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문체부 “대학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 협의 추진”

‘디지털 불법 복제’ 19일 국회 토론회

“교육·홍보와 함께 단속·처벌 강화해야”

대학의 불법 복제 개선을 위해 저작권 교육·홍보와 함께 단속·처벌 등 저작권법 집행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학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정부 당국의 협의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디지털 불법 복제, 인식 전환과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을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유기홍·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경태·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와 교수신문, 쿠키뉴스가 주관했다.

대학의 불법 복제 문제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여·야 의원이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출판·언론·정부 관계자 등 1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유기홍 의원(교육위원회)은 이날 토론에 참석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해서도 저작권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창작과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이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김승수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윤석열 대통령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문체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저작물에 대

한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저작권 보호 및 교육 강화 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이대희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단순한 저작권 의식 향상만을 위한 개선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불법 저작물을 이용하면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홍보와 교육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저작권은 개인의 재산권에서 저작권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저작권 침해는 공익의 침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 산업은 2020년 기준 실질 GDP 비중이 7.34%, 고용은 8.82%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은 이미 ‘저작권자’ 입장으로, 선진국 국격에 맞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복적이고 기업적인 규모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 법적손해배상을 적극 활용하는 민사적인 구제 수단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저작권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저작권 교육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올해 9천 회를 진행하고, 2026년까지 1만5천 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청소년 38만 9천496명, 성인 29만 7천741명 등 총 68만 7천237명이 저작권 교육을 받았다. 이는 전국 청소년의 5.6%,

지난 19일 ‘디지털 불법 복제, 인식 전환과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언론·정부 관계자 등 100명이 넘게 참석해 ‘불법 복제’ 개선 방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사진=하영

성인의 1% 수준이다. 안성섭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운영팀장은 “교육의 수혜를 받는 인구가 많지 않아 교육의 수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추후 개발될 교육과정에서 교과별 성취기준 안에 저작권 교육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정규 과정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정성희 한국저작권보호원 홍보협력부장과 류원식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교문사 대표)도 저작권 교육 강화와 함께 ‘무관용 원칙’과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을 강조했다. 정 부장은 “불법 복제의 장르 가운데, 가장 죄책

감을 느끼지 않는 장르가 출판 분야인 것 같다”며 “출판 분야는 불법 복제물 이용자가 직접 복제해서 유포하는 특성이 있는데, ‘무관용 원칙’으로 불법 복제물을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선 문체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대학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대학에 배포하는 방안이 주요하게 제기됐다. 류원식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대학의 불법 복제 문제가 심각한데도 대학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대책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학의 저작권 교육 강

화를 위해 교육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이진우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장은 대학의 저작권 교육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교육부의 협상 파트너와 거버넌스를 갖추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2022 개정 교육개정에 따라 교과서와 AI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고 있으며, 저작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며 “교과서를 집필하는 교사와 교수를 대상으로 연수가 진행되고 있어 저작권 관련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 윤용한 문체부 저작권보호과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홍보와 교육을 주요 과제로 하고, 단속과 처벌, 신고포상제 등 종합적 방안이 담겨 있다”라고 밝혔다. 윤 과장은 “내년 예산안에 저작권 보호 예산이 대폭 증액돼 제출돼 있다. 내년에 대대적인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 과장은 또, 저작권 교과서 개발 및 인정 교과서 승인과 온라인 교육시스템의 강의 자료 저작권 침해 여부 점검을 통한 경고 및 시정 조치, 저작권 윤리교육 과정 의무화를 교육부에 제안했다. 대학의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해서는 교육부 담당자가 정해져 대화 창구가 열리면, 관련 단체와 함께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엥? 책을 통째로 스캔한다고?

그거 불법이야!

콘텐츠의 불법복제와 전송으로 우리콘텐츠의 미래를 망치지 말아주세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글로컬대학 예비지절 결과는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글로컬대학을 예비지정하는 데 대학의 혁신성을 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사진=교육부

국립 8곳·사립 7곳 글로컬 예비선정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

사립 일반대·전문대 통합은 선정 불발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순천향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연세대(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과대, 한동대, 한림대가 선정됐다.

교육부는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 총 15개 혁신기획서가 선정됐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번 예비 지정에서는 지역거점국립대 6곳이 선정됐다. 대학 간 통합모델을 제시해 예비지정된 대학은 4곳이다. 동일법인 내 일반대·전문대 통합을 추진해 선정된 대학은 없었다. 라이즈(RISE) 예비시범지역 중에서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된 곳은 9곳이다(통합모델 1개로 계산).

교육부는 기자단과의 백브리핑에서 이번 예비지정에서 특정 대학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 아니냐에 질문에 대해 “지역거점국립대가 통합이나 혁신 모델을 들고나와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1차 년도 선정에서는 혁신성만 봤다”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대전·세종·제주 지역의 대학은 모두 선정되지 못했다.

글로컬대학 선정에 있어 대학 간 통합이 미친 영향에 대해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학 간 물리적 통합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 통합을 통해 유기적 연계까지 돼야 한다”라며 “구성원 간 합의와 시너지를 통해 어떤 혁신성을 갖고 지역과의 연계나 프로그램 등이 나와야 한다. 이번 예비지정에서 혁신성이 60%였는데, 통합했다고 해서 혁신성에 점수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합을 추진한 대학 중 중 사립대가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지정에 전문대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대는 지역

과의 연계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지만, (글로컬대학 위원회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평가위원회에서는 보지 않았기에 선정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년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지역별·설립유형별·규모별 지역 안배에 대해서는 “이번에 예비지정된 곳 중 울산대·순천향대는 대형, 인제대·한림대·연세대는 중형, 포항공대·한동대는 소형대학이다. 지명도가 아니라 혁신적인 안을 제시한 곳을 선정했다.

지방사립대가 처한 현실에서 뛰어난 혁신기획서를 낸 곳이 선정될 것”이라면서도 “유형과 트랙은 계속해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기에 1차 년도에 전반적으로 점검을 하고, 전문가와 논의를 하면서 좋은 혁신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글로컬대학을 지원하며 함께 제안했던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학들은 학사와 관련해서는 모집 단위에서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유학생과 관련해서는 비자 문제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컬대학에 지원하며 목표로 제시했던 정원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리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혁신기획서가 공개된 곳은 예비지정에 선정된 15개 대학이지만 총 65개의 혁신기획서가 7월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오는 30일까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 50개 대학의 혁신기획서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지정된 대학들은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 지역 산업체 등과 함께 혁신기획서에 담긴 과제를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본지정 평가를 거쳐 10월 중 최종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소규모 대학’ 자생력 키우는 일본

데이터로 읽는 대학⑧

수도권 집중과 지역대학 위기

대학의 미충원과 관련해 다룰 세 번째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대학 위기’다. 지역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대학생의 수도권 집중과 선호도 위기의 또 다른 시발점이다. 학생의 수도권 집중화는 학령인구 감소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과 대학생은 왜 수도권으로 몰리는가?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2천605만 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50.5%를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국토의 11.8%에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돼 있다. 또한,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에 양질의 대학 일자리가 몰려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수도권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해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제정해서 2000년 이후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묶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에 따라 총원 규제를 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이슈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동결이나 감축을 해야만 했다.

첨단분야 수도권 증원, 균형발전 허물어

그러나 올해들어 정부가 갑자기 일부 첨단분야 학과의 정원을 확대하면서 20여 년 만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규제 완화 정책도 예고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분야 정원조정 결과를 확정해 수도권 10개 대학 19개 학과에서 817명이 증원됐고, 비수도권에서도 12개 대학 31개 학과의 정원이 1천12명 늘어난다. 수도권의 이상 비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비수도권과 지방 경제를 살려 균형발전을 추구해야한다는 방침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 323개교의 지역별·설립별 현황을 보면, 전체 대학 중 수도권 소재 대학은 114개교(35.3%), 비수도권 소재 대학은 209개교(64.7%)이다. 4년제 일반대학은 수도권에 72개교(37.7%), 비수도권에 119개교(62.3%)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2020)에 따르면, 전국 84개 한계대학 중 62개(74%)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2023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에서 경쟁률이 6대 1 미만인 대학 88곳 중에서 85.2%인 75개 대학이 비수도권 대학이다. 올해 정시 최종 경쟁률을 공개한 208개 대학 중 14개 대학 26개 학과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원자가 사라진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수(시군구 기준)

출처: 한국고용정보원(2022).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

250

200

150

100

50

0

2000년

136

33

59

2010년

70

47

50

61

2005년

112

33

57

26

2020년

40

81

80

22

22.3월

23

92

68

45

2015년

25

62

61

77

3 소멸 저위험

정상지역

소멸주의

소멸위험진입

소멸 고위험

학과는 지난 2020학년도 3개, 2021학년도 5개, 2022학년도 23개, 2023학년도에는 26개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해당 14개 대학교는 모두 지방대다. 26개 학과 중 16개는 인문계, 10개는 자연계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수는 39만 8천271명이다. 이는 2024학년도 대학(4년제 대학·전문대 포함) 모집인원인 51만 884명보다 11만 2천613명이 부족하다.

지역 격차의 악순환, 수도권 집중 가중

앞으로도 지역대학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2022)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지자체 중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이중 45개 지역은 소멸고위험지역에 속한다. 최근 20여년간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멸위기 속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질적 격차 심화에 따른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역 인구감소와 청년층 수도권 유입, 그리고 지역 격차의 연쇄적 악순환은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감소와 의료·교통·보육 등 정주여건 악화로 이어져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하려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가 특히 지방의 소규모 대학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소규모 대학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각종 지원정책과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학령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 구조개혁은 수도권(도쿄권) 집중화 현상의 지속적 심화, 학령인구(18세)의 급격한 감소 예상과 함께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 중심의 입학정원 미충족으로 인한 경영 위기 심화 등을 배경으로 한다. 사립대 위기가 학생의 학습권 저해와 교직원·지역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예상해 사전에 대비하는 선제적 정책이다.

일본은 사립대 소규모화·경상비 지원

일본의 고등교육 현황과 정부 정책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기준으로 입학정원

이 500명 이하인(재학생 2천명) 4년제 소규모 일반대학은 총 425개교로 전체 대학(767개교)의 55.4%를 차지한다. 대부분 의료·보건·복지·종교·교양 등 소규모 특성화대학이다. 소규모 대학은 사립대가 대부분이며, 주로 지방에 있다. 재학생 1천명 이하 대학이 252개교로 약 60%를 차지한다.

사립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재정지원 제도인 사학조성제도는 1970년에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보조금 제도가 도입돼 사립대 인건비를 포함한 교육 연구 관련 경상비에 대한 보조가 이뤄지고 있다. 1975년에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이 제정돼 1976년 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학진흥조성금’은 ‘사립학교 진흥조성법’에 근거해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위임받은 일본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을 통해 각 대학으로 보조금이 지원된다.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보조금은 ①사립대의 교육연구조건 유지향상, ②학생의 학업 경제적 부담 완화, ③사립대 등의 경영 건전성 향상 기여를 위해 지급하고 있다.

일본 사립대 지원정책의 시사점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을 소규모화하고,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대학 스스로의 개혁을 통한 지속가능성 유지와 규모 축소·퇴출을 위한 통로 마련과 경영지원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기준으로 지방대 214곳 중 44곳(20.6%)은 신입생 충원율이 80%에 못 미친다. 신입생 충원율이 80% 미만이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다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극복하고 지역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의 허브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대학의 중요성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지역소멸위기 속에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생 충원에 따른 등록금 의존율을 줄이고, 일본처럼 경상비 일부를 정부

가 지역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재정확보와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유기홍 의원, 인문사회학술기본법 발의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초석”

국회 유기홍 의원(교육위원회·더불어민주당·관악구갑)이 인문사회분야 지원에 관한 근거를 마련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3년 기준 국가 연구개발예산 31조 원 중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분야 예산은 3천억 원을 상회하는 약 1.2%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공계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의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원인은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뒷받침 할 법률적 지원체계가 미비하고, 공적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학술정책을 수립하고 관장할 컨트롤타워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인문사회학술 기본계획 설정

△대통령 소속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 설치 △인문사회연구 및 인문사회학술 사업에 대한 조사·분석 및 평가 △인문사회학술기금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유기홍 의원은 “과학기술 발전에만 치우쳐 인문

사회 분야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인문사회는 모든 학문의 기초로 대전환 시대에 인문사회의 융합이 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 의원은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의 제정으로 인문사회분야의 경쟁력과 발전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은 김영진, 박찬대, 오영환, 유정주, 이원욱, 이학영, 이형석, 조오섭, 허영 의원이 공동 발의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일반대 6곳·전문대 5곳 재정지원제한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결과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총 11개교가 선정됐다. 국가장학금Ⅱ유형만 제한받는 대학은 5개교, 국가장학금Ⅰ·Ⅱ유형 모두 제한받는 대학은 6개교이다. 202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중 10개교는 2024학년도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해제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4학년도에 적용되는 정부 재정지원 가능대학 총 283개교(일반대 161개교, 전문대 122개교)의 명단을 지난 19일 확정해 발표했다.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일반대는 총 6개교로 △경주대 △대구예술대 △서울기독대 △제주국제대△한국국제대 △화성의과대 이다. 전문대는 총 5개

교로 △고구려대학 △광양보건대학 △영남외국어대학 △웅지세무대학 △장안대학 등이다.

