의 중장기 비전 CAU2030+에 발맞춰 AI와 함께 하는 대학 문화를 선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중앙대는 교육과 연구를 넘어 일상을 통해 AI를 체험하는 AI캠퍼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국책 AI대학원과 AI학과를 통해 유기적인 AI인재 양성 체계를 마련한 데 이어 AI와 모든 학문단위가 융합하는 AI+X 시스템, AI기반 학생 지원시스템인 CAU e-Advisor 등을 통해 AI시대를 선도하는 중이다.앞으로도 중앙대는 취임 초기부터 AI 기반 학문·행정 구현을 강조한 박상규 총장의 의지를 반영해 AI 사회자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 S등급, 역대 최고 취업률 기록, BK21사업 전국 6위권 등극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중앙대는 융복합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형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문화융복합 분야특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전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충남대, 2023 우수강의 교수 10명 선정
강의평가 상위 7%와 학생회 추천으로 선발
충남대가 2023 최우수강의 교수 4명과 우수강의 교수 6명을 선정했다. 지난 2일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표창패를 전달했다.충남대는 2023학년도 강의 담당 전임교수를 대상으로 ‘단과대학(학과)별 강의평가 상위 7% 교수’ 트랙과 ‘단과대학(학과) 학생회 추천 교수’ 트랙으로 나눠 10명의 우수강의 교수를 선발하고, 최종 심사를 통해 트랙별 ‘최우수강의 교수’와 ‘우수강의 교수’를 선정했다.‘강의평가’ 트랙에서 심리학과 김주은·지질환경과학과 유재형·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이승현 교수가 최우수강의 교수로, 의류학과 노주현·간호학과 서경산·교육학과 손은령·언어학과 신상은 교수가 우수강의 교수로 선정됐다.‘학생회 추천’ 트랙에서 일어일문학과 금종애 교수가 최우수강의 교수로, 사회복지학과 강지영·언어학과 윤수연 교수가 우수강의 교수로 선정됐다.일어일문학과 금종애 교수는 단계별로 일본어 및 어학의 이론과 개념을 이해하고 어휘, 문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문,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어학 학습 능력 및 문해력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심리학과 김주은 교수는 찬반 학습법 기반 토론수업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를 스스로 찾아 가공하고, 대중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전공 이해도 및 학습 역량을 제고한 점을 인정받았다.지질환경과학과 유재형 교수는 강의 설계 시 실무적 니즈, 연구 동향 및 트렌드, 학생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요소를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이 강의에 더욱 집중하고, 학습한 지식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이승현 교수는오타(Typo) 찾기, 뉴스 활용 질문, 응용력 향상 등 3가지 강의 전략과 실습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를 높이고, 공학적 이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사회복지학과 강지영 교수는 실제 기관연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적응과 이해를 도움은 물론, 사회 현상에 대한 조사 및 분석 강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전공 지식 활용 및 사회조사 역량 강화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의류학과 노주현 교수는 수업 과정 및 결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학생 개별 만족도를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실무 환경과 유사한 조건의 이론과 실제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간호학과 서경산 교수는 수업별, 학년별, 교과 형태별 학습 성취 수준과 강의 전략을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학생들이 전체 간호학 개념부터 사례 적용, 지식의 통합,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데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
교육학과 손은령 교수는 과제 꾸러미, 거꾸로 학습, 모의 상담, 경험보고서 등 경험 중심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문 상담 지식을 제공함은 물론, 교육학과에 처음 개설된 캡스톤 교과목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점을 인정받았다.언어학과 신상은 교수는 언어병리학의 임상접근 방식인 근거기반실제와 사례기반학습 기반 교수-학습 전략을 통해 이론과 실제를 연결함으로써 학생들의 전공 이해도 제고와 미래 역량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언어학과 윤수연 교수는 강의 전반은 물론, 소논문 작성 프로젝트, 연구조사 시 구체적인 피드백과 세심한 공감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고양함으로써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고차원적으로 활용할 발판이 됐다는 점을 인정받았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 소장 ‘복재선생집’ 보물 지정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관장 문선옥)이 소장하고 있는 『복재선생집(復齋先生集)』이 지난해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돼 관보에 게시됐다.
