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과학의 이면…임상효과 입증에 15년 걸렸다

과학의 과학 ⑧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

▶1면에서이어짐

첫째, 카리코 부사장은 헝가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과학자였다. 헝가리 세게드대에서 학부와 박사과정을 마친 카리코는 연구비가 떨어져 더 이상 자신을 박사후 연구원으로 고용해 줄 수 없었던 대학을 뒤로 하고 미국 행을 결심했다. 이미 mRNA의 백신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오로지 mRNA 연구에만 무섭게 몰입했다. 그녀는 1985년, 남편과 2살 난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필라델피아의 템플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자리를 얻은 것이다.

국부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던 헝가리의 법을 피하고자 그녀는 딸의 곰인형 안에 비상금을 몰래 숨겨 미국으로 향했다. 템플대에서의 직위도 오래가지 않았다. 1989년, 그녀는 펜실베니아대에서 연구조교수 직위를 제안받고 이직했다. 정규직도 아니었고, 급여도 낮았다.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연구비를 꼭 받아와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있었다. 하지만 mRNA 백신이라는 아이디어는 연구비를 받지 못하고 번번이 고꾸라졌다.

카리코 부사장은 2021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mRNA는 치료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없으니 그만 손 떼라”라는 평가위원들의 충

고를 수없이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무일푼의 이민자 여성 과학자가 그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연구에 매진한다는 것은 어떤 신념으로 가능한 것일지 상상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무일푼 이민 여성과학자의 새로운 도전

둘째,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즈만 교수의 만남은 생화학과 의학이 연결되는 창조적인 순간이었다. 펜실베니아대에서 카리코 부사장은 여러 연구자들과 협동 연구를 거치며 근근이 자리를 지켰다. 그녀를 지원해 주던 공동 연구자들은 몇 년 주기로 계속 바뀌었다. 이 기간 동안 카리코 부사장은 실험실 환경에서 mRNA를 활용해 세포로 하여금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윽고 자신이 설계한 mRNA를 주입한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때, “마치 신이 된 것 같았다”라고 카리코 부사장은 회고했다.

그러나 실험실 밖의 상황은 신의 위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동 연구자들이 이직하거나 연구비가 줄어들 때마다 카리코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와이즈만 교수와의 만남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복사실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연구를 융합해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와이즈만은 당시 HIV 백신을 연구하고 있었고, 카리코는 mRNA를 활용해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둘의 만남은 각자의 커리어를 영원히 바

꾸어 놓았다.

먼저, 카리코 부사장은 실험용 접시에서의 환경, 즉 시험관 내 환경에서 mRNA 백신을 구현할 수는 있었지만, 이를 생물체 안에 주입하여 구현할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의학자였던 와이즈만 교수는 본격적으로 카리코 부사장의 아이디어를 생물체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곧 이들은 생물체에 주입된 mRNA가 면역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는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tRNA의 유사(類似) 유리딘이라는 물질을 활용하여 해결했다. 이 연구결과는 2005년 『이뮤니티(Immunity)』라는 저널에 출간됐다.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유수의 과학 잡지들은 이 연구의 출판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연구의 결실을 맺는 순간까지도 이들은 비주류이었던 것이다.

생화학과 의학이 연결되는 창조적 순간

셋째, 실험적으로만 규명되어 있었던 mRNA 백신이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우연적인 상황이 개입되어 있다. 2005년 『이뮤니티』에 논문이 발표된 후, 이들은 곧바로 대형 제약회사인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의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mRNA 백신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이 mRNA 백신을 인간에게 투여하기까지는 15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아프리카에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016년, 이들은 지카바이러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미국의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사진 왼쪽)과 드류 와이즈만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에게 수여됐다. 사진=노벨위원회

스를 예방하는 mRNA 백신 연구에 돌입했지만, 인체 위해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시제품 출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중국의 연구진은 2020년 1월,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 해석에 성공했고,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를 바탕으로 단 이틀 만에 백신 개발을 완료했다. mRNA 백신의 장점이 그 빛을 발한 것이다. 만약 전통적인 단백질 백신을 개발하고자 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완전한 단백질 구조를 해석해 냈어야 했을 것이다.

임상실험 결과는 2020년 11월 8일에 나왔다. 인체에서의 mRNA 기반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전폭적인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공공의 자금이 백신 개발을 위한 R&D에 과감하게 투입됐다. 임상실험의 수행과 검토 절차도 유래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기술개발의 결과물이 실생활에서 구현되기까지는 연구 그 자체를 넘어 사회적 수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촉발한 mRNA 백신 연구

종합하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과학이 얼마나 미묘한 지적(知的)‧사회적인 작업인지를 보여준다. mRNA 백신은 이민자 여성 과학자의 끈질긴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데 실패했다. 기초과학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불확실한 과학이 타 분야와의 우연한 간 학문적 연구를 통해 발전하기 시작했을 때, 운명의 수레바퀴가 이윽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학의 창의성이 이질적인 아이디어와 주체들 사이의 연결을 통해 창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과학이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적·정책적 맥락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코로나19와 같은 결정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mRNA 백신이 빛을 보

기까지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지 알 수 없다.

전준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인도 여성 정치의 유리천장, 할당제가 깨부술까

글로컬 오디세이

상연진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에서 할당제 시행은 카스트 제도로 인해 차별받는 하층 카스트에게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정치적 대

표성 면에서 성장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할당제는 기타 후진 계급·경제적 후진 계층 등에게까지 확장됐다. 그러나 인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할당제는 추진되기 어려웠다.

세계 경제 포럼이 최근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185개 국가 중 14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 여성 정치 대표자들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하는데, 전 세계 입법 기관에서의 성 평등 순위에서도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550명의 하원 의원 수 중 82석인 15% 정도이며, 상원에서는 250석 중 31석을 차지해 12% 정도만이 여성 의원이다.

지방 자치기구인 판차야트에서는 이미 1993년 부터 여성할당제가 시행돼 130만여 명의 여성들이 선출됐으며, 현재 최소 18개 주의 판차야트에서는 여성 대표 선출자가 50% 이상인 것으로 확인돼 여성할당제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여성할당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인도 여성들의 정치적 평등권과 권위 향상을 위한 역사적 법안이 가결됐다. 중앙 하원과 주의회 의석 33%를 지정 카스트·지정 부족 여성들을 포함해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개헌안이 통과한 것이다. 여성할당제가 제안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은 이례적으로 상·하원 모두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돼 대통령 승인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 법안은 1996년 처음 안건으로 제안됐으나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2010년 만모한싱 정부의 인도 국민회의당(INC)이 이 법안을 상원에서 제안해 통과됐으나 하원에서 계류되면서 무효됐다. 이 당시 법안이 가결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남성 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선뜻 찬성표를 던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여성할당제가 시행된다면 하원에서 여성 의원 수가 181명이 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압박감이 남성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이 이 법안을 다시 내놓아 양원을 통과하면서 여성할당제는 처음으로 의미있는 시행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올해의 법안은 1996년과 2010년과는 다르게 법안이 시행되기 위한 새로운 조건을 추가했다. 첫 번째 센서스 인구조사 발표에 근거한 선거구 획정법(delimitation Act)이 실시된 이후 여성할당제 법안이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할당제 법안이 올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시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2029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센서스 조사가 연기되면서 실질적인 조사는 2025년에 이뤄질 것이고, 조사 결과 발표에도 1~2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2021년의 센서스는 2026년에나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센서스 결과는 선거구 조정에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재 2002년 선거구 획정법에 따라 중앙과 각 주 의회의 지정 카스트 및 지정 부족의 할당제 좌석 수가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통과된 여성 할당제 법안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되는 선거구 획정법은 헌법 수정이 필요하며 법안 시행을 지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할당제 법안 시행을 위해 선거구 조정을 제안한 BJP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BJP는 두 가지를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첫 번째는 선거구 조정을 하게 되면 의회 의석 총수가 변경되므로 자신의 의석수를 잃게 되는 것을 두려워할 남성 의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의도는 헌법이 주 정부가 인구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인구 통제 능력이 낮은 편인 북부 주가 하원 의석에서 더 많은 할당량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BJP가 장악하고 있는 북부 주들 의석수를 늘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BJP가 약세인 남부 주의 의석수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여성할당제 시행과 선거구 조정을 굳이 연관시킬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여성 권위 향상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시행에 목적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여성할당제가 실시되기를 인도 여성들은 30여 년이 넘게 기다려왔다. 더 큰 인도의 발전을 위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추진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도 자와하랄 네루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분야는 인도의 계급, 젠더, 힌두민족주의이며 주요 연구로는 「힌두 획일화에 대한 달리트 개종자의 저항과 한계」(2023) 등이 있다.

안동대학교 2024학년도 상반기 전임교원 초빙

1. 초빙분야 및 인원

학 과 명 채 용 분 야 충원인원 비 고

미 술 학 과 창의융합예술전공 분야

[도시공간조형예술기획 개발 및 제작 분야] 1

컴 퓨 터 교 육 과 컴퓨터과학 1

전 기 전 자 교 육 과 전기기기 1

아 동 · 사 회 복 지 학 부 사회복지정책 1

체 육 학 과 스포츠의학 1

패션라이프스타일학과 미디어아트 1

전기·신소재공학부/전기에너지공학전공 전기공학 1

반도체.신소재공학과 이차전지 신소재 1

전 자 공 학 과 센서 및 계측 공학 1

디 지 털 I C T 공 학 과 정보통신 전 분야 1

건 설 시 스 템 공 학 과 지반공학 1

건 축 공 학 과 디지털건축 1

교 양 교 육 원 SW 교양교육 1

13개 학과 및 부서 13개 분야 13

2. 지원자격 : 가. 공통사항 : 1) 접수 마감일 기준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2조에 따른 교육 및 연구경력이 4년 이상인 사람

※ 연구경력에는 석·박사 학위기간이 포함되며, “실제등록한” 기간만(성적증명서확인*) 인정됨(석사최대2년, 석·박사전체최대5년, 중복기간제외)

* 성적증명서에 실제 등록학기가 표기되지 않는 경우 지원자 본인이 관련 학칙 및 등록금 납입증명 등을 통해 실제등록한 기간을 증명하여야 함

2) 서류제출일 현재 박사학위 소지자(학위취득예정자 인정불가)

※ 다만, 패션라이프스타일학과의 경우 Visual Communication, Communi cation Design, 시각디자인, 분야 석사 학위 혹은 관련 예술 및 디자인 최고학위 1개 이상 소지자

3) 최근 3년 이내(2020.10.1~2023.9.30.) 연구실적물(최종학위논문 제외) 200% 이상

※ 게재예정(확정)증명서는 불인정, 오프라인 발행일자기준

나. 세부 요건 : 홈페이지 참조

다. 특정대학 출신 학위 소지자의 채용 제한 : 홈페이지 참조

3. 임용조건 : 최종합격자는 관계법령 및 본교 인사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되며, 성과급적 연봉제 적용 대상임

4. 심사기준 : 본교 전임교원공개채용심사지침 참조

5. 제출서류 : 홈페이지 참조

6. 원서접수 : 가. 교수초빙지원서는 인터넷에서 작성하여 기간 내에 제출

- 모든 서류는 시스템에 업로드 하며, 파일명은 “채용분야_성명”으로 한다.

