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할 지식은 유튜브에…강의실에선 반도체 부수며 생생한 실습
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㉗
윤창민 한밭대 교수반도체 패키징 작업을 하는 삼성전자 TSP총괄에서 2년 8개월 재직하다가 국립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에 임용된 후 맞닥뜨렸던 상황이다.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해보니 그들 중 상당수는 반도체 회사가 화학공학 관련 지식을 가진 지원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필자도 처음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과정을 거쳐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게 됐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화학과 반도체가 관련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훨씬 회사에 적응하기 수월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책임급 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반도체에 관해선 기초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에 매일 반도체 패키징에 관한 공부를 했다. 그리고 공부하며 반도체 공정에는 정말 많은 화학공학과 화학 관련 지식이 필요하고 회사 안에는 생각보다 관련 전문가들이 많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필자는 학생들에게 “반도체는 화학!”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반도체 관련된 화공디스플레이공학을 배정받았기에 해당 과목에서 반도체의 기본 원리와 반도체 패키징에 대해 학생들에게 강의하며 반도체 관련 지식과 더불어 취업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했다.
토론하고 쪼개도 보는 반도체의 수업처음에는 대학에서 수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교내 교수학습센터에서 연 교수법 관련 강의를 참고했다. 이후, 다양한 교수법 중 팀 기반학습법과 토론중심 학습법을 적용하여 ‘화학공학과의 반도체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필자는 카이스트 내 나노종합기술원의 반도체 일자리양성사업에 강의위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어, 본 수업을 이론과 실습이 어우러지는 학과 내 ‘미니 반도체 일자리양성사업’으로 만들고자 했다.우선, 팀 기반학습법을 선택한 이유는 팀을 이뤄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회사와 직군을 조사하며 상호 간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팀들이 수행한 과제를 수업 종료 15분 전에 공유하도록 했고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을 학기 내내 유지했고 반도체 패키지의 정의, 제조 공정, 적용 소재들에 대해 학생들이 논의하고 해답을 찾도록 했다.그 결과 반도체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성공적으로 증가했다. 학생들의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도는 취업 상담 건수와 강의평가 결과를 통해 가늠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학생들이 반윤창민 교수는 반도체 패키징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강의 콘텐츠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왼쪽 사진)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실습을 중심으로 하고 암기가 필요한 내용은 언제든 학생들이 찾을 수 있도록 유튜브를 활용했다. 실습 시간에 윤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패키지를 쪼개며 불량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오른쪽 사진) 사진=윤창민
도체와 관련된 지식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반도체 후공정 연구실’에 관련 강의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또한, 필자는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패키지를 쪼개보고, 갈아보고, 분석할 수 있는 두 번의 실습 시간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실습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 반도체 패키지를 분석해 불량의 원인을 유추하도 록 했다. 아울러 팀별로 반도체를 분석하며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과제를 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패키지를 보호하는 고분자(EMC)의 표면에 강한 외력을 가한 뒤, 고분자를 제거했을 때 칩의 표면에 파손이 발생했는지를 물리적·화학적으로 분석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실습을 위해 필자가 직접 실험 시범을 반복해 보여주었고, 학생들은 이를 신기해하며 분석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재미있게 실험을 수행했다.강의 종료 후 몇몇 학생들은 강의평가에서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너무 생소했지만, 반도체 분야로 취업할 때 직접적으로 많이 도움이 될 만큼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직접 반도체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다”, “실제 회사에서 의 경험과 실제 공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의견이었다.
수상, 미래, 그리고 취업필자는 좋은 수업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수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객관적 성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업과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우선, 첫 번째로 본 수업에 참여했던 대학원생 조교가 해당 수업의 수기를 작성해 교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해당 수업을 통해 필자의 연구실에 학부연구원으로 들어온 학생은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반도체 CMP용 슬러리의 제조’라는 주제로 국제화학공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수상도 했다.
윤창민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2021년 한밭대학교에 부임한 뒤, 다양한 기능성화학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2년에 우수연구자, 우수교수상, 밀착형 충실교육 우수상의 3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삼성전자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관련 다양한 강의, 자문 및 면접위원으로 나노종합기술원, 한국기술교육대 교육원, 대전시 협의체 등에서 활동 중이다.
사립대 강사료 시간당 5만6천원
2023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사립대 강사료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학기 일반 사립대 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5만6천500원으로 작년보다 100원 인상됐다.교육부와 대교협은 ‘2023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2023년 1학기 일반대 강사 강의료 평균은 시간당 6만8천600원으로 작년보다 1천100원(1.6%)올랐고, 국공립대 강사 강의료 평균은 시간당 9만1천200원으로 작년보다 1천700원(1.9%) 상승했다. 하지만 사립대의 시간당 강의료는 국공립대보다 3만5천원 낮은 5만6천원이었다.수도권 대학 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6만200원으로 작년보다 500원, 비수도권 대학 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7만4천700원으로 작년보다 1천400원 올랐다.전문대 강사 강의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3년 1학기 전문대 강사 강의료 평균은 시간당3만2천400원으로 작년보다 40원 줄었다. 공립 전문대의 강사 강의료 평균은 4만6천 원으로 전년보다 1천500원(3.5%) 올랐고, 사립 전문대는 3만1천900원으로 전년보다 10원 줄었다.
한편, 대학과 기업이 함께 채용연계형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계약학과’는 늘어났다. 올해 일반대 계약학과 수는 237개로 작년보다 3.9% 증가했고, 학생 수는 8천 299명으로 작년보다 3.5% 늘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수는 44개로 작년보다 24.1% 감소했고, 학생 수는 2천 436명으로 작년보다 19.3% 감소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수는 170개로 작년과 동일했고, 학생 수는 4천 746명으로 작년보다 5% 감소했다. 혼합형 계약학과 수는 23개이고, 학생 수는 1천 117명이었다.코로나19의 완화로 원격강좌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22년 일반대 원격강좌는 3만8천769개로 2021년 대비 77.1% 감소했다. 수강인원은 267만 명으로 2021년 대비 65.3%가 감소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국립대·공립대 통합도 법으로 명시 추진
김형동 의원, ‘국·공립대 통합 지원법’ 발의
국·공립대가 다른 대학에 흡수되거나 새로운 국·공립대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공립대 통·폐합 기준은 대통령령을 따르도록 했다.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시 예천군)은 ‘국·공립대학 통합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달 21일 발의했다.발의된 법안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통합대학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장학금·인건비와 교육용·연구용 시설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공립대 통합 시 통합 국립대에 대한 공유재산 양여 근거와 통합 공립대에 대한 국유재산 양여 근거도 명시했다.
해당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광역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립대와 도립전문대 등을 중심으로 학생 미충원 문제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이 마련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지정에 선정된 안동대·경북도립대가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근래에 국립대와 도립대의 통합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더 있기도 했다”라며 “국립대와 공립대 간 통합에 있어서 그간 법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어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대학교수들, ‘나는 교육자’ 인식 높아
수도권·조교수·30대는 연구자에 더 무게
대학교수가 스스로를 연구자로 인식하기보다 교육자로 인식하는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비수도권 대학, 교육과 예체능 계열, 비전임 교수, 비정년 트랙, 석·박사학위 소지자, 50대와 60~65세의 경우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자로서 정체성은 수도권 대학, 조교수, 학내 보직이 없는 교수, 박사학위 소지자, 30대에서 높게 드러났다.한국교육개발원(KEDI)은 ‘대학교원의 배경에따른 정체성 차이 분석 결과’를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해당 결과는 2022년 수행된 「대학의 교수·학습 질 제고 전략 탐색 연구」에서 대학교원의 역할 정체성과 교수·학습의 관계에 대해 분석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연구진은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는 몇몇 종속 변수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학이 교육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여러 인센티브 제도가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엥?
책을 통째로 스캔한다고?그거 불법이야!콘텐츠의 불법복제와 전송으로 우리 콘텐츠의 미래를 망치지 말아주세요학과 원칙도 폐지…대학 운영 자율화
일반대 온라인 학위과정도 자율화
이동수업 등 ‘학교 밖 수업’ 제도화▶1면에서 이어짐수업시수 기준 폐지와 함께 이번 개정에서는 학과·학부 원칙도 폐지된다.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학교 조직 규정 자체가 사라진다. 대학이 학과·학부의 테두리를 넘어 융합학과, 자유전공, 학생 통합 선발 등 자율적으로 학교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시행령’에도 이미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학과·학부 조정에 관한 조항이 포함됐는데도 이번에 전면개정까지 한 배경에 대해 김홍순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 과장은 “대학 현장에선 원칙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있다. 이번 개정은 원칙을 변경해 사고의 틀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교육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학부·학과 원칙을 폐지하는 이유는 학교조직을 다른 형태로 유연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대학에 해당 규정이 사실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과·학부를 통합해 선발하는 곳은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카이스트(전체 통합선발), 한동대(전체 통합선발) 등이 있다.아울러, 교육부는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학술학위와 전문학위로 구분하되, 그 종류와 표기 방법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학위의 종류와 표기 방법은 이전까지 교육부령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학생의 전공선택권도 확대된다. 그동안 1학년 학생은 전과가 완전히 배제됐고, 2학년 이상 재학생은 첨단학과·융복합 학과(전공) 등 신설학과로의 전과가 제한됐다. 앞으로는 1학년 학생에게도 전과가 허용되며 신설 학과(전공)로의 전과도 가능해진다. 진로변경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학의 진로상담 등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의학과·한의학과·치의학과와 수의학과를 포함한 의대 계열의 교육과정은 이전까지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운영했으나, 교육과정 운영을 대학이 학칙으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한편,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장제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학교 밖 수업 제도화나 공동교육과정 확대 등 핵심 과제들이 포함돼 있어 대학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개정으로 인해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통계와 평가 기준 등 사실상의 규제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이번 시행령 개정은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인 운영을 통해 지역과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자율화한다. 교육부는 ‘대학 등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을 개정해 모든 분야에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하고 교육부의 사전승인도 폐지한다.
지방전문대 성인학습자 정원외 선발 제한 폐지국내·외 대학과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한다. 대학들이 강점 분야를 연계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외 고등교육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사전승인 없이도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에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국내대학 간 고등교육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2분의 1 이내)도 대학 간 협약을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학교 밖 수업도 자율화한다. 그동안 학교 밖 수업은 요구가 많았으나, 교외 편법 학습장 운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앞으로 수업을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구분하고 사전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편법 학습장 운영 방지를 위한 요건은 마련할 계획이다. 이동수업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본교 출석이 곤란한 대상으로 운영하되, 그 대상을 장애인·국가대표 선수·군인 등으로 한정한다.또한, 교육부는 협동수업 제도를 신설해 산업체·연구기관 등의 시설·장비·인력 등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통한 학교 밖 수업을 허용한다. 이 경우 학점인정 범위를 졸업학점의 4분의 1로 제한할 계획이다. 협동수업을 허용하더라도 대학이 캠퍼스 외의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한다. 수도권대학이 지방에, 지방대가 수도권에 학습장을 개설하고 이를 전제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산업체의 석·박사 인력 수요 충족을 위해 산업체 위탁 교육도 석·박사과정까지 확대한다. 산업체 위탁 교육은 이전까지는 학사과정까지만 운영이 가능했다.
