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이단자는 왜 교수직을 그만뒀나
황창배 전 이화여대 교수를 기리며
황창배 화가(1947∼2001)는 31세의 나이에 1978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서 「秘51」 작품으로 국전 사상 처음으로 동양화 비구상 부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한국 화단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황창배’ 하면 떠올리는 별칭이 있다. △동양화단의 이단자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자유분방 △테러리스트 △선구자 △황창배 신드롬 △회화의 무법 △고독한 자유인 등이다. 그의 남다른 작업 행보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이라 하겠다.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황창배, 장욱진, 남관, 천경자, 김흥수, 김기창, 유영국은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이다. 그 속에 황창배의 이름이 선명하다. 그는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조형 의지 표현, 자유분방한 비정형에서 새 조형 양식 찾아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화단계에 ‘황창배 신드롬’을 일으켰다.작품활동 전념 위한 고독한 결단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감각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노력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예술 그 자체가 인간이 재기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여 탄생됩니다. 스스로 주위 환경을 조성하여 영감을 얻고, 충동을 유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림은 환경이나 화가의 심리 상태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탈출은 자신의 독창성을 향한 하나의 몸부림입니다.”(황창배)창작을 위한 탈출일까? 황창배는 어느 날 먼지 같은 겉치레를 털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독한 결단을 한다. 1991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직을 사임하고 오지 중에서 오지인 산골 충북 괴산군 청안면 백봉리에 칩거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당시 사회적으로 덕망 있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교수직을 사임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이러한 그의 결정은 주위의 어떠한 눈길도 의식하지 않은 채 마음먹은 대로 창작 작품에 전념하면서 제 갈 길만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그의 체질에 맞는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선택 또한 당시 많은 사람에게 적
지 않은 관심의 화두가 되었다.황창배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괴산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그는 그냥 괴산이 좋아 어설픈 작업실 하나를 짓고 그렇게 그곳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그가 선택한 백봉“작품 제목에 시간을 허비할 틈조차 없어 무제로 할 정도로 그에게 창작의 단절은 있을 수 없었다.
백봉리 창작 전념 시기는 그의 삶과 예술이 가장 빛나 보이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리는 그의 삶과 예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터
닝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므로 황창배의 삶과 예술에 있어 백봉리 작업실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백봉리 작업실에 잠들다창작 욕구가 많았던 그의 삶 가슴 한편에는 늘 작업실을 향한 갈망이 있었다. 그에게 절실한 창작 집념을 풀어 줄 작업실이 없다는 것은 마치 한쪽 날개가 없는 새와 같다. 그 한쪽 날개를 달아 준 것이 백봉리 작업실이다. 그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백봉리 작업실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창공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그만의 작품세계를 하늘에 그려냈다. 그 하늘만큼 그의 창작의 세계는 넓고 컸으며, 그 하늘과 같이 큰 종이를 채워준 것이 백봉리 작업실이다.백봉리 작업실은 그의 창작 작품을 향한 예
술가로서 열정이 쉼 없이 펼쳐진 곳이다. 화산의 용암처럼 솟구치는 창작에 대한 집념의 불덩어리를 분출한 곳이다. 하지만 그 열정을 다 토해내지 못하고 54세의 나이로 그는 창작의 꿈을 접고 그곳에 뼈를 묻었다. 이것이 황창배 백봉리 작업실의 삶과 예술이다. 그의 삶과 예술에서 백봉리 창작 전념 시기는 백봉리 전과 후의 창작 작품 경향과 삶에 있어 다른 점을 살펴볼 수 있는 시기이다. 황창배의 총 9 회 개인전 중 여섯 번의 개인전이 백봉리 작업실에 있을 때이다.황창배의 삶은 오로지 창작 전념의 연속이었다. 그가 백봉리 작업실을 선택한 이유이다. 즉, 끊임없는 창작의 연속으로 단절을 피하기 위함이다. 작품 제목에 시간을 허비할 틈조차 없어 무제라고 할 정도로 그에게 창작의 단절은 있을 수 없었다. 백봉리 창작 전념 시기는 그의 삶과 예술이 가장 빛나 보이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황창배는 아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백봉리의 삶과 예술에 있어 또 하나의 행복한 시간이황창배 전 이화여대 교수(동양화과)는 오로지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연고도 없는 충북 괴산군 청안면 백봉리로 향했다. 사진=『황창배 작품집』(동덕자여대학교 2003)
있었다면, 그것은 백봉초등학교 학생을 만나
러 가는 것이었다. 그는 사비를 들여 1996년 부터 2001년까지 총 여섯 번의 ‘백봉 어린이 그림 잔치’를 개최했다. 그가 아이들과 행복해하는 모습은 백봉초등학교 그림 잔치 행사 관련 자료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필자는 2021년 7월 4일 백봉리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 입구 마당에는 잡초가 꽤 자라있었고, 철문으로 된 작업실 문과 안에 나무로 된 현관문은 잘 열리지 않았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고인이 평소에 사용하던 종이·물감·책 등이 필자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없이 그냥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황창배가 영원히 잊을 수 없었던 1978년, 그의 불꽃같았던 삶과 예술, 어느새 45년이라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세상의 무상함이라고 할까. 그의 백봉리 작업실은 우리 곁에서 멀어진 지 오래된 듯하다. 그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백봉리 작업실, 2023년 깊어가는 단풍 속에 작업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동안 20여 년 작업실의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않았다. 이제 우리가 그 닫힌 문을 활짝 열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이근우중원대 교수·동양화
중국 남경예술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 의난현 예술학회 고문이자 동서미술문화학회·한국동양예술학회 회원이다. 『연풍현감 김홍도와 상암사 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가자 지구는 불타고 있는가
글로컬 오디세이
이동열
부산외대 아랍학과 강사지난달 7일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수천 발의 로켓으로 시작된 분쟁은 현재까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최악의 전쟁 중 하나이다. PLO(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1964년 팔레스타인 민족
의 해방을 위해 설립됐으며, 무장투쟁을 그 수단으로 삼아 이스라엘과 게릴라전을 수행했다. PLO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독립국가 설립을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공격을 끊임없이 감행했다. PLO는 1974년 아랍연맹에서 팔레스타인의 대표로 인정받고 연명 회원 자격을 얻었으며, 같은 해 UN에서 옵저버 지위를 부여받기도 했다.그러나 1977년 이집트과 이스라엘의 캠프데이비
드 협정 이후 무장 투쟁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온건 노선으로 변경하게 된다. 하지만, PLO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압제는 계속됐고, 이에 따라 1987년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반 이스라엘 정서의 확산과 PLO의 온건 노선에 대한 의문이 퍼지면서 PLO에 대항할 새로운 세력으로 하마스가 등장하게 된다.하마스는 1차 인티파다 당시 모든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무슬림 형제단 산하 단체이다. 이후 하마스는 자살 폭탄 테러 등의 폭력적인 수단으로 이스라엘과 대립해 왔다. 하마스는 여성과 아이들을 동원하는 자살 폭탄 테러와 극우적인 정치 성향으로 인해 주류 세력인 PLO를 압도하지는 못했으나, 과격 주의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PLO와 이스라엘은 소모적인 분쟁 상태를 해소하
기 위한 중재자가 필요했고, 미국이 그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1991년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중동 평화 회담은 큰 진전이 없이 끝났지만, 이후 1993년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내는 초석이 됐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PLO와 이스라엘 정부는 서로를 인정하게 됐고, PLO는 서안지구와 가자 지역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또한 1995년 이어진 2차 오슬로 협정을 통해 국경과 영토에 관한 합의를 하게 되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종식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내부의 극단주의 세력을 막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협정을 이끌어 나가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유대교 근본주의 극우 강경파에 의해 암살됐고, 하마스는 계속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그러나 이러한 하마스의 테러는 이스라엘에게 “땅과 평화를 교환한다.”라는 전제에 의문을 가지게 만
들었다. 그 결과 1996년 이스라엘에서는 극우파 정치인이자, 오슬로 협정을 반대하는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에 집권하게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997 년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오슬로 협정의 내용을 이행하기 시작한다.그러나, 오슬로 협정은 그 자체로 완성된 협정이 아닌, 양국의 평화 수립을 위한 단계적 협정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아랍인 거주 지역에서는 철수했지만,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정착민 보호라는 명목하에 계속적으로 주둔했으며, 새롭게 이스라엘 정착촌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하마스는 다시 폭탄 테러를 벌이게 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측에 하마스의 테러 활동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하마스를 통제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2차 인티파다가 발발했고, 하마스는 2차 인티파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늘려나갔다.이때 PLO의 수장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사망
하고, 중심을 잃은 PLO가 급격히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PLO의 중심 세력은 세속주의 온건파 정당인 파타당으로 대거 이동하게 된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과 정착촌을 갑자기 철수했다. 공식적으로는 평화와 타협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자 지구에서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공권력의 공백을 만들어 냈고, 파타당은 이 공백을 메꾸지 못했다. 이 틈을 타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갔고, 2007년 하마스와 파타당은 내전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장악하게 된다.파타당이 주도하는 서안지구와 하마스가 주도하는 가자지구로 분리된 것이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국민이 모두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 여론조사에서는 하마스를 반대하는 여론이 60%가 넘고 있다. 그러나 파타당의 정치적 역량 부족과 함께 파타당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사실 때문에 하마스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마스는 이러한 상황과 국제 상황의 변화 속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민간인들이다.그 과정은 느렸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평
화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를 막은 것은 양측의 극단주의였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적으로만 인식하는 극단주의적 사상은 결국 고립과 공멸이라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민을 위해서라도 극단주의를 버리고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부산외대에서 아랍지역학을 전공했다. 부산외대 아랍지역학-ICT 융복합을 중심으로 지중해문명교류학을 연구하고 있다.
교사교육권 확보와 학교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육 공공성의 길!
전문적 학습네트워크북유럽의 교사와 교직전문적 학습네트워크, 세계 교육은 어떤 길을 걷고 있나?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할 것인가?이상적이라고 불리는 북유럽의 교육 사회에 대한 심층 연구서 완역 출간이 책은 협력적인 노력을 디자인하고 개발 하는 북유럽 교육사는 학교에 대한 교회의 통제가 뒤방법에 대한 최고 수준의 지식을 담고 있다. 따라로 밀려나고 교육과정 속에서 시민적, 국가적 요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협력적인 노력소가 새롭게 포함됨에 따라 초등의무교육이 어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개발해 나가는지에 대해서 떻게 점진적으로 국유화되고 민주화되고 세속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화되었는지에 대한 거대서사로서 흔히 논의되어왔다.크리스 브라운·신디 푸트먼 지음 | 성기선 외 옮김예스퍼 에크하트 라르센 외 엮음 | 유성상 외 옮김428쪽 | 값 24,000원432쪽 | 25,000원위기의 우리 교육,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생태전환교육, 프레이리에게 대전환 시대학교에서 어떻게 할까?변혁의 길을 묻다변혁의 교육학생태전환교육이란?파울루 프레이리 교육학의 유네스코, OECD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중심으로 일단 해 보자! 전 교과 전 교사 생태전환교육으로!사상적 뿌리 만나다!세계교육 변화를 읽는다!심지영 지음 | 236쪽 | 15,000원심성보 지음 | 672쪽 | 값 33,000원진보교육연구소 교육과정연구모임 지음 | 400쪽 | 값 23,000원어떻게 어린이를 백워드로 설계하고 피드백으로 완성하는 지속 가능한 마을, 교육, 사랑해야 하는가성장중심 평가공동체를 위하여어린이의 변호자, 이야기 교육학의 선구자 평가의 목적은 ‘성적’이 아니라 ‘성장’ 이다마을과 시대를 품는 교육, 야누쉬 코르착을 읽다!마을교육공동체의 역사 탐구3야9누6쉬쪽 |코 르값착 2 3지,음0 00|원 송순재·안미현 옮김 이형빈·김성수 지음 | 352쪽 | 값 19,000원강영택 지음 | 328쪽 | 값 18,000원혁신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필독서*근간● 다시 읽는 민주주의와 교육 ● 교실을 광장으로 만들기● 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2 ● 선생님, 왜 노조 해요?● 세계의 교원 정책들에서 배운다● 독일의 정치교육 학교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교육전화 02-3141-6553 | 팩스 02-3141-6555 | 이메일 gwang80@hanmail.net | 블로그 http://blog.naver.com/dkffk1020한울모던클래식스주머니 속의 전문대학
‘글로컬대학’을 꺼내는 방법기고_ 전문대학 글로컬대학
추진방안을 제안한다2023년 글로컬대학 신청에 108개 대학이 94 개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15개가 예비선정됐고 지난 11월 13일 그 중 10개가 본 지정이 됐다. 글로컬대학 지정평가위원회는 ‘구체적 실천 가능성 있고, 지역 혁신 기관들과 협력체계가 명확하고, 지역과 지역 내 다른 대학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실행계획서’를 높게 평가했다고 발표했다.선정된 대학들의 선정 사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혁신과 벽 허물기’이다. 혁신은 미래를 위한 준비와 기존의 틀을 바꾸는 개혁 여부에 평가의 방점을 뒀다. 벽 허물기란 말을 살펴보면 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학 내의 벽’ ‘대학 간의 벽’ ‘대학과 지역 간의 벽’ ‘대학과 산업과의 벽’을 허무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지·산·학 활동을 의미한다.전문대학이 철저히 소외된 이유
하지만 대학 혁신의 큰 흐름을 끌고 갈 1기 글로컬대학 선정에 132개 전문대학은 철저히 소외됐다. 그 이유가 뭘까? 3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첫째, 전문대학 내부의 문제이다. 아무리 교육부가 문을 열어놔도 내부의 자원이 일반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기능이 부족하고 학제가 단순하고 인적자원 구성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두 번째, 지방정부 인식의 문제다.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중요한 선정 요소 중의 하나가 지방정부와의 협업이다. 지방정부와의 협업은 곧 지방정부의 대학에 대한 투자의지를 말한다. 지방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전문대학은 투자를 통한 성장보다는 흡수를 통한 통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세 번째, 평가구조의 문제이다. ‘혁신과 벽 허물기’에서 전문대학이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다. 벽 허물기는 한쪽의 구애가 아니라 ‘줄탁동시(啐啄同時)’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지역 등 외부 협력 구조를 받아내기가 힘들다. 많은 전문대학이 ‘글로컬대학’신청서 제출을 주머니 속에서만 만지작거리다 가장 중요한 ‘실천 가능성’에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는 웃픈 현실이다.내년도 제2기 글로컬대학 선정을 앞두고 전
문대학은 고민이 많다. 2024년 1월에 사업 공고, 4월에 예비 지정, 그리고 7월에 본 지정하는 일정이다.벌써 많은 고민과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지역·기업 등과의 세부 협업 구조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혁신기획서’가 진도를 못 나가는 이유는 ‘실현 가능성’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설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의 자원만을 가지고 혁신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전문대학 글로컬대학 추진 방안 3가지
그렇다면 만지작거리고 있는 주머니 속의 사과를 꺼낼 방법이 없을까? 3가지만 제안하고 싶다.첫째, 하나의 전문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가는 ‘혁신기획서’를 담기에는 내부 역량과 외부 협력체계 구성이 어렵다. ‘협력대학’‘메타대학’‘연합대학’과 같은 형태의 실질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지역의 정주 인력과 부족직업군에 대한 생산인력 양성을 위한 ‘인력양성 FARM’과 같은 ‘화수분 대학’을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두 번째,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주 정부의 단위가 큰 국가의 경우와 우리나라의 17개 시도 광역체제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초광역으로 전문대학 간 ‘벽허물기’가 가능한 구조가 진행해야 한다. 초광역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부족 인력 산업과 지역 정주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글로벌 캠퍼스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세 번째, 글로컬대학으로 가기 위해 전문대학은 자기의 아까운 살을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 학교 전체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 학과 또는 한개 계열을 개방형 플랫폼으로 내놓고 그 학과와 계열의 모든 학사와 교육과정 운영은 플랫폼의 거버넌스에 맡겨야 한다. 혁신은 가지려고만 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은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게 혁신이기 때문이다.
