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늘었지만, 연구・실험실습비는 줄었다
데이터로 읽는 대학②
대학 등록금, 어떻게 쓰이나15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대학재정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사립대를 존립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학자금지원 대폭 증가…대학 실질 지원은 감소교육부의 고등교육 부문 2023년 예산 규모는 2022년 11조 9,009억원에서 13조 5,135억 원으로 13.6% 증가했다. 고등교육예산은 매년 증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고등교육 예산은 증가했지만, 고등교육 예산에서 학자금지원 예산 비중만 급격히 증가했다
사립대학 교비회계 결산 현황(지출)
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상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입과 지출 구조도 분석해 보자. 반값등록금이 도입된 이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수입 감소와 이로 인한 연구학생경비 등의 지출이 줄어 들었다. 2017년 회계연도와 2021년 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비교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사립대 회계는 법인회계, 학교회계, 산학협력단회계로 구성돼 있다. 2021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일반 사립대 총 재정규모는 52조 5,115억 원이다. 이중 법인회계는 5조 4,789억 원(10.4%), 학교회계는 39조 4,383억 원(75.1%), 산학협력단회계는 7조 5,942억 원(14.5%)을 차지한다. 그리고 학교회계는 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로 구성돼 있으며, 교비회계 재정규모는 18조 2,465억 원(34.8%)이고, 부속병원회계는 21조 1,917억 원(40.4%)이다. 2017년과 비교해 보면, 총 재정규모는 2017년 대비 8조 6,643억원(19.8%)이 증액되었지만 교비회계는 오히려 2017년 대비 5,020억 원(-2.8%) 감소했다.교비장학금 늘리려 연구비·도서구입비 줄여대학교육에 투여되는 실질적인 재정이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사립대의 교비회계 결산 수입은 총 18조 2,460억 원이었다. 이중 등록금 수입이 9조 7,720억 원으로 53.6%를 차지했고, 국고보조금 수입이 3조 1,400억 원으로 17.2%를 차지했다. 2017년과 비교해 2021년 교비회계 총액은 5,020억원(2.7%) 감소했으며, 이중 등록금 수입은 3,780억원으로 3.7%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입금 수입, 교육부대 수입, 교육외 수입 등이 모두감소했다. 다만 국가장학금 확충으로 국고지원 수입만 3,240억 원 증가했다.
2021년 사립대의 교비회계 결산 지출은 총 18조 2,460억 원으로, 이중 인건비가 7조 7,300억 원으로 42.4%를 차지한다. 다음은 27.0%를 차지하는 학생경비 지출 4조 9,321억 원의 대부분이 장학금 지출이다.2017년 이후의 지출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18조 7,500억 원에서 2021년 17조 9,800억 원으로 7,7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교수 연구비, 학생경비 중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 교육운영 경비와 교육 인프라 관련 비용이 감소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반값등록금정책으로 국가장학금과 교비장학금을 확대한 결과, 학생경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사립대의 입장에서는 교비장학금을 늘리기 위해 교수 연구비를 줄이고, 실험실습비와 도서구입비 등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도 교비회계 적자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의 여파로 전국 4년제 사립대가 2017년부터 5년째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2022.2.7.)가 국내 4년제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대학 148개교 중 교비회계 운영수지가 흑자인 곳은 4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07개는 적자였다. 사립대의 상당수가 대학 운영수지에 적자를 나타내고 있으며, 앞으로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고, 적자 대학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지원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어느 사립대도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의 주요대학 조차도 운영수지에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다음에는 세 번째로‘대학 등록금, 과연 비싼가?’라는주제로 학교급별 교육과 사교육비 등 각종 교육비용과 비교해 대학 등록금의 실태를 살펴볼 예정이다.
