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회복,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 신설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교육부가 교권 회복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올해 2학기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개정할 수 있다. 교육 관련 민원에 대응하는 ‘민원대응팀’도 생긴다.지난 14일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교육부와 이태규 의원이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열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커진 교권보호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이번 공청회에서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시안이 공개됐다. △‘학교생활지도 고시안’ 마련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응대 시스템 마련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학교생활지도 고시안’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학생생활지도의 범위·방식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다. 고시와 상충되는 ‘학생인권조례’는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개정할 수 있게 된다.고시안이 적용되면 교원과 보호자 간 상담은 사전 협의가 있을 때만 가능해진다. 교원은 근무 시간·직무 범위 이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상담 중 폭언과 협박, 폭행 등이 일어날 시 상담을 중단할 수도 있다.지난 1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제4차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지침도 포함됐다. 교원은 수업 방해 물품을 분리 보관하고 물리적 제지를 가할 수 있으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과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이 마련돼 불응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으며, 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도 있다.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 대한 조치도 가능해진다. 학생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면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해 보고할 수 있다. 교원은 학교의 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도 있다.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의 책무, 지도의 범위와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 지도의 방식을 포함하는 고시를 올해 2학기부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교원의 보호도 한층 강화한다. 아동학대 신고로 교원을 조사하거나 수사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사전에 시도교육청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직위해제 결정 시에는 교육청이 제출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다. 자체사례회의에는 교육관계자 참석을 의무화한다.
시도교육청별로 상이한 ‘시도별 교원배상책임보험’에도 ‘표준 모델안’을 제시한다. 올해 9월 중으로 안내할 예정인 표준안을 통해 보험의 보장 범위를 상향평준화할 계획이다.교권침해 대응 조치도 강화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을 즉시 분리하고,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없이 먼저 조치할 수 있다. 현행으로는 제6호 전학 조치를 받았을 때만 부여되는 학생과 보호자의 특별교육과 심리치료 의무도 제4호 출석정지 이상 조치를 받은 학생과 보호자에게까지 확대된다.전학·퇴학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 침해 조치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에 기재하도록 한다. 각 학교에 설치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도 시도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교원치유지원센터를 교육활동보호센터로 개편하는 등 교육활동 지원체계를 강화한다.교사 개인을 향한 학부모의 민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는 모든 민원을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개선하겠다며,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 설립을 발표했다. 교권 침해유형에 ‘교육활동 방해로 인정되는 민원’도 신설해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휴대전화와 SNS를 통한 민원 제기 시 민원 응대를 거부할 권리(응대거부권)와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에 답변을 거부할 권리(답변거부권)도 교원에게 부여한다.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에 대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8월 중에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국회 입법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학교 현장에서 교권 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라이즈 7개 시범지역에 교육개혁지원관 파견
교육부, 17개 시도 라이즈 협의회 개최
교육부는 7개 라이즈 시범지역에 국·과장급 교육개혁지원관을 파견해 교육부와 시도간 소통 강화에 나섰다. 수도권을 포함한 10개 비시범지역에 라이즈 추진체계 구축과 라이즈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도 이뤄진다.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구축을 위한 17개 시도 협의회를 개최하고 2025년 라이즈 전면 실행을 위한 교육부-시도 협력 방안을 지난 16일 논의했다.이날 협의회에서는 7개 라이즈 시범지역의 구축 성과와 지역 라이즈의 기본계획 방향이 공유됐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라이즈 시범지역은 그동안 지역 여건을 고려해 도청·시청에 전담부서를 정비하고 지역 라이즈 센터 지정 등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라이즈전담부서의 경우 △경남(교육인재담당관) △경북(교육협력과) △대구(대학협력 TF) △부산(지산학협력과) △전남(대학혁신추진단) △전북(대학협력팀) △충북(라이즈 추진과) 등에서 맡기로 했다.지역 라이즈센터의 경우 △경남(경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경북(경북연구원) △대구(대구정책연구원) △부산(부산테크노파크) △전교육부가 라이즈 확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라이즈 협의회를 개최했고 라이즈 시범지역에 교육개혁지원관도 파견한다. 지난 14일에는 강원도와 라이즈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교육부
남(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전북(전북테크노파크) △충북(충북연구원) 등에서 맡기로 했다. 지역의 발전전략과 연계한 지역대학 지원을 위해 교육부 라이즈 상담팀과 협력해 라이즈 계획(2025~2029) 수립을 위한 정책연구용역 등도 추진했다.
시도별 라이즈 주요 사업은 △글로벌 연구특성화 대학(경남) △1시군-1대학-1특성화(경북) △지역산업 대전환, 열린대학(대구) △지역발전연계 인재육성 생태계 구축(부산) △지역산업혁신 챌린지(전남) △청년활력타운(전북) △충북형 Co-Design 4+1 프로젝트(충북) 등이다. 라이즈 주요 사업은 10월열리는 지방시대 엑스포, 11월에 열리는 글로벌 인재토론회와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성과가 소개될 예정이다. 다만, 시도별 라이즈 주요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정책연구 등으로 인해 최종안이 바뀔 수 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시도가 지역의 대학과 기업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학과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소통해 지역 실정에 맞게 2025년 라이즈 체계를 구축하길 바란다”라며 “교육부도 2025년 라이즈 체계의 본격 실행을 위해 필요한 재정지원사업 개편, 관련법・제도 정비를 2024년까지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전남대 교수회 창립 70주년 맞아
전남대 교수회・교수평의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전남대 교수회・교수평의회는 지난 10일 공과대학 코스코스홀에서 전남대 정성택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 김재관 신임 교수회장과 조성희 총동창회장, 유진상 국교련 상임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갖고, 창립 70주년을 자축했다.
전남대 교수회・교수평의회는 개교 다음해인 1953년 출범한 이래, 엄혹한 시대를 지성과 양식으로 밝히며, 대학의 민주화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 1980년 학원 자율화와 교수협의회 시국선언 등 깨어있는 시대의 양심으로 행동했고, 군부독재에 맞서 격렬하게 싸우다 해직을 당하는 등 극심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최근에는 대학자치활동과 심의기관으로서 명실상부한 역할을 다하며, 고등교육의 나아갈 길과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한은미 전남대 교수회장은 “지난 시간 선배 교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영광스러운 창립 70주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100년을 이어갈 전남대 교수평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장은 “모든 구성원의 염원과 실천이 모여 전남대의 위대한 역사가 만들어졌듯이, 교수평의회 또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70년 역사의 탑을 세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전남대 교수회와 교수평의회가 무궁한 발전을 이루며 대학이 나아갈 길을 밝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AI시대, 인간의 마음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한국심리학회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제77차 연차학술대회를 열었다. ‘AI 시대, 다시 생각하는 Human Mind’가 주제였다. 인간의 마음이 AI 기술 발전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심리학과 뇌과학이 AI 기술 개발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다뤘다.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 세 가지 정신건강 주제인 마약, 자살, 재난에 관한 대처와 극복도 논의했다. 개회 전 프리세션 ‘마약위기 대응 심리 개입’을 시작으로, 둘째 날에는 ‘자살 위기 극복을 위한 성찰과 모색’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동북아시아 3개국(한국, 중국, 일본)의 심리학자들이 코로나19 이후 대면으로 처음 모이는 트라이-내셔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삶의 연속성과 연결성을 재건하기 위한 심리학 탐구’를 주제로 했다. 팬데믹 이후 각국에서 진행된 회복탄력성과 정신건강 연구를 사회적 관계와 연결성을 키워드로 함께 공유하고 논의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46배판 / 238쪽
김문정·박미정 지음정가 20,000원46배판 / 184쪽박미정·김문정 지음정가 18,000원피아노 문헌
I 바로크~고전박미정·김문정II 낭만주의~20세기김문정·박미정피아노 전공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효율적으로 담아낸 교재● 서양음악에서 가장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시대 순서대로 정리하고 여러 작곡가와 작품들의 특징을 요약한 피아노 문헌 1, 2는 제1권에 바로크와 고전주의 음악, 제2권에 낭만주의와 20세기 음악을 다루고 있다.● 이 두 권의 저서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피아노 음악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하는 음악인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적인 지식을 정리한 것뿐 아니라 실제 대학의 피아노 문헌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과의 끝에 학습연구 문제와 심화 읽기 목록을 추가하였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의 교강사들은 학생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 것이며,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기점으로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심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정독도서출판 정독
www.jeongdok.co.krTel. 031) 924-7203 Fax. 02)718-8554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로 113, 102-204제13판 거시경제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대한민국 대표 경제서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를 토대로 일관되게 거시경제모형을 구축·분석하였으며, 가장 최근 의 새케인즈학파 모형을 중심으로 여러 거시경제모형 간 공통점과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제로금리 하한과 유동성 함정 등 거시경제 현상에 대한 논의도 담겨 있다.정운찬·김영식·이재원 지음│4×6배판│양장648쪽│값 40,000원제6판 화폐와 금융시장
화폐금융 현상 및 정책의 이론과 실제를 담은 전공입문서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과 위기 이후 화폐금융 분야에 새롭게 제시된 다양한 이론적·정책적 관점을 대학교재 수준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금융혁신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비대면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른 변화도 담았다.정운찬·김홍범·김진일 지음│4×6배판│양장1,028쪽│값 42,000원홈페이지 www.yulgokbooks.co.kr 전화 (代) 02) 718-9872/3
율곡출판사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
경제이론은 복잡한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정한 틀을 제공하며, 다양한 분석방법론은 실증적·실용적이다. 그럼에도 경제이론은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현실경제가 3차원 세계라면 경제이론은 2차원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3차원 세계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이덕희 지음│4×6배판│무선│674쪽│값 40,000원생활과 세금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세금에 대한 상식들을 취사선택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이영환·김혜진·구자관 지음│크라운판│무선│456쪽 값 27,000원대한민국 제조의 미래 : 혁신과 전략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조강국 위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조산업의 혁신과 미래 전략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제1부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기존 글로벌 공급망 변화 및 대응, 제2부에서는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 전략과 정책, 제3부에서는 첨단 ICT 기술과 제조현장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생태계에 대해 살펴본다.박한구 외 지음│크라운판│무선│376쪽│값 30,000원“캠퍼스 넘어 ‘국가 난제’ 해결하자”
거점 국립대 역할〮네트워크 강화10개 거점 국립대, 16일 협력 협
전국 10개 국가거점 국립대가 국가 균형발전과 국가적 난제 극복을 위해 공동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10개 국가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지난 16일 ‘국가거점 국립대학교 간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국가거점 국립대 총장협의회장인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협약식 인사말에서 “수도권 과밀과 지역소멸, 초저출산과 입시지옥, 지역인재 유출과 지역대학의 어려움 가중 등은 특별히 대학과 직접 관련된 국가적 난제들”이라고 말했다.차 총장은 “지역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더욱 발전해가면서 지역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글로컬대학30’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며 “국가거점 국립대 총장협의회는 유기적 협력을 위한 실행기구를 두고 협력 수준을 높여나가면서 교육과 연구 네트워크 구축 등 공동사업을 찾아 공유협력의 좋은 결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협약식 행사를 개최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예전에도 학점교류, 학생교류 등 협력이 있었으나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국가과제 수행과 난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며 “이제는 대학이 캠퍼스를 넘어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배경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선점하는 것인데 결국 대학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둘째는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의 소멸, 지역격차 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힘으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역대학이 분발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도 지역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즈, 글로컬사업 등 큰 혁신을 진행하고 있어 거점국립대 간 협약은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과거의 정책에서 벗어나서 정부 주도가 아닌 대학 주도의 혁신을 지원하는 체제로 바꾸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거점국립대 간 좋은 협력모델이 많이 나온다면 정부 주도가 아닌, 거점국립대의 협력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모델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이번 협약에서 10개 국립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양자·바이오·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공동연구센터 설립 등 대학 간 교육·연구 네트워크 구축과 인프라 공유 △교원, 연구 인력 상호 교류 △학점·학기 교류와 상호 학점 인정 △지식 정보자원, 강의 등 유무형 자산의 공유, 교류 협력 △국가,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국가적 난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사업 기획과 수행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기회 제공 등을 위한 지구촌 상호협력사업 공동 발굴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했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16일 서울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개 국가거점 국립대학 협약식'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유학생 입학장벽·평가부담도 대폭 낮춰
교육부의이번방안은지역에서외국인력에대한수요가증가하고있음에 도유학생의전공이편중되거나저조한정착비율을해소하는데중점을뒀다.국내에서박사학위를취득한후본국으로귀국하는비율은점점늘어나고있다.2016년외국인박사학위취득자중41%가본국으로귀국했는데2021년에는62%까지증가했다.