조훈
서정대 교수현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과 전문대학 RISE지원단장을 맡고 있다.“교육개혁의 방향을 재설정 하자 … 핵심은 다양성이다
대학이 독자적 프로그램으로 경쟁력 갖춰야 악순환 해결”▶1면에서 이어짐
우리나라 교육은 정부가 주도하는 점수 매기기 시험인 수능과 수도권 집중 현상, 사회 변화와 유리된 대학교육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번 <철학과 현실> 특별좌담에 참여한 4명의 전·현직 총장은 심각한 현실에 공감하고 교육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들이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사례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교육정책에 대한 지적은 여전한 상태다.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고려대 총장 때 경험을 말했다. “특목고에서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이 들어오는 것보다 지역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에 있는 학생이 들어오는 것이 더 좋다.” 특히 관 주도로 수능성적으로 획일화하다 보니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역설이 발생했다. 그래서 염 총장은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고, 그 대신 등록금을 자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전 포스텍 총장)
“우리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받은 교육과 대학에 들어와서 받은 교육 그리고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과정 사이의 부조화가 매우 심각하다.”부구욱 영산대 총장
“사립대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하고, 국립대는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국립대는 기초 연구, 중장기적인 과제연구라는 분명한 임무를 줘야 한다.”염재호 태재대 총장
“우리나라는 투자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교육의 공익적 특성이라는 것을 내세워 권위주의 시대의 규제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전 계명대 총장)
“새로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손댈 때마다 증상은 더 나빠지니, 교육부가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율화해주겠다는 식의 사회 대타협을 이끌어내
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염 총장이 요구하는 건 한 마디로 다양성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고나 의식, 그리고 행동에 있어서 다양성이다.” 그는 “모든 게 지(智)에만 쏠리게 됐다”라며 “그래서 덕(德)과 체(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식만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현 교육 문제를 지적했다. 그 원인은 정교화한 지식을 시장 논리에 따라 더욱 정교하게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한 사교육의 방향성이다.규제와 지원 차원에서도 문제다. 염 총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정부에서 투자는 엄청나게 해주고 규제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풀어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자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규제는교육의 공익적 특성이라는 것을 내세워 권위
주의 시대의 규제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직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대학교육대학교육과 사회 요구와의 부조화는 심각하다.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받은 교육과 대학에 들어와서 받은 교육 그리고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과정 사이의 부조화가 매우 심각하다”라고 말했다.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졸업생의 30% 이상이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직장에서 일이 전혀 관련 없다는 걸 지적했다. 나머지 70%도 대학교육이 하는 일과 일부 관련이 있다고 해도 크게 쓸모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 원인은 수능이다. “교육 과정 사이의 부조화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에 대해서 하루빨리 과단(果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의대반과 수도권 의대 쏠림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편집인의 말을 통해 의대 쏠림과 교육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의대 입시반은 의대에 가서도 지속된다. “전국 의과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비수도권 소재 의대에서 발생한다.”문제의 핵심에는 교육부가 있다. 이 명예교수는 “신뢰의 부재가 한국 교육을 지속적인 위기로 내몬 핵심 원인”이라며 “그 중심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육 당국이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새로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손댈 때마다 증상은 더 나빠지니, 교육부가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리 교
육 당국은 ‘무정책의 정책’(5·31 교육개혁의 자율성·책무성·다양성=본래의 목적으로 되돌아 가 교육개혁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을 과감히 실행할 정도의 힘도 용기도 결단력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특별좌담 사회를 본 이 명예교수는 교육의 다양성을 제안했다. 그는 “교육의 목표와 교육과정 자체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대학이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악순환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교육열 억압하는 건 국가경쟁력에 불리그렇다고 교육열 자체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교육열이 금지되거나 억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왜냐하면 교육이 곧 국가경
쟁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국력이나 국가 경쟁력에서 중국보다 우월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결국 대학교육은 국가 생존경쟁력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이 때문에 대학사회에서 역량 중심 교육, 연구개발 사업화 체제로의 유도, 학과 간 벽 허물기 등이 추진 중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교육을 위해서다. 부 총장은 “사립대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하고, 국립대는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라며 “국립대는 기초 연구, 중장기적인 과제연구라는 분명한 임무를 주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책무성도 더 신장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국방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
최고 수준의 안보 종합교육 및 연구기관을 지향하는 국방대학교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역량있는 교수를 초빙합니다.1. 채용분야 및 선발예정인원2. 지원자격가. 전임직 교수 : 고등교육법 제16조에서 규정한 자격을 갖춘 자■ 전임직 교수소속 초빙분야 인원 자격요건 담당예정과목국방관리대학원국방경제 1※경제학(거시/계량경제 전공) 박사* 최근3년 이내 KCI급 논문3편이상등재(국제학술지SSCI 등 우대)거시경제이론경제분석방법론실증모형분석세미나경제안보세미나군수경영해군군교수1해군 영관장교경영학 박사(운영관리 분야의 산업공학박사 가능)수요예측데이터처리론관리이론과 실제통계학인사조직 1※ 행정학 또는 정책학 박사행정조직론국방조직론정책이론세미나컴 퓨 터공 학1※ 컴퓨터공학 박사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인공지능 프로그래밍컴퓨터인공지능 시스템데이터베이스시스템데이터베이스특론세미나가. 임용일 기준 박사학위 소지자 (공통)다나.. 군공교무수원 직임위용의에 경결우격「사군유교가수 인없사는관 리자훈 령(」공상통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순환직 교수가. 육군 중령나. 인사 관련 정책 부서(국방부, 육군본부, 인사사령부) 3년 이상 근무 경험자다. 석사학위 이상 학위 소지자3. 응시원서 교부 및 접수처■ 응시원서 교부국방대학교 홈페이지 교수채용공고문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 접수기간2023. 12. 5.(화) ~ 2023. 12. 8.(금) 15:00마감(공통사항) 담당예정과목은 현재 기준이나 임용이후 향후 학교 운영상황에 따라 변동가능함※■방 문마접 감수또 방는시법간 등엄기수우:편 1 2접.수8(금) 15시 (한국시간)한 도착분에 한함.※) 의임 임용후용 신등)분 이⑤ 군 인교·수 등을군 무원군이인 또아닌는 군특정무직원이 국가아공닌무 사원람 교중수에서직 위임임용.하국는방 대경학교우에 는설 치이법를 제특9정조직( 교국수가등- 접수기간 내에 응시원서 및 제출서류를 작성하여 접수처에 방문접수 공무원으로 하고, 그 보수·연수·신분보장·징계 및 소청에 관하여는 「교육공무원법」및 「교원의 지위 향또는 등기우편으로 제출(사본은 이메일 제출)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각각 준용함※ 등기우편 접수시 봉투 겉표지에 ‘교수임용지원서 재중’ 표시나. 순환직 교수 : 현역군인으로서 해당분야에서 실무전문능력을 구비한 자로 ■ 접수처교육 및 연구활동을 위해 일정기간(2∼4년) 임용된 자방문 접수 : 국방대학교 정문 위병소(12월 6일 1일한)등기우편 접수 : 우) 33021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 황산벌로1040 소속 초빙분야 인원 자격요건 담당예정과목국방관리대학원 인사조직 1· 육군 중령· 인사 관련 부서 3년 이상 근무경력(국방부, 육군본부, 인사사령부 등) 보유자· 석사학위 이상 학위 소지자(경영학, 심리학, 교육학, 행정학, 정책학 등 )전략적 리더십국방인력관리론국방인력개발론(공통사항) 담당예정과목은 현재 기준이나 임용이후 향후 학교 운영상황에 따라 변동가능함국방대학교 교수부 교육기획처 교수채용담당자 앞■ 문의 국방대학교 교육기획처 교수채용/교육제도담당(041-831-3112)2023년 11월 20일국방대학교 총장2024학년도 1학기 대구교육대학교
교수초빙1. 모집전공 및 초빙인원초빙학과 모집 전공분야 초빙인원 자 격윤리교육과한국철학 1명• 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 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철학의 이해 및 현대사회와 윤리인성 강의 가능자초등도덕교육 1명• 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 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도덕교과교재연구 및 지도법, 초등도덕교육론 강의 가능자※ 초등교사 경력자 우대사회과교육과지리교육 1명 • 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 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 교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한국사 1명• 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 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역사교육 강의 가능자 ※ 교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특수(통합)교육과 통합교육 1명• 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 일반 또는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 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24.2월 졸업 예정자 포함)2. 임용일 : 2024.3.1.(예정)3. 지원자격 : 가.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의 규정에 의한 결격사유가 없는 자.나. 모집전공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4년간 모집전공분야의 연구실적(학위논문 제외) 400% 이상인 자.※ 전공별 세부 지원 자격은 본교 홈페이지 참고4. 심사기준 및 방법 : 「대구교육대학교전임교원임용규정」, 「대구교육대학교전임교원신규채용시행세칙」 및 「학과 세부 심사기준」적용.5. 접수기간 및 장소 : 가. 접수기간: 2023.12.11.(월) ~ 12.13.(수) 09:00~17:00까지 ※ 점심시간 제외(12:00~13:00)나. 접수장소: 대구교육대학교 교무처(우편접수 가능)6. 기타사항(서류제출 등) : 본교 홈페이지(http://www.dnue.ac.kr) 공지사항 참조성폭력 가해자는 왜 법조 시장으로 가게 됐을까
천하제일연구자대회
61 성폭력 가해자 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
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대다수의 성폭력 피해자는 법적 또는 제도적으로 ‘이겼을 때’를 해결의 순간으로 보지 않는다.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
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과 자원이 존재하고, 해결을 위한 실천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고, 그것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스스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성폭력 가해자 연구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은 나는 2016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그 즈음 언론은 유명 남성 연예인들의 성폭력 사건과 그들에 의 한 역고소를 연일 보도했고, 성폭력 피해자가 가
해자로부터 무고로 고소되는 일이 특별하지 않은 일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성폭력상담소에 서는 ‘이거 고소했다가 무고로 역고소 되는 것은 아닌가요?’라는 피해자의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동안 여성학은 성폭력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고, 가해자 처벌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던 사회적 통념과 담론, 법적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성폭력의 판단기준 및 피해자 권리보장,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법·제도적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국가와 법의 역할을 강화시킴으로써 성폭력을 사회구조적이고 공적인 문제로 위치시키고자 하는 실천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는 최근 성폭력의 법적 해결 과정에서 어떻게 가해자에게 유리한 논리가 등장했는 지, 어떠한 이해가 그 논리를 둘러싸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법적 해결의 구조를 바꿔가고 있는지를 다루지는 못했다. 이에 성폭력의 법적 해결 지형이 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비판적 분석이 절실했다.‘성범죄 전담법인’의 발견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지하철 교대역에 게시되었다는 한 법무법인의 광고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아동성추행, 강간 범죄, 기타 성범죄’ 등에 대
한 ‘억울하도록 과중한 처벌’,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라는 내용의 광고였다. 그동안 법과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스스로 피해를 유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꼬리표를 붙여왔고, 가해자에게는 온정적인 인식으로 낮은 형량을 부과해왔다. 그럼에도 그 광고는 가해자를 대변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처벌은 과중할 뿐만 아니라 억울한 가해자가 많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해당 광고판은 당시 여러 시민의 항의로 철거되었지만, 돌아보면 그 사건은 ‘가해자 전담변호사 시장’, 이른바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전담법인’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즈음 인터넷에 성폭력을 검색하면 법인들은 ‘성범죄 전담/전문변호사’, ‘무혐의, 무죄 받아드립니다’, 심지어 ‘무고 전문’ 등의 문구를 사용했고, 패키지 상품과 같은 형태로 고소 건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성폭력 가해자의 법적 대응 과정은 수임료가 높더라도 승소율이 높고 성공 후기가 풍부한 법인을 선택하면 이길 수 있는 것으로 시장화되고 있었다. 법조 시장에서 성폭력 가해자의 변호는 그 어느 범죄보다 돈이 되는 분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성범죄 ‘법조 시장’의 탄생 배경
성범죄 전담 법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일까? 이들은 변호사 온라인 광고 규정의 완화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위치 속에서 형성되었다. 또한 전담법인은 성폭력의 법정형 및 부가처분 등의 강
화, 피해자 국선변호사제도의 시행이나 성폭력 친고죄 폐지 등의 변화를 사선 변호사 선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제로 활용했다. 더불어 이들은 가해자에게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를 제안하면서 사건 건수를 늘리는 기획적인 형태로 규모를 키워갔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법률 자문이 많아지고 있지만 성폭력과 함께 강력범죄로 언급되는 살인·강도·방화의 가해자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홍보는 드물다.하지만 유독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를 위한 법률 자문과 홍보가 많은 것은 성폭력의 법적 위치를 드러내 보여 준다. 2020년 범죄백서 기준 4대( 살인·강도·방화·강간) 강력(흉악)범죄에서 성폭력은 91.7%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소율은 48.6%, 구속률은 6%에 지나지 않았다. 즉 성폭력은 강력(흉악)범죄 중 가장 발생율이 높지만, 현실과 괴리된 최협의설, 관행화된 감형, 무고에 대한 의심, 재판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판단 등으로 기소율과 구속률이 낮기 때문에 가해자가 감형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성폭력 가해자 변호는 변호사 업계의 ‘틈새시장’으로서 위치를 점하며 더욱 확장되고 있다.‘성범죄 감형 패키지’라는 상품의 등장
이들은 어떻게 의뢰인들을 모을까? 성범죄 전담법인은 가해자의 억울함을 강조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성공사례’를 홍보하고, 전직 형사, 판·검사, 고위공무원, 군인, 현직 세무사,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자문단으로 둠으로써 의뢰인의 관심을 이끈다. 특히 성범죄 전담법인의 홍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온라인 카페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가해자의 법적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연계·판매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이 서로 하소연하거나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성폭행을 무죄로 이끌겠다”는 법무법인 광고가 논란이 됐다. YTN 2017년 4월 3일자 기사.