또한,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상향하고, 지방대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 가능 인원도 확대한다.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성인학습자가 원활하게 교육받을 수 있게 비수도권 전문대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도 폐지한다. 또한, 전문대 학위심화과정의 입학자격 중 재직경력 요건을 1년에서 9개월로 완화해 계속적인 직업교육 여건도 조성한다.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해 대학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했던 ‘고등교육법’ 전면개정은 현재 정책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오는 8월에 초안이 나올 예정이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전국 52개 대학, QS 세계대학평가 불참 선언
“QS랭킹, 비영어권 국가에 불리”
▶1면에서 이어짐지난달 28일 QS는 ‘2023 세계대학평가’를 발표했다. 한국대학 43개 중 31개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중앙대(-102위), 이화여대(-152위), 한국외대(-165위), 동국대(-190위) 등 100위 넘게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컸다.한국대학랭킹포럼은 QS랭킹이 올해 기준을 갑자기 대폭 바꾸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바뀐 기준의 불합리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특정 대학의 하락보다는 한국 대학 전체 랭킹의 큰 폭의 하락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새로운 방법론이 충분한 예고 없이 적용돼 기존 방법론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 대학에 큰 타격을 줬다”고 입장을 밝혔다.전국 52개 대학이 QS 세계대학평가 보이콧에 나서며 가장 심각하게 문제를 삼은 것은 다른 해외 대학과의 연구협력 관계를 평가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다. 이 지수는 ‘연구협력 국가의 수’를 ‘공동연구 협력기관이나 대학의 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양질의 국제적 공동 연구가 가능한 국가의 수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이후부터는 분모인 공동연구 협력 기관이나 대학의 수를 줄여야만 점수가 올라가는 기이한 공식”이라는 것이다. 국제공동연구를 하는 국가 수가 동일하다면, 해당 국가 내에서 공동 연구를 하는 파트너 기관이나 대학의 수가 늘어나거나 국제공동연구가 확산될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취업률(Employment Outcome) 지표도 영어권 국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포브스지·타임지 등과 같은 유명 영미권 언론에 대학 동문이 일하고 있으면 가점을 주는 등 비영어권 대학에 불리한 방식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지속가능성도 정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적으로 적용돼 점수가 일관성을 알기 어렵다고 했다.QS 세계대학평가는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쿼커렐리 시먼즈’에서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대학 순위로, 1994년부터 시작됐다. 올해 평가에는 1천500여개의 대학이 포함됐다.QS랭킹 불참 선언 52개 대학은 다음과 같다.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가톨릭대, 강남대, 강서대,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대진대, 동국대, 방송통신대, 부경대, 부산대, 삼육대, 서강대, 서경대, 서울과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신학대, 서울여대, 성결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영산대, 울산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천대, 인하대, 중앙대, 총신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국공학대, 한국외대, 한국체대, 한국항공대, 한라대, 한림대, 한신대, 한양대, 홍익대.신다인 기자 shin@kyosu.net2023-24 QS 세계대학평가 순위
국내등수 구분 월드랭킹 작년 랭킹 비교
1 서울대 41위 ▼12위2 카이스트 56위 ▼14위3 연세대 76위 ▼3위4 고려대 79위 ▼5위5 포스텍 100위 ▼29위… … … …13 중앙대 494위 ▼102위14 이화여대 498위 ▼152위17 한국외대 575위 ▼165위19 아주대 631-640위 ▼143위20 동국대 671-680위 ▼190위21 인하대 691-700위 ▼160위22 전북대 721-730위 ▼170위23 울산대 751-760위 ▼190위24 가톨릭대 781-790위 ▼287위25 건국대 801-850위 ▼150위26 전남대 851-900위 ▼100위27 충남대 851-900위 ▼100위28 한림대 901-950위 ▼330위29 성신여대 901-950위 ▼310위30 서울시립대 951-1000위 ▼150위31 영남대 951-1000위 ▼150위33 단국대 1001-1200위 ▼250위39 제주대 1201-1400위 ▼200위41 숙명여대 1201-1400위 ▼200위출처=한국대학랭킹포럼지난달 28일 발표된 QS ‘2023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대학 43개 중 31개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19개 대학은 순위가 100위 넘게 하락했다.
“라이즈, 수도권까지 확산…글로컬대학 같은 특별지원 추진”
2023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1면에서 이어짐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만난 대학총장들은 주로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에 대해 질문했다. 글로컬대학에 미선정된 대학에 대해 이 장관은 “재정지원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곳만이 아니라 라이즈 체계를 통한 혁신지원 사업도 있다”며 미선정된 대학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혁신이 시작돼 지역의 호응이 있으면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집중돼 고등교육 재정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미선정된 대학들도 유형별로 지원하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저희가 혁신기획서를 보면서 하나하나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박종태 인천대 총장은 경인지역이 서울과 묶여 수도권으로 포함돼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경인 지역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경인지역에는 소규모 대학이 많지만, 수도권에 포함돼 교육부 사업에서 홀대를 당하고 있다”며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경인지역 대학도 포함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라이즈의 경우 2025년에 전국으로 확산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경인지
역도 라이즈체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라이즈 체계가 수도권까지 확산되면 수도권 지자체도 글로컬대학30과 유사한 특별지원 방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지자체장과도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성태 원광대 총장은 글로컬대학 선정이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에 유리한 방향으로 검토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 장관 대신 답변을 한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예비지정된 대학들의 경우에는 통합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정책관은 글로컬대학 지정과 관련해 국립대와 사립대, 규모별 안배에 대해서는 “이같은 요구가 왜 나오는지 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과감한 혁신이었는지를 평가했기에 대학에 어떤 트랙에 있었든 평가에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전북대학교
변화와 혼돈의 대전환 시대
한국 교육 변혁의 길을 찾다!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위대한 교육자의 삶과 교육사상을 탐색하다우리 교육의 위기를 이해하고 미래교육의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적 삶을 위한 실천, 이론화에 기여한 교육사상가 11인의 삶과 철학에 대한 탐색. ‘이론적 실천가’, ‘실천적 이론가’를 지향하는 저자들은 ‘시민 강좌’를 통해 활동가는 물론 우리 교육의 능동적 생산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담론을 제시한다.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지음 | 424쪽 | 23,000원선생님, 제주 4·3이 뭐예요?
제주 4·3의 진실을 말하다섬 전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학살의 현장왜 제주 4·3은 현재진행형인가? 1947년 3·10 민관 총파업은 왜 일어났을까? 왜 1948년 4월 3일 한라산에서 봉홧불을 올렸을까? 제주의 역사적 비극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당당한 비극이다. 저자는 지금, 제주공동체가 대동단결했던 그때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한강범 지음 | 308쪽 | 18,000원비판 정신과 인문학으로 ‘내일’을 말하다!
레프 비고츠키
발달에 대한 과학적 문제인식을 최초로 제기한 문화심리학자 비고츠키를 전기로 만나다르네 반 데 비어 지음 | 배희철 옮김 296쪽 | 21,000원왜 지속가능한 디지털 공동체인가
불안하고 고단한 사회의 풍경, 그 속에서 우리 삶은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현광일 지음 | 280쪽 | 17,000원인격과 세계관
세계관은 어떻게 인격이 되는가? 인격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고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는가?레프 비고츠키 지음 | 비고츠키연구회 옮김 376쪽 | 22,000원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
세계시민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로 ‘사람, 번영, 환경, 평화, 협력’을 만나다변지윤 외 지음 | 328쪽 | 19,000원왜 체게바라인가
쿠바 의료를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민중과 함께 승리한 체 게바라, 그의 길에서 r배려의 의료s와 r새로운 교육s을 만나다송필경 지음 | 320쪽 | 19,000원비고츠키 아동학과 글쓰기 교육
함께하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깨우친다한희정 지음 | 300쪽 | 18,000원혁신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필독서
*근간
선생님, 평가 어떻게 하세요? 성열관 외 지음세계의 혁신대학을 찾아서 안문석 지음어떻게 어린이를 사랑해야 하는가 야누시 코르차크 지음소박한 자율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 박홍규 지음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 노성태 지음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교육
전화 02-3141-6553 | 팩스 02-3141-6555 | 이메일 gwang80@hanmail.net | 블로그 http://blog.naver.com/dkffk1020데이터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공공성은 멀고 개인만 남았다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㊹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지형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미디어 생산과 이용 주체가 분리됐던 환경에서는 개인의 비판적이고 효율적인 미디어 이용이 중요했다.
지금은 개인이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생산에도 동원되는 단계다.생산해낸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는 환경에서 다른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자. ‘사흘 논란’(대체로 MZ라는 상상의 집단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되는)에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10대의 학력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상황에도, 때론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의 해결책에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등장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국정과제가 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보통 명사가 됐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등 같은 듯 다른 표현이 넘쳐난다.
리터러시는 말 그대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미디어를 잘 읽고 이용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를 통해 자기표현을 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과거에는 콘텐츠 해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미디어가 도구가 아닌 공간화된 시대에 미디어화된 환경과 맥락을 이해하며 개인·사회와 소통하는 능력으로까지 확대됐다.미디어 활용 넘어 ‘미디어 환경’ 바로 보기
사실 이런 능력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다.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현재 1만 자로 확대)이 우리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틱톡의 짧은 동영상 문법이 표현의 수용 범위를 바꾸면서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근거와 설명이 없는 두 단어의 조합이 대통령 선거의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것이 일부 집단에서 힙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미디어 콘텐츠와 형식의 관계, 그리고 개인의 인식과 사회 전체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온라인 수업,
디지털화된교육환경아는사람모르는사람디지털셰어런팅,스마트폰관리감시앱개인 데이터(행동, 생체인식 등)광범위한수집저장이용판매AI주민등록번호(프라이버시 인식부재)(아동·학생의주체·인권 부재)한국 아동·청소년의 프라이버시 위협 요인을 설명한 것이다.
중학교 정보교과 내용 체계
영역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
정보문화정보사회정보사회는 정보의 생산과 활용이 중심이 되는 사회이며, 정보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정보사회의 특성과 진로 탐색하기분석하기실천하기정보윤리 계획하기정보윤리는 정보사회에서 구성원이 지켜야 하는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양식이다.개인정보와 저작권 보호사이버 윤리자료와 정보 자료와정보의 표현숫자, 문자, 그림, 소리 등 아날로그 자료는 디지털로변환되어 컴퓨터 내부에서 처리된다.자료의 유형과 디지털 표현분석하기표현하기수집하기중학교 정보교과를 통해 개인정보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해외와 달리 프라이버시 권리를 다루지 않고 법적 개인정보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출처=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되고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모든 사물이 디지털화되는 맥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당연히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경도하는, 그래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자원이 집중되는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도구적 수준에서 디지털 기술의 능숙한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조기 코딩교육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또한 허위정보 유통, 스마트폰의 과다 이용과 같은 미디어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육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기르기가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때 혐오 표현·허위 정보를 유통해 이윤을 챙기는 플랫폼의 사업모델과 공격적인 추천 등 다크 패턴 규제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이 교육을 받고 역량을 길러서 미디어를 잘 이용하라는 것이 핵심인 듯 하다.
정부 등 공적 영역에서 미디어 환경·구조를 바꾸려는 노력과 제도적 접근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강조는 립서비스일 뿐이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가깝다. 공영미디어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을 말하는 것은 대단히 공허한 일이기 때문이다.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활용 역량을 넘어 미디어 환경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기도 하다. 즉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개인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거칠게 말해 데이터 사회에서 ‘21세기 원유’인 데이터의 수집에 순응하며, 데이터 활용 기술을 익혀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향하는 것과 기업의 인간 행동 데이터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저항을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청소년 프라이버시 권리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교육을 하는 공공기관에 입사해 처음으로 책임연구를 맡아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청소년 프라이버시 권리를 위한 교육방안과 제도 개선 연구」(2021)를 냈다. 그간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논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프라이버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시민으로서 권리, 미디어 제도의 개선 등을 미디어 리터러시 논의와 연결시킨 연구이다. 데이터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에게 가해지는 프라이버시 위협과 침해 요인을 이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미디어, 학교, 가정 세 차원에서 분석했다. 이와 함께 프라이버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교육 방안과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소셜미디어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해 개인 데이터의 수집·저장·활용 등을 통해 행동 타깃팅, 자동화된 정보처리, 프로파일링, 의무적인 신원 확인, 정보필터링, 대중 감시가 일상화되어 있다. 플랫폼 기업은 배터리 잔량, 가족관계, 연인 유무 등 개인에 관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보유하고 있다.반면 개인은 플랫폼 기업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수집한 정보로 자신을 어떤 대상으로 프로파일링하는지, 프로파일링에 근거해 내보낸 맞춤형 정보가 자신의 의사결정, 관계, 인식체계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국민통제 시스템이자 개인의 정체성을 기호화한 주민등록번호의 과도한 이용에서 드러나듯 한국 사회는 프라이버시 개념도 희박하다. 더구나 아동·청소년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의 프라이버시는 의제화되지 못했다. AI스피커 ‘이루다’ 사건에서의 여성 혐오 표현은 널리 알려졌지만 14세 미만 아동 2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보호자 동의 없이 수집된 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정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아동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서 아동이 특정 지역에 들어가면 부모에게 출입 알람이 가거나 아동이 무슨 단어(이성, 학업 고민 등 검색)를 검색하는지를 부모가확인할 수 있다. 또 집안에 홈캠을 설치해서 부모가 실시간으로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고 개입하기도 한다. 가정에서의 일상화된 감시는 아동·청소년들은 인간으로서 성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학습 환경이 조성되면서 아동의 표정, 과제제출 여부, 가정 환경(줌의 배경) 등의 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공개된다. 에듀테크가 아동·청소년의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별다른 검토 없이 학교에 도입됐다. 문제는 국가교육이라는 대규모 시스템을 통해 이런 과정이 이뤄져서 거부도 어렵다. 에듀테크 기업이 수집한 학생 정보가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프라이버시를 위협·침해하는 학교와 미디어의 환경은 개인에 대한 교육과 함께 제도 개선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지형과 질문
연구가 끝날 즈음, 왜 한국은 해외와 달리 프라이버시가 아닌 개인정보 교육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는 개인정보 교육은 정보윤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2005년 헌법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 정보에 관한 권리를 명시했음에도, 중학교 정보 교과가 ‘권리’를 언급하지 않고 ‘정보윤리’라는 개념 하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중심으로 개인 정보 보호와 안전을 강조하는 지점을 연구에서 지적했다. 그런데도 그것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질문이었다.미디어 리터러시를 표방하진 않았지만 미디어 이용과 직결된 교육이라는 점에서, 알고리즘 이용의 보편화로 프라이버시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개인정보 교육 담론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가 작동하는, 사용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2000년대 초 정보윤리 담론이 인터넷의 확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개인의 규범 준수 요구와 개인에 대한 규제로 해소하려 했고, 이것이 학교에도 스며들었으며, 오늘날의 미디어 교육에서도 윤리와 책임의 이름으로 수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규범을 앞세운 교육에서 권리의 자리는 줄어들고, 개인 규범의 강조는 미디어 기업의 책임을 가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정보 교육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미디어 생산과 이용 주체가 분리됐던 환경에서는 개인의 비판적이고 효율적인 미디어 이용이 중요했다. 이제 그 단계를 지나 개인이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생산에 동원된다. 생산해낸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는 환경에서 다른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선임연구원
클릭베이트 뉴스 이용이 뉴스에 대한 인식과 이용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로 2019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거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확장해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 공공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입사한 후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뉴스 댓글 쓰기 경험이 뉴스 댓글의 상호작용 및 참여 효능감과 언론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 「유튜브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노동: 20, 30대 사무직 여성의 직장인 브이로그에 대한 탐색적 연구」, 「세월호, 국가, 미디어 :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세월호 보도에 나타난 ‘국가’ 담론 분석」(공저) 등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청소년 프라이버시 권리를 위한 교육방안과 제도 개선 연구」(공저) 등의 정책연구보고서를 펴냈다. 한국방송학회 김세은저널리즘상(2023)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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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학술 기본법 토론회
최근 유기홍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인문사회학술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유기홍 의원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이하 인사총)가 공동주최하고, 한양대 한국미래문화연구소에서 주관했다.유 의원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두 분야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법안의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기술적 대응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력, 종합적 사고력이 중요해졌다”라며 “인문사회적 역량의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인문사회는 그 자체가 존재 목적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을 위한 법제구축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지난 2009년 사라진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학과의 소속 교수는 폐과 이후 7개 학과를 전전하다 퇴임했다. 그만큼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은 대학 내에서도 소원한 셈이다.한 교수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지원을 뒷받침할 전문법령의 부재를 지적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전문법령은 「과학기술기본법」부터 「국제과학기술협력규정(대통령령)」까지 25개에 달한다. 또한 현재 교육청,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총 37종의 과학기술 분야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인문사회 분야는 「학술진흥법」 1개에 기대고 있으나, 인문사회 분야에 특화된 법령이 아니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지원할 전문법령이 전무한 형편”이라고 일갈했다.그래서 2021년 3월 「기초학술기본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한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법률과의 유사중복 및 연구현장의 우려 방지, 정책 수립·집행의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법 제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이후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차원의 절차가 더는 취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한 교수는 “인문사회는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존재 목적을 지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의 설치,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에 대한 공적 지원,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원(가칭)의 설립을 제안했다.학문후속세대가 사라진다
‘과학기술 대 인문사회’가 기울어도 너무 기운 운동장이라는 비판도 다시 제기됐다. 위행복인사총 대표회장(한양대 명예교수·중국문학)은 「인문사회 분야의 공적지원을 정상화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를 발표했다. 그는 “대학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와 교육 역량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학문 후속세대의 고갈을 염려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위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은 10년
“현재까지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지원 할 전문법령이 전무한 형편이다.”