황인성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지자체 참여형’ 혁신융합대학, ‘융합 전공’ 강조
교육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5개 연합체 선정 예정 올해 1,443억2021년부터 진행된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이 올해부터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으로 변경해 추진된다. 지자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했고 지역전략산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특히, 대학 내·외부의 벽허물기, 학문 간 융·복합 전공 개설 등을 강조했다. ‘혁신융합대학’ 사업은 기존에 대학이 주도하던 8개 분야만이 아니라 지자체가 참여하는 항공·드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이차전지, 차세대통신, 친환경 사업 등 5개 분야에 대해서도 지원한다.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23년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 5개 신규 컨소시엄(연합체)을 선정 공고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혁신공유대학사업이 혁신융합대학사업으로 수정된 배경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과 라이즈 추진, 범부처가 협업하는 ‘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이 수립된 데 있다. 교육부는 국가 차원의 첨단분야 융·복합 인재양성을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해 유기적으로 활용·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 수정을 통해 학문 간 융·복합을 촉진하고, 5대 핵심분야에 기반해 첨단분야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지자체에 산업계와의 연계·협업도 강화한다.교육부는 첨단분야의 급변성과 확정성 등을 반영해 다양한 학문(전공) 간 융·복합 모듈형 교육과정 운영을 활성화한다. 대학 안팎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소속 대학에 제약 없이 학생에게 수강기회를 제공하고, 대학 밖 자원의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 내 제도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융합학부 설치, 학점 상한과 학사일정 제한 완화, 학교 밖 프로그램에 대해 학점인정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원 분야도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제시한 ‘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 5대 핵심분야(A·B·C·D·E)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신규분야인 항공·드론과 기존분야인 지능형 로봇, 미래자동차는 A(항공·우주, 미래모빌리티), 기존분야인 바이오헬스는 B(바이오헬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이차전지는 기존 분야인 차세대반도체와 함께 C(첨단부품·소재), 차세대통신은 기존의 인공지능과 실감미디어, 빅데이터와 함께 D(디지털), 에코업은 에너지신산업과 함께 E(환경·에너지)로 분류했다. 기존 8개 분야는 총 6년, 신규 5개 분야는 총 4년을 지원해 13개 연합체가 2026년까지 운영된다. 교육부는 올해 13개 분야 연합체에 평균 111억 원씩 총 1천443억 원을 지원한다.‘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에 따라 선정한 22대 신기술 중, 선정에서 제외된 9개 분야는 부처별로 특화 지원(우주, 양자,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등)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존 컨소시엄과 연계해 지원한다. 또한, 기존 반도체 컨소시엄과 차별화하기 위해 신규 컨소시엄은 ‘소·부·장과 패키징·테스트(후공정)’분야로 특화해 선정한다. 올해에 2개 반도체 컨소시엄(차세대반도체, 반도체 소·부·장)에 대해서는 가칭 ‘반도체교육지원단 사업’을 도입해 산업계 전문가의 출강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8개 컨소시엄 지자체 연계 추가신규분야는 ‘(광역)지자체-(전국단위)대학 컨소시엄’을 구성해, 첨단분야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양성·활용을 추진한다. 기존 8개 컨소시엄도 2023년 사업 운영계획과 실적점검 등에 지자체 연계·협업 관련 사항을 추가해 반영할 예정이다. 교원의 산학협력 활동도 촉진한다. 나아가 산업계 인사를 교원으로 채용하는 등 활용 확대를 위한 교원 제도개선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확충할 계획이다.이윤홍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그간 혁신융합대학 사업으로 대학 현장에서 첨단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라며 “국가 차원의 첨단분야 인재양성 정책이 지역의 발전과도 연계돼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올해 ‘지자체 참여형’ 신규 5개 컨소시엄은 △신규 선정 분야 관련 산업 기반 및 전략 등을 보유한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와 △해당 분야 교육역량을 갖춘 대학들(최대 5개교, 수도권/비수도권 각 40% 이상)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교육부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컨소시엄 신청을 받는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올해 회계·입시·채용 집중 감사…단순 규정위반은 최소화
교육부, ‘행정감사 전면 재구조화’ 계획
교육부는 올해부터 회계·입시·채용 등 주요 분야를 집중 감사하고, 사소한 실수나 단순 절차 규정 위반 등에 대한 감사는 최소화 하기로 했다. 대학 차원의 조직적인 중대 비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교육부는 지난달 30일 ‘행정감사 혁신 방향’을 밝히고, 감사를 전면 재구조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올해 △회계(회계 및 계약, 재정지원사업) △입시(대학입시 공정성) △채용(대학 채용 비리) 분야를 집중 감사할 계획이다.학사제도 등 대학의 자율영역의 감사는 최소화하고, 경미한 사안의 처분 심의는 대학 자율개선에 맡기기로 했다. 경미한 과실에대한 개인 차원의 신분상 처분은 줄이고, 고의성이 없고 제도적인 미비 사항 등으로 인한 문제는 대학 자체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대학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감사가 대학에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학 감사는 국립대와 사립대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추진한다. 국립대는 장기간 종합감사 공백(국립대 감사 주기 현행 약 7.5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국립대 자체감사를 지원하고 이를 종합감사로 인정하는 제도를 일부 대학에 시범 운영한다.사립대는 그동안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 위주의 감사 실시로 정작 감사가 필요한 대학에 신속한 감사가 부족했던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현재 77개 대학이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감사 방식의 변화와 연계해 각종 제보 등으로 문제가 제기된 대학에는 특정·사안조사를 적기에 추진해 취약 분야 중심의 특정 감사를 강화한다. 상시 감사체계를 갖춰 감사 사각지대를 메꾸겠다는 계획이다.종이없는 행정감사로 대학의 준비 부담을 줄인다. 감사장에 사전에 비치하는 종이문서 자료(50여종)를 폐지하고, 기존 전자정보 시스템을 활용한다.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교육분야 행정감사는 대학 규제 개혁과 교육개혁을 뒷받침하고 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제비교연구를 통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중장기 발전방향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방일영 문화재단“전국에 벚꽃이 피었다…폐교 대학, 교직원·학생 지원 방안 필요”
