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발달까지 이례적 ‘엘니뇨’, 기세 꺾였나
예상욱 한양대·함유근 전남대 교수 연구팀
가뭄·산불 등에 영향을 끼친 ‘엘니뇨’의 기세가 꺾였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로 서태평양 지역에 축적된 높은 열용량 등으로 인해 기록적으로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23/24년 엘니뇨’가 예상만큼 강하게 발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해양융합공학과)와 함유근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23/24년 엘니뇨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예 교수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가 끝나고, 올해 봄철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23/24 년 엘니뇨와 연관된 다양한 해양·대기 변수의 특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다가오는 겨울철 최성기에 접어드는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했던 엘니뇨(1982/83년, 1997/98년, 2015/16년) 만큼은 발달
왼쪽부터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해양융합공학과)와 함유근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다. 사진=한양대·교수신문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역대 강했던 엘니뇨들만큼 발달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엘니뇨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편서풍 돌진(Westerly Wind Burst) 강도의 약화와 봄·여름철 열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열대 태평양 서풍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강도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예상만큼 강하게 발달하진 않겠지만, 이번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겨울 우리나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예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함유근 교수 연구팀의 결과다. 딥러닝 기반 엘니뇨 지수 예측 결과. 검정색이 관측된 엘니뇨 지수이며, 빨간선이 예측치. 최절정기 엘니뇨 지수 강도를 2.0 미만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지=한국기상학회
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기후와 엘니뇨의 상관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엘니뇨의 특성과 나아 가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특성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열대 지역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함 교수도 9월 이후에 엘니뇨 발달 속도가 정체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
했다. 이는 해수면 온도 증가에 대한 열대 지역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이번 엘니뇨는 여름철(6·7·8월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80년 이후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강도로까지 발달했다. 하지만 9월 이후 발달이 정체되고 있다. 연구팀은 발달된 해수면 온
도 대비 열대 태평양의 강수와 순환 장의 반응이약해 엘니뇨 발달에 필수적인 양의 되먹임 작용이 강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발달 정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상황을 반영해 딥러닝 기반으로 예측한 엘니뇨의최절정기 강도는 ‘Nino3.4 지수’ 기준 2.0 정도로1982/83년, 1997/98년, 2015/16년의 강도보다는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Nino3.4 지수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5°S~5°N, 170~120°W)의 월평균 해수온 편차를 3개월 이동 평균해 나타낸 지수이다.함 교수는 “가을철은 통상 열대 해수면 온도에 대한 강수와 대기 순환 장의 반응이 가장 강한 계절이다. 올해와 같이 가을철에 대기 반응이둔감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엘니뇨 시기 대기 변수의반응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와의 관련성보다는 태평양 장주기 변동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하마스로 촉발된 이스라엘-이란의 대리전
글로컬 오디세이
성일광
고려대 중동z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거의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스
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 진입으로 중동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공격 개시 1주일 만에 1천300여 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재난을 당
한 이스라엘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하마스는 육해공 3차원 침투를 감행했다.고속정과 패러글라이더, 행글라이더와 드론까지 이용하는 치밀한 작전으로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스마트 철책은 하마스의 폭탄과 불도저에 무너졌고 감시탑은 드론이 투하한 폭탄에 망가졌다. 로켓 공격과 비재래식 침투 전술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전쟁 방식이었다. 이스라엘 정보부는 하마스의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인지했지만 기습 공격할 의도를 간파하진 못했다. 주도면밀한 하마스의 작전 계획과 스스로의 군사적 우위와 첨단 기술을 믿은 이스라엘의 방심이 겹치면서 이스라엘은 치명타를 입었다.하마스의 아랍어 뜻은 ‘이슬람 저항운동’이다. 대 이스라엘 무장저항을 통해 자신을 다른 팔레
스타인 정파와 차별화하는 것이다. 무장투쟁은 하마스의 존재 이유인 만큼 이스라엘을 급습한 것이다.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도 처음이 아니다. 하마스는 1993년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합의한 ‘오슬로 협정’ 이행을 방해하기 위해 수십 차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PLO의 외교적 해법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마스는 이 시점에서 전쟁을 개시했을까? 하마스에 불리해진 역내 정세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2020년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수단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고 최근 추가로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는 역내 이란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 만약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다면 일부 다른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어 이란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곤 했다.역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이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이 자신에게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하마스를 이용했을 수 있다. 이란이 하마스를 오랜 기간 지원하고 지지해온 이유는 바로 이런 효용성 때문이다. 설사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 배
후가 아니더라도 하마스는 이심전심으로 이란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주려고 기습공격을 선택했을 수 있다.지난 19일, 이란의 또 다른 대리 조직인 예멘 반군은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랏으로 겨냥해 발사했지만 미군함의 요격으로 격추됐다. 후티 출신 총리는 자국 TV 에 나와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선박을 타격하겠다고 선언했다. 1982년 이란이 레바논의 시아파 주민들을 결집하고 이슬람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세운 헤즈볼라도 대 이스라엘 무력투쟁에 동참하고 있다.헤즈볼라는 이미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이스라엘을 이겼다고 자부하는 조직이다. 이번 전쟁 이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까지 헤즈볼라 대원 50여 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 측 사상자도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 하마스와 연대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거스르고 있다.결국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알아끄사 홍수 작전’은 이란의 대리 조직이 참전하면 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 조직의 전쟁으로 번
지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맞닿은 국경이 없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첫 번째 전쟁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란은 수년간 이스라엘의 자국 내 핵시설 사보타지와 과거 핵과학자 암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해 왔지만 매번 작전 실패의 쓴맛만 보았다.이번 하마스의 성공적인 기습공격은 곧 이란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이제 이란의 딜레마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경우 보복하기 위해 키워온 헤즈볼라를 하마스를 구하기 위해 투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선언하면 미국의 개입도 예상되는 만큼 전쟁의 양상은 미국과 이란의 대결로 갈 수 있는 새로운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 20세기 중동의 분쟁은 이스라엘-아랍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이스라엘-이란 전쟁 양상이 될 것이다.10월 11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의료진이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가자시티의 알 시파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
국 이스라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명화, 병사에게 말 걸다
행복을 만드는 기술전입신병과 명화의 만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명화 감상을 통해 안정감을 찾아가는 삶을 가치 있게 바라보고, ‘전입신병들의 생생한 이야기’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펼쳐 보인다.이 책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나 그의 가족들의 군입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것이다.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또한 입대한 병사들이 다양한 미술 치료를 통하여 그런데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안정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도울 것이다.대답하는 사람은 적다.이 책을 통해 행복에 대한 이론과 확신으로 윤수진 지음 | 204쪽 | 17,000원행복을 만드는 기술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강석진·전영·이원형·김성숙·노동영·김영순·전성수 지음292쪽 | 16,000원(주)박이|정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45 미사센텀비즈 F827호 | 대표전화 031-792-1195 | 홈페이지 www.pijbook.com | 메일 pijbook@naver.comAI·경제안보·주택·기후변화·K-라이프를 주목하다
2024년 초긴축의 해, 지속가능발전 5개 지지대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건축학)를 비롯한 지식인 32명이 과학·경제·사회·환경·문화 분야의 33개 주제로 2023년에 이어 『2024 대한민국 대전망』을 출간했다. 이 책의 가치는 2024년을 한 방향이 아니라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五方)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본다는 데에 있다.국내외 많은 전문기관은 2024년을 초저성장과 긴축의 해로 전망한다. 2024년 정부 예산안 총 지출은 656조9천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단지 18조2천억 원(2.8%)이 증가한 초긴축 편성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 수준보다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24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물가상승률보다도 낮고, 잠재성장률 보다 낮은 해로 전망된다. 수출증가율, 소비증가율, 시설투자비 등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안보·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가 돌발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국내도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을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때일수록 지속가능발전 모델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2024 대한민국 대전망』은 ‘한국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틀로 집필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집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있어야 한다. UN은 지속가능발전 모델로 사회·경제·환경의 3개 지지대(pillars)를 제시했다. 필자는 2015년에 이 모델을 한국적 상황에서 과학과 문화를 추가하여 5개 기둥(columns) 형태로 변형시킨 ‘한국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중앙 기둥은 문화로 그리고 동서남북에 사회·경제·환경·과학 네 개의 기둥을 세웠다. 문화를 중심으로 본 것은 문화는 하트(heart)로, 치유와 통합 그리고 희망의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경사나 애사나 가리지 않고 떼춤과 떼창 한마당을 하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문화는 가슴이며, 과학은 머리, 경제는 배, 사회는 팔, 환경은 다리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 가슴·배·머리·팔과 다리가 모두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한 국가나 조직은 문화·과학·경제·사회·환경이 각각 건강하면서 상호 선순환해야 지속가능발전이 이루어진다.5개 기둥은 각각 고유의 가치가 있다. 문화 기둥은 ‘포용력(tolerance)’을, 과학 기둥은 ‘혁신력(innovation)’을, 경제 기둥은 ‘활력(energy)’을, 사회 기둥은 ‘균형력(balance)’을, 환경 기둥은 ‘회복력(resilience)’을 그 기본 가치로 한다. 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회복력, 문화포용력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2024년 5대 빅 이슈지속가능발전 5개 지지대로 2024년 5개의 빅 이슈를 추출했다.‘한국 지속가능발전 모델’의 5개 지지대
과학
혁신력경제활력문화포용력한류 K-Life 는우정의 식탁사회균형력환경회복력기후변화지구 회복력과녹색도시주택주택가격 균형력과부담가능한 주택AIAI 혁신과딥페이크경제안보한미일 합종과한중 연횡첫째, 과학 혁신에서는 AI가 시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AI는 인간 활동의 전 범위에 걸쳐서 혁신을 주도하고, 전 산업과 전 사회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2024년 4월 총선에서 ‘AI 딥페이크 뉴스’를 악용한 불법 선거 가능성이 있다. 관련 법과 제도를 점검하고 필요시 조속히 개정하고 정비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말한 바와 같이 “AI는 판도라 상자”다.
둘째, 경제 활력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일이 합종(合從)을 하면 중국과는 연횡(連橫)을 모색하는, 원칙적이면서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넘어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으며, 내용이 좀 덜 채워졌다고 하더라도 대못을 박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중국은 ‘공동부유사회 실현’이라는 사회주의적 ‘큰 모험적 실험’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는 지금까지 쌓아 온 신뢰와 협력을 더해 가면서 동시에 사회주의 강화와 군사적 패권 리스크를 줄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정상회담을 2024년 벛꽃 피기 전에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연횡의 첫걸음일 것이다.
셋째, 사회 균형력의 핵심은 주택 문제에 있다. 주택 대란의 해법은 현재 자가보유율 60%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대량 공급하고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초과, 시중금리 4% 초과, 40년 초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지속가능하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공공주택 정책을 공공분양주택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가는데, 공공분양주택 100만호 뉴딜을 검토해 볼 시점이다.넷째, 환경 회복력에서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최하위 국가다. 과거에는 없던 혁신적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를, 건물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38%를 차지한다. 기존의 콘크리트 도시를 녹색도시 탈바꿈해야 한다. 도심 중심부의 보행 중심화, 건물 옥상의 녹화, 차로를 대폭 줄여 자전거 도로와 보도로 바꾸는 등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스스로 돌아가는 제로 에너지건물(ZEB) 시대를 앞당길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 행정을 펴야 한다.