오른쪽은 “감형 패키지 55만원” 불티…미투가 낳은 희한한 ‘성범죄 호황’이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2023년 2월 27일자통해 상호 연대감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이들은 자기서사의 행위자로서 사건을 낯설게 보고 임
파워먼트되기도 한다.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법조 시장에서 합리적 소비자로 위치되고, 반성/복수/억울함/하소연/ 무력/자책/합리성 등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탈범죄화된 가해자 남성성’이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 성폭력 가해자를 조력하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성범죄 감형 패키지’, ‘반성문·탄원서 대필’ 등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법적 정보의 판매와 전문성의 상품화는 성폭력을 경제적인 상품으로 재구성하고 시장 원리를 내면화한 주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 해결이라는 장을 자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문제로 전환시켜서 법적 공공성, 윤리, 책임의 가치를 삭제시키고 있다.성폭력 사건의 해결이란 무엇일까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피해자는 법적 또는 제도적으로 ‘이겼을 때’만을 해결의 순간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과 자원들이 존재하고, 해결을 위한 실천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고, 그것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스스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책임감으로 신고·고소를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책임감은 성폭력이 다른 피해자들과 연루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정치적 책임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해자들은 공동체나 사회의 변화를 사건 해결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처럼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완성된 상태를 쟁취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건 해결의 ‘장(field)’들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해결과 치유의 의미를 연대와 투쟁의 언어로서 전유하는 페미니즘투쟁의 장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성폭력 사건 해결을 둘러싼 장이 신자유주의 통치질서 속에서 시장화·개인화·사법화되어 감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구성되고, 법적 해결은 특정 자원과 담론의 분배 과정에서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에 사적인 것으로 취급받았던 성폭력은 이제 경제적인 것으로의 이동을 꾀하면서 여성주의가 만들어 온 정치적 의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운동에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들은 법적 해결을 넘나들면서 개인적인 해결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변화를 지향함으로써 해결의 장을 정치적 공론장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에 성폭력 사건 해결을 둘러싼 장을 개인 간의 자원의 경쟁이나 합법/불법, 승/패의 영역이 아닌 신자유주의 통치성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정치의 공공성’이 구성되는 영역으로 분석하기를 제안하고 싶다.현장을 기반으로 한 여성학 연구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 분석은 성폭력을 사회구조나 성별정치학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국가·법·시장의 이해관계가 구성되는 접점과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의 일부이다. 이 글에서는 연구에서 다루었던 내용 중 일부만 소개하였지만, 무엇보다 성폭력을 둘러싼 오늘날의 지형과 담론을 분석한다는 것은 그것의 개입 지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연구를 하나의 여성주의적 실천으로 위치짓기 위한 노력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학술적 연구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반성폭력 운동가의 투쟁의 기록이고,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록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곁에 서고 싶은 이들에게 부족한 연구이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자의 말하기와 ‘함께 듣기’가 만나 격한 공감과 따뜻한 지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김보화
젠더폭력연구소 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에서 활동했고,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시장으로 간 성폭력 : 성폭력 가해
자는 어떻게 감형을 구매하는가』(휴머니스트)라는 책으로 출판됐고, 해당 도서는 2023년 ‘이화-현우 여성과 평화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 『페미니즘 교실』(공저),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공저),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공저) 등이 있다. kbohwa@naver.com상상력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판타지와 철학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책‘바람이 부는 시대’에 그가 전하고 싶은 ‘책 이야기’꼼꼼히 골라 추천하는 ‘다시 읽어도 좋은’ 세계명작 50권!『책으로 가는 문』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미야자키 하야오 0지2음-|7 01서-혜3영4 4역3 |o nb1o6o,k8e0r0@원gm a|i l1.6c8o쪽m | 다우출판 |병원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인문적 탐구
병원의 인문학여인석·김성수·김영수·신규환· 이현숙 지음병원이란 제도의 본질과 그 역사적 기원, 그리고 그것이 동서양 사회에서 실현된 역사와 그 의미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종합적으로 조감하다! 이 책에서는 10편의 글을 통해 ‘병원’이란 제도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 접근해보았다.01 병원의 철학02 치료 이전, 치유가 있었다03 사찰에 있었던 기도와 치유의 공간04 부처를 섬기듯 병든 자를 살펴라05 저렴하지만 위험한 역병 치료06 20세기 초 한의원 개량론07 질병과 신체의 공간화08 사립병원은 어떻게 성장해왔나09 근대 일본에서 ‘병원’이라는 의료 공간10 메이지 시대 콜레라 유행 통제125×185 | 408쪽 | 28,500원 | ISBN 979-11-5707-606-2 03510도서출판 역사공간 04000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19길 52-7 PS빌딩 4층 문의 | 02-725-8806이메일 | jhs8807@hanmail.net 블로그 | blog.naver.com/jgonggan‘생존을 넘어 실존으로’, 노년의 삶 그 의미를 찾다
2023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가 남긴 것
▶1면에서 이어짐이번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는 학회의 성격과 이들이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일궈낸 성과의 맥락을 함께 살필 때 온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선배시민학회는 2022년 3월 16일 창립발기인대회를 열고 곧이어 5월 21일 창립대회를 개최하면서 학계에 등장한 신생학회다. 이후 월례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갖고, 선배시민학회 회보(월간) 를 발간하는 질적 성장을 꾀해왔다.학회가 추구하는 방향은 “인간은 생존의 빵과 실존의 장미를 필요로 한다. 시민의 빵을 권리로, 장미를 자기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해서 얻는다. 선배시민은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는 모두를 위한 존재의 선언이다”라는 학회 홈페이지 대문의 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사실 ‘선배시민’ 담론의 등장은 시간을 좀더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9월, 당시 인하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강의전담 교수로 있던 유해숙 박사가 인하대 평생교육원의 노인교육 프로젝트를 계기로 ‘선배시민’ 담론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선배시민 담론은 강단을 중심으로 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현장과 접속, 소통한다는 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2009년 마중물연구소에
서 선배시민교육을 진행했으며, 2010년부터 사단법인 마중물이 노인복지관, 도서관 등에서 선배시민 강좌를 개설해 2015년까지 운영했다. 여기에 유범상·유해숙·이현숙·정연정 등이 비판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4개의 논문(선배시민 세션) 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담론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6년 한국노인복지관협회 주관으로 전국 300여개 노인복지관에 선배시민론을 보급하는 한편, 선배시민대학을 시작한 것도 주효했다.‘경기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의 의미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은, 실제 지자체에서 ‘선배시민’ 담론을 제도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8일, 김미숙 경기도의원(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군포3)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제372 회 정례회 1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선배시민’에 대한 정의와 지원 내용이 담긴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조례는 ‘선배시민’을 선배이자 시민으로서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인식하고, 공동체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며 후배 시민과 소통하는 노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배시민이 복지·교육·문화·예술·체육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공동체를 위해 참여하는 선배시민 사업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김 의원은 “이 조례는 선배시민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참여하는 선배시민 사업을 지원하고, 이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경기도선배시민지원센터’를 설치 및 위탁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노인분들을 사회의 선배이자 시민인 선배시민이라고 지칭하고, 선배시민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전국 최초로 선배시민의 의미를 정의하고, 관련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노인 관련 정책이 일방적인 지원을 넘어 노인분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례 통과의 의미와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시민권과 인권, 새로운 모색
유범상 선배시민학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겸한 인사에서 “선배시민학회는 빵과 장미를 인간의 권리로 보고, 이 권리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을 모색해 왔다. 즉 노인을 실존의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보고, 이것이 가능한 빵을 시민권으로 확보하는 이론과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생존을 넘어 실존으로’다. 이 맥락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노년, 복지국가(스웨덴) 의 시민과 그들의 노년, 한국 사회의 노년의 지향으로 선배시민을 모색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첫 발표자로 연단에 오른 장영란 한국외대 교수(서양고대철학)는 「그리스의 노년과 돌봄: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중심으로」를 통해 고대 그리스 사회가 ‘노인과 노년’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노인에게서 어떤 덕목을 찾았는지를 소개했다. 특히 장 교수는 노년의 관조적 삶과 관련해노년이 지닌 자기 인식과 자기 배려의 지혜,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아리스토텔레스)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노년의 시민교육과 교
양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장 교수는 ‘돌봄’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짝을 이루는 플라톤의 ‘너 자신을 돌보라(너의 영혼을 돌보라)’라는 인식과 실천의 아포리즘을 소개한 그는 돌봄의 문제가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국가공동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 곧 타자를 돌보는 것이 되고, 타자를 돌보는 것이 곧 나를 돌보는 것이 되므로, 돌봄은 상호적인 것이 돼야 한다. 돌봄을 실천한다는 것은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국가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여기에 반드시 담보돼야 하는 게 ‘정의’다.”“선배시민론은 노인 인권론이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유범상 방송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생존에서 실존으로: 한국의 선배시민과 인간적인 노년을 위한 상상」을 통해 선배시민학회의 지향점을 거듭 천명했다.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접근모델’와 시몬느 드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는 사유에 기댄 유 교수는 ‘노인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는 테제를 총체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심화하면서 논의를 열어갔다.“노인은 비인간과 인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어떤 지점에 노인이 설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 사회가 어떤 지향과 조건을 만드는가에 따라 노인이라는 존재는 다르게 살아간다”라고 말하는 유 교수는 ‘(선배시민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방점을 쳤다. 그렇기에 그가 말장영란 한국외대 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유범상 방송대 교수
‘선배시민’ 정책이 평생교육과 밀접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최연혁 교수는 국가가 세계시민, 국가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길러줘야 하며, 이는 지속적인 국가정책에 의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은 노인의 건강(정신 및 육체), 시민성 증진,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그의 설명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수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하는 선배시민론은 ‘생존과 실존의 문제를 집합
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담은 이론’일 수밖에 없다.그의 제안이 그려내는 선배시민의 모습은 이렇다. 첫째, 노인은 인간이다. 노인이 실존의 존재다. 둘째, 노인은 시민이다. 노인은 빵을 시민
권으로 획득한다. 그러므로 노인은 빵의 권리를 가진 존재다.물론 이런 권리는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유 교수는 “선배라는 말은 시민과 인간을 마중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배시민이라는 개념에서 선배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점은 이 선배시민론에 담긴 의미망이다. 유 교수는 이것을 ‘노인 인권론’이라고 말한다. “즉 노인을 인권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선배시민이 정치적 존재로 자신의 삶을 살 것을 촉구”하는 게 바로 선배시민론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자유권, 사회권, 연대권이라는 인권의 보편적인 발전 3단계가 내포돼 있다.유 교수의 논의는 “노인은 과연 인권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인권을 자신의 권리로 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선배시민의 개념을 정의하고 그 정의를 실천하려는 노력에 있을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 마지막 문구로 본다면 ‘선배시민론’은 여전히 더 많은 논쟁과 실천이 만나 확장될 여지를 열어 둔 담론임을 알 수 있다.덧붙인다면, 보통의 학술대회가 발표자와 토론자를 맞붙여 논의를 확장하는 형식인데 반해, 이날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는 따로 토론자를 두지 않고 종합토론에서 청중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 게 독특했다. 사회복지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실제 사회복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장 전문가들을 배려한 학회 측의 아이디어였다.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김보화·김영옥, ‘여성과 평화 학술상’ 수상
이화여대, 제4회 이화-현우 학술상 시상
김보화 젠더폭력연구소 소장(사진 왼쪽)과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가 제4회 이화-현우 여성과 평화 학술상을 수상했다.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원장 이은아)은 (재) 현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 학술상의 시상식을 지난달 28일 개최했다.학술부문 수상작으로 김보화 저자의 『시장으로 간 성폭력』이 선정됐다. 이 책은 성폭력 사건이 국내외적인 신자유주의적 사회 질서 속에서 사법화되고 시장화되는 양상을 밀도 있게 분석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법조인·여성운동활동가 등 30여 명과의 심층면접 자료를 통해 당사자의 경험과 입장, 현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분석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갖추었다는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일반부문 수상작으로 김영옥 저자의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이 선정됐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교차적 시각을 통해 자신과 다
른 여성의 삶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돌봄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노년 여성 문제를 역사· 계급·질병의 문제와 교차시킬 때, 비로소 타인의 ‘다름’에 주목하는 윤리적 행위로서의 돌봄에 이를 수 있게 된다는 통찰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DSM-5-TR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지은이 · APA(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옮긴이 · 권준수 김붕년 김재진 신민섭 신일선 오강섭 원승희 이상익 이승환 이헌정 정영철 조현상 김민아정가 · 79,000원소아정신의학 3판분야별 임상/연구 권위자 73명이 집필한 소아정신의학 교과서이다. 소아정신의학도는 물론 함께 일하는 인접 분야 전문가들이 임상, 연구,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소아정신의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총괄편집인 · 대표저자 홍강의정가 · 58,000원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1,040쪽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왜 인간은 서로에게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굴고, 또 때로는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워지는가?”라는 것. 우리 본성의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 그 양면성에 대한 답을 추적하고자 저자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최첨단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종합해 살펴본다.