‘사립대 구조개선법’ 첫 공청회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지방대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사립대 구조개선 지원방안과 학교법인 재산활용도 증진 및 사립대 폐교 시 재산 활용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립대 구조개선과 관련한 사학법인 쪽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드문 자리였다. 한계대학 퇴출 방안을 담은 ‘사립대 구조 개선법’에 대한 한국사학진흥재단, 사학법인 관계자의 의견과 학교법인 재산활용에 대한 재무회계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했다.이날 공청회에선 이태규 의원이 발의한 ‘사립대 구조개선법’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과 함께 사립대가 폐교할 때 재산을 활용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경영위기대학, 벚꽃 피는 순서대로 아니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혁신지원본부장“현재 인구변화는 인구절벽의 ‘감소 시대’에서 인구 지진의 ‘소멸시대’로 가고 있다.”이태규 의원이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혁신지원본부장은 데이터를 통해 사립대의 위기를 강조했다.우 본부장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21회계연도 결산서를 기준으로 전체 사립대에 대한 (모의)재정진단 결과를 통해 사립대의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모의)재정진단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영위기대학은 총 30개교(일반대 13개교, 전문대 17개교)이며, 이는 2020회계연도 결산서 기준으로 봐도 경영위기대학이 12개교가 증가한 규모라고 했다.또한, 경영위기대학이 소위 세간에서 말하는 ‘벚꽃 피는 순서’나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지도 않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지방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2021회계연도 기준 경영위기대학>
구분 서울경기대전충북강원부산경북경남광주전북전남제주합계일반대학 1 2 1 1 2 - 3 1 1 - - 1 13전문대학 - 5 1 2 3 1 1 - - 1 2 1 17합계 1 7 2 3 5 1 4 1 1 1 2 2 30※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우 본부장은 경영위기대학에 대한 구조개선 방안으로는 크게 4가지를 꼽았다. 먼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특례를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회생을 위해 적립금 사용, 재산처분과 통·폐합 시 규제에 대한 특례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임시이사가 선임된 법인에 대해서도 구조개선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한적으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개선 방식도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대학간 단과대학, 학부(과), 정원의 상호 간 양도·양수를 허용해 상생하는 방향으로 특성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재정기여자를 유치해 기업·지자체·타법인 등이 대학을 인수할 근거를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해산법인의 보유재산 처리와 지역 활용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이 해산 후 다른 공익사업을 희망하는 경우, 지자체의 의견을 들어 공익법인과 사회복지 법인으로 잔여재산 출연을 허용하고, 지역사회에서 폐교 재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상권 침체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에 대한 지원도 구조개선 방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법인이 보유한 재산 중 일부는 교직원 퇴직위로금, 특별편입생을 위한 교육비·장학금, 학업 중단 위로금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폐교로 인한 구성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자는 것이다.원활한 청산과정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우 본부장은 “현재까지 폐교된 대학 중 1개 법인만이 청산이 종결됐다”라며 “이는 폐교 이후 해산과 파산 시, 청산인과 파산관재인이 자연인으로 지정되거나 폐교 당시 학교법인의 이사 중에 지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고유 본업이 있는 사람이 청산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폐교대학의 청산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해산과 파산 시청산인과 파산관재인을 교육부가 법원에 추천하고 구조개선 전담기관이 재산처분과 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자진폐교, 교수·학생정원 대폭 감축 특례를”
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태규 의원이 발의한을 ‘사립대 구조개선법’의 세부 내용에 대한 법인 측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재산처분과 관련해 이사회가 이를 결정할 때는 학교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한 부분을 ‘수용’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의견 청취는 요식행위일 수 있다. 재산 출연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으므로 ‘의견 청취’를 ‘의견 수용’으로 수정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최 사무총장은 조세감면 등에 관한 조문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구조개선 추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잔여재산 전부나 일부를 공익법인 등으로 전환하거나 매각하는 경우 공익법인과 학교법인 등에 대한 증여세나 양도세 등 조세감면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내용을 반영해 “해산하는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과 청산을 위해 매각한 재산에 대한 상속세·증여세·양도세·소득세·법인세와 지방세는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할 수 있다”라는 법률 조문 신설을 제안했다.
또한, 자진 폐교 등에 대한 지원 특례와 관련된 조문도 신설해 대학이 대학교수와 입학정원을 대폭 감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기본재산 용도변경 ‘허가’서 ‘신고’로 완화해야”
신성욱 부산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신성욱 부산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는 학교법인 재산 활용도 증진을 위해 관련한 절차 간소화를 제기했다. 그는 법인이 기본재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선 사립대 법인 재산 활용과 관련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법인의 기본재산 용도변경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 것은 ‘허가’를 유지하되 그 외에 대해서는 ‘신고’ 사안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사전 허가제로 돼 있는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용도변경을 사후보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용도변경 등 업무를 사학진흥재단과 같은 전문기관에 위탁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대학 통폐합 시 재산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현재 사립대는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 귀속에 대해 국가 귀속으로 규정돼 있어 사립대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한 학교법인의 해산이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법인 해산과 잔여재산 처분에 대한 규제 특례 도입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경영위기대학 법인의 자율적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해산 시 잔여재산을 설립(출연)자 등에게 일정 부분 귀속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했다.또한, 해산장려금으로 학교법인의 해산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사립대 학교법인이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으로 해산하기를 원하면 구조개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여재산 평가액의 일정 한도 내에서 해산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지방 사립대의 재정자립 촉진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학교법인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수익률 높은 다른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대체 취득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주요 개선 내용으로는 고향사랑기부제 처럼 (가칭)모교사랑기부제를 도입하고, 기부자를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할 법으로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가리켰다. 신 교수는 “법을 개정해 10만 원 이하의 기부는 전액을 세액공제하고 10만 원에서 1천만 원은 100분의 15, 1천만 원 초과의 경우 100분의 30을 공제하자”라고 했다.