2024학년도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해제된 10곳은 Ⅰ유형의 극동대와 서울한영대, 한국침례신학대(이상 일반대), 동의과학대, 수원과학대, 신안산대, 전주기전대, 창원문성대(이상 전문대)다. Ⅱ유형'의 경우는 김포대, 강원관광대(이상 전문대)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는 지난해 실시한 2023학년도 평가와 동일하게 주요 정량 지표를 활용해 지표별 최소 기준 달성 여부를 봤다고 밝혔다. 다만, 학령인구 급감 영향을 고려해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 2개 지표는 하위 7% 대학까지만 지표를 미충족한 것으로 보는 조정기준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대학 50곳에 ‘평생교육’ 510억 지원

성인학습자의 대학 평생교육을 확대하는 ‘라이프 2.0’사업에 일반대 30곳과 전문대 20곳이 선정됐다. 교육부는 선정 대학에 평균 10억 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1일 ‘2주기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이하 라이프2.0)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지원 예산은 지난 라이프1.0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연 510억 원이다.

라이프 2.0 참여 대학들은 △성인학습자 전담학과 설치운영 △성인학습자 학습지원센터 설치 △학사제도 유연화 등을 통해 고등교육을 통한 성인학습자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라이프2.0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지원한다. 2025년부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1;-)에 통합돼 운영된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미주 지역 한인시에 대한 최초의 문학사적 연구

『미주 한인 시문학사 : 1905~1999』

20세기 미주 시단에서 전개되었던 한인들의 시문학과 문학사적 사건들

이형권 지음 | 608쪽

미주 한인 시문학은 국내외 다른 지역의 시문학과 변별되는 형식과 내용상의 특수성을 지닌다. 저자는 시문학이 갖는 시대적·역사적 의미와 문학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미주 시단의 흐름과 양상을 파악해 나간다. 미주 한인 시문학사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문학사의 지평을 확장하고 한국 문학사의 범주와 의의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 또한 강조한다.

근대 초기 신극 운동부터 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

『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

시민 의식을 변화시키고 사회 변혁을 추동하는, ‘운동’으로서의 한국 근대연극의 역사

유민영 지음 | 672쪽

개항 이후 현대까지의 한국 연극사를 정리한 책이다. 개화기 이후 전개된 신극 운동부터 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연극의 자취를 그리며 오늘날의 현대 연극계를 조망한다. 연극계 선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 사진을 곁들였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식 서술로 연극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풀어나간다.

조선족 역사의 특수성에 따른 조선족 소설의 통사적 연구

『조선족 소설사』

세계 한인문학의 자산이자 조선족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조선족 소설의 역사

최병우 지음 | 560쪽

중국의 역사적 격변과 함께 발전해온 조선족 문학의 현주소와 독특한 가치를 살펴본 책. 조선족 문학은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격랑과, 한중수교에 따른 조선족 사회의 변화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왔다. 조선족 역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문학의 경향성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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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여성 노동자를 집으로 돌려 보내라’…누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㊸ 보육을 둘러싼

‘한·중 가족주의’ 비교 연구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1950년대의 의지가 21세기에는 출산 거부의 의지로 전화된 것이 아닐까. 중국은 개혁개방기 이후 여성 노동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부녀회가’(婦女回家)를 시도했다. 1980년대에 부상한 ‘과학 육아’ 담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아이 양육에 올인하는 엄마를 ‘이상적인 엄마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엄마들이 ‘녹색어머니회’라는 깃발을 들고 등교 지도를 한다. ‘어머니’란 표현을 쓰는 것도 어색하다. 실제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보인다. 깃발을 대신 들어줄 알바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실 등교 지도는 학교나 경찰이 책임져야 하는 것인데 왜 일하러 나가야 하는 엄마들이 해야 하는 걸까? 아마도 과거에는 엄마들이 대부분 전업주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을 엄마와 가족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결국 녹색어머니회는 일종의 문화지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성 노동자와 전업주부, 그리고 저출산

지금처럼 많은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는 시대에 여성이 노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는 것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당연한 규범이 되었다. 그러한 규범의 변화가 제도적 변화로 잘 뒷받침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학술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여성과 청년 여성의 규범은 변화했을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가정(결혼과 양육)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또는 둘 다 중시(워라벨)하는 관념이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을 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벽에 부딪힌다. 여성 청년들의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응답(이른바 결혼과 출산 거부)은, 아마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규범과 미래에 겪게 될 여성으로서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한 ‘합리적’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가장 큰 벽은 출산과 양육이다. 흔히 이야기하듯 이러한 벽이 지금의 초저출산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자란 유아시절, 나의 아버지는 아주 먼 지방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단위(국가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일했다. 어머니는 출근하면서 나와 내 동생을 건물 내에 있는 단위 탁아소에 맡기고 근무 중에도 수시로 와서 수유하거나 돌볼 수 있었다.(중국에서는 1950년대에 기혼 여성 20인 이상 직장이면 탁아소와 수유실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물론 회식이나 출장은 거의 포기했다. 힘들긴 했지만, 경력단절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나는 중국이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의 보육과 연관된 역사적 유산이 궁금해졌다. 1950년대에 국가 지도자들이 여성을 노

동자로 호명하고, 가정주부를 ‘기생충’으로 비난하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여성 노동자 정체성이라는 중국 사회의 역사적 유산이 매우 독특한 것이며 현재까지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중국은 1980년대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노동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일종의 장기 육아 휴직인 ‘단계성 취업’을 도입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여성들은 잠깐 쉬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많이 쉬면 경력 단절이 된다면서 장기 육아휴직을 거부했다. 결국 이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고, 역설적이게도 여성들은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아직도 중국에는 출산휴가만 있고 서구와 한국에서 긍정적으로 간주되는 장기 육아휴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동아시아 가족주의

나는 박사논문으로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벽이라 할 수 있는 출산과 보육 문제를 탐구하기로 했다. 살펴보니 한국의 기존 저출산에 관한 연구와 정책은 서구와 북유럽 모델의 수용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구와 유럽은 아시아와 많이 다르다.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국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통계만 놓고 볼 때, 과거의 공적 탁아소가 거의 사라진 중국이 상대적으로 무상보육이 달성된 한국보다 여성 취업률이 높고, M자 곡선도 나타나지 않는다. 저출산에 진입하고 있지만 중국이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다는 점도 의아했다. 이는 나를 비교역사 사회학이라는 방법론으로 이끌었다.

한국과 중국 사회를 비교하는 기존 연구는 ‘탈사회주의’ 관점과 ‘유교 가족주의’ 관점이 지배적이다. 탈사회주의 시각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사회와 동일한 경로로 나아간다는 것을 전제한다. 따라서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는 대체로 간과하고, 개혁개방 이후에 비로소 현대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여기면서 20세기 후반의 근대화 이론과 유사하게 사회발전의 단계를 상정한다. 유교 가족주의 관점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지나치게 유사하게 본다. 한국과 중국은 핵가족과 확대가족의 차이만 있을 뿐 유교적이고 가부장적 가족주의는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가족주의가 유사하다는 전제를 가지면

그림은 ‘엄마는 마음놓고 생산하러 간다’는 내용의 1953년 선전화다. 작은 사진은 여성 불도저 운전사의 모습이다. <인민화보> 1951년 4기 수록 사진이다.¶¶

국가별 차이를 보기 힘들어지고, 역사적 맥락을 고찰하기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동북아시아는 모두 조부모 보육을 많이 하므로 다 비슷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봐도, 자본주의 체제인 대만에서는 가족주의가 강하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높고 경력단절도 한국보다 훨씬 낮아 M자 곡선도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시적인 체제나 이념보다는 각 나라의 ‘중범위적(middle-range)’ 제도의 구체적인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비교역사적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과성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여성 노동을 지탱하는 ‘역설적 공공성’

이런 문제의식과 시각에 따라, 나는 박사논문에서 ‘보육체제’ 분석틀을 구상했다. 195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보육체제 변동을 각각 형성기·이행기·저출산기 3시기로 구분해 분석했다. 보육체제에서 핵심 분석 대상은 ‘여성보육부담’이었다. 사회제도와 보육실천이 얼마나 여성의 부담을 줄여주느냐를 분석의 포인트로 삼았다.

앞서 제기한 질문인, 왜 중국이 한국보다 여성 취업률이 높고, 경력 단절이 낮은가란 질문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중국은 보육체제 형성기인 1950년대~1970년대까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에 여성도 직장을 갖도록 하되 단위탁아소(직장탁아소)의 구축을 병행하였고 이것이 문화적으로 여성 노동자 정체성과 맞벌이 부부 모델을 형성하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행기에 공보육 체제가 와해되면서 중국은 조부

모 보육으로 여성 노동자 되기를 유지하고 있다. 조부모 보육은 보육리스크 사사화(privatization)의 극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역사적 해석을 추가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의 여성 노동자 정체성이라는 역사적 유산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족주의와 ‘연동’되어 보육실천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여성들은 전업주부가 아니라 여성 노동자로 지내는 것을 규범적으로 당연시한다. 따라서 결혼 후 며느리는 조부모에게 “자신이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자녀를 돌봐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개인 수준의 요구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규범이다. 사실 중국의 시어머니들도 젊었을 때는 노동자였다. 그래서 손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중국 조부모들은 손자녀 양육비를 부담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 정체성과 부계 중

심의 가족주의가 결합되어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지탱되는,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을 지탱하는 ‘역설적 공공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족이 여성 노동을 지탱하는 그야말로 역설적인 공공성이며, 위태로운 공공성이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공공탁아소도 거의 사라졌고, 여성을 가정주부로 ‘회가(回家)’(여성 노동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라)시키려는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도 이제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 역설적 공공성이 얼마나 더 갈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성 노동자 정체성과 맞벌이 부부 모델

한국의 경우, 무상보육이 실현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의 보육 부담을 확연히 줄이지는 못하고 있어서 ‘보충적 공공성’이라고 규정하였다. 여성 노동자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정착하지 못해 실제로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도 남성 외벌이 규범이 강력하다. 기혼 여성 노동자의 소득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집에서 아이를 보는게 낫지 않겠냐”는 지적을 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거절 못 하는 ‘친정엄마’에게 양육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육 기관과 초등학교 모두 하원과 하교 시간이 아직 맞벌이 모델에 제대로 맞추어져 있지 않다. 육아휴직을 둘러싼 기업의 보수성과 과로 문화도 문제다.

중국과 한국의 강력한 가족주의는 유사한 조건이다. 나는 가족주의라는 매우 모호한 관념의 차이보다는, 유사한 가족주의라도 여성 노동자 정체성과 맞벌이 부부 모델이라는 가족 모델의 차이가 가족과 보육의 실제적인 작동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비교는 저출산 문제를 보는 시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보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여성 노동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나오느냐,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나오느냐에 따라, 보육체제를 ‘여성 노동 중심 모델’과 ‘저출산 중심 모델’로 유형화하기도 했다. 여성 노동 중심 모델은 남성 외벌이 문화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가족 모델을 일정 정도 맞벌이 모델에 가깝게 변형시킨다. 반면 저출산 중심 모델은 ‘모성’보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가족주의는 손대지 않고 가임 여성의 출산 여부에 집중한다.

역사적 비교를 통해 현재의 차이를 보다

사실 공식적으로만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중국의 제도적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열악하다. 앞서 여성 취업률과 경력 단절에 관한 질문도 잘 해결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비교해야 현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비교역사사회학으로 보육체제를 비교하는 시각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사고 전환의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중국의 여성 청년들에게는 아직 결혼과 출산 거부 문화가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는 중국 여성들의 가족관이 보수적이라기보다는, 결혼과 출산이 부담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결혼을 해도 여성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한국 여성 청년들은 결혼이 경력 단절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인식도 한국 여성들이 개인화되었다는 증거라기보다는 외벌이 가족 규범의 압력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정밀한 논증을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한국은 한국전쟁 후 전쟁 미망인 등이 늘며 기혼 여성 노동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 보육에 국가와 사회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혼 여성 노농자들은 이중삼중의 부담에 시달렸다. 그래서 당시의 한국 여성들은 1960년대에 시행된 산아제한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를 적게 낳는 것만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1950년대의 의지가 21세기에는 출산 거부의 의지로 전화(轉化)된 것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해본다.

나는 보육을 둘러싼 가족주의 문제를 비교역사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기 이후 중국 정부와 기업, 사회가 어떻게 ‘부녀회가’를 시도했는지 그 담론과 정책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탐구했다. 기업들은 직장탁아소가 기업의 이윤과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않고 부담이 된다며 탁아소를 없애고 여성 고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에서 1980년대부터 부상한 ‘과학 육아’ 담론을 <부모필독>이라는 중국 대표 육아 저널을 통해 분석했다. 과학 육아 담론은 서구육아법을 표방하면서 아이 엄마가 보육의 일차적 책임자임을 끊임없이 주장하기에, 이행기 부녀회가라는 큰 흐름 속에 있다. 그러면서도 이 잡지는 애매하게도 여성이 전업주부로 지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성이 바깥에서 일하면서 잡지가 요구하는 과학 육아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결국 과학 육아 담론은 아이 양육에 올인하는 엄마를 ‘이상적인 엄마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나는 앞으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중국 사회의 보육, 가족과 관련된 제도의 형성과 현재 모습을 주로 연구하면서, 중국의 문화와 청년 등 중국 사회의 현안 문제도 지속적으로 탐구할 생각이다.