※ 예시 : 석사학위증명서(채용분야_성명).pdf, 경력증명서(채용분야_성명).pdf

나. 인터넷 접수

•기 간 : 2023.10.25.(수) 10:00 ~ 11.3.(금) 16:00 (10일간)

•방 법 : 안동대학교 홈페이지(www.anu.ac.kr) 상단 팝업 존 → 안동대학교 교수초빙 인터넷 접수

※인터넷 접수 입력방법 참조

다. USB, 포트폴리오 등 자료 제출(미술학과, 패션라이프스타일학과, 건축공학과만 적용)

•기 간 : 2023.10.25.(수) 10:00 ~ 11.3.(금) 18:00 (10일간)

•제출처 : 안동대학교 교무과[대학본관(별동) 2층]

※ 우편접수는 2023.11.3.(금) 18:00까지 도착된 것에 한하여 접수함(일반우편 불가)

[우 36729, 경북 안동시 경동로 1375 (송천동) 국립안동대학교 본관별동 교무과]

7. 문 의 처 : 가. 교수초빙 관련사항 : 교무처 교무과 (054) 820-7024

나. 인터넷 입력 관련사항 : 정보통신원 (054) 820-7261

※ 자세한 사항은 안동대학교 홈페이지(www.anu.ac.kr) 참조

2023년 10월 20일

국립안동대학교 총장

서울대 ‘지역균형전형’도 55.3%가 수도권 고교 출신

데이터로 읽는 대학⑯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2

누가 서울대 가나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네 번째 주제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의 두 번째 소주제는 ‘누가 서울대를 가나’ 이다. 서울대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입학하길 원하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전교 1등 학생들도 모두가 진학하기가 어렵다. 재수·삼수를 한다 해도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서울대를 가고자 할까?

우리나라의 전국 고등학교 수는 2023년 현재 2천379개교이다. 이중 일반고는 69.4%인 1천651개, 특수목적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예체육고)가 6.4%인 153개교, 특성화고는 20.6%인 489개교, 자율고(공·사립)는 3.3%인 78개교, 기타 7개교이다.

일반고 49.1%, 특목고 출신은 44.4% 차지

2023학년도 전국 고등학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교 특성을 대학알리미를 통해 살펴보면, 수시(59.8%)와 정시(40.2%)로 선발했고, 정원내 (93.4%)와 정원외(6.6%)로 선발했다. 최종 등록한 학생수는 3천511명이고, 경쟁률은 5.4:1이었다. 이중 일반고 출신은 49.1%인 1천724명이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우수한 대학과 의대와 같은 최상위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사다리라 할 수 있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113명), 외국어·국제고(316명), 자사고(604명), 영재학교(335명) 등에서 입학한 학생은 1천368명으로 38.9%이며, 예술·체육고(189명)까지 합치면 44.4%를 차지한다.

신입생 유형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정경희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고교 상위 20위는 특목고(과학고·외고·국제고 등)와 자사고·영재고가 차지했으며, 일반고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위는 전

서울대 신입생 출신학교 유형별 입학자수 및 비율

구분

일반고

특수목적고 자율고 기타

총계

과학고 외고·

국제고

예술·

체육고 특성화고 사립 공립 영재학교 외국인

학교

외국

고등학교 검정고시 그 외 기타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2021 49.0

(1,683)

3.9

(133)

9.0

(310)

5.4

(187)

0.3

(12)

14.9

(512)

4.0

(137)

9.5

(327)

0

(0)

2.6

(88)

1.3

(45)

0.1

(2)

100.0

(3,436)

2022 47.3

(1,666)

4.1

(145)

9.2

(325)

5.4

(191)

0.5

(18)

16.3

(572)

4.1

(144)

9.5

(333)

0

(0)

2.3

(82)

0.1

(40)

0.1

(3)

100.0

(3,519)

2023 49.1

(1,724)

3.2

(113)

9.0

(316)

5.4

(189)

0.5

(16)

17.2

(604)

3.0

(105)

9.5

(335)

0

(0)

2.3

(79)

0.8

(28)

0.1

(2)

100.0

(3,511)

출처: 대학알리미(2023). 2023.10.24. 추출

서울대 신입생 출신학교 지역별 입학자수 및 비율

구분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중소도시 읍면 특수 기타 총계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비율(명)

2021 34.5

(1,187)

20.5

(706)

31.1

(1,068)

11.0

(378)

0.3

(9)

2.6

(88)

100.0

(3,436)

2022 35.3

(1,241)

20.0

(704)

31.0

(1,091)

11.4

(400)

0.0

(1)

2.3

(82)

100.0

(3,519)

2023 37.1

(1,302)

17.2

(605)

31.7

(1,112)

11.5

(403)

0.2

(8)

2.3

(81)

100.0

(3,511)

출처: 대학알리미(2023). 2023.10.24. 추출

년도와 마찬가지로 예술계열 특목고인 서울예술고(85명)였고, 2위는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72명), 3·4위는 영재고인 서울과학고(67명)와 경기과학고(53명)였다. 일반고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전체 21위인 상문고(24명)에 이어 경기고(22명), 단대사대부고(20명), 낙생고·화성고(19명), 한일고(18명) 순이었다. 전체 합격자 중 상위 30위 이내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년도 28.8%에서 2022학년도에는 30.8%로 늘어났다.

서울 지역 37.1%…중소도시는 31.7%

최근 3년간 입시결과를 종합해 보면, 전체 고등학교 2천379개교 중에서 1.3%에 해당하는 상위 30개교 신입생이 전체 입학생 3천519명 중 29.7%인 1천45명을 배출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경향성이 고착되어 가는 듯하다.

202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을 대학알리미를 통해 살펴보면, 서울 출신이 37.1%인 1천3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역시·특별자치시는 17.2%인 605명으로 대도시 출신이 54.3%를 차지하고 있으나 감소하는 추세이다. 중소도시는 31.7%인 1천112명, 읍면은 11.5%인 403명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보도자료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근 4개년(2019~2022) 서울대 및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신입생의

63.4%, 전국 의대의 45.8%에 달하는 학생이 수도권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2019학년도 61.8%. 2020학년도 63.7%, 2021학년도 63.4%, 2022학년도 64.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의 수도권 출신은 수시 전형에서는 58%에서 59.5% 사이인데 반해 정시 전형에서는 78.8%까지 높아져 10명 중 8명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2022학년도의 경우, 정시 전형에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수시 전형보다 3배에 가까운 합격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세금으로 ‘우월 계급’ 지원, 공정한가

더 심각한 문제는 2023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 입학생은 674명인데 이 중 수도권 출신이 373명이다. 서울이 169명(25.1%)이었고 경기 182명(27.0%), 인천 22명(3.3%)이었다. 서울대가 전국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겠다며 도입한 ‘지역

균형 전형’으로 올해 입학한 신입생 중 55.3%가 수도권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을 위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수도권 집중 현상이 서울대에서도 특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신입생은 출신 학교뿐 아니라 출신 지역 쏠림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해 특별시·광역시 출신은 절반이 넘는 54.3%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목고와 서울대가 사다리처럼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특목고·자사고에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고, 이들이 서울대에 입학할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으며, 특목고·자사고 학생 수가 전체 고등학교 한 학년당 전체 학생의 5% 안팎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고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다.

학교 특성과 출신 지역을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대와 지원, 거주지역의 사교육 접근성 등으로 사교육 특구지역이 되고, 이로 인해 앞으로 수도권과 지역 격차는 더욱 커질 것

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위기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킬 것이며, 그 중심에 서울대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서울대는 이미 국내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받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다.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그렇게 사회경제적 지위가 우월한 계급에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고 적절한지 묻고 싶다. 이미 사회경제적 지위가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사회가 심어준 그들의 선민의식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들은 과연 국민이 기대하

는 만큼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구성원들에게 묻고 싶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서울대 전임 연봉 평균 1억1천

충북대 비전임은 5천만원

2022년 10개 거점국립대

전임·비전임교원 평균 연봉

서울대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1억1천344만 원이었고, 다른 거점국립대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8천만 원대였다. 국립대 의과대학 교수의 연봉은 제외한 현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10개 거점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전임교원·비전임교원 평균 연봉 현황’자료(의과대학 교수 제외)에 따르면, 서울대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이 다른 거점국립대 전임교원보다 3천만 원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마다 상위 3명의 평균 연봉도 서울대가 1억3천98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른 거점국립대 전임교원 상위 3명의 평균 연봉은 1억~1억1천만 원 사이였다.

거점국립대 전임교원 평균 연봉은 서울대 다음으로 제주대(8,449만 원), 경북대(8,434만 원), 충북대(8,422만 원), 부산대(8,370만 원), 전남대(8,368만 원), 전북대(8,251만 원)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거점국립대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모두 8천만 원대였다.

거점국립대마다 전임교원 하위 3명의 평균 연

봉도 서울대가 6천985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른 거점국립대는 4천66만 원에서 4천708만 원으로 나타났다. 초임 조교수 연봉 수준으로 보인다.

거점국립대 비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충북대가 5천38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제주대(4천910만 원), 경북대(4천691만 원), 전북대(4천579만 원), 경상국립대(3천894만 원), 전남대(3천878만 원), 강원대(3천679만 원) 순이었다. 비전임교원 연봉은 겸임·초빙교원을 비롯해 강사 등을 포함한 현황으로, 의과대학 소속 비전임교원은 제외한 금액이다. 서울대는 대학 내 소속기관이 별도 계약으로 지급한다고 밝혀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비전임교원의 연봉은 국립대마다 천차만별이다. 전체 평균 연봉은 1천299만원(부산대)에서 4천910만 원(제주대)까지 다양하다. 상위 3명의 평균 연봉의 경우, 충남대는 2억7천773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대는 1억9천758만 원, 경북대는 1억5천850만 원이었다.

문정복 의원은 “국립대 교원의 연봉이 지역에 따라 제각각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국립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바탕으로 교육당국의 균형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2022년 10개 거점국립대 전임교원·비전임교원 평균 연봉 단위 : 만원

대학

전임교원 비전임교원

전체 평균 상위 3명 하위 3명 전체 평균 상위 3명 하위 3명

서울대 11,344 13,098 6,985 - - -

제주대 8,449 10,597 4,708 4,910 8,634 1,039

경북대 8,434 10,705 4,593 4,691 15,850 1,964

충북대 8,422 10,705 4,440 5,038 19,758 2,488

부산대 8,370 10,869 4,345 1,299 5,132 7

전남대 8,368 10,734 4,114 3,878 4,407 2,762

전북대 8,251 10,603 4,066 4,579 8,120 2,480

경상국립대 8,227 10,729 4,287 3,894 4,838 2,715

강원대 8,182 10,632 4,101 3,679 5,942 2,900

충남대 8,170 10,802 4,481 2,834 27,773 10

출처 : 문정복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2022년 10개 국립대 전임교원 및 비전임교원 평균 연봉 현황’, 10 개 국립대 제출 자료, 2023.10

계명대학교

내가 사는 현실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면

천하제일연구자대회

57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내 주위의 세계는 청년이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아 국가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닌 수도권 중심의 세계와는 다른 곳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가 ‘늦어도 결혼은 꼭 하겠다’고 답하는 대학생이 대다수인 지역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지역에서 공부하는 젊은 여자

한국 사회에는 학문조차 서울과 지역 사이의 위계가 존재한다. ‘지역’에서 학문을 평생의 업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그렇다고 지역에 진정성을 가지고 학문에 힘을 쏟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여긴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 논문을 제출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학부부터 쉬지 않고 공부를 해왔다는 핑계를 대며, 박사수료생 신분으로 틈만 나면 여기저기 열심히 여행을 다닌 덕분이다. 그 시절 함께 대학원 생활을 한 여성학 전공자는 나를 지켜 보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에서 나이 든 여자가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나는 움찔했다. 박사수료생이지만 학위논문 작성은 뒷전인 내 모습에서 지나친 여유와 한갓짐이 보였던 것일까? 민망함을 잠시 뒤로 하고 ‘지역에서 공부하는 젊은 여자’는 사정이 다른지 반문해 보았다. 쉽게 답할 수 없었지만, “저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끌려가는 대학원

나는 지금 모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 날 야무지고 똘똘한 모습으로 수업에 집중하던 한 학생이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처음에는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인가 했다. “A 교수님이 언제든지 연구실에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가도 돼요?” 교수님과 미리 약속하고 찾아 가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근데, 연구실 놀러 가면 뭘 하나요?” 학교생활이나

학업과 관련한 상담일 거라고 말했다. “선배들이 거기 놀러 가면 대학원 끌려간대요. 진짜예요?” 마지막 말을 듣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세상에나, 대학원에 ‘끌려간다’니. 대학원이 학문의 배움터가 아니라 교수 갑질의 고통장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새로운 학문적 자아로 성장하다

나는 나 자신을 ‘지역에서 공부하는 젊은 여자’라는 특수한 범주로 정체화한 적이 없다. 사회학 공부에 뛰어든 이래 줄곧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라는 보편적 범주로 나를 정의해왔다. 물론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젊은 여자로서 여러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수한 범주로 인해 학문 세계에서 고뇌에 빠지지는 않는다. 나를 ‘지역’, ‘나이’, ‘여성’의 사회적 범주에 가두어 학문적 세계를 좁힐 이유가 없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현실 세계의 사회적 범주를 초월하는 새로운 학문적 자아를 형성해왔기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새로운 학문적 자아는 지도교수를 포함한 여러 사회학자의 지지를 통해 매 순간 성장한다. 사회학 대가의 이론과 연구를 통해 내 삶과 연관된 질문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설명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좋다.