또한, 저수익 수익용 부동산을 양질의 자산으로 대체 취득하도록 법인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다른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대체 취득할 경우 감면 없이 이면 허용 과세를 하고 있는데, 다른 수익용 기본재산을 취득할 시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감면하자고 했다. 또한, 학교법인이 보유한 교육용 기본재산에 대해서도 일몰 시기를 삭제해 부동산 관련 취득세, 재산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록면허세, 사업소분과 종업원분 주민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했다.학교법인이 보유한 교육 외 재산에 대해서도 지방세를 분리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지방세법 시행령’에 의거해 교육에 직접 사용하고 있는 토지만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토지 중 소득의 100분의 80 이상은 교육용 사업에 사용하고 있는 토지와 같이 분리과세를 적용하자고 했다.“사립대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 아니다”
백영철 학교법인 연세대 법인사무처장백영철 학교법인 연세대 법인사무처장은 공청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지방대와 수도권대를 구분하기 이전에 사립대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의해 사립대는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며 사립대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백 처장은 “대학의 자금계산서, 운영계산서를 기업의 손익계산서 형태로 분석하면 대부분 대학이 적자상태”라며 “손익계산서를 통해 대학이 얼마나 어려운 상태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물가안정과 청년 대책을 위해 등록금이 동결돼야 한다면 반대로 대학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조세형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이 종교, 자산사업, 사교 등을 비영리법인과 조세 형평을 맞춰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국립대와 조세형평을 맞춰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사립대도 국립대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나아가 직접적으로는 각종 보조금을 확대하고 간접적으로 법인세, 부가세, 지방세 등에 대해 국립대에 적용되는 조항을 사립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학교법인의 자율권을 확대해 학교채권의 발행도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법인 자체의 신용에 따른 신용등급, 금융기관, 투자자의 판단에 의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정리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1. 모집전공 및 초빙인원
학 과 모집전공 초빙인원 비 고영어교육과 영어교육 1명∙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자컴퓨터교육과 컴퓨터공학또는 컴퓨터교육 1명∙교수 초빙 공고상 결격사유가 없는 자∙모집 전공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박사학위 수여 예정자)2. 임용일 : 2023.8.1.(예정)3. 지원 자격 : 가.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의 규정에 의한 결격사유가 없는 자.나. 모집전공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4년간 모집전공분야의 연구실적(학위논문 제외) 400% 이상인 자.※ 전공별 세부 지원 자격은 본교 홈페이지 참고4. 심사기준 및 방법 : 「대구교육대학교전임교원임용규정」, 「대구교육대학교전임교원신규채용시행세칙」및「학과 세부 심사기준」적용.5. 접수기간 및 장소 : 가. 접수기간 : 2023.4.18.(화) ~ 4.20.(목) 09:00~17:00까지※ 점심시간 제외(12:00~13:00)나. 접수장소 : 대구교육대학교 교무처(우편접수 가능)6. 기타사항(서류제출 등) : 본교 홈페이지(http://www.dnue.ac.kr) 공지사항 참고2023학년도 2학기 대구교육대학교교 수 초 빙2023년도 제1차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임교원 채용 공고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2023년 3월 31일1. 모집 분야 및 인원 (※복수지원 불가)3. 제출서류(원서접수)1) 1차 접수 : 2023. 4. 14.(금), 09:00 ~ 4. 21.(금), 18:00 [한국시각 기준]- 교원지원서, 연구(실기)실적목록, 자기소개서, 최종 학위(졸업) 증명서, 최종 학위 성적증명서 등※ 인터넷 입력 접수(본교 교원공채시스템)하되, 최종 학위 논문(작품), 대표논문(작품)은 방문 또는 우편 접수2) 2차 접수 : 기초심사 합격자 발표 후 별도 공지- 최근 4년 이내(2019.4.22.~2023.4.21.) 연구실적물 각 7부- 학력‧성적 증명서 원본(대학, 대학원) 각 1부- 경력‧재직 증명서 원본 각 1부- 사진(3.5×4.5) 1매 ※ 기초심사 합격자에 한함 / 방문 또는 우편 접수※ 자세한 사항은 본교 홈페이지(http://www.karts.ac.kr/) 및교원공채시스템 (http://www.karts.ac.kr:8103/invite/index.do)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2. 지원 요건1) 지원서 접수마감일(`23.4.21.) 현재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에 의한 임용 결격사유가 없는 자2) 「대학교원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한 교원자격을 갖춘 자3) 해당 모집분야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자 ※ 자세한 사항 본교 홈페이지 및 교원공채시스템 참조성별 특성 연구로 맞춤의료·정밀의료 앞당긴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h교수신문 공동기획
‘젠더혁신, 연구와 삶을 바꾸다’②최근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별 편향을 줄이는 젠더혁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젠더(gender)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생명 분야는 물론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산업현장·생태계 등에서도 젠더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교수신문은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 소장 이혜숙)와 공동으로 총 5회에 걸쳐 과학기술과 산업현장 등에서 젠더혁신의 중요성과 동향,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해보는 연재를 마련했다.
