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에게 논리 위주 추상적 이론 강의가 통할까?
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㉚
국립목포대 조주현 교수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나의 강의법은 한마디로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이다. 블렌디드 러닝이라고도 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자 온라인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 방식을 도입했는데, 대면 수업으로 돌아온 현재에도 대면 강의 방식과 적절히 섞어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덕분에 이전까지 생소했던 블렌디드 러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히 두 가지를 혼합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반반씩 섞은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거나 온라인에서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제대로 살리는 ‘연계’가 중요하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활발한 토론과 인상적인 발표를 한 학생이 오프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두 가지 모두 잘 하는 학생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특수한 환경이 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그래서 이전의 평가 방법 중 과제 30퍼센트의조주현 교수는 대면수업이 시작된 현재에도 온라인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조 교수가 ‘포스트디지털 세대 껴안기’란 주제로 동료 교수에게 교수법 사례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사진=조주현
분량을 온오프라인 각각 15퍼센트씩으로 조정해 반영했다. 또한, LMS 토론방과 강의실에 올려놓은 질문과 자료는 오프라인 토론과 활동을 위한 사전 학습과 사후 학습으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화상 수업에서 다이렉트 메시지 활용은 신의 한 수와 같다. 강의 중에 다른 학생에게 방해하지 않고도 학생의 요구사항이나 질의응답을 일대일 메모창 기능을 통해 파
악함으로써 강의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 예를들어, 사범대 4학년 임용시험 기출문제 풀이 수업의 경우 개인별로 서술형(약술) 답안 작성 능력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피드백해 줄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다양한 기술이 교육에 적용되어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생겨났다. 우리 대학은 정부의 지원으로 스마트강의실을 구축했다. 스마트 강의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학습자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스마트 강의실의 전자칠판과 스마트 교탁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콘텐츠를 보여주고, 터치와 필기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됐다.
칸트를 책보다 유튜브로 이해하는 MZMZ세대는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자신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을 자유롭게 활용하면 서도 인간적 감성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과거 아날로그 세대가 지식과 정보의 축적을 위해 독서를 강조했다면, MZ세대에게는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매체가 훨씬 친숙하다. 일례로 칸트의 『윤리형이상학정초』를 책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한 학생은 유튜브 강의를 듣고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도 했다. 우리 교수가 동영상 자료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롤프 얀센은 이미 20여년 전에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책에서 미래 사회는 이야기와 감성 위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폴 투르니에의 설화법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반만 듣고, 들은 것의 절반만 이해하며, 이해한 것의 절반을 믿고, 믿는 것의 절반만을 겨우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러비안 효과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는 말의 내용이 7%, 목소리가 38%, 표정이 55%의 비율로 결정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MZ세대에게 논리를 위주로 한 추상적 이론 중심의 강의는 이제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찾은 강의법 노하우는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텔링 교수학습 방식이다. 스토리텔링은 알리고자 하는 바를 단어·이미지·소리를 통해 사건이나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교육, 문화 보존, 엔터테인먼트의 도구로써, 또 도덕적 가치 등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정보전달 이상의 가치로써 공유돼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손자 손녀와 화롯가에 둘러앉아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통해 학습자의 흥미와 동기를 높이고, 맥락적 사고와 흐름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학습자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발달시키며, 삶과 학습이 연계되도록 돕는다. 추상적 이론에 대한 직접적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 속에서 적합한 예시를 제시, 어려운 이성적논리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사례 위주의 감성적·맥락적 접근, 딱딱한 글보다는 오감을 통한 재미, 일방적 강의를 통한 수직적 권위보다는 쌍방향적 대화 위주의 수평적 라포 형성 등이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교수학습 방식은 평가 방법으로도 이어진다. 학생도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토론·보고서 등에 제시함으로써 수업이라는 서사시에 교수와 함께 공저자로 참여한다. 학생은 UCC와 같은 동영상을 제작하며 의사소통능력·공동체의식·협업능력·자기효능감 등을 키울 수 있으며, 에세이를 쓰면서 자기성찰과 창의인성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수업 소감을 적는 에세이의 말미에는 수업개선에 대한 의견을 적게 함으로써 다음 학기 강의를 위한 CQI의 소중한 자료가 된다.학습 과정 개입보다 학습환경 조성하기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우정의 3요소로 제시했던 재미·유용성·감동이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하고, 학생도 재미있고 유용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이것이 평가의 중요한 루브릭이다. 이쯤되면 플라톤의 『법률』을 읽은 전공자는 “교육이 무슨 예능이냐”며 비판할지 모르지만, 로마의 인문주의와 마키아벨리즘을 아는 분이라면 이해해주실 듯하다. 이런 식으로 학생이 일단 마음을 열면 추상적 이론과 딱딱한 논리는 훨씬 더 쉽고 깊게 전이된다.이런 나의 교수법은 퍼실리테이션 교수학습 방법과도 닮았다. 퍼실리테이션은 라틴어로 ‘용이하게 하다, 쉽게 하다, 촉진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교수는 학생의 학습 과정과 결과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학습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의 의견과 토론을 촉진하며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것이다. 나는 연구가 아니라, 강의를 할때에는 전적으로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수업의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조주현
국립목포대 윤리교육과 교수국립목포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론’, ‘시민교육론’, ‘인성교육의 이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특별위원을 역임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미디어와 윤리』, 『시민성 이론과 시민교육』(공저) 등이 있다.
지방교육교부금 6조8천억 줄어
유·초중등 예산은 7조 감액교육부 2024년 예산안
▶1면에서 이어짐국가장학금Ⅱ 증액에 대해 김태경 교육부 청년장학지원과 과장은 “고물가 고금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증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내년 교육부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 대비 6조8천748억 원 감소해, 전년 대비 6조3천725억 원 줄었다. 특히,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에서 감액된 부분이 커서 지난해의 80조9천억 원에서 올해에는 73조7천억 원으로 감액됐다. 교육부는 교부금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재정 안정화 기금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4년 예산안 편성에 대해 “대학 내 혁신은 물론 대학과 지역사회 간벽을 허무는 라이즈로 대규모 대학지원사업이 전환되는 초석이 마련됐고, 글로컬대학 등 대학 혁신에 재정이 대폭 확충되면서 대학의 혁신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예산안이 3대 교육개혁 과제인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개혁 정책추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이 장관은 말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4년도 예산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 확대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표했다. 장제국 대교협 회장(동서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처한 재정적 위기상황과 차세대 인재양성을 위한 절대적 재정투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해 어려운 국가재정 상황에서도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노력한 정부에 감사한다”라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곧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방향성을 갖고,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글로컬 대학 등 대학혁신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3,121억원
대학혁신지원(1유형)8,852억원+795억원전문대학 혁신지원(1유형)6,179억원+559억원국립대학육성사업5,722억원+1,142억원지방대활성화2,375억원+475억원지방전문대활성화750억원+150억원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1.2조원
RIS 지자체-대학협력사업3,420억원LINC 산학연선도대학(전문대)육성4,070억원LiFE 대학평생교육510억원HiVE평생직업교육900억원지방대활성화2,375억원지방 전문대활성화750억원※ RIS, LING LIFE, HIVE, 지방대전문화 사업RISE 체계 이관, 교육부
세종대학교
10년 새 ‘기타교원’ 두 배 이상 늘었다…전임은 37.9%
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
대학 전임교원은 줄고, 비전임교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비전임교원 중에서도 강사 비율은 줄어든 반면, 겸임·초빙·기타교원 비율은 늘었다. 특히, ‘기타교원’은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23년 교육기본 통계 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조사 기준일은 2023년 4월 1일이다.고등교육기관의 전임교원은 88,165명으로 전체 교원의 37.9%를 차지한다. 62.1%(144,301명)는 비전임교원이다. 전임교원은 전년 대비 1,092명이 감소했다. 2023년 일반대학의 비전임교원은 59.8%, 전문대학 비전임교원은 69.5%를 차지한다.비전임교원 중에 강사는 43.4%(62,632명), 겸임교원은 17.2%(24,822명), 초빙교원은 6.5%(9,374명), 기타교원은 32.9%(47,482명)다. 2022년과 비교해 보면, 강사만 47.4%(67,509명)에서 43.4%로 5천 명 가량 줄었다.기타교원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2014년 22,413명에서 2017년 30,459명, 2021년엔 40,092명, 2023년에는 47,482명까지 급격하게 늘고 있다.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타교원은 강사와 겸임·초빙교원에 포함되지 않는 교원 모두를 포함한다. 특임·객원·대우·강의·연구·계약·기금·명예·석좌교수를 비롯한 산학협력중점교수도 기타교원에 해당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전임교원·강사·겸임교원·초빙교원으로 임용했지만 교원별 자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거나 자격 제외 대상에 해당하는 교원을 말하기도 한다.
학문분야별 비전임교원 현황을 보면, 예체능 계열이 78.5%로 가장 비율이 높고, 의약계열은 46.6%로 가장 비율이 낮았다. 인문계열은 66.4%, 사회계열은 63.7%였으며, 공학계열은 51.9%, 자연계열은 54.3%를 차지했다.여교수 29.1%…외국인 전임 5.2% 전임교원보다 비전임교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2020년부터다. 2019년 8월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으로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면서 2020년부터 강사를 비전임교원에 편입해 조사하고 있다.일반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90.6%로 전년대비 0.5%p 하락했다. 교육대학과 전문대학은 전년 대비 각각 2.7%p, 0.4%p가 하락했으나, 대학원대학은 전년 대비 17.7%p 상승했다.여교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여성 전임교원은 25,623명으로 29.1%를 차지했다.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대학원대학은 전년 대비 각각 307명, 6명, 12명이 증가했다. 전문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44.6%다.외국인 전임교원 비율은 2013년 7.7%(5,358명)로 가장 높았고, 이후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은 줄고 있는 추세다. 2023년 외국인 전임교원은 4,571명(5.2%)으로 전년 대비 5.0%가 줄었다.
