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번은 21학번과도 다르다…학습자 특성 일반화하지 말자
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 ㉓
박현미 한양대 교수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시대를 접하면서 이러한 학습자들이 학습하는 환경에서도 상상 이상의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학습자들이 함께하는 온-오프라인과 캠퍼스가 없는 환경 등 전에 없었던 교육장면에서 2023년 현재 교수자가 활용할 수 있는 교수전략과 교수 매체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계속 진화하고 있는 에듀테크들을 그때그때 얼리 어답터처럼 빠르게 교실에 적용하는 노력과 그로 인한 불안과 피로 또한 교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이 글에서는 하나의 사례로 새로운 도구와 전략을 공유하기보다 전에 없었던, 전혀 다른 ‘학습자’를 위한 수업을 준비하는 ‘모든 교수자’가 어떤 교육환경 변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업 성공 핵심전략을 3가지 전하고자 한다.강의계획서보다 ‘종합학습활동계획서’학습자들은 첫날 오리엔테이션으로 이번 한 학기에 대한 첫인상 갖는다. 수강편람을 위해 LMS에 올려둔 강의계획서 정보만으로 수강 신청한 학습자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서에 담지 못한 교수자의 계획을 정확하게 공유함으로써 학습자의 선택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 학기 동안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할 정예멤버로 학습자들을 구성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왜 하는가?’에 대해 나만의 정확한 답은 학습자에게 또한 한 학기를 준비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오리엔테이션은 ‘학습자의 불안을 낮춰주는 것!’이 목표였다. “무엇을 배울 것인지?”, “수업 후 무엇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학습자들의 불안을 낮춰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한 ‘명시성’의 기준은 ‘수업계획서’가 아닌 ‘종합학습활동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학습자를 위한 계획서를 설계하라!”다. 기존의 교수자 중심 수업에서는 교수자가 무엇을 강의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했고 학습자에게 주차 별로 강의 주제와 교재 목차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학습자 중심 수업에서는 강의뿐 아니라 학습자의 주도적인 학습과 수행 활동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해당 주차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과물로 어떠한 것을 도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야 학습의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진다. 주차 별로 수업의 내용, 교수자가 제공할 사항(INPUT), 수업 시간 내 학습자 활동(PROCESS), 수업의 결과물(OUTPUT)을 안내함으로써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도록 지원했다특히, 이 같은 안내는 온-오프라인이 혼합되는 수업에서 이와 같은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학습자의 수행 과정 및 학습 결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었다.
첫 과제 ‘나를 소개합니다’로 학생 분석학습자 중심의 수업 설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의 학습자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분명 지난 학기 운영한 같은 과목에서 학습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고 수업 만족도도 높았는데 “왜 이번 학기는 이렇게 반응도 없고 수업이 늘어지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교수자, 수업 내용, 방법 모두 같더라도 학습자가 달라지면 상호작용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1학번의 1학년과 22학번의 1학년은 전혀 다른 세대였던 것이다.따라서 매 학기 내가 맡은 교과목 내용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해당 수업에 참여하는 학습자가 누구이고 어떠한 학습 스타일인지, 어떠한 사전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에 맞춰 강의 전달 방식과 과제의 종류, 수행 활동의 방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학기 초 학습자를 탐색하는데 2가지의 방식을 활용한다. 첫째로는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탐색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학습 스타일 도구를 활용했다. 둘째로는 학습자가 스스로를 소개하도록 했다.학기 초 첫 번째 과제로 ‘나를 소개합니다!’를 제시했다. 또한, 전적으로 학습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할지, 자신의 어떤 면을 소개할지,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브이로그로 형태 영상, 카드 뉴스, PPT, 에세이 등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측면의 자신을 소개하였고, 소개 결과물을 LMS에 올려 학습자 간에도 공유하도록 했다. 더불어 열린 질문들을 제공하여 학습자가 스스로의 기준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여 학습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으나 이를 통해 학습자 간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학습자 중심의 팀 기반 협력적 수행 활동이 많은 수업에 있어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었다.학습자와의 상호작용 핵심은 타이밍교수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은 양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학습자와의 적극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해서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적극적 상호작용을 하겠다!”라고 결심했다가는 학기 말에 완전히 번 아웃 된 나를 발견하게 됐다. 이후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에도 전략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을 활용해 학습자도 교수자도 만족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첫째, 상호작용의 타이밍을 정하라. “언제 피드백을 해야 하나요?”라는 시점에 대해 묻는다면 답은 명쾌하다. “교수자가 학습자의 수행을 요구했다면 그에 대해 피드백을 적시에 하라”이다. 학습자에게 무엇인가의 활동을 요청했고 학습자가 활동의 결과물을 제출했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고 해당 주차가 넘어가기 전 적시의 피드백을 제공했다. 대부분의 수행 결과물이 온라인 LMS에 저장되기 때문에 LMS의 코멘트 기능을 활용하거나 파일 자체에 필요 영역에 직접 메모 형식으로 피드백을 작성하였다.
둘째, 상호작용의 시간을 정하라. “주중 언제든 질문하면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보다 “목요일 오후 3~5시 사이는 여러분을 위한 시간입니다. 해당 시간에 질문하면 바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가 학습자 입장에서는 더 긴밀한 상호작용이라 느낀다.셋째, 고 맥락이 아닌 저 맥락 전략을 활용하라. 특히, 비대면 상황에서의 상호작용의 경우 가시적인 비언어적 표현의 활용이 대면 상황만큼 용이하지 않다. 그러므로 보다 학습자에게 ‘여러분~ 내 맘 알지?’ 식의 고 맥락이 아닌 저 맥락 전략을 활용하여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명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학생이 있는 곳에 학습이 있다”처럼 학교가 있는 곳, 교수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학습은 학생이 중심이 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이제는 교수자가 학습자 특성을 예단하고 일반화하기 어려운 교육환경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수업이 공급자 관점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수요자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교수자들이 수업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그 콘텐츠를 제공받는 학습자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부터가 전에 없던, 전혀 다른 ‘학습자’ 중심 수업의 첫걸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현미
한양대 ERICA IC-PBL센터 부센터장현재 한양대 ERICA IC-PBL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ERICA ICPBL 교육과정·모델 개발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BL 수업 개발 컨설팅과 교수법 특강을 교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적자원개발학회 상임이사(IC-PBL연구회 회장)와 공학교육연구학회 기획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대학 학위, 가치 없다”
미국에서 회의론 확산WSJ-시카고대 공동 설문조사
치솟는 등록금〮반지성주의 영향“대학 학위는 이제 더 이상 가치가 없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성인 1천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 같은 답변이 56%를 차지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미국 대학 졸업장의 약효가 떨어진 것이다. 주요 원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에 따른 학자금 부담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등록은 약 15% 감소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1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다.대학에 대한 불만은 모든 연령대의 도시·교외 거주자에게서 나타났다. 반면, 4년제 대학 학위에 여전히 믿음을 유지하는 비율은 42%였고, 민주당원,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 연간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 이상의 소득자가 많았다.약학대학인 레이크이리대(Lake Erie College)를 졸업한 50세의 여성 다니엘 토비아스. 그는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투석 기사로 일하며 연봉 3만6천 달러(약 4천700만 원)를 벌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던 부모가 자식인 토비아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했다. 결국 8만5천 달러(약 1억1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졸업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대학 학위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대학 가는 것에 대해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토비아스는 학자금 대출로 매월 125달러(약 16만4천 원)를 갚고 있다. 그런데 지불 잔액은 14만5천 달러(약 1억9천만 원)로 늘었다. 그는 “빚을 갚지 못한 채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앞으로 수년 동안 고등교육은 심오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등록 학생 수는 2010년 2천 100만 명에서 2021년 1천800만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대학 등록 추세가 더욱 악화됐다. 특히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 18∼32세 성인들이 대학의 학위가 진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미국에서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42% 조차 그 가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에‘대학 학위가 가치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 추이
56%47%40%2013 2017 2023출처=월스트리트저널10% 이상 증가했다.
2013년에 미국인의 53%가 대학 진학을 낙관했고, 40%는 그렇지 않았다. 2017년에 미국인의 49%는 4년제 학위가 좋은 일자리와 더 높은 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47%였다. 그런데 학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하락은 특히 여성과 노인 사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학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7년 54%에서 올해 44%로 떨어졌다. 노인의 경우에 그 비율은 2017년 56%에서 44%로 하락했다.노동력 부족 따른 기준 완화도 인식 하락 한몫치솟는 등록금, 대학 캠퍼스로 유입되는 정치적 분열과 반지성주의도 문제다. 정치적 올바름(PC)에 너무 기운 대학 내 분위기도 이번 설문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정치와 이념으로 무장한 대학에 대한 회의를 나타낸 셈이다. 아울러, 노동력 부족에 따른 기준 완화도 대학의 가치 하락 인식에 한몫했다. 메릴랜드‧콜로라도‧유타‧펜실베이니아 주가 부분적으로 노동력 제공을 위해 대학 졸업장 기준을 완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로 알려진 IT회사와 은행들이 기술 직군에서 대학 학위 요건을 제외하고 있다. 미국 교육위원회의 테드 미첼 회장은 “이번 설문 결과는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고 어떤 면에서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성균관대학교“사회학 공부 재밌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공대 가고 싶다”
컴공·SW 수업 듣는 인문사회 학생들
김씨는 2년 전 서울지역 대학의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김씨는 학부 전공과는 상관없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서 취업할 생각이었다. “로스쿨을 가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붙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방법도 있었다. 전공과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연봉도 아니었고, 일하는 환경도 별로였다.”고민하던 차에 김씨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코딩’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며 전공을 살리긴 어렵다고 깨달았다.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미래 가능성이 있는 코딩을 선택하게 됐다.”김씨는 졸업 후 국비지원 코딩 학원을 4~5개월 다니고 인턴과정을 거쳐 스타트업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김씨는 코딩을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힘들었다. 아예 새로운 분야다보니 벅차기도 했다.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디자인 전공이거나 컴퓨터공학과 전공생이다 보니 실력 차이를 느낄 때가 많았다.” 김씨는 현재 취업을 하고도 코딩 학원에 다니고 있다.인문사회분야 취업준비생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인원 10명 중 7명(67.5%)이 이공계 졸업자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5%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인문계열을 뽑겠다는 기업은 32.1%에 그쳤다.
문과생들의 컴공 복수전공, "일종의 보험”작년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IT 비전공 구직자 1천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전공 분야가 아닌 IT 직무로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앞으로 계속 유망한 직무여서’(59.5%,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력 수요가 많아서’(49.9%), ‘타 직무보다 연봉, 처우가 좋아서’(42.4%) 등을 꼽았다.같은 이유에서 복수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있다. 임씨는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3학년이다. 임씨는 사회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복수전공해 공부했지만, 지난 학기에 중어중문학과에서 소프트웨어 공학과로 전과했다.임씨는 “일종의 보험이다”라며 “사회학과 공부가 재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어중문학과도 그렇다. 복수전공 중 한 학과는 내가 재밌는 걸 배우고,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보니 소프트웨어공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본 전공의 지식과 IT계열을 융합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제주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상반기 전공계열별 신규채용 계획 인원 비중(%)
2022년2023년67.561.036.732.12.30.4인문계열이공계열기타(의약,인문계열이공계열기타(의약,예체능 등)예체능 등)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박씨는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 9학기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씨는 “공학 기술이 발표될 때마다 인문학적 논란에 휩싸인다. 사회학과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시선을 배웠다. 이를 겸비한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학과 졸업 후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고 업무환경도 애매하다고 느꼈다. 임금도 지금 대학을 나오면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학쪽은 대학 네임밸류와 상관없이 개인의 프로젝트만 갖고 판단한다”라고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한 이유를 밝혔다.인하대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4학년 신씨는 “경영학을 배우기 때문에 나중에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기획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더 경쟁력 있는 개발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고려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한씨는 다음 학기부터 소프트웨어공학과를 복수전공 할 계획이다. 그는 1학년 때 스타트업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 한 씨는 창업의 도구로써 소프트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한 학기를 휴학하고 학원에 들어가 백앤드(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서버 측 개발 분야) 공부했다.
“앞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말고도 창업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창업이 제일 현실적인 분야가 소프트웨어 쪽이라고 생각했다.”컴공 수업에 복수전공 문과생 70% 넘기도문과생들은 문과 전공에 학문적 흥미를 갖고 있어도 취업이 어렵고, 이공계열에 비해 연봉도 낮기 때문에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등을 선택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이나 데이터분석이 가능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이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대학이 이같이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같은 공대계열의 복수전공 수요 폭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과의 강의실은 포화상태다.문의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학기 전공필수 수업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복수전공생을 위한 분반이 따로 만들어졌다”며 “수강생 95명 중 70%가 문과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컴퓨터공학과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매 학기 3~4개씩 전공과목의 분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익명을 요청한 서울 지역 사립대의 한 교수는 “복수전공생 혹은 전과생의 컴퓨터공학과 수요가 늘다 보니 수업 운영에 굉장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동일한 교수, 조교, 강사 인력으로 학과를 유지하고 있다. 제한된 인력으로 배로 많아진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이 교수는 “문과만 전공하는 것보다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을 하면 취업할 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결국 자신이 얼마나 프로그래밍 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우후죽순 개설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
2019~2022 한국대학 융합교육 현황
융합학과 신설과 폐과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에 개설된 융합학과가 이듬해엔 절반 정도가 폐과됐다. 이는 정부 사업 수주와 외부 평가 등을 위해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융합학과 신설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대영 가천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간한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에 실렸다.융합학과는 2000년대 들어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융합전공, 연계 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기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2011년 융합교육정책을 도입했으며, 2017년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대학들이 과거보다 쉽게 융합전공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융합교육 유형은 △복수학과가 융합전공 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유형 △단일학과 및 학부 내에 융합전공이 개설되는 유형 △복수의 융합학과로 융합대학을 설치한 유형 △여러 학과의 연구를 융‧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소 유형 △대학들이 연합한 공유대학 형태 등이 있다.신설·폐과 빈번, 혼돈의 융합학과
융합학과 수는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동시에 폐과 숫자도 늘었다. 오 교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과 전문대학 융합학과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개설 융합학과의 수는 2019년 903개에서 2020년 1천170개, 2021년 1천309개, 2022년 1천392개로 늘었다. 그런데 폐과 숫자도 2019년 337개에서 2020년 398개, 2021년 542개, 2022년에는 722개로 늘었다. 개설학과 수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0년 29.6%, 2021년 11.9%, 2022년 6.3%로 급격히 떨어진 반면 폐과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0년 18.1%, 2021년 36.2%, 2022년 33.2%로 커졌다.특히 전년도의 개설학과 가운데 폐과된 학과의 비율은 2020년 44.1%, 2021년 46.3%, 2022년 55.2%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전년도에 있던 융합학과의 절반 정도가 폐과됐다. 오 교수는 “대학의 융합학과는 신설과 폐과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혼돈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설융합학과 증가율은 둔화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높아져 융합학과 거품이 걷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공대, 융합학과의 60% 차지계열별로 융합학과 개설 현황을 분석하면 공학계열이 6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융합학과 계열별 비율은 공학·인문사회〮자연과학·예체능·의학 순이었다. 인문사회계열은 17.7~20%이고, 자연과학은 매년 11%대였다. 예체능은 7~8%였고, 의학은 1% 미만으로 매우 적었다.
오 교수는 “매년 공학계열이 60% 안팎으로 많았지만, 공학 계열의 비중은 매년 줄고 인문사회 계열의 비중은 증가했다. 공학 계열이 주도하던 융합학과가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로 확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소분류 기준으로는 매년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컴퓨터공학 등 IT 분야 학과가 가장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인공지능(AI) 공학이다. 2019~2022년에 고등교육기관들이 개설한 융합학과의 이름은 총 1천358개다. 이중 ‘AI’와 ‘인공지능’이 들어간 학과는 150여 개로, 인공지능이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분야가 융합교육이 활발한 분야로 부상한 것이다.인문사회 계열에서는 경영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경영정보학, 문화・민속・미술사학, 영상학 분야에 많았다. 예체능 계열에서는 디자인, 체육 등의 학과에서 융합교육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실용 학문을 중심으로 융합학과 개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융합학과, 현장・학생 중심으로 개편 필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융합교육의 문제점을 크게 2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융합교육이라는 간판을 내세웠지만, 실제 내용은 융합교육이 아닌 경우다. 오 교수는 “대학이 치밀하게 준비해서 만들기보다는 학생모집과 학교홍보 등을 위해 시대 조류에 편승하거나 정부사업 수주, 외부 평가 등 외부적 요인을 위해 졸속으로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두 번째는 매년 개설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의 상황이다. 개설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둔화되는 반면 폐과되는 학과의 증가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융합학과가 많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학과 간 높은 장벽, 대입 준비용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융합적 교육 설계에 필요한 학습역량의 부족, 대학의 행정, 재정 지원의 미비 등을 꼽았다.오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정부와 대학 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적, 정책적 지원과 융합연구에 대한 개방적,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융합교육 과정이 학습자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게 편성돼야 한다”며 “현장과 연계된 실제 문제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현장‧학생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학의 학과중심주의 문화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계명대학교디지털 시대 신질서, AI 젠더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교수신문 공동기획
젠더혁신, 연구와 삶을 바꾸다 ③최근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별 편향을 줄이는 젠더혁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젠더(gender)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생명 분야는 물론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산업현장·생태계 등에서도 젠더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교수신문은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 소장 이혜숙)와 공동으로 총 5회에 걸쳐 과학기술과 산업현장 등에서 젠더혁신의 중요성과 동향,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해보는 연재를 마련했다.① 기초 뇌과학과 젠더혁신
② 임상의학과 젠더혁신③ 인공지능(AI)와 젠더혁신④ 산업현장과 젠더혁신⑤ 지속가능발전과 젠더혁신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글로벌 핫이슈다. 기존 AI보다 진일보한 대화 능력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성은 물론 전문적인 로스쿨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하며 AI 시대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학생들이 챗지피티로 쓴 연구 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챗지피티가 저자로 등장해 4편의 논문이 출판된 것을 보면 향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챗지피티 만이 아니다. 기계번역과 음성인식, 자율주행 등 다양한 AI 기술도 빠르게 확산·활용되고 있다. 질병 진단과 건강관리를 돕는 AI 의사와 법률자문에 나선 AI 변호사, 최적의 패턴을 읽고 예측하는 AI 트레이더는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인 전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오해하지만 이면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사회적 편향을 확산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됨에 따라 젠더 혁신을 통해 공정한 AI 개발을 추진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출발은 AI 젠더혁신이 여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방향이라는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다.전 세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19년, 영국의 디지털원격의료 전문기업 바빌론 헬스는 AI 기반 건강 챗봇을 출시하며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영국심장“AI 젠더균형은 기계적으로 성비를 50:50 나누는 것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삶, 행복, 직업 등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AI 젠더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지금까지 AI 편향성이 데이터 확보와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었다면,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의 등장은 사회적·법적·환경적 안전성에 대한 편향성 극복이 화두다.”