김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202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현대 한국과 중국 보육체제 변동에 관한 비교연구: 보육공공성과 가족주의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2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논문상을 받았다. 가족과 보육, 청년, 문화 등에 대한 한국과 중국사회 비교연구 작업에 주력하되, 특히 생활세계와 연관된 양국의 제도적 차이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을 주요 대상으로 동아시아 사회를 비교역사적으로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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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쉬운 문제 어렵게 만들기

기고_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일본 정부의 공식 용어) 문제가 과학기술을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이에 <교수신문>은 원자로안전학 전문가인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의 기고를 게재한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에 대해 안전성을 분석하고, 무지를 전파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후쿠시마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 문제는 매우 단순하게 볼 수 있다.

첫째, 처리수 방류가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이다. 2011년 후 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해서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2011년 사고 당시에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간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의 바닷물이나 수산물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고 하는 처리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배출 기준 이하로 낮춘 것이고, 세슘 농도도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3~0.05%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바닷물로 40배 희석해서 방류한다. 문제가 될 턱이 없다.

둘째,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위험하다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일본 자국민에게 발생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방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려면 일본이 자국민 보호도 하지 않을 나라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셋째, 도쿄전력이 배출기준 이하의 폐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그들의 권한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가 하라 말라 할 권한이 없다. 삼중수소의 배출기준은 6만 Bq/L(리터당 베크렐)이다. 우리나라의 배출기준은 4만 Bq/L이고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허용기준이 1만 Bq/L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40배 희석해서 1천500 Bq/L로 낮춰서 배출한다.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방류에 대해서 ‘그런데도 우린 걱정이니 배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 아무 설득력이 없는 억지일 뿐이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8가지 이유

세상에는 문제를 풀려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를 더 복잡하게 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첫째, 프레임 씌우기다. 오염수를 여러 단계의 처리를 거쳐서 배출기준 이하로 만든 처리수를 배출하려는 것인데 공연히 ‘처리수’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오염수’라고 불러야 한다고 우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ALPS 처리수 취급에 대한 규제 심사를 하기 위해 IAEA 대표단이 방문했다. 사진=도쿄전력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처리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것이고, 세슘 농도도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03~0.005%에 지나지 않는다.”

긴다.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배출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의 답과 ‘처리수 배출에 찬성하십니까?’의 답은 달라지게 되는 것을 노린 프레임 씌우기다.

둘째, 과학은 양(量)이다. 그런데 양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세슘·스토론튬·플루토늄·삼중수소가 얼마나 위험한 방사성동위원소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그 양(量)이 극미량임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셋째, 음모론을 제기한다.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낮아서 지금은 마셔도 되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식이다. 배출기준은 장기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서 설정된 것이다. 기준을 만들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그것보다 높으면 안 되고 낮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사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공학적 조치인 것이다. 일본은 못 믿을 나라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편이라는 주장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주장인데 가끔 먹히기도 한다.

넷째, 색안경을 씌우는 것이다. 굴곡진 한일관계를 상기시키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한다. ‘이번 시찰단은 일본의 입장을 공고히 할 뿐이다.’ ‘일본 총리십니까?’ 이런 얘기가 그런 경우다. 우리는 우리 해역과 우리 수산물에 방사성 오염이 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다. 이런 색안경을 씌워서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무지(無知)를 전파하는 것이다.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모두 환경오염이 아니다. 자정 능력을 초과해서 배출해야만 환경오염이다. 그래서 배출이 0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방류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가 ‘회를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방사성 물질은 굽거나 끓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여섯째, 일본이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나 도쿄전력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정보를 한글로 제공하고 있다. IAEA의 홈페이지에서 미션 리포트도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일곱째, 사실을 날조한다. IAEA가 일본이 주는 시료만 측정했다거나, 시료를 채취할 때 교반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IAEA의 미션 리포트를 읽어보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덟째, 좁은 틈으로 제한된 정보만 보게 만든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알프스(ALPS) 필터의 성능

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오염수가 많이 발생해서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필터가 이물질로 막히는 경우, 필터를 교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번 거르고도 배출기준을 상회할 수 있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한다. 이들 각각에 대해 답을 하다 보면 선동가의 술수에 말려 들어가게 된다.

사회적 문제를 멋대로 축조하는 시대

세계적으로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대체로 유사하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처리계통을 통해 정화한다. 그리고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충분히 방사성 농도가 낮아지지 않았다면 낮아질 때까지 재차 정화한다. 마지막으로 배출할 때에도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농도가 높으면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액체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한 부분이 다핵종처리설비(ALPS) 필터이다. ALPS 필터가 고장이 나거나, 교환이 되지 않았거나, 한 번에 다 거르지 못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으면 예외 없이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상태에서만 배출한다. 선동가들이 필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국민이 문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위험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괜한 걱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는 ‘축조’(築造)된다는 말을 한다.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학대받는 아동에 관심이 있는 운동가들은 학대받는 아이의 정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폭행을 당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가 주말 쇼핑을 나가서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까지 학대받는 아이로 분류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문제를 축조하기 쉬워진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집중하면 유리해지는

세력이 바로 그런 일을 교묘하게 도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다. 과학기술부에서 근무하였고 영국 만체스터대학교에서 연구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위원과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 에너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에 선임됐고, 공학한림원의 회원이다. 2012년 대통령상, 2018년 제28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2020년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커뮤니케이터상을 수상했다. 원자력안전, 열전달을 연구하고 있다.

“日 오염수 영향 미미하다”

비과학적 입장 우려

한국원자력학회, 과학적 근거의 왜곡 비판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0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상적으로 처리·배출되는 오염수가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고, 방류 과정과 우리 해역 방사능 감시를 통해 우리 수산물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국민불안 해소와 수산업계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다핵종처리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를 재처리하지 않고 일시에 배출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오염수 배출로 인해 우리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연간 피폭선량은 해양 방출시 0.0000000035 밀리시버트(mSv), 수증기 방출시 0.000065 밀리시버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 기준인 1 밀리시버트의 각각 2.8억 분의 1, 1만5천 분의 1로 평가된다. 밀리시버트는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1 밀리시버트는 1천 분의 1시버트이다. 방사선 촬영이나 자연에서도 극소량의 방사선량이 밀리시버트 단위로 발생한다.

실증적 자료와 다양한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방출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우리나라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한국원자력학회는 그 근거로 다음을 제시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진행 과정에서 많은 양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방출(액체로 방출, 대기 방출 후 침적 등)됐으나 해류의 방향과 광대한 태평양에 의한 희석효과에 의해 지난 12여 년간 한국 해역에서는 방사능 증가가 관측되지 않았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사고 직후부터 다핵종처리설비(ALPS) 시설이 가동되기 전 2년 이상 태평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에 비해 매우 적은 양(세슘의 경우 0.0003~0.005%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공동 연구 결과, 일본측 계획대로 처리된 오염수를 희석방출하는 경우(연간 삼중수소 방출 총량: 22조 베크렐) 우리나라 해역에는 2년 후 일시적으로 리터당 0.0000001 베크렐(Bq/L), 10년 후부터는 0.000001 Bq/L의 농도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우리나라 민물의 삼중수소 농도인 1 Bq/L 수준이나 바닷물의 0.1~0.2 Bq/L 수준에 비해 미미한 양이어서 측정되지도 않고 영향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베크렐은 단위 시간당 발생하는 원자핵의 붕괴수로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단위다.

방류수의 방사능 농도, 배출기준, 해양을 통한 확산, 생물학적 영향 등은 과학적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처리후 방류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우리 학회의 과학적 판단과 크게 다른 주장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파하는 분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저자 인터뷰_『AI 빅뱅』(동아시아 | 388쪽) 쓴 김재인 경희대 교수

“AI는 스스로 진화하지 못한다”…창작의 주체 아닌 미디어일 뿐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시대의 화두를 정면으로 맞서는 첨병이자,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실천가다. 그 토대가 된 것이 『생각의 싸움』(2019)이었다. 이 책에는 철학 교과서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이 ‘앎·있음·삶’의 싸움으로 담겼다. 특히 김 교수는 전작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2017)에서 인간화가 불가능한 인공지능, 인공지능화 하기 어려운 인간을 분석한 바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뉴노멀의 철학』(2020)에서 대전환의 시대를 구축할 사상적 토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최신작 『AI 빅뱅』에서 더 나아가 인간만이 가능한 창조성·예술성의 본질을 강조하면서 융합 교육을 통한 새로운 인문학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공진화한다.” 생성 AI가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 될지, 앞으로 AI의 진화에 끝이 있을지라는 물음에 김 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지난 20일, 김 교수를 서면 인터뷰했다.

그는 『AI 빅뱅』에서 인공지능이 창조적인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인공지능은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미디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이 주체 노릇을 하는 일은 아마 생겨나지 않겠지만, 사회 속에서의 역할은 언제라도 재배치될 수 있다”라며 “안면 인식 기술은 중국에서는 시위대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기능에 녹아들었지만, 한국에서는 동선 추적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수단이 됐다”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이 권위주의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관리 아래 놓여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언어에 대한 학습과 생성물의 진위·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지식 교육, 더 좋은 생성물을 만들기 위한 지적 훈련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융합교육’, ‘확장된 인문학’, ‘자유시민교육’, ‘사회 속 인문학’, ‘창작 행위를 중심에 놓는 교육’

등이다. 그는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어 말고도 수학‧자연과학‧예술‧디지털 등 많은 언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라며 “확장된 언어를 다루는 능력, 즉 확장된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학·교수사회는 적응력을 상실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다. 김 교수는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구성도 거의 그대로”라며 “오늘날 거의 모든 분과가 융복합 영역에 진입했는데, 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 아닌 기업 등의 다른 제도가 등장해서 대학을 접수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생성물에 대한 시각 튜링 검사는 불충분

『AI 빅뱅』에서 시각 튜링 검사에 대한 비판이 눈에 띈다. 튜링 검사는 대화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한다. 시각 튜링 검사는 생성 AI가 만들어낸 그림이나 이미지가 인간이 만든 것인지 인공지능이 창조한 것인지에 대한 테스트다. 김 교수는 미국 럿거스대 예술과 인공지능 연구실의 AICAN(인공지능 적대적 창조망) 관련 논문을 분석했다. AICAN은 15∼20세기 1천 119명의 화가가 탄생시킨 8만1천229점의 그림을 학습했다. 이를 토대로 모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다. 시각 튜링 검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럿거스 팀의 시각 튜링 검사는 어떤 대상이 예술작품인지 아닌지를 검사하는 데 있어 불충분한 조건”이라고 일갈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흐나 렘브란트가 최초로 그린 그림들이 없었다면 인공지능의 생성물도 없었다. 둘째, 인공지능의 생성물을 예술작품이라고 한다면, 자연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나 우연히 만들어진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 된다. 예술 작품은 탄생의 과정이 중요하다. 셋째, 인간인 럿거스 팀에 의

“인공지능은 스스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공진화한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역할은 언제라도 재배치될 수 있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AI 빅뱅』에서 인간과 AI의 명백한 차이점을 예술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그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과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프로그램 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웹진X> 편집위원장, 디지털소사이어티 기획위원, 콜렉티브 휴먼 알고리즘 AI Five의 창립 멤버이다. 사진=김재인

해 AICAN이 무작위로 생산한 작품 중에서 인간의 작품과 견줄 만한 것을 골라내는 사전 작업이 있었기에 시각 튜링 검사는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특히 인공지능은 자기가 생성한 결과나 다른 예술작품을 평가하지 못한다.

그런데 예술작품의 본질·창작과정이 아닌 소비·결과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작가·화가·애니메이터 등은 무분별한 AI 이야기·그림·만화로 인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기보다 흐름을 타고 자기 진로를 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게티이미지나 픽사베이 수준의 결과물이 자신의 최선이라면 실직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생계를 꾸리는 법을 다시 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진이 발명되자 초상화 그리던 작가들이 직업을 잃었지만, 일부 화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인상주의를 시작으로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

은 생성 인공지능을 기본값으로 여기고 그런 세상을 바탕으로 자기 미래를 설계하며 대응 방안을 찾고야 말 것”이라며 “결과물의 품질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일이 작가에게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3부작의 마지막 편을 집필 중이다. 『아톰, 비트, 아트』(가제)는 디지털 기술 전반을 성찰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컴퓨터와 마음’이라는 과목을 몇 학기 동안 강의했다. 그 가운데 알파고 사건(2016)이나 최근 챗지피티 열풍이 발생하면서 철학적으로 성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교수는 “고전이 된 철학 저술은 대개 인류사의 충격을 성찰한 결과 중 살아남은 것”이라며 “그간 생성 인공지능의 본질은 무엇이고 미래는 어떻게 될까를 연구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게토의 저항자들

주디 버탤리언 지음 | 이진모 옮김 | 책과함께 | 736쪽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기 시작하면서, 나치 점령지인 폴란드의 유대인들에게는 죽음 아니면 수용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그때, 탈출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목숨 건 저항을 선택한 이들 중에는 10~20대의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벙커에 숨어 무장 투쟁을 전개하거나 테러에 나섰다.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

무문 혜개 편저 | 혜원 옮김 | 김영사 | 376쪽

선문(禪門)의 3대 공안집 중 하나이며, ‘선서(禪書)의 백미‘로 꼽히는 『무문관』은 중국 남송대의 선승 무문 혜개가 편찬한 공안집이다. 『무문관』은, 조주의 ‘무(無)’ 자 화두를 첫 번째 관문으로 해, ‘무’ 한 자가 48칙의 공안을 모두 관통하며 ‘절대 무’를 탐구한다. 48개의 본칙에 무문의 간결하고 명료한 평과 송만 더해, 공안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진솔한 공안집이다.