유학생의전공은이공계보다인문사회계에치우쳐있다.한국이선진국으로도약했지만,여전히유학생수가적은것도이번방안을마련한배경중하나다.우리나라로오는유학생은2012년‘유학생유치정책(7XYH] /SVIE2020)’이후증가추세이지만,전세계유학시장에서한국이차지하는비중은2022년기준2%로미미한수준이다.이번방안을통해교육부는학위과정을통해22만명,대학간학생z학점교류등의비학위과정을통해8만명을합쳐30만명의유학생을2027년까지유치할계획이다.현재외국인유학생은16만7천명이다.국가별 유학생 비중 (inbound ‘22.UIS)
미국
기타유학생영국점유율호주독일중국캐나다프랑스 미국15% 프랑스4% 네덜란드2% 영국9% 중국4% 아르헨티나2% 호주7% 일본3% 한국2% 독일6% 9%)3% 기타35% 캐나다5% 튀르키예3%출산국가별 구성
(‘22.KEDI)학부·대학원 전공별 구성
(‘22.KEDI)유학생의 졸업 후 진로 현황
(‘22.KEDI)본국귀국 29%국내취업 8%국내진학 11%국내 박사취득 후 외국인이 본국으로 귀국하는 비중(‘22.KRIVET)
‘12~‘22년 유학생 수 추이 (KEDI)
▶1면에서 이어짐
교육부는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평가나 입학 부담은 줄이되 질적 수준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내년 상반기에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도 환영하는 의견을 밝혔다. 황처장은 “유학생 유치는 정주와 취업까지 가야한다. 이것이 안정화 돼야 유학생 유치가 원활해진다”라며 “그동안 법무부 등에서는 유학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고, 유학생이 오더라도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등이 미흡했다. 앞으로는 제도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측면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GKS사업 통해 석·박사비율 2027년 45%까지”이번 방안에서 평가체계와 관련해 개선된 점은 대학별 특성에 맞게 일반대와 전문대를 분리해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평가지표는 한국어능력 입학요건 등 인증기준을 개선하고 평가지표 수도 줄인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 강화와 희망대학에 대해서는 컨설팅도 지원한다.교육부는 유학생이 보다 넓게 진로탐색을 할 수 있도록 비자요건을 개선하고, 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위한 규제도 개선한다. 가령, 대학(컨소시엄)-해외대학 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대학 해외캠퍼스 설치 등의 방식으로 학사제도를 혁신할 수 있게 규제를 푼다. 아울러, 대교협·전문대교협과 협의해 2024년 상반기에는 유학생특성에 맞는 대입전형 개선도 추진한다. 대학이 유학생의 다양한 학업배경과 한국 사회에서의 계획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학업계획서를 평가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할 계획이다. 해외 고교의 학사일정에 맞게 유학생 모집 시기도 논의할 예정이다.
학사제도 혁신을 통해 유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대학의 고충도 해결한다. 대학이 교육과정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캠퍼스를 설치해 유학생 유치를 위한 현지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된 대학별 혁신 사례로 온라인을 통해 한국어·기초교과목을 1년 수강하고 3년간 대학캠퍼스에서 전공교과를 수강하는 전북대의 O2O 국제캠퍼스 사례와 해외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국내유학을 지원하는 포스텍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교육부는 지역특화형 비자제도를 활용해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재도 확보할 계획이다. 지역특화형 비자제도는 법무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인구감소지역의 지자체가 관할 지역 내 기업에 취업한 외국인 유학생(전문학사 이상)을 추천한 경우 발급되는 비자다. 또한, 주조·금형 등 산업인력을 확대 양성하고, 조선업을 비롯해 이공계 유학생의 취업연계 지원도 강화한다.저숙련·비전문 근로자에게도 일반대·전문대 진학을 통한 학위취득도 허용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전문대를 활용해 이들이 주말·야간학업을 통해 학위를 취득하고 숙련인력으로 국내에 장기근속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한다. 대학별 여건에 따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비, HiVE와 LiFE 사업비 등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첨단분야의 해외대학 전임교원을 국내대학 전임교원(Joint Appointment)으로도 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외국인이 연구개발특구·첨단의료복합단지와 같은 유망 클러스터 내 대학에 교수 임용 시에도 10년간 소득세를 50% 감면하는 혜택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유학생에게 우리나라 대학에서 수학할 기회를 주는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사업(GKS)과 BK21을 통해 신기술 인재 유치를 확대한다. GKS사업에서 2022년 기준 이공계 석박사비율은 30%밖에 안 됐으나 사업을 개편해 2027년까지 45%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폴란드(방산), UAE(원전) 등 경제협력 수요가 높은 국가와 인도, 파키스탄처럼 이공계 인재가 많은 국가 장학생을 중심으로 선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이언스 카드 제공으로 우수 교수 유입할 것”유학생 신진연구자 전용 R&D사업도 신설한다. 학술적 글쓰기, 연구윤리와 실험실 안전 등 석·박사 맞춤형 강좌개발도 보급한다. 중견·중소기업과 석·박사 유학생 간 일자리 매칭도 지원한다. 과학기술인재 패스트트랙 제도(영주·귀화비자 취득까지 절차·기간 간소화)도 본격 시행하고 사이언스 카드도 제공한다. 사이언스 카드는 교수·연구활동 관련 해외 고급 과학기술인력에게 국내 체류 기간과 가족 초청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유학생 비자 제도도 개선한다. 법무부는 지난달 3일 유학생 비자제도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유학생 재정능력 심사기준 완화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활동 병행 허용 △신입생 한국어능력 입증방식 다양화 △유학생 진로탐색기회 확대 등의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2023년 대우재단 학술연구지원 안내
사회 유지 혹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의례문화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㊾ 한국사회 의례문화의 질적 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의례는 사회통합적이고 기성 체제를 유지·재생산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회에 잠재된 갈등을 가시화하면서 기존 사회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사회적 재난으로 발생한 죽음에 대한 애도 의례는 그 죽음의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가시화하고 대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가핑클의 민속방법론에서 위반실험이 잘 보여주듯, 사회적 규범을 인위적으로 깨뜨리지 않는 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당연시 여겨왔던 규범이 얼마나 우리의 행위를 제약하는지 알지 못한다. 질적연구라는 방법으로 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다. 나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의례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에 밀착한 질적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했다.
죽음 기억과 죽음의례, 의례의 수행과 기억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 죽음은 인간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문화적 현상이 된다. 특히 연구자로서 내가 주목한 것은 의례를 통해 부여된 죽음에 대한 의미이다. 죽음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죽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의 재현으로 부여된다. 한국전쟁 당시 좌우 이념의 대립이 심했던 한 농촌 마을에서 상반된 경험을 가진 구술자와의 만남으로 부터 죽음에 대한 경험의 재현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한국사회에서 죽음의 의미가 가장 극명하게 발현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한국전쟁이다. 전시 상황에서는 일상적 의례를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에서 발생한 수많은 죽음을 애도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죽음에 대한 기억은 다양한 양상을 담고 있다.죽음에 대한 원초적 기억은 단순히 ‘누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다. 아무런 기억의 변형을 거치지 않은 원형의 기억이 된다. 그러나 원형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게 된다. 즉 죽음 이후 그 죽음에 대한 기억은 변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죽음에 정상/비정상, 공식/비공식 등의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여기서 의례의 수행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한국전쟁 당시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공동체의 내부자로 여겨진 국군과 우익세력 주민의 죽음은 상대적으로 의례를 잘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반면에 공동체 바깥 외부자로 여겨진 인민군과 좌익세력 주민의 죽음은 의례를 수행할 수 없었고, 대부분 비정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의미가 부여됐다.
다른 한편으로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죽음을 애도·기념하는 의례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체로 ‘정상적인’ 의미가 부여된 죽음은 유교식 상장례나 국가의례와 같은 공식적 의례를 통해 애도·기념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의미가 부여된 죽음은 부수적으로 무속의 천도굿이나 불교의 사십구재와 같은 비공식적 의례를 통해서 애도·기념한다. 아예 의례를 수행하지 않고 잊혀지기도 한다. 예컨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의 죽음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현충일 기념식과 같은 공식적인 의례를 통해 애도·기념된다. 반면 그 당시 국가 체제에 반하였던 좌익세력 주민과 ‘빨갱이’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부정되고 낙인이 찍혔다. 또한 국가 폭력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애도·기념할 수 없었고 유가족의 사적인 차원에서 행할 수 밖에 없었다.죽음의례를 통한 ‘죽음 감각’의 배치
죽음의례는 죽음의 감각, 즉 ‘정동’을 배치하고 형식을 부여해 죽음이라는 비정상적인 사건의 무질서를 바로 잡고 정상화시킨다. 죽음의 원인을 특정하게 갈무리 함으로써 사회적 갈등과 투쟁을 잠식시키는 의례적 봉합이 이뤄진다. 그러나 봉합된 죽음 기억은 언젠가 다시 돌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정적으로 통합된 기억이다. 얼마든지 망각된 기억을 다시 되살려 애도·기념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에 의례를 수행하지 못해 망각된 좌익세력 마을주민과 ‘빨갱이’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언제든지 그 후손들이 기제사나 추도식 같은 의례를 수행함으로써 되살아나고 애도·기념될 수 있다.다른 한편으로 죽음의례를 통해 죽음의 감정이 특정하게 배치되는 작업은 유교 상장례의 곡(哭)에서 잘 드러난다. 상업화된 장례식이 등장하기 이전에 안동 지역에서마을 공동체와 함께 의례를 수행할 당시 곡의 기본적인 언표는 ‘아이고’, ‘애고’, ‘어이’로 나누어져 있다. 산 자와 망자의 관계가 혈연 또는 비혈연인지에 따라서 슬픔의 감정이 특정하게 형식화되어 있다. 보통 ‘아이고’라는 언표는 부모와 자식을 중심으로 한 직계 가족 간에 슬픔을 표현할 때 쓴다. ‘애고’라는 언표는 형제자매, 백부모·숙부모와 조카 사이와 같이 방계 가족간에 슬픔을 표현할 때 사용됐다. ‘어이’라는 언표는 비혈연관계에 있는 조문객들이 사용했다.이같이 나는 죽음의례의 연구를 통해서 주로 의례의 사회통합적 기능뿐만 아니라, 어떻게 자의적인 사회문화적 경계가 만들어지는지도 주목하였다. 예컨대 죽음죽음의례를 통해 죽음의 감정이 특정하게 배치되는 작업은 유교 상장례의 곡(哭)에서 잘 드러난다. 사진은 조문하는 모습이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경남 창녕, 1993년.
의례에서는 의례의 수행 기준으로 의례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되지 못하는 사람, 의례를 치를 수 있는 정상적인 죽음과 치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죽음이 나누어졌다. 즉 의례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가 위계화되고 그 속에서 의례의 대상에 대한 포함과 배제가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현대 결혼의례에서도 이러한 의례의 수행을 둘러싼 대상의 포함과 배제가 오늘날 지배적인 가족 규범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나타나고 있다.