이론과 ‘삶의 세계’의 간극

갈피를 잡지 못하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현실 세계의 자아와 학문 세계의 자아가 결합하면

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었다. 대구라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에게 주어진 현실과 긴박한 요구에서 벗어나 학문적 가치를 추구하길 바라는 학문의 이상이 접점을 이루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수료까지 2년 반 그리고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기까지 4년. 무엇이든 한 길을 10년 이상 헌신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던 지도교수의 말처럼, 10년을 넘게 사회학을 공부해서 마침내 박사논문을 완성했다.

그 시간 동안 함께 대학생활을 한 선후배와 동기들은 하나둘씩 취직하고, 승진하고, 결혼하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었다. 사회학 전공이 특정한 일자리와 일대일 매치가 되지 않아 취업이 걱정이라던 그들은 오히려 어떤 한 분야에 몰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결혼-출산-육아의 삶의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것이다. 내 주위의 세계는 청년이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아(또는 하지 못해) 국가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닌 수도권 중심의 세계와 다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에게 물어도 ‘늦어도 결혼은 꼭 하겠다’고 답하는 대학생이 대다수인 지역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연애·결혼·출산·육아·비혼·비연애·비출산 등과 같은 친밀성과 관련한 일련의 주제에 대해서 사회학은 ‘친밀성의 구조변동’으로 설명한다. 근대 세계의 출현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뿐더러, 구조변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새로운 질서를 자아낸다. 친밀성의 구조변동은 연애-결혼-출산-육아의 자연적 연계의 고리가 느슨해지고 이지러지는 지점을 설명하고, 새로운 친밀성의 실천을 포착한다. 문제는 친밀성과 관련된 이론이 내 주변에서 나타나는 삶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데 있다. 친밀성의 구조변동을 통해 접근하자니 자연적 연계를 너무 잘 따라 살아가는 지역 청년의 삶을 설명하지 못하는 모순에 처한다. 이론이 모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고 또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이론과 삶의 세게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이미지=DALL·E3

든 경험적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 둘의 간극이 왜 발생하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현실 세계와 학문 세계가 분절된 채로 살아가다가는 스스로 지독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학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회에 ‘친밀성’의 영역이 존재하는가?

한국 사회 에로틱 영역의 가치 미(未)분화

한국 사회학계에서 친밀성을 다루는 논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친밀성과 폭력의 관계를 다룬다. 이성애와 가부장제에 기반한 낡은 친밀성 형식이 남녀 사이의 권력 위계를 만들뿐더러 친밀한 관계의 정서적이고 신체적 학대를 양산하는 현실을 폭로한다.

두 번째, 친밀성과 국가의 관계를 분석한다. 국가는 가족을 교묘하게 통치의 전략으로 활용한다. 특히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가해지는 국가의 통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세 번째, 친밀성의 시장화와 상품화에 대해 논의한다. 차가운 시장의 원리가 정서적 안온감과 연결된 친밀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지 파헤친다.

네 번째, 대안적 친밀성에 대한 탐구인데, ‘정상가족’의 형태가 이지러지며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친밀성의 실천을 탐구한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친밀성의 논의를 개인의 내면이나 가부장제의 부당함 또는 국가의 폭력성을 폭로하기 위한 지엽적인 것으로 한정하는 한계를 지닌다.

좁은 프레임을 걷어내자 친밀성과 근대성의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사회가 합리화 과정(탈주술화와 주지주의화)을 통해 종교 영역, 경제 영역, 정치 영역, 심미 영역, 에로틱 영역, 지적 영역으로 분화한다고 설명한 막스 베버의 논의를 붙

들고 늘어졌다. 친밀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기 위해 베버의 ‘에로틱 영역’의 분화 과정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론적으로는 막스 베버의 가치분화론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에 걸맞는 분석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간통죄’ 폐지 논의를 경험적으로 분석했다.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 밖의 에로티시즘을 금지하는 법인 ‘간통죄’ 폐지 논의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고 텍스트 분석을 실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는 친밀성 영역의 원형적 형태인 에로틱 영역의 가치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

박사학위 취득 후, 기나긴 학문의 여정에서 제일의 길라잡이로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를 선택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사회학 이론을 통해 내가 사는 현실 세계를 조망하면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곳곳에 드러났다.

친밀성에 대한 사회학 이론이 서구의 세계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탓이다. 한국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체념할 수도 있다. 이 체념은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현실 세계의 경험적 연구는 미루어두고 추상적 이론만 탐구하는 방법과 이론은 뒤로하고 기술적인 방법론을 통해 경험적 연구만 하는 방법. 나에겐 이 두 가지 방법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내 삶을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론 없이 현실 세계의 사례를 기술하는 것이 사회학적으로 의미가 있나?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고 또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이론과 삶의 세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이예슬

계명대 국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막스 베버의 에로틱 영역 가치분화론 재고찰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론적으로는 베버의 가치분화론에 대한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분석틀을 구성했다. 경험적으로는 한국의 ‘간통죄’ 폐지 논의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에로틱 영역의 가치 분화 과정을 파악했다. 현재는 박사학위논문을 확장해 베버의 가치분화론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가치 영역 분화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하고 있다. 젠더․친밀성·에로티시즘·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문화사회학적 관점으로 설명하는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론이 안내하는 경험적 연구’를 탁월하게 수행하는 연구자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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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살’ 저출산…인류세 문명 전환의 기회로

김기봉의 리틀 빅히스토리❸ 저출산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인류 전체 인구가 2022년 11월에 80억 명을 돌파했다. 유엔 인구 보고서에 따르면 2037년에는 90억 명을 넘어서고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세계 경제가 지난 50년간의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는 전제로 2050년에는 86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포유류에 속하는 현생 인류는 가장 번성한 종은 아니지만,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다. 지구에서 인류 종의 성공을 보여주는 지표가 무엇보다도 인구의 변동이다. 농업혁명이 일어나는 기원전 1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240만 명의 인류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로마와 마야문명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기원후 1년경에는 78배가 늘어난 1억8천800만 명 정도가 살았다.

“과거의 산아제한 정책의 업보가 현재 저출산의 인과를 낳는 것처럼 미래에도 여러 ‘블랙 스완’이 출현할 전망이다.

저출산은 인류사의 보편적 방향이지만, 한국은 너무나 빨리 진행되기에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1500년대 세계 인구는 약 5억 명이었다. 천오백 년 동안 약 3배 조금 안 되게 증가했다. 그런 완만한 인구증가가 급상승한 것은 농업혁명 이후 문명의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통해서다. 산업혁명의 효과가 나타난 19세기 초 세계 인구는 기원전 1만 년 전보다 400배가 증가해서 10억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급격한 인구증가는 생물학적으로는 거대한 성공이지만, 문명사적으로는 심각한 위기로 인식됐다. 역사에서 문제는 인구라는 사실을 통찰해서 인구학의 아버지가 된 사람이 맬서스(1766∼1834)다. 1798년 그는 사람들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식량 공급의 증가율은 자원(토지)의 제약 때문에 점차 감소하는 반면, 인구는 도덕적 통제가 없는 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가정에 근거해서, 인류는 영원히 ‘빈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빈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류?

생활 수준(소득)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높아지고 사망률은 감소한다. 하지만 그 현상이 지속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생활 수준(일 인당 소득)이 원래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임금철칙(Iron Law of Wage)’이 역사의 톱니바퀴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기술혁신을 통해 산술급수로 식

량 생산을 증대시켜서 역사의 톱니바퀴를 조금씩은 개량할 수 있었지만, 결국엔 인구증가로 인해 ‘빈곤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기에 인류는 오랫동안 ‘맬서스의 시대(Malthusian epoch)’를 살아야 했다.

맬서스는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이 생산력의 비약적 성장을 낳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역사의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변화의 톱니바퀴를 통찰했다. 하지만 맬서스가 인구증가와 식량 생산의 불균형을 ‘역사의 법칙’으로 알아낸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맬서스 시대’의 종식이 일어났다.

산업혁명은 인류가 빈곤의 덫에서 탈출해 지속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일으킴으로써, 지난 300년 동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인구 증가가 이어졌다. 농업혁명을 기점으로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1만2천 년이 걸렸다면, 그 이후부터는 인구가 10억 명씩 느는 시간은 계속 단축됐다. 20억이 되는 데 130년(1930년), 30억은 30년(1959년), 40억은 15년(1974년), 50억은 13년(1987년), 60억은 12년(1999년), 70억은 12년(2011년), 그리고 2022년 11월에 마침내 80억을 넘어섰다.

생물학적 진화 대 문화적 진화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지속 성장의 상전이를 일으킨 원동력은 산업혁명 과정의 기술 진화였다. 기술이 발달하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개인은 그런 산업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점점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했다. 부모가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문화적 성향이 강화되면서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은 낮아지는 경향성이 생겨났다. 모든 생명체의 지상명령은 왕성한 번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인데, 근대의 인간은 피임과 낙태를 통해 출산을 억제하는 반(反)자연적인 문명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이 같은 반자연적 문명을 통해 ‘이기적 유전자’의 통제에서 벗어나 생물학적 진화의 욕구를 억압하는 문화적 진화의 길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현명했다.

인류세에 산업혁명 이래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고, 이제는 지구에서 인류의 존속 자체가 위협을 받는 6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가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가 ‘인간 없는 지구’가 생태계를 위해선 다행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인간이 지질학적 행위자가 된 인류세에 우리가 지구생활자로서 삶을 계속 영위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세계 인구부터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제2의 물결로의 전환과 그리고 최근 제3의 물결로의 진입을 가장 압축적이며 성공적으로 이룩한 국가다. 21세기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돼 근대국가를 수립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 이중 혁명을 가장 성공적으로 성취한 나라다. 근대로의 이행에 지각해서 일본인들에게 거의 40년 동안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가 이젠 일본을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 한

국의 성공에 대해 세계인들은 놀라워하며 어떻게 그런 기적이 가능했는지를 배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의 성공만큼 지금의 한국인들이 행복한가이다.

한국인의 불행 보여주는 자살률·합계 출산율

한국인의 불행 정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자살률과 합계 출산율이다. 한국은 지난 20년 중에 단 두 해를 제외하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자살 공화국이다. 하루에 36명, 매년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이 낮은 것도 독보적인 세계 1위로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낮은 기록을 매년 경신한다. 올해에는 0.7명 유지도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서 더는 살고 싶지 않아서 자살로 떠나고, 여기서 사는 게 힘들고 무의미하다고 여기기에 자식을 낳지 않는다면, 한국이란 국가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초저출산은 1960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대까지 국가 주도로 시행한 산아제한 정책의 업보다. 그때는 출산율이 너무 높아서 한반도가 만원이란 걱정을 태산처럼 했지만, 반세기 만에 정반대로 저출산으로 국가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세계 인구 총량은 줄어야 하지만, 한국의 인구는 늘어야 한다.

