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병들면 극우세력 고개 든다

글로컬 오디세이

김일곤

한국외대 EU연구소 연구교수

독일이 심상찮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의 지난 10월 31일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0.1%로 예측됐다. 반면에 지난해 10월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1년 만에 최고치인 10.4%를 기록했다. 여전히 불안정한 에너지 가격과 높은 식료품 가격으로 물가 오름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영향 탓에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다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의 부담이 독일 국민의 몫으로 오로지 전가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가처분 가계소득 증가율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계를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먹고사니즘’과 직결된 이러한 생활의 위기는 독일에서도 안전과 보호의 요구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안전에도 질병안전·교통안전·산업안전 등의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의식주의 해결을 둘러싼 빈곤으로부터의 안전과 외부의 위기와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하는 국방의 안전이 아마도 가장 기본적인 최상의 안전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질병으로부터의 안전조차 지난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전염병 대처에서 보인 무능과 늦장 대응으로 다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이미 의구심이 쌓인 지 오래다. 그에 더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영향을 받은 유럽을 비롯한 독일 사회 내부의 반이슬람주의와 반유대주의 세력 간의 갈등이 전이돼 분쟁에 준할 만큼 독일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음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위기 현상은 극단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넓혀가는 틈새를 허용해 정치적 위기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독일의 기성 정치집단은 위기에 대한 대응과 이렇다 할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집권 사민당(;8,)과 총리가 비난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독일 국민의 안전과 보호의 직접적 책임이 이들에게 있는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물가 급등과 최근의 중동사태에 이르기까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충분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독일

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비난의 주된 내용이다. 그 결과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개월 만에 20%대로 떨어졌고,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면서 ‘신호등’ 연립정부의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이들 정당의 지지율 하락의 공백을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채워가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헤센주 선거에서 2위로, 바이에른주 선거에서는 5년 전보다 지지율을 끌어올려 3위로 올라섰다. 또한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선거를 앞둔 일부 지역에서 기민당(CDU)도 제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독일에서 주 선거는 연방 선거를 예측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다음 연방 선거에서 그들의 약진이 더욱 눈부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이 독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약진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유럽통합의 역사에 놓인 또렷한 발자취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유로존 위기를 헤쳐 나오는 데 있어, 그리고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이 건재할 수 있는 배경에는 독일의 지대한 역할이 있다는 것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점에서 독일이 없는 유럽연합과 유로존 체제는 가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독일을 위한 대안’은 반이민정서를 넘어 유로존 해체와 마르크 통화로의 복귀를 요구한 바 있고, 지금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 해체를 주장하는 등 반(反)유럽연합 성향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약진에서 초래될 수 있는 독일 정치의 지형 변화에는 이민과 난민까지 보듬어 온 독일의 포용적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유럽연합과 통합의 장래까지 위협하는 폭발력이 담겨 있는 셈이다.

선거의 시간이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다. 그럴수록 적과 우리를 가르는 ‘낙인찍기’와 포퓰리즘 성향의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며 민심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경우 독일과 유사한 생활의 위기 앞에서 수위를 높여가는 지정학적 위기까지 중첩돼 안전에 대한 희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선거가 민심의 풍향계라면, 민심의 향배와 이를 반영한 우리 정치의 방향성이 내년에 결판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도 ‘극단주의의 세계화’ 추세 밖에 있는 ‘무풍 혹은 미풍 지대’로 남아있게 될 것인가?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의 정치외교학과와 독일어과에 출강하고 있다. 유럽 국가와 유럽연합의 정치경제 변동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 우선해 백년지대계를 놓치다

견리망의를 추천하며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국시

제자 자로가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성인(成人)’ 즉 ‘전인(全人)’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공자는 당시의 인물들을 예로 들며 “장문중과 같은 지혜와 공작과 같은 무욕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능에다 예와 악을 더해 아름답게 빛나게 한다면 가히 전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선 “오늘날에야 어떻게 다 갖출 수 있겠느냐? 이로움을 보고서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험을 당하였을 때 목숨을 바치며, 오랜 약속을 평소에 잊지 않고 늘 실천한다면 그 정도로서도 전인이라고 할 만 하다”라고 말했다.

공자님 당시도 난세였기 때문에 전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낮춰 이렇게 말한 것이리라. 여기서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4자성어가 나왔다. 그런데 세상에는 견리사의 하는 사람보다 이익을 보면 이익에 눈이 가려 의로움을 저버리는 사람이 더 많은 모양이다. 이에 그런 사람들을 질책하고 비난하는 데에 사용하는 말로서 견리사의와 정반대의 뜻인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이 만들어져서 또 하나의 4자성어로 세상에 퍼지게 됐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천리 먼 길을 오셨으니 제게 무슨 이로움(利)을 주시고자 하시는 것입니까”하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이로움에 앞서 의로움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해 의로움을 잊은 이로움이 야기하는 폐단을 지적하며 경계했다. 흔히 ‘의로움’으로 번역되는 글자인 ‘義(옳을 의)’는 곧 ‘宜(마땅 의)’이다. 사회적 공인을 얻음으로써 그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통칭해 ‘義’ 또는 ‘宜’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利)에 도취되면 의(義)를 잊게 된다. 이익이란 대부분 경제적 풍요와 육신의 안락을 뜻하기 때문에 풍요와 안락에 도취되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는 잊어버리고 이기심만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기심이 발동하면 이익만 챙기는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라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

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는 목전에 있는 이익에 관심이 많다.

개인생활도 마찬가지다. 자그마한 이익에도 정의를 뒤로하는 사건들이 자주 보도된 한 해였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 시피 해 씁쓸한 사기 사건도 많이 일어났다.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 피싱 등 사회가 마치 견리망의의 전시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더더욱 백년지대계가 필요한 교육마저도 미래지향적 비전의 제시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경쟁이 우선시 되고 있다. 겨우 몇 년 뒤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 않은지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학생들에게도 특히 혼란스러운 한 해였을 것이다. 당장 내 아이의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들이 많이 보도됐다. 아이들에게 당장 눈앞의 점수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뒤로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올바른 교육은 목전의 이익을 앞세우는 ‘성취’ 보다 미래를 향한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은연중에라도 견리망의를 부추기지 말고 견리사의의 의미를 떳떳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견리망의 하면 우선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 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 맹자를 비롯한 많은 선현들이 이보다는 의를 중시해야 함을 주장한 이유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양연(1771∼1 53)은 「딱따구리(啄木鳥)」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딱따구리야! 나무를 너무 쪼지 마라, 고목 속이 반밖에 안 남았구나. 비바람은 차라리 걱정이 안 된다만, 나무가 쓰러져 네 집이 없어질까 걱정이구나(啄木休啄木, 古木餘半腹. 風雨寧非憂, 木摧無爾屋).”

제 집이 없어지는 줄 모르고 목전의 이익을 얻기 위해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나 결국은 공멸하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편의 이익만 챙기는 견리망의의 모리배들이나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불행하게도 올해는 견리망의의 한 해였다. 사자성어 선정을 계기로 내년에는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중국문화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고전시가와 서예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서예학회, 한국중국문화학회 회장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서예가협회 부회장을 맡고있다.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수상했다.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학고재, 2020), 『김병기의 수필이 있는 서예: 축원·평화·오유』(어문학사, 2020) 등을 집필했다.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진다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방향을 종잡지 못하다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같은 의견끼리 어울리고 다른 의견은 배척한다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은 잔뜩 끼었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숨겨 의사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徑)서려 있는 계곡과 구불구불한 길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다 혼탁하다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차례나 순서를 바꾸어 행하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한 것을 부수고 생각을 바르게 한다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2020년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2022년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전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근대 초기 신극 운동부터 공e의 진리에 대한

한국문화의 배경과 뿌리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입체적이고 다b적인 융합적 연구

『떼창의 심리학:한국인의 한, 흥 ,정 그리고 끼』『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공간의 철학, 그 해석학적 해명』

세계로 퍼져나a는 시민 의식을 변화시키고 지속 a능한 미래 문명의 한류 신드롬,사회 변혁을 추동하는, 비전을 위한 떼창을 중심으로 살펴본 ‘운동’으로서의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한국인의 문화적 DNA한국 근대연극의 역사공e해석학

김재은 지음|384쪽유민영 지음 ] 672쪽v학순 지음 ] 480쪽

한국의 문화a 폭발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는 열}항 이후 현대까지의 한국 연극사를 정리한 책이다. }화기 이후 전}존재의 근본 범주인 공e 연구와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해석학적 연구광의 도a니로 빠져들었다. 이른바‘ 한류’라고 한다. 심리학자인 김재은 된 신극 운동부터 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v학순 교수 연구의 집대성‘. 공e의 해석학’의 목표교수(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떼창의 심리학』을 통해 전 세계의 대중문화 흐한국 연극의 자취를 그리며 오늘날의 현대 연극계를 조망한다. 연극계 선는 다양한 공e 담론들의 다름과 차이를 배제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단름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 문화 현상의 배경과 뿌리를 파헤쳐보고, 그 토대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 사진을 곁들였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식 순한 통합이 아니라, 그것들이 서로 부딪히는 지점까지 들어a서 대화를 a 된 우리의 문화적 DNA를‘ 떼창’을 중심으로 살펴본다.서술로 연극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풀어나e다.시도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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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사욕에 법마저 무너지다…“전 정부 탓은 이제 그만”

사자성어를 통해 본 2023년

‘2023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총 1,315표 중 3!6표를 얻어 30.1%를 차지했다. 원래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견리사의의 정반대인 견리망의가 세상에 퍼지게 됐다. 한 30대 교수는 “고위공직자가 개인 투자 이익을 위해 직무를 망각하고, 정치인이 영달을 위해 상대편, 심지어 같은 당 사람도 험하게 헐뜯는 것은 대의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견리망의가 심각한 이유는 법의 경계마저 넘어서기 때문이다.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현 상황. 이익 앞에서는 체면도 없고 법도 없는 상황이라서 선택”, “국회와 사법부 등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입법활동과 국익과 정의를 외면한 편파적이고 사리사욕에 입각한 판결”을 이유로 들었다.

나라 전체가 자신의 이익만 좇는 아수라장 같은 한 해였다. 부동산·금융 투기부터 명품 상납까지 권력을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는 도를 넘어섰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흐름을 잘 표현했고, 견리망의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로움을 보니, 의로움을 잊은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고위층의 자기합리화·책임 전가

이전 정부 탓만 하는 자기합리화와 책임 전가가 견리망의의 뒤를 이었다. 2위 적반하장(賊反荷杖)은 335표(25.5%) 를 얻었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 정부 탓만하며 합리화하기 급급하다”는 답변이 눈에 띈다. 또한 “행정망 불통,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상병 사망, 바이든에게 욕설 사건의 최고위 또는 고위 책임자가 하위자나 외부세력에게 책임 전가”라든가 “2년 내내 네 탓만 하는 정부도 한심하다”라는 비판도 뼈아프다.

한 50대 인문학 교수는 “비참한 시대에 언어는 왜곡되고, 정신은 비틀어진다”라며 “거짓이 진실의 거죽을 뒤집어쓴 시대는 참혹하다”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교수는 “검

사들의 적반하장은 지식인으로서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3위 남우충수(濫竽充數)는 323표(24.6%)였다. ‘함부로 피리 부는 사람의 숫자를 채우다’는 뜻이다. 선택 이유는 “실력보다는 갖가지 연줄이나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자리를 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현 정권이 능력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측근 인사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국정이 엉망진창”이라는 답변은 세태를 꼬집는다. 아울러, “현 정부가 무능하고 권력욕이 있는 자들로 내각을 구성한 결과, 업적은 없고 탐욕의 결과가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흐름을 잘 표현했고, 견리망의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비참한 시대에 언어는 왜곡되고, 정신은 비틀어진다. 거짓이 진실의 거죽을 뒤집어쓴 시대는 참혹하다.”

끝도 없이 불거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사회가 침체되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는데 반해,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여러 국가 행사의 실패 등 악재가 겹쳐 있어 유능한 사람들에 의해 슬기로운 극복이 절실해 보인다”라는 선정 이유에 공감된다.

더욱이, 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도 포함됐다. “R&D와 같은 분야의 전문성은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들의 좁은 시야만으로 다른 분야를 재단하여 무책임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의미로 선정했다.”

‘중산층 몰락’ 민생고에 지도층은 싸움만

4위 도탄지고(塗炭之苦)는 155표(11. %)를 얻었다. ‘흙탕이나 숯불 속에 떨어졌을 때 느끼는 괴로움’을 의미하는 도

탄지고는 김현주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와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생고는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괴로워져만 가는 국민의 생활고를 나타내기 적합하다”라고 강조했다.