제도화 의례로서 결혼식과 정상가족 규범피에르 부르디외는 의례를 통해 부여되는 사회적 경계선의 자의적 속성에 관심이 있었다. 이를 제도화 의례 또는 신성화 의례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의례를 수행한 사람과 수행하지 못한 사람 간에 차이가 만들어지고 사회적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학위를 취득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들 수 있다.한국사회의 결혼의례에서는 의례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조건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정당화되는 문화가 있다. 우리 사회는 통상 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적인 가족으로 정당화하고 이 경우에만 의례를 수행할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외 다양한 형태의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여겨지고 의례를 수행할 조건이 불충분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정상적인’ 가정환경이라는 조건은 마치 상징자본처럼 기능하면서 결혼식이라는 핵심적 사회 의례 속에서 ‘가족 시연(Displaying families)’을 통해 드러내 보여주어야만 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상징자본은 개인과 가족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사회적 인정을 얻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조손가정 등 부모의 존재가 결핍된 형태의 가족과 함께 다문화가정, 동성가족 같은 매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의례를 통해 정당화되고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그 속에 포함되지 못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소외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를 따져 보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특히 결혼식의 혼주를 누구로 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누가 나의 진정한 가족인지를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보여주고 인정받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상가족규범에 따르면 두 부모가 혼주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조손가정, 친척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으로 여겨지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줬던 조부모나 친척 어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한부모가정, 이혼가정에서는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부모 사이에서 또는 각자 부모가 재혼했을 경우 그 파트너와 친부모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가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의례의 사회적 기능과 의미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일생에 중요한 사건인 죽음의례와 결혼의례는 각기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 죽음의례의 연구에서는 죽음이 야기하는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의례가 어떻게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에 대한 특정한 감각, 즉 정동을 배치하여 규율하는 지를 분석하였다. 결혼의례 연구에서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중심의 정상가족 규범이 의례를 통해 제도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의례가 기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와 규범을 어떻게 재생산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의례는 사회통합적이고 기성 체제를 유지 재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회에 잠재된 갈등을 가시화하면서 기존 사회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사회적 재난으로 발생한 죽음에 대한 애도 의례는 그 죽음의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가시화하고 대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혼의례에서도 최근 물질적이고 과시적이며, 불평등한 젠더 관계를 재생산하는 관습적인 결혼식 문화에 저항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의례를 수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두 의례의 연구를 통해서 기존 사회 체제가 재생산되는 과정과 다른 한편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가 길항하고 사회문화가 변화할 가능성이 생겨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는 한국사회의 미시적 생활 세계의 재생산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안에서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나는 오늘날 결혼의례의 연구를 통해서 현대 한국사회에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전통적인 규범 속에 정형화되어 있으면서도 가족협상을 통해 역동적인 변화 과정을 경험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이는 그동안 결혼 의례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의례적 행위를 실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서경원
전북대사회학과박사과정
안동대 민속학과(현재는 문화유산학과로 명칭이 변경됨)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민속학은 민중들의 생활풍습을 연구하는 분야로 의식주 문화, 민속종교와 의례, 민속예술과 놀이, 설화와 민요 등 연구하는 영역이 폭넓고 주로 구술사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이 덕분에 학부 때부터 농촌 마을에 들어가서 마을주민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구술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현재는 전북대 사회학과에서 미시적 결혼의례 과정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석사학위논문을 요약한 「죽음의례의 문화적 기억과 정동의 배치: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죽음 기억을 중심으로」(2021)와 「한국 결혼식 문화 속에서 개인과 가족의 인상 관리와 감정 수행성 체계: 온라인 커뮤니티 사례를 중심으로」(202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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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항공우주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이 이번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관측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천문 관측과 물리학
1687년 아이작 뉴턴(1642∼1727)이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면서 인류는 만물의 운동이 수학적 원리로 기술되는 물리법칙을 따름을 알게 되었다. 이후 지난 300여 년 동안 전자기‧열역학‧중력‧양자역학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이 발견되고, 이들을 응용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문명의 이기를 가능케 했다. 지금도 첨단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다.그런데 지상의 일과는 무관한 천상의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이 뉴턴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주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뉴턴이 태어나기 이전인 1609년에서 1619년 기간 동안 행성의 운동에 관한 세 개의 경험적 규칙을 발견했다. 이 규칙은 당시에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관측적 사실이었다. 뉴턴이 바로 이 관측적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원리를 제시하였고, 그것이 바로 만물의 운동에 관한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에 관한 ‘만유인력 법칙’이다.아름다운 수학적 원리로서 뉴턴의 법칙뉴턴은 지상 만물의 운동과 천상 행성의 운동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뉴턴의 이론은 당대의 모든 지상 실험 결과와 천문 관측을 집약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수학적 원리다. 즉, 물체가 받는 힘은 물체의 질량과 물체가 경험하는 가속도의 곱과 같고, 우주의 모든 두 질량 사이에는 만유인력 즉 중력이 작용하며, 이 힘의 크기는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인류는 이 수학적 원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뉴턴의 이론은 진리로 여겨졌다. 절대적인 배경인 공간에 절대적인 시간이 흐르고 만물은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실험과 관측 결과의 집약으로 제시되었던 뉴턴의 이론은 자연법칙이 되어 만물이 이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19세기 이루어진 천문 관측 중 하나가 뉴턴의 이론을 따르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수성의 공전 궤도의 세차 운동에서 나타나는 근일점의 움직임규격화된 가속도(로그스케일): 관측치 대 뉴턴 예측치
차아: 관측치-뉴턴 예측치
*SV 20,000 ;&W
[MXLMR 650 0=뉴약턴한이 가론속과도 불에일서치일뉴이턴론치과 교정(GEPMFVEXMSR) 지점가속도 구간(로그 스케일)장주기 쌍성과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가속도 불일치 결과를 보여주는 이미지다. 왼쪽은 단주기 쌍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주기 쌍성이다. 오른쪽은 장주기 쌍성에서 발견된 뉴턴 역학의 붕괴를 보여준다. 사진=위키피디아·채규현
“우리가 얻는 반복된 교훈은 과학 이론이 진리 자체도 아니고 우상화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이론은 검증된 범주 내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자연철학적 수학 체계일 뿐이다.”
이었다. 그 차이는 뉴턴 이론의 예측치와 1년에 0.43각초(arcsecond), 따라서 100년이면 43각초에 이르는 매우 큰 값으로 뉴턴의 이론에 확실하게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뉴턴의 이론이 완전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제한적인 경우에만 성립하는 규칙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뉴턴의 이론은 원래 하나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로 제시된 것인데, 이것이 후대에 자연의 ‘진리’로 과대해석됐고 우상화됐
다는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원리의 중력이론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수성의 근일점 운동을 정확하게 설명할 뿐만이 아니라 빛의 굴절, 중력하에서 시간의 느려짐, 블랙홀, 중력파 등을 성공적으로 예측하고 설명함으로써 새로운 우상이 됐다. 우주의 중력과 관련된 모든 현상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은하단에서 은하의 운동과 나선은하에서 별/가스의 회전 운동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보다 크자 학계는 주저하지 않고 관측되지 않은 막대한 양의 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이 바로 암흑물질이다.그런데 한때 진리로 여겨졌던 뉴턴의 이론이 한계를 드러낸 것처럼 일반상대성이론도 검증하기 전까지는 만능이 아닌 제한적인 이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암흑물질이 요구되는 영역은 중력이 극도로 약해지는 영역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이 뉴턴의 이론과 같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성의 근일점 운동의 경우처럼 중력이 강해질 때 뉴턴의 이론이 붕괴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중력이 극도로 약해질 때 뉴턴의 이론이 타당한지는 직접적으로 검증되지 못했었다.이번에 필자는 유럽항공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분석해 이 운동이 제곱 초당 1나노미터(즉, 10억분의 1미터) 가속도 이하에서는 뉴턴역학의 예측과 맞지 않음을 발견했다. 다시 한번, 천문학이 새로운 물리학의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수성 근일점의 변칙성은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장주기 쌍성 운동의 변칙성은 인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우리가 얻는 반복된 교훈은 과학 이론이 진리 자체는 아니고 우상화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학이론은 검증된 범주 내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자연철학적 수학 체계일 뿐이다.
장주기 쌍성 운동의 변칙성 발견태양계 행성의 운동이 만족하는 케플러 법칙의 경우는 뉴턴의 힘에 기반한 자연철학과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기하학에 기반한 자연철학에 의해서 동일하게 잘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조차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두 이론 모두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역사의 시점에 있다.케플러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400년 동안의 짧은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실생활과 무관해 보이는 천문학이 과학기술 문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인류는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경제 규모와 국력에 걸맞게 기술 및 산업과 기초과학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력, 천체들에서의 역학, 중력 이론의 수정과 확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
동양철학과 디지털 리터러시
개인 아카이브 ‘위키’ 구축…공유·협업 수월해진다▶1면에서 이어짐디지털 리터러시와 생동적인 동양고전 교육경학 본연의 가치인 통섭적 방법 여전히 중요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문학인 경학 본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함영대 경상대 교수(한문학과)는 “기계문명이 더할 나위 없이 발전한 이때에도 여전히 수공업적인 행위가 필요한 일이 적지 않다”라며 “인문학적 성찰이나 경학에서 주석 간의 비교는 비교 그 자체가 아니라 비교하는 대상에 대한 연구자 자신의 깊은 안목에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함 교수 발표에 대한 윤석호 부산대 교수(사학과)의 논평이 이어졌다. 윤 교수 역시 학문함과 인문학의 본질을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결국 디지털화된 정보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볼 때, 원전이 지닌 비문자적 정보를 포함한 생생한 전모를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검색과 분류’에 특화된 현재의 디지털 리터러시 경향은, 그 자체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경학자료 연구에 요구되는 통섭적 혹은 종합적 방법론이 희석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윤 교수는 “지면을 아껴가며 원고지의 한 칸을 채우기 위해 고심하던 옛 학자의 마음만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윤 교수는 한문교육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디지털 자료의 활용은 한문교육의 자료범위를 넓히고 그 시야를 확장하는데 요긴하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한문 학습 이후의 문제이다.” 이 때문에 윤 교수는 “한문 학습의 과정 자체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학습 방법, 이를테면 강송을 하는 서당식 교육이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디지털 자료를 활용한 한문교육의 좋은 사례가 있는지 물었다.
디지털·인터랙티브·확장현실 동양고전 교육실제적이고 생동적인 동양고전 교육도 제시됐다. 김혜수 부산대 교수(윤리교육과)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동양고전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디지털 동양고전이다. 주요 동양고전을 선정해 디지털북 형식으로 제작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동양고전의 의미를 체득한다. 둘째, 인터랙티브 동양고전이다. 동양고전 속의 시대적·문화적 배경을 실감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의 인물과 시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생생하게 학습한다. 셋째, XR(확장현실) 동양고전이다. AI 기반의 디지털 휴먼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동양고전에서 등장하는 당시 인물과 시대적·문화적 배경을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로 제작한다. 실제적인 동양고전 체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김 교수는 디지털 동양고전 교육의 비판적 능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활용한 진정한 동양고전 교육은 각종허위 및 악성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세상에서 그 진위와 선악을 판별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론이나 주장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적절하게 자기 욕망을 통제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도덕·윤리 의식을 갖추게 한다”라며 “더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해주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회적 경험 넘어 수업과 유기적 연결개인 아카이브인 ‘위키’ 구축 사례 역시 주목을 받았다. 안승우 성균관대 교수(유학동양한국철학과)는 「유학과 디지털의 실질적 만남 고찰: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안 교수는 “학부와 비교과 디지털 방법론 활용 수업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 인문학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위키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라며 “위키의 특징은 다수의 이용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개인 아카이브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와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위키를 구축해 수업 자료, 수업 토론 내용, 학생 발표 자료 등을 축적하고 있다.물론 지속적인 콘텐츠 구축이 중요하다. 안 교수는 “개인 아카이브 구축 교육이 일회적인 경험지난 17일, 한국동양철학회와 경남대 교양교육연구소가 주최하는 ‘동양철학과 디지털 리터러시’ 학술대회가 경남대 평화홀에서 열렸다. 사진=한국동양철학회
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 수업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라며 “위키를 통해 실제 공동연구와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위키를 활용하여 발표를 하는 등 디지털 활용 개별 교육과 전체 수업 내용·방식의 유기적인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학생들의 실제 개인 연구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오는 2학기에 ‘유학과 디지털인문융합’ 대학원 수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윤리 문제를 체감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사고에 대한 윤리 문제로부터 시작해 전통적인 유학의 가치관을 현대사회의 다양한 윤리 문제에 맞게 재구성하는 경험을 하는 수업 구성을 시도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트롤리 딜레마에 기반한 자율주행차 사고 문제가 있다. MIT에서 개발한 윤리지침인 모럴 머신(Moral Machine)의 분석 모델을 넘어 유학의 ‘時中(때에 맞는 적절함)’ 윤리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안 교수는 “수업에서 전통철학적 가치관에 기반한 윤리 모델 설계와 함께 윤리모델에 기반한 실질적인 온라인 조사를 통해 현대 한국인의 가치관 분석까지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한국전쟁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김려실 외 10인 지음 | 소명출판 | 412쪽이 책은 공간적으로 한국·중국·일본·미국이 경험한 서로 다른 한국전쟁과 그 전후를, 시간적으로 전쟁 세대·전후 세대·포스트 세대의 한국전쟁 기억 및 기념의 변화를 추적했다. 각 장의 필자들은 경험·기억·포스트기억을 핵심어로 한국전쟁에 관한 다양한 문학·문화적 표상을 정교하게 살펴봤다. 한국전쟁을 둘러싼 열띤 논쟁의 현장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 김재홍 옮김 | 그린비 | 416쪽즉위 이래 창궐한 전염병,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입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한 황제 마르쿠스. 그가 써 내려간 내면의 정신적 활동, 즉 ‘철학적 일기’인 이 책은 ‘명상록’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제기랄, 이런!