다섯째, 문화 포용력의 대표적 트랜드는 K-Life로 진화한 한류라고 보았다. 영국 월간지 <모노클>은 한국은 소프트파워 슈퍼스타 세계 2위로 평가했는데, 한류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한류는 이제 전 세계인을 위한 우정의 식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아웃바운드 한류가 대세였다면, 2024년 이제는 인바운드의 가세 열기도 대단할 것이다.2024년, 회복의 조짐이 움틀 것대한민국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세계 5위권 국가다. 또한 큰 위기 때마다 선전(善戰)했고 도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세계적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은 단단한 나라며, 위기는 도약의 기회임을 수차례 입증한 바 있다. 2024년에는 경제 활력에 대한 우려가 많으나, 정보통신주도국가 경험을 기반으로 한 AI 혁신력과 K-Life의 포용력을 지지대로 삼아 회복의 조짐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수도권대, 수익용 기본재산 4천8백억 줄어
2023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대학에서 전임교원과 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이 계속 줄고 있다. 반면에 강사를 제외한 겸임·초임 교원이 담당하는 강의 비율은 늘고 있다. 올해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31일 ‘2023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4년제 일반대와 교육대 193곳과 전문대 132곳의 현황을 분석했다.이번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4년제 일반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다. 지난해 87.1%에서 3.9%p가 줄어든 83.2%다. 특히 수도권 대학은 지난해보다 7.6%p가 감소해 91.0%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대학은 올해 71.0%로 지난해보다 0.4%p 증가했다.전체 사립대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2023년 4월 1일 기준으로, 약 10조6천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4천800억 원 정도가 줄었다.올해 65개 수도권 일반 사립대가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약 7조1천억 원. 지난해보다 3천 300억 원 정도가 줄었다. 수도권 62개 사립대 법인 가운데, 지난해보다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액이 감소한 곳은 51곳이다. 기준액이 감소한 법인은 41곳이었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수도권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상위권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가능성과 파산 위기에 몰렸던 대학이 대량으로 기본재산을 처분한 것이 수도권 대학의 확보율 하락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의 60% 정도가 토지인데, 최근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평가액이 줄어들어 보유액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월에 개정된 대학설립·운영규정이 내년에 적용되면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지침)을 개정하고 사립대가 재정 여건을 개선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유휴 교육용 재산을 교비회계 보전 없이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준액을 초과하는 수익용 재산 처분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신속하게 기본재산 처분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허가 절차도 완화했다.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수익용 기본재산 매각을 이전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대학재정이 어려운 현실에서 수익용 기본재산을 팔아 교비회계로 전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기준을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서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으로 완화했다. 법인이 바뀐 기준의 2.8% 이상을 대학에 지원하면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올해 2학기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사립대(65.8%)보다 국·공립대(61.9%)가 낮고, 비수도권(67.9%)보다 수도권(60.3%) 대학이 낮다.올해 2학기 20명 이하 소규모 강좌 비율은 일반대와 교육대, 전문대가 모두 증가했다. 지난 2021년 2학기 42.4%에서 2022년 2학기에는 42.2%로 줄었지만, 올해 2학기에는 42.8%로 늘었다. 특히 국·공립대가 지난해 39.7%에서 올해 41.2%로 1.5%p가 증가했다. 사립대는 지난해 보다 0.3%p 늘었다. 일반대는 지난해보다 0.5%p가 늘어난 반면, 교육대는 지난해보다 1.2%p가 늘었다.소규모 강좌 비율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올해 2학기 51명 이상 강좌 비율은 10.4%로 지난해보다 0.3%p 늘었다. 21~50명 강좌 비율은 줄었다. 올해 2학기는 46.8%인데, 지난해보다 0.8%p 줄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2022~23년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
80604020087.1%98.6%70.6%83.2%91.0%71.0%전체 수도권 비수도권22년23년※출처 : 교육부, 2023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2020~23년 2학기 전임교원․비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
80
7060604030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전임교원비전임교원66.7%33.3%66.3%33.7%65.9%34.1%64.8%35.2%※출처 : 교육부, 2023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커피 로드당신은 잘못 태어나거나 잘못 길러진 존재일까?
천하제일연구자대회
58 퀴어로 한국사 논문 쓰기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성소수자/퀴어를 한국사 논문으로 쓰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참으로 여러 번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대 이전 한국의 비규범적 젠더·섹슈얼리티 실천 당사자들은 기이할 정도로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가해진 병리화와 배제의 구조를 재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성소수자를 비롯한 과거 한국의 사회적 소수자 낙인찍기에 동원된 지식과 제도를 재현하고 분석하겠다는 발상이 비롯되었다.성소수자들이 지금도 수시로 듣는 질문이 있다. 과연 성소수자는 유전자의 특성으로 그리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양육 과정의 영향으로 그리 자란 것인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은 다음과 같다. 이성애자나 시스젠더(트랜스젠더의 반대말로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정체화한 성별과 같은 사람을 뜻한다)가 정작 그런 질문에 맞닥뜨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그런 양자택일의 질문을 듣거나 대답을 내놓아야 할 의무는 없다. 어딘가 잘못 태어났거나 잘못 길러졌다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는 어느 한쪽이 당사자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 각자의 원리로 서로 다른 형태의 낙인을 생산한다.
우생학과 정신분석학의 낙인
잘못 태어남의 낙인에 일조한 지식이 우생학이라면, 잘못 길러짐의 낙인에 일조한 지식은 정신분석학이다. 박사학위논문의 주요 분석 대상인 두 갈래의 지식이 이런 이유로 정해졌다. 19~20세기의 우생학이 인류 전체의 ‘퇴행’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배제를 합리화했다면, 20세기 중반까지의 정신분석학은 주로 인간의 성적 발달 단계의 기준을 이성애로 상정해놓고 거기에 어긋나는 존재를 ‘퇴행’의 결과로 보는 방식으로 그것을 합리화했다.‘보호’받아야 할 성적 존재를 구별했던 가정법원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쉽게 뱉는다. 그 발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무게는 사람마다 경중의 차이가 있다. 낙인을 생산하고 체계화하고 합리화하는 지식을 적극적으로 재생산한 이들과 더불어, 구체적인 조직과 법정 기구를 통해 그 지식의 사회적 적용에 몸담았던 이들은 그 책임의 첫머리에 놓일 사람들이다. 박사논문의 분석이 1948~1972년 한국의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와관련된 지식을 넘어 제도를 겨누었던 까닭이 이와 같다.
오늘날의 성소수자에 비견되는, 이성애·시스젠더 규범에 어긋나는 과거의 비규범적 젠더·섹슈얼리티 실천에 대해 혐오 발언을 했던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가정법원이라는 제도적 기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었다. 남성간의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자고 주장한 권순영은 1963년 서울가정법원 설립에 큰 역할을 담당한 법조인이었다. 19세기 유럽에서 그러하였듯이, 동성애와 성매매와 자위행위를 묶어 이성애 생식의 성 규범에 어긋나는 성적 실천으로 보았던 정신의학자 유석진은 서울가정법원 초대 조정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무려 42년간 재직하였던 정신의학자 백상창은 정신분열증의 첫 단계로 동성애를 꼽는 한편, 동성애의 원인으로 여성운동의 ‘유행’으로 인한 남녀 성역할의 ‘착란’을 근거로 들었다.성행위의 규제 및 성 규범의 형성이 가정의 몫이라고 간주되었던 당대 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가정 문제’와 매개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당대 가족법의 한계 가운데 가정의 ‘부녀’, 즉 남성 호주 가부장의 아내와 딸은 이른바 ‘보호’해야 할 차등적인 존재로 각인되었고, ‘퇴행’의 증거로 인지되었던 비규범적 젠더·섹슈얼리티 실천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나아가 이 ‘보호’의 역할을 때로는 국가가 자임하였다. 우생학이 만연하던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비롯된 가정법원의 이념은 ‘보호’의 명분 아래 특정 행위·존재를 문제로 폭넓게 규정하고, 사회사업학·심리학·정신의학·법학 등의 학문을 동원해 그들을 조사·감별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각계의 지식인들이 서울가정법원을 매개로 동성애뿐 아니라 성매매여성, 비행소년, 이혼 여성 등을 함께 병적인 존재로 낙인찍은 것은 이러한 이념적·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은것이었다. 즉 여기서의 ‘보호’는 문자 그대로의 보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사회성, 행위의 개연성만으로 처벌받는 존재이러한 ‘보호’의 대상으로 가장 앞서 호명된 존재는 소년범을 포함한 ‘비행소년’이었다. 가정법원의 전신은 바로 이들을 처분하고 재판하기 위해 설립된 소년법원이었다. 서울가정법원 역시 서울지방법원 소년부지원을 계승하여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서울가정법원 설립 후 1년간 취급한 사건 중 84%는 가사사건이 아닌 소년보호사건이었다.여기서의 ‘소년비행’은 이미 발생한 범죄행위를 넘어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우범소년’의 개념은 1942년 제정된 조선소년령과 1958년 제정된 소년법을 거쳐 현행 소년법의 법문에도 잔존하고 있다. 행위의 개연성을 포괄하여 법적으로 처분하는 일은 대개 일반 형사법이 아닌 ‘복지’의 필요에 따라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합리화되었다. 민법의 범주에서 복지법을 바라볼 때는 복지의 혜택을 되도록 널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형법의 범주에 적용된 ‘복지’의 개념은 어딘가 위험하고 문제 있어 보이는 존재들을 ‘싸잡아 처넣는’ 형태의 통치를 합리화하는 데 동원되었다.행위의 개연성을 처벌하는 또다른 법령 중 대표적인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1950년대 형무소에 수감된 사상범은 종종 국가의 은혜를 모르고 잘못된 사상에 빠져든 ‘고아’에 비견되어 ‘보호’받을 존재로 인지되었다.
이렇듯 ‘보호’를 명목으로 법원의 판결을 거친 형벌 외에 별도로 부과하는 일련의 형사처분을 ‘보안처분’이라 부른다. 한국에서 법제화된 보안처분은 국가보안법상 보도구금, 소년법상 감화원·소년원 수용을 비롯하여, 윤락행위등방지법상 ‘요보호여성’ 보호지도소 수용, 마약법상 약물중독자 강제수용, 전염병예방법상 격리수용, 모자보건법상 유전·전염질환자 강제불임수술 등을 망라하였다. 이 보안처분의 법적 계보에는 나치 독일의 형법이 있고, 나치 독일에서 실시된 보안처분 가운데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성적 이상자’에 대한 거세 조치가 포함되었다.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이른바 ‘반사회적’ 존재로 열거된 대상과 그들에게 가해진 통치의 진용이 이러하2022년 2월,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 만들기 대국회 집중 유세 ‘가자, 평등의 나라로’ 시가 행진 모습이다.
우생학이 만연하던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등장한 가정법원의 이념은 ‘보호’의 명분 아래 특정 행위·존재를 문제로 폭넓게 규정하고, 사회사업학·심리학·정신의학·법학 등의 학문을 동원해 그들을 조사·감별하는 것이었다. 왼쪽 사진은 1964년『새가정』12호에 실린 ‘가정법원은 바쁘다-창설 일주년을 맞이하여’의 일부 내용이다. 사진=김대현였다.
낙인은 흐른다…한국 퀴어운동의 연대성소수자/퀴어로 한국사 논문을 쓰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참으로 여러 번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대 이전 한국의 비규범적 젠더·섹슈얼리티 실천 당사자들은 기이할 정도로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들의 존재를 희화화한 통속잡지의 기사, 혹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된 기사 등이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당사자들이 전혀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록되었을 그들의 면면에 앞서서, 그들에게 가해진 병리화와 배제의 구조를 재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과거 한국의 사회적 소수자의 낙인찍기에 동원된 지식과 제도를 재현하고 분석하겠다는 착상이 여기서 비롯되었다.거기에는 과거의 성소수자/퀴어를 역사적으로 성격 규정할 때, 그들을 당대에 특이하고 이례적인 존재로 그리기보다, 그들이 당대의 다른 역사상과 어떤 식으로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보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가 고립될수록 그 누군가는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용되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퀴어운동이 전개해온 연대의 정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2001년 한국의 법령 중 성적 지향(동성애·양성애) 차별금지조항이 처음 명시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만들 때, 2000년 연말 동성애자 단체를 포함해 민가협·유가협 등 유수의 민주화운동·인권운동 단체들이 함께 단식 투쟁을 전개했다. 2012년 성적 지향과 더불어 성별 정체성(트랜스젠더) 차별금지조항
이 한국 최초로 명시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에도, 성소수자 단체를 비롯하여 숱한 사회운동 단체들이 조례의 원안 통과를 위해 함께 연대하여 싸웠다.