-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대학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와 교육 역량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학문 후속세대의 고갈을 염려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대표회장
유기홍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인문사회학술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종합토론회 모습이다. 사진=인사총
째 여전히 3천억 원 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대 인문사회’ 연구비 점유율은 점점 더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이다. 한국연구지원통계(KRS) 학술연구 분야 분류별 연구지원 실적을 참조해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2020년 ‘91.2:8.8’, 2021년 ‘92.1:7.9’이다. 인문사회는 전체 연구비 중 약 8% 수준인 셈이다. 특히 연구비 수혜율을 보면, 자연과학이 57%, 공학이 52.8%이지만, 인문학은 10.2%, 예술체육학은 8%이다. 위 회장은 “빈약한 연구예산 배정과 낮은 선정률이 악순환을 빚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아울러, 인문사회계열 및 이공계열 전임·비전임 교원 수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인문사회 분야 전임 교원 수는 3만 2천365명, 비전임 교원 수는 7만1천912명이다. 인문사회 비전임 교원 수는 전임에 비해 2배가 넘는다. 반면 과학기술 분야 전임 교원 수는 5만 535명, 비전임 교원 수는 5만1천7명이다. 위 회장은 “인문사회 연구자들은 대학이 아니면 출구가 없다”라고 우려했다.분야별 연구소와 전임연구원 현황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전임연구원 충원율을 보면, 예술체육학이 전체 8개 분야 중 8위(0.19), 사회과학 분야가 7위(0.37), 인문학 분야가 6위(0.57)이다. 전임연구원 충원율은 연구소 1개소 당 연구원 수의 평균을 뜻한다. 이 때문에 위 회장은 인문학의 경우 “대학은 기본적으로 연구기관”이라며 “연구인력 유지 없이 어떻게 인문사회역량을 키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학과 사회적 수요 간 ‘미스매치’라는 지적은 연구 인력 유지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는 “대학의 연구와 교육 역량은 늘 적정한 규모로 유지돼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수시로 변하는 사회적·산업적 변화로 인한 요구에 대학이 탄력적이면서 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대학이 지식창출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위회장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 ‘학생인건비 사용기준’을 제시하며 “과학기술 분야의 박사과정 재학생은 월 250만 원 이상을 받지만, 인문사회 분야 박사과정 재학생은 25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없다”라며 “연구비 규모가 영세한 데에서 기인한 고육지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문화산업 승패 결정하는 ‘인문사회문화예술’인문사회학술은 문화산업의 근간이 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2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드라마 분야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기 요인 1위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31.6%)였다. 위 회장은 “문화산업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상상력과 통찰력, 감수성, 표현력 등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소양과 능력”이라고 강조했다.“인문사회학술은 공생과 공존의 성숙사회 구현의 토대이자 주동력원이며 구체적 실행의 플랫폼이다.” 이 외에도 △소프트 파워 신장과 국가브랜드 제고 및 국가경쟁력 강화: 역사와 문화 증진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는 국민들의 교양 증진: 편향된 알고리즘 극복 △지역소멸 문제 해결에의 기여: 경제(물류)와 함께 필요한문화의 흐름(문류) △문명대전환 시대에 올바른 대처: 팬데믹과 기후변화의 인류세 시대에 인간중심주의 벗어나기 △다문화사회의 순조로운 정착 등이 강조됐다.
위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공적지원을 법률화·제도화·정례화하고 민관의 관계망을 구축할 제도적 기반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학술정책을 수립하고 관장한 컨트롤타워 부서를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한편,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박인철 전국사립 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경희대 철학과)은 학문들 간 상생과 감성 측면에서의 교육(Bildung)을 강조했다. 황소연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강원대 일본학전공)은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콤플렉스 극복과 한국사회의 각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인문사회를 강조했다.김대건 전국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회장(강원대 행정학과)은 국가공동체의 현실과 지역 인문사회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백원담 HK연구소협의회 회장(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은 한국학을 주창할 수 있는 자기 담론과 포스트 지구화 담론을 역설했다.과학기술계 설득해야 가능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
지속가능한 인문사회학술을 위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관련 법안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유기홍 의원 등 11인, 2023년 6월 22일), 「기초학술기본법안」(강득구 의원 등 20인, 2022년 12월 8일), 「기초학술기본법안」(정청래 의원 등 10인, 2021년 3월 24일)이 이미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 세 법안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기초학술기본법안」(강득구 의원 등 20인)에만 무소속 2인, 정의당 1인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여당 의원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총선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자동폐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특히 과학기술계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기존 법률이나 과학기술 분야와 중복되는 기초연구 등에 대한 범위 규정에 대해 그동안 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사회는 다양한 의견만 제시돼 단결이 안 되고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사총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고사 직전인 인문사회 분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인문사회 학술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논리와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학기술계와의 직접적인 비교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원에 적정한 ‘비율’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기술 관련 법령이 과학기술 분야의 학술 발전을 위해 제정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도를 넘는 통제에 의한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인간의 노동 없으면 아무것도 생성 못한다”
▶1면에서 이어짐AI 위해 주변화된 ‘그림자·미세노동’ 우려생성형 AI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신현우 서울과기대 강사(<문화/과학> 편집위원)는 「인공지능 자본주의 프런티어 비판: 인지 자동화 시대 제3섹터 비인간 노동과 ‘탈중앙화 커먼즈’의 재구성」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인공지능 활동이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노동력과 결합해야만 한다.”
생성형 AI는 무언가를 쏟아내긴 한다. 신 강사는 “인공지능은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가속해 사회적 생산력을 증대시키고 있다”라며 “인공지능은 탈상품화된 노동력을 끊임없이 접속시키는데, 이는 광섬유와 뉴런 간의 신경망 분업과 헤테로메이션(그림자 노동이 포함된 새로운 형식의 자동화)으로 발전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출현하는 제3섹터인 비인간 노동은 자본가-노동자 간의 적대 자체를 비가시화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연대할 수도, 자본가들과 협상할 수도 없도록 만든다”라고 지적했다.AI를 구동하기 위한 인간의 노동은 가혹하다. 이광석 교수는 “지식 데이터 사출과 포획에 동원되는 뭇 인간들의 위태로운 정보 인권, 기계학습을 위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도시 청년과 남반구 빈민의 노동 인권 등에 대한 정밀 실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남반구 광물 채굴 노동 △반도체 부품 노동 △휴대전화 조립 노동 △성적·폭력적 영상 필터링 등 콘텐츠 조정 노동 △가상화폐 채굴 노동 △정보통신기술 지원 노동 △IT 실험실 청소 노동 △AI 사물 식별과 강화학습을 돕는 유령·미세 노동 등이 있다. 이 교수는 “가상자본을 떠받치는 이들 하류 노동의 구체적인 AI 노동 지형학을 그려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승우 한예종 교수(영상이론과) 역시 「AI 머신 비전과 새로운 사회 권력」을 통해 그림자·미세노동을 우려했다. 하 교수는 “현대의 자동화된 삶을 이끄는 것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아니라 주변화된 그림자 노동”이라며 “우리가 우선적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임노동의 소멸이 아니라 자동화 시대에 주변화된 미세노동의 증가”라고 비판했다.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어떨까?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영미문학 문화학과)는 「AI 시대, 번역가 종말론과 번역가의 과제」에서 AI 번역기로 수업한 경험을 털어놨다. 정 교수는 “번역 종말론은 완연한 대세가 되었다”라며 “글쓰기와 번역에 관한 한, 강단에 서는 이들의 실제적인 불안은 상상보다 더 크다”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AI 번역기를 활용해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시 한편을 직접 번역해보니 예상과 달랐다. AI 번역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정 교수는 “문학 번역은 기계의 영역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조건부 답인 “아직은 그렇지 않다”가 결론이라고 밝혔다. 언젠가 정말 혁신적인 AI번역기가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정 교수는 “단, 무엇보다 신속하게 변환해 내는 그 속도에서 다른 언어가 갖는 낯선 층위를 매우 빠른 속도로 해제하여 낯익은 언어로 바꾸어 폭넓게 보여주는 민주적인 확장 가능성은 혁신임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전국대학언론 기자학교가 열립니다
제30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 개최 안내● 기 간 : 2023년 7월 24일(월) ~ 26일(수)● 진행방법 : 온·오프 강의 병행● 대 상 : 전국대학 신문(영자)〮방송국 현직 기자● 참 가 비 : 대면 강의(20만 원), 온라인(18만 원)※ 대면 현장 강의는 선착순 30명● 접수방법 : 이메일(member@kyosu.net) 대학별 일괄 접수● 문 의 처 : 기획실 하영 실장(02-3142-4142)
15세기 조선 사람과 만나다
신동훈 지음 | 푸른역사 | 164쪽‘어머니하고 처하고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까?’ 단순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밸런스 게임’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조선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답은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사람들이 생각한, 어머니와 처자식이 물에 빠졌을 때의 이상적인 행동은 어머니를 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에서 효는 가장 중요했다.