벤저민 버건 지음 | 나익주·나경식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76쪽상말 사용을 금기로 정해 철저히 검열해 완전히 추방하고자 애쓰는 국립국어원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교육부와 같은 당국의 바람과 달리,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상말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끓어오르는 가슴속 표현을 다른 어떤 교양 있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금기의 언어를 공론의 장에 세운다.생물학적 풍요
브루스 베게밀 지음 |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1,356쪽저자의 문제작인 이 책의 번역서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동물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비번식적 성 활동을 포괄한 다양한 동물 섹슈얼리티 연구의 분수령이 됐을 만큼 가히 방대하고 논쟁적이다. 20세기 후반까지 문서화한 450여 종의 동물 동성애 사례 가운데 190여 종의 동성애 목록이 사진·삽화와 함께 종합적으로 정리돼 있다.전쟁과 죄책
노다 마사아키 지음 | 서혜영 옮김 | 또다른우주 | 484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과거를 부인한 채 물질주의로 치달아 온 일본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해부하기 위해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아버지뻘의 전범들을 인터뷰하며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 나섰다. 이 책에서는 권위에 복종하는 개개인의 심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인간을 도구화하며 감정을 마비시킨 일본 사회와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칸트의 정치철학
한나 아렌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320쪽이 책은 칸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여는 동시에 아렌트 사상의 최종 정점인 ‘정치 판단론’을 담은 책이다. 사실 ‘칸트의 정치철학’이라는 말은 엄밀히 따져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칸트는 살아생전 정치철학에 관한 저술을 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렌트가 평생 거쳐온 사유의 과정 끝에 담긴 결론의 씨앗이 이 책에 담겨 있다.빌둥에서 배운다
레네 레이첼 안데르센 지음 | 이원준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232쪽빌둥(Bildung)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도덕적, 정서적 성숙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사회에서 번영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고 지식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 삶의 길을 개척할 자율성을 가지는 동시에 문화와 공동체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빌둥은 항상 개인적이고 독특하다. 빌둥은 영어에는 없는 독일 단어로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게 다가온다.창조적 유전자
에드윈 게일 지음 |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484쪽저명한 의사이자 당뇨병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의 이 책은 자연선택에서 해방돼 풍요를 맞이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과학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요,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문명을 개척해 온 인간 역사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장애시민 불복종
변재원 지음 | 창비 | 308쪽지체장애인이자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로서 새로운 세대의 장애운동 가능성을 보여준 활동가인 저자가 500여일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국장으로 활동한 이야기를 쓴 이 책이 출간됐다. 한 개인의 투쟁기이자, ‘불복종’을 택한 장애시민들의 사연을 동료 시민들에게 전하는 대국민 해설방송이라고도 할 수 있다.역자가 말하다_『환대에 대하여』 자크 데리다·안 뒤푸르망텔 지음 | 이보경 옮김 | 필로소픽
타자로부터 강제되는 환대…‘길 없음’에서 시작된다이번 번역본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자크 데리다가 했던 ‘환대’를 주제로 한 세미나 중 1996년 초에 했던 4강과 5강을, 그 세미나에 참여했던 안 뒤푸르망텔이 자신의 글 「초대」와 함께 1997년 출판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뒤푸르망텔은 왼쪽 지면에 자신의 글을 실어 데리다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오른쪽 지면에 데리다의 글을 실어 ‘환대’의 주제에 호응했고, 이번 번역본은 이 형식을 그대로 살려 출판했다.
당시의 세미나는 『환대(Hopitalité)』Ⅰ,Ⅱ로 각각 2021년과 2022년에 쇠이유(SEUIL)에서 출판됐지만, 이 『환대에 대하여』는‘환대’를 문제화하고 ‘환대’를 실천한 저서
환대에 대한 아포리아적 사유의 의의현실의 환대 문제를 철학적이면서도 윤리정치적인 문제로 정식화한 데리다의 대표적 저서로 독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4강과 5강은 환대의 전반적 문제를 치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미나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두 글에서 환대의 문제는 플라톤부터 칸트, 하이데거, 레비나스로 이어지는 철학적 환대의 문제로, 모국어의 습득과 번역에 관한 언어적 문제로, 타자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윤리적 문제로, 주권이 이방인과 맺고 있는 법적이고 정치적 문제로, 원격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속화된 개인의 사적 영역의 침해 문제 등으로 확장된다. 전문 연구자라면 『환대』 전체를 독해할 필요가 있겠지만 일반 독자라면 『환대에 대하여』를 통해서도 충분히 환대의 문제 전반을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옮긴이로서 느낀 데리다 환대론의 가장 큰 특징은 단지 ‘길 없음’의 의미를 지닌 고대 그리스어 ‘아포리아’로부터 ‘무조건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 사이의 아포리아적 사유가 지닌 힘’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데리다 사유의 중심축을 이룬 이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첫째, 데리다는 환대에 대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우리의 자발적 행위가 아니라 타자로부터 우리에게 강제되는 행위라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이주민이나 난민의 문제가 법적인 차단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듯이 플라톤의 텍스트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도 항상 이방인이 먼저 물음을 주도했음을 지적한다. 그렇기에 환대 자체를 거부하는 정화적 원한 표출은 자기파괴적인 귀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데리다가 생각하는 환대는 이름도 신원도 모르고 받아들이는 무조건적 환대나, 무조건적 환대에 대한 고려 없이 조건적 환대에 안주하는 것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환대의 행위는 매번 두 환대 사이의 아포리아적 경험을 통과해서 수행돼야만 한다.
둘째, 데리다에게 ‘환대’는 단지 우리가 이주민이나 난민과 맺는 관계만이 아니라 친구와 연인 또는 다른 종과 맺는 관계와 언어나 기술과 맺는 관계가 포함된 인간생활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현상이자 행위이다. 그는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환대 현상이나 사건들을 사고의 한계 지점까지 밀어붙이는 아포리아의 경험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장래를 개방할 수 있는 지점을 사유해 보자고 한다.어떻게 보면 데리다의 아포리아론은 인간과 세계가 맞이하게 된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는 사례에 대한 분석이나 철학적 성찰에 집중할 뿐 구체적 대처나 일관된 학문적 체계의 제시를 자신의 임무로 여긴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짧은 지면에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지만 깊이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성찰과 사례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독서는 독자 여러분의 특권이 될 것이다.
미리 완성한 원고를 세미나나 강의 때 읽어 나가는 데리다의 특성상, 필자는 데리다의 모든 표현들과 전개들이 단지 언어유희가 아니라 숙고된 계산을 거친 것으로 이해하며 번역해 보고자 했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데리다의 생각을 전달하려면 가독성이 중요하겠지만, 철학적 용어나 논리 전개를 흐리게 번역하지 않아야 했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했지만, 역자로서 이해한 하나의 해석을 확정해야 했다. 그 과정은 필자의 일천한 외국어 실력을 실감하는 고통의 시간이자 발견의 기쁨도 느끼는 시간이었다.남수인 전 상명대 교수(불어교육)의 이전 번역본을 포함하여 각 개념에 상응하는 한글 번역어가 번역자마다 다른 경우가 꽤 되었는데, 막상 필자도 거기에 또 하나의 다른 한글 번역어를 보탤 때가 많았다. 고쳐야 할 오역들이 또 발견되겠지만 이전의 번역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갔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의 번역 역시 환대의 실천이자 환대의 아포리아를 경험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국역본을 읽어 나가면서 같은경험을 공유한다면 번역자로서 더 없는 영광일 것이다.
이보경
독립연구자서울대 인문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샹탈 무페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우리말로 옮겼다
서평_『필링 그레이트: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는 새롭고 혁명적인 방법』 데이비드 번즈 지음 | 박혜원 옮김 | 문예출판사 | 712쪽
나는 왜 이리 우울할까…고통스러운 감정 빠져나오기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한 권의 책으로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이룬 사람이다. “생각을 바꾸면, 기분도 바뀐다”라는 인지치료의 핵심을 쉽게 풀어쓴 그의 명저 『필링 굿』은 500만 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필링굿』은 대중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우울증을 치유하는 서지요법(bibliotherapy)의 새 지평을 열었다. 다른 치료 없이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우울에 시달리던 사람의 65퍼센트 정도가 회복되거나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 한 권이 우울증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인 약물치료 정도의 성과를 낼 수전작 베스트셀러 ‘필링 굿’에 이어 40년 만에 발표
우울하게 만드는 생각의 왜곡을 바로잡는 50가지 방법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그 이후의 노하우를 보완하여 40년 만에 발표한 『필링 그레이트』는 『필링굿』에 반응하지 않았던 35퍼센트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롯하여,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고통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만 내세우는 대신, 독자가 책을 직접 읽어가면서 우울의 깊은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잘 고안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판단하며 세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낼지를 결정한다.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를 왜곡해서 스스로를 우울과 불안의 나락으로 빠뜨려버리는 것이다. 인지치료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생각을 찾아내서 그 왜곡을 고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어떤 사람은 생각을 바꾸어서 치유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필링 그레이트』는 기존 인지치료의 성과와 한계를 고루 살핀 후, 평생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아가 우울‧불안‧분노를 불러오는 생각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가르쳐 준다.
책이 우리를 괴롭히던 문제가 사실은 잘 살아보려는 올바른 기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에 유익이나 이로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면, 우울과 불안이 즐거움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서지요법으로 회복됐더라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삶의 고통 속에서, 우울과 불안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다시 떨쳐내고 기쁨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도 전해준다.
인간은 누구나 매 순간 자신만의 감정현실을 창조해 내는 존재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만으로 즉시 새로운 삶을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은 신나는 일이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담자나 치료자들도 고정된 생각이 바뀌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수십년간의 치료 경험으로 잘 짜여 있어서 한 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이 부드럽다. 책 말미에는 우울과 불안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왜곡을 바로잡는 50가지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간혹 들추어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에서 빠져나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제대로 검사하고(Test),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며(Empathy), 변화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을 녹이며(Assessment of Resistance), 한 팀이 되어서 우울과 불안을 기쁨으로 전환시키는 방법(Methods)을 탐색하는 것으로 구성된 TEAM 접근법의 탄탄한 구조를 천천히 따라가 보면 좋은 결과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으로 모든 우울증을 치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치료와 회복을 향하여가는 길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정서인지행동의학회 창립 이사장이자 명예회장이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자가 말하다_『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장지연 지음 | 푸른역사 | 188쪽
한문이 늘 그렇게 대단했나…도전하는 질문을 던지다발상의 시작은 대단하지 않았다. 박사논문을 쓰며 불현듯 가지게 된 감이 있었다. 뭔가 당대에 사료 이상으로 떠돈 이야기가 있었거나, 향찰이나 이두 같은 차자(借字) 표기법으로 남겨져서 실체를 알 수 없는 흔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다시 꺼내놓게 된 것은 『한국사, 한 걸음 더』(한국역사연구회 지음, 푸른역사, 2018)의 기획에 참여하면서였다. 한국사 연구 현장의 최전선을 보여주자는 기획이 이런 의문을 털어놓기에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는 어떤 언어 체계 속에서 구성되는가?」라는 장에서는 만주어 사료에 대한 학자들의 감수성이 신청
‘한글·한문·범어·일본어·영어’가 뒤섞인 복잡한 역사
질문에 더해 친족의식 변화 등 새 연구분야도 타진사(新淸史)라는 새로운 연구를 개척했다면 다양한 문자 체계를 활용했던 한국사의 연구도 역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제언이었다.
그러다 한국사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는 문고를 만들자는 기획이 탄생하며, 이 제언을 좀 더 부연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이때부터 고민은 깊어졌다. 자기 주제만 가지고 글쓰기 하는 관행에 익숙한 터에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할지 몹시 고민스러웠다. 고민 끝에 이 책에서는 완결된 결론보다 문제를 더 드러내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질문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이다.이 책은 한국사의 거의 전 시기를 다룬다. 일단 문자에 남지 않은 역사적 실재가있거나 다른 문자의 기록에서 다른 역사적 모습이 보이는 사례를 제시하며, 고려와 조선을 중심으로 우리 문자 생활의 흐름을 훑었다. 우리는 한자를 빌어서 우리말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빌려 쓰는 방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계에 봉착한 그때 훈민정음이라는 새로운 문자를 창제해서 한문과 섞어 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빌려 쓰는 방식은 여전히 우리 문자 생활의 일부를 차지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한글과 한문, 일본어문을 거쳐 현재 영어문까지 이르는 길고 복잡한 섞어쓰기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여기에 불교의 문자인 범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흐름의 설명만이 아니라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한문이 늘 그렇게 대단했을까? 향찰이나 이두가 구성한 세계는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았는가? 왜 한문 자료만 가지고 세계관을 논하는가? 훈민정음을 너무 현재적 관점에서만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불러온 여러 가지 현상을 한글 대 한문, 여성 대 남성, 피지배계층 대 지배계층 식의 이항대립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가?질문에 더해 새로운 연구 분야도 타진하고 싶었다. 지식의 확산, 욕구의 변천사, 감정의 역사, 친족 의식과 애착의 변화, 젠더의 구성과 여성의 행위주체성 같은 주제가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자기 분과나 주제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연구의 영감을 얻고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고민해 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했다.
