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디드러닝, 강의실 이어 해외 대학 간 벽도 허문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㉙
민현정 아주대 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 필자는 대학 강의실에서 온라인 녹화·실시간 강의·대면 수업의 강점이 혼합된 블렌디드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의 교수법을 시작했다. 강의는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온라인 강의, 대면 강의를 약 1:1:1 비율로 구성했으며, 학생들이 수업에서 상호작용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시간 연속으로 강의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1시간 분량의 강의 영상을 만들어 한 주 동안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면과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는 학생들이 토론·활동·발표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동영상 강의로 수업내용을 학습한 학생들은 LMS 시스템을 통해 질의응답과 자율토론 주제를 올린다. 대면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미리 학습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유대인이 『탈무드』를 공부할 때 어떤 차이도 두지 않고 짝을 지어 논쟁하는 ‘하브루타 방식’을 활용해 2인 1조 팀을 만들어 학생들이 상호 간 논쟁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팀 토론과 학습 내용의 발표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학습 할 기회도 제공했다.팀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 안에서 스스로 흥미로운 주제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가령, 1학년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와 로봇에 대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스피로(Sphero) 로봇을 활용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했다. 3학년의 컴퓨터비전과로봇설계 수업에서는 터틀봇3(turtlebot3)로 축구나 손제스처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등을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볼 수 있게 했다.해외 학생들과 함께하는 블렌디드러닝
해외 대학과 협업한 새로운 블렌디드러닝 교수법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어학연수 또는 학점 교류 등을 통해 해외 대학을 경험할 수 있지만 직접 방문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해외 대학과의 교육은 수업에 참여하는 해외 대학생들과 국내 대학생들이 공동으로 팀을 구성해 교류하며 프로젝트까지 완수하는 것이다. 해외 대학과의 공동 교육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필자는 공동 커리큘럼만이 아니라 언어·문화가 다른 학생들 간의 팀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업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수업은 해외 대학의 전기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와 진행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수업 주체는 인공지능 로봇의 융합이다. 이를 위해 3학년 1개 교과목에 대한 강의 콘텐츠를 제작했고, 공동 강의를 위한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또다른 해외 공동 강의는 파란학기제(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정해 수행하고 학점을 받는 아주대의 제도)를 적용해, 다양한 학과에서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해외 대학생들과 2+2 또는 3+3으로 공동팀을 꾸려 함께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실제 로봇을 완성하는 공동 프로젝트 수업도 설계했다.
공동 교과목과 프로그램의 주요한 목적은 다양성, 협동성, 그리고 창의적인 교육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다. 해외 공동 교육은 다양한 도전적 과제들을 담고 있지만,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체험, 로봇 산업체 등의 기업 연결, 졸업 후 업무 변경, 이직, 대학원 진학 등의 다양한 경험으로 연결을 기대할 수 있다.새로운 블렌디드러닝 교수법은 이런 해외 대학과의 실제 공동 강의 운영을 가능하도록 하지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각 대학에서 공동으로 운영할 공통 교과목을 개설·운영해야 하고 학기 체계 차이와 시차로 인한 강의시간 조정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얼마나 수업내용이 전달되고 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내용이 로봇이라는 점 또한 넘어야 할 산 가운데 하나다.재직자 위한 앞으로의 교육
재직자 전형 학과의 특성은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 제조, 금형, 인사, 행정, 정보통신 등의 다양한 업무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3년 이상의 학습 공백 기간을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다. 평일 저녁과 토요일 수업으로 일주일을 쉬는 시간 없이 보내야 하지만, 개인의 성취와 배움에 대한 기대가 또한 높은 학생들이다. 직장 경험으로 조직과 배려의 문화에 익숙하고 문제해결과 발표에 열정적, 적극적, 전문성을 지닌 학생들이다.이러한 학과 특성에 맞추어 교육 목표를 재직자 학생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교육으로 설계하고, 다양한 교수법과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와 교육열을 높이고자 한다. 첨단기술의 탄탄한 이론과 활용 가능한 현실을 반영하는 프로젝트 구현을 통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업무와 연계될 수 있는 학생 주도형 학습과 융합교육으로 다양한 경험과 사고력 증대 및 교육·산업·연구의 기회로 연결이 가능한 교육을 목표한다.
민현정
아주대 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아주대 융합시스템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 로봇, 멀티로봇, 컴퓨터비젼 기반의 사물인식 등을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아주대 교육우수교수(Teaching Award) 대상을 수상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컴퓨터비전과로봇설계’, ‘인공지능시스템’, ‘딥러닝응용’ 등을 가르치고 있다.
“부실·한계대학은 시민 교육기관으로”
전국교수연대회의, 국회 토론회
대학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주요 수도권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에 상당하는 재정을 지역대학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립대의 사회적 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회의)는 8일 국회에서 ‘대학과 지역의 균형발전 및 상생적 고등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국민토론회’를 열었다.토론회에서는 대학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의제가 소개됐다. 교수들은 먼저 수도권 편중의 대학 서열화가 아닌 다(多)중심적 대학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권 학생 1인당 교육비에 상당하는 재정을 지역대학에도 중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중심적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제안으로 △서울권역 대학의 학부정원 획기적 축소 △지역 대학연합에 대한 재정투자를 서울권 주요 대학 수준으로 지원 △지역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대학’ 육성 △대학의 시민·평생교육체제 전환과 시민·평생교육 중심의 특성화 대학 육성 등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공공성을 강화하는 사립대 구조개편 방안으로는 부실대학과 한계대학의 거버넌스를 지역사회로 이관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의 거버넌스 이관으로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한 데 대한 책임을 묻고, 대학이 시민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사립대가 지역의 공공적 고등교육의 역할을 하도록 공영형(정부책임형) 사립대, 광역시도립화, 기초지자체 운영형태이날 토론회에서 김일규 교수노조 위원장(강원대)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시장주의적 대학 정책을 비판하고 대학과 지역
의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등 공공적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확대할 것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공공적 고등교육 개혁의 방향으로 △지역균형발전 국가전략 수립과 지역별 대학 연합체제 조직 △독립적 고등교육 재정 확보 △범국가적 고등교육 정책체계 구축 △미래지향적 대학체제 대전환 △대학균형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 입법 등을 제시했다. 또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OECD 평균 이상의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고등교육의 철학 정립을 위한 ‘기초학술진흥법’ 제정, ‘고등교육법’과 ‘지역균형발전법’이 대학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충남대 교수회 의장인 최인호 교수(법학과)는 대학균형발전 3법(국립대학법·사립대학법·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국립대학법’에 포함된 규정 중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법정 교원확보기준’ 강화와 ‘국가의 재정지원 의무’를 꼽았다.‘법정 교원확보기준’에 대해 그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현재 교원확보기준이 준수되지 않고, 교원 배정도 법정 정원에 턱없이 못 미치게 배정돼 있다. 국립대 간 법정 교원 대비 배정 교원의 비율도 달라 상당한 격차가 있다”라며 “법을 통해 국립대의 연구와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립대 재정지원에 대해 “대학예산의 규모는 교육 예산 전체의 지출 한도를 규율하는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또한,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정부에서 하는 사업비 의존도 심화돼 교육부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학법’에 국가의 총액지원 의무를 규정하고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의 규모를 국립대학법인의 평균 수준으로 정했다”라고 말했다.한편,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이사는 교수들이 발표한 의제의 공론화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 회의실을 벗어나면 이번에 발표한 대안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얼마나 높을지 모르겠다”라며 “연대회의가 제안한 내용을 정책으로 옮기려는 곳이 없다. 이에 대한 고민을 우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나눠먹기식 R&D? 인문사회 혁신 실패는 외면”
전국대학원생노조 성명 발표
“진정으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사고를 조장하는 쪽은 누구인지 되짚을 필요가 있다.”지난 9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이 성명을 발표했다. 인문사회 분야를 향한 차별과 외면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기재부는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 사업비를 올해 대비 30% 삭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학원생노조는 정부의 방침이 “무지와 무능에 기반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구절벽이라는 현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몰두해 “정작 인문사회 분야의 운영과 혁신의 실패라는 뼈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노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두 분야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곧 대학 내 연구와 교육 역량의 제고와 맞물림을 간과하고 있다”며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학술지식장의 ‘발전’은 바로 이 문제들의 해결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주요섭 소설 전집 전8권
시대의 풍정과 전망을 리얼하게 그려낸 큰 작가 주요섭의 소설 전집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소설가 주요섭(1902~1972)의 작품을 묶어 정정호 교수가『주요섭 소설 전집』으로 엮었다. 1920년『 대한매일신문』에 실린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부터 주요섭이 타계한 뒤 197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여수」까지의 단편소설 39편이 1~3권에 수록되었고, 중편소설 4편은 4권, 5~8권까지에는 장편소설 4편이 실렸다.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6·25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쳐오며 시대적 풍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 주요섭 소설 세계의 진면목을 이 전집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https://www.facebook.com/prunsasang http://blog.naver.com/prunsasang http://www.prun21c.com정정호 책임편집1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외2 의학박사, 시계당 주인 외3 붙느냐 떨어지느냐, 여대생과 밍크코우트 외4 첫사랑 값, 미완성 외5 구름을 잡으려고6 길7 일억오천만 대 일8 망국노 군상부실·비리 재단은 퇴출…대학은 지역경제·문화의 중심으로
데이터로 읽는 대학⑪
지역에서 대학의 존재 의미‘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세 번째 주제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의 두 번째 소주제는 ‘지역에서 대학의 존재 의미’를 다룬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펴보면서 대학의 존재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진주에 있는 사립대학인 한국국제대가 지난 7월 13일 재정난으로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내년 2월 28일 폐교된다. 경상남도와 진주지역 도의원들이 한국국제대 재학생과 교직원의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해결책 마련은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부실대학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되는 대학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미 폐교된 대학에서 보았듯이 중소도시에 소재한 지역 사립대학의 폐교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 최근에 폐교한 대학 현황과 사례를 통해 지역에 소재한 사립대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 본다.2000년 이후 19개 대학 폐교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2022년 현재 4년제 일반대학 38개와 전문대학 18개 등 총 56개 대학이 설립됐으며, 2000년 이후 폐쇄 명령을 받거나 자진 폐교를 결정한 대학은 총 19개교이다. 재단비리나 부실운영 등으로 교육부로부터 강제로 폐쇄 명령을 받은 대학은 총 14개교로, 일반대학 8개교, 전문대학 4개교, 기타(대학원대학 및 각종학교) 2개교다. 그리고 대학경영이 어려워 자진 폐교한 대학은 총 5개교로 일반대학 2개교, 전문대학 1개교, 기타 2개교다.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대학 폐교와 지역경제의 관계를 살펴보면, 지역(중소도시)에 소재한 지방 사립대학이 폐교 되면 대학 인근 원룸과 상가가 동시에 문을 닫고, 이로 인한 지가 하락과 고용감소 등으로 지역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경영 부실로 인한 임금체불로 교직원은 수백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용해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폐교가 되면 학생들은 주변에 있는 대학의 관련학과로 편입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대학 폐교에 따른 학생들의 특별 편입학 비율은 60.4%에 불과하다. 대학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은 모두 실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전국 폐교대학 현황(2000년 이후)
구 분 학교명 (폐교연도)폐쇄(강제폐교)(14교)일반대학 (8교) 광주예술대(`00.3.2), 아시아대(`08.2.29), 명신대(`12.2.29), 선교청대(`12.8.31), 한중대(`18.2.28),대구외국어대(`18.2.28), 서남대(`18.2.28), 한려대(`22. 2.28)전문대학 (4교) 성화대(`12.2.29), 벽성대(`14.8.31), 동부산대(`20.8.31), 서해대학(`21.2.28)기타 (2교) 국제문화대학원대(‘14.2.28), 개혁신학교(`08.2.29)폐지(자진폐교)(5교)일반대학 (2교) 건동대(`13.2.28), 경북외국어대(`14.2.28)전문대학 (1교) 대구미래대(`18.2.28)기타 (2교) 인제대학원대(`15.8.31), 한민학교(`13.8.31)출처=윤영덕 국회의원, 「폐교대학 증가로 생존권 위협받는 교직원 보호 방안 마련한다」(2021) 재구성폐교대학 사례와 지역경제 실태
구 분 서남대학교 한중대학교설립연도 1991년 1991년폐교연도 2018년 2018년소재지 전북 남원, 충남 아산 강원 동해시폐교 사유 대학 비리, 회계부정, 대학 부실 운영 등 교비 횡령 및 불법사용, 교직원 임금체불,열악한 재정여건, 충원률 미흡 등 대학부실 운영교직원 현황 (2017년 기준) 교원(346명), 직원(58명)(비정규직 포함)교원(124명), 직원(42명)(비정규직 포함)학생 현황 (2017년 기준) 재적생(2,010명), 입학정원(900명) 재적생(1,024명), 입학정원(620명)임금체불액 (2018년 기준)(2018년 기준) 400억원 250억원폐교 1개월 후 지역경제- 서남대 설립전 60가구에서 설립후260가구로 증가- 1800~2000명 규모의 학생이 사라지고,교직원 300여명이 직장을 잃음- 폐교 1달 후, 상가 78곳, 원룸 42 곳 폐업- 편의점 10곳 중 9개 폐업-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07만통이던남원시 배달물량은 2015년 780만통으로 급감- 학생들의 남원지역 소비액 약 100억원 추정- 대학 건물은 흉물로 방치, 마을 환경을해치고 범죄 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이있다는 우려- 동해시 인구가 10만여명에서 9만여명으로1만여명 감소- 1000여명 규모의 학생이 사라지고,교직원 160여명이 직장을 잃음- 지역경제 침체, 주변상가, 원룸 폐업 등으로지역상권 황폐화- 폐교 1달 후, 상가 78곳, 원룸 42곳 폐업- 학생들의 동해시지역 소비액 약 50억원 추정- 대학 건물은 흉물로 방치, 마을 환경을 해치고범죄 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폐교대학 사례와 지역경제 실태자료=박경미, 「폐교대학 교직원 받지 못한 체불임금 800억원」(2018) / 한국사학진흥재단, 「폐쇄(폐지)대학 및 해산법인의 체계적 사후조치 방안 연구」(2018).한다. 그러나 교수도 폐교 출신이라는 멍에로 취업이 어렵다. 대학의 재단비리로 인한 문제를 학생·교수·직원이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대책이 폐교 이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황폐화를 막기 위한 지역상생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대학 폐교 이후 벌어지는 일들지역대학은 지역의 경제·문화·산업·인구 등 지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서,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져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지역경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학생수 감소는 곧바로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대학이 퇴출되면 학생들로 북적이던 대학가는 폐허로 변한다. 대학 건물의 재활용도 어려워서 애물단지가 되거나 흉물스러운 폐허로 남게 된다. 대학 폐교 이후에는 대학 폐교 → 유동인구 감소 → 주변상권 고사 → 주민 이주 → 지역민 이주 → 지역 소멸의 순서로 상황이 진행된다.