대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7.2%로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해마다 20만 명 정도가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학업 중단율은 전 학년도 대비 각각 0.3%p, 0.5%p 상승했다.재적학생 중 휴학생 비율은 23.1%다. 전년 대비 1.5%p 하락했다. 휴학생수는 703,049명이다. 전년 대비 8.2%(63,160명)가 줄었다.재학생수와 입학자수는 일반대와 대학원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전문대학은 감소폭이 크다. 전문대학의 재학생수는 전년 대비 3.8%(14,667명)가 줄었고, 입학자는 2.2%(3,640명) 줄었다.외국인 유학생은 181,842명이다. 전년 대비 9.0%(14,950명) 늘었다.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은 129,240명(71.1%)으로, 고등교육기관 재적 학생의 4.2%를 차지한다. 비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은 52,602명으로 전년 대비 25.0% 늘었다.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중국 학생은 37.4%(68,065명), 베트남 23.8%, 우즈베키스탄 5.7%, 몽골 5.7%, 일본 3.2% 순으로 아시아지역의 유학생이 많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전년 대비 교원 분포
비전임교원 유형별 분포142,41488,165144,31089,257전임 비전임강사 겸임 초빙 기타교원2022202347.4% 16.6% 30.2%43.4% 17.2% 6.5% 32.9%2022 202338.5% 61.5% 37.9% 62.1%연도별 교원 분포
단위 : 명출처 : 2023 교육기본통계, 교육부민주당, 해산장려금 포함된 ‘사립대 구조개선법’ 발의
문정복 의원, ‘조건부 해산장려금’ 제안
“문정복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해산장려금과 관련된 부분을 대통령령에 상당 부분 위임하고 있다. 정부에서 시행령 정치를 하고 있는데 시행령에 맡기면 어찌 되겠는가.” (김명환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한국국제대처럼 부실 대학을 방치시키면 학생 피해만 커진다. 새로운 교수 충원을 비롯해 대학을 운영할 의지가 없는 곳은 빨리 출구를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해산장려금이 포함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립대 구조개선법)’이 나왔다. 지난달 18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이태규·정경희 의원, 민주당 강득구 의원에 이어 4번째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문 의원 법안에서 해산장려금은, 잔여재산이 귀속된 경우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해산장려금의 범위, 한도와 절차,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한, 해산장려금 지급에 있어 학교 경영자가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해 재정적 보전을 이행하지 않았으면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문정복 의원실 관계자는 “정경희 의원의 법률안에 따르면 대학 대부분이 해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라며 “문 의원 법에서는 교육부에서 해산장려금을 지급할지 말아야 할 이유를 조금 더 엄격하게 다루도록 했다”라고 말했다.가장 먼저 해산장려금을 포함한 법안을 낸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은 법률안에서 “잔여재산이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으로 귀속된 경우,귀속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잔여재산 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비리 사학에게 해산장려금이 지급될 가능성에 대해 정 의원실 관계자는 “교직원, 학생 등 대학의 구성원을 보호한 뒤 남은 재산이 사학진흥재단 청산계정으로 들어가는데, 비리사학을 사학진흥재단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가격으로 재산을 사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문 의원과 정 의원의 법률안에는 차이가 있다. 정 의원의 안은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을 위원장을 포함해 15인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위원은 교육부장관이 위촉 또는 임명하며 위원장은 위원 중 호선하도록 했다.반면, 문 의원 안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12인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위원은 국회 추천을 받아 전담기관의 장이 위촉하도록 했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했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구성원이 홀수가 되면 여당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 짝수로 하면 위원들 간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법안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김명환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서울대 영문학과)은 문정복 의원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립학교 구조개선법’ 모두가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같은 취지로 발의된 김선동·김희정·안홍준 법안은 형식적이긴 해도 정부가 고등교육 발전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고 구조 개혁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큰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구조조정을 하도록 한 것”이라며 “현재 발의된 법안은 모두 개별 대학이 원하면 퇴출할 수 있다. 만약, 특정 지역의 모든 대학이 해산하면 그 지역은 공동화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12개 대학, 대교협 대학기관평가인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병설 한국대학평가원(원장 안세근)은 2023년 상반기 대학기관평가인증 결과, 12개 신청 대학 중 11개 대학은 인증, 1개 대학은 조건부인증을 확정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학평가인증위원회(위원장 정성택 전남대 총장)는 강서대, 건양대, 고신대, 대진대, 삼육대, 순천대, 영산대, 우송대, 창원대, 평택대, 한국외대, 한라대를 2023년 상반기 3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판정을 확정했다.인증 대학은 5년간 인증이 유효하다. 조건부인증 대학은 2년간 인증이 유효하며, 1개년 개선 실적으로 미흡한 평가영역에 대해 보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기관평가인증 결과는 2014년부터 정부 행·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2025학년도 부터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에 따른 경영위기대학과 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에서 미인증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교육부의 일반재정을 지원한다.배지우 기자 editor@kyosu.net고려대학교
1950년대 양장점, 전후 ‘여성의 경제’ 축소판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㊿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젠더·문화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1950년대 양장점 분석을 통해 전후 ‘여성의 경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경제적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생계경제와 자급경제는 물론 가족을 넘어선 여성중심의 경제적 관계와 다양한 관계망을 구성하는 공동체경제임을 밝혔다.
여성학 연구자로서 역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성학이 한국 여성의 현재적 문제를 구성해온 식민통치, 한국전쟁/분단, 냉전과 산업화 등 한국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서구 여성의 경험과 서구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 페미니즘 이론만으로는 한국적·아시아적 맥락에서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경험을 문제화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면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신여성, 제주4·3 피해여성, 전쟁미망인, 공장노동자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여성의 경험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분석한 여성학 연구가 등장했다. 나는 그런 여성학의 흐름에서 식민지배를 경험한 비서구 아시아 여성의 경험에 대한 여성학적 구성을 통해 이론화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구술사를 통한 여성노동 연구의 새로운 접근
나의 문제의식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구술사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석사논문으로 신여성의 소비문화에 대한 담론분석을 통해 식민지적 자본주의에 의한 여성소비주체의 구성에 주목하면서,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구체적인 경험 세계에 다가가고 싶었다. 나는 구술사 연구를 통해 노동과 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과 위치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를 밝히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성학에서는 문헌자료의 부족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서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지에 초점을 두며 구술사 연구가 전개되어왔다.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구술채록 사업을 하면서 임형선을 만났다. 이는 한국 여성노동사에서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에 가려 간과된 여성의 자영업 연구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임형선은 식민지 시대 가난한 임금노동자인 미용사였으나 해방 이후 경제적으로 자립한 자영업자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는 계층 상승을 한 미용(기술)교육자이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 명사로 거듭났다. 그녀의 생애를 통해 ‘여성적 기술’로 저평가된 미용·양재·수예·편물 등을 활용해 사업체를 운영한 여성이 자신의 노동과 경제적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했는지, 나아가 그들이 한국 경제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연구 주제에 천착하게 된 데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노동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사회과학연구 전반에서 노동과 계급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여성학, ‘노동·계급·경제’ 역사적 논의는 저조여성학이 부상하던 1980~1990년대만 해도 여성노동자와 계급 문제는 주요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여성의 차이에 대한 주목이 정체성, 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성폭력과 성매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부상한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여성혐오와 백래시의 부상 등으로 젠더 폭력에 대한 논의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젠더 폭력과 섹슈얼리티 연구가 여성학을 대표하는 연구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달리 여성 노동을 비롯해 계급과 경제에 대한 페미니즘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지금의 여성노동 연구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연구에서 논의된 새로운 이론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논의의 흐름을 답습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여성노동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여성의 ‘노동·경제적 실천’ 역사화·이론화 시도
이런 현실에서 나는 여성의 노동과 경제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나는 한국전쟁으로 초래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이 행상과 소규모 사업체 운영 등 자기고용을 통해 자영업에 진출한 변화에 주목했다. 이 연구로 박사논문 「양장점을 통해 본 1950년대 전후(戰後) ‘여성의 경제(Female Economy)’」를 완성했다. 이는 명동의 장소성에 초점을 두면서 여성의 소비와 노동, 그리고 여성 커뮤니티를 다룬 『명동아가씨: 근현대 여성 공간의 탄생』(마음산책, 2012)을 이론적 측면에서 한층 심화한 것이다. 양장점은 전후 여성의 노동과 경제적 실천이 이뤄지는 공적 ‘장(field)’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에서 여성 중심의 경제 영역이 구성되는 메커니즘과 구조를 드러낼 수 있는 핵심적인 공간, 즉 전후 ‘여성의 경제’ 축소판으로 보았다. 자기고용을 통한 전후 여성의 자임형선 예림미용고등기술학교장의 수업 장면이다. 1950~1960년대 모습이다. 사진=구술자 제공
1950년대 명동의 양장점 풍경이다. 사진=한영수 작가, 명동, 1956~1960년, 사진제공=한영수문화재단 구술사료선집 『모던걸 치장하다』(국사편찬위원회) 표지. (왼쪽)
영업 운영은 대량생산과 자본축적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보다는 맞춤복이라는 소생산 방식을 통해 타인·관계·돌봄·지속가능성의 성격을 가졌다. 전후 여성의 새로운 경제적 실천인 자영업과 이를 기반으로 전개된 경제활동의 양상과 성격을 밝히는 이론적 개념화를 시도했다.
‘여성의 경제’는 ‘여성적 기술’을 기반으로 여성 대상의 상품을 생산·판매하며 여성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자영업을 통해 구성된다. 여성의 경제는 여성 위주로 전개된 경제활동의 장·영역·구조·양식을 뜻한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경제영역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하는 성별 정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전거가 된다. 이에 1950년대 양장점 분석을 통해 전후 ‘여성의 경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경제적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생계경제와 자급경제는 물론 가족을 넘어선 여성중심의 경제적 관계와 다양한 관계망을 구성하는 공동체경제임을 밝혔다. 이러한 이론화 과정은 양장점을 운영한 여성 구술자들이 자신의 생애를 재해석하면서 의미화한 여성의 경제적 실천을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역사학·경제학 넘나들며 ‘한국젠더경제사’ 정립 필요나의 연구는 임금·가사노동으로 이원화되어 20세기 한국여성노동사가 놓친 여성의 자기고용, 즉 자영업이 여성 중심의 새로운 경제영역을 구성하면서도 상품생산은 물론 사회적 재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유동적인 공사영역을 구성하였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1950년대 여성의 삶에 대한 기존 논의가 가부장제와 민족주의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경제적 맥락을 간과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나는 새로운 자료와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전후 사회가 자본주의 초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자본주의(대량생산) 역사 이행’ 논쟁에 개입하고자 했다. 이는 국가와 남성 주도의 대기업, 그리고 경제성장과 경제정책 일변도의 한국경제사 논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젠더 관점에서 그리고 아래로부터 한국(현대)경제사를 다시 쓰는 작업이었다.
한국경제사 다시쓰기 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사)학에서의 젠더 관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찾아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여성의 경제’에 관한 연구를 식민지와 산업화 시기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 한국 근현대사에서 경제의 역사적 구성 과정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또한 노동·경제·계급과 관련한 지식·실천·의미가 어떻게 성별화된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한국 젠더 경제사 연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나의 문제의식과 새로운 연구영역에 대한 학문적 가치의 확신을 가지며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역사에서 사라진’ 자신들의 경험과 생애를 나눠주고 또 응원해준 구술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역사학과 경제학 등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노동·경제·계급에 대한 젠더 접근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가 구성한 여성의 경험, 동시에 여성이 구축한 한국 근현대사를 계속 연구하고자 한다.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여성의 노동·경제와 관련한 경험·실천·지식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개념화하고 이론화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와 위스콘신주립대(메디슨) 역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양장점을 통해 본 1950년대 전후(戰後) ‘여성의 경제(Female Economy)’」 박사논문으로 우수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명동 아가씨: 근현대 여성공간의 탄생』(마음산책, 2012)과 『모던걸, 치장하다』(국사편찬위원회, 2008)가 있다. 대표 논문으로 「양장점을 통해 본 전후 1950년대 ‘여성 자영업주’의 탄생」, 「이승만 정권 초기의 직업여성담론에 관한 연구 : 여성지 『職業女性』(1950.6) 창간호를 중심으로」, 「근대적인 ‘직업여성’의 여성 정체성과 직업의식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1세대 미용사 임형선의 구술생애사를 중심으로」 등이」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 과제로 「1950-70년대 자영업의 젠더화와 여성 자영업주의 경험·기억·역사」를 5년 간 진행할 예정이다. meesun.kim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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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홍용진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역사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독서 대중에게 아마 가장 생소한 분야는 서양 중세사가 아닐까 싶다. 당연하게도 한국에서는 한국사가 가장 중요하고 널리 알려진 분야라고 할 때, 서양 중세사는 아무래도 관심의 폭을 넓혀 가기가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굴곡진 한국의 19~20세기 역사는 같은 시기의 서양사와 바로 직결되고, 16~18세기 동안 전개된 서양 근대사도 19~20세기 역사의 준비 기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신항로 개척과 같은 서양 사회의 격변과 과학혁명이나 계몽사상과 같은 이른바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와 대비돼야 하는 서양 중세사는 언제나 극복돼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인지 14세기 인문주의에서 만들어낸 ‘중세 암흑기’라는 말은 21세기까지도 한국의 인문학자들에게 당연한 듯이 통용되곤 한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서양 고대 사회는 ‘고전’이라 칭할만한 저명한 문화적 업적은 남겼지만, 이에 비해 서양 중세 사회는 이에 비견할 만한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지금도 당연한 듯 통용되는 ‘중세 암흑기’
