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문제, 해법은?
데이터로 읽는 대학⑤
대학 등록금 문제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아본다. 4회에 걸쳐 대학 등록금의 법적인 문제부터 다양하게 접근하였고, 마지막으로 해법을 모색하여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대학과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국가 간에 첨예한 대치 상황에 놓인 대학 등록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살펴 본다.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사립대학의 2023년 연간 평균등록금은 757만 원으로 2008년 사립대학 연간 평균등록금 평균 747만 원에 비해 고작 1.3% 인상되었다. 2023년부터 폐지된 대학입학금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2023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3개교 중 172개교 (89.1%)가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고, 4개교(2.1%)가 인하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개교(8.8%)뿐이었다. 국·공립대학은 교육대학 10개교 가운데 8개교이며, 사립대학은 9개교로 전체 사립대학 152개교의 5.9%였다.물러설 곳 없는 대학 등록금 인상
내년에는 금년보다 더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4년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내년쯤 인상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이 약 40%였다. 최근 3년 간의 급격한 물가인상으로 올해는 4.05%까지 인상이 가능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제재받는 것보다 이득이다. 내년에는 2021년부터 2023년도 3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 등록금을 5.5% 이상 올릴 수 있다. 2년 연속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10% 가까운 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내년 총선의 표를 고려하여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겠지만, 대학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공립 대학을 포함하여 전국 4년제 대학 등록금 인상이 내년에는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대학과 학생·학부모, 정부 간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서로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는 차치하고서라도 대학 건물이 낡아서 물이 새고, 예산이 없어 건물과 시설 개보수를 못하고, 재정난에 첨단 기자재는 언감생심이고, 학회지 구독도 포기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교육환경마저 구비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근원적인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학생과 학부모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여전히사립대 평균 등록금 추이
2000451.12004 2008 2009 2011 2012 2015 2017년4년제 기준단위: 만 원(연간)1,131.1739.9700.6자료/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실제 평균 등록금물가상승률 대비*1인당 국민소득 대비**적정 등록금 추정12001000800600400200 평균 등록금단위: 만 원(연간)1200물가상승률 대비*1인당 국민소득 대비*1000*적정 등록금 추정1,131.1800739.9600700.6400451.120020002004200820092011201220152017년자료/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대학 등록금은 학부모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맞다. 학자금 대출로 졸업 직후 수천만 원의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대학 지원이 우선이다
과연,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결 방안은 있는가? 우선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미래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양성기관인 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학의 발전계획에 따라 정해지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이를 위하여 정부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수준(3개년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라도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에 상응한 국가장학금을 추가로 확충하여 대학생들의 학비부담을 줄여주고,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등 안정적인 재정확보와 지원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직접적인 재정지원도 과감히 확대해야 할 것이다.학생도 무조건 반값 등록금과 등록금 동결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법적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충분한 논의로 서로의 입장을 반영하고, 합의하여 인상 사유와 사용계획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 2012년 반값 등록금을 최초로 도입했던 서울시립대 재학생들은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등록금 면제’를 추진하자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는 일도 있었다. 2012년부터 10여년간 유지돼온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효과와 문제 등을 본격 검토하고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립대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지난 9일 발표하였다.
적절한 등록금 수준은?과연, 적절한 대학 등록금 수준은 어느 정도가되어야 할까? 최소한 우리나라 국력의 수준에 근접해야 할 것이다. 가장 근접한 방법은 국내 총생산(GDP)과 관련한 국민 1인당 GDP를 고려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학 연구」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등록금 동결 정책과 고등교육 재정 위기’라는 보고서에서,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액’보다는 ‘국민 1인당 GDP대비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 비중’을 활용하여, 2000년 451만1천원이었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2017년 1천13
만1천원까지 올렸어야 했다고 추산했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0,475달러였던 한국의 국민 1인당 GDP는 2023년 33,393달러로 163% 증가하여 이를 적용하면 사립대학 등록금은 이보다 더 인상되어야 한다. 참고로, 2023년 주요국의 국민 1인당 GDP 순위는 한국이 195개국 중 33위(33,393달러), 미국 7위(80,034달러), 영국 22위 (46,371달러), 독일 19위(51,383달러), 프랑스 23위(44,408달러), 싱가포르 5위(91,100달러), 일본 28위(35,385달러)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 철회 목소리 커진다
앞으로 대학총장들까지 나서 등록금 동결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동시에 ‘등록금 동결’ 이슈도 내년 총선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현재 총량적으로는 실현되었으나 이제 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렸다.우선, 지금부터 적절한 논의를 거쳐 등록금 인상의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공론화하여 논의할 시점이다. 그리고 대학운영에 필수적인 경상비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립대학이 정부와 국민들이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에 대해 국고를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제한된 규모의 국고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또한 다양한 수익 사업 확대, 적립금의 적극적 투자와 확보,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전 구성원이 대학재정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일본, 12개 사립대 공립화…
“지자체 대학 운영 고려해야”대교협 ‘대학 퇴출 및 통폐합’ 포럼
일본 다양한 대학 통폐합 전략 제시▶1면에서 이어짐2010년 이후 일본 사립대 폐교 사례는 19건으로 이중 통합 후 폐교는 8건, 정원미달로 인한 자진폐교 9건, 부정비리로 문부과학성 제재에 의한 폐교가 2건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개 대학이 폐교됐고 이 가운데 1개만 청산이 완료된 상태다. 청산이 진행 중인 곳은 2개이고, 8개는 청산이 미완료 됐다. 자진 폐교는 6개, 강제 폐쇄는 14개다.다만, 김 교수는 폐교와 관련해 학생의 교육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교직원 재취업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모집정지 이후에 4~5년간 교직원에 대한 지원은 재단의 의무와 책임감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사립대 연대·통합 유연화”
김 교수는 일본에서는 폐교 외에도 대학 통·폐합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리한 일본 대학의 연대·통합 촉진 전략은 △국립대 단일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 도입 △국립·공립·사립대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체제 구축(대학 등 연대 추진 법안) △사립대의 연대·통합 유연화 촉진(학부 단위의 사업양도 포함) △복수 고등교육기관, 산업계, 지방공공단체 사이 항시적 연대체제 구축(지역 연대 플랫폼) 등이다.국립대 단일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는 각 대학이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대학 법인의 경영을 합리화·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 교수는 “각 대학이 가진 장점과 브랜드와 기존의 동창회까지 유지하면서 대학 내 시설 등을 공유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이 같은 방식의 통합이 나온 이유는 국립대 간 통합이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국립대 단일법인이 복수대학을 운영한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에 통합한 국립대학 법인 홋카이도국립대학 기구(오타루상과대학·오비히로축산대학·기타미공업대학)가 있다고 했다. 해당 기구는 상이한 분야의 단과대학을 통합해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방 국립 단과대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국립·공립·사립 간 ‘연대추진법인’은 국·사립대 설치자를 하나의 사원(社員)으로 보고, 사원들이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문부과학대신이 승인해주는 제도다. 5개 대학이 속한 ‘시코쿠 지역 대학 네트워크 기구’는 현재 연계과목 개설, 연계 교직과정 개설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립대 5곳이 속한 ‘학습평가·교육계발협의회’는 국내 유학사업(학생 상호 파견), 학습성과 평가 방법의 개발·보급, 지역 과제 해결과 관련된 과목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연대추진법인 제도에 대해 “(우리나라 대학이) 특정 지역에서만 혁신을 하려고 하면 한계가 있고, 수도권 등 여러 지역대학과 연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립대의 학부 사업 양도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사립대의 연대·통합의 원활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제도는 일본의 ‘사립학교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학부 단위로의 설치자 변경을 가능하게 해 학부·학과·대학원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에 고베야마테대학이 현대사회학부를 칸사이국제대학에 양도한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학부를 양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행 제도에서 기존 학부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는 경우와 비교해 심사와 관련된 절차 등을 간소화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구조개혁의 사례로 사립대가 공립화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지역대학이 사라지면 도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사립대가 공립화된 사례는 총 12건 있었다고 했다. 공립화된 대학 중 치도세대학은 학생 모집이 되지 않자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대학을 공립화했고 현재는 대학 근처에 30개의 광기술 중소기업까지 유치해 졸업자의 95%를 취업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사업단위로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하게 지자체가 대학을 운영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라고 설명했다.기존 대학과 지역이 연대한 사례로 일본 지자체가 수도권(도쿄권)이나 대도시 대학 캠퍼스를 지역에 유치한 사례가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자율적 대학-지역(지자체) 협력 프로그램이 33개 진행 중에 있다며 직접 방문했던 와세다대학 기타규슈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예술계, 의료계, 농업계, 수의학계에서 5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고, 2003년에 설립됐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한양 백남상
한양학원 설립자 김연준 박사를 기리는제6회 한양 백남상 수상 후보 추천 공고국토연구원 원장 초빙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관계법령에 의해 경제〮인문사회분야 2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지원〮육성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 경영혁신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연구 및 국가정책개발을 선도해 나갈 역량 있는 분을 원장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대상기관 ◦ 국토연구원■ 지원자격 ◦ 연구기관의 경영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분◦ 해당 연구분야에 관한 식견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분◦ 조직경영에 대한 경륜과 식견을 가진 분◦ 국제감각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진 분◦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한 분◦ 원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중 휴직 가능한 분(겸직 불가)■ 제출서류 ◦ 이력서 (사진 첨부)(각 1부) ◦ 주요 업적 및 경력소개서(A4 5매 이내)◦ 연구기관 운영 및 경영혁신에 대한 소견서(A4 5매 이내)◦ 주민등록등본※ 제출서류 양식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참고■ 서류제출 방법 : 방문, 등기우편, 이메일(phar@nrc.re.kr) 접수※ 평일 근무시간 외에는 방문제출 불가■ 서류제출 기한 : 2023. 05. 15.(월) - 05. 24.(수) 17:00까지 제출서류 도착분에 한함■ 접 수 처 : (우) 30147 세종특별자치시 시청대로 370 세종국책연구단지 연구지원동 4층경제·인문사회연구회 경영지원본부 경영지원부■ 기타문의 ◦ 저서, 학위논문·학술논문·연구용역보고서를 구분하여 기술하되, 공동연구 여부를 밝혀 주십시오.◦ 국토연구원 정관상 원장은 그 직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와 정당가입이 금지됩니다.◦ 연구회 홈페이지 : www.nrc.re.kr ◦ 담당자 : 044-211-1193, phar@nrc.re.kr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대학지원체계 원칙을 제안한다…어떻게 주고 어디에 쓰게 할까?
대학지원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학개혁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대화는 부족하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전면 폐기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넓은 시각에서 대학의 체제를 진단하고, 현실에 기반한 문제 제기와 현실적·구체적인 대안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대학정책 TF가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짚고, 자성이 필요한 대학 내부와 교수사회의 문제까지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대학지원체계 원칙을 제안한다.