이건명 충북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재단이 가상의 59세 남녀 흡연자 두 명을 비교 테스트한 결과 젠더 편향성이 확인됐다. 성별을 제외하면 음주 등 생활 습관, 팔의 저림과 갑작스러운 흉통 및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증상이 동일했지만, 남성의 경우 심장마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여 응급실을 찾도록 권고한 반면, 여성에게는 우울증이나 공황발작에 따른 증상으로 진단을 내리고 가정의를 만나라고 조언한 것이다. 이는 AI가 심장질환을 남성질환으로 간주하여 과거 여성 심장질환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임상데이터로 학습한 결과이다.
이건명 충북대 교수(소프트웨어학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AI가 데이터에 기반하여 편견 없는의사결정을 한다고 인식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가질 수 있는 편향과 주관성을 배제하고 가치중립적인 판단을 통해 채용과 승진 평가 등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AI를 제시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데이터의 ‘젠더 편향’ 극복해야아마존이 2017년 채용 AI를 도입했다 폐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채용 AI 개발에 사용한 학습용 데이터 대부분이 남성 구직자의 지원서였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한 AI는 남성 우호적 경향을 보였다. 미국 법원이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 예측에 사용해온 AI 컴퍼스(COMPAS)는 백인의 재범률은 실제보다 낮게, 흑인의 재범률은 높게 분석한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컴파스 개발사는 컴파스가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그보다 앞선 2015년에는 ‘구글포토’ 카메라 앱이 흑인 여성과 남성을 고릴라로 판단하며 AI의 공정성 논의를 촉발시켰다. 2018년 국제학술지 『기계학습연구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백인 남성의 얼굴을 판별 시 오류율이 0.3%에 불과하지만, 흑인 여성 판별 시 오류율은 35%에 달한다. 이 역시 백인 남성 얼굴 이미지가 많이 포함된 데이터로 학습한 AI에서 발생한 편향 문제이다. 이처럼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편향된 데이아마존의 채용 프로그램은 남성에게는 별 5개, 여성에게는 별 1개를 주는 경향이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이 2018년에 보도했다.
사진=가디언터로 만들어진 AI는 부정확하고 편향성을 피하기 어렵다.
AI 분야 종사자 과반수는 남성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와 OECD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데이비드 위니코프(David E. Winickoff) OECD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수석정책분석가는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여성이 수적으로 적은 데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고위직으로의 승진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의 IT분야 전문잡지기계학습은 기본적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지식,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고 이것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과거의 데이터일수록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편견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AI 학습에 사용되는 과학적 데이터의 젠더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AI 젠더 균형, 기계적 성비 맞춤 아니다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EU와 OECD, IEEE,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 단체들도 보다 공정한 AI 개발을 위한 사회적 합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1년 11월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AI 윤리 권고를 상정하고, 각 회원국들이 실현가능한 방식으로 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촉구하였다.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의 핵심은 정책 행동에서 ‘윤리 영향평가’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AI 젠더균형은 기계적으로 성비를 50:50 나누는 것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라며 “삶, 행복, 직업 등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포괄적인 논의와 협의를 바탕으로 AI 젠더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외국이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젠더혁신을 추진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는 법제도 중심의 규제정책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며 “사회문화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디지털 신질서가 구축될 때 첨단 기술과 사회 발전을 위한 명쾌하고 선도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창 인기를 끌고있는 챗지피티에게 “John Doe를 괴롭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적절한 질문을 하면 “나는 도움이 되고 유익하며 정중한 답변을 제공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나의 목적은 윤리적, 도덕적 기준을 준수하면서 인간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인간을 돕고 소통하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챗지피티도 편향이나 공정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의가 대두된다.이건명 충북대 교수는 “지금까지 AI 편향성이 데이터 확보와 그에 따른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었다면, 챗지피티와 같은 대화형 AI의 등장은 사회적·법적·환경적 안전성에 대한 편향성 극복이 중요한 화두이다”라고 부연했다. AI의 강화학습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표성에 따라 AI의 학습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사회·경제·과학 전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가 젠더혁신을 바탕으로 각종 편향을 줄이려고 노력한 AI 모델을 도입하고 공정한 사용을 강조한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AI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김봉억 기자 bong@kyosu.net군산대학교계급 본질주의 넘어 사회적 ‘구조·관계’를 사유하다
알튀세르 ‘자본을 읽자’의 의미
1965년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는 현대 마르크스주의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두 권의 책 『마르크스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를 출간한다. 『마르크스를 위하여』가 알튀세르 자신의 논문집이라면, 『자본을 읽자』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그가 제자들과 함께 개최했던 『자본』에 관한 공동 세미나의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현대 철학의 거장이 된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랑시에르, 피에르 마슈레 등과 같은 제자들이 약관 20대의 나이에 공저자로 참여했다.알튀세르의 이론적 슬로건 ‘마르크스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는 무엇보다 이론적 반(反)인간주의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재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뒤 국제 마르크스주의에서는 탈스탈린주의 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론적으로 이것은 청년 마르크스의 저작에서 마르크스 사상의 본질을 찾으려는 운동으로 표현됐다. 청년 마르크스의 저작에는 후기 저작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마르크스 사상의 인간주의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그 핵심은 소외론이었다. 왜냐하면 소외론은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인간 노동력의 착취와 인간성의 상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마르크스주의는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에 맞선 인간 해방의 사상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주기 때문이다.불완전·불균등한 마르크스주의 고치기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런 생각에 맞서 알튀세왼쪽부터 알튀세르와 그의 제자들인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랑시에르, 피에르 마슈레이다. 이들은 현대 마르크스주의의 정점에서 ‘자본’을 해석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인간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작용으로 규정되는 역사 속의 주체이며, 따라서 역사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인간이 아니라 구조와 그 모순을 설명해야 한다.”
르는 마르크스의 사상에는 인식론적 절단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 사상은 청년기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것이 아니었으며, 연속성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은 『자본』 같은 후기 저작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알튀세르는 『자본』을 완전무결한 저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절단을 이룩한 이후에도 마르크스 사상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불완전하고 불균등한 상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내에서 스탈린주의나 인간주의 같은 여러가지 이론적 편향들이 발생하며, 다시 이는 정치적 오류 및 마르크스주의 자체의 위기를 낳게 된다. 따라서 알튀세르가 보기에 불완전한 상태로남겨진 마르크스 사상을 개조하고 좀 더 완전한 상태로 발전시키는 것은 이론적이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과제였다.
『자본을 읽자』에서 알튀세르와 그의 제자들은 『자본』을 해석하는 혁신적인 독법을 보여주었으며, 새로운 개념들을 제안했다. 그들의 매력적인 독해는 당대 파리의 지성계를 지배했으며, 곧바로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갔다.예컨대 ‘증상적 독해’라는 개념이 그들의 독법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이 개념은 읽기의 두 방식을 대비시킨다. 하나는 ‘시각’에 기초를 둔 읽기이다. 읽는다는 것은 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이며, 얼마나 정확히 읽는가는 읽는 사람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반면 증상적 독해는 가시적인 것은 비가시적인 것을 전제하며, 비가시적인 것을 배제함으로써만 가시성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읽기를 뜻한다. 이렇게 보면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읽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하며, 읽음은 읽지 않음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애덤 스미스를 필두로 한 고전 정치경제학에서는 ‘노동력의 가치’를 ‘노동의 가치’로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그들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관점을 전제로 하는 잉여가치 개념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구조적 인과성과 역사유물론『자본을 읽자』에서 알튀세르와 그의 제자들은 이론적 반인간주의의 입장을 표명한다. 곧 인간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작용으로 규정되는 역사 속의 주체이며, 따라서 역사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인간이 아니라 구조와 그 모순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당대의 유행사조였던 구조주의 방법론을 마르크스 해석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알튀세르는 『자기비판의 요소들』(1974)에서 “우리는 구조주의자들이 아니라 스피노자주의자들이었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발리바르는 『자본을 읽자』 3판 서문에서 당시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스피노자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공산주의 정치”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사실 오늘날 현대철학계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은 마르크스 사상을 재해석하기 위해 알튀세르가 활용했던 스피노자주의가 지극히 혁신적이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알튀세르는 데카르트에서 발원하는 기계적 인과성, 라이프니츠와 헤겔에서 나타나는 표현적 인과성과 구별되는 스피노자 철학의 구조적 인과성이야말로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인 범주라고 주장한다. 기계적 인과성이 개체들 사이의 외재적 관계만을 설명하고, 표현적 인과성은 부분들을 전체로 포섭하는 데 반해, 구조적 인과성은 구조라는 것이 자신의 부분들 바깥에 있거나 그것을 초월하여 존재하지 않고 그 부분들에 내재해 있음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조적 인과성 개념은 탁월한 관계론적 사유를 보여준다. 이 개념은 하나의 중심이나 기원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전체를 어떻게 하나의 전체로 포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은 스피노자 철학을 관계론적으로 재해석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계급 본질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관계의 복합성을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자본을 읽자』는 이미 30여 년 전에 우리말로 소개된 적이 있지만, 당시 번역본은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글만을 수록한 영역본을 중역한 책이었고, 번역의 질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 번역되는 책은 알튀세르와 그의 제자들의 글을 모두 수록한 완역본으로, 원 저서의 풍부함과 복합성, 그리고 저자들 사이의 내적 갈등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제 우리가 ‘을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알튀세르를 읽을 차례다.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연세대에서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을의 민주주의』,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등의 책을 썼으며, 『마르크스의 유령들』, 『스피노자와 정치』, 『불화: 정치와 철학』 등을 번역했다.
‘지역’과 만난 비평…선두에서 문학을 이끌다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을 열며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은 1980년 전후로 비평 활동을 시작해 한국문학의 중심과 변화를 견인해온 1950년대생 비평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강단 비평의 성격이 두드러진 한국문학 비평에서 최근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했거나 정년을 앞둔 비평가들이 연구 대상이다. 1952년생인 권오룡부터 1959년생인 한기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비평가가 해당되는데, 한정된 연구 기간과 발표 지면의 제한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이들 가운데 16명을 우선 연구 대상으로 삼아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연구포럼은 월례발표회, 비평가와의 대화, 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식으로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부산 지역 독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인데,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비평가 연구포럼을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포럼의 주체인 <오늘의 문예비평>을 중심으로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부산대 여성연구소를 비롯한 학계, 부산작가회의, 고석규비평문학관 등 지역의 문학 관련 단체 등과 협력하여 지역 인문학 운동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생산된 성과물은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에 게재하고, 연말에 2권의 공동비평집으로 출간해 앞으로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의 기초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연구포럼의 목적이다.“1980년을 전후로 등장한 195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시와 소설의 뒤에서 머무는 차원이 아닌 시와 소설을 앞에서 이끌고 가는 문학 담론으로서 비평의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르적 독립 이뤄낸 ‘비평’
한국문학에서 ‘비평’의 자리와 역할은 시, 소설과 같은 작품의 영역 뒤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래서 그 자체의 장르적 독립성이 인정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3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비평의 장르적 분화가 체계화되기 시작했고, 식민과 해방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지는 카프(KAPF: 사회주의 문학단체) 이후 한국문학 비평의 역사적 흐름이 문학사적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1960년 4월 혁명을 전후로 등장한 194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순수참여론, 민족문학론, 민중문학론 등 1970~1980년대 비평 담론이 논쟁적으로 제기되면서 비로소 ‘비평’은 장르적 독립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평사의 전통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 한국문학 비평은 연속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쟁점을 계속해서 생산해 나갔고, 1980년을 전후로 등장한 1950년 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시와 소설의 뒤에서 머무는 차원이 아닌 시와 소설을 앞에서 이끌고 가는문학 담론으로서 비평의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문학 비평사는 1940년대생 이전 비평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KAPF-일제말-해방 전후-한국전쟁 그리고 1960년 4월혁명 이후 산업화 시대에 이르는 비평 담론의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비평사 연구는 다음 세대인 1950년대생 비평가들이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에 보여준 비평의 토대와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비평 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담론화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한 사람의 작가가 문학사적 연구의 대상으로 편입되는 데 50년 전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학계 일반의 인식을 염두에 둘 때도, 1950년대생비평가들의 비평적 출발이 1970년대 중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평사적 논의가 시작될 시점에 이르기도 했다.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은 이러한 비평사의 흐름을 토대로 1940년대생 비평과 1960년대생 비평가를 이어주는 비평사의 연속성과 차별성을 1950년대생 비평가의 비평 세계를 통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주된 목표를 두고자 한다.
비평가 전유물 넘어 생산적 독자 만들기이번 포럼을 주관하는 주체는 부산 지역에서 발간되고 있는 비평전문지 <오늘의 문예비평>이다. 1950년대 전후 비평의 세 가지 양상 가운데 한 지점인 고석규를 시작으로 한국 시론 연구사의 획을 그은 김준오의 비평적 세례를 받고 성장한 부산의 지역비평은 한때 부산을 비평의 도시로 불리게 할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영향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는 30여 년 넘게 비평전문지의 역할과 위상을 이어가고 있는 <오늘의 문예비평>이 있어 가능했다. 여전히 비평은 비평가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생산적인 독자의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소수의 영역 안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지역이라는 열악한 토대 위에서 비평전문지를 30년 넘게 지켜내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비평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함께 모색하면서 한국문학 비평의전통과 현재를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지역에서 새로운 비평가를 육성함으로써 세대를 넘어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이번 포럼은 그동안 <오늘의 문예비평>이 견지해온 이러한 비평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생산적인 비평 운동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비평을 연구하거나 혹은 비평가를 지망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대학원생, 문인, 독서전문가, 일반 독자들과 포럼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적인 비평 독자의 자리를 넓히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특히 남송우, 황국명, 구모룡 세 비평가와 함께 하는 「비평가와의 대화」는 중심의 논리에 편승하지 않고 ‘지역과 비평의 관계’에 대한 이론과 실천 비평을 모색해온 비평가와의 직접적인 대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여성’이라는 문제의식을 집중적으로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부산대 여성연구소와 협업하는 김정란, 정효구 두 비평가에 대한 논의도 아주 특별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비평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의 공부 모임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도록 하는 학문후속세대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이번 포럼은 지역의 다양한 시선을 한데 모아 한국문학비평사를 다시, 새롭게 쓰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상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부산대 국어국문학과에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늘의 문예비평>, <비평과 전망>, <내일을 여는 작가>, <작가와 사회>, <신생> 등에서 편집위원 및 편집주간을 역임했다. 현재 한민족문화학회 회장과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인 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과 매체의 비평전략』, 『서정의 미래와 비평의 윤리』, 『상하이 노스탤지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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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 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대학 개혁, 지역과 함께 성장 위해 가장 중요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1!!2년 창간 이후,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며 심도 있고 건설적인 논의로 대학과 교수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또한, 고등교육 정책의 추진 방향에대한 조언자로서, 한국 지성사회의 정론지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위기,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사회․경제 변화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대학 또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외국 대학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교육부는 올해를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의 3대 과제를 중심으로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학 개혁은 대학-지역-산업의 선순환체계를 마련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명제입니다. 대학이 지역사회‧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개혁,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대학 집중 육성 등 통합 지원을 해 나가겠습니다.