역사 문해력 수업

최호근 지음 | 푸른역사 | 372쪽

21세기 대한민국은 가히 역사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역사 소비시대’라는 말이 오가고 정치판에서 ‘역사의 심판’이 곧잘 거론된다. 과거사 청산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역사 전쟁’이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역사에서 교훈을 길어내는 책들도 쏟아진다. 인문학 위기론에서 역사학만은 예외인 듯한 양상이다.

우화로 읽는 장자

장자 지음 | 김창환 옮김 | 연암서가 | 287쪽

우리에게 정신적 자유와 발상의 전환을 제공함으로써 대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뜨게 해주는 책 『장자』. 장자는 다른 것에 가탁해 뜻을 드러내는 방식인 우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표현했다.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현실의 유한성을 초월하게 하는 자유로움을 강조했으며, 발상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과 탈역사

아서 C. 단토·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지음 | 박준영 옮김 | 미술문화 | 232쪽

예술의 종말을 고해 미술계와 철학계 모두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철학자, 아서 C. 단토. 그의 주장은 오랜 기간 비틀리고 왜곡되고 오인돼 왔다. 이탈리아의 미술 비평가인 데메트리오 파파로니는 단토 생전에 그와 개인·학문적으로 깊은 우애를 나눴고, 1990년대부터 단토 타계 직전까지 장기간에 걸쳐 동시대 예술에 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프로메테우스의 야망

윌리엄 뉴먼 지음 | 박요한 옮김 | 길 | 604쪽

우리에게 연금술하면 무언가 신비롭고 비과학적인 인간의 활동 내지 행위로 여겨져 왔다. 특히나 연금술은 의학과 화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왔는데, 자연스럽게 과학혁명이 주로 물리학과 천문학 중심으로 서술되다 보니 의화학적 연금술은 비과학적 활동의 전형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고착됐다.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552쪽

이 책은 동서 교역의 주 무대였던 실크로드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인 타클라마칸 사막은 실크로드 가운데서도 가장 험난한 구간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라 불린 땅이었다. 실크로드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사막을 건넜으며, 중개무역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부유한 실크로드 상인들,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종교에 후원했다.

민주주의의 모험

신기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88쪽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완벽한 정치체제가 아니고 불변의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수많은 장애물과 모순을 안고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위험을 무릅쓰고 권위주의 체제와 싸워 민주화를 이뤄냈다. 지금도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과 싸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고요한 변화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 이근세 옮김 | 그린비 | 192쪽

‘변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눈에 띄지 않지만, 결국 모든 것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끄는 지속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둔 서양 철학은 인도유럽어에 종속돼 ‘변화’나 ‘이행과정’ 자체를 사유하지 못한다. 프랑스 동양학의 권위자 프랑수아 줄리앙은 유럽 사유와 중국 사유를 맞대면시키며, 세계의 연속성을 사유한다.

서평_『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김민철 지음 | 창비 | 256쪽

민주주의는 어떻게 근대적 정치체제가 되었나

오늘날 민주주의는 두 가지 상반된 운명에 처한 듯 보인다. 한편으로 민주주의는 보편적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 “반(反)민주적”이란 형용사는 멸칭에 가까운 뜻으로 쓰이고, 독재자들조차 자신이 민주주의를 따른다고 주장한다. 반면 어디에서든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이른바 선진 민주주의 국가조차 포퓰리즘과 파시즘의 유혹에 흔들리며, 민주주의의 약점을 넘어서기 위한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논자도 낯설지 않다.

이때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곤란한 사실 하나가 있다.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면

위기의 민주주의를 지성사적으로 되돌아보다

‘위험한’ 다수 통치가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재발명되는 과정

서도 정작 이를 둘러싼 쟁점을 명료하게 설명해줄 사람을 찾기 힘든 우리 사회의 지적 빈곤함이다. 김민철 성균관대 교수(사학과)의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는 이러한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반가운 책이다.

민주주의 개념의 요점을 짚는 1장을 지나,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의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 “민주정만 빼고”는 고대부터 18세기 말 프랑스혁명기까지를, 제2부 “민주주의를 다시 보다”는 프랑스혁명기 및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는 몇 가지 독특한 선택을 소개했다. 먼저 책은 흔히 민주주의와 동일시되곤 하는 고대 아테네나 현대 미국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3장부터 10장까지, 본문의 약 5분의 4에 가까운 분량을 르네상

스 인문주의부터 프랑스 혁명기까지의 유럽의 정치사상에 할애한다. 또한 저자는 민주주의와 그 선구자들의 계보를 추적하는 대신 각 시대의 지식인·정치인들이 민주정을 비판하고 거부했던 (당대의 기준에서는 합리적이었을) 이유에 주목한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찬반 자체보다는 민주주의의 개념이 놓여 있던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다. 비판자들의 논지를 역사적으로 짚어볼 때, 우리는 민주주의가 독립된 실체적 개념이었다기보다는 국가와 정치체의 작동을 설명하는 분석틀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케임브리

지 지성사학파가 축적해온 연구성과를 간결하게 집약하는 3장에서 6장까지를 보자. 근대 초 다양한 사상적 흐름이 결합하면서 유럽의 정치 언어는 정교하고 복잡해졌다. 그러한 언어에 따르면 민주정은 부적합하고 위험한 선택지였다. 대부분의 정치사상가는 국가의 목표가 안정과 존속이기 때문에 정치적 변동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때 ‘신뢰할 수 없는’ 다수가 통치하는 민주정은 꼭 피해야 하는 대상이었으며, 고대 로마의 역사는 민주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두고두고 인용됐다.

이토록 강고한 반민주주의적 토대로부터 어떻게 민주정을 옹호하는 논리가 출현할 수 있었을까? 답변은 저자의 지적 역량이 집중된 제2부, 특히 프랑스 혁명기 민주

파의 사상적 실천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영어권-프랑스어권 학계에서 이 주제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연구자다. 그때까지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대의 민주주의” 개념의 창시를 비롯, 민주파는 반민주주의론의 요점을 하나씩 논박해 나가면서 민주주의 개념을 다각도로 넓혔다. 몇 차례고 숙독할 가치가 있는 8장과 9장에서, 저자는 민주주의가 인민의 정치적 의사결정권 보유라는 단순한 규정을 뛰어넘어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쟁점을 아우르는 하나의 ‘근대적’ 정치체제 모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었다.

책의 결말부는 19세기 프랑스 자유주의자들이 “기존의 민주정 개념에 새겨진 급진적 전망을 모두 씻어”낸 “자유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살펴본다. 19세기 이후를 다루는 서술의 간소함은 아쉽지만, 공정하게 말하면 19세기 이후 정치사상사는 이제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는 풍부한 쟁점을 아우르되 이를 명료하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평이하고 잘 읽히는 문장 속에 기초적인 사실에서 학계 최전선의 연구성과까지 녹여내면서, 초심자부터 전문 연구자, 정치 지망생을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가 함께 읽을 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언제 펼쳐 들어도 새로운 쟁점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앞으로 꾸준히 여러 차례 읽힐 우

리 사회의 고전이 될 것이다.

이우창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저자가 말하다_『장자중독: 소요유』 박원재·유병래·이권·정우진 지음 | 궁리출판 | 276쪽

‘따로 또 같이’ 엇갈리는 시선들…‘한국 장자학’을 꿈꾼다

『장자』는 천의 얼굴을 가지 고전이다. 거기에는 중국철학의 황금기인 선진(先秦) 철학사에서 다루어진 거의 모든 철학적 이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렇듯 중국 선진 철학사의 담론 지형을 이해하는 데 지남(指南) 역할을 하는 이 중요한 고전에 대해 한국의 3세대 노장학(老莊學) 연구자 네 사람이 ‘장자중독(莊子重讀)’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주해서를 펴냈다.

한국의 노장철학 연구 계보는 고려대 철학과에 봉직했던 김경탁 교수(1906~1970)에서 시작된다. 그 뒤를 이어 김충열(1931~2008), 김항배(1939~2001), 송항룡(1938~2023), 신동호(1934~2013), 이강수(1940~2022) 등이 2세대를 이룬다. 현재 한국 노장철학계에 활동하는 이들

3세대 노장학 연구자 4인의 주해서

매년 2권 내외 출간해 2025년 완간

은 대부분 이들의 제자들이다. 『장자중독』의 작업에 참여한 저자들 역시 이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이루어진 노장철학의 연구성과를 잇는 한편, 다음 세대에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주는 계왕개래(繼往開來)의 문제의식이 스며 있다. ‘한국 장자학’의 정립을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이 같은 생각을 지면으로 옮기기 위해 저자들은 ‘따로 또 같이’의 전략을 취했다. 먼저 전체 체제 면에서 『장자』 각 편을 각각 단행본으로 기획하여 펴내기로 했다. 무엇보다 깊이 읽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첫 편 「소요유」를 먼저 냈고, 해마다 2권 정도를 출간하여 2025년에 내편을 완간할 예정이다. 내용은 각 자가 따로 쓴 편 해제를 가장 앞에 두고 이어서 본문 번역, 단락 요지, 구문 해설 순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저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같이’를 추구한 부분은 본문 번역이다. 몇 번을 고쳐 읽으며 최대한의 공약수를 찾아 옮겼다. 그럼에도 일치되지 않는 소수 의견이 있으면 일단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고, 소수 의견은 당사자가 해당 구문의 해설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도록 했다. ‘따로’를 추구하되, ‘공저(共著)’의 의미 또한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배운 스승과 공부한 이력이 다른 이상

생각의 차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김충열 밑에서 공부한 박원재는 기본적으로 정치철학적 시각에서 『장자』를 읽어내려 한다.

‘탈정치적’이라고 평가받는 장자철학의 특징을 올바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그것의 ‘정치적’ 측면을 제대로 해석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이다. 김항배를 사사한 유병래는 장자를 삶에 대한 치열한 문제 의식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철학자로 이해하면서, 가급적 『장자』를 『장자』 자체로 읽고 해석하는 ‘이장해장(以莊解莊)’의 방법을 취한다. 요컨대, 『장자』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대하는 입장이다.

이강수의 제자인 이권은 장자철학의 본령이 심미적 경험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이 내편에 특히 집중적으로 담겨 있다고 본다.

아울러 내편에 대한 독법도 각 단편의 맥락 안에서 개념과 내용 및 의미를 파악하는 ‘이편해장(以篇解莊)’의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보고, 이 시각에서 『장자』를 읽는다. 마지막으로 동양 의철학(醫哲學)을 공부한 정우진은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장자』는 실재 세계가 아닌 구성된 체험의 세계에 대해 말하는 텍스트라고 본다. 이 체험을 구성하는 요소는 언어와 공명인데, 이 중 장자가 추구하는 것은 공명이다. 공명은 물질 사이에서도 발생하며, 이 경우 공명하는 물질은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명의 행위자로 자신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신물질주의(new materialism)적 관점이다.

이렇듯 『장자』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시선들이 동거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 제목의 ‘중독’ 또한 그래서 다의적이다. 우선은 글자 그대로 ‘거듭 읽는다[重讀]’는 뜻이다. 그런데 ‘거듭’ 읽는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견해를 참고하며 깊이 읽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독(衆讀)’이다. 또한 다양한 견해를 참고하며 읽으면 당연히 이해가 깊어져 빠져들게 마련이다. 곧 ‘중독(中毒)’이다.

독자들을 『장자』에 대한 중독으로 이끄는 책, 저자들의 궁극적인 바람이자 목표이다. 그렇게 하여 ‘중(重)’이 ‘중(衆)’을 이어질 때, ‘한국 장자학’은 비로소 우뚝 설

것이라 믿는다.

박원재

율곡연구원 원장

저자가 말하다_『사라진 신들의 귀환』 정재서 지음 | 문학동네 | 344쪽

탈신화에서 다시 신화로…상상력의 제국주의 벗어날 때

거대한 문화적 변동에 자리잡은 신화의 귀환

산업과 학문의 괴리·신화비평의 부재 극복하기

팩트와 이념을 신봉했던 확실성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오늘 최첨단 과학과 환상이 공존하는 모호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만이 유일한 주체라는 오랜 믿음도 흔들린다. AI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공상과학 영화를 넘어 이제 심각히 숙고해야 할 주제가 됐다.