학문적인 차원에서도 서양 중세사는 접근하기가 난해하다. 고대 관련 문헌은 고전어로 집필됐지만 현대 판본으로 접근하기도 편하고 번역도 많이 돼 있다. 근·현대 관련 문헌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근·현대어로 쓰여 있고 인쇄본으로도 쉽게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5~15세기라는 1천여 년 동안 생산된 중세 관련 문헌은 여전히 중세 당시의 수서본(manuscript)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를 독해하기 위해서는 중세 라틴어나 중세 그리스어, 그리고 중세 유럽어를 공부해야만 한다. 게다가 당대에 쓴 글자를 식별하기 위한 고문서 해독법(Paleography)도 익혀야 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세의 여러 정치·사회적 사상과 행위는 근대적인 관점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당대 철학과 사상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현대적인 인류학·사회학 이론 또는 사회철학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그렇다면 이렇게 난해하고 어찌 보면 큰 의미도, 쓸모도 없어 보이는 서양 중세사는 뭐 하러 공부할까? 결론부터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서양 근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여러 개념과 전통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그러면 이러한 반문이 따라 나올 수 있다. 아니, 근대는 중세에 대한 저항과 극복을 통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는가? 그저 근대적인 것과 반대되는 것, 신에게 모든 것을 귀속시킨 채 무지몽매하게 살아온 어두컴컴한 하세월이 중세 아니었는가? 그러면 여기에서 다시 따져보자. ‘중세 암흑기’라는 말은 누가 붙였는가? 바로 인문주의의 선구자인 페트라르카다. 그리고 그는 누가 뭐라 해도 14세기라는 중세를 살아간 인물이었다. 근대 사회의 주요한 요소들은 사실 중세 사회 자체의 위기와 변혁의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후에 역사가들이 근대적이라고 골라내어 이름 붙인 것이 태반이다. 그리고 개설서의 장절 구분과 같은 중세와 근대라는 시대 구분과 달리 역사적 현실은 그렇게 명확하게 양분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유년기와 소년기가 행정적으로는 중학교 입학일자로 구분될지 몰라도, 실제 삶에서는 단절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조선이라는 나라가 국제 무대에 알려지고 당대 세계 질서에 편입되면서 문제가 되었던 개념은 ‘주권’이라는 개념이다. 말이 세계 질서 또는 국제 관계이지, 사실 ‘주권’이라는 개념은 유라시아 극서 지역 모퉁이인 서유럽에서 발명된 독특한 개념이다. 그것은 흔히 1648년 30년 전쟁을 마무리한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명확히 등장한 것으로, 국가의 크기나 세력과 상관없이 각 국가가 서로 독립적이고 대등한 국가권력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또한 이 주권은 한 국가 내에서는 최고 권력으로 그보다 상위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주권은 말 그대로 ‘주인으로서의 최고 권력’이다.근대 서구의 기준은 보편적인가
그런데 여기에서 바로 ‘주인’이라는 말에 유념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주권은 국가라는 가상 인격체가 국가에 속한 모든 것에 대해 주인으로서 가지는 최고권력이다. 그리고 이때의 가상 인격체는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법적으로만 상정되는 인격체, 즉 법인이다. 잘 알려진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표지는 바로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인민으로 이루어졌지만 단순한 총합이 아닌, 인민 전체를 뛰어넘는 초월적이고 단일한 인격체인 국가라는 생각은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가?중세에서 교회는 종종 라틴어로 ‘에클레시아 크리스티아나(Ecclesia Christiana)’라고 지칭한다. 에클레시아는 민주정으로 유명한 아테네에서 그리스어로 ‘민회’를 일컫는다. 로마 시대에 라틴어로도 정착된 이 말은 ‘그리스도의 가르침(敎)을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會)’이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 교회는 그 자체로 신비로운 그리스도의 몸(Corpus Christy mysticum)으로 추상화된다. 교회, 즉 종교적인 색채를 지닌 인민의 모임이 그리스도라는 인격체로 투사되는 것처럼, 정치적인 인민의 모임인 국가는 주권자라는 인격체로 추상화된다. 14~16세기 서구 사회에서 종교적 위기와 분열, 그리고 전쟁을 거치면서, 일상적인 평화와 질서를 보장해 주는 권력은 이제 교회에서 국가로 전환되어 갔다. 하지만 이 새로운 국가(State)라는 정치체를 정당화해주는 논리는 중세 교회 이데올로기의 세속적 변형을 수반했다. 물론 이는 고대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각이었다.비단 주권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19세기 말까지 조선 사회에 생소했던 수많은 근대적 개념과 요소들은 중세적 전통과의 연관성 속에서의 이해를 요구한다. 이는 또한 중세 서구 사회를 일반적인 세계사의 커다란 궤적에서 일탈한, 예외적이고 독특한 문명의 실험실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힘의 논리에 의해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근대 서구의 기준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중세 서구 이래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의 소산임을 이해해야 한다.“10만 자 ‘화엄경’ 210자로 압축”
천 년 넘는 생명력을 불어넣다저자 인터뷰_『한국 불교시의 기원』(에피스테메 | 368쪽) 쓴 서철원 서울대 교수
▶1면에서 이어짐“신라의 향가와 삼국유사, 불교시 등 한 시대의 서정·서사·사상을 모두 다루고 싶었다.” 서철원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사진)가 향가·고전시가를 전공하게 된 이유다. 그는 학창시절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조선상고사』(1948)를 읽으면서 고대 한국 문화와 그 기원에 관심이 생겼다.서 교수는 “『조선상고사』의 내용을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얼마 남지 않은 자료를 영감으로 메꾸어가며 진실에 도달하고자 했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실제 역사와는 구별되는 문학적 영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회했다. 아울러, 그는 “다만 『조선상고사』는 신라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지만, 지금 우리의 문화와 사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나라는 신라였기 때문에 신라 향가로부터 시작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책에는 “의상은 한국문학사상사에서 시어의 본성에 처음 주목한 인물이라 하겠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정말 그럴까? 서 교수는 “남아있는 자료 현황을 고려한다면, 조심스럽지만 한국문학사상사 전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의상과 원효의 시대 이전에도 향가가 있었지만, 서정시로서 향가의 언어가 갖추어야 할 점에 관한 고민보다는 가악으로서 기능과 역할에 더 주목했으리라 추정한다”라고 답했다.더욱이 서 교수는 “향가가 본격적인 서정성을 갖추기까지 불교적 인간 이해와 내면 성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라며 “원측이나 원효의 경우도 상대방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기 위한 수사 전략을 여러 차례 성찰했지만, 의상은 일상어와 구별되는 압축적 비유와 상징을 내세우고 시어의 구축에 본격적으로 고민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구별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상은 약 10만 자의 『화엄경』을 「법성게」 210자로 압축했다. “논리적 언어로는 밝히기 어려운 종교적·서정적 차원의 진실을 머금고 있다.” 서 교수는 “의상이 주목했던 시어의 본성을 활용하여 천 년 넘는 향가의 생명력이 갖추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장대한 불교의 이상세계를 요약하고 압축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의상은 논리를 뛰어넘는 시어에 착안했다. “『추동기(화엄경문답)』 같은 다른 저술에서 하나를 듣는 게 전체를 듣는 것과 똑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일지 모색했고, 즉(卽)과 중(中)을 통해 어(語)와 의(義)를 날줄과 씨줄처럼 엮어가는 비유와 상징의 효과에 착안했다. 「법성게」의 도인(圖印)에서 굽이굽이 휘도는 언어의 물결은 그만큼 역동적인 비유와 상징을 보여주고 있다.”다른 분야 존중 부족으로 종합연구 어려워문학사와 종교사상사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 개별 연구만 많이 해왔다. 서 교수는 “서로에 대한 존중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과 역사학, 철학 등의 연구에서 같은 시기 혹은 주제를 다룬다면, 그 인접한 분야의 성과를 공유하며 소통해야 하겠다”라며 “연구 분야마다 중요하서철원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고전시가 전공으로 석·박사를 했다. 경남대 국어국문학과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고전시가 수업』, 『삼국유사 속 시공과 세상』을 썼고, 『삼국유사』를 우리말로 옮기고 풀어 설명했다. 사진=서철원
“문학과 역사학·철학 등의 연구에서 같은 시기 혹은 주제를 다룬다면, 그 인접한 분야의 성과를 공유하며 소통해야 하겠다. 그러나 연구 분야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서로를 존중한다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렵다.”
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서로를 존중한다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왜 저 사람들은 저런 게 궁금할까?’와 같이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대학의 교양교육을 요구했다.
대학·교수사회에 향가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서 교수는 「찬기파랑가」 7~8행의 “지니던 마음의 끝을 좇으리라”를 언급했다.“郞이 지니시던마음의 가를 좇으련다”(양주동 전 동국대 교수의 해석)“기파랑처럼 훌륭한 분의 뒤를 따르리라는 평범한 뜻인데, 그냥 마음을 따른다고 쓰지 않고 마음의 가(끝)를 따르겠다고 했다.” 이 마음의 끝을 따라 하늘의 달부터 물가 저편, 잣나무가지 위까지 다니며 시선을 옮기는 게 「찬기파랑가」의 내용 전체다. 서 교수는 “인문학이란 이렇게 마음의 끝처럼 희미해진 일을 밝히느라 애쓰고, 여러 부분으로 시선을 옮기며 차근차근 바라보는 건 아닐까”라며 “한 글자 한 구절에 집착하는게 탁상공론처럼 비치기도 하겠지만, 각각의 작은 하나가 지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의상과 원효가 추구했던 화엄의 세상이기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방일영문화재단이 언론인과 언론학자의 저술·출판을 지원합니다
방일영분화재단
K 문학의 탄생
조의연 외 13명 지음 | 김영사 | 416쪽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인 번역 이야기. 한국 현대 시 번역의 최고 권위자 안선재와 한국 현대 소설 번역의 최고 권위자 브루스 풀턴을 비롯해 로렌 알빈과 제이크 레빈 등 해외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또 수상하며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들의 진솔하고 진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3제국사
윌리엄 L. 샤이러 지음 |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64쪽192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초기까지 유럽에서 나치를 직접 취재한 기자인 저자는 1950년대에 막 공개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제3제국 시대라는 드라마의 주연들과 조연들, 단역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리하여 생동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백년 동안의 증언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80쪽올해 9월 1일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다. 이 책은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일본의 혐오사회와 국가폭력에 맞서온 한·일 작가와 일반 시민들의 기록이다. 이 책은 와세다대 객원교수를 지낸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간토대지진 관련 장소를 답사하고 여러 증인을 만나며 문헌을 연구 정리한 책이다.나와 퓨마의 나날들
로라 콜먼 지음 |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448쪽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이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성장기다. 저자인 로라 콜먼은 2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아메리카에서 배낭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야생동물 보호구역 자원봉사자가 된다. 그곳에서 그는 불법 밀매로 학대당하다 구조된 퓨마 ‘와이라’를 돌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김정은 정권의 지도이념 변천
히라이 히사시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16쪽사상 초유의 3대 세습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권력을 차지한 김정은이 지난 10년 간 북한을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온 지도이념을 북한의 공식 문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살펴봤다. 북한에는 달걀에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사상은 주체사상이다. 북한이 얼마나 사상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마음이 아픈 사람들
토머스 인셀 지음 | 진영인 옮김 | 책읽는수요일 | 404쪽정신 질환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왜 정신질환자가 가진 이미지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다를까? 충격적인 사건 소식을 접하면 사람들은 가해자의 정신 건강 상태부터 의심한다. 대부분은 정신 질환자를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라고 여기며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주의 대상으로만 본다. 우리는 정신 질환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다는 증거다.다윈의 식물들
신현철 지음 | 지오북 | 320쪽『종의 기원』을 발표해 생물의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도 평생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다름 아닌 식물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종의 기원』 발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식물의 운동, 꽃가루받이, 번식 등에 관한 6권의 책을 펴내며 평생 연구를 거듭했지만, 백악기에 급격히 발달한 고등식물의 진화에 대해서는 다 밝혀내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마무리했다.대화로 철학하기
김성민 외 9인 지음 | 동녘 | 316쪽‘철학을 한다’고 하면 홀로 자기만의 세계에서 탐구에 몰두하는 고독한 학자의 이미지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공자의 『논어』, 소크라테스의 대화편 등 철학사의 문을 연 중요한 논의들은 여러 인물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형태로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 대화는 오래전부터 철학을 펼쳐나가는 유용한 도구였던 셈이다.조주록 강설 상, 하
학산 대원 대종사 지음 | 불광출판사 | 1,512쪽우리나라 불교의 대표 선사인 학산 대원(鶴山 大元) 대종사는 『조주록』의 525칙 공안을 2016년부터 지난 해까지 장장 6년간 강설해 왔다. 이 책은 그 귀한 법문을 엮은 책으로, 조주선사의 어록과 그에 대한 『선종송고연주』, 『선문염송』, 『염송설화』의 내용, 거기에 학산 대원 대종사의 착어와 송을 더했다. 이 고준한 선(禪)의 세계는 깨달음의 씨앗이 된다.저자가 말하다_『정동정치와 언택트 문학』 나병철 지음 | 문예출판사 | 560쪽
숨겨진 타자를 회생시키다…정세랑에서 김초엽까지감성적 불평등성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정동 권력
불평등성 증상으로서 스크린·소설책의 유령 출몰21세기에 들어서 기후 위기와 함께 가장 절박한 위협은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성일 것이다. 오늘날의 불평등성의 심각성은 사회 구조를 인식해도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책은 그런 고착성의 원인이 경제적 불평등성의 영속화 장치로서 그 이면에 놓인 감성적 불평등성에 있음을 살펴봤다.마르크스는 세계 자체의 원리를 인식하면 해방된 평등한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자신을 해체할 무기를 들 사람을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가 인식한 것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타자였으며, 그는 프롤레타리아라는 타자를 만든 자본주의 자신의 증상(라캉)을 간파했던 셈이다.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순수자본주의는 사회적 타자를 추방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작동시켰다. 타자의 추방은 마르크스가 예측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제2의 증상이며, 그 무증상의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타자는 투명 인간이나 혐오의 대상으로 배제됐다. 그처럼 해체의 무기를 들 사람을 미리 배제하는 것이 바로 감성적 불평등성을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정동(情動, affection) 권력이다. 타자를 추방하는 감성적 불평등성의 사회가 되면 90%들이 수동적 정동에 예속되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해도 사회는 잘 변화되지 않는다.이처럼 문제의 핵심이 존재론적 정동에 있기 때문에 이제 마르크스적인 인식의 정치는 정동 정치와 결합될 수밖에 없다. 이책은 스피노자와 들뢰즈, 마수미에 의해 발전되어온 정동 정치의 개념을 불평등한 사회를 해결하는 존재론적 무기로 재구성했다. 우리 시대에는 비판적 사상이나 대항 헤게모니에 앞서 정동정치가 먼저 실천돼야 불평등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동 정치의 필요성은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문학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월러스틴은 차별과 불평등성이 극단화되면 도처에서 유령이 출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거리가 조용한 대신 스크린과 소설책에서 먼저 유령이 출현하고 있다. ‘기생충’의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깐부, ‘버닝’의 나체, 그리고 ‘사하맨션’과 ‘해피 아포칼립스!’의 좀비가 모두 우리 시대의 유령이다.이처럼 스크린과 소설책에서 유령이 출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증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타자의 추방이라는 제2의 증상은 해체의 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다. 그러나 제2의 증상을 알리는 유령이란 배반당한 유토피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응시의 신호이다. 해체의 무기를 들 사람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희망은 정동적 유령을 구출하는 정동 정치에 있다.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의 정치학을 말했다면 정동 정치는 배제된 타자의 정치학이다. 이 책은 피케티가 말한 U자형 커브를 타자의 정치학으로 재구성했다. U자의 양극단은 타자를 상실하고 인문학과 문학이 쇠약해진 시대이다.이런 시대에는 타자를 혐오하고 화려한 캐슬만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번 실패하면서도 미로를 맴돌게 된다. 그런 정동적 어둠 속에서도 피케티와 바스카 선카라, 사이토 코헤이는 사회주의가 시급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동 정치에 의해 타자가 되돌아오고 90%가 능동적 정동을 회생시키지 않으면 불평등성이 해소된 활력적인 세상은 오지 않는다. U자 양극단의 한쪽을 살았던 김남천은 일상에 숨겨진 여성 타자에게 희망을 걸었다.이 책은 오늘날의 화제작 역시 여성 타자를 비롯한 숨겨진 타자를 회생시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음을 살펴봤다. 정세랑, 정진영, 권여선, 한강, 장은진, 이재웅, 김탁환, 김초엽 등의 작품은 모두 그런 소설이다.오늘날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상으로 정동적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대이다. 그로 인해 벌거벗은 얼굴을 상실한 채 떠도는 타자가 바로 정동적 유령이다. 우리가 살펴본 작품은 정동적 유령이 언택트 미학의 방식으로 회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롤레타리아의 정치학은 사회적 타자들이 맨얼굴로 만나게 했다. 그러나 벌거벗은 얼굴을 상실한 오늘날의 타자의 정치학에서는 떨어진 채 손을 잡는 언택트 윤리가 필요하다. 정동 정치와 언택트 미학은 타자를 귀환시켜 능동적 정동을 회생시키며 다시 한번 존재의 물결을 일으키게 해 줄 것이다.