복잡다단한 공동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협력하여 해결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밀물은 모든 배를 들어 올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 지역사회, 중앙부처가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우리는 대변혁의 큰 파고를 넘어 글로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교수신문’이 대학과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미래인재 양성에 지속적인 관심 가져주시길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함께 하는 지성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미래인재 양성의 중추인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 경제·산업·사회·문화 발전의 기초가 되는 인적·물적 자원
의 집약체인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지역 발전과 활성화라는 과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내용, 교육방법, 학사구조의 혁신 및 고등교육 체제 개편 등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챗GPT 시대에 다양한 교육모델 창출과 대학 교원의 역할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이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비판적 사고 등 ‘생각하는 힘’과 함께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력 등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풍부한 감성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야 합니다.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학이 교육·연구활동 혁신과 사회 기여라는 발전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학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앞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와 비전을 만드는 데 교수님들과 교수신문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장제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선도하는 정론 되길대학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전문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30년 동안 고등교육과 학술 전문 정론지로 대학과 국민, 정부 사이에서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고등교육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정착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 온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 우리 대학들은 입학자원 감소, 지방대 소멸 위기 등의 문제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뉴노멀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미래인재 양성을 위하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학 혁신과 고등교육 발전을 능동적으로 주도하며,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이뤄내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앞으로도 산적한 현안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하여 관련 법과 제도, 평가방식,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교수신문도 학문의 자유와 지성의 확장,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혁신적인 미래형 대학의 진일보에 필요한 조언과 다양한 제안을 지속해주기를 바랍니다.지난 31년 동안 대학교육 발전을 위해 정론을 펼쳐 온 교수신문에 깊이 감사드리며, 대학 혁신과 발전을 선도하는 정론지로서 더욱 힘차게 도약하기를 기원합니다.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숙명여대 총장)
‘디지털 교육’으로 대전환을 시작합시다1992년 창간 이래 한결같이 대학 사회의 정론지 역할을 수행해 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은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같은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만이우리 대학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유례없던 코로나19와 에듀테크의 발전에 힘입어 대학교육 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등장하여 사회 전 분야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는 그 변화의 속도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들은 기존의 ‘아날로그식 교육’에서 ‘디지털 교육’으로 대전환을 시작해야 하며,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대학의 생존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올해 5월, 출범 1주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정책은 한층 속도를 낼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학규제개선은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리 협의회에서는 골든타임 안에 글로벌대학으로 변혁과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회원대학 간 구심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교수신문이 ‘함께하는 지성’으로 대학과 함께 미래 교육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재정위기 넘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 민주주의, 교권과 학습권, 그리고 지성과 교육 정의, 정론을 위해 헌신해온 교수신문의 자랑스러운 31년 역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위기입니다.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급감에서 비롯된 재정난으로 많은 대학들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의 현 재정위기가 ‘교육의 질 위기’로,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될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생존의 위기 앞에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대학 민주주의
와 지성의 탑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휘감고 있는 포스트 팬데믹 전환과 4차 산업혁명도 대학이 헤쳐가야 할 또다른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대학은 미래세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결국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한편 재정위기를 헤쳐가면서 다른 한편 고등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획기적인 타개책을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대학사회의 집단지성과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지난 31년, 대학 민주주의와 지성의 보루로 역사적 책임을 감당했듯이 교수와 대학이 함께 헤쳐가야 할 중차대한 도전과 시련 앞에서 교수신문의 혜안과 역할을 기대합니다.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학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대학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명을 다해 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교수신문은 1992년 창간 이래로 교육 대표 정론지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교육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등교육 위기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해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 발전과정에 대학은 매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높은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인구감소와 기술 변화는 고등교육에 새로운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맞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깊이 고민하여 더욱 발전하고 혁신적인 미래를 그려야 합니다.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명제에 이제 국내 대학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국회는 대학이 스스로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대학의 동반자로 함께했던 교수신문이 대학의 발전과 혁신을 위해 지금과 같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저도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다시 한번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건설적인 조언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대학 혁신 여론을 선도하는 정론지 역할을 다하며 더욱더 힘차게 도약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대전환 시대의 대학·교수 역할, 공론장 펼치길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통상 30년을 한 세대로 본다면, 창간 31주년은 성년기에 들어선 교수신문이 맞는 첫 생일이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교수신문이 활동했던 한 세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이자, 탈냉전의신자유주의 시대라 지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화와 세계화를 진전시켰던 한편 불평등의 심화라는 결과도 초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 다가올 한 세대는 대전환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대전환기에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디지털 전환입니다. 챗GPT가 보여주듯,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지식정보 세계를 일변시키고 있습니다.
대전환기의 또 다른 특징은 기후위기와 인구감소이며, 이는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한편, 대전환기는 미·중 패권 갈등을 필두로 글로벌 차원의 국제질서 재편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며, 이는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그렇다면 향후 교수신문의 활동은 과거 시기가 남겨놓은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는 한편 더욱 주요하게는 대전환기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대학과 교수의 역할이 무엇인지, 학문과 지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교육 담론을 이끌어가는 역할 기대한다변화와 개혁 속의 대학 사회를 대변하는 교육 정론지 교수신문의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1992년 4월 창간호를 발행하며 한국 지성사회의 좌표를 제시하고 깊이와 쟁점이 있는 담론의 장을 펼쳐왔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은 사회의 여러 변화 속에 다양한 교육 의제들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 우리 전문대학은 국민과 함께 현실을 고민하고 고등직업교육을 통한 희망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자 합니다.앞으로 전문대학 구성원들은 더욱 성숙한 비전과 희망의메시지를 키워나가고 이를 힘차게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배웠고 그 지식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또 그렇게 변해야 합니다. 이런 비전의 실현과 실천을 위해선 대학 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의 관심과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심층보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전환 시대, ‘함께 하는 지성’으로 우리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길 기원합니다.대한민국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하는 전문대학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사례가 올바르게 노출될 수 있는 교수신문의 취재보도들을 기대해 봅니다.이진숙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충남대 총장)
미래사회를 위한 지혜의 샘이 되기를깊고 건강한 ‘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992년 창간한 정론직필의 교수신문은 교수사회를 대변하며 대학과 교육에 대한 냉철한 비판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30년간 학문의 자유와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교권 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이라는 창간 정신 실천을 위하여 쉼 없이 달려 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의 정론지라는 자리에 와있습니다.
대학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도래에 따른 교육·연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변화, 정부의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등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공동체로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 명실상부 ‘한국지성의 정론지’인 교수신문의 냉철한 비판 정신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등대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창간 31주년을 맞는 교수신문은 단순한 정보와 소통의 차원을 넘어 범지성 사회의 발전과 융합을 선도하는 매체로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다시 한번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지난 30년 역사를 토대 삼아 향후 30년, 50년을 넘어 100년 매체로서 앞으로도 최고 지성인의 공론의 장, 사람과 사람의 소통의 장이 되는 동시에 미래사회를 위한 지혜의 샘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신선한 충격이었던 창간…정론지로 더 중요한 역할을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은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가던 과정에 창간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게 되었지만, 아직 민주주의는 안정적으로작동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 ‘한국 지성사회의 정론지’를 자임하며 교수신문이 창간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교수신문 읽기는 대학 생활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학계의 새로운 동향 소개, 논쟁 정리, 날카로운 칼럼 등은 무뎌져가는 사회의식을 붙들어주는 단단한 끈이었고, 올해의 사자성어는 촌철살인의 매서운 비수와도 같았습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의 전개와 서적 발간은 신문사의 외연을 넓히는 의미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창간호에 짧은 글을 쓴 인연이 있어서인지, 저에게 31년이라는 숫자가 꽤 무겁게 다가옵니다. 사실 창간될 때는 “이 신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30년 세월을 훌쩍 넘어선 모습을 보며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동안 사회와 시대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려고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은 교수신문의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교수신문이 지성사회를 이끌어가는 정론지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함께 하는 지성’의 미래를 만들어주시길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30년 넘게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헌신을 기울여주신 이영수 발행인과 이덕환 편집인, 편집국과 모든 집필진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 교수신문은 이덕환 편집인을 중심으로 ‘인문정신’과 ‘과학정신’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론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 장벽을 허물어 우리 사회 지식의 깊이를 한층 더하는 ‘함께 하는 지성’의 미래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교수신문의 창간정신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입니다. ‘함께 하는 지성’을 위해 항상 되새겨야 할 지점입니다. 특히 고등교육정책과 학술, 사회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교수, 연구자, 학문후속세대, 학생들과 함께 대전환의 시대,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은 어렵지만 소중합니다. 성숙한 대학문화와 교수들의 전문적 권위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학술정보와 학술문화를 북돋고, 지성사회의 변화와 쟁점을 적확하게 짚어나가 주시길 바랍니다.지금 우리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위기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서 있습니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나아가고, 분리에서 화합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교수신문이 집단 지성의 역량을 모으는 데 이바지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대학지원체제 3원칙을 제안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국·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대학이 재정위기에 처해있으며 대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데는 어느 누구도 이론이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인 ‘대학지원체제의원칙’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년 가까이 13차례 발의만 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되지 못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입니다. 사교련은 ‘대학지원체제의 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①대학설립 주체와 목적, 편제와 규모,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원칙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②국립대는 국가가 설립한 것이므로 그 모든 지원과 관리 책임이 국가에 있습니다. 따라서 국립대는 국가적 차원의 발전 전략에 입각해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합니다.③사립대도 대학교육의 보편화에 따라 국가가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립대에 대한 지원에는 대학법인에 대한 평가가 전제돼야 합니다. 법인평가 결과에 따라 건실한 법인에게 최대한의 자율성과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이 3원칙은 매우 초보적인 원칙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정부와 대학 운영진,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 꾸준한 토론과 합리적인 세부방안의 도출이 필요할 것입니다.선재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평택대)
학문후속세대 재생산·교육기회 균등권 공론장을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고등교육 주체인 교수의 연구, 교육, 봉사에 관한 공론장을 꾸준히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특히 민교협과 공동으로 연재한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학문후속세대의 살아있는공론장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교수연구자 안에서의 차별로도 학문후속세대 재생산이 심각하게 어려운 현 상황에서의 연재라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에 천착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학문후속세대가 가슴을 펴고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고등교육의 주체인 교수연구자가 건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후속세대 재생산이 어려운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해서도 공론장을 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헌법 31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기회 균등 추구의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지역과 부모의 형편에 따라 교육기회 균등 추구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교수신문은 교육기회 불균형에 관한 공론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장기적인 기획이 아닌 단편적인 발언이 많았다고 판단됩니다. 교육기회 균등권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권입니다. 예견된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근본적인 교육기회 균등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만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박중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전남대)
지성인의 정론지, 차별 없는 대학을 향해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교수신문 기자와 편집국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신문은 그동안 한국 지성의 비판적 정론지로서 대학교육과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해왔습니다. 대학 교육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경종을 울렸고, 폐쇄적 대학 강단을 질타했습니다. 사유화 된 대학 권력이 교수와 학생의 정신을 억누를 때마다 대학의 본령은 오직 ‘학문’이며, 그 빛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운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교수가 선민(選民)과 특권(特權)에 빠지지 않고,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선을 자기 양식으로 삼아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도록
질책해 왔습니다.
교수신문이 발표해왔던 ‘올해의 사자성어’ 중의 하나가 군주민수(君舟民水)입니다. 시민들은 이를 촛불의 자부심으로 마음에 새기고 자신들을 역사의 한 가운데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교수신문은 바로 그 순간, 다시 한번, 교수들만의 신문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양심의 횃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 정신으로 전진해주길 기대합니다.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도 교원으로서의 차별 없는 대학을 건설하고, 대학 강사의 권리를 증진하는데 교수신문과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성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 한국 지성의 정론지로 더욱 힘차게 발전해나가기를 기원합니다.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사학연금 50년,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합니다한국지성의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항상 교수신문을 아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들과 교수신문을 지탱해주는 교수님들께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교수신문의 창간 정신인 학문의 자유와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 제공과 대학문화 창달,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거울삼아 1992년 ‘한국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여 대학과 지성사회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변지로 자리 매김하여 오신 점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드립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교수신문의 31년 역사 속에서 키워온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술정보와 학술문화를 북돋고, 지성사회의 변화와 쟁점을 짚어나가는 등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교수신문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원칙에 입각하여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적절한 급여제도를 확립함으로써 교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아울러 2024년 1월 11일은 사학연금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지금까지 사학 교직원 여러분들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것처럼 앞으로의 50년도 힘차게 준비하는 공단이 되어, 명실상부 100세 시대 최고의 연금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
교수신문, 더욱 빛을 발할 시기가 도래했다임금의 신임을 듬뿍 받는 관리가 있었는데, 장기간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 관리는 임금에게 알현을 청했고,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백주 대낮에 수도 한 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어찌 하실런지요?”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있습
니까? 낭설일 것이니 귀 기울일 필요가 없겠습니다.” “같은 일이 한 번 더 반복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럼 조사해봐야지요.”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럼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리는 가슴 가득 근심을 품고 길을 떠났고, 3년 뒤 사명을 완수하고 돌아왔는데, 임금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위 이야기는 2천여 년 전에 중국 사람들이 만든 우화이다. 뻔한 거짓말도 반복적으로 주입되면 사실로 믿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 없는 비방이나 허위 정보를 집요하게 퍼뜨림으로써, 성실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세상에 기여할 기회를 박탈해버리고, 사악하고 무능한 무리가 권력과 재화를 차지하는 일이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다운 언론’이라면, 불순한 의도를 들춰야 하고, 진실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다수의 이익이나 국가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사안에 대해서는 그에 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회피할 수도 있어야 한다.‘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글로컬대학, 라이즈’ 등에 관해 정부와 학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대학과 고등교육의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교수신문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믿는다.유진상 전국국공립대학 교수회연합회 상임 회장(창원대)
국립대학법 제정 위해 소통·협력 앞장서겠습니다존경하는 교수님 그리고 교수신문 애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현재 학령인구의 급감 등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 상황은 대학들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대학의 집행부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소통과 협력 속에서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국립대학법 제정 문제, 대학평가 문제, 대학재정 부족 문제 등 현안에서부터 대학구조조정,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등 중장기적 문제에 대해서 국교련과 국립대학 총장협의회, 더 나아가 사교련, 사립대 총장협의회, 교수노조, 비정규직 교수 등 모두 공조해 나가야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확신합니다.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재정지원과 학문의 다양성을 담보하여 건강한 지역발전을 지향하는 국공립대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당면 과제인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고등교육 단체들과 협치를 이끌고 국가교육위원회, 지방정부와도 소통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끌어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국가를 명품으로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학의 정상화일 것입니다. 국공립대학의 현실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실임을 명심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대학 전체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도록 국교련이 앞장서겠습니다.김일규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강원대)
고등교육은 기본권이자 공공재, 인식 대전환을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이 우리 대학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 라이즈, 글로컬대학 사업 등 최근 교육부가 일방적이고졸속으로 추진 중인 정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는커녕 서울 중심의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 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기반한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대전환입니다. 대학진학률이 70%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고등교육은 더이상 돈 있는 사람만 누리는 특권이 아닌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하고, 국립대는 물론 전체 대학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도 설립자의 사유재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인 ‘공공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의 공공성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교수사회를 대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온 교수신문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다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화를 위해 지난 20여 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전국교수노동조합도 교수신문과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국교통대)
지역 국립대 발전이 고등교육 공공성 살린다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교수신문은 지금까지 대학의 자유와 민주화 그리고 바람직한 대학문화를 위한 방향 제시, 균형 잡힌 정론과 비판적 직필로 대학을 밝혀온 등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오늘날 교수신문의 존재 가치와 노고에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은 큰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사회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사업 등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져있습니다.우리 교수·연구자들은 정부가 시장주의 대학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떠받칠 대학정책을 펴게 하도록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대안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언론도 정부가 불통의 일방적 고등교육정책을 중단하고 교수·연구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그 역할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역에 산재한 국립대학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곧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을 발전시키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최상의 방책입니다. 또한 그것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교수신문이 우리 교수·연구자들의 동지로서 함께 그 책무를 위해 싸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노태호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대전과기대)
지성사회 발전 이끌어가는 정론지 기대1992년 4월 창간부터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및 교권옹호를 대변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지방대학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면개정, ‘라이즈’ 및 ‘글로컬대학’ 사업 등은 지역대학의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과 건강한 학문생태계를 파괴할 것입니다.
또한 대학의 성격과 정책에 무지한 지자체의 역할에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이 아니라 국민과 교수 중심의 상향적이면서 우리교육환경에 맞는 교육제도와 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희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은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교수다운 교수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며, 많은 교수님의 지지와 협조를 바랍니다.대학의 민주화와 교권옹호에 앞장서 온 교수신문은 31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교수들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를 위한 대변인으로서 단순한 정보와 소통의 차원을 넘어 범 지성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정론지로써 거듭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28.3%가 지지하는 ‘글로컬대학’…“지방대 살리기, 자자체에 맡길 일 아니다”
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 인식조사
“지방대 살리기, 국가 책임 강화” 한 목소리‘지자체 주도’ 지원방식에 “대학 정치화”윤석열 정부는 대학 관련 국정과제로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허브 구축(83번) △이제는 지방대 시대(85번)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81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을 추진하며 올해를 교육개혁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교육개혁 10대 정책에 포함돼 있는 대학개혁 정책도 10개 정도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대학교수 622명이 응답했다.윤석열 정부의 ‘지방대 정책’은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의 혁신을 ‘지자체 주도’로 지역의 혁신·발전과 연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학 행정·재정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를 구축해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도 2025년부터는 라이즈로 통합한다.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글로벌 수준의 혁신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글로컬대학30은 라이즈의 핵심 고리다. 이 같은 정책으로 ‘지방대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에 대한 인식
<단위: %>대학개혁 정책 지지도 필요성 실현 가능성한계대학 퇴로 마련 66.1 73.9 53.6대학규제 완화 59.8 71.9 53.9전문대학 직업교육 강화 58.4 77.5 59.3대학평가 체제 개편 55.0 76.2 59.2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전면개정 47.8 64.9 44.5핵심 첨단분야 인재양성 47.7 65.3 54.1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35.7 50.8 45.8교육전문대학원 도입 31.1 39.9 29.1지자체에 대학 행정·재정지원 권한 이양 30.1 42.1 43.1글로컬대학30 집중 육성 28.3 42.0 39.0지지도=매우 지지+지지 / 필요성=매우 필요+필요 / 실현 가능성=매우 높음+높음지원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교수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교수들은 다른 대학개혁 정책에 비해 ‘지방대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낮았다. 정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도 낮게 평가했다. 라이즈 구축에대해선 35.7%, 지자체 권한 이양은 30.1%, 글로컬대학30 집중 육성은 28.3%가 지지한다고 했다.