한 40대 교수는 “고통의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답변은 “국가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경제는 퇴보하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라, 서민의 삶과 빈부차가 심화될 것이 염려된다.”

사회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교수인데도, 생활고를 걱정하는 답변도 있었다. “물가가 높아 서민들 삶이 어렵고, 교수 월급에도 외식비가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아울러, “국민들 생활은 고물가 저경기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자기네들 이익만 좇아서 싸움질만 해대고 있다”라거나 “청년실업, 중산층 몰락,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 국민이 민생고에 곡소리가 높은데, 지도층이 이를 살피지 못하는 듯하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5위 제설분분(諸說紛紛)은 106표(8.1%)였다. ‘여러 의견이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뜻의 제설분분은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가 추천했다. 정 교수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서 자기의 의견만 주장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이 정제되지 않고 뒤섞여 다툼으로써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지럽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 교수는 “말로써 말 많으나, 진정 쓸 말이 없다”라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객관적·포괄적 접근 없이 이익과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언론의 탈을 쓰고 취재원의 인격을 살해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인터넷 언론의 폐해를 경계하고 자 한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종합 리서치 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2023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 휘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예서체(隸書體)로 직접 썼다. 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서 현재 국제서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수상했다.

2023 올해의 사자성어 어떻게 선정했나

50대·사회계열 응답자 제일 많아

<교수신문>의 23번째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세 단계를 거쳐 선정했다. △추천위원단 사자성어 추천 △예비심사단 심사 △전국 교수 설문조사.

<교수신문>은 교수 20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으로 부터 지난 11월 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각자 1∼2개씩 사자성어 후보를 추천받았다. 추천위원단은 사자성어 총 26개를 추천했다. <교수신문> 논설위원·편집위원·서평위원과 주요 필진으로 구성된 예비심사단은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추천된 26개의 사자성어 중 5개를 추려 편집국에 전달했다.

본 설문조사는 지난달 2 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6일

동안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1순위 통계를 기준으로 응답한 교수들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50대(579명·44%)가 가장 많았다. 60대(481명·36.6%)가 2위를 차지했고, 40대(143명·10.9%), 70대(94명·7.1%), 30대(18명·1.4%)가 뒤를 이었다.

전공별로는 사회계열이 444명(33.8%)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인문(378명·28.7%), 공학(211명·16%), 자연(115명·8.7%), 예체능(60명·4.6%), 의약학(58명·4.4%), 농수해양(33명·2.5%) 순으로 많았다. 기타는 16명(1.2%)이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사자성어 추천에 도움 준 분들

강성호(순천대 사학과), 김동하(부산외대 중국학부), 김양현(전남대 철학과), 김병기(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김승룡(부산대 한문학과), 김준환(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김현주(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박병기(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서영식(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 서영희(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심지원(동국대 철학과), 이근우(중원대 역량교양학부), 이승환(고려대 철학과), 이종성(충남대 철학과), 이주노(전남대 중어중문학과), 이형진(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임동석(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서철원(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정태연(중앙대 심리학과), 탁선미(한양대 독어독문학과).

멀티버스 내 실종된 인간의 존재가치는 뭘까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24

김재희 을지대 교수(교양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김재희 을지대 교수(교양학부)가 「메타버스와 자아 동일성」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5강은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의 「가상현실의 철학적 이해」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메타버스 안에서 나는 아바타로 거주한다. 아바타는 현실 세계의 나를 대신해서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캐릭터다.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자아 동일성’에 관한 오래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자아 동일성은 나라는 개체를 다른 것들과 구별해 주며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나를 나로서 인식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와 전혀 다른 성별·체형·인종·나이·직업의 아바타 모습으로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때, 나는 과연 현실 세계의 나와 동일한 나인가?

전통적으로 나의 동일성은 기억의 연속성에 의해 보장받았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서로 다른데 여전히 동일한 나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로크는 ‘기억’이 나의 동일성을 보장한다고 봤다. 한 개인이자 인격체(Person)로서의 나는 자기 자신을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도 여전히 동일한 자기 자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의식적 존재이다.

요컨대, 심리-생물학적 개체로서 나의 동일성은 3차 기억인 디지털 기술 환경 안에서 구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동일성 문제는 이제 존재론적 차원이나 실존론적 차원이 아닌 기술적 차원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나’를 어떻게 구성하고 변화시키는가? 디지털 가상 세계의 나는 현실 세계의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우선,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현실의 나와 불연속적인 면이 있다.

3차원 그래픽 기술과 생성 )1의 발전으로 자유로운 꾸밈과 변신이 가능한 아바타는 타고난 외모·인종·성별·나이 등 현실 세계의 제약을 넘어서 나를 ‘다른 나’로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성별 전환이나 신체 구성의 자유로움은 젠더와 장애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외모와 성별의 변형만으로도 소심하고 조용한 인물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의 모험적 인물로 달라질 수 있다.

현실 세계와 다른 신체 이미지 구현은, 다른 인종이나 성별의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현실에서라면 함께 할 수 없었을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게 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일이나 삶의 태도에 대해 대안적 생각과 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아바타로서의 나는 현실 세계의 나와는 다른 나로서 오직 메타버스 안에서만 거주하는 독립적 존재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현실의 나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과 오락의 공간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무·교육·경제 활동 등에서 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그대로 대리하는 행위자로서 현실 세계에서의 책임·의무·권리 등을 위임받아 행위 할 수 있다. 특히 실사 형태의 아바타는 현실적 나와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에서의 사회적 활동 역시 현실의 내가 지닌 사회성·친화력· 기술력 등 행위 역량에 의존한다. 가정에서 사무실로 이동하듯이, 현실 세계에서 메타버스로의 공간 이동이 있을 뿐, 시간적 연속성에 근거한 나의 동일성은 유지된다.

무엇보다 아바타는 ‘탈신체적 탈물리적 존재’가 아니다. 아바타 구현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디지털 기술 조건에 의존한다. 아바타의 움직임 역시 키 패드나 컨트롤러를 통해 조종하는 물리적 신체의 동작에 의존한다. 메타버스 체험은 참여자 자신의 실제 몸의 활동으로 이뤄진다. 화려한 VR·AR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로 진입하는 헤드셋을 장시간 착용했을 때, 생물학적 신체와 디지털 신체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나타나는 현기증·두통·구토 등의 사이버 멀미(Cybersicknes)는 아바타가물리-생물학적 나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 불연속적이면서도 연속적인 관계 속에서 나의 동일성을 잡아주는 것은 몸이다.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는 탈신체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과 가상의 두 세계를 묶는 안정적인 고정점으로서 몸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이 몸은 영혼·정신·생명과 대립하는 기계적 신체가 아니다. 기술-문화적 환경과 연결돼 있는 살아 있는 몸이다. 기술적 환경과 결합된 몸으로 체화된 기억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며 나의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축적된 인류의 기술적 잠재성이 현실화된 상태이자 동시에 새로운 미래 현실을 창조할 잠재적 발판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제 유니버스와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멀티버스 안에서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정보적 가분체로서 동등한 행위자들과 어떤 가치 지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동일성을 보장한다

정보 철학자 플로리디(L. Floridi)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정보를 주고받는 우리의 디지털 생활 환경을 ‘인포스피어(Infosphere: 정보권)’로 정의한다. 인포스피어는 상호작용이나 반응이 없고 학습도 불가능한 ‘죽은’ 사물들의 공간이 아니다. 거기에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나 생성형 AI가 장착된 ‘정보기술체들(ITentities)’이 존재하며, 모든 것에서 모든 것으로 가는, 언제 어디서나 작동하는, 정보 처리 과정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포스피어에 거주하는 이들을 플로리디는 사이보그(Cyborg)에 빗대어 ‘인포그(Inforg)’라고 부른다.

인포그는 인포스피어에 접속된 정보적 유기체로서 “인포스피어와 연결이 끊어질 때마다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무언가 박탈되고 배제되고 장애를 얻고 빈곤한 느낌을 갖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찾고 잠자리에 들 때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손목에 차고 자는 스마트워치는 세계와 접촉하는 우리의 신체 기관이자 사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됐다. 초연결 네트워크의 인포스피어는 이제 인간 실존의 근본 환경이다.

그런데 인포스피어에는 생명체로서의 인간만이 아니라 AI를 비롯한 기술적 존재자들도 동등

김재희 을지대 교수(교양학부)는 “알파고와 챗GPT의 등장은 비인간도 얼마든지 인간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더 상위 버전의 존재론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라며 “인간은 이제 바이오스피어(Biosphere: 생명권)의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라 인포스피어에 거주하는 여러 인포그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한 ‘정보 행위자’로서 거주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자가 데이터 꾸러미로서 동등한 정보적 구성물이기에 인포스피어 안에서 자연물과 인공물·생명체와 비생명체·인간과 기계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알파고와 챗GPT의 등장은 비인간도 얼마든지 인간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더 상위 버전의 존재론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인간은 이제 바이오스피어(Biosphere : 생명권)의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라 인포스피어에 거주하는 여러 인포그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메타버스는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이질적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세상만사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로 이뤄진다. 행위자란 스스로 행위를 하거나 타자에 의해 행위 능력이 부여된 존재를 의미하며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버스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는 인간 아바타와 AI 아바타가 모두 동등한 아바타 행위자이다. 심지어 장차 메타버스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치게 될 아바타들은 인간보다 )1일 가능성이 더 크다.

메타버스 역시 지구 시스템을 위협하는 인류세의 환경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뉴욕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비플의 NFT 예술 작품이 최근 약 30억 원에 거래돼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 디지털 작품이 거래되며 배출한 탄소가 13가구의 1년 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 7만 천597Kg이었다는 점은 잘 조명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연결된 컴퓨터들이 막대한 양의 전기를 쓰지 않는다면 메타버스의 디지털 미술관도 존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온라인 가상 세계를 오프라인 현실 세계와 연결된 전체로서 조망하는 시선이 개체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왜 메타버스인가? 디지털 기술의 메타버스적 활

용은 인류에게 과연 어떤 미래를 약속하고자 하는가? 문자로부터 디지털로 기억 기술이 발달하면서 문학적 상상력이 기술적 상상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물과 스토리텔링으로 허구적 세계를 구축해 보임으로써 현실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들었던 소설처럼, 메타버스 역시 디지털 이미지와 콘텐츠로 현실 세계와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 세계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현실 우주를 넘어서 새로운 우주로서의 메타버스가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제공되는 공간으로서, 기존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참여자들의 잠재적 역량을 현실화하고 모두가 공유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기존 현실을 거울처럼 반복하며 단순 연장하거나 새로운 소비 시장 창출에 그친다면, 또 현실 세계와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실현함으로써 나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토록 많은 기술적 노력과 비용과 환경적 부담을 감수하며 메타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자동화된 습관은 탈-자동화된 사유를 위한 토대이다. 메타버스와 생성 AI의 시대, 자동화의 편리함에 ‘중독’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자동성을 익히고 활용해 비-자동화된 창조적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자적 방식의 주의 양식들과 구분되는 디지털 방식의 주의 양식을 발명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체화되고 확장되고 분산된 자아, 정보적 가분체로서 비인간과 네트워크된 자아는, 사유 무능력자의 궁핍한 삶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삶에 주의하는 의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서 더 높은 자유도의 삶을 실현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파르마콘이다. 현실을 더 풍요롭게 하는 잠재적 역량으로서의 가상 세계가 될 수도 있지만, 디지털 격차를 강화하며 가상 자산을 사고파는 화려한 3D시장에 머물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지금 생성 중에 있다.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축적된 인류의 기술적 잠재성이 현실화된 상태이자 동시에 새로운 미래 현실을 창조할 잠재적 발판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제 유니버스와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멀티버스 안에서 인간이 든 비인간이든 정보적 가분체로서 동등한 행위자들과 어떤 가치 지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오래가는 고효율

생체 이식형 기기 개발

포스텍·연세대 공동연구팀

심장이나 뇌 등 몸속에 이식하는 전자기기가 생리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조절해 파킨슨병 등 난치병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한계로 한 번 이식한 전자기기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포스텍 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와 통합과정 이지호 씨, 김상우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과),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김영준 박사와 통합과정 황준하 씨 공동 연구팀은 아주 약한 초음파로도 작동하는 정전기 소재를 개발해 영구적인 생체 이식 전자기기 시대에 문을 열었다. 이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개재됐다.

몸에 기기를 이식한 환자는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많아 환자에게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준다. 최근 무선으로 작동이 가능한 이식형 의료기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

왼쪽부터 박성민 포스텍 교수(IT융합공학과), 김상우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과)다. 사진=포스텍

전한 에너지원과 기기를 보호할 적합한 재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현재 생체적합성이 높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티타늄(Ti) 금속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파가 금속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한 별도의 안테나에 의해 기기의 크기가 커져서 환자에게 부담을 준다.