거기에 성소수자를 포함한 누군가가 함께 있었고, 누군가가 함께 낙인이 찍혔고, 누군가가 함께 맞서 싸워나갔다. 그 명징함의 힘으로 퀴어를 다룬 한국사 논문을 썼다. 그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분명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당대에 소외된 것들로부터 길어 올린
사회운동뿐 아니라 스스로 몸담아 온 역사학계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웠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 군부독재 시절의 민주화운동가, 노동을 탄압하던 시대의 노동운동가, 냉전 치하의 통일운동가들 모두, 몇몇 명망가를 제외하면 소위 당대에 ‘팔자가 드센’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겪은 낙인을 통해 불의를 낳는 사회 구조가 드러나고, 그것이 드러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그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가 당대의 사회상과 역사상을 설명하는 데 놓쳐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 되는 과정은 학부 시절부터 한국사 학제에 몸담으면서 줄곧 목격해 온 바였다.사회 구조가 서로 교차하여 작동한다는 인식은, 역사와 사회의 각 현장마다 곡진하게 겪어온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한 사회와 역사를 설명할 때 누락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감각으로부터 나왔다. 과거 한국 사회에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이 서로 얽혀있었듯이, 교차성이란 별도로 힘주어서 나온 교양의 언어가 아니라 이미 여기에 존재하는 현장의 경험이 얽혀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거기에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와 경험이 빠져서는 안되겠듯이, 과거와 현재의 한국 사회에도 분명 빠져서는 안될 존재와 경험이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학술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김대현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2023년 연세대 사학과에서 「성 규범의 지식·제도와 반사회성 형성, 1948~197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운영위원, 가족구성권연구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현대의 젠더·섹슈얼리티 낙인의 형성과 그에 결부된 지식·제도에 관해 공부해왔다. 저서로 『‘손상’과 장애의 문화사』(2023, 공저), 『불처벌』(2022, 공저), 『세상과 은둔 사이』(2021), 『원본 없는 판타지』(2020, 공저)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1950~60년대 ‘요보호’의 재구성과 ‘윤락여성선도사업’의 전개」(『사회와 역사』 129, 2021), 「1980~90년대 게이 하위문화와 대안가족의 구성 : 제도적 이성애와의 관계를 중심으로」(『구술사연구』 12(1), 2021) 등이 있다. cryingk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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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서 이어짐
25개 학회 참여한 전국역사학대회 서강대서 개최66년만에 ‘인구변동과 사회’를 공동 주제로 선정이번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프랑스가 저출산을 극복한 방법이다. 프랑스는 1945년 국립인구학연구소(INED)를 전 세계 최초로 설립했다. 이곳에선 계량적 역사분석을 시도하는 아날학파 등이 역사인구학 차원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민유기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역사인구학은 과거 인구를 대상으로 인구 변동의 세 가지 기본 구성 요소인 출산, 사망, 이주 관련 다양한 통계를 계량화하고 정량적으로 분석함과 동시에 이러한 구성 요소가 만들어내는 결혼, 가족관계, 사회경제적 지위, 문화와 집단심성 등을 정성적으로 분석한다”라고 설명했다.프랑스 역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구가 변동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부터 출생이 사망보다 많아졌다가, 다시 1935년부터 사망이 출생보다 많아졌고 이런 현상은 1944년까지 이어졌다. 1920년의 출생아는 83만8천여 명이었으나 1936년에는 63만4천여 명이었다.” 그러다가 2019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1.83명을 기록했다.프랑스는 1930년대부터 가족수당을 의무화하는 가족법을 추진했다. 가족법은 총 167개 조항으로 △가족지원△가족보호 △세제 혜택 △세제 외 각종 혜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민 교수에 따르면, 가족법은 출산장려금, 가족수당, 주부수당 등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가족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에 만들어진 통합적 사회보장 제도와 연계됐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이념적 대립도 발생했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다. “우파는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출산 증가과 가족을 중시했고, 좌파는 인구문제를 노동·공중보건·이민 등과 연계된 진보적 사회개혁 차원에서 인식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레지스탕스 경험을 통해 구축된 좌우 협력은 전후 인구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별다
민유기 경희대 교수(사학과)
“인구의 양적·질적 발전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며, 이는 공중보건·사회보장·이민·일자리·주택·생활조건 등 경제·사회 제반 문제와 연동돼 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사학과)
“현대 한국의 결혼 기피 추세와 출산율 급감, 최고의 자살률, 초고속 노령화, 인구절벽 우려 등은 인류 역사상 평화 시에 발생한 유례없는 현상이다.”
손병규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학과)
“최소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조절의 노력과 그 효과가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됐다. 사회불평등이 현재의 인구현상에 핵심적인 문제임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른 이견이 생기지 않게 했다.”
민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발생한 베이비 붐이 멈춘 이후에도 프랑스에서의 출생은 지속해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구의 양적·질적 발전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며, 이는 공중보건·사회보장·이민·일자리·주택·생활조건 등 경제·사회 제반 문제와 연동돼 있다”라고 강조했다.정재현 목포대 교수(사학과)는 민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했다. 정 교수는 질문하는 역사학을 요청했다. 역사인구학은 기본적으로 정책학이며 미래의 인구와 사회지난달 27일부터 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역사 속의 인구변동’가 서강대에서 이틀간 열렸다. 이날 총 23개 학회가 참여해 공동 주제와 분과별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제66회 전국역사학대회 협의회
구조의 변화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양적·질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인구 문제와 관련해 역사학이 해야 할 근본적인 역할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정 교수는 “‘인구 위기’가 역사 속에서 무수히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20세기에 이뤄진 ‘인구 정책’의 출현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는 없다”라며 “이는 이 시기에 와서 국가가 인구를 통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토대 바꾸는 인구변동“어떤 면에서는 역사학으로서의 인구사는 ‘거의 모든 역사’를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인구변동과 사회」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계 교수는 “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환경·생태사나 기후사에서도 결국에는 ‘사람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간조차 상대화하려는 일부 지구사 연구자라도 ‘사람들’을 소략하게 다룰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인구변동은 사회경제적 토대를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14세기 유럽을 초토화한 흑사병은 인구를 급격히 감소시켜서 농업의 생산 기반을 무너뜨렸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17세기에 인구가 포화 상태였다. 계 교수에 따르면, 노동력보다 토지가 희소해져 더욱 중요해졌고, 토지 소유의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공전제 등 토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계 교수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대 한국의 결혼 기피 추세와 출산율 급감, 최고의 자살률, 초고속 노령화, 인구절벽 우려 등은 인류 역사상 평화 시에 발생한 유례없는 현상이다”라며 “불과 40년 전만 해도 산아제한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던 나라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다. 아울러 21세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단순히 한국사회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다산다사는 후진적 인구현상일까아시아의 조혼 경향을 바라보는 서구적 시선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손병규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인구변동은 한국사 장기변동에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서구적 근대화의 관점에서 당시 동아시아의 ‘조혼’(早婚) 경향은 다산다사의 후진적 인구 현상을 초래하는 요소로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라며 “그러나 아시아 및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조혼 현상은 일반적이며, 오히려 서유럽과 일본의 경우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18∼19세기 서유럽의 초혼 나이는 25∼29세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은 조혼이 많아 출산력 제어가 어려웠다는 기존의 평가가 있었다.조혼 문화가 있었지만, 출산을 늦추기 위한 문화가 중국에도 존재했다. 한국에서는 상층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빨리 했다. 하지만 그 외에 계층은 혼인을 늦게 하고 아이도 나중에 낳았다. 왜냐하면 일할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먹고사는 노동력이 제일 중요했던 셈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출산력을 억제하는 피임과 낙태의 약제가 등장한다. 손 교수는 “최소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 조절의 노력과 그 효과가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됐다”라며 “사회불평등이 현재의 인구 현상에 핵심적인 문제임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추운 기후 역시 인구 증감에 영향을 끼쳤다. 손 교수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단성 지역의 안동 권씨들은 주로 겨울과 봄에 높은 사망률 피크를 보였다”라며 “한국의 경우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기근보다 추위가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끔찍한 일이지만, 영아살해 특히 여아 살해도 인구조절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손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인구학 연구는 전근대 중국과 일본, 인도 등지에서 발견되는 인구 조절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영아살해’, ‘여아살해’를 제기한다”라며 “출산 직후의 아이를 살해하는 것은 산모의 생명을 보장하는 일종의 ‘낙태’로, 당시로서는 예방적이고 도덕적인 인구억제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에 영아 살해의 기록은 없지만, 남몰래 아이를 내다 버린 ‘기아’(棄兒) 사례는 있다. 손 교수는 “영아살해에 비견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해 기아를 데려다 키울 경우에 수양자녀나 노비로 삼는 것을 허락하는 법제가 있었다”라고 밝혔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김인준(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영섭(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지음
신국판│양장│380쪽│2023. 10. 25 발행ISBN 979-11-91812-56-5 03320값 25,000원이번 경제위기는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제가 좀 나아지나 했는데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부채 문제 등 취약성이 훨씬 심각한 데다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온 국민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었는데 지금은 국가가 양쪽으로 쪼개져 서로를 탓하고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해도 무조건 반대하고 있으니 만병통치약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형편이다. 더욱이 위기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이전과는 달리 이번 위기가 일본과 같은‘잃어버린 30년 위기’및 한국 경제 침몰의 전조가 될까 불안하기 그지없다.이 책은 세 가지 면에서 기존의 경제위기서와 다르다첫째, 경제위기 정의와 관련해 급격한 붕괴 현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후유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위기 상태로 간주하였다. 둘째, 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단순한 구조적 취약성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퍼주기 정책으로 변질된 정책 실패가 그 어느 위기 때보다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셋째, 정책 처방과 관련해 경제 개혁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저변의 정치·사회제도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포퓰리즘과 팬덤정치에 기반한 진영 간 대립으로 모든 정책이 무용화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이 정치수단화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율곡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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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www.yulgokbooks.co.kr 전화 (代) 02) 718-9872/3 팩스 02) 718-9874유승원ㆍ김수희 지음 | 556쪽 | 27,000원
제2판
정부예산과 재정관리이론과 현장 실무로 풀어 쓴 재무행정오랫동안 실무를 경험한 저자들이 재무행정을 사용자별 관점에서 새롭게 서술하였다. 재무행정에서의 기본 또는 원칙에 대한 사항을 강조·보완하는 한편 지방재정 관련 사항을 추가하여 재무행정 전 분야에 대한 기본 원칙부터, 지방재정과 국가재정의 관계, 재정분권 측면에서 지방재정 제도의 의미와 지역 살림살이에서의 이슈까지 다양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과거 박정희 정부부터 최근 코로나 위기 이후까지 한국 예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외국과 비교하여 한국 예산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도서출판 문우사 | www.munu.co.kr | 031-901-6542
중세인들 1, 2
댄 존스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904쪽오랫동안 서양 중세는 고대와 근대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여 있는 시기에 불과하고 야만성이 지배한 ‘암흑시대’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 중세의 진면모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편견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는 중세사를 오롯이 즐길 차례가 됐다. 상징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활약과 흥망성쇠를 따라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생동감 있게 펼쳐낸다.
지정학
클라우스 도즈 지음 |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48쪽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지정학’이란 무엇인지, 지정학은 어떻게 생산되는지, 지정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지정학의 지적·역사적 기원은 물론 현재의 관심사를 포괄한다. 지도, 국가안보 영화, 정치 지도자 등 광범위한 사례를 통해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조엘 해링톤 지음 | 이지안 옮김 | 마르코폴로 | 420쪽이 책은 1588년부터 1617년까지 사형집행인으로 살아온 프란츠 슈미트의 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슈미트의 일기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극적인 장면들을 능숙하게 삽입해서 완전한 드라마를 구현해냈다.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의 독일사 교수인 저자는 이 사형 집행인의 일기에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커피의 생태 경제학
조구호·추종연 지음 | 알렙 | 248쪽이 책은 다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소개해 온 저자들이 콜롬비아 커피를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다. 커피에 관한 책은 세상에 무수히 많지만, 커피를 집중적·총체적으로 탐구한 서적은 발견하기 어렵다.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서진영 지음 | 온다프레스 | 312쪽이 책은 ‘30대 청년 1인가구’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자신의 거주지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약 6개월간 한 도시를 집중적으로 탐방한 일종의 실험이자 모색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도시 살 만한가’라는 질문은 곧 '도시의 문화가 전 세대에 걸쳐 골고루 누려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해준다.자연의 악
알렉산드르 옛킨트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552쪽이 책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천연자원을 어떻게 획득해 이용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개발하고 거래하는지를 탐구한다. 역사에는 등장인물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저만의 사연을 간직한 토탄과 대마, 곡물과 철, 모피와 석유 등이다. 가용 자원의 불균질한 분포와 무역은 다시 부의 축적·불평등의 증가·악의 확산으로 이어졌다.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스텔라 황 지음 | 그래도봄 | 280쪽이 책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훅 불면 꺼질 것 같은 어린 생명과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기록한 의사인 저자의 첫 책이다. 지난해부터 <한겨레21>에 ‘여기는 신생아중환자실’이란 칼럼명으로 연재한 것을 수정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게재되는 글마다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며 다수의 글이 <한겨레>에도 실리는 등 많은 독자와 만나왔다.결핍으로 달콤하게
에밀리 디킨슨 지음 | 박서영 옮김 | 민음사 | 320쪽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저자의 책이 출간됐다. 미국 시를 전공한 옮긴이에 의해 국내 최초 번역됐다. 디킨슨은 신을 믿었지만 청교도 신앙의 경직성에 저항했고, 친근한 일상의 소재에 생명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담았다. 전통과 동시대에 대한 이해가 모두 깊은 만큼 비판의식이 강했지만, 오히려 부드러운 표현과 긴장을 이룬다.헌치백
이치가와 사오 지음 | 양윤옥 옮김 | 허블 | 140쪽이 책은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지만, 9명의 심사위원 모두 극찬을 하며 『헌치백』을 선정했다.저자가 말하다_『정성호 교수의 철학 강의실』 정성호 지음 | 필로소픽 | 432쪽
암기하는 철학?…‘문제’를 토론하라전공에 갇혀 다른 철학 배제하는 분파적 태도
철학이 이데올로기화하면 사회의 병폐로 전락이 책은 필자가 미국과 한국의 대학 철학과에서 지난 30년간 강
의한 내용의 일부를 요약하고, 그 수업 광경을 재현한 것이다. 이 책은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의 성격을 띠면서, 동시에 철학과 3∼4학년의 전공수업에 해당하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목적은 다음과 같다.