대학은 지역상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대기업이다. 지역대학은 지역문화와 교육·경제의 중심이다. 부실대학과 비리대학을 운영하는 재단은 퇴출돼야 마땅하지만, 지역대학은 공영형대학 등으로 전환해 지역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죄는 비리재단이 짓고, 피해는 학생·교직원·지역주민이 본다’는 의미를 되새겨서 폐교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시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즉,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감소나 부실대학에 대해서 는 대학 구조조정을 하되, 일방적이고 섣부른 퇴출보다는 지역현실을 고려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19개 폐교대학 중 1곳만 청산 완료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부실운영으로 사립대학이 문을 닫으면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도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교 대학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출구전략도 없어서 청산절차가 늦어진다. 학교 구성원들이 생계유지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폐교대학의 청산절차가 늦어지는 이유는 법원이 대학이나 학교법인의 운영 등에 관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나 학교법인의 관계자를 청산인으로 지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총 19개 폐교대학 학교법인 중 10개 법인이 해산(파산)했으며, 이중 1개 법인이 청산 완료된 상태로 해산(파산) 비율 55.6%, 해산(파산)법인 중 청산 완료 비율은 10.0%로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폐교대학 지역주민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현재 폐교로 해산된 학교법인의 청산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있다. 또한 사립대학구조개선특별법도 심사 중이므로 조속한 입법을 기대한다.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제도와 교육재정 및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따라 국가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한 감독〮통제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가는 폐교로 인해 발생한 대학 구성원에 대한 보호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국가가 공교육 실현을 위해 마련한 교육제도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립대학과 그 학교법인을 폐쇄하거나 해산하는 경우, 그 구성원인 교직원(학문의 자유와 교육권)과 학생(교육권)의 기본권은 별도의 헌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대학 뿐만 아니라, 대학 통폐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폐교된 지역 주민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지역대학과 지역소멸을 지체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도시는 변변한 기업이나 공장이 없고, 대학이 지역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으로 대학 덕분에 젊은이와 외지인이 모이고, 이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이 지역경제를 돌게 했다는 것이다. 지역대학은 지역문화와 교육은 물론이고 경제의 중심이고, 지역대학은 그들에게 삼성이나 현대와 다름없는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 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저자·출판’ 지원 줄고 고등교육 출판은 급락
출협 ‘범출판문화계’ 궐기대회 연다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독자와 정부에게 호소하는 ‘책은 미래다! 출판이 뿌리다!’ 범출판문화계 궐기대회를 오는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연다.출협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세종도서(교양 및 학술), 문학나눔도서(문학) 등 저자와 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을 전면 삭감하려 하고 있고,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학술) 지원예산 역시 몇 년 새 반 토막이 나 있다”라며 “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들의 기여는 무시한 채,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계획과 예산도 대대적인 삭감이 예고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출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학술도서, 과학기술도서, 대학교재 출판 분야에서 출판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하락은 20~30% 이상이다. 이 때문에 2~3년이 더 지나면 학술 및 고등교육 출판 분야는 사멸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출간종수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해 2021년 6만 5천여 종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6만 1천여 종으로 줄어들었다. “출판인들의 우려는 체념 상태에 이른 지경이다.” 그 이유에 대해 출협은 불법적인 디지털 복제와 스캔, 도서관 도서구입예산 부족, 컨텐츠 디지털 전환 지체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을 제도와 예산의 정비, 기술적 지원은 전혀 거론되고 있지 못하다.
출협은 지난달 27일, “출판 관련 단체들과 함께 출판의 위기를 극복하고 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출판을 살리고 책의 미래를 준비할 계획을 지금 세우지 못하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 문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울러, 출협은 “출판에 대한 대책 없이 출판에서 파생한 콘텐츠의 인기에만 눈이 멀어 뿌리가 고사한다면 한국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소수만이 사용하는 한국어로 된 출판을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수단은 한국의 문화와 문화산업에서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강조했다.출협은 “문화와 학술의 뿌리인 출판을 살리고 책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절박하지만 발랄한 집회를 통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라며 “출판문화선진국까지 갈 길이 멀다. 모두 함께 이 길에 동참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피아노 문헌
Ⅰ바로크~고전박미정·김문정Ⅱ 낭만주의~20세기김문정·박미정피아노 전공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효율적으로 담아낸 교재● 서양음악에서 가장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시대 순서대로 정리하고 여러 작곡가와 작품들의 특징을 요약한 피아노 문헌 1, 2는 제1권에 바로크와 고전주의 음악, 제2권에 낭만주의와 20세기 음악을 다루고 있다.● 이 두 권의 저서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피아노 음악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하는 음악인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적인 지식을 정리한 것뿐 아니라 실제 대학의 피아노 문헌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과의 끝에 학습연구 문제와 심화 읽기 목록을 추가하였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의 교강사들은 학생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 것이며,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기점으로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심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46배판 / 184쪽박미정·김문정 지음정가 18,000원46배판 / 238쪽김문정·박미정 지음정가 20,000원도서출판 정독www.jeongdok.co.krTel. 031) 924-7203 Fax. 02)718-8554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로 113, 102-204제13판 거시경제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대한민국 대표 경제서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를 토대로 일관되게 거시경제모형을 구축·분석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새케인즈학파 모형을 중심으로 여러 거시경제모형 간 공통점과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제로금리 하한과 유동성 함정 등 거시경제 현상에 대한 논의도 담겨 있다.정운찬·김영식·이재원 지음│4×6배판│양장648쪽│값 40,000원제6판 화폐와 금융시장
화폐금융 현상 및 정책의 이론과 실제를 담은 전공입문서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과 위기 이후 화폐금융 분야에 새롭게 제시된 다양한 이론적·정책적 관점을 대학교재 수준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금융혁신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비대면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른 변화도 담았다.정운찬·김홍범·김진일 지음│4×6배판│양장1,028쪽│값 42,000원홈페이지 www.yulgokbooks.co.kr 전화 (代) 02) 718-9872/3
율곡출판사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
경제이론은 복잡한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정한 틀을 제공하며, 다양한 분석방법론은 실증적·실용적이다. 그럼에도 경제이론은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현실경제가 3차원 세계라면 경제이론은 2차원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3차원 세계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이덕희 지음│4×6배판│무선│674쪽│값 40,000원생활과 세금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세금에 대한 상식들을 취사선택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이영환·김혜진·구자관 지음│크라운판│무선│456쪽 값 27,000원대한민국 제조의 미래 : 혁신과 전략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조강국 위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조산업의 혁신과 미래 전략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제1부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기존 글로벌 공급망 변화 및 대응, 제2부에서는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 전략과 정책, 제3부에서는 첨단 ICT 기술과 제조현장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생태계에 대해 살펴본다.박한구 외 지음│크라운판│무선│376쪽│값 30,000원낮과 밤의 경계에서 연구하기…하고 싶은 연구를 위한 시너지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㊽ 생계 현장에서 비주류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낮과 밤의 연구 분야가 분리되면서 얻게 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연구가 자유로우면서도 비생산적인 활동이어야한다는 점, 그리고 낮과 밤의 연구가 따로 독립돼 이뤄지진 않는다는 점에 대한 깨달음이 그것이다.
나에게 낮과 밤 사이의 균형이란, 미디어 산업·정책 연구와 문화연구 사이, 직장인과 연구자의 사이, 일과 활동 사이에서 양쪽을 오가며 서로를 잇고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지난해 여름 한 학회에서 주최한 신진 연구자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각자 연구해왔던 주제에 대해 발표·토론하면서, 자신의 연구환경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자리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낮에는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일하고, 밤에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는 말을 슬쩍 꺼냈는데, 뜻밖에 그날 참석한 신진 연구자 사이에서 ‘낮-밤 이야기’가 꽤 화제가 됐다. 이어졌던 저녁자리에서도 여러 참석자가 자신도 비슷한 상황임을 귀띔해주었다.
인문사회과학의 위기 심화, 학령인구 절벽 가속화, 그에 따른 대학 정원과 강사 수의 감소세, 커리큘럼 부실화, 대학의 요구실적 및 요건 점증세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하고 싶은 연구에만 전념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많은 연구자는 연구하기 위해 연구시간 외 시간에 다른 많은 일을 하며 지낸다. 과외 일을 일절 하지 않고 ‘낮에도’ 자신의 연구만 할 수 있는 연구자는 극소수이고, 나 역시 그럴 수 없는 연구자 중 하나다.하고 싶은 연구만 하기는 어려운 현실박사과정생에서도 세부전공과 관련이 없거나 적은 강의나 연구 프로젝트를 쉬지 않고 했다. 그런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었다. 그러나 생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신문방송학의 경우 관련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미디어기업, 방송사, 이동통신사, 포털사 등의 연구 프로젝트 공급이 있는 편이어서, 연구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교수나 해당 기관에 다니고 있는 선배와의 협업에 꾸준히 참여할 수는 있었다.강의와 특히 연구 프로젝트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개인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낮-밤과 평일-휴일 없이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외 혹은 업무의 연장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도 늘었다. 하고 싶은 연구에 좀 더 시간을 쏟기 위해 강의나 연구 프로젝트를줄이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 강의나 연구 프로젝트 참여 요청을 한 번 거절하면 다시 받을 수 없거나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방학 기간이면서 상대적으로 연구 프로젝트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연초를 위해서 연말까지 좀 더 많은 돈을 미리 벌어놔야 하는 측면도 있었다.
물론 세부전공과 관련이 없거나 적은 강의나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경제적 측면에 대한 고려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는 다른 일을 했어야 옳다. 취업에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미디어 산업이나 이용에 대한 양적연구가 주류인 신문방송학과에서 비주류인 문화연구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비주류인 서브컬처를 연구한다는 것이 졸업 이후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이기도 했다.낮에는 미디어 정책, 밤에는 서브컬처 연구
그리고 그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졸업 직후 공공기관 연구소에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게도 취업한 후에야 나는 전보다 내 연구에 좀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일과시간에 회사에서 주어진 과업을 열심히 하면, 나머지 시간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연구만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일과시간에 세부전공과 관련이 없거나 적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일과외 시간에까지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낮에는 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밤에는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한 영상문화를 연구하게 되었다. 전자는 주로 한국 미디어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방향이나 구체적인 지원 사업을 기획·발굴하는 데 초점을 둔다. 후자는 우리 삶에서 서브컬처가 무엇이고, 서브컬처에 대해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반응해 왔으며, 지금의 서브컬처 향유와 앞으로의 서브컬처 향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등에 관심을 갖는다.낮과 밤의 연구분야가 분리되면서 얻게 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하나는, 연구가 자유로우면서도 비생산적인 활동이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자유로운 활동으로서의 연구는, 연구자가 다른 누군가나 환경적·구조적 요인으로부터 강요당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강요당하는 순간 연구는 연구자의 마음을 끄는 즐거움이라는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 밤의 연구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누구의 의도에도 신경 쓸 필요낮과 밤 연구의 분리로 힘들어하는 많은 연구자가 밤의 연구를 놓지 않았으면 한다. 그림=DALL·E가 없다.