① 기초 뇌과학과 젠더혁신
② 임상의학과 젠더혁신③ 인공지능(AI)와 젠더혁신④ 산업현장과 젠더혁신⑤ 지속가능발전과 젠더혁신젠더혁신은 과학기술, 특히 임상의학 분야에서 성과 젠더 차이를 인식하고 비교하는 연구 방법을 통해 새롭고 탁월한 연구 성과 도출에 기여하겠다는 시도다. 종전까지 임상의학 역시 다른 과학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구자와 연구 관점, 피실험체 등 모든 연구 과정이 성인 남성 위주로 진행되거나 성별과 젠더 차이를 큰 변수로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개발 과정에서 성별 편향을 줄여야 한다는 젠더혁신(gendered innovations) 개념이 임상의학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연구에서 간과했던 중요한 부분을 포착하거나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속속 햇빛을 보고 있다.골다공증은 여성, 심혈관질환은 남성 질병?
성별 특성을 반영한 임상 분야의 성차 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는 것이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골반 골절을 앓은 환자의 3분의 1가량은 남성이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폐경기 여성의 질병으로 간주되면서 남성의 골다공증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이와 반대로 심혈관질환은 주로 남성 질병으로 간주되어 여성 심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켰다. 특히 허혈심장질환(IHD)은 미국과 유럽 여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꼽히지만, 임상 표준이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여성은 진단 지연이나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이후 성별 차이를 임상의학에 적용하면서 남성 골다공증과 여성 심혈관질환의 진단율을 높이고 치료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남성과 여성은 평균 수명이나 사망률에서도“앞으로는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가설을 세우는 과정부터 성차를 반영하고 연구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같다.”
강민규 충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성차의학에 대한 인식 확산과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의 경우 여성 86.5세, 남성 80.5세(2020년 기준)로 큰 격차를 보였고 사망 원인도 남성은 폐렴과 자살, 간 질환 등이, 여성은 알츠하이머와 고혈압성 질환, 코로나19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남녀별 수명의 차이는 성호르몬이나 성염색체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성별에 따른 기관의 구조나 기능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남녀 모두 사망 원인 1위가 암이지만, 암 발생률, 유병률, 예후 등은 성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성별 특성을 반영한 분석과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암 발병률·발병 부위도 달라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생물학적 여성과 남성의 의학적 차이를 연구하는 성차의학(性差醫學)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성차의학은 호르몬, 유전자 등에 의한 성(sex)과 사회문화적 성(gender)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성별에 따른 질환 발현의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다. 미래 의학 방향이자 핵심인 맞춤의료·정밀의료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최근에는 생물학적 여성과 남성의 의학적 차이를 연구하는 성차의학 (性差醫學)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성차의학은 성과 젠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성별에 따른 질환 발현의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다.맞춤의료·정밀의료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2022년 3월 여성의 위암이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이 2013~2017년까지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2천983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여성 위암 환자 중 미만형(彌滿形, 점막 밑에서 넓게 퍼진 형태) 비율이 50.5%로 남성(25.9%)의 약 두 배에 달했다. 김나영 교수는 “이 연구로 여성 위암 환자는 발견이 어려운 미만형 위암 비율이 남성보다 높고, 3기 이상에서 남성보다 예후가 나쁘며, 합병증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다는 점이 밝혀졌다”라며 “이러한 성차의학에 대한 인식과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별 차이에 따른 알레르기 질환과 약물 알레르기·부작용 등도 관심 대상이다.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충북대병원 강민규 교수(알레르기 내과)에 따르면 약물 알레르기 역시 성별에 따라 먹는 약이 다르고 부작용과 증상에 따른 대처 방안도 다르다. 강 교수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성과 젠더를 고려한 성차의학의 중요성을 갈수록 체감하고 있다”며 “보통 남녀에 해당하는 요인을 통계적으로 조사할 때 그동안 남성과 여성의 젠더 요인을 주로 정보 보정에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가설을 세우는 과정부터 성차를 반영하고 연구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학적 성별 차이 교육·연구 체계화 필요이러한 연구 성과와 더불어 최근 국내에서는 성차의학에 관한 학문적·학술적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는 선택과목으로 성차의학을, 고려대 의과대학도 ‘의학오디세이-성차의학’ 과목을 개설했다. 또한, 2022년 12월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왕규창)과 GISTeR(소장이혜숙)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국내 35명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 나타난 남녀 간 차이를 체계화한 교과서 『임상 영역에서의 성차의학』(도서출판 대한의학)을 출간했다.이처럼 정밀한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는 남녀 간 발병률, 임상적인 차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학적 성별 차이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 확산과 더불어 임상의학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연구제안서 제출 시 성별 특성의 필요성과 반영 여부를 조사하는 체크리스트 작성을 요구하는 등 임상의학에서 성차의학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추세다.여기에 더해 오는 4월 5일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소장 김나영)가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성차의학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교육 확산은 물론, 연구지원 정책에서의 성별 특성 반영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더 활발한 성차의학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김나영 교수는 “그동안 임상의학에서의 성차에 관해 깊이 있게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았고, 어떻게 치료에 접목해야 하는지 전문가들도 잘 몰랐던 게 사실”이라며 “임상의학 현장에서 성차의학 연구와 교육을 전면 도입하고, 이러한 성차의학 연구 결실을 통해 진료 과정에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선임연구원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성별에 따른 사망 원인의 차이
