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정말 비싼가?…실질 등록금, 0 년 대비 23.4% 인하

데이터로 읽는 대학③

대학 등록금이 정말 비싼가?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은 지나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무조건 동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계열별 전체 등록금은 평균 800~900만 원대이고, 비수도권 소재 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600~700만 원대로 수도권보다 200~300만 원 낮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교급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 나라는 의무교육제도로 초등학교·중학교 과정과 무상교육인 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양한 사교육을 선택적으로 수강한다. 학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 이상의 양육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15년간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대학의 등록금이 유초중등의 사립학교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비교해본다. 먼저, 대학의 등록금을 설립별·지역별·계열별로 살펴보자. 2022년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58만 원이다. 사립대학은 723만 원, 국·공립대학은 391만 원이다. 지역별로 수도권 사립대학은 760만 원이고, 비수도권 사립대학은 701만 원이다. 계열별로는 의학(974만 원)‧공학(740만 원)‧예체능

대학 설립별·지역별·계열별 평균 등록금(2022년)

(단위 : 천 원)

구 분 평균 등록금

계열별 등록금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체능 공학 의학

전체 평균 6,581.1 5,773.8 6,967.6 7,315.4 7,403.5 9,749.7

사 립

평 균 7,236.3 6,354.9 7,779.6 8,113.3 8,178.3 10,283.3

수 도 권 7,608.0 6,689.7 8,173.2 8,672.8 8,712.5 11,176.0

비수도권 7,015.8 6,095.7 7,513.9 7,683.0 7,785.1 9,837.0

국공립

평 균 3,914.3 3,434.9 4,026.8 4,256.6 4,376.7 8,003.4

수 도 권 4,084.8 3,682.3 4,507.5 4,821.0 4,715.9 9,896.3

비수도권 3,875.4 3,384.0 3,951.6 4,143.8 4,313.9 7,814.1

주: 대상교 수(191교), 계열별 등록금 0원인 대학 제외(일반대 191교, 분교 5교, 캠퍼스 21교 포함)

출처: 대학알리미 8-차-1. 등록금현황 (2023년 2월 3일 기준)

(731만 원)‧자연과학(696만 원)‧인문사회(577만 원) 순이다.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의 54.1% 수준이다.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2008년 대비 평균 실질등록금은 소비자물가인상율을 반영하면 사립대 학의 평균 실질등록금은 2008년 대비 23.4% 인하됐고, 수도권 대학은 24.2%, 비수도권 대학은 22.8%가 인하됐다.

영어 유치원, 사립대 등록금의 1.7배

유아 영어유치원 비용을 살펴보자. MZ세대 부모를 겨냥해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2022년에 오픈한 영어유치원 수강료는 월 170만 원이다. 교재비 등 부가비용을 포함하면 월 200만 원

으로 연간 비용은 약 2,400만 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2)이 서울 소재의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등록금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영어유치원의 학비는 연평균 1,244만 원이며, 사립대학 등록금보다 1.7배 비싸다. 가장 비싼 영어유치원의 학비는 2,692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3.7배나 된다.

사립초등학교의 등록금은 이렇다.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 73개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서울시내에 사립초등학교의 52.1%인 38개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 평균은 829만 원이고, 가장 비싼 등록금은 1,524만원으로 연간 사립대학 등록금의 2.3배였다. 연간 등록금이 1,000만 원 이상은 21개교이며, 연간 600만

원 이상인 사립초등학교도 60개교였다.

사립중학교의 등록금은 어느 정도일까.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633개교의 사립중학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사립중학교의 등록금은 1,779만 원으로 연간 사립대학 등록금 723만 원의 2.5배였다. 1,000만 원 이상 사립중학교는 3개교이며, 600만 원 이상 사립중학교는 10개교로 나타났다.

800만원 이상 사립고 37곳

사립고등학교의 등록금도 보자. 2022년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946개의 사립고등학교가 있다.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사립고등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2,869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약 4배였다. 연간 등록금이 2,000만 원 이상인 사립고는 2개교, 1,000만 원~2,000만 원 미만 사립고는 27개교이며, 800만 원 이상 사립고는 37개교였다. 특히,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예술고등의 등록금이 비쌌다.

재수생과 N수생의 대입준비 비용을 재수학원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된 자료로 살폈다. ‘재수종합학원’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등원해서 오후 4시까지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다. 이후는 자율학습을 하는 학원 형태로 2월부터 수능시험일까지 약 10개월 간 달마다 약 200만 원으로 최소 1,8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이 든다.

‘기숙학원’은 기숙사에 들어가 24시간을 학원에서 지내며 공부하는 곳이다. 월 310~350만 원(식비와 기숙사비 포함)으로 10개월간 3,100~3,500만 원을 받는다. ‘독학 재수학원’은 공부는 혼자하되, 교사가 출결과 학습관리만 해주는 방식의 학원으로 월 40~60만 원, 참고서 등 구입비 월 20~30만 원, 급식 교통비 등 월 50만 원을 합쳐 총 월

130만 원 정도다. 단과 과목당 30만 원 내외는 별도로 10개월간 최소 1,500만 원을 부담한다. ‘독학 기숙학원’은 월 170~200만 원으로 최소 1,7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이다. 사립대학 등록금의 최소 2.4~4.8배 비쌌다.

펫 유치원도 연간 1,200만원

마지막으로 반려동물(펫) 인구 천만시대에 ‘펫 유치원’ 비용도 조사했다. 펫 유치원 3개 기관 홈페이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비용은, 하루 8시간, 주 5일, 한 달 20일 기준으로 90~100만 원이다. 연간 비용이 1,080~1,200만 원으로 사립대학 등록금의 1.5~1.7배 비싸다.

대학 캠퍼스에 있는 교사와 교지는 1년 열 두달,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시설과 기자재 관리를 위해 인력을 배치한다. 또한, 교과 외에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교수‧직원 등이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에서 제시한 학교급별 기관과 단순하게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학은 전통적인 선후배 관계, 지역사회와의 협업 등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무형의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갖춘 지속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는 등록금 관련 네 번째 주제로 ‘대학

등록금, 적절한가?’에 대해 주요국의 공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학폭 기록 4년까지 보존, 정시에 반영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처벌이 강화된다. 기존 2년이었던 학교폭력 가해기록 보존기간이 최대 4년까지 늘어난다. 가해기록은 학생부종합전형 뿐만 아니라 정시‧논술‧실기 전형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지난 12일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번 대책은 △일방‧지속적인 학교폭력에는 무관용 원칙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심의 보호조치 강화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 제고 및 인성교육 강화라는 3가지 추진 방향으로 마련됐다.

가해기록 보존기간이 늘어나고, 기록 삭제도 어려워진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등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현재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는 사회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 등의 조치 기록의 삭제도 ‘피해학생 동의 확인서’를 확인해야 하는 등 심의요건도 강화됐다.

가해사실 기재를 피하기 위해 자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학생은 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 전에는 자퇴할 수 없게 됐다.

출석정지, 학급교체와 같은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반영이 확대된다. 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정시, 논술, 실기 위주 전형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2025학년도 대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전형에 반영하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대입전형기본사항에 들어가게 되어 전체 대학이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입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교육부가 성인남녀 1천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대응 정책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대입 정시 반영에 찬성을 선택한 사람은 91.2%였다. 학생부 보존 기간 연장의 찬성률은 95.3%로 국민 대다수가 학교폭력 처벌 수위를 높여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경희·서강·한양대 등 수학 가산점 폐지

‘문과침공’에 대비해 일부 대학들이 수학(미적분/기하) 가산점과 과탐 응시 기준을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웨이가 지난 7일 ‘2024학년도 대입 주요대 입시 변경사항 분석’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일부 대학의 이른바 ‘문과 침공’관련 수능 지정 영역과 가산점 폐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경희대‧서강대‧한양대 등의 대학이 과탐 응시와 수학(미적분/기하) 가산점을 폐지했다. 성균관대는 정시 수능 반영 비율을 변경하면서 자연계열 수학(미적분/기하), 탐구(과탐) 응시 기준을 폐지하고 탐구 중 최소 1과목 과탐 응시 기준을 신설했다. 경희대는 정시 수능 반영영역 중 인문/자연 분할모집 학과(지리/한의예/간호/건축) 중 인문계열 반영영역을 ‘수학-확률과 통계, 탐구-사회 2과목’으로 지정하도록 변경했다.

광운대는 정시 수학(미적분/기하) 10%, 과탐 5% 가산점을 폐지했다. 서강대는 정시 수능 필수응시영역 제한을 완화해 자연계열 수학영역-미적분/기하, 탐구영역-과탐 제한을 폐지했다. 성신여대는 정시 자연계열 일부에서 과탐 지정을 모두 폐지하고, 사/과탐 응시자 모두 지원이 가능

하도록 변경했다. 세종대는 정시 수능 반영방법 중 국방‧항공‧창의소프트학부의 수학(미적분/기하) 가산점을 폐지했다. 한양대도 정시 수능 자연계열 과탐 Ⅱ 3% 가산점을 폐지했다.

이는 교육부의 ‘문과 침공’ 대책 마련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주요대 12곳 입학처장과의 간담회에서 문과침공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같은 달 17일 교육부는 ‘2023년 고교교육 기여 대학지원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만기 유웨이 대입전략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대학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가산점 폐지 등으로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근본적인 문과침공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능 필수 과목 폐지가 이공계열 학과의 학생선발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문‧이과 교차지원이 허용됐던 2007년에는 ‘적분 기호도 모르는 공대생’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4학년도 입시요강의 성급한 변경이 4년 예고제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 규제 제로화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를 의심하는 지적도 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인하공업전문대학

“국·사립 역할 분담, 대학지원체계 이원화 하자”

국립대는 교육부가 국가차원 행재정 지원

사립은 광역고등교육청이 지역 맞춤 제안

효과적인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지원을 위해 국립대와 사립대의 서로 다른 특성을 반영해 대학지원체계를 이원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11일 창원대와 13일 전남대에서 열린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주최한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이 제안한 내용이다. 국립대는 교육부가 행재정지원을 하고, 사립대는 지역을 (가칭)광역고등교육구로 구분해 광역고등교육청을 세워 지역 친화적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양 이사장은 설립 주체와 목적이 다른 국·사립대학을 구분하지 않고 대학지원체제를 재편성하겠다는 라이즈 체계와 글로컬대학 사업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컬대학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선정을 위해 대학이 스스로를 망가뜨려야 하거나,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으로 기형화 된 대학을 운영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라이즈 체계에 대해서는 대학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의 문제를 들었다.

대학지원 체계의 개선을 위해 양 이사장이 이날 제안한 것은 ‘대학지원체제 3원칙’이다. 그는 ‘대학지원체제 3원칙’으로 ①대학설립 주체와 목적, 편제와 규모,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지원원칙을 수립하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 ②국가적 차원의 발전전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 11일과 13일 각각 창원대와 전남대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지역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전국교수연대회의

략에 입각해 학문의 교양발전을 위해 국립대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 ③대학교육 보편화에 따른 사립대에 대한 국가 책임 필요(사립대 지원에는 법인평가 전제. 법인평가 따라 건실한 법인에 자율성 지원) 등을 제안했다.

양 이사장은 사립대 설립에서부터 운영에 내재한 법인의 문제를 고려해서 대학재정지원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80%에 해당하는 사립대와 이를 설립한 법인은 분명 고등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바를 인정하지만, 사립대 이사회가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는 때도 있다고 했다. 양 이사장은 “사립대에 법인 이사회가 재정적인 기여는 했지만, 대학 운영 전반에 비대칭적으로 강한 권한을 행

사하고, 그것이 설립자의 사적 권리로 정당화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인이 사재로 설립했지만, 현재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과 국가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공공재 성격을 더 많이 띠고 있어 단순한 사적 재산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한, 설립과 운영에 특별한 기여가 없고 상속세도 내지 않은 설립자의 2·3세가 대학 운영을 장악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사립대학법이 재산관리지침’ 개정,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 ‘사립대

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 발의는 사학법인을 위한 ‘3종 선물세트’라고 말했다.

이 정책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한 대안의 성격이지만, 양 이사장은 “대학설립·운영 기준을 더 낮춰 ‘유휴재산’을 만들어 줄 테니 그것을 처분해 재정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대학은 갈수록 더 부실해지고 대학 운영에는 부정비리와 횡령이 횡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부실 사립대가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재정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대학지원에 대한 원칙적 문제를 재고하자고 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챗GPT 부정행위 어떻게 막을까

성균관대, 대응 플랫폼 첫 개설

교수·강사 AI 대응 행동요령 담아

성균관대(총장 유지범)가 AI를 사용한 부정행위 방지 등 교강사용 행동요령을 담은 챗지티피 종합안내 플랫폼을 개설했다. 대학 외부에도 공개한다.

플랫폼 홈페이지(https://chatgpt.skku.edu)에 챗지티피와 생성형 AI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최신 정보와 사용방법, 활용 사례를 정리했다. 특히 공교육 관계자를 위해 AI를 활용한 교육모델을 소개하고, 챗지티피를 활용한 부정행위 대처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교강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과제는 단계별로 나눠 과정 중심으로 평가하고, 시험은 수업시간에 오픈북으로 구술 평가를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동료 리뷰나 자기 평가, 상호 평가 등 성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학습과정과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활용하라고 안내한다.

시험장 환경에 대한 지침도 있다. 가급적 엄정한 감독 하에 오프라인 시험을 시행하고 온라인 시험이나 단순 레포트 제출은 지양하라고 당부했다.

학생이 제출한 답안이 AI를 사용해 표절한 것인지를 교강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자세히 싣고 있다. GPT Zero, Detect GPT, Originality.AI와 같은 탐지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다운로드 링크와 사용 방법까지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AI 탐지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탐지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는 교강사가 다시 한번 체크할 것도 당부했다.

