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의 권위주의, 과거 터키로 회귀하는 튀르키예

글로컬 오디세이

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에서 투르크 민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투르크 민속, 터키 문화콘텐츠, 다문화 사회가 있다. 대표 저서로 『투르크 지역연구』(공저, 2018), 『터키를 가다』(공저, 2019),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등이 있다.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강력한 지도자다. 20년이 넘도록 정권을 잡은 이슬람 보수주의 성

향의 정치인이다. 유년 시절의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가정환경과 무슬림 성직자 양성 기관이맘-하팁에서 자랐던 성장 배경과 함께 청년 시절 보수주의적 이슬람 성향의 전국 튀르크학생 연합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다져진 정치적 성향이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에서 달변가로 손꼽힐 만큼 정치연설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탁월한 연설 능력은 청년 시절 경험한 정치활동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전국 튀르크학생연합에서 미래 정치 파트너

를 비롯해 현대 튀르키예의 입법·사법·행정·교육·문화계 인사와 사회 주요 엘리트 세력이 된 수많은 인물과 조우한다.

에르도안은 그의 정치경력 내내 이슬람주의와 터키인에 대한 강조,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강력한 권위주의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이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해득실의 문제를 정확히 간파한 고도의 정치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2023년 대선의 성공은 테러와의 전쟁과 난민 송환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관통했다고 볼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대중연설문을 통해 하나의 조국, 통일된 이데올로기를 언급했다. 오늘의 승리가 비단 정의 개발당이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 튀르키예 국민 모두의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 혹은 국민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아니라 공화국 100주년을 맞이해 국가적 목표와 꿈으로 단결하자고 강조했다.

덧붙여 (선거의) 유일한 패배자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와 이들의 배후 세력이라고 지적하고, 최근 쿠르드족과의 충돌임을 쿠르드계 정치인의 실책으로 못 박았다. 에르도안은 또한, 과거 보수 이슬람주의 정치인들의 이름

을 열거하며 그들이 바쳤던 투쟁이 곧 자신의 재선 승리로 실현됐다고 강조했다. 재선의 승리가 곧 튀르키에의 새 시대, '튀르키예 세기'를 열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연설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스탄불의 정복은 내일 새로운 시대를 열고 또 다른 시대에 막을 내리게 할 것입니다. 내일 이 정복은 우리의 이스탄불에서 축하할 것입니다. 축복받은 지휘관이여, 축복받은 병사여. 이 선조의 후손들이 내 앞에 있기를 바라며, 당신들에게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신뢰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이 선거가 우리에게 보이는 튀르키예의 세기가 이러한 전환점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21세기 술탄이라고 부르는 에르도안이 실제로도 자신을 터키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오스만제국의 위대한 역사를 재현할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에르도안의 해당 발언은 테시오도스 성벽 현판에 있는 ‘이스탄불은 언젠가 정복될 것이다. 그것을 정복할 지휘관은 얼마나 행복한 이가 될 것인가, 병사는 또 얼마나 행복한 병사가 될 것인가! 헤지라 857년, 그레고리력 1455년 5월 29일 화요일 아침에 여기 이 열린 문을 통해 정복자(메흐멧 2세)의 군대는 이스탄불로 진입했다’라는 문구를

에르도안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내의 테러나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 곧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튀르키예의 국가 정체성이라고 보는 이슬람과 터키인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 튀르키예 대통령실

떠올리게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문을 통해 경제 회복과 발전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며, 특히, 젊은 층의 일자리 확보와 인프라 및 복지시설 확충 그리고 농축산업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이 그 누구보다도 그의 지지 기반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대변한다.

또한, 에르도안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내의 테러나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 곧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튀르키예의 국가 정체성인 이슬람과 터키인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재선 성공에는 20년 장기 집권과 쿠데타 이후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강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송과 신문, 정부 부처가 에르도안의 선거에 이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영 매체를 이용해 국민에게 가정용 천연가스 무료 제공, 조기 연금 수령, 남부 지역 석유 채굴 선언 등 포퓰리즘을 대변하는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그는 20년 전, 튀르키예의 미래인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공존 가능성을 꿈꾸게 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공화국 건립 10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권위주의적 보수 이슬람주의를 고수하는 에르도안이 튀르키예의 향후 미래에 적합한 지도자라 판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사이버대 정책 다룰 교육부 ‘원격교육지원과’ 필요”

원격대학협의회, 2023 사이버대학 교수·직원 연수

사이버대학, 법·정책·재정지원 소외 한목소리

사이버대학이 교육부의 법·정책·재정지원에서 소외돼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교육부의 독립부서로 ‘원격교육지원과’(가칭)를 설치해 원격교육진흥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사이버대학 교수와 직원들이 요구했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회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개최한 2023년 사이버대학 교수·직원 직무연수 자리에서 나온 토론 결과다. 디지털 기반 시대를 맞아교육패러다임이 온라인 교육 강화로 바뀌고 있고, 원격교육을 선도해야 할 사이버대학의 역량 제고가 필요하지만,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고등교육재정지원사업에서는 여전히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일반대는 8천57억 원, 전문대 5천620억 원을 지원했다. 반면, 사이버대학 정부 지원은 15억 원에 불과하다. 사이버대학 지원율은 21.1%이며 대학별 평균 지원액은 3.5억 원, 재학생 1인당 지원액 1만 830원이다.

이들은 사이버대학이 일반대와 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됐지만, 그동안 교육부 내 사이버대학정책을 입안할 독립부서의 부재로 법규·정책·행재정적으로 소외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6월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일반대학에도 비대면 교육을 전면 허용

했지만, 오히려 사이버대학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일반대의 원격수업에 대한 운영·학사 관리·교육시설 등은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훈령에 따르도록 하고, 사이버대학은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원격교육 설비 기준 고시’를 대통령령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이중적 기준의 적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성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은 “온·오프라인 교육의 탈경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 사이버대학이 선제적인 혁신기제를 마련하는 데 이번 연수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대학 교직원은 제도개선 사항으로 △사이버대학 정책을 다룰 교육부 원격교육지원과 설치 △한국원격대학협의 회장 고등교육재정지원위원회 참여 △고등교육재정지원사업참여지원 확대 △정원 외 재외동포 특별전형 신설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원격대학협의회의 법정기구화도 시급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대학 교육을 공인할 협의회의 법적 근거 부재로 베트남·중국 등의 국가에서는 사이버대학 학위를 인정하지 않아 글로벌 교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법안은 지난 2020년 11월 발의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는 발전기획위원회 등 11개 행정실무위원회의 분야별 토론회에서 제기된 제도개선 사항을 교육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전북대, “무전공 모집으로 ‘학생 중심 대학’실현”

105개 학과 모집 단위 광역화 추진

전북대(총장 양오봉)가 글로컬대학30 사업으로 신입생 모집단위 광역화와 학생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생 중심 대학’을 실현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전북대는 100개가 넘는 학과와 단과대학 간 칸막이를 없애고 광역화해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학·전과 비율 확대로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고, 복수(부) 전공 신청을 위한 성적 기준도 폐지할 방침이다.

전북대는 2025학년도부터 106개 모집단위를 42개로 줄이고, 2028학년도엔 24개로 대폭 광역화한다. 2025학년도에는 공대와 농생대·사회대·상대·생활대·자연대가 1개 모집단위로 광역화한다. 2028학년도에는 인문대학도 모집단위 완전 광역화를 추진한다. 전북대는 “이런 광역모집은 모집인원이 3천500명 이상인 거점대학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식되고 있다”며 “그러나 전북대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 과정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고 설명했다.

학생은 자기설계 부전공을 하나씩 더 공부할 수 있고, 전북지역의 특화된 첨단산업 분야인 2차전지와 방위산업 관련 전공, 그리고 부안의 에코농산업이나 장수 농업시스템, 고창의 한옥건축, 남원의 뷰티산업 등 기초 지자체와의 계약학과에서 지역 수요에 맞는 공부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전북대는 이같은 학생 중심의 혁신안 마련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학생 대상 설문조사와 설명회를 거쳤다. 단과대학 설명회와 학부(과)협의, 모집단위 계획안 확정을 위한 구성원 설명회 등을 거쳐 지난 9월말 최종 동의 절차를 완료했다.

특히 지난 9월, 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참여 학생 2천800명 중 80% 이상이 학사구조 개편안 등에 찬성했다. 지난 4월2천43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컬대학 학생 인식조사’에서는 65%가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여러 계획을 관통하는 가장 기본은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학생 중심의 새로운 대학문화를 구축하고,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하고 자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상법기본강의 제7판

피엔씨 미디어

5356년도#제5차#한국예술종합학교#전임교원#채용#공고

1. 모집 분야 및 인원 (※복수지원 불가) 소속 원소속 학과전공 분야모집 인원

음악원음악학과음악 철학 연구 1 영상원애니메이션과애니메이션 연출 1 미술원건축과도시건축 1 2. 지원 요건 1) 지원서 접수마감일(D23.10.31.) 현재 「국 가공무원법」 제 33조 및 「교 육공무원법」 제 10조의4에 의한 임용 결격사유가 없는 자 2) 「대 학교원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에 의한 교원자격을 갖춘 자

3) 해당 모집분야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자 ※ 자세한 사항 본교 홈페이지 및 교원공채시스템 참조 3. 제출서류 (원서접수) 1) 1 차 접수 : 2 023. 10. 24.(화), 09:00 b 10. 31.(화), 18:00 ? 한국시각 기준A

- 교원지원서, 연구(실기)실적목록, 자기소개서, 최종 학위(졸업) 증명서, 최종 학위 성적증명서 등

※ 인터넷 입력 접수(본교 교원공채시스템)하되, 최종 학위 논문(작품), 대표논문(작품)은 방문 또는 우편 접수

2) 2차 접수 : 기초심사 합격자 발표 후 별도 공지 - 최근 4년 이내(2019.11.01.b2023.10.31.) 연구실적물 각 7부

- 학력‧ 성 적 증명서 원본(대학, 대학원) 각 1부

- 경력‧ 재 직 증명서 원본 각 1부

- 사진(3.5×4.5) 1매 ※ 기초심사 합격자에 한함 / 방문 또는 우편 접수 ※ 자세한 사항은 본교 홈페이지(LXXT://[[[.OEVXW.EG.OV/) 및

교원공채시스템 (LXXT://[[[.OEVXW.EG.OV:8103/MRZMXI/MRHI\.HS)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3년 10월 12일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서울대 법인화 20년, 글로벌 경쟁력 갖췄나

데이터로 읽는 대학⑮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 1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네 번째 주제는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이다. 국내의 우수한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국립대학인 서울대를 분석한다. 첫 번째 소주제는 ‘서울대의 현황: 서울대는 누구인가?’이다. 두 번째는 ‘누가 서울대를 가나’, 세 번째는 ‘서울대의 위상과 글로벌 경쟁력’, 네 번째는 ‘서울대의 설립목적과 구조조정’을 다룬다. 우리나라 대학을 대표하는 서울대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 방안을 제시한다.

2004년 12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방안으로 ‘대학구조개혁특별법’의 주된 내용 가운데 하나가 국립대학 법인화였다.

서울대는 2008년 1월 ‘자율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9월에는 법인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법인화의 목표를 자율적인 대학 운영 및 개혁과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 구축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운

영체제의 혁신과 효율화, 획기적인 재정확충, 국제화 체제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 조성, 교직원의 신분 안정과 능력 향상 등이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위원회의 시안을 일부 반영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대법’은 12월 27일 공포됐으며, 2011년 12월 2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법)’가 설립됐다.

서울대 법인화, 자율성과 경쟁력 실태

그러나 대학 구성원의 상당수가 서울대의 법인화를 반대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법인화가 초래할지 모르는 현실적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법인화는 서울대가 국가로부터의 법적인 독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학생의 경우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당면한 문제였다. 직원은 법인화로 인한 신분 변동

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법인화가 되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기 때문에 급여의 수준보다 고용의 안정성을 더 걱정했다. 직원들은 법인화와 관련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신분 안정과 고용승계 보장’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특히 교수 사회에서 제기된 비판의 핵심은 ‘서울대법’에 반영된 거버넌스 구조가 대학 자율성과 내부적인 민주주의를 침해하며, 대학이 법인화를 통해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국가와 기업에 예속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법인화를 통해 시장경제 논리가 대학에 도입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민영화를 통한 적자생존의 경쟁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는 서울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안정적인 정부의 재정지원을 원하는 온실 속에 꽃이 되기를 원했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을 원하면서도 경쟁을 통한 성장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

서울대 연혁

1946. 8.22.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 공표

1946. 10.15. 국립서울대학교 개교

1953. 4 ‘국립학교 설치령’ 공포로 ‘국립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로 변경

1970. 4.08. 서울대학교 설치령 제정(국립학교 설치령의 구속을 받지 않게 됨)

2011. 12.28.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z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로 전환 ※ 출처 : 서울대학교 70년사

서울대 단과대학 및 학과(전공) 수 현황(2023)

단과대학학과(전공)수단과대학학과(전공)수

간호대학1사회과학대학 9 경영대학1생활과학대학 4 공과대학14수의과대학2

농업생명과7약학대학 4 미술대학 5 음악대학 6 사범대학15의과대학1

인문대학15자유전공학부1

자연과학7 계92개 대학이 정보공시한 자료에는 108개로 나와 있으나, 단과대학이 학과에 포함돼 있어 이를 제거하면 92개임 ※ 출처 : 서울대 홈페이지

서울대 교원과 학생 통계(2023) (단위: 명)

비전임

원교교수부교수조교수소계겸z초빙강사기타소계

1,5804852432,308408명1,3402,1132,208외국인학생

생학학사과정석사과정박사과정소계학위과정 비학위과정 소계

16,6626,6995,70429,0652081,2021,410 ※출처 : 서울대 홈페이지

았다는 것이다.