어떤 죽음에도 당신의 책임은 있다
야코프 토메 지음 | 유영미 옮김 | 에코리브르 | 292쪽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단어는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을 그야말로 지속적으로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구에 거주하는 인간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 ‘기후 변화’란 단어가 ‘기후 위기’로 바뀌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은유가 바꾸는 세상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354쪽‘북클럽 은유’ 마지막 권이자 시리즈 3권인 이 책은 ‘은유가 바꿔온 세상, 은유가 바꿔나갈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인정하듯 언어가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이끌고, 학문을 낳고, 사회를 구성하고, 정치를 수행한다. 앞선 1, 2권에서도 줄기차게 증명했듯 언어의 기저에는 은유적 사고력이 깃들어 있다.만력야획편 (상) 1, 2, 3, 4
심덕부 지음 | 이승신·채수민 옮김 | 소명출판 | 1천964쪽이 책은 명대 초기부터 만력 말기까지의 전장제도, 인물과 사건, 전고와 일화, 통치 계급 내부의 분쟁, 민족 관계, 대외 관계, 산천지리와 풍물, 경사자집, 불교와 도교, 신선과 귀신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기술됐다. 명대 역사를 살피는 데 기본서로 꼽힐 만큼 치밀한 고증과 정확한 사료를 담고 있다.범주들·명제에 관하여, 입문
아리스토텔레스·포르퓌리오스 지음 | 김진성 옮김 | 그린비 | 320쪽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들』과 『명제에 관하여』 그리고 포르퓌리오스의 『입문』은 12세기 초반부터 삼부작을 이루며 구논리학(logica vetus)이라 불렸던 저술들이다. 그중 『범주들』과 『명제에 관하여』는 서양에서도 오랫동안 하나로 묶어 출판해 왔는데, 여기에 중세 서양에서 천 년 이상 논리학과 철학 입문서로 지위를 굳힌 포르퓌리오스의 『입문』을 더해 그린비 고전의 숲에서 한 텍스트로 선보인다.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아라이 유키 지음 | 배형은 옮김 | 'ㅁ'(미음) | 236쪽빈약한 언어가 축적될 때 사회는 왜 끔찍해질까? SNS에 넘쳐나는 이상한 말, 듣기 괴로운 권력자들의 말 속에 매몰된 우리 삶을 구원하는 새로운 언어를 고찰하다! 17개의 다채로운 테마를 바탕으로 짚어보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의 의미란? 잃어서는 안 될 말의 존엄이 여기에 있다. 말은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두길 천자문 : 중국의 역사, 선비의 일생
김세중 지음 | 민속원 | 376쪽『천자문』은 서언(緖言)과 결언(바치는 글)을 갖추고 그 중간 방대한 본문을 두길 서사로 요령 있게 구축했다. 서언이란 인간의 삶의 터전인 대자연의 탄생이다. 본문 ‘두길 서사’ 중 하나는 삼황오제터 위·진까지 중국의 역사, 다른 하나는 가상의 선비의 일생, 말하자면 시로 쓴 평생도(平生圖)다. 마지막 결언은 황제에게 바치는 대책(對策)과 표문(表文)이다.사이먼 샤마의 영국사 2 : 브리튼의 전쟁들
사이먼 샤마 지음 | 허구생·손세호 옮김 | 한울아카데미 | 688쪽영국 역사상 가장 결정적이고 또한 최고로 드라마틱한 사건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어떤 사람들은 지난 세기 크레인 브린튼이 『혁명의 해부』에서 세계 4대 혁명의 첫 번째 사건으로 자신 있게 꼽았던 ‘잉글랜드 혁명’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가 ‘그레이트브리튼’으로 통합되는 과정은 어떠한가?디지털 사회의 기본가치
김상배 외 10인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40쪽사회 전반에 디지털 기술의 혜택이 미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 변수가 일상화되는 사회, 이른바 디지털 사회가 도래했다. 기술혁신과 경제발전 등의 양적인 기준을 넘어서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의 개발 및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디지털 사회 전반이 지향할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과학서평_『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지음 |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880쪽
‘편견·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역사…무엇을 배울까시작부터 차별 위한 도구·근거로 제시된 유전과 혈통
DNA 숭배하고 우생학적 열망에 들뜬 사회 돌아보기유전자가 이기적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유전자가 들어있는 DNA는 독특한 화학 구조를 가진 분자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지니고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DNA는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이 먼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역사 기록이다. 유전자는 개인의 본질을 결정짓는 구성물에 그치지 않고, 오랜 세월연대기적인 사건을 겪은 복잡다단한 역사의 퇴적물이자 산증인이기도 하다.유전학의 역사에 관한 칼 짐머의 신작 『웃음이 닮았다』는 그 재치있는 제목에서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가 연상된다. 그러나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주인공이 아내가 출산한 아기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으려 몸부림치는 비애를 다룬 책은 아니다. 저자의 첫 딸에게서 문득 아내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제목이라고 한다. 자식의 키나 생김새가 부모를 닮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웃음소리도 유전되어 닮을 수 있을까?18세기 이전에는 ‘유전’을 의미하는 영어 ‘heredity’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았다. 이는 라틴어 ‘hereditas’에서 유래했으며, 로마인에게 이 말은 상속자 신분을 뜻하는 법률 용어였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의 상속자가 되면 그 사람의 재산을 모두 넘겨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유전이라는 단어가 생물학에서 널리 쓰이게 된 이후에도 ‘고귀한 태생’이니 ‘불명예스러운 자격’이니 하는 개념이 혈통을 따라 전해 내려오며,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생학을 바탕으로 했던 씻을 수 없는 20세기의 흑역사는 이러한 믿음에 기초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주걱턱이 의심할 바 없이 왕가의 혈통을 나타내듯이, 유태인도 죄 많은 태생임을 스스로 드러낸다. 학대를 피하려 기독교로 개종해 ‘콘베르소(converso)’가 되더라도 소용없다. 유태인은 어디로 도망치든 유태인이다. ‘인종(race)’이라는 어휘는 18세기 말 분류학자 린네에 의해 인류를 출신 대륙별로 분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15세기부터 스페인에서 유태인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그 시초였다. 유전과 혈통은 그 시작부터 차별을 위한 도구이자 근거였던 것이다.저자는 정신박약이 유전되는 집안의 비극을 다룬 헨리 고다드의 책 『칼리카크 가족(The Kallikak family)』이 어떻게 미국 사회에 우생학 열풍을 일으켰으며 독일로 건너가 히틀러의 마음을 뒤흔들었는지를 추적하는 한편, 우생학의 역사를 말할 때 흔히 다루지 않는 에피소드들, 그러니까 우생학을 비판하는 중심에 섰던 과학자 토머스 모건, 라이오넬 펜로즈, 도브잔스키, 그리고 리처드 르원틴의 용기 있는 활동도 심도 있게 서술하여 균형을 잡는다. 페닐케톤뇨증이라는 희귀 유전병을 가진 딸 때문에 『대지』를 썼고, 훗날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 펄 벅의 사연도 흥미롭게 소개한다.
우리는 여전히 유전을 부모가 자식에게 전달하는 유전자만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유전은 하나의 개체 안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유전은 법칙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멘델의 법칙이 얼마나 허술한지는 각종 후성유전학적 현상과 전염성 암, 그리고 빈번히 발견되는 키메라와 유전체 모자이크가 발견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많이 닮았지만, 마냥 닮지만은 않았다. 웃음소리가 닮았다는 사실을 유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는 환경과 경험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닮아갈 수 있다.오늘날 유전학은 주로 도구로 사용된다. 질병 치료와 범죄 예방에 쓰이며, 경제를 살리고 미래의 먹거리를 창조하기 위해 분석되고 활용된다. 유전자 검사가 쉬워지고 유전자 조작이 더 정교해진 지금 우생학적 열망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는다. 『유전자는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나』를 쓴 스티븐 하이네가 “유전자 본질 주의”라는 인간의 편향된 사고를 경계한 것에 저자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지금은 DNA를 숭배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가 스스로 거대한 실험실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역자가 말하다_『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우치다 타츠루 지음 | 박동섭 옮김 | 세창출판사 | 296쪽
사상의 복원…‘신체실감’의 관심·관계성에서 열린다레비나스와의 충돌을 일부러 연출하며 사상 복원
폐허가 된 작품은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재구성사상 혹은 철학에 대한 독해는
두 가지 지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재현적 지향’이고 또 하나는 ‘확장적 지향’이다. ‘재현적 지향’은 레비나스 사상의 상세한 ‘겨냥도’를 묘파하면서 레비나스 사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려는 지향이다. 이 지향은 궁극적으로는 ‘텍스트 비평’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텍스트 비평’으로의 지향에는 ‘오리지널 텍스트’의 실재를 전제로 하는 소박한 ‘리얼리즘’이 깔려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저자인 우치다 다쓰루는 레비나스 이외의 타자(주로 라캉)의 아이디어를 보조선으로 채택해서 레비나스의 사상을 보완하고, 때로는 레비나스와의 충돌을 애써 연출함으로써 레비나스 사상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즉 ‘확장적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저자의 말로 바꾸면 ‘완전기호의 읽기’다.이 책은 무엇보다도 레비나스 사상의 핵심을 해명하기 위해서 레비나스의 가르침에 따라 ‘자유롭게, 그리고 과감하게 발명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즉 ‘타자와 사자’라는 개념을 축으로 ‘가능성’으로서의 사상의 핵심을 밝히는 독해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때 라캉, 후설과 하이데거 나아가서는 카뮈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몇몇 타자의 사상을 보조선으로 도입해 레비나스 사상과의 대화적인 접합을 시도했다.레비나스가 우리에게 남긴 문자로는 그의 사상은 물론이거니와 입말조차 재현할 수 없다. 문자가 말의 흔적이긴 하지만, 원래 말과는 단절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유인이다. 문자는 과거 수행된 커뮤니케이션 장의 폐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재구성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은 원래의 장이 될 수 없다.
레비나스의 작품도 똑같다. 그것은 사상의 폐허이다. 폐허가 낙원이 아닌 것처럼 폐허인 작품을 문자 그대로, ‘사상 그 자체’로 간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품은 다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에서 복원될 필요가 있다.그런데 복원은 오리지널(레비나스의 사상)에는 도달할 수 없는 실천이다. 보통 복원은 ‘복고적인 활동’이라고 간주된다. 실제로 복원자는 복원의 정당성과 자신이 진정한 역사의 계승자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복원자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리지널(작품)은 이미 폐허로밖에 남아 있지 않으므로 그것을 ‘복원’하고 싶은 동기가 생겨나는 것이지 오리지널이 있다면 복원 행위 그 자체가 필요치 않다.사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읽는 이의 신체와 삶, 그리고 간청이 필요하다는 레비나스의 가르침을 통해서 우리가 간취해야 할 것은 사상에 대한 복원이란 늘 현재의 독자의 신체실감에 기초한 관심과 관계성 속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복원은 순수한 과거가 될 수 없고 늘 어긋남의 산출을 필연으로 한다.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사상에 대한 해석은 고대의 유적에 남겨진 단지 한 장의 악보를 보고 자신의 전용 악기로 그것을 연주하려는 연주가의 자세와 비슷하다. 연주가는 그 고대의 ‘악보’를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손수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때에 따라서는 원곡이 만들어진 무렵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재료’와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던 공법으로 만들어진 ‘악기’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연주 방법 또한 고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법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주자의 ‘신체’와 ‘삶’이 빚어내는 고유한 음감과 리듬감, 그리고 질주감으로 인해 해당 연주가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음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연주가가 자신의 ‘실존’을 걸고 연주를 하는 한, 그것은 ‘동일한 작품’(사상)의 새로운 ‘상’을 관객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 실제로 커버를 하는 모든 뮤지션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형적인 해석을 기교에만 의존해서 반복하는 사람보다도 “이 곡에 이런 해석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라며 놀랄 만한 창의적 퍼포먼스를 보여 준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우치다 다쓰루를 ‘사상의 복원사’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레비나스와 그의 제자인 우치다 다쓰루는 레비나스 독해를 위해 우리에게 ‘연주가’가 될 것을 넌지시 요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용 악기와 연주 방법으로 연주할 때야 비로소 레비나스라는 고대 악보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 복원될 것이다.
박동섭
독립연구자일본 츠쿠바대 인간종합과학 연구과에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사로 살다』,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 『회화분석』, 『에스노메소돌로지』 등을 집필했다.