암 121.9심장 질환 63.7뇌혈관 질환 43.6폐렴 39.5알츠하이머병 20.5당뇨병 16.1고혈압성 질환 15.9패혈증 13.7만성하기도 질환 7.7고의적 자해(자살) 15.9여암 198.5심장 질환 62.3폐렴 47.2뇌혈관 질환 41.5고의적 자해(자살) 35.5간 질환 20.3당뇨병 16.9만성 하기도 질환 14.4운수사고 11.5패혈증 10.0남 순위1위2위9위4위5위6위7위8위9위10위200 150 100 50 0 0 50 100 150단위 : 명/10만명출처 : 통계청 성별 사망원인 순위(2020)성별에 따른 암 발생률 차이100 80 60 40 20 0 20 40 60 80 100폐 79.4 유방 96.5위 77.2 갑상선 90.0대장 66.8 대장 46.3전립선 65.6 위 37.8간 45.1 폐 37.4갑상선 29.3 간 15.8신장 16.2 췌장 15.3췌장 16.2 담낭 및 기타담도 13.6방광 15.6 자궁체부 12.8담낭 및 기타담도 15.2 자궁경부 12.7남자 여자단위 : 명/10만명출처 : 보건복지부 성별 암 발생률(2020)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
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으로 보내주세요인류세 철학, 근대를 다시 묻는다
인문학자가 본 인류세_ 조성환 원광대 교수교수신문이 마련한 ‘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시리즈로 조성환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의 글을 싣는다. 조 교수는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인간관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바꾸는 ‘지질학적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자연, 즉 하늘에 대한 외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수운 최제우, 해월 최시형, 혜강 최한기의 사람·자연물·하늘에 대한 공경의 철학을 강조했다.
‘지질학적 행위자’ 인간, 자연의 질서를 바꾸다
산업혁명 이래의 인류 역사는 ‘근대’라는 미명 하에 인간 이성의 승리의 역사로 찬양돼 왔다. 그런데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가 이러한 자화자찬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산업혁명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과 도구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지구시스템을 변화시켜 이상기후를 일으키게 됐다고 한다. 폴 크루첸(1933~2021)과 같은 대기화학자는 이러한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명명했다.간단히 말해서 인류세(人類世)는 인간의 산업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시대를 의미한다. 그래서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관은 그 이전의 인간관과 질적으로 달라졌다.. 인간이 지구의 질서를 바꾸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사가인 나오미 오레스키스 미국 하버드대 겸임교수는 이렇게 달라진 인간의 위상을 ‘지질학적 행위자’라고 명명하였다.그토록 많은 나무를 자르고 그토록 많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이제 우리는 지질학적 행위자(geological agents)가 되었다. (나오미 오레스키스, 「The Scientific Consensus on Climate Change」, 2007)
지질학적 행위자로서의 인간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해서 보았던 종래의 서구 근대적 인간관을 거부한다. 인간이 자연의 영역에 침투해서 자연의 질서를 교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따라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서 살아야 한다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인간관을 구가할 수도 없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 자체를 바꾸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세는 동아시아적 개념으로 말하면, 천인분리도 아니고 천인합일도 아닌 천인융합·천인착종의 시대이다. 이러한 천인관의 변화를 인류세 철학의 선구자인 미국의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인간이 기후변화를 유발했다는 설명은 자연의 역사와 인류왼쪽부터 과학사가인 나오미 오레스키스 미국 하버드대 겸임교수,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시카고대 석좌교수이다. 이들은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함으로써 자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지질학적 행위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의 역사를 구분하는 오랜 인문학의 근거를 무너뜨린다. (『역사의 기후: 네 가지 테제』, 『지구사의 도전』, 조지형 외 10인 지음, 355쪽)
나아가서 차크라바르티는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가 누려왔던 자유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의존적 자유’였다고 지적했다.근대적 자유라는 대저택은 화석연료의 지속적 이용이라는 기초 위에 서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부분은 에너지 집약적이다. 그런데 계몽주의 이래로 자유에 대한 어떠한 논의에서도, 인간이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은 동시에 지질학적 행위자가 되는 과정이라는 자각이 들어서지 못했다. (위의 책, 365쪽)계몽주의로 대표되는 서구 근대적 세계관은 인간과 자연을 서로 다른 법칙이 작동하는 두 세계로 간주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어서 도덕적 입법자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자연은 자연법칙에 의해 결정돼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유론에서는 인간의 자유가 자연에 의존해 있다는 발상이 나오기 어렵다.가령 오늘날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공간을 이동하거나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바꾸는 행위는 모두 화석연료에 의존해 있다. 그런 점에서 근대인들이 누린 ‘기술적 자유’는 자연을 소비해서 얻은 ‘자연 의존적 자유’인 셈이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자연이 고갈되면 인간이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문제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래서 차크라바르티는 이에 대한 윤리적 처방으로 근대인들이 상실한 ‘자연에 대한 외경’의 감각을 회복할 것을 주장한다.