최고의 국립대학, 선도 역할 하고 있나

서울대 현황을 대학알리미 자료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면, 16개 단과대학, 1개 자유전공학부로 총 92개 학과(전공)가 개설돼 있다. 사범대학과 인문대학 학과수가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공과대학 14개, 사회과학대학 9개 순이다.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을 포함해 12개 대학원이 개설돼 있으며, 5개 캠퍼스(관악·연건·수원·평창·시흥)가 있다.

대학의 규모를 알 수 있는 2023년도 교원과 학생수를 살펴보면, 전임교원이 2,308명이고, 비전임은 2,203명으로 전체 교원은 4,506명이다. 학생수는 학사과정 16,662명, 석사과정 6,699명, 박사과정은 5,704명으로 총 29,065명이 재학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수

는 학위과정 208명, 비학위과정 1,202명으로 총 1,410명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재학생 수는 15,870명, 신입생 수는 3,484명, 취업자 수는 3,324명으로 71.1%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천286만6천 원, 전임교원수는 2,278명으로 전임교원확보율은 120.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장학금 규모도 307만9천 원이다. 서울대의 재정규모를 보년 예산이 9천986억 원이며, 이중 정부보조금은 5천775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57.8%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학술 교육협정은 61개국 375개 기관과 맺었으며, 학생교환 협정도 46개국 263개 기관과 맺고 있어, 국제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중도탈락 학생수는 405명으로 1.9%이며, 이중 자퇴가 330명으로 8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수 1인당 연구비는 교내외를 합치면 2억 8천

5백만 원 규모로 다른 대학과 비교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의 연구과제수도 교내 460개, 교외2,544개로 3천 개가 넘는 과제를 수주하고 있어 타대학과 비교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는 각종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국립대학 뿐만 아니라 주요 사립대학과 비교해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수준도 글로벌 주요 대학이나 아시아권의 주요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법인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의 인식에서 드러났듯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중적인 특혜와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해온 서울대가 설립 80주년을 몇 년 앞둔 시점에서 과연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서울대가 제시해온 각종 발전계획이 국내에서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국립대학으로서의 선도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사립대학에도 있고, 잘 운영되는 학과들이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국립대학의 설립목적에 맞는지, 학령인구 감소시대에 사립대학과 경쟁하면서 서울대에 그 많은 학과가 필요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교육부 고위직 27명 자리 사라진다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

‘교수·민간 전문가’로 임용

그동안 교육부 공무원이 임용되던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를 전면 개방해 ‘교수·민간 전문가’ 등이 임용되고, 임용 권한도 국립대 총장이 직접 행사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사무국장으로 임용되던 교육부 일반직 공무원 정원 27명을 감축한다. 국장급 고위공무원단 18명, 3급 9명의 자리가 줄어든다. 직위 개방에 따른 민간 전문가 임용을 위해 별정직 형태의 사무국장 정원27명을 신설한다.

교육부는 지난 6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립대 총장 간담회를 열고, 총장의 사무국장 임용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 사항과 향후 추진 일정을 공유했다. 교육부는 「국립학교 설치령」 등 5개 법령을 오는 27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올해 11월 안에 제도 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사무국장 임용 방식과 채용 절차 등을 담은 세부 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안내할 예정이다.

‘교수’ 사무국장은 기획처장이나 교무처장과 같이 국립대 내 교수나 부교수가

사무국장 직위를 겸임하게 된다. 총장이 원하는 교수에게 사무국장 직위를 부여해 전임교원이 사무국장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민간 전문가’ 사무국장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선발해 임용한다. 채용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한 모든 인사권을 국립대총장이 행사할 수 있도록 임용 권한을 전면 부여한다. 임기는 1년으로 하되, 당해 총장 임기 내에서 연임이 가능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은 교육부 입장에서 는 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정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고, 대통령의 결단과 의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총 27명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고 일부 부처의 고위 공무원 전체 규모에 해당하는 인원이 민간으로 이양되는 큰 결정”이라며 “그동안 국립대는 교육부의 산하기관처럼 인식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면에서는 사무국장 임용을 통해 이뤄졌다. 그걸 과감하게 거둬들였다는 면에서 국립대의 지위가 독립적인 지위로 근본적으로 크게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강원·영남대 등 13개 대학 ‘최우수’

2023년 산업계관점 대학평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원장 김우승)은 지난 13일 2023년 산업계관점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평가 분야는 환경·에너지·조선해양·자율주행자동차·지능형로봇 5개 분야로 22개 대학 33개 학과가 신청했다. 이 가운데 13개 대학의 14개 학과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최우수 평가를 받은 대학은 교육부·경제5단체·한국공학교육인증원 공동 명의의 인증패가 수여된다.

산업계관점 대학평가는 산업계와 대학 간 소통을 확대하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력양성을 위해 대학 교육과정 개선·운영을 목표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올해는 평가 분야를 기존 4개에서 5개 분야로 확대했으며, 산업계 기반 교육과정 설계, 운영 및 운영 성과 등 3개평가영역, 9개 지표로 평가했다.

대학은 기업연계 현장실습, 취업 연계교육과정 개설, 산업체와 업무협약 체결, 현장실습 고도화를 통한 산학친화형 교육과정 추진 현황 등을 제출했다. 평가위원회는 현대자동차·한화오션 등 24개 기업의 산업계 인사와 유관기관 인재양성 담당자 등으로 구성됐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2023년 산업계관점 대학평가 결과 최우수 대학

※ 학교명은 가나다순

평가분야 최우수 대학(학과)

주요산업

①강원대(에코환경과학전공), ②서울과학기술대(환경공학과), ③전북대(환경공학과),④창원대(스마트그린공학부 환경에너지공학전공), ⑤충남대(환경공학과), ⑥충북대(환경공학과)산업에너지①강원대(삼척)(에너지공학부), ②영남대(화학공학부)

조선해양①인하대(조선해양공학과)

첨단산업

자율주행자동차①가천대(미래자동차학과), ②숭실대(%-융합학부), ③영남대(미래자동차공학과)지능형 로봇①중앙대(기계공학부), ②한라대(기계자동차로봇공학부)

2024학년도 전기 대학원 신· 편 입생 모집 안내

2024학년도 전기 대학원 신· 편 입생 모집 안내 2024학년도 전기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융합과학대학원 국방인공지능응용학과 신입생 모집 안내

1. 모집단위 및 인원 1) 석사과정: 567명(일반전형, 학과간협동과정, 학연산협동과정) 2) 박 사과정: 188명(일반전형, 학과간협동과정, 학연산협동과정)1. 모집단위 및 인원 3) 석 z박사통합과정: 위 박사과정 모집인원에 포함(일반전형) 정원 외 전형 1) 석사과정: 11명 / 2) 박사과정: 2명 2. 원서접수 기간 : 2023. 10. 16.(월) 09:00 ~ 11. 3.(금) 17:00 2. 원서접수 기간 : 2023. 10. 16.(월) 09:00 ~ 11. 3.(금) 17:00 3. 원서접수 방법 인터넷 접수(대행업체: 유웨이어플라이) ※ 방문접수는 시행하지 않음 3. 원서접수 방법 본교 홈페이지(LXXT://[[[.WISYPXIGL.EG.OV), ㈜유웨이어플라이 홈페이지(LXXT://[[[.Y[E]ETTP].GSQ)4. 서류 제출기한 : 원 서접수 후 ~ 2023. 11. 8.(수) 17:00까 지 제출(도착) 본교 홈페이지 하단 배너 클릭 하여 조회 또는 ㈜유웨이어 플라이 홈페이지 조회 ※ 2023. 11. 8.(수) 17:00까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51번 건물) 입학처(3층 306호)에 서류(입학원서 포함)가 도착하여야 함 (우편접수 시 2023. 11. 8.(수) 소인까지 유효)4. 서류 제출기한 : 2 023.10.16.(월) 09:00 ~ 2023. 11. 8.(수) 17:00까 지 제출(도착)

※ 제출서류는 모집요강 13b15 페이지 참조 ※ 우편(등기, 특급) 및 택배 제출 ※ 방문접수 불가 (우편접수 시 2023. 11. 8.(수) 소인까지 유효)

※ 제출서류는 모집요강 7 페이지 참조 5. 면접 및 구술고사 : 2023. 12. 1.(금) ~ 12. 2.() 대 면 또는 비대면 면접(학과별 선택 진행) ※ 면접고사 일정(시간 및 장소 등)은 11월 말 홈페이지에 공지(예정)5. 학교 면접 및 기업 면접 : 2023. 12. 1.(금) ~ 12. 2.() 대 면 면접 ※ 위 일정은 본교의 사정(코로나-19 감염병 확산방지 등)에 따라 변경 및 조정될 수 있음 ※ 면접고사 일정(시간 및 장소 등)은 11월 말 홈페이지에 공지(예정) ※ 위 일정은 본교의 사정에 따라 변경 및 조정될 수 있음 . 합격자 발표 : 2023. 12. 15.(금) 14:00,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홈페이지 공고 ※ 개별 통지하지 않음 . 합격자 발표 : 2023. 12월 중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홈페이지 공고 ※ 개별 통지하지 않음 7. 등록금 납부 : 2024. 1. 17.(수) ~ 1. 23.(화) 7. 문 의 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학처(02)970-6018, 6019) (입학지원절차 및 서류제출 문의)

8. 문 의 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학처(02)970-6018, 6019) ※ 학사 관련 문의: 02)970-6798 ※ 학사 관련 문의: 02)970-6799

※ 장학금 관련 문의

02)970-6793(일반, 산업, 주택) / 02)970-6801(철도, -8정책, 융합과학) 총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

누구에게나 익숙한 ‘지방소멸’, 서울·지방 이분법은 그대로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55 ‘서울·지방’ 프레임 바깥에서 지역 연구하기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나는 체현된 위치성을 바탕으로 상황적 지식의 구축을 전망한다. 지역의 안과 밖에서, 그리고 지역의 경계 위에서 도전하는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인식이자 우리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말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역연구는 주로 개별 지역의 독특한 현상을 사례 연구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방식의 연구는 사회적 담론만큼 자연스럽고 어떤 때는 대중적으로 관심이 쏟아지기도 한다. 지역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획득하게 되고, 지역의 삶이 특정한 것으로 재현된다. 그때마다 지역연구가 ‘재현 없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생겼다.

문제의식을 가진 건 박사학위 논문을 마칠 무렵이었다. 청년세대 담론의 문화정치와 실천을 연구하면서 인터뷰를 위해 매번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당사자 실천이 서울에 국한된 것이 아닐진대, 학위논문을 시작하던 시기의 나는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지방이라 칭해지고 있는’ 지역에 살면서 연구하는 나를 되돌아보며 이질감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청년세대는 동질적으로 집단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집단의 표상은 매우 한정적이다. 한 세대 내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삶에는 수많은 사회적 변수가 교차적으로 얽혀 있기 마련이다. 교차성은 정상/비정상이라는 관념을 이끄는 이분법을 비판하고, 여러 차별과 억압의 요인이 맞물려 작동하는 것을 지적하는 개념이다. 내가 주목한 교차점은 지역이었다. 청년세대 담론에서 지역 청년의 위치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고, 그런 위치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재현이 삶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에 지역이 어떤 이분법에 놓여 있으며, 한계를 넘어설 방법은 무엇인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서울/지방, 중심/주변, 상부/하부, 도시/농촌 등의 이분법을 통해 배치되어왔다. 1970년대 발전주의적 국토개발계획 이후 위계적 이분법에 따른 국토 관계가 설정되었다. 지역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지역주의의 동원은 국토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재편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다. 지역균형은 1970년대에도 등장했던 언어이며 지금도 지역분산이라는 말을 통해 지역 간 격차와 갈등에 관한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은 대개 신산업또는 관광산업의 유치로 한정되어 있다. 지역은 성장이 ‘미완성’이거나 ‘미진한’ 공간으로만 읽히게 된다. 국가나 기업이 산업을 배치해줘야 하고, 숨은 자원을 발굴해 관광 산업화하는 것을 지역 격차의 해결책으로 제시할 때 지역은 자신을 표현할 언어를 아직 찾지 못한 수동적 공간이 된다.