공동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 대신 진단과 치료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초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고유전성 고분자(P(VDF-TrFE))와 고유전성 세라믹 소재인 티탄산칼슘구리(CCTO, CaCu3Ti4O12)복합체를 사용해 약한 초음파에도 반응하는 정전기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물질 층 간 마찰을 통해 정전기를 발생시켜 이를 통해 유효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며, 출력 임피던스가 매우 낮아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배터리 없이 초음파 기반 에너지 전송을 통해 작동하는 체내 이식형 신경 자극 시스템을 제작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동물 모델 실험 결과, 인체에 부담이 거의 없는 일반 영상용 초음파 수준(500 mW/cm2)으로도 체내에 이식된 기기를 작동시켰다. 신경 자극을 통해 과민성 방광 장애로 인한 배뇨 활동 이상 증상을 완화하는 것도 성공했다.

박성민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 기반 에너지 전송 기술로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 난제를 해결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첨단 소재 기술을 의료기기에 도입한 케이스로 이식형 기기를 기반으로 한 난치성 질환 치료 등 차세대 의료산업 도래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우 교수는 “생체적합성이 매우 우수한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된 소자는 기계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장기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질병 치료에 용이하다”라며 “장기 안정성이 확보된 비(非)배터리형 초소형 소자는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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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문학, 소수 연구자 악전고투…이공계 인재도 참여할 수 있어야”

2023 디지털 인문학대회

디지털인문학 연구를 위해 인프라·연구비·연구자의 필요성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는 「데이터와 인문학: 디지털 인문학의 다면적 양상과 효과들」이라는 주제로 2023 디지털인문학대회를 서울대에서 개최했다. 이날 한국의 디지털인문학 연구자들은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박진호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 회장(서울대 국어국문학과)은 “디지털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을 인문학 연구에 활용하고 디지털 전환이 인간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연구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며 “서양에서는 벌써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주목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디지털인문학은 디지털 환경과 데이터 처리 기술을 매개로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의 인문학 연구이다.

데이터 리터러시·역사지리정보시스템 다뤄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는 이번 정기 학술대회를 통해 △데이터 리터러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인문학 교육 △역사지리정보시스템(HGIS) △개방형 링크드 데이터 등을 매개로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외연을 조망함으로써 한국 디지털인 문학의 현황과 담론을 살펴봤다.

박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에서 디지털인문학을 선도해 온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가 세대교체와 국제화에서 뚜렷한 변화와 성장을 이룬 시점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과 인문학을 둘러싼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5년 5월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가 발족했다. 올해 7월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세계디지털인문학연합 학술대회와 회의에서 공식회원인 ‘CO’(Constituent Organization)로 선정됐다.

인문학 내부에서부터 필요성 느껴야

박진호 회장은 “현재 한국의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 배경을 가진 소수의 연구자가 스스로 디지털 방법을 익히고 데이터를 구축해 가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의 참여가 아직은 저조하고 연구비나 프로젝트도 적은 편”이라며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공계 분야의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인문학 연구는 연구 인프라·연구비·연구자의 필요성 등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대에서 열린 2023 디지털인문학대회는 유튜브와 줌으로 생중계됐다. 사진=디지털인문학협의회

디지털인문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 업적을 내는 국가의 상황을 보면 인문학자뿐 아니라 이공계 분야의 배경을 가진 연구자도 적극 참여하고 연구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꽤 큰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사용하는 디지털 방법론은 상당히 세련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연구 단계가 초기이기는 하지만 디지털과 인문학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

에 서 있다. 박 회장은 “이상적인 연구는 인문학 내부로부터 필요를 절실하게 느껴 그 필요에 부합하는 디지털 방법을 찾아서 활용하는 것”이라며 “현재 인문학 연구자 대부분은 자기 연구에서 디지털 방법과 관련하여 어떤 필요가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방법에 밝은 연구자들은 연구 주제와 방법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영국처럼 사기업 연구비 가능할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인문학적 소양과 디지털 방법 양쪽을 다 잘 아는 방법도 있다. 인문학과 디지털 방법론 두 분야의 연구자가 협력 연구를 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 효율적이지는 않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인문학에 투입되는 국가 R&D 예산도 너무 작다.” 박 회장은 “미국·영국처럼 사기업에서 엄청난 연구비를 쾌척해 주면 고맙겠지만, 한국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며 “디지털인문학 연구자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거나, AI 등의 첨단 기술에 인문학 도메인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AI 모델의 성능이 더 향상되면 이공계 인재들과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안하는 데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인문학 연구자도 공허한 구호만 남발하기보다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디지털 방법의 문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임효진 객원기자 editor@kyosu.net

국가인권위, 비정년트랙 수당 차별 시정 권고

“가족수당·자녀학비보조수당·연구년 차별 존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는 나사렛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 지급을 권고하는 결정을 최근 내렸다. 이와 함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연구년 부여 등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012년 3월부터 나사렛대 교육전담교원(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재직 중인 A교수는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나사렛대 법인을 상대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차별과 평등권 침해’가 있다며 진정을 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을 포함한 교직원에게 지급되는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고, 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6년 근무 후 1년의 연구년을 부여하고 있으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는 연구년을 부여하지 않아 차별이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나사렛대가 고용한 교원이라는 점에서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동일한데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 지급 및 연구년 제도에서 제외되는 등 불리한 대우가 있으므로 차별 행위가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에 대해 “그 취지와 지급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근로 제공의 대가로서 직무의 성격과 내용 등에 의한다기보다, 고용관계의 성

립을 전제로 지급하는 복리후생 성격의 금품인 점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달리 취급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1년 12월 23일 ‘비정년트랙교원 차별’ 사건에서 “비정년트랙 교원은 인간의 존엄 및 가치와 관련이 있고, 사회에서 상당 기간 차지하는 지위이면서 개인의 의사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인격적 표지”로서 차별로 이어지기 쉬운 소수자성을 가진 사회적 지위이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21진정0058000 결정 참조)

위원회는 ‘연구년 미부여’ 진정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리고, 대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연구년을 부여하는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위원회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승진 절차를 통해 부교수로 승진할 수 있고, 이후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로 임용이 돼 통상 정년까지 근무가 예정돼 있는 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교육전담, 강의전담 등으로 구분돼 수업 등 특정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면서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의 수업 활동 등을 예정하

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연구년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했다.

다만, 위원회는 “연구년 제도의 목적이 전공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이에 전념함으로써 학문과 교육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정년트랙전임교원에게도 그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2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재임용 절차를 통해 계속근로할 수 있으며, 피진정인은 실제로 대학에서 8년 이상 근무했거나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상당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연구년을 부여하는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나사렛대에는 2023년 7월 기준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116명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교육전담교원 2명, 강의전담교원 26명, 산학협력전담교원 3명, 외국인 교원 26명 등 57명이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57명 중 근로계약기간이 8년 이상인 교원이 47.3%인 27명에 달한다.

나사렛대 교수노조는 “학교 교원의 신분이 서로 다름으로 차별에 의한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고, 학교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위원회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평등권 침해와 차별행위 시정을 권고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확인해 주었다”라고 이번 위원회 결정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과학적인 사회정책 추진”

▶1면에서 이어짐

설 회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가족DB를 활용하면 세대 간 소득계층 이동 연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인구주택총조사 마이크로 자료나 각종 행정DB의 연계를 통해 세대 간 소득계층 이동을 매개하는 요인을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DB를 바탕으로 읍면동(혹은 시군구) 수준의 지역 소득 불평등도를 측정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삶의 질 지표(기대 수명, 시민의식, 사회적 고립도 등)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덕로 한국행정학회장(세종대)은 데이터 기반 인재·사회정책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대해 발제했다. 저출산·인구절벽 등 범부처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연구 과제를 제안하고, 사회부총리의 역할 강화와 사회정책 협력체계 고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발제 이후 신현석 한국교육학회장(고려대)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양재진 한국사회보장학회장(연세대)과 이원준 한국정보과학회장(고려대)이 참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는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국가책임 교육·돌봄, 교육 회복과 대전환, 대학개혁이라는 3대 개혁 기반 마련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데이터를 추진 동력으로 과학적인 인재·사회정책을 밀도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5357학년도#4학기

전임교원#채용

국a유산 특수목적 고등교육기관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우수인재를 육성할 우수하고 역량 있는 교수님을 모십니다.

1. 채용분야 및 인원4. 임용조건

학 과채용분야인원담 당 교 과 목지원자 요구능력 가. 최종합격자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 2 및 본교 인사규정에 따라 임용직급, 임용기간, 급여, 근무조건 등을 조건으로 하여 계약제로 임용함 나. 임용직급은 조교수로 임용함을 원칙으로 하되, 교육경력 및 연구실적에 따라 부교수이상 임용 가능

ㅇ 박물관 등 문화시설 경영 분야의 전문지식과 연구역량, 다. 4년제 대학(교)에서 교수 또는 부교수로 일정기간 재직한 경우, 연구 또는 교육경력이 특히 우수한 자는 각각 동일 직급으로 임용 가능 ㅇ 박물관학 현장 실무경험을 겸비한 인재

관문리화학재과박설물 경유관영산 등 정및 문 책문화화시1명ㅇㅇㅇ 유문유산화산관시학개설리경 론실영무론와 방법론 ㅇㅇ 역문담사화당유문할화산 수과환 있 경융는 z보복 인호합재 등된 문주화제유로산 학 정문책적 관성련과 를교 과도목출을한 인재 5 . 가나제.. 출교연수서구 실류임적용 ※지목졸원록업 서및증(전 요명자약서파서, 일경(전 력별자증도파명 제일서출 별 등)도 1은부 제 최출근) 각3개 1월부 이내에 발급된 것을 제출해야함.

ㅇ 역사문화환경 보호 및 정책ㅇ 대학원 석z박사과정의 문화유산 관련 분야 논문을 지도할 수 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1부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 라. 자기소개서(자유양식, 주요 연구업적과 이력 등, 전자파일 별도 제출) 1부

마. 교육 및 연구계획서(자유양식, %4용지 3장 이내, 강의 가능과목과 중‧단기 연구계획 및 목표 등 포함, 전자파일 별도 제출) 1부 ※ 담당 교과목은 학과 사정상 변동될 수 있음 바. 학위 및 성적증명서(학사, 석사, 박사) 각 1부

사. 경력증명서(지원서에 기재한 전체경력) 1부

2. 채용분야에 대한 설명 아. 최종학위 논문(요약서 1부 포함) 1부

자. 심사대상 연구실적물 각 1부 채 용 분 야채 용 분 야 설 명 차. 마약z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 여부 확인서 1부(최종합격자)

※ 별도 제출하는 전자파일은 문서작성용 프로그램(한글, 17워드) 형태로 제출하되,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FYMPH$OSVIE.OV로 발송

박문물화관유 산등 정 문책화시설 경영 및 ㅇ 국가유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박물관 등 문화시설 경영 및 문화유산 정책 연구분야의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6. 서류제출방법

가. 접수기간 : ‘23. 12. 7.(목) b 12. 13.(수), 18:00까지 ?근무시간(09:00 b 18:00)에 접수하며, 점심시간(12:00b13:00)과 공휴일은 제외A

나. 접수방법 : 우편접수, 방문접수 또는 대리접수 ※ 응시원서 봉투에 ‘전임교원 채용 응시원서 재중’ 표기 요망

3. 지원자격 ※ 아래의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자 21)) 우우편편 접접수수 는주 소마:감 (3일31, 1마5감) 충시남간 까부지여 군도 착규한암 면것 만백 제접문수로합 니36다7.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채용담당 앞)

가.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4조(결격사유)에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 다. 접 수 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주소 :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367 문의: ?전화A 041-830-7111, ?)-QEMA FYMPH$OSVIE.OV) 나.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자격기준에 적합한 자

다. 박사학위 소지자7. 기타 사항

라. 지원서 접수 마감일(’23. 12. 13.) 기준으로 3년 이내(’20. 12. 14.b ’23. 12. 13.)에 발표된 연구실적물(학위논문 제외)이 200% 이상인 자 상세한 사항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무과(전화 041-830-7111, )-QEM FYMPH$OSVIE.OV)로 문의 바랍니다. 2023. 11. 27

총장

능엄경 강해 1, 2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908쪽

이 책은 불교 경전 『능엄경』을 철학자인 저자가 우리말로 옮기고 내용을 설명한 책이다. 한문역 원문과 우리말 번역문·해설·도표를 포함한 방대한 분량을 두 권으로 나눠 저자의 해제와 『능엄경』 서분부터 정종분의 사마타(견도분)까지를 1권에, 삼마제(수도분)부터 유통분까지는 2권에 실어 출간했다. 삶의 의미와 사유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DMZ의 역사

한모니까 지음 | 돌베개 | 540쪽

정전협정 70년을 맞은 2023년이 저물어갈 무렵,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DMZ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책이 돌베개에서 출간됐다. 한국전쟁과 남북 접경 지역의 역사를 중심으로 분단과 냉전, 통일과 평화의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한반도 정전체제의 성립과 DMZ의 탄생 순간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역사적 변화를 살핀다.