교수들이 대학 경쟁력을 높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활성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의 위기를 중이주호 교육부 장관 ‘정책 추진 방식’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34.7%적절하지 않다24.6%보통이다21.7%적절한 편이다13.3%매우 적절하다5.6%앙정부가 책임을 맡아 지원하고, 지자체와 대학의 연계 강화를 통해 위기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자체에게 맡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지방대를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수도권 집중 심화, 지방대 고사 정책”교수들은 충분한 예산 확보 없이 추진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구지역 사립대 공학계열 A교수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예산 확보와 구체성이 떨어지는 졸속 행정”이라고 했고, 부산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B교수는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C교수는 “지방대와 지자체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학은 공공성과 국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본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지자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지자체의 조건에 따라 교육 차별화, 차등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지역별 재정자립도와 산업 여건이 다른 현실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D교수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비수도권대학은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글로컬대학이 블랙홀로 변해서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게 돼 경쟁력 제고 효과보다는 고등교육의 경쟁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경북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E교수는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교육자원의 편중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개혁방식이고, 단기간 성과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59.8% ‘규제 완화’ 지지…대학 자율성 기대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선 기대가 크다. 59.8%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며 ‘대학규제 제로화’를 선언했고, 규제 철폐를 위해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전면 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연말에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3월부터 시행 중이다.교수들은 ‘총 정원내 학과 신설과 정원조정 자율화’에 대해 가장 큰 호응을 보였다. 55.0%가 적절하다고 했다. 유휴 교육용재산을 수익용재산으로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43.6%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교지 내 수익용기본재산 건물 허용은 41.5%가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겸임·초임교원의 규모를 전체 교원의 1/3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19.1%가 적절하다고 밝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교수들은 ‘대학규제 완화 정책은 사학법인의 이익만 챙기는 정책’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57.8%가 동의했다. 교수들이 ‘대학규제 완화’ 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대학 자율성’ 확대 측면에서다. 그동안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 위주 정책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서울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F교수는 “출석체크 여부까지 통제하는 과도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며 “대학이 자율화될 때 비로소 대학 간 능력 차이도 분명해 지고, 이에 따른 개편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했다.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G교수는 “학생수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과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자율적 선택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내에서 다양한 직제를 개편하고 학과를 융합하거나 학생선발 방법 역시도 열린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H교수는 “타율적인 규제로 대학 구성원의 자존감과 동기 유발을 일으키지 못하면 효율적인 대학도 어렵다”고 했다.76.2% “대학평가 체제 개편 필요”대학평가 체제 개편은 55.0%가 지지했고, 76.2%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학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동안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대학평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다.충남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I교수는 “기존 대학평가가 규제 중심이라 급변하는 대외 여건에서대학의 성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고, 전북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J교수는 “평가 체제의 단순화와 대학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평가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59.3% “이주호 장관 추진 방식 부적절”지난해 11월, ‘돌아온’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거침없이 대학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했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만 보인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이주호 장관 취임 이후, 숨가쁘게 대학개혁 정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이주호 장관은 올해 1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대학개혁 정책을 제시했다. 지난 2월 1일 열린 첫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라이즈 구축과 글로컬대학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한 달이 지난 3월 8일 7개 라이즈 시범지역을 선정‧발표하고, 3월 16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을 공개했다. 지금 전국의 대학은 글로컬대학30 ‘혁신 기획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이주호 장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교수들은 59.3%가 부정적이었다.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34.7%,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24.6%였다.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교수들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업무 추진을 지적했다. 인천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K교수는 “현 교육 난맥상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처사”라고 했고, 부산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퇴임교수인 L교수도 “자율형사립고, 입학사정관제, 총장간선제 등 상당한 정책 실패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전북지역 사립대 인문계열 M교수는 “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무시한 성급한 졸속 추진”이라며 “무리한 인위적인 통폐합으로 인한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학문의 다양성과 지속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반면, 매우 적절하다(5.6%)고 평가한 교수들은 교육부 개혁과 규제 완화, 새로운 시도, 추진력을 이주호 장관의 장점으로 꼽았다. 강원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N교수는 “교육부 개혁을 외치고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없어야 대학이 산다”고 했고, 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O교수는 “이전 정부에 비해 적극적이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설문 응답자 분포
조사대상 : 전국 대학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 622명(명예·퇴임교수 포함)• 성별
남자 527명(84.7%)여자 95명(15.3%)• 연령30대 6명(1.0%)40대 65명(10.5%)50대 291명(46.8%)60대 225명(36.2%)70세 이상 35명(5.6%)• 설립별사립 448명(72.0%)국립 174명(28.0%)• 직위조교수 45명(7.2%)부교수 99명(15.9%)정교수 382명(61.4%)명예·퇴임 96명(15.4%)• 전공계열
인문 165명(26.5%)사회 197명(31.7%)자연 59명(9.5%)공학 110명(17.7%)예체능 37명(5.9%)농수해양 22명(3.5%)의약학 20명(3.2%)융복합 9명(1.4%)기타 3명(0.5%)• 유형별일반대 528명(84.9%)전문대 60명(9.6%)교육대 10명(1.6%)산업대 등 24명(3.9%)• 지역별수도권 270명(43.4%)비수도권 352명(56.6%)• 조사방법 : 이메일 온라인 설문조사
• 조사기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기간 : 2023년 3월 24일 ~ 30일• 표본오차 : ±3.92%(신뢰수준 95%)동의대학교66.1%, 지금 가장 중요한 정책은 ‘한계대학 퇴로 마련’
고등교육 현안 관련 대학·교수단체 요구 사항에 대한 ‘동의 비율’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사안별 ‘적절성’
55.0%총 정원내 학과 신설 및 정원조정 자율화43.6%유휴 교육용재산을 수익용재산으로 용도 변경 기준 완화41.5%교지 내 수익용기본재산 건물 허용31.0%임대 및 설립 주체가 소유하지 않은 건축물의 기준 완화24.3%수익용기본재산 확보 기준 폐지19.1%겸임·초임교원의 규모를 전체 교원의 1/3내로 확대※ 적절성=매우 적절+적절한 편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
평생교육 활성화20.4%전체 대학 총 입학정원 감축30.7%한계대학 퇴출35.5%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8.8%기타4.5%학령인구 감소 대안도 35.5% “한계대학 퇴출”
‘총 입학정원 감축’ 경북·충남지역 교수는 50%이번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 인식조사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한계대학 퇴로 마련’이 꼽혔다. 정책 지지도는 66.1%로 가장 높았고, 지금 가장 중요한 정책을 묻는 주관식 답변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됐다. 한계대학(부실대학)은 70회, 대학 자율성은 48회 언급됐다.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교수 35.5%는 ‘한계대학 퇴출’을, 30.7%는 전체 대학 총 입학정원 감축을 들었다. 평생교육 활성화 20.4%,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는 8.8%였다. 기타 의견은 4.5% 였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수도권 대학의 정원외 입학 폐지, 국가 재정지원 확충, 대학 무상교육 등의 의견이 있었다.“한계대학 퇴출, 대학교육 재정비해야”서울지역 사립대 인문계열 P교수는 “한계대학 정리 작업을 새로운 대학체계 구축을 위한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며 “대학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Q교수도 “생존 전략으로 대학을 경영하면 교육의 질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도 약해진다. 한계대학의 퇴로를 마련해 교육의 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사립대에서 퇴직한 인문계열 R교수는 “무엇보다 부실한 교육을 받게 되는 재학생의 피해가 없게 하고, 대학교육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 다만, 퇴로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선에서 면밀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교수들은 한계대학의 퇴로를 마련하지 않으면 공멸의 가능성이 크다, ‘좀비대학’은 신속히 퇴출해야 한다, 전체 인구수 대비 고등교육자의 공급과잉에 따른 산업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눈에 띄는 것은 서울지역 교수들과 비수도권 지역 교수들의 의견 차이다. 서울지역 교수들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 방안으로 ‘한계대학 퇴출’을 꼽은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41.6%였고, 두 번째로 평생교육 활성화(29.8%)를 꼽았고, 총 입학정원 감축은 15.5%였다.반면에 경북과 충남지역 교수들은 50%가 총 입학정원 감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고, 두 번째로 한계대학 퇴출(23% 내외)을 꼽았다. 한계대학 퇴출보다 총 입학정원 감축이 더 시급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구(45.8%), 부산(45.2%), 광주(43.5%), 경남(40.6%) 순이었다.현재 국회에는 한계대학 퇴로 방안을 담은 ‘사립대 구조개선’ 법안을 여야 의원 3명이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태규(국민의힘)·강득구(더불어민주당)·정경희(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지난달에 법안을 발의했다. 이태규 의원이 지난달 29일 개최한 ‘사립대 구조개선법’ 공청회에서 사학 경영인들은 법안에 자진폐교와 해산장려금 지급(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100분의 30 이내 범위)을 추가로 요구했고, 이 법안의 유효기간도 20년을 연장해 2042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 외에도 고등교육 현안과 관련해 대학가의 주요 요구사항에 대한 호응도 살폈다.‘등록금 인상 허용’ 75.3%가 요구70.2% “국립대학법·사립대학법 제정을”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31일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등록금 자율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대학 총장 39.4%는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대학은 등록금 자율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은 ‘법적 한도 내에서 등록금 인상 허용’에 대해 75.3%가 동의했다. 15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유다.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 제정 등 장기적인 학문정책과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0.2%의 교수가 공감을 표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62.6%가, ‘등록금 인상 관련 국가장학금 Ⅱ유형과의 연계 폐지’는 56.9%의 교수가 동의 의사를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상 제고와 역할 강화에 대해서도 53.1%가 동의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77.5% “전문대학 직업교육 강화 필요”
정책 필요성·실현 가능성 가장 높게 평가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 중 가장 필요하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고 본 정책이 ‘전문대학 직업교육 강화’였다. 정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교수들(77.5%)이 호응했고, 실현 가능성(59.3%)에 대해서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정책 지지도 측면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58.4%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622명 중 일반대 교수가 528명으로 84.9%를 차지한 걸 고려하면, 전문대 교수뿐 아니라, 일반대 교수들에게도 ‘전문대학 직업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교수들은 무엇보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 구분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반대는 학문·연구 중심으로, 전문대는 직업교육 중심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전문대 사회계열 S교수는 “전문대 직업교육을 강화해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고 적절한 대우를 해서 저출산, 지역소멸, 국가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사립대 인문계열 T교수는 “출산율은 낮아지고 국민 기대수명은 높아지고 있으며 사회는 급변하는 상황에서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교육, 재취업의 장이 열려야 한다”고 했다.부산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U명예교수도 “전문대에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명실상부한 직업인 양성이 우리 사회에 매우 필요하다”고 했고, 경북지역 국립대 V교수는“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과 재교육으로 개인이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을 국가가 무상으로,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7개 교수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지난 2월 9일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에서 총괄 발제를 맡은 김명환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서울대 영어영문학과)은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체제의 개편과 강화”라며 “그동안 4년제 사립대가 전문대의 영역을 침범했다. 지역의 4년제 일반대 중 한계‧부실사학은 지금 전문대의 교육목표에 걸맞은 체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 서로 충돌
한국교육학회,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긴급 진단‘공약→국정과제→집행’으론 안정적 추진 어려워“윤석열 정부는 위험 부담을 안고 일부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효율화 기조와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 간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정책 간 충돌 양상도 나타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권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도출하고, 교육부 장관은 이를 그대로 집행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그리고 안정성이 깨지고 정치적 편향으로 시대 부합성마저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한국교육학회는 지난 1일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긴급 진단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혁신전공)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계승과 단절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했고,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과)는 윤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절차의 특징을 진단했다.김성천 교수는 윤석열 교육부의 조직개편(고등교육실 폐지, 민주시민교육과 폐지)과 혁신학교 정책 폐지, 교육부공무원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 철회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봤다. 또한, 산업계 요구에 따른 수도권 정원규제 완화와 교육부가 주도했던 대학평가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인증평가로 전환한 조치에 대해선 나름의 새로운 경로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만 보인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위험 부담을 안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 간 충돌 양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문제도 짚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사퇴 계기가 된 유보통합과 교대 학생·교수의 반대 여론에 직면하고 있는 교육전문대학원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며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 장관만 보인다고 했다.김성천 교수는 발제 마지막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던지고 싶은 질문이라면서 “청와대와 교육부 장관에 의해 실행되는 교육개혁이 아닌 풀뿌리 시민·단체·학교·지역에서 함께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교육 과업은 무엇일까”라고 묻기도 했다.박 교수는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절차의 특징을 진단하며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을강조했다. 그는 먼저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급조하고,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권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도출하고, 교육부 장관이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으로는 교육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교육정책이 평등 기조에서 자유 기조로 급선회해 교육계가 다시 진통을 앓게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추진을 위해선 선거공약이 국정과제로 채택되고 교육부에 의해 바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심의·의결한 후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아직 보완이 필요한 조직이지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고, 법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야 정책 추진과정에서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를 향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합의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고 제안했다.“라이즈, 획기적이지만 중앙정부 방식 답습하면 실패할 것”
포럼의 토론자로 참여한 주휘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등교육 부문에서는 개혁의 주제로 거버넌스, 재정 확보, 예산분배, 자율성, 규제 등이 정부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일관된 주제가 나왔어도 개혁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혁신 과정에서 대학의 피로는 증폭됐다고 평가했다. 그 원인으로는 각론이 빠져있고, 이 이전 정책과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주 연구위원은 “선거공약, 국정과제를 거쳐 정책 시행까지 촉박한 시간에 맞춰 진행하면서 민주적 소통과 타협을 통한 세부(안)까지 준비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교육정책은 정치적 환경을 감안해 이미 합의되고 준비된 대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주 연구위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등교육 권한의 지방 이양은 새로운 경로를 창조하는 것이며 지금까지의 고등교육 논의 중 획기적”이라면서도 “중앙정부의 대처 역량과 대안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못하거나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또 하나의 정책실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한국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대학 혁신과 고등교육 발전 대교협이 열어가겠습니다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대학 혁신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힘쓰는 정론지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회장 장제국한국대학교육협의회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교육계 뉴스를 속 깊게 들여다보는 정론지로 더욱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미래의 대학을 선도하는 사이버대학온라인 고등평생교육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미래의 대학, 사이버대학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리며 미래의 고등평생교육을 창출하는 정론지로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회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학교 총장)한국원격대학협의회대학 발전과 교수사회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온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수신문 창립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경희대학교광주여자대학교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총장변 창 훈대구한의대학교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동국대학교동신대학교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대학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총장 한수환동의대학교국립목포해양대학교삼육대학교상지대학교서경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선문대학교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총장 김일환제주대학교조선대학교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중앙대학교충북대학교교수신문의
欣欣向榮을 기원합니다.총장 김무환포항공과대학교한동대학교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총장 최양희한림대학교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국립 한밭대학교 창간을 축하합다. 총장 오용준 국립 한밭대학교호남대학교호서대학교호원대학교
동맹의 풍경
엘리자베스 쇼버 지음 | 강경아 옮김 | 정희진 기획 | 나무연필 | 348쪽쇼버의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전통적인 한미관계, 주한미군의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성별과 민족이라는 키워드로만 작동했던 기존의 기지촌 연구는 지역 경제, 로컬리티, 계급·인종·국적의 다양성과 연관되고, 국민국가 간의 기지촌 정치경제학이 국제정치와 로컬 정치로 확대·심화된다.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
박지향 지음 | 아카넷 | 452쪽제국의 해가 저물기 직전, 그 황혼기에 ‘윈스턴 처칠’이 있었다. 그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쉽지 않은,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선택들을 위기의 순간마다 했고, 위기의 조국을 구했다. 저자는 그동안의 연구들을 집대성하면서 처칠의 ‘역사적 통찰력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처칠은 모든 사건을 역사적 맥락에서 봤는데, 그런 통찰력이야말로 처칠을 다른 지도자들과 구분해주는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우주탐사의 물리학
윤복원 지음 | 동아시아 | 484쪽과거, 현재, 가까운 미래, 그리고 아주 먼 미래를 잇는 우주탐사의 긴 여정에서 생각해 봐야 할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특히 유인 우주탐사에 관련된 과학 지식을 비중 있게 다룬다. 우리가 중력이라고 느끼는 것은 중력이 아니라는 사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한 미래의 무중력 체험, 우주선의 초기속도와 중력 탈출속도, 공전과 자전이 우주선 발사나 비행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과학 지식에 기반해 꼼꼼히 설명한다.일본 현대 디자인사
우치다 시게루 지음 | 노유니아 옮김 | 소명출판 | 399쪽이 책은 일본 디자인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자 일본의 현대사를 디자인을 통해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 디자인 업계 최전선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디자이너로 그는 일본 디자인의 역사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시대별 디자인을 설명한다. 일본의 정치적, 국제적 배경도 설명하며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상업 공간, 브랜드, 기업 등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디자인 역사를 비교한다.투자 권하는사회
김승우 외 9인 지음 | 역사비평사 | 328쪽2002년 초 “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카피 하나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뒤흔들었다. 이전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그 금기의 말 한마디를 통해 모두가 ‘부자 되기’의 유행에 올라타 자신들의 갈망을 당당히 드러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양적완화의 시대를 끝내고 미국발 금리인상의 도저한 공습이 시작되자 전 세계가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신간회의 교육운동
이문원 지음 | 일조각 | 296쪽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폭 다듬고 정리한 것으로, 이제 와 출간하게 된 것은 뒤늦은 아쉬움과 함께 무엇보다 선친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승복 선생의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활동과 관련한 기사들을 모아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어 그의 활동을 기리고자 했다. 이 책은 식민지 상황의 교육 문제에 대한 신간회 활동을 살펴 여러 활동을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담고 있다.물질 혐오
박인찬 외 9인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36쪽우리 시대의 혐오는 단순히 오염의 대상을 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러한 혐오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이 책은 담론과 현실을 오가며 사유한 결과물을 담았다. 물질과 정신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구도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물질과의 관계를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한다. 이미 물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잡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교양인을 위한 자연과학 10대 원리
고중숙 지음 | 현승북스 | 640쪽이 책은 머리말에서 ‘교양인’의 의미를 살피며 시작한다. 지은이는 젊은 시절 한 철학도가 상대성이론에 대해 물어온 점, 지은이도 이전부터 철학적 의문들을 생각해왔던 점을 상기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모든 사람은 애초부터 인문학과 자연학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교양인의 본능’을 지녔다고 추론한다. 그리하여 여러 지성인들의 ‘교양적 본능’을 일깨운다.유인원과의 산책
사이 몽고메리 지음 | 김홍옥 옮김 | 돌고래 | 456쪽이 책은 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 여성,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과 연구, 그리고 그들이 관계를 맺었던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또 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와 보르네오 우림에 대해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인간과 동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날, 이 책은 인간이 동물과, 자연과 어떻게 관계맺어야 할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행동하도록 만든다.역자가 말하다_ 『근대 영혼 구원하기: 치료요법, 감정, 그리고 자기계발 문화』 에바 일루즈 지음 | 박형신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84쪽
심리학, 어떻게 불평등 낳는 과학이 됐나에바 일루즈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 대부분에는 멋진 은유적 제목이 붙어 있다. 이를테면 『감정 자본주의』의 원제는 『차가운 친밀성: 감정자본주의의 형성』이다. 하지만 ‘근대 영혼 구원하기’라는 말의 의미와 부제 간 연결고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대 출판부의 소개 글에는 “이 책은 치료요법 담론이 우리의 삶과 현대정체성 관념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탐구한다”라고 쓰여 있다. 또한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도 에바 일루즈가 이 책에서 “우감정조차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현대 사회 치료요법 모순 짚는 ‘감정 자본주의’ 완결본
리 세대에게 지금까지 적용된 치료요법적 개인주의를 가장 완전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고 추천사에 썼다. 이 글들만 놓고 추론하면, 이 책을 단순히 치료요법 문화를 비판적으로 다룬 사회학 책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의도한 것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이 책은 앞서 출간된 『감정 자본주의』의 완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감정 자본주의』는 이 책 『근대 영혼 구원하기』를 준비하던 시기에 했던 ‘아도르노 강의’를 소책자로 펴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그 책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한 내용을 개관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루즈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감정, 대중문화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문화사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확인해 나간다.