성균관대는 챗지티피와 같은 생성형 AI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캠퍼스별로 부총장이 주도하는 AI 교육모델 개발 연구위원회와 실무TF를 지난 2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6월까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는 표준형 수업모델을 개발해 오는 2학기부터 일부수업에 시범 활용할 계획이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많은 사람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윤리적으로 선용할 수 있도록 AI 활용 교육모델 개발, AI를 악용하는 부정행위 예방, AI 활용 윤리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인문사회 융합교육 첫 직접 지원

교육부, 대학 컨소시엄 5개 선정 예정

교육부는 인문사회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컨소시엄을 5개 내외로 선정해 올해 150억 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컨소시엄은 3~5개의 대학으로 구성되고, 참여 대학별로 2개 이상의 학과가 참여해야 한다. 교육부는 컨소시엄 참여 대학 중 40% 이상은 비수도권 대학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교육부는 인문사회계열 참여 대학을 ‘주관대학’으로 지정해야 하며, 학과 또는 학생 기준으로 인문사회 계열의 70% 이상 참여를 권장했다.

선정된 컨소시엄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 간 지원하며, 올해 컨소시엄당 약 30억 원을 지원한다. 참여 대학들은 △디지털 △환경 △위험사회 △인구구조 △글로벌‧문화 중 하나의 주제를 정해 융합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컨소시엄 참여 대학들은 교육과정을 단기, 집중형 등 수준별로 구성해 학생들이 학습 수준과 여건에 맞게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학생들이 물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다양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정규 교과목 외에도 지역 내 다양한 자원과 연계한 비교과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집중학기제, 유연학기제, 소단위 학위과정 등을 통해 학사제도 개편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인문사회 교육은 위축돼 있다. 2007년에 비해 2022년 인문사회 계열 입학정원은 24.7% 감소했지만, 이공계열은 9% 증가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은 2007년에 비해 2022년에 32% 감소하며 수도권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인문사회 분야 학부교육에는 직접 지원 사업이 없었다. 이공분야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 사업, 반도체 부트 캠프 사업,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 등 첨단 분야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사업은 11일부터 다음 달 30일 참여 대학을 모집한다. 선정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된 컨소시엄과 7월 중 협약을 체결해 사업비를 교부할 계획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발달할수록 인문학의 가치와 인문학 소양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인문사회분야를 진흥하고, 미래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융합적 역량을 갖춘 인문사회 인재를 양성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반도체 부트캠프’ 단기 집중교육 신설

대학과 기업이 함께 반도체 분야 1년 집중교육으로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첨단산업 인재양성부트캠프’ 선정에 들어간다.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의 후속조치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 14일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는 전공 상관없이 학생들이 대학과 기업이 공동 운영하는 1년 이내 집중교육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분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획된 신규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일반대 5개, 전문대 5개를 선정해 향후 5년간 총 150억 원을 지원하고, 대학당 연간 100~300명의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

대학은 사업계획 수립 시부터 기업과 협업해 직무 분석, 실험, 실습을 포함한 교육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기업, 공공연구실, 지자체 시설 등 대학 안팎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학사운영활용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원제도도 개선된다. 기업섭외와 단기집중 과정 운영 등에 참여하는 교원 대상으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계 인사도 적극 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계열 간 수강신청 제한 완화, 비교과

학점인정 확대 등 학사운영도 유연화한다.

대학은 몰입형, 교과형 등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비전공자도 참여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중급 이상 수준의 반도체 관련 분야 지식과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전문대는 반도체 관련 자격증과 연계한 교과목을 편성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 일부는 외부 민간전문 교육기관에 위탁이 가능하다.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는 기업·대학 공동명의의 소단위 전공(마이크로디그리) 이수증 등을 받아 이를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음 달 26일까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과제관리시스템(K-PASS)에서 대학의 사업신청서를 받는다. 교육부는 6월 중에 최종적으로 대학을 선정해, 대학이 여름 계절학기부터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가 산업계 인사의 교원 활용 등 기업과 소통·교류를 활성화하고 교육의 현장성을 높이는 대학교육의 혁신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다양성 키우는 젠더혁신, ESG·산업혁신으로 이어져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h 교수신문 공동기획

젠더혁신, 연구와 삶을 바꾸다 ④

최근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별 편향을 줄이는 젠더 혁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젠더(gender)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생명 분야는 물론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산업현장·생태계 등에서도 젠더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교수신문은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 소장 이혜숙)와 공동으로 총 5회에 걸쳐 과학기술과 산업현장 등에서 젠더 혁신의 중요성과 동향,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해보는 연재를 마련했다.

① 기초 뇌과학과 젠더혁신

② 임상의학과 젠더혁신

③ 인공지능(AI)와 젠더혁신

④ 산업현장과 젠더혁신

⑤ 지속가능발전과 젠더혁신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2019년 자동차 사고 분석 결과, 안전띠를 착용해도 치명적 부상을 입을 확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73%, 사망 가능성은 17% 높았다. 자동차 충돌테스트에 남성의 인체인형(dummy)만 사용해 남성보다 체격이 작고 체형이 다른 여성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태아 사망 원인 1위가 임산부의 교통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임산부용 안전벨트는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있다.

성차 반영은 산업현장 다양성의 시작

화학물질과 중금속의 독성에도 성차가 있다. 카드늄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 병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고, 오크라톡신 A라는 물질은 수컷 쥐에겐 강력한 신장 발암물질이지만 암컷 쥐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성차를 반영한 독성 데이터베이스는 거의 없다. 성차가 반영되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과 제품이 특정 성별에 불편을 야기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국립도로 및 교통연구소’의 아스트리드 린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성 충돌 테스트 인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인형은 여성 평균인 키 162cm, 몸무게 62kg으로 근육 강도, 몸통과 골반 모양 등 여성의 해부학적 특성이 잘 반영된 것이다. 린더 박사는 도로에서 남녀노소 모두의 안전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충돌 테스트 인형(더미)의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충돌 테스트 인형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개발 전(全) 단계에 성·젠더 분석을 도입하여 과학기술의 사회·경제적 기여를 증대시키고

자 하는 젠더혁신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DEI, 즉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및 포용성(Inclusion)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다. ESG 등장 이전의 산업에서 효율성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와 정의가 목표다. 젠더혁신은 ESG에서 논의되는 인적 자원의 다양성을 사용자의 다양한 수요와 특성을 고려한 포용성의 개념으로 확대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논의의 폭을 넓혀왔다. 투자자와 소비자도 기업 내부는 물론 소비자를 향한 DEI 실현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의 성과지표에 투명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ESG의 다양성은 개인 선택권과 연결

“적정 실내온도로 알려진 21도로 세팅된 사무실에서 다수의 여성 직원이 가디건을 걸치고 일하는 이유는 실내 온도와 습도 등의 표준이 1960년대 네덜란드 은행에서 정복을 입고 근무하는 남성 직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선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성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공간의 데이터 편향성을 지적했다. 60년 전 만들어진 기준에는 신진대사율이 남성의 70%에 불과하고, 근육량이 적은 여성이 쾌적함을 느끼는 온도가 남성보다 높다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업무공간의 푸른색 조명이 남성에게는 무관하지만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고, 야간시간대 인공조명이 멜라토닌의 생성을 방해해서 유방암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반대로 업무공간이 만족스러운 경우 업무성

지난해 스웨덴 ‘국립도로 및 교통연구소’의 아스트리드 린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성 충돌 테스트 인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래픽! =

“우리나라는 평균치에 맞춘 대량생산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획일화에 익숙해졌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일은 선진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창출되는 기회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ESG의 다양성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권과 연결된다. 성차 반영은 다양성과 포용성 실현의 첫걸음으로 젠더 특성에 따른 업무환경 개선이 기업의 효율성 증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선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과가 22%까지 개선된다는 보고도 있다. 본인이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환경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업무 효율이 증가한 것이다.

이 교수는 “ESG의 다양성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권과 연결된다”라며 “사람들의 기호와 업무특성에 따라 색온도를 바꾸는 디지털 조명통합 시스템을 비롯한 자동제어장치 도입 등 ESG측면에서 기업문화와 젠더혁신을 고려할 시점” 이라고 말한다. 성차 반영은 다양성과 포용성 실현의 첫걸음으로 젠더 특성에 따른 업무환경 개선이 기업의 효율성 증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가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업 혁신, 평균의 함정을 탈피해야

1940년대 미국에서 새로 개발한 제트엔진을 장착한 전투기 사고가 잦았다. 기체와 조종술에는 뚜렷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1926년 남성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설계된 조종석이 문제였다. 개발자들은 현역 조종사 4천 명을 대상으로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의 평균을 산출했다. 하지만 전 항목에서 평균에 드는 ‘평균 조종사’는 없었다. 그야말로 ‘표준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결국 개인맞춤형으로 조절 가능한 시트를 개발하며 표준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젠더혁신과 함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신차 충돌시험에 여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이슈가 제기된 후 미국 상원의원 게리 피터스와 뎁 피셔가 2021년 6월 충돌시험을 위한 선진적이고 포괄적인 연구 촉진법(FAIR Crash Tests Act)을 공동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못했다. 최근 도요타·볼보·현대자동차 등이 ESG 관련 보고서를 내며 다양한 체형의 인체모형을 쓰는 젠더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업의 자율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적절한 법제도를 통해 기업이 필수로 적용하여 남녀 모두의 안전을 높일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원격 의료기 분야에서도 다양성 확보가 주요 이슈이다. 영국의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원격의료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삶의 질 개선과 의료비용 절감을 이끌었다. 하지만 남녀 성차에 대한 고려 없이 인체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웨어러블 기기의 심박수 모니터링, 피트니스 정보 추적, 수면 분석 기술 개발 시 성과 젠더 차이를 반영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만 정확성을 개선해 디지털헬스 산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량생산 시대의 종식…젠더혁신은 기회

ESG에서 추구하는 다양성은 사회 구성원 한명한명의 특성과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나라는 평균치에 맞춘 대량생산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획일화에 익숙해졌다”라고 말한다. 지하철 손잡이 높이도, 교실 책상과 의자의 크기도 동일하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선진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창출되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기업이 성별 등 특성을 고려해 남녀 모두에게 더 좋은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해야

만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리고 미래가치를 창출해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의장은 “지금까지 공학은 철저히 남성 위주의 학문으로 몇 해 전만 해도 서울대 공대 교수 340명 중 여성은 10여 명에 불과했다”라며 “다양성과 포용성 확보가 인재 양성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는 약 27만 명으로 1961년 104만 명과 비교하면 1/4로 줄었다. 부족한 산업인력을 100% 활용하려면, 여성이 일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새로운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민간생태계가 잘 조성되도록 정부가 다양한 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이선영 교수 역시 “공공건물의 배리어 프리가 이제 하나의 기준이 된 것처럼 기업들도 비용과 시간이 들여서라도 다양성을 반영하는 시설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새로운 평가나 인증 기준을 제시하고, 세제 혜택 등의 동기를 부여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인들은 자신들이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 증거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과학기술 젠더혁신은 성차를 인식할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포용성 증진을 통한 혁신의 세계적 조류는 저출산·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력의 하락 등 우리 사회와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젠더혁신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하늘로, 바다로, 세계로 도약하는 한서대학교

하서늘로, 바대다로, 세학계로 도교약하는

디자인, 해양수산, 공항운영항공특성화한서는 한서인들을 기다립니다.한서의 꿈은 한서인들의 꿈과 미래를실험하는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이제 큰 꿈을 꾸셔도 좋습니다.한서가 함께 하겠습니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지성의 울림 대학출판, 학문의 자유, 열정적 탐구의 동반자로 함께 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건국대학교 출판부 경남대학교 언론출판원 경북대학교 출판부 경상국립대학교 출판부 경성대학교 출판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계명대학교 출판부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공주대학교 출판부 국민대학교 출판부 단국대학교 출판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대구대학교 출판부 동국대학교 출판문화원 동아대학교 출판부 명지대학교 출판부 부산대학교 출판부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성결대학교 출판부 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 세종대학교 출판부 연세대학교 출판문화원 영남대학교 출판부

울산대학교 출판부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 인천대학교 출판부 인하대학교 출판부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전남대학교 출판문화원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제주대학교 홍보·출판문화원 조선대학교 출판팀 중앙대학교 출판부 총신대학교 출판부 충남대학교 출판문화원

충북대학교 출판부 한국교원대학교 출판문화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콘텐츠원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출판부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한남대학교 출판부 한성대학교 출판부 한신대학교 출판부 한양대학교 출판부

※ 가나다순

사단법인 한국대학출판협회

‘게임의 룰’ 바꾸는 기술패권 경쟁

신산업 육성 전략도 달라야 한다

과학의 과학 ⑥ 미중 기술패권과 한국 과학기술정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 3번째 연임 임기를 시작했다. 제3기 시진핑 체제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중국 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화훙반도체의 장쑤신 회장, 샤오펑의 허사요핑 회장,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고어텍의 장빈 회장 등을 초청하는 등 100명 이상의 과학기술전문가들을 권력의 핵심으로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차량용 배터리 기술의 현안, 반도체 불황 사태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국제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2019년부터 중국은 미국의 압도적인 기술력에 대항하기 위한 국가혁신체제 구축을 선언했고, 미국 또한 이에 대응하며 바이든 정부 시기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과학기술과 반도체 지원법」 등을 발표했다. 특히 과학기술과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예산 2천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으로 흘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창조적 결실을 맺는 것이다. 왼쪽부터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다. 사진=위키백과, 픽사베이

러나간 반도체 파운드리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세제 혜택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학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일련의 장군멍군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기술 패권이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패권’이라는 개념은정복·복종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일시적인 군사적 정복으로는 ‘패권’에 다 다르지 못한다. 몽골제국을 역사에서 패권 국가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다. 대신, 로마 제국과 대영제국은 한때 패권을 실현했던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넓은 영토를 지배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자신들의 정복사업을 현지의 복종과 순응의 차원으로 심화시켰다. 현대의 패권 국가로는 미국을 꼽는다. 영토의 직접적인 정복이 아니더라도 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시장 독점에서 ‘수직적 통합’으로

특히 영국·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패권의 확립과 유지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필수적인 요소였던 점을 알 수 있다. 영국은 1750년부터 한 세기 동안 진행된 제1차 산업혁명을 통해 패권국으로 떠올랐다. 제임스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이 방직기와 증기선으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젠트리 계층의 발명가들이 ‘성능 향상’을 취미로 삼으며 소형 기계 제작에 붐이 일었다. 특허 제도는 이들의 권리를 굳건히 보호했고, 베세머의 탄소강제철 기법을 비롯한 새로운 생산공정이 탄생했다. 전 세계의 대영제국 식민지는 본토에서 생산한 △면직물 △소형 기계 △철 △석탄의 소비처가 됐다. 동물의 신체 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의 무한한 에너지를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게 된 영국의 발전은 눈부셨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영국은 전 세계 무역의 30% 가까이 독점했다.