이분법적 프레임 속의 지역

더욱이 최근 지방소멸로 운위되는 지역 담론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쇠퇴의 공간으로 지역을 재현한다. 수도권 인구는 50%를 넘어섰고, 지역 인구는 갈수록 감소한다.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른 소멸위험 지역은 118곳(2023년 2월)으로 지방소멸이 현실화되었다고 진단된다. 정부는 인구감소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시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성장촉진지역과 특수상황지역 등의 지정을 통해 해당지역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지원을 언표했다. 2023년 7월 이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곳곳에서 지방시대위원회가 발족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앞으로 주목해볼 일이다.

지역의 ‘지방화’와 납작한 재현

나는 한국 사회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문제 삼고, 지역이 늘 수도권과 대비되어 인식되었음을 비판해왔다. ‘지역을 지방으로 만드는’ 지역에 관한 제한된 사회적 상상이 그 대표적 예다. 지역을 관광 소비나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거나 전근대적이고 가부

최근 지방소멸로 운위되는 지역 담론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쇠퇴의 공간으로 지역을 재현한다.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른 소멸위험 지역은 2023년 2월 118곳으로 진단됐다. 그러나 지방소멸을 진단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며, 이 많은 지역이 ‘실제로’ 소멸한다는 논리는 한국사회 지방이 처한 현실을 상기시키기보다 지방을 소멸할 장소로만 여기도록 한다.

이미지=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

장적인 공간으로 여기는 한편, 낙후되고 쇠락하는 수동적 공간으로 보는 방식이다. 나아가 혹자는 지역 사람에게 열등감이나 좌절감과 같은 정서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지방대생이 차별을 내재화하면서 지역에 적당히 안주하는 삶을 산다고 설명한다. 나는 2000년대 이후 지방청년, 지방대, 지방가족을 둘러싼 국내 학술 담론을 대상으로 지역 재현의 타자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지역에 관한 서술은 객관적 사실처럼 보이지만 구성된 재현에 가깝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지역을 특정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스테레오타입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연구·정책·언론 등 담론 주체가 지역을 진단하는 방식은 지역 격차라는 적확한 현실을 짚고있는 듯 하지만, 한편 지역을 묘사하는 동시에 대표하는 재현의 이중 회합을 실행한다. 예컨대, 지방소멸은 지역의 위기를 말하는 듯 하나 해결이 시급한 비정상화된 공간으로 지역을 배치해 낙인찍는다. 하지만 지방소멸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언어가 되었듯 지역에 관한 언술은 일종의 징표처럼 지역을 상징한다. 이런 방식은 수도권/지방 이분법을 재생산하는 구조화와 단절되지 않았음은 물론 그러한 논리의 재생산을 돕는다.

지역을 떠나거나 남는 ‘숫자’가 될 뿐

단순화된 재현 밖에 삶을 설명할 길이 없는 지역사

람들에게 남는 건 실패의 얼룩이다.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제약을 실제로 경험하고, 내가 사는 공간과 자신이 부정적으로만 재현되는 상황에서 지역사람은 자기비하와 억하심정을 느낀다. 지역 청년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담론 앞에서 자신의 삶을 의심한다. 그러나 서울로 떠나거나 또는 지역에 남겨지는 선택지 앞에 놓인 지역사람의 복잡다단한 정동은 논의되지 않는다. 그저 떠나거나 남는 ‘숫자’가 될 뿐이다. 그런데 지역 청년의 떠남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방소멸을 촉발한다는 혐의를 받고, 특히 가임기 여성으로 환원되는 지역 여성 청년의 이동은 인구소멸을 야기하는 ‘문제적 대상’이 된다.

상황적 지식으로 한국 사회를 지방화하기

지역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지식화할 것인가는 연구자의 선택과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구자의 성찰적 질문은 쉽게 생략되고 지역을 특정하게 묘사하는 연구자가 지역을 대변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연구자는 자신

이 있는 위치에서 사유를 형성하며, 그런 점에서 장소와 지식은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다. ‘마치 장소를초월하는 듯하는’ 지식의 객관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지역에 대한 특정한 분석 결과가 보편타당한 것으로 주목받는 것을 계속 목격할 수밖에 없다. 내가지향하는 것은 연구자의 체현된 객관성을 바탕으로한 ‘지역에서의 의미 있는 앎’이다. 이에 나는 자문화기술지를 통해 지역 연구자의 지역 연구 수행 경험을해석하고, 지역 연구자의 체현된 위치성을 강조하는연구를 수행했다.나는 연구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예술인·디자이너를 만났다. 우리가 경험한 지역안팎의 상이한 위치는 지역이 단지 중앙/지방이라는이분법적 대당관계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나는 체현된 위치성을 바탕으로 상황적 지식의 구축을 전망한다. 지역의 안과 밖에서, 그리고 지역의 경계 위에서 도전하는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도나 해러웨이의 말처럼 상황적 지식의 주체들로서 우리의자리에서 보고 듣고 증언하며 묘사하는 것을 ‘해명하고 상처받으면서’ 지역에 관한 다른 앎을 형성할 수있다. 이는 기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인식이자 우리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말하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나의 과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지역을 다시 말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 구성체를 형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권수빈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연구교수

지역과 교차성, 공동체문화/예술을 연구한다. 청년 담론과 미디어 정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 사회 ‘지역(지방)적인 것’의 재현에 관한 문제의식으로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재현의 비판을 넘어 지역-연구하기의 대안적 방법론을 고민 중이다. 『청년세대 연구에 지역이라는 교차로 놓기: ‘지방대학생/지방청년’에 관한 학술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2020)와 『‘나’를 지방화하기: 지역-연구자의 지역성에 관한 물음』(202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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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전자형 만드는 야생동물…“포괄적 감시 필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주최하는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이 열렸다. 이날 모인 14개 국의 전문가는 각 지역별 야생동물 관리 현황을 발표하고 국제협력을 모색했다.

사진=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동물 감염병, 종간 전파를 막아라

14개 국가 연구기관·국제기구

전문가 모여 협력 체계 논의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신종감염병의 약 70%는 동물에서 유래하고 있다.” 최영기 충북대 의대 교수(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만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야생동물 매개 감염병이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 교수는 인구 증가에 따라, “1명의 감염병 환자가 내일이면

100만 명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안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 20세기에 세 번의 팬데믹이 모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야생조류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돼지는 조류와 인간의 중간 숙주로서 유전적 혼합 용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돼지와 조류에 대한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

최 교수는 진드기로 인해 중국·한국·일본으로 전파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호주·미국·북미까지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진드기 몸 속에서 복제·변이된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 의해 신변종 감염병

으로 전염될 수 있다”라며 “종 사이 전파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야생동물이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형을 만들 수 있다”라며 “질병 X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야생동물 감염병, 아·태지역 협력체계 구축이번 정책원탁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중국·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의 국가 연구기관과 국제기구 전문가가 참여했다. 야생동물 감염병에 대한 포괄적 감시·관리 체계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캄보디아·호주·중국·태국·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동물보건

기구(WOAH)·국제자연보전연맹(IUCN)·아시아야생동물보전의학협회(ASCM) 등이 모였다.

회의를 주최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신동인 원장은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가축과 사람간 종간 전파를 막기 위해 조류인플루엔자‧ASF‧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에 대한 과학적 진단과 분석을 해왔다”라며 “아·태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람-동물-환경의 통합적인 질병관리인 원헬스(One Health)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선 슬리먼 미국 지질조사국 야생보건 과학자문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진화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라며 “그렇기에 글로벌 파트너십에 기반 한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

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통상적인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온라인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표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야생동물 감염병 연구에서는 지리적 형태의 분석을 통한 감염병 생태학과 모델링이 중요하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강점은 연구개발의 파이프라인이다. 실험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미생물학·독물학·야생동물 백신 등 감염병 관리 도구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모여 있다. 이를 위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프라도 확장하고 있다. 슬리먼 과학자문은 “우리의 전략적 계획은 글로벌 보건과 환경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

하는 것”이라며 “야생동물과 환경 보건을 완전히 통합하고 인간-동물-환경 건강에 대한 결과를 최적화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사회 위협하는 멧돼지 출몰과 돼지열병

일본의 멧돼지 관리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국가 농업·식품기구인 NARO의 축산과 초목과학연구소의 수석과학자인 시케키 히라타 박사는 “일본에서 멧돼지의 분포 지역은 1978년에 비해 2020년 약 2배로 넓어졌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의 중심인 서부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일본은 약 70%가 산림이고 굴곡이 많다. 이 때문에 맷되지의 피해 관리, 서식지 관리, 개체수 조절 등을 위해 펜스를 많이 쳐 놓았다.

히라타 박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멧돼지의 포획 수는 6배나 늘었다. 많은 농부들이 사냥자격증을 취득해 덫 등을 이용해 멧돼지를 도태시키려고 한 것이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60대이상 노인들이 사냥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다. 영리하지 못한 새끼 멧돼지가 덫에 자주 걸리고 있다. ASF 등 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개체 수 조절과 백신 처방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백신 주입은 사냥과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다. 거리와 지역을 감안해 백신·덫·마취 사냥 등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히라타 박사는 일본 사회에 도래할 심각한 문제는 돼지열병이기에 정보 수집·백신 개발·국제 협력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감염병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고, 국가 간연대와 공동 대응을 위해 정책원탁회의 운영방안과 선언문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관한 선언문’을 도출했다. 선언문에는 △포괄적 감시체계와 조기경보체계 구축△과학적 진단 및 분석 추진 △정보 공유하기 △교육과 훈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존중 △국제협력 강화 △지속 가능한 야생동물 감염병 관리 추진 등 7가지 정책 방향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야생동물 감염병의 체계적 관리를 강조하고, 환경·농림·축산 분야의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대한 의지 등도 담았다. 제주=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하는 ‘생태독성학자’

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㉘ 건국대 곽진일 연구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여덟 번째는 건국대 곽진일 연구교수이다.

화학이 일상에 접목돼 있지만 혐오도 동시에 나타나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 시대이다. 그렇다면 환경독성학이 더욱 중요해진다. 곽진

일 건국대 휴먼앤에코케어센터 연구교수는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화학물질의 생태독성과 환경위해성평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태독성학자(Ecotoxicologist)’다.

곽 교수는 최근 5년간 발표한 SCI 논문 37편 중 22편에 제1저자로 등재돼 있다. 그중 20편의 논문은 상위 10%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의 내용은 대부분 화학물질에 대한 생태독성을 평가하고, 화학물질의 노출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수준을 예측하는 연구이다. 플라스틱은 고독성 물질은 아니지만 사용량과 폐기량이 많아 지구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 습관화된 편의성을 포기하고 플라스틱의 사용량 줄

이기를 실천한다면 지속가능한 환경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생필품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화학물질의 장점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사용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위해성(危害性)이 관심의 초점이다. ‘케모포비아’라는 단어가 대중에 퍼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생태서식종이 영향을 받는다면 인체에 미칠 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곽 교수는 “환경독성학은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인간과 생태계가 살아가는 환경에 끼칠 위해성을 규명하는 학문”이라며 “수없이 많은 화학물질 중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을 위해 화학물질 관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환경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환경독성과 생태위해성평가 기법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같은 환경선진국에서 정책 마련 및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생태독성과 악영향

곽 교수는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화학물질이 물또는 토양으로 유출됐을 때 생태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환경독성·위해성 연구실에서 주도적으로 수행 중인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생태독성에 관련된 연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회용 포장용기나 마스크·장갑 등 폴리머 소재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곽 교수는 “적절히 폐기 또는 재활용되지 않고 함부로 버려진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이 생태수용체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분석하고, 생물의 활동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은 크기로 파편화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토양오염이 지렁이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렁이의 활동에 의해 더 작은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한 논문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초기 연구와 다수의 연구에서 형광을 가진 구(sphere)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을 이용한 고농도 노출시나리오 상태에서 생태독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캠퍼스북

대학교재 전자책 플랫폼

#가속하라

로빈 맥케이·아르멘 아바네시안 엮음 | 김효진 옮김 | 갈무리 | 544쪽

이 책은 현대 철학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 정치사조와 관련된 대단히 긴급한 텍스트들의 모음집이다. 가속주의적 충동을 추적하며 그것의 계보를 제시한다. 1990년대 영국의 음지 사이버 문화와 1968 혁명 이후 시기의 열광적인 동요를 품고 있는 원천들로 되돌아간다.