석기시대 경제학
마셜 살린스 지음 | 박충환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64쪽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인 저자가 10년간에 걸쳐 집필해 온 주요 논문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수렵채집 경제가 ‘생계 경제’를 대표한다고 보는 경제학의 전통적인 사고방식, 즉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서 벗어나 수렵채집 사회야말로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였음을 증명하고 본래의 모습을 복원한다.
1945년 해방 직후사 현대 한국의 원형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454쪽이 책은 새로운 자료와 오랜 시간 온축한 연구 성과와 역사학자의 성찰을 바탕으로, 1945년 해방 직후 역사의 미스터리를 해명하고 시대의 전체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조선총독부, 좌익과 우익, 미군정, 그 밖의 다양한 주체들이 과연 어떻게 움직이며 현대 한국의 시작을 직조했는지, 그 생사를 건 투쟁의 드라마가 펼쳐진다.지구법학
지구법학회 지음 | 김왕배 편집 | 문학과지성사 | 478쪽이 책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떠오른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대안적 시스템으로서 ‘지구법학’을 소개한다. 지구법학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생태계와 자연까지 법적 주체로 삼는 법사상 혹은 법체계의 학문이다. 법인격과 자연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펼쳐 보인다.제국의 향기
카를 슐뢰겔 지음 | 편영수 옮김 | 마르코폴로 | 240쪽저자는 프랑스의 코코 샤넬을 드라마의 한 축으로 그리고 러시아의 젬추지나 몰로토바를 또 다른 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샤넬의 삶을 통해서 그녀의 향수가 어떤 방식으로 20세기의 아이콘이 됐는지를 살피면서 젬추지나의 인생을 따라 소비에트 향수산업의 흥망성쇠를 노래한다. 이 책은 한 방울의 향수를 통해 20세기 정치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톰 피터스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톰 피터스·낸시 그린 지음 | 박찬정·박철우 옮김 | 아템포 | 352쪽저자의 스무 번째 책인 이 책은 특별하다. 그가 지난 4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13가지 주제로 추출해 리더십과 경영에 관한 통찰을 한 권에 풀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꼭지마다 군더더기 없는 임팩트 있는 글들에 미국의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기업인 낸시 그린의 시각적 요소가 입혀져 가독성이 뛰어나다.사기세가 1, 2
사마천 지음 | 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1,514쪽춘추전국시대, 초한지제 제후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사기세가史記世家』, 정치가 답답하고 경제가 막히며 인간사의 지혜가 절실할 때 선현들은 서슴없이 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열전」을 도입함으로써 중국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기』. 그러나 『사기』에서 가장 전통적인 역사 서술 형식인 「세가」는 『사기』 이전에도 없었고 『사기』 이후로도 없다.2024 대한민국 정치 트렌드
박시영 지음 | W(더블유) | 408쪽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선지자나 무당에게도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살아있는 생물’인 정치 분야라면 말해 무엇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읽어낸다면 우리에겐 예측 가능한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국민이 세운 나라는 국민이 허물 수도 있다’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대당위성’에서 따온 정치 키워드를 담았다.존재양식의 탐구
브뤼노 라투르 지음 | 황장진 옮김 | 사월의책 | 744쪽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온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불린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저자가 말하다_『핵과 일본인』 야마모토 아키히로 지음|서동주·양지영 옮김|어문학사|266쪽
일본인에게 핵은 무엇이었나피폭의 비극 겪었는데 재현된 원전 사고
핵에너지에 대한 일본인의 ‘양면적’ 태도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 기
억과 함께 시작된 전후 일본은 2011년 또 한 번의 피폭을 경험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원전 주변으로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의 여파는 근본적(radical)이었다. 무엇보다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많은 일본인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시기로서의 ‘전후’가 더 이상은 계속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왜 전후의 일본인은 앞서 있었던 피폭의 체험을 그 이후의 피폭을 방지하는 교훈으로 삼지 못했을까?일본인의 ‘전후’ 인식에 대한 독창적인 문화사적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야마모노 아키히로 고베시 외국어대학 준교수(부교수급)의 책 『핵과 일본인(核と日本人)』은 바로 이런 질문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전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후 일본의 핵·원자력 인식을 다룬 많은 책이 대체로 원자력발전 체제가 형성된 1950~60년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의 범위는 1945년부터 2010년대까지 전후의 거의 전 기간에 걸쳐 있다. 이 책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기원’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기원에서 현재까지의 궤적 전체를 시야에 넣고 있
다.
둘째, 이 책은 시간적 범위만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의 측면에서도 전면적이다. 이 책은 전후 일본의 핵 ‘인식’을 지식인들의 발언이나 주요 미디어의 담론뿐만 아니라 만화·극화·영화·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대중문화, 심지어 언론사와 내각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실로 다양한 성격의 자료들을 종횡무진 섭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상정하고 있는 ‘인식’이란 지식인이나 미디어에 의해 ‘대표’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본인의 ‘집단적 (무)의식’ 그 자체에 가깝다.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이 되지 못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야마모토 교수는 핵에너지에 대한 일본인의 ‘양면적’ 태도에 주목한다. 양면적 태도란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핵무기에 반대하면서도 미국의 핵우산은 거부하지 않는 것. 원전의 위험을 알면서도 가동 중인 원전을 줄이는 데는 소극적인 것. 핵무기의 파괴력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대중문화에서는 그것을 즐겨 소재로 사용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일본만의 특징은 핵무기를 핵에너지의 ‘군사이용’이라고 부르며 부정하고, 원자력 발전을 ‘평화이용’이라 호명하며 양자를 ‘용도’의 수준에서 철저히 분리시키는 사고법에 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원수폭(원자력수소폭탄)’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 원자력 개발 체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핵에너지에 대한 이런 이분법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이런 ‘분열적’ 태도 안에 일본 특유의 주체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원전 반대의 입장도 원전을 지지하는 입장도 피폭이라는 ‘고통의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제3자의 공감을 얻기 쉬운 반면, 견해의 차이에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도 쉽다고 말한다. 이것은 분열적 인식의 사례이지만 동시에 그 저변에는 피폭의 고통을 기억함으로써 일본인은 핵에너지에 대해 ‘선한’ 주체가 된다는 발상이 존재한다.달리 말하면 이런 발상에서 일본인은 피폭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핵에너지의 평화이용에 가장 적합한 주체가 되며, 동시에 같은 이유로 일본인은 핵무장을 해도 핵을 군사적으로 ‘남용’할 리 없다는 신념을 보게 된다.
이렇게 피폭의 기억은 ‘원자력이라는 꿈’과 강하게 접속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핵무장마저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다.핵에 대한 ‘양면적’이면서 ‘분열적’인 인식이야말로 ‘피폭국’의 정체성 위에 시작되었던 전후 일본의 행로가 세계 유수의 ‘원전 국가’로 귀착되었던 이유인 것이다.
서동주
서울대 일본연구소 HK교수책으로 책 너머를 읽다_『인간의 시간: 여인숙 달방 367일』 이강산 지음 | 눈빛 | 320쪽
따뜻한 르포 문학의 재현… 0.8평의 달방 체험기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미지 미학이다. 빛의 있고 없음으로 작가의 철학을 표현한다. 발터 벤야민(1892∼1940)은 사진에 대한 사회 관계적 관점을 이렇게 말했다. “사진에 찍히는 현실은 눈이 보는 현실과 다른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는 눈이 볼 수 없는 층위들, 곧 사진이 없으면 지각될 수 없는 층위들이 있다.”(『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On Photography』 위즈덤하우스 | 2018, 27쪽)
사진예술가 이강산(1959~)은 이 설명에 어울린다. 그는 이전에 흑백사진으로 『집』(사진예술 | 2017)과 『여인숙』(눈빛 | 2021)을 담아냈다. 어둠과 밝음의 대비인간의 시간은 인간답게 살아갈 생존 권리
위장된 세계에 대항하는 문학의 정치적 분투를 통해 이 사회 속에서 스러져가는 사물에 깊이 스며있는 생존의 층위를 보여줬다.
최근 그는 다큐멘터리 일기 형식의 책을 출간했다. 사진집 『여인숙』 촬영을 위해 머물렀던 대전의 한 여인숙을 대상으로 사진과 이야기, 다큐멘터리와 이미지를 조화시킨 『인간의 시간: 여인숙 달방 367일』(이하 『인간의 시간』)이다. 이 책은 어느 해 여름부터 다음 해 여름(1년 367일, 2020. 7. 9.~2021. 7. 10.)까지 다섯 계절 동안 경험한 생활 에피소드를 망라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서술기법으로 보면 ‘르포’(르포르타주) 문학을 새롭게 재현한다. 저자의 시선은 미생(微生)을 품어주고 그 삶을 공감하자는 사회적 성찰이며 반성에 닿아있다.‘땅의 사람들’과 공존하는 따뜻한 정의 실현을 위한 호소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이지만 자연스럽게 공적 담론을 견인한다. 특히 사진은 이런 확장과 전환을 시각적으로 각인해주는 경첩 기제(hinge mechanism)로 작동한다. 사진으로 인간의 생존 시간이 서로에게 스며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뜻한 르포라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용어는 ‘인간의 시간’이다. 이 용어는 차가운 땅바닥 삶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여인숙의 사람들을 휘도는 생존 시간을 의미한다. 이 말은 중의적이다.한편으로 ‘여인숙’에 머무는 인간이 ‘짐승’처럼 다뤄지는 ‘짐승의 시간’을 우회적으로 탄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사회적 퇴물이며, 혐오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여인숙에 대한 암묵적 편견을 비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시간은 삶과 죽음이 명암처럼 스며있는 ‘모든 사람’의 시간이며, 세계의 샬롬(평화)을 꿈꾸는 모든 인간을 위한 시간이다. 따라서 인간의 시간은 인간답게 살아갈 생존 권리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사회적 의의도 명확하다. 밤 같은 현실에서 문학이 추동할 정의(正義)를 호소하기 때문이다. 마사 누스바움(1947~ 미국 법철학자)이 주장하는 ‘시적 정의’와 긴밀하다. 저자 이강산에 의해 이 시적 정의는 곧 문학에 근거한 ‘공감의 철학’이며, 차별없이, 경계를 허물어 하늘의 삶을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감정 공유의 철학이 된다. 이는 정치와 법을 위장 도구로 삼아 인간을 무력으로 통치하려는 위장된 세계에 대항하는 문학의 정치적 분투이기도 하다.
한편 이 책에서는 신학적 함의도 감지된다. 고대 히브리인들이 하늘을 향해 탄원하는 노래와 사상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히브리인의 기도시(詩) 테힐림(시편)에는 ‘안전한 지대’를 노래하는 구절이 있다. 이 시를 남긴 시인은 이렇게 전한다. “야훼가 말한다. 불쌍한 자가 억압받는 것과 굶주리는 자의 탄식 때문에 내가 이제 일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그가 희망하는 숨 쉴만한 구원, 안전한 지대 에 자리 잡게 할 것이다.”(시12:5, 개인 번역)이 공간은 어그러진 현실에서 정의의 헤테로토피아(다른 장소)를 대변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안전지대'의 보장이 신의 정의로운 자기 책임이라는 것을 선포한다. 동시에 신을 추동하는 사람의 당연한 의무라고 항변한다.
가볍게 손에 들릴만한 이 책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사회 철학서답다. 화려하고 질서정연한 문학적 수사법보다 따뜻한 사회, 정의로운 세계가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사회적 공감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시간’이 ‘짐승의 시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부드러운 권력으로저항한다. 사진 르포 미학의 한 결실을 잘 보여준다.
김흥현
한국성서학연구소 연구원저자가 말하다_『초거대 AI 디지털 플랫폼 레볼루션 1·2』 현영근·이주연 지음 | 새빛 | 452쪽
플랫폼 중복규제가 산업 생태계 해친다
플랫폼 노동자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교환의 조건 명확히 정립해야 성공적 생태계 형성플랫폼 기업의 전성시대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대전환’ 시대의 주역은 일차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가 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만들어 원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설비를 자동화해 판매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개해 줌으로써 그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에 대해 고찰을 해보는 책이다. 1권 『플랫폼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과 2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링』을 묶은 시리즈 도서이다. 1권은 플랫폼이란 무엇이고, 그러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플랫폼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서술됐다. 2권은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어떠한 것을 고민해야 하는지, 그리고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B2C와 B2B 각각의 측면에서 그 방법론을 제시했다.