미국은 절대적일 것만 같았던 영국의 기술 패권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기술패권국이 됐다. 미국의 기업가들은 영국이 이미 독점한 면직물공업 분야에서는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고, 대신 화학‧전기‧철강 분야에 진출했다. 이는 단순히 신규 시장을 개척한 수준의 전략이 아니었다. 단일 생산품의 시장 독점을 전략으로 삼던 면직

물과는 달리, 화학 제품은 원재료 가공 과정부터 다양한 시제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상품라인에 걸친 새로운 차원의 시장 확장이 가능했다. 경제사학자들이 수직적 통합이라고 부르는 전략이다. 이에 맞춰 미국 기업들은 조직 구조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경영전략을 발휘했다.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후발 주자의 추격 더 어려워

이제 개인 사업가가 발명가의 아이디어로 만든 기계로 단일 상품을 널리 팔아치우며 독점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대학과 자체 연구기관에서 고등교육과 결합된 연구개발을 수행했고, 기초과학과 연계한 응용과학을 바탕으로 수직적 통합을 구축했다. 20세기의 기술 패권은 이처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새로운 차원의 기술혁신과 조직혁신으로 시작했다.

한 세기에 걸쳐 독일‧소련‧일본‧대만‧한국 등이 미국 중심의 기술 패권 체제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냈다. 이중 독일·소련은 실제로 패권국의 지위에 다다른 후 쇠락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일본·대만·

한국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니치(틈새)’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중국과 미국이 각자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 팽팽하게 겨루고 있는 상황은, 중국이 단순히 몇몇 전략적인 기술로 무역 생태계 안에서 니치를 확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의 미국과 견줄 수 있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새로운 ‘기술패권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중국·미국은 배타적인 형태로 독점적인 기술을 개발해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후발주자 국가들이 선진국 추격형 R&D 모델을 구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한국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구도 안에서, 경쟁력 있는 미래 유망기술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신산업분야를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원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천적으로 보면 미래의 유망기술을 발굴하는 것이 쉬울 리 없으며, 이를 신산업 분야로 연결시켜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바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한 정답을 국가의 전략으로 삼고 멈출 수는 없다. 한층 더 특색 있는 전략과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과학기술정책평가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이 미중 기술 패권의 맥락에서 우리 과학기술정책의 기조를 보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확실한 것은 정부 투자의 확대와 이에 비례한 양적 성과물의 팽창을 목표로 하는 정책만으로는 전략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책은 자원 분배를 위한 종합 사회정책이기도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창조적

인 결실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준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정책학 석사를 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일했다. 현재 과학기술사회학, 환경사회학, 사회이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생명연 기술사업화로 4,500억 쾌거…유전자가위 치료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기업 진코어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시각장애나 근육장애, 뇌질환 등 ‘불치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대 농화학과에서 석·박사를 따고 생명연에서 연구원을 지낸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재작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초소형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의 개발 성과를 게재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보스턴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약 4천500억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이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가위는 환자 몸속에 들어가 문제가 되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 부위를 찾아내 자르고 붙여 교정·개선해주는 단백질을 말한다. 변이가 있는 DNA 부위를 잘라냄으로써 희귀질환을 정상 기능으로 되돌린다. 지난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우메오대 교수, 제니퍼 다우드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란 이름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처음 개발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치료제를 만들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크리스퍼가 유전자가위를 제대로 유도하는 것, 타깃 유전자까지 막힘없이 갈 수 있을 만큼 유전자가위 크기가 작을 것, 유전자가위가 유전

불치병 치료의 길 열리나

미국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 체결

자를 제대로 잘라 붙이는 것.

기존의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 대부분은 Cas9 효소를 이용한 CRISPR-Cas9를 활용해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Cas9의 크기가 이를 몸속의 원하는 부위까지 보내는 게 어려웠다. 가위 자체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이다.

관건은 가위 크기의 최소화였다. 진코어는 절단 효소로 Cas14를 사용하는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을 개발했다. 기존 Cas9보다 크기가 3분의 1 이하로 작으면서 유전자 교정 효율을 대폭끌어올렸다. 여기에 타깃이 아닌 부위를 절단하는 오작동 비율도 낮췄다.김 대표는 “크기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부작용위험이 낮고, 유전질환까지 전달력이 높다. 다른 질환으로의 확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스턴 기업과는 향후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가지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Lab2Market’

이번 성과의 바탕에는 생명연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Lab2Market’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

은 우수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마케팅을 통해 기술이전을 촉진하며 이후 후속 사업을 연계한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단위 기술별 이전이 아닌,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묶어 이전함으로써 현장활용성을 높였다.

그 결과, 지난 3년(‘20~‘22) 평균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전체 수입액이 이전 동기(‘17~‘19)대비 각각 38%와 61% 증가했다. 이번 유전자가위 기술뿐 아니라 NK세포치료제, 신규 항암치료제, 오가노이드 등 첨단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수 십억 원 이상의 대형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바 있다. 기초원천 연구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성과 중에선 압도적이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바이오 기술사업화 플랫폼 혁신을 통해 연구실 차원의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기술성 숙도를 높여나가 현재보다 월등한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기술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기술사업화 관련 정책적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 증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홍원 생명연 바이오경제혁신사업부장은 “향후엔 산업수요 중심 특허전략 도입 등 연구원 자체 제도 개선을 통해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독립법인 TLO 설립도 구상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부산대학교

인류세 논란, 지질학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과학자가 본 인류세_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교수신문이 마련한 인류세 특집의 마지막 회로 이덕환 본지 편집인이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의 글을 게재한다. 이 교수는 지질학·지질시대가 45억 년의 지구 역사를 1만 년 단위로 다루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 문명이 시작된 ‘역사시대’가 분석의 한계”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질학적 변화나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지질학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자연과의 맹목적인 조화가 답이 될 수는 없다”라며 “맬서스 식의 패배주의적 종말론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의 지질 구조까지 망쳐놓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 인식을 강조하는 용어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폴 크루첸이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환경의 위태로운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겠다는 시도였다. 그런 인류세가 이제는 철학·문학·예술을 망라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됐다. 무분별한 탐욕과 방종으로 지구 환경까지 망쳐버리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하는 암울한 종말론적 경고의 메시지가 돼버린 것이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

인류가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도 거부하기 어려운 과학적 팩트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자연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동나고 있다.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의 확보도 어려워지고, 인

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깨끗한 물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식량 생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사막화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후 환경이다. 지구의 대기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0.9도나 높아졌다. 인류의 산업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의지하고 있는 ‘얇은 얼음판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의 절박한 호소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의 재앙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이 지구의 질서를 바꾸는 존재가 돼버린 것이 문제라고 한다.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이 분기점이었다고 한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던 인류가 산업혁명을 계기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마구 파고 들어가서 자연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

이다. 결국 인류의 역사는 산업혁명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류세에 대한 인문학자의 유별난 관심은 그런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들러리로 전락해버린 지질학

지구 환경의 악화에 대한 우려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불똥이 지질학으로 튀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그 출발이 지질학과 함께 ‘지구과학’의 중요한 축으로 분류되는 대기

과학이었던 사실도 못내 아쉽다. 네덜란드의 크루첸은 오존층 파괴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미국의 마리오 몰리나와 프랭크 롤런드와 함께 1995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 크루첸이 명백한 지질학 용어인 ‘인류세’를 들고나왔다. 대기 환경의 악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강조하기 위한 순진한 시도였다.

지질학의 입장이 난처하다. 지질학은 본질적으로 지구의 지층에 남아있는 과거 역사의 흔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지질시대의 구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질학과 지질시대가 모두 45억 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를 다룬다. ‘1만 년’이 기본 단위이

“지질학의 정체성까지 거부하는 종말론적 인류세 논란은 낭비적·소모적인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미래 기술의 개발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기술만능주의라고 탓해도 어쩔 수 없다.”

고, 인류 문명이 시작된 ‘역사시대’가 분석의 한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질학적 변화나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지질학의 영역이 아니다.

지질학에게 ‘인류세’는 당혹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지질학적 변화를 엄밀하게 관찰·분석할 수 있는 대상도 없고,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매립지나 오염지역은 대부분 지질학에서 분석하는 지층(地層)이 될 수 없다. 지질학의 안타까운 현실은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평가·분석을 강요받는 역사학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옹색한 입장의 지질학자들이 인류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지난 후였다. 2009년에 처음 구성된 ‘인류세연구그룹’(AWG)의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의 지질시대로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에는 어렵게 성공했다. 그러나 인류세의 시작과 인류세를 대표하는 기준으로 삼을 지층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세에 대한 지질학자들의 깊은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와 자연에 대한 인식

인류의 삶이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극심한 기아(飢餓)와 신분차별의 봉건시대가 막을 내렸고, 민주·자유·평등·공정이 일상적인 산업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파라다이스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경제적 차별과 다양한 갈등이 등장했고, 자연·생태·생활 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환경 파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환경 파괴가 산업혁명으로 시작됐다는 인식은 명백한 오류다. 특정 생물종의 과도한 번성은 필연적으로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미물에 불과한 녹조류의 부영양화(富營養化)에 의한 녹조도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초승달 지역’으로 알려졌던 중동(中東) 지역의 심각한 사막화도 인류의 과도한 농경이 단초였다.

산업화 기술의 발달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본격 시작된 인구 증가도 무시할 수 없다. 18세기까지 4억 명을 넘지 못했던 지구상의 인구가 이제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우리의 탐욕과 사치를 포기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인구의 감소를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지질학의 정체성까지 거부하는 종말론적 인류세 논란은 낭비적·소모적인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자연과의 맹목적인 조화가 답이 될 수는 없다. 맬서스 식의 패배주의적 종말론도 용납할 수 없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미래 기술의 개발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기술만능주의라고 탓해

도 어쩔 수 없다.

이덕환 편집인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열린 생태학, ‘풀뿌리 아마추어 연구’에 달렸다

學而思

홍선기

국립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부 교수

필자가 생태학 연구를 해 온 것이 40여 년이 되어간다. 유학 시절에는 농촌과 산림생태계, 이후 도시생태계, 현재는 섬 지역 생태계 연구를 하고 있다. 조사지는 달라도 생태계 연구 방법은 자연과 인간 시스템에 대한 경관생태학적 방법론과 생물문화 다양성 개념의 적용이다. 공통점은 ‘연결성’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일본 유학 당시 나의 연구실은 주로 자연생태와 사회경제생태를 연결시키는 독특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했다. 나중에 필자도 참여하게 된 ‘아시아 경관생태학 체계와 방법론 개발’이라는 연구였다.

생태학의 탄생은 원래 원초적 생태계에서 동물·식물·미생물의 분포· 동태·순환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북미나 남미의 광활한 대지와 순수 생태계에서 연구하는 방법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나라에는 3천348개의 유·무인도가 있고, 그중 65%가 전라남도에 집중돼 있다. 자연 훼손이나 자원 고갈로 붕괴된 인간 사회의 소중한 역

사와 인류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스터섬의 경우처럼, 섬에 대한 생태학 연구는 단순히 희귀 생물상의 탐구를 넘어 인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의 연구 방향도 단순히 생물자원에 관한 연구를 넘어 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를 함께 수행한다. 당연히 섬 주민들의 인터뷰와 그들이 사용해온 도구·음식·전통 생태지식을 비롯해 각종 사회경제적 통계나 모델 모든 것이 연구의 대상이다.

새로운 생태학 개념을 개척해 가다 보니 순수 생물학 기반의 기존 학회나 연구자와는 거리를 두게 됐다. 오히려 새로운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과 창의적인 논의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학제 간의 자유로운 만남과 융합의 시도가 가능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 생태환경에 여러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막아놓은 보 △국립공원 내 공항과 케이블카 설치 △후쿠시마 방

사능 오염수 방출 △미세먼지에 노출된 도시환경 △기후위기에 의한 해수면 상승 등 작금의 대한민국 환경 문제는 로컬을 넘어 글로벌 쟁점이 되고 있다. 모든 이슈가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의 개념과 연결돼 있다. 환경-사회-경제적 양상의 연속성에 대한 지속가능성은 사회와 경제를 지지하는 생태계 존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생태학과 생태학자가 해야 할 사회적 의무는 무엇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생태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 과학자들의 활동이 돋보인다. 과거와는 다르게 학문적인 기반과 학위를 가진 활동가들이 있기에 그들의 성과는 매우 정교하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서 모니터링의 결과를 교류하는 예도 있다. 더욱이 그들은 현장에 자주 나가기 때문에 대학의 교수들보다 훨씬 신선한 정보를 확보한다.