나병철
한국교원대 명예교수·현대소설서울대 인문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샹탈 무페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우리말로 옮겼다.
방성용의 읽고 느끼고 그리고 쓰다_『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576쪽
‘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군’이 어떻게 전쟁을 망쳐버렸나지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는 행사 리더와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여러 각도로 다양하게 알렸다. 이 책에는 지난 잼버리 행사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가슴 깊게 스며들 내용이 담겨있다. 주 내용은 제1·2차 세계대전, 스당 전투, 한국전쟁 등에서 멋지게 전투를 말아먹은 12명의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는 패장 12명의 스토리가 실려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앙이라 할 만큼 대패했고 큰 인명 손실과제1·2차 세계대전, 스당 전투, 한국전쟁을 망쳐버린 주역들
리더는 천재성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 능력을 갖춰야극심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 이유는 그들의 아집과 독선, 이기심, 우유부단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감투를 씌워준 조직의 문제가 크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일본군은 초식동물, 쌀 없으면 풀 먹으면 되지.”(무다구치 렌야 중장) 무다구치렌야는 육군유년학교와 사관학교, 육군대학을 졸업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었던 소수 엘리트들이 학연‧지연으로 일본군 요직을 장악하고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무다구치 렌야가 버마에서 수행한 ‘임팔작전’은 일본군 최악의 패전이었다. 그는 식량이 없어도 산에서 열매나 동식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병사들에게 풀을 먹는 적응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자신은 전선에서 400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남아 부하들이 승전보를 보내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한 일은 사령부 앞마당에 제단을 차리고 승전 기원 의식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출정했던 10만여 명 중 돌아온 병사는 1만2천 명에 불과했다.‘임팔작전’은 중과부적 때문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개인적 공명심에 눈이 먼한 장군의 졸속 작전이었기 때문에 패했다. 전후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지휘로 사망한 병사들에게 사죄하는 일도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 ‘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J로 시작하는 이름의 프랑스 신사에게 보고할 것.”(로이드 프레덴들 중장) 미국은 역사가 짧다. 미국인들이 손꼽는 최악의 장군 중 한 명을 소개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미군을 지휘한 로이드 프레덴들은 미 육군 표준 명령 규약을 무시하고 자신이 만든 은어로 위와 같이 명령을 내렸다. 그의 이런 행태는 부하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이 명령을 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또한 부하들에겐 튀니지를 향해 진격하라고 닦달하면서 본인은 전선에서 130킬로미터 떨어진 사령부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주 관심사는 자신이 주문한방탄차가 언제 도착하는지였다. 무엇보다 그가 적에게 포위된 병사들에게 내린 최종 명령은 “그냥 알아서 탈출하라는 것”이었다. 로이드 프레덴들은 후방에서 부하들을 훈련시키는 데에는 능숙한 행정가였지만 야전에서는 가장 무능한 지휘관이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 듯 합니다.”(유재흥 소장) 이 답변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밴플리트 장군이 미국의 한 라디오 토크쇼에서 나와 ‘현리전투’를 회고하던 중 “당신의 군단은 어디 있소? 당신네 대포와 수송 수단을 죄다 잃어버린거요?”라고 묻자 유재흥 소장이 답했다는 내용이다.‘현리전투’는 1951년 5월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유재흥 소장이 지휘하는 한국군 제3군단은 중국군 제9병단에게 괴멸됐다. 밴 플리트는 이런 상황에서 어쩔 줄 모르는 한국군 장군의 모습에 분노했고, 그 자리에서 그를 해임했다. 또한 앞으로 미군이 한국군을 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넘어간 군사 작전권의 반환 문제는 한국전쟁이 끝난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고 필자는 밝히고 있다.이 책에서 강조하면서 경계하는 유형은 “멍청하면서도 부지런한 사람”이다. 멍부는 자신의 성급한 욕심에 의해 조직을 와해시키고 화목하게 살고 있던 부하의 가정 불란도 생기도록 해줄 수 있다. 결국 리더는 특출난 천재성이 아니라 본인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능력이 중요하다고 이 글에선 강조하고 있다.
방성용
북칼럼리스트저자가 말하다_『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보위에로부터 피어시까지: 20세기 중엽 - 현재』 박설호 지음 | 울력 | 356쪽
‘강탈하는 인간’ 차별·구분에 예술적으로 저항하라
‘환경·평화·여성’ 운동의 공동체 유토피아
노조 운동의 정착과 생태 공동체 활성화인간의 크고 작은 갈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꿈이다. 이러한 갈망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흔히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유토피아 연구의 효시라고 하지만, 이전에도 사회 유토피아의 갈망은 엄연히 존재했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간행된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5권)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사회 유토피아의 사고를 추적한 학제적 연구 결과물이다.
지면 관계상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5권만을 언급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스키너의 『월든투』, 망드라의 『시골 유토피아의 나라로의 여행』, 르 귄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 피어시의 페미니즘 유토피아 그리고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등. 그런데 어떻게 하면 훼손된 지구를 되살리고 “물구나무선 먹이 피라미드”를 복원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은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태동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필자는 20세기 중엽부터 출현한 세 가지 운동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국가 이기주의를 파기하면서, 자치‧자활‧자생을 추구하는 공동체 운동. 둘째, 전투적·수직적·남성적 폭력을 거부하면서, 평화 공존과 나눔을 실천하는 페미니즘 운동.셋째, 상부인 하늘로 향하는 종래의 신학적 권위를 의심하면서, 땅의 순환과 토양의 보존을 강조하는 환경 운동. 이러한 세 가지 운동은 결국 생태 공동체 운동으로 집약되고 있다.
현대인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연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전쟁, 사회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기후 위기와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제반 문제는 무엇보다도 (독점) 자본주의, 남성적 국가적 폭력, 그리고 계층 사이에 뿌리내린 이기주의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의 병리 현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이것은 최소한 두 가지 운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치료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전 지구적으로 노조 운동이 지속적으로 정착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생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과업일 것이다. 노동조합 운동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취약점인 빈부 차이를 약간 줄여나가게 하는 마이신(항생제)으로 작용한다면, 생태 공동체 운동은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작은 규모지만,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생태 공동체 운동이 추구하는 방향은 두 가지 사항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자연과학의 실증주의라는 단선적 사고는 수미일관 비판돼야 한다. 경쟁, 무한대의 이익 추구, 엘리트주의, 자연파괴 그리고 기술만능주의 등은 실증주의라는 가시적 사고에서 태동해 자라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협동, 절제, 평등 그리고 상생 등은 전 지구적으로 생태적 사고의 토대로 정립돼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강탈하는 인간(Homo rapiens)”은 생태 공동체 운동을 통해서 달리 거듭나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라는 정치적 강령으로 각 개인을 다스려 왔다. 그래서 권력은 개인을 계급, 종교, 정당, 국적, 인종, 성, 나이 등으로 구분하고 차별화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페미니즘 운동은 인간에 이러한 일곱 가지 차별과 구분에 저항하면서, 인간과 비인간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인류세의 인간은 이윤이 아닌, 필요에 의한 생산과 절제된 소비를 실천하고, 바람직한 생태 친화적인 삶을 예술적으로 선취해나가야 한다.
이 책은 21세기에 출현한 문학 유토피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왜냐하면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전 지구적 실천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방향은 차제에 신유물론의 이론적 접근과 함께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은 동양을 일차적으로 소홀히 한 연구서다. 후학들이 동양 사상과 한국 철학과 결부된 유토피아의 특징을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이책의 결함을 보충해 주기를 바란다.