저자가 말하다_『연결하는 미디어, 융합하는 예술들』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엮음 | 푸른사상 | 319쪽
예술융합은 시대의 요청, 실험은 계속된다
디지털 시대의 창의적 인재 양성 위한 예술통합교육 연구의 첫 결실을 내놓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시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야기한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예술을 요청한다. 예술 형식은 ‘창안’보다는 기존의 형식의 혼종된 ‘재창조’나 ‘재맥락화’를 중시하는 포스트-미디엄(Rosalind Krauss), 포스트-프로덕션(Nicolas Bourriaud)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대학 예술교육에서도 기능예술에서 장르, 매체 간 통합과 융합, 재매개화를 선도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상황이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2021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돼 ‘1+3 예술통합교육의 교과과정 및 교수학수법’이라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연구는 시대 상황에 따라 대학 예술교육의 혁신 요구에 부응하는 예술가와 예술 매개자, 그리고 예술 향유자를 양성하고자 문학과 미술,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각 분야의 소통과 융합을 통해 탈경계적·통합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고찰하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기술이 연동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동시대 문화예술이 나아갈 길을 탐색하고 있다. 그 연구의 첫 결과물이 바로 이 『연결하는 미디어, 융합하는 예술들』이다.제1장 ‘경계를 넘어-예술과 사회, 장르, 생태’의 첫 글은 사회가 문학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지역문학관에 관한 글이다. 이 연구의 연구책임자인박덕규 단국대 교수(문예창작과)는 경기도 광명시의 기형도문학관의 건립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 구성, 기획 의도, 향후 문학관이 나아갈 방향에 이르기까지 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그다음은 오늘날 K-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포스트모던 서사 전략에 대한 글(이은주)이다. 이 장의 마지막은 동시대 철학의 사유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생태에 대한 관심이 시각예술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고찰하는 글(배혜정)이다. 이 3편은 이론 연구의 영역에서 융합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문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장르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예술의 기능은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다. 때로는 애도하고 때로는 기억하며 예술은 시대를 위로하고 미래를 제시해 왔다. 제2장 ‘기록하는 예술’은 이러한 예술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첫 번째 글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이해 속에서 알레고리라는 개념과 동시대 아카이브 예술을 분석한다(홍지석). 두 번째 글은 K-문화의 큰 축인 필름 영역의 글로 영화 「미나리」의 주요 상징의 의미와 그 역할을 고찰했다(최수웅). 세 번째 글은 시대를 거슬러 일제 강점기 대구의 한 여학생이 쓴 일기(2007년 대구교육박물관 발굴자료)를 장소성(場所性)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살핀다(강민희). ‘기록하는 예술’의 마지막을 구성하는글은 제주 거로마을에서 ‘문화공간 양’을 꾸리고 있는 기획자가 마을과 함께 호흡하면서 기록으로서의 예술활동을 펼쳐나가는 방법과 문제의식을 담았다(김연주).
이 책의 마지막 제3장은 예술융합 교육의 현장에서의 논의와 실제를 보여준다. 첫 번째 글은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액세스 앤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분석해 동시대가 요구하는 뮤지엄과 아카이브의 교육적 기능을 돌아보고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아카이브를 점검한다(지가은). 두 번째 글은 역시 팬데믹으로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된 유튜브 시스템에 길든 세대를 대상으로 어떻게 읽기를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임수경). K-문화의 전 세계적 영향 속에서 중심이 되는 예술 장르는 아무래도 대중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인 바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음악 전공학과와 지원자가 폭증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보컬 교육을 진단한 글(황은지)과 대중가요의 작사 교육을 통한 정서적 효과에 대해 실증적으로 연구한 글(김희선, 원희욱)로 뒤를 이었다.예술의 융합이란 시대의 요청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시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법이 될 수 있다. 어느 시대이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전과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는 예술융합을 통해 그러한 도전과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 연구서가 예술융합의 길을 모색하는 많은 학자·학생·대중에게 하나의 방향 제시가 되길 바란다.
이은주
단국대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책으로 보는 세상_『기후 전환 사회』 권희중·신승철 지음 | 모시는 사람들 | 416쪽
탈성장 인내해야 기후위기 막는다100개 대기업이 한국 전체 온실가스 87% 차지
‘가속주의·감속주의’ 과감한 탈성장 투 트랙 전략“인도 45도 더위에 100명 사망”, “미국과 멕시코 50도 육박 불볕더위 지속”, “캐나다 산불 지속…유럽도 위험하다” 최근에 보도된 기후 관련 기사 제목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 협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190여 개국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탄소중립의 관건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대기업 100곳이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했다. 가정에서 배출된 양은 5.4%에 불과했다.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일도 그 주범이 앞장서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기후위기를 애써 별것 아닌 것처럼 평가절하하고, 첨단기술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현재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재생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자연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탈성장론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태연구 실천가인 공저자 권희중·신승철은 현재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시점이라고 진단하면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이 OECD 7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사회구성원은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아직 성장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저자들은 이 책에서 가속주의와 감속주의라는 투 트랙 전략을 제안한다. 그린뉴딜·기후금융·탄소경제·기본소득·녹색기술 등은 가속주의로 가되, 일상에서는 감속주의로서 탈성장·가난·순환사회·돌봄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위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는 ‘과감한 탈성장’ 전략으로 맞서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오늘날 정보는 플랫폼을 통해서 모이고 유통되고 순환한다. 구글·유튜브·네이버 등의 뉴스 클리핑 기능은 소비자와 유착되어 정보를 편향적으로 전달한다.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이다. 기후난민이 9천만 명에 육박하는 데도 우리가 남의 일처럼 관조하며 가끔씩 혀만 차고 있다.
이 눈가리개를 벗겨내려면 기후위기를 자각한 사람들이 더 유능해져야 한다.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XR)’이라는 환경운동단체의 목표는 한 국가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시민이 그 국가의 중심부에 집결해야 하고, 이목을 끌기 위해 법을 어겨야 한다. 대신 비폭력을 고수해야 한다. 2018년 시작된 멸종저항 운동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한국에서도 멸종 저항의 회원이 국회 철문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우리는 살고 싶다”라고 외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청소년의 기후운동은 2018년 스웨덴의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촉발되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여 7천500개 도시에서 1천400만 명 이상이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 활동가는 이렇게 묻는다. “위대한 행동을 위한 때가 지금인데, 나중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에서도 ‘청소년 기후 행동’ 등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지지와 행동이 필요한 때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의 몫을 써버리고 있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말이다.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전쟁자본주의의 시간
김주현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432쪽이 책은 통일베트남이 1986년 자본의 손을 잡기로 결정한 이유였던 참혹한 ‘파괴’의 시간을 조국근대화의 ‘기회’로 잡은 우리의 과거 이야기다. 모두 알고 있지만 들추려 하지 않는 이야기. 저자는 성장제일주의에 경사돼온 한국 현대사의 정치·사회·문화적 심상 지리 속으로 들어가 약 반세기에 걸친 한국의 베트남전쟁 담론을 재구성해나간다.노(老)카토 노년론
키케로 지음 | 김남우 옮김 | 아카넷 | 136쪽이 책은 키케로가 『라일리우스 우정론』와 마찬가지로 친구 아티쿠스에게 헌정한 철학적 수필이다. 『라일리우스 우정론』의 헌사를 볼 때 이 책이 먼저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중 화자인 카토는 청년 스피키오, 라일리우스와 대화를 나누는데,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노년의 단점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 이들 각각이 잘못된 편견이고 오류임을 말해준다.선택적 친화력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460쪽을유세계문학전집 127번째 작품으로 이 책이 출간됐다. 낭만적인 사랑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이를 제어하려는 결혼 제도 사이에서 네 남녀의 불안정한 관계를 그려 낸 이 작품은 괴테의 후반기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다. 본문에 소개되는 일기와 편지, 노벨레(짧은 산문) 등을 토대로 인물들의 관계를 드러낸다.냉전의 벽
김려실 외 7인 지음 | 호밀밭 | 220쪽올해는 한국 전쟁 정전 70주년이다. 한국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났지만 유엔군과 중공군이 참전하며 세계적인 냉전 구도를 드러낸 전쟁이었다. 미국과 중국을 위시하여 당시 적대 관계에 놓였던 국가들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대결을 반복하며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탈냉전의 희망을 져 버렸다.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392쪽미셸 푸코가 분석한 ‘권력’은 바쿠닌이 100년도 더 전에 이미 분석한 것이고, 포스트모더니스트와 포스트 마르크스 주의자들이 주장한 내용 역시 바쿠닌이 100년 전에 이야기한 것들이다. ‘신자유주의’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수평적인 자유평등 사회를 위해 투신했던 바쿠닌, 그가 옳았다.무아, 그런 나는 없다
홍창성 지음 | 김영사 | 164쪽스님에게 불교를 가르치는 서양철학자, 저자가 풀어낸 무아(無我)의 철학적 해석. 철학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초래하는 개념에 해당하는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나’라고 여기는 자아(self), 영혼(soul), 참나(眞我)가 모두 논리적인 모순으로 밝혀진다면, 진정한 나는 과연 무엇일까?중국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오카모토 다카시 지음 | 강진아 옮김 | 투비북스(TOBEBOOKS) | 312쪽중국사에 관심 가진 독자에게는 중국 역사 전체의 핵심을 읽어내는 통찰을, 중국을 이해하고픈 독자에게는 뿌리 깊게 박힌 역사적 이유를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사를 한 권에 담아낸 개설서 형태이지만 단순 개설을 뛰어넘는다. 사실 나열이나 시대별 요약에 그치지 않고 중국사 전체에 대해서 관점을 지니고 서술하는 문제작이다.1984
조지 오웰 지음 |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392쪽‘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조지 오웰의 작가적 목소리가 오롯이 담긴 최후의 걸작 『1984』가 조지 오웰 탄생 120주년, 작가 데뷔 9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에서 일러스트판으로 출간된다.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가상의 미래, 세계 곳곳에서 핵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전 세계는 3대 초강대국으로 재편돼 분할 통치된다.분야별 신간
역사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 | 문경호 지음 | 푸른역사 | 212쪽시간이 놓친 역사, 공간으로 읽는다 | 여호규 지음 | 푸른역사 | 184쪽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 | 전호태 지음 | 푸른역사 | 220쪽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 | 김종성 지음 | 유아이북스 | 392쪽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 장지연 지음 | 푸른역사 | 188쪽경영
생물다양성 경영 | 최남수 지음 | 새빛 | 180쪽황의 법칙 | 황창규 지음 | 시공사 | 308쪽문학-에세이개정판 이용악 전집 | 이용악 지음 | 곽효환 외 2인 편집 | 소명출판 | 1천144쪽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 예소연 지음 | 허블 | 316쪽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 정영효 지음 | 문학동네 | 104쪽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 백가흠 지음 | 교유서가 | 204쪽인문난세일기 |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360쪽내 안의 깊은 눈 | 신은경 지음 | 안온북스 | 256쪽정치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 홍성민 지음 | 인간사랑 | 205쪽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 오헬리엉 루베르·윤여진 지음 | 틈새책방 | 472쪽
과학르네상스의 두 사람 | 박은정 지음 | 플루토 | 264쪽사회 정치어떤 죽음에도 당신의 책임은 있다 | 야코프 토메 지음 | 유영미 옮김 | 에코리브르 | 292쪽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전환기 동아시아 인식에 관한 비판적 성찰’ 학술회의
후쿠자와 유키치, 요시다 시게루 그리고 시진핑좋은 물음(질문)이 좋은 대답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회장 강상규 방송대 교수)가 지난달 24일 대학로 방송대 대학본부 3층 소강당에서 진행한 학술회의가 여기에 딱 맞는 학술대회였다. 주제는 ‘전환기 동아시아 인식에 관한 비판적 성찰’이다.
이날 학술회의는 제1부 ‘문명기준의 역전’과 동아시아 인식 지평의 변화, 제2부 ‘전후’ 그리고 ‘21세기’의 동아시아를 보는 눈, 제3부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1부(사회 최연식·연세대)에서는 「후쿠자와 유키치와 대만」(노병호·한국외대), 「손문의 동아시아 인식: 대아시아주의에 대한 재고」(이한결·연세대), 「안재홍의 동아시아 인식」(윤대식·한국외대) 등 3편의 논문이 소개됐다. 토론에는 김현(연세대), 이혜경(서울대), 이경미(동북아역사재단) 등이 참여했다.2부(사회 김영수 영남대)에서는 「요시다 시게루의 동아시아 인식」(김숭배·부경대)과 「시진핑의 동아시아 인식―일대일로의 지배 서사: 천하주의, 대일통, 지정학」(조경란·연세대)이 논의의 장에 올랐다. 토론에는 강여린(동국대), 신봉수(고려대)가 참여했다.3부 종합토론은 이택휘 서울교대 명예총장의 사회로 발표자, 토론자 및 학술회의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로 이어졌다.전환기 동아시아 인식과 그 이후
강상규 회장은 학술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도 “전환기 동아시아가 고비에 섰을 때 한·중·일 삼국의 핵심 인물들은 과연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면서 길을 찾아갔을까? 그들은 각기 어떤 결과와 마주하게 됐을까? 이번 학술대회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했다”라고 부연했다.강상규 회장이 개회사에서 밝혔듯 ‘전환기 동아시아의 고비’에 선 핵심 인물들의 상황인식과 그 인식 결과는 10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효한 의미지평을 제공한다. 한·중·일 삼국의 현 정세가 대단히 복잡다단사진 왼쪽부터 노병호(한국외대)z김숭배(부경대)z조경란(연세대) 교수다. 사진=최익현
중국의 천하주의와 중화주의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담지하고 있는 중국 지식인 일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를 대상화시키지 못함으로써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자기객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하게 흘러가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의 사상지평에서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지성의 고투를 엿보고, 이를 의미화하는 작업이야말로 현실적 해답을 찾아가는 실천적 학문의 질문 행위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후쿠자와 유키치와 대만」, 「요시다 시게루의 동아시아 인식」, 「시진핑의 동아시아 인식」 등 3편의 논문에 주목할 수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와 대만」을 발표한 노병호는 “후쿠자와는 작지만, 다양하고, 복잡하고 긴 역사를 가진 대만은 보이지 않고, 중국·조선에 대한 ‘반개(半開)’조차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야만, 그 중에서도 최악의 야만의 섬으로 대만을 응시하고 있다. 그 표현은 ‘만민(萬民)’ 그리고 여러 비하적 표현으로 격하되고, 그렇기 때문에 ‘만민’을 압제하는 것은 정당화되며, 설사 앞에서는 복종하더라도 뒤에서 배신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추방과 살해를 정당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후쿠자와의 ‘참으로 잔혹한 본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노병호가 좀 더 주목하고자 한 것은 후쿠자와의 잔혹한 본성 이외에도 후쿠자와-마루야마 마사오로 이어지는 일본 근현대의 정치사상과 지식인, 학자의 변질 문제다. “요컨대 지식인들의 학문과 행태가 ‘계급적으로’ 분리되고 괴리되는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심지어 체제파로 투항하는 자들이 왜 정치학(사상) 학도에 많은가? 아니면 눈에 띄는가? 이에 대해 후쿠자와는 반면교사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라는 게 그가 던진 화두다.전후 일본과 현대 중국의 전략학술회의 1부가 100여년 전의 동아시아 사상지평을 다뤘다면, 2부는 좀더 현재적인 소재와 주제를 천착했다. 재일 한국인 3세인 김숭배는 일본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이며, 일본의 제45·48~51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일본 역사상 장기 집권한 총리대신들 중의 한 명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를 소환해, 그가 전후(戰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취했던 일련의 행위들을 진단했다.