분석 철학 대 대륙 철학

제임스 체이스·잭 레이놀즈 지음 | 이윤일 옮김 | b(도서출판비) | 463쪽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 소장 학자들인 제임스 체이스와 잭 레이놀즈가 영미 분석 철학과 유럽 대륙 철학이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서로 대립하고 소통하지 못했던 저간의 사정을 여러 측면에서 탐구해나간 『Analytic verus Continental』(Acumen, 2011)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철학의 방법과 가치에 관한 논변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우리말로 옮겼다.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강준만 지음 | 강지수 사진 | 인물과사상사 | 376쪽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행복이 무엇인지 계속 묻는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맨다면 결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침에 세운 계획을 오후에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아침에 위대한 것이 저녁에는 미미해지고, 아침에 진실했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대전환 시대의 국가론

김상배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20쪽

이 책은 크게 역사·사상, 자본주의, 팬데믹·정보화라는 세가지 맥락에서 국가론을 살펴봤다. 국가에 대한 인식이 역사적·사상적으로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살펴보고,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의 다양한 요소들(노동, 자본, 산업화, 세계화)과 국가의 관계성을 논했다.

관리자본주의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지음 | 김덕민 옮김 | 두번째테제 | 320쪽

관리자본주의라는 현상이 오늘날 자본주의적 세계 구조 속에서 지배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 구조에서 관리주의적 구조로의 현대사회 생산관계의 역사적 변화를 살펴보면서 지배계급인 관리자들과 자본가들의 혼종성과 이중성, 세계적 차원의 제국주의적 위계관계 및 신자유주의 내 지배계급의 두 분파 사이의 긴장 및 동맹을 둘러싼 움직임을 분석한다.

과학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김유항·황진명 지음 | 사과나무 | 332쪽

챗GPT의 충격이 지식 생태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계가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남은 영역은 창조적인 능력이다. 결국 인간에 집중해야 하고, 그 핵심은 인문학이다. 평생 과학을 가르치고 연구한 저자들은 과학 지식과 함께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피며 결국 인공지능의 시대 결국 우리가 천착할 곳은 인문학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강소천 외 36명 지음 | 교보문고 | 152쪽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대산문화재단이 기획한 동요그림집인 이 책이 교보문고에서 출간됐다. 2022년 KBS 라디오에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우리 동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와 시인 박혜선이 시대를 대표하는 동요 50편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낭형당 만필

차배근 지음 | 늘봄 | 352쪽

우리나라 언론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저자다. 그가 쓴 『커뮤니케이션학 개론』(1976년)은 지금도 대학 강단에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고, 또 언론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훈하기까지 했다. 낮엔 농사짓고 밤에 연구해 2022년 『우리나라 전통 신문 조선시대 조보 연구: 조선왕조실록사료를 바탕으로』란 연구서를 펴냈다.

신유물론 패러다임

다이애나 쿨·사만타 프로스트 지음 | 박준영·김종갑 옮김 | 그린비 | 480쪽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 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물질적 세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질적 요인들을 전경화(foregrounding)하고 물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재구성하는 것은 21세기에 공존의 조건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유물론의 현실을 인식하고 물질의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역자가 말하다_『우화로 읽는 장자』 장자 지음 | 김창환 옮김 | 연암서가 | 287쪽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

너와 내가 구분 없는 물아일체가 호접몽

비유·상징의 우화를 역주하고 쉽게 해설

사람들은 대개 주관이나 고정

관념 등에서 비롯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편견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제약한다. 장자는 전국시대의 혼란기를 살면서 국가나 개인 간에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투쟁을 목도하고 그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했다. 그는 결국 다양한 갈등이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상대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지혜의 책인 『장자』를 저술했다.

장자가 이를 위해 동원한 방법이 우언(寓言)이다. 제27편인 「우언」에서 이 책

의 10에서 9가 우언이라고 하였듯이[우언십구(寓言十九)], 『장자』 책은 대부분이 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언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우화와 동의어로, 다른 것에 가탁해 뜻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알리는 수단이다.

장자는 그 효과에 대해 ‘자식의 중매’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기를, “아버지는 자기 자식을 위해 중매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칭찬하는 것은 자기 아버지가 아닌 자(가 칭찬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親父不爲其子媒. 親父譽之, 不若非其父者也.)”라고 했다. 제삼자에 의지해 말하는 효과, 즉 우언의 효과를 밝힌 명언이다.

이 책은 장자 사상을 대변하는 우언들을 역주하고 해설을 붙인 것이다. 여러 종류의 『장자』 번역서가 나왔지만 대개 『장자』에 나오는 우언들에 대해 번역만 하고 해설이 없어, 그 본의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본서에서는 「해설」란을 두어우언에 깃들여 있는 본의를 설명함으로써 장자가 전하려 했던 주장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장자가 자신의 지론을 설파하기 위해 그 핵심을 대부분 우언의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본서를 통해서 『장자』 의 정수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언은 직접 서술이 아닌, 비유와 상징을 통해 표현하기 때문에 본의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장자』 「소요

유」편의 ‘곤어와 붕새’의 우언을 보면,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 물고기인 곤어가 변해서 역시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 붕새가 된다고 했다. 그 본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곤어와 붕새가 상징하는 의미로부터 전체적인 맥락을 찾아가야 한다. 그 「해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곤(鯤)’은 원래 물고기 알인데 여기에서는 반대로 큰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로 끌어와 크기에 대한 고정 관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것 역시 대상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설정이다.

즉 물고기 알과 큰 물고기를 등장시켜 크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물고기와 새를 대비하여 개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넘어

서게 한 것이다. 장자 철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사유의 한계를 초월할 것을 제시한 우언으로, ‘황당한’ 비유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작은 것도 더 작은 것에 비하면 크다. 세상사가 모두 상대적인데 하나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집착하다 보면 자유로운 발상의 여지를 잃게 된다.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상황은 호접몽의 깨우침과 맥을 같이한다. 현상의 장자는 본래 나비가 꾸는 꿈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인지하면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와 내가 구분이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첨언하면, 우리가 ‘호접몽’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면서도 그 본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해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자가 「천하(天下)」편에서 자신의 글을 평하여, “잘못된 논설, 황당한 말, 경계가 없는 글로 때때로 제멋대로였지만 치우치지 않았다.(以謬悠之說, 荒唐之言, 无端崖之辭, 時恣縱而不儻.)”라고 했듯이 『장자』를 읽는 독자도 뜬구름 잡기식으로 이해하기 쉽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자』 전체에서 우언으로 구성된 부분을 발췌해 일관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풀이를 추구했다. 독자들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방대한 양의 『장자』를 완독할 필요 없이 그 정수를 쉽고도 분명하게 파악하여 장자의 지혜

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창환

경남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원

이 책을 말하다_『판단력 비판』 | 이마누엘 칸트 지음 | 이석윤 옮김 | 박영사 | 1984(중판) | 530쪽

근대 미학의 정초자 ‘칸트’

이론과 실천의 매개철학인 미학

미와 예술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

칸트는 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3대

비판서는 철학·미학의 고전이 됐다. 사진=위키피디아

칸트(1724~1804)는 미학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그 누구도 기존의 학문 체계를 성찰하면서 감성의 영역을 학문 탐구의 대상으로까지 삼은 학자는 없었는데, 그는 이방면에서 비판주의를 내세워 취미·미와 숭고·천재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미학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바로 앞선 독일의 선배 미학자 바움가르텐(1714~1762)의 라틴어 저서 『에스테티카』(1750)에서의 미학에 관한 그의 입장을, 칸트는 미와 예술에 관한 저서가 아닌 논리학 저서, 즉 『순수이성 비판』(1781, 재판 1787)에서 바움가르텐이 ‘그릇된 희망’에 근거하고 있기에 그 ‘노력은 무익한 것’(칸트, 『순수이성 비판』, B.36 / 최재희 옮김, 『순수이성 비판』, 박영사, 1985(개정중판), 74쪽)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후 자신

의 미학사상을 펼치기에 이른다.

칸트의 미학 저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판단력 비판』(1790)이다. 바움가르텐을 비판한 『순수이성 비판』 출간 이후 약 9년이 흐른 후 출간한 저서이다. 특히 「서언」의 첫 문장에서 그가 비판(Kritik)이라는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즉, “우리는 선천적 원리들에 의한 인식의 능력을 순수이성이라고 부르고, 이 순수이성 일반의 가능과 한계의 연구를 순수이성의 비판이라고 부를 수 있다.”(17쪽)라고 하듯이, 『판단력 비판』은 ‘판단력 일반의 가능과 한계’를 따지는 연구쯤으로 유추해 볼 수 있겠다.

더욱이 「서론」(로마자 Ⅰ부터 Ⅸ까지 9개 소제목)에서 ‘Ⅲ. 철학의 두 부문을 하나의 전체로 결합시키는 매개로서 판단력의

비판에 관하여’를 통해, 그의 미학 저서는 기존 학문, 즉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에서 담지 못한 ‘쾌와 불쾌의 감정’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침내 그에게 있어서 미학은 미와 예술을 다루며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의 결합을 꾀하는 매개철학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칸트의 미학사상을 살피려면 『판단력 비판』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칸트는 친절하게도 이 책의 「서론」(22~53쪽)에서 『판단력 비판』 전체를 아우르는 조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세 비판서의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표(53쪽)는 이론철학(논리학)과 실천철학(윤리학)을 결합하는 매개철학으로서 미학의 위치를 잘 확인할 수 있게끔 해 준다.

칸트의 미학은 주관주의 미학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판단력 비판』 §1.에서 ‘취미

판단(Geschmacksurteilskraft)은 미(직)감적(ästhetisch)’(57쪽)이라고 주장하기에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대상이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 표상을 오성과 관계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상력(아마도 오성과 결합되어 있는)에 의해서 주관과 주관의 쾌·불쾌의 감정과 관련시킨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취미판단은 인식판단이 아니므로 논리적이지 않으며, 직(미)감적이라고 한다. 여기서 칸트의 ‘ästhetisch’라는 용어의 참뜻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그 규정근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임을 의미한다. 칸트 덕분에 미학은 미의 직관적 지각을 위한 주관의 능력으로서 취미(영: taste, 독: Geschmack)라는 학문적

중심 개념을 더욱 돈독히 하게 되었다. 특히 이 개념은 18세기 이후 서양미학에서 의 미 개념을 대체했으며, 그 후로 미와 취미는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칸트는 예술의 이해를 위해 취미 외에 또 다른 유력한 미학적 개념에 집중한다. 즉 그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대상의 판별을 위해 취미 개념이 필요했던 것처럼, 그 대상의 산출과 관련해서는 ‘천재’(Genie) 개념을 상정한다(§46. 미적 예술은 천재의 예술이다).

특히 취미판단의 4가지 계기(성질, 분량, 관계, 양상)와 취미판단의 제1특성(§32)과 제2특성(§.33)을 이율배반적으로 살핀 후, 이 두 개념의 상호작용에 관해 깊이 고찰함으로써(§50.미적 예술의 산물에 있어서 의 취미와 천재와의 결합에 관하여), 칸트는 예술의 감상적 계기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의 창작적 계기까지 아우르는 심미적 성찰을 통해 근대 미학의 성좌 속에서 더

욱 밝게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

편집자가 말하다_『주요섭 소설 전집: 전 8권』 주요섭 지음 | 정정호 책임편집 | 푸른사상사

8년 동안 찾아헤맨 고되고 외로운 길

연재 중단과 일제 경찰에 압수당한 원고 분실

도서관 돌아다니며 전집 전 8권 드디어 상재

한 시인이나 작가가 읽거나 연극을 연구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정본 텍스트이다. 전공자나 전문가에 의한 책임편집된 믿을 만한 텍스트가 없다면 진지한 독서나 정확한 연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문학계나 문단에서 시인이나 작가의 정본 텍스트에 관한 인식이 그리 크지 않은 듯 보인다. 정본 텍스트 편집 작업은 편집자의 입장에서 시간과 노력만 들고 그 이름을 크게 올리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많은 문학연구자들에 게 정본 텍스트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인 듯하다.

필자는 주요섭 소설에 대해서 「인력거」

나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의 비교적 초기 단편 소설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광」에 연재되었던 그의 중편소설 「미완성」(1936∼1937)과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 「구름을 잡으려고」(1935)를 읽게 되었다. 그 후 주요섭 소설에 강하게 끌려 몇 편의 소설을 더 읽었다.

그런데 주요섭 소설은 주로 몇몇 단편소설 중심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중복출판 되었다. 이에 나는 주요섭 소설 전집을 편집해 발간하는 일이 의미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섭 소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보니 단편소설 39편, 중편소설 4편, 장편소설 4편을 발표했음을 알았다. 그 밖에 영어로 쓴 단편·중편·장편소설을 각각 1편씩 남겼다. 이 밖에 일제강점기 「동아일

보」에 연재하던 장편소설 「길」이 총독부의 검열로 연재가 중단됐다. 1930년대 말중국 베이징 푸런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있을 때 1938년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펄 S. 벅에 자극받아 야심작으로 써 놓은 영문소설도 베이징 일제 경찰에 압수돼 분실됐다.