필자가 이 두 권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가이다. 크게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첫 번째는 바로 “플랫폼의 가치가 누구에게 가고 있는가?”이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은 ‘시장에서의 중재자 역할’에 집중해야 하지만, 시장 지배사업자가 되면서 플레이어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집중함으로써 사회적 이슈를 야기하고 플랫폼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따라서 플랫폼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서 플랫폼 노동자를 ‘이익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플랫폼 기업은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영구히 존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에서의 상호작용 극대화를 위해 플레이어 간 ‘바터(교환)의 조건’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고객이 일반 소비자이든 기업이든 상관없이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서로의 조건이 반드시 맞아야 하며, 그래야만 성공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 매출 확보보다는 장기적 상호작용을 위한 것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국내 플랫폼 정책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플랫폼 시장은 ICT 융합을 통해 여러 서비스·시장이 연결됨에 따라 그 구조가 복잡해지고, 디지털 대전환과 맞물려 플랫폼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규제 정책의 집행이 미시적·거시적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책의 파급경로 등을 분석하는 정책 연구를 지원·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 부처 간 규제 중복을 없애기 위한 컨트롤타워 도입도 필요하다.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방통위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등은 중복규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처 간 조정이나 협의 없이 각자 규제에 나서게 되면 중복 규제 가능성으로 인해 플랫폼 시장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트렌드와 산업구조는 숨 막힐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 시대의 산업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시대가 요구하는 비즈니스 구조에 맞게 변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기존 사업영역을 넘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사업을 버리고 무조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으라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잘해오던 비즈니스를 더욱 잘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비즈니스에 혁신을 이루자는 의미이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오직 하나가 있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이다.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주연
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비평의 발견_『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이수형 지음 | 김영사 | 288쪽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교육 그리고 부모라는 극한 직업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인 이수형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다. 경제학을 전공한 같은 직장의 동료가 '사회학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며 추천해 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녀의 학업, 진학, 그리고 취업이라는 삶의 경로에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단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직장(직업)을 얻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적성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미래(인공지능의 발달, 국제안보 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은 지극히 현실적인데 만일 이과와 문과 중 어디라도 갈 수 있다면 이과를자녀한테 중요한 건 결국 좋은 직장 얻는 것
경제·사회·문화자본 있는 부모에게 가능한 조언선택하는 것이 취업이나 임금 등에 있어 유리하므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한 현상에 대해서도 세태를 탓하기보단 그 와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즉, 온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능력(인적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떠한 능력(언어능력, 수리능력 등)이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러한 능력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페리 유아교육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계획세우기-이행하기-검토하기’라는 일련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어떻게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 읽기-듣기-말하기-쓰기 각각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조언도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설명 과정에서 기존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강남 키드인 저자 본인의 학업, 미국에서의 학업과 교직, 한국에서 교수로 지낸 시간의 경험은 주요 논거가 된다. 책을 읽으며 경제학자가 사고하는 방식은 사회학자와는 다소 다르다는 익숙한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지만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함(자칫 ‘세속적’이라 비판받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말)은 큰 미덕으로 다가왔다. ‘부모’에게 하는 말이라지만 학업이나 취업을 앞두고 있는 ‘자녀’들이 읽어도 충분히 도움 될만한 이야기가 많다.부모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조언은 자녀의 영유아기 학습부터 직장을 잡는 시기까지를 망라한다. 대학생 자녀의 학점까지 부모가 챙기는 세태에 대해 익숙히 들어왔음에도 한국에서 부모로 사는 건 정말 극한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논지에 대한 몇 가지 삐딱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는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해당 분야의 실력을 확실히 기르면 크게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세상임을 강조한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다른 것을 준비하거나 적극적인 자세로 교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사실 꽤 좋은 학교나 특히 응용학문(이과나 경영/경제)에 특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학생과 교수 생활을 거친 저자의 해외 경험이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실과 관련된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괜찮은 준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단순히 ‘잘못된 것(따라서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게 되면 ‘분명 문제이지만 현재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을 놓치게 된다.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부모가 읽고 조언을 실천할 수 있을까? 배운 부모, 자녀 교육에 열의가 강한 부모, 이 책의 조언을 실천할 수 있는 경제·사회·문화적 자본이 있는 부모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논지는 상당히 계급적이다. 저자의 조언은 그가 살아온 맥락(서울대 경제학과,행시 재경직 차석, 스탠포드대 박사, 국내외 최고 명문대 교수) 위에서 이뤄진다. 물론 저자도 그 점을 인정한다. 원론적으로 는 옳은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구체적인 조언으로 들어갈수록 한계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한 가지 명확히 하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몇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것이다. 내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보고 싶지 않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계에 있는 연구자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책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용기는 진정 귀하다고 생각한다.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신이 된 선승, 범일국사
자현 지음 | 불광출판사 | 544쪽우리나라에 선종(禪宗)의 뿌리를 심은 사굴산문(闍崛山門)의 개창자, 범일국사(梵日國師). 그는 한국불교사의 중요한 위치에 놓인 선승(禪僧)이지만, 한편으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주신(主神)으로 추앙되고 있다. 우리 불교사에서 생불(生佛)로 평가받는 다른 고승(高僧)들과 달리 독특한 경우이다.압축적 근대성의 논리
장경섭 지음 | 박홍경 옮김 | 문학사상 | 364쪽한국과 동아시아의 경이로운 성장을 가능케 한 ‘압축적 근대성’의 다면성에 천착해온 저자의 30여 년 연구 여정을 집대성한 역작. 한국의 고유한 사례보다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던 압축적 근대성 이론을 울리히 벡, 브라이언 터너, 예란 테르보른 등 세계적 권위자들과의 교류·협업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사적 맥락으로 확장시킨다.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조르조 파리시 지음 | 김현주 옮김 | 김범준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12쪽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작위와 무질서를 특징으로 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며, 진리도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평생의 연구를 통해 밝혀 온 사람이 있다. 바로 “원자에서 행성까지 물리계의 무질서와 변동 간 상호 작용, 무질서한 물질과 무작위 과정에 대한 기여와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그 주인공이다.기후변화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966쪽전 세계 200만 부가 판매된 『실크로드 세계사』로 대석학의 반열에 오른 저자가 더욱 넓고 깊어진 통찰력으로 수만년 세계사에서 기후 재앙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전작에서 ‘실크로드’와 ‘교류’라는 틀을 통해 통합적인 세계사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기후라는 주제로 거대한 시공간을 명쾌하게 묶어낸다.감정 경제학
조원경 지음 | 페이지2 | 328쪽소개팅을 하는 것,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 누군가의 아이템을 '손민수' 하는 것, 가스라이팅의 위험에 시달리는 것 모두가 사실은 경제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 삶은 거대한 경제 시스템 안에서 흘러간다. 사랑과 범죄처럼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삶의 영역에도 경제학이 포함돼 있다.정치사상사
마르쿠스 앙케 지음 |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16쪽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서 현대 세계인권선언까지 서양 정치사상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핀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오늘날 새로운 국면마다 소환되는 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나 개념 등이 정치 사유의 역사에서 어떻게 등장하고 변화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핀다. 정치사상사에는 시대를 초월해 반향을 일으키며 해석돼온 텍스트들이 있다.역사에 관한 글들
루이 알튀세르 지음 | 배세진·이찬선 옮김 | 오월의봄 | 364쪽철학자인 저자가 1963~1986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역사에 관해 쓰거나 생산한 다양한 텍스트들을 엮어낸 유고집. 우리가 명확히 알 수 없는 무수한 이유들로, 하나의 결과로 태어나지 못한 채 알튀세르의 서랍 속에 들어갔던, 즉 그 자신이 단 한 번도 출간하지 않았던 문서들이 다시금 꺼내져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인삼과 국경
김선민 지음 | 최대명 옮김 | 사계절 | 316쪽청과 조선의 대표 산물인 인삼과 이를 욕망한 인간의 끝없는 발걸음이 한반도와 중원 양쪽의 변경이었던 만주를 역사의 중심부로 끌어올렸다. 지은이는 1637년 병자호란의 결과로 구성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에서 출발해, 사대와 조공의 틀 바깥에서 청과 조선이 밀접하게 접촉하고 첨예하게 갈등하며 만들어낸 변경의 역동성을 섬세하게 드러낸다.분야별 신간
인문독학자를 위한 노자 읽기 | 최경열 지음 | 북튜브 | 208쪽독학자를 위한 논어 읽기 | 최경열 지음 | 북튜브 | 184쪽독학자를 위한 손자병법 읽기 | 최경열 지음 | 북튜브 | 160쪽독학자를 위한 한비자 읽기 | 최경열 지음 | 북튜브 | 176쪽인격과 존재 | 노리스 클라크 지음 | 정현석 외 2인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167쪽
휘말린 날들 | 서보경 지음 | 반비 | 488쪽역사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 조철기 지음 | 따비 | 376쪽신문 잡보를 통해 본 근대 초기 한국사회의 파노라마 | 강현조 지음 |소명출판 | 208쪽
과학인더스트리 5.0 | 이인식 외 12인 지음 | 인문공간 | 320쪽정치-사회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360쪽북한 녀자로 살기 | 감희 지음 | 한울 | 392쪽일인칭 가난 | 안온 지음 | 마티 | 168쪽
경제-경영그린의 정신 | 윌리엄 D. 노드하우스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488쪽아이디어 1퍼센트의 법칙 | 백일승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80쪽퓨처 노멀 | 로히트 바르가바·헨리 쿠티뉴-메이슨 지음 | 김정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396쪽심혈관 질환 일으키는 구강 균주를 밝혀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11 구강·심혈관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열한 번째는 구강·심혈관에 대해 김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심장내과)․이중석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치주과학교실)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연재 순서
① 염증성 장질환② 비알콜성 간질환③ 천식·알레르기④ 우울·불안·스트레스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⑥ 장기 이식-간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⑧ UTI-요로 감염⑨ 항암⑩ 뇌혈관 질환⑪ 구강·심혈관⑫ 과민성대장증후군⑬ 자폐우리 몸의 장에는 2조 개가 넘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의 양은 인간보다 200배 정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정보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이라 부른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와 대사를 도우며, 여러 호르몬 분비에 관여한다. 면역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염증성 장 증후군과 같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간질환·종양·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아토피·호흡기 질환 등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비만·대사장애·심혈관 질환·뇌혈관 질환까지 분야가 확장되고 관련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은 그 빈도가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1위, 국내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은 그 특성상 발병하고 나서 치료 과정이 위험하고, 많은 의료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조절 가능한 심혈관계 위험 인자는 20년 전과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 발굴과 치료 방법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 규명과 치료물질 개발 분야가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있다.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심혈관계 질환
언뜻 보면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바이오산업 기술개발사업 개요
사업명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품화·맞춤형 진단치료 제품과제명 구강질환 균주 분석 기반의 구강 심혈관 질환 예측 모델 및 치료제 원천기술 개발개요 균주 분석을 통한 구강·심혈관 질환 인과관계, 기전 규명과 예측 진단 관련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화주관기관 연세대(하종원)공동연구·용역 연세대(서경률·고홍·이중석·권재성·구본녀·김규), 이화여대(박영미), ㈜비티시너지(조희경)연구기관 2022년 4월 1일 ∼ 2026년 12월 31일(4년 9개월)기대효과O 구강·심혈관 질환 데이터셋 구축과 치료제 개발 후보 균주 탐색O 구강질환 기반 심혈관 위험도 예측 데이터 모델 확립과 기전 분석O 구강질환 균주 기반 심혈관 질환 맞춤형 치료제 개발 준비와 예측 모델의 효용성 탐구O 구강 질환 균주 기반 심혈관 질환 맞춤형 치료제 전임상 자료 확보O 구강·심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제의 임상 자료 확보·상용화이중석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치김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심장내과)는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밝히고 질환을 예방하는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사진=김규연구팀은 구강 질병 균주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과정과 질환 유발에 미치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질환 예방 물질을 조사하고 있다.
러나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수많은 실험-대조군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 있음이 보고 됐다.
2017년도 중국의 지 주예(Jie Zhuye) 등 연구자에 의해 장내 세균과(Enterobacteriaceae)와 구강 내 미생물 균주가 건강인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많다는 게 보고됐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과 원인·결과 관계는 규명되지 않아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장내 미생물 대사체 중 심혈관계 질환의병인으로 트리메틸아민-N-산화물(TMAO: trimethylamine N-oxide)을 매개로 하는 기전이 많이 보고됐다. 카르니틴·콜린 성분이 풍부한 고기류·계란 노른자 등이 장내 미생물을 통해 대사돼 간에서 TMAO 생성이 증가하고, 이는 혈관에서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윌슨 탕(WH Wilson Tang) 등은 혈관조영술 시행 전 4천여 명의 혈액에서 측정한 TMAO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이 증가함을 보고했다.
다인자성 질환이기에 치료제 개발 드물어
이처럼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과 기전이 보고되고 있지만, 염증성 장질환이나 간질환에서처럼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혈관계 질환은 다양한 인자가 작용하는 다인자성 질환이며, 하나의 균주를 보충하고 제거하는 방식이 전체 마이크로바이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목표한 장기까지 배달하는 기술적인 한계점도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이화여대·㈜비티시너지와 함께 구강 세균,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 질환 간 연관성과 더불어 질환을 예방하는 물질을 밝히는 국가 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연구팀은 구강 질병 균주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과정과 질환 유발에 미치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질환 예방 물질을 조사하고 있다. △구강 질환이 심혈관 질환과 인지 기능 장애를 발생시키는 기전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보이는 후보 물질 발굴 △구강 세균이 야기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변화와 이로 인한 동맥경화 발생 과정 △후보 물질을 점막 백신으로 만들어 실제 심혈관 질환 예방이 가능한지를 각각 밝힐 예정이다.