흔히 인구는 추정이 가능한 ‘정해진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미래는 불확정적이다. 과거의 산아

제한 정책의 업보가 현재 저출산의 인과를 낳는 것처럼 미래에도 여러 ‘블랙 스완’이 출현할 전망이다. 저출산은 인류사의 보편적 방향이지만, 한국은 너무나 빨리 진행되기에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가는 선진국이 됐지만, 사회는 ‘헬조선’이기에 개인은 불행하다는 의식이 자살과 더불어 ‘사회적 자살’로서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가 정말로 ‘헬조선’인가? 한국의 성공에 대해 세계인들은 놀라워하며 어떻게 그런 기적이 가능했는지를 배우고 싶어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 근처 그리고 홍대 입구에서는 한류에 매료돼 찾아온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고 대학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다. 같은 세상을 천당과 지옥으로 보게 만드는 것은 마음이다.

어쩌다 한국인의 마음이 외국인들이 동경하는 나라인 한국을 ‘헬조선’으로 보게 했는가? 인간 삶의 가치로서 가장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자유다.

자유란 ‘자기 이유'(自己 理由)’라고 말하듯이, 우주의 먼지로 생겨난 우리가 다시 먼지가 되어 돌아가는 삶의 여정을 하는 ‘자기 이유’는 무엇이고, 그런 자기의 분신을 세상에 남기고 가는 의미는 무엇인지? 한국의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지만 지구생활자로서 인간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걸려 있는 인류세에 문명 전환의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개인에겐 ‘자기 이유’를 참구하는 화두가 된다.

최근 10년간 한국 합계출산율 추이

[단위 : 가임여자 1명당 명]

1.4

1.2

1.0

0.8

0.6

0.4

0.2

0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0.78

※출처=통계청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계속 떨어지고 있는 합계출산율 0.7명 대도 무너질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사회적 자살’ 저출산…인류세 문명 전환의 기회로

대학은 창조권력이다!

교육지옥과 대학서열체제 해체 방안의 결정판!

‘대통영’ 김종영 교수의 교육 대전환을 위한 대기획

왜 한국만 교육지옥인가? 우리가 ‘대통영’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밝히다

대한민국 교육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대체 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저자는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서울대를 10개 만들자고. 가능할까?

배움이 즐거운 대한민국 사회를 향한 첫걸음, 다 함께 성장하는 대학의 변화를 위한 이 방안을 둘러싸고 시끄럽게 온 국민을 일깨웠으면 좋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아직 대한민국이 가 보지 않은 길을 향해 첫발을 떼는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 _유성상/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세계의 대학개혁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10개의 서울대’가 대학서열체제 해소뿐만 아니라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책의 통찰력과 해법은 대학평준화 운동에 힘써온 교육 주체들에게 새로운 상상과 동력을 제공하고, 대학서열

체제 타파와 입시지옥 해소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것이다. _김학한/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비판은 차고 넘친다. 많은 이들이 교육을 말한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대안을 그리는 이는 많지 않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당장 실천 가능한 구체적

대안이다. 이 책은 탄탄한 이론적 깊이와 다양한 국가의 대학체제를 비교해서 보여 줌으로써 교육지옥의 발생 원인과 해소 방안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대학서열 해체의 실천서인 이 책이 교육개혁 실현의 길을 활짝 열 것이라 기대한다. _박은선/변호사, 전 서울외고 교사

전화 02-3141-6553 | 팩스 02-3141-6555 | 이메일 gwang80@hanmail.net | 블로그 http://blog.naver.com/dkffk1020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교육

김종영 지음 | 348쪽 | 18,000원

여성선비와 여중군자

이남희 지음 | 다할미디어 | 440쪽

저자는 우리가 조선시대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의 범위를 남과 여의 위상과 관계에 한정해서 보았을 때, 남녀칠세부동석이나 칠거지악과 삼종지도 등과 연관된 이미지들이 대부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전란기를 거친 이후에 굳어지게 됐음을 지적하며, 고려에서 조선사회로 이행해가는 시대상에 초점을 맞춰 남녀관계와 역할을 자세히 고찰한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남한산성 여행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336쪽

저자의 남한산성 여행은 롯데타워 근처 삼전도비에서 시작해 남한산성의 행궁과 남문, 수어장대, 서문으로 이어진다. 여정을 통해 굴욕의 증거인 삼전도비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문헌을 통해 낱낱이 드러난다. 남한산성은 이토록 패색 짙은 유적이지만 이 책은 고려 현종의 고려거란전쟁을 소환함으로써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동유럽사

존 코넬리 지음 |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1,412쪽

이 책은 동유럽 개별 국가들의 역사를 다루지는 않는다. 동유럽 혹은 중동부 유럽이라는 관점에서 제국의 일원이자 그 사이의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민족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했던 유럽 지도를 오늘날의 복잡한 지도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백름 지음 | 노유니아·정성희 옮김 | 연립서가 | 511쪽

이 책은 한반도에 뿌리를 뒀지만 옛 식민지 종주국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 약 15년간 펼친 표현 활동과 생활의 기록이다. ‘자이니치조센진’이라고 불렸고, 스스로를 ‘재일조선인’이라 불렀던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호소하고자 작품을 만들었을까?

동북아해역과 산업화 항구·원조·사람

김대래 외 13인 지음 | 소명출판 | 423쪽

이 책은 ‘냉전과 열전’의 시대를 겪은 동북아 지역의 현대 산업화 과정을 항구, 원조, 사람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먼저, 항구와 항만의 개발은 전후 혼란을 정비하고 해양 진출을 목표로 한 국가적 시도로서, 동북아 네트워크의 공간 확장을 도모한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외원조는 동아시아 특구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러셀 포스터 지음 |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548쪽

이 책은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이자 일주기 리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가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 주제인 생체시계에 관해 평생(무려 40년)을 연구해온 내용을 대중 독자를 위해 소개한 것이다. 생체시계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하고, 매우 실용적인 책으로 소개되며 <파이낸셜타임스>와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박영서 지음 | 들녘 | 360쪽

모든 국가가 멸망하게 된 기원을 살펴보면 언제나 부동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 역시 그러했다. 권력가들의 토지 겸병은 무수한 폐해를 낳았고, 결국 고려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태조 이성계를 위시한 조선 건국 세력은 새 왕조의 문을 열며 토지 개혁도 단행했다. 이들은 고려의 폐해를 바로잡아, 국력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개혁은 실패했다.

오십부터는 왜 논어와 손자병법을 함께 알아야 하는가

모리야 히로시 지음 |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books) | 272쪽

책에는 공자의 50가지 지혜와 손자의 50가지 전략을 한데 모아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100가지 순간을 담았다. 91살인 저자는 동양 고전해설의 일인자로서 흔들리는 오십을 다 잡아주는 멘토임을 자처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서로 다른 것을 지향하는 『논어』와 『손자병법』을 한 권에 엮었다는 점이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기선 외 7인 지음 | 한겨레출판 | 408쪽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 계속되는 간접고용 등 노동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불안정노동 문제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국에서 가장 넓은 25차로 톨게이트 지붕(캐노피) 위로 오른 노동자들이 있다. 기만적인 노동 정책의 실제를 거부한 투쟁가들이다.

저자가 말하다_『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 박성준 지음 | 미어캣북스 | 412쪽

소설로 배우는 재테크…일대일 부자학 수업

투자 없이는 절대로 부자 될 수 없어

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극복이 핵심

직장 생활에서 첫 월급을 받을 때부터 고민했다.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하게 사는가? 한때는 사주팔자나 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내에 출간된 재테크 서적 300여 권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노력 여부에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재테크의 진실은 ‘돈복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쉽고도 단순한 방법을 고민했고, 보통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일대일 눈높이 맞춤식 수업방식으로 재테크 내용을 정리해 모두 담았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부자를 만나 재테크에 대한 수업을 받았던 내용을 근거로 국내 최초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성한 재테크 소설로서,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일반 재테크 서적과는 달리 복잡한 숫자나 도표가 나오지 않고,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읽기 쉽고, 매우 재미있다.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는 그 제목에서처럼 소설의 주인공 선우민철이 목욕탕에서 천만장자를 만나 몇 가지 테스트를 받은 후, 천만장자의 초대로 호텔에서 1박 2일간의 재테크 수업을 받는다. 이틀째 날에는 천만장자의 세 번째 테스트를 받아 4시간 만에 1천만 원을 벌어오는 특별한 미션도 수행하게 된다. 그 후 천만장자와 헤어진 다음 주인공은 천만장자로부터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목돈을 만들어 직접 투자하고 처음으

로 큰돈을 벌게 된다. 재테크 소설로서 특이하게 중간중간 이루어지지 못하는 러브스토리도 있고 독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매력도 있어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주인공 선우민철은 1박 2일의 수업을 통해 천만장자로부터 전 세계 부자들의 10가지 공통점을 배우게 된다. 그 후 세번째 실천 테스트를 통과한 후, 재테크 실천 5단계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천만장자가 가르쳐 준 재테크의 공식은 ‘재테크 = 투자원금 X 투자기간 X 수익률’이다. 투자원금을 모으기 위해 가계부를 쓰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의 연봉 만큼의 투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재테크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빚이 아닌 본인의 목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 수익률은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변수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언론과 뉴스를 통해 정부의 정책, 시장의 반응, 그리고 투자를 유혹하는 광고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천만장자는 역설적으로 재테크에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을 2가지를 알려준다. 첫째, 아무것도 시작(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시작(투자)한 것을 끝내지 않는 것이다. 즉, 투자의 결실을 얻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정리해버리는 것이다. 결국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무엇이든지 투자를 시작해야 하고, 투자한 것에 대한 수확을 얻을 수 있도록 끝까지 버티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필자는 다음 후속 작품으로 내년에 ‘천만장자의 투자이야기’를 선보일 계획인데, 이 책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투자 대상으로 △아파트 △상가 △땅△경매(공매) △주식 △채권 △해외투자(곡물, 광물, 에너지) △예술품 투자에 대해 그 내용과 투자기법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각각의 분야에는 이미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지만, 일반인들이 투자의 기초를 잡을 수 있도록 한 권에 이 모든 부분을 담은 책이 없기에 의미가 크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투자 없이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하지 않으면 가난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모든 부자들은 투자를 통해 부를 형성했기에 부자를 꿈꾼다면 반드시 더 늦기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이 투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두려움·게으름 때문이다. 게으름은 돈 버는 방법을 찾아보지 않는 게으름,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는 게으름, 절약하고 저축해서 목돈을 만들어 투자하지 않는 게으름을 말한다. 두려움은 실천에 대한 두려움,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투자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책은 부자가 되려면 게으름·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독자들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이 문장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재테크 하면 된다!, 재테크

할 수 있다!, 재테크 불가능은 없다!

박성준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저자가 말하다_『일상이 철학이다: 삶의 지평을 넓히는 에세이철학』 이종철 지음 | 모시는사람들 | 320쪽

남의 생각에 무임승차 않기…비판과 철학 정신

소수의 전문가만 다루는 학문으로 전락

한국 철학계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검토

이 책은 저자가 2021년에 출간한 『철학과 비판: 에세이철학의 부활을 위하여』(수류화개, 2021)의 후속판이다. 앞의 책이 철학과 에세이 중 ‘철학’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면, 이번 책 『일상이 철학이다』는 ‘에세이’ 성격이 좀 더 강하다.