① 대학지원체계 현주소:무엇이 문제인가?② 국립대학지원체계 원칙:국립대 정체성에 합당한 지원 방안③ 사립대학지원체계 원칙:학교법인 평가 연계 지원 방안④ 대학지원체계 3원칙과 집행 방안안개가 자욱하다. ‘무진기행’(霧津紀行) 속의 묘사를 절로 생각나게 하는 짙은 안개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수는 없다. 그저 해가 뜰 때까지 인내하며 조심스레 운전하는 수밖에 없다. 대학을 둘러싼 짙은 안개가 30년이 넘도록 걷히지 않고 있다. 대학가를 둘러싼 거대한 호수를 옮기기 전에는 짙은 안개가 걷힐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급한 탈출을 꿈꾸는 성급한 대안이 난무하고 있다. 댐을 쌓아 호수를 만드는 것만이 지역 개발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던 이가 교육부 장관이 되자 이제는 댐을 빨리 허무는 것만이 대학이 살길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라이즈·글로컬’ 신약처럼 광고하지만
사실 대학을 채근하는 교육부는 대학의 병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성급한 약물 오남용으로 오히려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내세우며 설립기준을 낮춰주고 대폭적인 증원을 허용하며 대학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놓고, 다시 질적 향상을 꾀한다며 이런저런 신약으로 임상 실험을 한 것이 교육부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용한 ‘NURI·CORE·PRIME’ 등 신약의 약효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이 심각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약간의 약효를 인정받은 ‘ACE’, 유일하게 20년째 장기 복용 중인 ‘BK21’을 제외하면 임상 실험조차 아까운 부실한 정책이었다. 이번에 떠들썩하게 들고 나온 ‘RISE·GLOCAL’이란 약도 사실 ‘RIS·WCU’의 포장만 그럴 듯 하게 바꾼 것이다. 백년대계의 대학 정책에 3년이나 5년짜리 단기 사업을 남발하는 것은 실패를 예상한 교육부가 성과 검증을 가로막기 위해 채택한 영악한 노림수였다.민주화와 효율성이라는 두 갈래의 처방이제 교육부가 대학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효약’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의 자의적 장악과 책임 회피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직면한 문제점은 해방 이후 누적된 역사의 결과물이며, 지금도 관성을 가지고 진행 중인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지나친 ‘관주도 대학체제’라는 점에 천착해야 비로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수들도 절로 조급해지는 마음을 진정하고, 병의 원인을 차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교수들이 내린 결론을 살펴보면 ‘민주화’와 ‘효율성’이라는 두 갈래의 처방이 있었다. 민주화를 강조하는 측은 대학 자치의 결핍이 만병의 근원이었고, 신자유주의의 오남용이 병을 키웠다고 믿는다. 법인에 대한 제도적 견제, 총장 직선제를 비롯한 대학 자치의 강화, 나아가 대학지배체제 자체를 손대야 한다며 공영형사립대와 연합대학체제 등을 그 처방으로 제시하였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측은 법인의 자율성 확대, 안정적 재정 확보, 무한경쟁을 강조하며 학부제, 국제화, 연구실적, 연구비,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 양적 지표 개선을 그 처방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악성 종양으로 커져버린 이른바 ‘한계대학’에 대한 외과적 수술의 필요성도 강조하였다.전자는 다수 교수와 교수단체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화만 되면 대학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론만 제시할 뿐 법인 기득권의 조정과 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방안 대신 구호만 앞세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년 넘게 논의만 될 뿐 실행하지 못한 진부함과 함께 대학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그 한계로 지적된다.후자는 경쟁을 통한 양적 지표 개선이라는 외통합 추세로 바뀌는 주요 대학재정지원사업(일반대학)
윤석열 정부4단계 BK21LINC3.0국립대학 육성(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분 통합)대학혁신지원(Ⅰ유형 : 일반재정지원,Ⅱ유형 : 부처협업형 인재양성,Ⅲ유형 : 지방대학 활성화)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문재인 정부연구지원(BK21 플러스)산학협력(LINC+)국립대학 육성대학혁신지원(Ⅰ유형 : 자율협약형,Ⅱ유형 : 역량 강화형)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박근혜 정부BK21플러스, 글로벌박사 양성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PoINT(국립대학 혁신)ACE+(대학자율역량강화)CK(대학 특성화)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CORE(대학인문역량 강화)WE-UP(여성공학인재양성)구분특수목적지원국립대학일반재정지원※ 윤석열 정부는 2025년부터 RIS, LINC3.0, LiFE, HiVE,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통합 예정이다.형적 성과는 거두었지만, 오히려 대학 교육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와 사회의 기대가 떨어지고, 전반적인 국가의 발전 속도에서 대학이 뒤쳐지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무기력증이 만성적 질환으로 심화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재정만 투입하면 대학이 좋아진다는 순진한 주장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자의적 장악과 책임 회피
하지만 민주화의 지체, 효율성의 저하, 재정의 부족은 ‘대학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결과에 더 가까운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자의적인 정책 남용과 책임 회피이다. 정작 장악해야 할 것은 놔주고, 풀어줘야 할 것은 움켜쥐는 오랜 잘못된 관행이 지금도 여전하다. 따라서 우리 대학이 직면한 문제점은 본질적으로 해방 이후 누적된 역사적 결과물이며, 지금도 관성을 가지고 진행 중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관주도 대학체제’의 부작용에 천착해야 비로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일부 진보 성향 학자들은 신자유주의·시장주의가 우리 대학 생태계를 망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대학 생태계에 적용된 적이 있었던가? 지난 20년 간 19개 대학이 폐교되었지만, 법인 청산이 완료된 곳이 1개에 불과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교육부를 먹여 살리는 떡은 주로 허약한 대학, 부실한 비리 대학이 제공하는데 이런 대학의 정리가 ‘관주도 대학체제’에서 가능할까?‘관주도 사립대’라는 역사적 특성…대학생태계 현실 인정하고 해법 찾자또 우리나라 대학의 80%가 넘는 사립대학이 과연 진정한 사립대학일까? 사립대학의 자율성이 과연 관철된 적이 있었는가? 학과 설치와 입학정원에 교육부가 개입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가? 정권 교체 주기에 맞춰 사업 기간을 겹치게 설정하여 목적사업마다 중고품으로 만든 교육부 때문에 우리는 새 정부의 새 정책을 제대로 경험한 일이 없다. 따라서 ‘관주도 사립대학’이라는 기형적 대학 생태계가 우리나라의 역사적·구조적 특성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비로소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부모도, 출생신고 용지도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에 동일한 처방전을 남발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살림살이가 옹색하지만, 국립대만은 양육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사립대는 알아서 살라며 애써 외면해 왔다. 문제는 열 명의 자식 가운데 양육을 포기한 자식의 수가 8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윳값 한 번 대준 일이 없는 정부가 알아서 커버린 자식 앞에 나타나 온갖 간섭을 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빵 하나 훔쳤다며 사학법인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착취하는 형국이다. 유사한 성장 과정을 거친 일본의 대학사와 비교해 보면 양국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구조조정 확고한 의지? 남은 체력까지 소진할까 두렵다
그러자 정부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공평하게 대한다며 한가지 평가지표를 들이대고 ‘국립대의 사립화’와 ‘사립대의 국립화’라는 말도 안 되는 성과를 강요하였다. 정부 책임의 국립대 재정지표를 사립대와 평면 비교하였고,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교수 확보율의 책임을 해당 국립대에 물었다. 일률적인 통폐합을 강요당한 대형국립대의 지표는 갑자기 낮아졌고, 특성도 약해지자 ‘국립대’에서 ‘지방대’로 그 성격이 바뀌면서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생존의 위기에 고심하게 되었다. 단일 지표 강요의 결과는 항상 서열화의 강화와 특성화의 실종이었다.
최근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이란 ‘오래된 신약’을 5년 동안 처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약값은 한 학교당 1천억 원이라고 한다. 14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에 시달려온 대학으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어야 하나, 정작 ‘마루타’가 된 대학은 ‘오래된 신약’의 등장에 겁을 먹고 있다. 이번에도 국·사립의 구분이 없고, 대학 체형에 대한 고려가 없으며, 체질에 대한 배려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평가의 관건이라니 지표 달성을 위한 과도한 에너지 낭비와 내부 갈등의 확산으로 대학의 본질적 기능이 더 저하되면 그나마 남은 마지막 체력까지 소진할까 두려운 것이다.대학의 존립 기반인 대학법도 없이 70년간 대증요법으로 일관해 온 오랜 잘못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통한 대학 만들기를 목표로 하되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애시당초 아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어설픈 신약을 환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영양가 있는 음식을 넉넉하게 주고 알아서 먹게 해주는 편이 낫다.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판을 보게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무진을 떠날 그 구체적인 대안을 후속 호에 넘긴다.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송대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대외협력처장과 문과대학장,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을 지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대학교수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대학자치의 역사와 지향 Ⅰ,Ⅱ』를 썼다.
2023년 아산재단 학술연구지원 안내
아산사회복지재단탈가정 청소년의 ‘가출팸’, 새로운 가족의 미래일까
천하제일연구자대회
㊲ 탈가정 청소년과 가족공동체의 미래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
탈가정 청소년의 ‘팸(fam)’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배치를 만들어내는 징후이자 가족과 친밀공동체의 재편을 위한 전망을 제시한다.
현재 전남대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 소속이어서 가족사회학 연구자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진짜 관심사는 가족에 대한 주류 사회학적 관점에 대한 도전과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가족을 탈출한 청소년들의 자생적 커뮤니티를 소수자적 관점에서 연구한다. 사업단에 들어온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지도교수는 “소수자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에 포섭된 채 가족 연구만 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처럼 변절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탈가정 청소년의 삶과 커뮤니티에 관한 연구가 단순히 일탈적 하위문화 연구, 혹은 게토화된 취약 집단에 관한 사례연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탈가정 청소년과 가출팸
사회에는 ‘가족’이라 규정되지는 않으나 그 나름의 공통성을 지닌 소수자 집단과 관계가 존재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지역의 ‘탈가정 청소년들’과 그들이 이룬 ‘가출팸’의 생활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탈가정 청소년’이란 급격한 사회변동에 의해 초래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원가족(혈연가족)을 벗어나 주거생활을 하는 청소년을 가리킨다. 이들은 원가족 내 보호자의 동의나 묵인 아래 장기간 일정한 주거가 없이 시설을 전전하거나 주거로서 부적절한 곳에서 ‘가출팸’을 이루어 생활한다. 기존의 ‘가출 청소년’이나 ‘위기 청소년’ 개념은 탈가정 현상을 사춘기 청소년의 일시적인 일탈이나 비행으로 간주하고, 원가족으로 복귀하는 것을 해법으로 내놓는다. 이에 반해, ‘탈가정 청소년’ 개념은 청소년들이 집을 나오는 행위를 중산층 핵가족 모델의 해체와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구조의 결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제도 비판적이다.사소한 연구라는 비판과 냉소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존 주류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주변화되고 가장자리에 놓인 존재들, 즉 소수자들에 관한경험 연구는 굉장히 사소하고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그렇게 나는 학계에서 무척 “사소한” 연구 혹은 편향된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혹자는 나의 연구가 소수자의 자율적 주체성에 기울어져 이들을 사회에 균열을 내는 행위자로 이상화한다고 말한다. 정책적 활용이나 제도적 반영이 불가능한, 실증적이지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예외적 사례를 연구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내 연구는 가출 청소녀와 원조교제 십대 여성을 주목한 일부 여성학 연구와도 맞닿아 있었지만, 보호를 명목으로 한 십대 남성의 폭력성과 작은 포주로서의 역할 등 팸의 가부장성을 왜곡 또는 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듣기도 했다.
나는 “네 연구 주제는 사소해”라는 은근하고 오랜 가스라이팅 끝에, 사소한 연구를 하는 소소한 사람이라는 자기 의심에 늘 짓눌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무려 “천하제일연구자대회”라는 지면에 나를 소개하고 내 연구의 중요성을 어필해야 하는 이 상황도 꽤 불편하다. 남성 중심적인 학계의 주류적 언어로 내 연구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당하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유사한 맥락에서, 다수자를 대상으로 다수자의 언어로 소수자 연구의 가치를 설득하는 일은 시도조차 하기 전에 피로감을 주었다.
그러나 나의 또 다른 자아는 ‘탈가정 청소년’ 연구가 거시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탈가정 청소년의 ‘팸’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배치를 만들어내는 징후이자 가족과 친밀공동체의 재편을 위한 전망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세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친밀공동체 전반과 관련하여 이 연구의 의의를 말하고 싶다.‘팸’ 생활, 또 다른 삶의 공간의 가능성첫째, 탈가정 청소년들의 ‘팸’ 생활은 사회가 정한 법과 제도의 외부로 불법화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 안의 또 다른 삶의 공간의 가능성을 드러낸다.『우리가 원하는 것을 아무도 모를 때』(2020, 소년의서)는 광주 도시형 대안학교 ‘늘품’에서 함께 한 탈가정 청소년들의 말과 글을 엮은 책이다. 가출, 가족, 자취, 영화·알바, 팸, 담배, 신용불량, 임신과 출산 등에 관한 경험담과 생각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탈가정’ 행위는 일탈이나 비행처럼 사회적 규범의 위반 또는 원가족의 빈곤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외사례로 간주되었다. 물론 탈가정의 맥락에는 빈곤, 물질적 결핍감, 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주요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탈가정 청소년들이 원가족과 집을 떠나 독립생활을 모색하는 과정에 대한 구조적 차원의 분석은 부족했고, 이들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 또한 미비했다.
청소년은 원가족 내에서 성인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유지되는 한, 자기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집’을 나온 이들조차도 여전히 ‘가출’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탈가정 청소년을 포함하여 대개 소수자들은 ‘잠재적 사회위험 요소’로 인식되거나, 이들이 생존을 위해 강구하는 다양한 역량은 범법적이거나 비합법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된다. 따라서 이들의 삶의 역량은 ‘정상화’ 또는 ‘안전’을 이유로 낙인찍힌 채 관리되거나 제약되었다. 하지만 팸 안에서 일상적 상호작용과 생활규칙의 자율적인 마련과 준수가 이뤄진다면, 탈가정 청소년의 공간은 불법적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공간이 된다. 그렇다면 팸에서 살아가는 탈가정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고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탈가정 청소년 연구는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누려야 할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해온 역사와 제도 및 규범들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하다둘째, 기존 사회복지체계에서의 시설화나 원가족 복귀라는 양자택일적 해법을 비판하고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한다.탈가정에서 ‘탈’(脫)은 단순히 가족에게서 벗어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탈가정 청소년의 생활은 영화 「박화영」에서 드러나듯 착취와 피해의 구도로 읽히기도 한다. 10대 생존기를 다룬 영화 「박화영」의 한 장면이다. 박화영의 집에 모인 청소년들은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령상 이들은 여전히 ‘미성년’이기 때문에, 쉼터에서 거주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성인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탈’가정은 혈연가족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혈연가족은 이들의 삶 전반을 지원하거나 안정적 돌봄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관계는 매우 느슨해지고 약화된다. 오히려 이들에게 ‘집’은 사랑과 돌봄의 결핍, 경제적 지원의 부족, 인격적 차별과 폭력의 공간이며, 안전과 돌봄을 제공하기보다 불안과 상처를 주는 역기능의 공간이었다. 이들이 당면한 문제들은 원가족 내에서 해소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집’이 될 수 없는 공간을 떠나 다른 살만한 집을 찾아 떠돌고, 자기 삶의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또래들과 새로운 커뮤니티(가출팸)를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따라서 탈가정 청소년이 처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원가족 복귀를 강제하거나 청소년 보호시설로 수렴하는 방침은 적절한 대안일 수 없다. ‘탈가정’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탈’(脫)의 행위성에 더욱 주목해야 하고, 청소년들의 탈가정 행위에서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재구성하는 사회적·공간적 관계의 맥락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공존을 위해 ‘새로운 가족실천’을 수행하다
셋째, 새로운 가족실천과 가족구성권의 정치학을 제안한다.탈가정 청소년은 필수적인 돌봄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게토화된 커뮤니티를 ‘팸’(fam)이라고 부르며 함께 살아가기를 시도한다. 이들은 정상가족의 틀과 규범으로 포착할 수 있는 삶의 실천, 즉 ‘가족실천’(family practices)을 수행한다.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 독립생활은 여전히 임시적이고 시행착오를 거듭할 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가족실천을 통해 자신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함께 살 것인지를 무엇보다 스스로 고민하는 삶을 일구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십대 남성의 보호 속에서 성매매나 조건만남을 통해 유지되는 팸 형태들이 주로 가시화되었기에, 팸은 유사 범죄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팸의 형태는 다양하다. 오히려 공동주거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분담하는 소규모 형태의 팸이 더 많기도 하다. 이들은 주로 지역 내의 또래 네트워크와 연결되며, 물질적인측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서도 개인의 취약성을 상쇄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의 삶은 분명 새로운 가족실천을 보여준다. 팸은 원가족의 지원이 없는 탈가정 청소년이 생계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팸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미성년-미숙련-저학력으로 인한 취약한 노동 지위와 맞물려 정주하며 살 수 없는 또 다른 역설을 낳는다.