17세~18세기의 유럽사상가들은 인간의 지위를 지나치게 과신하였다. 19세기~20세기의 근대화의 물결에서, 전기와 기술의 결합으로 그리고 도시와 인구의 증가로, 인간들은 다른 생명체들과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감각을, 그리고 외경의 감각을 극복하였다. 근대가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 행성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충동이 (…) 손실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 행성은 인간에게 경이로우면서도 두렵다. 사람들이 말하는 ‘지구윤리(Earth ethic)’를 발전시키려면, 놀람과 외경이 결합된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The Planet: An Emergent Matter of Spiritual Concern?」, 2019)차크라바르티의 진단을 동아시아철학 개념으로 바꿔 말하면, 근대의 본질은 ‘경천의 상실’에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19세기에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1824~1864)의 『동경대전』에 나오는 “요즘 사람들은 하늘님을 공경하지 않는다(不敬天主)”라는 문제 제기를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최제우의 뒤를 이은 해월 최시형(1827~1898)은 하늘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외경을 말하는 삼경(三敬) 사상을 설파했다. 사람은 물론이고 자연물까지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동시대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도구를 모두 ‘활동하는 기화적 존재’로 규정했다. 기화란 기후변화와 같은 대기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고, ‘활동’이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도구가 모두 그와 같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질학적 행위자라는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학과 동학은 인류세 시대에 주목할 만한 한국철학의 존재론이자 윤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환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에서 석사, 서강대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다산・동학의 하늘철학』,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등이 있다.
암초 피하는 ‘자율운항선박’이 뜬다
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㉒ 김지혜 창원대 교수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두 번째는 김지혜 창원대 교수다.
선박해양유체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 직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을 역임하고 재작년 4월 창원대에 임용된 김지혜 교수(조선해양공학과). ‘창원 공과대학 최초의 여성 교원’이란 이력이 더해졌다. “특정 성별을 대표하게 된 것 같은 상황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의 존재가 다음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제 일을 해나가고 있다.” 담담한 그의 말이다.
짓고 건조하는 거대한 구조물 ‘선박’“우리는 배를 ‘만든다’거나 ‘제조한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짓는다’, ‘건조한다’라고 한다. 표현에서부터 조선해양공학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짓는 대형 상선의 크기는 264미터의 높이를 가진 63빌딩의 1.5배이다.”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물에 띄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운항하게 하는 학문이 조선해양공학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학부 시절, 항공기 엔지니어를 꿈꿨지만 우연히 같은 학부에 묶여 있던 조선 분야를 공부하며 그 매력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김 교수의 전공 분야는 ‘프로펠러’이다. 현대중공업김지혜 창원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선박해양유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바 있다. 사진=WISET
재직 당시, 그는 대형 상선의 추진기를 직접 설계했다. 또한 관련 캐비테이션과 유동 소음을 해석하고, 초월 공동 수중운동체의 설계, 유체-구조 연성 해석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 모든 연구의 중심에 선박의 대표적인 추진장치인 프로펠러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체역학적 현상에 관한 연구가 있다.
프로펠러는 선체를 원하는 속도로 나아가게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동시에 진동과 소음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프로펠러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유체역학 문제를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하는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고 그는전했다.