에세이철학은 기존의 철학이 우리 시대의 삶을 외면하고, A4 10매짜리 전 문논문들 속에 갇힌 현실 속에서 철학을 대중화·일상화하고자 한다. 보통은 에세이와 철학을 띄어쓰기하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에세이철학’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붙여 쓴다. 원래 과거의 철학들은 대부분 에세이철학이었다. 베이컨·몽테뉴·파스칼 등의 철학은 빼어난 에세이철학의 전형이다. 이런 글쓰기는 근대의 장자크 루소·존 로크·마르크

스·니체 등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전문 강단 철학자인 크리스찬 볼프와 임마누엘 칸트가 아카데믹한 글쓰기를 정립한 이래 현대에 들어오면 대부분의 철학이 이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 오늘날의 철학자들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이나 연구서가 없이는 단 한 줄도 글을 쓰기가 어렵게 되면서 철학은 점점 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다루는 학문이 되고 말았다.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현대의 철학이 처한 이런 현실 속에서 철학 본래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

에세이철학의 정신은 “밥짓고 물 긷는 데도 도가 있다”라는 당의 선사들

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들은 일상의 삶을 넘어서는 초월 세계를 부정하고, “부처가 보이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가 보이면 조사를 죽인다”(殺佛殺祖)라는 비판 정신을 그 어떤 철학 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어려운 불교의 언어들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서 쉬운 불법을 대중 속에서 구현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에세이철학도 그와 같은 선의 기본 정신을 이어가고자 노력한다. 첫째, 에세이철학은 남의 사상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다른 어떤 철학 보다 비판을 중시한다. 둘째 에세이철학은 추상 개념을 가급적 줄이고 일상언어와 일

상적 표현을 사용한다. 셋째 에세이철학은 초월의 세계를 부정하고, 일상의 삶과 그 시대를 상대로 철학을 한다. 에세이철학은 이런 기본 정신 하에 “일상을 철학화하고, 철학을 일상화”하고자 하는 하나의 철학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저자의 신작 역시 이런 정신에 입각해서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어려운 철학을 얼마든지 쉬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일상을 소재로 얼마든지 철학적 사유를 전개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제2부는 현대의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영화와 비평을 철학적 사유 안으로 끌어들였다. 제3부는 진영 정치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사회와 정치

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다룬다. 제4부는 점점 더 AI 등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존하는 도구와 기술을 살핀다. 제5부는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문명과 역사, 그리고 한글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다뤘다. 마지막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한국의 대학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다뤘다. 이 정도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을 이루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전문 철학들은 이런 주제들을 거의 외면해왔었다. 그들은 철학을 한다고 하면 공자·맹자를 이야기하고,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명 철학자들

을 거론하는 것만이 철학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기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 자기 언어보다는 남의 언어, 자기의 삶과 시대보다는 남의 삶과 시대가 우선이고 그것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런 한국 철학계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일상에서 이는 하나의 ‘철학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변화와 운동은 처음에는 너무나 미미하거나 너무나 새로워서 그 의미와 기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에세이철학은 오늘날 가장 역동적으로 철학 본래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종철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임연구원·철학박사

저자가 말하다_『자본주의의 미래』 김병연 외 4인 지음 | 아카넷 | 312쪽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불평등’

자연의 진화가 일궈낸 선물인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본주의·민주주의가 선순환 구도 형성하도록 해야

자본주의는 유효시한이 지난 체제인가. 과연 자본주의에 미래는 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은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형성된 이후부터 끊임없이 계속됐다. 자본주의 덕분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의 일인당 평균 소득이 생존 수준을 넘어섰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애증의 대상이다. 먹고사는 문제일 뿐 아니라 과거보다 또 타인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성과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본주의를 변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나. 자본주의는 무엇이며 자본주의를 대체한다면 어떤 체제가 대안인가. 개선이 필요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이런 주제에 대한 이해와 고찰 없이 체제 변혁을 논의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위험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연구는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롭다.

『자본주의 미래』는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경제학·정치학·사회학·인류학을 전공한 다섯 명의 연구자가 자본주의를 여러 분야에서 숙고한다. 이 책의 첫 장은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라는 시각에서 형성과 변화, 발전과 도전을 다룬

다. 이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결합의 지속성 여부를 따지고 권위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상호 조응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다음으로 컴퓨터·인터넷·인공지능 등 범용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와의 상호작용을 논의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변화가 어떻게 기업을 유연화·다양화하고 복잡성을 증가시켰는지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와 노동문제를 ICT 기업의 사례를 통해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학술적 깊이를 갖추면서도 일반인도 읽기

어렵지 않게 서술됐다. 또 자본주의 한 부분만을 보지 않고 그 전체를 화폭에 담으면 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기업·노동·불평등과 환경위기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수적인 키워드다. 기술이 발전하면 자본주의는 없어질까. 환경위기는 자본주의로써는 해결 불가능한가. 공유경제와 AI는 사회주의를 소환할 수 있을까. 범용 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초래할까, 아니면 시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까. 이익 추구에 기반한 자본주의와 기업의 공생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첨단이라 할 수 있는 ICT 기업은 일과 여가의 균형을 보장해 주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불평등이라

고 주장한다. 불평등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결합을 무너뜨리고 대안적 체제의 검증되지 않은 장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제체제를 섣불리 대체하려는 시도는 위험함을 지적한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제도는 인간 지혜의 산물이라기보다 자연의 진화가 일궈낸 선물이다. 사회주의라는 인공산이 체제의 개선은커녕 재앙을 초래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자연산의 장점과 내구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적 노력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자본주의를 보수(補修)해 왔다. 그리고 역사상 지금만큼 자본주의의 개선이 필요한 때도 드물 것이다. 저자들

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 의식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조절하고 계도함으로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도록 시민과 정부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대우재단 학술사업으로 기획된 공동연구의 첫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열 번 이상의 비대면, 대면 회의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소통했다. 코로나 시대에 저술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출간되어서인지 “미래”라는 단어의 울림이 더욱 크게 다가

온다. 그렇다. 미래를 물어야 현재가 보인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문화 비틀어보기_『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김진희 외 7인 지음 | 후마니타스 | 268쪽

빈곤 정책에 ‘남녀’ 차이는 왜 없나

여성 홈리스는 싸우면서 동시에 타협하는 사람

성 착취 위험 때문에 노숙 못하고 정책에서 배제

이 책은 여성 홈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 사회에서 비가시화돼 있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는 기록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에서 홈리스는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 거주자 등 비적정 주거 거주자를 지칭한다. 활동가가 담아낸 목소리와 여성 홈리스가 직접 쓴 이야기가 함께 수록돼 있다.

활동가는 자신이 만난 여성 홈리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그 경험에 대한 자기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기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

여주고 그 관계가 쉽게 어긋날 수 있는 쉽지 않은 경험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글쓴이들은 자신이 만난 여성 홈리스에 대해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것을 강조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여성 홈리스가 처한 개인 상황이나 성정에 따라 유발하는 갈등 상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활동가 홍혜은은 여성 홈리스가 해온 돌봄의 노동을 부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길순자의 돌보는 삶에 대해 들려준다. 그가 스스로 설명하는 돌봄의 노동은 다른 사람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길순자의 삶은 어머니나 쪽방촌의 옆방 아저씨 등 살면서 만나온 여러 타인들을 돌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책을 쓰면 수십

권을 쓸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할 얘기가 없다고도 말한다. 돌봄이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홍혜은이 삽화처럼 그려낸 길순자의 근황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려고 부르는 일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쉼터 생활을 하면서 일과 양육을 병행하고 독립적 주거를 갖게 된 김진희의 편지는 여전히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로 세계를 해석할 때 생기는 한계를 구절구절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목소리를 낸 여성 홈리스는 싸우는 사람이자 타협하는 사람이었다. 전시 행정의 현장에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 집회에서의 강경 발언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려는 사람이자, 구조의 빈틈을 활용하고 타협하면서 자신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싸움과 타협의 대상이 되는 구조는 여성 홈리스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없다. 이재임은 통계를 통해 여성 홈리스가 처한 사각지대에 대해 설명한다. 성 착취의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거리에서 노숙을 못하는 여성 홈리스들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기에 보건복지부의 ‘거리와 시설, 쪽방’ 중심의 대책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생긴다.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도움으로 남

성 중심의 노숙인 거주 공간이 아닌 고시원과 같은 주거를 구하려는 경우, 종종 집주인이나 시설 담당자가 노숙인이라 안되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서가숙이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말하듯 급식소에서도 여자들은 식당 가서 일하면 된다는 남성 노숙인의 배제와 차별을 넘지 못한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 책의 제목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는 여성 홈리스가 자신의 모든 것을 넣어 다니는 가방이 차별의 표식이 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방이라는 독립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의미 역시 담겨 있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는 여성 홈리스 구술 생애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읽은 이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남긴다.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가 대중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홈리스는 비난 대상이 되기 쉽다. 젠더화된 구조적 차별이 작동해 비가시화된 여성 홈리스의 삶에 대해 듣게 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홈리스이자 활동가인 서가숙의 말처럼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현재의 몰성적(沒性的) 빈곤 정책을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려면 무엇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야 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교수

한없는 행복 광대한 삶을 위한 작은 철학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이주환 옮김 | 마르코폴로 | 264쪽

이 책은 철학의 행복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마침내 아름다운 성찰을 가져다준다. 요컨대 행복에 관한 더 많은 문을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를 내일로 인도하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으로서 희망을 말한다. 진정한 철학적 경험은 바로 드빌레르의 ‘한없는 행복’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찰음식은 없다

김연식 지음 | 인문공간 | 270쪽

이 책은 절간 음식 레시피의 첫 기록자이자 50년간 필드워크한 정산 스님이 사찰 음식의 원형(原型)을 차근차근 되새김질하며 써 내려간 사찰 음식 에세이집이다. 스님은 사찰 음식이 한국 음식문화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야 하는 이유를 신성하고 먹먹하게, 그리고 깊고 짙게 새겨 놓았다. ‘K-푸드’ 열풍은 한국의 채식 문화인 ‘사찰 음식의 대중화’를 꽃피웠다.

데이터 경영을 위한 파이썬

마탄 그리펠·대니얼 게타 지음 | 박찬성 옮김 | 윌북(willbook) | 480쪽

미국의 거대 모기지 금융기관 패니메이의 최고운영책임자 킴벌리 존슨은 파이썬을 미래에 꼭 필요한 코딩 언어로 꼽으며 “프로그래밍이 글쓰기와 같은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투자금융회사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도 비즈니스 분석가 훈련 프로그램에 파이썬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파이썬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혁명의 지성사

엔초 트라베르소 지음 |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604쪽

한때 한국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혁명에 몰두했던 시기가 있었다. 『러시아 혁명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소련공산당사』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하여 30여 년 전 혁명을 계획하고 실천하려 한 사람들은 과거 혁명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공간적·시간적 차이를 탐구하기보다는 성공한 혁명에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했다.

탈냉전기 미중관계 타협에서 경쟁으로

김재철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547쪽

중국 정치·외교 및 미중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1991년 탈냉전 이후 30여년 동안 미중관계가 관여와 타협의 시기에서 상호의존과 견제(균형)의 단계를 지나 현재의 경쟁과 대립 시대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중관계가 신냉전의 충돌로 치달을지, 새로운 공존의 시대를 열어갈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관측이 필요하다.

이충구의 포니 오디세이

이충구 지음 | 스토리움 | 317쪽

미국과 일본, 유럽의 뒤를 쫓던 한국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탑10, 글로벌 탑5, 글로벌 탑3로 거듭 순위를 끌어올리며 세계 자동차 산업의 빅네임으로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이 책은 그 숱한 좌절과 극복, 땀과 눈물의 역사를 관통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한 엔지니어의 성장기이다.

지도 패러독스

제러미 크램턴 지음 | 이건학·이재열 옮김 | 푸른길 | 348쪽

이 책은 지도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지도학적 불안’으로부터 시작한다. 바로 지도가 정치적 선동과 이념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함이다. 서구 제국주의, 인종 차별, 자본주의 확장과 재생산을 위한 착취, 전쟁과 같은 헤게모니 권력과의 결탁은 우리가 몸소 경험한 불안의 단면들이다.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학교

하금철 외 9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18쪽

자산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이 소수파고, 불로 소득을 추구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오늘날, 학교에서도 금융과 투자를 가르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과연 ‘부자 되기를 위한 경제교육’을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일까? 이 책은 부자 되기, 돈 벌기를 위한 교육에 이의를 제기한다. 자본주의적 경제교육의 한계와 문제점과 대안을 제안한다.