팸을 가족으로 인정할 것인가…가족의 미래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탈가정 청소년의 생활은 영화 「박화영」에서 드러나듯 착취와 피해의 구도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맥락과 행위는 매우 복합적 요인을 수반한다. 나는 이러한 팸을 가족으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규정하는 양자택일 구도를 넘어서서 이들 청소년의 팸 생활에서 드러나는 가족실천과 돌봄 관계의 현상 자체에 주목하고자 했다.다양한 팸에서 가족과 사회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해지고, 때로는 혼합되면서, 개인은 새로운 관계맺기를 통해 가족과 친밀공동체를 재구성한다. 의존과 돌봄에 대한 전형적인 모델은 성인-이성애-핵가족 질서를 기준으로 돌봄과 보호의 책임을 분배한다. 그러나 탈가정 청소년의 팸에서 드러나는 돌봄의 비대칭성은 이들의 공동생활이 한편으로 폭력과 위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돌봄 제공자와 돌봄 수혜자라는 이분화된 역할이 불가능한 관계에서, 상호의무와 책임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돌봄이 가능할 수 있으며, 그 가운데 교차적이고 우연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도무지 가족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가족구성권조차 상상할 수 없는 소수자들의 다르게 사는 삶에 비추어 나는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 권리 요청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싶다. 무엇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가족구성권에 대한 실질적 접근은 규범을 벗어나서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런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는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권리 차원의 운동이나 담론을 넘어서서 이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즉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추주희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전남대 사회학과에서 『탈가정 십대의 주거와 이동성에 관한 연구』(201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사업단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소년 혐오인가 사회위기인가?: 위기청소년 담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2019), 『거리에서 개입하기: 광주지역 성매매 청소녀 지원활동을 중심으로』(2022), 『가족의 경계와 질서의 재구성: 탈가정 청소년의 ‘팸’ 생활에서 나타나는 돌봄과 친밀성을 중심으로』(2021), 『청소년 한부모의 가족구성권에 대한 비판적 탐구&』, 『지방대 학문후속세대의 여성학하기: 전남대 여성연구소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2022) 등이 있다. 소수자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지역의 청년여성, 여성노인, 장애여성, 성소수자, 성매매여성 등 다양한 계층들을 연구하고 있다.
jh.chana33@gmail.com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 으로 보내주세요www.kyosu.net“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철학으로”…편협한 이념 넘어 인류애 펼치자
2023 한국철학자연합대회
“한국철학계는 이제 남북을 통합하는,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통일을 넘어 인류애를 펼치는 사상적 작업을 해야 한다. 분과학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의 문제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철학이 이루어져야 한다.”
- 정세근 한국철학회 회장“챗지피티는 저자가 될 수 있는가? 챗지피티의 답변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특히 챗지피티의 주요한 윤리적 이슈는 편견, 개인 정보 문제, 잘못된 정보, 의존성, 소유권, 사칭이 제기된다.”
- 정원섭 경남대 교수(자유전공학부·윤리학)“챗지피티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를 조립해 거의 모든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 하지만 수많은 인물, 책, 사건 등을 아무렇게나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등 속도와 양 이외의 어떤 우월성도 갖고 있지 못하다.”
- 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최근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의학과 생물학과도 결합되면서 더 복잡한 문제 그리고 더 일상생활과 밀착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최경석 이화여대 교수(법학과)▶ 1면에서 이어짐
2023년 한국철학자연합대회에는 대한철학회부터 한국환경철학회까지 27개 학회·연구회가 참여해 약 120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철학회는 「최근 한국철학계의 성과에 대한 조망」, 한국여성철학회는 「여성주의와 비폭력의 문제」, 한국철학교육학회는 「한국에서 철학교육의 발생과 발전」,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한국현대철학사의 몇 가지 지평들: 전통과 근대, 종교사상, 서구와 식민」, 한국포스트휴먼학회·경남대 교양교육연구소는 「챗지피티 스캔들」, 한국해석학회는 「우리 시대의 윤리적 이슈와 해석학」을 다뤘다.지난 3월에 열린 한국철학회 70주년 학술대회에 이어 이번 한국철학자연합대회에서도 학문후속세대의 발표가 뜻깊다. 정세근 한국철학회 회장(충북대 철학과)은 “학자들만의 잔치가 아닌, 젊은 후학을 키우는 잔치가 되어야 한다”라며 “학생 없는 교수 없다. 후배 없는 선배 없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학원생이 용기를 얻고, 동지애를 느끼고, 교수에게 감동받았다고 하는 것을 보고 이런 한국철학자연합대회가 장차 이들을 위한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교수와 학생이 연결되고, 학생끼리 연대가 되고, 마침내는 철학이 있는 대한민국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박현주 씨(동국대 철학과 박사 과정)의 「현대한국철학의 정체성 논의를 위한 소고」에 대해 논평자로 참여했다.향후 한국철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통합을 강조했다. “한국철학계는 이제 남북을 통합하는,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통일을 넘어 인류애를 펼치는 사상적 작업을 해야 한다. 분과학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철학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 회장은 “철학사가, 분야전문가, 논리학자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걱정하는, 평화를 꿈꾸는, 삶과 죽음을 묻는 철학자가 절실하다”라며 “철학자는 인류의 행복만이 아니라 불행에 대해서도 발언해야 한다”라고답했다. 아울러, 그는 “선의 윤리학만 점잖게 보아서는 안 되며, 악의 형이상학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의 이데올로기도 뛰어넘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챗지피티·인공지능 비판적 논의이번 한국철학자연합대회에서는 챗지피티나 인공지능 등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풍부했다. 한국포스트휴먼학회는 「챗지피티 스캔들」 세션에서 정원섭 경남대 교수(자유전공학부·윤리학)가 「챗지피티는 저자가 될 수 있는가?」를 발표했다. ‘챗지피티는 저자가 될 수 있는가?’를 챗지피티한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챗지피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저자로서 출판물을 작성하거나 출판물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챗지피티는 문장 및 단락 생성과 같은 자연어 처리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정 교수는 “챗지피티의 답변은 일관성이 있을까?”라고 질문했다.정 교수는 지난 1월 『사이언스』에 실린 「챗지피티는 재밌으나, 저자는 아니다(ChatGPT is fun, but not an author)」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연구에서 챗지피티로 만든 초록이 학술 리뷰어에게 제출됐는데, 그중 63%만 적발됐다. 『사이언스』 계열 저널의 저자들은 “저작물이 원본임”을 인증하는 라이센스에 서명하도록 돼 있다. 당연히 챗지피티나 다른 AI 도구로 생성된 텍스트, 이미지, 그래픽 등은 논문에 사용할 수 없다.『사이언스』에 게재하고자 하는 저자는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4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컴퓨터정보학회 연구윤리규정에도 제시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연구의 개념이나 설계, 연구 데이터의 획득, 분석, 또는 해석에 상당한 기여를 한 자 ②중요한 학술적 내용에 대해 초안 작업을 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정을 가한 자 ③출판될 버전에 최종적으로 승인을한 자 ④연구의 어떤 부분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과 관련된 질문이 적절히 조사되고 해결되도록 연구의 모든 측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하는 자. 정 교수는 챗지피티의 주요한 윤리적 이슈들로 △편견 △개인 정보 문제(privacy) △잘못된 정보 △의존성 △저작 권리 등 소유권 △사칭을 지적했다.
책임은 사용자인 인간에게 귀속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챗지피티와 인공 소통의 문제-신뢰, 위험, 책임, 인격화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챗지피티는 인간의 명령(prompt)에 따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를 조립해 생성하는 속도에서 거의 모든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라며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인물, 책, 사건 등을 아무렇게나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등 속도와 양 이외의 어떤 우월성도 갖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결정적으로 챗지피티는 자신의 생존을 위한 지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간이 가진 약한 다맥락적 능력을 골고루 따라잡는 걸 목표로 설계되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을 지배할 의지를 가질 리도 없다”라고 분석했다.아울러, 정 교수는 ‘인공 소통’의 대중화에 주목했다. 구글을 통해 이미 초보적 단계로 이뤄진 인공 소통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뤄지는 사용자 자신 관점의 이중화(명령 입력의 관점과 그 결과물의 관점)이다. 정 교수는 챗지피티라는 대상에 대한 믿음이 우연적이며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 책임은 사용자인 인간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뇌 연구 발전하며 신경윤리 분야 등장한국윤리학회는 「한국 윤리학의 역할과 과제」를 다뤘다. 그 중 최경석 이화여대 교수(법학과)는 「과학의 시대, 윤리학의 역할과 과제」를 통해 새로운 윤리의 등장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최근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은 그자체로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의학과 생물학과도 결합되면서 더 복잡한 문제 그리고 더 일상생활과 밀착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학·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뇌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신경윤리’라는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더욱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된 윤리적 쟁점들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문제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전까지 이어온 근본적인 가치관이 변화하거나 이에 도전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삶의 방식을 지배하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경과학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기존의 능력 평가, 인재 선발·양성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세금으로 투입된 연구결과의 공유와 분배의 문제이다. “공적 자금으로부터 산출된 연구 결과는 어떻게 분배 또는 공유되어야 하는가? ‘공적’이란 것의 개념 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그 과학기술 성과의 공정한 분배일 것이다.” 셋째, 우리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새로운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해당 과학기술을 활용한 행위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최 교수는 윤리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새롭게 허용되는 영역에서 윤리적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리학이 금지되거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위에 집중했다면, 이제 다원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에 의해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넓게 해석되는 ‘허용된다’의 영역, 즉 ‘권장되지 않고, 허용되고, 권장되는’ 영역에 어떤 행동들이 포함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10주년 기념 세미나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전자출판, 디지털출판의 현재와 미래1. 일 시 : 2023년 6월 14일 (수) 12 : 00 ~ 13:30분2. 장 소 :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내 세미나 룸(책만남홀2) 삼성동 COEX3. 참석대상 : 출판계, 일반인, 저자, 언론계, 정부 및 정책연구자4. 주 최 :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5. 사 회 : 조윤정 전 이사장(현 조합 전무)■ 제1부가. 인사말 : 김일철 이사장나. 전자출판 10년의 역사 와 함께한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간략소개다. 급변하고 있는 출판 디지털 환경1)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유아 에듀테크 시장 (발표 10분 : 미니게이트 정훈 대표)2) chatGPT를 활용한 책만들기 솔루션 위메이크 북 (발표 10분 : 이새의 나무 신정범 대표)3) 코로나 19이후 웹소설의 변화된 시장 (발표 10분 : RNC 이경미 대표)4) 코로나 19이후 웹툰시장의 현황과 변화 (발표 10분 : 유주얼미디어 김유창 이사장)5) 코로나 19이후 글로벌 전자출판 시장의 현황과 전망 (발표 10분 : 인사이트 브리즈 임신희 대표)(5분 휴식 및 장내 정리)■ 제2부 질문과 답(의자에 앉아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추가 인사이트 발표)주제 : 위 발표내용을 포함한 현 코로나19와 비대면의 일상화,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출판 시장에 대한 질문과 대답(위 발표자 와 사회자 진행으로 20분 진행 )(질문을 미리 카톡창을 통해 받음 + 급 현장 질문 3개 받음)총 90분(1시간 반) 소요예정 (2시간 안에 종료 예정)김정근 심리에세이
너의 거울이 되어 줄게어느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심리 치유 에세이다우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윤태진·김지윤 지음 | 몽스북 | 268쪽게임 세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이었다. 그러다가 게임 속 여성의 모습과 역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게임을 둘러싼 젠더 갈등 문제를 게임하는 여성 ‘플레이어’ 영역, 게임 속 여성의 ‘재현’ 영역, 게임을 만드는 여성 ‘노동자’ 영역으로 나눠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사소한 것은 없다
동은·진광 지음 | 모과나무 | 252쪽매일 쓰는 안경, 볼펜과 만년필, 여행의 풍경, 저녁노을, 산들바람, 출퇴근길 등 우리 삶을 채우는 작고 소소한 존재들을 감성과 낭만으로 풀어 쓴 에세이인 이 책은 “과연 삶에서 사소한 것이 있기나 한 걸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세상은 작고 미세한 존재들에 의해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만의 사유와 견해를 바탕으로 아름다움과 통찰력을 선사한다.