『복재선생집』은 조선 개국공신인 복재(復齋) 정총(鄭摠, 1358∼1397)의 유고 시문집이다. 황보량이 지은 발문에 이 책의 간행 경위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1446년(세종 28) 정총의 둘째 아들 정효충이 유고 시문을 수집․편차하고 손자인 정옥경이 편집해 강원도 관찰사 이선제와 도사 정호연에게 『복재선생집』 간행을 부탁했다. 이에 황보량의 감독으로 목판을 완성했다. 이때 조성한 목판으로 인출한 초간본이다.
2권 1책인 이 책의 상권에는 172수의 시가 수록돼 있는데, 주로 과거에 급제해 관직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1395년(태조 4)사신으로 명나라에 가기 직전까지의 작품들이다. 하권에는 왕명을 받아 정도전 등과 함께 수찬한 『고려사』에 대한 서, 송거중 등의 부탁으로 지어 준 「신주향교기」 같은 기문, 정몽주의 공로를 치하하는 「교문하찬성사정몽주서」 같은 교서, 태조 이성계의 아버지인 환조 이자춘의 「정릉비」 같은 비명 등이 수록돼 있다.이러한 수록 내용 등으로 볼 때 『복재선생집』은 그 뒤에 간행되는 중간본 등의 편차에 모본(母本)이 됐음을 알 수 있다고 경상국립대는 전했다.
또한 『고려사』, 『고려사절요』, 『태조실록』 등의 관찬 사서를 보완할 수 있는 내용도 수록돼 있어 여말선초의 역사적․정치적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정총의 문학 성격과 함께 인적 연계망 등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복재선생집』에는 황보량의 발문 다음에 간행 업무를 담당한 인물들의 역할 및 성명 등이 담긴 간행기록도 수록돼 있어 조선 전기 출판․인쇄 문화의 실체와 조성 조직체계 등 연구에 매우 귀중한 기록유산이다.이 고서는 2007년 하동 최증수 씨가 기증한 고서 847권 중에 포함된 것을 고문헌도서관에서 발굴해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김재형 서울대 교수, 한국민사법학회 회장 취임
김재형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사진)가 1월 1일 한국민사법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 2016년 대법관으로 임명됐고, 임기를 마친 후 2023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다시 임명됐다. 대법관을 마치고 법학 분야 학회 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민법 개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실무계뿐만 아니라 외국 학계와도 활발하게 교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민사법학회는 1957년 창립해 법학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회원 수가 500여 명인 민사법 분야의 대표적인 학회이다. 민법 제정 이후 민법학의 발전을 이끌어 왔으며, 민법 개정과 민사특별법의 제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김원대 인하공전 교수, 한국측량학회 23대 회장 취임
김원대 인하공전 교수(건설환경공학과·사진)가 (사)한국측량학회 제23대 회장에 취임했다. 전문대학 교수로는 처음이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김원대 신임 회장은 “각종 재난, 재해에서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스마트 건설, 디지털 트윈과 같은 분야에서 측량 수요도 날로 증대되고 있다”며 “회장 임기 동안 건설, 안전, 시설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와 조화로운 활동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욱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항해항만학회장 취임
송재욱 국립한국해양대 교수(항해융합학부·사진)가 1월 1일자로 (사)한국항해항만학회 학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앞으로 2년이다.
송재욱 신임 학회장은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사이버보안,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영역이 항해항만 산업 및 연구분야로 접목될 수 있도록 학문적 영역을 넓혀 나감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우수한 연구성과를 활발하게 공유할 수 있는 학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학회의 혁신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항해항만학회는 1976년 선박운항 분야의 학술연구를 위한 한국항해학회를 시작으로, 2002년 항만물류 분야의 학술연구를 위한 한국항만학회와 통합했다.김순미 숙명여대 교수, 한국번역학회 13대 회장 취임
김순미 숙명여대 교수(영문학부·사진)가 한국번역학회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2년이다.