일본 유학 시에 부러웠던 것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마추어 연구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풀뿌리 아마추어 연구자들이 일본 생태학계를 지탱시켜주고 있다. 이미 생태학은 생물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포용하는 열린 학문이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 인류세의 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생태학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해법의 한 가지 방안은 인식의 전환이다. 문제는 무슨 인식을 어떻게 전환하는가에 있다. 기존의 생태학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오랫동안 인문학과 사회학자들과의 공동연구에서서 느낀 점은 ‘만남과 대화’를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대학·학과·분야를 기반으로 한 학회와는 별도로, 소규모 포럼이나 연구회와 연구소 같은 것을 통해서 그러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에는 인문학을 비롯하여 사회학, 정책학 등 인간학 연구자들의 공동 참여가 필수적이다. 자연과 인문의 만남과 대화는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 전환의 동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만남으로 생태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철학과 윤리적 소양을 키우게 될 것이다. 파괴되는 생태계와 환경에 눈 감아버리는 사회, 오히려 동조해 왔던 일부 전문가들의 윤리적 성찰을 통해 인류세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인식 전환’에 공헌하게 된다.

국립부경대학교

대학을 넘어 사회 밝히는 ‘지성의 정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출판문화 선도·지식문화 발전에 장기적 안목과 깊이를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회원사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온 교수신문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창간정신인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

화, 대학 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수준 높은 의견을 제시하여 우리나라 고등교육과 학술 발전에 기여해 온 교수신문은 출판문화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교수신문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듯이 학술출판 분야는 불법복제와 스캔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수신문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점에 크게 감사드리며, 학술출판의 위기는 당연히 학계, 곧 대학의 위기이기도 한 만큼 지속적으로 현황과 해법

제시에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밖에도 저작인접권, 공공대출보상제도, 수업목적보상금 등 출판계의 과제도 출판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이슈들입니다. 교수신문이 이러한 출판계의 오랜 바람에 관심을 기울여 장기적인 안목과 깊이를 가지고 다뤄주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지식 콘텐츠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지성’ 교수신문이 선진 출판문화를 선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지식이 쌓여야 지혜가 되고, 그 지혜를 향유해야 지성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교수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지성을 갖추는 사회가 진정으로 세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출판계의 대표단체로서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면서 우리나라 지식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창간 31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국지성의 정론지’로 굳건히 빛나기를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1992년 창간한 이래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대학 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 미지의 가능성을 확장해왔습니다. 대학과 지식사회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식과 정보의 도래할 잠재성을 탐색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대학 사회의 일원이었던 저에게 교수신문은 친숙하고 유익한 매체였습니다.

특히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고민하면서 현상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교수신문만의 날카로운 시선은 우리 사회가 더 진일보한 지식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점차 심화하고 있는 대학가의 출판물 불법 복제, 스캔 문제

를 지적한 최근의 특집 기사는 출판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의 저작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큰 도움이 되었기에 교수신문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그 소임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출판 생태계와 학문 공동체는 함께 연결되어 있는 살아 있는 지성의 버팀목입니다. 한국출판인회의 또한 출판의 자유신장과 문화적 진흥, 산업적 발전이라는 동시대의 소명을 다하며 ‘함께 하는 지성’으로서 대학 사회와 출판문화가 상생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창간 31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교수신문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장주연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회장

인간 본연의 자세를 먼저 생각하는 언론

학술정보 제공 및 대학의 민주화와 대학문화 창달,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위한 매체인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동·서양에서 대학신문은 1908년 미국 미주리대학교 신문학부에서 창설해 지성인들

의 활동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유수의 대학들은 신문학과 또는 신문학부가 생겨나 사회의 한 분야로, 전문직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초학문을 다루는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을 이끌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연구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지도적 인격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수신문의 기능과 역할은 넓고 높아졌고,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맞은 기쁨은 감출 길이 없습니다.

한 나라의 발전은 학문의 발전과 비례하는 만큼,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은 교육에 있음을 재인식해야 합니다. 학교는 행정당국과 직결된 분야로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특수사회집단입니다. 이 중심에서 바른길을 제시하며 하루 같은 31년을 걸어온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정권과 때로는 진리의 탐구와의 싸움에서 벗어난 행동이 비추어질 때 가감 없이 질타하며, 미래를 향해 학술지와 같은 역할을 담담히 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수신문은 이제 한국지성의 정론지로서의 교육현장에서 인간 본연의 자세를 먼저 생각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저는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디서든 글로벌 교육을 접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일상화된 만큼 교수신문은 사회의 빛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며, 다시 한번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 이사장

고등교육 대전환 시대, 대학 발전의 동반자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이라는 비전으로 세우고 1992년 창간한 교수신문은 한국지성의 정론지로서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까

지 교수신문을 이끌어오신 이영수 발행인님과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해 11월 오픈 AI사가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 사회의 충격 또한 매우 큰 것 같습니다. 대학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과 교육 환경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격변기에는 교수신문처럼 대학 사회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정론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등교육 대

전환 시대에 국가와 대학들이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광장’과 ‘횃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교수신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 발전과 학문적 담론 형성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또한 올해 초부터 연구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시의적절한 이슈들을 발굴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 성과를 집적하는 대학출판물도 귀한 지면에 적극 소개하는 등 전국 대학출판부 단체인 한국대학출판협회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성원을 바랍니다. 대학교수와 연구자들이 애독하는 지성지 교수신문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김종수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출판·지식산업, 교수사회의 더 많은 관심을

신문을 창간하고 오늘 이 순간까지 매주 신문을 내는 일에 직간접으로 관계 해오신 많은 분들께 축하드립니다. 31년이라는 오랜 기간 주간 신문을 발행해오는 일은 교수라는 직업만으로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스스로 언론의 책임까지 맡아 뜻있는 고생을

자임하신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교수신문의 내용 중 책에 관련된 부분이 많은 것도 출판진흥 관계자로서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교육 연구와 출판은 기능적으로 많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더 많은 소통을 제안합니다. 서양 사회에서 이미 교수와 출판의 관계와 활동이 드러나 왔습니다. 역사와 사회발전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양사회에서 이렇게 해왔던 장점을 살리

고 문제를 줄여나가는 노력만으로도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사회에서 나아가 혁명적 인공지능사회에서 지식과 교육과 연구와 출판은 그 중요성이 비약적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출판산업이 지금까지 오늘의 정보사회의 큰 기반이 되었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교보문고가 사상 최초로 명예퇴직을 신청받고 서점과 출판사의 앞날들이 불투명하다는 말들을 들으실 때마다 도서관의 도서구매 예산증액 등 서적수요의 급감에 대한 대책수립의 공감대를 부탁드립니다.

서양사회와 비교해서 현재의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출판과 지식산업의 문제입니다. 지식사회 책임의 중심에 서 있는 교수사회에서 한국의 책 문화와 산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축하의 인사를 맺습니다.

박노일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 전파하길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그리고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이라는 창간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시대정신을 모색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

을 개최하였고 다양한 미술전시, 학술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수준 높은 문화의 품격을 제고하고자 하였습니다. 학술담론과 우수한 기획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출판하였고, 교수임용정보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교수사회의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해 왔으며, 올해의 사자성어, 대학의 유산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닌 지성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정론지로의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교수신문의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루었지만 앞으로도 한국사회 전반에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더 훌륭한 언론사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교수신문과 출판계는 오래전부터 많은 일들을 같이 해 왔습니다. 도서정가제, 저작권법 문제, 출판계 블랙리스트 문제 등 출판계의 이슈들을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출판협동조합은 교수신문과 출판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고, 출판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도서정보를 교수신문은 신속하게 독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도서의 단순한 소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획과 풍부한 내용의 서평, 저자리뷰 등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효율적인 독서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과 출판계 그리고 우리 한국출판협동조합과의 교류와 사업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한국사회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

한국사회 대표 지성지로 역할 기대하며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사회에 정론을 펼치는 대표적인 지성지로서 역할을 든든히 해내고 있는 교수신문이 벌써 3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앞으로도 학술과 출판에서 좋은 목소리를 내는 언론으로 활약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대학과 학술, 인간은 많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캠퍼스도 장기적 비대면 수업 방법으로 지식의 전달은 꾀하고 있지만 인간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현실 생활에 급급하게 살다 보니 인간답게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존립마저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대학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으며, 경쟁력에 밀린 순수 학술 분야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대학교육이 왜 필요하고 대학이 할 역할이 무엇인지 엄숙하게 되돌아볼 때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무한한 편리성을 제공합니다. 그러한 이기는 인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는 인간이 결정하고 사용합니다. 그것은 인문정신이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술과 학술출판은 인문정신이 펼쳐지고 소통하는 장입니다. 학술출판이 살아야 인문정신도 나아갑니다. 인간의 무늬를 고양시켜야 할 때입니다.

교수신문이 대학교육과 문화를 견인하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학문의 전당으로서 미래의 대학교육과 학술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학술출판이 살아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수신문이 학술출판과 독자들의 가교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학술출판협회도 교수신문과 함께 하겠습니다.

임순재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이사장

늘 방향을 잡아주는 바른 언론으로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 발전하는 정론을 대표하는 언론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교수신문은 대학의 교수, 대학강사, 연구원, 문화예술인, 지식인 등에게 유용한 학술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대학문화 창달,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신문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성지로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객관적 사실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의 축하 말씀과 지난 2월 6일부터 3월 20일까지 총 7회 연재를 해주신 ‘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 연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7년간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을 맡아서 학술 교재 전

자책 제작에 매진하였으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힘겨워 하고 있을 때 교수신문의 연재기사가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전자책을 서비스하는 인터넷 서점에서도 많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어 이제는 편하게 필기가 가능한 뷰어가 개발되었으며, 스크린 캡처를 막는 기술을 이용하여 불법 스캔 또한 막고 있습니다.

또한 2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저작권법 일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저작권법이 지금까지 저작권자에게만 맞추어져 있던 것을 출판권자에게도 확대 가능한 단초가 되었습니다.

이럴 때 교수신문이 더욱 바른 소리를 내는 언론으로 특별기획 연재까지 진행해 주시니 다시 한번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자가 말하다_『인공지능과 알고리듬 사회』 이재현 지음 | 컴북스캠퍼스 | 446쪽

일상에 침투한 인공지능,‘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석

이 책은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된 미디어, 즉 알고리듬 미디어와 그것이 갖는 함의를 사회과학적 관점, 특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서다.

그렇다면 왜 AI를 미디어 이론가이자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다루게 된 것인가? 이제까지의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지만, AI 기술의 활용 분야는 군사적·산업적·일상적 활용 등 세 가지다. 여기서 앞의 두 가지는 논외로 할 때 일상적 영역에서 선보이는 AI는 모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 △넷플릭스·유튜브의 추천 서비스 △

로봇 저널리즘부터 챗지피티까지 알고리듬 미디어

기술중심주의 극복하며 인간u사회정치적 함의 이해

신경망 기계 번역 △애플의 시리와 같은 대화 에이전트

△소셜 챗봇 △객체 인식 △스마트 장난감 △챗지피티등이다.

요컨대, AI 시대에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도는 사회과학의 다른 분과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알고리듬 미디어의 실체가 어떠하고 그것이 인간학적·사회과학적으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에 「AI와 미디어」, 대학원에 「AI와 미디어 연구」, 「AI와 기술문화」 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해오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바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이 되려면, AI가 구현된 알고리듬 미디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AI는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위해, 앞서

제시한 질문들에서 보듯, △기계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기계인가?) △텍스트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양식의 텍스트를 생성하는 가?) △커뮤니케이션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매개하는가?) △인간 문제(알고리듬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사회 문제(알고리듬 미디어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등 다섯 가지 문제를 설정했다.

이 책이 철학, 사회 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

적 자원을 동원한 이유는 AI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담론이 드러내는 기술중심주의를 극복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두말할 나위도 없이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 못지않게 이것의 인간적·사회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AI가 화두로 부상했던 7∼8년 전부터 이를 이해하기 위해 AI 기술에 관한 공학 논문들을 공부했고, AI를 이미 다룬, 그리고 이를 잘 설명해줄 사회과학과 철학 문헌들을 읽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나온 저자의 첫 번째 책이 2019년의 『인공 지능 기술 비평』이고 이 책이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이 AI에 대한 기술중심주의적 담론을 극복하고 올바른 이해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AI가 화두로 부상했던 7∼8년 전부터 이를 이해하기 위해 AI 기술에 관한 공학 논문들을 공부했고, AI를 이미 다룬, 그리고 이를 잘 설명해줄 사회과학과 철학 문헌들을 읽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나온 저자의 첫 번째 책이 2019년의 『인공 지능 기술 비평』이고 이 책이 두 번째 책이다. 모쪼록 이 책이 AI에 대한 기술중심주의적 담

론을 극복하고 올바른 이해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살며 생각하며 인생 구십의 보람과 아쉬움』 펴낸 윤형섭

‘애국·민주주의·교육’

一民 윤형섭을 관통하는 코드

일민(一民) 윤형섭 선생께서 구순을 맞으셨다. 1976년 봄 처음 뵀을 때 선생님은 40대 초중반이셨는데 이 제자도 벌써 60대 중반을 넘겨버렸으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마침 이번에 선생님께서 『살며 생각하며』라는 책을 내셨다. 한 장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이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공적 생애를 재인식하는 기회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생님과의 사적 인연을 재음미하는 계기가 됐다.

일민을 지칭하는 직함과 직책, 지위는 실로 다양하다. 당신께서는 박사이고 교수셨다, 당신께서는 대학 총장이시고 신문사 사장이시고 일국의 장관이셨다. 원장, 회장,

구순을 맞은 노학자의 공적·사적인 삶

옛 추억과 한국의 근현대를 되돌아보다

이사장, 이사, 감사, 고문, 위원장, 위원 등 그동안 당

신께서 맡아왔던 공직은 일일이 나열조차 힘들 정도다. 이처럼 다채롭고 열정적인 삶에는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말해주는 몇 가지 코드가 관통하고 있다.