동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유별난 친교(親交), 나아가 자연을 보듬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 영화‧웹툰‧드라마에서 대놓고 넘쳐나는 변신‧환생‧이계(異界) 모티프는 이 시대 문화의 유력한 징후다. 그리고 이들의 밑바탕에는 ‘신화의 귀환’이라는 인류 공통의 거대한 문화적 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일찍이 질베르 뒤랑(1921~2012)에 의해 포착되고 명명되었던 ‘신화의 귀환’은 21세기 아니 미래까지 포괄하는 중요한 키워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소위 ‘이념의 시대’를 거쳐 1990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 등의 사조가 유입되면서 다원화된 문화의 시대를 맞는다. 특히 영화‧만화‧애니메이션‧게임‧드라마 등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폭주하면서 상상력‧이미지‧스토리의 근원인 신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대형 서점에서 신화 코너를 따로 마련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아울러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선진국의 판타지 대작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에서도 문화산업

은 국가 경제를 좌우할 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간주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문화산업의 중요한 기반은 스토리텔링이므로 스토리의 원조라 할 신화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신화의 귀환’은 외양적으로는 산업적·경제적 동기에 고무된 바가 크다.

자생적이라기보다 갑자기 주어진 한국에서의 ‘신화의 귀환’은 내재적인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산업과 학문의 괴리, 신화적 상상력의 정체성, 신화 비평 부재 등의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첫째, 산학의 괴리 문제는 문화산업계와 학계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지 않고 따로 놀아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요괴학 학술대회가 열리고, 학자뿐만 아니라 감독‧작가‧PD도 함께 참여한다.

둘째, 신화적 상상력의 정체성 문제는 현재 우리의 상상력이 그리스‧로마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 등을 표준으로 삼는 이른바 ‘상상력의 제국주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롯한다. 예컨대, 우리는 인어를 상상하면 예쁜 인어공주를 떠올린다. 꺼벙한(?) 동양의 인어아저씨는 생념(生念)도 못한다. 동양의 신화는 신관‧세계관‧자연관‧동물관과 타자에 대한 인식 등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매우 다르다. 어찌 우리의 상상력을 특정한 지역의 신화로만 채울 수 있단 말인가? 동양 신화 등 다양한 신화를 수용해

야만 우리의 상상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셋째, 신화 비평 부재의 문제는 현재 문화 현상의 전반 색조가 판타지적임에도 불구하고 평단은 아직도 90년대 이전에 풍미했던 리얼리즘을 기조로 한 비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학과 문화 현상에 대한 진단이 전면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서유기』에서의 손오공 일행이 요마를 구축(驅逐)해나가는 여정을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로만 읽는다면 당시 사회의 탐관오리와 모리배 등에 대한 투쟁의 의미로 귀결되겠지만 인간 내면의 불완전한 성향을 극복하고 이른바 개성화로 나아가는 심오한 의미는 도외시 된다. 한때 은성(殷盛)했다가 리얼리즘 비평에 밀려 사라지다시피한 신화비평의 부활을 점쳐본다.

필자는 1985년 국내에 처음 동양 신화의 고전 『산해경(山海經)』을 역주·소개한 이래 신화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신화학 자체와는 별도로 신화와 문화, 신화와 과학 등의 상관성을 사유하고, 신화와 디지털적 상황이 결합된 이 기묘한 시대를 읽어낼 신화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졸저 『사라진 신들의 귀환』은 이와 같은 상념의 소산이다. 『산해경』을 출간할 당시 학문에 무익한 책을 번역했다는 비방을 듣기도 하였는데 필자는 무익함 속에 의미가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강호의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혹시 이 책을 접할 때 실로 “마음에 담고 눈길을 머물게 하기(遊心寓目)”에 부족함이 없기

를 바란다.

정재서

영산대 석좌교수

저자가 말하다_『경주의 조선시대 산책』 조철제 지음 | 오세윤 사진 | 344쪽 | 학연문화사

문화유산의 이해, 무엇보다 ‘인물’ 탐구가 우선이다

고서점가 발로 뛰며 문집류 국역본 20권 저술

기림사·불국사 문헌 보니 찬란하기보다 참담해

경주는 신라 천년과 이후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혼재한 유서 깊은 고도(古都)다. 신라의 정치 문화사 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경주하면 곧잘 신라의 유적을 연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경주에서 태어나 30년간 한문 교사(경주고등학교)로 재직했다. 그런 필자에게 1980년 초부터 무척 궁금한 것이 있었다. 신라 이후의 역사 곧 조선 시대의 경주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경주 관아(官衙)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고, 향교 등 일부 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자료 발굴에 발 벗고 나섰다.

경주지역 유가(儒家) 문집류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글 속에 경주 사료가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치원(崔致遠)과 이언적(李彦迪) 등 몇몇 유명한 유학자만 떠오를 뿐 아는 것이 없었다. 시지(市誌)에 실린 인물을 찾고, 대·소과 합격자 중심으로 문집 목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그런 문집은 모두 서원이나 종가에 소장돼 있어서 쉽게 찾아 읽을 수가 없었었다. 대구 등지의 고서점가를 부지런히 다니며 경주 출신의 문집을 모은 후에는 행장이나 묘갈명으로 그 범위를 확대

해 나갔다. 마침내 2004년에 경주지역 문집류 286종을 모아 『경주문집해제(慶州文集解題)』를 출간했다. 한 지역의 문집류를 집대성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처음이라는 평을 받았다.

앞서 『경주선생안(慶州先生案)』(2002)과 『경주읍지(慶州邑誌)』(2003)를 비롯해서 『동경잡기(東京雜記)』(2014)와 『경주기행문(慶州紀行文)』(공역, 2021) 등과 다수의 개인 문집을 국역했다. 또한 편저로 『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朝鮮時代 慶州府 善政碑)(2010), 『경주유교문화유적(慶州儒敎文化遺蹟)』(2010), 『또 다른 경주를 만나다』(2014), 『경주의 옛 지도』(2016), 『경주읍성과 관부』(공저, 2018) 등 국역본을 비롯해서 모두 20여 권을 펴냈다.

필자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시대 많은 문헌을 뒤적이다 경주 사찰의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섣불리 얘기할 일이 아니었지만 누군가 이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기림사와 불국사 등 관련 문헌을 찾아 정리했다. 사찰의 잔재와 중건, 정청한 세계, 승려들의 애환 등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지난날의 찬란한 사원 유적이기보다 오히려 참담한 현실이었다.

조선 시대의 인물과 유적 역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경주 관아와 원사(院祠), 정루에 이르기까지 존폐를 거듭하며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화유산의 이해는 무엇보다 인물 탐구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의 삶을 규명하고, 비상한 사람의 질곡을 밝혀내는 일역시 문화를 이해하는 지침이 될 것이다. 경주에서 출생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주를 찾아온 사람이나 그들의 유적 또한 경주의 문화자산이다. 이들의 숨겨진 사실을 찾아 후세에 남기는 일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필자는 『또 다른 경주를 만나다』(2014)를 펴낸 바 있다. 서명이 다를 뿐 이 책은 앞의 책 내용을 연장하여 쓴 것이다. 조선시대 경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알기 쉽게 풀어나가려고 애를 썼다.

이러한 자료는 경주지역의 문집과 고문서를 정리하는 데 불과하다는 점을 감히 말씀드린다. 이를 모두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진작 항목만 적어 놓은 것이 이미 발표한 글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털어놓고 싶다.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조선 시대 경주의 역사적 사실, 곧 중세 사론과 문화 그리고 사람 향기가 나는 삶과 사상을 정리하려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상당한 수

준으로 정리해 놓은 상태다.

조철제

경주연구원 원장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844쪽

이 책은 서양 문학의 원류이자 서양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서사시다. 저자가 40년 만에 새롭게 번역했다. 호메로스의 시적 언어를 생생하게 복원했다고 평가받는다. 일관된 시학으로 작품을 설계한 호메로스를 상정하고 그리스 고전 세계를 되살리려는 번역자의 집요한 노력이 맺어 낸 결실이다.

어나더 경제사 1 : 자본주의

홍기빈 지음 | 시월 | 392쪽

오늘날 우리는 삶을 규정하고, 경제 시스템을 지배하는 것이 ‘자본주의’ 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저주하고 욕할 때도 자본주의를 말하고, 찬양하고 높일 때도 자본주의를 말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본주의’의 정확한 의미를 규정하지 못한다. 자본주의는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발전했을까?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줄리 필립스 지음 | 박재연 외 3인 옮김 | 돌고래 | 536쪽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 의 삶을,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중첩된 영역을 탐색한다. 아이를 버렸다고 욕먹은 도리스 레싱,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뉴욕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해뒀다고 시집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한 앨리스 닐의 이야기는 창작과 양육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논어, 천년의 만남

이지 외 2인 지음 | 이영호 편역 | 궁리출판 | 564쪽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유교와 불교의 회통적 사유가 『논어』에서 구현된 양상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가 이 책을 펴냈다. 중국사상사의 이단아 이탁오(이지)의 『논어평』을 완역하고, 장대의 『논어우(論語遇)』와 지욱선사의 『논어점정(論語點睛)』에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을 취사선택하고 번역작업을 했다.

필링 그레이트

데이비드 D. 번즈 지음 | 박혜원 옮김 | 문예출판사 | 712쪽

이 책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을 위해 쓴 책이다. 지금까지 5만 명이 넘는 의사와 치료사가 저자의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해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학습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정신 건강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환자뿐 아니라 불안 치료법을 고민하는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도 도움을 준다.

일본 근대소설사

안도 히로시 지음 |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83쪽

일본 근대소설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입문서. 메이지 문명개화기에 '소설'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쓰보우치 쇼요에서부터 일본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전후 민주주의의 기수로 일본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오에 겐자부로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일본 근현대소설사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기술했다.

인공지능 규제 거버넌스의 현재와 미래

김건우 엮음 | 파이돈 | 396쪽

최근 등장한 챗GPT나 바드(Bard) 등으로 인공지능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 사회와의 마찰은 불가피하고 연착륙을 위한 규제는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할 사회적, 윤리적 논의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지금까지 관련 논의는 특정 용도나 유형의 인공지능이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파도와 차고 세일

곽영빈 외 4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448쪽

이 책의 기획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전시인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의 만남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들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의 모습으로, 이 두 예술가는 다양한 주제를 서로 다른 언어와 문법으로 풀어낸다. 이들의 화면은 때로 너무 이질적이어서 경쟁이나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분야별 신간

인문

고요한 변화 |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 이근세 옮김 | 그린비 | 192쪽

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수업 | 이선이 지음 | 보아스 | 256쪽

놀이하는 인간 | 황태연 지음 | 지식산업사 | 224쪽

『부인』·『신여성』 총목차 1922-1934 | 정선희 편집 | 소명출판 | 544쪽

사라져 가는 음식들 | 댄 살라디노 지음 |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632쪽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읽기 | 박찬국 지음 | 세창미디어 | 220쪽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 박이봄 옮김 | 심심 | 340쪽

정치-사회

게임, 사랑, 정치 | 앨피 본 지음 | 박종주 옮김 | 시대의창 | 264쪽

기후 책 | 그레타 툰베리 지음 | 이순희 옮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감수 | 김영

사 | 568쪽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10 |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60쪽

역사논문 작성법 |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16쪽

경제

실패하는 비즈니스에는 이유가 있다 | 이홍·전상길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304쪽

문학-에세이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64쪽

굿 | 전상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360쪽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 안도현 글 | 이동근 그림 | 상상 | 116쪽

소설 마천시장 | 한남동 지음 | 청송재 | 376쪽

아구아 비바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156쪽

신냉전 시대, 우리에게 ‘냉전’은 무엇이었나⑩ 끝

냉전사와 한국 현대사의 더 나은 소통을 위하여

이번 연재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하나였다. ‘신냉전시대’를 사는 우리는 냉전기 한국인의 냉전 인식에서 어떤 역사적 통찰과 의미를 배울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영어권 학계의 냉전사 연구에서 한국·북한의 경험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련사, 중·소갈등, 제2·제3세계의 역사 연구에서 코리아의 존재는 언제나 주변적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이 책은 그동안 한국 현대사 연구를 큰 흐름에서 결산하는 저작이다.

국제 냉전사 연구에서 한국·북한이 더 주요하게 다뤄지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국내 한국현대사학계의 성과를 영어권 학술장에 더 많이 소개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냉전의 경험이 보여주듯,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 지원이다.

단순히 우리말로 쓰인 저작물에 대한 영역(英譯) 이상을 의미한다.

는 한국현대사의 존재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역사학계에서 한국현대사는 한반도를 주된 배경으로 1945년 이후의 시간대를 의미한다. 학문 분야로서 한국현대사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의 뜨거운 열망 속에서 시작되어 30여 년 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정치사·외교사 연구를 넘어 경제사·사회사·문화사·미시사(생활사)·과학기술사·생태환경사 등 다양한 주제가 탐구되고 있다. 그간 한국현대사 연구는 양적 확대에 맞춰져 있었다. 이제 이를 질적 성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022년 나온 『한국 현대사 연구의 쟁점』은 그러한 노력의 중간결과물 중 하나이다.