필자는 오랫동안 철학 전공과목 강의를 해왔다. 그런데, 수년간 그렇게 강의를 하다 보니, 저학년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철학적 기본 상식이 많이 부족하고, 특히 철학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와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워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대학에서 철학 공부하는 것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는 3∼4학년의 전공 수업은 물론, 철학 자체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정년을 10년 앞둔 때부터 1학년 철학개론 과목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철학에 대한 이런 오리엔테이션이 초래할 수 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그런 철학적 환경 속에서는 과거 철학의 전통 보존과 계승만 있을 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하고 요청되는 철학,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생겨나기 어렵다.
철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매우 활발하고 역동적인 학문이다. 특히 수학·논리학·언어학 등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물리학·화학·생물학·정치학·경제학 같은 특수과학과 공학기술 등이 삶의 환경은 물론 인간의 세계관까지 크게 바꾸어 놓은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 철학의 보존과 계승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철학함의 전부인 곳에서는 시대와 더불어 발전하고 공헌하는 철학이 불가능하다.철학에 대한 잘못된 오리엔테이션, 즉 전통 보존과 계승이 중심인 철학적 환경에서는 지역적 혹은 시대적 분화와 분파가 발생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철학의 고유한 특성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많다. 철학교수 본인이 전공하는 철학자의 사상이나 전통에 치우친 나머지 다른 철학자나 전통에 대하여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기 쉽다.
이런 분파적 태도는, 철학교수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철학이 이데올로기화한 환경에서는 교육적·사회적 병폐로 변질될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엔터테인먼트가 문화 전반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 전반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결코 철학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퇴임을 하고 난 후 학생들과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역사 중심의 한국 철학에 문제 중심의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문제 중심의 철학 개론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철학입문·존재론·인식론·윤리학·심리철학·언어분석철학에서 중요한 주제를 선택해, 각 장이 시나리오로 제시된 사고의 실험, 학생 교수 간의 질문과 토론, 주제와 관련된 교수의 강의와 설명, 그리고 교수의 개인적 입장으로 구성된 책을 저술하게 됐다.이 책은 총 10개의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들은 고대로부터 철학의 중심 과제인 것도 있고,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제기된 것도 있다. 1∼2장은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개관과 특성, 3∼4장은 형이상학의 중심 분야인 존재론, 5∼6장은 근대 서양철학을 특징짓는 인식론, 7장은 도덕론과 윤리학을 다루고 있다. 모두 철학의 전통적인 핵심 분야이다. 8∼9장은 현대의 두뇌과학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심리철학의 문제들, 10장은 수학·논리학·언어학의 눈부신 발전에 자극받은 언어분석철학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형식과 내용은 과거의 철학 입문서나 이론서와는 다르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에게 다소 낯설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식이고, 미래의 철학 교육 방식이기도 하다.
정성호
전 동국대 철학과 교수저자가 말하다_『케이팝』 정지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16쪽
세계는 왜 ‘케이팝’에 열광하는가K-컬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는 한국의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으며, 단연 성과를 보인 분야는 케이팝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한류 열풍을 일으킨 K-드라마에 이어 현재 케이팝이 신한류를 대표하고 있다.
최근 출간한 『케이팝』은 K-컬처를 대표하는 첫 단행본으로, 왜 우리가 케이팝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리했다. 본 책에서는 케이팝과 관련된 다양한 성공 요인과 전략을 살펴보면서, 한국과 세계 음악 시장의 규모와 현황, 케이한국문화와 정서 담아 세계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
과학기술과 케이팝 연결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팝의 탄생과 의미, 케이팝의 변화와 시도들에 대한 함의와 방향성을 다루었다. 현재 케이팝과 관련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케이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팝은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세계에 통용하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케이팝이 지닌 소프트파워를 통해 전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고 있다.케이팝에 대해 서구 대중음악을 수용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중심의 진출 시스템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케이팝은 한국적인 미적 역량·역사·문화 등을 담는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케이팝이 곧 한국의 음악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국어로 된우리나라의 음악이 전 세계에서 파급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가 케이팝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놀라운 성과는 무엇일까? 올해 8월, 미국의 음악 매체 <빌보드>는 홈페이지에 ‘빌보드 핫 100에서 10위 안에 진입한 모든 비(非)영어권 노래’라는 기사를 통해, 1958년 빌보드 ‘핫 100’ 순위가 도입된 이후 차트 10위권에 진입한 비영어 35곡 가운데 한국어 노래가 19곡의 스페인어 노래에 이어 8곡을 차지한다고 밝혔다.본 곡은 방탄소년단(BTS)의 6개 곡(「페이크 러브(FAKE LOVE)」, 「작은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온(ON)」, 「라이프 고스 온」, 콜드플레이(Coldplay)와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등)과 싸이(PSY)의 「강남스타일(Gangnam Style)」과 「젠틀맨(GENTLEMAN)」 두 곡이 ‘핫 100’의 10위 안에 들었다. 이처럼 케이팝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케이팝의 핵심 전략은 무엇일까? 케이팝 현장에서는 핵심적인 창작 기술이자 전략으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있다. 케이팝 분야의 스토리텔링은 가수가 음악의 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대중의 정서적인 설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스토리텔링은 케이팝 콘텐츠의 기획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토리(Story)’·‘말하기(Telling)’·‘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케이팝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음반 제작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케이팝의 앨범 속에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스토리와 표현 방식을 통해 다양한 언어와 문화 배경을 가진 글로벌 팬들에게 매력을 보여주는 상호작용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케이팝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는 무엇일까? 현재 다양한 과학기술이 케이팝 현장과 연계해, 케이팝 콘텐츠를 해외 어디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일례로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케이팝의 온택트(Ontact) 콘서트는 케이팝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며, 전 세계의 팬들과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케이팝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였다. 즉, 코로나19로 케이팝 대면 공연을 직접 펼치기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콘서트·팬미팅·쇼케이스 등을 온라인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며, 케이팝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모색했다.
현재 케이팝은 독자적인 제작 시스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글로벌 팬덤 구축, 첨단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시도 등을 통해 다양한 확장을 이루고 있다. 필자는 세계적인 기록을 경신하는 케이팝이앞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시도와 놀라운 성장을 기대한다.
정지은
조선대 K-컬처·공연기획학과 교수역자가 말하다_『인간 이후의 철학』 시노하라 마사타케 지음 | 최승현 옮김 | 이비 | 356쪽
철학은 인류세를 어떻게 논의하는가
비인간에 대한 적극적 상상과 인간중심주의 비판
인류세는 현실의 차별을 지워 기업의 이익에 종속오늘날 인류세를 둘러싼 철학적 담론은 뜨겁다. 그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탓이다. 우선 비인간에 대한 적극적 상상을 통해 인간중심주의를 최전선에서 비판하는 미국의 생태철학자 티모시 모튼(1968~ )이 있다. 그는 인간 아닌 장소와 인간이 쓰지 않는 땅, 그리고 거기에 존재하는 동식물과 사물을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생태적 삶』(김태한 옮김 | 앨피)은 그런 사유가 고스란히 담긴 대표적 대중서이다.
한편으로 사회구조적 차별에 주목하여 탈성장을 주장하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원제 人新世資本論 |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의 저자 사이토 고헤이(1987~ )가 있다. 그는 인류세 담론이 현실의 차별을 지워 결국 기업의 이익에 종속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ESG 경영과 같은 말이 허구임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혼자 사는 환경에 익숙해졌다.
두 철학자는 공히 인류세와 나란히 등장한 디지털 사회가 상품의 소비 주기를 훨씬 더 빠르게 바꿔놓았다는 점에 주목한다.특히 모튼은 앰비언트 음악과 시학을 통해 소비주의의 허상을 꼬집는다. 나아가 고헤이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라는 마르크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협동조합 운동을 갱신하고자 한다.
『인간 이후의 철학』은 모튼과 동시대 철학자의 계보를 좇는다. 달 착륙에 성공한 1966년을 기점으로 인류를 과거와 미래로 나눈 한나 아렌트(1906~1975),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사물의 심층적 세계에 주목한 그레이엄 하먼(1968~ ), 의미장 없는 세계를 거부함으로써 다원주의를 옹호하는 마르쿠스 가브리엘(1980~ ), ‘인간적 척도를 벗어난’, ‘행성 규모의’라는 표현을 전면화한 디페시 차크라바르티(1948~ )와 같은 사상가들을 인류세의 철학적 장으로 끌어들인다.역자에게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신이 사는 곳의 철학자와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점에 있다. 요네다 도모코(1965~ )는 「지진 재해 이후 10년」이라는 사진전에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십 년 뒤의 고베 거리를 단순한 폐허로 묘사하지 않는다. 인간이 떠났어도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우리가 보기에는 잡초에 불과한 마당 앞의 무성한 풀들을 보여준다.
개인과 군중의 경계가 모호한 도시를 비추는가 하면 사물이 놓인 공간을 흐릿하게 제시한다. 한편 2019년 오카다 도시키가 이끄는 극단 ‘첼피쉬’는 「고무지우개 산」이라는 작품에서 배우들은 실제로는 없는 소파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부풀려 가는 실험적 연극을 선보인다. 사물의 에너지로부터 끌어낸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는 하마구치 류스케(1978~ )의 영화를 떠올렸다. 「드라이브 마이카」(2021)에서 작가와 운전기사로 만난 두 주인공은 각각 삶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아내의 자살로, 운전기사는 쓰나미로 인한 원전 폭발로 고향에서 쫓겨 나왔다. 결국 둘은 폐허가 된 운전기사의 고향으로 향한다.집이 사라진 곳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위로하는 장면은 마치 삶의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해피 아워」(2015)에서는 평범해 보이는 30대 여성 네 명이 여행을 떠난다. 5시간 17분에 이르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무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너져가는 자신을 만나고, 서로를 보듬는다.
그의 영화는 실존의 취약함과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문학작품처럼 펼쳐 보인다. 추천사를 쓴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화자료관 연구교수는 “붕괴의 상상력, 사물적 유령론, 촉각의 언어를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 이 책은 첨예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 또한 철학적 가치가 있다”라고 평했다.이 말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최승현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정치학 비평_『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지음 | 돌베개 | 340쪽
그때 지금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달라졌을까잡지로 읽어내는 회고·기억의 재구성과 재평가
민주주주의 제도적 정착·최초의 문민정부 출현이 책은 1990년대라는 ‘시기’를 주제로 한다. 이례적이라기보다는 당황스럽다. 인문사회과학의 연구는 많은 경우 ‘개념’에 대한 연구다. 그 밖의 연구는 그 개념과 연관된 인물·사건·제도·역사·이론·지역 등에 대한 것이다.
시대가 다루어지는 경우는 그런 주제가 특정한 시대에 가졌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서유럽의 지방 민주주의 제도 연구: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 「1960년대 한국 자유주의 연구: 사상계를 중심으로」 같은 제목의 논문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1990년대 연구’라면 어떨까? 어째서 ‘시대’가 하나의 물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제목대로라면 이 시대가 ‘모든 현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1990년대는 무엇이었나. 정치적으로는 민주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최초의 문민정부가 출현하고,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경제적으로는 국가발전주의에 기반한 자본축적이 본격적인 소비사회를 열어가다가 IMF사태가 터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문화적으로는 10‧20대가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PC통신‧인터넷‧이동통신의 보급으로 대중문화가 확장하고 하위문화가 변모했다. 사상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하고, 그 공백 속으로 각종 포스트 담론이 등장했다가 경제위기 이후로는 한국식 근대화에 대한 자성의 논의가 확산되었다.”
이 책은 잡지를 통해서 1990년대를 읽어 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잡지를 구하기 위해 서점을 들락거리고, 냉소적인 자만심으로 여백에 빼곡히 같잖은 반론을 적어 내렸다. 손에 들고 다니다가는 기어이 어느 호프집에서 잃어버린 후에 읽지 않은 글의 뒷부분을 제멋대로 추측하고 비판까지 해댔던 유치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1990년대 지성사·사회사에 대한 저작이지만, 독자의 차원에서는 1990년대에 대한 회고적 반추를 통한 기억의 재구성과 재평가의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이 책은 ‘문학’에서 ‘대중’까지 13가지 항목을 통해서 1990년대가 지금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때로 직접적으로 때로는 암시적으로 제시한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이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사상·지식인·진보·국가·통제 같은 항목에 대해 겨우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항목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옛것은 가고 새것은 오지 않은 그라운드 제로, 인터레그넘의 흔적이다. 시공간에서 모두 그 흔적이 남았다.