일루즈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정 자본주의’에 대해 “감정 담론과 경제 담론이 서로를 상호적으로 틀 짓고, 그리하여 감정이 경제적 행동의 본질적 측면이 되고, 또 감정생활이 경제적 관계 및 교환의 논리를 따르는” 형태의 현대 자본주의라고 이 책에서 규정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가 목적으로 삼는 것은 감정 자본주의의 특성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형성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일루즈는 자기계발 문화에 주목하고 그밑에 깔린 치료요법 담론, 더 넓게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담론이 어떻게 미국의 기업, 결혼생활, 일상의 자기계발 관행에 스며들어 감정 자본주의를 형성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핀다. 그는 감정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객관화·양화돼 자본주의의 관리(통제) 아래 놓이고 경제 논리로 편입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그가 볼 때, 심리학이 경제·생활세계에 침투해 참호를 구축하는 과정은 다름 아닌 ‘감정의 합리화’와 ‘경제적 행동의 감정화’ 과정이었고, 이것이 바로 감정 자본주의를 형성한 기본 메커니즘이었다. 따라서 이제 감정도 하나의 ‘자본’이 된다. 그리고 그렇기에 감정은 현대 사회에서 불평등의 한 기제가 된다.그렇다면 일루즈는 왜 이 책에 ‘근대 영혼 구원하기’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심리학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치료요법이 근대 세계의 곳곳에 침투해 이른바 ‘자기계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종교가 약화된 이후 심리학이 신정론(神正論)을 대신해 근대 영혼들이 맞닥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선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영혼의 고통을 상처받거나 잘못 관리된 정신의 결과로 만들었고, 종교를 대신해 이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치료요법적 신념의 요체이며, 그것이 확산해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하지만 치료요법의 모순은 치료요법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통과 곤경을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이 책에서 또한 일루즈는 자신의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제도적 실용주의’라는 독특한 입장을 취한다. 제도적 실용주의는 저자의 표현으로 “문화구조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그 문화구조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실행되는지, 또 그 문화구조들이 다시 일상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동시에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러한 제도적 실용주의는 그의 다른 저작에서 나타나는 사회구성주의적 입장과는 대비되며,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문화사회학에 또 하나의 독창적인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 책에서 단지 ‘사랑의 사회학자’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학자’로서의 일루즈의 면모와 역량과
마주하는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형신
고려대 사회학과 초빙교수서평_『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김수정 지음 | 동녘 | 335쪽
인상파는 어떻게 등장했나…‘중간계층·신기술’이 열쇠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1888)를 감상하며, 모차르트의 「레퀴엠」(1791)을 들으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위대한 걸작은 고독한 천재 예술가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예술에 대한 기존 생각들에 도전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위대한 예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사회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예술사회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소개한다.
고독하고 가난한 천재의 노력 아닌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탄생하는 예술
예술사회학은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읽어내는 학문이다. 예술사회학은 예술은 본질상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의 제도 △직업 훈련 시스템 △창작 행위에 따른 보상 △ 예술가에 대한 후원 △예술작품의 소비 등 사회의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이를 맥락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예술에는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대중예술·대량예술 등이 포함된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앤디 워홀과 그의 작품 세계를 예술사회학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통념을 깬 사람이 바로 앤디 워홀이다. 그는 현대 미술계에서 예술적·대중적·상업적으로 모두 성공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됐다.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예술에 접목한 것이다. 워홀은 ‘예술은 비즈니스’라고 주창하면서, “고독한 천재의 외롭고도 긴 작업이 바로 예술”이라는 통념을 산산조각 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반영이론, 형성 이론, 그리고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론 등 여러 가지 이론을 바탕으로 예술을 읽어 낸다는 것이다. 우선 반영이론은 예술로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 근대문학 속 주인공들을 왜 결핵으로 죽어갔을까?” 이는 당대에 결핵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왜 혈액암인 백혈병으로 죽어갔을까”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암이 위협적인 질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성이론을 바탕으로 하면, 예술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폭력적·선정적인 미디어 프로그램은 실제 사회에서 모방범죄를 유발할 수 있으며, 왜곡된 성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여러 가지 이론들을 종합한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제시한다. 문화의 다이이몬드 이론은 △ 예술 △생산 △사회 △소비 등 이 네 가지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모델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미술역사에서 인상파 부상을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바탕으로 해석한다. 네 가지 요인 중 예술 요인은 ‘견고했던 로열 아카데미 시스템의 붕괴’이다. 사회요인은 ‘중간계층의 확장, 사진 기술의 발전’이다. 생산 요인은 ‘미술 재료의 발달, 야외 작업의 발달’ 등이다. 소비 요인은 ‘중간계층의 취향(예를 들면, 대저택에 걸 수 있는 큰 그림보다 거실에 걸 수 있는 작은 그림 선호) 부상’이다. 이 네 가지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상파가 등장한 것이다. 이어 저자들이 이 네 가지 요인에 ‘분배’라는 요인을 가미시킨 ‘보완된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제시한다. 분배는 예술품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미디어 등을 통해 분배되는가와 관련이 있는 요인이다.
결국 하나의 예술품이 창조되는 과정에는 무수한 행위자들이 개입하고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술품이 불멸의 걸작으로 남으려면, 창작자의 가족·동료·제자들이 그 명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설명한다.프랑스 언어학자인 소쉬르의 랑그와 파롤의 개념을 대중예술에 접목해 분석을 시도한 점도 흥미롭다. 소쉬르가 제시한 랑그는 문법적입 체계, 언어를 조직하는 법칙과 관습의 개념이다. 파롤은 랑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발화의 개념이다. 이를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적용하면, 이 시리즈의 기본적이며 공통적인 이야기 줄거리는 랑그가 된다. 그러나 각 시리즈별로 약간의 다른 서사들이 존재한다. 이는 파롤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사회의 문화적 가치관에 따라 원작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예컨대, 일본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인공 캔디는 원래 말괄량이 소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캔디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참고 참는 인내”의 아이콘이 된다. 개구리 소년 왕눈이 또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일어나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의지의 한국인이 된다.임인재 기자·언론학 박사 mimohhh@naver.com역자가 말하다_『쇼펜하우어의 철학 이야기』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332쪽
“칸트의 진정한 계승자”…순수한 의지론을 펼치다이 책은 무명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세계적인 철학자로 만든 성공적인 에세이집 『소품과 부록』(원제 『Parerga und Paralipomena』, 1851)에서 「철학의 역사에 대한 단편들」과 「관념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에 관한 학설의 역사 스케치」를 묶은 것이다. 알기 쉽게 『쇼펜하우어의 철학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쇼펜하우어 철학은 삶의 고통을 다뤄 요새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사를 처음으로 소개했다는 데 이 책의
서양철학사·불교·인도철학에 조예 깊은 철학자 삶에 대해 ‘연민 철학’이라는 실천적 지향 제시
의의와 중요성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단순히 고통이나 자살을 이야기한 철학자가 아니라 서양철학사 외에도 우파니샤드와 불교를 비롯한 인도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철학자였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서양철학사를 개관하면서, 선대 철학자들을 수용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철학 체계인 의지론의 성립 과정에 대해 간략히 다룬다. 그는 이전 철학의 역사에 대한 그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일관된 개념 체계를 통해 삶에 대한 연민 철학이라는 실천적 지향을 제시한다. 그의 서술은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신플라톤주의자, 영지주의자, 스코투스 에리게나, 스콜라 철학, 베이컨, 그리고 데카르트와 이후의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와 버클리, 흄 같은 근대 철학자들을 다룬다.
끝에서는 칸트 철학의 공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도 간략히 서술하고 있다. 피히테, 셸링, 헤겔에 대해서는 칸트 철학에서 말하는 ‘사물 자체’ 개념을 왜곡하고 훼손했다면서 부정적으로 간단히 처리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칸트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내세운다. 고대와 중세, 근대 철학자들에 대한 그의 서술은 학자로서 그가 갖춘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며, 광범위한 출처에 대한 상세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여러 시대의 철학자들이 본질적으로 시대를 초월한 진리를 추구한다고 본다. 그는 아낙사고라스,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의 근본 명제를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심지어 칸트의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전 철학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쇼펜하우어는 엘레아학파가 현상과 본체를 칸트식으로 구분했다고 보았다. 또 엠페도클레스의 사랑과 미움의 질서 원리를 자신의 철학인 ‘맹목적인 추진력, 즉 인지하지 못한 인과법칙’으로 파악했고, 특히 엠페도클레스와 아낙사고라스의 대결로 자신과 헤겔의 대결을 은연 중에 암시하고 있다.그는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가 말한 “그러므로 의지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이성의 힘은 의지의 시녀이기 때문이다”라는 말과 스피노자의 “욕망은 모든 사람의 본성과 본질을 이루는 바로 그것이다”라는 말에서 의지론의 씨앗을 본다. 그는 이러한 철학자들의 남아있는 학설에도 진실로 증명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고, 소크라테스와 칸트 사이 몇 가지 유사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쇼펜하우어는 선대 철학자들의 학설에 자신의 의지론의 맹아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철학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쇼펜하우어에 대해 이례적으로 국가주의에 얽매이지 않았고, ‘의지’ 개념을 강조하면서 철학을 전개했다고 평한다. 또 루소와 칸트가 그와 유사한 의지 이론을 개진했으나 그토록 순수한 의지론을 가장 먼저 설파한 철학자는 쇼펜하우어였다고 본다. 또 다른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었지만, 그의 글이 너무 난해해서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읽은 덕분에 칸트의 책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고 피력한다. 이처럼 쇼펜하우어의 글은 칸트 철학의 수용과 비판을 통해 칸트 철학으로 들어가는 입문서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홍성광
번역가·독어독문학 박사문화 비틀어보기_『백래시 정치: 안티테미니즘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신경아 지음 | 동녘 | 272쪽
‘페미니즘’에 씌운 프레임…정치가 선동한다어느 때보다 반(反)페미니즘 정서가 다수가 공유하는 정서로 여겨지고, 정책 과정과 생활 영역에서 여성의 이름이 지워져 가고 있다. 『백래시 정치』가 그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적 도구와 설명을 제공해준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백래시’의 의미를 짚고, 이 현상이 한국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지리적으로 살필 때 페미니즘이 운동으로서 성과를 보이는 경우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백래시는 반동 혹은 반격으로 번역될 수 있다. 백래시는 페미니즘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주장,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등 불평등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 이러한 변혁을
‘페미니즘·인권·민주주의’의 변혁 거부하는 백래시 부정적 감정의 정치에 대항하는 대안·연대가 절실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에 의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미국·유럽 등에서 나타난 백래시 사례에서 미디어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페미니스트가 위험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데에는 페미니즘의 의제를 제대로 다루는 대신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로 묘사해온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미투 운동을 다룰 때에도 이를 마녀사냥이라거나, 여성들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생긴 일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 성폭력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로 작동했다.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대남 현상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상황에선 정치권이 반페미니즘 메시지를 언론과 커뮤니티를 동원하여 유포하고 대중에게 인식시킨다. 언론은 무책임하게 논란을 중계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 책은 다수의 통계 자료와 인식 조사 자료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현실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현재 청년들이 경험하는 어려운 취업 시장에서, 20대 여성들의 취업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의 맥락을 잘라 해석하면서 이를 남성이 경험하는 불평등으로 생각하는 데 대한 상세한 해설이 제공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노동시장의 문제는 글로벌 금융 자본주의의 발달이나 노동 구조의 변화 등 거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청년들의 취업 상황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여성에 대한 우대 때문이라고 보는 인식은 노동시장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은 선거 기간에 일어난 성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전략적 괴롭힘이자 정부에 의한 민주주의에 대한 무력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정부의 여성 관련 정책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이자 민주주의의 약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페미니즘 의제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 △여성들 간 연대의 강조 △담론 지형에서의 반차별·반혐오 연대 구축 △지역 운동의 강화 △반페미니즘 세력을 염두에 둔 전략의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성차별 현실에 대한 풍부한 해석, 백래시가 민주주의에 해악을 미치게 되는 과정에 대한 해설, 그리고 백래시 정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부정적 감정의 정치에 대항하기 위해서 대안을 고민하고 연대를 위한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 책은 막연하게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개념과 이론적 자원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백래시가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면서도,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 반드시 대항해야 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해준다.이번 정부에 들어 여성 정책의 퇴보와 여성가족부의 역량과 담당 업무 축소가 가시화된 상황을 보는 페미니스트들은 냉소와 무력감에 빠지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정치에 눌리기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존의 감각을 형성하면서 연대와 민주적 설득을 위한 자원을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
서 이 책의 제안들이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증오를 품은 이를 위한 변명
엄한진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416쪽“증오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보편적 질병”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현대의 증오론이다. 사회학의 한 흐름인 갈등론에서 갈등이 이미 일반적 현상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갈등의 한 양상인 증오 또한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게 더는 낯설지 않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증오현상들에 대해,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제 이해할 수는 있는 일이란 문제의식 속에서 섬세한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했다.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88쪽인류의 시간 전체를 아우르고 지구 공간 전역을 훑어가는 지리학자만의 드넓고도 촘촘한 시선으로, 세계사 구석구석에서 문명의 운명을 이끈 기후의 힘을 조명한다. 남아프리카에서만 살던 초기 인류가 어떻게 지구 곳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는지,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대륙별로 문명 발달 양상이 왜 다르게 나타났는지, 마야·로마·몽골·중국 등 찬란한 문화를 이룬 거대한 제국들이 어떻게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를 기후변화의 흐름에 따라 살펴본다.이관휘의 자본시장 이야기
이관휘 지음 | 어크로스 | 376쪽팬데믹을 겪으며 자본시장은 급변을 거듭했다. 코스피 지수는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고, 가상화폐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으며 40여 년 만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찾아왔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더 큰 혼란이 예상되는 지금, 저자는 자본시장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기초 지식부터 비판적 시각까지 길러줄 책이다.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
마셜 골드스미스 지음 | 안솔비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368쪽‘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자 ‘최고의 리더십 구루’로 알려진 저자의 최신작이자 그의 수십 년간의 전설적인 코칭 경험을 집대성한 역작인 이 책이 마침내 출간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CEO와 임원들을 상대로 경영과 인생 컨설턴트 역할을 해왔던 저자가 오랫동안 느낀 공통점 한 가지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리더들, 겉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결국 후회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득량, 어디에도 없는
양승언 지음 | 글을낳는집 | 314쪽이 책은 한때 승려가 돼 수행자의 길을 걷다 환속을 결정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이상향인 ‘득량만’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경험담과 인생사는 특유의 간결하고 운율감 있는 문체로 전개된다. 자본주의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 득량만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돋보인다.우주에서 기다릴게
이소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04쪽우주인의 탄생부터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지구 귀환과 내일의 우주 이야기까지,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이 펼치는 호기심과 용기의 기록. 밤하늘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광활한 우주를 꿈꾸게 한 그의 탐험은 고스란히 우리나라 우주탐사의 역사가 됐다. 호방하고 당찬 이소연은 다시 지구로 귀환한 순간부터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빛나는 활약을 시작했다.로봇 시대 살아남기
염규현 지음 | 지식의숲 | 240쪽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등장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세상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에는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인간들이 격리된 틈을 타 ‘로봇 시대’는 도둑처럼 이미 우리 곁에 찾아와 있다. 로봇 시대와 세계화, 전염병을 살펴본다.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
와타나베 노부유키 지음 | 이규수 옮김 | 삼인 | 268쪽저자의 질문은 이렇다. “한국과 일본은 왜 역사를 두고 다투는가?”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영유권 등의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은 오랜 세월 갈등을 겪었다. 서로를 향해 혐한과 반일의 감정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왜 다투는 걸까? 서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역사 인식의 근원은 무엇인가? 역사 전문 기자로서 40년간 일선에서 활동한 저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스스로 직접 사료를 찾아 나선다.분야별 신간
인문5대 전환과 한국경제 |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편집 | 한울아카데미 | 312쪽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 정지호 옮김 | 심심 | 512쪽사람을 살리는 말의 힘 | 이정헌 지음 | 새빛 | 360쪽있는 그대로 나이지리아 | 류지선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38쪽역사
리트 이야기 | 김희열 지음 | 한울 | 360쪽문화 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브라이언 롱허스트 외 13인 지음 | 조애리 외 8인 옮김 | 한울아카데미 | 600쪽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 | 와타나베 노부유키 지음 | 이규수 옮김 | 삼인 | 268쪽교육
감성 지능을 키우는 몬테소리 음악 놀이 | 마자 피타믹 지음 | 이혜주 옮김 | 유아이북스 | 232쪽과학개념을 익히는 몬테소리 자연 놀이 | 마자 피타믹 지음 |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56쪽정치-사회사회지리학개론 | 뉴캐슬사회지리연구회 지음 | 박경환 외 2인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450쪽
