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연비, 임금을 사업성 경비로 지급…연구환경 악화”

국교련, ‘교연비 개선방안’ 포럼 개최

국립대 교수 임금과 관련된 교육·연구·학생지도비(이하 교연비)에 대한 문제와 개선방안을 찾는 고등교육정책포럼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 주최로 지난해 12월 18일 제주대에서 열렸다.

유진상 국교련 상임회장(국립창원대)은 “교연비 제도는 임금 성격의 금액을 사업성 경비로 지급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라며 “교수 본연의 업무인 교육·연구·학생 지도를 별도 사업으로 편성해 교육의 질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교연비 도입 후 교직수당·연구수당 제외”

교연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기성회비 문제가 불거진 후 지난 2015년 도입됐다. 하지만 기성회비에서 지급되던 교직수당과 연구수당이 제외됐고, 연금에 포함되던 임금에서도 제외됐다.

최인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조(이하 국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연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소득세는 납부하면서도 연금에 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금이 아닌 별도의 사업비라면 초중등 교사에게도 지급되는 교직수당과 연구수당은 교연비와 무관하게 지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교연비는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교련은 대학별로 다른 ‘교육·연구·학생지도비’의 차이를 줄이고, 연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국교련

국립대 교수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지만, 법적 모순과 현실에 맞지 않는 조건으로 오히려 국립대 교육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립대재정법, 교수 학교행정 무관심 초래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협의회장은 “교연비는 국립대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립대학재정법)의 제정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법안이 갖고 있는 맹점에 대해 꼬집었다.

국립대학재정법 제22조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비용의 지급 2항에 보면 ‘교육·연구·학생지도 등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담당 업무 실적을 기준으로 각 영역별 지급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4항은 ‘통상의 업무 수행은 실적으로 인정해서는 아니 되며, 급여

보조성 경비로 지급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실적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현행안은 교수들의 학교 행정 무관심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철수 제주대 명예교수는 “대학 교수 업무 중 신입생 홍보, 중고생 특강 등 대학 홍보를 위한 중요한 업무도 있는데, 실적에서 누락돼 반영이 안되는 문제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립대 교수는 이미 교육․연구․봉사 실적을 대상으로 성과 연봉을 차등 지급하고 있어 동일한 업무에 대해 이중으로 실적을 평가해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협회장은 “결과적으로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국립대 교수의 연구력을 후퇴시켜 대학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제도”

라고 지적했다.

“대학별 교연비 차이 줄이고, 연금에 포함해야”

교연비는 비단 교수와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대학 연구 비용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기존에 기성회계에서 보조하던 연구보조비를 교연비 명목으로 변형시켜 학생과 학부모가 납입하는 대학 등록금에서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로 국가가 대학 교원의 연구비를 직접 지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교련은 당장 법 개정을 하기보다는 교연비를 증액하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대학별로 다른 교연비의 차이를 줄이고, 현재 연금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교연비를 증액하고 추가 재원은 각 대학의 발전기금을 전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번 국교련의 제안에 대해 정부도 입장을 밝혔다. 이동근 교육부 대학재정과 사무관은 “국교련이 제시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공감하며 문제해결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국가장학금Ⅱ3천500억 지원

▶1면에서 이어짐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 등록금에 대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한다. 국가장학금Ⅱ유형 예산을 500억 원 증액해 3천500억 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별 국가장학금Ⅱ유형 예산 배분 방식을 개선해 국공립대에 비해 등록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립대 재학생의 학비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교육부 예산은 95조 7천888억원이다. 취약계층 대학생에 대한 ICL 이자 면제와 근로장학금 1만 명을 확대해 394억 원을 증액했다.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는 2023년 9조3천억 원에서 올해는 15조 원으로 5조6천억 원이 늘었다. 국가장학금 5조 원 가량이 특별회계로 이관된 영향이 크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전문대 혁신지원사업비를 전년 대비 10% 증액하고, 국립대 육성 및 지방대·전문대 활성화 사업은 전년 대비 25% 정도 증액했다고 밝혔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8천852억 원(+795억원), 국립대 육성사업은 5천722억 원(+1천142억원), 지방대 활성화 2천375억 원(+475억원),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6천179억 원(+559억원), 지방전문대 활성화 750억 원(+150억원)이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경우, 인건비는 총액의 25%, 경상비는 10% 내에서 집행이 가능하다. 국립대 육성사업비는 총액의 20% 내에서 경상비로 집행이 가능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인터넷·인공지능’이 허무는 인도의 언어장벽

글로컬 오디세이

김용정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교수

인도는 2047년에 선진국 진입을 꿈꾸고 있다. 2047년을 꿈의 해로 삼는 이유는 인도가 독립을 이룬지 100년

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열망 이외에 독립 100주년 즈음에 바라는 인도의 모습 중의 하나는 통합된 인도이다. 1947년에 인도의 독립의 날을 이룬 인도의 리더들은 인도 통합이라는 거대한 꿈을 향해 달려왔었다.

현재 인도의 리더들도 인종·언어·문화의 다양성을 지닌 이 거대한 나라를 인도라는 깃발 아래 통합된 모습을 이루고자 열망하고 있다. 인도 통합이라는 열망은 각각의 분야마다 그리고 각각의 시대마다 새로운 기치를 내세우며 그 모습을 달리하며 이어져 왔다. 언어의 측면에서 1947년 전후에 통합에 대한 열망은 국어에 대한 논의와 힌디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삼고 22개의 지정어를 선정하는 과정으로 표출돼 왔다. 현재 통합된 인도를 위한 열망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도의 현지어와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통합된 미래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언어의 장벽

모바일 보급·인터넷 보급망 확충·디지털 서비스 확대를 통해 인도 인터넷 환경은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초기 영어로 설계된 인터넷 생태계에서 인도 인구의 80%에 달하는 지역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언어의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인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인 4억5천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 중에서 영어로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60% 이상이 현지어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30%는 영어와 함께 현지어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전자상거래·자동 번역이 가능한 시대에 지역어를 이대로 뒤떨어진 채로 둔다면, 인도 전체 인구의 80%에 달하는 지역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언어의 장벽에 걸려 자신의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인도 정부는 하나 된 통합된 인도를 위해서 다언어 국가인 인도가 넘어야 하는 과제로 언어의 장벽을 꼽고 있다. 인도 정부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모든 인도인에게 지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다

다국어 사용은 인도의 국제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임팔 국제공항의 간판은 마니푸리어·힌디어·영어로 표시돼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양한 언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언어기술개발과 언어상호작용계획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인터넷 생태계에 존재했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인도 통합을 이루자는 목적 하에 인도언어기술개발(TDIL)과 언어상호작용계획(Bhashini)을 수립하며 진행하고 있다. 인도언어기술개발(TDIL)은 언어 장벽 없이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보 처리 도구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도의 22개 지정어에 대한 소프트웨어 도구와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 홍보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어지는 미래 기술의 공동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다.

언어상호작용계획(Bhashini)을 통해 인공 지능(AI)과 자연어 처리(NLP)를 사용해 다양한 인도어와 영어 간의 번역을 촉진하기 위한 쉽고 반응성이 뛰어난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착수했다.

이러한 기술의 도움으로 수많은 인도인들이 자신이 편안해 하는 모어인 지역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언어의 장벽 앞에 넘어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이제 언어를 넘어서서 지식과 기술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도 델리대 힌디어과에서 힌디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힌디어·힌디문학·인도어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번역을 하고 있다. 주요 논문과 저역서에는「19세기 중엽 힌디어의 정제(整齊)와 담론의 근대성」, 『힌디어 단어형성법Ⅰ』(공저), 『인도 언어 지도』(공저), 『카라반의 종소리』(공역)가 있다.

엘도브

삶과 문학에 빛을 던져줄 한 권읠 책

사랑의 향연 세상의 문학 김종호 지음

교육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학의 구조…진흥은 없고 ‘관리·감독’

데이터로 읽는 대학 19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1

대학과 교육부의 거버넌스, 그리고 규제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는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다.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대전환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화가 필수적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결 과제로 떠오른 대학의 자율화와 관련해 법·행정·제도적으로 대학을 규제하고,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는 교육부와 대학의 거버넌스에 대해 분석한다. 첫 번째 소주제는 ‘대학과 교육부의 거버넌스, 그리고 규제’다. 두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과연,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가?’ 세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의 사립대에 대한 이중 잣대’, 네 번째 주제는 ‘교육부의 사립대학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다섯번째 주제는 ‘대학자율화을 위한 제언, 그리고 교육부의 변화’이다.

해방 이후 고등교육기관 추이를 보면, 1945년 해방 당시 대학 수는 19곳으로 사립대 10곳, 국공립 9곳이 있었다. 이후 1960년에는 70곳으로 증가해 사립대 38곳, 국공립대 32곳으로 비슷했다. 4년제 대학은 1980년 91곳에서 졸업정원제가 시행되면서 1985년에는 117곳으로 증가했다. 이어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1995년 159곳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사립대가 113곳, 국공립대는 46곳으로 증가했다. 2005년 202곳으로 가장 많이 증가한 이후, 2023년 현재는 197곳으로 줄어 사립대 152곳, 국공립대는 45곳이다. 1980년 128곳이었던 전문대학도 2000년 158곳으로 증가한 이후에 2023년 현재는 133곳으로 나타났다.

통계상으로 보면,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된 이후 대학 33곳, 전문대학 13곳 등 46개 대학이 신설됐다.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

학의 사립대 비율은 전체적으로 83.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대학은 77.2%, 전문대학은 94.0%로 나타나 고등교육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대학정원 규제와 ‘반값 등록금’

고등교육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지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학 정원에 대한 규제다. 1960년대 초반 국가의 개입이 강화돼 정부는 대학 정원을 통제⋅관리하기 시작했다. 1962년에 시행된 ‘학교정비기준령’을 통해 대학 정원의 결정 권한이 정부에 있음을 명시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입시경쟁 심화, 과열 과외, 재수생 누적 등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1980년 7월 30일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7⋅30 교육개혁)’을 발표하며 과외 금지, 중⋅고교 재학생의 학원 수강 금지, 대입 본고사 폐지, 졸업정원제 실시, 대학 정원 증원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대학 정원에 대한 자율화 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1993년에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사회 각 부문의 개혁을 추진했고, 그 일환으로 1994년 2월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1995년 ‘5⋅31 교육개혁’을 발표한다.

대학정원 자율화 기조는 2000년대 초반까지 대체로 유지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학령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교육부는 2005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2004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며 평가를 통한 대학 입학정원 감축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참여정부는 국⋅공립대는 통⋅폐합을 통해 입학정원을 감축하고자 했고, 사립대는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수도권 대규모 대학에 재정지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해방 이후 대학 수 추이

설립별 특성별 1945 1950 1960 1970 1975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2015 2020 2023

사 립

일반대 10 23 38 56 57 55 78 83 105 135 147 152 154 151 150

산업대 - - - - - - 3 3 8 11 10 7 2 2 2

소계 10 23 38 56 57 55 81 86 113 146 157 159 156 153 152

국공립

일반대 9 11 14 15 15 20 22 24 26 26 26 27 35 35 35

교육대 - - 18 13 16 16 11 11 11 11 11 10 10 10 10

산업대 - - - - - - 3 3 9 8 8 4 - - -

소계 9 11 32 28 31 36 36 38 46 45 45 41 45 45 45

대학 총계 19 34 70 84 88 91 117 124 159 191 202 200 201 198 197

전문대

사 립 - 4 9 39 65 92 103 101 137 142 144 136 129 127 125

국공립 - - 2 26 36 36 17 16 8 16 14 9 9 9 8

소계 - 4 11 65 101 128 120 117 145 158 158 145 138 136 133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 각 년도. 대학알리미 해당연도.