호혜와 협동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정헌목 외 5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 | 408쪽2000년대 후반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동안 시장의 전능을 주창하던 신자유주의와 주류 경제학의 한계와 맹점이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과 인류학적 상상력이 요구되면서, 경제행위를 개인의 이기심과 합리적인 선택에 주목하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과 사회 속에서 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인문학의 관점이 필요해졌다.인류의 여정
오데드 갤로어 지음 |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356쪽현재 인류가 풍요를 누린 시간은 200년에 불과하다. 나머지 29만 년이 넘는 시간은 배고픔과 질병과의 싸움이었다. 물론 질병, 배고픔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인류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영원한 숙명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 해답은 지난 29만 년의 시간에 있을 것이다. 저 멀리 그리스의 플라톤에서 18세기 맬서스, 20세기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21세기는 유발 하라리가 그 해답을 찾으려 시도했다.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지음 |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880쪽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첫 딸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노심초사한다. 예일대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인 그는 <디스커버>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출발해 과학 저술가로서 최고 영예인 내셔널 아카데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 심층 보도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 탐사 보도팀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유기쁨 지음 | 눌민 | 416쪽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영위하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생태 환경이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공이며 다른 존재들은 모두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여기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과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생태 위기를 불러일으킨 당사자로서 지구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두 번째 베트남전쟁
윤충로 지음 | 푸른역사 | 300쪽지난해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외국 관광지는 베트남이었다. 한 여행플랫폼 기업이 해외 숙소 예약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절반 가까운 46.7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한국 관광객이 많다 해서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까지 나왔다. 1992년 12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과 정식 수교한 이래 한-베 관계는 이 정도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양국 간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성희롱 : 법과 분쟁처리사례
김엘림 지음 | 에피스테메 | 492쪽1993년, 관련 법도 없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성희롱 소송이 벌어졌다! 이 재판을 시작으로 성희롱 관련 법이 제정됐고 일부 조항은 소멸과 보완의 과정을 거쳐 정비됐다. ‘성희롱법’에 따라 수많은 성희롱사건이 유죄와 무죄로 나뉘었으며,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했다. 30년이 흘렀지만, 성희롱과 재판의 쟁점은 더욱 다양해지고있다.실재론적 마술
티머시 모턴 지음 | 안호성 옮김 | 갈무리 | 464쪽이 책은 객체지향 존재론의 관점에서 인과성을 탐구한다. 모턴은 인과성이 미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미적 사건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인간과 화폭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과 드라마 속 대사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미적 사건은 톱이 새로운 합판 조각을 베어 물었을 때 일어난다. 미적 사건은 벌레가 축축한 흙에서 배어 나올 때 일어난다. 미적 사건은 거대한 객체가 중력파를 방출할 때 일어난다.저자가 말하다_『맹자에게 배우는 나를 지키며 사는 법』 김월회 지음 | EBS BOOKS | 276쪽
강한 마음, 강한 사람, 강한 삶일상에서 ‘수기치인’을 구현하는 ‘강한 이’
세상과 어긋나도 즐겁게 하늘의 뜻 실천맹자는 ‘강한 이’다.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에 의하면 맹자는 자신을 중용해 줄 군주를 찾아다녔지만 어디서도 왕도 정치를 주장한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꿋꿋하고 당차게 자기 뜻을 펼칠 곳을 다시 찾았고, 노년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와 저술과 강학에 전념했다.
이는 세상이 받아주지도 않고 늙기도 했으니 물러나 책이나 쓰고 아이들이나 가르치자는 체념의 소산이 아니었다. 저술을 하고 후학을 가르친다고 함은 글과 사람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빚어간다는 뜻이다. 소극적 삶의 태도가 결코 아니었다. 현세에서는 자신의 뜻을 구현하지 못했지만 미래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능동적 행위다.부국강병을 욕망하는 시류와 엇나가 배척되었지만 굴하지 않았고, 늙음이 심신을 쇠약케했지만 그에 맞섰기에 가능했던 삶이었다. 그야말로 강한 이어야만 가능한 삶의 궤적을 그려냈다. 그러니 이러한 물음이 절로 든다. 도대체 맹자는 어떻게 그러한 강함을 지닐 수 있었을까? 필자의 책은 이 물음의 답을 구성하고자 맹자의 삶과 사유를 다시 읽어본 결과다.
여기서 맹자의 강함을 그가 타고난 기질 덕분이라고 하면 무척 싱거운 답이 된다.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타고난 기질이 강하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맹자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와 같은 삶을 가능케 했을까?그 답의 하나는 ‘강한 마음’의 구축이다. 맹자에 따르면, 마음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이고 거기에는 하늘의 본성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하늘의 본성은 다름 아닌 인의예지 같은 도덕이다. 그가 보기에 사람은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러한 하늘의 본성을 마음에 타고 태어난다. 하여 마음을 온전히 알면 하늘도 온전히 알게 된다.
그 결과 인의예지 같은 도덕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인간에게 내려준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도덕을 맹자는 ‘천작(天爵)’, 곧 하늘이 내려준 벼슬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도덕을 행함은 하늘에 등용된 것이 된다. 하늘이 삶을 영위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하늘로 부터 발원된 도덕이 권력이나 재력을 지니지 않았어도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강하게 만들어주었음이다.
이로써 사람은 누구나 ‘강한 이’가 될 수 있다. 사람은 하늘의 본성을 부여받은 존재이기에 누구나 다 천민(天民), 곧 하늘의 백성이다. 강한 이는 무슨 특별한 역량을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천민임을 자각하고 그 바탕 위에서 ‘자반(自反)’, 그러니까 자신을 돌이켜보며 도덕적 정당성을 쌓아가고, 이를 타인에게 확충해감으로써 사회의 교화를 이루고자 하는 이다. 맹자가 강조한 “자신을 닦고 타인을 다스린다”라는 수기치인의 삶을 명실상부하게 구현해가는 이가 바로 강한 이인 것이다. 이들은 ‘강한 삶’을 일상 차원에서 펼쳐낸
다. 필요하다면 역성혁명 (세습되는 왕조가 새로운 왕조로 바꾸는 일)에도 당당히 나선다. 하늘의 본성인 타고난 선함을 실현하기에, 또한 나만 홀로 선하게 사는 삶이 아니라 세상이 더불어 선하게 살아감을 지향하기에 그러하다.
게다가 사람은 군주의 백성이기 전에 하늘의 선함을 지닌 하늘의 백성이니 도덕을 해치는 군주를 축출함은 명명백백하게 정당하다. 성선설은 이렇듯 역성혁명의 윤리학적 근거였다. 강한 삶이 능동적인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세상이 지향하는 바와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도 자기 삶을 하늘이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의 내면에는 한탄이나 낙담, 좌절 같은 것이 똬리 틀지 못했고, 하늘의 뜻을 실천함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즐거움은 이렇듯 맹자가 세상과 엇나가는 삶을 줄곧 살았음에도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일구어낼 수 있었던 내적 동력이었다.
오늘날은 더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라는 진단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금수저니 하는 지적처럼, 외적 요인이 ‘나’의 삶을 좌우하는 힘이 갈수록 크고 강해지는 시대다. 이러한 삶의 조건에서 나의 삶을 나의 뜻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을, ‘나’ 자신을, 또 ‘나’의 삶을 강하게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2천300여 년 전, 맹자가 살아낸 말과 행적이 여전히 의미있는 까닭이다.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서평_『전체를 보는 방법』 존 H. 밀러 지음 |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 300쪽
정찰벌이 윙윙거리는 이유…‘의결정수 20’의 비밀올해 2월, 서울특별시 인구(942만7천 583명)는 대구광역시 인구(230만662명)의 약 4배이다. 대구광역시는 국내 도시의 인구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한다. “한 나라의 가장 큰 도시에는 두 번째로 큰 도시 인구의 2배가 살고, 세 번째로 큰 도시 인구의 3배가 사는 식이다.” 국내 도시의 인구 순위를 보면, 서울특별시를 이어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가 뒤를 잇는다. 이 법칙은 서울특별시가 기형적으로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바로 복잡계 시스템에서의
환원주의의 오류 벗어나려면 상호작용 분석 필요
추상적 가정이라는 한계, 단계별 연구 가능케 해스케일링 법칙이다.
복잡계 시스템을 다루는 『전체를 보는 방법』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저자는 존 밀러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사회경제학)다. 그는 복잡계 분야를 연구하는 산타페 연구소에도 소속돼 있다. 박테리아의 움직임부터 금융붕괴 현상까지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를 분석했다. “작은 움직임이 더없는 행복 또는 크나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 속에서 우리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번역은 우리나라 복잡계 전문가인 정형채 세종대 교수(물리학과)가 맡았다.『전체를 보는 방법』을 관통하는 핵심은 ‘환원주의의 오류’이다. 각 구성요소들을 낱낱이 파악한다고 해도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시스템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유리조각에 대해서 세세한 지식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교회당을 장식하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이해하기 어렵다. 밀러 교수는 “부분을 안다고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원주의는 각 부분이 서로 얽힌 구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복잡계 연구의 근본적인 통찰이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개개의 일벌이나 시장 거래자, 신경세포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벌집이나 시장,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라며 “벌집과 시장, 뇌를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벌들의 상호작용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책에서 재밌는 사례는 ‘의결정수 20’이다. 벌떼는 새로운 장소를 찾기 위해 정찰벌을 보낸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장소를 찾는 정찰벌 약 20마리의 의결정수가 채워질 때 최종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장소에 정찰벌의 의결정수가 채워지기만 하면, 모든 정찰벌은 자신의 벌떼로 돌아가서 붕붕거리는 특별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청중 속을 뛰어다니는 광란의 동기부여 강사처럼 ‘버즈 런’(buzz run)을 한다.” 버즈 런이 일어나면, 꿀벌들은 대이동을 준비한다. 이같은 분석은 인간의 집단행동에도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계 연구는 ‘추상적 가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버즈 런을 살펴볼 때, 정찰벌 각각의 움직임이 약 100만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뇌로 조종된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벌을 단순하지만 어떤 규칙을 따르는 입자처럼” 생각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벌떼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어떻게 움직이고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밀러 교수는 “추상적 개념을 만듦으로써, 행동의 현재 단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다며 “꿀벌 간의 상호작용이 이사 갈 장소에 대한 통일된 선택을 어떻게 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전체를 보는 방법』의 11장은 ‘자기 조직화 임계성―돌부터 모래까지’까지 를 다룬다. “시스템에 생긴 겉으로 보기에 작은 균열이 큰 규모의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에서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좀 더 극적이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한 노점상이 수년간 지속된 지방 관리의 행패에 항의해 분신했다. 그 관리는 저울을 몰수해서 노점상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는데, 항의하는 노점상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 사건으로 점화된 아랍의 봄은 “알제리, 레바논, 요르단, 모리타니, 수단,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예멘, 이라크, 바레인, 리비아, 쿠웨이트, 모로코, 서부 사하라, 시리아, 이스라엘의 경계도시까지 퍼져나가는 사회 동요의 파도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라고 한다. 밀러 교수는 “시스템이 임계상태에 들어서기만 하면 하찮은 행동마저도 큰 규모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데, 그 결과를 우리는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저자가 말하다_『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 박지향 지음 | 아카넷 | 452쪽
노벨문학상 수상한 정치 지도자…역사에서 미래를 보다
복지국가의 틀 마련하고 전장에 직접 뛰어든 정치인
유럽이 히틀러에 굴복할 때 전쟁 나서도록 이끌어많은 사람들이 윈스턴 처칠(1874∼1965)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아는 처칠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처칠을 안다고 믿는 사람들도 그의 위트에 많이 끌린다. 이처럼 많이 안다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알지 못하는 처칠의 면모를 밝히고자 이 책을 썼다. 바람직한 리더십이 부재한 현실에서 처칠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당위도 물론 동기를 유발했다.