상처 입은 몸 | 강미영 외 11인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44쪽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 | 변지윤 외 11인 지음 | 이호은 그림 | 살림터 | 328쪽젠더와 불평등 | 김영철 외 5인 지음 | 알렙 | 300쪽지방대 살리기, 뭘 해야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빠졌다
지역현장에서 말하는 ‘지방대 살리기’
벚꽃이 지고 있다.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속설대로라면 이제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정부의 시간’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연말연초 라이즈 체계 논의를 시작으로 글로컬대학 추진을 발표했다.나는 아직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질의 논쟁을 위한 ‘땔감’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겠다는 뜻에서 지방 사립대 사회학과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가졌던 생각을 공유해보려 한다.우선 현재의 논의에서는 지방대가 지역사회에서 점하는 위치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선산업이 인력난에 빠졌다. 그런 조선산업이 계속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동남권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원하청을 포함해 울산과 거제에만 15만 명가량이 근무했던 조선소에서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런 지역 경제 위기 앞에서 정부는 고용위기지역을 지정하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에게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대학의 위기는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내가 재직하는 경남대가 소재한 마산합포구의 인구는 18만 명이다. 그런데 경남대의 학부 재학생 숫자는 1만 명이다. 전임교원은 422명이고, 여기에 교직원과 조교, 각종 비정규직 연구원까지 합친다면 대학이 마산합포구에 미치는 영향은 그 자체로 대기업 하나에 맞먹는다. 최근 입시에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위치한 대부분의 지역은, 역설적으로 경제지방대 개혁안은 그 자체로 대학도시의 구조 조정과 맞물려 있다. 사진=픽사베이
적 의존 측면에서 모두 대학도시다. 따라서 지방대 개혁안은 그 자체로 대학도시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연 200억으로 서울대 수준 혁신 바라나지방대가 교육과 교수들의 개별적인 연구 외에도 지역별 전문가 풀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광역시인 울산시(112만 명)와 특례시인 창원시(104만 명)에는 도시공학과가 없다.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공자를 부산이나 진주에서 불러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마땅치 않으면 결국 수도권의 전공자를 불러와야 한다. 인구 20만을 간신히 넘기는 소도시라면 어떨까? 지역의 전문가는 전무하다. 모두 외부에서 불러와야 한다. 지방자치를 위한 최소요건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황이다. 현재의 개혁 방향대로라면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모두 사라지는 지역도 속출할 수 있다. 기존 교수들이야 교양학부나 타전공으로 ‘전과’하면 되겠지만, 앞으로 ‘지역사회 전문가’는 지역에서 육성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만들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에 따르면 2020년 서울대가 받은 정부지원금은 4천866억 원이고, 9개 거점국립대의 정부 지원금은 평균 1천265억 원이다. 거점대 한 곳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1년 200억 원 수혜를 받는다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의 기준인 서울대 수준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현재의 개별 거점대들이 연구 역량·교육역량·행정역량·인프라 모든 측면에서 서울대에 비길 수 없기에 1년에 3천600억 원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과감한 혁신’ 위해 혁파할 것이 대학의 타성뿐 아니라 교육부 관리체계에도 있지 않은가
단계는 글로컬대학 정책부터 시작해서 교육부의 방안처럼 추후 증액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화에 대한 ‘과감한 해법’이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로컬대학 추진안이 발표되고 지역의 국립대들은 통합 또는 연대 방안을 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개별 대학 단위 사업에서 통합 또는 연대를 앞세우기 힘든 대다수의 지방사립대들은 각자도생의 전략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행정역량 없는 지역서 라이즈 표류할 수도
지역에 따른 대학지원체계를 뒷받침할 지역간 역량 불균형도 잘 다뤄지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난해 12월 발간된 「지방자치단체 지역대학 지원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양극화와 대학업무 담당 인원과 경험의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물론 행정인원 확충을 조건으로 교육부가 라이즈 집행 권한을 준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다년간 ‘누적된 행정역량 격차’를 단시일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누적된 행정 역량이 없을 때 4년에 한 번 선출되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의해 라이즈 집행 역시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에 맞서 교육부는 두 사업 모두에 대해 철저한 ‘성과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성과관리’와 ‘규제 혁파’, ‘수요자 관점’의 혁신이 어떻게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여전히 우려된다. 많은 대학교육 전문가들이 현재 지방대의 위기 가장 큰 원인으로 기존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기본 역량진단의 ‘3대 정량 지표’를 꼽는다. 그런데 이번 글로컬대학의 신청자격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들어가 있다. ‘과감한 혁신’을 위해 혁파해야 할 것이 단순히 대학의 ‘타성’ 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관리체계에도 있는 게 아닌지 좀 더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등교육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빠졌다. 개별 대학이 혁신적 역할을 정의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고, 그런 노력에 호응하며 지원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흐름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대학의 ‘보고서 작성팀’이 작성하고, 지자체가 합의해, ‘선정평가 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의 논의로 선정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지방대 체제를 ‘수요자 중심’으로 ‘과감히 혁신’하려 한다면 원론적일 수 있으나 사업진행에 앞서 수험생, 학부모, 대학교육 전문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좀 더 공개적인 장에서 면밀하게 듣는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대체 지방대의 인문사회계열 교육은 무엇이고, 공학교육은 무엇이며, ‘스펙’으로 쳐주지 않는 고등교육으로서의 지방대 졸업장은 또 무엇인가. 짚어볼질문을 계속 회피하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겉도는 말, 헛도는 삶”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지방대 혁신, 낯선 새로움에 성숙한 파트너십 필요하다
라이즈와 글로컬, 지방대 비상의 모멘텀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보다 명성이 높은 대학을 찾아서, 그리고 지방대를 졸업한 청년들은 나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게 고착화된 인구이동의 패턴은 결국 지역소멸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2022년에는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신생아수가 2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서 눈여겨볼 숫자가 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9명이라는 사실이다. 전국의 합계출산율보다 크게 낮다. 수도권으로 몰려든 청년들의 팍팍한 삶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평범한 삶의 일상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숫자다.라이즈, 조각났던 교육서비스 결합시키는 것교육부가 먼저 나섰다.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정책적 조치가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해당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함으로써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그것이다. 라이즈 체제하에서는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이 지방정부에 이양되고,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며, 인재양성·취창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지역 발전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업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지방 고등학생들은 명성 높은 대학을 찾아, 지방대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그러나 수도권의 팍팍한 삶은 이들에게 평범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첫째, 고등교육 거버넌스의 분권화가 촉진된다. 그간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의 자율성을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정부의 대안이 라이즈 체제이다. 라이즈 체제 구축을 위한 거버넌스의 골자는 지자체의 전담부서와 교육부가 함께 고등교육의 발전 및 특화 방향을 설계하고 이를 협약의 형태로 명문화하며, 독립법인의 법적 지위를 갖는 기구를 설립하여 대학지원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이다. 기존 대학 재정지원은 사업의 목적이 정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방식이었다면 라이즈 체제의 방식은 모든 정부 부처들이 대학에 대한 지원을 위해 집행하는 예산을 통합하여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재정지원 방식에 익숙한 대학의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을 라이즈 센터가 담당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은 정부가 설계하는 수많은 파편적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다양한 예산 간 소위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분리하기 힘든 교육서비스를 이리저리 조각내는 매우 비현실적인 노력에 몰두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재정지원사업이 하나의 계좌에 통합되어 대학들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전체로 결합되는 것이다.
셋째,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글로컬 대학의 집중육성이다. 그간 대학들은 정부가 미리 재단해서 제시해주는 재정지원사업을 위한 ‘예시’, 혹은 ‘가이드라인’에 길들여져 있었다. 정부는 라이즈 체제에서 대학들로 하여금 기존의 틀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과감한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정부재정지원 방식이 가이드라인까지 친절하게 만들어서 대학들에게 제시하고 대학은 수동적으로 따르는 방식이었다면, 라이즈 체제구축은 그 가이드라인까지도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마지막 특징이 위의 세 가지가 실질적으로 구체화되고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대 맞춤형 규제의 혁신이다.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재정집행 방식과 운영방식에 익숙해진 루틴을 만들었던 각종 제도적 틀을 과감하게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정부가 열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기존 재정지원 방식은 대학이 수동적으로 따르는 방식이었다. 라이즈는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방대학육성법을 개정하여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장애물들을 과감하게 걷어내되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여 법이 개정되기 이전이라도 혁신을 이행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담대한 개혁’에는 ‘담대한 비용’이 필수잘 설정된 방향이다. 그간 대학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정부에 제시했던 문제의식을 고려한 정부의 적극적인 고등교육체제 혁신의 방향성 제시라고 판단된다.그러나 성공적인 고등교육 생태계의 혁신을 위해서 집중적인 숙의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 첫 번째로 대학경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거버넌스의 정립이다. 기본계획에서 시도별로 지역 주도의 대학재정지원사업 등 고등교육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갖는 지역협의체(추후, 지역고등교육협의회 신설 근거를 ‘지방대육성법’을 개정해 마련)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 조직의 권한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본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지자체, 대학, 산업체, 거기에 ‘등’까지 참여시키는 공동지배구조를 설정한 것은 결국 지역의 미래는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한 것이다.
둘째, 라이즈 정책의 실행을 위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담대한 개혁’에는 ‘담대한 비용’이 필수적이다. 라이즈 체제 실행 계획에서 2025년 2월 말까지 시범지역 운영 기간에는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의 사업비 일부(15%)를 활용하거나 2024년 종료되는 재정지원사업을 단계적으로 통합시키면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초기에 과감한 혁신을 설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의 확보는 필수적이다.끝으로, 지자체와 대학의 구성원들이 낯선 새로움에 성숙한 파트너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대학은 일방향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파트너’로 상호 협력하며 라이즈체제를 이행해야만 한다. 20세기 초 농업과 과수원 산업 중심이었던 실리콘밸리가 부와 부가가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거의 100여 년의 노력이 필요했다. 긴 호흡으로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적 거버넌스에 기초해 비전과 목표를 구상해내고 실행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길재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교육혁신본부장깊고 건강한 정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 주십시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변함없는 교수 학생들의 정론지 역할 기대합니다.상임회장 유진상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이사장 양성렬학생과 교수의 건전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게재하고 그들의 권익을 위하여 노력해줄 것을부탁드립니다.사단법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축’교수신문 창간 31주년,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침묵은 결국 가해자의 편에 서있는 것이다.”- Elie Wiesel -(자료제공) 구본주 기념사업회지성사회의 정론지 교수신문이 한국 지식사회의 최전선에서 더 활발하게 다원적 가치를 모색하는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고등교육 전문지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의장 김 상 걸경북대학교 교수회교수님들의 복지와 행복지수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신문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제19대 교수회장 서 정 호국립 공주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이 위기의 한국대학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의장 양진오대구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동아대학교 교수협의회고등교육 정론지 교수신문의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대학 발전과 지식 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임정묵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더욱 소중한 소통의 장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안양대학교 교수협의회대학사회의 지성의 중심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의장 하주용 인하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고등교육 정론지로서 더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회장 김동근전북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주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합니다.
소통을 통한 고등교육의 정론지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합니다.회장 양창용제주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하고, 대학사회 소통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 김명식조선대학교 교수평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기원합니다.
회장 최인호충남대학교 교수회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합니다.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회장 배득렬
충북대학교 교수회창립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교수신문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합니다. 회장 강현정
홍익대학교 교수협의회‘생성형 지능 자판기’의 맞춤형 답…사유마저 위탁된다
인문학자가 본 인공지능의 미래 천현득 서울대 교수
교수신문 창간 31주년을 맞아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에 균열을 내고 있다. 과연 인문학자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는 이용자들의 활동·취향을 데이터로 포획하는 ‘AI 자본주의’를 지적했다. 천현득 서울대 교수(과학학과)는 언어행위자인 인간과 대비해 챗지피티는 참·거짓을 구분할 수 없는 ‘개소리’ 생성기계라고 비판했다.인공지능(AI)이 일으킬 삶의 변화에 전 세계가 들썩인다. 무엇보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의 출현이 마치 블랙홀처럼 세간의 거의 모든 얘깃거리를 집어삼키고 있다. 누군가의 물음에 답하고, 번역하고, 시와 소설을 쓰고, 글과 기사를 작성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컴퓨터 코드를 짜고, 파워포인트를 자동 생성하고, 텍스트를 요약하는 등 생성형 AI 기술의 새로움이 대중적 열광으로 증폭되고 있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지식 생산과 창의 활동에 결합된 인공지능의 범용성일 것이다.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일반 개인용 사무, 편집, 이미지, 번역, 웹 브라우저 프로그램에 내장된 인공지능 환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검색 기능을 대신해 인공지능에 묻고, 글을 쓰면서도 프로그램에 플러그인된 생성형 AI를 늘 곁에 두고, 그것이 생성한 결과를 어디든 덧대거나 응용할 수 있는 일상이 열릴 것이다.편리나 효율성의 견지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곧 사회 지식 생산과 교환의 범용 기술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 같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인공지능의 세례와 축복에 비해 그것이 향후 일상 삶과 우리의 의식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리 쉽게 낙관하기에 섣부르다.사실상 인공지능 기술은 챗지피티 이전에도 이미 우리 곁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응용 사례들은 그리 유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가령, 인공지능 알고리즘 추천 기술에 의해 편향된 콘텐츠 소비 탓에 우리는 상호 극단적 배제와 증오로 똘똘 뭉친 정치적 부족주의를 마주했다. 플랫폼 알고리즘에 마치 아바타처럼 속박된 배달 노동자와 이용자 손끝의 별점들이 영세업자에게 비수가 되는 현실은 또 어떠한가. 이용자의 활동과 취향을 데이터로 포획해 이를 자원 삼아 기생하는 ‘AI 자본주의’가 깊어지면서, 지능기계의 심부름과 허드렛일을 행하는 위태로운 남반구 미세노동자 또한 증가일로에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민낯은 생각보다 비릿하다.
주류 세계관의 과잉 표상과 확산생성형 AI에서는 이렇듯 다른 인공지능 기술이 보여줬던 문제가 없을까?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의 기계학습(머신러닝) 모델은 인간의 지식과 창작 결과물을 대거 습득해 이전 시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맞춤형 결괏값을 생성해내는 패턴을 지닌다. 그런 연유로 인해 생성형 AI는 인간 사회의 주류 의식과 규범적 사고의 확률적 평균값을 빼닮을 수밖에 없다. 인류 지식의 거대 데이터를 원료로 갈아 넣은 생성형 AI 자판기가 마구 토해내는 전산 확률적 구성물이 차고 넘칠수록, 인간 사회의 표준화된 세계관이나 규범이 과잉 대표될 확률이 높다.마치 이는 이미지 생성 AI의 자동화된 ‘리믹스’(원본 이미지를 뒤섞어 변형해 새롭게 창작하는 행위) 공정으로 보자면, 특정 가중치 값이 과도해져서 특정 작가와 사조의 패턴화된 색감이 이미지 결과물에 두드러지는 것과 유사하다. 생성형 AI에서는 그것이 이미지건 텍스트건 상관없이 주류 질서의 과잉 표상된 세계관이 건조하게 변주되며 무한 복제될 수 있다. 문제는 프롬프트형 질문과인공지능으로 인해 질문하고 성찰하는 인간의 능력은 사라지고, 데이터에 갇힌 표상세계만 탐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답변이 일상 속에 흔하게 기입될 때, 주류 세계관의 과잉 표상 속에서 과연 소수 의견과 타자의 관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적어도 검색의 시대에는 무언가 찾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정리하고 생각하는 힘을 그 자신에 귀속시킬 수 있었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에 묻고 답하는 시대에는 그 자신이 풀어야 할 물음을 자주 생략하고 이를 지능기계에 쉽게 위임해버리게 된다. 이미 구축된 지식과 데이터의 생성형 지능 자판기로부터 맞춤형 답을 찾는 인간의 ‘구매’습관에 익숙해지면, 일정 부분 생각하고 사유하는 힘과 탐구 능력마저도 인공지능에 자주 위탁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인간 지식 데이터를 갈무리한 의미 생성의 세계에서는 직접적인 감각, 사물과 사건, 타자의 존재, 원본 사이트와 출처 등 대상 세계로부터 캐묻고 경험하고 찾고 따지는 비판적 성찰 과정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퇴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에 묻고 답하는 자동화에 대한의존도를 높여 상대적으로 대상 세계와의 접속을 귀찮아하는, 인간 의식 과정의 ‘탈숙련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데이터 내 표상만 탐닉되고 성찰은 상실사물과 물질성에 대한 궁금증과 물음이 프롬프트 자동 명령어로 대부분 대체되는 세상은 더욱 사물과 유리된 비물질 논리와 데이터 질서 내 표상 세계의 탐닉만 강화시킨다. ‘흐릿하게’ 상호 혼성이 복제되고 리믹스돼 무한 자동 재생되는 그럴듯한 이미지와 이야기의 과실재 현실은, 우리의 기술 욕망이 배태하는 또 다른 그늘이다.인공지능이 이렇듯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어떠한 사회적 합의나 영향 평가 과정도 없이 무분별하게 인공지능을 전방위로 도입하는 빅테크의 폭주하는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착근되는 방식과 사회적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근원적으로는, 청정의 투명한 과학으로 행세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떠받치는 현실의 인프라와 인공지능의 물질성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빅테크 인공지능을 위해 갈아 넣는 인간 의식과 생체 데이터의 무차별 추출주의와 데이터 인클로저(사유화) 질서 △생성형 AI의 연산 처리에 소모되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증가 △인공지능의 유령노동자로 전락해 가는 인간의 산노동 등 인공지능 과열로 쉽게 망각되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구체적 실재를 드러내야 한다. 결국, 이는 어떻게 인간과 인공지
능의 앙상블적 관계를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술 민주주의적인 전환의 기획과 맞닿아 있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미국 텍사스대(오스틴캠퍼스)에서 문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지털의 배신』, 『피지털 커먼즈』, 『디지털 폭식 사회』 등을 집필했다. 현재 <문화/과학>공동편집인을 맡고 있다.
챗지피티 앞뒤로 던지는 질문들…‘사실·성찰’ 없다
인문학자가 본 인공지능의 미래 천현득 서울대 교수
우리는 열광과 우려의 교차점에 서 있다. 쏟아져 나오는 소식을 따라가기도 어려우니 도대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전모를 파악하기란 더욱 어렵다. 오픈 AI의 챗지피티(ChatGPT) 이야기이다.