(2008~2012년)와 박근혜 정부(2013~2017년)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한 정원 감축이 추진됐다.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 참여 제한, 학자금대출 제한, 폐교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육부의 두 번째 주요 정책은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대학들은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다는 등록금 인상률 수준에 대한 규제와 재정지원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 제한은 15년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규제로 인해 장기적으로 대학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등교육법이 보장하고 있는 등록금 인상률조차도 인상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재정운영과 학사

운영의 자율성이 여전히 포지티브방식으로 규제받고 있는 현실이다.

사립대학을 규제하는 법령

사립대를 규제하는 주요 법령으로는 「사립학교법」, 「사립학교법 시행령」,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규정」, 「대학설립․운영규정」, 「학교법인 정관변경 보고 제출 서류에 관한 고시」, 「학교법인 임원 등의 인적사항 공개 등에 관한 고시」, 「사학기관 외부감사인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사학기관 외부 회계감사 유의 사항」, 「학교법인 및 사립학교 직인 규칙」, 「사학기간 재무․회계 규칙」, 「사학기간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 규칙」 등 많은 규정과 지침이 있다. 교육부가 이런 법령을 통해서 사립대를 규정

짓고, 규제한다.

특히 이런 법령에는 사립대를 진흥하고 지원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립학교법」의 제정 목적을 보면,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사립의 대학․산업대학․사이버대학․전문대학․기술대학 및 이들에 준하는 각종학교와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은 교육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사립대가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부 관리·감독, 국립대·사립대 적절한가

교육부와 대학의 거버넌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대학이 법령을 통해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대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개입을 통한 규제와 관리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립대에 대해

서도 국공립대와 동일하게 적용해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여성·비정규직 박사, 임금 차별 가장 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유리천장·밑바닥 일자리 효과 확인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역시 72.9% 수준으로 성별과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는 한국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고학력자인 박사학위 보유자도 이런 사회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연구가 진행됐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박사학위 보유자의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격차’(KRIVET Issue Brief 제272호)를 통해 박사학위 보유자의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사학위 보유자 간 성별 임금 격차를 최하위(10분위)부터 최고위(90분위)까지 분석한 결과, 양극단으로 갈수록 교육·경력·생산성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격차보다 ‘설명되지 않는 차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박사 군 밑바닥 일자리 효과 명확

RIF 임금분해 결과, 최하위 10분위는 총 임금격차 로그값 0.311 중 설명되지 않는 격차가 0.244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저분위로 갈수록 설명되지 않는 성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상을 통해 저임금 박사 군에서 ‘힘들고 임금은 낮은’ 밑바닥 일자리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최고위 90분위는 설명되는 격차가 0.106, 설명되지 않는 격차가 0.179로 나타났다. 고분위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임금 차별이 관찰돼 고임금 여성 박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비정규직 패널티가 ‘설명되지 않는 차별’ 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고용 형태별 임금 격차도 분석했다. 일반화 임금 분해를 적용해 매칭하면 전체 박사 군에서 설명되지 않는 격차가 56.8%인데 그중 비정규직 패널티는 53.4%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차별로 인한 비정규직 패널티가 고용형태에서 설명되지 않는 차별을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의 약칭으

로 이공계 전공)부문 만을 따로 떼어내 분석하면 박사 노동시장 전체보다는 설명되지 않는 격차의 비중이 작았다. 노동시장 전체의 설명되지 않는 격차는 56.8%였으나, STEM 부문은 52.5%로 약간 낮았다. 인문·사회계를 포함한 박사 전체에 비해 STEM을 전공한 비정규직 박사의 처우가 정규직에 비해 불리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걸 의미한다.

성별 분석에는 남성 박사 3천600명, 여성 박사 358명의 자료를, 고용 형태별 분석에서는 정규직 3천757명, 비정규직 237명의 자료를 활용했다. 박사학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임금 격차를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국내박사 노동시장, 주목받지 않았던 특이점 존재”

선행 연구한 해외 자료와 비교하면 해외에서는 박사의 성별에 따라 임금에서 유리천장 현상이 관찰됐으나, 한국은 유리천장 효과와 함께 명백한 밑바닥 일자리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김명환 부연구위원은 “이미 잘 알려진 유리천장 효과 이외에도 저임금 박사 군에서 성별 임금 차별이 확대되는 밑바닥 일자리 효과가 나타나는 등 국내 박사 노동시장에 그동안 주목받지 않은 특이점이 존재한다”라며 “여성·비정규직 연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산학협력 강화 등을 통해 박사 노동시장의 불일치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임금 차별을 막기 위해 임금 공시제와 같은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번역서 없이 한국의 인문사회 연구자를 양성할 수 없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63 인문사회과학에서 번역하기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단 한 권이라도 더 번역한다면, 나의 지성의 경계가 그만큼 진전되는 것이기도 하다.

예비 연구자들이 번역 작업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만큼 자신의 사유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덤으로’ 자신의 기여를 통해 한국의 학계를 위해 투쟁과 봉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 동안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제법 많은 책을 번역했다. 하지만 심지어 인문학자도 아니고 사회과학자가 이렇듯 꽤 많은 책을 번역하는 게 사회과학 내에서 상당히 특이하고 유별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번역 작업에 매달리는 나를, 신진 학자가 가지기 마련인 창조적 에너지를 자기 글을 만드는 대신 남의 글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는데 낭비한다 걱정하는 동료도 있었다. 내가 그 사유 행보를 따라 번역 작업을 모방했던, 번역을 상당히 많이 한 어떤 선생님은 자신이 젊은 시절 번역 작업에 매달려 자기 글을 더 많이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나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아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이유(한편으로는 ‘실용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술적’인)에서 인문사회과학 내에서 번역 작업을 한 것이고, 이것이 여전히 대단치는 않은 것이지만 나의 공부에 본질적 역량을 부여했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번역을 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 첫 번째는 무엇보다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길게 논증할 문제는 아니지만, 자신들의 연구 실천 속에서 연구자들이 절감하는 바는, 전문번역가가 학술서를 번역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번역가와 학술연구자 간 위계를 설정하고자 함이 전혀 아니다. 단지 텍스트의 성격상 학술서는 그 텍스트의 내용을 완전히 장악(마스터링)하고 있는 이만이(해당 외국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건 당연히 전제된 것이고) 번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텍스트가 담고 있는 주제를 십년, 이십년 공부해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도 완전히 장악했다 쉬이 말할 수 없는 그러한 텍스트를 전문번역가가 해당 언어를 장악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번역 기술을(그것도 학술번역의 기술과는 상당히 다른) 가지고 있다 해서 번역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번역에 있어서도

각자의 전문 영역이 명확히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술공동체 내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에서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제는 자연과학에서보다는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이고, 그렇기에 인문사회과학에서 어떤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텍스트가 학술 공동체 내에서 어느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는지의 문제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번역서 없이 외국어 텍스트만으로 ‘한국의’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를 양성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인문사회과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육실천 속에서 매일매일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번역본만으로 커리큘럼을 짜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영어 원서로 억지로 수업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토록 고질적으로 학계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에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 훨씬 더 복잡한 쟁점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너의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하지만…

일단 나의 주장이 인문사회과학 내에서 일부(그 일부가 상당히 넓다고는 생각하지만 - 게다가 인문학의 경우에는 거의 전부) 분과들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는 점을 전제하도록 하자. 특히 통계를 방법론적 기반으로 취하는 사회과학을 하는 경우에는 내 얘기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와 정반대로 사회이론 또는 사회철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자에게는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번역을 해야 하는 지극히 ‘실용적’인 근거가 누군가는 번역을 해야 하는 이유의 전부라면 나는 번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저서를 번역함으로써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 번역 덕에 수업을 더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거나, 또는 영어 번역본조차 없

는 상황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통해 좋은 내용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부족한 번역 작업에 대한 과분한 칭찬이라는 점을 한켠으로 치워두더라도, 나는 학계를 위한 투쟁과 봉사‘보다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학술적’ 작업, 그러니까 나의 글쓰기를 위해 번역을 했다는 점에서 그러한 칭찬의 말들에 대해 어떠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복잡한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서양 사상의 차원으로 논의를 한정해보자면, 분명히 특정 서양 사상가의 학술 번역자로 적임인 연구자가 번역했음에도 번역서의 질은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 깊이 있게 질문하고 탐구해보지 않았다 생각한다. 물론 번역가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바는 번역이 고도의 특수한 기술이며 그렇기에 단순히 그 서양 사상가가 활용하는 언어를 장악하고 있고 동시에 그 서양 사상가의 사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번역 기술에 대한 수련을 받지 않았다면(마치 사회학자가 통계 기

술을 배우듯) 번역이 전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번역 문제를 우리는 많이 마주하게 되고, 이것이 한국 담론장에서의 서양 사상에 대한 논의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매일매일 푸념한다. 이렇게 정말 연구자들은 매일매일 이 문제로 고통받으면서도, 게다가 새로운 역서가 나올 때마다 그 번역이 어떨지 가슴 졸이며 의심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이 문제와 그 원인, 그리고 그 해결책에 대한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번역,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

학술 논문과 단행본 저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취하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자가 해당 서양 사상을 정확히 장악하고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중 하나는 번역이라고 주장하

배세진 강사가 번역한 책들이다. 사진=배세진

고자 한다. 나는 학술 논문과 단행본 저서의 집필이 인문사회과학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한, 아니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인정 받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작업이라는 점을 전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정확히 동일한 정도로, 자신이 전공하는 서양 사상가에 대한 좋은 번역본의 생산 또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한, 아니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인정 받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작업이다. ‘대가란 문헌을 장악하고 있는 자’라는 철학연구 내에서의 격언이 사실이라면, 더 나아가 ‘대가란 텍스트를 장악하고 있는 자’이고, 이 텍스트가 서양 언어로 쓰여져 있다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취하는 이가 텍스트를 온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는 번역이다.

나의 글을 써야 한다는 정언명령은 지당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나의 글을 쓰기 전에 남의 글을 정말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읽는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류학에서 참여 관찰이라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듯, 사회학에서 통계라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듯, 어떤 분야에서는(인문학의 대다수의 경우, 사회과학 내에서 사회철학이나 사회이론을 하는 경우) 남의 글을 읽는 훈련이, (서양 사상의 경우) 외국어로 된 남의 글을 읽는 훈

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전에, 남의 글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외국어로 된 남의 글이라면, 번역을 통해 남의 글을 제대로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국어와 외국어를 갈고 닦아야 한다. 외국어를 갈고 닦아 서양 사상가의 글을 엄밀히 독해하고, 한국어를 갈고 닦아 이를 한국어로 엄밀히 옮겨야 한다.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에 대한 엄밀한 주해까지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심화시켜 독창성으로까지 상승해야 한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자신의 독창적 테제를 주장하는 한국의 연구자는, 자신의 논문의 참고문헌에 제시되어 있는, 자신이 한국어로 번역했기에 누구나 접근해 읽고 자신이 얼마나 제대로 텍스트를 읽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그 번역 텍스트를 통해 자신의 테제의 독창성(유효성은 말할 것도 없고)을 뒷받침할 수 있다.