김순미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 석사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통번역학 석사를 마치고 세종대에서 번역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번역학회 수석부회장과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1999년 창립된 한국번역학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통번역학 학술 단체로, 번역과 번역학의 정립을 위한 다양한 학술 활동을 통해 한국의 번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학회의 학술지 <번역학연구>는 지난 2019년 인문학 전체 분야 KCI 영향력 지수 1위를 달성하면서 어문학 분야 대표 학술지로 선정되는 등 국내 어문학 분야 최고의 학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김창윤 경남대 교수, 한국경찰학회 19대 회장 취임김창윤 경남대 교수(경찰학부·사진)가 한국경찰학회 제19대 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1998년 창립된 한국경찰학회는 이황우 교수를 초대 학회장으로 창립된 학술단체다. 경찰학 및 범죄학 그리고 형사사법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와 법조인, 공무원 등이 회원으로 있는 경찰학 및 범죄학 관련 대표 학술단체이다.
김창윤 교수는 동국대에서 경찰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찰청 경찰대개혁 TF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찰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교육과 연구 발전에 기여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경찰학 총론』, 『경찰학 각론』, 『범죄학과 형사사법체계론』등이 있다.김진기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경영과학회 회장 취임김진기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부·사진)가 한국경영과학회 제3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1976년 창립한 한국경영과학회는 과학적 접근에 의한 경영혁신을 연구하는 학회로, 회원 4천4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김진기 신임 회장은 한양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석사,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통신·전파분야의 정책연구를 수행했으며, 정보통신정책 분야의 다양한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정책자문을 해오고 있다. 통신정책 개발과 ITU 전문가 활동에 대한 기여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2회 수상한 바 있다.새해는 재탄생 절호의 기회
기고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2024년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는 1월과 함께 시작한다. 영어로 1월을 가리키는 ‘January’의 어원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의 수호신 ‘야누스(Janus)’다. 야누스는 한쪽은 과거를, 다른 쪽은 미래를 바라보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이는 새해의 시작인 1월이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 속에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사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시간과 공간은 138억 년 전쯤에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하는 우주의 탄생인 빅뱅과 함께 생겨났다. 호모 사피엔스로 명명되는 현생인류는 46억 년 전 태양계의 일원으로 형성된 지구에서 길게 잡아야 30만 년 전경에 출현했고, 내가 지구생명체로 존재하는 수명은 길어야 100년이다.인간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너무나 작고 덧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2종류의 학문을 한다는 점이다. 먼저, 인문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자각하고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노력을 한다. 그런 인문학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다.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이 과학이다.
과학의 힘은 무엇보다도 갈릴레오가 선구적으로 연 ‘세계의 수학화’에서 나왔다. 인간은 아무리 작거나 큰 것도 얼마만큼 그런지를 숫자로 표시할 수 있기에, 그것을 토대로 우주의 법칙을읽어내는 독해력을 향상하는 과학의 진보를 이룩했다. 20세기에 과학기술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발명했고 급기야는 지구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밖 우주로 나가 지구가 해와 달처럼 뜨는 ‘지구돋이(Earthrise)’를 보았다.