처칠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히틀러에 굴하지 않고 전쟁을 궁극적인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이다.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소련이 이긴 것이라고 간단하게 결론짓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깨닫지 못한 사실은 유럽이 완전히 히틀러에게 굴복하고 점령당한 1940년 6월에 처칠은 영국 혼자서라도 전쟁을 해나갈 것을 ‘결단’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던 일인지를 후세인들은 모른다. 결국 영국을 이길 수 없었던 히틀러는 눈을 동쪽으로 돌려 소련을 침공하는 실책을 벌이면서 무너져갔다. 만약 그때 처칠이 버티지 않았더라면 유럽의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포츠담회담(1945)에서 트루먼 대통령은 만일 영국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미국 연안에서 히틀러와 싸우고 있을 것’이라고 처칠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처칠은 영감을 주는 지도자였다. 1940년 유럽 대부분이 히틀러에게 굴복하고, 독소조약을 맺은 스탈린은 이익을 챙기고, 루스벨트는 방관하고 있을 때, 처칠은 영국 혼자서라도 전쟁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영국 국민들은 전쟁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적당히 히틀러와 타협해서 그럭저럭 생존하기를 원했다. 그런 그들에게 하고 싶어 하지 않던 임무를 떠맡기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 것은 처칠이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만든 것, 강제가 아니라 영감을 주어 기꺼이 하도록 만든 것, 그것이 처칠의 위대한 지도력이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처칠의 면모 가운데 급진적 개혁가의 모습이 있다. 처칠은 20세기 초에 상무부 장관으로 봉직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표현되는 복지국가의 틀을 마련했다. 노사정이 함께 기여하는 실업보험제가 이때 세계 최초로 제도화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해군부 장관이던 처칠은 다르다넬스 전략이 실패하자 장관직에서 물러나 프랑스 전선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는데,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을 여러 번 겪는다. 만약 처칠이 그때 전사했더라면 역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비록 나라를 구한 위대한 수상으로 기억되지는 않았겠지만 처칠은 복지국가의 초석을 닦은 ‘선구적이고 자비로운’ 정치인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오래된 제국들이 무너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처칠은 식민부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그때 영국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인물도 처칠이었다. 그는 아일랜드 테러리스트들에게 “이제 죽이는 짓은 그만두고 대화를 합시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정치무대에서 잠시 쉬어가는 동안에는 글을 써서, 그것도 대단히 훌륭한 글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953). 이처럼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생이 무척 길었고,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열정적으로 살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긴 삶을 통해 그는 자신의 운명만이 아니라 영국, 나아가 세상의 운명을 만들어갔다.
처칠이 사망한 지도 어언 60년이 되어 간다. 그럼에도 처칠에 대한 책이나 논문이 아직도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 공과 과가 있듯 그에게도 당연히 잘못이 있었다. 그의 결점을 아무리 세세히 끄집어내도 그의 장점은 그것을 압도한다. 처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 처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우리는 오늘날의 잣대를 들이대 과거의 인물과 시대를 재단하기 전에 일단 그 인물과 시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처칠은 역사를 무척 좋아했고 스스로를 역사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더 멀리 과거를 돌아볼수록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런 통찰력을 지녔던 ‘역사가’ 처칠에게 바치는 한 역사학자의 헌정이다.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서양사학통찰의 재미_『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 안정효 옮김 | 소담출판사 | 400쪽
딥러닝 창안한 교수, 왜 구글 떠나며 후회할까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딥러닝을 창안한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컴퓨터과학과)는 최근 10년 간 몸담았던 구글을 사직하면서 밝힌 소회가 세계 지성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내가 평생 이룬 성과가 후회스럽다”라고 자신이 이룬 평생의 업적을 부정하는듯한 얘기를 한 것이다.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핵무기보다 인류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봤는데, 더 암울한 것은 국가 간,
모든 필요 충족돼도 능동성 잃으면 디스토피아
통제되지 않는 과학기술과 문명의 이기는 위험기업 간 치열한 개발경쟁으로 인공지능이 사실상 핵무기보다 더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핵무기에 버금가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올더스 헉슬리(1894∼1963)는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썼다. 1932년에 발표한 SF소설 작품으로 인간성과 인간 존엄성을 상실한 인류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풍자적으로 그린 책이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상상력의 틀에 의지해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을 실감 나게 묘사하며 자유와 행복, 인간 본성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어 인공지능에 대처하는 인류의 대응에 대해시의성 높은 성찰의 기회와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작가는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비판한다. 이 책은 조지 오웰(1903∼1950)의 『1984』와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본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와는 다른 관점의 인지적 충격을 던지고 있다.현대인들이 당면한 문명의 위험에 대해 오웰과 헉슬리는 문제의 원인을 상반된 관점에서 찾고 있다. 이를테면 오웰은 책이 금지당하는 것을 두려워했지
만 헉슬리는 사람들이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아 책을 금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정보가 차단당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진실이 감춰지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진실이 무의미한 소식에 파묻힐 것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무리가 폐쇄적인 문화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헉슬리는 쓸데없는 문화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했다.이 소설은 한 편의 SF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흥미진진하다. DNA나 유전자 복제같은 개념이 등장하기도 훨씬 전에 상상만으로 인공수정이나 유전자 조작 같은 기술을 배경 스토리로 설정한 것만으로도 작가의 과학적 이해가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출생 전 단계부터 사회적 계급을 만들기 위해 유리병 속에서 온도와 산소, 햇빛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조건반사에 의한 세뇌와 교육이 이뤄지는 장면 묘사는 소름 끼칠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인류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삶의 행복에 대해 모든 필요가 충족되고 안정된 삶, 모든 불편함과 고통이 제거된 삶,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스스로 획득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주어진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 수 있는가 하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진보를 유일한 미덕으로 여기며 나날이 발전해온 인류 문명이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배운 교훈은 대량생산·대량소비로 요약되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우리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래 등장 인물의 대사는 통제되지 않는 과학 기술과 문명의 이기가 인류의 미래를 반어적으로 ‘멋진 신세계’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삶의 능동성과 주도성을 잃지 않고 ‘건강한 불편함’을 용납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
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북과 남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720쪽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저자의 이 책은 “『오만과 편견』의 산업적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영국 남부 시골과 북부 도시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노사갈등 같은 당시 사회상을 생생히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남부 출신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 마거릿 헤일과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이 강한 공장주 존 손턴이 서로 대립하고 오해를 겪는 과정을 담는다.Do it! 첫 알고리즘
마쓰우라 겐이치로·쓰카사 유키 지음 | 노은정 옮김 | 이지스퍼블리싱 | 280쪽코딩의 어려운 벽을 넘고 처음 만나는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의 세계! 비전공자는 또 다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낙오자 없이 모두 이 산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친절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자료구조의 기본기부터 시작해 검색 알고리즘, 정렬 알고리즘, 보안과 인공지능까지 160가지 그림과 스토리텔링으로 전부 알려 준다. 처음 책을 펼쳤다면 ‘이게 진짜 알고리즘 책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과 이야기가 많다.생명은 어떻게 정보가 되었는가
김동광 지음 | 궁리출판 | 336쪽전작인 『생명의 사회사』를 통해 숱한 사건들과 사회적 논쟁을 담았던 저자가 이 책을 펴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의 출현 과정을 조명하면서,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이후 한층 강력해진 생명 통제의 열망과 이것이 생명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을 정리하고 있다.동아시아 미술, 젠더Gender로 읽다
유미나 외 11인 지음 | 혜화1117 | 456쪽이 책은 타임슬립(time slip)물이다. 오늘날 가장 핫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젠더’Gender를 들고 지역과 시대를 넘나든다. 오늘의 시선으로 옛날을 돌아보는 시도가 새로울 것 없다고 여길 수 있으나, 이 책은 그런 인식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상을 바라보고 거침없이 직진한다. 조선 시대로부터 명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훌쩍 일본 에도 시대로 건너가더니 다시 또 근대로 넘어온다.오월의 정치사회학
곽송연 지음 | 오월의봄 | 216쪽이 책은 기존 5·18 연구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질문들에 답을 한다. 기존 5·18 연구는 피해자 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가해자’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5·18 발생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핵심적인 의문,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디 갔니?”에 대한 학문적 답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고, 어떻게 학살에 참여했는가?’남성 해방
옌스 판트리흐트 지음 | 김현지 옮김 | 노닐다 | 208쪽전 세계적으로 많은 남성이 남성성의 위기를 느끼며 강한 남성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을 향한 공격성을 내포하는 이런 움직임을 보며 저자는 과연 남성성이란 무엇이고, 여성과 남성은 적대해야만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오랫동안 남성 스스로를 억압해온 ‘진짜 남자’의 모습은 생계를 책임지고, 강해야 하며,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여겨졌다.요동치는 가족
이행미 지음 | 파이돈 | 312쪽저자는 이 책에서 식민지시기 발표된 50편가량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고, 신문과 잡지에 실린 논설이나 기사 등 당대 담론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폭넓게 활용해, 국가가 법을 통해 규정한 ‘정상가족’과 이와 변별되는 ‘새로운 가족‘들을 상상해나갔던 장면을 섬세하게 살펴본다. 근대문학에 나타난 가족을 가족법을 중심으로 읽는다는 것은 가족의 본질과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칼날 아래 놓인 의료
하워드 웨이츠킨 지음 | 이미라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20쪽미국은 무료 진료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클리닉부터 단순한 백신 접종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금액을 청구하는 병원까지 환자로서 예측성도 접근성도 떨어지는 의료체계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오바마케어, 개인보험, 직장보험 등 복잡한 보건체계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를 지불하고도 국민 건강 수준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분야별 신간
예술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 | 강우방 지음 | 불광출판사 | 376쪽정치-사회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 고중곤 지음 | 마리북스 | 192쪽자기계발남들이 무모하다고 할 때 도전은 시작된다 | 진용기 지음 | 에이원북스 | 274쪽임상심리사는 이렇게 일한다 | 장윤미 지음 | 청년의사 | 256쪽
문학-에세이각각의 계절 |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76쪽넝쿨장미에 대한 의혹 | 류근조 지음 | 나남 | 164쪽딥뉴스 | 안형준 지음 | 새움 | 300쪽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 |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 윤미연 옮김 | 북극곰 | 220쪽
목욕탕 | 다와다 요코 지음 | 최윤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116쪽슌킨 이야기 |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300쪽전원범 문학선 99 | 전원범 지음 | 전원범문학전집편찬위원회 편집 | 타임기획 | 264쪽진달래꽃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 김소월 지음 |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304쪽
형사 박미옥 |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300쪽인문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2쪽종교스승의 손사래 | 이정배 지음 | 늘봄 | 256쪽“학생에게 헌신하는 한신대, 지역사회와 발전·상생”
인터뷰_ 강성영 한신대 총장
“학생에 대한 헌신, 학생의 미래를 준비시켜 주는 교육으로 가자. 한신대가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입니다.”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첫째도 둘째도 ‘학생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는 물론이고 졸업 이후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사후 관리’까지 대학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모집단위를 계열별로 광역화하는 학제 개편도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도 ‘학생행복위원회’ 설치였다.한신대의 민주화 전통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 총장 취임 이후, 평화-통일·융복합 교육혁신 선도대학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는데, 지역의 행복이 평화-통일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사공이 많으면 산으로도 간다.’ 조사 하나가 더 붙었는데, 강 총장이 추구하는 소통과 협력을 상징하는 말로 들린다. “배 방향만 잘 설정하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바로 갈 수 있다.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11일, 올해 개교 83주년을 앞둔 한신대 총장실에서 강성영 총장을 만났다.△ 총장님, 대학운영에서 제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학생이죠. 학생에 대한 헌신이라고 저는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이 대학의 본연의 역할입니다. 자기 삶의 중요한 시기인 입학부터 졸업까지 4년을 보내게 되는 학생을 위해 대학이 무엇을 해줄 것이냐,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시켜 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 교육과 체계, 서비스 이런 것들이 바뀌어야 되는 거죠. 교육의 질적 관리도 잘 돼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2023학년도부터 모집 단위를 계열별로 광역화했어요.계열별 모집을 확대한 이유는 단순한 입시 전략이 아니고, 이제 더 이상 학과 중심, 단일 전공 방식의 교육은 학생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복수 전공, 마이크로 전공 등 다전공 체제가 가능하게 하고,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넓혀 주는 거죠. 교육의 변화를 대학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교육의 아웃풋이 결국은 취업인데요. 진로 선택과 취업 역량, 졸업 후 사후 관리까지 전체적인 관리를 하려고 하는 거죠. 취업 진로를 위한 교육지원 확대, 융복합 연계 교육 실현을 위한 학제 개편, AI소프트웨어 특성화 교육 확대, 전공별 역량 개발을 통한 교육과정 설계 등이 모두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방안들입니다.학생에 대한 헌신, 미래를 준비시켜 주는 교육으로 가자. 이것이 저희들이 지금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추진하고 있는 일입니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율은 100%였습니다. 요즘은 어느 대학이나 반수나 자퇴 등 중도 이탈에 대한 대응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학생행복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과거에 학생고충처리위원회가 있었는데, 소극적인 의미였죠. 학생들의 만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학생행복위원회는 실무위원회와 실행위원회가 있고, 검증위원회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계속 조사하고 연구해서 제안을 합니다. 이런 것들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을 하죠. 지난 4월에 도서관에 ‘꼼지락’이라는 창의융합공간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환경 시설, 가구, 조명까지 주도해서 만들었습니다. 공간 이름도 학생 공모를 통해 지었습니다.90여명의 직원들이 학생 취업진로와 관련된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취업 관련 행정 직원이 6년 전에는 5명이었어요. 입학 업무 직원보다 훨씬 많죠. 그만큼 준비를 시켜 준다는 거죠.”△ 부임한지 5년 미만의 신진 교수들과 함께 하는 ‘한신미래혁신포럼’이 인상적인데, 진행하게 된 이유와 신진 교수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신진 교수들이 대학에 잘 정착할 수 있고 학교에서 열의와 애정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발전할 수 있고 나아가 대학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그래서 대학 상황과 지역사회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중견 교수들이 부임 5년 미만의 신진 교수들과 함께 다양한 아젠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내 소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한신미래혁신포럼을 만들었습니다. 한신미래혁신포럼을 통해 교수들은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연구 과제를 찾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안대학의 소명은 학생에 대한 헌신, 대학의 중심은 학생이다.