지난 수십 년간 변화하지 않은 조절 가능한 심혈관계 위험 인자와 그 치료 방법을 밝히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김규연세대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입안은 건강의 창…치주 세균으로 질환 확인한다
입안은 체내 구조의 특징과 체외 구조의 특징을 갖는다. 구강을 시작으로 직장까지 하나의 연결된 관이다. 그 관은 엄격히 말하면 체외의 일부 구조물이 체내로 함입돼 관통된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길지만 매우 좁은 이 환경 내에 점막의 다양한 형태에 미생물이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각 부위의 환경 양상에 따라 집락하고 평형을 이루고 있는 세균 또한 전혀 다르다.
특히 입안은 우리가 매일 닦고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접근도가 높다. 수시로 먹고 마시는 행위에 따라 세균의 조성은 현저히 변할 수 있다. 반면 치아라는 관통된 구조물이 여러 개 있어 굴곡진 곳마다 세균이 침착하게 된다. 실제로 구강 내 800여 개 이상의 세균 종류가 관찰된다고 하며, 향후 더 증가할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균까지 생각해 본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양과 종류의 세균총이 구강 내에 상주하고 있다.입안 다양한 세균 집락의 위치
입안에서도 세균이 집락 하는 위치는 다양할 수 있다. 혀의 배면과 등면, 구강 내 점막, 치아 표면, 치주낭 등이 있다. 우선 접하기도 가장 쉽고 채취하기도 쉽기 때문에 많은 연구에 활용되는 타액은 주로 점막이나 혀등에서 유래된 세균이 주종을 이룬다. 입안의 구조물의 움직임에 의해 탈락되는 세균이 주로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점막 중에 가장 많은 세균이 침착될 수 있는 부위는 혀의 등면이다. 여러 돌기에 의해 거친 표면이 많아 세균의 집락이 이루기 쉽다.그러나 이러한 부위의 세균은 언제 채취하느냐, 채취 직전에 대상자가 무얼 했느냐(음식물, 물 섭취, 가글, 양치 등)에 따라 현저히 세균의 분포는 달라진다. 구강 특구강 내 세균종, 특히 치주낭 내의 세균종은 구강 질환뿐만 아니라 전신 질환의 창으로서 간이 스크리닝 혹은 질환의 예측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의 보고이다.
성상 음식물 등의 접촉이 잦고, 구조물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양치질을 하며 조절할 정도로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이라 타액 등에서 관찰되는 세균의 종류는 수시로 변하거나 병적으로 치명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세균 관찰되는 치주낭 구조주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해 제거를 받는 치아 표면, 특히 잇몸과 치아 사이의 구조물(치주낭)에는 오랫동안 세균이 잔존해 특이적 집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구강 내 구조물의 움직임에 의해 잘 닦일 수 없는 구조물이다. 염증에 의해 출혈이 쉽게 나거나 잇몸 안쪽으로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되기에 다양한 세균이 관찰되는 구조이다. 치주염 등 치주 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강 내 염증 질환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세균이 주로 집락 한다.치면에 부착된 세균의 집락도 접촉된 치주낭의 점막에 의해 만성 염증을 유발하거나 조직 내로 침투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주 질환은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이중석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치주과학교실)는 구강 내 세균을 이용해 심혈관과 소화기 질환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중석조기 분만,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이는 전신 질환과 치주 상태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주낭 내의 세균 조성은 치주 질환의 심도나 치주낭의 깊이, 염증의 정도에 따라 유의하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구강-장 축(oral-gut axis)의 미생물 변화나 심·뇌혈관 질환의 심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구강 내 검체 방법은 세균의 조성이 비슷하고 조건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반면, 치주낭 내 세균의 양상은 다른 샘플과는 세균의 조성이 현저히 다르며 발견되는 세균의 병적 유발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 그룹은 구강 내 여러 샘플과 치주낭 세균 샘플을 이용한 심혈관 질환, 소화기관 질환과의 연관성을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강 내 세균종, 특히 치주낭 내의 세균종은 구강 질환뿐만 아니라 전신 질환의 창으로서 간이 스크리닝 혹은 질환의 예측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의 보고이다.이중석연세대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덕성여대, 中 대련에 ‘덕성-차이홍유학센터’ 열었다
우수 유학생 유치 위해 올해 3개 해외센터 개소
덕성여대(총장 김건희)가 지난달 17일 중국 대련대에‘덕성-차이홍유학센터’를 오픈했다.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과 유학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이원정 덕성여대 국제처장은 “중국 대련대, 한국 덕성여대, 한국 차이홍공자아카데미 3자가 ‘덕성-차이홍 유학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것”이라며 “센터는 대련대 국제교육센터에 위치해 체계적이면서 전문적인 한국어교육 과정 및 유학컨설팅을 제공하고 대련대와 덕성여대의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구축, 두 학교의 강점 활용을 통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픈덕성여대는 지난달 17일 중국 대련대에 ‘덕성-차이홍유학센터’를 오픈했다. 사진=덕성여대
했다”고 밝혔다.
대련대는 중국 랴오닝성 대련시에 위치한 종합 공립대학으로, 국가 111 계획, 교육부 우수 교사 양성 계획, 교육부 신공학 연구 및 실천 프로젝트에 선발된 랴오닝성 ‘일류 학문’ 건설대학으로 교육국제화에 중점을 두며 국제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련대 국제교육센터는 해외 유학 교육기관으로서 국제 학사 및 국제 석사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경험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 유학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원정 덕성여대 국제처장을 비롯, 포영 대련대 국제협력교류처장, 왕원 대련대 국제교육센터 부주임, 김진무 차이홍공자아카데미 원장 등이 참석했다. 개소식 이후 양교 간 협력 방안과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 실현가능성 등을 논의했다.덕성여대는 우수한 유학생 유치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3개의 해외 센터(덕성울란바토르센터, 덕성타슈켄트센터, 덕성-차이홍유학센터)를 개소했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권찬호 전 상명대 교수, ‘협력의 원리’ 도서 출간
상명대 서울캠 교학부총장 역임
상명대 교학부총장(행정학부 교수)을 지낸 권찬호 은평구평생학습관장이 최근 『협력의 원리』(출판사 박영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익숙하지만 아무도 잘 모르는 ‘협력’이라는 말의 근본원리들에 대해 심도있게 설명하고 있다.『협력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각자 생각과 추구하는 바가 천차만별인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인간들이 이와 같이 기적에 가까운 문명을 만들어 낸 것은 오직 협력의 힘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을 이해하려면 연관된 수많은 사회현상들을 이해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 질서는 왜 필요하며 어떻게 협력이 생겨날까? 경쟁과 협력의 관계는 무엇일까? 네트워크 구조가 협력 수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웹 공간의 가상성(virtuality)이 협력을 촉진시킬까? 집단지성과 협력의 관계는? 어찌해야 협력이 풍부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여러 변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협력의 방정식은 불가능한 것일까? 등의 질문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박영사가 펴낸
인류 역사는 개인적 단기 이익과 집단적 장기 목표 사이의 파란만장한 갈등으로 점철돼 왔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자초한 대재앙의 서막을 예감하며 살고 있다. 결국은 협력의 수준을 높여 당대의 과제들에 대처해야 한다. 저자는 『협력의 원리』가 그 해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집필의 취지를 밝혔다.
저자인 권찬호 전 상명대 교수는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외교부 공관장, 국무총리실 비서관을 거쳤고, 2009년에 상명대에 임용되어 서울캠퍼스 교학부총장, 교육혁신원장, 대학원장, 대외홍보처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수 기자 editor@kyosu.net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세계중국학포럼 제7회 중국학공헌상 수상
『창작과비평』 전 편집주간이자 세교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역사학자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사학)가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이 주관하는 세계중국학포럼에서 제7회 중국학공헌상을 수상했다.
세계중국학포럼은 상하이사회과학원과 상하이시 신문판공실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격년 학술행사다. 중국학 연구의 과거-현재-미래를 탐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세계중국학포럼에서는 2010년부터 중국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헌한 저명한 학자들에게 ‘중국학공헌상’을 제정하여 2년마다 영예로운 수상자를 내왔다. 백영서 전 편집주간은 중국학 분야를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큰 업적을 쌓고 오랫동안 공헌한 공로로 2023년 제7회 수상자가 됐다.시상식은 지난 24일(금)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는 에지난달 24일(금) 상하이에서 중국학공헌상을 수상한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사진=창비
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 정치학자 모리 가즈코 와세다대 명예교수 등이 있다. 백영서 교수는 그간 중국현대사 연구자이자 실천적 학문의 주창자로 학계와 문화계의 중추 역할을 해왔으며, 2021년에 출간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1919, 1949, 1989』 등의 저서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다시 읽는 작업을 해온 바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전북대 송철규 교수팀, 미 CES 2024 디지털 헬스 ‘혁신상’
송철규 전북대 교수(연구부총장, 링크3.0 사업단장) 연구팀이 ‘실시간 혈전 탐지를 위한 생체 영상장치’로 2024 전미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4)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 혁신상 수상은 전라북도의 대학·기업·기관을 통틀어 송 교수팀이 최초다.
CES 혁신상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IT·전자제품 박람회 CES의 전시에 앞서 한해 동안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송철규 교수 연구팀의 혈전 탐지 영상 장치는 하버드의대에서의 임상연구와 국가R&D를 통해 유효성과 정확성을 검증해온 기술을 토대로 암실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기존 형광 영상 장치의 단점을 자외선 차단 필터를 이용해 극복하여 암실이 아닌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이런 장점은 실제 수술 및 진료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사용과 더 나아가 새로운 병변의 탐지와 약물 전달 이미징 등의 첨단 바이오 분야 발전의 촉진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송 교수팀은 암실이 아닌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형광 영상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2014년부터 하버드의대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2022년에 초기 제품을 출시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CES 2023에 참가했다. 전시 참가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와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
했다. 이후 올 2월 전북대 링크3.0 사업단이 개최한 제1회 JBNU Innovation Awards for CES 2024에 출품해 CES 2024 참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후 10개월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고도화된 실시간 혈전 탐지 생체 영상 장치를 개발했다.
송철규 교수는 "우리대학이 가진 기술적 역량을 CES 2024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쾌거다. 물심으로 성원해준 대학 구성원과 전라북도에도 감사를 표한다”며 “글로벌 생명경제를 선도하는 전라북도와 전북대가 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송 교수팀이 개발한 이 혈전 탐지 생체 영상 장치는 내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4 Eureka Park에서 전북대 단체관에 전시된다.광주여대, ‘나를 쏘다, 나를 빛내다’
KWU 프리스쿨 개최광주여대(총장 이선재)는 지난달 28일 예비 대학생을 대상으로 ‘KWU 프리스쿨’을 개최했다.
KWU 프리스쿨은 ‘나를 쏘다, 나를 빛내다’를 주제로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자신의 잠재력을 빛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번 프로그램은 △광주여대 출신 양궁 메달리스트들과 함께하는 양궁 체험, △나만의 향수 만들기, △퍼스널 이미지 메이킹, △마음이존, △학과별 예비대학 순으로 진행됐다.특히 양궁체험 프로그램의 특별강사로 광주여대 출신의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최미선·안산 선수를 모두 초청해 양궁 기초 교육 및 실습과 함께 사인회도 진행했다.또한 예비 대학생들은 마음이존에서 광주여대 캐릭터인 마음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프로그램 참여를 기념했다. 학과별 예비대학을 통해 교수진과의 만남과 학과의 학습 시설을 경험해보고 대학입학 요건과 입학 절차, 대학 생활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학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며, 대학 생활에서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학습 전략과 자기관리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광주여대 관계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대학생과 재학생들의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차세대 인재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가톨릭대 한국탐정학연구소 “탐정학 연구 구심점 될 것”
가톨릭대가 국내 탐정학 연구와 제도화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나섰다.
가톨릭대 부설 한국탐정학연구소(공동소장 박광국·염건령)는 지난달 24일 한국탐정학연구소 창립기념 학술세미나를 열고 탐정학 연구자와 업계 관계자와 함께 앞으로 국내 탐정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지난 9월 개소한 한국탐정학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종합대학 부설 탐정학 연구소다. 가톨릭대는 지난 2020년 OECD 가입국 등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면허제도 자격시험 등을 통해 탐정업을 법제화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국 최초로 탐정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연달아 신설하며 국내 탐정교육을 선도해왔다.
이날 ‘탐정학의 연구방향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함혜현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학의 형사사법학과를 졸업하고 탐정 관련 분야에서 일정 기간 경력을 쌓으면 자격을 부여하는 등탐정업이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 분야라기보다 형사사법학의 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탐정학이 독자적인 학문 분야로 서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주제를 교과목으로 개설해 교육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수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겸 한국범죄학회 부회장은 “민간 치안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공급을 위한 기초가 미비한 실정”이라며 “학계와 탐정산업계, 그리고 교육 기관들이 상호 연계해 현장에서의 윤리 및 실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광국 한국탐정학연구소 공동소장은 “탐정학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 개발, 국가 간 비교 연구,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기술을 국가 치안유지에 접목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한남대 제18대 총장에 이승철 명예교수 선출
한남대 학교법인 대전기독학원(이사장 신정호)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이승철 명예교수(69세, 행정학과·사진)를 한남대 제18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024년 3월 1일부터 4년이다.