박설호
한신대 명예교수·독일문학사유의 아고니즘_『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 에코크라시를 향하여』 이나미 지음 | 알렙 | 264쪽
고양이 집사처럼 ‘이웃·자연’을 대하라아울러 동료와 협력하는 관계 맺고 생태적 삶에 참여하기
생태시민은 정치적 기획이라기보단 일상의 관계들 재조정기후위기는 이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닥쳐온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저기서 이상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태풍‧홍수‧산불 등 자연재해의 파괴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과 공급의 교란으로 대규모 아사와 내전과 난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은 상승해 익숙했던 지도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일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울리히 벡은 기후와 생태적 위험이 야기할 사회적 위기의 양상을 이렇게 예견했다. 첫째, 통제하기 힘든 위험인 탓에 사람들 사이에 무력감과 체념의 태도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사회적 연대의 약화와 개인주의의 강화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 계층마다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상이하기 때문에 위험은 특히 하층 계급에게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다. 셋째, 파국적 사태에 대한 대처를 명분으로 공학적 관료 행정의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민주주의의 일상적 중지가 정당화될 것이다. 넷째,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과 분노를 표출할 만한 희생양을 찾아 증오를 표출하게 될 것이다.기후와 생태의 위기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근본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 위기의 규모가 너무나 거대하고 복합적이어서 종종 우리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정치학자 이나미의 『생태 시민으로 살아가기』는 우리가 무력감이나 회피의 심리에 빠지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 성장주의적 삶에 대한 반성과 생태주의적 삶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문헌은 많지만 너무 높은 당위적 요청과 윤리적 반성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이 책은 당위와 윤리적 요청을 앞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일상에서 각자가 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생각해볼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호소력 있게 소개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한 사람의 완전한 채식인보다 열 사람의 불완전한 채식인이 더 생태의 회복에 기여한다”라는 관점을 취한다. 이 책은 ‘공해’라는 문제에 대한 시민 대응의 역사, 시민의 개념사와 의미론, 다양한 생태시민성 이론 등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서 ‘생태시민’의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오랫동안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생태적 사유에 깊이 천착해온 저자의 숙성된 통찰과 내공이 훌륭한 문장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저자는 생태시민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된다는 것이 거대한 정치적 기획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웃과 비인간 자연과 맺는 관계를 재조정하는 일상적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우선 생태시민은 일종의 집사와 같은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 마치 우리가 고양이를 보살피듯이 서로의 삶을 돌보는 집사처럼 이웃과 비인간 자연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돌봄의 제도와 실천을 조직하는 것은 그 구체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가 서로의 이웃이나 비인간 자연과 협력하는 동료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는 시민의회, 협동조합 등 협력적 동료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회적 제도와 실천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우리가 참여적 시민이 되어 인간과 비인간 자연 등으로 이루어진 생태적 삶 전체에 일부로 참여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삶의 터전을 생태적으로 일구는 경제, 정치, 사회적 실천은 구체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저자도 말하듯 전통적인 정치철학적 시각에서 볼 때, ‘생태’와 ‘시민’ 또는 ‘생태’와 ‘민주주의’는 그다지 잘 어울릴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하지만 이러한 용어와 관념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만들어지고 제련되어간 것으로서 언제나 생성과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용어이다. 우리가 기후 및 생태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 ‘생태시민(성)’이라는 새로운 주체에 대한 보다 진지한 지적, 실천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는이 길에 뛰어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환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사회학황제의 말과 글
정동훈 지음 | 푸른역사 | 268쪽이 책은 고려 공민왕 때부터 조선 세종 때까지에 해당하는 1368년부터 1449년까지, 명나라 초기 네 명의 황제들의 말과 글을 통해 조-명 외교의 이면을 들여다 본 것이다. 고려시대사와 전근대 국제관계사를 천착하고 있는 지은이는 말과 글, 전달 통로에 따라 명 황제의 메시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주목한다.미래를 위한 환경철학
김완구 외 11인 지음 | 연암서가 | 391쪽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폭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단순한 경고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거나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며 흔한 우리의 일상이 돼 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현재 기후변화 문제를 인지하고 나서도 문제를 몰랐을 때보다 더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해결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이펙추에이션
사라스 사라스바티 지음 | 엄소영 옮김 | 안그라픽스 | 440쪽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사라스 사라스바티의 이펙추에이션 논리는 2001년 한 장의 종이로 시작해 현재 수많은 연구의 영감이 되며 경영학계에 굉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기업가정신 논리다. 이펙추에이션은 기업가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하나의 논리로, 5가지 원칙이 조화롭게 작용하는 복합적 기업가정신이다.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544쪽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상황, 안전성에 대한 약속이 부재하는 삶을 탐구하기 위해 버섯과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이상한 상품사슬의 하나를 따라 자본주의의 예상치 못한 구석을 탐험한다. 한편 일본의 미식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다른 한편에서 라오스,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염소 목동 등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발밑의 세계사
이동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432쪽지리를 통해 역사의 행간을 밝히는 책. 지형지물, 기후, 자원, 자연재해 등 지리는 시간의 지층 깊은 곳에 묻힌 역사의 동인을 캐내는 강력한 도구다. 즉 지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양과 동양의 탄생부터 현대 지정학 질서의 발단까지, 이 책은 지리의 힘을 포착해낸다.단 한 권으로 읽는 논어+역경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360쪽전통적으로 동양인의 삶과 사유의 근원으로 가장 존숭받아온 경전 『논어』와 『역경』 전체가 이 단 한 권에 담겨있다. 우리가 예로부터 사서삼경이라고 할 때, 사서(四書)의 대표작은 『논어』이고, 삼경(三經) 중의 가장 어려운 문헌은 『역경』이다. 논어는 우리에게 사람 되기를 가르치는데, 그것을 이론의 전개가 아닌 살아있는 삶의 이야기들로 해결한다.옛글의 나무를 찾아서
권경인 지음 | 이유출판 | 312쪽어릴 적 선친께 한문을 배운 저자는 한자문화권의 고전을 탐독하다가 식물을 대하는 선인들의 태도가 현대를 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뒤뜰에 무성한 ‘잡초’부터 안마당의 과실수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이름을 지어 부르며 자신의 인격을 투영해 바라보던 태도들이 그것이다.모호한 상실
폴린 보스 지음 |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308쪽한국전쟁과 남북분단,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에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진통을 겪어온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실’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가족심리의 최전선에서 집중 연구한 저자가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상실’에 대해 짚어본다.분야별 신간
인문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주역 심리학 | 양창순 지음 | 김영사 | 368쪽문학-에세이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김진희 외 7인 지음 | 후마니타스 | 268쪽마주 | 최은미 지음 | 창비 | 320쪽목구멍 속의 유령 |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452쪽측광 | 채길우 지음 | 창비 | 104쪽
정치-사회공간정보의 이해와 활용 | 대한공간정보학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지음 | 푸른길 | 356쪽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 장호종 지음 | 책갈피 | 304쪽디지털 팩토리 | 모리츠 알텐리트 지음 | 권오성·오민규 옮김 |숨쉬는책공장 | 320쪽
베를린에서 DMZ로 | 이영기·명지대 미래정책센터 공저 | 명지대학교출판부 | 282쪽벼랑 끝에 선 타이완 | 리처드 부시 지음 | 박행웅·이용빈 옮김 | 한울아카데미 | 576쪽정치본색 | 임종성 지음 | 모아북스 | 262쪽역사
18세기의 세책사 | 이민희 지음 | 문학동네 | 276쪽미얀마 현대사 | 나카니시 요시히로 지음 | 이용빈 옮김 | 한울아카데미 | 296쪽경제-경영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 | 나카야마 아쓰오 지음 | 김지영 외 2인 옮김 | 사회평론 | 376쪽학문의 주먹⑬
현대국가는 지식국가다. 지식은 대학에서 나온다. 그런데 대학과 학문이 붕괴되고 있다. 한국만큼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도 없다. 대학과 학문, 교육에 대한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 필요한 때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쓰고, ‘지식과 권력’ 3부작을 내놓았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가 도발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다. 학문과 정책(정치)의 연결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마르크스주의 교육론자의 오만함
마르크스는 역사상 성격이 가장 괴팍한 사회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질투심도 무척 강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비판했다. 믿을만한 친구는 엥겔스뿐이었다. 얼굴도 우락부락해서 별명이 ‘악마’였다. 박사학위는 가지고 있었지만 직업이 없는 룸펜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런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식인이라고 확신했다. 심각한 인지부조화의 전형이었다.
“누가 뭐라든 자신의 갈 길을 가라!” 왜 마르크스는 『자본』 서문의 마지막에 단테를 인용했을까? 마르크스는 1848년 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31세에 영국으로 망명했지만 환영받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반면에 단테는 피렌체 최고위원으로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으나 정치적 음모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잃고 35세의 나이에 피렌체에서 쫓겨나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단테 『신곡』의 첫 문장이다. 인생길 반 고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31세의 마르크스는 35세에 모든 것을 잃은 단테에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의 원래 꿈은 작가였고 특히 단테·셰익스피어·괴테를 좋아했다.공부, 마르크스 비장의 무기
나에게 마르크스·베버·뒤르켐을 가르치는 사회학 이론 수업의 계절이 왔다. 최근 소설을 출판한 까닭에 사상가 마르크스가 아니라 ‘인간 마르크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베버는 25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29세에 프라이부르크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32세 때 명성이 자자했던 하이델베르크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뒤르켐은 파리고등사범에서 수학하고 소르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젊은 나이에 보르도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훗날 그는 당대 최고의 소르본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자기의 막강한 연구팀을 꾸려 ‘소르본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쯤 되면 비극적 운명에 처한 룸펜 마르크스가 어떻게 에베레스트·K2·안나푸르나를 합친 것보다 더 험한 역경을 뚫고 사회과학의 최고봉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든다.마르크스에게 비장의 무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공부, 또 공부, 오로지 공부였다. 마르크스는 수십 년간 오전 9시에 대영박물관 열람실에 도착해서 문을 닫는 저녁 7시까지 공부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인기도 없고 직업도 없었던 그가 한 일은 오직 공부였다. 망명 18년째 되던 해 그는 드디어 가난·역경·서러움·무시·따돌림을 끝낼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꿀 비장의 무기 『자본』을 완성했다. 그 원고가 너무나 소중했던 터라 1867년 4월 10일 그는 런던에서 배를 타고 이틀이나 걸려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해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넘겼다. 나머지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마르크스는 좌파로부터 ‘신격화’되었고, 우파로부터 ‘악마화’되었다. 하지만 절대다수가 인간 마르크스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의 인생은 최선을 다해서 공부와 실천을 연결시킨 삶이었다. 그에게 비장의 무기는 독일 철학, 프랑스 공산주의, 영국 경제학으로 이루어진 삼지창이었다. 역사적 유물론은 철학이기도 하고 정치적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경제학이기도 했다.임금 격차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서울대 10개 만들기 하면 뭐합니까.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마르크스는 좌파로부터 ‘신격화’되었고 우파로부터 ‘악마화’되었다. 하지만 절대다수가 인간 마르크스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의 인생은 최선을 다해 공부와 실천을 연결시킨 삶이었다.
사진은 런던 하이게이트 묘지 동편에 있는 카를 마르크스 석묘다.사진=위키피디아인터넷, 반도체 핵심기술, mRNA 백신, MRI 등 현대사회와 경제를 바꾼 무수히 많은 기술과 지식이 대학에서 나왔다. 대학이 곧 경제다. 마르크스주의자의 주장은 교육을 창조권력으로 보지 못하고 단지 자본주의의 하수인으로 보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여야 합니다. 교육은 사회의 종속변수입니다.” 이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지적과 비판을 종종 듣는다. 나는 속으로 외친다. ‘마르크스처럼 공부 좀 합시다! 책 좀 읽고 토론합시다, 제발!’
임금 격차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경제학자들은 임금 격차가 교육과 기술의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데 동의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식경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졸이 고졸보다, 대학원졸이 대졸보다 임금이 훨씬 높다. “유럽처럼 고졸만으로도 잘 살게 해 줘야 합니다”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 한국에서 판친다.2020년 OECD 국가별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는 다음과 같다. 독일 66.5%, 미국 62.9%, 프랑스 41.8%, 영국 39.9%, 한국 38.3%, 스위스 31.2%. OECD 평균은 43.8%다. 한국에서는 절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서울의 명문대와 나머지 비명문대의 임금 격차가 크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계승했다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질적으로 높은 대학교육과 전문교육에의 투자가 임금 격차를 해소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종합하면 한국의 임금·지역·젠더 불평등을 해소할 최고의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다.그럼 교육은 사회의 종속변수일까? 이 또한 공부와 담쌓은 막무가내 주장이다. 마르크스주의자에게 사회란 곧 경제이고, 경제는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착취적 관계다. 따라서 경제를 바꾸어야 사회가 바뀌는 것이지, 교육을 바꾼다고 사회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근대는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교육학자 데이빗 베이커는 사회과학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혁명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교육혁명’이다. 왜 우리는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은 거대한 갈등 속에서 시끄럽게 이루어졌지만, 교육혁명은 사회 구성원 절대다수가 동의한 ‘조용한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의 종속변수일까?베이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은 사회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고 주장한다. 곧 교육이 지식사회와 지식경제를 만들고 사회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라투르식으로 표현하면 교육과 사회는 공창조(co-creation) 또는 공동생산(co-production)의 과정이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단선적인 관계가 아니다. 인터넷, 반도체 핵심기술, mRNA 백신, MRI 등 현대사회와 경제를 바꾼 무수히 많은 기술과 지식이 대학에서 나왔다. 대학이 곧 경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은 교육을 창조권력으로 보지 못하고 단지 자본주의의 하수인으로 보는, 사실적으로도 맞지 않고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는 허무맹랑한 것이다.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대다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마르크스를 자세히 공부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부하지 않는 자의 오만함을 싫어했다. 그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역경 중의 역경을 공부, 오직 공부로 돌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는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끝까지 공부한 인간이었다.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황우석 사태를 연구하다 영감을 받아 ‘21세기 파우스트’ 『문두스』(소설)를 오랫동안 집필하여 최근 출판했다. 교육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출판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EBS 다큐멘터리 K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영). 지식과 권력 3부작인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를 출간했다.