시간적으로는 1980년대가 ‘역사의 종언’이라는 하나의 단절적 계기를 만들어 낸 가운데, 역서 너머의 시대에 대한 미지의 불안감이 지배적이었다. 공간적으로는 극동의 나라에서 세계사적 흐름을 추격하고, 수용하고, 적용함으로써 비로소 세계를 이해했다고 안도하던 바로 그 시점에 기존의 세계가 무너져버린 진공 상황을 마주했다. 다행히 동시에 우리는 시·공간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비판적 요구도 강요당했는데, 지금 보면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사상의 주체성은 더욱 약화되었고, 지식인은 사라졌으며, 진보는 지리멸렬해졌고, 국가는 박정희 신드롬의 여러 버전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통제는 교묘해지기보다는 노골화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한 가지의 항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인이 논문과 칼럼으로 발언하더라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으면 대중과 만날 수 없다”, “등재지로 옮겨갈 수 없었던 사회비평지는 사라졌다.시의성이 있으면서도 만만치 않은 분량을 단기간에 구성해야 하는데, 등재지용 학술논문을 써야 하는 연구자는 그런 글을 써낼 여유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1990년대의 혼란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학문의 영역에서 견고한 시장주의와 서구중심주의의 체계가 완성됐고, 한국의 대학은 재생산 능력을 잃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어떨까? 모든 것이 시작된 1990년대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의 한국은 차분한 소멸을 선택했다. 그때 지금을 미리 알았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정치학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376쪽한국인에게는 낯선 언어였던 『라틴어 수업』으로 100 쇄를 돌파하며 라틴어 열풍을 불러일으킨 저자의 신작이 출간됐다. 최근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라틴어 수업』을 펴내며 출간 직후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라틴어의 힘, 아무리 라틴어가 어렵다 한들 인생보다 어렵지는 않다고 그는 말한다.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324쪽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대해전, 최강국의 탄생
폴 케네디 지음 | 이언 마셜 그림 |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740쪽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역사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강대국의 흥망』을 쓴 저자가 바다에서의 승리가 모든 것을 좌우했던 해양 전쟁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해양 전쟁으로 펼쳐지는 강대국의 흥망에 대한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브레히트·카프카·클라이스트·드로스테 휠스호프
배중환 옮김 | 산지니 | 436쪽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아네테 폰 드로스테 휠스호프. 이들의 단편소설 41편을 모은 이 책이 출간됐다. 이들이 작품에 녹여낸 19세기~20세기 당시의 인간과 사회의 모습은 현대의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동북아, 니체를 읽다
김정현 편집 | 김현주 외 3인 옮김 | 책세상 | 272쪽이 책은 러시아, 일본, 중국,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 등 동북아시아에 20세기 초를 전후해 니체 사상이 처음 수용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주요 텍스트를 번역해서 엮은 것이다. 동북아시아 각 지역 국가에서 니체가 처음으로 수용되는 지점에 있거나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글을 선별했다.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
김병연 지음 | 역사비평사 | 432쪽이 책은 우리가 지키고 보호하며 미래 세대에게 넘겨 줄 문화유산의 도난과 약탈, 환수에 관한 이야기다. 문명 세계에서 벌어진 잔혹한 약탈과 서구 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되는 예술품, 그리고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할 시선, 나치 약탈품을 되찾는 지난한 역사를 살펴본다.비판적 시민성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
폴 R. 카·지나 테세 지음 | 이승원 옮김 | 다봄교육 | 368쪽2020년 SPE(교육학 교수회) 우수도서 명예상을 수상한 이 책은 유네스코 민주주의, 세계시민성, 변혁 교육의장 프로그램 의장인 저자가 20여 년 동안 유럽 중심 백인 남성의 주류 서사가 지배하는 규범적이고 대의적이고 헤게모니적인 현재의 민주주의를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664쪽이 책은 서양 문학의 원류이자 서양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서사시다. 옮긴이가 새롭게 번역한 이 책은 『일리아스』 번역에 이어 호메로스의 시적 언어를 생생하게 복원했다고 평가받는다. 일관된 시학으로 작품을 설계한 호메로스를 상정하고 그리스 고전 세계를 되살리려는 번역자의 집요한 노력이 맺어낸 결실이다.분야별 신간
인문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 |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지음 | 장혜경 옮김 | 심심 | 284쪽생각의 시대 |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508쪽조경 | 이언 H. 톰프슨 지음 | 황주영 옮김 | 교유서가 | 232쪽여행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세라 백스터 지음 |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 224쪽과학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 | 크리스 임피 지음 | 김준한 옮김 | 시공사 | 420쪽우리는 이미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다 | 박정호 지음 | 플루토 | 240쪽지역개발론 | 앤디 파이크 외 2인 지음 | 이재열 옮김 | 푸른길 | 448쪽
문학-에세이번화 1, 2 | 진위청 지음 |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1,156쪽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 곽효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0쪽야만적인 앨리스씨 |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8쪽오픈 시티 | 테주 콜 지음 | 한기욱 옮김 | 창비 | 528쪽하이네 여행기 |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324쪽
해피 엔드 | 이주란 지음 | 창비 | 168쪽경제당신의 경제 IQ를 높여라 | 한순구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312쪽정치-사회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352쪽장내 미생물로 중증 여드름 치료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7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일곱 번째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에 대해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와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연재 순서
① 염증성 장질환② 비알콜성 간질환③ 천식·알레르기④ 우울·불안·스트레스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⑥ 장기 이식-간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⑧ UTI-요로 감염⑨ 항암⑩ 뇌혈관 질환⑪ 구강·심혈관⑫ 과민성대장증후군⑬ 자폐피부과의 희귀 난치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재발이 흔하다. 심각한 통증과 역한 냄새의 분비물을 동반하며 결절되고, 농양과 누공이 주로 간찰(間擦) 부위(겨드랑이·회음부·사타구니·둔부 등)에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의 인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교적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노출 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내원하는 것을 꺼려 한다. 임상적인 진단이 비교적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정확한 환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4~5천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매년 최소 25억 달러의 의료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제시카 마블 외, 『BMJ』, 2019).연간 8천 명이 화농성 한선염 진단받아
국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간 약 8천여 명의 환자가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았다. 그러나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하지 않아 만성 종기 정도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26%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살률은 약 2.4배 증가(아밋 가그 외, 『JAAD』, 2022)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반면 중증 여드름은 사회적 활동량이 가장 높은 시기인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에게 빈번히 나타난다. 켈로이드·비후성 반흔과 같은 난치성 흉터가 특징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피부 구축·미관 손상을 동반하는 장기 후유증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환자의 사회적 기능과 정신적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피부과학 분야 연구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여드름 치료제의 시장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는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의 기전 이해에 기반해 근본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사진=이영인
현재 국내외 최대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코호트, 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환의 기전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규모는 2019년 118억6천590만 달러(약 16조370 억 원)를 기록했다. 2020부터 2027년까지 3.80%의 연평균 성장률로 증가하며, 2027년에는 133 억5천757만 달러(약 18조5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현재까지 다중바이오산업 기술개발사업 개요
사업명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품화과제명 마이크로바이옴-멀티오믹스 통합 분석 기반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의 휴먼마이크로바이옴 면역치료기술 개발개요희귀 난치성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국내 대규모 코호트 구축,휴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 원천기술 확보 및 상용화 기술 개발공동연구·용역 분당차병원(신정우), 국립강릉원주대(박현봉), 종근당바이오(김경환), (주)비티시너지(조희경), 미국 록펠러대(제임스 G. 크루거)연구기간 2023년 4월 1일 ∼ 2025년 12월 31일(2년 9개월)기대효과ㅇ 희귀 난치성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국내 대규모 코호트 구축ㅇ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원천 치료기술 확보ㅇ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조절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 기술 개발ㅇ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을 통한 치료 후보물질 효능검증 및 임상 시험계획서(IND) 신청항생제 병합치료와 광범위한 수술적 치료 외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부족한 실정이다. 치료 후에 증상의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등 만성화된 질환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고비용이 발생하는 중증 희귀난치성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해당 질환에 대해 산정특례제도 적용을 개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경우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고가 약제인 아달리무맙(Adalimumab: 제품명 휴미라)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전체 증상의 50% 정도의 개선을 보이는 환자가 50% 미만으로 생물학적 제제가 적용되는 다른 중증 질환보다 개선 정도가 적을뿐 아니라, 20∼30%의 환자는 치료에 불응인 난치성 환자에 속한다. 이처럼 중증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국가적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대체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이다.
장내 미생물·염증성 피부질환 연관성 밝혀져최근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과 화농성 한선염, 중증 여드름 간 연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염증성 피부질환의 발병과 심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장-피부 축(gut-skin axis)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한 염증성 피부질환의 면역기전 이해를 위해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최신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특히 건강 대조군 대비 화농선 한선염 환자의 피부·분변 샘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이 감소하고,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Ruminococcus gnavus) 등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등)에서도 관찰되는 특정 병인성 미생물이 증가하는 소견이 관찰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의 피부 병변과 비병변에서도 정상 대조군 피부와는 다른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보고됨에 따라,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연구는 심각한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현재의 장기적 병합 항생제 치료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국내에서도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의 기전 이해를 통한 근본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존하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치료의 국면 전환 요소로서 국내 신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는 마이크로바이옴 국가 과제 책임자다. 이 교수는 분당차병원 신정우·이희정 교수·김현제 서울대 교수·제임스 크루거 록펠러대 교수·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해 (주)비티시너지 그리고 종근당바이오와 함께 공간전사체분석을 포함한 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통합분석 기반 질환 기전 이해와 신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물질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내의 젊은 연구자이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외 최대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코호트·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환의 기전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전임상 시험과 탐색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진의 노력은 국가 사회 보건복지 난제 중 하나인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치료를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혁신 신약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이 피부 염증 초래한다
피부는 인체의 가장 크고 넓은 기관이다. 피부는 병원균·독소와 다양한 유해 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1차적인 물리적 기관이면서 면역기관으로서 매우 유기적인 인체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여러 신체 기관의 기능 조절에 있어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거나, 인체 내부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유발했을 경우, 이를 다양한 형태의 피부질환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보통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질환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한다. 삶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때로는 대인관계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한다. 유전·스트레스·식습관·면역력 저하 그리고 병원균에 의한 감염 등 그 요인이 매우 복합적이며 복잡해 정확한 발병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질환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에 큰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다양한 피부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최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Skin Microbiome)은 현재까지 종 수준으로 규명된 미생물만 약 1천 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광활한 생태계로 간주된다. 지난 10여 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로부터 여드름·건선·아토피 피부염 등을 포함하는 여러 피부질환 연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연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가 속한 공동연구팀은 피부 질환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와 치료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박현봉연구의 주된 부분은 △피부 부위별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군집 분석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군집 비교분석 △질환에 따른 유익균과 유해균의 분류와 동정 △피부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면역반응 조절 등을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Dysbiosis)과 여러 피부질환들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해 있다는 것이 검증되고 있다. 이는 비단 피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치료제 개발장-피부 축(gut-skin axis)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또한 피부 염증상태의 조절에 있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러 가지 피부질환에 대한 중증도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로부터 피부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의 정상화를 통해 여러 질환을 예방
하고, 그 중증도를 개선하기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는 마이크로바이옴과 피부질환의 연결고리, 그리고 궁극적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소재로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에 주목한다.
대 교수(생물학과)는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과 피부질환의 연결고리, 그리고 궁극적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소재로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Metabolome)에 주목한다. 박 교수는 2013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미국 예일대 화학과와 화학생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의 분석·발굴·기전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피부 미생물과 장내 미생물의 효능 대사체 발굴과 생화학적 기전을 규명해 국제적으로 유수한 논문에 저술한 경험 또한 풍부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발굴 분야의 전문가이다.