분야별 신간

정치-사회

가장 보통의 차별 | 전혼잎 지음 | 느린서재 | 244쪽

녹조의 번성 남세균 탓인가, 사람 잘못인가 | 강찬수 지음 | 지오북 | 336쪽

제재의 국제정치학 | 임갑수 지음 | 한울아카데미 | 448쪽

인문

위니코트 : 사랑 그리고 역설의 대가 | 애덤 필립스 지음 | 김건종 옮김 |

마르코폴로 | 264쪽

로봇 법규 인공지능 규제 | 제이콥 터너 지음 | 전주범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72쪽

문학-에세이

개, 나의 털뭉치 동반자 | 킴벌리 아틀리 지음 | 이보미 옮김 | 나무의마음 | 344쪽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 한여진 지음 | 문학동네 | 152쪽

말과 말 아닌 것 | 김나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439쪽

샤워젤과 소다수 | 고선경 지음 | 문학동네 | 176쪽

오믈렛 | 임유영 지음 | 문학동네 | 124쪽

퇴직, 나로 살아가는 즐거움 나에게 미안해서 내가 되기로 했다 | 유인창 지음 | 페이퍼로드 | 264쪽

ㅎㅎㅎㅋㅋㅋ | 강일구 지음 | 연두에디션 | 191쪽

예술

파워하우스 한국 드라마 EP 이야기 | 김일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68쪽

역사

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 유헌식 지음 | 소명출판 | 394쪽

전후일본의 역사인식 | 도쿄재단정치외교검증연구회 외 10인 지음 | 산지니 | 352쪽

감염면역질환 위한 ‘K-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하는 이광웅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간담췌외과)

간이식 후 합병증, 마이크로바이옴이 해결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⑥ 장기 이식-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여섯 번째는 장기 이식-간에 대해 이광웅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간담췌외과)와 연세대 의과대학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이혜원(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순규 가톨릭대 의과대학(인천성모병원) 교수(소화기내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협력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관련 업적 홍보를 통한 제품의 시장 진입 지원은 K-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경제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세계적 최고 수준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술을 하는 것보다 이젠 기증자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은 99% 이상으로 높은 수술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광웅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간담췌외과)는 “팀워크가 좋아야 수술 성공률이 높다”라고 말한다. 서경석·이광웅·이남준·최영록 등으로 구성돼 있는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 팀은 1988년 국내 최초로 간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1999년 첫 소아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2007년 수술 부위의 최소화와 빠른 회복 등의 장점을 지닌 복강경 수술의 기술이 발전해 다양한 질환의 수술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이식 수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기증자의 간을 복강경으로 떼어내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 팀의 수술 건수가 2천500건을 넘어섰다. 현재 연간 130건 이상의 간이식을 시행했다.

의료 불모지 국가에 간이식술 전파

이 교수는 국내의 다른 이식의사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8년 몽골 장관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몽골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이집트에서는 생체 간이식 자문의로 여러 차례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바 있다.

아울러, 2018년 미얀마에 생체 간 이식술을 전수하고 조지아·카자흐스탄 등 의료 불모지 국가에 새 생명을 선사한 바 있는 이 교수의 손을 ‘골드 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이러한 행보는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 팀의 우수한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 팀이 국내 최고의 드림팀으로 불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초기 간세포암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간이식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의 경우 매년 7천여 건이고 미국의 경우 9천여 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천500건 정도의 간이식을 시행하고 있어 인구수 대비 간이식의 시행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간이식이 필요한 주요 원인으로 B형 간염으로 발생하는 간질환 또는 간암·C형 간염 간질환·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다. 만성간질환으로 시행되는 간이식은 전체 간이식의 10∼20%를 차지한다. 간이식의 증가는 국민 복지의 증진과 더불어 해당 산업의 확장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연구 역량의 축적을 통한 산업의 선점이 중요하다.

간이식 수술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환자의 면역체계에 의한 이식된 간의 손상을 억제한다. 면역억제는 수혜자의 수술 관련 합병증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이광웅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다. 이 교수는 ‘간이식 환자들의 치료 및 예후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기술 개발’ 사업(2023∼2025)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사진=이광웅

“환자들의 임상 변화에 따라 특징적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고 예후 향상을 위한 치료 후보 신소재를 발굴한다. 기전 파악, 나아가 인체 대상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과 독성 평가를 수행하고 임상 1상 시험계획서 서류 작성을 목표로 한다.”

외에도 환자의 중증도와 연관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간이식 후 1년 이내에 5∼10%의 수혜자가 초기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그 이유는 일차성 이식편 기능부전·감염·거부반응·출혈·혈관과 담도계 합병증 등이 있다.

면역억제제로 인한 합병증 유발

이 교수는 “간이식 환자는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 해야 한다”라며 “간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고 감염 시 치료가 쉽게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에 따르면, 면역억제제를 잘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식 후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항진균제·항결핵균제와 같은 특정 약제나 자몽과 같은 특정 음식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을 경우 거부반응이 생길 확률이 높다.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이 확인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3일 동안 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치료반응에도 거부반응이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게 되는데 치료반응성은 더 떨어지고 재이식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 면역관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교수는 “다양한 임상적 양상에 따른 연구로 새로운 수술 후 관리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합병증 낮추는 공인된 약제의 부재

현재까지 간이식 후 합병증을 낮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인 약제가 없는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국책사업 ‘간이식 환자들의 치료 및 예후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기술 개발’ 사업(2023∼2025)에서 연구책임자를 맡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확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검체 모집과 코호트(특정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 구축이 핵심이다. 다기관의 간이식 환자의 코호트 구축은 쉽지 않다.” 해당 사업의 지원으로 간이식 환자에 대한 국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내 최초·국내 유일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환자들의 임상 변화에 따라 특징적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고 예후 향상을 위한 치료 후보 신소재를 발굴한다”라며 “기전 파악, 나아가 인체 대상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시험과 독성 평가를 수행하고 임상 1상 시험계획서(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서류 작성을

목표로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사업으로 만성 난치성 감염면역질환 환자의 기존 치료제 한계를 극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치료제 개발 기술의 확보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협력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관련 업적 홍보를 통한 제품의 시장 진입 지원은 K-마이크로 바이옴 치료제의 경제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국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제약 산업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생산 규제와 관련해 지원함으로써 국내에서 제품개발이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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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전후 ‘면역억제·감염’, 장내미생물이 밝힌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연재 순서

① 염증성 장질환

② 비알콜성 간질환

③ 알레르기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

⑥ 장기 이식-간

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

⑧ UTI-요로 감염

⑨ 항암

⑩ 뇌혈관 질환

⑪ 구강·심혈관

⑫ 과민성대장증후군

⑬ 자폐

간이식 수술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가히 세계적이다. 전 세계에서 간이식 수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이식 외과 의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그들의 간이식을 돕기도 한다. 이렇게 외과적으로 큰 강점을 보이고 있는 간이식 분야이지만, 간이식은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임상 분야이다.

특히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에 따른 감염성 질환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식받은 간의 거부 반응 발생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이혜원(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간이식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가톨릭병원과 함께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고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공동으로 시작했다.

이중 혈액공급 시스템 유지하는 ‘간’

간은 체내 다른 장기와 달리 심장에서 나오는 산소포화도가 높은 동맥혈만 공급받지 않고, 소장과 대장을 거쳐 들어오는 간문맥으로부터도 혈액공급을 받는 이중 혈액공급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장내미생물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기가 간이라는 뜻이다. 장내미생물이 간의 면역반응을 유발해 염증성 간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한 이유로 간은 장으로부터 들어오는 혈액 내의 항원을 걸러주는 면역회피 기전도 함께 가지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카이스트 의과대학원 신의철 교수팀과 함께 간 내의 면역세포가 다른 혈액 내의 면역세포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개체마다 차이가 나는 장내미생물을 밝힌다. 특히 기증자

“공여자와 간이식 전후 수여자의 직접적인 간내 미생물 상태와 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로써 면역억제 조절과 감염 조절에 미치는 장내미생물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치료적 활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와 수혜자 간의 미생물 차이에 따른 이식간의 면역반응 차이를 밝혀내고자 장내미생물 연구를 시작했다. 이식받기 전의 본인 간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과 이식받은 간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비교함으로써, 이식 간의 거부반응과 만성적인 염증 반응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식간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장내미생물의 조절법을 찾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최소화해 면역 억제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 기술개발사업 개요

사업명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품화

과제명 간이식 환자들의 치료 및 예후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기술 개발

개요 간이식 환자들의 예후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 신소재 발굴과 상용화 기술개발

주관기관 서울대(이광웅)

공동연구·용역 연세대(주동진), 가톨릭대(이순규), 종근당바이오(박수재), 티엠에스헬스케어(최수지)

연구기간 2023년 4월 1일 ∼ 2025년 12월 31일(2년 9개월)

기대효과

ㅇ 간이식 환자들의 간이식 전후 변화되는 특징적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ㅇ 간이식 환자들의 예후 향상을 위한 치료 후보 신소재 발굴

ㅇ 후보 신소재를 이용한 기전 실험 검증

ㅇ 오믹스 데이터에 기반 한 후보물질 특이적 생체지표 규명

ㅇ 동물모델과 인체 유래 시료를 이용한 후보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검증과 치료제 개발

ㅇ 후보 신소재 이용과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한 효과 검증과 기전파악

ㅇ 인체 대상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과 독성평가

ㅇ 임상 1상 시험계획서(IND) 자료 제출

왼쪽부터 연세대 의과대학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이혜원(소화기내과) 교수다. 사진=주동진

간이식 후 환자 사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염이다. 외부로부터의 감염도 있지만, 체내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나 장내세균 등에 의한 감염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쓰는 환자는 이러한 감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내세균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간이식 환자와 기증자의 분변에서 장내세균을 분리해 간질환 환자의 장내미생물과 건강한 성인 기증자의 장내미생물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면역 반응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생체간이식 시행과 장내미생물 후보물질

공동 연구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간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인체 유래 검체를 확보해 분석함으로써 실제 임상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내미생물 후보물질을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이를 통해 간이식 환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간염이나 알코올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비정상적인 장내미생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대용량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데이터를 이제는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의미 있는 정보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생물정보학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다. 많은 플랫폼과 분석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원본 데이터로부터 노이즈 제거와 레퍼런스에 대한 정렬·분류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샘플 간의 종 다양성의 차이와 개별 유전자 기능의 차이를 분석하게 된다.

현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며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이외에도 전사체·단백체·대사체를 포함한 다양한 멀티오믹스 데이터와 각종 임상 의료 데이터와 같은 메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앞서 언급한 멀티오믹스 데이터 기반으로 간 이식 전후의 면역억제 반응과 감염 조절 예측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대량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하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직접 간이식 여부를 결정하고 실제 시행하고 있는 임상의사와 기초과학자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여자와 간이식 전후 및 수여자의 직접적인 간내 미생물 상태와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로써 면역억제 감염 조절에 미치는 장내미생물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적 활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

이혜원(소화기내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이 면역항상성 이끈다

간이식은 간경변 말기 환자와 조기 간암 환자의 간경변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궁극의 치료방법이다. 간이식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과 예후는 크게 개선되기에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간이식을 받은 이후에는 이식 받은 간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면역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면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발생하는 거부반응, 너무 억제돼 발생하는 감염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면역항상성의 유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간이식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게 된다. 하지만 면역억제제의 장기적인 복용은 그에 따른 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과도한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간이식 환자의 적절한 면역항상성을 유지하며, 어떻게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간이식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간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줄여 중단해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 면역관용 환자가 5∼20%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도교수인 최종영 가톨릭대 의과대학(인천성모병원) 교수(소화기내과)와 함께 간이식 환자의 면역세포를 분석했다. 면역

항상성 유지에 중요하면서 이를 반영·예측하는 면역세포를 조직분석으로 살펴봤다.