글로컬 오디세이
유럽연합, 북극의 눈물 닦아줄까신의찬
한국외대 EU연구소 책임연구원한국외대에서 유럽연합(EU) 정치학을 전공했다. 한국외대 EU융합전공에서 강의하고 있다.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으로도 재직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유럽연합(EU) 정치과 정책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시간 북극은 미지의 땅이었다. 16세기에 들어서야 북극에 대한 탐험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며 북극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북극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잠재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북극은 다양한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지구생태계의 균형과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이며 천연가스, 석유 등을 포함한 에너지 자원과 풍부한 광물자원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은 자원 확보와 북극항로 개척과 같은 해양영토 확보 경쟁의 주 무대로 떠오르고 있으며 북극 개발을 위한 과학연구와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북극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북극에 관여해 온 유럽 또한 이러한 관심에서 예외가 아니다. 유럽은 국제사회의 북극지역 협력을 지원하고 이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참여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1996년 북극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간2016년 4월 북극지역에 대한 EU의 통합정책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와 북극환경 보호, 북극과 인접 지역에 대한 지속가능 개발, 북극 이슈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은 자원 확보와 북극항로 개척과 같은 해양영토 확보 경쟁의 주 무대로 떠오르고 있으며 북극 개발을 위한 과학연구와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협의기구인 북극이사회 회원 8개국 중 북유럽 3개국(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옵저버 13개국 중 6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폴란드)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며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영국, 스위스 역시 북극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주요 유럽 국가들이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북극이사회 활동 이외에도 북극 지역의 기후변화에 관한 환경 문제, 북극의 소수민 보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한편, 유럽 내부의 공동정책과 전략의 측면에서 EU는 2004년 EU 근린정책 수립 이후 ‘북방지역’이라는 범주 안에서 북극 지역의 문제들을 다뤄왔다. 대표적으로 EU는 2008년 11월 ‘유럽연합과 북극지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표하면서 북극지역에 대한 유럽의 역할과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표현했고, 이후 2016년 4월 북극지역에 대한 EU의 통합정책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와 북극환경 보호, 북극과 인접 지역에 대한 지속가능 개발, 북극이슈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같은 해 6월 EU 글로벌 전략을 통해 북극지역에서의 협력을 지역 협력 질서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면서 대외전략의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이렇듯 EU는 대북극 전략과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주로환경, 인권, 공적개발원조 등 연성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다자주의 방식을 활용해왔으며 기후변화, 섬 관리, 지역, 사회, 교육, 문화 정책 등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북극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2021년 10월 13일 EU가 발표한 ‘새로운 북극전략’은 기존 EU가 추구해온 전략과 정책 기조보다 한발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공동문서는 북극지역에 대한 유럽의 주요 관심사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그리고 다 자주의 협력을 다루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북극을 지정학적으로 접근해야하는 지역임을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EU는 북극을 국제협력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유럽이 책임을 가지고 개입해야 하는 지역으로 바라보고 있다.이에 따라, EU는 글로벌 외교의 측면에서 북극에 대한 개입을 높이기 위해 그린란드 누크(Nuuk)에 사무국을 설치할 것을 밝혔으며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석유와 가스를 포함한 자원의 관리의 측면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미중경쟁과 갈등 상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 세계는 갈등과 협력 사이에서 각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갈등보다는 협력의 공간으로 인식됐던 북극 지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들이 모두 북극의 자원과 항로 활용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EU의 새로운 북극전략이 기회가 될 것인지 도전이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한 번도 빠지지 않은 학술대회…30년을 이어 오다
장우권 전남대 교수, 최우수 학술논문상 수상
한국정보관리학회 1994년부터 매년 연구발표“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30년 동안 매년 학술발표를 이어올 수 있도록 동행해주고 지도편달 해준 동료와 선후배 교수님과 제자·직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장우권 전남대 교수(문헌정보학과·사진)가 한국정보관리학회 학술대회에 30년 동안이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학술논문까지 매년 발표하는 연구 인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장우권 교수는 지난달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0회 한국정보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정보마루 라키비움 「이음」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제자와 함께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장 교수는 30년 전인 지난 1994년 한국정보관리학회 전국논문대회(제1회)에서 ‘OPACs, Academic Libraries and JANET’로 주제 발표에 나선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이 학회에 참석했다. 그동안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등도 44편에 달한다.
한국정보관리학회(학회장 정은경)는 장 교수의 이 같은 학회 활동과 열정을 기리기 위해 학회지에 장 교수의 특별기고 ‘나의 삶! 나의 학문! 그리고 나의 정보관리학회와 학술대회! 30년의 발자취’를 싣고, 학자로서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했다.장 교수는 그동안 개인용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인1990년 중반에 이미 온라인 탐색· 인터넷·데이터베이스·지식관리시스템 등을 키워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보호·사이버 혁명·디지털콘텐츠에서부터 도서관 트렌드 및 모바일 서비스, 코로나19가 대학도서관에 미친 영향 등에 이르기까지 학문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는 지식관리와 인터넷 자원, 학생독립운동, 코리언 디아스포라, 국내외 지식정보자원, 기록물관리(아카이브) 등의 분야를 도입해 학계에서 ‘문헌정보학 영역의 지평을 넓혔다’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장 교수는 전남대 출신으로, 현재 전남대 도서관장과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문헌정보학회장, 한국대학도서관정책자문위원, 전국대학특성화사업총괄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제논문(SSCI급)을 포함해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0여 권의 책을 냈다.“앞으로도 학문을 궁구하고 연구와 교육을 통해 대학이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장에 이를 수 있도록 미력을 다하겠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배지우 기자 editor@kyosu.net“사이버대학도 고등교육재정 지원해야…재외동포 특별전형 신설 필요”
2023년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정기총회
“일반대 온라인 학위과정은 첨단기술분야에만”사이버대학 총장들이 현재 사이버대학은 법규와 정책, 행‧재정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허용에 대해서는 첨단기술 분야로 제한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원격대학협의회(회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는 ‘2023년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총장 정기총회’를 지난달 23일 개최했다. 이번 정기총회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이 참석해 사이버대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이버대학 총장들은 먼저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도 고등교육재정지원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 공유대학 사업'을 비롯한 각종 고등교육재정지원사업에 원격대학이 신청 대상에서 배제되고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게 이번 건의의 배경이다.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전면 허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전했다. 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전면 허용이 일반대의 학문 발전이나 연구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성인학습자 중심의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버대학에도 재정 악화가 초래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첨단기술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버대학 총장들의 건의에 대해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은 “일반대에 온라인 학위과정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미래 공동의 교육목표와 혁신을 위해 함께해야 할 거스를 수 없는 큰 물줄기”라며 “법규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개정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또한, 정부의 유보통합정책과 관련해서도 사이버대학 관계자가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고 했다. 사이버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재외동포청 신설에 맞춰 재외동포들이 현지에서 모국의 고등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원격교육형태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원외 ‘재외동포(재외국민 및 외국국적동포)’특별전형 신설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사이버대학도 교과목에 따라 교육내용, 교육과정이 집합교육(대면교육)으로 확대되2023년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총장 정기총회가 지난달 2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19층 IVY홀에서 열렸다. 사진=한국원격대학협의회
고 있으므로 태재대학교의 선례를 보아 가면서 교육내용 및 교육과정 개선 노력과 지속적으로 법무부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 총장들은 원격대학(방송대학, 통신대학, 방송통신대학 및 사이버대학)의 유학(D-2) 사증발급을 제외하고 있는 정책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유학(D-2) 사증발급을 허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김명인 교수의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제14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
“임화의 비평 정신을 자기반성 통해 계승”
제14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로 김명인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2021년 17년 만에 나온 김명인 교수의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소명출판)이다.임화문학예술상 심사위원들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이경수 중앙대 교수이다. 이들은 시집, 비평집, 학술서, 영화 분야를 망라한 최근 3년간의 저작 중 임화문학예술상 운영위원회의 예심을 거쳐 올라온 다섯 편의 후보작을 대상으로 ‘임화적인 세계’에 가장 걸맞은 수상작에 대한 토론의 시간을 거친 후에 김명인 교수의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임화문학예술상은 한국 근대문학사상 독보적인 존재로김명인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서울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 국어국문과에서 석·박사를 했다. 사진=소명출판
불꽃처럼 살다 간 임화의 문학적ㆍ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그의 탄생 100주년(2008년)을 기해 제
정된 상이다. 임화의 독보적인 문학예술사적 업적에 갈음하는 창작, 비평, 학문과 실천적 활동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사에게 수여해 왔다.
심사위원들은 비평가로서 엄정하고 윤리적인 자의식을 지니고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문학사와 문단의 중요한 국면과 쟁점에 대해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견지해 왔던 김명인 평론가의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가 보여주는 오늘의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 어린 발견의 시선과 비판의식, 치열한 자기 반성적 글쓰기, 한국의 가슴 아픈 현대사를 통찰하며 보여주는 애도와 성찰의 글쓰기를 높이 평가했다. 문학비평과 사회비평을 망라하는 김명인의 글쓰기는 결국 자기 비평으로 회귀하고 있는데, 모든 문학 행위는 ‘나’로부터 출발해 타자와 세계로 나아갔다가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글쓰기라는 점에서 김명인 비평의 돌올하게 빛나는 순간을 수상작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임화는 당대 사회와 문학 담론에 대해 치열한 비평 정신에 입각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누구보다 문학을 성실하게 탐독하고 사랑한 한국문학사상 독보적인 비평가였다. 김명인 비평가는 임화의 비평 정신을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계승하고 있는 점을 인정 받았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부산외대, K-컬쳐 글로벌연구소 개소
“유학생 유치 활성화…국제 네트웍 강화”부산외대(총장 장순흥)는 ’K-컬쳐 글로벌연구소’를 설치하고 지난달 26일 개소식을 열었다. 국제교류 활성화와 글로벌 혁신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서다.
부산외대 K-컬쳐 글로벌연구소(소장 류영철)는 부산 경남의 다양한 전문가 그룹을 통해 지역 일자리, 사회 양극화, 인구 절감 문제와 같은 지방 도시의 소멸 문제 등을 전세계 대학과 국제교류 세미나 및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최근 정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정책과 발맞춰 부산외대가 선도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넓혀 지방대학의 국제화,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컬쳐 글로벌연구소 류영철 교수는 “국제교류처 및 학내 연구소들과 협력해 전 세계 유학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유치전략을 수립해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확대 방침에 부응하고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K-컬쳐 글로벌연구소는 지난달 22일 국제교류 및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네팔의 둘리켈시, 배리시와 MOU를 체결했다.서울시립대, 슈퍼컴퓨터 계산 자원 개방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빅데이터·AI연구원(원장 전종준)이 보유중인 슈퍼컴퓨터의 계산 자원을 개방하고, 서울시 스타트업 기업과 공유한다.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특성화 대학으로 서울시와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계산 자원을 축적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꿈을 키우는 연구자, 창업자, 기업과 함께 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전종준 원장은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나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벤처기업은 막대한 비용 등으로 인공지능 분야 진입장벽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립대인 우리 대학에서 향후에도 계산자원을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대규모 인공지능 학습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서울시립대 도시과학빅데이터·AI 연구원은 2023년부터 향후 4년간 대규모 언어모형의 경량화, 인공지능 기반 핀테크 기술 연구, 도시 데이터 시각화 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AI를 활용한 벤처기업과 관련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딥러닝 머신 계산 자원을 제공하고 협력관계를 모색한다. 연구원은 고성능 중앙연산처리장치 5200개, 그래픽 가속장치 208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에 그래픽가속장치 자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연 행사를 통해 참여기업에게 계산 자원을 일정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크레딧을 제공할 예정이다.창원대 9대 총장후보에 박민원·송신근 교수 선출
창원대 제9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서 1순위 박민원 교수(전기전자제어공학부·사진 왼쪽), 2순위 송신근 교수(회계학과)가 선출됐다.
창원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위원장 권희경)는 지난달 30일 선거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이번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결과에 따라 창원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통한 1·2순위 후보자의 연구진실성 검증 등을 거쳐 교육부에 총장임용후보자로 추천하게 된다.