피부와 장내 생태환경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한 유해균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기전을 펼친다. 미생물 집단 간의 밀도를 조절하고, 인체 면역시스템과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등 매우 복잡한 마이크로바이옴-마이크로바이옴 간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인체 간 의사소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러한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박 교수는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생산하는 대사체가 하나의 도구라고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생산되는 대사체는 이러한 복잡한 소통체계를 매개하는 기전을 통해 인체의 건강과 여러 질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인체에서 작용을 하고 있는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를 규명해 발굴한다면 질환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의 핵심소재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매우 좋은 예로 지난해 5월 ‘더마반트 사이언스(Dermavant Sciences)’가 만성 자가면역 피부질환인 건선에 효능을 보여 개발한 ‘브이타마(VTAMA)’가 국소 도포 건선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 (FDA)승인을 받았다. 브이타마는 타피나로프(Tapinarof)라고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저분자 화합물이 그 성분이다. 이 저분자 화합물은 최초의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AhR)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제로서 그 기전이 알려진 치료제이다. 놀라운 건 타피나로프가 피부 병원성 균주를 포함하는 몇몇 세균이 생산하는 대사체이며, 천연대사물질 그 자체로 치료제가 된 최근 선례가 있다.항생제 병합·광범위한 수술적 치료만 존재
희귀 난치성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그 유발 원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현재까지 항생제 병합 치료와 광범위 수술적 치료 외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다. 치료 후에도 증상의 재발이 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현실이다.박 교수는 특히 이번 과제를 통해 △환자군과 대조군간의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 프로파일과 비표적화 메타볼로믹스를 통한 질환 특이적 대사체 규명 △질환 조절 효능 미생물 균주·대사체 발굴과 자원확보 △장-피부-마이크로바이옴-대사체 연계 질환 조절 기전 규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을 조절하는 장내·피부 미생물 균주 유래 효능 대사체 발굴을 통해 치료제와 진단기술에 활용한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대사체 기반 글로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자 한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단기적 실패 용인하고 장기 투자 장려하는 제도 중요”
임지순 박사, 울산대 반도체학과
석좌교수로 온실가스 연구고체물리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임지순 전 포스텍 석학교수(72세·사진)가 울산대 반도체학과에 석좌교수로 영입됐다.임 교수는 1998년 탄소나노튜브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2011년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세계 최고의 학술단체로 인정받는 미국과학원(NAS) 회원이 됐다. 1996년 한국과학상, 2004년 인촌상, 2007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포스코 청암상, 올해 삼성 호암상까지 수상했다.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노벨상보다도 많은 1억 달러(1,325억 원)의 상금을 엑스프라이즈재단에 기부해 현재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라’라는 4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경연대회가 진행 중이다. 임 교수는 이에 도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하는 혁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울산대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울산에 소재한 대학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제거 기술 역량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임 교수를 이번 학기에 영입했다.임 교수는 지난 2일 울산대 반도체학과콜로퀴움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기후대응 기술이 세상을 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양자 컴퓨터, AI 기술도 소개했다. 오는 29일에는 울산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기술 멘토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연구 경험담을 통해 ‘재미있는 과학’을 선사한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울산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울산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주력 연구 과제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제거하는 연구를 실제 응용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울산의 환경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울산 시민사회와 산업체를 위해서도 역할이 기대된다.“탄소 감축을 위해서 시민사회와 대기업이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 반도체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울산 글로벌 기업에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점에 주목한다. 울산대의 역량을 동원하고 세계적 기관과 국제 협력도 아울러 추진해 울산에서 장래 유용하게 쓸 첨단 반도체도 개발하고자 한다.”
△ 전 세계 이산화탄소 제거 경연대회인 ‘엑스프라이즈’에 70대의 나이로 지원서를 냈다. 어느 정도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전 세계에서 5천여 개 팀이 예비 등록했고, 이 가운데 287개 팀이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나는 2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제출해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한 것인데, 원리는 초미세 구멍을 가지고 있는 물질에 이산화탄소를 흡착시키는 방식이다. 이 물질에 대한 특허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등록을 완료했다.또 하나는 해양 식물인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연료화 기술이다. 본선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하는 것을 실증해 보여야 하는데, 이러한 설비를 갖춰 우리나라 기술력을 증명해 보일 각오이다.”
△ 경기고 전교 1등, 대입 예비고사 전국 1등, 서울대 본고사 전체 수석을 차지하며 ‘천재’라 불렸다.“극소수의 타고난 천재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호기심과 집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호기심이 면학의 원동력이다. 누구든 좋아하는 일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성과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초등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어린 학생들이 의학 분야로만 몰리면서 이공계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공계에 우수 인력이 모이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지?“직업 안정성의 문제이므로 쉬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하고 있고 장래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첨단 바이오헬스, 기후위기 해결책 등 과학기술에 대한 수요가 엄청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단기적 실패를 용인하고 장기적 투자를 장려하는 국가제도적 장치 및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은 이공계 분야를 선택해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사회를 위해 커다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신흥수 한양대 교수
‘화학산업의 날’ 산자부장관 표창신흥수 한양대 교수(생명공학과·사진)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3년 ‘제15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신 교수는 생분해성 및 생체적합성 고분자 소재 기반의 기능성 생체재료 설계 기술, 줄기세포 기능 제어 기술 및 단백질 기반 조직 재생용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 및 융합해 골, 연골, 혈관 등과 같은 손상된 인체의 장기를 재생하는 조직공학, 재생의료 연구에 국내외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표창을 받게 됐다.
신 교수는 생체재료 및 조직공학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약 150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현재 22건의 특허를 등록 및 출원했다. 세계 조직공학 재생의학 국외 전문학술지 편집장을 2019년부터 맡고 있다.이정재 동아대 교수
환경부 장관상 수상이정재 동아대 교수(건축공학과·사진)가 ‘제14회 공기의 날’을 맞아 대기환경 개선에 이바지한 공으로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정재 교수는 환기를 실시하는 동안 유입되는 외부 미세먼지를 막고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공기청정·환기시스템을 개발, 현장검증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대기 중 미세먼지가 증가함에 따라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공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미세먼지 대응방안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수상을 계기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조장천 인하대 교수
한국미생물학회 학술대상 수상조장천 인하대 교수(생명과학과·사진)가 2023년 ‘학술대상(운봉상)’을 수상했다.
조장천 교수는 바다와 호수 등 수(水)환경에서 배양이 매우 까다로운 미생물의 유전체를 해독해 이를 배양할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 결과 전 지구의 해양과 담수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최다 미생물을 동해, 서해, 소양호 등 국내 환경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조 교수는 “20여 년 동안 꾸준히 수행한 ‘난배양 미생물 배양’이라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너무나도 뜻깊다”라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생명과학과 분자환경미생물학연구실 동료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미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200편이 넘는 국제학술논문을 발표했다.이은정 충북대 교수
대한수학회 상산젊은수학자상 수상이은정 충북대 교수(수학과·사진)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서울대에서 열린 대한수학회 가을 연구발표회에서 상산젊은수학자상을 수상했다.
이은정 교수는 군 작용이 있는 다양체의 위상·기하적 성질을 연구했다.특히 위상·기하학적 대상에 관한 연구와 조합론을 비롯한 수학의 다른 학문 분야와의 긴밀한 관련성을 탐구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동질공간인 플래그 다양체에 주어지는 토러스 작용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플래그 다양체 안에 있는 토릭 다양체에 관한 연구뿐만이 아닌 이와 관련된 여러 다양체에 주어지는 군 작용에 관한 연구로 확장해 진행했다.
이은정 교수는 “학문에 정진해 연구자로 더욱 발전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유치연 경상국립대 교수
한국국제경영학회 해외 우수 논문상 수상유치연 경상국립대 교수(해양수산경영학과·사진)가 한국국제경영학회 해외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한국국제경영학회는 지난달 13일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유 교수의 ‘Betwixt and Between: National and OrganizationalIdentification of Host Country Managers Working in MNE Subsidiaries’ 논문을 해외 우수 논문으로 선정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논문은 다국적기업 해외 자회사에 근무 중인 현지인 매니저의 이중 정체성에 관한 연구로, 경영학 분야 최상급 SSCI 학술지 『에이엠제이』 2023년 6월호에 게재됐다.유 교수는 다국적기업 조직 구성원의 심리 상태와 조직 관련 태도에 관한 주제로 SSCI 학술지인 IJHRM, 국제경영 연구, 국제경영리뷰 등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이정일 서경대 교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상 수상이정일 서경대 교수(나노화학생명공학과·사진)가 지난달 26일 열린 제16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상을 수상했다.
이정일 교수는 온실가스 분야 감축·측정 기술 개발 및 다양한 공학적 분야의 분석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의 날을 맞이해 반도체 산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세계 1위 반도체 제조기술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관점의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는 지난 9월 1일부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탄소중립추진단장과 기후기술센터장을 역임한 이정일 박사를 교수로 초빙했다. ‘반도체의 날 기념식’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최초로 연 100억 달러를 돌파한 1994년 10월을 기념해 제정됐다.부경대, 2천억원 투입해 ‘첨단융복합 글로컬캠퍼스’ 구축 나서
국립부경대(총장 장영수)가 5년간 2천억 원을 투입해 첨단융복합 글로컬 캠퍼스 구축에 나선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부경대는 첨단분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강의‧실험 환경 조성을 위해 332억 원을 투입, 대연캠퍼스 정문 옆 부지에 ‘첨단실험실습강의동’을 신축하기로 하고 지난 달 설계용역에 들어갔다. 지하 1층, 지상 8층에 연면적 10,600㎡ 규모로 2026년 완공될 이 건물은 실험실과 클린룸, 교수실, 첨단 연구과제 연구실, 해양수산바이오 양어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이 건물과 연계한 ‘글로컬 융복합센터’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설계에 들어간다. 학과 신설 등 교육연구시설 확충을 위해 270억 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8층, 연 면적 8,250㎡ 규모로 짓는다.
부경대는 최근 학사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에 이어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융복합 학문의 교육·연구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첨단융복합 글로컬 특성화 캠퍼스 환경 조성에 본격 나선 것이다.부경대는 강점인 수산 분야 특성화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399억 원을 투입해 ‘제2수산과학관’도 짓는다. 지난달 31일 사업 실시협약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가 2026년 완공하면, 흩어져 있던 수산계열 학과의 강의‧연구‧실험실습실 등을 지하 1층, 지상 14층, 연면적 17,000㎡ 건물에 집적화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산업 분야 전공을 따로 배치해 지난해 출범한 정보융합대학의 교육연구시설 확충을 위해 100억 원을 들여 2025년까지 건물을 짓는다. 또, 학생복지지설 개선을 위해 345억 원을 투입, 지하 1층, 지상 10층, 연면적 14,000㎡에 이르는 학생회관을 지어 2026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부경대는 내년까지 55억 원을 들여 인문사회‧경영관을 증축하는 등 최근 완료한 중앙도서관 증축, 수상레저관 신설과 함께 교육, 연구 환경 첨단화 및 융복합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특히 부경대는 대연캠퍼스의 특성화 캠퍼스 구축과 함께 용당캠퍼스에 530억 원을 투입해 도시형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도 완공되면 명실상부 지역 교육‧연구‧지산학 특성화 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조선대 제18대 총장에 김춘성 치의예과 교수 선임
조선대 제18대 총장에 김춘성 교수(55세, 치의예과·사진)가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11월 30일부터 2027년 11월 29일까지 4년이다.
조선대 법인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김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김 신임 총장은 지난 11일 치러진 제18대 총장 후보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신임 총장은 선거에서 대학 유휴부지 개발 추진, 국책사업 선정 유치 등을 통한 재정 확립, 지역발전을 이끄는 CSU-도시캠퍼스 실현 등을 공약했다.김 신임 총장은 조선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네소타대학 의과대학 약리학실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9년부터 조선대에 재직하고 있다. 이후 산학협력단장, 링크사업단장,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장, 기획조정실장, 대학혁신사업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남도 블루바이오 자문위원, 완도군 해양 치유 자문위원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고신대 제11대 이정기 총장 취임고신대 제11대 이정기 총장(사진) 취임식이 오는 9일 고신대 영도캠퍼스 한상동홀에서 열린다.
고신대 동문으로 모교에서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 이정기 신임 총장은 과감한 대학구조 개편과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학교 발전 전략 및 특성화 방향에 적합한 대학 구조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행정을 약속하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힘을 모아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역량 중심의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을 요청했다.
이 총장은 1960년생으로 고신대에서 기독교교육과 학사를,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미국 캔사스주립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회장과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구조개혁평가 평가위원, 대학기본역량진단 진단위원, 교원양성기관 평가위원을 역임했다. 현 정부의 교육부 교육정책 자문위원(대학개혁분과)이다. 이외에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기관평가인증 평가위원, 한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김현철 연세대 교수, 한국중어중문학회 회장 선출김현철 연세대 교수(중어중문학과·사진)가 한국중어중문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부터 2년이다.
한국중어중문학회는 지난달 28일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에서 연합국제학술대회 겸 총회를 열어 김 교수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한국중어중문학회는 1977년 창립돼 지역이나 출신대학,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중국어문학 전공자 모두가 참여하는 이 분야의 대표 학회이다. 학회지 『중어중문학』를 발행하고 있으며, 매년 중국어문학 분야 여러 학회를 대표해 연합학술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국제융·복합연구원 초대 학회장에 박상혁 우석대 교수박상혁 우석대 교수(군사학과·사진)가 (사)국제융·복합연구원의 초대 학회장에 선출됐다.