번역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도록 하자. 좋은 학술 번역가가 이렇게나 양성되고 재생산되지 않는데에는 제도적 차원의 문제가 놓여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번역 실천은 한 권이라도 더 번역한다면 그만큼 변화가 두 눈으로 보이게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와 동시에 나의 사유가 변화가 두 눈으로 보일 정도로 깊어지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매력적이고 즐거운 작업이다. 나는 번역 작업을 통해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새로워진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번역 작업에 대한 동료 연구자들의 인정보다는) 바로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러니까 번역을 하기 전에 내가 텍스트를 얼마나 허술하게 읽었는지 부끄러움 속에서 확인하는 과정과 이를 수단으로 한 텍스트 이해의 갱신 때문에, 번역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단 한 권이라도 더 번역된다면, 한국 학술 공동체의 지성의 경계는 그만큼 진전되는 것이지만, 이는 정확히 동일하게, 단 한권이라도 더 번역한다면, 나의 지성의 경계가 그만큼 진전되는 것이기도 하다. 예비 연구자들이 번역 작업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만큼 자신의 사유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덤으로’ 자신의 기여(즉 ‘컨트리뷰션’)를 통해 한국의 학계를 위해 투쟁과 봉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배세진

연세대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강사·미디어 문화연구 전공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 파리-시테 대학(구 파리-디드로 7대학)에서 정치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주제는 문화연구 내에서 현대프랑스철학을 문화이론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prophet1013@gmail.com

피엔씨미디어 법무사시험을 위한 객관식 상법 제8판

t민법의 세계u 제15판을 4권으로 분권화

민법총칙채권법물권법친족상속법지은이 양형우

출간일22002244..11..22출출간간일일222000222444...111...222출출간간일일222000222444...111...222출출간간일일222000222444...111...222

정가2255,,000000원원정정가가222999,,,000000000원원원정정가가222777,,,000000000원원원정정가가222333,,,000000000원원원

페이지422면(46배판/양장)페이지886면(46배판/양장)페이지550면(46배판/양장)페이지408면(크라운판/양장)

도서출판 정독Tel. 031) 924-7203 Fax. 02)718-8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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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통일 한반도…그 중심에 자본이 있다

저자 인터뷰_『자본의 무의식』 (김택균 옮김 | 천년의상상 | 632쪽) 쓴 박현옥 캐나다 요크대 교수

“남북한은 이미 자본에 의해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로 통일됐다.”, “탈냉전기는 초국적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 탈통일의 계기이다.” 박현옥 캐나다 요크대 교수(사회학)의 도발적인 주장이 화제다. 그는 지난해 출간된 『자본의 무의식』에서 남한·북한·중국 북동부 지역의 노동자에 대한 인터뷰와 미디어·문헌 역사 연구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박 교수가 강조한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남한-북한-중국의 한인 디아스포라 차원의 단순 통합이 아니라 “남북 통일의 담론과 정치학을 회피하는 집단 자본주의적 무의식”이다. 한 마디로 민족통일의 주체가 된 자본의 변화(불평등)를 비판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조선족은 약 70만 명, 탈북자는 약 3만5천 명이다. 재외동포는 710만 명에 달한다. 한마디로 한인 디아스포라의 시대다. 북한에서 중국·남한으로, 중국에서 남한으로 돈을 벌기 위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와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자비한 차별이 발생한다. 핵심은 국적과 노동권이다. 지난달 22일, 박 교수를 인터뷰했다.

2024년을 맞이한 한반도에서 과연 통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가능하기는 할까. 박 교수는 “원래 민족통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남북 민족통일을 종족·민족 주권과 국가영토의 통합의 문제가 아닌 근대 주권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논의를 펴고 있다.” 박 교수는 “민족통일은 민중들의 노동과 토지 경작권·소유권 등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라며 “20세기의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립은 근대 민족국가 이데올로기이기 이전에 사회적 삶에 대한 서로 다른 구상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 책에서 남북 민족통일을 종족·민족 주권과 국가영토의 통합의 문제가 아닌 근대 주권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논의를 펴고 있다.”

진행됐다”라고 강조했다. 민족통일의 원래 역사와 정체성이 냉전을 거치며 국가·영토의 통합 차원으로 전이된 과정을 드러내며, 한민족 통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근대 주권·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

『자본의 무의식』이 집필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중후반에 시작된 중국 조선족들의 ‘한국 바람’과 북한 주민들의 중국으로 도강이 맞물리는 예고되지 않은 상황이 있었다. 그때 박 교수는 19세기 말부터 1945년까지 조선농민의 만주로의 이동과 이들의 노동·토지 소유·국적문제를 통해 만주에서의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해방운동을 시공간으로 분석한 박사논문을 책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따라서 50년 후에 다시 시작된 조선인 한인들의 국경 사이 이동에 관심을 갖게 돼 한국에서 그리고 중국 연변지역에서 무국적 이주노동자와의 인터뷰 등 연구를 진행한 것이 이 책의 토대가 됐다.

2006년 10월 13일, 박 교수는 연길에서 탈북자 한 씨(가명)를 만났다. 한씨는 “자신의 나라는 중국, 조국은 조선”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 씨는 미등록 북한 주민이면서 남한으로 이주하는 것도, 즉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도 거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사를 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사회학과에서 「민족과 젠더에 대한 유물론(Materializing Nation and Gender)」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상이몽: 제국, 사회적 삶, 그리고 만주에서의 북한 혁명의 기원』(듀크대 출판부, 2005)을 집필했다. 한국 비판사회학회지 『경제와사회』에서 재외편집인으로 20여 년간 있다.

하지만 민족을 숭고한 공동체로 간주한다.” 한 씨는 북한의 공민권이 나오기 1년 전인 16세에 북한을 떠났다. 그는 어느 나라의 국적도 보유한 적이 없고, 북한에서 태어난 기록만 있을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남한으로 가려 했지만, 여러 번 속은 후에 그마저도 포기했다. 여기서 박 교수는 모순된 감정에 주목한다.

“한씨의 주체성은 현재의 자본주의적 질서 안에 놓인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민족을 향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북

한의 새로운 물질문화, 만연한 타락, 불평등을 혐오하지만, 그 자신을 1990년대 이래 남북한과 조선족 공동체를 통합하는 더 광대한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다.” 북한이 싫어서 떠났지만, 새로운 민족공동체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자 했다. 또한 생존이 가능하도록 돈을 벌고 싶지만, 동시에 자본이 삼킨 민족통일의 동력에 대해 저항하려고도 한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자본주의 없는 자본주의’를 꿈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의 무의식』이 전제하는 건 20세기 냉전 시기의 남한-북한-중국 모두가 ‘국가자본주의’ 체제라는 분석이다.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토대로, “중국과 북한에서도 20세기 사회주의는 생산력 발전을 최우시하며 노동가치론 등 산업자본주의의 원리를 유지했고 이는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어떤 모순을 낳았는가를 이 책에서 설명했다.”, “특히 남한-북한-중국이 탈냉전 시기라 불리는 시점에서 각기 내재적 모순과 위기를 ‘동시적’으로 해결하려하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적 개혁도 도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중후반까지 북한 사람의 중국으로 탈북, 중국 조선족의 한국으로 불법노동 진출을 눈감아줬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 국면에서 국경을 넘는 이들은 유토피아적 사회주의를 새롭게 표상했다.

계급적인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그런데 문제는 트랜스내셔널 코리아가 계급적이라는 점이다. 박 교수는 다음의 질문을 갖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들여다봤다. “왜 재일 조선인(자이니치)과 구 소비에트령 한인 다아스포라(까레이스키)의 참여가 배제된 불평등한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인가?” 인권운동가들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일본·러시아의 한인 디아스포라들은 관심 밖에 있다. “과거 냉전 시기에 이 다이아스포라 사회들,

특히 재일 조선인의 시민권·영주권 등은 남북의 이데올로기 경쟁의 각축장이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꿈꿨지만 실현되지 못한 유토피아는 북한의 정치·경제위기, 조선족 소수민족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중국 내 국적 문제 등으로 파행됐다. 여기서 유토피아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바라는 ‘민주주의’다. 박 교수는 북한·중국이 구 소련이 처했던 비슷한 모순과 위기가 식민주의·탈식민주의 하에 어떻게 나타났고, 어떻게 체재 내로 합리화하려 했는지,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정치·경제적 위기를 끊임없이 표출했는지를 책에서 설명했다.

즉, 북한·중국의 사회주의가 냉전·탈냉전시기에 자본주의를 통해 어떻게 전이되고 표상되는지에 초점을 둔 것이다. 심지어 자본주의(시장 유토피아)는 ‘종족 민족’, ‘통일된 민족’, ‘국가 없는 민족’ 등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노동을 매개로 민족통일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체계도 만들어

낸다. “그 분석은 종족 민족주의나 민족국가 패러다임 안에서는 설명될 수 없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 역사와 변화의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형태가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로부터 형성됐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마찬가지로 『자본의 무의식』 서문에서 “이 책은 계속되는 냉전적 사고와 자본주의에 대한 모순적 경험과 감성에 눌려지고 부풀려진 통일과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고찰”이라고 적었다.

박 교수는 “국내 학계는 이 책을 탈북자연구·이주 노동자 연구·난민연구·사회사 연구 등으로 위치시킬지도 모르겠다”라며 “파편화된 주제영 역으로 간주하지 말고 책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종족·민족주의의 상호 관계에 대한 동아시아 역사와 일상의 연구로 읽히고 토론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혼돈의 지역사회’·‘문학 속의 부산’ 대학출판 최우수 도서 선정

한국대학출판협회, ‘2023 올해의 우수도서’ 29종 발표

박찬승 한양대 명예교수(사학)의 『혼돈의 지역사회』(상‧하, 한양대 출판부)가 한국대학출판협회가 선정하는 ‘2023 올해의 우수도서’ 학술 부문 최우수 도서로 선정됐다. 교양 부문에선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의 『문학 속의 부산』(부산대 출판문화원)이 최우수 도서로 뽑혔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대학출판협회는 ‘2023 올해의 우수도서’ 29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협회 회

원교에서 최근 1년간(2022.12.1∼2023.11.30.) 출간한 도서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접수된 20개교 133종의 도서를 대상으로 독창성·완결성·시의성을 기준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것이다. 3개 분야별 선정도서는 △학술 18종 △교양 10종 △대학교재 1종이다. 최우수 도서는 학술·교양·대학교재 부문에서 각각 1종씩 선정됐다. 심사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표정훈 출판평론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혼돈의 지역사회』는 식민·해방·분단·전쟁기

전남의 목포·나주의 지역사회 변동을 다룬 연구서다. 이 시기 전남 나주, 목포, 영광, 강진, 능주의 지역사회가 어떠한 변동을 보였는지, 특히 지역 유력자 내지는 지도자는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 현대사의 맥락에서 천착한 드문 지방사 연구이자 사회사 연구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식민지 시대 부산과 타자의 시선 다뤄

『문학 속의 부산』은 단순히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부산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부산과 타자의 시선, 접촉 지대와 해항 도시 부산, 식민지 이중도시와 혼종화, 해양 모더니티의 중층성, 낙동강 유역의 문학 등을 다룬다. 학술적 교양, 교양적 학술에 해당하는 책으로서 부산학(釜山學)의 전망과 이론적 맥락 안에서 관련 문학 작품을 재배치시켰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대학교재 부문 최우수 도서는 박현숙 한국외대 교수(스칸디나비아어과)의 『스웨덴어 쓰기』(한국외대 지식출판콘텐츠원)가 선정됐다. 이 책은 품사를 중심으로 한 ‘문장쓰기’, 짧은 글쓰기·긴 글쓰기·고쳐 쓰기 등으로 이루어진 ‘글쓰기’, 그리고

왼쪽부터 한국대학출판협회 최우수 도서로 선정된 『혼돈의 지역사회』(학술), 『문학 속의 부산』(교양)의 표지이다.