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

손일 지음 | 푸른길 | 448쪽

우리가 신문지상이나 그 밖에 매체에서 보고 전해 듣는 메이지 유신 이야기는 대체로 삿초 사관에 기반해 편찬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일본사』에 실려 있는 수준으로, 현재 일본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근대화 역사 그 자체이다. 일본 문부성은 메이지 시대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한 사료를 수집·편찬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유신사』이다.

자유롭고 위대하게

라이얀 패트릭 핸리 편집 | 지식발전소 | 788쪽

애덤 스미스는 자유 시장의 최초의 선도자이며 자본주의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업적은 18세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 저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들을 모아 스미스의 삶, 사상, 그리고 영속적인 유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전쟁의 종식과 신라 불교계의 변화

박광연 지음 | 혜안 | 252쪽

이 책은 신라가 삼국통일 이후 7세기 들어 늘어난 사찰 수 만큼이나 출가자 수가 증가했던 점에서 출발해 전쟁의 종식 후 출가자들은 어떠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신라 불교계를 어떻게 변화시켜갔을까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 연구서이다. 저자는 676년 나당전쟁에서 신라의 승리에 이어지는 신라 사회와 불교계의 변화, 역사의 이면을 이 책에서 밝혀본다.

저작권법 개론

최경수 지음 | 한울아카데미 | 816쪽

저작권법은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해, 다른 법학 분야에 비하면 이론 축적이 부족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법은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법률이기에 잦은 법개정이 불가피하며, 우리 법에 구조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국제 규정의 원칙과, 우리 법규정만의 배경과 취지를 이해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

스테판 링크 지음 | 오선실 옮김 | 너머북스 | 512쪽

이 책은 미국의 부상과 대공황을 계기로 촉발된 포드주의를 향한 산업화 경쟁이 명백하게 반자유주의적인 궤적을 따라 진행되었음을 논증함으로써 20세기 글로벌 대량생산체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의 산물이라는 관념에 도전한다.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의 역사를 새로 쓰는 데 성공했다.

북유럽 교사와 교직

예스퍼 에크하트 라르센 외 2인 편저 | 유성상·김민조 옮김 | 살림터 | 440쪽

북유럽의 교육은 우리에게 신화로 자리 잡은 것만 같다. 북유럽 자체도 복지국가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저 심정적으로만 북유럽의 교육은 ‘행복교육’, ‘삶의 교육’이며, ‘잘노는 교육’ 혹은 공적 가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체 교육’으로 PISA 성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배워야 할 모델로 이미지된 대상이 되었다.

화석 자본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 위대현 옮김 | 두번째테제 | 708쪽

저자는 스웨덴 룬드대 인간생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급진적인 환경 사상과 기후운동 관련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독창적인 화석 자본과 전시 공산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저자는 기후 위기 시대를 벗어나는 급진적 전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번에 처음 국역된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이다.

서평_『난간 없이 사유하기』 한나 아렌트 지음 | 신충식 옮김 | 문예출판사 | 824쪽

오늘날 위험에 처한 것은 인간인가, 세계인가

이 책은 신충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서양철학)가 번역했다. 1953년부터 서거하기 직전인 1975년까지 한나 아렌트의 논문·강연·서평·대담·편지 등을 총망라해 824쪽이나 된다. 아렌트의 역서 중 가장 방대한 저작이다. 이 시기에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과거와 미래 사이』,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혁명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폭력론』과 마지막 저작인 『정신의 삶』을 저술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시기별로 다양한 층위를 지닌 그녀의 주요 저작을 이해하기 위한 그 시대의 중요한 사건과 아렌트의 정

새로운 정치적 사유의 가능성에 대한 빛

자유롭기 위한 자유가 정치 혁명의 목적

치적 사유의 경험에 대한 공적 세계와의 열린 소통의 과정을 보여준다.

아렌트의 사상은 마치 “과거가 미래에 빛을 던지는 것을 멈추었을 때”와 같이 전통이 붕괴된 오늘날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에서 실천적 의미를 준다.

이 저작의 제목인 ‘난간 없이 사유하기’는 「한나 아렌트에 대한 아렌트」에서 언급된 자기 사유 체험에 대한 묘사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체주의 체계가 보인 세계의 황폐화로부터 물러나 사유 중인 아렌트는 어떤 전통적인 종교·도덕·역사의 지지도 용납하지 않은 시대가 자신에게 지운 짐을 가장 무겁게 느꼈다.

그래서 그녀에게 사유 활동은 “어느 한 쪽 난간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떠안은 엄청난 부담을 보살피며 계단을 오르내

리는 일과 유사한 것”이다.

이 저작은 미국 공화정의 쇠퇴 원인, 혁명과 평의회, 전체주의의 출현과 다시 논의되는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대담 내용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사유의 가능성에 대한 빛을 던진다.

특히 이 저작을 관통하는 적어도 6개 논문의 특정 주제는 프랑스와 미국에서 18세기 말 성행한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행위의 자발성을 태동시킨 혁명의 정신이다.

아렌트는 동시대 세계 표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건에 놀라서 사유로 진입하면서 이들 현상에 매여 계속 선회하지

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 현상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간다.

‘자유롭기 위한 자유’가 정치 ‘혁명’의 목적이다. 이러한 정치적 자유의 필수조건으로 시민이 말하고 행위 하는 능력은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며 사건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치 거친 바다 위에 ‘자유의 섬’이라고 부르는 공적 공간에서 발휘된다.

아렌트가 깊이 파고든 ‘상상력에 의해 확장된 사유방식’으로서 정치적 판단력은 특히 동시대의 작가인 나탈리 사로트가 『황금열매』에서 풍자한 마치 ‘저자와 독자’가 ‘그들’과 ‘나’에서 벗어나 ‘우리’로 돌아오는 공통감으로 표현된다.

아렌트는 세계의 기술화와 과학 활동이 지구 행성에서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

할 인류 종말의 장치를 고안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인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저서는 “이 지구상 인간 조건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모든 것에 맞서 자신을 던지고 상처에서 그 자체의 힘을 빨아들이는 찬미”를 한 당대의 위대한 시인 오든에 대한 아렌트의 추도사로 끝을 맺는다.

신 교수는 옮긴이 해제에서 이 저술을 관통하는 아렌트의 정치적 판단이 일어나는 ‘세계’의 개념과 세계 소외를 초래하게 하는 ‘판단력’의 마비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한다.

그는 실존의 위협에 당면한 21세기 모든 인류에게 아렌트의 다음 질문은 뼈아프다고 말한다. “오늘의 위기 중 위험에 처한 것은 인간인가, 세계인가?” 인류가 우려하는 실존적 위협은 바로 인류가 자초한 기후 재앙, 잠재적인 미래 기술, 기술 혁명의 부정적 여파에 의한 모래폭풍이 이는 세계의 사막화에 대한 위험인 것이다. 이는 제롬 콘이 서문에서 아렌트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자연의 위기, 정치의 위기에 대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이 역서는 시기별로 전개된 아렌트의 사유의 경험과 소통 과정을 아렌트 본래의 목소리가 담긴 언어로 되돌려놓은 듯한 번역의 생동감을 경험하게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아렌트와 함께 치열하게 사유하며 참된 언어로 해석해 내고자 한 번역자의 노고와 인내가 단어와 문장마다 꼼

꼼히 맺혀 있는 듯하다.

공병혜

조선대 명예교수·간호철학

역자가 말하다_『변화하는 천사』 잉그리트 리델 지음 | 조정옥 옮김 | 세창출판사 | 232쪽

천사는 환상 아닌 인간의 실제적 사건

이 책은 마치 아동이 그린 듯한 파울클레(1879~1940)의 선스케치 천사 그림들을 융 전문가가 해설하고 있다. 물질주의가 주를 이루는 현 시대에서 천사를 다룬 책이 영적 세계를 성찰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영혼의 존재는 죽음과 연결된 주제이므로 이 책을 통해서 죽음의 문제도 되돌아보게 된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영혼의 세계나 사후 세계를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과학으로 밝힐 수 없는 세계를 과학자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없다고 부정하는 습관이다. 영혼 불멸을 믿음이라고 한다면 영혼이 오로지 두뇌 작용

죽음은 완전한 암흑·허무 아닌 천사와의 합일

미완성 존재로서 자주 망각·착각하고 실수해

에만 의존한다는 과학자의 주장도 믿음이다. 후자가 증거가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전자에는 증거가 수백만 건에 이르고 있다. 임사체험이 그 증거다. 두뇌가 정지된 뒤에 일어나는 인식과 체험은 과학으로 설명이 절대 불가능하다. 전자현미경이 모든 것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재판관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히틀러 시대 퇴폐미술로 낙인 찍히며 수난을 겪은 화가 클레의 말년에 제작된 천사 그림시리즈에 대한 심리분석적 해설이다. 클레는 스위스 베른 근처 뮌헨부흐제에서 태어났다. 클레는 매우 독창적인 회화 언어로 사물의 본질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전하려고 한 천재적인 추상화가였다.

『변화하는 천사』의 저자는 심리치료

가이며 융 분석가인 잉그리트 리델이다. 융은 표피적인 자아(Ich)와 심층적인 자기(Selbst)를 구분하며 본래적 자신은 자아가 아니라 인격의 핵심에 들어있는 자기라고 본다. 인간은 평생에 걸쳐서 본래적 자기에 도달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책은 천사의 다양한 모습과 무엇보다도 천사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인간과 천사의 중간단계를 그린다. 저자는 융이 말하는 본래적 자기를 클레의 천사와 동일시한다.

인간은 죽음으로써 비로소 본래적 자기로 돌아가고 천사와 합치된다고 본다. 융의 본래적 자기는 철학적으로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자리 잡은 인간의 본

질이며 핵심인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격은 인간의 신성한 부분이며 신적이거나 천사적인 부분이다. 천사의 밝은 이미지와는 달리 저자는 천사를 죽음과 직결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천사 그림해석의 분위기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죽음은 완전한 암흑이나 허무가 아니라 천사와의 합일이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죽음이 클레에게는 오히려 천사와의 합일이 완성되는 단계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처음처럼 느껴지고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클레의 천사, 즉 죽음을 앞둔 인간의 본래적 자기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것이 사실이다. 클레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이미지로 죽음의 과정을 그린다. 이것은 플라톤이 말한 인간의 탄생 과정에서 인간이 건너는 망각의 강과도 유사하다. 죽음 과정에서 건너는 강은 깨달음의 강일 것이다.

클레가 대놓고 어떤 특정한 종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죽음의 관념을 대변하면서 우리가 죽음을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돕는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클레는 고차원적이며 아름답다는 천사의 통념을 버리고 천사를 지상과 천상의 중간 단계로 끌어내리면서 천사를 죽음과 직결시키고 있다.

클레에게 천사는 인간과 동떨어진 저 높은 세계의 고상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신성의 중간 단계에 있는 존재다.

클레의 천사는 다분히 지상적 요소를 지니고 있고 어리숙하고 미완성이며 자주 망각하고 착각하고 실수하며 자신의 한계에 부딪힌다. 천사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존재, 인간의 본래적 자기이기에 그런 모습은 아주 필연적이고 자연스럽다. 스웨덴의 과학자인 스베덴보리가 영계에서 본 바에 따르면 천상의 천사들은 영계에 온 지상의 인간들이 천사로 발전 성장한 것이다.

영혼이 불멸이며 인간이 늘 자기실현과 완성의 도상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클레의 천사 그림은 환상적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인간이 겪는 실제 사

건의 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정옥

성균관대 초빙교수

독일 뮌헨대 철학박사

과학서평_『기계 속의 악마』 폴 데이비스 지음 |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416쪽

질서·혼돈의 경계에서 본 생명은 아이러니

생명은 어떤 개체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

인과적이면서도 물리적인 실재로서의 생명

하나의 유령이 물리학과 생물학의 경계를 떠돌고 있다. ‘기계 속의 악마’라는 유령이. 이 악마는 물리학에서 종종 언급되는 ‘맥스웰의 악마’와도 비견되고, 또는 생물학에서 생명 현상을 지배하는 의식의 존재를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데카르트의 악마’를 떠올리게도 한다.