(사)국제융·복합연구원은 지난달 28일 학회 발기인과 회원 3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석대 전주캠퍼스 문화관 세미나실에서 창립총회 및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박상혁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현상의 문제들은 자연과학과 공학·의학·인문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와 연계되고 급속하게 다원화되고 있다”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학문적 연구와 해결방안 등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국제융·복합연구원은 오는 12월 학술지 1호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광혁 전주대 교수, 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 회장 선출김광혁 전주대 교수(사회복지학과·사진)가 지난달 21일 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김광혁 교수는 교육부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정책 개발 및 연구에 참여해 왔으며, 지역에서도 학교사회복지 정책 개발 및 평가, 학교사회(교육)복지사 양성에 이바지해 왔다.
김광혁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우리나라 학교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학교사회복지의 모형 개발 및 성과분석, 그리고 이 분야의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라고 밝혔다.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는 1997년에 창립된 학교사회복지 분야 유일의 전국 규모 학술지로 총 1천300여 명의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된 학술단체다. 최근에는 학교사회복지사가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인증되며, 그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이 분야의 대표 학술 단체이다.중간계층 무너지면 한국 성장신화 사라진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19
권현지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4일 권현지 서울대 교수(사회학과)가 「기술 발전과 직업·계층 구조의 변화」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0강은 구해근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사회학)의 「양극화와 중산층 문제」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21세기 한국 사회는 성장과 그에 따른 상승 이동에 대한 기대를 붙잡고 끊임없는 경쟁과 사적 투자를 감행하는 열망 자본주의의 장이라 명명할 만하다. 사회과학 연구는 치열한 교육과 취업 경쟁에 열망을 안고 뛰어들어 중간 계급적 직업과 정체성을 얻은 많은 이들과 그들 내부 지위와 불안정의 격차, 더불어 사회 구성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전환 경제의 치열한 경쟁 대열에 끼지 못하는 낙담 청년 집단의 불안정을 중간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기회균등 지수는 이런 불평등 구조가 지식 사회 적응에 대한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경제 성장 수준이 높아 기회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런 자유주의적 노동 시장 구조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이 지체되거나, 혹은 불평등 수준이 높아지고 이동이 제한돼 하층에 놓인 개인의 투자 의지가 한층 꺾이는 상황이 오면, 정부와 기업의 공격적인 자유주의화는 시민의 단일 정체성과 평등한 기회를 강조해온 한국에서 사회 구성원의 불만과 불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지식 경제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노동력 구성 나아가 계급 구성의 변화를 함의한다. 최근 피케티를 위시한 일련의 사회과학자들이 임금을 받는 극소수 초엘리트 집단의 등장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영국에서는 200여 년, 그리고 일본에서는 100여 년에 걸쳐 도달한 전환의 여정이 한국에서는 반세기로 압축됐다. 1980~1990년대를 경유하며 고도화된 제조업을 기축으로 21세기 한국은 디지털 주도의 지식 경제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수출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디지털화나 ICT 산업뿐 아니라, 예상치 않게 제조업의 대량 생산 논리를 배워 새롭게 적용한 문화·창의 부문이 의외의 산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경제는 문화 생산과 적극적 소비자로서 국제 지위를 획득했다.
1990년대 말 경제 위기와 생산직의 대량 실업을 경험하며 폭발하고 여기에 빠르게 부응한 대학 교육 팽창 정책으로 이미 2천 년에 동년배의 절반 이상이 대학생이 되는 대학 교육의 확장은 2천년 대 들어 급발진한 디지털 전환과 지식경제로의 전환에 필요한 전문 인력 풀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의 직업 선택 패턴을 변화시켰다.서구와 달리 한국에서 생산직 노동자와 중간 정도의 사무관리 준 전문직 종사자가 중간 소득 계층의 안정감 있는 삶의 전망을 희망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극히 짧았다. 그나마 1990년대 초반 이후 얼마간 경제적 안정감을 향유할 수 있게 된 일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도 예전과 달리 조직 내 목소리는 확보했지만, ‘격에 맞지 않게’ 상승한 생산직 임금을 질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식들은 대학을 졸업한 화이트칼라 대열에 세우기를 열망하고 실천했다.
미국에서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서유럽으로 넘어가면서 1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수년 전 24%까지 올라갔던 저임금 비중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에 힘입어 2022년 기준 16% 정도로 내려왔다.전문직과 관리직은 최근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진전과 상용화에 따라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는 직업으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지식 경제의 확대에 따라 고용 자체가 늘어나는 추세는 분명한 것 같다.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21세기 전문직의 확대는 한편으로는 중간 계급 라이프스타일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성의 확대를 내포한다. 부상하는 전문직의 상당수가 기업 조직 그리고 복지 국가의 울타리 밖에서 제도가 제공하는 안정성과 유리되고 그에 따라 중간 계급 고유의 안정성과 거리가 먼 삶을 이어간다.
이런 의미에서 전환 경제는 중간 계급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를 축소시킨다보다는 이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의 중간 계급적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즉 지식·창의·돌봄 영역 중간 계급의 확대는 중간 계급 고유의 현재와 미래 생애 전망의 안정성 확대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의 확대가 병존한다. 불안정“중간 계급 직업 점유의 양적 확대는 이질화 속에 진행됐고 일부 전문직은 전문 직종의 정체성과 일의 방식, 사회적 관계, 문화적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도 상당히 낮은 소득을 경영해 가는 혼종적 계급 상태를 이어간다. 미래 중간 계급의 불안정과 불안은 열망과 기민함에 기반한 한국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잠식할 요소다. 문제는 결국 정치다.”
한 중간 계급의 확대, 혹은 중간 계급의 불안정화를 의미하는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의 문제라 보기 어렵지만, 비공식 고용의 확대가 빠르게 진행돼 온 최근 20년의 한국 노동 시장 변화는 이러한 혼종적, 이질적 중간 계급화를 더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2천 년대 초반 좋은 일자리로 진입하는 데 난항을 겪던 ‘대졸’ 청년 세대의 빈곤화에 대한 우려는 2천 년대 중반 소위 ‘88만 원 세대’론과 같은 상징적 청년 담론에 대한 사회적 센세이션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두운 노동 시장 담론의 전개나,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저성장 시대의 도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실질적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OECD 평균이나 유로 17개국 평균에 비해 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한국의 사용자는 포스트 위기 상황에서도 위기의 개연성과 고성장 시대를 회고적 레퍼런스로 저성장을 강조함으로써 탈규제적 노동 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관철시켜 나갔다. 부문별로 고용 절감과 유연화를 적절히 섞는 세그멘트 전략과, 노동 집약 부문의 임금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수출 부문 경쟁력을 유지하고 저항에 부딪치지 않는 전환을 밀고 나갔다고 할 수 있다.요컨대, 20~30대 청년층의 경우 다수 직업 중권현지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한국에서 청년의 다수는 중간 계급의 범주에 속한다. 오히려 저소득 계층에 집중적 분포를 보이는 집단은 기술 중심 경제 체제의 변화에서 멀어진 중고령 세대”라며 “오히려 전문직 중심 중간 계급의 확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전환 경제의 새로운 성장 레짐이 이전 세대 전문직 확대가 가져왔을 안정성과 중간 소득 계층의 전반적 확대를 계승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저임금 서비스 직종의 비중은 전체 노동력의 해당 비중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4년제 대졸 이상의 분포가 꽤 높아 빈번한 노동 이동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수직 중 전문 서비스 직종의 비중은 높다.
전문 서비스 직종은 공학과 IT 등 고임금 직종의 경우 남초 현상이, 돌봄 관련 직종의 경우 여초 현상이 두드러진다. 직종 내 임금 격차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남초 전문 직종의 경우 임금 수준이 높고, 여초 전문 직종의 경우 해당 연령대의 중위 임금과 유사한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돼 양자 간 임금 격차가 크다. 또 거의 전 직종에서 젠더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데 판매나 음식 준비 서비스 등 전통적인 서비스 직종의 경우 이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
예술·문화·스포츠 전문직의 경우 임금 수준은 해당 연령대의 중위 임금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보여 특별히 저임금 직종이라 할 수는 없지만, 프리랜서 혹은 프로젝트 기반의 단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디지털 전환·지식 경제화의 주력은 청년 세대라는 점, 40대 이상 중년 이상의 노동자는 이러한 전환에 적극적으로 포섭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문직은 주로 청년이, 저임금 서비스직은 주로 50~60대의 고령 노동자가 분절적으로 분포하는 돌봄 경제의 경우에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환기 지식 경제는 수직적·수평적 분절, 그리고 그 분절 구조에 세대와 젠더 범주가 차별적으로 매치되고 있다. 이 분절 구조는 임금 불평등에도 직결된다.디지털 전환이 주도하는 지식 경제화와 인구 구조와 사회 규범 변화에 따른 돌봄 경제의 전개 등 전환 경제라는 맥락에서 한국 사회의 직업 구조 변화와 그 사회적 함의를 살펴봤다.특히 21세기 엘리트 계급의 새로운 부상과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확산에 따른 중간 계급 축소론 혹은 양극화론과는 달리 고등 교육의 폭발적 확대와 함께 자라난 청년 세대가 주도하는 전문직 중심 중간 계급의 확대를 주장했다.
이 글에서는 통상적으로, 소득이라는 단일 변수를 사용해 중위 소득 중심의 일정 범위 혹은 일정 소득 분위를 중간 계급으로 분류해 분석되는 양극화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업 구조의 변화와 해당 맥락의 일자리 질의 변화를 통한 계급 불평등 구조 변화에 대한 고찰을 제안한다.포스트 경제 위기 시기 한국 생산물 시장과 노동 시장의 급격한 구조 조정, 탈규제적 노동 시장 자유화, 국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을 경유하며 크게 축소된, 그리고 최근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의 진전에 따라 추가 축소되고 있는(중간 소득 계층) 생산직을 대체해온 전문·기술직 중심의 직업 구조 변화는 구조조정 초기의 청년층 88만 원 세대론과 양극화론의 한계를 보여준다.최근 한국에서 청년의 다수는 중간 계급의 범주에 속한다. 오히려 저소득 계층에 집중적 분포를 보이는 집단은 기술 중심 경제 체제의 변화에서 멀어진 중고령 세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론이 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하는 직업 구조가 한국 불평등 구조에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직 중심 중간 계급의 확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전환 경제의 새로운 성장 레짐이 이전 세대 전문직 확대가 가져왔을 안정성과 중간 소득 계층의 전반적 확대를 계승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간 계급 직업 점유의 양적 확대는 이질화 속에 진행됐고 일부 전문직은 전문 직종의 정체성과 일의 방식, 사회적 관계, 문화적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도 상당히 낮은 소득을 경영해 가는 혼종적 계급 상태를 이어간다.
또, 전문직에도 상당히 확산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계약(예를 들어 단속적 프로젝트를 소득의 기반으로 하는 프리랜서)은 지식형 전환 경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국제 비교의 관점에서 볼 때 탈규제적 자유화의 방향으로 움직여온 한국 노동 시장에서 전문직과 저 숙련 생산·서비스직 노동 양자 간을 균형 있게 대변하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거버넌스와 조정 정치의 결여, 그리고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과 위험을 완충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의 전반적 부족과 함께 증폭된다. 미래 중간 계급의 불안정과 불안은 열망과 기민함에 기반한 한국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잠식할 요소다. 문제는 결국 정치다.특성 서로 다른 데이터에서 AI의 공정성을 찾다
황의종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최근 황의종 카이스트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팀이 학습 상황과 달라진 새로운 분포의 테스트 데이터에 대해서도 편향되지 않은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새로운 모델 훈련 기술을 개발했다.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학습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와 실제 테스트 상황에서 사용할 데이터가 같은 분포를 갖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러한 가정이 대체로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학습 데이터와 테스트 데이터의 편향 패턴이 크게 다를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이때, 테스트 환경에서 데이터의 정답 레이블과 특정 그룹 정보 간의 편향 패턴이 달라지면, 사전에 공정하게 학습되었던 인공지능 모델의 공정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다시금 악화된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과거에 특정 인종 위왼쪽부터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의 황의종 교수와 노유지 씨(박사과정)다. 사진=카이스트
주로 채용하던 기관이 이제는 인종에 관계 없이 채용한다면,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하게 학습된 인공지능 채용 모델이 현재의 데이터에서 는 오히려 불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상관관계 변화'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공정성을 위한 학습 알고리즘이 가지는 정확성과 공정성 성능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만 주로 채용한 과거 데이터의 경우 인종과 채용의 상관관계가 강해서 아무리 공정한 모델을 학습 시켜도 현재의 약한 상관관계를 반영하는 정확하면서도 공정한 채용 예측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습 데이터 샘플링 기법을 제안해 테스트 시에 데이터의 편향 패턴이 변화해도 모델을 공정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학습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이는 과거 데이터에서 우세하였던 특정 인종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줄임으로써 채용과의 상관관계를 낮출 수 있다.제안된 기법의 주요 이점은 데이터 전처리만 하기 때문에 기존에 제안된 알고리즘 기반 공정한 학습 기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사용되고 있는 공정한 학습 알고리즘이 위에서 설명한 상관관계 변화에 취약하다면 제안된 기법을 함께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제1저자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의 노유지 씨(박사과정)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실제 적용 환경에서, 모델이 더욱 신뢰 가능하고 공정한 판단을 하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연구팀을 지도한 황의종 교수는 “기존 인공지능이 변화하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공정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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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카드 결제를 할 때 보상 차원에서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페이 백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대학생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페이 백은 익숙한 단어다. 그런데 페이 포워드, 정확히 말해서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에 대해서는 낯설게 느끼는 분이 뜻밖에도 많다.