측정한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있음을 뜻한다. 우주는 138억 년 전 아주 작은 점이 폭발하는 빅뱅으로 시작해서 풍선처럼 계속 커지다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언젠가는 결국 열적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열적 죽음(Heat Death)’에 이르거나, 우주를 팽창시키는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는 ‘빅 프리즈(Big Freeze)’로 종말을 맞는다.관찰자가 만들어낸 허구로서 시간
우주를 포함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 지구도 태양도 인간도 우주의 시작과 끝 속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중력의 영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시간은 관찰자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점이다. 하루의 시간은 태양의 위치 변화와 관련해서 인간이 정한 측정값이며, 고대-중세-근대와 같은 역사적 시간은 사건들의 연속성과 그것들의 인과 관계로 구성한 서사에 따라 인위적으로 규정한 집합적 시간이다.2024년 새해라는 시간은 태양의 위치에 따른 객관적 시간과 역사적 시간의 조합으로,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종래의 율리우스(Julius)력을 개량해서 제정한 태양력에 근거한다. 기본적으로 그레고리력은 태양년(지구가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2024년이란 숫자는 예수의 탄생과 연관되고, 새해를 1월 1일로 정한 것은 로마 역사와 전통에서 유래한다.시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 인류는 과학 덕분에 시작과 끝을 알 수 있고, 인문학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 는다. 이미지=픽사베이
초기 로마력에서 1월 1일은 새로운 집정관들이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는데, 이후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이 도입되면서 이 날짜가 새해의 시작으로 공식화됐다. 이처럼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2024년 새해가 밝아왔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이벤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이벤트를 벌이는 것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에 재탄생의 부활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탄생이라는 사태로 주어지는 유일성한나 아렌트(1906∼1975)는 그런 인간의 특성을 ‘탄생성(naturality)’이란 용어로 개념화했다. “인간은 각자가 탄생함을 근거로 해서 이니티움(initium), 곧 시작이면서 세계로 새로 온 자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시작하는 자발적 능력을 지니며, 그래서 시작하는 자가 됨과 동시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인간은 탄생이라는 사태로 주어지는 이 유일성 덕분에 유일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곧 인간 스스로가 신의 창조 행위를 반복하고 증명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아렌트는 그런 탄생성을 통해 우리는 ‘beginning something new’, 곧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과 ‘beginning anew’, 곧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의 2가지 혁명으로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2024년 새해는 그런 이중의 혁명을 할 수 있는 재탄생의 기회로 주어졌다.
1월은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이고, ‘지금, 이 시간’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자기 인생의 창세기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24년 새해의 행운과 평화를 기원한다.* 필자와 모임의 동의를 얻에 이 글을 게재합니다. 글의 출처는 소식지 ‘성숙의 불씨’ 제867호 「새해의 의미」.AI가 일해도 자본가 배불린다…이제는 ‘로봇세’ 고려할 때
인류의 미래와 기술 격차
최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미래의 기원』(인플루엔셜 | 540쪽)을 펴냈다. 1장 「세상의 시작」부터 11장 「인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담았다. 그 중 3부 「인류의 미래」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이 총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이다. 오랜 시간 미래를 연구한 그가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미래 예측법은 빅히스토리 탐구다. 특히 그는 역사 속에 일어난 환경(도구)과 인간(사상)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그리고 자연과 시대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적응한 자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고 주장한다.인간의 역사를 긴 안목에서 살펴보면 기술이 환경 변화로 작용해 사상을 변화시킨 사례도 많지만, 그 반대로 사상이 기술 발명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사상과 도구는 상호작용하며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즉 인체와 정신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줄기세포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 대표적이다.
줄기세포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220여 가지의 세포, 즉 혈액세포, 근육세포, 뼈세포, 연골세포, 신경세포 등을 만든다.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는 특정 조건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재생 기능이 고장 난 척수, 심장, 뇌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적으로 질병을 일으키거나 약한 부분을 제거해 더 건강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AI와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AI가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다. 자아의식의 두 요소인 개체 보존 본능과 종족 보존의 본능이 일부 AI에서 부분적으로 나마 드러나고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더 발달하고 상용화된다면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에도 적용되어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을지 모른다. 전신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에게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
몸은 기계지만 그 안의 데이터는 사람의 뇌와 같은 사이보그 신인류의 출현이 거론되고 있다. AI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유사 자아가 생긴다면, 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할까? 어떠한 권리도 부여하지 않고 그들의 참정권을 억압한다면, 과거와 같은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현대사회의 노동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 노동으로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일조차 AI가 대신하고 있다.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 존재에 관한 회의감이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신기술이 가져올 다양한 미래 중 무엇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가장 큰 미래 변화는 신인류의 출현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자연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를 가진 생체증강인, 바이오닉스 기술을 통해 뇌가 컴퓨터나 로봇 등에 연결된 AI 증강인 그리고 AI에게 자아가 생겨 인간과 같은 격을 가지게 된 기계인이 등장할 수 있다.21세기의 특징 중 하나는 격차의 심화다. 각 개인의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된다. 기술 발달로 인한 격차 심화는 국가 간에서도 문제가 된다.