첫째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이시다. 태생부터가 우국지사 가문인 탓이었는지, 해방 이후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가 각별했다. 정치학도를 거쳐 정치학자가 된 것도, 남들보다 아주 길게 장교 생활을 한 것도, 훗날 교육부 장관의 대임을 맡은 것도 궁극적으로는 애국심의 소산이었다.

둘째로 민주주의 신봉자이시다.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가 경험한 두 차례의 군사쿠데타 모두를 비판한다. 전두환 정권하에서 국외로 추방된 경험도 있다. 선생님이 볼 때 민주주의의 파괴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지도자들이 주어진 역할을 넘어 남의 일을 흉내 내기 때문에 일어난다. 쿠데타를 통해 군인들이 정치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셋째로 학자이자 교육자이시면서 동시에 교육

행정가이시다. 대학교수로서는 물론 특히 교육행정가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셨다. 선생님은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지향적 개혁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도개혁을 문화개혁과 병행시키고 개혁 에너지를 교육계 내부에서 유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교육전문가와 달랐다.

선생님은 ‘의례적인’ 안부 그 이상의 깊은 관심을 내게 보여주셨다. 가령 내가 대학교수가 된 이후에도 봉급이 얼마냐, 집은 어디냐, 학교 분위기는 좋으냐와 같은 개인적 질문을 자주 하셨다. 신문에 내 칼럼이 실리면 거의 매번 장문의 코멘트를 보내시거나 일부러 전화를 주셨다. 이런 일이 어찌 나한테만 있었겠는가. 선생님은 누구한테나 사랑으로 충만하신 분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내가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유학을 가면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꾼 점을 선생님이 내심 무척 서운해하셨다는 말씀을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

다른 은사님한테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선생님은 한 번도 내게 정색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이 또한 나는 극진한 제자 사랑의 일환으로 믿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늦게나마 용서를 청할 뿐이다.

내가 선생님 연구실에서 조교로 근무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대학교수로 사는 법’도 잊기 어렵다. 예컨대 퇴근할 때 책상 위나 서랍 안을 반드시 정리·정돈하도록 훈련받았고(밤새 무슨 일이 생겨 내일 아침부터 이 방을 다른 사람이 쓸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시험 답안지를 채점할 때 너무 꼼꼼히 읽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난필이나 비문, 오자 등이 성적평가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구순맞이와 저서 출간을 지면을 통해 축하드리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더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만수무강하시어 나라에 대한 사랑,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 학문에 대한 사랑, 교육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계속 베풀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나의 은사님으로 곁에 계시면 좋겠다. “제 선생님이 되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

리며, 항상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마르셀 모스 저작집 서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 박정호·박세진 옮김 | 파이돈 | 160쪽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20세기 후반부 서구 사상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의 인류학자로서 구조주의의 선구자이자 사회인류학자이다. 마르셀 모스의 저작에 대한 그의 『서문』은 원래 모스의 초기 저작 모음집인 『사회학과 인류학』(1950)의 서문으로 쓰였고 데리다, 라캉, 바르트, 푸코 등에 의해 독자적 의의와 논쟁사를 지닌 텍스트로 주목을 받았다.

제국의 소녀들

히로세 레이코 지음 | 서재길·송혜경 옮김 | 소명출판 | 259쪽

눈에 보이는 것에서 사물의 본질,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실로 어렵다. 식민지에서 자란 소녀들은 진실을 감추는 두꺼운 벽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여학교에서의 교육과 교우관계, 가족과의 생활 속에서 소녀들의 눈에 식민지는 어떻게 비춰졌는지 분명히 하고자 한다. 두꺼운 벽 안에서 소녀들은 조선민족에 대한 우월의식을 내면화한 식민지주의를 몸으로 체득했다.

대학·중용

증자·자사 공저 | 박삼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96쪽

원래 『대학』, 『중용』은 유가 경전 『예기』에 수록된 글월로, 독립된 서책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당나라 이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 북송 때 이르러 본격적으로 재조명돼 ‘위로는 공자의 사상을 잇고 아래로는 맹자의 학설을 열어 유가의 도통을 이어가는 데 중추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마침내 주자가 『대학』과 『중용』을 『예기』에서 분리해 단행본으로 냈다.

유자광,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

정두희·계승범 지음 | 푸른역사 | 468쪽

유자광은 임사홍, 원균 등과 더불어 조선사에 손에 꼽히는 ‘간신’이다. 실제 1908년 순종 때 복권되기까지 400년 동안 조선의 주류인 사림에 의해 나라를 그르친 간신 중의 간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고인이 된 스승과, 그 제자가 합심해 10여 년만에 그려낸 유자광의 진면목은 다르다. 첩의 소생에서 정1품 당상관으로, 결국은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은 유자광의 행적을 출세를 위한 미천한 출신의 안간힘만으로 볼수 없다.

박영사

이주호 원장 골프에 미치다

개정판 출간

저자가 말하다_『수소경제의 과학』 김희준·이현규 지음 | 사회평론 | 140쪽

화석연료 대체할 으뜸 원소…에너지 함유량 높다

김희준 전 서울대 교수 유작

화학자가 본 수소에 관한 모든 것

수소는 주기율표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원소다. 수소는 전자 1개와 양성자 1개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원자 구조를 갖는다. 미시 세계의 현상을 지배하는 양자물리학의 태동과 발전에는 명료한 비밀을 가진 수소의 구조적 단순성이 있었다. 수소의 단순성은 수소경제와 관련된 현상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도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란 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 대신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수소는 어떻게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을 만들 때 나타나는 반응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요점이다. 물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새로운 연료의 과학적인 특성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의 단순성 덕분에 명료해 보인다.

기존 화석연료가 있는데도 수소가 새로운 연료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때문이다. 수소는 화석연료와 달리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기체를 배출하지 않는다. 지구는 태양 에너지를 받아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흡수했다가 다시 우주 공간으로 배출해 에너지 출입의 평형을 이룬다.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는 지구 표면에서 배출되는 열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15도씨 정도로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흡수하는 열이 많아졌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났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수소연료로의 전환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은 수소경제와 관련해 물리학·화학 같은 자연과학의 원리가 중요하게 드러나는 주제들을 짚는다. 수소의 결합 반응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공유결합과 열역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수소의 에너지 함유량이 탄소에 비해 월등히 큰 이유를 설명한다. 우주 진화 과정에서 수소가 우주에 가장 풍부한 ‘범우주적’ 원소가 된 이유와 연료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의 원리도 중요하게 다룬다.

『수소경제의 과학』 집필 구상은 2002년에 출간된 두 권의 책, 존 S. 릭던(John S. Rigden)의 『수소』와 제러미 리프킨의 『수소 혁명』에서 시작됐다. 리프킨은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고, 릭던은 20세기 인류 정신사의 혁명으로도 볼 수 있는 양자역학의 발전에 수소 원자 연구가 기여한 내용을 설명하며 우주에 가장 많이 퍼져 있으며 다가올 경제 체제를 이끌 에너지원이 될 으뜸 원소로서 수소의 역할을 예언했다.

공동 저자인 故 김희준 전 서울대 교수(화학과)가 2003년에 이미 일독을 마쳤다

며 펼쳐 보인 『수소』의 말미, 형광펜으로 강조해 놓은 “화학자가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소 이야기가 더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기억난다. 김 교수는 화학자가 본 수소에 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졌던 것 같다. 또 리프킨의 『수소 혁명』은 수소에 관한 화학뿐만 아니라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적 지식을 공학이나 경제학, 사회 현상 등과 연관해 학제적 측면에서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

집필 과정에서 접하게 된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와 클라우스 하셀만의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은 우리의 구상에 힘을 더해 주었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에는 화학자(스탠리 휘팅엄), 물리학자(존 구디너프), 공학자(요시노 아키라)가 각자의 시각에 서 문제에 접근해 융합적으로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하고자 했다.

김희준 교수는 원고가 마무리되고 출판사와 수정 보완 작업을 하던 중 2022년 8월, 가족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면하셨다. 고 김희준 교수의 유작인 이 책에는 두 편의 시가 실려 있다. 1장에는 평소에 애송하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가, 3장에는 공유의 즐거움을 노래한 옥텟 규칙에 관한 영문 자작시가 실렸다.

이현규

한양대 명예교수·물리학

통찰의 재미_『8시간 vs. 6시간: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지음 | 김승진 옮김 | 이후 | 392쪽

‘6시간 노동제’, 사고율 줄고 임금은 올랐다

인류 역사상 신기술의 등장은 늘 그랬듯이 ‘창조적 파괴’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의 도전은 인간의 역할과 존재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 유발 하라리, 스티브 워즈니악 등 1천여 명의 유명 인사들이 나서 인공지능 개발 경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자는 제안을 할 정도로 전문가들조차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노동자 인터뷰·경영진 수기·언론 보도 분석

시간 줄자 고정비용 낮아지고 일자리 증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바로 ‘노동의 종말’에 대한 우려다. 이미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이내에 전체 노동인구의 20%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우리나라는 노동 유연화란 미명 하에 주 52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이는 시대 역행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싫든 좋든 장구한 세월 인류의 생존 근거가 되어준 ‘일’은 축소될 운명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적정 노동’이나 ‘노동의 의미와 가치’ 등 노동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노동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시점이다.

이젠 너무나 당연시되는 하루 8시간 노동의 타당성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던진

벤저민 허니컷의 『8시간 vs. 6시간』(1996)은 출판된 지 30년이 흘렀지만, 요즘같이 격변하는 노동 환경 변화에 시의성 높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으로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이 책은 산업사회학과 노동 연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켈로그 공장을 사례로 6시간 노동제의 탄생과 유지 그리고 소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저자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는 미국 아이오와대의 여가학과 교수로, 전작 『끝이 없는 일』에서 일

과 여가의 경계가 사라지는 역사적 현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종말을 연구한 바 있다.

저자는 대공황에 허덕이던 1930년대 미시건 주 배틀크리크의 켈로그 공장이

전격 도입해 무려 50년간 지속돼 온 ‘6시간 노동제’(1931년 4월 1일∼1985년 2월 8일) 사례를 노동자들의 인터뷰와 경영진의 수기, 언론 보도 내용을 면밀하게 조사해 노동시간 축소의 인류사적·문화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6시간 노동제는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넘어 다양한 경영 성과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1931년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한 이후 5년째에 접어든 1935년에 발표한 경영진의 통계에 의하면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기 전인 1929년보다 단위당 고정비용이 25% 줄었고, 단위 당 노동 비용도 10% 줄었으며, 사고율은 41%가 줄고, 1929년보다 노동자가 39% 늘어나는 등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냈다. 6시간 노동제의 선도적인 정책을 광고

에도 활용하여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노동자들은 소홀했던 가족과 공동체 활동을 즐겼고, 허드렛일이 아닌 아이 돌보기, 이웃 돕기 등 일상의 의무들과 여가 활동에서 자유를 찾았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자유 시간’의 증가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여가의 증가는 곧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과 통제력의 증가를 의미했다. 당시 6시간제 시행과 동시에 시간 당 임금이 12.5% 상승하고, 1년 뒤에 다시 12.5% 올라 노동시간 감축에도 노동자들의 소득은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1940년대 들어 2차대전이 발발하고 경영진이 교체됐으며, ‘더 많은 임금’과 ‘더 많은 소비’가 삶의 중심 가치가 된 소비주의 사회가 정착되는 분위기 속에서 1950년을 기점으로 6시간 노동제는 소수의 입장이 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다. 심지어 노동조합조차 임금 인상을 쟁점화하면서 8시간 노동을 지지했다.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는 결국 1985년 미완의 실험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노동과 삶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즉, 노동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 것이다. 이는 특히 OECD 최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일하는 존

재’가 아니라 ‘삶을 사는 존재’라는 평범한 진실 말이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

미하일 센마르토니 지음 | 김동규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325쪽

이 책은 영성심리학적 방법론을 통해, 영적 성장으로 안내하는 회심, 수덕, 절정체험, 은사체험, 한계체험, 신비체험의 여섯 단계들을 제시하고 있다. 회심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수덕생활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더욱 굳건히 다지며, 절정체험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이러한 여정을 통해서, 영적 성숙과 인격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말 감각의 형태

정지은 지음 | 은행나무 | 172쪽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루소가 『언어의 기원』에 서술한 최초의 말에 대한 추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인간의 말이 터져나오는 순간을 상상한다. 최초의 말에는 두려움이든 기쁨이든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며, 이렇게 터져나온 음성언어는 문자언어를 낳고, 문자언어는 논리와 문법을 파생시켰다. 이러한 언어는 소쉬르에 의해 표현하는 대상(기표)와 언어기호(기의)로 나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근간을 떠받치는 하나의 기호로 분석된다.

앨프리드와 에밀리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344쪽

거장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아버지 앨프리드와 어머니 에밀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1부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부모의 다른 삶을 상상한 허구이고, 제2부는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회고이다.

우리가 만드는 동네, 우리를 만드는 동네

조지 C. 갤스터 지음 | 임업 옮김 | 한울아카데미 | 576쪽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시학자들은 동네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정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답하기 힘든 실존적 질문 다음에는 “우리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며 형평적인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훨씬 더 모호한 규범적 질문이 뒤따른다. 이 책은 지금의 미국 동네가 사회적으로, 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충분히 효율적이고 형평적인지 질문한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 496쪽

챗GPT를 비롯한 생성 인공지능이 널리 쓰이면서 기술 진보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 속에서, 인간의 위기가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속출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동반자가 될지 적대자가 될지를 걱정하는 이들부터,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의 전쟁수단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장까지 알아본다.