또, 연구가 비생산적인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재화도 부도 어떠한 경제적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내 밤의 연구는 생계유지와 거리를 둔다. 그것을 매개로 이직을 하려는 생각도 갖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비자유성과 생산성을 낮의 연구가 책임지고 있는 덕분이다.다른 하나는, 낮과 밤의 연구가 따로 독립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낮의 연구 덕에 밤의 연구가 가능해지는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둘은 서로 연결돼 있다. 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신문방송학 내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세부전공자인 내가 공공기관 연구소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비주류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문화 연구를 하기 위해 쌓아 올렸던 시간이 어떻게든 내가 미디어 산업·정책을 전공자와는 다르게 바라보는 데 기여했다고 믿는다. 문화연구적 시각에서 현상과 사안을 바라보고, 면밀하게 분석·비판하고,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자세는 문화연구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먹고 살아가는 연구, 하고 싶은 연구의 균형그리고 더 중요하게, 낮의 연구도 밤의 연구에 보고서의 체계성을 덧입히고, 산업·정책의 관점을 조금 섞어 상대적 균형감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 난 내 밤의 연구 역시 내 기존의 연구 혹은 다른 동일전공 연구자와 조금은 다른 관점 및 방향을 갖게 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내 연구를 재미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접하기를 바라게 된다. 마찬가지로 문화연구자들 역시 내 연구를 조금은 새롭게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내 낮의 연구와 밤의 연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의 낮과 밤이 그러하듯, 내 낮과 밤의 연구도 연결되고 순환한다.
주변에서 낮의 연구가, 밤의 연구를 잡아 먹어버리는 연구자도 여럿 봤다. 언젠가부터 그들은 하고 싶은 연구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된 연구자가 진정한 연구자가 아니라거나 나쁜 연구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밤의 연구를 위해 받아왔던 훈련이 크건 작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한 일을 해나 가는 데 기여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낮과 밤 연구의 끊임없는 연결과 순환, 그에 기반한 공진화는 더 이상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밤의 연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낮의 연구만으로 먹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밤의 연구가 없다면 낮 연구의 의미 자체도 퇴색되고, 밤 연구와의 연관 속에서 갈수록 나아지는 낮 연구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나는 낮과 밤 연구의 분리로 힘든 많은 연구자가 밤의 연구를 놓지 않았으면 한다. 밤의 연구는 우리 연구의 시작이었고, 낮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우리 연구의 전부였다. 밤에 하는 연구일 뿐, 그것은 우리 속에서 늘 환하게 빛나던 삶의 동력이었다. 그렇기에 밤에 서서, 낮의 연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둘 사이 어딘가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균형감을 얻기를 바란다. 나에게 낮과 밤 사이의 균형이란, 미디어 산업·정책 연구와 문화 연구 사이, 직장인(연구자와 구분하기 위한 것일 뿐 직장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과 연구자의 사이, 한나 아렌트의 표현을 빌려 일(work)과 활동(action) 사이에서 양쪽을 오가며 서로를 잇고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모쪼록 낮과 밤의 연구자들이 밤의 시간을 통해 더 밝은 낮을 맞이하고, 그 밝은 낮을 지나 더 환한 밤을 맞길 기원한다.강신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
낮에 미디어 산업·정책을 연구한다. 밤에는 게임·만화·방송·팬덤 등 미디어 문화를 연구한다.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홍보전략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언론학회·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문화연구학회 등에서 이사도 맡고 있다. 저서로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공저, 2021), 『서브컬처 비평』(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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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서 이어짐
먼저 BK사업으로 인한 대학원 생태계 교란 문제를 살펴보자. BK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표방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학문 분야별로 세계적인 연구자가 양성되고 신진 연구자가 향후 학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문 생태계라는 학문 활동의 터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터전은 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학문 분야 학과와 전공이 국내 대학 전체에 분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해당 분야 전공 대학원생을 BK사업을 수행하는 특정 대학의학과서만 대량으로 배출한다면 전체 학계의 대학원 생태계는 교란될 뿐만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돼버린다.그러면 BK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학과의 사정은 어떻게 될까? 현재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석·박사생을 많이는 아니어도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학과는 장학금 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인문학 분야 학과가 BK사업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대학 본부가 교수 충원 등의 지원을 축소할 근거로 삼거나 폐과·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을 시도할 빌미로 삼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국내에서 대학원을 운영하는 약 30개 정도의 철학과 중에서 현재 4개 학과만 BK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문사회 분야 전체 BK사업 규모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많은 철학과가 BK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BK사업이 지금의 형태로 계속 진행될 때 인문학 분야 대학원 생태계는 건강해지기보다 BK사업 수혜를 두고 적자생존을 하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기형적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
두 번째 문제는 특정한 현실적 과제해결에 초점을 맞춘 인력양성으로는 학문이 기형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행되고 있는 인문학 분야 BK사업은 OO인력양성, OO 인재양성, OO 교육연구팀 등의 이름으로 특정 주제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목표로 수행되고 있다. 더욱이 인문학 분야 총 34개 BK사업단(팀) 중에 한국어·문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사업단(팀)이 7개나 된다.세 번째 문제는 학문의 연구와 발전이 국가재정지원사업에 종속된다. 고등교육 분야 국가연구개발비의 98.8%가 이공계에 집중되어 있고 1.2%만이 인문학·사회과학 분야에 할당돼 있다. 이공계 분야 연구개발비가 전체 국가연구개발비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결국 국가연구개발비 예산의 심의·조정과 평가를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게 됐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연구개발비 예산의 배분과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인문사회계 연구개발비 증액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국가 예산이 연구개발비로 지원되면 지원된 국가 예산에 상응하는 가시적 성과가 반드시 산출돼야 한다. 가시적 성과가 예산 투입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는 국가 예산 투입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국가재정지원사업의 근본적 한계다. 이공계 분야에 대한 국가적 연구지원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핵심기인문학 분야 BK사업이 학문 생태계에 과연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까. 권영우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무형의 지식을 만들어내고 사람을 키워내는 인문학의 특성을 고려해 국가재정지원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픽사베이·펙셀
“좋은 학과와 좋은 교수의 기준이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따내는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의 교수는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해야 할 본질적 역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술 개발의 성과가 나오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과학적 성과가 계획한 연구 기간 안에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져 국가 예산 투입에 대한 성공적 성과로 정부가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공계 분야 연구지원사업은 국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치적 견제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국가 예산과 무형의 학술적 가치그러나 인문사회계 연구분야에 대한 국가재정지원 사업의 가시적 결과물은 연구논문, 도서, 보고서 등이다.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관점에서 인문사회계 연구성과물의 학술적 가치를 판단할 수도 없고, 국가가 그러한 무형적 가치에 관심을 둘 이유도 없다. 그래서 인문학 분야 국가재정지원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예산투여 대비 논문과 도서 편수, 교과과정 개편과 운영량, 학위 배출 수, 각종 사업 및 행사수 등을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따라서 정부는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재정지원사업을 펼치지만 투여된 예산에 상응하는 가시적·정량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정부의 실패로 몰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구개발비를 이공계 쪽으로 더 많이 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하지 않으면 이공계를 포함해 전체 학계가 교육·연구 분야 국가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 이러한 단적인 사례가 인문학 분야 총 34개 BK사업단(팀) 중에 7개 사업단(팀)이 한국어·문학과 관련된 주제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인문학 분야에 속한 한 학과가 BK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학문 분야에서 선도적이고 영향력이 있는 학과로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BK사업을 수행하자니 진정으로 학계를 이끌 학문후속세대를 배출하는 데 집중할 수 없고, 정부로부터 BK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부가 원하는 것을 하기로 스스로 한 약속에 묶여 학문으로부터 소외되는 난처한 자화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현재 대학에서 재정지원사업을 따내는 학과나 교수는 학교에 마치 큰 공을 세운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학과와 좋은 교수의 기준은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따내는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의 교수들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해야 할 본질적 역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교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장 영예로운 일은 학계의 미래를 위해 한 사람의 학자를 키워내는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교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BK사업은 이러한 중요한 일을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의 학자를 길러낸 성과를 투입된 예산 대비 산출된 가시적·정량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있을까?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사업이니 가시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로 사업의 성과를 예산이 투입된 시기 안에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평가지표와 정부의 방향에 맞춰 인문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인문학 스스로 소외된 노동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학문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학문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학문은 정부의 정책이나 시대의 유행과 독립적으로 발전해야 학문의 본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인문학 분야의 연구 성과는 절대 가시적·정량적인 결과물로 모두 환산할 수 없으며 한정된 시간 안에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의 성과로 나타날 수 없다. 왜냐하면 인문학 연구의 최종적 목적은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인문학 분야 BK사업은 이공계 모델이나 사회과학적 모델이 아닌 인문학 발전에 적합한 방식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사업 아닌 인력 중심의 지원이 절실인문학 분야 학문후속세대를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업 중심의 지원이 아닌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원생의 지원만으로는 절대 학문후속세대를 지속적으로 길러낼 수 없고 반드시 박사급 이상 비전임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 중심의 사업이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BK사업은 적어도 인문학 분야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학과가 BK사업과 관계없이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석박사 학위자를 꾸준히 배출해 왔다면 그 학과 대학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전체 철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342명으로 집계된다. 이 인원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171명에게 천만 원씩 지원해도 17억1천만 원이면 가능하다. 사업성 비용으로 지원되는 BK 사업 방식을 얼마 안 되는 대학원생에게 장학금 혹은 학업지원금 형태로 준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인문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해 본다. 물론 여기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학문적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인건비성으로 지원하고 나면 가시적 성과로 남는 것이 없어서 아마도 정부는 난색을 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인문학 분야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성과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이공계 분야와 달리 무형의 지식과 사람이다. 이러한 학문적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서 인문학 분야 BK사업이 재조정 되기를 바라며 BK사업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리길 바란다.권영우
고려대 철학과 교수이공계 유학생, 국내 연구·교육에 60.7% 만족
ESC 등 과학기술단체, 이공계 유학생 연구환경 설문
국내 이공계 유학생의 30.6%가 졸업 후 한국에 있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유학 생활 전반(교육·연구·관계·생활·주거 등)에 대해서는 60.7%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이어 ‘보통(31.8%)’, ‘불만족한다(7.5%)’라고 답했다.국내 이공계 대학원 풀타임 유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환경실태조사가 지난 3일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기계·로봇연구정보센터(MERRIC),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EIRI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 등 과학기술 관련 센터들이 함께 진행했다.유학생 53.1% “외국인 이유로 불평등·차별 겪어”대학원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까지 된다면 남을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유학생 45.7%가 ‘가능하면 그렇다’라고 답했다. 20.2%는 ‘강력히 원한다’,13.3%는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유학 생활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35.3%는 ‘언어 소통’이라고 답했다. 23.1%는 ‘생활비 부족’, 17.9%는 ‘유학생 대학 행정 처리’라고 답했다. 일하고 생활하기에 한국의 환경에 대해 ‘좋다’는 의견은 43.9%, ‘보통’은 41.6%, ‘나쁘다’는 의견은 14.5%였다. 자국 후배나 동료에게 한국 유학을 추천할 의향에 대해선 50.3%가 ‘추천’이라 답했고 이어 ‘보통(32.4%)’, ‘비추천(17.4%)’이 뒤를 이었다.
현재 대학과 연구실을 택한 동기에 대해선 23.1%가 ‘지도교수의 연구 실적과 학계 평판’ 때문이라고 답했다. 22.5%는 ‘희망하는 전공·연구분야와 일치’였으며 ‘장학금’은 14.5%, ‘대학인지도’는 13.9%, ‘자국 교수·연구자·지인 추천’은 13.3%였다. 대학원 수업의 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의견이 55.5%, ‘보통’은 35.8%, ‘불만족’은 8.7%였다. 외국인 유학생의 연구와 실험에 대한 지도교수가 ‘알고 있다’는 의견은 89.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도교수로부터 필요한 연구지도를 충분히 받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의 58.4%는 ‘그렇다’라고 답했고 ‘보통(28.9%)’, ‘아니다(12.1%)’, ‘전혀 아니다(4.0%)’라고 답했다.
55.8%의 유학생은 연구자로서 필요한 기초능력(연구결과 발표, 논문 작성 등)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기회(학회, 워크샵 참석 등)가 ‘잘 이뤄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보통’이란 응답은 26.0%였으며 ‘아니다’는 17.3%였다. 소속 연구실의 연구 시설과 환경(기구·재료·실험공간 등)에 대해서도 70.6%가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교육과 연구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란 의견이 61.1%였다.연구실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평등과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유학생은 53.1%였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오해, 고립 등으로 인해 행정 업무, 장학금 수혜, 연구 기회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또한, 교수들의 한국 학생 선호로 외국인 유학생이 연구 외 업무를 부여받고, 의사소통, 학회 참여, 학점 취득에 지장을 받는다고도 했다. 반면, 불평등과 차별이 ‘없다’라고 답한 비율은 46.8%였다. 소속 대학, 학과, 연구실에서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의견은 47.4%였고, ‘보통’은 39.9%, ‘불만족’은12.8%였다.