자기소개서와 지원서·요약문·주장문 등으로 이루어진 ‘실용 글쓰기’로 구성돼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박영사

디지털 심화 시대 이슈

법제&AI 교육 바로 알기

춘천교육대학교 2024학년도 1학기 교수초빙 공고

1. 초빙분야 및 인원

(심학화과과정 )전공분야모집인원담당 교과목비 고

초(교등육교학육과과)교육공학1명교직과디교지사털(교교육직실 무)

2. 지원자격

가.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결격사유)에 의한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나. 해당 분야 박사학위를 소지한 자(학위 취득예정자는 제외)

다.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조‘별표’의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라. 지원서 접수마감일 현재 학위논문을 제외한 최근 4년간 (2020. 1. 17. b 2024. 1. 16.) 국제저명학술지(7'-, 77'-, %&,'-, 7'-), 7'3497) 또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에 게재된

전공분야 연구실적물이 200% 이상인 자

3. 심사기준

• 「전임교원신규채용인사관리지침」적용: 춘천교육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채용공고) 참조

4. 접수기간 및 장소

가. 접수기간 : 2024. 1. 12.(금) 09:00 b 1. 16.(화) 18:00

나. 접수방법 : 코러스 대외서비스 인터넷 접수 LXXTW://GRYI.OSVYW.OV

다. 파일형식으로 제출할 수 없는 저서 등은 방문 및 우편접수 가능

- 방문 : 춘천교육대학교 석우관 2층 교무처(033-260-6124)

- 우편 : (24328)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공지로 126, 춘천교육대학교 교무처 ※ 우편물은 1.16.(화) 18:00까지 도착분에 한해 인정

5. 기타 세부 사항

가. 춘천교육대학교 홈페이지(LXXT://[[[.GRYI.EG.OV) 공지사항(채용공고)에서 확인

나. 기타 문의사항은 교무처로 문의(033-260-6124)

2024. 1. 2.

춘천교육대학교총장

선생님이 왜 노조 해요?

교사노동조합연맹 기획 | 살림터 | 324쪽

“교육의 주체는 ‘교사’입니다”, “교사는 ‘교육 전문가’입니다”, “교육정책과 교육입법에도 교사들의 참여가 적극 보장돼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교사노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지향점을 탐색해볼 수 있다. 새로운 노조 일꾼들이 들려주는 우리의 교육 이야기다.

별 작가, 희스토리 Hee_story

성희승 지음 | 학민사 | 280쪽

이 책은 별과 꿈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그는 글과 그림이 작가에게는 소박하지만 가장 힘 있는 그릇이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통해 세상과 삶, 그리고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의 글과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와 관람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했다.

노상관찰학 입문

후지모리 데루노부·미나미 신보 지음 | 아카세가와 겐페이 편집 |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472쪽

맨홀·굴뚝·간판·전단·쓰레기통·건물 파편. 길에 흔하게 널린 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 바로 그런 사람들이 모였다. 노상, 즉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노상관찰학’의 깃발 아래, 도시의 현장 활동가들이 거리의 숨은 표정을 발견한다.

시민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키쓰 바튼·리칭 호 지음 | 옹진환 외 2인 옮김 | 역사비평사 | 432쪽

이 책은 사회나 도덕·역사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교육의 목표로 민주시민 양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그러한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목표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과 수업 구성의 아이디어는 어떠해야 하는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명학수 지음 | 창비 | 312쪽

“작은 흠이나 실수가 보이지 않”(신춘문예 심사평)도록 세밀하게 서사를 축조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문단에 등장한 저자가 이 책을 펴냈다. 사실과 허구를 섬세하게 조합해 놀라운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특유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번 소설집은 외형적으로 비슷한 작품만 창작되는 시기에 문장과 이야기 면에서 모두 독보적인 스타일과 완성도를 보여줬다.

미디어 문해력의 힘

윤세민 외 9인 지음 | 유아이북스 | 328쪽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정보를 잘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 업계 현직 교수진 등 10명의 전문가가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대안을 소개한다. 뉴스부터 시사 칼럼·웹콘텐츠·교과서를 통한 읽기 능력 향상 방법과 비판적 문해교육의 현장까지 만나볼 수 있다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지음 | 오월의봄 | 208쪽

계속해서 증가하는 2030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증발하고 싶다’고 말하는, 1년 이상 지속적인 자살생각에 시달리는 청년여성 1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이들을 삶의 종료에 대한 생각으로 내몰아가는지 밝힌다.

바다를 건넌 물건들 2

양민호 외 10인 지음 | 산지니 | 240쪽

다양한 인간과 문물의 교류를 해역 네트워크라는 시각에서 조망하는 '부경대학교 해역인문학 시민강좌 총서' 여섯 번째 시리즈가 출간됐다. 앞서 『바다를 건넌 물건들 1』은 사람과 함께 바다를 건너 낯선 땅에 도착한 물건들이 바다를 건너게 된 과정과 이것이 이국땅에서 생성한 새로운 가치와 문화에 대해 기술했다.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

안토니오 네그리 외 10인 지음 | 두번째테제 | 308쪽

이 책은 최근 별세한 안토니오 네그리를 비롯한 일군의 이론가들이 주창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에 기반해, 그것을 혁신하며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네오오페라이스모이론가들의 경제위기 분석과 커먼즈론을 모은 선집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2009년 처음 출간된 이래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저자가 말하다_『The Politics of Job Creation in Economic Crisis』 이종선 지음 | 백산서당 | 300쪽

저임금 일자리만 늘린 ‘디지털 전환·신자유주의’

단기적·친시장적 공공고용시스템과 고용 인센티브·보조금의 지출 늘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코로나19의 확산 그리고 급속한 디

지털 전환은 더 나은 일자리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 Active Labor Market Policy)은 고용의 유지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하고 있다.

ALMP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그리고 사회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인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주요 사회 이해관계자 간의 정치적 역학이 고용과 일자리 정책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ALMP에 관한 사회 공공지출 데이터 분석과 정책 선택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정량적 분석과 질적 분석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OECD 통계자료(1985∼2018)를 기반으로 주요 OECD국가의 ALMP 지출과 그 추세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별 OECD 국가의 ALMP 총지출의 변화와 다양한 ALMP 유형에 따른 지출분포의 변화를 분석한다. 동시에 이러한 ALMP 지출 변화에 대한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지배 정당, 단체교섭 시스템, 노조 조직률, 신자유주의적 영향 등에 대한 통계분석을 시도한다.

둘째, 사례연구를 통해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 제도적 측면을 분석한다. ALMP의 채택과 정책 결정과정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국의 ALMP가 보여주고 있는 차이점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사례 연구는 OECD 국가 중 스웨덴·독일·한국 등 3개국의 ALMP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국가는 사회민주주의·보수주의·자유주의 등 각기 서로 다른 복지국가제도와 유형에 속하지만 수출지향적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급속한 경제적 성공과 발전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빠른 극복 등의 공통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국가의 ALMP 유형은 다소 다른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들 세 국가의 ALMP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OECD 국가들은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보다는 공공고용시스템(PES: Public Employment System)과 고용 인센티브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 또한,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장기

적인 관점의 인적자원개발 정책보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결과를 통해 OECD 국가들의 일자리 창출정책이 대체로 ‘하이로드(High Road)’ 전략보다는 ‘로우 로드(Low Road)’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 로드 전략은 높은 생산성·혁신·양질의 고객 서비스, 로우 로드 전략은 비용 최소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점으로 요약된다. 첫째,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단기적인 고용 효과와 유지를 위해 일자리 매칭이나 고용 인센티브를 선호하는 경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최근 디지털 전환과 지식서비스 산

업 구조로의 전환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직업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벵트슨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경제사회학과)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업-스킬링(up-skilling)이 오늘날 20세기 중반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스웨덴의 직업훈련 지출 비중이 과거와 달리 크게 줄어든 이유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 대신 단기적이고 친시장적인 공공고용시스템과 고용 인센티브·보조금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매칭, 고용 인센티브 등 단기적이고 친시장적인 노동시장정책은 저임금 일자리 창출과 고용 불안정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 이 책은 최근 OECD 국가의 ALMP에서 나타난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하이 로드 전략으로 가기 위한 사회투자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컨대 사회 주요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등교육과 보육의 확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공유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정책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향후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하이 로드 전략 또는 로우 로드 전략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일자리 창출 정

치에서의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

서평_『넷제로 카운트다운: 지구의 골든타임, 탄소 중립 5년을 위한 준비』 이진원·오현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48쪽

‘기후테크’가 윈윈의 길…탄소중립은 나의 이익

모든 재앙의 시작점은 서구의 산업혁명 시기

영구 동토층·메탄하이드레이트·빙하·바다의 변화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은 규범이 아니라 당위이다. 기후변화는 현재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2월, 호주에서는 6개월간 지속된 산불로 한반도 면적의 85퍼센트 가량되는 산림이 불타버렸고, 시베리아에서는 38도가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2022년 파키스탄에서는 일명 ‘괴물 몬순’으로 불리는 물 폭탄으로 1천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억 달러의 손실이 초래됐다. 이 모든 것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참사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들을 제시하며, 이 상태로 인간이 계속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기후변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탄소중립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매우 급박한 사안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이 모든 재앙의 시작점은 서구의 산업혁명 시기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년 간 인류 사회가 걸어온 흔적을 돌아보며 기후변화 문제의 책임 소재를 묻는다. 이와 함께 국가 간 분야별 탄소 배출 현황과 그에 따른 탄소 감축 방안들을 살펴본다. 이상기후 현상들과 미래전망, 탄소배출의 역사, 현재 현황 그리고 분야별 대안까지 저자들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이 책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영구 동토층, 메탄하이드레이트, 남극와 북극의

빙하, 바다 등을 4가지 티핑포인트로 제시한 것이다. 지금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당장 멈춘다 해도 기후변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북극 주변의 땅, 높은 고원에 위치한 영구 동토층, 해저의 퇴적층에 등에 매장돼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지금의 악순환을 더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온을 높이고 이로 인해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 다량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고 이는 다시 지구의 기온 상승을 가속화시킨다. 또한, 자연 상태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메탄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이 분출되면 대륙붕이 붕괴되고 커다란 해일을 유발되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저자들은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1.5도로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급격한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정부는 2021년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과 함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개인 한 명 한 명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기후 위기를 똑같은 수준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국민 모두가 탄소 중립에 공감하고 동참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통

한 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탄소중립에 참여하게끔 독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이 나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을 높이고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가 흔히 공공재로 인식해 온 자연환경을 사유재로 인식하게 하고, 개인의 활동으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면, 엄청난 속도로 기후변화 대응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탄소배출 감축과 동시에 우리에겐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혁신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후테크

는 기후와 기술이 결합합 용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혁신 기술을 일컫는다. 예컨대, 클린테크(재생 에너지), 카본테크(탄소 포집) 에코테크(폐기물 감축), 푸드테크(대체식품, 스마트팜), 지오테크(기후예측, 재난방지) 등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치·사회·경제를 포함한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행동하지 않을 것인가. 현재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 이대로 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기후변화 재앙에 우리 모두 생존을 위협당할 것이다.

임인재 기자

언론학 박사 mimohhh@naver.com

역자가 말하다_『북유럽의 교사와 교직』 예스퍼 에크하트 라르센·바바라 슐테·프레드릭 튜 지음 | 유성상·김민조 옮김 | 살림터 | 440쪽

‘북유럽 교육 모델’은 없다…우리 교육은 어디로

모델화·신화화 한 북유럽 교육 모델

동질성 갖는 교사의 지위·정책 부재

한국에서 북유럽의 교육을 대하는 방식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북유럽의 교육은 ‘행복교육’이고, ‘삶의 교육’이며, ‘잘 노는 교육’ 혹은 공적 가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체 교육’으로 이미지화돼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성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잘 놀고 더불어 잘 배우는 생태적 배움터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배우겠다는 교육적 열망의 대상이었다.