모래 전쟁

이시 히로유키 지음 |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72쪽

세계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거대화돼 가는 도시가 탐욕스럽게 모래를 빨아들이고, 인류가 지구 생태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골재, 실리콘칩, 유리, 인터넷 광케이블 등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면서 현대 문명의 원천인 모래가 사라져 가고 있다. 모래는 화석 연료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고 있는 자원이다.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한성윤 지음 | 싱긋 | 368쪽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 동안 스포츠 기자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스포츠 발전을 위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다시금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44쪽

이 책은 영화의 정의, 영화의 역사, 장르, 시나리오, 영화감독, 영화배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영화에 대해 쉽게 알려주고 있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은 물론 장차 영화감독이나 배우 등 영화와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려는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살펴본다.

분야별 신간

인문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 등에 짊어진 일장기 | 한성윤 지음 | 싱긋 | 368쪽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356쪽

말 감각의 형태 | 정지은 지음 | 은행나무 | 172쪽

대학·중용 | 증자·자사 공저 | 박삼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90쪽

문학-에세이

앨프리드와 에밀리 |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344쪽

우리는 사랑을 발명한다 | 김건형 지음 | 문학동네 | 536쪽

■ 예술

헤어질 결심 포토북 | 전영욱 사진 | 박찬욱 감독 | 을유문화사 | 240쪽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 이지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44쪽

정치-사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 추장민 외 11인 지음 | 한울아카데미 | 496쪽

모래 전쟁 | 이시 히로유키 지음 |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72쪽

몸 테크닉 | 마르셀 모스 지음 | 박정호 옮김 | 파이돈 | 248쪽

우리가 만드는 동네, 우리를 만드는 동네 | 조지 C. 갤스터 지음 | 임업 옮김 | 한울아카데미 | 576쪽

경제

불평등에 맞서는 반주류 경제학 | 로버트 폴린·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624쪽

역사

그레고리 헨더슨 평전 | 김정기 지음 | 한울아카데미 | 488쪽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썬킴 지음 | 지식의숲 | 264쪽

우리 옆에 바짝 다가온 마약…MZ 세대가 새로운 중심이 됐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네 번째 주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④ 마약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에 이어 네 번째 주제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시각을 4회에 걸쳐 싣는다. 신성만 한동대 교수(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의 네 번째 글이다.

최근 유명인들의 마약 사용 소식이 부쩍 많이 들려온다. 과거에는 마약사범 대부분이 40대에서 50대 남성들이었는데 요즘은 10대와 20대 마약 사용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마약류 검거사범의 50퍼센트 이상이 30대 이하의 MZ 세대다. 코로나19 시기에 여러모로 억압되었던 심리가 한꺼번에 방출되는 사회적 상황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현재 나타나는 우리나라 MZ 세대의 마약 사용에는 이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약물도 섞는 것이 유행

첫째, 마약 칵테일을 사용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보통 흥분제, 안정제 그리고 환각제 등으로 분류되는 마약 중에서 흥분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반대 작용을 하는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즉 히로뽕이라는 메타암페타민 계열의 흥분제를 주로 사용하는 중독자는 주류 등의 알코올을 잘 섭취하지 않는 경향을 보았다. 또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프로포폴이나 불안을 줄여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벤조디아제핀 등과 같은 안정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흥분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흥분제, 안정제, 환각제 이 모두를 칵테일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가 클럽에서 부지중에 술에 누군가가 섞어 넣은 데이트 성폭행(Date Rape)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고, 이후 성경험 과정에서 흥분제를 섞어 사용하게 되면서 다양한 약물에 노출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에서는 마약을 호기심에 접하게 되었다가 다양한 성경험에도 노출되면서 약물만 섞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성중독과 같은 행동 중독이 함께 나타나게 되는 복합중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즉, 이제는 중독자의 마약 문제와 함께 성중독이 시작되고, 성중독을 잡으면 마약중독이 심해지는 형국이 되었다. 다양한 약물이 혼용되면서 대체제 또는 길항제 등으로 중독 약물의 반대적 작용이나 작용기전을 막는 방식으로 치료 개입을 할 수 있었던 기존 병원의 의료적 접근이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하나의 결과이다.

너무나도 가까워진 마약과의 거리

또 다른 새로운 측면은 마약의 구입 경로가 달라진 점이다. 중독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심리적·물리적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LA에서 5~6시간 떨어져 있는 라스베이거스에 도박장을 만든 것도 심리적·물리적 접근성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합법 도박장이 강원도에 있는 것

압생트라는 술에 중독되었던 고흐는 후유증으로 세상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황시증을 겪었다. 그래서 노란 해바라기를 노란 배경으로 그렸는지도 모른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1988, 캔버스에 유채.

이제 마약은 젊은 층 사이에서 흔히 경험하게 된 것 같다. 이젠 처벌 뿐 아니라 예방과 재활치료에도 초점을 두어야 할 시간이다. 사진=펙셀

요즘은 흥분제, 안정제, 환각제 이 모두를 칵테일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약물만 섞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성중독과 같은 행동중독이 함께 나타나게 되는 복합중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도 비슷한 이유이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텔레그램이나 다크웹을 사용하여 아주 손쉽게 누구나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마약을 서울권에서 한두 시간 안에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법과 제도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다양한 신종마약들도 이러한 유통구조 속에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지인들이나 선후배 관계에서 마약을 구하고 복용 시에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복약지도에 따라 역설적이지만 비교적 안전하

게 마약을 섭취하였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약의 치사량이나 체내에 남아있는 반감기 그리고 신체의 내성 등의 기전을 잘 알지 못하면 치사량에 해당하는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안정제 계열을 겹쳐 사용하는 등 생명의 위험에도 노출되는 형국이다. 감기약, 두통약, 수면제 등을 섭취한 사람이 술을 한잔하면서 안정제 계열 마약을 하게 되면 이 모두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갑작스러운 위급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마약이 괜찮은 곳은 없다

우리나라의 MZ 세대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와 우리의 전통적 관계주의 문화의 중간지대에 있는 특성이 있다. 전통적 규범과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는 대단히 독립적, 개인주의적 태도와 가치관을 적용하고 자기 또래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 간에는 집단주의 또는 관계주의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자기 또래 집단이 좋아하는 패션이나 힙하다고 간주하는 장소나 활동들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모두가 같이하고자 하는 반면에 꼰대 문화로 치부되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경향이 크다.

게다가 해외 선진국들에서 점차 마약류에 대한 규제나 처벌이 완화되면서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른 마약류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마약류에 대한 기준과 처벌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약중독에 대한 예방에 실패한 결과로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약류에 노출되어 버린 현실이 있었다. 오히려 합법화를 통해 세금이라도 많이 걷고 인접 국가로 마약 유통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이 흘러가지 않게 하겠다는 고육지책의 결과였다.

마약, 예방이 필요한 시기

우리는 시급하게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마약류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가 마약이나 중독 행동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조사하고 공부하여 자기 나름대로 가치 판단을 거쳐 마약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정해 갈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예방 교육의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정신건강과 대인관계 향상 및 자기 성장과 같은 정서적·관계적 건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과목을 도입하고, 그 속에서 중독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더 균형감 있는 지성인으로 성장하게 도와야 할 것이다.

신성만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보스턴대에서 재활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치료 전문가로 일했으며, 하버드의과대학 캠브리지병원 정신과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한국중독심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중독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공)역서로 『동기강화상담』(2,3판), 『행동중독』, 『정신재활』, 『실존치료』 등이 있다.

제13판 거시경제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대한민국 대표 경제서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를 토대로 일관되게 거시경제모형을 구축·분석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새케인즈학파 모형을 중심으로 여러 거시경제모형 간 공통점과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제로금리 하한과 유동성 함정 등 거시경제 현상에 대한 논의도 담겨 있다.

정운찬·김영식·이재원 지음│4×6배판│양장

648pp│값 40,000원

제6판 화폐와 금융시장

화폐금융 현상 및 정책의 이론과 실제를 담은 전공입문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과 위기 이후 화폐금융 분야에 새롭게 제시된 다양한 이론적·정책적 관점을 대학교재 수준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금융혁신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비대면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른 변화도 담았다.

정운찬·김홍범·김진일 지음│4×6배판│양장

1,028pp│값 42,000원

홈페이지 www.yulgokbooks.co.kr 전화 (代) 02) 718-9872/3

율곡출판사

금융기관론

금융기관 경영을 위한 실무지식과 이론을 담은‘한국’금융기관론

영미 금융기관의 행태와 학계의 논의를 준거로 한 영미 이론의 학습에 더해 한국 금융기관의 특성을 추가로 설명한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근의 제도변화와 학계 동향을 담았다.

신인석 지음│크라운판│양장│450pp│값 32,000원

한국경제론-성취와 유산, 그리고 도전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지침서

한국경제의 성취와 유산, 그리고 도전을 밝힘으로 써 새로운 경제적 성취를 일궈내는 데 일조하기 위해 저자가 7년 동안 집필한 고민의 산물이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생산성 향상과 사회통합이 동시에 필요함을 밝히고 경제정책, 사회정책이 모두 필요한 것임을 설명한다.

최희갑 지음│국배판│무선│1,172pp│값 48,000원

정치를 넘어 : 정부실패의 근원

정치를 넘어 우리가 선택할 대안은 무엇인가?

정부의 각종 정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후 그 대안이 정치를 넘어 시장, 경제적 자유, 법치에 있음을 체계적으로 서술. 정부실패의 근원을 파헤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주의, 법치주의, 규제 제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Randy T. Simmons 지음│김행범·이성규·김영신

옮김│크라운판│무선│560pp│값 33,000원

교수신문 창간 31 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단국대학교 교수회

대학 발전과 교수사회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계원예술대학교

김포대학교

대구보건대학교

배화여자대학교

삼육보건대학교

수원여자대학교

아주자동차대학교

영진전문대학교

춘해보건대학교

혜전대학교

‘중국의 기술 굴기’, 자유연합 전선이 대항마일까…한국은?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㊹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5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25일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가 「미·중 관계와 패권 경쟁의 미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5강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의 「다원주의적 국제 질서의 철학과 비전」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코로나 팬데믹은 자연재해를 인재(人災)로 키운 불행한 대참사이다. 미국·유럽·중국이 모두 정치적 명분에 매몰돼 사태의 심각성을 경시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팬데믹이 아니라고 버티던 WHO(세계보건기구)는 그 명칭에서 W(World)를 떼버려야 한다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2020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공포와 침묵의 봄을 마주한 세계인들을 국적 가리지 않고 유린해버린 팬데믹을 방어하기 위한 국가 간의 공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미국이 떠난 세계화 무대에 중국이 새로운 주역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이 신속하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계의 협력을 구했다면, 세계가 이 괴물 바이러스와 싸우는 시간은 더 앞당겨졌을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간과의 전쟁도 그만큼 더 빨라졌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다. 세계 곳곳의 무수한 실업자, 쏟아지는 파산 기업들을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은 뒤늦게 지역 봉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고, 피크를 지났다고 판단하자 이젠 미국과 코로나 사태 진원지 논쟁을 벌이는 후안무치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과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기민·유능·효율을 자랑하던 차이나 모델은 중국인들에게조차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이 걷어차 버린 세계화의 운전석을 이끌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는 날아가버렸고, 차이나 모델의 위험성은 더 선명하게 부각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는 중국판 세계화에 동승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확진자가 급증했던 이란·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라. 서방의 제재를 피하려는 이란은 중국 자본의 영향권에 들어갔고, 이탈리아 북부 고급 디자인브랜드 공장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접수한 지 꽤 됐다. 국민의 생명이 아닌 경제를 선택한 대가는 치명적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이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하기 직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휴전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2020

년 1월 15일이다. ‘1단계 무역 협정’으로 알려진 휴전 협정의 핵심은 향후 2년간 미국산 2천억 달러 추가 구매(일상적인 무역 거래 이외 구매이기에 ‘추가’라는 단어가 붙었다)를 중국이 약속한 것이다. 그 2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중국은 약속을 지켰을까. 2021년 11월까지의 미국 통계(피터슨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구매물량은 약속 물량의 60%를 조금 넘는다. 그로부터 12월 말까지 한 달 사이에 중국이 전광석화처럼 수입 물량을 확대했다는 보도는 없다. 결국 중국은 약속이행에 실패했다. 중국의 변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천재지변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코로나19의 진원지이면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단기간에 경제 반등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이 아니던가. 게다가, 농산물·에너지·공산품·서비스 등의 분야에 할당된 구매물량은 애초부터 시장 수요와는 무관한 인위적인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구매 약속과 무역 전쟁

휴전을 맞바꾼 것이었다. 구매 약속으로 중국이 벌었던 2년간의 휴전은 끝났다. 협정 이행에 실패한 중국을 미국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

미국은 협상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기세등등한 트럼프를 향해서도 “숫자는 가능하지만, 시스템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중국이다. 1단계 합의라는 표현은 그래서 동상이몽이었다.

2020년 11월, 코앞에 닥친 선거를 의식해서 자신의 지지 계층에게 “나만이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라고 기염을 토하고 싶었던 트럼프. 미국의 높아지는 고관세 장벽을 피하고 싶은 시진핑. 이 둘 간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1단계 합의였다. 서구 체제와의 격돌을 선언한 시진핑에겐 중국 시스템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2단계 협상은 있을 수 없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1편보다 더 흥미진진한 2편의 개봉박두를 예고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 트럼프가 퇴장했다. 바이든이 중국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바이든은 중국과 2단

계 협상을 진행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식물화된 WTO(세계무역기구) 다자 체제를 복원해 중국의 구조적·행태적 문제를 다룰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그러기엔 바이든에게 부여된 시간은 턱없이 짧다. 트럼프가 시종일관 미국의 근육질 힘에 의존하면서 미국 홀로 중국을 몰아세우기에 열중한 반면, 바이든은 가치 동맹 깃발을 내걸고 반중국 연합 전선을 구성하려고 한다. 반중국 연합이 중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중국은 이런 방식의 협상에 나설 명분을 찾지 못할 것이다.