한국현대사 연구 넓히는 신진 연구자들

신진 연구자들은 새로운 접근을 통해 한국현대사 연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를테면, 이동원과 고태우는 각각 의학사와 생태환경사를 통해 한국현대사를 재해석한다. 양지혜는 일제 시

기 흥남에 관한 탁월한 연구를 토대로 현대 한국에서 자본·환경·노동의 접합을 탐구한다. 권오수는 한국 석유사의 권위자로 저명한 국제 학술지 『Diplomatic History』에 논문을 냈다. 조수룡은 미지의 영역인 북한사에 환경사적인 접근을 처음 시도했다. 현재 박사학위논문을 작성 중인 정영오(디아스포라), 김성은(군사사), 이미나(핵 역사), 하재영(기술사), 이주영(기술사), 윤성민(자원사)

의 연구는 냉전사와 한국현대사의 얽힘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쇄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쉽게도 미국 한국학계는 국내 한국현대사학계와 대화를 나누는 일에 서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장벽의 문제나 2016년 미국 한국 사학계를 뒤흔든 엄청난 표절 스캔들의 여파라고만은 볼 수 없다. 미국에서 냉전사를 주도하는 지역학계(슬라브학, 라틴아메리카학, 동·남아시아학, 중동학, 아프리카학)는 해당 지역의 언어·문화·관습을 충실히 체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학술적 성과를 영어로 소개한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은 미국 한국학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구사적 접근은 아직 유효하다

오드 베스타가 시도한 지구사적 접근은 아직도 유효하다. ‘신냉전사’가 지역 자료에 대한 엄밀한 독해를 강조했다면, 베스타 이후의 연구는 제

2·제3세계의 독특한 냉전 경험과 그 지구적 함의에 주목한다. 공산주의 중국에서 시장화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 혁명에 중국을 제외한 냉전 국가들의 굴복을 다루는 연구는 무척 활발하다.

영어권 냉전사 연구자들은 정책 현안에도 뛰어난 논평을 내놓는다. 각각 미국·소련의 근대화 학지(學知)를 분석한 닐스 길만과 야코프 페이긴은 바이든 정부의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설계자 경제”(Designer Economy)로 명명한 탁월한 분석을 내놓았다.

국제 냉전사 연구에서 한국·북한이 더 주요하게 다뤄지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우선은 국내 한국현대사학계의 성과를 영어권 학술장(場)에 더 많이 소개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냉전의 경험이 보여주듯,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 지원이다. 단순히 우리말로 쓰인 저작물에 대한 영역(英譯) 이상을 의미한다.

영어권 학계에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현대 한국·북한 연구자들의 학술 영어 글쓰기 역량을 길러야 한다. 해외 연구자들과 소통의 접점도 늘려야 한다. 풍족한 연구 자원을 쓸 수 있고 더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능한 국내 대학원생의 미국 유학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국내 학지의 영어권 학술장 진입·유통·인정이라는 중장기적 목표 아래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유학 시절, 문화적 연성권력(soft power)의 기획에 재정적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학과는 한국학·중국학·일본학·언어학·불교학으로 이뤄졌다. 한국 언론에서 BTS로 대표되는 한류를 연일 보도했지만, 가장 인기 있는 학과 과목은 단연 일본어·일본사였다.

어느 날, 일본학을 공부하던 한 중국인 선배에

게서 한 일본 대기업 대표가 학과에 미화 25만 불(한화 약 330억 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일본 인문학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대표와 친분이 있던 일본학 교수 한 명이 총괄했다. 이후 학과는 미국 내 일본학 중심지로서 위상이 더욱 굳어졌다. 그 소식을 전해준 선배도 졸업 후 곧바로 미국 대학에 취직했다.

굴지의 대기업 입장에서 상기 액수가 아주 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돈으로 학과는 교수나 박사후연구원 등으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그들은 영어권 학계에서 우수한 일본학 연구 성과를 내면서 관련 수업을 개설하고, 일본의 학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동아시아 국가 중 유독 일본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냉전사 연구에서 한국·북한이 더욱 중요한 행위자로 다뤄지려면 언어장벽 초월은 물론, 영어권 학계에 더 많은 참여가 요구된다.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바로 한국현대사 연구자 집단이다. 특히 필자를 포함한 냉전기 사회주의 전공자들은 비밀 해제된 자료 수집, 역사 서사창출, 외국 학계와의 교류에 탁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이번 연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우동현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

UCLA에서 과학기술사(북한-소련 관계사)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The Historical Journal』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이 게재됐다. 역서로는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플루토피아』, 『저주받은 원자』, 국제공산주의운동을 2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 풀어낸 『전쟁의 유령』(가제)이 있고,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총서 36권 및 38-39권을 공역했다. 주요 관심사는 냉전사, 핵역사, 환경기술사, 디지털역사학이다.

글로컬 오디세이

온실가스 문제, 머리 맞댄 한국과 유럽

토마스 비에쥐보프스키

한국외대 EU연구소 객원교수

현재 EURAXESS Korea의 대표이기도 하다. EURAXESS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소속된 이니셔티브로 학문 및 연구 활동에 있어 유럽과 전 세계의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자의 교류와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토마스 박사는 한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그들과 유럽의 연구자들을 연결해 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2018년 11월, 기후중립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 비전은 거의 모든 유럽연합의 정책을 포괄함과 동시에 기온 상승을 2°C 미만으로 제한하고 1.5°C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한다.

한국은 경제‧정치‧안보 협력 및 과학‧기술 및 혁신 분야의 협력에 관한 유럽연합(EU)의 전략적 파트너 11개국 중 하나다.

유럽연합과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강화된 파트너십과 기본 협정, 자유무역협정, EU 위기관리활동 참여 등 세 가지를 골자로 한다.

유럽연합과 한국은 과학, 기술, 그리고 혁신이 세계 경제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으로 2007년에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2006년부터 시행 중인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와 한국의 핵융합 에너지 연구 협력에 관한 협정에 앞서 진행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년마다 한-유럽연합 과학기술공동위원회(JSTCC)를 개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인구학적‧정치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런 인식이 규칙에 기반해 국제 질서를 형성하고 글로벌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새로운 전략과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통해서 민주주의‧법치‧인권‧국제법에 따른 지역의 안정‧안보‧번영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위한 유럽연합의 전략은 지속가능한 포용적인 번영, 디지털 연결성, 녹색 전환, 안보와 국방, 해양 거번넌스, 인간 안보 및 디지털 거버넌스 및 파트너십 분야에서 우선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을 위한 공식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의 모든 분야에 가입하게 될지는 협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관과 기업은 EU 회원국의 기관이 주도하는 합작사에 가입하는 조건 없이 직접 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것이다.

호라이즌 유럽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은 유럽연합과 유사한 가치와 정책 목표를 공유하는 이해관계 국가이다. 유럽연합과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는 2050년까지 추가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해서(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대한 약속과 일치한다.

한국은 유럽연합과 유사한 가치와 정책 목표를 공유하는 이해관계 국가이다. 유럽연합과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는 2050년까지 추가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하고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파리협정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대한 약속과 일치한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은 2018년 11월, 기후중립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이 비전은 거의 모든 유럽연합의 정책을 포괄함과 동시에 기온 상승을 2°C 미만으로 제한하고 1.5°C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한다. 유럽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2020년 3월 4일에는 유럽연합 위원회가 현재 유럽연합 기관 간의 최종 협상 단계에 있는 첫 번째 유럽 기후법안을 제안했다. 유럽 기후법은 2021년 7월 9일에 공식 저널에 공개됐으며, 2021년 7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정치적 약속을 법적 의무로 전환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순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2050 전략을 수립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를 대폭 줄이는 확고한 국가 에

너지 계획을 실행하기로 약속했다. 이 계획은 공공 건물 개조, 도시 숲 조성, 재활용,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기반 구축,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저탄소 에너지 산업 단지 조성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부터의 회복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아직 상징적인 수준이지만, EU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의 회차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의 준가입국이 된다면 사정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한국 기관들은 유럽 파트너들이 주도하는 연합체에 가입하지 않고도 유럽 자금 조달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또한 한국의 참여율에 따라 한국 정부가 유럽 기금에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석대‧선문대‧충남대 등 베트남과 협력하는 대학들

올해만 10곳 넘는 대학이 베트남과 업무 협약

베트남과 교류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백석대‧선문대‧충남대 등 10곳이 넘는 대학이 베트남에 있는 대학 혹은 기업들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백석대는 베트남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석대는 하노이폴리텍대와 학술 교류 협약을 맺었다. 두 대학은 인적·물적 교류와 함께 하노이폴리텍대 한국어문화학과 학생의 편입 프로그램,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을 오는 9월부터 실시한다.

이계영 백석대 대외협력부총장은 “베트남 내에서 한국어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과 교류 물꼬를 트게 돼 기쁘다”며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어 두 대학 재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달 백석대는 동아시아기술대와도 학술 및 인적교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백석대와 동아시아기술대학은 △교환학생 △복수학위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백석대는 지난 21일 하노이국제대와 학생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5월 19일 충남대는 베트남국립농업대와 오픈 캠퍼스 업무 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국립농업대는 1956년 설립된 베트남의 대표 농업 분야 특성화 대학이다. 제공=충남대

대학은 이를 통해 공동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19일 충남대는 베트남 국립대인 하노이과학기술대(HUST), 베트남국립농업대(VNUA)와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오픈 캠퍼스’ 설립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다.

이번 협정에는 베트남 현지에 충남대 오픈 캠퍼스 설립, 인력 교류 프로그램, 베트남 진출 국내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하노이과학기술

대 후인취예탕(Huynh Quyet Thang) 총장과 오픈 캠퍼스 설립, 트위닝 프로그램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과 더불어 CNU-HUST 공동연구센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지원을 위한 공동센터를 개설하는데 합의했다.

이 총장은 베트남국립농업대 응우옌티란(Nguyen Thi Lan) 총장과 농업 분야의 오픈 캠퍼스 설립 및 우수인재 유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팜, 디지털농업 분야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통한 공동연구 활성화 등에 상호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이 총장은 “베트남 우수 인재의 유치 및 지역 정착을 통한 지역 인력난 해소는 물론 지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 등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선문대는 지난 21일 베트남 최대 IT 솔루션 기업 FPT 소프트웨어와 인턴십 및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선문대는 SW중심대학사업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인턴십 및 베트남 유학생 교육에서 AI‧SW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선문대는 이번 프로젝트를 산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기획 및 운영하면서 우수 학생을 선발해 인턴십 연계를 통한 취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윤용 선문대 SW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업무 협약이 디지털 신산업 글로벌 소프트웨어 현장 기반의 실무형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베트남 대학 혹은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은 대학은 △강원도립대 △건양대 △경상국립대 △극동대 △백석대 △선문대 △조선대 △초당대 △충남대 △평택대 △한라대 등이 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포스텍-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메타버시티’활용 인재개발 나서

산학연 연계 메타버스 기반 교과목 개발 업무협약

포스텍 LINC3.0사업단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산학연 협력 증진과 메타버스 환경을 활용한 인재개발을 위해 지난 16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포스텍 김욱성 교수 연구팀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의 교류를 바탕으로 산학연 연계 메타버스 기반 교과목 개발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 주제 제안 및 수행, 현장 체험 및 실습, 전문가 멘토링, 공동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훈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의융합콘텐츠개발원 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LINC 3.0에서 전문대학 메타버스콘소시엄과 포스텍 메타버스 기반 산학연 연계 공동 교육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상우 포스텍 링크3.0 단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 조훈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의융합콘텐츠개발원 원장, 김욱성 포스텍 센터장, 박종옥 포스텍 부센터장이다.

과정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조 원장은 “마이크로디그리와 디지털 배지와 연동하면 전문대학 학생들이 포스텍이 구축한 첨단 기업네트워크의 다양한 신기술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우 포스텍 LINC3.0사업단장은 “전문대학 메타버스 컨소시엄과의 협업은 포스텍 입장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으며 전문대학 메타버스 컨소시엄의 향후 확장성에 포스텍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자”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LINC3.0사업단 입장에서 보면 메타버스 기반 비대면 교육 효과가 향상되고 산업체의 애로 기술을 수렴해 포스텍의 원천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을 통해 대학의 수익 창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배지우 기자 editor@kyosu.net

부산대, ‘도약학기제’ 최초 도입…내년 시행

부산대는 국립대 중 처음으로 방학기간에도 전공·교양·비교과 등을 공부할 수 있는 ‘도약학기제’를 마련해 내년 여름학기부터 새롭게 시행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도약학기제는 재학생에게 정규 1·2학기와 계절수업 외에도 추가적으로 방학 기간을 새로운 학기로 공식 지정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도약학기제 수강방식은 학생의 필요에 의한 자율수강과 교수자의 필요에 의한 지정수강을 활용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교과목 공모를 추진해 내년 여름방학에 첫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대는 지역사회와 지역혁신기관 등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도약학기제를 도입했다. 향후 ‘도약학기제’는 지난해부터 소단위전공으로 시행 중인 마이크로디그리과정 등과 함께 수요자 중심 정책 마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대는 학생 수요가 높은 메타버스, 디자인사고, 게이미피케이션 활용 교과목 등을 적극적으로 도약학기제에 반영해 운영할 예정이다.