핀란드가 대표적인데 그 이외에도 스웨덴·덴마크 등에 대한 교육 참조가 많다. 그들 교육은 ‘행복’, 우리 교육은 ‘불행’, 그들 교육은 ‘놀이’, 우리 교육은 ‘공부’, 그들 교육은 ‘협력’, 우리 교육은 ‘개인’, 그들 교육은 ‘가치 중심’, 우리 교육은 ‘결과 중심’으로 대비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겠다며 통계자료와 함께 많은 교육 탐방을 통한 관찰일지 형식의 보고가 잇따랐다.

역자는 겨우 스웨덴 정도 가본 것이 전부인지라 이런 비교의 내용과 방식·탐방을 통해 관찰한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처지다. 사실 이들의 연구는 사실 전달에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들이 보여준다는 교육적 사실이 어떤 사실이냐는 것이고, 사실의 전달이 그 사회의 교육과 교육적 실천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어느 정도의 전체성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특히 이 책은 북유럽 교육이 갖고 있는

특질을 다른 이들이 보고 따라할 만한 함의를 기술하는 방식의 연구가 아니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오히려 그 반대다. OECD에서 2000년 이후 3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PISA 이후 북유럽이라 통칭되는 지역의 교육이 갖는 동질성에 대해 ‘북유럽 교육 모델’로 불리는 것이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런 이미지는 수많은 의도와 이해관계가 엮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북유럽을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국가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실천되고 있는 교육은 제각각의 모양과 내용·형식을 가진 독자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독자적인 체제로서의 교육은 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정치경제적 판단이 이어져 온

역사사회적 과정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 그 속에서 주요하게 기능해 온 교사와 교직의 공통성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 인접한 국가들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분명한 변화의 동인이 있음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직과 교사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으로 다시 설명된다.

흥미롭게도 교사는 교육적 성취에 있어 북유럽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교사는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직업적 지위도, 그럴 만큼의 국가적 관심도, 제도적 장치에 따른 적절한 교육과 훈련도 얻지 못했

다.

동네 교회의 목사를 돕는 조력자가 했던 일이 학교 시스템 속 교사라는 ‘새 직종’에 옮겨지면서 교사는 지역사회의 온갖 잡다한 요구에 부응하는 직업인이 됐다. 심지어 학교가 위치한 동네의 농사일에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했다. 충분한 급여를 받는 직업군에 속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이 지역 초기 교사들 중에 농촌 출신이 그토록 많았고, 이들을 교육하는 교사 훈련원은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교직을 승계한 젊은이들이 많았던 초기 농촌 지역의 교사 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 태생의 여성들이 주로 차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국가 간

에 교사가 누구이고 이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며, 기존 사회의 엘리트와 견주어 어떻게 교육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유럽 지역의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는 교육적 성취가 높은 국가군으로 여전히 이들 국가의 교육에 대한 모델화·신화화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들 국가의 교육과 이들의 교사·교직을 바라볼 것인가?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하다 보면 위에서 제기한 것처럼 우리 교육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아진다. 이 책이 한국 교육에 대한 성실한 설명을 어떻게 풀어낼지 독자들과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기능하기 바란다.

유성상

서울대 교육학과교수

정치학 비평_『거대한 반격: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 파올로 제르바우도 지음 | 남상백 옮김 | 다른백년 | 495쪽

포스트 신자유주의, 포퓰리즘이 안 되려면

주권·보호·통제를 파괴한 신자유주의 체제

민족적 애국주의는 인민의 권리 회복할까

‘뉴노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가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됐다.

이 책이 서론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의 세계는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국면이 아니다. 새것은 이미 왔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는 경제학이나 사회학·정치학 같은 분과학문보다 더 넒은 지평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메타 이론의 수준에서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다.

여러 영역에서 학문적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시대의 흐름에 대한 민감성과 통찰력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파올로 제르바우도는 적절한 조건을 갖추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정당과 포퓰리즘,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뉴 스테이츠맨>·<가디언> 등에도 활발하게 칼럼을 싣고 있다.

저자는 먼저 신자유주의 시대에 종말을 고한다. 이것은 분명히 한 세대 넘도록 세계를 뒤덮었던 이데올로기다. 직접적으로 든 간접적으로든 지난 한 세대 동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그리고 자연은 없었다. 마침내 단일 시장 아래 통합된 세

계가 완성되는 순간 팬데믹이 지구와 인류를 덮쳤다. 기후와 이주·전염병이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완성한 경제시스템의 근본적 결함을 비집고 들어왔다. 지구의 파괴와 전 세계적 수준의 불평등이 초래한 인구의 이동 그리고 지구 끝까지 더 싼 임금과 자원을 찾아서 만들어낸 지구적 유통망은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전 세계적 역풍에서 드러난 신자유주의 체제의 취약점은 주권·보호·통제라는 영역에서 확인됐다. 신자유주의는 그것들을 파괴하거나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세계는 공포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을 그 세 영역에서 찾기 시작했다.

기존의 주류적 이데올로기는 좌우 모두에서 신국가주의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포퓰리즘이 이 흐름을 이끌었다. 민족주의 우파, 국가의 영역을 확대하는 사회주의 좌파 모두 포퓰리즘 전략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법안으로 대표되듯이, 바이든과 같은 자유주의 세력이 반포퓰리즘적 신자유주의를 지속하려는 ‘차별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들을 이 책은 ‘거대한 반격’이라고 개념화한다. 여기서 ‘반격(recoil)'은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괄한다. 하나는 앞으로 무엇인가 발사될 때 뒤로 움츠려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안으로 움츠림으로써 바깥쪽으로 다시

튕기려는 에너지를 응축하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듯 이 개념은 헤겔의 변증법에서 작용 다음의 ‘반작용’에 해당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말한 ‘두 번째 운동’에 상응한다. 자본주의의 팽창 국면이 퇴조하고 사회의 대응에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다. ‘반작용’이 아니라 ‘반격’이라는 번역어는 아마도 폴라니의 맥락을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민족주의 우파, 사회주의 좌파, 신자유주의 중도파, 보호적 신국가주의 등이 어떻게 이 반작용의 시대에서 대립하고 있는지를 계급 블록을 중심으로 찬찬히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의 관심은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무엇인가에 집중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흥미로운 개념은 ‘민주적 애국주의’다.

물론 이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민주적 애국주의가 이주의 시대에 배타성을 어떻게 통제·관리할 수 있을지, 블루칼라와 핑크칼라, 중간계급이 포함된 계급블록이 우파 포퓰리즘의 정치적 공격에 어떻게 연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전쟁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시대에 민족주의가 어떻게 국제적으로 건강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의 고민을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그 고민에 도달하는 여정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정치학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

진 트웬지 지음 |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584쪽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섯 세대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얼마나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어떤 세대에 속하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만한 당신이 살아온 그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야기다. 각 세대의 차이의 인식은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해결책이 된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

남시훈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52쪽

저자는 히말라야 등산대의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처럼,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독자들이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시장경제체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효율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평성’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미셸 필게이트 외 15인 지음 | 문학동네 | 368쪽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미셸 필게이트·안드레 애치먼·레슬리 제이미슨·알렉산더 지·키에스 레이먼·카먼 마리아 마차도·브랜던 테일러 등 미국의 작가 15인이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불편한 언론

심석태 지음 | 나녹 | 280쪽

이 책은 30년 가까이 언론 현장에서 일했던 전직 언론인으로, 언론윤리 연구와 교육을 계속하고 있는 저자가 한국 언론을 둘러싼 고질적인 정파성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언론인·언론 소비자·정치권 등 언론을 둘러싼 여러 주체들이 얼마나 정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내가 별에서 왔다지요

노신임 지음 | 밀알속기북스 | 560쪽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속기(녹취)사무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주로 법적 분쟁을 위한 녹취물을 의뢰한다. 그만큼 사연도 깊고 간절하다. 이곳에선 증거 자료를 만들기 위한 녹음 원본들이 다뤄지는데, 그 원본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나라한 내용들이다.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후지와라 다카아키 지음 | 세계시민 도서번역연구회 옮김 | 김선미·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감수 | 다봄교육 | 188쪽

이 책은 시뮬레이션 역할극을 통해 다문화사회의 다양한 갈등 상황을 체험하고 토론을 통해 공존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 교재다. ‘다문화사회’와 ‘세계시민’이라는 개념과 관련 이론을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서양 편 2

김누리 외 10인 지음 | 살림터 | 432쪽

이 책은 서구 교육사상가 10인, 즉 루소·페스탈로치·코르착·닐·그람시·일리치·비고츠키·레비나스·랑시에르·아도르노가 보여준 삶과 교육사상·이론적 실천에 관한 탐색을 담은 책이다. 존 듀이·프레네·마이클 애플·프레이리 등 11명의 교육사상을 다룬 1편에 이어서 발간됐다. 공동체적 삶을 위한 교육 실천과 이론이다.

타이틀 나인

셰리 보셔트 지음 | 노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624쪽

1972년에 제정된 이래 교육뿐 아니라 법·스포츠·인권·페미니즘 분야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진전시킨 미국 교육개정법 제9편, ‘타이틀 나인’의 50년 여정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타이틀 나인은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으로, 여성 입학과 채용의 기회·성폭력 근절과 예방에 힘써왔다.

분야별신간

인문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 후지와라 다카아키 지음 | 세계시민 도서번역연구회 옮김 | 김선미,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감수 | 다봄교육 | 188

제너레이션 : 세대란 무엇인가? | 진 트웬지 지음 |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584쪽

예술

노상관찰학 입문 | 후지모리 데루노부·미나미 신보 지음 | 아카세가와 겐페이 편집 |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472쪽

맛을 보다 | 이상명 지음 | 지노 | 228쪽

정치-사회

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서양 편 2 | 김누리 외 10인 지음 | 살림터 | 432쪽

미디어 문해력의 힘 | 윤세민 외 9인 지음 | 유아이북스 | 328쪽

불편한 언론 | 심석태 지음 | 나녹 | 280쪽

선생님이 왜 노조 해요? | 교사노동조합연맹 기획 | 살림터 | 324쪽

역사

바다를 건넌 물건들 2 | 양민호 외 10인 지음 | 산지니 | 240쪽

문학-에세이

별 작가, 희스토리 Hee_story | 성희승 지음 | 학민사 | 280쪽

아마 내가 별에서 왔다지요 | 노신임 지음 | 밀알속기북스 | 560쪽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미셸 필게이트 외 15인 지음 | 문학동네 | 368쪽

제4의 벽 | 박신양·김동훈 지음 | 민음사 | 380쪽

빛과 어둠, 결국 우리의 몫이다

견리사의를 희망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기 마련 아닌가. 훌륭한 나라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산다.”

‘견리망의’. 전국 대학교수들이 꼽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으로 행태 또는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어떤, 행태일까? 견리망의를 추천한 모 교수는 단도직입적으로 정치권을 지목했다. 이른바 당파에 갇혀, 또는 당파적 논리를 내세워 당파의 이익을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방식으로 추구하는 정치 권력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한 날선 비판이겠다. 이 비판의 화살을 정치권력 외 경제 사회적인 기타 권력 집단에 돌려도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독자가 견리망의가 함축하는 비판, 아니 차라리 한탄에 흔쾌히 동의하리라 추측해 본다. 그런데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몇 가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문제가 있기는 하다. 첫째, 이로움과 의로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이다. 견리망의라는 구절에서, 이로움과 의로움은 서로 긴장 및 갈등 관계에 있다. 이로움은 의로움을 훼손한다. 사실 이로움과 의로움 간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는 『맹자』에 나온다. 맹자를 만난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맹자가 양나라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물었다. 그러자 맹자가 일갈한다. “왕이시여,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어짊과 의로움이 있을 뿐입니다.”