연구결과, 면역관용 환자는 조절 T 세포의 증가가 보였다. 반면, 거부반응이 생긴 환자는 조절 T 세포가 감소돼 있었다. 조절 T 세포가 면역관용의 발생과 면역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인자임을 확인·보고한 바 있다. 현재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간이식 환자의 면역항상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와 이를 위한 조절 T 세포의 증가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장-간축(gut-liver axis)으로 알려진 마이크로바이옴과 간의 연관성을 생각했을 때, 간이식 환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면역항상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게 됐다.

면역항상성 유지 위한 조절 T 세포

간과 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장의 대부분 혈액은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들어온다. 또한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은 장에서 분해돼 대사체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장에서 간으로 들어오는 혈액을 통해 염증성 인자나, 마이크로바이옴과 담즙의 대사체들이 들어와 간의 면역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기 간경변 환자는 마이크

“간이식 환자의 면역항상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와 이를 위한 조절 T 세포의 증가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로바이옴의 다양성이 감소돼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gut dysbiosis)이 발생한다. 이는 간경변의 합병증과 생존과도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간이식을 받은 이후에도 이식 초기에는 항생제와 다량의 면역억제제 사용 등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일시적으로 더 심해진다. 그러다가 점차 이식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이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환자에 대한 연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이식 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과 비슷하게 마이크로바이옴이 회복될 것인지, 그리고 면역항상성은 건강인과 비슷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간이식 환자에게서 면역항상성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단서를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찾고자 함이었다. 연구 결과, 건강인 대비 장기간 지난 간이식 환자는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있었다. 특히 조절 T 세포도 감소돼 있어 면역 항상성도

이순규 가톨릭대 의과대학(인천성모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으로 면역항상성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순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면역관용 환자는 이러한 기능성 마이크로바

이옴과 면역항상성이 회복돼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장기간 지난 간이식 환자의 면역항상성과 조절 T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규명해 최초로 보고한 바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간이식 환자의 치료와 예후 향상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현재 필자와 최호중 가톨릭대 의과대학(서울성모병원) 교수(간담췌외과)는 이광웅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간담췌외과)를 중심으로 주동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이식외과)·종근당바이오·비터시너지 등과 함께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의과대학(인천성모병원) 교수

박기우 원광대 교수, 경상남도 건축상 ‘대상’

‘떠 있는 학교’ 용남고등학교 설계…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

박기우 원광대 교수(건축학과·사진)가 설계한 ‘용남고등학교’가 제15회 경상남도 건축상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상남도 총괄 건축가와 공공건축가, 건축위원회 위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자연과의 조화, 합리성, 인간에 대한 배려, 새로운 건축적 시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을 차지한 ‘용남고등학교’는 교육시설 건축계획의 획기적인 시도로 기존 개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공간 및 입면 계획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설계를 담당한 박기우 교수는 “기존 복도형 학교 학생들의 움직임은 수직적이며, 행동반경 또한 예측 가능하고 제한적”이라며 “공간의 제한은 행동의 제한을 가져오고, 동시에 사고의 제한을 가져옴에 따라 학교건축은 기하학적이고 불규칙적이며 예상을 할 수 없고 직접 학생들의 경험을 유도하는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번 작품은 교실을 모두 공중에 띄워 테라스 형태로 펼쳐서 교육공간을 수직상하체계가 아닌, 수평체계로 만들어 학년, 나이 구별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 그 아래에 고교학점제에 따른 홈베이스 역할을 담당할 오픈형 도서관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중교실과 도서관의 입체적, 유기적 3차원적 연

결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낼 것”이라며 “‘떠 있는 학교’는 공간을 예측할 수 없고 제한을 두지 않으며,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시킨다”고 덧붙였다.

수상 작품은 오는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진주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리는 '2023 경남건축문화제' 기간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전북대, ‘외국인 유학생 5천명’ 외국 대사·총장 함께 추진

주한 모로코 대사, 글로컬위원회 공동위원장 맡아

전북대(총장 양오봉)가 외국인 유학생 5천 명 유치를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 대사와 총장들도 적극 돕기로 했다.

전북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5천 명을 유치하고 이들이 전북 지역에 정주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 대학’으로 도약함으로써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전북대는 최근까지 영국·몽골·호주·태국·페루·칠레·과테말라·이스라엘·카타르·모로코·인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 등의 주한 대사관을 찾아 글로컬대학30 사업 유치를 위한 긴밀한 공조 체계도 확립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을 위해 전북대가 구성한 ‘글로컬대학 위원회’에 샤픽 하샤디 주한 모로코왕국 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페루 대사와 르완다 대사, 베트남 후에 대학 총장, 대만 중흥대학 총장은 글로벌 자문위원으로 활

동하고 있다.

전북대는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전북대 국제캠퍼스(센터)’를 구축하고, 다양한 학위 및 장학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다. 전북대는 온라인 국제캠퍼스(센터)에서 1년, 전북대에 3년을 수학하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국제캠퍼스(센터)’와 해외 주요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캠퍼스(센터) 구축, 그리고 전북대가 주도하는 아시아대학교육연합체(AUEA)의 확대를 통해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학칙 개정을 통한 외국인 유학생 편입제도 도입과 해외 유수 대학과의 공동 교육 과정 운영, 복수학위 국가의 다양화 등을 모색해 오는 2028년까지 5천 명의 유학생을 유치하겠다고 전북대는 밝혔다.

특히 전북대는 유학생이 실제로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경제 발전에까지 이바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북지역 특화형 유학생 지역산업 현장 실습 및 인턴제 도입과 외국인 유학생 창업 지원센터 등을

통해 유학생들이 전북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 특화형 산업계에서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예정이다.

양오봉 총장은 “전북대는 2028년까지 유학생 5천 명을 유치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정착해 생활할 수 있는 큰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우수한 유학생들이 전북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북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영남대, ‘멀티모달 언택트센싱 선도연구센터’ 개소

공학·의학·기업 전문가 융합연구

총 사업비 141억원 투자

영남대(총장 최외출)가 ‘라이프로그용 멀티모달 언택트센싱 선도연구센터’ 문을 열었다. 지난 20일 영남대는 천마아트센터 이시원글로벌컨벤션홀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센터는 올해 7월부터 2030년 2월까지 전자·전파·광파 등 다중물리 특성과 인공지능이 융합된 지능형 멀티모달언택트 센서 플랫폼 연구를 통해 ‘스크리닝-진단-예방-치료-재활’에 이르는 비대면 라이프사이클 건강관리시스템플랫폼 개발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101억 원을 비롯해 지자체 지원금 등 총 사업비 141억여 원이 투입된다.

김성호 센터장(전자공학과)은 “센터는 가속화되고 있는 초고령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지능형 디지털융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도연구, 고급 인재양성 및 지역 정주 지원에 앞장설 계획이다”면서 “멀티모달 언택트센싱 원천 기술 확보를 토대로 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질병 예방부터 홈케어까지 전주기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해 경상북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영남대 김종연 의료원장, 이경수 산학연구부총장을 비롯해 경북권역재활병원 김철현 병원장, 경상북도 메타버스과학국 과학기술과 이승태 과장, 경산시 미래전략과 ICT융합팀 예호정 팀장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영남대는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과학기술분야 기초 연구사업(RLRC)에 선정돼 이 센터를 개소했다.

12개 가톨릭계대학 총장, ‘가톨릭 대학의 효과성’ 논의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 제1회 심포지엄 개최

전국 12개 가톨릭계 대학이 급변하는 사회 속 한국 가톨릭계 대학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회장 원종철 가톨릭대 총장)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한국 가톨릭계 대학의 효과성’을 주제로 제1회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 가톨릭계 대학의 정체성과 사명에 따른 교육적 성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전국 가톨릭계 대학 총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가톨릭계 대학의 현황 및 재학생의 경험(최준규 가톨릭대 대학발전추진단장) △가톨릭계 대학의 교육·연구·봉사·행정·사목(오세일 서강대 국제처장) △가톨릭계 대학 동향과 도전, 한국에서 가톨릭계 대학 되기(김우선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등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에서 전국 가톨릭계 대학은 향후 가톨릭계 대학의

교육과 행정 등 세부 주제에 대해 후속 연구를 지속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원종철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장은 “경쟁이 심화되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 환경 속에서 가톨릭계 대학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도 급변하는 4차 산업사회와 세속화 시대에서 가톨릭계 대학으로서 청년과 대학생 세대를 위해 무엇을 노력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실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아대 정만희·최창옥 교수

부산시 문화상 수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정만희 명예교수(사진 왼쪽)와 신소재공학과 최창옥 명예교수가 제66회 부산광역시 문화상을 받았다.

정 명예교수는 40여 년간 저서 20여 권과 논문 86편을 발표해 국내 헌법학 발전에 이바지했고, 법조인과 공직자 등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헌신한 공적을 인정받아 ‘인문과학’ 부문에 선정됐다.

정 명예교수는 조부인 석당(石堂) 정재환 선생이 설립한 동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지난 1980년 동아대에 부

임, 39년간 교수로 재직한 뒤 2019년 8월 정년퇴직한 그는 재직 중 법과대학장과 대학원장, 부총장 등을 맡았다. 한국헌법학회 회장과 한국비교공법학회 회장,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등도 역임했다.

최 명예교수는 금속공학과(현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공학 인재 양성과 기술개발, 산학협력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했고 소재산업 분야 기술지도 등 주조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으로 ‘자연과학’ 부문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 1965년부터 대한조선공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1980년 동아대 교수로 부임, 25년간 재직했다. 현재 명예교수와 학교법인 동아학숙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시 문화상은 지난 1956년 제정된 뒤 지금까지 모두 416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지역 내 최고 권위 상이다. 부산시는 지역 문화예술 기관·단체 및 시민 연서 등을 통해 10개 부문 17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문화협력위원회 심사를 거쳐 모두 8개 부문 수상자를 이번에 최종 선정했다.

연세대 제20대 총장에 윤동섭 교수 선출

연세대 제20대 총장에 윤동섭 교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사진)가 선임됐다. 임기는 2024년 2월 1일부터 2028년 1월 31일까지 4년이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이사장 허동수)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어 윤 교수를 만장일치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윤동섭 신임 총장은 1961년생으로 연세대에서 의학 학사 및 석사를, 고려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부장, 강남세브란스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8월 1일부터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병원협회 회장과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경태 동의대 교수, 한국생명과학회 학술대상 수상

정경태 동의대 교수(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장·사진)가 지난 6일 경남 산청군에서 열린 2023년 한국생명과학회 정기총회 및 국제학술대회에서 학술대상을 수상했다.

정경태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다수의 우수

한 논문 발표와 학회의 학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생명과학회의 가장 큰 상인 학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분자 샤페론과 그 친구들에 의한 단백질 질서 유지’라는 제목으로 학술대상 특강을 했다.

정경태 교수는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학술상을 수상해 무척 영광이며, 수상의 의미는 지속적으로 연구를 계속하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며 학회에 보답하고 후학 양성에도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1991년 창립된 한국생명과학회는 식품과학을 포함한 생명과학 분야 대표적인 학회로 3천 명 이상의 회원이 있다.

박수진 인하대 교수, 2023년 ‘최상위 과학자’ 선정

박수진 인하대 교수(화학과·사진)가 5년 연속 최상위 과학자(Top-cited scientist)에 선정됐다고 인하대가 지난 23일 밝혔다.

최상위 과학자는 과학·기술·의학 분야의 학술연구·정보분석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출판사 ‘엘스비

어’와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2019년부터 선정하고 있다. 연구문헌 색인·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를 기반으로 22개 주요 학문 분야, 174개 세부 주제 분야별로 최소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전 세계 연구자 중 백분위 2% 이상인 상위 10만 명 이상의 연구자가 대상이며 ‘c-score’ 기준으로 선정된다.