글쓰기에서도 여러 가지 도전을 시도했다. 개인사나 구어를 많이 섞은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중이 학자 ‘나부랭이’의 답답한 글쓰기에 막히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에피소드에서 사람마다 반응하는 부분은 제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모두가 얻어 갔으면 하는 한 가지는 과거의 사람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W.E.I.R.D(Western/Educated/Industrialized/Rich/Democratic)’한 사람이란 깨달음이다. 이 깨달음은 현재를 당연시하지 않도록 해주는 통찰력을 일깨워 줄 것이다. ‘역사적 상상력’이란 바로 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시대의 앞날이 오리무중인 요즘이야말로 이러한 통찰력이 절실하다.향후에는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 의식을 소화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원래의 주전공인 공간과 사상에 대한 연구에서는 문자화되지 못한 실재에 신경 쓰고, 여러 문자로 기록한 글을 읽을 때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근대 젠더의 구조, 그에 따른 현상과 행위자의 주체성을 풀어내는 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도 5년 전에는 전혀 예정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새로운 인연과 깨달음이 나의 연구를 인도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열려 있는 마음과 시야가 아닐까.
장지연
대전대교수·역사문화학전공이 책을 말하다_『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김봉렬 지음 | 관조 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34쪽
성스러움의 한국적 미학, 전통 사찰을 찾아서사찰 건축, 그 영혼의 울림을 말하다
사람도 품고 자연도 품는 전통 사찰의 한국적 미의식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요즘처럼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은 적이 또 있었을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알파벳 ‘K’에 드라마, 대중음악, 전통음식과 심지어 국방과 놀이가 덧붙여지면 어느새 가장 핫한 글로벌한 주제어로 등극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화에는 점프가 없다. 세계인이 찾는 우리 시대의 한국적인 것 역시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문화 유전자가 때론 두드러지게 그리고 또 때론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자기 운동을 하며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예술은 문화의 꽃이라 말해진다. 물론 문화는 정신세계라는 심연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한다. 우리 전통 예술에서의 조형미 역시 한국적인 정신세계, 즉 불교의 기운을 강하게 꽃피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성덕대왕 신종이나 미륵사지 석탑 등 불교 조형물이나 불국사나 마곡사 같은 사찰 건축은 대표적인 ‘K-아트’의 전통적 버전인 셈이다.이 중 우리의 전통 사찰의 건축미, 아니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적인 미의식에 매료당한 한 권의 고백서가 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글에, 불교 사진의 대가 관조 스님의 미려한 사진이 더해진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그 책이다. 개정판(컬처그라퍼, 2011)을 거쳐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 마음의 풍경, 비움의 건축』(컬처 그라퍼, 2013)까지 출간됐다고 하니, 가서 보고 머물며 마음의 풍경도 담을 수 있을 곳이 더 많이 생겨 흡족할 따름이다.
원래 이 책은 저자가 〈현대불교신문〉에 1999년부터 2년 동안 격주간으로 연재했던 「가람의 장면들」 50여 편 가운데 29편을 골라 재구성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9쪽).먼저, 저자는 그 많은 사찰 중에서 이 책 표지 사진의 주인공인 범어사부터 소개한 다. 수십 동의 건물로 가득한 대가람이지만 범어사의 건축적 핵심은 진입부에 있다고 주장한다(19쪽). 이 진입로 길은 ‘3단으로 놓인 세 토막의 길들’인데 ‘약간씩 어긋나며 휘어진’ ‘그다지 길지도 않고 똑바르지도 않은 길’이라 한다. 아울러 양편의 낮은 담장은 탐방 길의 시각적 길이를 효과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21쪽).나지막한 담장은 크고 굵은 의젓한 나무들과 대조를 이루면서, 이곳의 주인은 자연이요 인간이 만든 예술(사찰)은 조연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자연 순응적인한국적 미의식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이같은 황홀한 가람의 진입로는 비단 범어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 우리 땅 도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 마디로 ‘한국적 미학의 극치’이며, 가람의 주인들이 만들어 놓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그리고 지극히 건축적인 길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으니(21쪽), 그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어찌하랴!
우리의 전통 건축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건축을 꼽으라면 단연 사찰 건축일 것이다. 왜냐하면 궁궐이나 서원과는 달리 사찰 건축은 예나 지금이나 간단없이 그곳에 머물며 생활하고, 또 그곳을 찾는 이들 역시 여전히 그곳에서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찰 건축은 그 역사성과 현재성을 모두 지닌 문화적 화석이자 미래를 향한 우리 사대의 문화적 자산인 셈이다.비록 이 책이 사찰의 답사 안내서로 집필되지 않았을지라도, 우리 전통 가람의 가치를 잔잔하게 들쳐보고 있는 만큼, 그곳에 가보고 싶고 머무르려는 탐방객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동행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다시 읽는 동안 뭔지 모를 위안을 받은 느낌을 서평자만의 감정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김현아 지음 | 돌베개 | 275쪽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로서, 교수로서, 의료 정책 연구자로서 한국 의료 시스템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고발한다. 수많은 환자가 한국 의료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은 커져간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구조를 알아내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표면적인 문제 현상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
와타나베 노부유키 지음 | 이규수 옮김 | 삼인 | 288쪽올해 9월 1일은 관동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사회에는 여전히 “학살이 없었다”라고 주장하거나, “살해당한 조선인은 있었지만, 그들은 범죄자이기 때문에 일본인의 자위 행동이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학살 부정론은 “위안부는 계약에 의한 매춘부였다”라는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처럼 해외에까지 그 무대를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생각의 요새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548쪽낡은 진리가 힘을 잃고 버려지는 시대, 불안이 세상을 삼키고 혼란이 마음을 짓누르는 시대, 궁핍한 시대는 새로운 생각을 부른다. 이 책은 니체와 마키아벨리, 원효와 수운 같은 시대의 궁핍을 뚫고 일어선 혁명적 사상가들, 새로운 앎을 향해 나아간 이탈과 반역의 정신들을 소개한다. 특히 인식의 대전환을 이끄는 사상가들을 불러들인다.혁명과 일상
김수지 지음 | 윤철기·안중철 옮김 | 후마니타스 | 436쪽몇몇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젊은 탈북민의 경험을 중심으로 북한의 ‘일상생활’과 문화, 음식, 연애, 놀이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을 ‘여성화’하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그리고 ‘전근대적인 국가’로 묘사함으로써, 북한은 대체로 자본주의 한국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대조점으로서만 주로 소환·환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민태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16쪽독립운동의 기반에 상대성이론이 있었다? 전국에서 물리학 교양 강연이 열리고 달 탐사와 로켓, 드론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시대, ‘과학의 나라’ 조선을 읽는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가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던 그때 우리 과학자들 역시 폭넓은 국제적 행보를 보이며 당대와 흐름을 같이했다.이중섭, 그 사람
오누키 도모코 지음 | 최재혁 옮김 | 혜화1117 | 380쪽2016년 이중섭 화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백 년의 신화’ 전시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이 전시는 한국 내에서 이중섭 화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라캉과 철학자들
구도 겐타 지음 |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72쪽우리가 ‘프랑스 현대철학’이라 부르는 것에는 큰 특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플라톤 이래의 진리의 담지자를 자임해온 전통적 철학에 도전해 그것을 해체해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는 것이고 이는 ‘반反철학의 군주’라 불린 니체의 전복적인 시도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자크라캉은 철학을 과학에 대비시켰다.전쟁과 평화, 사랑과 죽음 : 우로보로스와 탈(脫)우로보로스
권석우 지음 | 청송재 | 540쪽이 책에서 저자가 도달하고 있는 결론은 ‘삶과 죽음이 대대적으로 꼬아진 우로보로스의 끈’이라고 말하는 서양 문명의 우로보로스적 사유 즉, 여성이 삶이고 죽음이고 재생과 부활이며, 그러한 여성성을 매개로 삶이 죽음이 되고 죽음이 다시 삶이 되는 것은 허상이며, 여성이 여성이듯이 죽음은 죽음이고 전쟁 또한 전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분야별 신간
■ 인문라캉과 철학자들 | 구도 겐타 지음 |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72쪽빌둥에서 배운다 | 레네 레이첼 안데르센 지음 | 이원준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232쪽생각의 요새 |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548쪽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 김재홍 옮김 |그린비 | 416쪽
전쟁과 평화, 사랑과 죽음 : 우로보로스와 탈(脫)우로보로스 | 권석우 지음 | 청송재 | 540쪽제기랄, 이런! | 벤저민 버건 지음 | 나익주·나경식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76쪽칸트의 정치철학 | 한나 아렌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320쪽혁명과 일상 | 김수지 지음 | 윤철기·안중철 옮김 | 후마니타스 | 436쪽■ 문학-에세이
한국전쟁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 김려실 외 10인 지음 | 소명출판 | 412쪽■ 과학생물학적 풍요 | 브루스 배게밀 지음 |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1,356쪽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 민태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16쪽창조적 유전자 | 에드윈 게일 지음 |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484쪽■ 역사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 | 와타나베 노부유키 지음 | 이규수 옮김 | 삼인 | 288쪽■ 예술이중섭, 그 사람 | 오누키 도모코 지음 | 최재혁 옮김 | 혜화1117 | 380쪽이중섭, 편지화 | 최열 지음 | 혜화1117 | 320쪽누구나 겪는 노화, ‘마음의 준비’에 관하여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여ㅅ섯 번째 주제‘웰에이징 시대’ ③‘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에 이어 여섯 번째 주제로 ‘웰에이징 시대’를 다룬다. 정안숙 미국 드폴대 교수(심리학과)의 세 번째 글이다.나의 어머니는 12년 전 처음으로 암을 앓으셨다. 당시 66세. 그래도 기초 체력이 있으셨던 분이라, 종양 부위를 절제해내고 그 자리에 피부이식도 해 넣고, 방사선으로 치료 과정을 거쳤다. 그 후 10년간, 삶의 질에 중차대한 타협이 있었어도, 이동력과 의사소통 부분에서 아직 당당한 60대로, 힘찬 어머니로 든든히 자리를 지키셨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한중간인 2021년 여름에 두 번째 암이 재발했다. 12년 전과 위치가 너무 유사하고, 연세 76세에 지난 10년간 누적된 영양부족 및 골다공증 진행으로 이제 수술이 불가해졌다. 방사선을 해도 항암을 해도, 없어지기를 바라는 종양은 지독하게 살아남고, 몸만 더 망가지셨다. 항암부작용 시기에 낙상으로 인한 골절과 수술까지 겪으시고 나니 종전 체중의 절반이 되는 데에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당신의 존엄을 지켜내신 어머니
12년 전, 혀에 자란 암을 제거하는 수술 직전에 “암을 조금 남겨놔도 좋으니 (노래할 수 있게) 성대는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농담 아닌 농담으로 의료진을 놀라게 했던 어머니께서 이제는, 턱에 구멍을 내고 입안으로까지 뻗친 종양 때문에 예/아니오 질문에 겨우 답하는 상태가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에도 한 시간이 걸리는 체력 상태이다. 그런데도,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은 잠들어 있다가, 깨어있는 4시간 동안 진통제와 유동식 영양보조제를 드시고는 뒷정리를 하겠다는 나를 내쫓고 속옷 세탁을 하신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당신의 존엄을 손수 지켜내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어머니는 진즉에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집에서 출혈이 반복되자 입원을 원했다. 입 안팎으로 자라 이제는 호흡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른 이 종양 덩어리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어한다. 외과적으로는 현재 가능하지 않은 접근이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거부하는 연명치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철저하게 ‘신 앞에 선 단독자’를 경험하고 있는 어머니를 위한다면, 가족으로서의 나는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가.삶의 포기와 의지의 공존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에 대한 의료진 및 가족을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로 인정한 판례)과 2009년 김할머니 사건(평소 본인의 연명치료 거부 의사에 근거한 가족의 요청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죽음과 가까워진 노인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 구스타프 클림트, 「죽음과 삶」, 캔버스에 오일. (왼쪽 그림)
노화는 공동체 모두가 겪는 공동체의 일이다. 존엄을 지키며 늙어가는 것도 공동체가 함께 해야 한다. (오른쪽 그림) 그림=DALL·E2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사회적 연결이 잘 되어 있을수록 노년이 건강하다는 연구는 차고 넘친다.
최소한의 사회적 연결, 공공의 안전망, 살아온 인생에 대한 축하, 시설 신세지지 않고 나 살던 데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은 왜 여전히 개인의 몫인가.한 판례)이 촉발제가 되어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돼 왔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려면,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동의하는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서 환자 또는 가족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애미’가 자식한테 도움도 못 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병실만 차지하는 말년은 싫다던 어머니의 현재 기력 상태로 봐서는, 사망에 임박했고 연명의료 거부 의사가 이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속옷을 손세탁하는 그 고집이나 눈에 보이는 종양을 떼어내고 싶다는 바람에서는 삶의 의지가 확인되는 것도 같다. 그럼 이 둘은 가족보호자의 상충되는 해석인가, 당사자의 존엄을 위한 본심인가. 우리의 ‘마음의 준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당신의 삶을 존경합니다!