로봇세는 현대 자본주의의 격차 심화를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는 노동으로 근로 소득을 얻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으며, 이는 사회 전체의 복지에 부분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될 경우, 로봇이 올린 부가가치는 자본가가 전부 취한다.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로봇세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을 하는 로봇의 소유주가 세금을 부담하는 제도로, 전 세계적으로 고려될 법하다.손목 회전 가능한 로봇
신체 부담을 줄이다김기훈 포스텍 교수 연구팀최근 포스텍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기훈 교수, 기계공학과 최서영 연구원 연구팀은 로봇의수에 손목 회전 모듈을 도입해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공학 및 재활 저널』에 게재됐다.의수는 손 일부가 부분적으로 절단된 사람들의 ‘새로운 손’이다. 하지만 기존 의수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의수와 이어지는 손목을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었다. 그로 인해 환자는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이에 대한 보상 행동 패턴을 반복하며 팔과 상반신을 과도하게 사용했다.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교통사고로 엄지와 검지를 잃은 환자용 의수를 새로 개발했다. 이 의수는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를 센서로 감지해 움직이는데, 기존과 달리 손목 회전 모듈을 도입해 환자가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왼쪽부터 포스텍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기훈 교수, 기계공학과 최서영 연구원이다. 사진=포스텍
국내 한 기업이 국가유공자 50명에게 로봇 의수와 의족 등을 선물해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로봇 보조기구는 선천적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신체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의 일상 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나 로봇 보조기구로 자연스러운 동작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이어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의수와 기존 의수, 그리고 정상인의 팔과 상반신 근육 움직임을 비교 분석했다. 근전도 신호와 모션 캡처 시스템으로 팔과 상반신 근육 활동을 측정한 결과, 손을 뻗어 물건을 잡는 동작에서 정상인과 기존 의수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근전도 신호는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 표면으로부터 근섬유를 따라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로 팔과 상반신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됐다.또한 기존 의수 사용 시 어깨와 상반신 움직임이 정상인 대비 약 260%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의수를 사용할 때 손목 회전이 부자연스러워 팔과 상반신을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의수를 사용한 경우, 상반신 움직임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근골격계에 2차 손상을 주지 않고,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의 의수는 손 기능 평가에서도 기존 의수 대비 기능이 30% 이상 향상됨을 보였다.
김기훈 교수는 “로봇 보조기구를 만들 때 단순히 특정 신체 부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연결된 부위도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로봇 의수를 안전하고 오래 사용하며 사용자가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 으로 보내주세요한국정치의 비상구는 있는가?