2020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맹비난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과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거론하면서 ‘폭력배‘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바이든은 모든 국제 관계를 돈으로 환산하던 트럼프보다 훨씬 더 원칙적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든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과 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동을 건 미국의 중국 견제는 현재 진행형이다”라며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한국의 선택을 질문한다. 독립 주권 국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가리키는 선택은 결코 애매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미국과 중국 간의 본격화되는 패권 경쟁은 ‘체제가 달라도 거래’할 수 있었던 ‘묻지마 세계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신냉전의 본격화가 시작됐다.

전체주의의 도전에 직면한 자유민주주의, 규범 중심 다자 체제를 근간으로 한 세계화의 퇴조는 대한민국의 위기로 다가온다.”

있다. 미국에게 무역 수지 적자를 안겨주는 국가들을 싸잡아 맹공하던 트럼프 시절에는 상상조차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바이든의 이런 행보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가치를 앞세워 동맹을 결속하던 미국 외교의 정공법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게 사이버 공간은 경제와 안보가 맞물린 새로운 대결 공간이다. 미국이 중국 플랫폼을 차단하지 않았던 것은 소비자 편리성의 경제적 효용이 안보 리스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 효용은 경제성과 안보 리스크의 덧셈 아닌 곱셈에 더 가깝다. 때문에, 아무리 경제성이 뛰어나도 안보 리스

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그 사회 전체가 누리는 효용은 0으로 떨어진다. 사이버 경제의 신데렐라인 플랫폼의 가치를 소비자 측면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사이버 플랫폼 통제의 범위를 중국 바깥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플랫폼에 외국인이 접속하는 곳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통제의 대상이 된 외국인, 그 국가는 강력히 반발한다. 이는 실제 상황이다. 중국은 2020년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 기념 행사를 하려던 시도를 줌(ZOOM)을 이용해서 막아버렸다. 중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중국 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줌의 설명은 의혹만 증폭시키고 말았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사이버 공간을 양분화

시킬 태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열린 사회 대 통제 사회의 패권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과 같다.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 리스크를 방치하면 자유민주 체제의 가치는 훼손되고 제도는 위협 받게 된다.

2022년 가을,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했다. 개혁개방을 설계했던 덩샤오핑 이후 3연임은 처음이다. 중국은 시진핑을 정점으로 당에 의한 국가 통제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본격화되는 패권 경쟁은 ‘체제가 달라도 거래’할 수 있었던 ‘묻지마 세계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신냉전의 본격화는 역사의 귀환, 지정학의 귀환, 동맹으로의 귀환을 재촉한다. 전체주의의 도전에 직면한 자유민주주의, 규범 중심 다자 체제를 근간으로 한 세계화의 퇴조는 대한민국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한국의 선택을 질문한다. 독립 주권 국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가리키는 선택은 결코 애매하지 않다. 그래서 중간의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은 경제 안보를 내세우는 신냉전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적인 질문이 될 수 없다.

가치 공유 동맹을 축으로 공급망이 재구축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인가에 대한 판단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순진한 이념적·희망적 사고가 아닌 냉정한 현실적인 생각이 요구된다. 그다음 질문은 어느 한쪽 무역 상대국과의 교류가 과거와 같은 규모와 속도로 지속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여기에 대한 상쇄 전략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깃발만 보고 따라갈 것이 아니라, 동맹에 속한 다른 국가들과 연계해서 적극적인 상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동을 건 미국의 중국 견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전 세계 미디어·정치인·기업인들의 머릿속에 확연히 부각된 단어는 ‘글로벌 공

급망’이다. 전임자인 트럼프가 시작한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혼자 힘으로 중국과 경제 전쟁을 치른 것이었다면, 바이든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인권’ 가치에 동참하는 국가들과 연계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려고 한다.

신동흔 건국대 교수·김수연 서울여대 교수, 제7회 난정학술상 수상

왼쪽부터 제7회 난정학술상 본상을 수상한 신동흔 건국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우수상을 수상한 김수연 서울여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이다. 사진=한국어문회

난정학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서대석)는 신동흔 건국대 교수(국어국문학과)를 제7회 난정학술상 본상, 김수연 서울여대 교수(국어국문학과)를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영예의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본상 2천만 원, 우수상 5백만 원)이 지급된다.

사단법인 한국어문회(이사장 남기탁)는 오는 28일(금)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20층) 프레스클럽에서 제7회 난정학술상 시상식을 거행한다.

난정학술상은 경북대, 중앙대, 인하대 교수를 역임하고, 국어학회 간사장,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을 맡아 국어국문학 연구와 발전, 한

자교육에 평생 헌신한 난정 남광우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5년도에 제정된 상이다. 국어국문학·국어교육·한국어교육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 업적을 지닌 중견 학자에게 수여한다. 유가족과 유지들의 찬조금으로 운영되는 난정학술상은 2016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이 상은 한국한자능력검정회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해 온 난정장학금과 한국어문교육연구회에서 시행해 온 어문논문상과 함께 명실공히 한국어문회의 삼대 수상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사총협은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미래교육을 함께 이끌 동반자입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회장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깊고 건강한 ‘한국지성의 정론지’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이 최고 지성인의 공론의 장, 미래사회를 위한 지혜의 샘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회장 이진숙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교수신문의 창간31주년을 축하합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학문의 균형발전을 달성하고, 학술연구의 공공성을 제고할 것입니다.

이사장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 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다원적 가치를 모색하는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대학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학술문화 발전을 이끌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회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문화의 변화와 개혁을 지원하는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출판 진흥을 위한 많은 도움을 바랍니다

이사장 김종수

재단법인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학문의 자유와 대학 공동체의 발전, 더불어 출판문화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한국지성의 정론지’로 굳건히 빛나주시기를 바랍니다

회장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100년도 기대하며 한국출판협동조합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사장 박노일

한국출판협동조합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선도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과학 및 학술정보 문화 가치를 더욱 승화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회장 장주연

사단법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대학의 정론지로서 소통의 지평을 펴고 학술출판의 가교가 되어준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늘 함께 하겠습니다.

회장 박찬익

(사)한국학술출판협회

우리나라 고등교육과 학술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사장 신선호

사단법인 한국대학출판협회

디지털 불법복제 문제에 교수신문이 앞장서 선도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우리 학회도 함께 디지털 불법복제 근절에 힘을 모으겠습니다.

회장 방미영

한국전자출판학회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계속 발전하길 기원하며 그 길에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사장 김일철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교수신문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욱 발전하는 언론사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사장 임순재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아카디피아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규범적 논증대화에 중요한 기여할 것”

인터뷰_『권리란 무엇인가』 번역한 이민열 방송대 교수(법학과)

저명한 도덕철학자인 주디스 자비스 톰슨의 『권리란 무엇인가』(이민열 옮김, 방송대출판문화원(에피스테메), 664쪽)가 마침내 국내에 번역·소개됐다. 옮긴이는 헌법학자인 이민열 방송대 교수다.

2019년 9월부터 방송대 법학과에서 헌법을 강의하고 있는 이민열 교수는 2017년 한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내에 자유·평등·권리와 같은 정치철학의 개념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정립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로널드 드워킨의 『자유의 법(Freedom’s Law)』(1996), 2023년 2월 주디스 자비스 톰슨의 『권리란 무엇인가(The Realm of Rights)』(1990) 등을 번역·소개한 것도 그런 구상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2008)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정의’ 열풍이 불 때, 이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2012)를 통해 샌델의 공동체적 자아를 상정한 목적론적 철학을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민교육센터(civiledu.org) 대표를 맡아 공론장에 서의 시민 역할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발표해 민주주의에 관한 심도 있는 사유를 전개하기도 했다.

40년 동안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퇴임한 주디스 자비스 톰슨은 2020년 11월 20일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도덕철학과 형이상학을 탐구했던 그녀는 미국철학회가 주는 권위 있는 퀸상(Quinn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낙태

에 대한 철학적 논쟁(「A Defence of Abortion」, 1971)과 트롤리 문제에 대한 성찰(「The Trolley Problem」, 1985)이다. 『권리란 무엇인가』 제7장에서 도 이 ‘트롤리 문제’를

이민열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헌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론장에서 시민교육센터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데, 『탈학교의 상상력』, 『학교를 넘어서』, 『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 통념을 깨는 윤리학』,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철인왕은 없다: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등을 썼다.『성장을 멈춰라』, 『포스트민주주의: 민주주의 시대의 종말』 등의 번역서를 냈다.

다루고 있다.

이 교수는 ‘옮긴이 해제’에서 『권리란 무엇인가』의 의미를 이렇게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개별 법학, 법철학, 정치철학, 도덕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 권리를 부풀려 주장하지 않고 부풀려진 권리 주장은 온당하게 기각하며 반면에 정당한 권리 주장에는 그에 마땅한 응답을 해야 하는 입헌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규범에 관한 분석적 탐구의 전통에 속하는 중요한 학문적 성취 중에서도 특별히 빛나는 몇 안 되는 고전에 속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번역자인 이민열 교수는 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로널드 드워킨의 책 『자유의 법』을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한국법학교수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자 원고지 2천600매를 넘는 분량(663쪽)에, 스스로도 번역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 교수를 만나 책의 의미와 번역 과정,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 등을 들었다.

△ 톰슨의 『권리란 무엇인가』를 번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디선가 밝히셨듯이 자유·평등·권리와 같은 정치철학의 개념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정립해 보고 싶다는 구상의 실천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러한 구상의 실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구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구상은 단순히 개념의 사전적 정의나 올바른 용법을 확립해보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며, 그 개념을 매개로 하여 이뤄지는 논증이

적합하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권리란 무엇인가』를 번역한 이유는 이 책이 권리 개념을 매개로 하여 이뤄지곤 하는 사회의 규범적 논증대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실현되는 것은 나의 권리이다’, ‘저것은 나의 권리를 침해한다’, ‘그것은 권리를 제한하기는 하지만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정당화된다’, ‘그것은 무가치하므로 또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권리라고 할 수 없다’와 같은 주장은 규범적 논쟁에서 으레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가 논쟁의 결론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의 타당성이 중대하게 다뤄지는 정도에 비해, 그런 주장의 엄밀함에 대한 요구는 눈에 띌 정도로 희박합니다. 즉 그러한 주장

“저자가 말하는 권리란, 권리를 보유한 사람은 무엇을 해도 되고 어떤 것을 변경하고 창설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되고 해야 하며 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변경하고 창설할 수 있는지에 체계적인 함의를 가지며 특정한 방식과 근거로 정당화되지 않는 한 제한할 수 없어, 무엇이 당위인가를 사고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도덕적 지위입니다.”

을 하는 사람도 그런 주장을 듣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권리 개념을 선택적·단편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잘못 이해된 권리 개념을 매개로 하여 전개되는 논증은 우리 사회의 규범적 문제를 온당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권리를 사소화하거나 권리에 관해 냉소적인 태도를 낳게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번역했습니다.”

△ 저자 톰슨의 낙태에 대한 에세이나 트롤리 문제를 다룬 글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톰슨은 어떤 철학자인가요? 그에게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디스 자비스 톰슨은 분석철학의 전통 안에서 형이상학과 도덕철학을 탐구했던 위대한 학자입니다. 1964년부터 MIT 철학 교수로 정년까지 일했고, 그 뒤에도 명예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을 했습니다. 1992~1993년 미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프린스턴대에서 태너 강연(뛰어난 학자들만 이 강연의 강연자가 됩니다)을 한 강연자이기도 합니다. 2012년 미국철학회에서 퀸상을 받았고, 2016년에 영국왕립학회의 석학회원으로 추대됐습니다. 톰슨이 확립한 논지들 자체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또한 그녀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문제들에 답을 내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우아하면서도 단단하게 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이 되는 학자입니다.”

△ 책의 제1부는 ‘무엇이 권리인가’를, 제2부는 ‘어떤 것이 권리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정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권리란, 권리를 보유한 사람은 무엇을 해도 되고 어떤 것을 변경하고 창설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되고 해야 하며 해서는 안 되는지 그

리고 어떤 것을 변경하고 창설할 수 있는지에 체계적인 함의를 가지며 특정한 방식과 근거로 정당화되지 않는 한 제한할 수 없어, 무엇이 당위인가를 사고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도덕적 지위입니다.

권리는 더 이상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네가지 형식을 가집니다. 특권이란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행위자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불평할 수 없는 지위입니다. 청구권이란 어떤 사태가 성립하도록 다른 행위자의 행위가 제약되게 하는 지위입니다. 형성권은 자신의 처분으로 권리를 변경하거나 창설할 수 있는 지위입니다. 면제권은 타인의 처분에 의해 자신의 권리가 변경되거나 박탈되지 아니하는 지위입니다. 그리고 이 권리들의 복합체인, 자유권이나 재산권 같은 복합권리가 있습니다. 권리는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그것을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큰 이익이나 더 많은 가치에 의해 제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주의적 분배 제약과 같은 요건을 갖춰야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지위입니다.

톰슨의 해명은 권리가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이라거나, 이익을 누리거나 보호하거나 관철하는 힘이라거나, 의사(意思)에 주어진 힘이나 의사의 지배라는 해명과는 다릅니다.”