노인은 유언을 남기거나, 영정사진을 찍고 수의를 마련하고 장지를 미리 정해놓음으로써 당신의 마지막에 대해 준비를 하기도 한다. 고맥락문화(high-context culture, 의사소통의 많은 부분을 상황에 의존하는 문화)인 우리 문화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면 더 좋겠지만, 사실 말해도 잘 몰라주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그러니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최선으로, 공동체심리학에서 말하는 임파워먼트면 어떨까. 미국의 장례식은 ‘인생 축하(celebration of life)’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를 장례 시점이 아닌, 살아계신 동안 해보는 것으로서 말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잘 사셨다’고 인정해드리고 치하하기. 좀 더 시간이 된다면 구술생애사적인 접근으로 자서전이나 사진첩같은 기록을 남기고 기념하기. 남겨진 시간 동안 가족·지인과의 좋은 관계를 한 번 더 기억하기.말하자면, 경험하는 자아로서는 당신의 매순간에 영혼까지 갈아넣었으면서도, 기억하는 자아는 왜 그리도 후회가 많은지.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스스로의 지나온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뿌듯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조성하는 데 우리의 정성을 조금 보태보면 어떨까.부모가 무병장수하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65세 이상 국민의 13% 이상이 암을 경험하고, 10%를 웃도는 숫자가 인지장애를 경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음의 준비를 내 마음으로만 하지 말고, 부모님 세대의 기여를 인정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때 미루지 말고 해보자. ‘내리사랑’의 필연적이지만 불필요한 죄책감에 대해 자녀나 후속 세대로서 할 수 있는 보은을 단리보다는 복리로 접근하자. 굳이 임종 시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노인의 존엄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우리는 모두 죽는다. 운이 좋아도 동시대인의 평균연령 만큼은 늙는다. 우리의 노년이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데 다른 어떤 이유가 더 필요한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사회적 연결이 잘 되어 있을수록 노년이 건강하다는 연구는 차고 넘친다. 최소한의 사회적 연결, 공공의 안전망, 살아온 인생에 대한 축하, 시설 신세지지 않고 나 살던 데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은 왜 여전히 개인의 몫인가. 약음기 한 다섯개 끼우고 연주하는 현악기 소리 같은 노년이 내게도 온다면, 악장마다 치열한 카덴차 같았을 내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의 준비를, 쓸쓸하게 혼자서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이제 호스피스 간호를 앞두고 있는 나의 어머니 곁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 삶을 찬미하며, 강인하게 끝까지 존엄을 지켜내려는 당신들의 노력에 경탄하며, 우리에게 희로애락의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하며 쓴다.정안숙
드폴대 심리학과교수연세대에서 심리학·국어학 학사, 임상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시카고에서 공동체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가족공동체가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저소득가정 및 이민가정, 암·알츠하이머·루게릭 등 중증질환자 가족, 지속가능 노인케어를 위한 지역사회 내 가족 지원체계 등을 연구했다. 미국심리학회 공동체심리학 분과의 2023~2025년 연구자상 및 드폴대 2023~2025년 건강문제 지역사회 연결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㉗
유주현의 『조선총독부』“위대한 역사소설은 사서(史書)를 뛰어넘는다.” 역사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는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사책보다 팩션(Fact+Fiction)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는 작가의 상상력 때문이다. 사실의 미화나 역사 왜곡 문제는 그 다음에 따져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팩션’ 장르는 소설가 유주현(1921~1982) 선생의 대하소설 『조선총독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0년부터 해방을 맞이한 1945년까지 50년 동안의 격동기이며, 무대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만주·중국·동남아까지 망라했다. 소설에서는 2천여 명을 등장시켜 일제강점기에 일본 통감부와 총독부에서 한반도를 어떻게 수탈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고종황제, 김구,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윤봉길, 이광수, 최남선, 여운형, 이완용, 송병준,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 등 근현대사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연인 사이인 주인공 청춘남녀 박충권(朴忠權)과 윤정덕(尹貞悳)만 가공인물이고 나머지는 실존 인물이었다.신태양사의 『조선총독부』 광고를 보자(조선일보, 1974. 4. 12.). 헤드라인은 “실록대하소설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이다. 여느 책 광고와 마찬가지로 제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우리 어찌 잊으랴, 피와 눈물로 점철(點綴)된 이 처절한 민족의 수난(受難) 애화(哀話)를!”이라는 격정적 표현을 오버 헤드라인으로 써서 책의 가치를 설명했다. 저자의 사진을 크게 제시하고 그 밑에 각 권의 제목을 나열했다. 제1권 『일식(日蝕)의 형해(形骸)』, 제2권 『하오(下午)의 투계(鬪鷄)』, 제3권신태양사의『조선총독부』광고(조선일보,1974.4.12.) 오른쪽 사진은 유주현의『조선총독부』(신태양사, 1967)출처=삼성출판박물관
『백록(白鹿)의 각혈(咯血)』, 제4권 『신(神)에의 저격(狙擊)』, 제5권 『빙원(氷原)의 경마(競馬)』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5권의 제목을 다섯 음절로 똑같이 맞추려고 노력했다. 일제 강점기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흥미롭게도 동물과 자연 현상에 비유해 제목을 정했다.
광고 지면 오른쪽에는 “수난과 형극(荊棘)의 반세기를 압축시킨 대표적인 민족의 서사시!”라며 소설을 규정했다. “스케일의 크기가 세계적 대작이라는 중평(衆評)”이며 “세월은 50년”에 “무대는 전동남아(全東南亞)”이고, 등장인물 2천여 명의 대작이라고 했다. “정확한 사실(史實)과 능숙한 픽션이 혼연일치(渾然一致)해서 대하(大河)처럼 줄기찬 비극의 로망이며 눈물과 피와 정의와 배신과 투쟁과 슬기와 애욕(愛慾)과 휴머니즘의 파노라마”라며 흥미를 유발했다. “영원히 자자손손(子子孫孫) 읽혀야 할 국민독본(國民讀本)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민속이 이 작품의 골격(骨格)”이라고도 강조했다. 당대 저명인사의 추천사도 소개했다. “마성(魔性)을 가진 소설”(김팔봉), “일찌기 못 본 야심작”(박종화), “민족의 정신적 유산”(백철), “젊은 세대의 생명천(生命泉)”(이병도), “전국민 필독의 양서”(이선근), “무서운 작품이다”(함석헌) 같은 추천의 글도 흥미롭다. 맨 하단에는 “나라 빼앗기고 50년간의 현대사가 생생하게 재생된 우리 문학의 개가(凱歌)!”라는 카피로 소설의 가치를 다시 강조했다. 4×6판(B6) 크기에 세로쓰기였으며, 각권 400여 쪽에 책값은 5권 1질에 7천 원이었다.
실존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조선총독부를 중심으로 벌이는 인간 군상의 다큐멘터리 같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이 겪은 신산(辛酸)한 삶, 독립 투사의 투쟁 정신, 사람들의 카멜레온 같은 변절 행태, 조선총독부의 횡포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이 소설은 1964년의 한일외교 정상화 시도에 대응하려는 성격을 지닌다. 대한제국 멸망의 전야로부터 일본 패망의 순간까지 한반도의 잔혹한 역사를 보여준 이 소설은 공백 상태이던 일제 강점기의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하고 복원했다. 그리하여 친일 문제를 단죄가 아닌 논리의 맥락에서 접근한 이 소설에서는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마다 인간은 저마다 어떤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항상 거시적 안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좋은 역사소설은 흥미·감동·역사라는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선총독부』는 세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소설에서 역사서에는 볼 수 없는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한 점은 특별한 매력이었다. 나 역시 일제 강점기의 친일 행위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소설을 다시 뒤적이며 일제강점기에 어떤 이유에서건 친일 행적을 남긴 사람들을 처단의 대상으로 삼고 부관참시(剖棺斬屍)라도 해야 할 듯 목청을 돋우는 분들이 떠올랐다.그분들이 만약 지금이 아닌 일제 강점기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끝까지 창씨개명을 안 하고 조선총독부의 정책에 어떤 협조도 하지 않고 끝까지 지조(志操)를 지키며 살았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소설을 읽다 보면 민족주의자들이 전향했을 때 오히려 더 극단적인 친일 행위를 하는 사례가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대의 인생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면서 남의 인생을 함부로 단정 짓고 심판하지 말라, 이는 소설을 읽으며 배운 또 다른 지혜였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삼육형 미네르바대학 만든다
삼육대, 16개국 대학과 ‘MOOC 기반 공유대학’ 추진
삼육대가 러시아, 스페인,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케냐 등 16개국 18개 재림교회 대학과 ‘MOOC 기반의 공유대학’을 만든다.지난 10일 삼육대를 비롯한 각 대학은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온라인 공개강좌인 MOOC를 활용한 공유대학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각 대학은 이번 협약에 따라 우수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공개한다. 대학간·학제간 융합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학사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계전공·융합전공·마이크로전공 등 모듈기반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한다.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해외 대학에 체류하며 기업 인턴십과 비영리단체·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미네르바대학(현장실습형 교육과정)’ 식 전공도 일부 운영한다.
김일목 삼육대 총장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재림교단 소속 118개 대학과 229개 병원, 9천419개의 교육기관, 130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아드라(ADRA)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육형 미네르바대학’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 참여대학은 삼육대를 포함해 △아프리카재림교회대(케냐) △중앙아프리카재림교회대(르완다) △루캉가재림교회대(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재림교회대 △서아프리카재림교회대(라이베리아) △밥콕대(나이지리아) △부제마대(우간다) △클리포드대(나이지리아) △헬더버그고등교육대(남아프리카공화국) △카니예재림교회 간호대(보츠와나) △말루티재림교회대(레소토) △음와미간호조산대(잠비아) △루산구대(잠비아) △사군토재림교회대(스페인) △솔루시대(짐바브웨) △우크라이나문리과대 △밸리뷰대(가나) △자오크스키재림교회대(러시아) 등 19개 대학이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K-컬쳐? 지역 예술인부터 양성해야”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
'K-컬쳐 산업을 위한 고등직업교육 대응 방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K-컬쳐 산업을 위한 고등직업교육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2023년 인사이드 리포트’에 실린 이번 발표에서는 전문대생과 지역문화 발전, K-컬쳐 산업을 연결하는 인재 지원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2023년 인사이드 리포트를 발표한 김혜리(동아방송예술대), 한명흠(부천대)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전문대 졸업생들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재직 비율이 높으며, 대학 소재지에 첫 일자리를 갖는 지역 정주 비율이 일반대학 졸업생에 비해 우수하나, 문화예술과 연계한 직업교육, 지역 정주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김 위원은 지역소멸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과제로 지역 정주 청년인구 증진과 K-컬쳐 관련 지역문화발전, 산업화를 들었다. 그러면서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기관이 「고등교육법」 제2조 제1호 대학으로 규정돼 전문대학은 현재 지역문화 인재양성 관련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실용 학문 전공자인 전문대 졸업생들은 K-컬쳐 초격차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하므로, 전문대학생과 전문대졸업생이 지역문화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단위별 문화단체, 기업, 인력이 대도시 문화에 집중돼 있으므로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과 지역 문화 예술인 양성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희망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 간에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역 정주 희망 청년들의 실질적 일자리 매치가 필요하다”라고 김 위원은 덧붙였다.한 위원은 “K-컬쳐 고등직업교육이 단순히 전문대학 진학 학생 개인별 직무기능특화에 그친다면, K-컬쳐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K-컬쳐 전공 전문대생들이 향후 문화예술계 직업군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이 수반돼야 한다.”오병진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본 결과를 토대로 후부천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K-컬쳐' 조리 실습을 하고 있다. K-컬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언급됐다. 하지만 지역의 전문대는 관련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 사진=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속으로 지역 정주 문화 전문인력 양성 육성 전략을 모색하는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K-컬쳐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국가 정책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국가를 홍보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전문대학의 전문직업 인재 양성과 역할을 점검하고자 진행했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또 다른 삶 살아보는 공감 교육, 한양대 ‘리얼라이브즈’
한양대가 온라인 시뮬레이션 ‘리얼라이브즈(RealLives)’를 이용해 공감 교육을 펼쳤다.