누구나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명체와 생명이 없는 물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씨름해왔음에도 생명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표준 정의 같은 것은 여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19세기 말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은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엔트로피를 낮추기 위해서라

고 말했는데, 후에 에르빈 슈뢰딩거는 그의 이론을 채용해 생명을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사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물리학자가 본 생명은 열역학법칙을 거슬러 일하는 기계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20세기 말 외계생명체 추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NASA의 생물학자 제럴드 조이스는 스스로를 유지하면서 진화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생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생명은 어떤 개체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이다. 21세기 들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폴 너스는 ‘정보’로 생명을 설명했다. 생존을 위해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은 생명이 ‘목적’

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생물학에서 ‘목적론’을 들먹이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기 마련이지만, 너스는 살아 있는 존재가 ‘목적을 지닌 전체’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폴 데이비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비욘드 연구소장의 새 책 『기계 속의 악마』도 정보의 개념을 다룬다. 에너지처럼 물질에 생기를 불어넣는 능력을 가진 추상적 양으로서의 정보이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답게 분자적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면서도 아무 에너지도 쓰지 않는 가상의 존재인 맥스웰의 악마를 다시 소환하며 새로운 주장을 펼친다. 분자들이 만들어내는 정보를 선별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수행하는 상상 속 악마 같은 존재들이 우리

몸속에 이미 들어있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정보는 엔트로피와 정반대의 개념에 해당한다. 점점 증가하는 엔트로피로 인해 붕괴해가는 세계 속에서 정보는 질서라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생명의 본질이 아니고 무엇일까? 혼돈에서 질서를 불러내 엔트로피의 부식 효과를 피해 갈 수 있도록 설계한 악마라 할지라도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는 거기 담긴 정신만큼은 속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물질이 가지는 양자적 속성이 생명의 악마로 하여금 술수를 부리게 한다는 것이다.

양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해 생물학적 정보 처리의 과정이 양자역학에

어떻게 의존하는지 조만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음과 의식이 어떻게 몸을 구성하는 물질과 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고심했던 데카르트의 문제에도 더 가까이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순진한 기대는 아닐까? 양자적 우연성으로 설명하기에 생명은 너무나도 질서정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누스적인 이중성과 불확실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양자는 생명을 많이 닮았다. 이들은 관찰자와 관찰 당하는 존재의 관계로 끈질기게 엮이기도 한다.

슈뢰딩거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물리학에는 원자 연구만 있는 게 아니고, 과학에는 물리학만 있는 게 아니며, 삶에는

과학만 있는 게 아니다.” 참으로 적절한 통찰이 아닌가. 생명 현상을 물리학과 적절하게 합쳐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보적 관점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 모든 생명이 ‘목적 행동’을 가진다는 것을 단순히 진화의 결과로만 받아들이는 기존의 생물학에도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목적이 담긴 정보를 품고 있는, 인과적이면서도 물리적인 실재로서의 생명. ‘악마’와 같은 은유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비물리적 현상들. 생물학자 크리스티앙 드뒤브가 말했듯 생명은 ‘우주적 명령’과도 같은 절대적 운명일까? 생명을 이해하는 일이 여전히 과학에 달린 문제라고 확신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반만 읽은 것이다.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

저자가 말하다_『한국 불교서사의 세계』 김승호 지음 | 소명출판 | 840쪽

‘승려의 전기·자전’ 편입…불교문학을 확장하다

유가의 엄숙주의와 거리 두기

미학·서사성 성취한 담론 확신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는 대체로 막연하고 모호하며 왜곡돼 있는 경우가 많다. 불교신앙의 역사와 더불어 숱한 작품이 축적돼 있음에도 교리나 전교(傳敎)를 지향하는 목적 담론일 뿐이라는 시각에서 불교문학을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명색이 30여 년 동안 이쪽을 연구 과제로 삼아온 사람으로서 방관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숙한 안내라 자부하기 어려우나 책 간행이 한국 불교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이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영역별로 중점 사항을 간략히 소개해 보기로 한다.

1부에서는 불교문학의 개념·흐름·장르 등을 밝히는 것으로 우선 불교문학에 대한 전체상을 마련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불교문학 전개 양상을 여러 장르·대표작가·작품 중심으로 섭렵하는 것으로 유구한 불교문학의 흐름과 시대적 변이를 소개했다.

특기사항이라면 기존 논의에서 배제됐던 승전(僧傳: 승려의 전기), 자전(自傳), 어록(語錄: 선승의 언행을 모은 글), 금석문(金石文)까지도 불교문학에 편입시켜 불교문학의 영역을 확장시시켰다. 1부는 특히 한국 불교 문학의 역사와 편폭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2부는 불가에서 친숙했던 양식이면서

도 문학적 논의가 부재했던 불교 전기(傳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사실 승전과 불가의 자전은 그동안 문학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 『균여전(均如傳)』,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이 역사 장르로서 승전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해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사체로서 승전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는 유가의 전기가 엄숙한 태도로 규범화된 생을 그려내는데 비해 승전은 종교적 신이관을 바탕으로 생애를 감각적으로 복원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아울러 불가에서는 이른 시기에 자서전의 본령에 다가갔음을 지적한 바, 의천(義天), 천책(天頙)의 서신 등을 예로 고려 시대 이미 불가 자전 작품이 출현했음을 밝혔다.

3부는 불교 설화의 편폭과 담당층에 따른 주제 지향적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불교설화 전승의 자료가 의외로 풍성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후, 국내를 벗어나 중국·일본의 문헌에 오른 승려들의 전설을 개괄하고 해외 전승담의 설화 구성, 모티브적 특성을 밝혔다. 또한 해안권 사찰 연기, 금동(金同)전승, 유점사 등 금강산 사찰 설화 자료를 발굴해 유통 양상과 서사 미학적 특성을 추출해냈으며 의상(義湘), 진표(眞表), 도선(道詵), 무학(無學), 사명당(四

溟堂)의 인물 전승에서 시대적 변이상과 담당층의 인식 세계를 점검했다. 설화 담당층의 경우, 유가·불가·속가 등으로 세분화하고 사중(寺衆)을 민중과 구별지어 별도의 담당층으로 파악했다.

4부는 불교소설의 자료 발굴과 함께 시대적 흐름에 따른 발생·흥성·쇠퇴 그리고 주제 지향성을 다뤘다. 『해인사창건설화(海印寺創建說話)』, 『진허가허(眞許假許)』, 『주왕전(周王傳)』 등의 자료를 발굴해 모호하게 인식되는 불교전기·불교소설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아울러 캐릭터·독자층을 분석 요소로 지정해 불교소설이 지닌 서사 미학적 개별성과 시대성을 읽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호귀(狐鬼)·금동(金同)·상좌(上座)·옹고집

등 외도형(外道型) 인물의 기능과 성격을 밝혀 나갔다. 또 수용층에 주목해 불교소설에서의 배경이나 사건 설정이 여성 독자층을 의식한 선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개론·각론적 논의를 통해 저자는 한국 불교문학이 유가의 엄숙주의와 거리를 두면서 나름의 미학과 서사성을 성취한 담론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후 불교문학의 문학사적 의의를 상세화시키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연구자들은 물론 대중들 사이에

불교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승호

동국대 명예교수·국어교육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지음 | 한빛라이프 | 320쪽

이 책은 생애 주기에 따라 생활의 요소를 조절해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내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양, 운동,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관리법을 실천하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래보다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백세 시대,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은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일 때 가능하다.

정의라는 감정에 대하여

로버트 C. 솔로몬 지음 | 오도스 | 592쪽

이 책은 지적인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정의에 관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의란 기본적으로 어떤 이상적인 상태, 즉 세상의 방식이나 완벽한 정부 시스템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느끼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고 반응하고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박찬휘 지음 | 싱긋 | 328쪽

저자의 이 책은 이처럼 우리 안에 깊이 머문 감각과 경험을 통해 길들여지지 않은 창조성을 깨우는 방법을 조언하는 책이다. 그는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에서 활동한 20년 경력의 자동차 디자이너이다. 직관적 사유의 중요함을 전제로 말한다. 디자인과 나를 깨우고 세상을 바꾸는 손안의 힘에 대해 말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박찬운 지음 | 혜윰터 | 320쪽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법 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저자가 2020년부터 3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을 역임하면서의 경험과 소회를 담았다. 2001년 인권위 출범이래 20여 년의 역사가 흘렀고 수많은 인권위원이 재임했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위원에 대한 자세한 활동 기록을 남긴 최초의 책이다.

집단의 힘

박귀현 지음 | 심심 | 284쪽

이 책은 저자가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집단의 힘과 집단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의 심리를 집단심리학의 관점으로 탁월하게 분석해, 보다 현명한 선택과 협력을 하기 위한 해법을 담은 책이다. 보다 효과적이고 창의적이며 서로 협력하는 팀을 꾸려가고자 하는 리더들, 그리고 집단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다.

뉴 큐레이터 건축과 디자인을 전시하기

플러 왓슨 지음 | 김상규 옮김 | 정다영 감수 | 안그라픽스 | 452쪽

일반적으로 건축과 디자인 전시는 디자이너의 완결된 작품을 그대로 선보이거나 건축가의 건축물을 모형 또는 사진으로 재현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열려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전시 방식의 틀을 벗어나, 건축과 디자인을 전시하는 데 필요한 6가지 움직임을 제시한다. 그는 ‘수행적 큐레이션’을 논의한다.

바이오 신약 혁명

이성규 지음 | 플루토 | 204쪽

과학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전작 『신약 개발 전쟁』에서 오리지널 신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신약이 바이오 시장에서 판매·유통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 데 이어 이 책에서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혁신인 바이오 의약품의 다양한 영역을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바이오 기술이 각광받을지 예측한다.

국가이성론

조반니 보테로 지음 | 곽차섭 옮김 | 아카넷 | 492쪽

이 책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이자 외교관이자 성직자였던 저자의 핵심 저작으로, 1589년 베네치아에서 출간됐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이 책은 이보다 앞서 출간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함께 근대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저작으로 꼽힌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엄밀한 번역과 꼼꼼한 역주와 상세한 해설이 인상적이다.

분야별 신간

인문

공자 어록 | 이수정 지음 | 서광사 | 355쪽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 |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864쪽

카르마 상담소 | 이충현 지음 | 담앤북스 | 276쪽

예술

은어는 안녕하신가? | 이상엽 지음 | 교유서가 | 284쪽

문학-에세이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마리아 투마킨 지음 |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432쪽

근대의 초상 | 김인환 지음 | 난다 | 124쪽

숄 | 신시아 오직 지음 |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20쪽

아직 끝나지 않은 발걸음 | 김포중 지음 | 모아북스 | 240쪽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 박태일 지음 | 산지니 | 296쪽

전자적 숲 : 더 멀리 도망치기 | 이미상 외 12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336쪽

진창과 별 | 인아영 지음 | 문학동네 | 448쪽

정치-사회

남과 북, 좌와 우의 경계에서 | 주성하 지음 | 싱긋 | 504쪽

도시 소외와 공간 정의 | 최병두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44쪽

정기 간행물

역사비평 (계간) : 겨울 [2023] 145호 | 역사문제연구소 편 | 역사비평사 | 468쪽

장내 세균·대사물이 만드는 ‘건강한 장’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12 과민성장증후군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열두 번째는 과민성장증후군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팀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염증성 장질환

② 비알콜성 간질환

③ 천식·알레르기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

⑥ 장기 이식-간

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

⑧ UTI-요로 감염

⑨ 항암

⑩ 뇌혈관 질환

⑪ 구강·심혈관

⑫ 과민성장증후군

⑬ 자폐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이하 IBS)은 기질적인 이상 없이 변의 형태나 배변 습관의 변화와 함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반복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IBS의 유병률은 지역에 따라 5.7∼3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인도 6.6∼9.6%로 흔하다.

IBS의 병인으로는 장운동 이상, 내장과민성, 뇌-장-축(brain-gut axis)의 변화, 정신사회적 요인 등 다양하나 아직 기전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다.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는 상황이다. IBS는 비록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IBS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암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보다 삶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보건학적으로 큰 문제다.

최근 장내 미생물이 장내 면역과 염증 반응 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장내 미생물의 95%를 차지하는 장내 세균의 변화가 IBS의 병인에 중요하다고 정립돼 가고 있다. 장내 세균과 이들의 대사물이 장내 민감도, 뇌-장-축의 변화, 장 운동성의 부조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뇌-장-장내 미생물 축(brain-gutmicrobiotaaxis)이다. IBS의 증상을 조절하고 치료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개발이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고전적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정장제’

고전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정장제(probiotics)이다. 주로 유제품·김치·된장 등 발효 식품으로부터 유래한 이러한 정장제는 이전부터 IBS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 이전 IBS 관련 정장제 치료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총 53개의 무작위 대조연구로부터 5천545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정장제가 IBS 환자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다만 전문가에 따라서 연구 간 이질성이 높아 아직까지는 정장제의 IBS치료 효과의 근거는 불충분하다. 잘 디자인되고 질 높은 추가적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중에서도 특히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건강인의 대변 그 자체를 치료제로 이용하는 대변 이식치료(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다.