소설가로서 주요섭은 결코 적지 않은 양의 작품을 써냈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한반도와 주변 국가에서 미국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와 기법으로 소설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요섭 소설 문학이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소설가로서 그에 대한 관심은 1930년대 전후로 쓴 단

편소설 몇 편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 왜 소설가 주요섭이 그렇게 평가 절하되는지 꼼꼼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주요섭이 전업 소설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문단과 학계는 아직도 전업작가 우대와 장르 순수주의에 방점을 찍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논의와 연구대상도 다변화되지 못하고, 아쉽게도 일반 독서 대중이나 일부 연구자 중 인기 있는 작가들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있다.

이에 필자는 일종의 의협심(?)이 발동하여 주요섭이란 소설가가 쓴 모든 소설들을 처음에 발표되었던 신문, 잡지에서 일일이 찾아내어 독자들과 문단 그리고 학

계에 내놓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주요섭이라는 소설가가 다시 발견되고 재평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혈혈단신으로 정년퇴임 직후부터 국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을 돌며 처음 발표됐던 신문·잡지를 찾아 복사하고, 입력하고, 주석을 달고, 작품 해설을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원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규모의 텍스트 편집작업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편집위원회가 구성되고, 유족이나 출판사 등에서 일부라도 재정 지원을 받아 석박사 대학원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처음부터 너무 무모하게 이 편집작업에 혼자 뛰어들었다. 어느 때

는 도서관 구석에 앉아 ‘지금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짓 하고 있지’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외롭고 힘든 편집작업을 거의 8년 만에 끝내고 주요섭 소설 전집 전8권을 드디어 상재하게 됐다. 무척 기쁘지만 책임편집자의 외로움·무력감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혼자 작업하다 보니 실수나 오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명은 여기까지이다. 앞으로 후학들이 이 전집을 디딤돌 삼아 편집상의 오류를 잡아 언젠가 완전한 정본 결정판 전집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끝으로 이 선집을 통해 한국 문학의 고급 독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주요섭 소설을 더 많이 읽고 널리 연구하여 한국 문학사에

서 소설가 주요섭의 위상이 재정립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정호

중앙대 명예교수·문학 비평가

저자가 말하다_『실의 변신 : 프랑스 태피스트리 읽기』 정은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48쪽

평범한 실이 어떻게 값비싼 예술이 될까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본 미술사 연구

과거·현재, 저자·독자 잇는 태피스트리

필자의 석사학위논문은 베네치아 화가인 조반니 벨리니(1430∼1516)에 관한 작가 연구였고, 박사학위논문은 12∼15세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성모대관(Coronation of Virgin)에 관한 주제연구였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태피스트리에 관한 연구는 재료(material)와 매체(medium)에 주안점을 두었다. 박사논문을 마무리할 무렵 유럽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고, 많은 태피스트리를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클뤼니 중세 미술관을 비롯한 프랑스 미술관들에서 본 태피스트리의 정교한 아름다움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 아름다움이 결국 본격적인 연구로 이끌었다. 특히 ‘텍스트로서 태피스트

리: 16∼18세기 프랑스 태피스트리 연구’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나는 3년 동안, △브뤼셀 왕립 예술·역사 박물관 △파리의 고블랭 제작소 △클뤼니 중세미술관 △보베 △리옹 △퐁텐블로 △콩피에뉴 △빅토리아&엘버트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게티 센터 △스톡홀름 궁전까지 두루 탐방 조사하고 파리 미술사 도서관(INHA) 등에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눈이 감지한 아름다움 때문에 발을 움직여 많은 곳을 답사한 연구라는 점에서 필자는 나의 미술사 연구를 ‘눈’과 ‘발’의 미술사라고 부르고 싶다. 또 작가 연구

나 주제연구와 달리 태피스트리와 같은 매체 연구는 제작과정을 정밀하게 알아야 하는데, 공예학부에서 강의하며 가끔 제작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미술사 연구의 ‘꽃’은 자신의 연구를 전시로 구현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서양의 고전 미술을 전공하는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전시로 구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책으로나마 전시를 열고, 도록처럼 책을 만들고 싶었다. 중세 왕족이나 귀족은 글을 읽을 줄 몰라도 아름답고 호화로운 필사본을 만들고 소장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을 소장하고 도판으로나마 작품을 감상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 실

린 아름다운 이미지를 감상하다 보면 결국 연구 내용을 읽고 싶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태피스트리를 통해 15∼18세기 프랑스 사회의 정치·경제·사회·권력과 사랑 등을 읽어내는 것이다. 실이라는 재료에서 시작하여 아바카노비치(1930∼2017) 같은 현대 태피스트리 작가까지 거시적인 흐름에서 프랑스 태피스트리의 전성기를 조망하고 특징과 영향까지 탐구한 국내 최초의 태피스트리 연구서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특별히 오감(五感)과 자유의지를 시각화 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여인과 유니콘」 시리즈를 당시 귀족 사회에서 유행했던 카펠

라누스(Andreas Capellanus)의 『사랑에 대하여(De amore)』와 같은 텍스트의 영향으로 보아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단계로 해석한 점에 대해 연구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프랑스 태피스트리를 대표하는 작품을 한 점만 선택하라면, 보통은 고블랭 제작소에서 제작된 것, 특히 루이 14세의 권력을 선전하는 작품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책 표지 작품으로 사용한 보베 제작소의 「그로테스크」 태피스트리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300점이나 제작되어 전 유럽에 수출된 파급력 때문이다.

실이라는 평범한 재료가 가장 값비싼 예술품이 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현대미술은 변기나 돌을 가져다 놓고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태피스트리와 같은 수

공예는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정직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태피스트리의 직조 과정이 글을 쓰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한 줄도 짤 수 없고, 한 줄도 쓸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태피스트리는 화가와 직공이 협업해야 하고, 이동이 가능하며, 복제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 매우 적합한 매체이다.

어쩌면 태피스트리가 유행했던 르네상스 시기와 지금이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과거와 현재,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실이 되기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을 아

름다운 태피스트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정은진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강사

일상이 철학이다

이종철 지음 | 모시는사람들 | 320쪽

‘에세이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철학화, 철학의 일상화를 주창해 오는 저자의 철학이 녹아 있는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 하나하나가 자기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에세이철학론은 글이 비로소 시민 전체에게 자기표현과 실현의 도구로 작동하는 민주화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마음의 탄생

정세근 지음 | 글항아리 | 368쪽

동양철학, 그중에서도 노장철학을 오래 연구해온 저자가 동양철학에서 ‘정신(精神)’과 ‘마음(心)’의 쓰임새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립돼왔는지에 대해 용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실상을 짚은 책이다. 그 결과 ‘정신’은 집단적인 유가 보다는 개인적인 도가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심’은 고전에서 긍정적인 용법보다는 부정적인 용법이 많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야콥슨-레비스트로스 서한집

로만 야콥슨·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 김성재 옮김 | 읻다 | 616쪽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과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서한집이 읻다의 ‘상응’ 시리즈 6권으로 출간됐다. 제2차세계대전의 여파로 미국으로 망명한 로만 야콥슨과 클로드레비스트로스는 1941년 뉴욕에서 만났다. 1942년에 두음전환 예시들로 시작한 서한 교환은 이후로도 계속돼 1982년까지 이어진다.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

임마누엘 칸트 지음 | 김진 옮김 | 한길사 | 400쪽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재위 아래에서 금서로 지정됐던 이 책에서는 순수이성의 대상 개념인 ‘이념’, 실천이성의 ‘최고선’과 ‘요청’ 사상이 칸트 철학 체계에서 이성의 이론적·실천적·종교적 사용이라는 일관된 맥락에서 발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책에서 칸트는 참된 보편적 종교신앙을 가능하게 하는 ‘위안적 희망’으로서의 신을 요청한다.

아빠가 심리학자라 미안해

안정광 지음 | 책사람집 | 272쪽

임상심리학자인 만큼 아이는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그것이 터무니없는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채 100일도 걸리지 않았다. 겨우 세 살 먹은 아이와 다투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또 버럭 화내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총동원해 나부터 변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민중들의 이미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 지음 | 여문주 옮김 | 현실문화 | 432쪽

왜 다시 민중인가? 왜 민중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한가? 민중은 정말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는가? 민중이란 단어 자체가 일상 언어에서 퇴화된 지 오래인 지금, 이 ‘시대착오적’ 단어가 왜 다시 소환돼야 하고, 왜 다시 논의돼야 하는가? 디디-위베르만은 민중의 존재를 ‘노출’하고 ‘형상화’ 하는 것이라고 봤다.

학교의 재발견

더글러스 다우니 지음 | 최성수·임영신 옮김 | 동아시아 | 268쪽

“학교는 불평등하다.”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사회상규상 우리는 자라나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에게 공정하게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합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언제나 ‘공교육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학교는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약용의 음악이론

김세중 지음 | 민속원 | 360쪽정약용의 음악이론서 『악서고존』 최초의 해설·비판서. 『악서고존』은 삼대(三代)부터 근세까지 동아시아의 육률·오성·팔음 논의를 아우르고 비판하는 정약용 필생의 노작이며 다산 경학의 마침표를 찍는 책이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정약용이 틀렸다. 음악학자의 관점에서 해설·비판하고, 악서 그 이상의 조망에서 새로이 평가할 것을 제안하는 책.

분야별 신간

정치-사회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304쪽

자본주의의 미래 | 김병연 외 4인 지음 | 아카넷 | 312쪽

평등·평화 공동체로의 여정 | 강인순·젠더교육플랫폼효재 기획 | 한울 | 256쪽

인문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 | 송경진 지음 | 정은문고(신라애드) | 222쪽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502쪽

문학-에세이

고전시대의 사상과 문학 | 이동환 지음 | 지식산업사 | 284쪽

도학시대의 사상과 문학 | 이동환 지음 | 지식산업사 | 344쪽

미친 여자들의 무도회 | 빅토리아 마스 지음 | 김두리 옮김 | 문학동네 | 300쪽베스트셀러, 세계문학, 비교문학 | 이행선·양아람 지음 | 소명출판 | 414쪽

지하촌 | 강경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98쪽

예술

디자인 노트 | 정경원 지음 | 안그라픽스 | 360쪽

교육

임상심리학자 엄마들의 아이 문제 상담소 | 강지현 외 2인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78쪽

경제-경영

에르고드 이코노미 | 권오상 지음 | 미지북스 | 284쪽

과학

김범준의 이것저것의 물리학 | 김범준 지음 | 김영사 | 288쪽

정기 간행물쓺 문학의 이름으로 (반년간) : 2023년 하권 | 편집부 지음 | 문학실험실 | 488쪽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네 번째는 우울·불안에 대해 김세헌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신철민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와 KIST·신흥섭 한국공학대 교수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연재 순서

① 염증성 장질환

② 비알콜성 간질환

③ 천식·알레르기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

⑥ 장기 이식-간

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

⑧ UTI-요로 감염

⑨ 항암

⑩ 뇌혈관 질환

⑪ 구강·심혈관

⑫ 과민성대장증후군

⑬ 자폐

우울하다면 장내 미생물 바꿔보라

인간의 장 내부에는 매우 복잡한 미생물이 모여 살고 있다.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수는 인간세포의 수보다 1.3배나 많다. 이들 미생물의 유전자 수는 인간보다 10배 이상 많다.

불과 수십 년 전에만 하더라도 장내 미생물군은 소화되지 않는 식품 성분을 발효시켜 숙주에게 영양분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면역 체계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정도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과 뇌 사이에서 감정·사고·행동의 복잡한 정신 작용을 미생물 군집이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 미생물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장에서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 첫째, 자율신경인 미주신경은 뇌에서 장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장신경계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직접 장 상피세포에서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할 수는 없지만 미생물 대사산물의 확산, 장 펩타이드 등과 작용

으로 미생물과 소통한다. 둘째, 장내 미생물은 면역계를 통한 장-뇌 상호작용을 매개한다. 미생물 대사산물이 체내에 직접 들어오거나, 장내 수용체를 통한 선천면역계의 작용이 뇌내 면역 세포와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통해 뇌의 숙제 세포에 영향을 준다. 셋째,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조절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단쇄 지방산은 장내 미생물로부터 합성돼 전신에 순환되는데 이들 중 부티르산과 프로피온산은 도파민 합성을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만성 우울로 인한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 저하스트레스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스트레스에 대한 손상을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이다. 가벼운 우울·불안·불면·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는 우울증 등의 만성질환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연구

바이오산업 기술개발사업 개요

사업명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제품화

과제명 치료저항성 우울장애 및 불안장애 증상 개선을 위한 포스트바이오틱스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연구

개요 치난료치성제 개우울발증z임 치상료연구제 후및 보제물품질화 탐 기색술 및개발 발굴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와 *18(장내미생물) 공동연구z용역한 고국려공대학 구대로(신병흥원섭(한),창 비수티)z시안너산지병(원윤(기신나철),민 헥),토 한헬국스과케학어기(술배연재구웅원)(강경수), 고려대 세종캠퍼스(오남수), 연구기간2022년 4월 1일 ∼ 2025년 12월 31일(3년 9개월) ㅇ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 및 발굴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 및 기대효과 ㅇ *세1포8/(장동내물미모생델물 기) 반치 료난제치 성후 보우 울물증질 치발료굴제 효능 검증

ㅇ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의 임상연구와 제품화 기술 개발

왼쪽부터 신철민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김세헌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고려대 정신건강연구소장)다. 김세헌 교수는 분변 이식을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치료에 적용하고자 한다.