생활비와 학비의 해결 방법은 ‘대학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생활한다’는 비율이 5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구사업 참여, 조교수당 등 연구실 인건비’는 28.9%였으며, ‘친척 지원 또는 본인 돈’은 9.3%, ‘기타’는 5.2%, 본국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은 4.6%였다.설문 기간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였으며 355명이 참여했으며 173명(48.7%)가 응답을 완료했다. 조사에 참여한 유학생 중 ‘과학기술특성화대’ 소속은 34.1%, ‘거점국립대’는 20.8%,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는 3.5%, 그 외 사립대는 35.8%였다. 또한, 아시아계 유학생은 88.4%였다.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강수 ESC 기획관리팀장은 “조사에 응한 학생 중 아시아계가 많았고 과학기술특성화대 소속 유학생도 상당했다. 전반적으로 유학생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며 “앞으로 유학생 문제를 단순히 대학 재정 문제 해결이란 관점으로 볼 게 아니라 국가의 인력양성이란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지음 | 돌베개 | 340쪽이 책은 변화의 시기이자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조한 1990년대 지성사를 문예·학술·계간·대중문화지 등 잡지 형태로 발간된 문헌을 통해 그려봄으로써, 2천년대 이후 지금 시대로 이어지는 정신사의 의미와 향방을 가늠한다. 이 책은 지금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 긴밀하게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데, 바로 ‘문학’, ‘사상’, ‘문화’, ‘세대’, ‘디지털’, ‘지식인’ 등이다.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
폴 스트래던 지음 |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528쪽경제적 부유함, 정치적 자유, 특출한 인물들의 재능. 유럽 문명과 나아가 세계를 뒤바꾼 르네상스가 왜 피렌체에서 시작됐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답이다. 물론 그 모두가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바로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받고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내는 개방성과 역동성의 시너지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 1, 2
로버트 그레이브스 지음 | 안우현 옮김 | 김진성 감수 | 알렙 | 1448쪽영국의 계관시인, 작가, 고전학자, 신화 연구가인 저자의 이 책이 출간 70여 년 만에 국내 첫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평론과 분석, 설명을 곁들여 1955년에 출간한 책이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리스 신화를 재구성한 그는 그리스 로마의 문헌에 인용된 신화의 내용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서 이야기해 준다.민중, 민중의 개념사, 이론·통사
강인철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1232쪽무릇 민중은 감정을 휘젓고 약동시키는 격정의 언어다. 그렇게 강렬하고 또렷한 이미지와 정동(情動)이 이 두 음절에 박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면과는 대조적으로, 동아시아 역사에서 민중은 ‘다수의 민(民)’을 가리키는 지극히 평범한 말로 지내왔었다.늠름한 아시아
이토 치히로 지음 |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90쪽<아사히신문> 특파원을 지내며 세계 80여 개 국을 취재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가 작지만 강한 아시아의 네 나라(한국,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를 방문해 역사와 정치, 문화를 살피고 사회 역동성의 근원을 탐구했다. 저자는 헌법을 고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펴는 등 날로 우경화돼가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며, 아시아 민중의 에너지를 배우고자 했다.신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 지음 | 배국원·유지황 옮김 | 교양인 | 724쪽인류의 역사는 ‘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신 안에서 안식을 얻기 전까지 모든 영혼은 불안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이나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사르트르의 선언은 인간의 삶에서 신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위안과 위로를 주거나 자유와 해방을 가로막는 존재이기도 했다.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88쪽이 책의 저자는 생명공학 기술이 불러올 충격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과학의 발전사를 더 넓게 인문적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얼마나 수많은 논쟁의 과정을 거쳐 성립된 것인지 살펴보며 혜안을 얻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란, 나아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제도경제학 1, 2
존 R. 커먼스 지음 | 홍훈·최민 옮김 | 아카넷 | 1472쪽경제현상은 순전히 경제적이거나 순전히 법적이지 않고, 경제적이면서 법적이다. 또한 경제적인 것은 법적인 것이 결합돼 있어 분리되지 않는다. 분리가 가능하다면 경제학자는 경제적인 것만 다루고 법적인 것은 법학자에게 맡기면 된다. 경제와 법이 복합돼 있지 않은데도 경제학자가 법적인 것을 다룬다면 그것은 경제학자의 지적인 허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상서고문소증 1, 2, 3, 4
염약거 지음 | 이은호 옮김 | 소명출판 | 2085쪽『상서』는 고대 성왕과 현신의 언행을 기록한 유가의 경전이자 역사서로 공자가 『시』와 함께 필수 교재로 선택한 교과서였다. 유가의 탄생과 한대 학관이 세워진 이래로 최고의 경전의 하나로 군림하면서 지존의 위상을 가진 『상서』를 ‘위조된 것‘으로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주자에게도 어려운 사안이었다.역자가 말하다_『미학에 고하는 작별』 장-마리 셰퍼 지음 | 손지민 옮김 | 세창출판사 | 160쪽
미학의 자연화를 위해…‘심신’에 대한 극사실적 태도2000년 세상에 처음 소개된 『미학에 고하는 작별』(Adieu à l'esthétique)은 장-마리 셰퍼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의 연구를 정리한 강연 내용이 그 출처다. 이 책은 미학의 핵심 연구 대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철학은 물론 인지심리학·신경생물학·인류학, 계통발생학·문화교류학·진화론 등을 포괄적으로 참고하여 집대성한 연구를 축약한 하나의 결과물이다.
셰퍼의 연구는 기존 분석미학의 논리 체계, 또한 대륙미학의 집요함과 구분되는 매우 실증적·탐구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가대상 향한 사변적 태도·지적으로 과잉된 미학 극복
신경생물학부터 진화론에 기초한 방법론으로 정립재정립하려는 미학의 핵심 연구 대상은 개인의 심신이 체험한 사태로서의 아름다움 또는 비범함이고, 미학의 본질은 그런 사태를 가능한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거기에서 부인할 수 없는 기본적 사실을 도출하여 연구함이다. 이 연구 대상은 경험할 수 있고, 또 매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환경과 그것이 처한 실제 조건을 초월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
셰퍼가 이렇게 ‘극사실적’인 미학을 추구하려는 이유는 기존 서구 미학의 명증 과제가 지적 과잉으로 이어져 미학을 철학적 이론과 학설로 채워 나갔다는 그의 관찰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학설화 현상이 근대시기부터 미학이 현실을 벗어나는 초월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과 담론은 물론, 예술작품의 출처인 작가의 미적 삶을 이론화하려는 미학자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셰퍼의 진단이다. 그러므로 셰퍼가 작별을 고하고자 하는 것은, 지적으로 과잉된 미학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미학의 핵심 연구 대상에 대한 사변적 태도이다.
셰퍼는 미학의 핵심 연구 대상인 아름다움 또는 비범함이라는 경험 내 사태의 범위를 우리가 전통적·문화적으로 아름답고 칭해 온 것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험해 왔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대상과 상황으로 확장한다. 그의 의도는 개인의 아름다움이나 비범함의 ‘내용’을 이론화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자각하고, 그러한 체험의 실제 양태를 인지심리학·신경생물학·인류학·계통발생학·문화교류학·진화론에 기초한 방법론으로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자연히 그는 우리가 세계를 체험하고 관조하는 방식이 항상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며 심지어 의지적이지 않다는 위 연계 학문에서의 견해에 동의한다. 즉, 아름답고 비범한 체험은 무의식적으로, 논리적 연결고리 없이, 비의지적 또는 우발적으로 도래하기도 한다. 동시에, 누구든지 그러한 방식을 집단과 사회 내에서 수용하고 전파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자명하며, 개인의 미적 삶이 애초에 주관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사회로부터 유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개인의 미적 삶은 제삼자가 기호화하여표시할 수도, 논리적으로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도, 개념으로 구체화할 수도 없지만, 반드시 그 개인의 심신과 그가 처한 환경과 연속되어 있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체험하고 관조하는 방식은 항상 개인의 살갗과 인지 기능, 뇌신경체계의 처리 방식, 나아가 문화적 배경으로써 ‘여과’ 될 수밖에 없다.
셰퍼에게 미학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과 장치의 원리와 보편성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일이고, 그는 그래야만 인간이 진정으로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미적 관계의 주관적 성격이 인류의 미적 행동의 개진, 다양화, 그리고 항구적 풍부화의 원인으로 생각될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135쪽) 이러한 우리의 신체와 정신이라는 매우 복잡한 여과 장치에 대한 극사실적 연구는 인류가 스스로가 처한 존재와 환경을 이해하는 기존 방식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특히 중요해진다.인간 존재에 대한 우리의 기존 지식이 자꾸만 갱신될 때,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내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때, 실존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하는 자신을 일상 속에서 발견할 때, 우리는 한편으로는 우리 심신 내부의 감각적·정신적 필요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심신 외부에 대한 지식과 조건과 위 ‘여과 장치’를 통해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학은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고민을 위해 필수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손지민
단국대 철학과 교수책으로 책 너머를 읽다_『신·인간·정치: 자유와 연대를 위한 신학적 제언』 이용주 지음 | 동연 | 568쪽
‘선악의 가능성’ 뒤섞인 세계…사회적 정치신학의 분투이 책은 이용주 숭실대 교수(기독교학과·조직신학)가 지난 2009년부터 202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한 논문을 취합하여 단행본으로 엮은 논문집이다. 저자는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세프 셸링(1775∼1854)의 자유론 등을 연구했다. 이후 셀링의 철학과 저자의 자유론에 근거한 신학을 융합학문적으로 검토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신학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천착한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자신의 ‘신학함’의 궁극적 주제가 “신학의 알파와 오메가는 자유이다.”(5쪽)라고 명시한다. 이 명제는 셀링 철학에서 차용해 저자가 재서술한
셀링 철학·저자 자유론이 사회관계적 신학의 자리 천착
현실 교회의 궁극적 지향점은 자유의 실현문장이다. 이처럼 저자는 명시적·함의적으로 철학과 신학에 공통으로 함의된 ‘자유’를 ‘선과 악의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논지를 전개한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신학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신의 자유로운 은총이 삼위일체적 활동이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진술하여야 한다. (2) 이런 사회적 삼위일체 신학에 근거해 교회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3) 그 과제는 피조물로서 사람들과 이 세계가 상호 자유로운 친교의 공동체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4) 그 활동은 자유의 종착점으로서 ‘사랑과 연대’의 현실화이다. 이 ‘사랑과 연대’는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공동삶의 형태로 가시화된다.
이런 논지를 논증하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학자들의 견해를 근거로 제시한다. 첫째, 선과 악의 가능성으로서 자유론을 전개한 독일 관념론자인 셀링, 둘째, 창조주의적 관점을 삼위일체론에 적용해 신과 인간과 창조 세계를 탐색한 볼프하르트 판넨베르그(1928~2014), 셋째, 사회주의적 사상을 신학과 목회에 접목한 아돌프 하르낙(1851∼1930)과 칼 바르트(1886∼1968), 마지막으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1483∼1546)의 성서 중심 신앙과 실천의 관계로부터 시작해 칼 바르트로 이어진 사회참여적 신학 등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신학적 사고와 대안이 어우러진 결론을 제시한다. 즉 교회는 신적 ‘자유’를 이 세계에 실현해야 할 ‘정치사회구성체’다. 이것은 철학과 신학의 자유론에 근거한 사회민주주의 정치체제이며, 사회 관계적 교회다.
이 책은 4부 15개 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저자의 관점이 (일관되게) 드러날 수 있는 방식으로’(6쪽) 재수집·배열했다. 셀링의 ‘자유론’에 근거한 선과 악의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삼위일체적 창조자와 유비되는 신-인간-세계의 ‘연대’로서 사회민주주의로 마무리된다. 독자는 이 15개의 장을 차례대로 읽는 것이 좋다. 그렇게 각 장을 디딤돌로 삼는다면 현실 교회의 궁극적 지향점이 ‘자유의 실현’이라는저자의 마지막 주장에 적확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적 주장은 ‘3부 자유주의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유주의 신학’을 ‘자유의 확장이라는 결실로 파악한다. 이는 근대적인 사회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복음의 정신에 기초하여 추동하고자’(8쪽)했던 학문적 성과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자유에 기초해서 인간의 자유를 근거 짓는 것이 신학의 결정적인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신학의 태도다. 그런 점에서 본서의 의의는 첫째, 철학과 신학이 융합된 현실참여적 논의라는 점이다. 둘째, 교회의 정치신학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향도한다는 점이다. 셋째,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무비판적 보수화로만 경도된 사회와 교회를 경각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정치 사회적 체제의 모색이나 창조 세계에서 선과 악의 공존 문제 등에 대한 진일보한 탐구를 천착하면서 현실 정치와 교회가 ‘자유’의 주제를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운다는 점이다.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대체로 독일을 중심으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의 자유 논의에 대한 검토가 빠져 있고, 후기 식민주의 해석학에 근거한 제3세계의 철학과 신학의 ‘자유론’도 다루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신적 자유’에 근거한 민주주의를 정치신학적입장에서 탐구하려는 이들에게 유익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김흥현
한국성서학연구소 연구원저자가 말하다_『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 조규익 지음|학고방|464쪽
왜 ‘한민족문학’ 범주를 설정해야 하는가
해외 한인문학·북한문학까지 한민족문학으로 통합
디아스포라 당위적 지향성 밝혀 탈식민주의 구현유대인보다 이산의 역사는 짧지만, 타의 혹은 자의로 해외에 흩어져 살면서 고국의 규범과 생활관습을 비교적 잘 유지해 온 사례가 한인 디아스포라다. 그들은 거주국(host land)에서 성공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꽤 오랜 기간 자신들의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해왔다. 그 규범과 생활관습은 공동체 형성과 지속의 힘이었고, 그 힘의 바탕에 단일 언어가 있었고, 그들의 언어에 담겨간 것이 문학이었다. 디아스포라로서의 한인은 집단적 정체성의 위기와 극복을 문학에 표상하고자 했는데, 그 핵심부를 형성하는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의 문제였다.