흥미롭게도 이미 4세기 중국 동진(東晉) 시대의 의서(醫書)에도 식중독이나 심한 설사의 치료에 대변 현탁액을 먹여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FMT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치사율 높은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에 의한 항생제 연관 대장염에서 FMT가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는 결과가 서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됐다. 현재 FMT는 난치성 CDI에서 가장 효과적인 표준 치료로 정립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재발성 CDI에서 FMT는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병원에서 환자의 건강한 가족으로부터 얻은 대변을 이용해 FMT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변세균총이식액(FMT이식액)을 캡슐 형태로 만들거나, 건강인의 대변 내 유익한 혐기성 미생물을 배양해 치료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건강인 대변 캡슐인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프로젝트 SER-109)를 18세 이상 재발성 CDI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FMT는 CDI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IBS·파킨슨병·치매·우울증·자폐증 등 다양한 장-뇌-장내 미생물 축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최근 IBS에서 FMT의 임상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잘 디자인된 사례는 최근 노르웨이 연구팀의 임상 연구다. 중등도-중증 IBS 환자에서 위내시경을 통해 FMT를 시행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과민성장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혁·이동호·김나영·신철민 교수다. 사진=이동호

“국내 다른 연구진과 차별화된 점은 소화기내과 임상 교수가 주축이 돼 직접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를 진료하면서 실제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아울러, 3개월 후 IBS 증상과 삶의 질 개선에 효과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 효과가 장기(최대 3년)간 유지된다는 희망적인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국내는 서울대 의과대학(분당서울대병원) 이동호 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질환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IBS와 관련해 연구팀이 국내 다른 연구진과 차별화된 점은 소화기내과 임상 교수가 주축이 돼 직접 IBS 환자를 진료하면서 실제 IBS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최초 ‘대변 은행’ 보유

더욱이,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대변 은행’ 힐바이옴(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입주기업 바이오뱅크힐링 소속)을 보유하고 있어 철저한 문진·혈액과 대변 검사를 통해 철저히 검증된 건강인 공여자로부터 얻은 대변세균총이식액을 임상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

바이오산업 기술개발사업 개요

사업명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품화

과제명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장관질환 치료제 발굴 및 공공기반 생산공정 고도화 기술개발

개요 과민성장증후군 아형·성별에 따른 맞춤형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제 개발과 사업화

주관기관 분당서울대병원(이동호)

공동연구·용역 분당서울대병원(김나영·신철민·윤혁), 순천향대(송호연), ㈜메디오젠(강창호), ㈜티엠에스헬스케어(최수지)

연구기관 2022년 4월 1일 ∼ 2025년 12월 31일(3년 9개월)

기대효과

ㅇ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미래 산업의 소재로 활용과 기업의 치료제 개발 관련 병목 현상 해결

ㅇ 개발된 치료제는 과민성장증후군(IBS) 증상과 성별에 따른 맞춤형 치료제로 기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제 기대

ㅇ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낮춰 수익성 보장과 함께 투자 유치가 쉬운 환경 유도 기대

ㅇ 성별과 IBS 아형에 따른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NGP) 기반 맞춤 치료제(동결건조분변캡슐, NGP 시세품)의 사업화에 활용

하고 있다. 특히 해당 연구진은 국내 재발성 CDI의 치료에 FMT이식액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 그 임상결과를 발표한 연구팀 중 하나다. 이를 통해 국내 FMT 치료의 급여화에 기여한 바 있고 이에 더하여 2016년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건강인 장’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한국인 대표 장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동호 교수 연구팀은 최근 IBS 환자에서 FMT 치료 효과에 대한 전향적·탐색적 임상 연구를 국내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 이동호 교수는 “올해 말까지 연구 환자 등록을 마칠 예정이며, 내년 중에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본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면 향후 IBS에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팀은 건강인 FMT이식액 내 혐기성균을 배양해 수십 종의 후보 균주를 확보했다. 연구팀의 김나영 교수는 이러한 후보 균주를 이용해 기전 실험(IBS 실험쥐 모델)을 진행해 일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나영 교수는 “IBS는 주 증상에 따라 분류되는 아형(subtype)인 설사형·과민형·혼합형 등 뿐 아니라 남녀에 따라 그 병태생리가 확연히 다르다”라며 “기전 연구부터 이를 고려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나영 교수는 “앞으로의 IBS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IBS의 아형과 성차에 따른 맞춤 치료가 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FMT이식액을 동결 건조해 FMT 캡슐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직 FMT 캡슐이 상용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동호 교수는 기존 FMT이식액의 단점을 보완하고 환자들이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FMT 캡슐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FMT 캡슐은 일차적으로 재발성 CDI 환자의 치료에 먼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후보 균주 중 기전 연구(동물 실험)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된 균주에 대해서 전향적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임상시험은 국내에서는 아직 진행된 바 없으며, 실제 수행까지는 여러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데리움 등 잘 알려져 있고 이미 정장제로 사용 중인 ‘그라스(GRAS: Generally Regarded As Safe)’ 승인 균주가 아닌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NGP: Next Generation Probiotics)인 경우, 인체 적용 전 까다로운 안전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치료제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기원한 유익균이어서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후보 균주는 배양 어려운 혐기성 세균

다른 난관은 대부분의 후보 균주가 혐기성 세균이어서 배양과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 연구자인 순천향대학교 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 융합연구센터(PMC)장인 송호연 교수팀이 든든하게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송호연 교수는 현재 난치성 질환 대응 공공기반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생산 공정 플랫폼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배양 불가능한 균주에 대한 ‘컬처로믹스(난배양성 공생 미생물의 배양과 유용 미생물의 특성기능을 규명)’ 배양 연구 적용 분야의 전문가다. 이러한 공동 연구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NGP 치료제 개발의 좋은 사례를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도 많은 IBS 환자가 조절되지 않는 장증상과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로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동호 교수는 “이번 과제 수행을 통해 얻은 IBS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노하우가 관련 연구를 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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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임상 토론·국제교류의 장 열렸다

제1회 연세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산업정보포럼 국제 심포지엄

만성·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현황을 짚어보는 국제교류의 장이 열렸다. 지난 1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 볼룸에서는 ‘제1회 연세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산업정보포럼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연세대 산학협력단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주최하고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산업정보포럼이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심포지엄을 총괄한 고홍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세브란스분변미생물이식센터장․ 왼쪽 사진)는 환영사를 통해 “주요 목표는 아이디어의 융합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촉진하며 기초과학자·임상의·산업 전문가 간의 학술 교류의 정신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참가자들은 과학적·임상적 토론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제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승욱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비만· 당뇨병·자가면역 질환·심지어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라며 “미국 국립보건원(610)이 수억 달러를 투자해 진행해 온 국가 프로젝트를 비롯, 유럽의 메타게놈 프로젝트와 캐나다·일본 등 각국의 연구활동은 이 분야의 글로벌 협력이 얼마나 활발하고 중요한지 입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송영진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과장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학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후속사업 지원으로 지속적으로

이날 심포지엄에서 고홍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세브란스분변미생물이식센터장․왼쪽 사진)는 환영사를 통해 학술 교류의 정신을 강조했다. 지난 1일, 연세대 산학협력단·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주최한 ‘제1회 연세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산업정보포럼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하영 기자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수만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서기관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잘 모르던 2019년에 지원 사업을 기획했다. 난치성 질환에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사업을 개문발차 형식으로 시작했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지원 사업을 만들었다. 남은 기간 전력투구해서 글로벌로 진출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임상 연구자를 비롯한 기초연구자, 산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소통했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모든 장기에 존재하며 다양한 질환들에서 직·간접적으로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의 치료, 기존

치료제의 보조 역할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1부에서 마이클 쉐이 조지워싱턴 의과대학교수(소아비뇨의학)는 「요로 마이크로바이옴 소변은 과연 무균상태인가, 그것이 왜 중요한가?」, 이용승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소아비뇨의학)는 「배뇨장애의 치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성환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교정과학교실)는 「구강-장 축을 위한 공생적 통합 생체재료 심바이오머」를 발표했다.

2부는 김재환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의과대학 교수(피부과)의 단일 세포 전사체 비교 관련 발표를 시작으로,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의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의 멀티노믹스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최신 현황」, 이동우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의 궤양성 대장염 관련

발표가 이어졌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국내의 제약회사들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개발에 착수했고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치료제 기술 개발은 기초 연구분야에서부터 질환을 다루는 임상의,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질환군 간의 소통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각 전문가들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정보 공유와 학계·연구 전문가들과 기술 교류를 진행하여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질문중심학습 QBL, 한양대 교육혁신 모델로”

지난 1일 2023년 교육혁신 컨퍼런스

한양대가 새로운 교육혁신 모델로 ‘질문중심학습’을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끈다. 한양대(총장 이기정)는 지난 1일 서울캠퍼스에서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빅 퀘스천 탐색’을 주제로 2023년 교육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유영만 한양대 교수(교육공학과)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배상훈 성균관대 교무처장은 미래사회의 ‘대학이 알아야 할 7가지 변화와 대체 불가능한 대학 만들기’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또 초학제적 인문학과 빅 퀘스천, 미래 연

구자 양성을 위한 빅 퀘스천 기반 연구활동, 생성형 AI시대의 대학교육 등을 주제로 한양대 이상욱(철학과)·최제민(생명과학과)·차경진(경영학부)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특히 한양대가 새롭게 추진하는 교육혁신의 핵심인 ‘질문중심학습(Question Based Learning, 이하 QBL)’이 공유돼 주목받았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질문하는 교수와 답하는 학생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QBL은 한양대의 교육혁신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승환 한양대 IC-PBL교수학습센터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지난달 학생을 대상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2023년 한양대 교육혁신 컨퍼런스’가 열렸다. 사진=한양대

으로 질문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개최된 ‘애스크톤’ 대회에 이어 교수와 직원 등

대학 관계자들에게 한양대가 추진하는 질문 중심 교육혁신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스크톤은 질문을 의미하는 ‘ASK’와 해커톤의 뒷글자를 따서 한양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개최한 ‘빅 퀘스천’ 대회의 명칭이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중앙대,베트남 PTIT에 가상융합대학 설립 추진

국내 첫 IT 신기술 융합형 단과대학

중앙대(총장 박상규)가 베트남 우정통신기술대학(PTIT)에 국내 대학 최초로 IT기반 신기술 융합형 단과대학인 ‘가상융합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앙대는 지난 4일 이 대학 본관 3층 총장단 회의실에서 베트남 PTIT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 화이 박 총장을 비롯한 PTIT 방문단이 협약 체결을 위해 중앙대 서울캠퍼스를 찾았다.

중앙대는 베트남 정보기술 분야의 대표 대학인 PTIT와 공동연구·산학협력 등을 포괄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구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교직원·학생 교류, 합동 회의 등 전략적인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진행한다.

특히 PTIT에 가상융합대학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중앙대는 “국내 대학이 베트남 현지 대학과 협력해 첨단 교육 분야를 바탕으로 한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중앙대는 그동안 마이크로 디그리, 실감미디어 등 해외 대학

중앙대와 베트남 PTIT는 지난 4일 139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상규 중앙대 총장과 당 화이 박 PTIT 총장이다. 사진=중앙대

과의 협력에 힘을 쏟아 왔다. 중앙대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ICT를 매개로 한 한국·베트남 양국의 고급인력 양성 체계를 한 차원 끌어 올리고 학술·기술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이번 PTIT와의 MOU 체결은 마이크로 디그리를 비롯한 중앙대의 글로벌 진출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은 한국의 대학교육을 글로벌 사회에 확산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충북대 제32대 교수회장에 박종진 교수 선출

충북대 제32대 교수회장에 박종진 교수(체육교육과·사진)가 선출됐다.

박종진 교수는 지난 6일 충북대 교수회 2023학년도 임시총회에서 실시된 선거를 통해 과반수의 표를 얻어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3월 1일부터 2년이다.

박 교수는 “대학의 민주화를 근간으로 하는 자율적인 대학을 모토로 대학을 바

로 세우는 작업에 이바지하고 싶다”라며 “충북대 발전을 함께 일구어내는 교수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5년 동안 충북대에 재

직하면서 사범대학장과 학생처장 등을 역임했다.

임성수 국민대 교수, ‘sw 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

임성수 국민대 교수(소프트웨어전공·사진)가 지난달 27일 열린 제24회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임성수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시험감독 솔루션인 모니토 서비스를 개발, 국민대에서 선도적으로 활용해 각종 시험의 온라인화에 기여한 공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스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 개발자 채용 구조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었다는 공로를 인

정 받았다.