사진=김세헌

“장내 미생물이 정신 활동, 나아가 정신 질환과 연관됐다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치료 타깃이 제시된다. 장내 미생물을 유익균으로 바꿀 수 있으면 정신 질환의 증상도 나아지거나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여러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진들이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장내 미생물이 정신 활동, 나아가 정신 질환과

연관됐다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치료 타깃이 제시된다. 장내 미생물을 유익균으로 바꿀 수 있으면 정신 질환의 증상도 나아지거나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여러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이 예시로는 유익균을 식품처럼 섭취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익균이 좋아하는 물질을 섭취하여 균이 잘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프리바이오틱스 같은 치료가 있다. 한편 아예 유익균으로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완전히 치환하는 것이 분변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 치료의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점 때문에 장내 미생물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가 당장 우울증의 표준 치료가 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항우울제에 잘 반응

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치료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전기 경련 치료나 에스케타민 투여 등의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시간적·비용적 제약이 크다. 이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에 대한 장내 미생물 정상화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최근 고무적이게도 분변 이식에 의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 사례가 보고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분변 이식을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에 적용하고자 하는 임상시험이 이제 막시작되고 있다. 아직 괄목할 만한 결과를 보고한 연구팀은 없는 상태로 우리나라 연구자의 시도가 기대된다. 이번 연구 과제를 통해 김세헌·한창수 교수 연구팀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한 분변이식 임상시험의 첫 관문 통과를 목표로 한다.

불안 개선용 포스트바이오틱스 소재 개발

고려대는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고, 만성 스트레스 유래 우울증·불안장애를 개선하는 기능성 천연물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유산균의 발효를 통한 우울·불안 장애 개선용 포스트 바이오틱스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해 새로운 포스트바이오틱스 기반 치료제와 FMT 치료제 후보 물질 탐색 및 효능 검증과 기전 분석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천연물라이브러리와 ‘장 생체 모사 시스템’을 활용하여, 우울·불안 장애 개선용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소재 개발을 추진중에 있다. 한국공학대(한국공대)는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세로토닌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실시간으로 모니

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흥섭 교수팀은 개발된 세포주를 활용해 향후 세로토닌 생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동 연구를 통해 고려대가 축적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소재 개발 경험 과우울·불안 장애 치료 효과를 가지는 신규 프로바이오틱스 소재와 함께, KIST가 발굴한 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를 혼합함으로써, 우울·불안 장애 치료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한국공대의 세로토닌 검출용 세포주 검증 실험과 함께 고려대학교병원의 전임상·임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우울·불안 장애 치료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장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미생물·천연물이 핵심

한국공학대(한국공대) 생명화학공학과의 신흥섭 교수 연구팀은 세로토닌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고 있다.

원래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감정·수면·식욕 등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서 세로토닌의 수치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울·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져 있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현재 우울증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당수 약물이 SSRIs(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SNRIs(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 세로토닌 수치 조절

제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람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의 약 90% 이상은 뇌가 아닌 장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장내에서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소장·대장의 점막에 존재하는 특수 세포인 장크로마핀(enterochromaffin)세포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크로마핀 세포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

장크로마핀 세포의 활동은 장내 환경에 의해 제어된다. 장내 미생물의 조성과 대사산물 등이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장내 미생물 균주는 세로토닌을 직접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미생물군은 균주 자체 또는 대사산물이 장크로마핀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로토닌 생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에서 생성되는 말초 세로토닌은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뇌-혈관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말초 세로토닌은 뇌의 기분과 감정 조절에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장 신경계·분비계·면역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로 신호를 전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위 미생물-장-뇌 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신호전달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울증 개선하는 장내 대사산물·기능성 천연물

장내 미생물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는 많이 축적돼 있지만, 세로토닌과 관련된 미생물-장-뇌 축 사이의 정밀한 신호전달 기전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발굴하거나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세포 모델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 발표된 일본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장내 세로토

닌의 생합성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인 Tph1(트립토판 수산화효소)의 발현이 실험 쥐에서 세로토닌 수치와 함께 우울증상의 개선에도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 교수는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은 Tph1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물질이 우울증 개선에 효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공대 연구팀은 이번 과제에서 말초 조직에서 세로토닌 수준과 세로토닌 생합성에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과 미생물 유래 물질과 천연물 등의 발굴을 통해 우울증 개선 물질을 찾는 전략을 핵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Tph1 유전자의 발현을 형광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크로마핀세포주를 제작했다. 이 세포에서 Tph1의 발현은 GFP 발현에 의한 형광 측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덕분에 유전자 발현의 정량화 실험에 사용되는 RNA 추출과 PCR 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한국공대 연구팀은 이번 과제에서 말초 조직에서 세로토닌 수준과 세로토닌 생합성에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과 미생물 유래 물질과 천연물 등의 발굴을 통해 우울증 개선물질을 찾는 전략을 핵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발현 분석은 세포 배양과 함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형광 이미징 분석으로 대체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동시에 많은 수의 물질에 대해 세로토닌 생합성 유전자 발현에 대한 효과의 검증 등 시험을 수행해야 할 때는 이 리포터 세포주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신 교수 연구팀은 개발된 세포주를 활용하여 향후 세로토닌 생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 과제의 수행을 통해 개발된 세포주가 관련 연구를 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오른쪽이 신흥섭 한국공대 교수(생명화학공학과)다. 신 교수 연구팀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장내 물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신흥섭

‘천연물 신바이오틱스’로 장내 환경 리모델링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장-뇌축(Gutbrain axis) 상관관계를 이처럼 잘 표현한 우리 속담이 있을까? 우울·불안장애는 현대인이 흔히 겪고 있는 심각한 정신질환 중 하나다. 정신질환 치료용 항우울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항우울제는 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의 작용을 높임으로써, 우울·불안장애 증상을 개선하게 된다.

그러나 약물은 식욕저하·수면장애·성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치료

제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치료저항성 환자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이때 장-뇌축의 조절은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으로 우울·불안장애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뇌축의 조절은 곧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장관 면역을 조절함으로써 장 환경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내 유익균에 해당하는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균, 올리고당과 같이 유익균의 먹이에 해당하는 ‘프리바이오틱스’,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혼합한 ‘신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전통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던 방법이다.

최근에는 올리고당과 같이 장내 미생물의 먹이로 사용되는 전통적 프리바이오틱스와는 차별화해 식물유래 폴리페놀 성분이나 파이토케미컬(phytochemcials)과 같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가 다양한 질환 치료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의 직접적인 생장 조절과 함께 천연물이 가지는 다양한 약리활성을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 생장 조절과 천연물의 약리활성또한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는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균과 혼합한 형태인 ‘천연물 신바이오틱스’로 개발될 수 있다. 이는 안전하고 확실하게 장 환경을 리모델링해 궁극적으로 질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는 천연물 분야 전주기 산업원천기술을 활발하게 연구 개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천연물중점 정부출연연구소이다. KIST 천연물연구소의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발굴과 이를 이용한 인체 질병 제어를 위해 지난 10년간 관련연구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KIST 천연물연구소는 ‘장생체 모사시스템’을 구축해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소재의 탐색에 활용하고 있다. 장생체 모사시스템은 △장내 핵심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조합․배양하는 ‘인공 마이크바이옴’ 모델 △인체 장관을 모사하는 인공장막과 장관 오가노이드 시스템 △장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예쁜꼬마선충 동물 모델로 구

/-78 천연물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예측기술이다. 오른쪽 상단은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치밀결합 단백질(초록색) 발현이 감소하는 반면, 천연물 후보물질을 동시 투여 시 치밀결합 단

백질의 발현양이 높게 나타나 회복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는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장관투과도가 높게 나타나 오가노이드 내부에 초록색 형광이 축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천연물 후보물질을 동시에 투여한 경우, 장관 투과도가 낮아져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단은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장관투과도가 높게 나타나 벌레 내부에 초록색 형광이 축적되는 장면이다. 반면 천연물 후보물질 투여에 의해 체내 초록색 형광이 사라짐을 확인함으로써 장관 투과도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78

“식물유래 폴리페놀 성분이나 파이토케미컬과 같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가 다양한 질환 치료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된다.

이를 이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 변화, 장관세포의 면역조절, 개체 수준의 행동개선을 관찰한다. 그 결과는 우울·불안장애 개선용 후 보물질을 빠르게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예쁜꼬마선충에게 우울·불안장애 환자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장내 유해균을 먹이면 벌레의 장관 투과도가 크게 나빠진다. 이때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먹인 다음, 벌레의 장 건강이 얼마나 회복되는지 혹은 행동장애를 개선하는지 관찰함으로써 효능 평가가 가능하다.

질환유발 단백질을 저해하는 천연 화합물 예측

최근 KIST 천연물연구소는 자체 보유한 천연물라이브러리를 디지털화 하고, 전주기 천연물 개발 과정의 정보를 탑재하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활용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질환유발 단백질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사진). 이렇게 축적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KIST는 궁극적으로 우울·불안장애를 포함하는 다양한 만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천연물 의약품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故 장근수 포스텍 명예교수를 기억합니다”

한양대, 메모리얼 벤치 제막식 개최

한양대는 지난 5일, 교내 백남학술정보관 앞 광장에서 故 장근수 포스텍 명예교수를 기리는 메모리얼 벤치 제막식을 열었다.

故 장근수 명예교수는 한양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1988년 귀국한 후에는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로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특허 출원 등 화학 공정 자동화 기술의 이론화와 산업화를 위해 힘써왔다. 또한 산학연 협동 연구를 통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메모리얼 벤치는 장 명예교수의 딸 장혜미 변호사의 기부를 통해 제작됐다. 장 명예교수의 모교 사랑과 학자로 서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 변호사는 지난 2월 한양대 의학관 건립기금 1억 원과 메모리얼 벤치 제작비 1천만 원을 기부했다.

정현철 한양대 부총장은 이번 제막식에서 “모교 발전

에 기여하신 장근수 교수님이 자랑스럽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혜미 변호사는 “한양대의 교수진들과 후배들이 파이오니아 정신으로 학문과 산업 발전에 정진하며, 평생 감사와 유머를 잃지 않았던, 아버지의 삶에 대한 자세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제막식 행사에는 정현철 한양대 부총장, 오성근 한양사이버대 부총장, 최중섭 대외협력처장, 이영무 전임 총장, 성원재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故 장근수 명예교수의 가족과 안수정 변호사,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최승우 기자 editor@kyosu.net

출판문화 발전 유공자 28명, 정부 훈포상 수여

11일, 제37회 책의 날 기념식 개최·유공자 포상

신재석 삼양미디어 대표이사 은관문화훈장 수상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는 지난 11일(수)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제37회 책의 날 기념식과 출판문화 발전 유공자 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기념사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복제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철저한 단속과 대안적 방법 마련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예산 축소 등에 대해서도 “뿌리인 출판산업의 성장 없이 다양한 케이 콘텐츠라는 꽃과 열매가 풍성해질 수 없다”라며 “정부는 출판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소액 다건의 양적 지원보다는 적재적소의 질적 지원과, 출판, 서점, 도서관계등 출판생태계 내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들어 출판생태계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는 정책 방안을 발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격려사에서 “출판의 미래는 저작권 정책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불법복제 대응, 저작권 보호,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현장과 소통하면서 관련 법과 제도에 반영하고 대안 모색에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 포상에서는 출판 외길을 걸어온 28명의 출판인들이 훈장·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장관 표창 등을 수

상했다. 우선 은관문화훈장은 신재석 (주)삼양미디어 대표이사가 1985년 출판계 입문 이후 컴퓨터 출판의 기틀을 잡고 컴퓨터 프로그램 도서를 개발하는 한편 정보 기술 관련 검인정 교과서, 인공지능 관련 교재를 개발한 공로로 수상했다.

대통령 표창은 황근식 아침나라 대표이사가 출판단체 임원으로서 ‘세계 책의 날 행사’ 조직위원장 등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검인정도서 공급에 관한 공정경쟁 규약을 만들어 교과서 발행 출판사의 생태계 유지에 공헌한 공로로 수상했다.