한국계 미국인 1.5세대인 이창래와 그의 성공작 『네이티브 스피커』는 언어 콤플렉스와 그 극복 방안을 잘 보여준 사례다. 작가 스스로 ‘바벨탑’이라 규정한 뉴욕에서 언어에 대한 인식이나 콤플렉스 중심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끌어가며 자아 정체성 추구의 과정을 보여준 이 작품의 초점은 ‘주류사회와 언어’의 문제다.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계층만이 주류사회의 구성원으로 행세하는 미국에서 한인은 여타 국가 이민자와 함께 주변인일 뿐이었다.피부색과 함께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약점이 그들을 소외시켰고, 그런 소외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중시킨 본질적 문제였다. 신세계 미국의 ‘바벨탑’이 요구하는 것은 중심부의 말과 문화, 사고에 대한 복종이었다. 그런 구조에 순종하던 1세대 부모로부터 말에 대한 콤플렉스를 물려받은 주인공은 아무리 애써도 한국인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작품 말미에서 주류사회 출신의 아내가 가르치는 이민자 아이들의 이름을 각자의 모국어로 정성스럽고 정확하게 불러주는 것을 듣고 나서야 주인공은 소수민족으로서 미국인이 된 자신의 정체성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아스포라의 자아 정체성 회복 열망과 그 핵심 요소로서의 언어에 초점을 맞춘 것이 『해외 한인문학의 한 독법』이다. 이 책의 총론은 ‘최상위 범주로서 한민족문학을 설정해야 하고, 중심부 문학이었던 한국문학과 주변문학이었던 해외 한인문학, 심지어 북한문학까지 똑같은 자격으로 한민족문학의 범주 안에 소속시켜야 한다는 것’, ‘해외 한인문학 중 한글문학은 예외 없이 한민족문학의 범주로 수용할 것이며, 현지어 문학 가운데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다룬 것은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것’ 등이다.
즉 기존의 한국문학과 북한문학,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을 발전적으로 통합하여 ‘한민족문학’의 범주를 새롭게 만들어 냄으로써 본질적인 탈식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우리말 노래, 우리의 고전서사를 서구적으로 변용시킨 하와이 한인의 희곡 「Lotus Bud(연화)」, 중국 동포시인 심연수의 시조, 문학사가 계봉우의 『조선문학사』 등을 분석해 디아스포라의 현실과 당위적 지향성 등을 밝힌 것이 이 책의 개략적 내용이다.지금까지 우리는 해외 한인문학이나 북한문학에 무관심했고, 본의 아니게 그것을 주변문학으로 소외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문학과 함께 이것을 ‘한민족문학’이란 범주로 묶는다면, 해외한인문학이나 북한문학을 주변문학으로 소외시켜온 식민주의적 차별 구도의 청산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해외 한인문학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유산일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돼야 할 우리 민족 공통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민족문학’이란 새로운 범주의 설정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것은 단순한 소망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한국고전문학통찰의 재미_『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388쪽
일이 없는 세상,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대증적 접근 방식을 벗어나 일의 본질을 재정의
분배 강조한 ‘큰 정부’나 조건부 기본소득 제시최근의 사회 변화는 한 편의 SF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느끼게 만든다. 자동차 조립, 서비스 로봇 같은 기계의 자동화는 물론이고 의사, 변호사, 작가 등 인간의 비정형 인지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이언맨의 자비스든(비서),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든(파괴자), 매트릭스의 AI든(정복자) 영화에서나 봄직한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일을 보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실질적 위협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14일 꿈의 공장으로 일컫는 할리우드에서 미국의 작가와 배우들이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동반 파업에 나섰다. 작가·배우조합이 동반 파업을 벌이는 것은 메릴린 먼로가 참여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조합장을 지내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일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절박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그동안 노동의 위기에 관해서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이미 30여 년 전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노동 없는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라는 점에서 생계수단으로서의 노동이 사라지는 세상에 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제레미 리프킨을 포함해 많은 미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일의 역사에서 반복됐던 것처럼 기술 혁신이 초기에 인간의 일자리를 뺏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라는 낙관적 입장을 취한다. 실제로 과거 산업혁명기에 신기술의 등장에서는 크게 생산성 향상 효과, 파이 확대 효과, 파이 탈바꿈 효과가 기계 자동화에 의한 노동 대체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었다.
영국 정부에서 십여 년 이상 정책분석 및 정책자문 역할을 해온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 연구원은 노동의 미래에 관해 이와 같은 기존의 판단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원제: A World without Work)에서 노동의 축소가 초래할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와 불평등, 세수 부족과 소비 침체 등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증적 접근 방식이 아니라 일의 의미와 본질을 재정의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그는 지금까지의 복지 정책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며 국민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회복력을 주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일자리가 사라져 소득이 없어진 계층이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기존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의 생각은 단순히 줄어든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나 약화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복지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의 제한적 역할과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고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분배의 역할을 강조한 ‘큰 정부’, 조건부 기본소득의 지급과 같은 해법은 이념적 편견 없이 읽으면 상당히 설득력이 높다.
그의 책 제목이 말하는 ‘일이 없는 세상’은 조건부 미래가 아닌 정해진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말처럼 우리는 ‘기술의 단기 영향은 과대평가하고, 장기 영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노동 없는 미래가 일자리가 사라져 생계수단을 잃게 되는 공포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반대로 지금까지 인류가 그저 생존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급증하는 빅테크의 힘을 제약하며, 일이 더 이상 우리 삶의 중심이 아닌 세상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우리의 미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왔던 지금까지의 세계는 끝났으며, 그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느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웅변이다. 일이 더 이상 생계수단이나 자아실현의 수단이 아닌 세상에서 무엇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없는 미래는 일이 곧 능력을 의미하던 지금까지의 세계관을 비웃으며 삶의 즐거움과 목적을 다른 데서 찾도록 재촉하고 있다.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미국이 불타오른다
레이나 립시츠 지음 | 송인근 해설 | 권채령 옮김 | 롤러코스터 | 388쪽이 책은 주류 언론에 이름을 알린 정치인부터 지역으로 파고든 풀뿌리단체와 활동가들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사회운동 경험과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담아낸 보고서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로 모여 좌파의 미래로 향한다.흉노 유목제국사
정재훈 지음 | 사계절 | 424쪽2016년에 출간한 『돌궐 유목제국사』로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 최우수학술도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저자가 몽골 초원의 첫 유목제국 흉노의 역사를 복원했다. 흉노는 기원전 3세기 중반 고비 사막 이남의 몽골 초원을 무대로 등장한 유목 세력으로, 기원전 209년 초원에 흩어져 살던 다양한 세력을 통합해 국가를 세우고 중국의 통일제국 한과 지속적인 대결을 벌이며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깨어있는 양육
셰팔리 차바리 지음 |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384쪽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깨어있는 부모』를 펴낸 뒤 저자가 2년 만에 내놓은 양육 실전편으로, 전작의 마지막 장에 할애했던 ‘훈육’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 학교와 사회에서 일탈행위를 하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그 해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이주하는 인류
샘 밀러 지음 |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424쪽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주성이 강한 동물이다. 오랜 시간 인류는 모두 유목민이었고, 일부는 여전히 이주하는 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집을 짓고 도시를 세우고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1만2천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주와 이민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제안한다.지금, 여기에서 깨닫는 유마경 강의
성태용 지음 | 북튜브 | 200쪽이 책은 대승불교의 정신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고 평가 받는 『유마경』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각으로 읽고자 하는 시도이다. 건국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칼럼과 강연 등으로 지금의 세상과 삶에 필요한 불교를 설파하고 있는 저자는 『유마경』이야말로 우리 세상, 우리의 현실에 가장 필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고 이야기한다.호모트래블쿠스의 지리답사기
정은혜 외 3인 지음 | 푸른길 | 504쪽여행은 거의 모든 이의 꿈이고, 많은 이의 경험이다. 방식도 다양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계획적인 여행, 갑자기 툭 하고 떠나는 즉흥적인 여행, 맹목적 휴식을 위한 휴양, 일 년, 한 달 살기 같은 체류도 여행이 된지 오래다. 이 책은 여타의 흔한 여행기와는 달리 지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여행책이다.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김상근 지음 |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388쪽‘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를 통해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저자가 시칠리아의 역사를 다룬 신간인 이 책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지중해의 곡물 창고이자 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온 시칠리아는 2천8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끊임없는 수탈과 침략을 겪어야 했다.단위를 알면 과학이 보인다
곽영직 지음 | 세로북스 | 368쪽이 책은 단위의 정의와 쓰임뿐 단위로 표현되는 물리량의 개념과 과학 이론을 함께 설명하고 있어 단위를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의 단위부터 시작해서 현대적 단위 체계를 발전시켜 온 과정과 단위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의 이야기까지 아우르고 있어, 단위를 통해 과학의 역사를 살피는 과학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분야별 신간
정치-사회생태와 불평등 | 이태혁 외 5인 지음 | 알렙 | 264쪽신흥평화의 세계정치 | 김상배 외 8인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12쪽이탈리아로 가는 길 |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328쪽플랫폼 변동의 시대 : 미디어 생산연구로의 초대 | 이기형·황경아 지음 | 컬처룩 | 400쪽인문
가족각본 | 김지혜 지음 | 창비 | 248쪽무엇이 우리를 성장시키는가 | 에바 아셀만 지음 | 박성원 옮김 | 김영사 | 300쪽신들의 여행 | 김숙경 지음 | 그린비 | 304쪽예술영화와 문화냉전 | 이상준 지음 | 김지은 옮김 | 소명출판 | 425쪽문학-에세이
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지음 |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72쪽격정과 신비 | 르네 샤르 지음 | 심재중 옮김 | 을유문화사 | 320쪽규방의 미친 여자들 |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320쪽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정수윤 옮김 | 휴머니스트 | 216쪽도망치는 연인 | 이승은 지음 | 창비 | 196쪽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 테레사 데 라 파라 지음 |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44쪽
만년양식집 | 오에 겐자부로 지음 |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372쪽무가의리 이야기 | 이하라 사이카쿠 지음 | 정형 외 2인 옮김 | 소명출판 | 550쪽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 | 이항심 지음 | 창조와지식 | 192쪽불쌍한 캐럴라인 | 위니프리드 홀트비 지음 | 정주연 옮김 | 휴머니스트 | 400쪽학문의 주먹⑫
현대국가는 지식국가다. 지식은 대학에서 나온다. 그런데 대학과 학문이 붕괴되고 있다. 한국만큼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도 없다. 대학과 학문, 교육에 대한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 필요한 때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쓰고, ‘지식과 권력’ 3부작을 내놓았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가 도발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다. 학문과 정책(정치)의 연결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오펜하이머, 국가의 무기로서의 대학
“남한 GDP가 북한 GDP의 100배가 넘는다고 해도 핵무기를 이길 수 없어.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댈 거야. 영원한 우방이라는게 세상에 어디 있어. 『총균쇠』를 그렇게 읽고도 1532년에 있었던 역사적 교훈이 뭔지도 모르고 있어.” 나의 소설 『문두스』에 나오는 구절이다.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가진 조선 최대의 비밀결사조직 삼문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빅이스트 딜’(biggest deal)을 한다. 삼문대는 모사드가 원하는 예수 복제를 해주는 대신 이스라엘로부터 핵무기를 얻는다.
제라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근대사의 가장 큰 충돌은 1532년 잉카 제국의 8만 군대와 스페인의 168명의 카하마르카 격돌이라고 썼다. 총과 칼로 무장한 168명의 군대가 손도끼와 나무 곤봉으로 무장한 잉카의 8만 군대를 순식간에 무찔렀다. 아무리 좋은 화살이라도 총을 이길 수 없었다. 수천 대의 전투기와 수십 대의 항공모함일지라도 핵무기를 이길 수 없다. 과학기술학의 대가 앤드류 피커링은 이를 ‘물질적 불가공약성’(material incommensurability)이라고 부른다. 토마스 쿤의 저 유명한 ‘패러다임의 불가공약성’을 물질 세계에 적용한 것이다. 핵무기는 모든 무기를 뛰어넘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무기라는 뜻이다.핵무기로 엮인 거대한 미스터리,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미국에서 개봉됐다. 한국에서는 광복절을 맞이하는 8월 15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원자 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낸 미국의 영웅이자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려간 비극적 물리학자다. 이 영화는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공저하고 최형섭 교수가 탁월하게 번역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퓰리처 상 수상작)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놀란 감독의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면 남한 자체의 핵무장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오펜하이머의 생애는 과학·대학·국가·전쟁·정의·사랑·충성·배신·공산주의·파시즘, 그리고 핵무기로 엮인 거대한 미스터리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의 뉴욕과 자신의 모교 하버드에서의 반유대주의 경험 때문에 진보적 학생 클럽에 가입했다. 오펜하이머는 훗날 노벨상 수상자인 퍼시 브리지먼을 지도 교수로 수학했고, 1923년에는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하버드에서의 강연을 직접 들었다. 그는 화학 전공으로 하버드를 최우등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정신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라이덴대학의 짧은 연수기간 동안 독일 괴팅겐대학의 막스보른을 만나 그 대학으로 적을 옮겼다.“괴팅겐대학의 과학 수준은 케임브리지보다 훨씬 낫다.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면 전 세계에서 이보다 더 나은 곳을 찾기는 어렵다”고 오펜하이머는 썼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독일의 대학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미국 대학을 압도했다. 원자 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는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물리학자로 태어났다. 이 대학에서 그는 하이젠베르크, 디랙, 파울리, 요르단 등 양자 역학을 확립한 사람들과 연구했다. 괴팅겐대학의 박사학위는 그가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스타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과학자본이었다.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국가적 영웅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몰락했다. 그의 생애사는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보다 훨씬 강렬한 핵폭탄급 이데올로기 스릴러다.원자 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낸 미국의 영웅이자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려간 비극적 물리학자다. 사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의 한 장면이다.