이 당선인은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대학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체의 한마음이 중요하다”며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공동체와 혁신적인 소통을 통해 한남대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철 총장 당선인은 중앙대 행정학 학사·석사를, 독일 콘스탄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8년 한남대 교수로 부임했다. 한남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이부대학장, 기획조정처장, 사회과학대학장, 사회문화·행정복지대학원장, 국방전략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혁신평가위원, 병무청 자체평가 심의위원, 육군·해군·합참 발전자문위원, 아데나워 학술교류회 회장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왔다.이 당선인은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과 다양한 세미나 및 협력사업을 주관했다. 독일 통일 직후 첫 총선 현황 참관과 동독지역 시찰을 위한 독일 콘스탄츠대학 객원교수, 독일 함부르크대학 유럽연구소 객원교수,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초청 독일 베를린 도시발전연구원 등 ‘독일 행정 전문가’로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해왔다.최경희 한성대 교수, 국제의류학회 우수 디자인상 수상
최경희 한성대 교수(글로벌패션산업학부·사진)가 국제의류학회 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국제의류학회는 전 세계 의류학 분야의 전문가, 대학교수, 학생들의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연구, 교육 및 자원을 교류하는 장으로 동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와 높은 수준을 인정받는 학회이다.최경희 교수는 지난달 11일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2023 국제의류학회(ITAA)」에서 전문가 부문 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최경희 교수는“몇 년 전부터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구현 방법에 어려움이 있었고 또한 여전히 연구 중인 분야인데 뜻하지 않은 수상에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강병택 충북대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수상
강병택 충북대 교수(수의학과·사진)가 지난달 2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26회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강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닌 실제 동물병원에서 사용 가능한 실용성 있는 진료기술 개발을 통해 반려동물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동물용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상용화로 국내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교수는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임상교수로 근무하면서 반려동물의 난치성 질병인 아토피 및 뇌질환의 진단 및 치료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최근 5년간 85편의 국제논문(IF 상위 10% 이내 16편)을 발표했다. 아울러, 다수의 반려동물 질병 관련 국책과제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과 반려동물 의약(외)품 공동개발 및 품목 허가 관련 임상시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 5건 및 상용화 2건의 실적을 거뒀다.김일옥 삼육대 교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
김일옥 삼육대 교수(간호대학·사진)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교수는 지난 27년간 교육·연구활동에 매진하며 우수한 간호인력을 양성하고, 학문 발전에 기여했다. 삼육대 건강과학특성화사업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CK-II(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 지원 공모로 대학에 중독전문가 양성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기도 했다.
대한간호협회 임원으로서 간호정책 개발에도 적극 참여했다. 특히 협회 홍보위원장을 맡아 간호법 제정 추진을 위해 홍보와 여론 수렴, 기고문 작성, 관련 연구 등에 활발히 참여했다.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 발굴 사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조진균 한밭대 교수, 2023 대한설비공학회 학술상 수상
조진균 국립한밭대 교수(설비공학과·사진)가 지난달 24일 열린 대한설비공학회 제52회 정기총회에서 2023년 학술상을 받았다.
조진균 교수는 이번 ‘국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이동형 음압격리병실 개발 및 감염방지 환기성능 평가에 관한 연구’ 외 다양한 건물 및 산업분야의 공조/환기설비 성능개선과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고도화 연구개발을 20년 넘게 수행해, 건축환경 및 설비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학술상을 수상하게 됐다.
조 교수는 2022년부터 대한설비공학회의 건축환경부문 위원장을 맡고 있다.세계 최저 한국 출산율, 로컬리즘이 답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23
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1일 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가 「인구와 출산 문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4강은 김재희 을지대 교수(교양학부)의 「메타버스와 자아 동일성」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인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첩첩산중에 점입가경이다. ‘설마’하는 수준까지 떨어진지 오래지만, 상황인지와 대중 반향은 부족하고 빈약하다. 반대로 상황 대응·관련 대책의 임무를 맡은 정부·정치권은 연기와 방치로 일관한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데다 저항을 부르는 인기 없는 영역인지라 그때그때 군불만 땔 뿐 의지와 진정성은 찾기 어렵다.
불편한 개혁이 동반될 수밖에 없어 기득권의 불만·반발도 회피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회피·무시의 대가는 값비싸고 처절하다. 날 선부메랑처럼 한국 사회로 되돌아와 곳곳의 불협화음과 미스매칭을 조장하며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일본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다. 이대로면 되돌리기 힘든 확정적인 미래다. 낡고 철 지난 사회 구조가 시대 변화와 충돌하는 반면교사를 배울 때다. 좇아선 안 될 전형적인 제도 실패기에 구조 개혁의 연기와 방치를 반복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더 시급·절실한 건 한국 사정이다. 일본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하물며 일본은 여전히 강력하다. 무능 정부와 소극 국민이 빚어낸 불협화음만 주목하면 일본 파워는 가려진다. 당장 대외 순자산이 세계 1위다. 출산율도 한국보다 낫다. 한국이 0.70명(올해 2분기)인데 일본은 1.29명(지난해)이다.출생자는 ‘25만 명 vs. 80만 명’으로 더 비교된다. 엔저라지만, ‘엔화=안전 자산’도 굳건하다. 이런 일본이 인구 변화로 몸살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한층 명확해진다. 치료보다 예방이나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한국이 채택할 최후 카드는 넓고 깊은 이(異)차원의 구조 개혁뿐이다.
뒤늦게 성장 경로에 진입한 한국은 먼저 경험하고 관련 체계를 만든 선행적인 해외 사례에서 많은 걸 배웠다. 이런 점에서 선진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시찰은 유의미했다. 최소한 값비싼 수업료를 낮추거나 비용 대비 편익 창출을 도모하는 모범적인 방법론 중 하나였다. 선험 경로를 좇는 추격자의 상대적 우위를 잘 활용해온 것이다. 다만 인구 변화에 한정한다면 한국은 더 이상 추격하고 학습할 선행 국가를 찾기 힘들다. 인구 변화를 뜻하는 관련 통계의 최극단치에 한국 지표가 위치한 지 오래인 까닭이다.실제 한국의 급격해진 인구 변화는 국내 이슈를 넘어 해외의 관심거리로 부각된다. 차라리 나라 밖의 주목과 걱정이 더 크고 많다. 각국 외신의 특집 보도는 최근 2~3년 새 급증했다. 유럽·미국은 물론 인구병의 상징 사회인 일본조차 한국의 인구 변화를 염려한다. 외부 관심의 배경은 간단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세계 신기록을 스스로 연일 갈아치우는 충격적인 인구 변화가 반복된 탓이다.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놀랄 만한 인구 변화가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진 까닭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강조한 인구 감소의 역사적 조절 변수인 전쟁·질병·기아의 3대 덫(Malthusian Traps) 조차 없음에도 불구, 인구 폭락이 반복되는 한국적 기현상(?)은 낯설고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인구 유지선(2.1명)과 인구위기선(1.3명) 등 특정 출산율을 토대로 본 저항선조차 쉽게 깬 유일무이한 국가라 외신 주목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급격한 인구 변화의 원인은 뭘까?감각적으로 떠오르는 원인은 많다. ‘먹고사니즘’으로 통하는 청년 실업·주거 불안이 후속 세대의 가족 분화를 막는다는 가설이 설득적이다. 혼자 살기도 빠듯한데 부양 부담이 전제된 가족 결성은 힘들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한 정치·정부 역할도 크다. 청년 불안을 경감·상쇄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정치권의 방치·무능이 후속 세대의 반발·포기를 낳았다는 시나리오다. 고작해야 관성적인 푼돈 살포형의 재정 카드만으로 대응하니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고학력에 힘입은 가치관의 변화로 전통적인 생애 모델보다 본인다움이 먼저라는 인식도 결혼·출산의 거부 트렌드와 연결된다. 호구지책의 곤란을 넘어 가족 의미의 재검토가 저출산을 심화시켰다는 논리다.실제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도 유명하다. MZ 세대의 먹먹“‘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는 유명하다.
MZ 세대의 먹먹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이는 저출산발 인구 감소의 수많은 원인 중 꽤 강력한 설명력을 지닌다. 먹이(고용)를 찾아 떠난 지역 청년이 둥지(주거)가 없어 알(출산)을 낳지 못해서다.”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이는 저출산발 인구 감소의 수많은 원인 중 꽤 강력한 설명력을 지닌다. 먹이(고용)를 찾아 떠난 지역 청년이 둥지(주거)가 없어 알(출산)을 낳지 못해서다. 먹이와 둥지가 단일 공간에서 해결되지 않는 직주 분리를 뜻한다. 결과는 매섭다. 탈(脫)지역·향(向)서울의 사회 이동은 ‘저밀도·고출산→고밀도·저출산’을 뜻한다. 지역에 살면 출산할 이들도 서울에 오면 포기해서다. 실제 2021년 평균 출산율 0.81명은 1위 전남(1.02명)과 꼴찌 서울(0.63명)의 합계다. 저출산지로 향하는 후속 세대의 사회 이동이 인구 감소를 재촉한 결과다.
또 다른 비유로 유일무이한 승자 도시 서울을 빗댄 ‘빗장 도시(Gated city)’가 있다. 직업과 주거의 분리를 뜻하는 빗장이 서울 외곽에 설치·운영된다는 의미다. 주간 근로는 서울 회사로, 야간 거주는 경기 자택으로 나뉘는 직주 분리를 고발한(?) 비유다. ‘서울=거주’의 직주 동일은 부유함이 전제될 때만 허용된다.즉전(卽戰)적인 대응 논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농 격차→인구 변화’의 연결에 주목하는게 시급하다. ‘저밀도·고출산(지방 권역)→고밀도·저출산(서울·경기)’로의 급격한 사회 이동이나마 줄여내는 게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다. 고정관념의 파괴와 상상력의 확대다. 즉 정부를 분해해 역할을 쪼개는 식이다. 중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는 “‘저밀도·고출산(지방 권역)→고밀도·저출산(서울·경기)’로의 급격한 사회 이동이나마 줄여내는 게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다”라며 “고정관념의 파괴와 상상력의 확대다. 즉 정부를 분해해 역할을 쪼개는 식이다. 수백 년간의 상식이던 중앙 집권적 정부 역할에서 벗어나 지방 정부가 사회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그렇다. 수백 년간의 상식이던 중앙 집권적 정부 역할에서 벗어나 지방 정부가 사회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오래된 미래가 보내는 간절한 신호에 주목할 때다. 비켜섰기에 아직은 버티는 서울·수도권의 집중 이슈에 매몰돼 지방 소멸의 SOS를 방치하면 곤란하다. 톱니바퀴처럼 고도화된 역내 분업을 보건대 한쪽이 삐걱대면 전체는 멈춰 선다. 그나마 여유로울 때 취약한 연결 고리를 손봐야 균형 회복도 달성된다. 오래된 미래의 숨죽인 풍경은 매섭게 확산된다.‘인구 문제=도농 격차’라면 당면 해법 중 우선순위는 자연스레 정리된다. 먹이·둥지의 공간 격차를 해소해 주는 책략이 시급하다. 위험 수위를 넘긴 불균형의 지역 격차에 주목하는 것이다. 방치·외면이 빚어낸 값비싼 결과는 초저출산의 매서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원인·이유는 많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 구조 모두가 인구 변화에 한몫했다. 경직적인 제도·정책이 시대 변화를 못 따르니 엇박자·부작용이 뒤틀린 인구 수급의 저출산·고령화를 낳았다.
더는 곤란한 상황이다. ‘지방 전출→도시 전입’으로의 공간 이동을 줄여줄 안전장치가 없다면 교육·취업부터 산업·문화·주거까지 서울 수도권의 경쟁 우위·일극 집중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분산과 완화가 시대 의제일 수밖에 없다. 로컬리즘은 그래서 실험해 봄직한 아이디어다. 지역 재생·지역 활성화 등 키워드가 뭣이든 자생·순환적인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기반을 튼실하게 구축하는 접근법이다.지역을 되살릴 복원 환경은 무르익었다. 도농 격차의 불행 파장에 맞서 정상 회복을 위한 로컬리즘의 필요와 욕구가 커진 덕이다. 복원 자원과 실행 루트는 강화됐다. 수동적이던 중앙 정부도 시점 변경에 적극적이다. 아직은 아쉽지만, ‘중앙 파워→지역 하방’의 물꼬 확장을 위해 제도 지원에 돌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지난해 개정),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올해 시행) 등으로 농산어촌의 복원 토대를 구축했다. 재정 지원의 새피 수혈도 보강된다.
세상은 변화하나, 한국은 급변한다.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범위·깊이가 파격적이다. 잠깐만 놓치면 순식간의 변화에 아연실색한다. 원류에는 인구 변화가 있다. 즉 한국 특유의 역동성은 인구 변화까지 포섭했다. 세계 최저치·한국 신기록인 0.78명(2022년)의 충격적인 출산율은 사회 급변의 상징 지표다(확정치, 잠정치로는 올해 2분기 0.70명).인구학에선 가정조차 못한 표준편차 밖의 수치로 인류 역사상 최초·최저 통계다. 늦게나마 관련 대응의 방치·연기 동기로 작용한 ‘인구 변화→생활 체감’이 하나둘 확인되며 사태 공감·정책 논의가 시작된 건 다행스럽다. 다만 아쉽게도 뾰족한 카드는 없다. 벌써 나섰어도 이미 뒤늦은 형국이라 출산 반전의 역전 기대보다 인구 감소의 완화·적응 전략이 고작일 정도다.지향점은 로컬리즘이다. 인구 유출의 로컬 공간을 건강·지속적인 생활 단위로 재구성하는 귀환 과제로 수렴된다. 쏠림은 결국 무너짐을 뜻한다. 인구·고용·산업·금융 등 독과점·블랙홀의 서울 구심력에 맞설 대체 공간·분업 역할로서 지방 원심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관건은 다른 접근·방식에 있다. 지금처럼 중앙 기획·예산 의존의 도농 균형책은 곤란하다.