이로움을 함축하고 있는 의로움

그런데 이로움과 의로움의 관계가 과연 대립적인 것일까? 서양 전통에서 의로움 또는

정의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의미 규정은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일 것이다. 이 규정에서 몫은 이로움에 다름없다. 의로움은 이로움을 개념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이로움 없는 의로움을 상상하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기는 할까? 이로움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 없는 추상적인 원리로서의 정의는, 자칫 과장된 비분강개의 공허한 몸짓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고 더 나쁘게는 당파적 이익과 논리의 관철에 남용되기 쉬울 것이다.

맹자도 이로움을 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곳곳에서 백성들의 이로움을 돌볼 것을 역설하고 있다. 맹자는 다만 통치 집단이 지녀야 할 원칙으로서 의로움을 강조했을 뿐이다.

둘째, 첫째 문제로부터 이어지는 ‘관계의 이로움’에 대한 고려이다. 앞서 의로움에 관한 서양 전통의 고전적인 의미 규정을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이라고 했는데, 이 규정은 개인들 각각의 이로움이 주어져 있고 이 이로움들의 총합이 의로움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의로움의 원칙과 제도에 의해 관계의 이로움이 발명되고 나서야 개인들 각각의 이로움도 비로소 그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뜻이다.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말한 자연 상태는 관계의 이로움이 아직 발명되지 않은 가상적인 상황을 가리킨다. 만인의 만인의 투쟁으로 상징되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죽음의 공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으며 극도로 비참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관계의 이로움이 없기에 개인들 각각의 이로움도 없다. 인

간은 사회계약이라는 형식으로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났다. 관계의 이로움이 먼저이고 개인들 각각의 이로움은 나중이다. 관계의 이로움에 대한 고려는 이로움과 의로움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한다.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마지막 셋째 문제가 있다. 실천적 지침으로서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자각이다. 잘 알려졌듯, 견리망의는 보다 깊은 연원을 지닌 사자성어인 견리사의가 후대의 변용을 거쳐 정착된 말이다. 견리사의는 춘추 시대의 인물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 「헌문」 편에 등장한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완성된 인간이 지녀야 할 미덕에 대해 스승에게 물었고, 공자는 그 답변으로 견리사의를 여러 미덕들 중 하나로 제시했다.

견리사의, 1인칭의 실천적 과제·지침

견리사의는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라는 뜻으로 맥락과 의미에서 견리망의와 구분된다. 공자는 자로에게 단순히 완성된 인간에 대해 품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자에게 견리사의의 규범적 태도를 함양하고 인격을 도야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견리망의가 행태 또는 세태에 대한 3인칭의 평가라면, 견리사의는 공자가 제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1인칭의 실천적 과제이다.

필자가 굳이 견리사의를 들먹이는 까닭은 견리망의 추천 이유 중 각자도생의 투쟁의 장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세태에 대한 뼈아픈 지적 때문이다. 이 지적은 권력 집단

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견리망의는 보편적이다. 공정하게 말해,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견리망의의 행태 또는 세태에 연루되어 있다. 남녀에서 노소, 위로부터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다.

물론 필자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세상을 굽어보는 3인칭의 자세로는 부족하다. 짐짓 객관적인 이런 자세는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들에게 엄격하며, 그 이면에 냉소와 무관심의 민낯을 숨기고 있기 십상이다. 공자의 모범을 따라 견리사의의 정신을 스스로 되새기고 일상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기 마련 아닌가. 그 빛과 어둠 모두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일 것이다. 훌륭한 나라에는 훌

륭한 사람들이 산다.

이제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의 진지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진지함은 비할 데 없는 소중한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온전한 진지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새해에는 어떤 시인이 희구했던 “복사씨와 살구씨가 / 한번은 이렇게 / 사랑에 미쳐 날뛸 날”(김수영 시인의 「사랑의 변주곡」)이 이 땅에

도래하기를 소망해 본다.

심지원

동국대 철학과 교수

‘견리사의(見利思義)’ 휘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예서체(隸書體)로 직접 썼다.

정의와 양심을 회복하자

견리망의에서 견리사의로

지난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교수신문> 측의 요청에 의해 내가 추천한 사자성어가 바로 견리망의였는데, 그것이 전국 교수들의 공감을 얻어 뽑히게 된 것이다. 내가 추천한 것이 뽑힌 점에서는 영광스러운 일이랄 수도 있겠지만 기분은 영 씁쓸했다.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이 말이 2023년의 우리나라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니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서예가라는 이유로 <교수신문>에서는 “이왕에 교수님께서 추천하신 사자성어이니 휘호도 교수님께서 해주시지요”라고 하며 휘호를 부탁했다. 나는 신문에 게재돼 많은 사람들이 볼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썼다. 가로로 쓴 예서체

작품과 세로로 쓴 행서체 작품 모두 나름대로 필획이 튼실하고 결자와 장법이 웅장한 작품이 나왔다.

그러나 마음은 참 허전했다. 내 서예 인생에서 이런 ‘악담’을 서예 작품으로 써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천균(千鈞) 쇠뇌의 힘을 머금고 있는 붓에 이 세상에서 가장 현묘한 색인 묵색(墨色)의 먹물을 적셔 순백의 종이 위에 축원과 평화와 희망을 담아 호기(浩氣)가 충만한 필획으로 일필휘지하는 게 서예의 본령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먹물과 종이를 사용해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는 악담 견리망의를 그토록 혼신의 힘을 다해 쓰고 보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예의 용도는 대개 명구(名句)와 명언(名

言)을 써서 벽에 걸어 두고 보며 그 뜻을 되새기는 데에 있다. 그런데 견리망의라는 악담을 쓴 이 작품은 한 해를 돌아보며 세태를 비평한 <교수신문>의 용도로 사용된 이후, 영원히 게시할 일이 없는 ‘작품 아닌 작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회용 용도를 다한 후, 자동 폐기돼야 할 기구한 운명의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폐기될 ‘見利忘義’ 작품에 반영되었던 내 예술혼을 달래기라도 할 양으로 『논어』에 나오는 원래의 구절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다시 써서 <교수신문>에 게재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수신문>은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지난해가 불행하게도 견리망의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누구라도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이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붓을 들어 악담을 썼던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축원과 평화와 희망을 듬뿍 안는 2024년 새해를 맞고자 한다. 이 작품이 올해 대한민국 사회로 하여금 견리사의의 정의와 도덕과 양심을 회복하게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국시

중국문화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고전시가와 서예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서예학회, 한국중국문화학회 회장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서예가협회 부회장을 맡고있다.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수상했다.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학고재, 2020), 『김병기의 수필이 있는 서예: 축원·평화·오유』(어문학사, 2020) 등을 집필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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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을 정점으로 평화·번영·조화·공정 생각해야”

부구욱 영산대 총장, 한국협상학회

‘2023 대한민국 협상대상’ 수상

“정치,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갈등에서 ‘홍익인간’을 정점으로 ‘평화, 번영, 조화, 공정’ 쪽으로 생각이 머물 때, 사회 어디에서나 오래 계속될 관계가 협상을 통해 만들어지고 갈등에 따른 손실이 적은 사회가 된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사진 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2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한국협상학회 ‘2023 대한민국 협상대상’을 수상했다. 부 총장은 이 자리에서 ‘홍익인간’의 이념을 강조했다.

이날 한국협상학회는 “조정은 제3자 개입에 의한 협상의 한 분야인데, 부 총장은 2000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전담부장판사로 부임한 이래 초대 한국조정학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협상학, 심리학, 뇌 과학 등 인접 학문 분야 및 의료, 언론, 콘텐츠 등 인접 직역과 법조계 사이의 벽을 허무는 등 조정제도 활성화의 철학적, 제도적 기초를 마련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라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12월 22일 ‘협상대상’을 수상했다.

부 총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비용이 줄어들려면 협상에서 생각해야 할 점(가치)이 잘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이득보다 오래 계속될 당사자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협상의 풍토(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협상 결과는 당사자들이 불만 없이 따를 수 있게 상호 이익을 주고 공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 총장이 한 손에 칼을, 다른 손에 저울을 들고 있

는 정의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정의 관념을 비판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부 총장은 “현재 제정 또는 개정된 법률들이 정의롭지 않을 수 있고,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도 진실이 아닐 수 있어 법적 정의를 강제하는 것이, 실제로는 정의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의가 구성원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 직분에 충실한 조화로운 사회나 평화롭고 번영하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공정함이 있어야 당사자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다.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협상마다 평화, 번영, 조화 및 공정을 생각하는 풍토(문화)가 만들어질 때 갈등비용이 적은, 수준 높은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부 총장은 “한국협상학회가 우리 사회의 협상 수준을 높여달라”고 당부하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국가이념 연구도 강조했다. 홍익인간 이념이 깊이 연구되고 널리 전파된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우리 정치권의 갈등 상황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했다.

1995년 창립한 한국협상학회는 분쟁 해결 및 협상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로, 매년 협상을 바탕으로 국가 사회의 이익에 기여한 공로자를 발굴해 협상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한성대 제11대 총장에 이창원 현 총장 연임

한성대 제11대 총장에 이창원 현 총장(사진)이 연임됐다.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4년이다.

학교법인 한성학원(이사장 문동후)은 지난해 12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한성대 제11대 총장으로 이창원 현 총장(63세)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성학원 이사회는 “이창원 총장이 제10대 총장직을 수행하며 한성대가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대학 및 ‘방학 중 SW·AI 교육캠프’서울·경기권 최우수 대학에 선정되고, 서울 캠퍼스타운 종합형 참여대학에도 선정됐다”며 “특히,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한성대의 전공트랙제를 대한민국의 대표 교육모델로 정착시켰을 뿐 아니라 장기간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도 대학 재정을 안정화하는 등 대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히고, ‘한성대의 미래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총장은 “지난 4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이제는 대학이 지역사회·산업과 벽을 허물고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한성대가 지역사회·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나

아가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 중심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근무

하면서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후, 뉴욕주립대에서 조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 총장은 1992년부터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기획협력처장·산학협력 단장 등 대학 본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대외적으로는 학교법인 창성학원 이사장(교육부 파견), 미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이사장, 한국조직학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장, 한국행정개혁학회장, 국가보훈처 자체평가위원장, 산림청 정책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 해양경찰청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정부로부터는 녹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김영수 기자 editor@kyosu.net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선출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과·사진)가 지난해 12월 21일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제2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시작한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사회·정치·경제·경영·행정·여성·교육·언론·문화인류·지리 등 15개 사회과학 분야학회의 협의회로 1976년에 설립돼 학제 간 연구와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장원호 교수는 한국사회학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사회학자 중한명이며, 세계적인 연구 네트워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인 사회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장원호 신임 회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과학의 발전과 한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

겠다”라고 선출 소감을 밝혔다.

장원호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주립대 석사와 시카고대에서 사

회학 박사를 했다. 2001년 서울시립대 교수를 시작으로, 국제교육원장, 글로컬문화·공감사회연구소 소장, 도시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또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과 지역사회학회장, 세계한류학회이사장, 세계사회학회 RC03(커뮤니티) board members, 한국사회학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사회학회장으로 재임 당시 광주광역시와의 협력을 통해 2027년 제21회 세계사회학대회를 한국에서 최초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학 연구의 거봉’, 고 김태영 선생 논문선집 전 4권 완간

지난 2022년 1월 11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한 우석(于石) 김태영 선생의 2주기를 앞두고, 고인의 학술논문을 엮은 『김태영 논문선집』(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전 4권이 완간됐다.