최근 대입에서의 킬러 문항 논란은 한국인이 가진 대학에 대한 너무나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학을 오직 서열과 지위 경쟁의 장으로 여기는 풍토가 지속되었다. 대학은 학벌을 주는 지위 권력에서 새로운 지식·경제·국가를 만드는 창조 권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자신의 애인과 동생은 공산주의자였고, 그 자신도 공산당과 여러모로 관계가 있었다. 그는 독일어로 된 맑스의 『자본론』 3권을 모두 읽었고 레닌 전집까지 읽었다. 그는 39세의 나이에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었고 전쟁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초인적 노력과 의지를 발휘했다. 그는 강렬한 감정적 에너지를 가진 물리학의 비트겐슈타인이었고, 그것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의 절친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라비는 오펜하이머를 “대단히 현명하지만, 그보다 더 멍청할 수 없었다”고 평했다. 결국 그는 물리학의 드레퓌스로 조국으로부터 배신당했다.
대학은 국가가 가진 최고의 무기맨해튼 프로젝트는 한 과학자로 환원될 수 없는 국가·과학·전쟁·이념, 그리고 대학 간의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드라마였다. 한국이 일본 제국주의에서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45년 8월에 투하된 원자 폭탄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국가의 운명을 위협받게 되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번역한 최형섭 교수는 “핵무기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 모두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단검 같은 존재”라며 섬뜩하게 설명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오펜하이머였지만, 그것은 대학에 재직한 연구자들의 공동 작업이었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로버트 오펜하이머, 어니스트 로런스), 시카고대학(엔리코 페르미, 존 맨리), 코넬대학(한스 베테), MIT(로버트 바커), 프린스턴대학(리처드 파인만, 로버트 윌슨), 하버드대학(조지 키스티아콥스키) 등 당대 최고의 대학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다. 대학은 곧 국가의 무기였다. 미국은 냉전 시기에 있었던 스푸트니크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대학의 기초 연구에 올인했다. 왜냐하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입증된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학은 국가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최근 대입에서의 킬러 문항 논란은 한국인이 가진 대학에 대한 너무나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다. 대학을 오직 서열과 지위 경쟁의 장으로 여기는 풍토가 지난 100년 동안 지속되었다. 1810년 독일 대학은 900년 대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을 일으켰다. 대학은 학벌을 주는 지위권력에서 새로운 지식·경제·국가를 만드는 창조권력이 되었다. 미국 대학은 100년 동안 이를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미국 학생들이 독일에서 교육받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 덕분에 미국 대학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이겨 내고 결국 독일 대학을 극복한 창조권력이 되었다. 한국 대학은 또 다시 백년의 고독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창조권력으로 재탄생할 것인가. 대학은 국가의 무기다. 아니 대학은 국가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이를 깨닫지 못하는 국가는 망한다. 왜냐하면 현대국가는 지식국가이기 때문이다.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황우석 사태를 연구하다 영감을 받아 ‘21세기 파우스트’ 『문두스』(소설)를 오랫동안 집필하여 최근 출판했다. 교육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출판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EBS 다큐멘터리 K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영). 지식과 권력 3부작인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를 출간했다.
글로컬 오디세이
인도계 CEO의 성공 신화, 해외유학 열풍 가속화 견인신민하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인도 국립 자와할랄 네루대 역사학센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인도의 경제단체, 식민지 도시 형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2023)』(공저), 『인도 대전환의 실체와 도전: 힌두 헤게모니 담론(2022)』(공저) 등을 펴냈다.
인도 젊은이들에게 불고 있는 해외 유학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지난 2월 인도 중앙정부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 수는 75만365명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매체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져 다음해에는 1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유학 중인 인도인 전체 학생 수는 750만 명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보다 인구가 적은 국가가 무려 50개국에 달한다. 인도에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수의 특권으로 여겨지는 해외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가 급증세를 보이는 배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시행됐던 입국 금지가 전면 해제되면서 그동안 해외 유학을 보류하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출국 러시를 이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인도 학생들이 코로나19 기간 온라인을 통한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도 고등교육 환경의 질적인 열악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 출국 러시의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분석은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도 고등교육 기관의 입학 정원을 주목한다. 지난해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는 14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이 선호하는 인도공대·델리대·자와할랄 네루대 등을 비롯한 인도 유명 대학의 전체 입학 정원은 고작 2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해외 유명 대학에 입학하기가 더 쉽다는 인식의 확산이 유학생 급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고등교육 환경의 양적·질적 열악함에 대한 전문가와 학생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 기관의 입학 정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러한 분석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더욱이 최근 들어 양질의 교육시설과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한 사립 대학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질적인 선택의 빈곤이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이에 힘을 더한다.필자에게 가장 흥미롭게 와 닿은 분석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 급증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인도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와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변화된 마인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인도 대학에서 접할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 다양하고 유연한 커리x인도의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성공한 인도계 CEO들 때문이다. 인도의 학생들이 줄서 있는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큘럼, 풍부한 연구 기회, 유학 이후 해외 취업과 정착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해외 유학을 선택하게 만드는 동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펩시코·샤넬·트위터·유튜브 등 세계적인 기업과 연관된 전·현직 인도 출신 CEO의 성공 사례는 학생과 학부모의 해외 유학에 대한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 대학에서 접할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 다양하고 유연한 커리큘럼, 풍부한 연구 기회, 유학 이후 해외 취업과 정착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동인이 되었다.
실제 인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 유학생들이 선택한 전공은 정치·경제·경영 등 오랜 기간 가장 선호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광학·청력학·생명과학·항공우주·공중보건·재생 에너지·기업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통적으로 인도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영미권 국가 이외에 프랑스·이탈리아·독일·러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몰도바·필리핀·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도 인도 유학생이 선호하는 목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몰도바의 경우 국립 의과대학 정원 40% 이상이 인도 출신 학생인데, 졸업생 대부분은 현지에 정착하거나 취득한 의사면허증이 인정되는 국가로 이주해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의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심사와 야망을 품고 대거 해외 대학으로 몰려가고 있는 오늘날의 이 현상이 앞으로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과학 이론까지 이해하는 한양대 XAI
정문석 한양대 교수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활용
인공지능이 직접 과학 난제를 해결하고 검증했다. 정문석 한양대 교수(물리학과·사진)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2차원 단일층 소재인 텅스텐 다이셀레나이드에서 라만 산란과 광발광 사이 연관성을 찾아냈다. 인공지능으로부터 답을 얻은 데서 그치지 않고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더 눈길을 끈다.이번 연구에 사용된 것은 ‘설명 가능 인공지능’ 일명 XAI였다. 컨볼루션 신경망 모델을 활용한 이 인공지능은 복잡한 물리학적 연관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설명하는 AI다. 정 교수는 “일종의 사이언스 GPT”라고 설명했다.연구팀은 인공지능에 라만 산란과 광발광에 관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학습시켰다. 이미지 하나에 1천 개 이상의 데이터가 담겨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려면 무수한 시간이 필요한 스펙트럼을 인공지능은 단시간에 분석해냈다.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연구자들의 질문에 챗GPT처럼 답을 내놓았고 이를 양자역학 계산으로 거꾸로 계산해정답임을 검증한 것이 이번의 성과였다.
정 교수는 “실험 데이터를 학습시킨 뉴럴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로부터 산출된 결과를 양자역학 계산으로 검증하는 하나의 ‘프로토콜’을 구성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라고 전했다.일반적인 인공지능은 자신이 내놓은 답이 정답인지 거짓말인지 알지 못한다. 정 교수 연구팀이 활용한 XAI는 프로토콜로서 산출된 답의 물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거꾸로 파악해 최종적으로 참·거짓을 판별한다. “XAI, 즉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이라는 말의 뜻이 바로 이것”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프로토콜’의 범위를 넓힌다면 인공지능만으로도 과학의 문제에 답할 수 있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정 교수는 그간의 경험을 들려줬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를 한지는 막 3년이 넘었는데 처음 현상을 발견했을 때는 상당히 쇼킹했다. 우리와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우리가 전혀 몰랐던 것들을 결과로 내놓았으니 말이다. 완전히 새로운 물리를 찾은 것이다.”이어 그는 “그럼에도 새롭게 발견한 피직스에서 과학적 의미를 찾는 일은 연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은 연구자의 훌륭한 어시스트가 될 것이다. 이번 성과만 해도 그렇다. 눈으로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지만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 것
이다.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찾는다. 물론 좋은 데이터로 학습을 시켜야겠지만 말이다.”
이번 연구(「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Approach to Identify the Origin of Phonon-Assisted Emission in WSe2 Monolayer」)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유재각 연구원과 이승미 박사, 카이스트의 조영우 연구원과 주재걸 교수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응용 분야 학술지인 『Advanced Intelligent Systems』 7월호에 게재됐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국립목포대, ‘인공지능공학과’신설
2024학년도 20명 선발 예정
국립목포대(총장 송하철)가 ‘인공지능공학과’를 신설한다. 인공지능 중심 신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2024학년도 신입생부터 20명으로 운영한다.국립목포대 인공지능공학과는 AI 이론과 고성능 인공지능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구현 기술을 중심으로 실무 능력을 겸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은 졸업 후 산업체에 더 탄탄하게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동안 국립목포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인력양성 MOU를 체결하고 매년 10여명이 ETRI 취업연계칩설계 교육프로그램에 선발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은 수도권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디자인하우스(팹리스 설계도를 생산용으로 전환) 기업에 높은 연봉으로 취업하고 있다. 인공지능공학과로 전환 이후에도 ‘인공지능 칩설계 취업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3학년 학생이 1년 동안 기업체에서 일학습병행 수련을 거쳐 취업하는 장기현장실습형(IPP) 일학습병행 취업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조만간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와의 인력양성 MOU 체결을 통해 수도권 및 광주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 등 양질의 취업처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의료·금융·자율주행차·스마트 가전제품 등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어 인공지능 구현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립목포대 관계자는 “인공지능공학과의 선도적인 행보는 이러한 국가적 수요에 부응하고 지역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배지우 기자 editor@kyosu.net국내 첫 우주항공대학 설립한 경상국립대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대학’과 ‘IT공과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수산생명의학과’를 신설했다.
△우주항공대학은 국내 최초로 설립됐으며 우주항공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단과대학이다. ‘우주항공·방산 분야’로서 글로컬대학 30 사업에도 예비 선정돼 있다. 경상국립대는 1990년대부터 항공기계 시스템 분야를 특성화해 육성함으로써 우주항공대학 설립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국내의 우주항공산업을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주), 한화시스템(주) 등과의 취업 연계 교육과정도 운영해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한다. 글로컬대학 30 사업 선정 시에는 신입생 전원의 등록금 전액과 성적 우수 장학생을 위한 생활보조금 등 과감한 지원을 할 예정이다.지역 내에 신설될 우주항공청, 다수의 연구소·산업체, 해외 저명대학과도 협력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할 실무형 고급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경상국립대는 전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인사-툴루즈 대학, 영국 크랜필드 대학, 벨기에몽스대학 등과 글로벌 교육과정, 교환학생 제도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IT공과대학은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과제’에 대응하고자 신설된 단과대이다. 기존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해양과학대학, 융합기술공과대학에 설치돼 있던 학과들을 조정해 구성됐다.2024학년도에 새롭게 출범하는 IT공과 대학은 경남 유일의 전자, 전기 소프트웨어, 로봇 융합 기술 공과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첨단 인공지능, IT기술 교육을 위한 경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경상국립대는 전했다.△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지역사회의 수요를 반영하고 지역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2024학년도에 신설하는 학과이다. 모집 정원은 25명이다.△수산생명의학과는 수산생물질병에 관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미래 핵심 산업인 해양수산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 2024학년도 모집 정원은 25명이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서울 캠퍼스타운 사업’
최대 45억 받는 한성대한성대가 ‘2024 서울 캠퍼스타운 종합형 신규사업’ 참여대학으로 선정됐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사업비 최대 45억 원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 중인 ‘서울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청년 창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한성대는 단위형 사업에 3번 연속 선정돼 7년간 사업을 수행해왔다.이번 사업은 창업형 캠퍼스타운 사업으로 단위형 사업보다 지원 규모가 대폭 늘어나 매년 13~15억을 지원받는다.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종합적 활력을 위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한성대는 대학의 창업 역량과 7년간 수행한 단위형 캠퍼스타운 사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학생과 교수의 창업을 지원하고 대표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학 특성화 분야인 SW·AI 등 신기술 분야와 지역 특화 산업인 패션·디자인 분야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매년 평균 55개 이상의 기업을 배출할 예정이다.구체적으로는 산학일체형 교육, 학생현장실습을 통해 학생과 청년창업가를 연계하고, 성북구 관내에 위치한 캠퍼스타운 사업단 창업 거점센터 5개소를 통해 2026년까지 누적 170팀의 창업기업을 육성하게 된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지난 7년간 캠퍼스타운 단위형 사업으로 청년창업과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한 한성대의 노력이 종합형 사업 선정으로 연계돼 기쁘다”며 “한성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의 축적된 노하우에 서울시와 성북구가 협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해 청·장년 창업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충남대에 ‘희망의 도넛’ 기부한 김재용 서울과기대 교수
김재용 서울과기대 교수(도예학과·사진 오른쪽)가 충남대에 예술작품을 기부했다. 기부된 작품은 김 교수가 직접 제작한 ‘트윙클 트윙클 크롬 도넛’이다. 도넛 도자 작품으로 2억 5천만 원 상당의 가치를 가졌다.