△ 2012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을 비판하는 책을 내셨습니다. 당시 샌델 교수가 국내에 소개될 때도 그 유명한 ‘트롤리 문제’가 대중에게 자주 회자됐는데요. 저자인 톰슨과 샌델의 ‘트롤리 문제’를 보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트롤리 문제란 통제를 잃은 트롤리에 치일 본선 위의 5명을 구하기 위해 5명과 트롤리 사이에 있던 덩치가 큰 1명의 사람을 트롤리 선로 위로 밀어 트롤리에 치이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5명에게 향하는 트롤리의 방향을 돌려 지선에 있는 1명이 치이게 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대해 도덕철학이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샌델은 목적론자의 일종인 완전주의 이론을 채택합니다. 샌델은 권리와 의무의 근저에 있는 것이 탁월성과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위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는, 어떻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탁월한 삶에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미덕을 발휘하는 것인가를 물음으로써 해결됩니다. 샌델의 논증에서는 권리의 고유한 내용과 구조가 어떤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톰슨은 의무론자입니다. 톰슨의 해법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을 갖는 개인의 도덕적 지위를 흐리거나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논의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원고지 2천600매가 넘는 분량입니다. 사실 업적평가에서는 짠 평가를 받는 게 번역 작업인데요. 이책의 번역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또 보람이 있었다면 어떤 점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번역은 언제나 어렵습니다만, 분량이 많으면 틀린 부분이 있기 마련이므로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려는 교열·교정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원문과 대조해 보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역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또 옮기기 까다로운 개념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을 고심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것은 훌륭한 책을 우리말로 소개했다는 결과물 그 자체일 것입니다.”

△ 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로널드 드워킨의 책 『자유의 법』을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한국법학교수회 학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방대한 저술임에도 번역을 훌륭하게 했다는 평가인데요. 혹시 선생님만의 ‘번역 노하우’가 있는지요?

“번역 노하우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몇 가지 취하고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평소에 출간하지 않을 책이나 논문이라도 공부와 연습삼아 꾸준히 번역합니다. 둘째, 번역은 자투리 시간에만 합니다. 잠깐 시간이 나면 곧바로 번역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습니다.

적어도 학술서에 관해서는 문장의 단위요소가 가능한 한 일대일 대응관계를 보존하는 직역을 원칙으로 하되, 정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윤문을 하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문의 명제를 보고 독자가 원문의 명제를 추측할 수 있어야 좋은 학술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민교육센터 대표로 공론장에서 활동도 하고 계십니다. 방문자 수도 140만이 넘는데, 이렇게 ‘시민교육’에 직접 나서신 것은 무엇 때문이가요?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시민의 활동은 분석적·경험적·규범적 문제를 타당하게 해결할 능력, 즉 체계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모르고서는 무가치하거나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것이 되기 쉽습니다. 문제에 직면하면 구체적으로 첨예한 쟁점에서 한 층위 위로 올라가는 이론적 상승을 거쳐 체계적 문제 해결 방식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제공하고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교수사회와 동행하는 교수신문 깊고 건강한 정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 주십시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화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 김일규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은 교수다운 교수 및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교수신문은 31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교수들과 함께하여 교권옹호 및 전문적 지위를 위한 대변인으로서 지성사회의 명실상부한 정론지로써 거듭나길 바랍니다.

위원장 노태호 한국사립대학교수노조

국공립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 확립 ‘국교조’가 이루어 내겠습니다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국공립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 확립에 국교조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위원장 남중웅

한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민주, 평등, 교육공공성의 대학공동체 건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딸깍발이

챗지피티, 무단 출석처럼 무단 작문?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지구 공기를 마신 지 반백 년이 넘은지라 나이 드는 징조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새로 생긴 게 하나 있다. 나름 바빠서 일정을 까먹고 무단 결석하지 않으려 애쓰다가 엉뚱하게 무단 출석을 해버리는 것이다.

한번은 코로나19 조치가 풀리면서 개최된 조찬모임을 위해 새벽 추운 공기를 뚫고 첫 기차를 타고 갔더니 예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이라는 사실을 잊은 탓이었다. 다행히 주최 측의 배려로 비싼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중요한 위원회에 연달아 무단으로 출석했다. 두 번째 무단 출석 때에는 직원이 환한 얼굴로 또 연락 없이 나타날까 봐 명패를 미리 준비해놓았다고 했다.

바쁘다 보니 일정이 엉킨 탓이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일정 중 어쩌다 무단 출석한 경우에는 의외로 일관된 유형이 있었다. 첫째는 다른 일정이 애매해 못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몹시 가고 싶은 자리였다. 둘째는 역시 일정이 애매했지만 중요한 논의를 하

는 회의여서 가급적 참석해야 했던 자리였다. 요컨대 재미있거나 의미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최근 챗지피티 열풍을 보면서 혹시 무단 출석처럼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글을 무단 작문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정보검색의 대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챗지피티기술을 정보·데이터 바다에서 필요한 걸 찾고 정리하는 그 이상으로, 글을 쓰는 데 활용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사람은 자라면서 끊임없이 글을 씀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학교 숙제든 직장 과제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글은 산더미다. 외부 평가와 인정을 받기 위해 쓰는 수많은 글들에 챗지피티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한편 진짜 사람이 쓴 글을 찾느라 또 챗지피티를 동원해야 하는 수고로움 또한 얼마나 클 것인가. 어느 쪽이든 이런 글에는 실컷 챗지피티를 쓰라 하자. 그 과정에서 저작권이나 표절 같은 문제들이 진통을 겪으며 논쟁되고 해결책이든 타협점이든 찾아 갈 것이다.

근데 정말 쓰고 싶은 글은 그냥 쓰게 된다. 억지로 시간에 쫓겨 칼럼을 써야 할 때는 여기저기 남이 쓴 걸 기웃거릴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굳이 허락받거나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아도 무단으로 쓰게 될 것이다.

사실 글쓰기는 단순히 작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지배적 위치를 얻게 된 데에는 협업 공동체를 이루어 그 어떤 동물보다 더 뛰어난 동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이 소통이고, 글쓰기가 바로 가장 혁명적인 소통의 기술인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의 기술은 수학과 과학의 시초이기도 했다.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0’이라는 개념도 결국 글자이고, 수학과 과학의 많은 과정이 결국 글쓰기다.

챗지피티는 훌륭한 글쓰기의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억지로 써야 하는 글일수록 그렇다. 쓰고 싶은 글은 그 과정이 재미있어서 챗지피티에게 별로 양보할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담은 글쓰기는 그 과정 자체가 결의를 다지고 원칙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간이기에 챗지피티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좀 있으면 가르치는 일도 20년이 되는데, 과연 학생만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언제 쓰고 싶은 글, 외쳐야 하는 글을 무단으로 작문해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공=국제갤러리

갤러리 초대석

이우환 개인전 「Lee Ufan」

관계항-키스(2023)

이우환 개인전 「Lee Ufan」이 국제갤러리에서 5월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80년대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을 선보인다. 텅 빈 공간에서 한 줄기의 조명을 받으며 두 개의 돌이 서로 기대어 있다(관계항-키스(2023)). 이우환은 작품의 부제인 ‘키스’로 두 개의 돌이 각각 사람임을 암시한다. 돌이 조우하며 접점을 만들고, 각각의 돌을 둘러싼 두 개의 쇠사슬 또한 포개어지고 교차하면서 교집합의 양상을 만들어낸다. 두 돌이 접촉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쇠살의 방향성은 역동성을 불러온다.

‘관계항(Relatum)’ 연작은 작품의 개별 요소들을 끊임없이 맥락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관계에 놓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다. 돌과 돌, 돌과 철판 등 관람객들은 두 사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침묵 중에 진행되는 대화를 명상하듯 관찰하며 자아와 다자의 공생을 생각하게 된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한국 바깥에서 박사하기

온라인 SNS에서 화제가 된 『한국에서 박사하기』를 구해 읽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해 친구 집으로 보냈고, 그 친구는 다시 미국에 있는 나에게 택배로 보내 주어야만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 책을 읽어보려 했던 이유는, 책이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필자도 절박하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입장에서 이 주제에 말을 얹는 것이 어떻게 비칠지 몰라 이 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여전히 한국 학계의 일원이라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학계의 미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참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대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 대학원생들은 미국 박사과정 유학생들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학계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같은 평가에 결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주로 한국 학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채, 미국 학계와 한국 학계의 위계를 내면화한 평가라고 생각된다. 필자 역시 지금 미국에서 영어로 학술적인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받은 이론적인 훈련이나 공부의 양이 미국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나는 왜 한국의 박사과정 대신 미국 유학을 선택했는가' 물론 필자 나름대로 설계한 학문적인 인생과 목표를 비롯해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요인은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환경 위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제공해주는 미국의 시스템

은 나에게 커다란 기회다. 학교를 다니기만 해도 돈을 준다니…, 그것도 나 같은 인문사회학 전공자에게도 말이다! 유학생들이 부유하다는 통념이 있는 만큼 경제적인 기회 때문에 한국 박사과정이 아닌 해외 유학을 선택했다는 것은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한국의 박사과정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연구생활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학교와 알바를 병행하면서 장학금을 얻기 위해 여러 군데 지원서를 쓰는 데 시간을 쏟거나, 나에게 기회가 주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의존하면서 박사과정을 이수해야 했을 것이다.

매달 생활비를 받으면서 수업과 논문에 집중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과 매주 장학금 지원서를 작성하고 행정 조교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 중 누가 더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까? 설령 같은 선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몇 년 후 그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무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연아’와 ‘손흥민’이 나올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김연아’와 ‘손흥민’도 제도와 시스템이 아니라 부모와 가족의 헌신이 있어 가능했던 매우 특별한 예외적 현상임을 놓치지 말아야 하지만 말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을 보며 놀란 점 중 하나는 인문학을 전공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단순히 한국/미국 대학원생의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결국, 낸시 프레이저와 악셀 호네트의 논쟁을 떠올리면서 인정과 분배는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닐지 질문하게 된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학계에 남을 수 있는지

는 말과활아카데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등 외부기관에서 진행하는 세미나 모임에 참여해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필자는 이런 세미나에서 나 스스로를 전업 대학원생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뛰어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많은 “학계 외부”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지 “현실적인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직장을 갖고 취미의 영역에서만 학문과 이론 연구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의 글들은 반짝이는 가능성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지도나 피어 리뷰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게다가 해외 유학이라는 선택지가 학문을 추

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학계는 대체 무엇 때문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놓치고, 어떤 사람들만 남도록 하는가? 『한국에서 박사하기』의 저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인문 사회계열 지식이 사회적 자원을 더 모으기 위해 과거의 사회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한국 인문사회학계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박사하기』는 분명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화두가 발전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 여부이다. 그것은 누

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자신들의 몫이다.

김지윤

시카고대 영화·미디어학과 박사과정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여성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석사학위 논문으로 2020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시카고대에서 게임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기고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까?필자는 고등교육행정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행정을 경험한 교육이론가와 실무자로서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해왔다.

먼저 “무엇을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는 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나 목적이 있겠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그러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질문 역시 사람마다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보편적 견지에서 잘 벌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면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목표)은 무엇일까? 필자는 20년 전부터 이 문제에 깊은 고민과 관심을 가지고 대학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삶의 목적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고 이를 실용적·존재론적·목적론적 관점에 서 논술하고 설명해 왔다. 물론 이 질문은 외관상으론 행복지향적인 목적론적 색채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면적으론 존재론적인 철학적 함의와 실재적인 형이하적 실용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한국 고등교육을 행복론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우리의 대학교육이 필요선인지 필요악인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단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대학교육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기능을 그 목적과 사명으로 하고 있다.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은 순기능으로써 개인의 자아 개발과 실현에 필요한 사회경제적·교육문화적 보상과 혜택을 부여하고, 국가사회적으로는 정치경제 발전과 국력 신장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증진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후자의 입장에선 한국의 대학은 역기능으로써 지나친 교육열과 경쟁심화로 인한 △교육 과잉 △교육신임장 양산 △과도한 교육비용 부담 △교육 양극화의 악순환 △학력·학벌사회로 인한 경쟁지상주의와 파벌주의 △이기적이고 소아적(小我的) 출세주의와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 심화 △상호 간 신뢰성 부재 △삶의 질 저하 등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고등교육은 배금주의와 출세지상주의의 날개를 달고 개인의 도덕적 인

격 완성, 사회적 화합과 공생·공영보다 국가와 대학의 발전과 이익, 개인적 성공과 영달에 치우친 실용적·상업적 정책과 행정이 득세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여 현재 고등교육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최고의 투자재 혹은 자본재로서 개인의 취업과 소득 창출의 최적의 수단과 도구로써 나아가 개인의 입신출세의 통로로 인식·활용되고 있지만, 인문적·형이상학적 측면에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예지 및 교양과 도덕을 함양하고 진리와 행복을 추구하는 숭고한 기능과 책무가 소외 혹은 기피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대학과 사회에선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상생과 행복 추구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우리의 대학이 이제부터라도 근시안적인 시야를 보다 넓게 멀리 내다보면서 학문의 자유, 진리 추구와 더불어 개인의 인격 완성과 행복, 사회 복지와 공동선, 국가 번영과 세계 평화를 추구하여 필요선을 이루기 위한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대학교육은 긍정적 측면에서 볼 때, 사회경제적으로 직간접적인 효과와 보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직장과 직업 선택의 폭과 기회를 증진시키고, 소득 증대와 사회적 위치나 신분 상승을 도모할 수 있고, 그 외 여러 가지 간접적인 보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행복경제학적 관점에서, 일상적인 삶에서 행복은 실용적인 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면, 직접적으로 사회경제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대학교육이 행복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등교육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학은 개인의 자아 개발과 성취, 사회의 공동선과 복지 향상, 국가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삼중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의 열쇠’(?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은 우리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

적은 나와 우리를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칼리지 학장

철학박사

김상돈의 교수만평

교수신문

The Professors Times 1년 구독료 100,000원

학문의 자유와 대학 민주화 ·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 향상

등록번호 : 서울다6564 주 소 : (우)04343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3안길 41 승현빌딩 3층

대표번호 : 02-3142-4111 편집국 : 02-3142-4153 광고 : 02-3142-4194

홈페이지 : www.kyosu.net 이메일 : editor@kyosu.net 팩스 : 02-3142-4118

발행인 : 이영수 편집인 : 이덕환 편집국장 : 김봉억 인쇄인 : 장용호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