선집은 1권 『조선 전기 과전법 연구』, 2권 『조선 전기 사회와 사상』, 3권

『실학, 그 역사상의 재인식』, 4권 『다산 정약용의 국가개혁론』으로 구성됐다. 필자가 생전 여러 지면에 발표했으나 책으로 엮지 못한 논문들 중 엄선해 편제했다. 구만옥·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와 김민철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 박도식 강릉원주대 사학과 초빙교수,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김태영 선생은 1971년부터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문리대 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퇴임 뒤에는 경희학원 이사, 실학박물관 석좌교수를 지냈다. 다산연구회와 실시학사 등 학술단체에 참여했고, 경희총민주동문회 상임자문위원과 민족문

제연구소 고문,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지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시기에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초를 겪었으며, 박근혜 정부 때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김태영 선생은 한국 사회경제사와 사상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1982년에 저술한 『조선전기 토지제도사 연구』는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현대 한국의 명저 100권’에 포함됐으며, 1986년 이 책으로 제 1회 단재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실학의 국가개혁론』으로 제 1회 미원학술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그 뒤 실학과 다산 연구에 대한 공적으로 2006년 제 7회 다산학술상 대상, 2013년 제 3회 벽사학술상을 받았다. 수많은 논구는 한결같이 국가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세사 연구자임에도 화두는 항상 현실 개혁이었다.

고인의 2주기 추모식은 오는 1월 6일 경희대 청운관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김태영 논문선집』 헌정도 있을 예정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이동환 전북대 교수, 특허 기술이전 상용화 성공

2010년 교수 기술창업 시작해 13년 만에 상용화

이동환 전북대 교수(기계설계공학부·사진)가 교수 기술창업으로 개발한 의료기기인 ‘전자동 혈액점도 측정장치’(오른쪽 큰 사진)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2010년부터 교수 기술창업으로 혈액점도 측정을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시작해 해당 의료기기가 2018년 보험급여로 지정돼 심혈관, 뇌혈관 및 말초혈관 질환의 진단과 치료의 마커로 활용돼 왔다.

기술개발이 시작된 후 13년이 지난 현재, 혈액점도 검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 교수는 간편성과 검사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자동 혈액점도 측정기’를 개발했다. 이는 세계에서 최초이며 유일한 전자동 다채널 혈액점도 검사기로써 한국식품의약안전처의 허가와 한국보험심사평가원에 등재됐다.

이런 절차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우리나라 혈액검사 대형 수탁기관들에 설치돼 본격 상용화됐다.

이 교수는 우수 연구력으로 전북대 스타교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전자동 혈액점도 측정장치 상용화는 13년

의 세월에 걸친 험난함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혈액의 점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발생하는 과다점성증후군과 심혈관·

뇌혈관·말초혈관 질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보며 연구자로서 이를 간편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대학교수에게 기술창업의 길을 열어준 대통령령 특별법을 통해 2010년 교수 기술창업으로 ㈜바이오리올로직스를 설립하며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이 교수는 혈액점도 관련 국내 및 국제 특허 15개를 전북대 산학협력단에서 (주)바이오리올로직스로 기술이전했고, 전북연구개발특구 기술이전사업화에 선정돼 하루 2천개 검체를 측정할 수 있는 전자동 다채널 혈액점도 검사기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교수의 기술창업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이 교수는 힘들 때마다 시와 서예로 달랬다. 덕분에 문예사조에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에서 연속 3번이나 특선을 차지하는 등 공학자로서 남다른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도 했다.

이 교수는 “대학교수에게 기술창업의 길을 열어 준 대통령령 특별법은 이론적 배경을 핵심기술로 거듭나게 하는 실용학문을 실천할 수 있는 보람을 주기도 했다”며 “이 전자동 혈액점도 측정장치가 세계 처음인 만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순환기계인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마커로 활용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기술창업이 기업 공개(IPO)로 이어지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 유니콘 기업의 신화를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서울교대 18대 총장에 장신호 교수 임명

서울교대 제18대 총장에 장신호 교수(과학교육과·사진)가 임명됐다. 임기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2027년 12월 25일까지 4년이다.

장신호 신임 총장은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를 했고, 2005년부터 서울교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장 총장은 지난해 6월 26일 실시된 총장선거에서 1순위 총장후보자로 선출됐다. 교육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지난해 12월 26일 18대 총장에 공식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임명장을 받았다.

서울교대는 오는 1월 중에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희준 연세대 교수, 한국품질경영학회장 취임

박희준 연세대 교수(산업공학과·사진)가 한국품질경영학회 제30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 2년이다.

박 신임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컴퓨터과학

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매리마운트대학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4년부터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지털 혁신 전문가로서 국내외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 및 기업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TV와 라디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60년 역사의 한국품질경영학회는 글로벌 품질강국 대한민국구현을 목표로 기업의 품질경영 전략 및 국가 품질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술기관이다.

최진석 카이스트 교수, IEEE 우수 젊은 연구자상 수상

최진석 카이스트 교수(전기전자공학부·사진)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통신 분야 아시아-태평양 우수 젊은 연구자 상을 수상했다.

최진석 교수는 꾸준한 연구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통신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

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상은 매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젊은 우수 연구자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올해 한국에서는 최 교수가 단독으로 수상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의 통신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성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실제 통신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며 다양한 통신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등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종대 김용국 교수팀, ACK연차 학회 ‘우수연구상’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김용국 교수 연구팀이 한국정보처리학회 주최 2023년도 ACK연차 학회에서 ‘보상함수개선 기반 드론 자율주행 및 이상물체 탐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우수연구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카메라 센서를 사용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하면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자율주행 드론의 보상함수 개선 방법을 연구하고, 드론으로 획득된 영상 내 이상물체나 이상행동을 트랜스포머 기반으로 탐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자율주행 드론 및 이상물체 탐지등에 사용할 수 있다.

김용국 교수는 ”이번 기술 개발로 △강화학습기반 드론 자율주행 연구 △트랜스포머 기반 이상탐지 방법 연구 △공공 인프라 기반 시설의 CCTV 영상 관제 및 통합보안관제 시스템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희 대원대 교수,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공로상

손정희 대원대 교수(치위생과·사진)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2023년 ‘메타버스 컨소시엄 3차년도 성과발표회’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손정희 교수는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활용해 시범 운영한 전공수업을 통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뿐만 아니라 성인학습자에게도 학습의 흥미와 동기를 촉발하고, 적극적 참여와 학습 몰입을 통해 학습성취도와 높은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수영 전남대 연구원, ‘무인도 연구’ 해수부 장관 표창

이수영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 전임연구원(사진)이 해양수산부의 국제협력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22일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수영 전임연구원은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매년

350여 개(5년간 1,500여 개)의 무인도에서 육지부 지형 지질 조사, 영상 촬영 및 제작, DB 구축 및 관리 등과 같은 실태조사 전 과정을 진행하고 관리해 왔다.

특히, 이번 수상에는 연구 결과의 정책 반영과 관련한 관리유형 변경, 무인도서 및 해양영토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등 해양영토로서 우리나라 무인 도서에 관한 국가정책 수립과 홍보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아까워서 놓치기 싫거나 특별해지고 싶거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여덟 번째 주제 ‘광고, 심리학을 입다’

2 희소성의 힘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에 이어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룬다. 부수현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두 번째 글이다.

희소성(scarcity)은 무언가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것을 말한다. 단지 드물고 특이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다. 심리학, 경제학, 그리고 마케팅 영역에서의 희소성은 ‘희귀하거나 진귀한 것’의 의미로 통용되며, 희소성으로 제품이나 브랜드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에 유용한 마케팅 전략이 된다.

심리학 관점에서, 희소성이 가진 힘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언제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거나 기회의 불확실성이 높은(예,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일 때 희소성에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된다. 따라서 이 희소성은 내가 희소한 ‘그것’을 가질 가능성에 대한 판단과정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 희소한 ‘그것’을 내가 가졌을 때 나 역

시 특별해지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월해질 수 있기에 희소한 그것의 가치가 높아진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을 ‘득템(得-item)’하는 것은 소비자를 열광하게 한다. 예전에 허니버터칩이 그랬고 곰표 맥주가 그랬다. 이 희소성은 내가 그것을 구했을 때 느끼는 기쁨,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에 의한 것이다.

희소성, 시간적·수량적으로 한정짓기

마케팅 측면에서 희소성 메시지는 시간 한정 메시지와 수량 한정 메시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시간 한정 메시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흔한 예로, 특가세일 ‘마감 임박’이며,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희소성을 부여하는 전형적인 기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한된 시간이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이 매우 넉넉한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촉박한 시점일 수 있다. 또한 일주일 뒤의 데이트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낯선 나라로 가

1958년 소더비 경매에서 단 45파운드(7만 3천 원)에 팔렸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지며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 희소성은 가치를 올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1505년 경. 나무판자에 유채.

특별 한정판은 자존감이 손상된 소비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다.

이때의 소비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MZ세대에게서 ‘특템’ 소비가 더 열광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같은 현상이다.

는 해외여행 준비를 일주일 안에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수량 한정 메시지는 재화의 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수요에 의한 수량 한정과 공급에 의한 수량 한정으로 나뉜다. 수요-한정은 시장의 수요가 높아 발생하는 품귀현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공급-한정은 시장에 공급된 재화의 물량 자체가 부족하기에 발생한 품귀현상을 말한다. 허니버터칩이나 곰표 맥주처럼

출시 초기에 물량 부족 때문에 주로 발생하지만, 처음부터 마케터(또는 공급자)가 작정하고 한정된 수량만 출시하기도 한다. 부가티와 같은 하이퍼카와 같은 럭셔리 제품군뿐만 아니라, 저가의 제품군에서도 특별한 의미나 가치를 담은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한다.

손실 혐오와 자존감의 고양

희소성 메시지를 통한 구매 촉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까워서 놓치기 싫은 심리를

오른쪽 사진은 같은 상품이라도 ‘한정판’이라는 라벨이 붙으면 그 희소성은 올라가고, 그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사진=펙셀

이용하거나 남들과 달리 특별해지거나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는 손실-혐오와 관련되어 있고, 후자는 자존감과 관련되어 있다.

먼저, 놓치기 싫은 심리로 설명하자면, 많은 경우에 희소성 메시지는 가격 할인이나 다양한 유형의 판촉(사은품 제공 등)과 함께 강조되며, 이 경우 손실 프레이밍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서두르지 않으면 50% 가격 할인을 놓친다’가 ‘지금 구매하면 50% 가격 할인 혜택을 가질 수 있다’보다 효과적이다. 놓치는 것을 더 아깝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더 서둘러서 구매할 것이다.

다음으로,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로 설명하자면, 특별 한정판은 자존감이 손상된 소비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다. 여러 가지 원인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때의 소비는 자존감을 높이

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가장 쉬운 예로는 불경기일수록 특별 한정판 마케팅 효과가 커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덧붙여,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MZ세대에게서 ‘특템’ 소비가 더 열광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같은 현상이다. 이 경우 예방적(혹은 방어적) 자기조절 초점을 사용하는 것이 향상초점의 광고 메시지보다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은 방어적 초점(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부수현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

중앙대에서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희소성 메시지에 관한 다수의 연구를 발표했다. 『검색광고의 이해』, 『인간정서와 AI』 등을 공저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마케팅, AI 커뮤니케이션, 친환경 소비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플라스틱 사랑 말고, 플라토닉 사랑을

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 33

중앙출판공사의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 시인의 「행복」이란 시를 읽어봤으리라.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일이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에는 연인끼리 이 시를 편지지에 예쁘게 써서 주고받던 분들도 많을 것이다. 시인이 처음부터 발표하려고 시를 쓴 것은 아니었고, 청마 시인이 시조시인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 1916~1976) 여사에게 보낸 숱한 편지 중의 하나였다. 시인은 그래서 날마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쓴다고 묘사했을 것이다.