김태헌 한빛미디어(주) 대표이사 역시 다수의 양서를 출간해 독서문화의 저변을 확장하고 IT 분야 출판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강화하였으며,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으로 활동하며 출판 전문인재 양성의 기반 마련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국무총리 표창은 최병식 주류성출판사 대표가 고고학 전문 출판으로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받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이근배 전남대 교수, 30대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장 취임

이근배 전남대 교수(정형외과학교실·사진)가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 제30대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식은 지난달 23일 열렸다.

이근배 교수는 “학회 분과위원회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학회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다양한 생활체육 활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올바른 운동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한편, 세계 스포츠의학 연구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내 스포츠의학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근배 교수는 스포츠의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학회의 공식저널인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지』를 한국연구재단 등 재후보지로 선정되게 하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대한족부족관절학회 회장, 대한골절학회 회장 등 을 역임했으며,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 아시아태평양 족부족관절학회 부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건호 조선대 교수, 한국세포생물학회장 위촉

이건호 조선대 교수(의생명과학과·사진)가 한국세포생물학회 제20대 회장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2024년 8월 31일까지다.

이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세포생물학회의 발전, 더 나아가 세포생물학, 생명과학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국세포생물학회는 국내 세포생물학 연구인력의 상호교류를 통해 연구기술과 장비의 공동이용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내 세포생물학의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1996년 세포생물학 연구자들에 의해 창립됐다. 학술대회, 젊은 세포생물학자 발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용림 목원대 교수, 한글학회 ‘용운 한글상’ 수상

조용림 목원대 교수(기초교양학부·사진)가 한글학회의 훈민정음 반포 제577돌 기념 ‘용운 한글상’을 수상했다. 지난 9일 한글학회 강당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조용림 교수는 한글학회와 뜻을 같이하며 우리 말글 실천 운동에 힘썼

던 점을 높게 평가받아 용운 한글상을 받게 됐다.

한글학회는 “조용림 교수가 평생 남다른 교육관으로 우리말글 교육에 앞장서며 충남·세종지회 창립에 참여하면서 지회 활동 등을 이끌었다”며 “강연을 통해 지역에 우리 말글을 널리 펴고 후학들의 국어 능력 신장에 힘씀으로써 한글학회와 국어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조용림 교수는 “국어학을 공부하면서 지도교수인 김진규 교수와 함께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전파하고자 한글학회 충남지회를 창립했다”며 “지역의 한글 발전과 계승을 위한 활동을 하다 보니 그 결과가 이번 수상으로 이어지게 됐는데 앞으로 더욱 우리 말글 실천 운동에 힘을 쓰라는 채찍으로 알고 연구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백승환 포스텍 교수, 제1회 국제기초과학회의 ‘과학개척상’ 수상

백승환 포스텍 교수(컴퓨터공학과·사진)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국제기초과학회의에서 컴퓨터 광학 분야 과학개척상을 수상했다.

과학개척상은 최근 5년간 수학과 이론 물리

학, 이론 컴퓨터, 정보과학 등 34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백 교수는 2021년 미국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부 에단 쳉 씨가 이끈 연구에 참여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로 쌀 한 톨보다 작은 렌즈와 나노미터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비전과 나노 광학, AI 등 분야가 결합된 이 연구는 미래 초소형 카메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우수성을 인정받아 『옵티카』 학술지 선정 ‘광학 분야 상위 30개 아이디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존 리스트 시카고대 교수, 제14회 조락교경제학상

존 리스트 시카고대 석좌교수(경제학과·사진)가 제14회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리스트 교수는 현장실험의 방법론과 실행의 발전에 선구적인 공헌을 한 경제학자로, 1990년대 초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행동 원

리를 탐구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경제학에서의 현장실험을 개척했다. 이를 통해 시장 균형과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자녀 교육 및 발달에 부모의 관심이 미치는 영향, 자선 기부의 동기, 노동시장에서의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 등 다양한 현장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 및 본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통찰력을 제시해 왔다.

리스트 교수는 미국 와이오밍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30여 년간 경제학 연구를 주도하며 다양한 업적을 남긴 세계적 석학이다.

김범관 울산대 교수, 목조건축대전 우수상 수상

김범관 울산대 교수(실내공간디자인학과·사진)가 ‘2023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이번 대전에서 고층 빌딩을 짓는 공학 목재를 활용해 기존 목조구조에서 보기 어려

운 유기적인 원형 형태를 구현해내는 혁신적 설계를 보인 ‘돌, 자연 그리고 나무집’ 프로젝트로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는 경남하동 입석리의 지리적 특징인 돌을 형상화한 특별한 지붕 패널 적용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건축디자인에서는 상상하는 것을 실험하고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프로젝트는 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울산대에서 디자인학을 전공한 뒤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건축학교(AA School)를 수석 졸업하고 지난 2015년 울산대에 임용됐다.

비주류의 성공담 한류, 문화 질서 만들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홍석경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9일 홍석경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가 「한류의 특성과 미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7강은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포퓰리즘의 등장과 확산」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한류는 20년 만에 누구나 언급하는 단어가 됐으나, 한류가 우리에게, 세계인에게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류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몰려다니는 중고등 소녀들의 시끄러운 팬 현상을 보고 쯧쯧 혀를 차던 기억이 생생한데, 왜 지금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BTS 팬덤 아미(Army)가 공연 며칠 전부터 공연장소에서 야영을 하며 축제를 벌이는 것과 같은 훨씬 강력한 팬 활동들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하게 되었는가?

한편에서는 근거 없는 ‘국뽕’이라고 조소의 눈초리를 던지던 사람들이 BTS와 「기생충」의 성공 이후 한국 대중문화와 한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외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많은 해외 미디어의 대부분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류를 마치 2000년대 이후에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이해하고, 미디어와 정부발 몇몇 텍스트에 기초해 정부가 수출용으로 집중 투자하고 지원해서 만들어낸 문화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외국 엘리트들의 이러한 해석과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 역사와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영어로 된 연구서가 부재한다는 이유가 절대적이지만, 이어지는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정부 주도형 압축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 문화 또한 그리했으리라는 편협하고도 오리엔탈리스트적 사고방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는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아시아 인접국에서 들리는 한국의 대중문화의 인기에 대한 좋은 소식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류 관련 소식은 이제 전 세계에서 들려오지만 여전히 놀랍고 기쁜 소식이다.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에서의 인기 현상을 의미하고, 이 현상을 이 단어로 처음 언급한 것은 1990년대 말 중국 미디어였다. ‘한국으로부터 온 큰 물결’인 한류(Korean Wave)는 시각화하자면 해변에 찰랑이는 작은 물결이 아니라 위협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쓸어버릴 듯

덮치는 커다란 파도이다.

한류란 말이 태어난 것은 2000년대를 맞이하는 즈음이었지만 「사랑이 뭐길래」(MBC, 1991), 「질투」(MBC, 1992) 등 한국 드라마의 중국에서 의 인기는 1990년대를 통해 점증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대장금」과 「겨울연가」를 통한 중화권과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의 절대적 인기와 함께 한류 현상은 국내외 미디어와 시청률, 연예인의 인기를 통해 확인됐다.

우리는 왜 2023년 오늘에도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의 성공과 케이팝 스타들의 놀라운 해외 음반 판매, 세계 공연 투어의 성과에 놀라는가? 그것은 한류가 기획된 수출의 결과가 아니고, 동아시아에서의 한류 인기와 달리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여러 매개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 수출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 산업이 눈을 뜨면서 작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 해외 시장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

한류는 기획된 수출의 결과가 아니다. 한국인의 일상과 생활윤리, 가족관, 도시 생활과 인간관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드라마야말로 동아시아 밖에서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당시 어떤 상상력이 뛰어난 프로듀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이 우리에게 두 가지 핵심적 사실에 기대어 한류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첫째, 한류는 수용 현상이지 전파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류의 성공에서 정부의 역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을 진흥하려 여러 정책적 실현을 했지만 그것이 외국에서 한류를 발생시킨 직접 원인은 아니다.

“개도국 출신 선진국인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유일한 나라 한국은 더 나아가 매력적인 대중문화의 생산자가 됐다.

전 세계 대다수의 민중이 속한 개도국들에 한국은 닮고 싶고 닮을 수 있을 것 같은 하나의 모델이다. 한류로 인해 많은 청년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국가가 됐고, 한류 창의 산업 또한 많은 창의적 해외 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둘째, 한류는 미디어의 매개가 확산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문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류 현상 속 언어·뷰티·패션·여행 등 다른 소비 분야 모두 미디어의 재현을 통해 촉발된 소비 욕구들이다. 특히 세계적인 대학의 한국어 강의 지원자의 급속한 증가는 미디어 문화의 매개 결과이다. 케이 뷰티에 대한 관심은 한국인의 얼굴과 패션이 아름다워 보이고 닮고 싶어졌음을 말해준다.

다년간 한류 연구자로서 세계의 한류 콘텐츠 소비자, 케이팝 팬들 인터뷰, 미디어 실천 관찰과 상황 분석을 통해 한류의 세계 속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세계의 수용자가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류가 전하는 스토리가 비주류의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 세력이 부딪히는 극동의 약소국으로 불행한 로컬 역사의 집단 경험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한류가 기획된 수출의 결과가 아니고, 동아시아에서의 한류 인기와 달리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여러 매개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라며 “세계의 한류 수용자z시민에게 문화를 통한 상호 교류와 창조라는 제3의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한국 대중문화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그것이 무엇이든 스타일의 화려함 뒤에는 △식민 경험△전쟁 △가난과 배고픔 △빈부 격차 △개발도 상국 특유의 폭력적 일상 △군사 독재의 경험과 민주화 투쟁 등이 담겨 있다. 「오징의 게임」과 「기생충」류의 픽션만이 아니라, 화려한 케이팝과 아이돌의 현실도 이러한 흔적을 담고 있다. 케이팝의 새로운 대중문화 생산, 전파, 소비 시스템엔 한국 사회의 지적 재산권, 인권, 창의성,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현실 등이 녹아 있고,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한 과정은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의 경쟁에 임하는 개인성과 노력의 일상과 상흔이 담

겨 있다.

한류 성공의 또 다른 이유이며 의미 생산의 풍부한 배경은, 한류가 전 세계 청년들에게 젠더, 인종, 세대 정체성을 교섭할 수 있는 새로운 일차 자료들을 대거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종과 젠더는 계급 관계과 전일화되어 가시성을 상실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체성 정치의 핵심적 차원이다. 한류 연구자들은 매우 일찍 한류의 수용자들 대다수가 여성이고, 한류가 여성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꽃미남들의 보고이며, 케이팝이 여기서 더 나아가 백인 중산층 남성의 지배적 남성성에 대한 대안인 부드러운 남성성을 제공한다고 봤다.

이들이 동아시아인이고 동아시아인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또한 매우 새로운 인종과 젠더의 교차성을 발현한다. BTS는 어찌 보면 말을하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첫 번째 동아시아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에서 주장한 내용의 핵심

을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류는 디지털 문화와 세계화 맥락 속 역사적인 수용 현상이며, 밑으로부터의 대안적인 세계화 현상이다. 동아시아의 한류는 제도적 매개자들이 있었지만, 전 지구적 한류 현상은 어떤 의도적인 주체의 초국적 문화 확산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해외 수용자들의 자발적인 것으로 문화 수용의 힘을 통해 널리 확산된 풀뿌리 현상이다. 한국에서 디지털 문화의 얼리어댑터로 서 환경적 도움을 얻었고 정부의 후속 지원이 있었지만, 이것은 한류 현상의 원인이 아닌 파생된 정책이라고 하겠다.

둘째, 한류 현상은 한국인이 세계인이 공감하고 관여를 느끼는 보편적 메시지의 발화자(speaker)가 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으로 얻은 결과이지 우연과 지원의 결과가 아니다. 한국이 디지털 문화의 강자로서 지닌 매력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셋째, 한국은 세계 대부분 국가와 식민·전쟁·가난·개도국 경험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신자

유주의 경쟁 사회의 험한 현실을 겪고 있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흔적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 녹아 있고 한류 산업의 창작자들은 이런 내용을 높은 수준의 창작물 속에서 다룬다.

세계는 제국주의 시절부터 생성된 부를 누리는 한 줌의 선진국과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으로 나뉜다. 개도국 출신 선진국인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유일한 나라 한국은 더 나아가 매력적인 대중문화의 생산자가 됐다.