특히 어떤 대학생은 이 말을 페이 백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해 자기 돈을 적립하고 카드 결제를 하면 더 많이 되돌려주는 방식이냐고 묻기도 한다. 이 말을 번역하기 쉽지 않은데, 의역하면 ‘제3자에게 베풀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은 자신에게 베풀어 준 사람에게 되갚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선행을 뜻한다. 도움 준 사람에게 은혜를 되갚지(pay back) 않고,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도와주는 베풂의 미덕이 페이 잇 포워드이다.스티브 잡스를 성공하게 한 요인의 하나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 잇 포워드 문화였다. 대학생 시절부터 휴렛팩커드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창업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그는 훗날 이런 말을 남겼다. “도와달라고 청했을 때 도와주지 않는 사람을 나는 만나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말은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다. 미미 레더(본명 Miriam Leder) 감독은 「Pay It Forward」(2000)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1)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중학교 사회 교사인 유진 시모넷은 학기 초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방법을 정리해 보라는 과제를 낸다. 학생 트레버는 ‘사랑 나누기’라는 아이디어를 과제로 제출한다. 한 사람이 세 명에게 감동적인 사랑을 베풀고 세 명이 다시 다른 세 명에게 사랑을 전한다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 나누기를 실천할 테니까 세상이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바뀐다는 아이디어였다.선생님의 칭찬에 고무된 트레비는 사랑의 실천 운동에 몸소 앞장서지만 불량한 친구가 휘두른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학생의 의로운 죽음을 알게 된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랑 나눔 운동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영화가 끝난다.베푼 사람에게 다시 은혜를 갚는 사람은 배은망덕한 사람보다는 훌륭하다. 하지만 도움을 베푼 사람에게 되갚는 일은 주고받음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비즈니스 관계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그 선행이 민들레 홀씨처럼 여기저기로 확산될 수 있다. 김형석 교수의 「김형석의 100세 일기」라는 칼럼을 보면, 가난으로 고생하던 중학생 시절의 자신을 여러 차례 도와준 모우리(E. M. Mowry) 선교사가 하신 말씀을 잊지 못한다는 대목이 있다(조선일보, 2020. 1. 11.). “이것은 예수께서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께 갚는 것이
아니니까 너의 가난한 제자가 생기면 예수님을 대신해 주면 된다.” 김 교수는 나중에 사정이 허락되자 여러 젊은이에게 그 사랑을 베풀었다. 페이 잇 포워드가 사랑의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날아갔다고 할 수 있다.
취업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줬는데도 입을 싹 씻고 연락 한번 없다는 제자 때문에 속상해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교수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은혜를 모르는 제자에게 섭섭해하는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페이 잇 포워드로 생각하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변해버린 요즘 세태에서 제자로부터 감사 인사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이고, 제자들의 자세가 옳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더라도 뭔가를 베풀고 나면 그 베풂을 기억 세포에 저장하지 말고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할 터다.일찍부터 경쟁하며 살아온 탓인지 대학생들이 경쟁에만 치중하는 현상이 너무 안타깝다. 대학 시절은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중고생 때는 공부 경쟁에 치여 살았고, 대학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면 또 다시 경쟁의 정글이 기다린다. 대학 시절이야말로 남에게 베푸는 가치를 배우기에 좋은 시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다 보면 과도한 이기주의를 반성하고 이타주의의 가치에도 눈뜨게 될 것이다.
각 대학에서 ‘페이 잇 포워드’ 연속 캠페인을 전개하기를 권고한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을 때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무엇을 해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출처=개나리미술관
갤러리 초대석
「Brilliant moment no.4」이재복,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2023이재복 작가 전시회는 다음 달 12일까지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어릴 때 좋아했던 장난감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것도 아직 성장하지 않은, 세상에 홀로 던져지지 않은 시절에 대한 동경인지 아니면 지금은 이미 지나가 버려 더 소중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그런, 감정과 느낌 기억이 지금의 공기 속에 섞여 들어온다. 주방에 들어온 햇살에 반짝이는 유리컵에 한동안 쓰지 않아 내려앉은 먼지를 닦으면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날의 사람과 느낌과 감정이 살짝 스친다. 나의 애착으로 사물에 사람과 시간과 공간이 깃들어 버렸다. 그때 그 공기가 지금에도 나의 가슴속 어딘가를 스쳐 지나 따뜻한 충만함을 주고 지나가듯이 언젠가 또 선물같이 나에게 올 시간들 속에 사람과 공간과 감정이 주는 시간들이 사물에 또 깃든다. 기억은 분절돼 파편으로 존재한다. 분리되어 조각나 다시 재구성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구성된다.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한일 영수의 조선 원폭 피폭자 위령비 공동참배를 보고
기고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수상과 함께 1970년 히로시마에 세워진 조선인 원자폭탄 피폭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국의 미국·일본과의 협력에는 문제가 많지만 너무나 당연한 예의가 폭탄이 떨어진 지 77년만에 처음 이루어진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져 2차대전이 끝난 것은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외국인이 나이를 물을 때 가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해에 태어났다고 답한다. 1937년 생이다. 일제시대에 군가를 부르며 국민학교를 한 해 다녔고, 1945년 서울 상공에 뜬 B-29 폭격기도 보았다.해방 후에는 덕수궁 미소공동위원회를 지킨 소련군 병사를 보았고 6· 25 전쟁 때는 피난 가다가 용인에서 중공군을 만났다. 중학생 때 김구 장례식에 갔고, 고등학교 때 이승만을 적십자사에서 만났다. 대학 5학년 때 4·19 학생 데모를 인도로 따라가다가 국회 앞에서 마지막 5분 동안 참여했고, 5·16 때는 육사 출신 친구 임동원을 찾아가 전망을 물었다.1965년 한일 국교가 열렸을 때 우연히 인도 국제 모임에 가느라고 일본에 두 번 들렀다. 1974년 부터 국제회의 참석차 일본을 거의 해마다 갔고, 대학 연구원·객원교수로 몇 달 머문 일도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여러 번 갔고, 히로시마 근처에서 학회가 열렸을 때 원폭을 겪은 일본 학자 나카야마가 미국 학자 시빈에게 히로시마를 보여 주었을 때 굉장히 괴로워하더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1986년 서울에서 무세중이 연출한 반핵 연극 「히바쿠샤」(피폭자)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히바쿠샤』(1984)의 원작자는 한국 출신 미국 철학자 카이 홍(홍기로)으로서 내 친구가 되었다. 김영주라는 한국 여자 피폭자의 비극은 한국의 반핵 운동을 일으켰다. 징용이나 정신대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원폭의 희생자가 되었으나 보상을 받지 못했고, 한국 정부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히바쿠샤와 원자력’이라는 글을 신문에 썼고 환경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반핵운동에 적극적이었다. 과학사와 생명윤리 학회 활동을 하면서 원자탄에 관한 중요한 주제 발표는 「서양과학사학자가 본 동아시아의 전쟁과 의학」(서울대학교병원 병원사문화연구소 국제심포지엄, 2010)이 있다.일본은 원자폭탄 피해를 잘 수습하고 연구했으나 정부가 정확한 피해자의 수를 발표한 일은 없다. 학자들의 통계는 히로시마 7~8만 명, 나가사키 4~7.5만 명이고 조선 교포들은 히로시마 3~5만 명, 나가사키 1~2만 명이다. 교포들이 꽤 많은데 2016년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히로시마에 갔을 때 조선 교포 희생자는 몇 천 명이라고 들었다고 영국 신문에 보도되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게 원자탄 투하를 사과해야 하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조선 교포들의 희생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은 것을 사과해야 한다.
내가 중국·일본과 함께 창립을 주도했고 회장을 지낸 아시아생명윤리학회에서는 중국학자가 일본 의사들이 중국에서 만든 생물학 전략 ‘731부대’가 3천 명 이상의 외국인들을 희생시켰는데 미국이 처벌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미국·독일·중국·일본(츠네이시·츠치야·모리오카) 학자들이 오랫동안 적극 참여했으나 한국 학자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중국학자 니 징바오는 중국·대만과 남·북한 정부가 모두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이탈리아에 있는 내 손자가 “독도는 한국 땅인가 일본 땅인가?”를 물어 왔다. 나는 독도에 가 보았고 독도가 자기 나라 땅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한국과 일본 박물관에서 보았고 일본 국제법학자의 강의도 들어 보았다. 독일은 보수·진보와 관계 없이 모든 지도자들이 동부 영토를 포기했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거듭 사과했다. 독일은 온 세계가 존경하는 나라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큰 죄를 지었다. “일본은 독일을 본받아 독도가 저희 땅이라는 주장을 버려야 한다.” 내가 보내려는 답이다.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과학사·과학철학)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종로3가에서 만난 ‘언니들’…
연구자는 잘 들을 수 있을까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모두가 마스크로 반쯤 얼굴을 가린 채 만남을 시작했던 서울 종로3가에서의 시간이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막달레나공동체에서 한 달에 1~3번 정도 진행하는 정기적인 아웃리치와 부정기적인 인터뷰를 통해 종로3가 ‘언니’들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이제 자주 보는 언니들과는 서로 마스크를 썼든 벗었든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종로3가에서 만나고 있는 ‘언니’들은 이 지역에서 거리성매매를 하고 있는 중고령 여성들이다. 나 역시 성매매 문제를 공부하고 연구해왔음에도 언론 등 미디어를 통해 뭉뚱그려 재현된 이미지인 ‘박카스 아줌마’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 지원사업과 연구를 시작한 성매매여성 지원단체인 막달레나공동체와 부설연구소인 용감한여성연구소와의 만남은 ‘박카스 아줌마’라는 이미지 너머 실제 언니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당초 학위논문은 염두에 두지 않고 참여를 시작한 종로3가 거리성매매 현장에 대한 참여관찰과 인터뷰는 나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되었다.사회적 소수자들의 경험을 포착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재발견하는데 천착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나는 종로3가 현장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러나 실제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성매매를 직접 다루는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석사학위 논문 작업 당시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한 것들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연구 자료를 생성하는 한편 관계를 맺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연구인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실제 수행하면서 종종 대학원 수업이나 논문에서 배운 것들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마주했다.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연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비롯해서 사회경제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연구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 부딪혔다. 여성학과 구술생애사를 중심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내가 부딪혔던 문제들과 비슷한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지만, 연구과정에서 경험한 현실적인 문제를 논문의 정제된 언어 속에서 전면에 드
러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다시 들어선 현장에서 여전히 나는 고민하고 좌충우돌하는 중이다. 나와 막달레나공동체 활동가 선생님은 언니들에게 ‘뭐 주는 사람들’에서부터 ‘성당에서 나온 언니들’이거나 ‘사회복지사 선생님’ 또는 ‘여성단체 선생님’으로 불린다. 어쩌면 우리의 소속이 어디인지는 언니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꾸준히 언니들에게 유용할 소소한 물건을 나눠드리고 안부와 근황을 확인하는 사이에 익숙해진 얼굴과 대화들이 라포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었을 것이다.물론 라포 형성이 모두 인터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21년에 진행한 초기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생애를 들려주셨던 ‘이야기꾼’인 언니가 만남의 시간이 쌓이고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추가 인터뷰를 거절한 경험은 구술자와 면담자 간의 라포 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언니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혹시 언니를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활동가 선생님과 함께 나누었으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다만 추측만이 가능할 것이다. 언니와 가까워진 뒤 알게 된 것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다른 언니들에게도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인터뷰 당시에는 우리가 언니의 삶의 관계망에 들어있지 않은 ‘타인’들이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이제는 관계망 안에 들어온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는 역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라포를 구술자와 면담자 간의 마음의 거리라고 한다면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여전히 어렵다.
연구자에게 듣는다는 것은 중층적 의미를 가진다. 연구참여자/대상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분석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편의에 따라 목소리를 왜곡해서 재현하지 않는 것 모두 듣는 행위에 포함될 것이다.
윤선미
중앙대 사회학과 박사수료중앙대 사회학과에서 「‘집’을 찾는 여정으로서 가출: 청소녀들의 장기 가출 경험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종로3가의 거리성매매 여성들의 구술생애사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경계에 선 여성들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구조에 대한 질문을 시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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