그들이 미래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생 성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강성영 한신대 총장(60세)은 한신대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신학박사를 했다. 1997년 한신대 신학과 교수로 임용돼 신학대학 학장과 장공도서관장, 신학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2021년 9월부터 한신대 총장을 맡고 있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 ‘문화영성’ 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본회퍼학회 회장과 한국기독교학회 감사,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부회장으로 있다.
지난해부터 계열별로 광역화 모집…학제개편 마무리
학생 전공선택권·다전공 제도 확대…융복합 교육 강화AI 휴먼서비스 특성화…인문사회에 디지털을 입히다민주화 전통, 지역사회 상생 협력으로 승화지역사회의 행복이 평화-통일 가치의 시작지산학, 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위해한신대만의 발상의 전환
발전도 중요하지만 소외계층 보듬는 상생 중시사회적 약자와 동행·지역사회와 상생 가치 실현대학의 존재 의미도 달라져대학이 지역혁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산학연계 방법을 발견하기도 하며, 학생 교육에 대한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도 해요.
앞으로 한신미래혁신포럼을 강화시켜 한신대의 민주적 연구와 교육 문화의 하나로서 정착시킬 생각입니다.”△ 교육부는 융복합 교육 등 ‘벽 허물기’를 강화하되, 학내 소통도 강조하고 있습니다.“학생 중심, 교육 수요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학교도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4년 동안 다니는 학교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기도 하잖아요.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으로 전환해야죠.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학 구성원들 간의 소통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1990년부터 있었던 ‘4자 협의회’를 복원하고 활성화 했습니다. 대학 본부와 학생, 교수, 직원 대표들이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어서 중요한 발전 계획이나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합니다.
소통과 협력을 위한 숙의 문화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항상 구성원들이 같이 참여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항상 얘기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부정적인 뉘앙스인데 거기에 조사 하나만 더 붙이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간다’. 그러니까 배 방향만 잘 설정하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바로 또 간다는 것이죠.”△ 미래 대학, 미래 교육의 방향에 맞추어 향후 대학 운영에서 가장 주력하고자 하는 부분도 말씀해 주십시오.“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학의 교육은 단순히 정규 교과목 중심의 수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신대 83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품질을 향상하고 학내 인프라를 개선하려고 해요.
올해 SW중심대학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 학생도 코딩을 배우고 기본 전공에 코딩을 연계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기초과정 실습 과목 등을 개설할 예정입니다.한 예로, 단순히 인문학으로서의 철학에 그치지 않고 융·복합 교육을 더한다면 새롭고 창의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반대로 학생들의 인문학적 기초 소양 함양을 돕고, 이를 진로탐색 과정에 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XR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미디어센터와 시스템 등을 구축해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입니다.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 재정 또한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수익 프로그램을 구상해 다양한 수익사업과 기금 홍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바로 재정 안정성을 꾀하는 동시에 학생을 위한 교육비로도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가 돼 한신대가 한국사회의 존경을 받는 대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 하나 만큼은 꼭 이뤄내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100%이지만, 한신대 하면 가고 싶은 대학, 들어오면 다니고 싶은 대학, 졸업 할 때 감사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갖는 대학이 됐으면 합니다. 교육의 질적 내실화, 학생 생활 만족,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캠퍼스에는 신학대학원이 있습니다. 신학대학원은 일종의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 소수라도 정말 경제적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액 장학금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지원 인원이 44명에서 올해 70명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한신대만의 발상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발전과 상생에 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학습 캠프 등 진짜 소외계층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생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한신대가 기독교적인 가치를 갖고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대학은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오산 교육공동체 실현j지역사회와 동행“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경기도 오산시의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인 한신대는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함께 코딩·AI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 AI·SW계열 전공을 신설한 한신대는 지역 발전과 함께 나눔, 협력,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한신대는 올해 2월 오산시,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과 코딩·AI 교육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산 코딩·AI 교육공동체’를 구성해 AI·SW 융복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오른쪽 사진)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및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디지털새싹 캠프’ 사업에 선정돼 오산지역 관내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까지 포함하는 ‘한신 SW·AI아트(ART) 코딩 캠프’를 운영했다. 올해 4월에는 상반기 ‘디지털새싹 캠프’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경기권역 대학으로는 최초로 2회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오산지역 지자체와 교육청, 초중고와 연계해 ‘오산 교육공동체’를 추진해 온 덕분이다.한신대는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그린캠퍼스로 선정돼 이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4월 한신ESG위원회를 설립했다. 한신대의 ESG경영은 학교 내부만이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오산시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추진된다. 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학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현재 한신대는 오산시 지원으로 물 재이용시설 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나무심기 사업도 오산시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에서 공모한 ‘2022년 경기도 노후상가거리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10억 원을 지원받았다. 오산시에서 ‘오산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7천 만 원을 지원받아 코로나19 장기화와 유통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신대 상가거리를 △청년 팝업스토어 조성 △도로환경 개선 △특화거리 조성 △ 상인교육 프로그램 사업 등 대학문화가 살아있는 상권으로 재조성하고, 인근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족친화형 상가로 조성했다.한신대는 지역 산업체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사회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협력센터(ICC센터)를 지난해 8월 신설했다. 또한 한신대 서울캠퍼스는 서울시 주관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에 선정돼 지역경제 활성화와 창업지원, 사회혁신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정책 재검토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 위원회 운영
서울시립대는 반값 등록금정책의 효과와 문제를 검토하는 ‘서울시립대등록금정상화공론화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운영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위원회는 학내외 인사 18명으로 구성됐다. 송오성 서울시립대 교학부총장과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매달 회의를 열어 반값 등록금의 실효성을 토론할 계획이다.위원회는 지난 8일 첫 회의에서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운영 성과 분석과 재학생·학부모·졸업생 등 1천 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논의했다. 설문조사 결과, 46.3%가 등록금 상향이 필요하다고 했고, 47.9%는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립대는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돼 폭넓은 공감대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2012년 박원순 시장의 주도로 시작돼 10여 년 동안 유지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가 예산 100억 원을 삭감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2021년 서울시립대 운영 지원 예산의 45.5%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립대는 외국인과 대학원 등록금 인상 등의 자구책으로 반값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이런 자구책으로 연간 약 20억 원의 재정을 확충하고 있다. 2022년 외국인 등록금 인상으로 연간 4억 원, 2023년 대학원 등록금 4.05% 인상으로 연간 약 5억 9천만원, 2023학년도 입시부터 입학전형료 재도입으로 연간 약 7억 4천만 원, 부설주차장 직영화와 사용료 현실화로 연간 약 4억 5천만 원 등이다.
서울시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239만 원 수준으로 서울 지역 사립대 평균 773만 원의 4분의 1, 국립대 평균 414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 198개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17개 대학(8.5%)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다음 회의는 다음달 9일로, 서울시립대 등록금에 대한 현행 유지와 인상 가능성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손오성 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학의 등록금은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첨예한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서울대·전국 의대 신입생, 5명중 1명 강남 출신
서울대 정시 10명 중 8명이 수도권 출신
2019~22 서울대·전국 의대 신입생 분석서울대와 전국 의대 정시전형 합격자 5명 중 1명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으로 나타났다.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최근 4개년(2019∼2022) 서울대 및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지역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서울대 전체 신입생의 63.4%, 전국 의대 신입생의 45.8%가 수도권 출신이다. 강 의원은 “수도권과 지역 간의 심각한 교육 격차가 수도권 쏠림과 지역 위기를 가중시키는 기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서울대와 전국 의대의 수도권 출신 신입생은 꾸준히 늘었다. 서울대의 수도권 출신 신입생은 2019년 61.8%에서 2022년 64.6%로 늘었다. 4개년 평균은 63.4%였다. 전국 의대도 마찬가지다. 전국 의대의 수도권 출신 신입생은 2019년 44.2%에서 2022년 46.3%를 기록했다.강 의원은 “서울대의 경우 수도권 출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전국 의대의 경우도 그 비율이 2020년 이후로 계속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수시보다는 정시 전형에서 수도권 출신의 합격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울대의 경우 정시 전형 10명 중 82019~2022 서울대와 전국 의대 신입생 수도권 출신 비율
※출처 : 강득구 의원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정원 내와 정원 외 모두 포함. 최종 등록인원 기준, 검정고시 및 외국 소재고 제외.명이 수도권 출신이다. 수시 전형에서 수도권 출신은 58~59.5% 사이를 오갔지만, 정시 전형에서는 2019년 71.9%에서 2022년 78.4%까지 치솟았다. 서울대 정시 전형은 ‘수도권 전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격차는 전국 의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수시 전형에서 수도권 출신은 36.1~38%를 차지했지만, 정시 전형에서는 2019년 54.3%에서 2022년 60.3%까지 치솟았다.2022년의 경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 학생들은 정시 전형에서 수시 전형보다 3배 가까운 합격률을보였다. 강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시 전형이 사교육 특구로 쏠리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현재 입시 체제가 지역 위기를 구조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시 전형에서 강남 3구 출신 학생이 늘어난 배경에는 지난 정부의 정시 전형 확대 방침의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 공정성 강화 명분으로 ‘수능 시험’의 영향력을 키워 강남 사교육 시장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2028 대입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강 의원은 “지금과 같이 명문대와 인기학과, 특별 전형에 수도권 출신과 강남 출신이 대거 진입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이제는 지방대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2028 대입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국가교육위원회, 중장기 교육 전문위 구성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지난 8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실에 위촉식을 열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 21명을 임명했다. 전문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는 국교위 소관 사무 중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에 관한 자문이나 심의·의결 사항에 관한 사전검토 등을 담당하게 된다.이날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과 김영화 경북대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위위원)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교육 및 관련 분야에 관한 전문성과 현장성을 두루 갖춘 전문가 총 21명 위원이 위촉됐다.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위원님들께서 높은 전문성과 폭넓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위해 마련될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위원명단은 다음과 같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 △김영화 경북대 명예교수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거성 상지대 객원교수 △김경원 세종대 교수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김병주 영남대 교수 △김용 교원대 교수 △김원중 단국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 △김훈호 공주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마동훈 고려대 교수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반상진 전북대 교수 △이명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상호 경기다산한강초 교장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 △전택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한혜정 경희대 교수 △홍성학 충북교육연대 상임대표신다인 기자 shin@kyosu.net‘천원의 아침밥’ 지원 3배 늘어, 대학생 234만 명이 먹는다
전국 145개 대학 ‘천원의 아침밥’ 참여
교육부, 일반재정지원사업비 사용 허용올해 ‘천원의 아침밥’ 지원대상이 69만 명에서 234만 명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천원의 아침밥’사업에 2차 추가 신청한 104개교를 모두 선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기존 41개교에 더해 총 145개의 대학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한다.‘천원의 아침밥’은 농식품부가 학생 1인당 천원을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부담금을 보태 대학생이 천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학생 식비 부담을 줄이고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학생과 정부가 지원하는 2천원을 제외한 비용을 대학이 부담해야하기에, 대학에 재정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과 재정 형편이 나쁜 대학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다.이에 교육부와 지자체가 대학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사업비를 천원의 아침밥 사업 예산으로 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반재정지원사업 대상 학교 중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사업비로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집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지자체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에 뛰어들었다. 서울시는 시내 54개 대학을 상대로 1인당 천원을 지원하고, 제주도는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 1억 원을 편성해 1식당 도비 2천원을 지원하는 등 15개 지자체가 사업 참여 대학에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 지침을 개정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더 많은 대학생들이 사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확보 및 지자체 협력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한편, 대학 조리 노동자들의 일감이 대폭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의 ㄱ 담당자는 “현장에 있는 입장으로는 조리 노동자들이 눈에 밟힌다. 재료비나 인건비가 지원받는 것은 아니기에, 기존 대학 식당에서 점심을 운영하는 인력으로 기존 수요에서 몇 배나 늘어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대·카이스트·한양대, AI반도체대학원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를 반도체 분야 석 박사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AI반도체 대학원으로 신규 선정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AI반도체 대학원 지원 사업은 반도체 분야의 석 박사 인재 양성을 위한 AI반도체 연구교육 환경 구축과 대학원 교육 혁신을 목표로 한다. 선정된 대학원에는 연 30억 원 수준으로 6년 동안 총 164억 원을 제공한다.선정된 대학들은 기업 참여형 프로젝트, 기업 인턴십, 팹리스 창업 등 산학협력 교육과 해외 대학 등과 공동 연구 교육을 진행한다.서울대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알고리즘, 반도체 회로설계 등 특화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방학기간을 활용한 팹리스 기업 등에 학점연계 현장실습, 인공지능 반도체 전공트랙을 신설해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한다.카이스트는 AI 알고리즘 회로 칩 설계 등 실용화 연구와 산학 공동 프로젝트와 함께 융합교육 연구를 위해 복수 지도제를 도입한다. 더불어 미국 유럽 대학들과 PIM 반도체 등 차세대 분야 전략적 글로벌 협력 교육을 추진한다.