딸깍발이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하며 한 말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과 상식을 무력화하는 현상황이 “걱정스럽고 혼란스럽다”며, 절찬리에 상영중인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했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이었던 시대를 지나왔는데 이제는 검찰 출신이 지배하면서 극한 대립의 ‘검투사’ 정치만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2024년 신년사는 “싸우지 않고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말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오로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파행적인 개각과 여야 정치권의 끊이지 않는 갈등이 한국사회를 비상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정치는 낙제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좋은 정치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로부터 시작되는데, 현 정부들어 오히려 ‘검찰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인 검찰 출신들이 정부의 중요한 자리를 장악하고, 곳곳에 지나치게많이 등용되고 있다. 또한 현직 검사들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비단 정관계만이 아니라 기업과 언론에도 검찰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주의의 본질인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법치가 정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국민을 위한 책임정치인데, 현실은 퇴보하고 있다. 장관과 차관으로 임명된 인물들이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몇 개월 만에 직을 내던지고 있다. 총선 정치판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권력을 좇는 불나방처럼 보인다. 총선 출마 행보를 위해 장·차관직을 버린 그 빈자리를 위해 개각이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취임후 특별히 한 일도 없이 총선용 교체 개각을 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인사가 단행되었다. 무엇을 위해 장관직을 수락했는지, 또 어떤 명분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인지, 총선을 위한 ‘스펙쌓기’라는 세간의 지적이 적절해 보인다.“저 안에 있는 인간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봐 그거 물라꼬 있는 거거든.”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한 말이다. 팩션에 기반했지만 전두환 정권의 등장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신군부 하나회 인맥이 ‘국가를 위한 결단’이라고 천명한 것과는 달리, 실상은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권력욕으로 자행된 군사반란이었음을 비춰주었다. 한편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책임을 다하는 ‘이태신’과 같은 인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신당을 만들고, 변화와 혁신을 역설하지만, 국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고, 서민의 삶을 헤아리는 참 정치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22대 총선이 한국 정치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정치는 권력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서로 타협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대화와 협상이 없이는 지금의 정치적 분열을 해결할 수 없다.또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직분과 역할에 충실하게 공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사적으로 권력을 이용하거나 정치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을 분산했지만, 지금과 같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면 결국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가려, 제대로 ‘선택’하는 일이다. 2024년 총선이 병든 한국 정치의 비상구가 되길 기대한다.출처=갤러리 브레송
갤러리 초대석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김수진, 피그먼트 프린트, 2023김수진 작가 전시회는 오는 13일까지 서울 중구 퇴계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일요일은 휴관이다. 작가의 작업은 기존의 레이디메이드 이미지를 가져와 변형시킨다.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가는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이다. 그중에서 뒤샹의 모나리자 그림엽서에 콧수염을 그린 「LHOOQ」(1919)와 여장 분장을 한 「로즈 셀라비 Rose Se'lavy」(1920~21)는 김수진의 작업 개념과 방식에 영감을 줬다. 워홀이나 뒤샹이 '드랙 퀸' 사진을 찍거나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작업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워홀이 주로 대중매체에서 생산된 이미지를 가져온 것처럼 김수진은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이미지 중에서 드랙 퀸과 킹의 이미지를 빌린다. 여기서 그는 이미지를 캡처하기 위해 마우스 드래그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것은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중국 “성장이 곧 안정이다”
기고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2024년, 중국은 웃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11일에서 12일까지 중국 경제와 관련한 최고 중요한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1년간의 중국 경제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년간의 주요 경제정책과 경제 청사진을 최종 결정하는 회의다. 말 그대로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이다. 이 회의는 1994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경제 운영을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1년 단위로 경제 운용의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계획경제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관련 회의 중 가장 중요한 회의이니 만큼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회의를 주재하고 국무원 총리는 경제 형세와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이회를 통해 중국의 경제 관련 최고위 정책 엘리트들은 향후 1년간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통일적 시각과 입장으로 모두 한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함으로써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지난해 중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닫혔던 국경을 리오프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먼저 개방한 세계경제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모두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중국 경제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 활성화를 모색했으나, 중국 국민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투자 역시 신형 인프라에 편중돼 실물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기저에는 올해 초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디지털경제·기술 자립·금융 위험관리에 뒀기 때문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수요와 고용 분야에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더 이상 통계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의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달라질까? 중국 나라 살림이 더 좋아질까? 미국의 신용평가기관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4~5%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수요 감소와 부동산 문제·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주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며칠 전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2024년 중국 경제 운용의 3대 기조를 제시했다.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선립후파(先立後破)” 이 세 가지이다. 전체적인 기조는 ‘성장(進)과 안정(穩) 간 상호 견인’이다. “안정 속에서 성장을 도모” 하거나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 하거나 “먼저 굳건히 자리를 잡고 난 후 고쳐 간다”라거나 하는 것은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하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성장이냐 안정이냐 하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이 곧 안정이고 안정이 곧 성장인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중국 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중국 경제 리스크 역시 해결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 요소인 실업률·금융 불안·지방 부채 리스크의 해소법은 곧 성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중국 경제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중국 정부는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철저히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의 변수는 역시 미중관계이다. 지난해 11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계의 이목이 이 회담에 쏠렸다. 정말 오랜만에 열린 양국 정상은 양국 간 대립이 극단적인 군사적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는 안전판 설치에 합의했다. 이 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최대 관심은 역시 경제 이슈였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을 풀고 기술 통제와 관련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놓을만한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경제협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올해 미중 간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다.