임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기초적인 코딩 및 IT 역량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기에

프로그래머스 서비스는 모든 직무에 필요한 IT 역량 평가로 확장될 예정이다” 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임 교수가 직접 창업한 ㈜그렙은 온라인 교육, 평가, 채용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충남대 20대 총장후보자 김정겸 교수 1순위 선출

충남대 제20대 총장임용후보자로 김정겸 교수(60세, 교육학과·사진)가 1순위로 선출됐다.

충남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위원장 신현진)가 지난달 23일 온·오프라인으로 총장선거를 실시한 결과, 김정겸 교수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

출됐다.

김정겸 교수는 “이번 선거 과정에 함께해 주신 3명의 후보들의 공약과 제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합쳐 충남대를 지역으로부터 사랑받는 좋은 대학으로 만들고, 충남대가 70년 역사에 걸맞는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서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충남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부터 충남대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교무처장과 기초교양교육원장, 교육연구소장, AI융합교육연구소장,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단장,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한국헌법학회 30대 회장 취임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한국헌법학회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1년이다.

지 신임 회장은 성균관대 법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헌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회윤리심사위원회 자문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한국기자협회,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 성균관대 대외협력처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통일부, 국방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정성호 한국외대 교수, 한국통신학회 회장 선출

정성호 한국외대 교수(정보통신공학과·사진)가 한국통신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1년이다.

정성호 교수는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미래가 밀려오는 지금, 한국통신학회는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ICT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교수는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전기 및 컴퓨터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30여 년간 ICT 분야의 연구자 및 표준화 전문가로 봉직하며 대한민국 산업포장, 한국통신학회 공로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IT=연구위원회 ;/12 의장, 과기정통부 ICT 국제표준화 전문가 명장, 정보통신 표준총회 의장단, 6G 리서치 이니셔티브 의장 등을 맡고 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통신학회는 약 3만여 명의 회원과 50개 이상의 회원사, 개의 국내지부, 5개의 해외지부와 5개의 소사이어티, 그리고 27개의 전문 연구회가 함께한다.

안상준 안동대 교수, 한국서양사학회 제56대 회장 선출

안상준 국립안동대 교수(사학과·사진)가 지난 2일 열린 한국서양사학회 총회에서 제56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 7월부터 2년이다.

안상준 교수는 “대학은 인문학 분야를 축소하고, 서양사를 비롯해 인문학 전반이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고 침체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위기 속에서 학회 회원 여러분과 함께 서양사의 부활을 위한 초석을 놓고자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안 교수는 먼저, 학회의 분위기를 젊고 역동적으로 쇄신하고, 회원들의 능력을 결집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안 교수는 “특히 신진 연구자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신구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학문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학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957년 창립한 한국서양사학회는 한국 서양사 연구자의 최대 학술단체다. 1958년 창간한 『서양사론』은 한국연구재단 우수 등재지다.

김태완 전남대 교수, 중국인문학회장 선출

김태완 전남대 교수(중어중문학과·사진)가 지난 2일 전북대에서 열린 중국인문학회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이다.

김태완 교수는 “중국인문학회가 출범한 지 이제

40년을 넘겼다. 그 용기와 도전을 이어받아야 하는 큰 책무를 맡게 된 회장으로서, 중국인문학회가 국내외 중국 인문학자의 소통 및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큰 마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외 다양한 학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인문학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후속 세대의 연구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국 성운학과 문자학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인문학회에서 편집이사 및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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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SCAPE 도시・건축・사람을 위한 사이트 디자인

유학생을 위한 쉬운 경영 한국어 어휘

결정지능

연출가연극과 드라마투르기

통합디자인의 기본 개념과 체계적인 방법론

유학생들의 전공 어휘와 배경 지식을 넓힌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원칙과 프로세스를 제시

현대연극의 미학을 고찰한 안내서

이 책은 경영학과에 진학한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수이 책은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원칙과 프로세스에 관저자의 이 책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됐다. 현대 드라마와 이 책은 통섭의 관점을 전제로 건축・단지・조경계획에 있준에 맞춰 보다 수월하게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좋은 의사결정의 9가지 원칙을 현대연극의 시작은 같은가 다른가, 즉 현대연극의 ‘현대’가 어 기반을 제공하는 땅의 조성에 관한 기술적・인문적 양차진 어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유학생들은 경영학 전공 교재도출하고, 이 원칙을 실행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제시했으무엇으로 규정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원의 균형 있는 이해를 모색한다. 인문지리학적 사고에서 출에서 볼 수 있는 어휘를 연습하고, 그 어휘의 활용 양상까지 며,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정의하고 측정항‘모던(modern)’의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에서 현

발해 설계 단계에서 땅과 사람, 그리고 그 위에 만들어지는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읽기 텍스트・신문 기사를 통목을 제시했다. 결정 지능의 구성요인과 측정항목에 대한 이대연극의 주요 특징인 연출가연극의 이론적 바탕과 드라마

공간 또는 장소와의 관계를 발굴하고 적용해 결과물을 도출해 경영학 전공 어휘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학생들이 자해는 결정 지능의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의사결투르기의 기본적 이해를 핵심적으로 고찰했다. 서구 연극에

함으로써 건축과 대지의 관계성 강조・자연과 조화된 건축・연스럽게 어휘를 익히고 배경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구성정 능력을 향상시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우서 문학이 연극의 중심에 있었던 때부터 20세기 전환기에 경관 속의 건축을 주안점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도시・건축・했다. 이 교재는 경영학 전공 유학생들의 입문서・경영학 강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분명치 않은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연출가연극이 대두한 이후 드라마투르기를 재현에서 재의 사람을 위한, 통합적인 디자인을 위해, 개념을 우선 설명하의에서의 보조 교재・독학용 교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깊어지고 그 과정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결미화로 변화하기까지, 현대연극의 다양한 흐름을 전체적으

고 방법론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주는 프로세스이다.

될 수 있다.

정 지능은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적․논리적으로 돕는다.

로 정리했다.

정재희 지음 | 320쪽 | 도서출판 대가

이다슴・김지현 지음 | 192쪽 | 피앤씨미디어

안재현 지음 | 528쪽 | 율곡출판사

이인순 지음 | 224쪽 | 푸른사상사

시선 이백의 음주시 산책

우리 시대의 셰익스피어들

큐잉의 모든 것

일뤼미나시옹

이백과 함께 술잔에 고인 달빛을 마시며

이 시대에도 셰익스피어인 이유

성공적인 요가・필라테스・댄스 수업을 위한 큐잉

랭보 탄생 170주년, 천재 시인의 마지막 시집

중국의 많은 시인 가운데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은 “그는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에 속한 사람이다!” 지이 책은 운동과 움직임의 본질을 다루며, 큐잉의 개념과 저주받은 시인・천재・바람 구두를 신은 사내・사회 관습에 중국문학 사상 최정상에 군림한 대시인으로, ‘적선(謫仙), 주난 400여 년간 인류는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문제에 봉착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큐잉’이란 무엇인가부터 도전한 반항아 등 시인 랭보를 떠올리는 말은 무수히 많다. 선옹(酒仙翁), 주중선(酒中仙)’ 등 술과 관련된 미칭으로도 할 때마다 셰익스피어를 향했고 셰익스피어 극작품의 다시 시작하여, 큐잉의 적절한 양과 타이밍에 이르기까지 다양랭보는 5f6년의 짧은 작품 활동을 끝으로 문학적 삶을 떠나 널리 알려졌다. 1천300여 년 전 이백이 남긴 시 987수 가운쓰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시대와 장소의 문제를 표현하고 탐한 측면을 다룬다. 이 책에서는 운동 종목과 큐잉 스타일의 장사꾼이 돼 아프리카로 떠났다. 일명 ‘랭보의 침묵’이었다. 데 음주시(飮酒詩) 136편 15!수를 선별하고, 각 편에 대해 번색해 왔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전통적인 문화 생산의 상호작용, 학생과 교육자의 관점에서 큐잉을 이해하는 방이 책은 랭보의 마지막 시집으로 예술가로서 랭보가 보여준 역하고 해설・감상했다. 현대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각종 현장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장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법, 그리고 움직임을 가르치고 이해하기 위한 정보 전달 방마지막 문학적 행위였다. 랭보 탄생 170주년을 기념해 시 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각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친그의 존재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운동 처방과 기능편과 함께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가 그린 그림

지들과 만나 술잔을 들고 이백의 음주시 한두 편 정도를 한 러한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와 인유는 동시대가 당면한 문화을 체화한 움직임, 그리고 실생활에 어떻게 큐잉이 연결되는을 수록했다.

자락 읊조리며 마신다면 풍류를 즐길수 있다.

적・사회적・정치적 쟁점과의 대결 현장이다.

지를 탐구한다.

아르튀르 랭보 지음 | 페르낭 레제 그림 | 신옥근 옮김 | 168쪽 | 황선재 역주 | 양현승 해설 | 462쪽 | 학고방

김영아 지음 | 242쪽 | 도서출판 동인

에릭 프랭클린 지음 | 기다은 옮김 | 80쪽 | 군자출판사

문예출판사

약의 인문학

주제여행상품

폭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인문의 귀로 세상을 듣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인문적·역사적 담론

현대여행의 새로운 바람

도처에 존재하는 폭력, 당신도 그 예외일 수 없다

인문의 귀(耳)로 듣고 지은 인문의 소리(聲) 모음집

의학과 인문학의 융합적 시각에서 역사·담론·치유의 키과거에는 여행할 때, 국내든 해외든 경관이 좋고 이름이 폭력은 도처에 있다. ‘남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이 책은 우리의 일상에 인문의 소리가 메아리로 울려 퍼

워드를 통해 시대와 소통하고자 기획된 연세대 의학사연구알려진 곳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며 웃었던 추억의 힘.’ 사전이 정의하는 폭력의 의미 너머로 그 외연이 확장되져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목적으로 집필됐다. 제1소 인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등시기는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가 됐다. 코로나 이후 획일적인 고 있는 오늘날을 감안하면 폭력이 자리하지 않은 곳은 어디부 고진감래・제2부 사필귀정・제3부 온고지신 등 총 3부 30장하는 ‘약’이라는 의학적 대상을 인문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여행 패턴이 변했다. 이제 사람에도 없다. 둘만이 존재하는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데이트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에서 주어진 역경과 도전을 극복

고 풀어냈다. 동서양에서 약물에 대한 지식이 학문으로 성립들은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여행을 추구하고 경험하는폭력이나 은연한 상대의 의식을 잠식해 가는 가스라이팅까하고 우리에게 본보기가 된 인물의 동선을 좇고, 2부에서 오

되는 과정을 비교하고, 나아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의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즉, 단순한 기분 전환보다는 지. 폭력의 부피가 커진 만큼 우리의 문제의식이 가닿는 곳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핵심 아젠다인 고령 문제・교육 약 문화・의약 정책・양약과 한약의 관계・제약업의 변화・그개인이 원하는 목적을 갖고 떠나 성취하고 나름의 결과가 창도 넓어져야 한다. 폭력은 차이로부터 시작되고, 차이란 공문제・다문화사회 등의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3부에서는 평

리고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약의 의미・약물의 철학 등 우리 출되는 주제 여행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 책은 주제여행의 포이자 어김없는 불안의 요소이다. 저자는 벤야민을 한 축생학습사회의 롤 모델 공자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변의 ‘약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의미를 설명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했다.

으로 해 그 맥락이 닿는 것끼리 묶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에게서 배운 교훈을 담았다.

여인석 외 지음 | 544쪽 | 역사공간

고종원 외 5인 지음 | 437쪽 | 백산출판사

변광배 지음 | 424쪽 | 세창출판사

염철현 지음 | 268쪽 | 박영스토리

우리 시대 문학작품 연구의 맹점

學而思

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현대소설

이상(1910∼1937)의 소설 『날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방 한 칸을 장지로 나눠 빛도 들지 않는 골방에서 머릿속 궁리만 하던 주인공이 집을 나서게 되고 마침내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하며 미래에 대한 상승의 이미지를 드러냈다는 소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매력적인 아포리즘으로 시작하고, 주인공이 유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주인공과 아내의 관계가 자아의 분열을 상징하는 듯도 해, 단편임에도 작품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해 보이는, 말 그대로 천재 작가 이상의 문제작 말이다.

이러한 정리는 현재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렇게 정리되는 『날개』는 이상이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한 그 『날개』가 아니다. 원 텍스트를 제대로 살펴보면 사정이 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두의 아포리즘은 박스 속에 있는 ‘작가의 말’이고, 작품 끝 주인공의 위치는 백화점을 나선 길거리이며,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어본 것이다. 아내에게 남편의 지위를 부정당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정처 없는 절망의 극한을 보여 주는 것, 이것이 『날개』의 참된 주제 효과이다.