도약학기제를 통해 재학생에게 학습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고, 계절수업을 듣지 못했거나 조기졸업을 목표로 하는 재학생에게 폭넓은 수강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공모를 통한 단과대학, 학과(부) 및 전공별 ‘도약학기제’ 교육과정을 구성할 예정이다”라며 “내년 여름방학부터 희망하는 전공을 우선으로 제도를 시행해 지속적으로 대학교육 혁신을 위한 제도 안착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원격대학 졸업·재학생 학습이력 관리 서비스 공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이 20개 원격대학 졸업생 및 재학 중인 학습자가 학습이력을 조회‧관리할 수 있는 ‘맞춤배움길 배움이력 전자지갑’ 서비스를 지난 21일 공개했다.

KERIS는 성인학습자의 온라인 평생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20개 원격대학(19개 사이버대학 및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교육과정을 추천하는 ‘맞춤배움길(www.cures.kr)‘을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KERIS는 성인학습자가 20개 원격대학에서 각각 수강한 학습이력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배움이력 전자지갑‘ 서비스를 새롭게 개통했다. ‘배움이력 전자지갑’에서는 20개 원격대학에서 각각 수강한 학습이력에 대해 본인의 학번을 이용해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보에 대한 보안과 안정성,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배움이력 전자지갑’ 모바일앱을 통해 학습이력

을 디지털 증명서로 저장하고 자격증 취득, 진학,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자격증 신청 요건 검증’ 기능도 제공하는데 본인이 축적한 학습이력이 자격증 신청 요건에 부합하는지 자동으로 검증할 수 있다.

신청요건 검증이 가능한 자격증은 원격대학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향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성인학습자는 ‘배움이력 전자 지갑’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평생학습 설계와 활용이 가능한 통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배움이력 전자지갑’ 서비스를 개통하면서 ‘맞춤배움길’은 원격대학 진학을 위한 맞춤형 학과 및 전공정보(원격대학, 일반대학, 학점은행제)를 제공하고, 국가자격증 및 직업 정보 검색, 학습이력 관리, 자격증 신청 지원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향후 KERIS는 온라인 평생교육 정보 및 신청 요건 검증이 가능한 자격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임종태 서울대 교수

제7회 암곡학술상 수상

임종태 서울대 교수가 제 7회 암곡학술상을 수상했다. 지난 15일 암곡학술상 시상식과 임종태 교수의 특별강연이 서울대 보름홀에서 개최됐다.

임 교수는 근대 이전의 동아시아 과학기술사 연구자로, 과학사 분야에 꾸준히 우수한 연구업적을 창출하여 암곡학술상 제7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서 임 교수는 ‘1713년 청나라 사신의 서울 방문과 조선 후기의 과학’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특별강연의 내용은 향후 <암곡학술총서 제6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암곡학술상 시상식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학위를,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학위를 각각 받았으며, 국제동아시아 과학기술의학사학회 부회장·한국과학사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8회 암곡학술상 수상자로 박진호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선정됐다. 제8회 암곡학술상 시상식 및 수상자 박진호 교수의 특별강연은 2024년에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암곡학술상은 2016년 신승일 박사가 학문 발전을 위해 서울대에 출연한 10억 원에서 시작됐다. 서울대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추구하는 학문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신승일 박사 선친의 호를 명명하여 ‘암곡학술상’을 제정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취임

지난달 30일 이근용 대구 사이버대 총장(사진) 연임이 확정됐다. 이 총장 취임식이 지난 20일 대구대 성산홀 17층 스카이라운지에서 개최됐다.

취임식에서는 이 총장의 성과공유가 진행됐다. 영상을 통해 △2019년 총장 임용 후 4년 동안 학생 수 증가 △사이버대학 최초 ‘장애대학생교육복

지지원실태평가’ 3회 연속 최우수 선정 △휴먼케어대학원 제1회 DCU HGS 국제학술대회 개최 △DATA LAB을 통한 학습자 분석시스템 도입 등의 업적을 기렸다.

이근용 총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4년 동안 대학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앞으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위기의 시기를 대학의 혁신 기회로 삼고 명문 사이버대학으로 도약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윤태 한림대 교수, 통계학회 한국갤럽학술상 수상

김윤태 한림대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부‧사진)가 한국통계학회의 한국갤럽학술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계산통계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확률과정론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김 교수는 1997년 한림대에 부임한 이후 데이터과학융합스쿨학장, 통계연구소장, 금융정보통계학과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한국통계학회-한국갤럽학술상은 통계학의 발전과 연구 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매년 뛰어난 연구업적으로 학계 발전에 크게 공헌한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한국통계학회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가 심사하며 전체 연구기간의 업적을 대상으로 한다.

유성용 순천향대 교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유성용 순천향대 교수(회계학과‧사진)가 지난 16일 ‘2023 충남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일학습병행 계약학과 운영을 통한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07년 순천향대에 부임해 2021년 창의라이프대학·대학원장을 장기적인 관점에

서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체 인력양성을 위한 일학습병행이 가능한 계약학과를 운영해 왔다.

유 교수는 “중소기업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은 ‘역시 사람이다’라는 신념으로 일학습병행에 도전하는 재직자들에게 학업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정신을 강조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기업에는 경쟁력 강화를, 재직자들에게는 도전 의식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특별상 수상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기계공학부‧사진)가 위성 관련 핵심원천기술을 독자 개발해 해외에 수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고정밀 관측위성이 고해상도 영상정보를 획득하려면 광학카메라와 같은 핵심임무장비에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 교수가 순수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동형 미소진동저감장치는 위성용 적외선 센서 검출면의 극저온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냉각기에서 발생하는 미소 진동(약한 진동)을 96% 이상 감소시켜 적외선 센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산학과제를 통해 개발된 이 진동저감장치는 다목적실용위성 7호 등에 탑재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우주개발 선진국인 독일의 OHB System AG사에 수출됐다.

오 교수는 한국항공대 항공기계공학과에서 학사를, 일본 동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오 교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원과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선대 교수를 거쳐 올해 한국항공대 교수로 임용됐다.

김정권 충남대 교수, 한국분석과학회 ‘영인분석과학상’ 수상

김정권 충남대 교수(화학과‧사진)가 최근 한국분석과학회로부터 ‘영인분석과학상’을 수상하고, 상금 중 일부인 100만 원을 기부해 ‘천원의 행복’기부 챌린지에 동참했다.

영인분석과학상은 한국분석과학회 정회원 5년 이상 또는 종신회원 자격으로 분석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을 이루어 학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자를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충남대 화학과 분석화학 교수로 재직하며 질량 분석, 크로마토그래피 등 분석화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활동을 수행하면서 분석과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정권 교수는 “상금 중 일부를 기부함으로써 재학생들을 위한 ‘천원의 행복’ 기부 챌린지에 참여하게 돼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미중갈등의 어부지리가 부상시킨 인도태평양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③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를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부터 동아시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과 담론을 인문·사회·자연과학이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가 「지역 질서와 지역 기반 국제 정치: 세력 전이와 아태 지역 질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강은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도전들」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탈냉전과 함께 미국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단극의 순간(unipolar moment)’을 맞게 됐고, 이러한 절대적 우위는 2천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됐다. 월트(StephenWalt)에 따르면, 이 시기 미국이 누린 우위는, 경제력, 군사력, 국제 기구에서의 영향력, 소프트 파워 등 전방위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값비싼 전쟁을 치른 반면에 중국이 고도 성장을 기록하면서 지역에서의 세력 대비에 변화가 발생했다.

중국이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선언한 이후 매 7~8년마다 GDP 규모를 두 배로 증대시키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빠른 경제적 성장을 통해 값비싼 전쟁을 이어간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축소한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1991년 미국의 GDP는 6조 1천580억 달러로 3천833억 달러에 머문 중국의 16배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미국과 중국의 GDP는 각각 17조 5천272억 달러와 10조 4천757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격차가 1.6배로 축소됐다. 대략 25년이라는 기간에 그 격차가 10분의 1로 축소되는 놀라운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구매력 지수(PPP)를 사용한 IMF의 평가는 같은 해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했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2030년대에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변화는 군사력 대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1991년에 발생한 걸프전을 계기로 군사 현대화 노력을 개시했고, 이후 증대되는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감으로써 군사력 대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중국이 30여 년 넘게 계속해서 국방비를 증대한 결과, 양국 간 국방비 격차가 축소됐다. 1991년 미국의 국방비는 5천519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233억 달러에 머문 중국과 20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르면 미국의 국방비가 7천 666억 달러 그리고 중국이 2천449억 달러를 각각 기록함으로써, 그 격차가 3배 정도로 축소됐다. 이러한 국방비 증가에 힘입어 중국의 군사력이 급속하게 강화함에 따라 양국 간 군사력 대비에도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동안 방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전력을 유지해온 중

국은 최근 들어 전략핵 능력 강화를 통해 미국과의 격차를 축소하고 상호확증파괴(MAD)의 국면을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탈냉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제 질서는 초기 협력과 통합을 강조하던 데서 경쟁과 분리의 흐름을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초창기 아태 지역의 정체성이 강조되던 데서 이제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정체성이 지리적 요인을 넘어 지정학적 고려에 의해 영향을 받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은 지역 국제 질서에서 경제적 고려의 비중이 약화하고 안보·전략적 이익의 비중이 증대됨을 상징한다.

미국이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은 지역의 질서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반영했다. 그러나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아태 지역 질서와 관련해 이견과 경쟁이 확장된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미중 간 국력 격차가 급속하게 축소되고 이로 인해 지역의 질서와 관련한 주도권 문제가 부각하기 시작한 것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특히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자신감이 제고된 중국은, 동아시아정상회의 출범과 관련해 경험했던 좌절에도 불구하고, 해양 영유권 분쟁을 위시한 지역의 이슈와 관련해 공세적 입장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직면한 미국은 아태 재균형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PP를 통해 대응했다.

지역의 국제 질서를 둘러싼 이견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아시아태평양을 대신해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힘을 얻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지리적 범위의 확대와 함께 질서의 형성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추세가 강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과 관련해 안보를 강조한다. 단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거론하며 중국이 패권적 야심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제약하고 심지어 배제하려 한다.”

화됨을 의미한다.

또한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의 등장은 지역에서 경쟁의 심화와 함께 질서의 분리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선, 인도태평양의 등장은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통합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는 미국과 지역 국가의 의도에 힘입었다. 애초 인도양과 태평양을 통합할 필요성은 일본과 호주 등에 의해 주로 거론됐다. 단적으로 일본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동아시아정상회의에 호주와 인도를 참여시킴으로써 지역을 확장하고 또 지역 질서 형성과 관련해 연대 세력을 형성하려 들었다.

이처럼 지역 국가들에 의해 제기되던 거대 지역인 인도태평양은 미국에 의해 현실화했다. 미국은 인도를 포함시켜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시도에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자원을 아태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려 시도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인도가 지역 질서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지리적 범위의 확대와 함께 질서의 형성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추세가 강화됨을 의미한다”라며 “미중 경쟁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신냉전의 국면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충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의 형성 시도에 진입하고 또 지역의 전략 환경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경제와 안보의 연계를 상징한다. 특히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과 관련해 안보를 강조한다. 단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거론하며 중국이 패권적 야심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제약하고 심지어 배제하려 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Chip 4와 같은 경제적 연대를 형성하면서 가치의 동일성을 그 기반으로 제시함으로

써 동류 국가들끼리 연대하고 중국을 배제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제 관계의 안보화는 지정학적 이익과 고려가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압도함을 의미하며, 이 점에서 지역 질서 형성의 초점이 경제적 협력에 집중됐던 추세로부터 분명한 전환을 상징한다.

이처럼 인도태평양이 인도양과 태평양의 통합을 통한 지역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아시아와 태평양의 통합에 따른 아태 지역의 출현과 달리, 지역 내 연계가 강화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도태평양의 등장은 지역과 지역 질서가 분리되고 경쟁할 가능성을 제고했다. 중국은 미국이 동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경계를 보인다.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힘을 얻으면서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전통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는 약화됐다. 그 대표적 증거로 아세안의 약화를 들 수 있다. 아세안이 강조하

는 ‘아세안 중심성’이 수사적으로 계속해서 강조되고 따라서 아세안은 여전히 ‘운전석(driver’s seat)’에 있는 걸로 상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질서 형성에서 아세안의 적실성은 의구심에 직면했다.

단적으로 새롭게 출현한 지역의 조직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소다자 협력은 아세안을 중심에 배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세안 틀밖에서 형성된다. 이는 다자적 기구로서 아세안이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지역의 주요 도전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임으로써 아세안의 지도적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촉발한 것과 관련된다.

여기에 더해 아세안이 중심성을 유지하는 핵심적 수단인 외부 강대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도 또한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도전에 직면했다. 미중을 위시한 외부의 강대국이 경쟁에 집중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함에 따라 중립성을 강조하는 아세안의 매력이 감소했다. 그렇다고 아세안이 진영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아세안의 존립 기반인 단결성에 도전을 제기할 가능성 때문이다.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의 또 다른 소지역 협력 시도인 한중일 협력도 한계에 직면했다. 3국 모두에서 민족주의가 강화됨으로써 협력의 주도권 문제가 제기된 데 더해,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적극성은 더욱 약화됐다.