2023년 최상위 과학자는 지난해까지의 논문 피인용도에 따른 영향력을 분석해 최종 선정됐다. 박수진 교수는 세계 전 분야에서 2천576등, 고분자 분야에서 세계 12등(상위 0.01%)의 상위연구자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고분자·탄소 소재의 계면특성 연구와 응용에 전념해 1천300여 편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기장서 상명대 교수, 2023년 ‘구양환경생물학상’ 수상

기장서 상명대 교수(생명공학전공·사진)가 지난 19일 2023년 구양환경생물학상을 수상했다. 기 교수는 지난 19일 소노캄 제주에서 열린 2023 한국환경생물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상패와 1천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구양환경생물학상은 한국환경생물학회 제7대

회장을 역임한 구양(龜洋) 故 김주필 동국대 명예교수가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2022년 제정된 상이다. 우리나라 환경 생물학 발전에 기여한 중견 환경생물학자를 매년 선정한다.

기장서 교수의 연구 분야는 수생태계 미세조류(식물플랑크톤)를 대상으로 분류, 생리 생태, 분자생물학적 현상 해석에 관한 것이다. 관련 환경과 수생태계 연구 분야의 국제저명학술지에 170편의 논문과 KCI 5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8년에는 환경생태 분야의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여천생태학상을 받은 바 있다.

박철환 광운대 교수, ‘㈜비욘드셀 학술상’ 수상

박철환 광운대 교수(화학공학과·사진)가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생물공학회 ‘(주)비욘드셀 학술상’을 수상했다.

‘비욘드셀 학술상’은 생물공학 분야 학술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과학기술 인재양성 기여 업적을 심

사해 매년 한 명을 선정하고 있다. 산업바이오 분야 전문가인 박 교수는 산학연 분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한 생물공학 관련 분야 학술발전에 기여하고, 문화 확산 및 과학기술 인재양성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했다.

박 교수는 산업바이오 분야에 해당하는 바이오에너지, 생물공정 분야 연구 지속적 수행, 기능성 식품·소재 및 바이오센서로의 연구 분야를 확장하고 전문학술단체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국내학술지 편집위원, 학술 부분위원장, 기획이사, 사업이사, 재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연구활동으로 SCI(E) 논문 243편, 국내학술논문 57편, 특허등록 43건, 학술발표 390건 등의 연구활동을 해왔다.

여성의 목소리로, ‘가라’

딸깍발이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클로디아 골딘에게 돌아 갔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교수로서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골딘은 성별 임금격차와 유리천장의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라는 책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대학을 졸업 후 10년쯤 지나면 가사·양육과 같은 돌봄 노동을 떠맡으면서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의 ‘평등을 향한 기나긴 여정’을 다각도로 조사하며, 유연한 노동환경과 육아휴직 제공이 여성의 사회진출을 확대하는 관건이라고 하였다.

골딘이 제기한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OECD국가의 성별 임금격차는 평균 11.9%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31.1%로 꼴찌다.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서고 있지만,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3%에 불과하다. “시험으로만 하면 여자를 안 뽑을 수가 없어. 면접에서 말도 잘하고.” 대부분의 임원이 실력 있는 여성들이 많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여성에게 고용과 승진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임원으로 성장하는 여성은 손꼽을 정도다.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질

문을 던진 시인도 있지만, 여성이 처한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똑똑한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성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제자리 걸음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외려 퇴행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정부 인식에 강한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여가부의 2024년 예산안은 그나마 일궈온 성평등 사회를 퇴보시킨다”며 여성단체들이 비판하는 것 처럼, 예산 삭감만이 아니라 각종 정책과 조직 명칭에서 ‘여성’을 탈색시키고 있다. 부처 폐지를 자신의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한, 자격 미달의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장에서 ‘엑시트(exit)’한 장면은 지금의 여가부 위상을 보여준 정점이었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만이 아니라, 여성권리를 위해 애써야 하는 장관으로서 젠더적 시각조차 결여되었음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에서 “유리 천장보다 끈적이는 바닥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여성의 승진과 권한을 막는 유리천장만이 아니라 저임금이고 장래성과 비전이 없는 직종에 여성을 붙잡아두는 ‘노동에 붙은 성별꼬리표’를 가리킨다. 내부 노동시장 메커니즘으로 여성은 상급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직업사다리가 짧다며, 승진과 성장의 기회가 제한되는 여성의 ‘유리 천장’과 대비해 남성에게는 고속으로 승진하는 ‘유리 에스컬레이터’가 존재한다고 폭로한다. 이처럼 성불평등과 관련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한국 정부는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같은 단편적인 처방으로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나선다. 정치적으로 젠더 갈등을 이용하

기도 한다.

골딘은 한국의 “기업 문화가 세대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 볼 때, 남녀 임금격차와 여성의 경력단절, 유리천장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고착화된 젠더 차별구조를 시장 논리로 해결하긴 어렵다. 결국 국가가 개입해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평등한 관행을 바꾸고, 여성노동자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이미 만들어놓은 성평 등 제도라도 일관성 있게 밀고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가부 해체가 능사가 아니다.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과 상관없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여성 스스로도 자강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여성이 나서서 문제를 드러내고 여성의 목소리로 투쟁의 역사를 써가야 한다. “우리 열 명이니 가라열이 어떨까요? 가라! 여성해방의 길로, 가라! 독재타도의 길로, 가라! 노동자 해방의 길로! 뭐든 다 되잖아요?” 서명숙은 『영초언니』에서 자신이 대학시절 몸 담았던 ‘가라열’을 소개하며, 당시 남학생 중심의 조직 분위기에서 여학우끼리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세상공부를 하다가 결국 민주주의와 사회변혁을 위한 길로 나서게 되었다고 했다. 현 정부가 여가부 장관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나 여성 문제에 대해 취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70년대 ‘가라열’의 외침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가라! 여성해방의 길로, 가라! 독재타도의 길로, 가라! 노동자 해방의 길로!”

출처=반달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Segment-23」

차승언, 레이온사, 폴리에스터사, 아크릴채색, 2022

차승언 작가 전시회는 다음 달 29일까지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반달갤러리에서 열린다. 일, 월, 공휴일은 휴관이다. 이번 개인전 『Your love is better than life』에서 신작 「Weaving Draft」 12점을 중심으로, 설치작업과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 짜듯이 직물 패턴을 기계로 직조해 내기 위한 코드 설계도 자체를 선보인다. 그는 직조와 캔버스 마운팅이라는 물화 과정보다, 코딩 드래프트를 통한 직조 산업의 제작 과정을 환기하고, 테크놀로지 매체 활용의 동시대적 요청과 제도적 상황을 드러내는 비가시적 개념화 과정에 집중한다. 그는 모더니즘 시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한 주요 도구이자 개념인 그리드(grid)를 통해 회화의 본질인 '평면'에 대한 탐구를 수행적인 직조 작업으로 실천해왔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사회복지사 2급 국가시험 추진 톺아보기

기고

현행 사회복지사 자격제도의 1급은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급은 사회복지 관련 법정교과목을 이수하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 이수형으로 운영하고 있다(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 제3항). 그런데 지난 5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법안에서는 사회복지사 2급이 사회복지 관련 교과목 이수 여부를 자격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자격 과잉 공급으로 인한 불균형이 심각하고, 전문성 하락 및 사후관리 부실의 문제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문대학의 사회복지과 개설이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전문대학은 자격시험제도에 대한 고려없이 자격 관련 법정교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했다. 또 전문대학의 독자적인 사회복지사 교육과정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따라서 전문대학은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법안 발의에는 전문대학 사회복지 교육체계의 문제와는 별개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과정이수형 사회복지사 2급 자격제도로 인

하여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하락이나 사후관리 부실 문제를 야기했다는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다. 정부의 정책과 재정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나 위상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이 축소될 경우 가치가 올라가는 재화와는 다르다.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정책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도 사회·경제적 부작용은 없다.

둘째, 돌봄서비스 분야 인력난, 청년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복지 인력 수요 불균형 악화 등의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22일 한국경제학회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고령화에 따른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2031년 사회복지 인력이 최대 58만 3천명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또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셋째, 전문성 강화는 자격시험이 아닌 제도적 개혁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강화는 개인의 사회복지 마인드, 현장 실천경험 및 세부 연수 교육이 체계적으로 결합해야 가능하다. 결국 사회복지 실천 현장의 요구사항은 자격시험 제도를 통해 검증 가능한 전공기초 이론이 아닌 사회복지 마인드 및 실천 역량이다. 이는 사지선다형 시험으로는 검증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회복지계의 중요 현안은 1) 청년층

감소에 따른 향후 노동력 불균형 문제, 2) 사회복지 전문성 향상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사 처우 및 근무조건 개선, 3) 현 교육과정의 현장 중심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등이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시험제도 도입은 상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 아니다. 따라서 자격시험 제도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개편 등 제반 여건을 자격시험에 맞게 재조정되어야 하며, 관련 전문가들의 면밀한 사전 분석․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한다면 사회복지 인력 수요 불균형에 대처하기 위해서 직무 분야별 전문성 분류를 전제로 한 선별적 자격시험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정신건강사회복지사나 학교사회복지사와 같이 분야별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시험제도를 도입하여 분야별 전문성을 평가하고 합격한 자에게만 취업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 그리고 전문성은 실천 경험이 전제가 돼야 하는 만큼 등급 구분의 의미가 없는 현행 1급·2급 자격 등급을 통합하고 시험 응시 자격은 현장경험이 있는 사

회복지학과 졸업자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이채식

한국전문대학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P처럼 살기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나는 ISFJ이다.” 요즘은 나에 대해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아~!”라고 대꾸하며 나의 성격을 대략 파악할 정도로 MBTI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나의 MBTI를 소개하면 아마도 MBTI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나를 ‘내향적이고 현실적이면서 감성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MBTI의 신봉자인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생각해보면 대강 맞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검사를 해보면 이 네 가지 지표 중 유난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있다. 바로 마지막 지표인 ‘J’이다. 이것은 내가 의심의 여지 없이 무지하게 ‘계획적’인 사람임을 보여준다.

사실 MBTI의 ‘J’를 단순히 ‘계획적’이라고만 정의하기는 어렵다. MBTI 검사 사이트 영문판에는 각 지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는데, ‘J’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설명하는 첫 번째 문장은 “판단(J)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분명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이다. 또한 이 특성의 사람들은 ‘명확성과 완결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글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MBTI를 설명한 이유는 내가 요즘 ‘P처럼 살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지도교수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너는 언제나 정답만 말하려고 한다”였다. 그런 말을 듣게 된 것이 모두 나의 ‘J’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기질적인 특성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문학 연구는, 아니 생각해보면 세상의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다. 설령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수많은 오류와 수정,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새로운 정답으로 인해 대체된다. 그런데 심지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철학 연구자인 내가 어떻게든 정답만을 말하고자 해왔던 것이다.

나에게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기간은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는 기간이었을 뿐 아니라, 나라는 인간 자체를 돌아보고 발전시켜 나가는 기간이었다. 평소에는 경험할 일이 많이 없을 정도로 고도로 집중하고 극단적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나는 항상 정답만 말하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류하고 주

저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박사학위논문을 쓰면서 조금은 나아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러한 기질을 쉽게 바꿀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였다면, 그것을 조금이라고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P처럼 살기’이다. ‘P’ 성격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처리할 때 훨씬 더 유연’하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설명은 그들이 ‘마음이 선택의 그물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정답을 찾기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설명한다.

내가 가진 기질을 금방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평생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도 계속 인문학을, 특히 철학을 공부할 것이라면 끊임없이 ‘이미 완성된 정답이 아닌 가능성을 열어두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시도하고 있는 실질적인 방법 중 한 가지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나를 자주 노출하는 방법이다. 학회 발표나 수업 등 기회가 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데,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에 원고를 써보는 이 작업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작성한 이 글을 곱씹으며 앞으로

도 계속해서 발전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하나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K-학술 확산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한국철학을 전공하고, 올해 8월 「퇴계·율곡의 융합과 변용으로서 성호 이익의 사단칠정론-도설(圖說)과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하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철학의 소통과 확산을 위해 한국철학을 주제로 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K-학술확산연구센터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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