추천된 총장임용후보자는 교육부장관의 임용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창원대 제9대 총장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총장 임기는 발령일로부터 4년이다.맹승진 충북대 교수, 한국농공학회 제37대 회장 당선
맹승진 충북대 교수(지역건설공학과·사진)가 지난달 28일자로 한국농공학회 학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오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이다.
맹승진 교수는 대통령 직속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수자원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21년에는 재해 관련 연구개발 협업에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재용 한양대 교수, 세계고압학회 이사 선출
김재용 한양대 교수(물리학과·사진)가 최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제 28차 세계고압학회 학술총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고압학회 이사에 선출됐다. 임기는 2023년 7월 1일부터 2년이다.
김재용 교수는 “세계고압학회 이사와 현재 수행중인 중국·미국·독일 등과의 양자물질 극한물성 국제공동연구활동을 통해 국내 초고압 관련 연구를 연계하고, 우수한 연구 결과를 세계에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세계고압학회는 1954년 창립된 이래, 물리·화학·재료·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전 분야에서 압력관련 연구와 학술 활동을 수행하는 연구단체다. 지구 및 외계행성 내부 연구, 그리고 최근 초고압에서 수소화합물의 상온에 근접하는 초전도체를 비롯한 양자물질 관련 첨단 연구를 선도해 오고 있다. 이사는 회원 전체가 모인 정기총회에서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곽수하 포스텍 교수, 2023 KCCV 이상욱학술상 수상
곽수하 포스텍 교수(인공지능대학원·사진)가 최근 ‘2023 KCCV(한국컴퓨터비전학술대회) 이상욱학술상’을 받았다. 한국컴퓨터비전학회(KCVS)는 지난 5년간 KCCV에서 발표된 논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보여준 논문을 매년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
곽 교수는 2018년 KCCV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인공지능이 영상 분할을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약지도학습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약지도학습은 기계 학습의 한 분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을 학습하기 위해 훨씬 낮은 수준의 단순한 레이블만 이용하는 기술이다.
포스텍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곽 교수는 프랑스 인리아연구소와 파리고등사범학교,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을 거쳐 2018년 포스텍에 부임했다.이창주 원광대 교수, 한국식품과학회 학술진보상 수상
이창주 원광대 교수(식품생명공학과·사진)가 최근 열린 2023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학술진보상을 받았다.
이창주 교수는 저칼로리 기능성 탄수화물 식품 소재 개발을 중심으로 탄수화물 소재를 개발하고,이를 활용한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 먹거리 가공식품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쌀가루의 저칼로리화를 통해 건강한 식품을 개발해 식품가공학 분야 우수 학술 연구자로 대한민국 식품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창주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 활동에 매진하여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주현 경상국립대 교수, 대한화학회 ‘젊은 유기화학자상’ 수상
김주현 경상국립대 교수(화학과·사진)가 대한화학회 유기화학분과에서 수여하는 ‘제13회 젊은 유기화학자상’을 수상했다.
김주현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평창에서 열린 대한화학회 유기화학분과회 하계워크숍에서 ‘쌍극자 고리화첨가반응을 통한 유용한 N-헤테로사이클의 입체선택적 합성’이라는 주제로 수상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금속 촉매를 사용한 새로운 유기 반응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및 유기 소재 등에 활용도가 높은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유기합성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치욕·망국’의 기억이 중화 민족주의 키웠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⑪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7월 29일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과)가 「중화 민족주의와 동아시아」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2강은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철학과)의 「유교정치사상과 정치철학」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한 국가나 민족이 다른 국가나 민족으로부터 겪은 치욕스러운 역사 경험은 민족주의 성장에 좋은 토양이다. 그 치욕이 식민 경험이나 전쟁 등과 관련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근대 시기 제국주의에 반(半)식민 경험이 있는 중국의 경우 치욕적 역사 경험은 그 자체로 민족주의의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그런 치욕 역사 경험이 민족주의 토양으로 작용하는 데 조금 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있다. 자신을 가장 수준 높은 문화를 지닌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중화주의 문화 전통, 여기서 연유하는 중국판 선민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높은 민족적 자존감, 문화적 유전자로서 중국인의 체면 의식, 그리고 그러한 자존감과 체면이 손상당했을 때 느끼는 치욕감과 그 치욕을 씻고 기어이 원상태로 되돌리려는 갚음 의식 등, 일련의 중국 문화의 핵심 요소가 결합되면서 치욕적 역사 경험이 중국의 독특한 민족주의로 발현된다. 21세기 중국 부상 시대에 등장한 중화 민족주의가 바로 그러한 중국 민족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중국은 아편전쟁(1840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1949년)까지 근 100년의 시기를 치욕의 한 세기, 치욕의 백 년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는 서구라는 양이(洋夷)와 소일본(小日本)에 중국이 침탈당하면서, 망국멸종(亡國滅種)의 위기에 직면했던 때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직면한 위기가 사상 유례없는 치명적 위기였다. 당시 중국 지식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3천 년 만의 대변국(大變局)은 중화민족의 위기이자, 중화 문명의 위기로 여겨졌다. 이민족인 몽골족이나 만주족에 정복당한 시기에도 중화 문명의 연속성은 이어졌고, 정복 이민족이 궁극적으로는 중화 문명에 동화됐다. 그런데 근대 위기 때는 사정이 달랐다. 전혀 이질적인 서구 근대 문명의 공세 앞에서 중화 문명은 연속성마저 단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아편전쟁 이후 중국의 위기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중국이 이런 위기 시기를 치욕의 시기라고 부르는 것은 국토를 유린당했다는 차원을 넘어, 세계 중심 국가라는 문명적 자부심이 무너지는 데서 오는 중화 문명적 치욕감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그런데 1990년대 이후 중국이 부상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으로 등장하면서 중국 근대 100년 동안의 치욕 기억에 관한 서사가 부상했다.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말이 중국공산당 지도자 연설문과 보고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장쩌민 시대였다.장쩌민 집권 시기인 1997년 제15차 당 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장쩌민은 같은 해 하버드대 강연에서 이 말을 사용했고, 2001년 창당 80주년 기념식 등에서 자주 사용했다. 2002년 제 16차 당 대회에 장쩌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보고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면서 9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후진타오 시대에도 계속 이 구절을 사용했다.중국공산당이 중화민족 부흥론에서 활용하는 치욕 서사는 오랫동안 중국인에게 하나의 무의식적 수준의 문화적 유전자이다. 사마천 식의 치욕 극복 서사 패턴이든, 무협 소설과 영화 속 치욕과 복수 서사 패턴이든, 중국인의 무의식과 문화적 유전자 속에서 치욕의 극복과 정상의 회복은 이상적 인격과 군주에게 필요한 당위적 요소이자, 인간 삶의 기본 원리이다. 중국공산당이 치욕 서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정치적 목적을 거두는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욕-복원“중국공산당이 중화민족 부흥론에서 활용하는 치욕 서사는 오랫동안 중국인에게 익숙한 무의식적 수준의 문화적 유전자이다.
그런 문화적 유전자 속에서 치욕의 극복과 정상의 회복은 이상적 인격과 군주에게 필요한 당위적 요소이자, 인간 삶의 기본 원리이다.”(회복)이라는 중국 문화 속 원형 서사를 활용해, 중화민족의 치욕과 부활을 마치 인생의 과정처럼 받아들이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고, 중국인이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서사를 이상적 인격과 삶의 한 과정처럼 수용하는 가운데 중화민족 부흥 비전을 제시하면서 강국을 추구하는 중국공산당을 이상적 인격이자 중국 문화의 원형으로 정당화, 인격화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몽 시대 중화 민족주의의 치욕 기억 서사는 민족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원래 상태를 회복하려는 자기 치유 기제 차원인가? 아니면 치유의 궁극적 실현 과정으로서 치욕을 가한 타자에 대한 복수로 열려 있는가? 중국이 중화민족 부흥을 이루는 것이 치욕을 발분 노력으로 승화시켜 끝내 성취를 이루는 사마천식의 자기 보상의 서사 패턴인가? 아니면 결국 복수를 통해 치욕을 안긴 상대를 제압해 치욕을 씻는 타자 보상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과)는 “중국 부상과 함께 대두한 중화 민족주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재구축하고, 중화성 회복을 도모한다”라며 “그것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길이라고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의 무협 서사 패턴인가? 이를 두고 중국과 중국 밖, 특히 중국에 근대 치욕을 안긴 제국주의 역사를 지닌 국가들 사이에서 그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여기에는 중국과 서구 사이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오해와 편견은 물론이고, 미래 세계 질서를 향한 힘겨루기까지 작용하면서 시각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부상과 함께 대두한 중화 민족주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재구축하고, 중화성 회복을 도모한다. 그것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길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중화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치욕의 한 시대를 청산하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는민족주의적 욕망이다.
그런데 이 욕망은 단순히 과거를 회복하고 민족적 트라우마가 생기기 이전의 온전한 중화적 자아를 회복하려는 수세적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과거로 회귀하는 방식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공세적 방식이기도 하다. 즉, 과거 중화적 자아를 회복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중화적 자아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화 민족주의의 꿈은 중화성을 토대로 중국 근대 민족적 트라우마를 안긴 서구 근대를 초극해 새로운 주체가 되려는 미래로 열려 있다.이러한 중화 민족주의 시대 중국과 가장 인접해 있고, 오랫동안 문화와 역사를 교류하기도 하고 서로 갈등하기도 한 경험을 지닌 동아시아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어떻게 중화 민족주의 시대 중국에 개입해야 하는가? 사실 21세기에 중국이 추구하는 반서구 민족주의 형태의 서구 초극 모델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군국주의 시대 일본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구 초극을 시도했다. 다만 중국이 중화인을 기반으로 한 대중화공동체를 구축하려는 데 비해 일본은 동아시아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하려 하였다.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과 압박 속에 식민지로 전락하거나 그 위협 속에서 근대가 진행된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 특정 국가의 힘이 강해지는 시기와 서구가 기울어가는 시기가 맞물릴 때면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반서구적 민족주의의 한 유형인 것이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내세우는 동양의 서구 초극론에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동아시아인들이 동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서구 선봉에 선 일본을 동아시아의 길의 상징이자 동아시아의 새로운 희망으로 여긴 것이다.이 글에서는 중국이 부상한 이후 중국에 대두하는 민족주의를 중화 민족주의로 규정한 가운데 그 구성 요소와 특징을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했다. 하나는 중국 근대 치욕 기억이 중화민족의 부흥 서사와 더불어 부상한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것이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정당성을 구축하고, 중화인이라는 정체성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분석했다. 또한 중화 민족주의의 두 번째 구성 요소로서 중국적인 것, 즉 중화성 추구를 들고서, 중국이 중화성을 중국 현실과 문명의 특수성이라는 차원에서 강조하는 논리를 살폈다.이는 중국 문제를 동아시아 지평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운데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자, 중국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동아시아 국가의 내부 개혁과 맞물리는 길을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동아시아는 서구의 충격 속에서 근대를 시작했다. 이제 근대의 황혼 시기에 동아시아는 중국의 충격 속에서 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들어 인류 문명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적극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동아시아 자국 현실을 혁신하는 일과 하나이길 기대한다.