리얼라이브즈는 “만약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체험해 보는 온라인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 참가자는 자신이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다면 겪게 될 교육과 의료시스템, 실업과 빈곤, 식수 부족 등의 문제를 UN, OECD, WHO, 세계은행 등의 실제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간접 체험한다.리얼라이브즈 기반 공감 교육에는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단체 아쇼카(Ashoka)와 리얼라이브즈재단, 한양대가 함께 했다. 그들은 한국의 중고교, 대학에서 진행한 교육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리얼라이브즈 성과공유회 및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지난 11일 열었다.행사의 공동 조직위원장인 신현상 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장은 “최근 칼부림 사건과 같은 묻지마 범죄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고립과 사회관계망 단절을 중요 원인으로 꼽는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한경쟁과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파괴된 사회적 자본을 복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신 단장은 “리얼라이브즈와 같은 기술 기반 공감 교육 소프트웨어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함으로써, 해당 솔루션의 개선은 물론 새로운 혁신적 솔루션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1980년 설립된 아쇼카는 2008년부터 글로벌 사회혁신 선도대학을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캠퍼스’로 선정하고 있다. 브라운대, 코넬대, 듀크대 등 전 세계 50여 개 대학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양대는 2018년 동북아 최초로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캠퍼스로 선정됐다.리얼라이브즈를 개발하며 운영하는 니티 솔루션스(Neeti Solutions)의 대표 파락 만키카 박사는 아쇼카 펠로우다. 최근 리얼라이브즈 재단을 설립해 비영리적 방식으로 본 솔루션을 확산하고 있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경북대, 자연사 표본 정보
1만4천671건 공개경북대는 대학이 보유한 자연사 표본 정보 1만4천671건을 경북대 자연사박물관 표본관리시스템(https://nhmdb.knu.ac.kr)을 통해 공개했다.공개 대상은 식물 6천769건, 곤충 6천52건, 어류 499건, 고생물 1천145건, 기타 206건 등 총 1만4천671건의 표본 자료다. 이 자료는 경북대 자연사박물관과 대학 소속 연구실 4곳이 보유하고 있는 표본이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정리한 결과다.검색 방법은 표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검색창에 표본 이름(국명 또는 학명)을 입력하면 된다. 검색 결과 목록에서 관련 표본 이미지와 생물의 국명 또는 학명, 채집 정보(날짜, 위치, 채집자 등)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하지 않은 종은 검색되지 않으며, 연구 등의 목적으로 열람 및 대여 신청도 가능하다.정희영 경북대 자연사박물관장은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공개된 대학 자연사 표본 정보가 시민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제4회 학범 박승빈 국어학상에 김의수·안정효
이찬영 연세대 박사, 신진국어학상 수상
한국어학회(회장 구본관 서울대)가 수여하는 제4회 학범 박승빈 국어학상 수상자로 김의수 한국외대 교수(한국어교육과)와 안정효 작가가 선정됐다. 이찬영 연세대 박사는 학천 박유서 신진국어학상을 수상한다.국어학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1만 달러를, 신진국어학상 수상자에게는 5천 달러의 연구비를 시상한다. 오는 22일 전남대에서 시상식이 열린다.학범 박승빈 국어학상 운영위원회는 저술상은 최근 5년 이내에 출간된 저서를 대상으로, 공로상은 학술 활동을 통해 한국어 연구와 발전에 기여한 분을 대상으로, 신진국어학상은 최근 2년 이내에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을 대상으로 2023년 5월까지 각 부문의 수상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저술 부문에 선정된 저서는 김의수 교수의 『문장분석』(2023년, 도서출판 하우)이다. 이 저서는 통사론의 여러 논의를 ‘해석문법’이라는 하나의 이론 아래 밀도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단일 저술로서 완성도를 갖추고사진 왼쪽부터 김의수 교수, 안정효 소설가, 이찬영 박사다.
있다는 평가다.
안정효 소설가는 공로 부문에 선정됐다. 안정효 소설가는 오랜 기간 한국어다운 문장에 대해 고민하며 많은 번역서를 냈다. 한국어다운 문장의 모범을 정제된 기록으로 남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신진국어학상에 선정된 박사학위 논문은 이찬영 박사의 「한국어 합성명사의 형성과 해석 연구-‘N+N’형 임시어를 중심으로」이다. 그동안 단어 형성 연구에서 ‘임시어’, ‘해석’, ‘맥락 정보’ 등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화자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N+N’형 구성 임시어 합성명사를 대상으로 단어의 형성 및 해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차원의 논의를 전개한 이찬영 박사의 논문에 주목했고, 질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카이스트 남택진 교수 연구팀
국내 첫 ‘픽토리얼상’ 수상카이스트 남택진 교수와 조형준 박사과정
인공지능의 발달로 의식과 생각, 감정과 같은 속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스마트 사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속성이 사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팀의 ‘일기 쓰는 공기청정기’ 개발 논문이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국제학술대회 ‘ACM DIS(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2023’에서 국내 첫 우수 픽토리얼상을 수상했다. 픽토리얼이란 글과 수식만이 아닌 주석이 있는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 자료를 충분히 활용해 지식을 전달하는 새로운 형식의 논문을 말한다.남택진 교수팀은 2021년 아날로그 제품을 간편하게 사물 인터넷(IoT)화하는 기기인 ‘아이오타이져(IoTIZER)’ 개발로 국내 연구팀으로는 처음 픽토리얼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논문 수상 성과를 거뒀다.남택진 교수팀은 사물 관점에서 스스로 일기를 쓰는 공기청정기인 ‘아레카(Areca)’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사물에 포함되는 의식의 속성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디자인 과정을 소개했다. 의식이 있다고 느껴지는 미래 사물의 구체화 사례로 아레카의 하드웨어와 인터랙션을 디자인했다. 실제로 작동하는 시작품을 구현함으로써 미래 사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사유하고 깊이 탐구할 수 있게 됐다.이번 학술대회에서 구두 발표와 시연을 주도한 제1저자 조형준 박사과정은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물의 디자인 작업에서 새롭게 대두될 의식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제시하고 실제 예시를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남택진 교수는“아레카는 재미있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앞으로 AI가 탑재될 고도로 지능화된 제품의 원형을 보여준 연구 제품이며,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스마트 제품디자인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숭실대 차봉준 교수 연구팀
‘K학술확산연구소사업’ 선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차봉준·성신형·김시천·김수은·최지영 교수다.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차봉준·성신형·김시천·김수은·최지영 교수 연구팀(연구책임자 차봉준)이 교육부·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원하는 ‘2023년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의 신규 과제에 선정됐다. 향후 5년간 총 2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한류 등 한국 대중문화에 편중된 세계인들의 관심을 한국학계의 학술성과를 비롯한 한국학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이끌어 전 세계 한국학 연구·교육의 활성화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도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숭실대 연구팀은 한국예술 분야에 “프리즘 한국학: 한류 문화콘텐츠에서 전통 한국예술까지”를 주제로 지원해 선정됐다.숭실대 연구팀은 한국의 전통 음악, 미술, 연희(연극), 무용(춤), 그리고 철학과 종교 등의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총 25강좌의 MOOC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련 분야의 한국학 성과를 집대성한 학술총서 발간,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차봉준 교수는 “숭실대의 인문학이 축적해 온 한국학 성과를 국내·외에 널리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학에 관심을 가진 해외 학습자와 연구자에게는 한국예술 분야의 우수한 강의 콘텐츠와 학술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이 지원하는 K학술확산연구소사업에는 기존 8개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국제),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동국대, 인하대)이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번 2023년 신규 사업 공모를 통해 숭실대와 전북대 연구팀이 선정됐다.세계의 화약고 중동, 아랍의 봄은 다시 올까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⑨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가 「중동 문제와 국제 정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0강은 조경란 연세대 교수(국학연구원)의 「21세기 중국의 ‘천하’관과 ‘신천하주의’」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중동의 지역성과 국제 관계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학계와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 사이에서 흔히 ‘중동’ 또는 ‘서아시아’라고 알려진 지역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CIA월드 팩트북은 가자 지구에서 남쪽으로는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오만, 북쪽으로는 카프카스 3개국(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을 아우르는 지역을 중동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서쪽으로는 모로코, 동쪽으로는 이라크까지 이어지는 지역과 이란과 이스라엘을 포함하는 지역에 근동(Near East)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로코를 제외한 아랍연맹 회원국 21개국에 이란을 추가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라고 부른다. 이처럼 중동 또는 서아시아라는 지역에는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이는 중동 또는 서아시아 지역의 경계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닌 외부인의 관점과 목적, 의도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됐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이 지역을 중동 또는 서아시아로 만드는 특성 또한 외부인에 의해 정의됐지만,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와 언어, 민족 집단의 다양성은 중동 문화 또는 이슬람과 같은 하나의 요소로 환원돼 동질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중동의 국제 관계를 논함에 앞서, 중동학자들은 과연 이렇게 다양한 결을 가진 각각의 중동국가와 이 중동 지역의 국제 관계를 일반화된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를 가져온다.2011년 1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부르기바 거리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장 저편에서는 튀니지 사람들의 울분에 섞인 구호 소리가 들리고, 에멜 마슬루시는 단호하게 ‘절대 죽지 않는 목소리’로 저항의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광장에 모인 아랍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중동은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하지만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중동의 광장은 아직도 민중의 함성과 울분으로 가득 차있다. 여전히 중동 각지에서 위태로운 민중은 자유화와 민주화를 부르짖고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중동 지역에 근대 민족국가가 설립된 이후,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침묵해오던 이란과 아랍의 시민들은 21세기 초 연이은 반정부 시민 저항 운동을 경험했다. 거대한 민주화 물결의 신호탄은 바로 2009년 이란 녹색 운동과 2010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곧 ‘아랍의 봄’이라는 연쇄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봉기했다.이 일련의 민주화 운동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됐던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이들을 능동적 주체로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는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 세대가 민주화 봉기를 통해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각국의 오래된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맨몸으로 최전선에 뛰어드는 현장을 목도했다.오랜 침묵을 깨고 발발한 이란과 튀니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민 저항 운동은 곧 주변국으로 퍼져 나갔다.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발발했다. 시민들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축출했다. 되풀이 하지만, 특히 이 민주화 운동은 지금까지 수동적 존재로 대상화된 이란과 아랍의 젊은이들을 능동적 주체로 새롭게 각인시켰다. 전 세계는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이들이 민주화 봉기를 통해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목도했다.“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내 문제로 시작된 거대한 난민의 물결은유럽 사회의 사회·정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다. 에너지 교역국으로서 중동은 대한민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적·외교적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0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2011년 수많은 아랍 국가가 ‘아랍의 봄’을 경험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아랍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됐던 민주 정권이 군부 쿠데타로 전복된 이집트, 독재 정권이 복귀한 시리아, 내전으로 실패 국가가 된 리비아와 예멘을 통해 ‘아랍의 시련’을 맞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랍의 봄의 방아쇠를 당겼던 튀니지는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손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아랍의 시련 속에서 튀니지만이 더디지만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혁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연이은 강진이 발생했고, 두 지역에서 사망자가 3만7천 명 가까이 기록됐다. 튀르키예 중남부 지역과 함께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은 시리아 이들리브와 알레포 등 북부 지역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이 점령한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2월 12일 기준으로 시리아에서 사망자가 9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는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할 때, 중동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라며 “중동 예외주의에 파묻혀 그들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제 관계의 맥락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시리아는 10년 넘게 냉혹하고 처절한 복합 위기를 겪어왔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의 갈등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카타르, 그리고 이란 등 권역 내 국가들과 러시아,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된 일종의 대리전이었다. 여러 국가의 탐욕과 정권 유지를 위한 독재 체제의 이해관계 속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시리아의 아이들과 국민들이었다.