미중 경쟁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신냉전의 국면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충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것이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과 중국이 중심이 된 진영이 형성돼 서로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충돌의 위험성이 수시로 부각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 등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경우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진영과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다른 진영이 형성돼 서로 대립하는 냉전기의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 그 어느 경우든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통합을 추구하던 탈냉전 초기에 힘을 얻었던 지역 질서로부터의 분명하고 현저한 변화가 될 것이다.

더 저렴하고 선명하게 구현되는 필름 조명

디지스트 최병대 박사·한국공학대 이성의 교수 연구팀

저가의 디지털 필름 사이니지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실버 나노 박막 적용을 통해 전계 발광소자 효율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지난 20일, 디지스트는 전자정보시스템연구부·융합전공 최병대 박사 연구팀이 한국공학대 신소재공학과 이성의 교수 연구팀, 엠에스웨이 박종천 박사와 공동으로 실버 나노박막 전극을 이용해 섬아연석(황화아연) 분말 기반의 전계 발광 필름소자의 효율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전계 발광 필름소자’는 반도체 물질에 전압을 가할 때 발생하는 빛을 이용하는 디스플레이·조명 기술이다.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어 유도조명은 물론 접히거나 말리는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등 응용범위가 넓다.

이 중에서도 섬아연석 분말 기반의 전계 발광필름은 인쇄 기법만으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 기존 기술보다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고가의 진공 제조 장치가 필요하지 않아서 가격 경쟁력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광 효율이 낮아서 폭넓게 응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디지스트 이수근·윤상훈·최병대 박사이다. 사진=디지스트

디지스트 연구팀은 소자의 효율은 전계 발광 효율뿐만 아니라 발광체에 전류를 전달하는 전극 등에서 소실되는 전류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에 낮은 소자 효율을 개선하고자 전기저항이 낮은 실버 나노 박막을 발광체의 표면 전극으로 사용했다.

실버 나노 박막은 적층하는 방법에 따라 광 투과도는 기존의 투명전극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저항은 십분의 일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최병대 박사 연구팀은 섬아연석 분말로 이루어진 발광층 양면에 실버 나노 박막 전극 필름을 적층하여 저항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전극 저항 최소화는 발광의 효율 향상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로 적용 시 영상신호 왜곡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버 나노 전극을 적용한 분말형 전계발광 필름에 미세 전극 패턴을 형성하여 디스플레이 픽셀 어레이를 제작했다. 여기에 영상 신호를 인가한 결과, 신호 끌림 등 왜곡이 없는 자연스러운 동영상이 구현됨을 확인했다.

최병대 연구원은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통해 저가형의 디지털사이니지, 필름형 조명 등으로 개발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광 전문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포토닉스 리서치』의 6월 표지논문(윤상훈·이수근 박사 공동 제1저자)으로 채택됐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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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교육의 길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내비게이션(navigation). 지도를 보여주거나 지름길을 알려주며 자동차 운전을 도와주는 장치나 프로그램을 뜻한다. 사람들은 보통 ‘내비’라고 부르는데, 우리말 순화어로는 ‘길 도우미’가 맞다. 내비게이션의 원뜻이 항해라서인지 영미 문화권에서 내비게이션이라 말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지피에스(GPS)라 하면 금방 알아듣는다. 일본에서는 영어를 조합해 새 단어를 만드는 재플리쉬(Japlish) 조어법을 써서 ‘카나비(カーナビ)’라 부른다. 뜬금없이 웬 내비게이션 타령이냐 하겠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지혜를 내비게이션에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운전자가 안내하는 대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더라도 내비게이션은 결코 화내는 법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경로를 찾아주며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줄 뿐이다. 교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의 경우는 어떠할까. 학생이 자신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야단칠 때도 적지 않다. 제자가 어긋나면 참아주고 기다려주다가 내비게이션처럼 새로운 방향을 제안해주

며 학생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른 길을 찾아주면 안 되는 것일까?

내비게이션은 최신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새 길이 나면 도로 정보도 바뀌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내비게이션은 새로운 도로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심할 때는 낭떠러지가 코 앞인데도 계속 직진하라고 안내한다. 오래전에 세팅된 도로 정보를 따라가다 벌어지는 낭패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최신 자료를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들에게 오래전의 아날로그 정보를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비게이션은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다. 내비게이션은 경로 안내 이외에도 즐겁게 운전하도록 배려한다. 선택에 따라 음악 감상도 할 수 있고, DMB 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지루해질 수 있는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이 주는 즐거운 혜택이다. 강의 시간에 학생이 꾸벅꾸벅 존다고 해서 혼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학생이 밤새 게임을 했거나, 힘든 알바에 지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의를 얼마나 지루하게 했으면 학생을 졸게 하는지 자신의 강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멀티미디어처럼 즐거움을 주는 강의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내비게이션은 든든한 조언자 역할도 한다. 내비게이션은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준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몇 백 미터 전에 있다며 과속하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유료 도

로의 통행료가 얼마인지도 알려준다. 하이패스 차선이나 현금 지불 차선도 안내한다. 교수가 학생 상담 시간에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조언을 얼마나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시간 때우기 식의 학생 상담은 이제 그만. 학생에게 지금 도움이 되는 현실적으로 유용한 조언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내비게이션의 역기능마저도 교육에 도움이 된다. 오로지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운전한다면 운전자는 결국 길치나 방향치가 될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운전자들은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찾아갔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면 아예 운전 자체를 하지 못할 운전자도 꽤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학생의 입속에 지식을 떠먹여주는 식의 교육에만 치중한다면, 학생들은 결국 공부의 길치나 방향치가 되지 않을까?

학생 스스로 공부의 독도법(讀圖法)을 깨우치도록 하는 선생님들의 길 안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행길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이 든든한 길벗이 되듯,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지식 초행길의 학생들에게 든든한 도우미가 돼야 한다. 도로가 복잡할수록 운전하기가 더 어렵듯이,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공부하기도 더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교수님들께서 내비게이션의 네 가지 순기능과 한 가지 역기능을 교육 현장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싶다. 출퇴근할 때 마다 길 안내만 받지 마시고 교육 내비게이션도 함께 켜시길!

제공=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갤러리 초대석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재원, <구속의 섬, 낙원의 섬>, 20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기획전시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를 7월 9일까지 개최한다. 2013년 개관한 북서울미술관은 10년 동안 지역과 다양한 관계망 만들기를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작가, 그리고 관람객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전시로, 관람객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아트를 다룬다. 북서울미술관은 비디오 아트를 게임적 연출로 구현하기 위해 뉴 미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 작가 6명(팀)을 초청했다. 작가들은 관람객들이 더 많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머시브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 공간에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인 도시의 회색 지대, ‘가상의 다리밑’이 구현됐다. 이곳에서 작가들은 개인의 미디어적 경험과 주관적 기억들이 공동의 경험과 기억, 언어로 기록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그렇게 고안한 과정은 활동지가 되어 모든 관람객에게 주어진다. 관람객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돼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동선을 정하고,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의 규칙 혹은 언어를 경험적 차원에서 흡수한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스웨덴 대학의 탕비실에서

연구자는 학문 공동체에 속해있다. 동료 학자와 소통하며 자신이 속한 학문 분야의 기존 흐름 위에서 새로운 연구를 이어나간다. 인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개인 연구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은 특징도 있다. 그래서 “일상에서 얼마만큼 학문적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종종 필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역사학과에서 금융사를 연구해오던 필자에게 ‘소통’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료들은 대부분 필자의 연구 분야를 낯설어하고 다른 분과학문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강의와 논문을 통해 알리는 일에도 항상 ‘진입 장벽’이 있었다. ‘당대의 정치 문화와 금융’이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설명할 것이 너무 많았다.

최근 스웨덴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바로 점심시간이다. 필자의 연구실 바로 앞에는 한국으로 따지면 학과 탕비실이 있다. 커피머신을 비롯한 주방기기와 학과 비용으로 구매하는 과일 바구니가 항상 놓여있는 큰 식탁에서 누구나 식사를 할 수 있다. 정식으로 고용된 박사 과정 연구자부터 은퇴를 앞두고 있는 노령의 교수까지 모여서, 피카(fika)라고 부르는 스웨덴의 커피타임과 점심을 함께 즐긴다.

한국·영국·스위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스웨덴의 이런 낯선 모습이 ‘교류와 소통’의 출구를 마련해주었다. 영국 대학의 공간은 학부생, 대학원생, 박사 이상의 단위로 나뉘어 있었다. 편한 마음으로 내가 속한 커먼룸(common room)에 출입할 수

있지만, 수직적 교류의 기회는 지도교수와의 면담과 학과 세미나라는 제한적인 곳에서만 허락됐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서로의 안부로 시작하는 대화는 다양한 주제와 자기 고민으로 이어진다. 각자의 연구실에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이기에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게, 혹은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왜 필자의 주제가 스웨덴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누구나 대화에 참여하기에 동료의 고민을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조언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울러, 여기서 알게 된 가장 흥미로운 특성 중 하나는 국왕과 왕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직함이나 격식체를 쓰지 않는 사회적 합의였다. ‘교수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고참급 교수에게 농담을 던지던 박사 과정생을 보면서 ‘예의가 없군!’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사실 이곳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대학을 통해 정식으로 고용되는 박사 과정생은 ‘노동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문적 인정과 존경만으로도 학문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듯하다. 처음 참가했던 학과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던 박사 과정생들은 노동자로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의 점심시간은 다른 세부 전공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다양한 학문적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린 어떻게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지도교수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구조와 환경,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 아직까지 연구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문후속세대의 현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서 수많은 제도적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바라본 한국의 제도는 경쟁과 시장성에만 초점을 두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작은 움직임이겠지만 대학(원)에 학과 공간을 마련하여 학문 공동체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식탁과 의자, 그리고 커피 머신은 아니더라도 커피포트와 ‘달달이’ 커피믹스라도 비치해놓는다면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이 되지 않을까? 인

터넷과 줌으로 공간을 극복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소통 공간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

김승우

웁살라 대학 경제사학과 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0세기 후반 국제금융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후 국제통화체제 개혁 논의를 중심으로 유엔무역개발회의의 역사와 신자유주의와 금융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한민의 문화등반 59

저출산에 대한 또 다른 관점

2020년 대한민국의 인구가 처음으로 데드크로스를 기록하면서 저출산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어둡고 부정적인 전망이 언론과 매체를 채웠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 여러 가지 정책에도 해마다 떨어지는 출산율, 현재 5천만 명인 인구가 2070년대에는 3천만 명으로 줄고 몇백 년 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까지.

커뮤니티 등에서 일반 대중들의 여론 역시 부정 일색이다. 저출산의 흐름과 발을 맞추고 있는 고령화는 불안을 더욱 가속시킨다. 노인 인구는 늘어가는데 그들을 부양할 세대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집값, 뜨거운 교육열, 가정보다 일을 중요시했던 기업 문화 등 지금까지 당연시되어왔던 모든 것들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와중에 긍정적인 전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 역시 딱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세가 된’ 저출산 기조를 뒤집을만한 식견도 능력도 필자에게는 없다. 하지만 사태를 보는 관점을 바꿔볼 필요는 있다. 안 풀리는 문제를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풀어봐야 풀릴 리 없다. 당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수십 년 동안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광복 직후, 남한의 인구는 1천 600만 명이었다. 인구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30여 년 후인 1983년 남한 인구는 4천만 명이 넘었고 인구밀도는 세계 3위에 달했다. 사람은 많았고 일자리와 집, 인프라는 부족했다.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동네마다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표어가 붙기 시작했고, 당시 존재했던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계속 아이를 낳는 집들을 겨냥한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포스터도 몇 년 후에는 두 손가락을 합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로 바뀌는 지경이었다.

그러고도 인구 증가는 계속되었고 1980년 대 후반의 한 뉴스에서 앵커는 부정적인 어조로 “2020년도나 되어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탄했다.

드디어 그 2020년이 되고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이들은 현재의 상태를 정상이라 보고, 정상이 붕괴되는 것을 우려하지만 애초에 비정상은 그동안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아니었을까. 인구란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그 적정선이 결정되는 것이다.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지역, 그리고 많은 인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고, 고산지대처럼 환경 자체가 인구 부양력이 떨어지거나 전쟁 등 주변 사회와의 경쟁이 드문 지역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았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식량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인구 증가는 농경사회의 출산 습관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구조는 농경에서 2차 산업으로, 2차 산업에서 3차·4차 산업으로 바뀌었다. 격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쟁해야만 하는 문화에서 예전과 같은 높은 출산율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좀더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겪어서 그렇지 저출산은 일찍이 산업화를 겪은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의 출산율과 비교되는 선진국의 출산율은 50년 가까운 저출산 정책을 펼친 결과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저출산은 인구구조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닥쳐올 혼란은 피할 수 없다. 5천만 명의 인구로 유지되던 모든 것이 바뀌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폭증하면서 겪었던 혼란에 비하면 그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있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 꼭 나라가 쇠퇴한다는 근거도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추앙해 마지않는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500만 명에서 1천만 명 언저리의 인구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면적이 더 크거나 비

슷한 나라들이다.

한민

문화심리학자

문화라는 산을 오르는 등반가. 문화와 마음에 관한 모든 주제를 읽고 쓴다. 고려대에서 사회및문화심리학 박사를 했다. 우송대 교양교육원 교수를 지냈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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