김숭배에 따르면, 요시다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일본이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 마련을 고민했던 인물이다. 예컨대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북태평양 6국조약안」이란 다자적 안보 구상안을 통해 한반도 전역을 비군사 지역으로 만들어 일본 안보에 이용하는 것도 궁리했다.그런데 요시다에게서 좀더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법리적 식민주의자로서의 한국 인식’을 보였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숭배는 “요시다는 아시아에서 자유진영의 공동체를 수립하기 위한 한일관계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요시다는 한일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던 요인으로서 이승만 정권을 되돌아보며, ‘한국 통치가 조선 국민에게 고통만을 주었다는 것은 사실에 어긋난다’라고 했다. 결국 요시다의 한국에 대한 역사 인식이란 ‘오히려 일본이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생 향상에 한 기여는 공평하게 평가해야 한다’라는 말에 집약된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경험, 그리고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 국가로 부상될 수도 있다는 이승만 정권의 인식에 둔감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경란은 ‘일대일로의 지배서사: 천하주의, 대일통, 지정학’이란 부제를 단 「시진핑의 동아시아 인식」을 발표했다. 최근 중국의 세계패권을 향한 ‘일대일로’의 서사를 짚으면서, 중국의 당국가체제의 강국화전략의 문제점을 분석한 것이다.조경란은 “21세기 패권국가가 되는 데는 과학기술 기반의 하드파워가 중요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의 중심에 신천하주의가 있다. 이번 20차 당대회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서방의 자본주의+민주주의 대(對) 중국의 마르크스-레닌주의+천하주의라는 대립구도를 천명했다”라고 지적하면서 시진핑의 강국화전략이 역설적으로 정치 이외의 모든 부분을 위축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 이런 ‘위축’의 직격탄이 중국 지식사회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나는 중국 지식 전문가로서 중국의 경제성장과 규모경제는 역설적으로 지성의 붕괴, 문명의 절멸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국 체제의 강국화전략은 정치 이외의 모든 부분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천하주의와 중화주의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담지하고 있는 중국 지식인 일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를 대상화시키지 못함으로써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자기객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기를 대상화하고 현단계 세계 지식의 구조를 재구성해 새로운 종합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국가의 학문적 역량이다. 그러나 중국의 학문은 그 역할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고 본다.”
중국의 경로가 이러하다면 한국 지식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한국은 중국의 큰 그림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치·경제·학계 등 다양한 트랙을 가동해 그들과 협력해야 하는 것은 협력하고, 모호하게 해야 할 것은 모호하게 하고,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글로컬 오디세이
에르도안, ‘21세기판 술탄’의 가려진 이면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또 에르도안이다. 지난달 28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케말 클르츠다르올
루 야권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거의 20년
을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독재를 해온 ‘21세기판 술탄’ 에르도안의 승리는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란 복수정당이 선거를 통해 경쟁하는 의미의 민주주의는 있으나, 오히려 민주주의가 법치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형국을 말한다. 2023년 프리덤 하우스의 자유지수 평가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100점 만점에 32점을 얻어 비자유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요르단, 모로코, 레바논보다 낮은 점수다.최근 몇년 새 튀르키예 화폐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 서 튀르키예 국민은 물가상승률 70%를 체감하고 있다. 2021년 초 미국 달러 대비 7.4리라였던 환률이 12월에는 17.94리라까지 떨어졌다. 선거 이전 19리라 대에 머물다 대선이 끝난 후에 다시 폭락해 현재 23리라까지 내려갔다. 상황이 이런데도 에르도안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경제회복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인상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를 줄인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리어 “높은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금리를 내려 화폐 가치를 낮추면 수입 물가가 오르게 돼 수입이 줄고, 수출품 가격은 낮아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수출이 늘어나 경제가 회복되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늘어나고, 이는 곧 국내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에르도안은 금리 인하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고, 이에 반발하는 관료는 가차 없이 경질했다. 그는 2019년 이후로 3년여 동안 중앙은행 총재를 3번 교체했다.
경제정책 실정이 명백한데도 튀르키예 국민은 왜 또다시 에르도안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에 번갈아 오르며 집권해온 에르도안은 야권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한 선거를 치렀다. 일단 현재 튀르키예 내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이 많지 않다.2016년 군부의 쿠데타 실패 이후 튀르키예 정부는 156개 언론매체를 폐쇄했다. 튀르키예 언론 조합(TGS)은 당시 2천500명의 기자와 언론 종사자가 직장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게다가 언론 정보 담당관은 기자 778명의 취재원 자격을 취소했다.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는 많은 언론인이 수감된 것을 빗대어 튀르키예를 세계에서 ‘가장 큰 언론인 수용소’로 묘사했다. 따라서 에르도안의 실정을 제대로 보도하는 국내 언론이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에르도안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원대한 구호를 내걸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분쟁에 개입해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에르도안은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고, 카타르와 군사교류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만들더니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오고 있다.에르도안은 군수산업을 발전시켜 국방력을 강화하고에르도안은 언론통제, 친난민 정책, 군수산업을 위시한 줄타기 외교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튀르키예의 비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21세기판 술탄’으로 등극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있다. 예컨대 튀르키예가 생산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레이저 유도 방식 바이라크타르 TB2 드론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미 2016년 최소 13개 국가에 바이라크타르를 판매했고, 최근 UAE에도 수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도입을 원하고 있는 만큼 튀르키예 드론의 인기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튀르
“경제정책 실정이 명백한데도 튀르키예 국민은 왜 또다시 에르도안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에 번갈아 오르며 집권해온 에르도안은 야권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한 선거를 치렀다.”
키예는 드론 생산공장을 건설해 우크라이나를 도왔지만, 러시아와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훌륭한 중립 외교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튀르키예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자극하는 외교정책과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친정부 언론을 통해 사실상 튀르키예 국민의 ‘국뽕을 자극하는’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 에르도안을 다시 한번 승리하게 했다. 에르도안의 친난민정책도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60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이란 난민 중 일부는 튀르키예 시민권을 부여받았으며, 그들은 아마도 에르도안에게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에르도안의 친이슬람 정책도 인구 99%가 무슬림인 튀르키예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다.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된 에르도안의 미래를 마냥 장밋빛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1990년대 중반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결합한 고유한 민주주의 모델로 정치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튀르키예 정치는 이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기반한 독재 정치로 변질돼 ‘독재체제의 내구성’이라는 새로운 연구대상이 된 것은 민주주의 체제 유지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한다.가천대‧동양미래대 등 10곳,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지원
일반대 5곳·전문대 5곳
5년 동안 매년 15억 지원단국대 등 일반대 5곳과 울산과학대 등 전문대 5곳이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에 선정됐다. 선정 대학은 5년 동안 매년 평균 15억 원을 지원받는다.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참여대학 선정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대학과 기업이 공동 운영하는 1년 이내 집중교육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분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규 사업이다.올해는 반도체 분야에 한정해 가천대, 강릉원주대, 단국대, 한국공학대, 한국해양대 등 일반대 5곳과 경기과학대, 동양미래대, 두원공과대, 오산대, 울산과학대 등 전문대 5곳이 선정됐다.교육부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의제기를 받고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 대학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매년 평균 15억 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받는다.선정된 대학은 참여기업과 공동으로 단기 집중 교육과정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선정대학 제공=교육부
구분 대학명(가나다 순) 주요 참여기업 교육 분야
일반대학(5교)가천대 원익IPS, 필옵틱스 설계, 소자분석 평가강릉원주대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미코세라믹스 소재, 장비, 공정단국대 에드워드코리아, 온세미컨덕터코리아 설계, 공정·소자, 소재한국공학대 AP시스템, 테스 설계, 공정장비한국해양대 제엠제코, 에이앤아이 전력반도체전문대학(5교)경기과학대 실리콘마이터스, 케이엠테크 측정검사 품질관리, 설계검증동양미래대 스테츠칩팩코리아, 이오테크닉스 검사·측정, 장비두원공과대 HB솔루션, 씨앤지하이테크 장비 유지보수, 장비 설계오산대 제우스, 에이치티씨솔루션 장비 제작, 유지보수울산과학대 DB하이텍, 에이블 설비 유지보수, 전력반도체을 운영해 대학별 연간 최소 100명 이상의 실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각 대학은 현장성 높은 단기 집중교육이 가능하도록 학사운영 및 교원제도 개선, 이수자에 대한 소단위 학위 인증(마이크로디그리) 등을 통해 취업 연계지원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산업계 수요에 맞는 현장성 높은 단기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사업을 관리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부트캠프’를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바이오 등 실무 현장인력 수요가 높은 다른 첨단산업 분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반도체 분야의 교육을 이수하고 산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경력 재설계’ 직업전환 돕는 전문대 5곳 첫 선정
신중장년h재직자 대상 직종 전환 교육
지역 산업체 재직자 등 중장년층의 직종 전환을 돕는 ‘직업전환교육기관(,@-)KILMUa)’에 부산과기대‧조선이공대 등 5개 연합체가 선정됐다. 올해에만 총 100억 원이 지원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7일 2023년 ‘직업전환교육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신설된 이번 사업은 전문대학이 신중장년과 지역 산업체 재직자의 직종 전환 및 경력 재설계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부터 2024년까지 운영된다. 선정된 전문대학은 광역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특화산업 및 디지털 분야 산업과 연계된 교육수요를 발굴하고 맞춤형 교육과정(비학위과정)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 공모에 12개 ‘전문대학-광역자치단체’ 연합체가 신청했다. ‘부산광역권 ,@-)KILMUa’, ‘광주광역시 빛 누리(41/0< 6=ZQ) ,@-)KILMUa’, ‘충청북도 직업전환교육기관’, ‘충청남도 직업전환교육기관’, ‘경상남도 직업전환교육기관’ 등 총 5개 연합체가 선정됐다.‘부산광역권 ,@-)KILMUa’는 부산광역시와 부산과학기술대(주관대학), 부산경상대부산여자대(참여대학)가 협력해 추진한다. 부산 지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능형 기계 및 부품, 보건의료, 문화 콘텐츠를 3대 디지털 전환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디지털 전환 특화분야 직무별 표준 경력모형을 개발해 다양한 커리어 트랙을 제공한다. ‘광주광역시 빛 누리’는 광주광역시와 조선이공대(주관대학), 광주보건대동강대(참여대학)가 협력한다. 자동차와 )1 중심의 광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모빌리티 의장 전장 부품, 생체의료소재 부품, 산업활용혁신 )1를 3대 디지털 전환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디지털 전환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 내 구인-구직자 간 불일치 해‘부산광역권 (<-%GEHIQ]’ 주관대학인 부산과학기술대 전경.