10년이 넘는 내전 상황 속에서 시리아의 많은 이들은 가까운 튀르키예에서, 또한 유럽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에서 난민으로 자신의 조국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난민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시리아에 남아 있는 이들은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극심한 경제난, 불안한 치안,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엄혹한 현실에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아랍의 봄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수호를 위해 정치적‧외교적‧군사적 지원을 확대했고, 이는 역내에서 러시아의 힘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다른 별개의 관계를 중동 각 국가들과 맺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중동은 매우 복잡하고 입체적인 지정학적 맥락이 형성됐다는 것이 중론이다.올해 3월 15일에서 19일까지 이란은 중국,러시아 군과 함께 합동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인도양 그리고 지난해 1월에 이어 세 번째 합동 훈련이며, 올해 훈련은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이뤄졌다. 이 합동 훈련은 ‘2023 해상 안보 벨트’로 불리며, 이란, 중국, 러시아뿐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측 참관 팀이 함께한 가운데 시작됐다.미국과 깊은 긴장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 중국, 러시아 해군이 공조해 합동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반대 진영의 군사 공조를 과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란, 중국, 러시아는 미국에 의해 경제 제재를 받거나, 강도 높은 수출 규제를 받는 나라들이다. 이에 이란, 중국, 러시아는 경제 협력에 이은 군사 협력 강화로 연대를 다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중재로 이란은 7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관계 복원을 밝혔고, 곧이어 이란의 외교, 안보 총 책임자인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이 올해 3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마드빈 라시드 두바이 국왕을 만나는 등 역내 밀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과의 관계 회복은 곧 UAE, 바레인,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의미한다. 올해 기준 중동 각국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존재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리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내정을 간섭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눈감는 러시아와 중국과 손 잡았을 때, 정권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앞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추적할 필요가 있다.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내 문제들로 발생한 거대한 난민 물결은 유럽 사회의 사회, 정치 문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다. 에너지 교역국으로서 중동은 대한민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적, 외교적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마지막으로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할 때, 중동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중동 예외주의에 파묻혀 그들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제 관계의 맥락들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또한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를 추구하는 대안 권력으로서의 시민사회의 잠재력에 대한 연구 등이 앞으로의 과제이다.세포 데이터 AI 분석으로 파킨슨병 맞춤형 치료한다
최민이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최민이 카이스트 교수(뇌인지과학과) 연구팀이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로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했다.지난 15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파킨슨병 환자의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된 신경 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이미지 정보만을 학습해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했다.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파킨슨병의 양상을 겉으로 보이는 발현형이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이 가능해져 환자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또한 이 플랫폼은 고속의 대량 스크리닝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병리적 하위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약물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으로도최민이 카이스트 교수(뇌인지과학과)는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카이스트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의 치료는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확률에 기댄 ‘일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병리적 원인과 치료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파킨슨병 같은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의 경우, 생존 환자의 뇌세포에 직접 접근이 제한적이다. 이때문에 뇌 질환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질병의 메커니즘 하위 유형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하는 것은 시도된 바가 없다.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면 개별 환자 뇌세포의 분자와 세포 정보를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환자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정밀 의학’이 가능해진다. 이는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로 이어져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효과적으로 학습시켜, 정확도가 높은 질병 하위 유형 분류 모델을 생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라며, “이 플랫폼은 자폐 스펙트럼과 같이 환자 개인별 증상이 뚜렷하게 다른 뇌 질환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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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배반하는 사회,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품격(品格)은 ‘품성과 인격’을 줄인 말로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말한다. 그리고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의 품격, 사람의 품격, 사회의 품격, 국가의 품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서 품격 있는 언행을 요구받고 있는 대표적인 계층은 정치인, 공직자, 의료나 법조의 전문가, 교육자 등 흔히 말하는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부류다. 이들에게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역량 외에도 일반인보다 좀 더 강한 사회적 책무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들의 언행에 지도층다운 ‘품격’이 배어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회 여러 곳에서 전해지는 이들의 ‘언행’은 한 마디로 ‘품격’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회적 믿음과 의리를 배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적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많은 국민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감사원도 ‘잼버리 감사단’을 구성해서 집중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감사원이 ‘잼버리 감사’와 관련해 사전준비부터 예산 집행과 현장 진행까지 행사 전반을감사하기로 한 것은 타당한 조치다. 그러나 그 전에 잼버리 운영의 책임을 진 공직자들이나 정당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언행’은 서로 간 소통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여야 정치인은 서로 ‘남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직자로서 정치인으로서의 품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그의 유명한 저작 『리바이어던』(1651)에서 “인간은 각자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고하였다. 그러나 각자가 모두 그러한 권리를 무한히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라는 야생의 자연상태가 되고, 이러한 무자비한 투쟁상태에서 인간은 엄청난 고통과 해악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그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계약’에 입각한 강력한 국가, 즉 ‘리바이어던’을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그는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이다(homohomni lupus)’라는 라틴어 경구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한자성어로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 ‘각자도생’이라는 말이다.현재 국가와 국민, 국민 상호간 ‘소통의 부재’로국민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위기 상황임을 책임 있는 공직자와 지도층은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부터 먼저 상호 간 품격있는 배려와 소통으로 작금의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분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
력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소통 강화와 서로를 포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포용과 상생의 사회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도 있다. 이런 상호 배려와소통을 사회 전반에 진작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사실로서 20여년 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내 탓이오’ 운동을 소환해 보자. 본래가톨릭에서 시작한 ‘내 탓이오’ 캠페인은 처음에는가톨릭 교계 내부의 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당시1990년대 전반의 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굉장히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이내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당시 사회 전반에 깊게 드리워진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와 ‘도덕적 해이’를해결하여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점에서많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인간상호간의 신뢰 상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신뢰상실로 이어지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적갈등과 분쟁이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상호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인간 존엄’이 보장받는소통과 화합의 사회 즉,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기위해서 대통령을 포함한 책임 있는 공직자와 여야정치인, 시민사회 구성원은 ‘내 탓이오’라는 마음을전제로, 상호 포용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가고 있다. 각자도생이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힘을 얻을 수 있는 라틴어 명구 하나를 떠올려 본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
제공=아트선재센터
갤러리 초대석
「도시-차 안에서」서용선, 1991, 캔버스에 유채, 230×180cm.‘내 이름은 카라’ ‘나를 나비라 부른다’ ‘나는 개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나는 죽음이다’ ‘내 이름은 빨강’.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쓴 『내 이름은 빨강』의 목차다. 책 속에서는 만물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말을 한다. 무수히 쌓이는 목소리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글이 그려낸 회화다.같은 제목을 서용선의 전시에 붙이는 일은 그래서 재밌다. 첩첩이 칠해진 빨강은 캔버스에서 아우성친다. 색이 만든 이야기다. 윤리와 정치, 폭력과 파괴, 자유와 해방, 회복과 치유,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른다. 새로운 의미를 다시 현시한다.상업 광고판과 정치 선전물, 노선도 등 누구나 매일 마주치는 버스 안 풍경. 그곳에는 불온함과 함께 욕망, 갈등이 머문다. 과감한 색은 도시의 허상을 걷어내고 작가가 바라보는 그대로의 모습을 회화적 공간에 재현한다.작가 서용선에 대한 연구조사전시,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선보인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기고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교직원 연수도 바꿔야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과 사회환경은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교직원에게 새로운 교육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급격한 기술 발달,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 라이즈 체계로의 전환과 글로벌화 등의 변화 속에서 교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직무 및 교수 역량강화를 위한 교직원 연수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필자는 2019년부터 4년 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연수사업을 담당했던 경험을바탕으로 교육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전문대교협 교직원 연수의 변화와 그 속에 담긴 전문대학의 변화를 분석하고 교직원 연수의 방향성에 대해살펴보고자 한다.지금 돌이켜보면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문대학 교육현장에서 가장 난감하고 시급했던 일은 수업방식 전환이었다. 대면 강의와 실습중심의 수업에서 동영상 기반 수업이나 실시간 온라인 수업,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급격히 전환됐다.이런 비대면 원격 수업에 대한 준비가 거의 전무했던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는 동영상 및 실시간 온라인 강의 방법,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방법 등 온라인 환경에서의 티칭 방법에 대한연수 요구가 주를 이뤘다. 이런 요구에 전문대교협연수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행됐던 것 같다.이후 온라인 환경에서의 티칭 방법보다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수업 몰입 방법, 학생들과의 정서적 소통에 대한 연수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
작했다. 이런 현실에서 중요했던 사실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교수자 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인식 전환이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온라인 수업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됐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허용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학습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온라인 학습 상황에서 학습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교수학습방안이 절실했던 것 같다.전문대교협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 해외 교육공학 전문가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현지와 연결해 최신 교육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온라인 해외연수 과정을 개설했다. 국내 온라인 교수학습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요구에 부응하는온라인 교수학습방법을 꾸준히 제공했다. 연수 참여 후 이를 바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장 사례 위주의 연수 과정을 주로 개설했다. 연수 내용뿐만 아니라 연수 형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하이브리드와 하이플렉스 연수 형태 등 다양한 연수 참여 방식을 제공했다.현재 전문대학 교육현장에서도 기존의 지식전달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와의 소통과 참여 중심 교육으로 전환을 강화하는 등 학습자 중심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따르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있다.전문대학 교직원에게 필요한 연수의 큰 방향은이렇다. 첫째, 교직원이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는산업 및 사회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현장 중심의 연
수를 통해 이론과 실무의 결합을 강화하고 학생이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둘째, 교수학습·산학·교육 행정 등 다양한 전문분야의 전문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직원간의 지식 공유와 협업을 촉진시킴으로써 다양한시각과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학생들에게 풍부한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셋째, 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과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직원은 최신 디지털 학습도구 및 교육 방법을 습득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넷째, 교육은 학생이 중심이다. 교직원 연수는 학습자 중심의 접근을 더욱 강화해 학생들의 다양한교육 요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돼야 할 것이다.전문대학 교육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직원 연수는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현장 중심의 연수, 협력 네트워크 구축, 기술과 혁신의 접목, 그리고 학습자 중심의 접근을 강화함으로써 교직원은 학생의 성공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전문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만들 것이다.
김학성
동양미래대 자동화공학과 교수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양방’과 ‘질방’을 배우며양방과 질방. 양적 연구 방법론과 질적 연구 방법론의 줄임말이다.개인적으로 석사과정에서 질적 연구 방법론을 처음 배웠고 연구에 적용했다. 당시에는 양방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인지 두 방법론의 구분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양적 연구에 집중하고 계신 교수님들이 많은 학교에진학하며 양방과 질방 모두 공부하게 됐다.지난 2년 동안 새로운 방법론을 배우는 과정에서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 질방을 계속사용해 왔던 박사과정생으로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양방에 대한 기초도 없이 바로 심화학습을 해야 하고, 기존에 공부했던 연구 방법론은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피로감이었다.하지만 필수 수업 외에도 의도치 않게 양방을 배워야 할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이런 피로는 점차 완화될 수 있었다.다양한 방법론을 배우면서 얻은 가장 큰도움은 ‘사고의 확장’이었다. 질방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처음 양방 수업과 이론을 접했을 때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추상적인 개념을 측량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했고, 이론화 과정도 다수에게 일반화가가능한 방향으로 전개해야 했다. 양방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내내 많은 것들이 생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지점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영역을 낯설게 보도록 해서 양쪽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개인의연구 설명에 전달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기
도 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양방 연구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잡담하다가 “연구 대상으로12명은 너무 적다(양방)”와 “연구 참여자가12명이어도 충분할 수 있다(질방)”는 입장으로 나뉘어서 소소히 얘기한 적이 있었다. 이런 토론을 통해서 개인의 연구 내용을 전달할 때 어떻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중의 이해를 도울지 습득할 수 있었다.양방 수업을 들으면서 개인의 연구 성향이나 기존에 배웠던 방법론에 대한 선호가 더확고해진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지점 때문에 통계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른 방법론을 배우는 것은 그에대한 철학을 배우는 일이므로 일정한 시간과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원에서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 대학원생은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적 방향성에 부합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선택해 학문적 깊이를 더해가는 경우가 많고, 공동 연구도 유사한 관심사와 방법론을 공부하는 사람들끼리팀을 짜는 경우가 더 많다.각종 프로젝트, 과제, 조교 업무, 개인 연구
를 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다른 방법론을 배우는 데 시간을 쓰는 것에 종종 스스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또한, 최근 학문적 ‘융합’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활용을 강조하며 ‘이를 하지 않으면 마치 도태될 것처럼’ 종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연구 방법을 공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 한정된 시간과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개인의 연구 영역을 넓혀가야 할지, 현 사회와 대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융합’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다른 방법론적 관점을 유지하면서도다양한 주제의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현시대에서 ‘융합’은 일반적으로 다른 것들을 합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A+B=C”의 의미를 강조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로봇공학과 종교 분야에서 협업하여 AI 로봇 목사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타분야의 융합 자체보다는 어떤 문제를 탐구할것인지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질방과 양방은 인식론적으로 너무 상반되어서 어느 한쪽이 다른 방법론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성장을위한 목적으로 융합을 요구한다면 각기 다른방법론의 문제의식이나 철학적 관점을 존중하기보다는 비교적 널리 수용되는 방법론 혹은 관점에 다른 한쪽이 환원되는 방식으로만융합이 진행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아직 고민에 대해서는 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주로활용하는 방법론과는 다른 방법론을 공부해보는 것은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닌가 싶다. 개인이 가진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다른 방법론의 세계에 잠시 몸담아 본다면 그 세계의 연구자들과 그들의 연구로부터 새로운 관점과 연구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주제를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것, 이 또한 박사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희영
고려대 미디어학과 박사과정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한국교회의 섬김문화와 노동소외-청년 창의예술노동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고려대 미디어학과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 애니메이션, 재현, 종교(기독교), 창의노동, 창작과정, 자기계발서사, 탈성장,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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