한양대는 초저전력 뉴로모픽 등의 핵심기술 연구와 산업혁신형, 수요지향형, 국제협력형 등 3개 트랙의 산학 프로그램을 필수과정으로 구성한다. 기업 현장 문제해결 및 자기주도적 창의자율 연구를 통해 전문지식과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인재양성을 적극 지원해 미래 유망산업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김명자 前 환경부 장관, 카이스트 신임 이사장 선임
카이스트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1971년 카이스트 설립 후 최초의 여성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이학박사를 받은 뒤, 숙명여대 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CEO초빙교수, 카이스트 초빙특훈교수(2008-2016년)로 36년간 강단에 섰다.김 신임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고 국회의원(2004-08년, 비례대표·국방위원회·한일의원연맹 고문)을 지냈다. 최근까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국제자문관(IAP), 카이스트 총장자문위원, 서울대 총장자문위원 등을 지내고, 현재 한국환경한림원 이사장, 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신학원, 제31대 이사장에 박유철 목사 선임
박유철 목사가 한신대와 영생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제31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박 신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한신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찾는 데 힘을 쏟아 한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며 “한신대 총장과 영생고 교장 등과 협력해 전 교직원, 학생, 나아가 세상으로부터도 박수 받는 한신대와 영생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유철 목사는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에서 석사, 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충북노회 노회장 △충주 YMCA 이사장 △충주시 기독교연합회 회장 △한신학원 이사회 인사교육위원장을 역임했다.
윤승조 한국교통대 제8대 총장 취임
윤승조 한국교통대 신임총장의 취임식이 지난 10일 한국교통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취임식에서 윤 총장은 “한국교통대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면서 교직원은 연구하고 일할 맛 나는 명품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종배 국회의원, 조길형 충주시장 등 내외 귀빈, 학생, 동문, 교직원 약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농협은행 황종연 충북본부장과 주식회사 준훈식품 이상봉 회장이 각각 3천 만원과 1천 만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윤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도 대학발전을 위해 3천 만원을 기탁했다.
부산대 제19대 교수회장에 김정구 교수 취임
김정구 부산대 제19대 교수회장 취임식이 지난 11일 부산대 교수회관에서 개최됐다. 김 신임회장(정보컴퓨터공학부‧사진)은 앞으로 2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김 신임 회장은 부산대 제12대, 제13대, 제16대 교수회 임원을 역임했다. 제19대 교수회장을 맡아 대학·교수 간 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부산대 발전과 미래 비전을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김 신임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교수회 정기총회에서 실시된 교수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정구 부산대 교수회장은 “지방대가 초유의 위기와 변화에 직면한 엄중한 때에 교수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부산대를 다시 빛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김현경 전북대 교수, 대한화학회 교육진보상 수상
김현경 전북대 교수(과학교육학부‧사진)가 2023년 대한화학회 교육진보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화학교육 관련 약 63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학회 발표와 사회, 좌장 등을 수행했다. 또한 국책 사업에도 다년간 참여함으로써 화학교육계의 발전에 기여했다.
김현경 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대학, 그리고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 힘써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북대 양오봉 총장은 “보직 교수직을 수행하면서도 학교 발전과 화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애쓴 혁신교육개발원장에게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화학회는 1946년 설립된 비영리 학술단체로 화학 분야의 학술과 기술 발전, 교육 및 화학 지식의 확산에 기여를 목적으로 한 국내 최대 학술단체이다.
박선철·김대호 한양대 교수, ‘한빛사’ 상위피인용논문 등재
박선철·김대호 한양대 교수(의학과‧사진)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한빛사(한국을 빛낸 사람들)’ 상위피인용논문 분야에 등재됐다.
박 교수와 김 교수가 각각 제 1저자와 교신 저자를 담당한 논문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우울 및 불안증상의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중심성 평가’가 정동장애학술지에 2020년 6월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시행해, 주요우울장애의 증상학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불안증상 중심 치료적 접근 가능성을 제안했다.생물학연구정보센터는 최근 3년간 60회 이상 SCI등재 학술지에 인용된 논문을 ‘한빛사’ 상위피인용논문 분야에 등재한다. 박 교수와 김 교수의 해당 논문은 2023년 5월 현재 67회 인용돼 ‘한빛사’에 등재됐다.대학과 공유·협력, 지역과 연계 가능한 교수 찾는다
연구·기술개발·네트워킹 능력 갖춘 교수 임용
김은수 경운대 교무처장
경운대는 항공교통물류학과의 편제 완성을 위해 항공교통 관제사, 운항관리사, 물류관리사 등을 신임교원으로 충원한다. 또한, 소프트웨어학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MR(혼합현실) 등 최신 기술에 대한 전임교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다만 경운대는 올해 2학기 정기
채용 계획은 아직 잡혀있지 않으며, 학과의 편제 완성과 퇴임 교수가 있으면 수시로 교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경운대는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정과 취업률이 높은 학과(전공)를 중심으로 현장성을 높이는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학협력(연구, 기술개발, 네트워킹 등)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임용할 계획이다. 매년 초 교수의 연구계획서를 평가해서 교내학술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수들의 복리를 위해 동해연수원과 제주연수원을 무상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 보직을 수행할 경우 직책에 따라 책임시수도 차등 감면하고 있다.경운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LINC 사업에 연속으로 선정됐고 프라임과 같은 대형 사업을 활용한 교육의 현장성 극대화를 통해 국가항공산업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항공, 안전, 보건 등 특성화 분야에 대해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올해부터 특별승진제도 운영, 승진 연한 단축
박훈 서울시립대 교무처장
서울시립대는 올해 상반기에 12명의 신임교수를, 올해 하반기에 22명 이내의 신임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공고는 5월 중순에 있을 예정이다.
특히 관심 갖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과 도시과학, 세무, 예체능 등이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산학협력중점교수도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2023년 상반기에 겸임교수는 8명, 초빙교수는 3명을 채용했다. 6월 중 학과 수요조사를 진행해 채용인원을 확정한 후 겸임교수, 초빙교수 신규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교수 확보를 위해 교수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교수를 더 뽑을 계획이다. 강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는 112명을 신규 채용했다. 2019년 개정된 ‘고등교육법’ 취지에 따라, 강사의 재임용을 보장하는 한편 담당 학점을 유지하는 선에서 퇴직강사 인원을 반영해 6월경 신규채용 한다.
서울시립대는 신규채용 후 1년은 연간 15시간의 책임시간을 12시간으로 감면하고 있다. 또한, 신임교수가 원활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내 학술연구비에서 신진교수 분야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분야별로 자연·공학은 최대 2천400만 원, 인문·사회·예체능계열은 최대 1천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부터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유한 교수의 경우, 승진 연한을 단축할 수 있는 특별승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임용절차에서는 지원자의 교육 능력과 연구실적 등 임용분야의 전문성은 면접평가 전 기초 및 전공심사 과정에서 평가하고 있다. 총장 면접 단계에서는 우리 대학 비전 이해도와 교육자로서의 자질인 소통, 공감 능력 등의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평생교육체계 구축 위해 겸임·초빙교원 확보
박동수 세한대 교무처장
세한대는 2023년도 1학기 때 21명의 전임교원을 공개 채용했으나 2학기 채용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퇴직과 이직 등으로 결원이 예상되는 분야와 캠퍼스별 특성화에 적정한 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다.
세한대는 대학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대응하고자 성인학습자 등 평생교육체계 구축에 대학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말 근무 수요가 늘어난 겸임·초빙교원 등에 대한 교수요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한대는 △혁신교육 융합체제 선도 △IT기반 교육지원 환경선도 △산학협력 생태계 선도 △지역사회 소통공유혁신 등 4대 발전전략을 갖고 있으며, 이를 교원 채용에도 활용할 계획이다.또한, 발전전략과 관련해 스마트 평생교육과 글로벌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공유를 혁신하는데 함께 할 현장 실무경력이 풍부한 인재를 찾고 있다. 특히 지역의 정책 현안에 관심을 갖고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지원자도 희망하고 있다.세한대는 신규임용 교원을 중심으로 ‘지역공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실무위원으로 활동하면 책임시수를 9시수 감면하고 있다. 아울러 실무위원 활동실적에 대해 평가를 거쳐 교원업적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영암캠퍼스의 경우 외지에서 임용되는 교원에 대해 희망하는 경우 교내 교직원 아파트에서 생활할 수 있다.우수연구자에 생애주기별 교육·연구·복지 지원
성태윤 연세대 교무처장연세대는 2023년 2학기 채용은 지난 2월에 모집이 마감됐다. 2024학년도 1학기 초빙 분야별 채용을 현재 대학(원)별로 조율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은 5월 중반에 나올 예정이다.
관심을 갖고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첨단신소재 등 미래 첨단 연구분야다.
연세대는 최우수 교원 확보와 대학의 학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목표에 맞춰 교수 임용을 진행한다.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자 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기채용 기간 외에도 단과대학별 수요에 맞춘 수시채용, 선도연구자(최상위급 연구자, HCR 연구자 등) 임용을 위한 특별채용으로 우수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강의전담교원, 외국인 교원 임용은 각 대학(원) 수요에 맞춰 결정될 예정이며 채용 공고는 5월에 있을 예정이다.연세대는 우수교원 초빙을 위해 각 학과와 단과대학 사정에 맞게 연구공간 조성, 조교 지원, 연구비 지원 행정업무 지원 등 신임교수 연구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부 차원에서 도 연구 관련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의료원 이용 시 본인과 직계가족에 대한 진료비 감면 혜택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젊은 연구자의 연구경쟁력 유지를 지원하고 최상위 연구자 확보를 위해 생애주기별 교육, 연구, 복지 관련 각종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신임교수 정착 위해 주거·교육 제공
김동전 제주대 교무처장제주대는 5월1일부터 5월16일까지 2023학년도 2학기 신임교수를 초빙하고 있다. 선발예정 인원은 21명이며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첨단학과(스마트 분야)와 대학이 자체적으로 특성화하고 있는 학과이다.
제주대는 교수의 교육·연구역량과 더불어 지역과 학생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우수 교원을 정주시키기 위해 대학정보, 교수법 교육 등을 위한 숙박형 집중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신임교수에게 BTO아파트를 우선 배정하고 ‘JNU Rising BK-honor Award for Professor’ 표창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현재 김일환 총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우수교원 유치와 지원 확대를 위한 이전비 지원제도를 신설했으며 비품비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제주대는 최근 RIS사업을 유치하며 거점국립대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임용과정이나 결과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제주대는 ‘채용심사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채용문제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총장이 직접 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며 위원회 심의를 거친 조치방안은 총장에게 보고해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겸임교원 대폭 확보해 산업일체형 교육시스템 구축
하성욱 한성대 교무처장한성대는 6월 초에 채용공고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2학기에는 정년계열 교원을 5~10명 충원할 예정이다. 임용 심사 때는 지원자가 교원으로 임용된 후에 산학협력(교육)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대외적으로는 실질적인 산학협력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가족회사를 발굴하고 다른 대학들과 공유·협력 활동을 잘할 수 있는 교원, 산업계·지역사회와 함께 공동 개발·운영하는 교과목과 산업계·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성대는 사회·산업수요가 많은 신산업 분야를 전공한 교수 충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미래모빌리티, 지능형 로봇, 빅데이터, 실감미디어(콘텐츠, AR/VR포함) 등의 분야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최근 정부의 겸임·초빙교원 확대 조치에 맞춰 첨단분야에 대한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분야에서 산업일체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한성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겸임교원도 대폭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체와 현장의 중간급 실무자로 활동 중인 현직자를 겸임교원으로 20~30명 정도 충원할 예정이다.한성대는 교원이 산학협력 활동만으로도 재임용·승진·승급하고 연구년을 보낼 수 있고, 책임시수 증가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교수가 기업을 창업한 실적과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외부투자를 유치한 실적 금액 등을 업적으로 인정한다. 교수가 지도한 학생이 창업한 실적과 그 기업이 창출한 성과(매출액, 고용 창출 등)도 교원의 업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신임교수를 대상으로 논문지원비와 연구정착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첨단분야 규제 완화에도
“비수도권 교수확보 어렵다”2023 2학기 신임교수 어떻게 채용하나②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관련 규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대학은 정작 인재를 키워 낼 교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은 더욱 그렇다. 수도권 대학은 겸임·초빙교원 비율 완화, 국립대 전임교원 확보율 완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대학은 추가적인 규제 확대나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야 첨단분야 교수 충원이 가능한 형편이다.류동영 목포대 교무처장은 정부가 겸임·초빙교원 확보 비율을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해도 지역에서는 관련 산학협력 교원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류 처장은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수도권 대학교수나 산업체 인력을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년규정 개선도 필요하다. ‘고등교육법’을 전면 개정해 대학의 자율권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윤 창원대 교무처장은 대학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전반적인 구조조정 전략과 연계해 교원인사시스템에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의 영향이 교수 채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전경란 동의대 교무처장도 첨단분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첨단기술 인재는 수요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젊다. 처우가 좋은 산업계로 몰리니 지역 대학에서는 찾기가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처장은 당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첨단분야 교수 채용 계획이 없지만, 대학이 반도체특성화사업이나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면 우수 교수를 초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하거나 자체 발전계획에 따라 교수를 충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립대는 올해 대학원에 지능형반도체학과를 신설하고, 교원 확보율을 70% 이상으로 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국립대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이 80%였는데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정부가 70%로 완화한 조치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겸임·초빙교원의 비율도 규제완화에 발맞춰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한성대는 정부 발표에 따라 겸임교원을 20~30명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프트웨어 분야 전임교원을 44명에서 74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경희대도 겸임·초빙교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장윤석 경희대 교무처장(국제캠퍼스)은 “보험과 급여문제도 있기 때문에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은 교원 확대에 정부 정책을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한편, 겸임·초빙교원보다는 전임교원 충원을 강화하는 대학도 있다. 인하대는 강사 채용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겸임·초빙교원을 확대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첨단분야 인재양성에 대해 조장천 인하대 교무처장은 “남아있는 편입 정원을 활용해 반도체공학과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3년 전부터 첨단학과를 계속 신설했고, 전임교원 중심으로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건국대도 산학협력 친화인사교원제도, 산학협력 전임교원과 중점교수를 충원하고 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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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나의 제자들
김혜영
안동과학대 사회복지과 교수연고가 없던 낯선 곳에서의 학교생활과 함께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 학생들에게 몇 번을 되묻기도 하면서 학생들과의 만남 또한 시작됐다.