로컬리즘은 숨죽였던 지역 주체가 새롭고 강력하게 순환 생태의 복원 주체로 부각됨을 뜻한다. 정책·예산 자원을 쥔 중앙·지역의 행정 조직은 물론 로컬 기반의 토착 회사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영리 자본·공공·공익으로 뭉쳐진 기관·학교·종교·시설 주체·사회 변혁의 DNA로 지역 사회에 착근한 시민 조직, 공공과 영리의 중간·공통 지대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경제 조직 등 로컬리즘을 빛내줄 협력 주체는 셀 수 없이 많다.이들이 로컬에서 튼튼한 혈관(지역 기반)과 건강한 새 피(신형 주체)를 구성할 때 보물 찾기(지역 자산)와 구슬 꿰기(혁신 모델)가 비로소 시작된다. 강점·약점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한 후 복원 보물을 찾아내 매력적인 구슬로 엮어내는 지역만의 ‘온리 원’이 권유된다. 아니면 지역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새는 바가지에 계속해 물을 집어넣을 중앙은 없다. 침몰이냐 부활이냐의 방향 타진은 올곧이 지역에 달렸다.뇌 손상 최소화하는
도파민 측정 소자 개발장경인 디지스트 교수 연구팀장경인 디지스트 교수(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연구팀은 뇌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뇌 내(內)도파민 농도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파민 측정 소자를 개발했다. 뇌에 직접 삽입 가능한 유연한 탐침 형태의 소자를 단 하나만 사용하고도 실시간으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위한 맞춤형 탐침 개발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널리 분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동기부여·기억·보상과 같은 뇌 기능과 관련이 있다. 특히 뇌 내 도파민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경우, 퇴행성 뇌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의 뇌 속 도파민 농도를 측정하는 것은 뇌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하지만 기존에 개발된 뇌 삽입형 탐침은 측정을 위해 2개 이상 필요할뿐더러 탐침이 빳빳해 부드러운 뇌 조직과 맞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삽왼쪽 위부터 디지스트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의 장경인 교수, 하정대 씨(석박사통합과정생), 정한희 박사다. 사진=디지스트
입 시 뇌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염증을 유발해 지속적이고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 소자 기반의 뇌 삽입형 탐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탐침의 면적이 넓거나 여러 개의 탐침을 삽입해야 해 뇌 손상을 크게 유발한다.
이에 장경인 교수 연구팀은 단 하나의 유연한 탐침을 사용해 장기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삽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탐침은 양면 구조다. 작업 전극과 기준 전극을 한쪽 면에, 상대 전극을 다른 한쪽 면에 위치시켰다. 이 덕분에 삽입 면적을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단일 구조의 탐침보다 이용할 수 있는 면적을 2배가량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더욱이 작업 전극에 산화아연(ZnO) 기반의 복잡한 3차원 나노 로드(nano rod) 구조를 구현해 실질적인 탐침의 비표면적을 매우 크게 증가시켰다. 즉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탐침 구조는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탐침의 기능은 극대화한 새로운 탐침형태의 도파민 센서다.
전극이 탐침의 양면에 위치하면 탐침의 중립층과 전극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 이로써 탐침이 변형되었을 때 전극이 역학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는 전극이 변형돼도 역학적으로 안정할 수 있도록 전극을 구불구불한 구조를 갖는 마이크로 전극을 설계해 한계를 해결했다.장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양면 구조의 탐침은 기존의 탐침으로는 불가능했던 장기간 안정적인 초정밀 도파민 농도 측정이 가능해 추후 뇌질환 환자를 보조하는 탐침 개발에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쥐 실험을 통해 높은 정밀성과 안정성을 확인했으며, 추후 뇌삽입형 탐침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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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교수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법으로 보장된 이후 전국의 많은 교수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급격히 열악해지는 처우를 개선하고 교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 중이다. 물론 노동조합이 없을 때보다 나아진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 성과는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수 많은 대학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수에 대한 부당한 억압과 차별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대놓고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사유화 정도가 심한 대학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대학의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이토록 우습게 여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물론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 교수들에게는 단체행동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제도적 한계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근본적이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반 교수들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수들 조차 대부분 학교의 부당함에 법적 대응으로만 일관한다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접어둔 채 법적 대응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교수들의 ‘순진함’과 ‘온순함’ 때문이다. 학교의 부당한 대우에 법적으로 대응하면 승소할 것이고, 승소만 하면 학교가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할 것이라는 ‘순진함’과 법적 대응을 넘어서는 보다 실천적인 투쟁을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온순함’이 교수들을 법에만 의존하게 만들고, 그것이 학교가 교수들의 노동조합을 마음껏 탄압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교수들의 순진함과 온순함은 ‘해고’라는 최악의 탄압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부당한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당하거나 해직된 교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선택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학교 측의 잘못이 명백하면 소청위는 대개의 경우 교수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학교는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기는커녕 불복 상소를 통해 시간을 끌며 계속해서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대놓고 다시 해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청심사뿐만 아니라 학교를 상대로 한 민사·형사 소송 등에서 교수가 이기더라도 학교 측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권력을 거머쥔 사용자 측은 법적으로 불리한 판결을 충분히 무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심지어 돈과 인맥을 사용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항고심에서 뒤엎어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법적인 소송에만 의지하는 교수들을 학교는 전혀 겁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강해지는 것이다. 노동자 개인은 돈과 권력 모두를 가진 사용자에 비하면 한없이 약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서 노동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혼자서는 자본가와 상대가 되지 않으니 함께 모여 조직을 만들고, 한꺼번에 같이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함께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사실 학교의 부당함에 맞서는 방법이 개인의 법적 대응뿐이라면 사실 노동조합은 전혀 필요가 없다. 법적 대응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소송비용뿐이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만 있으면 노동조합은, 그리고 피해 당사자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변호사가 나를 대신해 학교와 싸워주고, 싸움의 승패는 제3자인 판사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가 두려워할 정도로 강한 노동조합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노동조합의 힘은 개별 조합원이 가진 힘의 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힘이 강할수록 노동조합의 힘도 강해진다. 조합원 수와 개별 조합원의 힘 중 더욱 중요한 것은 후자이다. 순진하고 온순한 조합원은 아무리 많아도 큰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개별 조합원의 힘은 법적 소송에서 이긴 횟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에만 의지하는 얌전한 조합원이 아닌,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학교에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동지의 희생과 고통을 기꺼이 함께 짊어지려는 의지를 가진 조합원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조합원이고, 그런 조합원이 많을수록 노동조합이 강해지는 것이다. 학교는 바로 그런 노동조합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한다. ‘단결’과 ‘연대’는 형식적으로 외치는 낡아 빠진 구호가 아니라 학교의 탄압에 맞서 교수들의 교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김일규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현재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수노조 강원지부장과 민교협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냈다.출처=갤러리 반포대로5
갤러리 초대석
「진실의 사막」정유진, 캔버스에 유채, 2023정유진 작가 전시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서울 서초구 반포 대로 갤러리 반포대로5에서 열린다. 편협하고 고립된 감각의 섬에 사는 사람들은 제한된 감각의 안테나와 지직거리는 모니터, 주파수가 잘 맞지않는 스피커 소리에 의지해 자기 자신이 세상의 '객관적 사실'과 '실체적 진실'에 관심 있거나 혹은 그것들을 찾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진실의 사막」이라는 작업에서는 이런 부조리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비유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이 그림의 인물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더 잘 보기 위해 물도 없는 사막에서 물안경을 쓰고, 진리와 진실을 찾고 있다는 진심을 알미늄 풍선에 담아 사막 한가운데 버티고 서있다. 물론 이 남자는 이곳이 사막인 것도 앞에 있는 개가 진짜가 아닌 것도, 자기가 찾고 있는 '진실'이 바퀴자국만 남긴 채 고개 너머 저 멀리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진실'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도 끝도 없는 사막을 헤메다니고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도 모를 시간을.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유해한 사회에 무해한 사람은 없다
기고
종종 하나의 단어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말한 것처럼 잠재의식은 사람들이 말하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21세기에 시대정신을 포착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말을 주로 입에 올리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문제에 매달려 살아가지만, 우리의 말은 은연중 시대정신을 내보일 수 있다.전쟁과 팬데믹, 양극화와 사회정의, 환경과 기후 변화와 같은 굵직한 말들을 걷어내면 비로소 잘 들리지 않았던 자잘한 목소리들이 또렷이 들려온다. 수많은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통이 소리 없는 절규처럼 다가온다.한동안 도서 시장의 대세였고 여전히 꺾이지 않는 에세이 류의 글들을 읽어보면 담담히 그려낸 개인의 경험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어느 인기 드라마 여주인공의 대사처럼 지금은 관계도 고통스러운 노동으로 인식되는 시대이다. 그들은 모두 유해한 관계로 부터 어떻게 자신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들은 모두 유해한 사회에서 무해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욕망한다.언제부터인지 ‘해롭다’는 말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유해하다’, ‘무해하다’라는 말을 즐겨 쓰지만, 서구에서는 ‘톡식(toxic)’이라는 말이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유독하다’ 또는 ‘독성이 있다’라는 뜻의 ‘톡식’이 2018년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이 낱말은 이미 우리의 잠재의식을 표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기에 미국에 처음 소개된 독성이라는 낱말이 당시에는 화학물질과 같이 어떤 물질이 위험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관계·사람·조직 또는 특정한 경험을 ‘유해한’ 것으로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는 어떻게 유해한 사회관계로부터 해방되어 타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독성’을 은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독은 종종 우리의 고통을 완화하는 약이 되기도 하고 ‘달콤한 독약’처럼 우리의 삶을 서서히 망가뜨리기도 한다.인간관계에서 우리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독성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은유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암시한다. 그리스어 ‘톡시콘(toxikon)’은 화살에 묻힌 독을 가리킨다.독은 활처럼 멀리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독은 직접적인 치명타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몸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화살의 비유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은 모두 독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 눈빛, 표정과 몸짓, 존재 방식.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미래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들인다.결국, 인간관계의 유독성은 우리가 타인의 말과 행위, 그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 일상생활에서 말의 유독성과 잔인성이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습관적으로 원하지 않는 충고를 해대는 사람,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알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비난을 하는 사람, 항상 자신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고 끝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 늘 자기만 옳고 제일 똑똑해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사람, 남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고 흉을 보며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쉽게 ‘유독성 인간’이라 부르지만, 이런 포괄적 판단으로 는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는 유독성이 우리가 관계를 맺는 사람의 특성이기보다는 언제나 ‘관계의 유독성’이라는 점이다.
만약 관계에 독성이 있다면, 그런 ‘유해한’ 사회에 ‘무해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가 독성을 띠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우리가 그 관계를 자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우리가 결코 다른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유독한 관계의 해독제는 관계를 맺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다른 사람을 유독성 인간이라고 단죄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주지 않는 법을 먼저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와 모임의 동의를 얻에 이 글을 게재합니다. 글의 출처는 <성숙한
사회가꾸기모임> 소식지 ‘성숙의 불씨’ 제 858호 「‘유해한’ 사회에 ‘무해한 사람’은 없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철학)·『철학과현실』 편집인소크라테스를 위한 진혼곡
담시譚詩
매일같이 광장이나 저자거리에 나와 덕과 우정과 정의와 사랑이란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정신을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하지만 그 댓가로 다른 신을 섬기고 청년들을 부패시킨다는 죄명으로 법정에서 사형선고까지 받고 “나는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지시를 따라 행동했고 청년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고 소명한 연후 구금되기 전 악법도 법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네.하지만 사실은 그게 그의 마지막 유언은 아니었네.사형집행 당일 찾아온 지인들 앞에서 영혼의 불멸에 대해 토론을 벌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친구 클라톤이 걱정스러워 오늘만큼은 말을 많이 하면 약발이 잘 안 받아 고생한다는 간수의 말을 전하자그는 “될 수 있으면 있는 대로 죽음의 상태에 가깝게 살려고 애쓰던 사람(스스로 에고의 죽음을 전제로 한)이 막상 죽음에 당면해서 죽음을 거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닌가” 라고 하며 독약을 스스로 청하여 마시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족과 아낙들을 먼저 내보낸 것”이라고 말한 그는 몸에 독 기운이 퍼지도록 감방 안을 걷기 시작하여 이윽고 팔과 다리가 무거워지자 자리에 누워 마지막 순간 “여보게 클라톤 아스클레피오스(약과 의술의 신)에게 닭 한마리를 빚 졌네 자네가 대신 갚아 주게”(주:당시 병이 나으면 이 신에게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함)그리고 “독약의 약발이 잘 받는군. 신에게고맙다고 전해주게”라며 숨을 거뒀네.
그러니깐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이미 삶과 죽음, 그 너머에서 육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다고나 해야 하겠네.푸른 바닷가 크루즈를 타고 접안해 몇 굽이 산길을 오르내리며 다다른 지중해 연안 그 해안가 산중턱에 자리한 독배를 들기 전까지 소크라테스가 구금돼 있던 초라하기 그지없는 토굴 감옥에 와서 새삼 되새겨 보노니-.아크로폴리스 언덕 파르테논 신전에나 모셔져 있어야 할 그 유명한 그리스 철인 소크라테스의 주검은 지금쯤 어느 곳에 묻혀 촉루가 되어 있을까. 그리고 생전 그가 생각한 대로 과연 그의 영혼은 불멸의 가마를 타고 천상에 나가 있는지-아테네가 한창 융성하던 페리클레스 시절 오직 출세를 노리고 모여들어 제각기 궤변을 펴던 수많은 논객들 속에서 조국을 위해 청년들이 잠자는 진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변증법이며 조산술 등으로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신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자신만이 알고 있음을 깨닫고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를 외치면서 마침내 철학을 ‘근원을 묻는 학문=지혜의 학문’으로 변모 발전시키기에 이르렀으나 결국 아테네 시민들은 민주주의란 미명하에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이 철인에게 독배를 들게 했으며 결국 이 같은 불의의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 속에서 아테네 또한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거늘-.하늘이여 하늘이여
역사는 지금까지 무엇을 기록했고 무엇을 지웠는가.류근조
중앙대 명예교수·시인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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