김 교수는 “국가거점국립대인 충남대에 작품을 기증하고 전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오늘 전달한 작품이 충남대와 지역 예술문화 진흥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며 “도넛 작품에 담겨 있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청년들이 자기 자신을 빛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해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충남대 재학생들에게 당부했다.박찬걸 충남대 예술대학장은 “존경하는 작가이자 친구인 김재용 교수님이 이번 작품 기증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증된 훌륭한 작품처럼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예술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업은 미술관, 지역축제, 쇼핑몰,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 지역 회전교차로의 미술 장식품을 위한 자리, 아파트의 거실 벽 면 등 어느 자리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의 주제인 ‘도넛’은 ‘Do Not Fear’의 발음에서 착안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진 이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성신학원 35대 이사장에 김향기 이사
성신학원 제35대 이사장으로 김향기 이사(사진)가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2027년 7월 10일까지다.
김 신임 이사장은 “성신학원이 건학이념과 시대적 흐름에 알맞은 교육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갈 수 있도록 학원 운영의 공공성과 합리성, 민주성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사회적 변화에 따른 교육혁신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성신학원 이사회에서 선임됐다. 그는 성신여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로 30여 년간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성신학원 제34대 이사를 역임했다.전남대 42대 교수회장에 김재관 교수
전남대 제42대 교수회장으로 김재관 교수(정치외교학과·사진)가 당선됐다. 임기는 오는 9월 1일부터 2년이다. 교수회장직과 더불어 교수평의회 의장으로도 선임돼 직무를 수행한다.
김 교수는 입후보자 소견문을 통해 교수 권익보호와 증진, 연구·승진제도 개선, 교육제도의 질적 개선, 그리고 단과대학 운영 예산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교원의 후생복지 증진과 민주적 거버넌스, 공정한 총장선거 관리와 전남대 위상 강화 등에도 나설 것을 밝혔다.
김 교수는 제16대 전남대 평의원, 전남대 사회과학연구소장, KCI외교안보센터장, 외교부와 통일부 자문위원, 한국 유라시아 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직도 수행했다.전영주 목원대 교수, 한국영어교과교육협회 차기 회장 선출
전영주 목원대 교수(영어교육과·사진)가 한국영어교과교육학회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다음 달부터 2년이다.
전 교수는 “학회 회원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구 결과 공유 등을 통해 학회의 발전은 물론 영어교육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학회장으로서 교육 방법론 연구, 교육정책 제안 등을 통해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영어교과교육학회는 영어교과교육 분야 학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 학술단체로 2001년 창립됐다. 현재 영어교육 이론과 현장 교육을 접목해 영어교과교육의 학문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인 『영어교과교육』을 분기마다 발행하고 있다.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2025년도 회장에 정선주 단국대 교수
정선주 단국대 교수(생명융합학과·사진)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2025년도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1년이다.
역대 두 번째 여성 회장으로 추대된 정 교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전환적 시대의 급변하는 요구를 반영하고 성장하는 학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첨단 바이오 분야와 협력하고 동반 성장하는 혁신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989년 창립돼 올해 34주년을 맞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는 현재 1만 8천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학·의약학·농수산학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생명과학 분야 최대 학회로서 매년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3대 원장에 오승걸 원장
지난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13대 원장으로 오승걸 원장(사진)이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오 원장은 취임식에서 “어느 때보다 국민들께서 수능시험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큰 시기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가오는 2024학년도 수능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출제, 시행 관리에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소위 ‘킬러 문항’에 대한 우려였다. 오 원장은 “공교육 내 출제원칙을 지켜 출제하도록 하겠으며, 그동안 공교육 과정 내에서 충실히 공부하고 지도해 온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께서는 그간 해왔던 대로 수능 준비에 집중해 주시길 당부한다”라고 덧붙였다.한국장학재단, 정홍주 신임 상임이사 선임
한국장학재단이 신임 상임이사로 정홍주 한국장학재단 국민소통부장을 선임했다.
정 상임이사는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재단 설립 이듬해인 2010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장학정책연구소장, 인사부장, 미래혁신부장, 기획조정부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장학재단은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9년 5월 7일에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은 난민, 받거나 외면하거나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⑧
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8일 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가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9강은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의 「중동 문제와 국제 정치」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저 이곳저곳을 다니며 유랑하거나 관광하는 것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는 행동이고 선택이다. 인간이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데에는 충분히 합당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전술한 바대로 역사적으로 증명된 다양한 이주 사례를 보면, 인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이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주’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에는 일반적으로 희망·기대, 혹은 더 나은 삶의 바람 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 이에 반해 ‘난민’이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에는 박해·피해·도피·도망·절망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내용이 전제된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주와 난민 현상이 현재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와 원인도 더욱 다양해졌다. 고대의 이주 동기가 주로 전쟁을 피하거나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이유였다면, 현대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결혼 혹은 학업 등과 같은 동기로 이주나 난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그렇다면 국가와 국가 간 국경을 넘어 시작된 이주와 난민 현상이 어떤 쟁점과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종종 비극적인 상황으로 종결되는 난민을 보다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위한 이주로 전환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오랜 이주의 역사를 통해 진행돼온 인류의 이동과 정주는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환경에 의한 재앙이나 비극으로 시작된 인류 이주의 역사는 전쟁이나 탄압에 의 한 강제 이주와 같은 요인에 의해 더욱 빈번해졌다. 특히 근대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한 국제 이주는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정복이나 영토 확장 등에 따른 국가단위 정치권력에 의해 발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국가, 북미와 중남미 국가로의 이주와 유입이 발생하면서 인종과 민족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종종 불행한 사건과 비극을 수반하기도 했다.
국제 이주의 빈번하고 다양한 양상은 단순한 이주나 정주의 문제가 아닌 보다 복잡한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의 충돌로 인한 문화적 갈등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으며,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유무형의 충돌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6월 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매년 난민의 날을 맞이해 세계 난민 현황에 대한 기초 자료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2023년 6월 19일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세계에는 1억8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강제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UNHCR 2023). 이 중 난민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 약 3천530만 명이며, 국내 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rson)은 약 6천25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 비해 12%가 증가한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가 컸으며, 유럽 지역의 국가인 튀르키예와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란·콜롬비아·파키스탄 등이 난민을 많이 수용하고 있는 국가였으며, 공통적으로 저소득 국가라는 특징이 발견됐다. 세계 인구 80억 명 중에 1억 명이 넘는 이들이 난민 혹은 난민과 유사한 지위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은 난민 문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과 대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의 대부분은 특정 형식과 내용을 갖춘 난민 관련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난민 자격 심사 제도를 비롯해, 귀화나 국적 취득 제도 및 정착과 이주 등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수용 국가 중에서 오랜 역사와 다양한 제도를 정교하고 촘촘하게 정비해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유럽이다. 유럽의 정치적 대표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은 난민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가장 잘 운영하고 있는 초국가적인 정치체이다.EU는 오랫동안 인접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 발생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이나 분쟁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난민에 대해 생명권 존중의 원칙 아래 난민을 수용하고 처리했다. 인“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나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국민의 난민 신청의 증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관련 국민의 난민 입국 상황 등은 한국 사회의 난민문제나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는 사회 내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로 간주할 수 없다.”
도주의라는 관점에서 주변 국가에서 발생하는 많은 피해자와 난민을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부인권과 인간의 생명권 존중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수용 기준은 내전과 중동 국가의 ‘아랍의 봄(오렌지 혁명)’ 이후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에 의해 그 기준과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세부 기준이나 정책의 구체화 필요성은 최근 유럽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통의 위협인 테러 사건과 관련해, 난민 지위나 이민자의 자격 조건 등에서 국가별로 차별화된 정책과 방향이 설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방향성은 전통적으로 이민자나 난민의 지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난민 지위 승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EU 차원의 인도주의 정책으로서 난민에 대한 대응과 처리방식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온 환대 개념의 절대성이나 신성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난민 지위 심사의 엄격성이나 더욱 강화되고 있는 난민 지위 요건의 강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는 “EU는 오랫동안 인접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서 발생한 난민에 대해 생명권 존중의 원칙 아래 난민을 수용하고 처리했다”라며 “그러나 최근 실제 EU 차원의 난민 정책은 개방성과 수용성의 원칙에서 폐쇄성과 거부성의 원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화 등을 이러한 주장의 반론 요건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이는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해결 가능한 방법을 통해 난민을 처리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인도주의 정책의 성격을 명확히 해, 해당하는 이에게 유럽인과 동일한 신분과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자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EU 차원의 난민 정책은 개방성과 수용성의 원칙에서 폐쇄성과 거부성의 원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을 통한 난민 정책의 수립과 해결방식 제시는 난민 유입에 따른 EU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난민 기금의 설립이나 난민 수용소 등의 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으로의 난민 이주나 정착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난민이나 이민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유럽에서 수용 가능한 난민과 이민자의 적절한 규정과 설정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은 유럽 주요 국가의 총선이나 국내 정치에서 극우정당의 발현이나 강세 현상과 추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교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한국 사회에서 난민 사태나 난민 문제는 매우 낯선 사회 현상의 하나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대사부터 한민족도 강제 이주의 역사는 오랜 역사성을 갖는다. 주몽에 의해 건국한 고구려나 백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구려 유민이었던 대조영이 건국한 발해 등의 역사를 보면 강제 이주를 통한 한민족의 국제 이주는 오랜 역사를 갖는다. 주변국의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 이주의 역사는 삼국 시대와 고려 그리고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사할린 동포의 강제 이주로 발생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이나 하와이 한인노동자, 그리고 일본의 재일동포 등이 이러한 강제 이주에 의한 근대적인 사례다. 해방 이후에도 6·25 전쟁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 피란민이나 미주와 다른 지역으로의 이민 등이 발생했지만 외국인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외국인의 난민 신청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정치적 이유와 종교 등의 요인으로 연수백 명의 난민 신청이 발생하는 난민 보호국이 됐다.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국의 난민 현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6년 이후 증가폭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으며, 난민의 국적도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나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국민의 난민 신청의 증가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관련 국민의 난민 입국 상황 등은 한국 사회의 난민 문제나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내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단일 민족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만이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에 비춰 최선의 방향성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나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의 난민 신청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위치와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의 범위와 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초정밀·대규모 위치 인식
XR 몰입감 높인다김성민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최근 김성민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 연구팀이 초정밀·대규모 사물인터넷(IoT) 위치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번 연구성과인 초정밀 위치 인식기술로 사물인터넷 기기와 로봇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종하고, 나아가서는 초실감형 XR(확장현실)과 초정밀 스마트팩토리 등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연결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김 교수 연구팀은 무전원 태그를 통해 160미터 장거리에서 7밀리미터(5미터 단거리 0.35밀리미터)의 정확도와 1천 개 이상의 위치를 동시 인식하는 초정밀·대규모 사물인터넷(IoT) 위치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연구진이 최초 개발한 무선 태그는 그 신호가 방해 신호와 주파수 영역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신호의 질을 100만 배 이상 향상시킨다. 해당 기술을 접목하면 XR에서 다량의 사물인터넷을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등 몰입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또한 1천 개 이상의 태그를 0.5초 이하에 동시 인식할 수 있어 수많은 기기를 실시간 조작할 수김성민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은 개발된 밀리미터파 후방산란 태그를 로봇에 부착해 움직임 추적 실험 진행했다. 사진=카이스트
있다.