사회복지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학생들과 첫 대외활동은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을 경상북도 장애인종합복지관과 공동 개최하며, 장애인들과 안동 시내를 행진하는 행사였다. 그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장애인들과 거리 행진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활했던 나에게 그때만 해도 한 자리에 많은 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생소한 경험이었다.‘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 손과 발은 부지런히’라는 표현은 복지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그때까지 나는 냉철한 이성과 판단을 갖추고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교육과 훈련에 더 무게를 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따뜻한 마음과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니 예리한 통찰력을 갖추기를 강조했다. 그러기에 이제 갓 스무살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캠페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학생들이 보여 준 광경은 나를 깊은 반성으로 이끌었고, 우리 학생들을 훌륭하게 바라보게 했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큰 보람이 되는 계기도 됐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캠페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제자들은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자신을 소개하며, 휠체어 이동을 돕고, 나란히 옆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캠페인을 진행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3단 도시락에 한가득 김밥과 부침개, 과일을 담아 나를 찾아왔다. ‘한부모 가정, 수급자 가정, 장애 부모, 쉴 수 없는 아르바이트.’ 그 학생의 주변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나에게 도시락을 전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다시 한번 학생들과 따뜻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교육자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교수님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겠어요? 정부에서 저희 집을 지원하지 않았으면, 여러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제가 이렇게 자랐겠어요? 제가 받았던 도움처럼, 그 도움이 너무 감사해서,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은 우리에게 맛있는 거 많이 사주시고 또 항상 챙겨주시는 교수님이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비싼 거 사드릴 돈은 없어서 도시락 싸왔어요. 졸업하고 취업하면 더 맛난 것 사드릴게요”일반적으로 사회복지과는 늦은 나이에 또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야간에 수업하다 보면 밤 10시가 넘어가면서 눈이 스르륵 감기고 고개를 떨구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 중에는 살아오면서 굴곡진 사연도 있고, 가슴 아픈 일들을 겪기도 했지만, 늦은 나이에 학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찍 혼자 되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던 만학도 학생은 자신과 남편이 자랐던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했는데,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제대로 일을 하고 싶어서 입학했다. 늘 밝고 쾌활하고 학우들의 친근한 동료였던 그 학생은 학과 행사와 축제 때마다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자주 만났고, 학과 교수들이나 다른 학생들도 만학도 학생의 아이들이 마치 우리 과 학생들 같다고 말했다.그 학생의 자녀들도 추후 입학을 했다. 큰아들 2011학번, 작은아들 2013학번 그리고 큰 며느리 2020학번이다.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가는 내내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래도 사회환경 중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결국 사람이다. 누가 내 가까이에 있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과 모습 또한 다양하다. 여전히 나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나의 제자들은 필자를 스스로 점검하고, 갈 곳을 확인하게 해주는 의미있고 중요한 지침이다.사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갤러리 초대석
「팬텀센스 Phantom Sense」고휘, <소리오브젝트를 위한 구성>(2022),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길이 15분.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가 특별기획전 「팬텀센스 Phantom Sense」를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고휘, 안성석, 안성환, 염인화, 장시재, 후니다 킴, 해미클레멘세비츠 작가가 참여했다.「팬텀센스」에서는 시·지각을 가장 강력한 감각 수단으로 삼는 인간의 인지 방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시각 너머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감각 체계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본다. 예컨대 촉각으로 느끼거나,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중적인 감각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감각의 변주를 경험한다.8개의 스피커와 3개의 구조물이 있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소리를 먼저 마주하고, 사방에서 펼쳐지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물리적 공간과 구조물들이 가상공간에서 소리 오브젝트와 중첩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고휘, 소리 오브젝트를 위한 구성). 이번 전시는 시각 중심의 전시 문화 속에서 감각 간의 위계를 전복시키고 인간 중심 사고에서 비인간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사고를 변화하는 실험장이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글로컬 오디세이
‘일대일로’ 외치는 중국, 걸프에도 손 뻗쳤다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3월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중동의 앙숙이던 두 국가가 정상화에 합의한 것
도 놀라운데 중재자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줬다. 미국이 지금까지 풀지 못한 난제를 중국이 외교력과 영향력으로 해결했으니 파격적이다. 가장 큰 승자는 사우디와 화해를 통해 경제난에 숨통을 틔운 이란이며 그다음 승자는 중국일 것이다.
시아와 순니, 반미와 찬미, 혁명정부와 왕정으로 7년간 대치하던 이란과 사우디는 왜 지금 정상화에 합의했을까? 사우디가 미국과 ‘거리를 둘 결심’을 한 결정적 이유는 2019년 아부 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아람코 정유 시설이 이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안전보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적인 이란과의 화해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이란이 중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은 최악의 경제난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은 중국의 경제 협력이 절실한 만큼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올해 초 달러 대비 이란 리알이 30% 올랐고 최근 몇 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매년 50% 이상 뛰어올라 서민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중국과 이란은 2016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으며 2021년 3월 테헤란에서 향후 25년 동안 경제·안전보장 외 여러 분야에서 연대를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와 가스를 공급받는 대신 4천억 달러(약 452조 원)를 25년에 걸쳐 이란의 금융·에너지·항만·철도·5세대 이동통신(5G)부문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순니와 시아를 대변하는 두 국가의 화해는 역내 화해과정에 변곡점이 될 모양새다. 우선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1년 시리아는 반정부 시위에 나선 자국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러 아랍연맹 회원 자격을 잃었다. UAE는 지난해 3월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를 초대해 정상회담을 가졌다.미국은 여전히 아사드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으며 카타르와 모로코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시리아는 ‘가난한 자의 코카인’이라고 불리는 저가 마약 캡타곤의 최대 생산지로 사우디와 UAE에 마약을 공급하는 배후이다. 아사드 가문이 직접 운영하며 마약을 판매해 국가통치자금으로 이용해 왔다. 아사드는 걸프국가에 더는 캡타곤을 밀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아랍연맹 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역내 다른 국가의 화해 움직임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UAE와 터키는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에서 대리전으로 충돌했지만 10여 년간의 냉각기를 접고 관계를 정상화했다.지난해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면서 관계 개선에 속도를 냈다. 터키와 이집트도 다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지하면서 소원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데탕트 물결에 동참했다. 터키와 사우디도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를 뒤로하고 관계 개선에 나섰다. 바레인과 카타르는 2017년 사우디와 UAE 등이 카타르에 제재를 가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가 2021년 초 제재 해제 이후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해 접촉을 시작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화해하자 바레인과 카타르는 대사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바레인과 이란도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역내 남은 난제는 이란 핵문제이며 이 문제가 꼬이면 말 그대로 핵폭탄급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역내 해상은 물론 미군이 주둔하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서로 충돌할 수 있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데탕트 훈풍에 자신감에 찬 이란이 과감한 군사 작전을 계획하거나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부추겨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위안화 결제확대와 이란-사우디 합의를 끌어낸 것은 역내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싱크탱크 아시아 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국가와 아시아 국가의 교역량은 2030년까지 60% 증가해 5천78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걸프국가와 중국의 밀착, 한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대중동 진출 확대는 걸프국가의 아시아화를 의미한다. 중동을 미국과 유럽의 눈이 아니라 중국과 아시아의 눈으로 볼 필요가 생겼다.기고
수직으로 서더라도 생각은 수평으로만물의 존재 중에서 사람이 언제부터 곧게 서는 직립 동물이 되었을까? 만물의 유형적 분류인 비(飛)-잠(潛)-돈(動)-치(植, 세우다, 심다일 때의 독음은 치임)에서 움직이는 동물로 분류되어 모든 동물의 움직임은 네 발이상으로 기어가게 되었으나 사람만은 두 발로 서서 걷으면서 스스로 영장이라 자처한다. 곧게 서 있음은 동물의 수평 이동이 땅 위에 서 있는 식물의 수직을 닮았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도 사람의 사고기능이 이 수직의 형상이 수평으로 걷게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껴서이다. 삶이 시간적 수직과 공간적 수평의 교차적 이동이기에 이 가로 세로의 생각이 균형을 유지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수직적 사고로 얼룩져 있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형상은 농업문화로 이루어진 결과일 수도 있겠다. 농업문화는 식물에 의존하는 문화이니 자연스러이 수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동양 문자문화의 기록물이 세로로 써 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상업문화라 할 수 있는 서구의 기록문화가 가로였음과 대비해 보아도 쉽게 이해되는 점이다.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문화를 이해할 때 알게 모르게 수직 구조로 이해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윤리의 기본인 오륜(五倫)을 수직 논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부자유친의 아비와 아들이나 군신유의의 국가와 국민은 어디까지나 균등한 인격체로 맞서는 상대 개념이지 강약이나 선후의 수직 개념이 아니다. 이러한 개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양자가 서로 노력해 이루어야 할 공동의 덕목이 각기 ‘친(親)’이요 ‘의(義)’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평 윤리이지 수직 윤리가 아니다. 이 수평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기 노력할 것이 부자자효(父慈子孝)요 군의신춘(君義臣忠)이다. 아비의 몫은 자비의 사랑이고, 아들의 몫은 부모에 대한 공경의 효도이다. 국가는 의리를 앞세워야 하고, 국민은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 남녀평등은 부부유별 이상의 덕목이 없다. 이 유별이란 부부라도 상대방을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장유유서가 시간적 선후라는 고정관념에서 수직의 윤리일 듯하지만, 형우제공(兄友弟恭)으로 형의 우애와 아우의 공손은 개체의 인격을 존중함이 기본이다. 이렇듯 오륜이 인격 평등을 기본으로 한 전형적인 평등 윤리인 것이다.
이러한 상하의 수직구조를 인격적 평등인 자연질서로만 강조하다 보니 인위적인 조직구조로서의 통솔이 어려워져 구상된 것이 삼강(三綱)일 것이다.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
다. 아비는 자식을 위하여 기강을 잡아 주고, 국가는 국민을 위한 기강을 세워 주고,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힘이 되어 주어야 사회질서가 선다는 것이다. 오륜의 자연질서의 취약점을 삼강의 인위질서로 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디. 이 얼마나 완벽한 조직인가. 강긴목장(鋼緊目張)이다. 그물의 벼릿줄이 당겨져야 그물코가 펴진다. 한 집안의 아버지가 벼릿줄을 당겨야 한 가정의 그물코가 펴져 그물의 역할을 한다. 국가의 벼릿줄이 당겨져야 국민 각자의 자리인 그물코가 펴진다. 긴장(緊張)이란 말의 어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긴장의 반대어가 무엇인가. 이완(弛緩)이 아닌가. 이완이란 기강이 풀리고 조직이 느슨하다는 뜻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혼란하다면 바로 긴장이 없어 이완된 탓이 아닌가.
이렇듯 동양윤리는 평등이 기본이다. 오늘 우리는 가로쓰기를 하면서 생각은 왜 세로쓰기 세대로 세워 놓는지 모르겠다. 이제 생각을 눕히자. 상호 관계 속에 요즘 ‘갑질’이란 말이 예사롭게 쓰이는데 이도 수평구조를 수직구조로 잘못 이해한 단어 사용이다. 갑질의 갑은 을(乙)과 맞서는 갑(甲)인데, 상위인 갑이 하위인 을에 부당하게 가하는 압력으로 사용되니, 잘못도 이만저만한 잘못이 아니다. 이것도 수평문화의 수직적 오류이다. ‘흑백논리’란 말은 논리의 일반성을 말함인데, 마치 흑과 백으로 맞서는 고집으로 보아 잘못된 논리의 전형처럼 말한다. 논리가 성립하려면 검거나 흰 색깔이 다른 논리의 대립이 있어 성립되는 것이고, 여기에 시비를 가리되 옳은 것에 이론 없이 승복하는 것이 바른 사고인데, 흑백논리 자체가 모순된 논리로 전제되다 보니 논리의 틀부터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일상적 오류이다. 사소한 오류 때문에 수평적 사회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사고도 내 생각을 수평으로 균형잡지 못하는 속 좁음이다. 왼편이 있으면 오른편이 있어야 균형이 잡힌다. 갑작스러운 사회변화에 좌우익의 왼편 오른편을 균형 잡지 못한 결과라 보여 오늘의 시대 상황이 원망스럽다.
직립으로 걷더라도 생각은 평안한 수평으로 갖자. 여기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물 흐르듯 자연스
러운 수평이라야 평안하다. 그만 쓰고 침대로 가 누우련다.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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