그러나 챗지피티만이 아니다. 구글도 대형언어 모형인 람다(LaMDA)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메타는 지난해 연구용 언어모형인 갤럭티카(Galactica)를 출시했다가 3일만에 비공개로 전환한 바 있다. 더 강력한 언어모형을 위한 군비 경쟁이 펼쳐지면서, 막대한 인력・재정・자원 그리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지피티-4(GPT-4)는 변호사 시험과 의사시험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인간의 평균적인 점수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보였다고 한다. 그다음은 뭘까?열광 중에 해야 할 일은 섣부른 판단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챗지피티 앞에 물어보자. 너는 도대체 어떤 녀석이냐고. 먼저, 분명히 하자. 챗지피티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행위주체가 아니다. 그것은 대규모로 수집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과 같은 자연스러운 문장을 산출하는 통계적 계산장치이자 패턴인식기이다. 프롬프트에 따라 다음 단어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본질적으로 고도의 자동완성 기능을 갖춘 챗봇이다.물론, 사고에 관한 이중시스템 이론에 따르면, 패턴 인식과 연합적 학습은 인간 사고의 중요한 부분(‘시스템1’)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호적·논리적·반성적 사고를 수행하는 ‘시스템2’도 지닌다. 두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는 우리의 생각은 맥락의존적이면서 동시에 맥락을 전환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우리는 하나의 행위주체로서 대체로 정합적인 믿음의 체계를 생성하고 유지한다.다양한 벤치마크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뽐내는챗지피티는 수학적·논리적 추론에서 약점을 노출할 뿐 아니라 학습되지 않은 사실에 무지하다. 예컨대, “천현득의 딸의 아빠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답하고, 세 자릿수의 연산 문제에 잘못된 숫자를 내놓고, 안중근의 단지(斷指)에 관해 엉터리 역사를 써주고, 달리기 경주에서 당신이 2등을 앞지르면 어떻게 되는지 물으면 1등이 된다고 답해준다. 한국의 과학철학자 3명과 그들의 대표 논문들을 요청하자, 뻔뻔하게도 그럴듯한 이름과 논문 제목과 학술지를 꾸며내며 성실하게 답변을 준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언어 표현으로 무지를 감싸며 우리를 기만한다. 데이터를 더 학습하면 완화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출력을 내기 전에 팩트체크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면 안 되나?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팩트체크 과정을 거치지 않은, 때로는 부정확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챗봇과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추론에 약하고 팩트체크 부족한 챗봇챗지피티는 오히려 성실하고 친절한 태도로 인해 대화의 윤리를 손상시킨다. 그것은 때로 허위 정보를 생산하지만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가끔만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거짓말이란 한 행위주체가 자신이 참으로 믿고 있는 것과 다른 말을 할 때 성립한다. 챗지피티는 어떤 것도 믿고 있지 않다. 아니 믿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믿음 체계의 정합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믿음은 동의 행위를 전제로 성립하며, 우리는 그 믿음과 관련된 잠재적인 행위를 위해 믿을만한 것을 믿는다.우리는 자신의 믿음에 기초하여 어떤 행위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환경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믿음 체계를 다시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행위자이다. 챗지피티는 거짓말도 참말도 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것은 언어행위자가 아니다.“거짓말이란 한 행위주체가 자신이 참으로 믿고 있는 것과 다른 말을 할 때 성립한다. 챗지피티는 어떤 것도 믿고 있지 않다. 아니 믿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믿음 체계의 정합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챗지피티가 창작부터 시험까지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참·거짓을 구분하거나, 사실을 확인하고 성찰하는 능력은 현재 없다. 사진=챗지피티 화면 캡처
자신이 생성한 언어 표현의 진릿값에 무관심하다는 의미에서, 철학자 해리 프랑크퍼트의 용어를 빌리자면, 그것은 ‘개소리(bullshit)’ 생성기계이다. 물론, 많은 경우 생성된 표현들은 무해하고 (오히려 사용자에게 매우 유익할 수 있다!) 챗지피티가 무슨 악의를 가지고 개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챗지피티가 개소리를 하도록 허용됐다는 데 있다.
오픈 AI 홈페이지에는 챗지피티에 사실 확인 기능이 없음을 명시하는 페이지가 있다. 그러니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의미일 테다. 불완전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점을 사전 고지하면 판매해도 괜찮을까? 사용자가 챗지피티의 능력과 용처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챗봇이 부정확한 정보를 산출할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이는 대화의 속성과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책임 전가이자 면피일 가능성이 크다. 대화형 언어모형과의 대화에서 인간은 불리한 조건에서 있다. 인간 대화상대자라고 해서 늘 믿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표정·눈짓·몸짓·말투 등을
통해 참말하는 사람과 거짓말하는 사람을 식별한다. 이러한 기준은 챗지피티 앞에서 무용하다. 우리의 질문에 자연스럽고 성실하게 때로 장황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챗봇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그것에 의존한다. 인류는 (개소리 생성) 기계가 산출하는 허위정보
에 주의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언어모형에 내재한 차별·혐오 표현지금까지 챗지피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우리의 질문이 챗지피티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하자. 그 너머까지 혹은 그 뒷면까지 도달하도록 질문을 세게 던져보자. 왜 거대 IT업체들은 대형언어모형이 개소리를 산출하도록 허용하는가?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은 대형언어모형을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일반인공지능(AGI)을 구축하는 단계로서 간주한다.대형언어모형이 정말 AGI의 토대 모형일 수 있는지는 일단 제쳐두자. (필자는 회의적이다.) 그런데 만일 AGI가 인간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는 행위자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정말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우리는 왜 인류의 목적에 봉사하는 여러 과제들에 특화된 똑똑한 기계들이 아니라, (아마도 사회의 커다란 변화로 인해 다수의 인간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그러한 AGI를 만들기를 기대해야 하는가?
질문을 이어가자.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형이 마약이나 생화학 무기를 설계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면, 그것의 오용가능성은 어떻게 방지해야 하나? 대형언어모형들에 내재한 편향·차별·혐오 표현은 어떻게 걸러낼 수 있나?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정서적 트라우마를 안기면서 노동착취를 일삼는 것은 아닌가? 정제된 데이터로 훈련된 효율적이고 작은 모형들 대신,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대규모 모형을 개발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오픈 AI는 지피티-4를 출시하면서 그전과 같이 아키텍처, 파라미터 수,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왜 공개하지 않는가? 우리는 대형언어모형의 능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그것의 광범위한 사용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예방 가능한지 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게임 이론의 틀로 볼 때, 군비 경쟁을 멈추는 합리적 방법은 마땅치 않다. 아마도 경쟁의 끝에서 파국이 예견될 때, 그리고 여러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국제적 거버넌스가 작동할 때, 군비 경쟁은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피할 수는 없더라도 속도를 조금은 늦추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질문의 시간이다. 우리 사회는 질문을 던질 용기가 있는가?천현득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과학철학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현 과학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 피츠버그대 과학철학센터 객원펠로우를 역임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의 존재론』 등을 함께 썼고, 토머스 쿤 과학철학의 전환을 다룬 저서 『토머스 쿤, 미완의 혁명』(서울대출판문화원)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한국출판협동조합 추천도서
웃음꽃이 필 때
2010 CJ 그림책 상과 2019 PEN 어워드 수상따뜻한 밀림 속 보금자리에서 에네아와 알리아가 만난다. 아름다운 풍경에서 나체로 서로를 처음 만난 두 아이의 모습은 아름다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에레나와 알리아는 서로 너무 다르지만 그 다름은 문제되지 않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체와 시로 표현된 글이 아이들의 특별한 보금자리로 안내한다. 동화 속 아이들과 숲속 친구들의 예쁜 말들로 가득 차 있어 보는내내 미소를 자아낸다. 서로 다른 모습을 순수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아름다운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지오콘다 벨리 지음 | 군자출판사 학술국 옮김 | 32쪽 |군 자출판사
대학・중용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정통 유가 사상의 진수를 쉽고 바르게 읽는다원래 『대학』, 『중용』은 유가 경전 『예기』에 수록된 글월로, 독립된 서책이 아니었다. 때문에 당나라 이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 북송 때 이르러 본격적으로 재조명 돼 ‘위로는 공자의 사상을 잇고 아래로는 맹자의 학설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마침내 주자가 『대학』과 『중용』을 『예기』에서 분리해 단행본으로 냈고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로 엮었다. 저자가 번역한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의 다섯 번째 책인 『대학·중용』의 참뜻이 독자에게 오롯이 전해지길 바란다.증자‧자사 지음 | 박삼수 옮김 | 296쪽 | 문예출판사대일외교의 명분과 실리
외교적 시각으로 본 한일협정이 책은 그동안 비판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당시의 정황적 근거를 통해 외교적 입장에서 대변한다. 일반에 공개된 한일 외교문서의 실증적 분석을 통해 청구권 교섭 과정을 복원함으로써 오해받던 역사적 사실을 밝혀냄과 동시에 청구권협정이 외교적 성과물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하고 있다. 대일 교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일협정을 명분과 실리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양국의 갈등과 대립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유의상 지음 | 536쪽 | 역사공간커피야 놀자
커피의 지식을 쉽게 알려주는 교양서세상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저자는 강단에서 수년간 커피를 강의해오며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로 연결된 세상을 사는 사람을 호모커피엔스’라고 칭했다. 호모커피엔스라고 해서 꼭 방대한 커피 지식을 채워넣고,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커피 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커피에 관련한 궁금증을 너무 깊지도 않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주는 커피 교양서이다. 커피의 역사, 커핑, 로스팅, 추출 등을 다뤄 커피와 놀면서 더욱 더 친해질 수 있다.박근도 지음 | 192쪽 | 백산출판사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서론: 리좀」읽기
하나의 리좀은 수많은 고원으로 이뤄져있다리좀(rhizome)은 ‘땅속줄기’를 뜻하는 말이다. 잔디의 뿌리를 보면 기다란 줄기에 여러 잔디가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다양태’, 곧 ‘고원(plateau)’이 연결돼 하나의 리좀을 구성한다고 봤다. 고원, 그 안의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달라진다. ‘나’는 어떤 회사의 직원일 수도 있고, 동호회의 리더일 수도 있고, 어떤 나라의 국민일 수도 있고, 한 마리 동물일 수도 있다. 리좀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조광제 지음 | 220쪽 | 세창출판사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가 묻고 답하다
역사의 두 중심축이 현 시대를 바라본다면출판사 박영사는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의 대화를 통해 시대적 고찰과 혜안을 담은 이 책을 출간했다. 정치·사회·경제를 넘어 인류 역사의 상징적 존재인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그들이 환생해 대담한다는 재치 있는 상상을 바탕으로 격변의 시대와 흐름을 면밀히 분석한다.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가 저승에서 내려다보는 인간세계에 대한 대화 내용을 담았다. 세상 바꾸는 데 천재였던 두 사람에게 혼란스런 현생을 구제할 수 있는 지혜를 기대한 것이다. 걸출한 사상가인 두 사람이 교우하면 혼란과 빈부격차를 해결할 지혜를 짜낼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이경태 지음 | 288쪽 | 박영사챗gpt-4 인공지능 미래세상
국내 최초의 챗GPT와 GPT-4 활용 실용서챗GPT와 GPT-4는 탄생하자마자 전 세계에 인공지능 돌풍을 몰고 오고 있다. 알파고가 가져온 충격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와 GPT-4는 누구나 어떠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바야흐로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 범용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이다. 국내 대표적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 메타버스 전문가인 저자가 직접 챗GPT와 GPT-4를 실전적으로 활용하면서 익힌 경험을 저술을 통해 챗GPT와 GPT-4 인공지능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70가지 영역에서의 활용법을 담았다.안종배 지음 | 384쪽 | 광문각출판미디어국어 표기 규정의 전개
거시적・미시적 흐름으로 본 국어 표기 규정의 전개이 책은 국어 표기법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근대 시기 이후 오늘날까지의 국어 표기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안에서 제시됐던 표기법의 변천 과정을 기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선 1부에서는 시대적 흐름에 바탕을 두고 국어 표기 규정을 태동-성립으로 구분했다. 2부에서는 표기 규정의 전개 양상을 상세히 기술했다. 그리하여 각 표기 규정에서 원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그에 대한 표기사적 가치와 의의를 평가하면서 국어의 시각적 부호화를 통해 형성됐던 국어 표기 규정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다.우형식 지음 | 424쪽 | (주)박이정역주 묵자간고6
2천년간 잠자던 묵자를 다시 깨운다『역주 묵자간고』는 『묵자』 주석서로서 가장 정평이 난 손이양(孫詒讓)의 『묵자간고』를 처음으로 완역하는 책이다. 『역주 묵자간고』는 완성도 높은 번역을 위해 수십 년간 고전 번역과 후학 양성에 종사한 전문가가 협동 연구번역을 했다. 본서는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상세한 역주를 달았으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인용된 수많은 전거의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밝혀 전문성을 확보했으며, 현대의 언어감각에 부합하는 적절한 어휘를 찾아 표현하려 노력했다.책임번역 : 이상하 | 공동번역 : 변구일 | 364쪽 |전통문화연구회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왜 주택 투기에 꽃길을 깔아 주려 하는가우리 사회에는 부동산시장 혹은 주택시장과 관련해 몇 가지의 신화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그중에서 사실과 100% 부합되는 것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 한 가지뿐임에도 불구하고 여섯 가지로 대표되는 잘못된 신화들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지배해 왔다. 그 결과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역주행을 거듭해 왔다. 여러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 펴낸 이 책은 그 신화들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숱한 거짓들을 몰아내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도록 한다.이준구 지음 | 352쪽 | 도서출판 문우사한국 남해연안 여지지 고고학
남해연안지역 여지지(輿地志)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본 도서에서 논의한 것은 우리나라 남해연안지역 여지지(輿地志)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이며 문헌자료에 대한 고고학적 검증 결과이기도 하다. 고성의 삼한시대 고자미동국 태동, 그리고 삼국, 신라시대 보라국과 문화량현, 하동 정안봉산성 축조목적과 군현치소 이동, 남해 군현치소 이동과 관방성, 목장성 오해 보완, 거제 거림리유적의 성격과 둔덕기성, 독로국관계 유구와 유물, 부산 원도심과 부산포에 대한 위치비정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개과정에서 문헌자료를 기본으로 삼고 고분이나 성지발굴조사 등 고고학자료로 비교했다.심봉근 지음 | 360쪽 | 학연문화사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서양편 1
위대한 교육자의 삶과 교육사상을 탐색하다‘교육사상 시민강좌’는 교육사상가의 삶과 교육사상을 통해 현대 교육의 위기를 새롭게 이해하고 미래교육의 새로운 좌표를 찾고자 했다. 우리는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천을 통해 지행합일을 이룬 사람을 찾아 교육 이론과 실천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으며, 교육현장에서 교육 이론과 교육사상에 목말라하는 활동가들에게 나침반 같은 기능을 하고자 했다. 서구 교육사상가 11인에 대한 탐색을 담은 이 책은 다양한 교육사상을 통해 오늘의 실천에 방향과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심성보 외 10인 지음 | 424쪽 | 살림터동·서양의 자유 철학, 역사 성패 갈랐다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㊸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18일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가 「동서양의 ‘자유’ 비교」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4강은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의 「미·중 관계와 패권 경쟁의 미래」, 제45강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 정)의 「다원주의적 국제 질서의 철학과 비전」이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동서의 자유 개념은 너무 달라서 둘을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한 과제일 수 있다. 특히 서양의 근대적 자유 개념을 기준으로 하면, 동양에는 자유 개념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런 유치한 관점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왜 유치한가? 자유를 너무 단순하게 정의하기 때문이다. 자유만큼 보편적인 관념은 없고, 자유가 드러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자유는 그만큼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할 주제다. 물론 자유를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동서 비교는 완결된 해답은커녕 납득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결과를 내놓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일차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에서 자유가 이해되는 문제의 틀이나 표현 문법을 드러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와 직면한다. 사실 동서의 문화적 차이는 대단히 크고, 자유는 그 문화적 차이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첨예한 주제다. 게다가 문화적 차이보다 더 큰 걸림돌이 바로 자유 개념 자체의 애매함이다. 자유는 행복 같은 용어처럼 정의하기 어려운 말이다.개인‧사회‧문화권마다 주관적 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시공을 초월한 객관적 의미를 정하기 어렵다. 한 문화권에서도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이 자유의 관념이다. 더구나 동서 문화는 존재론‧윤리학‧정치학 같은 여러 수준에서 자기 나름의 자유 개념을 개진해왔다. 그러나 동서의 접촉면은 매우 드물어 보인다.
특히 근대 유럽의 자유 개념은 민주주의‧자유주의‧개인주의 같은 정치적 이념과 함께 형성돼 왔다. 그 배경에는 정치‧경제학적 체제의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동양에는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정치체제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자유는 행복처럼 애매한 개념이면서 동시에 동서고금의 인간이 추구해 온 가장 소중한 가치다. 동서 사상사는 똑같이 자유를 추구해온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동양과 서양이 서로 만나고 화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자유 개념부터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서 자유 개념의 비교는 불가능하되 불가피한 과제다.특히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동서 비교는 우리 인문 사회과학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동서고금의 사상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회오리를 일으키면서 다양한 반목이 일어나는 지역이 한반도다. 그런 갈등이 분열과 혼돈이 아니라 창조적 활력의 원천으로 타오르게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는 비교의 작업에 능숙해져야 한다. 카뮈는 불가능하되 불가피한 사태, 무의미하되 당위적인 사태를 ‘부조리(absurd)’하다고 했다. 다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기를 멈추지 않는 시시포스의 운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동서 자유 개념의 비교는 한국 인문 사회과학에 대해 그런 종류의 운명적 과제인지 모른다. 서양인은 자신의 언어 덕분에 다른 문화권보다 자기나 자유와 관련된 사태에 더 풍부하게 생각할 수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문법적 습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법적 습관보다 중요한 것이 역사적 전통이다. 동서의 윤리적 전통, 특히 자기 윤리학의 전통은 각각 공자와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동서의 자기 윤리학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자기 개념을 좀 더 세분하고 체계화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자유 개념 못지않게 자기 개념 또한 애매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를 나누거나 구조화하는 방식에서 동서가 너무 다르다.우리는 자기를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운동을 네 가지 원인을 통해 설명한다. 형상인, 질료인, 작용인, 그리고 목적인이 그것이다. 자기나 자아도 이런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서양에서 자기의 형상은 보통 영혼으로, 질료는 신체로 설정된다. 영혼은 지‧정‧의로 나뉘거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유가 전통의 근본 한계는 획일주의의 위험성과 그 배후에 도사린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있다”라며 “다양한 가치 추구의 공존을 전제하는 다원주의를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근본 한계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서양인은 자신의 언어 덕분에 다른 문화권보다 자기나 자유와 관련된 사태에 더 풍부하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문법적 습관보다 중요한 것이 역사적 전통일 수 있다.동서의 윤리적 전통, 특히 자기 윤리학의 전통은 각각 공자와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한다”.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능력 이론에서는 감각‧상상‧기억‧지성 등으로 분할된다. 중국에서는 자기는 마음과 몸으로 나뉘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대동소이한 정치‧윤리학을 제시했다. 또 맹자와 주자에게서도 루소-칸트에게서 못지않게 자율적인 주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전통은 자기의 구조와 심신의 이미지를 전혀 다르게 설정하는 까닭에 이런 상응 관계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실천적 행위를 설명할 때 서양에서는 의지나 자의를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능을 간주하지만, 중국에서는 의지 개념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 역할은 미미하다.양쪽의 상응 관계는 질료-형상 관계나 체용(體用)의 관점보다는 작용과 목적의 관점에서 찾는다면 일이 훨씬 쉬울 것이다. 특히 작용의 관점이 중요하다. 이는 도덕적 능력이나 윤리의 가능성을 설명해주는 것은 그 동기에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도덕이나 윤리의 가능성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과 공동체를 위한 자기 포기의 가능성에서 온다.명예를 좇는가 이익을 좇는가? 이런 물음에서 부터 명분과 실리, 자기애와 법칙의 존경 등 많은 구분법이 윤리의 본성을 설명에 동원되기 마련이다. 자기 보존의 본능을 능가하는 자기희생, 생명의 포기에까지 이르는 그 자기희생의 가능성이 없다면 도덕이든 윤리도 허구에 불과할 것이다.