이 기술은 현존하는 실내외 위치인식 기술 중 작동 범위, 정확도와 규모에서 성능이 월등하다. 특히 최신 실내 측위 기술인 차세대 무선기술(UWB, Ultra Wide Band)에 비해 300배의 정확도, 10배의 탐지 거리, 100배의 확장성을 갖는다. 즉, 현재에 비해 훨씬 많은 기기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다. 또한, 실외 측위에 한정되는 GPS 위치 인식 기술과 달리 다양한 실내외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이번 기술의 태그는 스스로 무선 신호를 생성하는 대신, 주변의 신호를 반사해 통신한다. 마치 거울과 같은 원리로 신호 생성에 필요한 전력을 아낄 수 있어 초저전력으로 동작한다. 이에 태양전지 등 무전원으로 동작하거나 코인 전지 하나로 40년 이상 구동할 수 있어 대량 운용에 적합하다.이번 연구에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박사과정의 배강민 씨와 문한결 씨가 공동 주 저자로 참여했다. 성과는 모바일 시스템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 학술대회인 ‘ACM 모비시스(ACM MobiSys)̓ 2023에서 지난 6월 발표됐다.김 교수는 “이번 성과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체를 넘어 XR 등 민간에서도 포괄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물인터넷 상호적용 기술로, 전방위적인 위치인식 기술의 보급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 으로 보내주세요딸깍발이
나이 들어 고집 때문에 못 쓸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오래전 석사 과정 때 어느 교수님의 종강 파티에서 겪었던 일이다. 처음으로 먹었던 코스요리였던만큼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고량주 몇 잔 마신 교수님 왈,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져서 못 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고량주에 취해서 혼미한 상태였지만 그 말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와 덕이 늘어서 동화책 산신령처럼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집이 늘다니…. 게다가 센 고집 때문에 몹쓸 사람이 아니라 못 쓸 사람이 된다고?
이제 당시 교수님 나이에 근접해가니 얼마나 고집이 늘었는지, 또 그 고집 때문에 얼마나 못 쓸 사람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근심스럽게도 그 징후가 도처에 보인다.첫째, 점점 협상의 기술이 떨어진다. 일이나 인생에서 남과의 협상은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늠하는 일인데, 버려도 되는 것에 쓸데없이 집착한다. 그리고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젊은 시절 이상주의에 불과하다는 핑계로 타협해버린다. 지켜야 할 것을 고집하고 버려야 할 것은 타협해야 하는데 말이다.
둘째, 과학적 음모론에 취약해진다. 학식이 높을수록 음모론을 분간하는 능력이 더 좋아져야 할텐데 오히려 과학의 외양을 쓴 음모론에는 더 쉽게 빠져든다. 전문가란 가장 좁은 범위의 일에 대해 가장깊이 아는 사람이라는데, 자기 분야를 넘어서는 순간 일반인보다 더 그럴싸하게 논리의 비약을 자초하고 또 그걸 옳다고 고집한다.셋째, 새로운 것이 점점 불편해져서 하던 대로 한다. 초짜일 때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데, 경험이 쌓이니 검증된 방식으로만 일하고 입증된 성과로만 판단하려고 한다. 익숙하고 편해서 고집하는 거면서 오랜 경험과 지혜라고 정당화한다.(정작 사소한 데서는 새로운 걸 더 찾는다. 회의용 도시락이나 식당은 기를 쓰고 새 걸 찾아본다.)20년 후에는 주위를 돌아보면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세상이 된다. 정부나 개인한테나 은퇴 후의쓸모는 국가의 존립과 개인의 인생이 걸린 존재론적 고민이다. 그런데 예전 교수님처럼 지식과 덕망이 높은 분조차 나이 들어 센 고집으로 못 쓸 사람이 될까 걱정하고, 나 자신을 돌아봐도 못 쓸 사람이 될 징후가 널려있는데 세 명 중 한 명이 고집이 세어 못 쓸 사람이 된다면.
대통령, 기업 회장, 대학 총장, 단체장 등 리더들이 고집이 세어진다. 일관성과 추진력을 가지고 일을 밀어붙이는 능력은 산업화와 절대빈곤 극복처럼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합의와 공통된 방향으로 나아가던 압축성장 시절에는 매우 유용했다. 지금처럼 바람직한 사회와 소망하는 미래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사회에서 그건 반쪽짜리 리더십에 불과할 것이다.나이가 들어서 못 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타협을 통해 지킬 것을 지키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현혹되지 않고, 불편한 새로움을 적재적소에서 맞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한번에는 안될 일이고,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해야 적어도 나이 들어 못 쓸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제공=리움미술관
갤러리 초대석
「친숙한 고통 #5」김범, 2008, 캔버스에 아크릴, 83X57.5cm.왼쪽 위에서 입구를 찾는다. 눈으로 길을 찾다 헷갈려 손가락을 든다. 이리저리 꺾으며 출구를 찾아 헤맨다. 거듭 막다른 길로 몰려 모든 길이 막힌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쯤 슬쩍 출구부터 길을 찾아 연결해본다. 입구부터 출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을 찾아낸 후 그제야 눈을 뗀다. 그것이 피곤한 과정인 줄 알면서도, 미로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질주를 멈출 수 없다. 단숨에 미로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있다. 눈을 돌리는 것이다. 미로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해법을 코앞에서 숨긴다. 무수한 벽뿐 아니라 미로 자체가 하나의 벽이 된다.김범은 아이러니한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전한다. 그의 다른 작품 속에서 배는 바다가 없다고 배우고, 망치는 임신을 한다.「바위가 되는 법」에서는 김범이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12월 3일까지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독학자의 삶을 즐기는 마음으로독학자의 자세로 대학원에 다녔다. 대학원 입학 첫 학기에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므로 필자는 자연스레 모든 강의를 비대면으로 들었다. 조교 일로 출근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세 학기 가깝게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과 행사도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않아 원우를 만날 기회도 없었다. 학계에 속해 있어야 하고, 논문과 학회 등 여러 활동을 해야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선배도 만나기 힘들었다.
학위논문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할 원우나 선배도 없이 지낸 데다가 학위논문 주제로 선택한 인터넷 밈은 국내에 선행연구가 거의 없는 분야였기에 참고할 문헌도 찾기 어려웠다. 해외 논문도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치우쳐 있었다. 영화학과 매체학, 후기구조주의 등으로 인터넷 밈을 연구한 나와는 방향이 달랐다. 인터넷 밈과 담론 사이의 거리감이 큰 나머지 “과연 이 연구를 진행해도 되는가”를 계속 자문했다. 독학자로 살아남아야 했다. 저만의 세계관에 갇혀버리게 되는 독학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나 자신을 숱한 실존적인 질문에 빠뜨리면서 자유와 방종, 몽상과 고독 사이에서 연구를 이어갔다.이 글을 쓰기 전까지 오랜 시간 망설였다. 나 같은 독학자를 학문후속세대라 부르기에는 자격이 미달이기 때문이다. 우선 연구자로 활동한 적도 학회에 참가한 경험도, 해외 논문을 번역하거나 논문을 투고한 경험도 없이 석사를 졸업했다. 일 년 가까이 학위논문을 지도할 교수님도 못 구한 채로 갈팡질팡 헤매다가 겨우 학위논문 심사를 통과했다. 석사 논문을 쓰는 도중에 연구자로의 재능도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학술적 글쓰기가 버거운 데다가 형편과 건강도 엉망진창이었고 함께 고난을 견뎌낼 친한 동료 연구자도 없었다. 유학을 하기에도 어학 능력이 부족했다. 학위를 따도 하염없이 시간강사 생활을 전전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주위 친구가 농담으로 “이왕 가는 김에 박사도 할 거야?”라는 질문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도 대학원은 괴롭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여러 분야를 헤매며 방황했어도 나중에는 기어이 쓸모가 있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나 같은 독학자가 대학원 곳곳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학위를 자격증으로 여기고 온 이도 있을 것이고 사회생활로부터 도피하고자 대학원에 온 이도 있을 것이다. 연구자의 사명을 지니고 온 사람이 오히려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앞서서 이야기한 두 가지 이유에 다 속한다.인터넷 밈에 관한 선행 연구와 비평이 거의 없으므로, 서둘러 인터넷 밈 비평이라는 미개척지를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취업 전선에서 허덕이는 친구를 보고 사회생활이 두려운 것도 한몫했다. 대부분이 대학원을 수단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마저도 독학자 중 일부라는 것이다.독학자의 대부분은 공부 중독자일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지금 대학원에 가는 학생은 어리석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학계에 진입하는 데에 어느 정도 요구되는 선행 담론이 있고, 이를 선행 학습하기에도 벅차다. 우선은 학계 밖에서 여러 아카데미가 활성화되는 실정이기에, 대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거기서는 연구자의 사명을 지니지 않더라도 학계에 속하지 않더라도 즐기기만 해도 어느 정도 목적은 충족된다. 학비를 마련하기에 여러 힘든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도 굳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무모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만 대학원에 간 독학자는 대학원을 이야기하는 데에 거의 배제된 존재나 마찬가지다. 학계에 속하지 않았지만, 아마추어보다 프로에 가까운 그들은 논문이나 학회 등 연구 성과를 드러내지 않는 한 어디를 가든지 독학자일 수밖에 없다.중요한 건 즐겜(즐겁게 게임)하는 마음이다. 오타쿠는 보통 하나의 장르만 덕질하지 않는다. 그 장르에 뒤엉킨 여러 분야를 넘나들려는 초학제적인 열정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기에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들이다. 즐거움에 기반해 있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기반해 있는 것이 아니다. 논문이나 학회 등이 아니더라도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원우의 목소리가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는 세간의 말마따나 덕후가 대학원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경수
연세대 비교문학협동과정 석사 졸업석사 학위 논문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야인시대> 밈 이미지에 대한 매체적 연구』을 썼다. FM 청년 영화평론가상로 등단했으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영화 전문 매체< Coar>, <여성동아>에서 콘텐츠 관련 비평을 연재 중이다,
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㉒
돌다리만 두드리면 기술 혁신 못한다자전거 가게를 하는 형제가 있었다. 자전거를 만들면서 기어와 체인, 구동축과 같은 것을 공부해 가며 기존의 것을 베껴서 만들어보기도 했고, 새로운 모양새로 개선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형제는 ‘하늘을 나는 물건’을 만들고 싶어서 애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커다란 연을 만들어서 무작정 날려보았다. 다음에는 모형 비행기인 ‘글라이더’를 만들어서 해변가에서 띄워 보았다. 그들은 비행기 날개의 형태에 따라서 비행기의 뜨는 힘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고, ‘풍동’을 만들어 날개 실험을 시작했다. ‘풍동’은 팬(fan)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바람이 불도록 만든 통이다. 형제는 풍동 속에 200여 종의 갖가지 형태의 날개를 만들어 실험하기 시작했고, 계속된 실험 끝에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고 떠오르는 날개의 형상을 찾아냈다.
형제는 1903년 12월 키티호크 해변에서 세계 최초로 ‘플라이어 원(Flyer I)’이라는 동력비행기를 공중에 띄우는 데에 성공한다. 이쯤되면 이 형제가 누군지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의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 새뮤얼 랭글리(1834∼1906)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스미스소니언협회의 회장이었는데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항공기 연구에 몰입했지만 결국 이론적 배경은 없으나 수많은 시도로 승부한 라이트 형제에게 ‘최초의 비행’ 성과를 넘겨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졌다. 현재의 항공산업과 함께 항공역학과 같은 학문체계 또한 자전거 가게의 주인이었던 기술자, 라이트 형제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시간이 한참 지나 1970년대. 친구로 지냈던 다섯 살 차이의 동네 형과 아우가 있었다. 둘은 짓궂게도 미국의 전화회사인 AT&T에서 서비스하는 유료전화를 해킹할 생각을 했다. 당시 AT&T 사는 높낮이가 다른 두 음색 조합을 번호로 인식하는 DTMF(Dual-Tone Multi-Frequency)구조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전화교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상용화하여 서비스했다. 소리를 흉내내서 유료전화를 해킹하는 방법은 이미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스탠퍼드대 도서관을 뒤져서 AT&T가 개발한 기술자료를 찾아냈고, 이를 공부해서 디지털식 유료전화 해킹장치를 개발했다.그들은 유료전화 해킹에 대해 처음 알게된 ‘고마운 잡지(?)’ 속의 글 이름을 참고해서 이 장치의 이름을 ‘블루박스(Blue box)’라고 불렀다. 이 형과 아우의 이름은 워즈니AT&T 장거리 유료전화의 디지털 해킹장치 블루박스. 사진=위키피디아
악과 잡스, 바로 애플의 창립자이다. 후에 스티브 잡스는 10대 청소년 2명이 조립한 고작 100달러짜리의 디지털 장비가 AT&T와 같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이디어의 구현에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디지털 기술’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추후 애플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라이트 형제와 워즈니악-잡스 콤비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아쉽게도 현재의 한국인에게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나치게 연역적인 방식을 취한다. 즉,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부터 다음 단계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식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위험 관리에 익숙한 이러한 방식은 이미 이론적 체계가 탄탄히 잡혀 있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얼마간 해보았던 것을 따라잡는 데에는 유효하다.하지만, 아무도 접근해 보지 못했던 처음보는 문제의 경우에 지나친 연역적 접근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과감한 시도보다는 그 주위의 안전한 영역을 빙빙 돌며 방관하는 자세를 유도할 수 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데에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고, 근거가 있을까? 이유나 근거는 ‘과감한 시도’가 있고 나서 그 결과로서 성공이나 실패가 나타난 뒤에나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잘 분류하여 정리해 놓은 갖가지 학문을 차례차례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행위도 의미 있겠지만, 때로는 간절히 원하는 혹은 그저 재미있어 보이는 무언가를 찾아 무심코 한 발을 내디뎌 본 후, 필요한 배울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보다 진정한 ‘학습경험’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필자와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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