소한다. ‘충청북도 직업전환교육기관’은 충청북도와 충북도립대(주관대학), 충청대충청보건과학대(참여대학)가 참여한다. 충청북도 농어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5개년 계획, 지역산업진흥계획 등을 기반으로 스마트농업, 이차전지, 시스템 반도체를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해 충북 신중년 일자리 생태계의 효과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충청남도 직업전환교육기관’은 충청남도와 연암대(주관대학)충남도립대(참여대학)가 맡았다. 충청남도의 전통적인 농산업 분야인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을 디지털 전환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개인별 맞춤형 직업전환 교육과정 이수경로를 제시하여 공학 중심의 농업 시스템 및 설비 개발 전문인력 양성한다. ‘경상남도 직업전환교육기관’은 경상남도와 경남도립거창대(주관대학)거제대동원과학기술대(참여대학)가 추진
한다. 첨단항공우주, 친환경 스마트조선, 지능형기계를 3대 디지털 전환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초급-중급-고 급으로 구성된 지역 특화산업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스마트기계 분야 전문능력 향상과 취창업 역량을 강화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7월 1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7월 초 선정 결과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5개 연합체에는 올해 지원예산으로 국비 !0억 원, 지방비 10억 원으로 약 100억 원이 투입된다. 성인학습자는 연합체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신청 절차를 거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5개 연합체가 광역지자체와 전문대학의 협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 직업전환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다인 기자 WLMR$O]SWY.RIX
서울대‧부산대 등 총 24곳, 브릿지 3.0 선정
지역거점형 8곳, 기술거점형 16곳 서울대‧부산대 등 대학 24곳이 대학이 보유한 연구 성과 발굴 및 상용화 개발 지원을 통해 사업화를 돕는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이하 브릿지 3.0)’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대학당 약 7억 원을 지원받는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일,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브릿지 3.0)’ 사업 참여대학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브릿지 3.0은 대학이 보유한 창의적 자산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특허‧기술 등을 발굴해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지역거점형을 신설해 지역 내 타 대학‧연구기관‧기업‧지자체와 연계해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술거점형은 국가전략기술 사업화를 통한 중대형 기술이전(건당 1억 원 이상)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6일까지 진행된 참
여대학 선정 공모에 총 36개의 대학이 신청서 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량 및 정성평가위원회에서 대학의 기술사업화 역량, 기술사업화 조직의 전문성, 기술사업화 전략 등을 평가해 최종 지역거점형 개교, 기술거점형 16개교 총 24개교를 선정했다. 선정 대학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대학당 평균 7억 원 내외 재정을 지원받아, 기업 수요 기반 특허 발굴‧고도화(시작품 제작‧검증), 사업화 타당성 분석, 융복합 기술사업화 기획‧관리, 기술이전‧사업화 전담 조직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대학의 기술이전‧사업화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특허,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실제 산업체로 기술 이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다인 기자 WLMR$O]SWY.RIX유형대학명
지역 거점형① 강원대 ② 경북대 ③ 부산대 ④ 인제대 ⑤ 전남대 ⑥ 충남대 ⑦ 충북대⑧ 한양대()6-'%) 기술거점형①⑨ 가세천종대대 ⑩② 광숙명운여대대 ③ ⑪ 국숭민실대대 ④ ⑫ 단 아국주대대 ⑤ ⑬ 서 연강세대대 ⑥ ⑭ 서 이울화과여학대기 술⑮대 전⑦북 서대울 ⑯대 포 ⑧항 성공균대관대중앙대·전남대 등 창업교육 허브로
창업교육 혁신선도 대학 지원
중앙대‧전남대 등 일반대 5개 권역별 연합체와 대경대‧울산과학대 등 전문대 3개 권역별 연합체가 창업교육 혁신선도 대학에 선정됐다.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6 일,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7=<)’ 사업의 권역별 연합체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은 지역별 창업교육 기반 구축, 지자체와의 협업 체계 마련 등 대학을 지역사회 창업교육의 중심(허브)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교육부에 따르면 일반대는 △수도 권-중앙대 △충청권-충남대 △호남 제주권-전남대 △대경강원권-영남대 △동남권-부경대로 총 5개의 연합체가 선정됐다. 전문대는 △대경강원권-대경대 △호남제주권-조선이 공대 △동남권-울산과학대 총 3개의 연합체가 선정됐다.이번에 선정된 일반대 연합체 중수도권과 동남권의 경우 지자체 협업 및 지역 기반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 등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처음으로 선정된 전문대 연합체는 지역 정주형 창업자 발굴 프로그램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에 선정된 일반대 5개 권역 연합체는 각각 7억 5천만원, 전문대 3개 권역 연합체는 각각 4억 원을 지원한다. 7 월에 사업 협약을 체결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수행에 나선다. 지원 기간은 2년이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대학 창업교육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원동력으로 대학 교육의 중요한 요소”라며 “선발된 대학이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창업을 통해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WLMR$O]SWY.RIX
한국산업기술대학 제8대 이사장에 고정식 전 특허청장
학교법인 한국산업기술대학은 지난 달 27일 제17 회 이사회에서 제 대 이사장으로 고정식 전 특허청장(사진)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4년간이다.
고정식 한국산업기술대학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카이스트 화학공학과에서 석사를 졸업했고 이후 미국 미시건대에서 응용경제학 석사와 화학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 신임 이사장은 =6 -;+)8 아태지역 에너지정책자문관, 산업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 제20 대 특허청장, 한국광물자원 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학교법인 한국산업기술대학은 한국공학대와 경기과기교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서울교대 총장 임용 1순위에 장신호 교수
장신호 서울교대 교수(과학교육과‧사진)가 제1 대 서울교대 총장 임용 후보 1순위로 선정됐다. 서울교대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는 지난 달 26일 개교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선거를 실시했다. 장신호 교수는 54.3%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고, 2위 박상철 교수(초등교육과)는 45.6% 득표
율을 얻었다.
이번 총장 선거의 선거권자는 교원 102명, 직원조교 133명, 학생 2천677명으로 총 2천!12명이었다. 투표반영비율은 교원 6 .4%, 직원조교 1!.2%, 학생 12.4%를 적용했다.장신호 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서울교대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구윤리검증을 거친 후 1,2순위 총장임용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한다.청주대 14대 총장에 김윤배 전 총장 선임
청주대 14대 총장에 김윤배 전 총장(사진)이 선임됐다. 임기는 내달 1일부터 4년이다. 학교법인 청석학원은 지난달 27일 오전 청주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갖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청석학원은 “김윤배 전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역 대학의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구조 개혁을 단행할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청주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청주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영국 헐(0=44)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전 총장은 2001년 청주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7f!대 총장을 역임했다. 총장직을 맡으며 2천700억 원을 투입해 우수 교원 확보 및 교육시설 확충, 보건의료과학대학 등의 신설, 해외 자매결연 대학 확대 및 유학생 유치 등을 통해 대학의 생존기반 조성과 글로벌화에 기여한 바 있다.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 과기부 장관 표창 수상
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사진)가 지난 달 26일, ‘퀀텀 코리아 2023’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정통부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안 교수는 1!! 년부터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 양자정보처리연구를 서울시립대에 유치
해 국내 양자정보분야 연구를 개척, 이 분야 발전에 헌신했다. 안 교수는 양자정보과학 관련 250여 편의 ;+1논문을 발표하고 40여 건의 국제특허를 획득했다. 안 교수가 공동 창업한 퍼스트퀀텀은 2022년 !월 1*5 양자 네트워크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한국 최초로 선정됐고 양자컴퓨팅의 실용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과학기술정통부에서 발주한 32억 5천만 원 규모‘61;9 환경에서 저부하, 고효율 양자 오류 경감 기술 개발 및 응용’과제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의 양자컴퓨팅 연구를 리드하고 있다.
김지훈 이화여대 교수, *&&&-*&*& ‘젊은 과학기술인상’ 수상
김지훈 이화여대 교수(전자전기공학과‧사진) 가 국제전기전자학회와 대한전자공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젊은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학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 년에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에 교수로 부임했다.
임베디드 시스템 및 도메인특화 프로세서를 비롯한 디지털 ;W+ 설계 분야의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제적인 저널과 학술대회에 50편 이상의 우수논문을 발표했으며, 기술이전 등을 통해 신호처리용 >4;1 설계 및 도메인특화 저전력 ;W+ 설계 부문의 발전을 선도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 연구와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위기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 눈치게임 외교술이 필요하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④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를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부터 동아시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과 담론을 인문·사회·자연과학이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도전들」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5강은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과)의 「시장과 경제의 세계화와 탈세계화」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를 지칭한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여러 국가들 간의 합의와 협의에 의해 이뤄지는 다자주의 질서로, 강대국 혹은 패권국이 힘과 강제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힘에 의한 질서와 구별된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미국이 주도해 건설한 것은, 패권국인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국내 정치에서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며, 국민들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사실에 뒷받침돼 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속한 국가들은 다자주의 합의에 의해 질서를 이뤄가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규범들, 즉 인권의 존재, 법에 의한 지배 등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으로 본다. 국제 질서에서는 이러한 규범들을 발전시켜 국제법의 존중, 국가 주권의 준수, 내정 불간섭, 협의에 의한 갈등 해소, 열린 경제 질서의 유지 등을 주된 규범으로 삼는다.탈냉전기 30년 동안 미국은 온전히 자국의 정책에 의해 세계 질서를 조성하고 유지하고자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국력을 갖게 됐다. 이 시기 미국의 정책은 자국의 이념과 정책 노선에 따라 국제 질서를 조성하고 유지했다. 이러한 점에서 탈냉전 30년간의 국제질서는 온전히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실험장이었다.2020년대에 들어선 오늘날,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해온 미국의 쇠퇴, 그리고 미국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경제적 기반이 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작용들, 이로 인한 역세계화 혹은 반세계화의 흐름과, 포퓰리즘 정치 운동, 자유주의 국제 질서 속에서 강화됐다고 봤던 민주주의 정권들의 반민주적 역진(backsling), 개방적인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약화 및 보호주의의 만년등의 현상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겪은 코로나 사태는 국가들 간의 다자주의적 협력에 의해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세계적 보건 위기 앞에서 국가들은 자국 이익 중심의 각자 도생의 길을 택했고, 미국 역시 지도국의 역할을 하는 데 큰 한계를 보였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상징이라고 보았던 유럽연합과 같은 다자주의 협력체에서 자유주의 국가의 원조격인 영국이 탈퇴하고,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 과정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이익 우선주의로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인가?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탈냉전 30년 동안 미국이 유지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군사 안보 영역은 미중 양국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영역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강군의 꿈을 추구한다.기술 발전의 속도로 볼 때에도,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군사 경쟁에서 중국이 또 다른 우위를 추구할 가능성 역시 매우 크다. 향후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점은 미중 양국이 파괴적인 군사력의 증강 속에서 군비 통제와 군축, 그리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는 통상 전력과 핵전력 모두에서 미국이 앞서고 있다. 양적으로는 해군력과 같이 중국이 앞선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중국은 열세에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등 소위 회색 지대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에 군사적으로 도전할 수 없는“미국 주도의 탈냉전기가 종식되고, 전반적으로 강대국은 물론 남반구 국가들의 입장과 자원이 중요해지는 현재,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것은 군사력 격차 때문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반드시 민주주의 국제질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유주의 이념은 개인들 간의 불평등과 힘의 차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유주의의 자유 지향성과 민주주의의 평등 및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때때로 충돌하고 긴장하며, 이러한 긴장 관계가 자유민주주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그러나 국제 질서에서 국력의 불평등성은 엄연히 존재하고, 강대국이 이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많은 비판에 노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은 약소국들을 최대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가면서, 강대국 중심의 질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미국 주도의 탈냉전기가 종식되고, 전반적으로 강대국은 물론 남반구 국가들의 입장과 자원이 중요해지는 현재,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탈냉전기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고, 서구식 시각에서 지구 거버넌스를 만들어오면서 많은 문제와 반발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한국이 신흥 선진국으로 발돋움할수록 향후 남반구 국가들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의 국력이 약화되는 반면 세계 경제질서에서 남반구 국가들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선진국과 약소국을 매개할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을 찾아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서방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아니라, 보다 민주적인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이루고자 할 때, 새로운 차원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서 패권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이미 국제정치에서 한 국가가 국제정치의 공공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국제정치가 너무 복잡해졌다. 미국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자유주의 지배 연합을 구성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지배 연합의 참가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만의 연합이 아니라,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중시하는 규범의 실현이 목적이라면, 다양한 정치 체제를 지닌 구성국가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바람직한 국제 질서를 논할 때 국제법의 준수, 내정 불간섭, 주권 존중, 인권의 강조, 민주주의 등을 항상 이야기한다. 이러한 가치만을 놓고 볼 때, 권위주의 국가들 역시 자유주의와 조응하는 가치를 국제 질서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규범과 규칙들이 기반이 되는 국제 질서를 만들 수 있다면, 국제 질서가 반드시 자유주의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보다 포용적인 규범과 규칙 기반 질서를 만들어갈 때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국제 질서 역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외교 전략에도 커다란 과제를 던져준다. 우선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본 질과 변화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하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왔지만, 지금까지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변화가 불가피하며, 새로운 형태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한국이 얼마나 높은 식견을 가지고 참가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가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도 존재한다. 한미 동맹은 한국에 중요한 자산임에 틀림없지만, 미국이 단극으로 존재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더 이상 불가능하고, 미국과 더불어 한국의 힘을 보태면 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리더 그룹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모든 이익과 시각이 일치할 수는 없다. 또한 다양한 강대국들 및 선진국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보다 효과적이고 응집력 있는 지도국 연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국의 역할을 적절히 찾아야 한다.미중 전략 경쟁의 변화 양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단순하게 미중 간 전략적 선택이나 전략적 선명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복잡한 국제 정세에 비춰볼 때 정확하지 않은 인식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중이 협력과 경쟁의 복합 게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선제적으로 미중 관계의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미중이 상호협력 분야를 모색할 때 양자택일의 전략적 선명성을 보이는 것은 이미 뒤늦은 발상이다.한국이 신흥 선진국으로 발돋움할수록 향후 남반구 국가들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의 국력이 약화되는 과정에 있고,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질서에서 남반구 국가들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근대 국제 체제 성립 과정에서 제국주의의 폐해를 몸소 겪은 한국으로서는 미래 세계 질서의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선진국과 약소국을 매개할 수 있는 조정자의 역할을 찾아 나가야 한다.변화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맞게 한국이 미래의 규범과 가치를 설정하고 국익과 가치를 조정하는 외교를 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현재까지 이룩한 많은 성과가 있는 만큼 국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한국이 선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머신러닝 데이터 샘플링
‘속도·정확도’ 높인다포스텍 한욱신 교수·김경민 씨 연구팀국내 연구진이 여러 테이블로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최적의 샘플링 기법을 제안해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 한욱신 교수·IT융합공학과 통합 과정 김경민 씨 연구팀이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포스텍에 따르면, 관련 성과는 세계적인 데이터 베이스 학회인 ‘ACM PODS’에서 발표됐다. 42년 학회 역사상 한국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2016년 3월, 인간과 인공지능 간 세기의 대결로 온 세상이 들썩였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것이다. 의료계와 금융계, 교육계 등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든 인공지능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데이터는 ‘테이블(table)’이라는 그룹으로 분산·저장돼 있다. 인공지능이 테이블로 저장된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조인(join)’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왼쪽부터 포스텍 한욱신 교수, 김경민 씨이다. 사진=포스텍
크기가 매우 커 저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조인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테이블로부터 데이터를 빠르고, 균일하게 샘플링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메타 샘플링의 일종인 DRS(degree-based rejection sampling) 기법을 이용했다. 메타 샘플링은 샘플 공간을 먼저 추출하는 방법이다.기존에는 샘플 공간(어떤 확률적인 실험에서 가능한 모든 결과의 집합)에서 바로 값을 추출하기 전에 샘플 공간의 모든 값에 대한 확률을 미리 계산해야만 했다.그러나 연구팀이 제안한 새로운 기법은 특정 값의 빈도에 기반한 단순한 확률 분포를 가진 샘플 공간을 먼저 추출하고, 그 샘플 공간에서 값을 뽑아냈다.이 경우, 샘플 공간을 추출하는 확률이 상숫값으로써 곱해질 뿐, 복잡한 확률을 계산하지 않고 빠르게 데이터를 샘플링할 수 있다.한욱신 교수는 “이 기법은 데이터의 계층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트리(tree) 형태나 순환되는 관계를 보여주는 사이클(cycle)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쿼리에 적용할 수 있다”라며 “머신러닝을 위한 데이터 샘플링 과정에서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딸깍발이
사람을 살려주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올해도 절반을 넘어가면서 잔뜩 쌓인 메일을 정리하다 올초 다산포럼 송혁기 선생님의 ‘닭을 잘 기르는 법’을 다시 읽어보고던 중에 중국의 세계적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아버지 얘기가 생각났다.