작용 혹은 동기의 측면에서 공자와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들의 후예는 모두 유사한 관점을 취한다.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도덕적 가치임을 가르쳤고, 자기의 자기다움은 생물학적 가능성을 넘어서는 차원에 있음을 강조했다.동서 윤리학은 마음의 능력을 나누는 방식이 너무 달라 형상과 질료의 관점에서는 공통점이 없다. 그러나 작용의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도덕적 자기를 움직이는 동기를 현실원칙 너머에서 찾고, 생물학적 조건의 초과는 충동에서 찾는다. 프로이트의 용어로 하자면, 동서의 윤리학에서 자기를 움직이는 동력은 죽음충동이다동서 윤리학에서 자기를 움직이는 작용인은 현실원칙 저편에서 온다. 맹자의 대체는 선험적자기로서의 경험적 자기인 소체와 이 점에서 구별된다. 경험적 자기는 현실원칙(쾌락원칙)을 따른다. 쾌를 쫓고 불쾌를 피하는 일반적 경향이 쾌락원칙이다. 이익을 추구하고 불이익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현실원칙이다. 그러나 선험적 자기는 죽음충동과 관계하면서 생명의 논리를 뒤집는다.
서양의 공화정에서 공공선은 불변의 가치로 주어진 것일 수도 있고, 끊임없는 토론의 대상일 수도 있다. 고대의 공화주의와 근대의 공화주의 사이의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진화하면서 공공선은 토론 불가능한 절대적 지위를 상실하고 부단한 재검토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근대 사회에서 정치적 자유와 관용은 공공선에 대한 부단한 이의제기의 가능성과 맞물린 개념이다.혁명적인 사건에서 무한히 멀어지고 질서 유지를 위한 행정에 무한히 가까워지는 것이 유교적 정치다. 이런 사정은 청나라 말부터 서양의 자유 개념을 들여오고 근대적 공화정을 받아들일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서세동점의 위세 앞에 독립된 국가의 수립과 민족 보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모든 정치적 행위의 마지막 목표로 자리 잡음에 따라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끊임없이 유보됐다.이는 해방 후의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빈곤 탈출과 국가 안보라는 공공선에 짓눌려 계몽주의 이래 서양인이 가졌던 자유의 관념은 이 땅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기 힘들었다. 자유주의는 냉전 갈등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반공주의와 동의어가 됐고, 민족주의가 대두함에 따라 서구주의나 외세 의존주의 일반과 혼동되기에 이르렀다. 본래의 의미를 잃고 엉뚱한 의미를 띠면서 건강한 민주주의의 최대 걸림돌이 돼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유가 전통의 근본 한계는 획일주의의 위험성과 그 배후에 도사린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있다. 다양한 가치 추구의 공존을 전제하는 다원주의를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근본 한계다.19세기 이후 서양의 계몽주의를 수용한 이후에도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이라는 대의에 압도돼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원주의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에서 등장한 이른바 ‘유가적 능력주의’는 유가 전통의 고질적인 한계인 획일주의, 또 그것을 조장하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가? 그러나 어떠한 형태이든 모든 능력주의는 정치를 치안의 문제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닌가?글로컬 오디세이
내외부 위기 봉착한 중국, 독재체제로 가닥잡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시진핑의 ‘대관식’은 끝났다. 향후 중국은 어디로 가려 하는가? 시진핑은 제일 먼저 법
을 바꿨고, 다음으로 사람을 바
꿨으며, 마지막으로 조직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지난 10년 간 공공연하게 기획해 왔던 연임을 완성했다. 양회 이후 3월 16일에 발표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보면 시진핑 정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당 중심 통치 강화’다. 물론 당의 최고정점에는 시진핑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한다면 시진핑 자신을 중심으로 한 ‘1인 통치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중국 정치체제를 ‘분절적 권위주의’라고 평가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당국가체제라 할지라도 개혁개방 이후에는 당의 권한이 행정부처로 이양됨에 따라 정책 관료들의 상대적 자율성이 보장됐고, 관료들 사이에대만 문제를 둘러싼 체제 경쟁은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더 폭발적인 양상을 보인다. 중국적 사회주의는 시진핑 1인체제와 궤를 같이한다. 사진=위키백과
는 부처 이익을 위해 부처 간 상호 정책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당에 의한 국무원 지배의 완화와 ‘당과 국무부의 권한 분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진핑 정권 아래 중국 관료체제를 ‘분절적’이라고 평가를 하는 중국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당정 기구개편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안보’와 관련된 부처의 업무를 중국공산당이 직접 지도 감독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권이 말하는 ‘안보’는 곧 정권의 안정이다.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 정권을 지켜내는 것이 곧 ‘안보’다. 안보 중에서도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안보’야말로 시진핑 안보관의 핵심이다. 이번 개편안은 대체로 안보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금융·사회치안 등 3대 분야에
서 당의 직접 통치를 강화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역사적 퇴행이라는 국내외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세 번째 연임을 밀어붙이고 1인 중심의 통치체제를 확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제 위기감’에 기인한다 할 수 있겠다. 시진핑 지도부는 현재의 중국 사회주의 체제가 내외부로부터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그동안 경제발전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중국공산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해 왔던 수준에서의 탈피를 시도했다. 부정부패의 만연과 성장률의 둔화로 인해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기에 더 이상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통치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 정서와 함께 이를 가능하게 할 체제로서의 ‘중국적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강화함으로써 더 직접적 수단을 통한 통치 정당성 확보로 대체하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20차 당대회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역사적 대전환을 최종 선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발전이 아닌 사회주의 체제 유지가 이제 유일한 중심이 됐다.그렇다면 향후 중국이 당면할 많은 도전중 대표적인 국내문제와 국제문제 2개만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이념과 민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민생은 늘 국내 위기와 직결된다. 이번 양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장 및 주민소득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사회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써 국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둘째, 이미 국제화된 대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중국이 강하게 부정하고 거부하고 있지만, 대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양안 문제가 아니다. 중국 국내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진핑 정권하 미중 관계는 강대국 간 힘의 경쟁을 넘어선 체제를 대표하는 강대국 간의 경쟁이 됐고, 이는 곧 체제 경쟁 그리고 가치와 이념 경쟁이 된 지 오래됐다. 그렇기에 복잡한 국제적 환경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진핑 정권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이 문제가 앞으로 국내적 위기와 국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할 중대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이들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딸깍발이
챗지피티 특강, 질문하는 방법부터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곳곳에서 챗지피티(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챗지피티는 글·문장·오디오·이미지 같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요소인 매개변수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AI의 일종이다. 대학에서도 챗지피티가 학습 도구라는 기대와 부정행위의 도구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순기능과 역기능을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대학에서는 챗지피티에 대한 특강을 경쟁하듯 열고 있다. 챗지피티와 미래 교육의 방향, 교육환경의 급변에 대비하는 챗지피티의 이해, 챗지피티를 활용한 교수법 같은 주제로, 대학교육의 경쟁력과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든 특강이 대체로 그렇듯이, 여러 대학의 특강 내용은 심층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말라는 식의 개론적 성격이 강하다.어떤 질문에도 그럴듯하게 답변하는 챗지피티로 인해 교육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분들은 챗지피티의 활용 능력이 교수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학생들이 챗지피티를 활용해 시험공부를 해야 졸업 후에 경쟁력이 있다며 ‘오픈 챗지피티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다. 챗지피티로 풀기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교수의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챗지피티의 활용 능력이 정말로 교육 혁신의 원동력일까?챗지피티의 장점은 자료 찾는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챗지피티로 원하는 자료를 쉽게 수집하고 그럴싸하게 편집해 과제물을 제출할 것이다. 자료 찾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겠지만,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질문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들 알다시피 챗지피티가 토해내는 결과물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크다. 학생들은 자신의 해결 과제를 파악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챗지피티가 제공하는 답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판단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의 시간에 질문을 거의 안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질문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챗지피티를 과용하다가는 자칫 바보들을 양산할 수 있다.
윤리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과제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는 챗지피티가 대필한 글을 표절로 규정하는 학칙 개정에 나섰고, 6천여 명의 교수들도 ‘GPT 제로’ 앱으로 표절 문서를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부산대는 지성·창의성·인간성·다양성·공공성·책임성 같은 6가지 핵심 가치를 지키자는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민대의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도 흥미롭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힙니다.”를 비롯해 인공지능 활용에 필요한 10가지 가이드라인을 밝혔다.챗지피티를 활용하면 검색 시간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생각하는 과정’을 제거해버리니 사고력을 키울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들이 잉여 시간에 창의적 사고나 비판적 사고를 시도하면 좋겠지만, 알바 하나를 더 늘려 돈벌이 하는 데에만 남은 시간을 쓴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DNA(Data, Network, AI)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라고 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모든 것이 빈껍데기일 뿐이다. 챗지피티가 보편화될수록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러 대학에서 챗지피티에 대한 특강을 기획하기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한 특강부터 먼저 실시하기를 권고한다.제공=아트센터 화이트블럭갤러리 초대석
임승천 개인전 「잃어버린 고리」고리Ⅱ, 2023, 그라우트에 아크릴릭, 철, 550×550×210cm.임승천 작가의 7번째 개인전 「잃어버린 고리」가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6월 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작가가 절감한 우리 사회의 균형을 이야기한다.평평하게 쪼개진 수십개의 얼굴 조각이 균일하게 나열돼 있다(‘고리Ⅱ’). 원을 그리며 층층이 쌓인 얼굴 조각은 군상처럼 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개개인의 주관이 모여 공통점을 가지는 상호주관적인 관계 속에서 공동체의 욕망과 권력의 허무함을 꼬집는다. 임승천은 누군가 확증편향의 안온함에 기대는 순간 우리 모두 한 방향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집단화의 위험을 경고한다. 임승천은 우울감과 회의감이 공존하는 순간이 있다 하더라도 예술가적 태도로 사유하고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함의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주의에 적을 두고 사회 현실을 다루면서도 억지로 교훈적인 미래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이런 덤덤하면서도 수행적인 작가의 태도는 오히려 현대인의 무력감을 강하게 자극한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중국대학은 지금
장개석의 이덕보원과 한일관계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최근 한일간의 징용문제로 정치권 안팎이 대단히 시끄럽다. 한중일 세 나라의 국제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정부의 결단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일제 36년 치하의 식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무렵 이웃 중국은 반식민지 상황이었고, 대만은 우리보다 더 일찍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다. 중일전쟁 이후 일본은 중국의 동북만주, 경진기(京津冀), 화동과 화남 일대를 점거하고 있었다. 일본의 중국 영토에 대한 무단 점거는 한반도보다야 지배 기간은 짧았지만, 통치 범위는 훨씬 넓었다. 물론, 엄격하게 말하면 전방위적으로 식민 지배를 당했던 대만과 조선에 비해 일본의 중국 정책은 비교적 임시적이고 느슨했지만 단위면적 당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사람의 수는 중국 본토가 조선과 대만을 앞질렀다.
식민 지배의 피해는 그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중국도 일본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한국과 중국이 역사문제로 줄기차게 서로 싸워왔지만 지난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서로가 독립을 위해 같은 편에 서서 제국주의와 맞섰다. 이는 한중 교류사 역사상 꽤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하지만 일본의 패전 후 중국 국민당 정부의 일본에 대한 태도는 우리와 확연히 달랐다. 당시 장개석(蔣介石) 위원장은 이덕보원(以德报怨)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일본을 용서하자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일전쟁 동안 중국 대륙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일본을 돌연히 용서한다는 중국 최고 지도자의 태도는 이상하리만큼 이해하기 어려웠다.더군다나 일본에 의해 일어난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장개석의 이 발언은 어느 때보다 비판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언론은 수년간 항전을 지도해온 그를 친일파 혹은 매국노가 되었다며 비판했고 중공은 여기에 선동을 부추겨 국민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장개석은 뜻을 굽히지 않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여론은급물살을 타면서 장개석에 동조하는 세력이 출현하게 되었다.
사실 이덕보원은 중국인의 전통 관념이 스며든 말로 덕으로서 원수를 용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덕’과 베푼다 혹은 용서한다의 의미에서 사용된 ‘보’는 고대 중국 황제나 현자들이 자주 쓰던 단어다. 중국인에게는 자신을 높이고 상대에게 ‘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37년에 시작된 대일항전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중국에서 일본에게 복수하자는 민족주의가 고조되었을 때 장개석은 정치적 결단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했다. 그래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장개석의 결정에 반대하고 비판적인 여론은 생각보다 일찍 잠잠해졌다.오늘날 장개석을 평가할 때 이와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해서 양안의 역사학자들은 그를 친일파나 매국노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에서는 이를 사생결단이라 칭하기 이르면서 그가 내린 선택을 높이 평가한다. 또한, 중일 외교가에서는 이를 좋은 선례로 삼아 우호와 친선 교류의 현장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용서란 가해자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만이 해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전통사상에 능했던 장개석은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오히려 자신이 大人(덕이나 인정이 많은 의미에서)이 되고 일본이 小人이 되는 것을 의도하여 여론으로부터 오는 후과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우리는 백여 년전 식민통치를 받았던 국가들 가운데 지난 아픈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고 가장 높게 다시 일어선 나라 중에 하나다. 한국은 더 이상 구한말 유약한 조선도 아닐뿐더러 다시 한 번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착취와 억압에 대해 노출될 우려도 현저히 적다. 지난 독립운동가 선열들의 기록을 샅샅이 찾아봐도 일본을 영원히 미워하라는 말보다는 일본보다 더 나은 나라가 되길 이구동성으로 바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식민지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해자도 용서할 수 있는 大人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역사 앞에 일본은 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나, 87년생 정재훈“(…)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고. (…)”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극중 동훈이 지안에게 건네는 대사다. 건축구조기술사인 동훈은 인생을 내력과 외력의 싸움으로 정의한다. 외력보다 내력이 강하면 삶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삶을 지탱한다고 믿어 왔던 나라는 건물의 기둥이, 사실은 나의 내력의 근간이 아니라면?요즘 나는 세종에 산다. 세종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부산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내가 소속된 곳은 학교와 회사 둘 다다. 나는 전업 회사원임과 동시에 전업 학생이다. 이 말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는 않다. 공부와 경제활동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문턱에 걸터앉아 있다. 내가 결정한 일이다. 부산과 세종을 오가는 기차 안의 내 모습, 그 모습이 나의 현재 상태를 말해준다.논문 작성은 대학원 진학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지식을 생산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하려면 생계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나에게 생계의 유지와 지속적인 연구라는 두 요소는 한쪽에서의 필요가 충족되면 다른 한쪽의 필요도 함께 충족되는 관계가 아니었다. 한쪽의 필요가 충족되면 다른 한쪽의 필요가 충족되기 힘든 관계 속에 있었다. 너무 무턱대고 살아왔나? 어쨌든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감하게 해소해야 한다. 이른바 균형점을 잘 찾거나, 한쪽 요소를 다른 한쪽 요소에 비해 극단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나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써먹었던 방법보다 더 전략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은 없을까? 아마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인 듯 싶다. 내 연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무언가 혹은 누군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내가 만들 상품/연구의 차별성을 잘 드러내야 한다.내가 국가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사회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의 입장, 공동체라는 것이 있다면 공동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생활하고는 싶다. 사업계획서/연구계획서에 써야 하는 마지막 항목, ‘기대효과’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 말장난인것 같기도 하고, 고착화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것 같기도 해서다. 그러나 나는 쓸 것이다. 작은 틈새로 삐져나갈 기대치 못한 효과를 기대하면서.
금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들의 파도다. 돈의 흐름은 세계의 중심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 땅에서 그 흐름이 집중되는 곳은 서울이고, 서울은 상품화된 그리고 상품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나는 세종이라는 남한 국토의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에 살면서 서울로 가는 상행선이 아닌 부산으로 가는 하행선을 탄다.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다면 좀 더 나은 생활을 계획할 수 있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생, 인문분야 학문후속세대. 이 이름으로 무언가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거나, 무엇을 쟁취해내기 위한 투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순응하고 싶지도 않다. 철학과 박사과정생이 그 고유성을 인정받고 사회의 진지한 구성원으로 등록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우리 시대 철학의 기능을 고민해야 할 테고, 박사과정생으로서 이 국가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며, 성과를 들이밀며 지향하는 바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모두 충족시켜주었는데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나는 87년생 정재훈으로서 그리고 ‘중간’에서 온몸으로 타협없이 살고 있다. 나의 마음속에는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으며 나의 미래의 끝까지 기필코 지켜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나의 내력이 철학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력과 외력을 구분하고 외력을 버텨내는 삶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 대신 외력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사유하는 와중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시대 속에서의 나의 계급과 나의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다.정재훈
부산대 철학과 박사과정부산대 철학과에서 「체념과 행동: 벤야민과 블랑키의 역사관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연구조원으로 재직 중이고, 부산대 대학원 철학과 사회철학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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