유치환의 편지 모음집인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발행한 중앙출판공사의 광고 ‘행복’ 편(1967)에서는 책 제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조선일보, 1967. 7. 23.). 책 제목 자체를 그대로 광고 헤드라인으로 쓰는 출판계의 관행을 그대로 따랐다. 제목이 헤드라인이 되니까 책을 소개하는 핵심은 헤드라인을 읽도록 유도하는 오버라인이 광고 카피의 핵심이다. “이다지 지애(至愛, 극진히 사랑함)

하고 이다지 열모(熱慕, 뜨겁게 사모함)한 노스탤지어의 시인(詩人) 청마(靑馬)의 만리장서(萬里長書)!” 오버라인에서는 극진히 사랑하고 뜨겁게 사모하는 마음이 만리장성을 쌓을 만큼 켜켜이 쌓였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썼을 법한 카피인데, 중국의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암시하며 ‘만리장서’로 표현한 비유 감각이 탁월하다. 보디카피는 이렇다. “20년(年)토록 긴 세월(歲月)을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씨가 규수시인(閨秀詩人) 이영도 여사에게 하루같이 보낸 사랑의 편지(便紙)들. 구원(久遠, 멀고 오래됨)한 목숨의 명인(鳴咽, 흐느낌)이 성결(聖潔, 거룩하고 깨끗함)한 5천여운(千餘運)의 글발이 당신의 가슴에 그리움의 비를 내릴 것이다.” 4·6판 크기의 금박 제본에 370쪽이며 책값은 400원이라는 기본 정보를 알리며, 독서계를 석권해 단연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광고 카피에서 말한 ‘그리움의 비’가 독

중앙출판공사의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광고 (조선일보, 1967. 7. 23.)

아래 사진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초판 표지 (중앙출판공사, 1967)

자들에게 내렸던 것일까?

이근배 시인의 회고에 의하면 편지 모음집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67년 봄, 청마 시인이 교통사고로 타계하자, 박성룡 시인이 청마와 정운 사이에 오간 편지가 5천여 통이 넘는다는 내용을 <주간한국>에 소개했다. 정운은 편지들을 모아 책을 내자는 출판사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여러 여성잡지에서 청마의 여성 관계가 복잡하다는 듯이 가짜 뉴스를 이어나갔다. 보다 못한 정운은 잡다한 소문을 잠재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대형출판사를 물리치고 신생 출판사였던 중앙출판공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던 이근배 시인에게 연락했다. 그래서 시인은 정운의 집으로 찾아가 편지 다발들을 추려 “뼈를 추리고 살을 발라내”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이근배, 「문단수첩: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동아일보, 1991. 2. 8.). 책이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영원히 묻힐 뻔한 명시가 가짜 뉴스 때문에 새 생명을 얻은 격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사랑의 자취는 지금도 통영중앙우체국 앞의 행복 조각상으로 남아 있다. 통영여중의 국어 교사로 부임한 청마는 같은 학교에서 가사(가정) 과목을 가르치던 이영도

선생을 본 순간 첫눈에 반해 버렸다. 당시에 청마는 38살의 유부남이었고, 시조시인 이호우의 동생인 29살의 이영도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었다. 정운은 단호히 거절했지만 청마는 정운을 계속 흠모한 나머지, 1947년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연서(戀書)를 써

서 통영중앙우체국에서 부쳤다. 청마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은 정운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마음이 흔들려 둘만의 정신적 사랑이 시작됐다. 청마의 편지쓰기는 20여 년 동안 계속됐는데 6·25 전에 불탄 것을 제외하고도 5천여 통에 이른다. 이들의 플라토닉 러브는 요즘 세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행복 조각상은 너무 쉽게 만났다가 갑작스레 헤어지는 요즘의 플라스틱 사랑을 꾸짖는 것만 같다.

두 사람은 20여 년 동안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며 살았다. 죽음만이 그들을 갈라놓았는데, 그들은 내내 사랑 속에서 행복했다. 청마 유치환과 정운 이영도가 편지를 주

고받던 무렵의 나이가 청춘 시절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뜨겁고도 아름다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카피처럼, 사랑에도 나이가 없다. 두 사람은 신체 나이를 잊은 채 ‘열정적인, 너무나 열정적인’ 청춘의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쉽게 만났다 쉽게 헤어지는 연인들의 플라스틱 사랑을 꾸짖고, 사람들에게 육체적 사랑을 완전히 배제한 채 정신적인 사랑의 가치도 추구해 보라며, 플라토닉 사랑을 동경하게 하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누군가 사랑할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사랑할 대상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 흔히들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지만 착각일 뿐이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 행복하기에 그렇다. 사랑을 줄 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나이 먹을수록 더 느끼게 된다. 그래서 청마는 시의 첫줄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 더 행복하시고 플라토닉 사랑을 꿈꿔보세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

느니보다 행복하니까요. 지금은 우리가 사랑 해야 할 시간입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

인공지능 시대, 죽음의 교육을 당장 걷어치워라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26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정치와 경제·사회와 문화·과학기술·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일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이 「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7강은 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의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요즘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혹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스위스에서 주최하는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이며 최고경영자인 클라우스 슈밥 박사가 2016년 1월 처음 주창했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이란 신기술의 보급으로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가 급격히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주요한 산업혁명이 크게 세 번 일어났다고 생각하는데, 클라우스 슈밥은 이제 인류가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 클라우스 슈밥이 주창하는 제4차 산업 혁명은 무슨 기술이 있기에 일어나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推動)하는 기술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그리고 로봇·빅 데이터 등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 주도로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한 후, 스마트폰과 그에 따른 디지털 생

태계는 세상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바꿔놨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등으로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뿐 아니라, 영화관 예약을 하거나 주위의 식당을 검색하기도 한다. 모르는 지식은 구글이나 네이버를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 좋아하는 영상을 아무 때나 골라볼 수 있다.

사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그러기에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최근에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기술이 가공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을 또 한 번 보여준 중요한 계기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오픈에이아이(OpenAI) 회사의 챗지피티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류가

지금까지 맞닥뜨리지 않았던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기술 발달은 대개 인간의 육체적인 힘을 대치하는 것이었던 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을 대치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물론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처럼 빅테크 기업을 일으킨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천재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같은 분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 기술 만능주의의 디스토피아를 막을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해 매우 비관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최근에는 딥 러닝 이론을 개발해 인공지능의 대부라고도 불리는 제프리 힌톤 토론토 대학 교수가 챗지피티의 출현 이후 “인공지능이 곧 인간 뇌의 능력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내가 한 일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다”라고까지 말하면서 비관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반면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

을 쓴 레이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스스로 자신보다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 지능이 무한히 높은 존재가 출현하게 된다. 이러한 특이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해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매우 긍정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은 부족하지만 인재 양성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하는 발전을 이뤄냈고, 앞으로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도 역시 인재 양성으로 대비해야 할 운명이다. 그러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까?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돼 있

“미래 인재는 기본적인 컴퓨터와 ICT 독해력을 갖춘 동시에,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와 소통 정보력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육계의 기득권과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교육 시스템 개혁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이뤄야 할 과제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다. 예를 들어 영국 옥스퍼드대의 프레이와 오스본 등은 2013년 발표한 연구에서, 직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고, 특히 사무원·회계사·은행원·기자·변호사·의사·교수 등 중간 관리직과 전문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지식을 활용하는 직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새로운 기술은 교육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기술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추동(推動) 하고 있지만, 특히 인터넷에 기반한 비대면 기술과 최근 놀라운 발전을 보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역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인류는 지금 문명의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생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대면 강의와 토론, 심지어 문화행사나 쇼핑에도 익숙해져서 전통적인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점점 더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의 많은 대학이 외국의 유명 교수들을 초빙해 인터넷으로 공식적인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출현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나오는 것이다. 컴퓨터는 기계이기 때문에 인간처럼 지치지도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며 학습을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창의적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미 알려진 지식들은 빠른 시간 안에 습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면 (창의적이지는 못하지만)

박학다식한 조수(조교)를 고용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인력의 한계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교육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은 교육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심지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국정 연설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라고 불린다”라는 말을 넣기도 하였다. 이처럼 과거 한국 교육이 성취한 바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을 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 교육이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우수 전문 인력들은 빠르게 잘 키워 국가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즉 과거 선진국 산업을 추격하는 단계에서는

주어진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모방형 인적 자본이 중요했지만, 선진국과 대등한 단계에 올라선 다음에는 창조형 인적 자본이 필요한데, 한국의 교육은 계속 암기 지식 위주로 이뤄져서 창조형 인적 자본 양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시대의 변화와 경제 발전 단계에 적응하지 못해 이제는 과거처럼 경제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한국 교육 현장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지방대 문제이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이상 지속된 소위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대학의 변화를 추진할 여력이 없으며 현상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공적 자금을 활용한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육성 사업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인류는 지금 문명의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생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마다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다.

미래 인재는 기본적인 컴퓨터와 ICT 독해력을 갖춘 동시에,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와 소통 정보력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대량 교육 시스템에 기반을 둔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이와 같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에 적합하지 못해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육계의 기득권과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교육 시스템 개혁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이뤄야 할 과제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쭉쭉 늘어나는 고효율의 태양전지 개발

김범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

최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이 높은 전기적 성능과 신축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형태의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카이스트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스트레처블 유기태양전지를 구현했다고 26일 밝혔다.

웨어러블 전자소자의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며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잡아당겨 늘려도 작동할 수 있는 스트레쳐블 태양전지가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광활성층의 높은 전기적 성능과 기계적 신축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서로 상충관계를 가지고 있어 스트레쳐블 태양전지의 구현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유기 태양전지는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광 활성층이 유기물로 구성되는 전자소자다. 기존 무기 재료 기반 태양전지에 비해 가볍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

왼쪽부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의 김범준 교수, 응용과학연구소의 이진우 박사다. 사진=카이스트

러블 전자소자에 사용 가능하다. 특히 태양전지는 이러한 전자소자의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적인 소자이지만, 기존 고효율 태양전지는 신축성을 가지기 어려워서 웨어러블 소자로 거의 구현된 바가 없다.

김 교수 연구팀은 높은 전기적 성질을 가지는 전도성 고분자에 고무처럼 늘어나는 고신축성 고분자를 화학 결합을 통해 연결했다. 이로써 높은 전기적 성능과 기계적 신축성을 동시에 가지는 새로운 형태의 전도성 고분자를 개발했다. 개발된 고분자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광전변환효율 (19%)을 가지는 유기태양전지를 구현하면서도, 기존 소자들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신축성을 달성했다. 연구결과 40% 이상 잡아당겨도 작동하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스트레처블 태양전지를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사람이 착용가능한 태양전지의 응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스트레쳐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고분자 소재 개발을 통해 자유 형상과 신축성을 요구로 하는 다양한 전자소자에 응용 가능한 소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기 태양전지는 웨어러블 전자소자의 핵심 전력 공급원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이진우·이흥구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기계공학과 김택수 교수·생명화학공학과 리섕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줄(Joule)』에 지난달 1일 출판됐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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