‘닭을 잘 기르는 법’은 사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글이다. 이 글에 유배 중인 다산 정약용이 둘째 아들에게 닭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를 자세히 언급한 대목이 소개되어 있다. 일단 사대부 집안 부자(父子)가 뜬금없이 양계를 논하는 게 의아할 수 있다. 아버지의 유배로 과거 시험을 볼 수 없게 되어 생계를 위해 닭을 기르게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한탄이 아니라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칭찬한 내용이다.저속한 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품위가 생기는 것이고, 닭을 키우는 것도 관련 서적으로 공부하고 갖가지 방법을 시도하면서 체계적으로 효율을 높이라는 당부였다. 단순히 양계 기술을 넘어 닭을 소재로 시도 쓰면서 세속적인 일에서 맑고 높은 품격을 갖추라는 당부도 있었다.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현대예술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의 미술 감독을 담당했으면서도, 체제 옹호로 돌아선 장예모 감독과 달리 끊임없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그가 중국 정부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버지 때문이다.그의 아버지는 중국의 유명한 시인으로 문화혁명 때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하방(下放)을 당해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수용소에 유폐되어 20년을 살았다. 그런데 아이 웨이웨이가 기억하는 당시 아버지의 모습은, 평생 글로 살았던 사람이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변기 청소를 한없이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마치 글을 쓰듯이 세밀하고 꼼꼼하고 차분하고 정성스럽게.한 사람의 20년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추정컨대 2백만 명이 스러진 그 잔인한 문화혁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도자의 착오로 인한 재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재평가나 사과를 한 적이 없다.비극과 불행, 극단의 상황에서 사람이 화장실 청소처럼 사소하거나 닭 기르는 것처럼 하찮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사실 모든 것이 박탈된 사람에게 화장실 청소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고, 많은 것이 부정된 사람에게 닭 기르는 일도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닐 것이다.
정약용은 둘째 아들에게 닭의 생태를 세세하게 관찰하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보면 이전에 못 보던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고민의 과정이 깊어지면 세속의 일에서도 옳은 길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우리 대학의 위기는 인구절벽의 축소사회, 파괴적 기술혁신에 따른 교육과 직업의 대전환, 성장한계와 지역소멸 등 거대 담론이 경합하는 장이다. 문득 사람이 사라지고, 지역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기대와 상식이 사라질 때 우리를 지탱해줄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정작 사람을 살리는 것은 고매한 담론이 아니라 남루한 하루를 버티고 그 안에서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어떤 마음가짐일 것이다. 우리 대학이 이런 마음가짐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제공=부산시립미술관
갤러리 초대석
「슬픈 나의 젊은 날」오민욱, 마모, HD비디오, 2023.부산시립미술관은 기획전 「슬픈 나의 젊은 날」을 8월 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밀레니얼 세대 김덕희·오민욱·조정환 3인의 작가가 회화·미디어·설치·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신작을 포함한 70여 점을 소개한다.인구절벽과 지방소멸, 각자도생, 능력주의 담론 아래에서 젊은 세대의 시각에는 불안과 우울이 감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계가 크게 위축된 상황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크게 각인 돼 있다. 전시 제목 ‘슬픈 나의 젊은 날’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낙서시를 엮은 시집 제목 ‘슬픈 우리 젊은 날’을 고쳐 썼다. ‘우리’를 다시 ‘나의’로 바꿔 써 슬픔을 공유할 수도 없는 오늘날의 현실을 직시한다.참여 작가는 모두 자기 성찰적이면서도 붕괴하고 있는 세계를 새로이 인식할 방법을 모색한다. 김덕희는 비인간을 경유해 위태로운 삶을 성찰하고, 오민욱은 역사를 주관적으로 몽타주해 세계와 나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조정환은 오래된 미래주의적 상상력을 극단적으로 가속한다. 전시는 △가속 △에너지 흐름 △인상 총 3부로 구성했다. ‘가속’은 한계 속도 이후의 세계, ‘에너지 흐름’은 세계에 가닿기 위한 존재론적 전환, ‘인상’은 역사 이후를 파악하는 태도를 다룬다. 3인의 작가는 이 주제에 따로, 또 같이 참여하고 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교수논평
교수 계약임용제, 재검토 필요하다2018년 8월 30일은 대학 교원들의 교권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문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대학 교원의 근로자성 및 단결 필요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한 주요인으로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를 들었다. 즉 대학 교원 임용 제도가 전반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보다는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특히 2002년 이후 본격 시행된 계약임용제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해 임용·재임용하기 때문에 대학 교원의 신분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대학 경영진의 대학 교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상존하게 되었다고 했다.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근거로 계약임용제 시행 이후 실제로 ‘비정년트랙전임교원’과 ‘강의전담교원’ 등의 명칭으로 임용한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직 교원이 등장해 확대됐고, 이로 인해 대학 교원의 저임금과 신분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내용을 고려해 보면 대학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보장된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하여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먼저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현재의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 즉 계약임용제하에서는 단결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수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단결 조직체를 만들어 사용자 측과의 교섭과 협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그러나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진 계약임용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교섭과 협의 활동은 교권을 확립·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계약임용제가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밝혀진 이상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바꾸어 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이제 계약임용제에 대한 근본적인 전면 재검토를 늦출 수 없다. 우수한 대학 교원들을 우대하고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 임용과 대학 경영진의 인사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계약임용제를 폐기하든지 적어도 계약임용제 도입 이전에 적용했던 기간임용제(직급별 승진 기간을 정하고 호봉제 적용)보다 개선된 계약임용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기간임용제에서 적용했던 기간보다 길게 하고, 임금에 대해서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을 적용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은 제2항에서 규정한 개별 대학의 사적 자치가 갖는 책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2018년 8월 30일을 대학 교원의 교권을 위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던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 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해 가야 한다. 대학 교원의 임용제를 대학 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이를 토대로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육아·학업 사이 사유의 길을 찾아박사과정을 이행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일상의 노곤함을 경험할 것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자질구레한 고군분투를 학적인 언어와 문제의식으로 ‘승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심적인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지나치게 우울해 보이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학우들에게 털어놓는다거나, 사적인 사정들이 변명이 되지 않게끔 최대한 노력하고, 가끔은 그러한 피로함이 너무 크게 덮치면 소리 없이 사라져서 학교 주변부를 유령처럼 떠돌기도 한다.
박사과정 진학 전, 대부분 학생, 특히 인문학 박사과정생들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견뎌내야 할 무게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학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한 아찔한 액수의 생활비와 어쩌면 그보다 더 아찔한 미래의 전망에 수백 번 고민하다 진학을 선택한다. 그런데도 막상 박사과정에 들어서니 내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지곤 했다. 학·석사 시절 존경했던 몇몇 선생님들처럼 재물에 초연한 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친구들의 작지만 좋은 소식들에, 사소하고 예쁜 물건들에, 멋진 여행지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그 나약함 사이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자기혐오와 자기반성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지쳐서 ‘그래, 뭐 인생 별거 있겠어, 가볍고 단순하게 살아가자’라며 조금은 무책임하게 마음먹었다.그러나 임신과 출산 경험은 또 다른 측면에서 내 의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의 매우 사적이고 내밀한 사정으로 변명할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느낀 비굴함과 부끄러움보다, 이에 대한 누군가의 냉담한 눈초리를 마주했을 때 느낀 두려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갑자기 세상이 내게 너무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내가 한 행동이 이 세상에 어떤 결과를 낳아서 다시 아이에게 돌아오게 될지. 마치 세상에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이도 어느 순간 내 손에서 점차 떠나보내야 하는 인연이기에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 별생각 없이 보냈던 일상도 무게감이 달랐다. 심지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때도 고생하는 가족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여유 시간에는 각종 병치레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했다. 밖에 나가는 일도 큰 결심이 필요해서 집에서 겨우 마음먹고 앉아 책을 펼치면, 그 안에서 나의 지난 과오와 옛 인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논문을 쓰려면 이러저러한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꾸준히 집중하고 몰두해야 하는데, 논문 쓰기와 번잡한 일상 사이 스위치를 딱딱 바꾸려면 이전보다도 훨씬 많은 의지가 필요했다.
매일 반복적으로 나를 소진시키던 일상은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연도가 바뀌어 있고, 아이는 자라고, 각종 만기는 다가오고 있었다. 이렇게 착실하게 쌓여가는 일상의 번잡함은 나를 자극해서 어딘가 향하라고 밀어 올리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는 불안함을 해명할 길이 없었다.현실에서 느끼는 불안함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실 외에 항상 다른 세계가 필요한데 나 역시 그랬다. 내게 그 다른 세계는 예술작품이었다. 무탈하게 행복하든, 타인과 관계에서 고민하든, 삶에 회의를 느끼든, 내가 사는 현실을 지탱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나는 항상 무언가를 읽고 보고 들어야했다. 때로 종교적인 안정을 얻으려고 했고, 때로는 같이 울기 위해서, 때로는 오직 아름다움 그 자체에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부질없고 허망한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으며, 때로는 타인을 더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에서, 때로는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이상향으로 찾아서 들어가듯 도망쳤다. 나는 예술작품과 맺는 관계 속에서 삶을 이해해 갔기에 이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게 더 깊은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학적인 언어를 찾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를 자극하고 성장시켰던 가족들, 친구들, 동기들과 좋은 대화는 생각에 동기를 부여해주지만, 대화 중에 넘쳐 흐르는 말과 생각을 정제되고 엄밀한 사유로 풀어내고 싶었다.
일상의 번잡함은 내 시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부분이기에, 내 과제는 이를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결국에는 내 지각이 더 예민하고 섬세해질 것을 믿고 있다.
한혜정
이화여대 철학과 박사수료이화여대 철학과 박사수료 후 예술 인지주의 논쟁에 대해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주요 논문은 「취리히 다다 선언문의 자기비판 정신 - 다다 ‘반예술’의 철학적 의미」(2020)가 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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