전 세계 대다수의 민중이 속한 개도국들에 한국은 닮고 싶고 닮을 수 있을 것 같은 하나의 모델이다. 한류로 인해 많은 청년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국가가 됐고, 한류 창의 산업 또한 많은 창의적 해외 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2023년 현재, 한류 문화는 더 이상 정치나 경제, 외교의 수단이 아니라 세계의 한류 수용자·시민에게 문화를 통한 상호 교류와 창조라는 제3의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손상된 ‘양자얽힘’

검증하고 되돌린다

라영식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양자정보 기술의 대부분은 양자얽힘이라는 양자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이나 고전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정밀도의 구현, 그리고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통신 기술의 공통점은 모두 양자정보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양자얽힘은 고전 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양자물리의 고유한 특성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 중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 다른 쪽의 상태가 함께 결정되는 독특한 현상을 말한다. 양자얽힘의 존재는 양자 측정을 사용해 검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 과정 자체가 양자얽힘을 파괴하기 때문에 검증이 완료된 양자얽힘 상태를 양자기술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라영식 카이스트 교수(물리학과) 연구팀이 ‘약한 양자측정’을 양자얽힘 검증에 도입해 양자얽힘의 직접적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양자얽힘에 대한 ‘되돌림 측정’을 이용해 양자

왼쪽부터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라영식 교수, 석박통합과정의 김현진 씨이다. 사진=카이스트

얽힘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다.

‘약한 양자측정’이란 양자상태를 측정할 때 양자상태에 가해지는 영향을 줄이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양자측정 기술이다. 약한양자측정을 이용하면 양자얽힘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도 양자얽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약한 양자측정 이후 양자상태에 남아 있는 양자얽힘의 양은 원래 보다 적어진다. 연구진은 ‘되돌림 측정’을 이용해서 줄어든 양자얽힘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였다. 약한 양자측정의 역과정에 해당하는 되돌림 측정을 이용하면 손상된 양자상태를 일정 확률로 원래대로 되돌려 양자얽힘을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다.

이러한 복구 과정은 앞서 시행한 양자얽힘 검

증과 상호 교환 관계가 있다. 연구팀은 두 값을 적절히 조정해서 양자얽힘의 존재를 검증함과 동시에 되돌려진 양자얽힘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ᅠ라영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활용해 검증된 양자상태를 양자 암호 키 분배·양자 원격 전송과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김현진 석박사 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정지혁·이경준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주요 내용은 저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0월 온라인판으로 정식 출판됐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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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의 한국 마라톤 퍼즐

딸깍발이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오롯이 두 다리로만 경쟁하는 마라톤은 가장 평등한 스포츠라고 한다. 지난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과 같은 시각에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여자부우승을 한 에티오피아 출신 시판 하산(Sifan Hassan)은 열다섯 살에 ‘살기 위해서’ 난민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에서 간호사 공부를 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복잡한 장비나 값비싼 시설이 필요한 스포츠라면 이런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을 휩쓸고 있는 이유도 그런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마라톤이 가난한 나라의 스포츠라는 해석은 과도한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동아프리카 선수들의 압도적 기록에 대한 운동생리학·역사생물학·사회학·인류학적 분석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는 중국이 아시안게임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북한이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부 7위, 여자부 6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2010년 광저우 대회 금메달 이후 아직

까지 주요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메달이 없다.

사실 우리나라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2위로 달린 이봉주 선수의 2시간 7분 20초이고, 이 기록은 23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스포츠 종목에서 점점 기록이 좋아지고 있고, 심지어 넘사벽같은 스포츠 종목에서 깜짝 메달을 따기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마라톤은 신기록의 시간이 멈추어버렸는지 퍼즐이 아닐 수 없다.

마라톤이 찬밥 신세가 되었나?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 마라톤의 대중적 인기는 오히려 높아졌다. 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 최고 등급 플래티넘 대회인 서울마라톤 참가자는 2005년 1만5천여 명에서 올해 3만1천500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젊은층의 마라톤 인구도 늘어 올해 서울마라톤 참가자는 20·30세대가 64%에 이른다.

이봉주 선수와 동갑내기인 나는 이봉주 선수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1996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유학생 아줌마의 달리기 실력은 고만고만해서 5~10킬로 정도만 뛰다가 박사를 마칠 무렵 처음 마라톤을 뛰었다. 그게 바로 지난 주말 열린 시카고 마라톤이었는데, 박사 공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뭔가 끝을 내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무 연습 없이 그냥 뛰었다.

반환점을 돌 때 이미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돌

아갈 거리를 보니 까마득했다. 차를 세워둔 출발선까지 기어서라도 가야 집에 돌아갈 수 있는데, 불현듯 너무 시간이 많이 흘러 운영인력이 다 철수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 비까지 내려 혹시라도 누가 출발선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더 미안할 지경이었다. 놀랍게도 어두컴컴한 출발선에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무사히 완주 메달을 받았다.

참고로 그해 이봉주 선수의 은메달은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소의 1·2위 격차(3초)로 얻은 것으로 이후 올림픽 마라톤에서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마라톤에는 ‘신기록’이 없다. 42.195km라는 거리 외에는 그 어떤 마라톤도 같은 조건에서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도 경기장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마라톤처럼 거리 말고는 모든 환경이 제각각인 종목은 없다. 따라서 신기록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최고 기록만을 얘기할 수 있다.

사실 사회과학자로서 지난 20년 한국마라톤 성적의 퇴화라는 퍼즐이 1990년대 이후 성장 둔화, 불평등 심화, 세대 갈등, 개인주의 심화 등 한국 사회의 거시적 변화와 맞닿아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개인의 삶에 녹아든 마라톤 역시 이 퍼즐을 이루는 무수한 조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처=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eight」

유수,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도장, 2023

유수 작가 전시회 「re:」는 오는 31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9길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에서 열린다. 검정풍선의 팽창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의 이미지를 성인과 아이 문화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 재조합해 표현한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시간과 공간의 경계는 가능성의 시공간이다. 이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통과의례를 거부하고 회귀를 통한 정서적 안정을 통해 존재가치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번 전시는 접두사 「'다시', '재(再)–'의 뜻」으로 서로, 반대, 분리, 재차, 다시, 새로, 돌아가다 등 again(다시, 재, 재차)과back/backward(뒤로)의 뜻을 갖고 있다. 재개발로 인하여 을지로의 기존 옛 장소와 새롭게 탄생하는 장소가 공존하는 갤러리의 장소특징, 작가의 작업으로 나타나는 경계의 탐구의 작업으로 연결돼 새롭게 나타난다. 장소, 시간의 경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억과 새로운 감각이 하나가 돼 작업으로 표현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나의 꿈은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대학원에 입학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졸업 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아마 이건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학위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어느덧 나는 박사과정 3학기지만 이 질문이 아직도 어렵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나의 현실적인 꿈은 그저 ‘박사과정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전업 학생’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가난의 회전문’을 돌려야 했기에 아르바이트제안 연락이 오면 신나게 그 일을 잡곤 하였다. 이런 상황을 보면 ‘전업 학생’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무색한 날들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좋았다. 원하는 수업 시간표를 선택할 수 있었고, 내가 노력하면 공부할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2022년 7월에 홍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살던 원룸에는 비 피해가 없었

다. 하지만 당시의 그 일은 과거 집 천장의 물난리로 고생했던 날들을 일깨워 주었고, 다가오는 전세계약에 맞춰 은행 대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을 내게 알려 주었다. 나는 급히 일을 구하기 시작했고, 저녁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대학원 근처에서 전일제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말이다.

그래도 잊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정체성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연차를 모아 학과 세미나와 학회에 발표를 신청하며 아득바득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오전 7시 30분, 집을 나서 출근하고 오후 5시 30분, 퇴근해 대학원 수업을 들으러 갔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수업에 들어가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11시 30분이었다. 주 3회 수업이 있었기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밀린 집안 일을 하고 과제를 했다. 그 결과 돌아온 건 매달 안정적인 월급, 은행 대출 성공과 함께 퇴행성 허리디스크라는 질환이었다. 그런데도 좋았

다. 하지만 그렇게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허리디스크로 인해 오래 앉아있는 게 쉽지 않았고, 일도, 공부도, 건강도 모두 내 마음만큼 이뤄내지 못해 힘들었다. 그때 고민했다. ‘나는 공부를 계속해도 될까?’, ‘나는 공부에 투자할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말이다.

내게 대학원이라는 선택은 욕심을 부리고 떼써서 얻어내는 것이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그럼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많은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겠지만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쉽게 초연해지기보단 자책하면서 그럼에도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딸’이었다. 경쟁에 치여 공부하는 게 싫어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하던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신이 났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가고 싶었고 이런 마음을 아빠에게 전하자 돌아온 답은 날카로웠다. “너는 되게 이기적이구나.” 사실 이 말이 상처였다기보단 너무 맞는 말이어서 계

속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4년제 대학에 갔으면 졸업 후,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인데 속 편하게 공부하겠다니. 우리 집 형편상 이기적인 고민이었다. 하지만 내 고집도 고집이었다. 일하며 대학원 시험을 ‘몰래’ 보고 합격 통지서와 함께 퇴사하겠다며 아빠에게 ‘통보’했다. 결과적으로 아빠는 손뼉을 치며 좋아하긴 했지만, 석사과정을 하는 내내 아빠는 ‘얘가 박사까지 한다고 할까 봐’ 두려워하셨다. 고백하자면 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석사과정만이 내가 ‘해도 괜찮은’ 욕심의 끝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일을 하다가 퇴사한 후, 또다시 ‘몰래’ 대학원 지원서를 쓰고 ‘통보’하자 아빠는 말했다. “너는 왜 자꾸 안 되려는 걸 하려고 해.” 그렇게 대학원에 합격한 나를 보고 아빠는, 우리 가족은 결과적으론 좋아했다.

2023년 9월, 또다시 나는 ‘전업 학생’이 되었다.

우선 허리 건강을 지키고 공부할 시간도 확보하자는 마음으로 퇴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출근하고 퇴사하던 날, 아빠는 내게 “미안해, 딸”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나는 나의 형편을 탓하며 살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충분히 넉넉한 형편이었기에 그 틈에 나는 고집을 부리고, 이기적인 마음을 앞세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마주해야만 하는 나와 우리 가족의 ‘자책감’과 같은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소화해야 하는지는 쉽지 않은 과제인 것만 같아서 움츠리게 된다. ‘내가 공부해도 될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말이다. 그러다 보니 박사과정 학생이라는 꿈을 이룬 나는 현재를 지키는 것만으로

도 쉽지 않아서 ‘미래’를 그리기가 벅차다. 시간이 흘러 박사학위를 받은 후, 어떤 일을 하며 지내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끝끝내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나의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두고 ‘그게 무슨 고민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도 이 상황과 고민을 글로 공유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이렇게 존재하는 나도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 기고를 통해 ‘학문후속세대’라는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내가 가진 고민·경험·위치성이 학문에 도움이 되고 더 많은 이들이 용기 내

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조혜민

경찰대 범죄학과 박사과정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단국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권력·제도가 구성되는 방식과 이것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젠더폭력 범죄예방의 아웃소싱, 준강간에서의 약물 범죄 경향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자

기고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보다 더 예절과 전통을 중요시 했던 시절의 학생은 자신의 학업뿐만 아니라 인성, 크게는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르침을 잘 따라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학생도 한 사람의 인격으로서 교사와 동일하게 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예전처럼 학생이 교사를 받들고 따르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사는 자신이 학생의 입장으로 학업을 성취할 때는 전통적이고 종속적인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경험했다. 하지만, 자신이 교사로서

학생에게 배움을 전달해야 하는 지금의 교사는 학생과 대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히려 이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예전과 달리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변한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개인의 사회적인 위치나 역할에 상관없이 개인 간의 관계에서 누구나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시대적인 인식의 변화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입학자원과 학생 수의 감소가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 특히 그 관계가 학생과 교사 둘 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그렇다.

여성의 커리어에 대한 지속적인 욕구와 사회적 성공에 대한 몰입,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과는 관련 없이 아직 자녀를 두지

않은 부부의 대출이나 빚의 상환과 여유 자금 확보, 노후에 대한 준비 등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작용해 현재 합계 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특히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직장의 부정적인 압박과 출산 후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할 경우 이들이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 자녀를 돌봐줄 사회적 여건의 부족도 한몫을 했다. 이로 인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모든 학업 체계에서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 도래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학생과 교사의 대등한 관계가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사건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다. 이를 시작으로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

던 교사의 입장이 조명됐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교육서비스 제공자라고 여기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자녀의 학업 활동과 학교생활에 대한 학부모의 압박 및 압력도 함께 확인됐다.

학생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실제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해 고발하여 교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일도 알려졌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신의 아이는 왕의 자질을 가졌으니 그에 맞는 개별 특별 케어를 수시로 요청하고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두 가 한 아이의 학업 활동과 학교생활에 대한 과도한 집중으로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저출산으로 인해 부모에게는 한 명의 자

녀가 너무나도 소중해진 것이며, 그만큼 과도할 정도로 자녀를 귀하게 양육하면서 결국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도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해결이 있어야만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바람직한 상호 대등한 관계로 정립될 수 있다.

저출산은 인구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그 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업 활동의 기반이 되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과 교사의 부정적인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

책 마련에서부터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화복

송곡대 간호학과 교수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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