정처 없는 절망의 극한 보여주는 ‘날개’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실제의 『날개』와는 다른 어처구니없는 해석들이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일찍이 고 이어령 선생이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것이 모든 이유는 못 된다. 그 이후의 연구자들이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은 채 그러한 해석을 염두에 두고 『날개』텍스트를 설렁설렁(?) 읽어 온 까닭이다. 그러면 다시 질문. 어떻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조광>의 『날개』를 읽지 않고 후대에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고 편집

된 텍스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일 듯하다. 이러한 사태를 두고 나는, 사실상 맹점이라 할 우리 시대 문학작품 연구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 연구자의 문학관이 연구의 전 과정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것, 이것이 문학작품 연구 거의 전부에서 흔히 보이는 특성이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학형이 무엇인지, 그가 어떤 문예사조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동일한 대상을 두고서도 연구 방법론의 설정에서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를 연구자의 이상이 연구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보면, 문학작품 연구만의 특성이 아니라 할 수도 있다. 넓게 원리적으로 볼 때 모든 학문에서 어느 정도는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인 까닭이다. 학적인 연구가 순수 추상 차원에서 곧 엄밀한 이론의 장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경우는 실제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의 필요에 부응하는 공학은 물론이요 자연과학조차도 그렇지 않다. 연구를 가능케 하는 연구비 지원에서부터 현실의 필요와 경제 사회적인 판단이 깊숙이 개재하게 마련이니, 하나의 분과 학문을 두고 말하자면 연구 논리만으로 이루어지는 연구

분야는 없다고 할 만하다. 특정 분과 학문의 연구는 이렇게 연구자 개인이나 집단의 이상은 물론이요 사회의 학문 외적인 논리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날개』의 사례에서 짐작되듯이 문학작품 연구에서 확인되는 유사해 보이는 특징은 사실 성격이 다르다. 문학작품 연구에 연구자 집단이나 사회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문학작품 연구가 다른 연구들과 문제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대체로 연구자가 연구 대상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의 특징 때문이다.

연구 대상인 작품이 포함되는 실제 곧 문학계·연구계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 그러한 태도의 핵심이다. 어떠한 유형의 문학작품이 훌륭하고 어떠한 문학 갈래가 문학사의 주류인지를 주장하는 연구나 평론은 모두, 문학계가 그러한 주장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변화·발전하기를 기도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대문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거나 그 하위 갈래인 리얼리즘 문학 혹은 모더니즘 문학이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시도의 대부분이, 검토 대상의 실체를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자신이 정의한 대로 향

후 발전하거나 해석되기를 도모하는 미래 기획에 해당한다. 이런 면에서 그러한 시도들은 이론 차원의 연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차원의 실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 연구에서 나타나는 이데올로기

문학작품에 대한 논의가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띠는 것 자체를 두고 어떻다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연구가 이론 차원의 작업이 되려면 이데올로기와의 경계에 대한 자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학작품의 연구와 이데올로기적인 담론으로서의 평론의 경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역사적인 가치 판단을 내세우는 정론적인 평론이든 그 자체가 작품이고자 하는 예술 평론이든, 평론은 평론가의 가치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다. 이러한 주관성, 미래에 대한 소망의 표현으로서의 이데올로기성이 의식되지 못하면, 연구 논문으로 출판된 경우라 해도 그것은 연구라 할 수 없다.

문학작품의 연구가 평론과 자신을 구분하면서

이론으로서의 지위를 보다 강화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연구 대상인 실제에 충실을 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기본을 지킬 때 연구 논문에 대한 이론적인 상호 검증 또한 가능해진다. 현재도 상호 검증이 없지는 않지만 그 기준이 실로 문제적이다. 문예학에 국한하지 않고 철학과 미학, 사회학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서구의 이론을 끌어와 연구다운(?) 면모를 갖추고자 하는 서구 중심주의적인 풍토가 오래 지속되면서, 누가 최신 이론을 먼저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가 기준 아닌 기준으로 행세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어불성설 사태를 지양하고 『날개』와 같은 부끄러운 사례를 없애기 위해서는, 연구 대상인 텍스트에 충실을 기해야 한다. 기본을 지키는 제대로 된 연구들이 축적될 때 그것을 귀납해 우리 문학에 대한 이론 또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증 차원에서 출발해 스스로 이론이 되고자 하는 노력만이 문학작품 연구의 학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문학작품 연구에 대한 국가 사회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그다음 일일 수도 있겠다.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과 글로컬대학

교수논평

요즘 대학에서 생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대학에서 교수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대개 아는 일이지만 연구도, 교육·강의도, 생활도 모두 그렇다. 나이가 든 탓인가 하면서 늘 반성하는 편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대학은 이제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시장 바닥으로 전락했다. 십여 개 가까운 트랙으로 쪼개진 교수사회는 더 이상 학문 공동체가 아니다. ‘교수지만 교수가 아닌 교수’들이 가득한 대학에 제대로 된 연구와 교육이 있을 리 만무하다. 지적 대화는 물론 생활을 나눌 관계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대학은 자유와 진리의 전당이 전혀 아니다. 시장 바닥이자 정글이라면 과한가? 정년트랙과 각종 비정년트랙, 그리고 시간 강사라는 서열 지위는 굳건한 신분이 되었고 봉건적 차별이 일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정년트

랙 교수의 이기주의와 탐욕, 신분 차별이 난무한다. 다른 편에서는 신분 상승을 향한 비정년트랙 교수의 연구와 강의 실적 쌓기 고투(苦鬪)가 동시에 뒤엉킨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서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대학 당국의 합리적 협박은 이 모든 일을 정당화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대학과 대학생은 지난 30년 우리 국가가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30년 전 전국교수노조와 대학노조, 민교협을 비롯한 대학 주체들은 이 문제를 예감했고 나름대로 대응해온 것도 사실이었다. 여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시위로 저항했으며 때로는 죽음으로 항거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하나의 일관적인 과정으로 만 들어 낸 것이 국가의 고등교육 전략이었다. 대학의 시장화 전략이라는 면에서는 수구 냉전 세력이나 진보 세력이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선거공약으로 되

풀이해 약속했던 고등교육 재정 확대, 대학 교육의 공공성 확대, 사학비리의 근절과 대학 민주화를 외면했다.

30년 전부터 이 일에 참여했고 주도했던 이가 지금 두 번째로 교육부총리로 나서 다시 대학을 죽이고 있다. 새로운 고등교육 정책이라고 내세우며 강행하고 있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임무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공급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은 이에 맞춰 ‘산업과의 연계’에 방점을 둔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밀어붙인다. ‘지방대 위기’에 맞서고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글로컬대학으로 30여 개 대학을 선정하여 5년간 1천억 원을 준다는 당근도 발표했다.

혹자는 이를 대학 정책의 새로운 전환 혹은 시도라고 말한다. 그런가? 그것이 과연 그들의 말처럼 지방대를 살리고 대학을 살리는 사업인가? 대학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글로컬대학에 참가하거나 선정된 대학 교수들도 모두 아는 일이다. 진실은 정반대라는 사실을.

두 사업의 성격은 명확하다. 첫째, 지방대학 구조조정이다. 스스로 경쟁하여 학교 문을 닫게 하고 잉여 인력, 교수와 직원을 몰아내려는 사업이다. 돈을 걸고 경쟁을 시키는 것은 그 책임을 대학 주체들에게 넘기려는 얄팍한 술책이다. 대학을 늘리고 곧 그 대학이 망하게 만든 것은 교육부였는데, 이제와서 그 정책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굳건한 대학 서열화 속에서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은 여전히 무풍지대다.

둘째, ‘대학 자율성’ 중심의 정책 기조 변화도 전혀 아니다. ‘지역혁신’도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정부에 대학 폐교의 정치적 부담을 전가하는 동시에 재부담을 회피하는 수작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는 수도권 서울에 규제를 푸는 정책적 반동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런데 교육만 지방 중심이라니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중앙 권력이 교육행정 지배 권리를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그 자율은 지방대학 몰락을 정부가 방관하는 자율, 나아가 문 닫는 지방 사학 족벌 재단이 투자한 금액을 맘대로 뽑아 갈 자율 외에 어떤 것도 아니다.

셋째, 두 사업은 이미 크게 줄어든 기초학문을 지방대에서는 완전히 죽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인문·사회과학, 기초과학과 예술학은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지역 산업에 특화된 대학-산업 협력을 모토로 내건 글로컬은 그 최종적 사망 선고일 수밖에 없다. 이제 거점 국립대에 서도 기초학문을 볼 수 없는 날이 성큼 다가왔다.

대부분 교수, 특히 지방의 교수는 이런 국가 정책의 본질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십 년 넘게

겪은 일과 본질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과거의 ‘지방대 살리기’ 여러 사업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지방대 교수는 여전히 자기 대학, 자신들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다시 매달린다. 30개만 살아남아도 나만, 우리 학교만 살면 그만인가?

지난 30년 되풀이해 온 이런 희·비극의 끝은 어디일까? 대학과 교수가 나만은 살 수 있다고 돈이 달린 공모사업에 매달리는 동안 대학은 죽어왔다.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마찬가지다. 심지어 서울의 대학에서도 이제 대학은 죽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죽은 대학에서 죽은 교육을 받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 이 글은 국립경상대 사회과학대가 발간하는 『사회과학2.0』에 실은 글을 발췌·요약한 글이다. 전문은

www.kyosu.net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민주노총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연구실적 평가, 논문이냐 저서냐

딸깍발이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교수의 연구실적 평가는 논문 영역과 저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한다. 대체로 논문이 저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논문은 연구실적으로 인정하지만 저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그래서 교수들의 저서 출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수들의 논문 편식이 우리 학계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전문 지식을 일반인과 소통한다는 차원에도 저서 출판은 필요하다.

논문 위주의 연구실적 평가는 물론 긍정적 측면도 많다. 학술 논문은 익명의 심사과정을 거쳐 검증받기 때문에 연구의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연구 결과를 학계에 공유함으로써 지식의 교류를 촉진하기도 한다. 단독이든 공동이든 논문은 연구 성과를 게재 편수와 비율로 집계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전문성과 실적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고(연구성과의 가시성), 학문 간이나 연구자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에서 연구자가 자신의 위치를 정립하고 연구비를 확보할 때도 논문 실적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논문 위주의 평가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양적 평가의 압박 때문에 연구자들이 질보다 양에 집중함으로써 논문의 가치나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고, 게재 가능한 연구에만 치중함으로써 중요한 연구 주제가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논문 위주의 평가는 학문적 다양성을 제한하고, 논문 편수에 대한 지나친 압박은 연구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연구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연구자가 단기적인 연구 성과에만 관심을 가질 테니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연구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경시할 수도 있다. 논문 위주의 평가는 연구의 질과 가시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연구의 다양성과 혁신성을 저해하는 동시에 연구자에게 부담감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논문과 저서 간에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연구실적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서도 연구실적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 심도 있고 포괄적으로 다룬다. 연구자는 저서를 통해 자신의 이론이나 생각을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

으로 정리함으로써 학문적 깊이와 폭을 확장할 수 있다. 모든 학문 분야가 논문 형식에 적합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다 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을 책으로써서 소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저서는 일반 대중에게 학문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저서는 학문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문 지식을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데도 기여한다.

연구실적 평가에 저서를 포함시키는 것은 학문의 다양성과 깊이를 존중하고, 학문적 지식의 사회적 전파를 촉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논문에 나타난 지식은 소수의 전공자들 사이에서만 유통되지만, 저서에 나타난 지식은 대중에게 확산된다. 깊이 있는 연구와 사유가 필요한 주제는 저서에서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논문 위주로만 연구실적을 평가한다면 이와 같은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기 어렵다.

논문 제일주의가 지성의 황폐화를 초래한지 이미 오래됐다. 나도 교수 생활 24년 동안 110여 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게재했는데, 과연 그 논문들이 얼마나 깊이 있는 연구였는지 자신 있게 단언하기 어렵다. 혹시 살점은 없고 마른 나뭇등걸처럼 뼈만 앙상한 지식은 아니었을까? 논문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논문도 중요하지만 저서도 논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논문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책을 쓰지 않는 어떤 교수가 저서란 이런저런 것들을 짜깁기해서 묶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런 선입견이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모든 학문 분야가 논문 게재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저서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저서는 전문지식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전공지식을 폭넓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여러 학문 분야의 지식을 통합해 학문 간의 연결을 시도하고,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저자의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보다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매개체가 바로 책이다. 교수의 연구실적 평가나 교수 자신의 연구 관심사에 서 논문 편식증 혹은 저서 거식증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한다. 그렇잖으면 한국 지성계가 머잖아 큰 코 다치게 될 것이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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