올해에는 세계적으로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많다. 소위 “정치의 해”인 것이다. 특히 미중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정치 이벤트는 대만 총통선거다.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제재 하의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 반도체 강국인 대만에서 ‘친중 정권’이 들어서길 원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에 대한 그 동안의 첨단 기술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변수는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다. 여기에서 바이든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미중관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중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관계가 중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중국은 대만 선거와 미국에서의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여하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중국정치를 전공했다. 최근에는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해 중국 정치의 정책 네트워크를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시진핑 1기 중국인민해방군 상장 네트워크」(2018), 『현대중국정치와 경제계획관료』(2019) 등이 있다.
‘지방대학 시대’를 위한 근본 해결 과제
교수논평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에 ‘지방대학 시대’를 표방했다. 110대 국정과제 중 85번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두고 주요 내용으로 지자체 권한 강화를 제시했다.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지역대학·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지방대학 시대’에 적합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보이지 않고, ‘지방대학 시대’는 허울뿐인 표방에 그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교육부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라이즈(RISE,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공모 사업, 글로컬대학 30개 육성, 반도체 및 첨단분야 인재 육성 추진, 사립대학 구조개선 추진, 교육발전특구 추진 등을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지방대학의 생명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라이즈(RISE) 사업은 기존의 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 LINC 3.0(산학협력선도대학(전문대학)육성사업), LiFE(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 HiVE(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 등을 통합한 것이다. 기존의 대학에서 신청하던 방식에서 지자체를 거쳐 신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 지자체 위에서 교육부가 관리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아직 대학 사무에 대한 지자체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 간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재정 지원이 어떻게 집행될지 명확하지 않다. 지자체장이 선거 때마다 바뀌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대학 운영에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글로컬대학 30개 육성 사업은 비수도권 지역 30개 대학을 선정해 5년간 학교당 1천억 원씩(년 200억 원)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는 ‘글로컬대학 30’ 사업 명칭으로 편성된 예산은 없다.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편성된 국립대 육성사업 5천277억 원,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 2천375억 원, 지방전문대학 활성화 지원 사업 750억 원 등 기존 일반재정지원 예산에 포함된 인센티브(성과 평과에 따라 지급) 예산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는 10개 내외의 대학을선정하고, 2026년에는 30개 대학까지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는 일부 대학을 선택해 집중 지원하면서 기존에 지원 받았던 대학을 역차별하는 사업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 간 통합과 학과 벽 허물기 등을 전제로 신청서를 제출해 대학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셋째, 반도체 및 첨단분야 인재 육성 추진 사업의 경우 반도체 및 첨단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 지방대학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넷째, 사립대학 구조개선 추진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4개 발의돼 있다. 4개 발의안은 지방의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학의 법인이 해산하는 경우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해산 장려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는커녕 법인 해산과 폐교를 유도하고 비리재단의 ‘먹튀’를 정당화하는 것이다.다섯째, 지난해 10월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발전특구 추진 사업은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방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없어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방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대학 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로 학령 인구 감소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위기 대책 마련을 위한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먼저 수도권에서부터 이루어진 획일적인 대학서열체제를 들 수 있다.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각 대학의 지나친 등록금 의존도를 들 수 있다.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면 수도권 대학부터 입학 정원을 줄여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오히려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대학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고등교육생태계를 건실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대학서열체제를 강화시키며 대학의 생명력을 떨어트린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교부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권쟁의실장을 지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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