강하고 스스로 치유되는 고분자 설계법 개발
강지형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강지형 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이 새로운 자가치유 탄성 고분자 소재 설계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탄성 고분자 소재의 기계적 물성과 자가 치유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지난달 28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강 교수 연구팀은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배위 착화합물을 형성하는 분자나 이온)를 포함한 고분자 사이의 결합에 음이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법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로써 고분자 소재가 외부 힘에 얼마나 견디는지에 대한 응력 완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는 두 음이온을 의도적으로 섞어 기존 소재 대비 강성이 세 배 이상 향상하는 동시에 자가치유 효율성도 동반 향상하는 결과를 얻어냈다.웨어러블 전자 소자, 소프트 로보틱스 등 차세대 전자 디바이스에는 오랜 시간 손상되지 않으며 구동하기 위해서는 단단하고 잘 늘어나면서도 스스로 치유되는 성질을 가지는 탄성 고분자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왼쪽부터 강지형 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와 같은 학과의 박현창 박사이다. 사진=카이스트
자가 치유 고분자는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많고 에너지 분산에 효율적인 결합이 사용될 경우에 자가 치유 특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성질은 고분자 소재를 기계적으로 약하게 만들게 돼 강하며 스스로 치유되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재료의 개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다섯 가지 음이온을 선별했다. 배위에 참여하는 음이온, 배위에 참여하지 않는 음이온, 둘 이상의 배위 방식을 가지는 음이온 등 총 세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특히 연구팀은 음이온이 거시적 고분자 물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배위에 참여하는 음이온은 고분자의 탄성률을 높이지만 소재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게 하는 연신율을 감소시키는 반면 배위에 참여하지 않는 음이온은 낮은 탄성률과 높은 연신율을 부여한다. 둘 이상의 배위 방식을 가지는 음이온은 응력 완화 메커니즘의 다양화를 이끌어 높은 탄성률과 상대적으로 높은 연신율을 부여한다.이에 따라 연구팀은 다중 배위 방식을 가지는 음이온과 배위에 참여하지 않는 음이온을 혼합했을 때 두 음이온이 가지는 시너지로 인해 단독 음이온 시스템에 비해 더 높은 탄성률, 높은 연신율, 높은 자가 치유 효율성이 나타나는 것을 밝혔다.이번 연구를 이끈 강 교수는 “잘 찢어지지 않는 자가 치유 연성 고분자의 설계 및 합성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차세대 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딸깍발이
여름방학과 호모 비아토르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여름방학에 자동차로 북미 지역을 여행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캐나다 오타와에 이르기까지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로드 트립’이었다. 덕분에 20여 년 전 유학했던 미국의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도 다시 가보고, 에모리대학, 신시내티대학, 미시건대학을 비롯해 캐나다의 웨스턴대학, 토론토대학, 오타와대학 등 10여개가 넘는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어 볼 기회가 있었다. 8월 한 달 동안 미국·캐나다의 여러 대학을 보면서 ‘주마간산’으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본다.
명문대학은 건물부터 자신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옛 건축물을 박제화하지 않고, 언제 만들어졌는지 내력을 소개하는 동판을 세워놓고 건물을 유지보수하며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전통이 느껴지는 고풍스런 대학 건물이 예술 작품처럼 깊은 감동을 주었다. 관광객이 대학 캠퍼스를 찾는 이유가 될 정도였다.또한 여름방학 동안 기숙사 시설을 외부에 개방해 운영하는 덕분에, 캐나다에서는 대학 레지던스에서 숙박하며 작은 칼리지 분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캠퍼스 타운’이라는 말처럼 도시와 대학의경계를 구분짓기 어려울 정도로, 주민이 개를 끌고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광활한 캠퍼스 공간이었다. 한국 대학의 경우, 개별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한정된 공간에 강의실 건물만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면, 미국과 캐나다 대학은 방대한 공간에 학생들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이 캠퍼스 곳곳에 있었다. 수영장·야구장·테니스장·커다란 스타디움이 포함된 캠퍼스에서 ‘공부’는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클럽과 학생 교류를 장려하는 활동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또한 해당 대학을 상징하는 교표와 짧은 모토를 담은 깃발을 캠퍼스 곳곳에 매달아 학생을 고무시키고 있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은 “Behold the Remarkable WE(주목할 만한 우리를 보라)”, 토론토대학은 “The Impossible is a Challenge(불가능은 도전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아름다운 깃발이 나부끼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해당 대학의 비전을 보는 듯 했다. 한국의 경우, 서울집중 현상으로 지방대학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지역마다 대학의 정체성과 존립 이유가 뚜렷한 크고 작은 명문대학이 있었다. 국제화된 교육환경으로 세계 곳곳에서 온 학생을 마주칠 수 있었다.특히 이번 여행에서 캐나다는 첫 방문이었기에새로움이 더했다.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다문화 사회답게 다양한 민족과 인종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포용하는 사회임을, 거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03년에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나라답게, 다니는 곳마다 성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앞에 붙은 무지개 로고, 무지개 빛깔의 횡단보도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도 젠더중립 화장실이 있고 무지개 깃발이 캐나다 국기, 대학 교기와 함께 나부끼고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혐오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다.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우리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자’가 되는 경험을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교수로서의 정체성을 잊고, 이름만 들었던 대학 캠퍼스를 방문객으로서 거닐며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이 되었던, ‘호모 비아토르’ 시간이 어떻게 몸과 마음에 축적되고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늘 새롭게 배우는 자’로서의 자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도 지난 여름방학 동안 몸을 움직여 세상을 만나고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안고 9월의 캠퍼스로 돌아올 것이다.여행의 결과가 무엇일지 “당장은 알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 사람과 세상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폭 넓은 시선을 가지게 되길.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는 말처럼 그렇게.교수논평_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대학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지난 6월 28일 교육부가 대학의 학사운영 자율성의 폭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교원 등의 교수시간) 제1항을 개정하는 입법예고를 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개정 이유로 “대학의 역할이 산업체와 지자체 협력으로 확대되면서 전임교원의 중점 역할 역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산학·대외협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교수시간은 주 9시간 원칙이 통용되어 대학 특성에 따른 교원의 역할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이에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고 밝혔다.개정안은 언뜻 보면 매주 9시간의 원칙에서 벗어나 대학 학사운영 자율성의 폭을 확대하고,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원의 역할에 맞게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이 확대된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악용하여 주당 교수시간을 늘릴 수 있고, 대학 간 교수시간의 편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은 이번 개정을 주당 교수시간을 늘리는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대학의 자율성 확대가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에 도입된 계약임용제를 들 수 있다. 당시에는 계약임용제를 도입하면 기존 기간임용제에서 정한 제한적인 임용기간에서 벗어나 우수한 교원에게는 장기 계약과 높은 임금으로 우대하여 교육·연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계약임용제는 현실적으로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임용에 악용되고 말았다. 대학 간 임금격차도 커졌다.
따라서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결정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이전에 대학이 자율성을 악용하여 교수시간을 늘려 대학 교원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방안으로 먼저 교원의 보수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제3조 (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의 취지에 맞게 모든 대학에 적용하는 것이다.교원의 보수를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게 되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상황에서도 교원의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주당 교수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대학 간 임금 격차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학생 정원이 적으면서 교육 여건이 좋은 특성화된 강소대학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두 번째로 민주적 학사운영을 실현하게 된다. 이번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교원의 교수시간을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하였는데, 현재도 ‘교원의 교수시간’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학칙) 제1항에서 학칙기재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문제는 많은 대학에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적 학사운영이 안 되는 대학이 많은 것이다. 더욱이 개정안은 매주 9시간의 원칙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어 민주적 학사운영이 더 안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학의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전에 민주적 학사운영을 더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각 대학에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지침을 제시하고, 「고등교육법」 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등)에 따라 관리·감독해야 한다. 특히 지침 내용에는 “교원에게 있어서 주당 교수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만큼 대학과 교원 간에 노사대등관계의 원칙이 지켜지고, 교원 개별이 아닌 집단적 동의 절차가 지켜지는 학칙 제·개정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렇듯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결정에 대한 대학 자율성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 학사운영의 민주성 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교원지위법」에서 정한 대학 교원의 보수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켜 학사운영의 민주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이러한 종합적 접근 없이 대학 자율성의 폭만 확대한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맡아야 할 책무까지도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된다. 그리고 대학 사용자 측의 자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락하여 악용될 수밖에 없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권쟁의실장을 지냈다.
기고
전국여교수연합회, 정치적 편향성과는 무관하다사단법인 전국여교수연합회는 대한민국의 여교수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기관이다.
지난달 8월 7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과 함께 지난 해 12월에서야 설립된 한국여교수총연합회 관계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전국여교수연합회는 상기 단체로 오인되어 항의성 전화와 문자, 메일, 공문 등을 받고 있기에 이 단체와는 동일한 기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사)전국여교수연합회는 1998년 5월에 창립하여 지난 25년간 여성 교수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전국 10개 지회 및 22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여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외 연구 정보의 교류 및 연구 활동을 통해 사회 공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6·25 참전국 자녀의 장학금,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 우크라이나 난민 유학생 장학금 전달 등을 통해 학생의 비전을 실현하고 취약한 상황을 개선토록 지원하였다.아울러 다수결 중심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 교수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용 비율의 확대, 즉 국공립대학 여성 교수의 임용목표제 등 대학사회의성 평등 실현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였다. 더 나아가 대학 내에서 여성 교수의 위상 개선 및여성 인생주기를 고려한 교수평가 방식의 개선, 성평등 현황을 대학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대학 사회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사)전국여교수연합회는 정치적 활동과 편향성과는 무관한 단체로 오직 여교수의 권익 보호와 성평등, 대학교육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향후언론 보도 등에 ‘여교수연합회’ 등 모호한 표현이 아닌, 정확한 단체명이 표기되길 정중히 요청한다.
이은희
(사)전국여교수연합회 회장·전북대 음악과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불안정노동 연구하는 불안정노동자‘학부 졸업 후 취업’의 궤도에서 이탈해 ‘공부를 전업’으로 삼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 자신을 어떤 사회·경제적 위치에 두고 어떤 방식으로 정체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볼 수밖에 없는 순간에 다다르면, 노동계급이라는 용법이 나의 삶에 끈덕지게 따라붙었던 일상적인 생활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별다르게 ‘전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배경 때문에 ‘전업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은 오롯이 빚으로 메웠고 이외의 생활비는 반드시 추가적인 노동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동안 과정생으로 살아오며 내 생활의 과업을 상기해보면 공부를 뒷받침하려는 에두른 길로 ‘돈 버는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고, 급전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야 말 때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단기적인 일거리를 탐색했다. 우스갯소리로 나 자신을 현장연구자라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그 말은 종내 혀뿌리에 씁쓸함을 남기고 말았다.기왕에 석사논문을 써내고 박사과정까지 진학했다고 한다면 그래도 ‘연구자’의 자격은 갖춘 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불안정노동을 연구해보고자 한다’는 정도로 자신을 소개하는 데 더 익숙하다. 이 고민은 석박사 과정을 통틀어 한 번도 불안정한 노동을 멈춘 적 없는 나를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만들고 괴롭히는 만성적인 고뇌 또는 스트레스로 침윤돼 있다. 또한,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연구가 주업이 돼야 하는 학계에서, 나 자신을 주변인의 위치로 밀어내고, 이중의 과업이라는 무게는 연구를 하면서도 불현듯 생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들이쳐 연구에의 몰두를 흩뜨린다.모르긴 몰라도 학교를 옮겨 다니고, 학교 밖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계에 대한 우려 없이 연구만 할 수 있는 학생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알음알음 이어지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경쟁률이 압도적인 장학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될 기회도 제한돼 있기에 대학원 과정생의 생계형 노동은 주변부 노동으로 밀집될 확률이 압도적이다. 얼마 전에는 인문사회과학 계열 분과의 출연연 사업비가 대폭 삭감될 예정이라는 정부의 발표까지 나왔으니 걱정은 배가 된다. 더불어 학교 자체에서 지원되는 장학제도의 도움을 받으려면 노동자가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4대보험에 가입된 아르바이트 자리는 꿈도 꿀 수 없다. 장학금 이중수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금액이 매우 협소하게 책정돼 있다는 소리다. 여러 층위의 한정된 조건 아래서 성실함은 둘째치고 과정생들이 연구에 충실히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러한 ‘부가적인 조건’이 학생을 오히려 불안정노동으로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형성이 ‘연구실적’의 축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남보다 다소 뒤늦은 논문게재로 연구실적을 만들면서 나를 연구자로 소개할 수도 있겠다는 소박한 자신감을 갖게 됐지만, 논문을 쓰던 시기에는 생계노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 경험은 오히려 앞으로 내가 또 다른 연구실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나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연구자, 혹은 ‘노동자이자 연구자’라는 경계적인 정체성을 가진 과정생은 어떠한 환경에서 연구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될까?물론 연구자라고 해서 노동자라는 정체성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정체성의 문제를 단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혹 경로의존적인 일련의 선택으로 인해서 ‘전업으로서의 공부’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 학생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조건을 바탕으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으려면 학계를 소관하는 제도적 차원의 발전되고 광범한 지지대와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계급과 계층, 불평등에 대해 논의하지만 막상 하나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학생들의 삶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문화자본과 경제자본 사이의 가장 큰 격차를 담지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상황을 단순 밈(meme)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학계 재생산을 위해 더 심
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홍단비
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청년의 불안정노동 경험과 ‘우회적 이행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중앙대에서 노동사회학을 주 분과로 삼고 불안정노동(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불안정노동을 인구학과 접목시켜 출생률의 경향을 살피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학교 밖 연구자 네트워크인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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