미래의 배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형 선박은 스마트와 친환경,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암초 같은 해상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프로펠러의 문제점으로 진동과 소음뿐 아니라 내연기관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을 지적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친환경 연료와 하이브리드, 전기와 같은 친환경 추진 시스템에 대한 핵심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친환경 연료·추진 시스템 개발이 핵심
김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현대중공업에서 수행한 현장 업무와 연구를 꼽았다.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실무 수행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논문과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조선해양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한조선학회가 주관하는 ‘선박설계 콘테스트’와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를 강하게 추천했다. 선박설계 콘테스트는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선박을 설계해볼 수 있는 대회다.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는 무인 선박 기술을 탑재한 100킬로그램 이하 자율운항보트를 제작해 성능을 겨루는 대회다. 그는 “조선해양공학 분야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학술지를 통한 비평은 폭넓게 허용해야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는 『역사비평』 140호(2022 가을)에 계승범 서강대 교수(사학과)의 『모후의 반역』(역사비평사)의 실증과 시각에 대해 「조선시대 대비 지위와 인조반정의 재검토」라는 제목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계 교수는 『역사비평』 141호(2022 겨울)에서 「인목대비 폐위 논쟁과 인조반정의 명분」으로 오 교수의 비판에 답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계 교수의 답변 형식의 논문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역사비평』 측에 재반론의 기회를 요청했다. 『역사비평』은 ‘반박과 재반박의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는 이유로 재반론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역사비평』에 서평논문을 게재했던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과)가 <교수신문>에 학술토론·학술지의 공공성에 대한 기고를 보내왔다. 이후 『역사비평』 편집위원회는 논쟁의 두 당사자에게 추가 토론 기회를 제공하여 논쟁을 마무리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학술 논쟁의 진행 규약을 수립하자”
토론은 학자들이 활동하는 여러 유형 중 하나가 아니라 학문 활동의 중심이자 본질이다. 학자의 논문과 책은 학계를 향한 발제이며, 그것들을 둘러싼 활발한 토론을 통해 공통의 기반을 강화하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토론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 논쟁이 된다. 논쟁은 중요한 쟁점에 대해 서로 견해가 다른 학자들이 최선을 다해 논리적 합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학계에 뚜렷한 이정표와튼튼한 공통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우리 학계에서 위와 같은 논쟁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논쟁이 시작되더라도 감정적 공방으로 전이 되는 사례가 많고, 논란이 주변적이고 파생적인 문제로 옮겨가 중심 논제가 흐려지기 쉽다. 이런 문제들은 논쟁 참여자들이 자세를 바로잡는다면 해결되겠지만, 논쟁을 언제까지진행해야 하며 논쟁의 공간을 어디까지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 자체가 다시 복잡한 논란이 되어버린다.
학술토론은 대개 전문 학술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논쟁이 초점을 잃고 소모적으로 진행된다면 학술지 운영자, 즉 편집위원회는 판을 닫고 자리를 걷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안의 핵심 논점에 중대한 오류나 왜곡이 있다면 논쟁 당사자는 상대방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려 할 것이다. 논쟁의 종결에 앞서 논의가 더 필요한가, 더 이상의 논의는 소모적일 뿐인가 하는 판단 사이에 기계적 기준은 찾기 힘들다. 때로는 그만 논쟁을 종료하고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판단에 모두 동의할 수 있겠지만, 핵심 논제에 결정적 오류를 던져둔 채 논쟁이 중단된다면 논쟁 당사자든 학술지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의 오류를 심사위원이나 편집위원이 모두 잡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핵심 논지에 결정적 왜곡과 오류를 범했다는 반론이 있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여 바로잡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심사위원이나 편집위원들도 걸러내지 못해 그대로 공표된 오류를 독자들에게 꿰뚫어 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소모적 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편집위원회에서 논쟁을 임의적으로 중단시킨다면 독자들은 그 오류를 반박의 여지가 없는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편집위원회의 결정이 미리 공지된 원칙 없이 임기응변으로 이루어지고 논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다든가, 그에 더해 학술지 운영이 진리 추구와 시비판별을 포기한 채 논쟁의 현장관리마저 회피하려는 무사안일의 혐의가 짙다면, 논쟁의 중단은 정당성과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문제는 학술지 운영의 자율성으로 이어진다. 편집위원회는 독자적 판단 위에서 학술지를 구성해야 하며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학술지는 운영진의 사유물이라기보다 학계의 공론장이다. 등재지지정과 같은 국가적 제도 속에 운영되는 학술지라면 그 공적 성격과 책임은 더욱 강해진다. 논쟁의 양측에 단 1회라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어, 논점의 확산을 막고 결정적인 문제만 간략히 서술하게 한다면 학술지 간행에 부담이 될 이유도 없다. 편집위원회에 논쟁을 중도에 일방적으로 끊어버릴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학계 내부에서는 위와 같은 갈등을 해결할 장치나 절차를 찾기 어렵다. 사법부의 판단을 빌려서라도 옳고 그름을 확인하고 학문 공론장을 정비하면 좋겠으나, 학술 논쟁의 진행을 외부 권력에 맡길 수도 없다. 개별 사안의 부당성은 그것대로 다투어 나가되 학계의 더욱 근본적인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논쟁은 학자들이 진리를 추구하는 필수 활동인데 거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지, 학문 주체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학문 공론장의 절차와 질서를 가다듬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할것이다.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지음 |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536쪽이 책은 ‘지워진 과학자’를 중심으로 쓴 새로운 역사책이다. 워릭대에서 과학기술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과학 천재는 유럽에만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학으로 세계가 연결되기 시작한 15세기의 아즈텍 수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빛나는 성과를 냈으나 그동안 무시당한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등 비유럽 과학자를 조명한다.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정창욱 지음 | 콘택트 | 336쪽물리학자인 저자의 첫 책이다. 40년간 물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살아온 저자는 과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사는 삶, 물질, 그리고 우주에 질문을 던진다. 대칭성의 원리로 보는 남녀평등, 용수철 법칙과 닮은 인간 생존 법칙 등을 통해 절대적 과학 법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은 삶을 위해 존재할 때 가치 있음을 알 수 있다.
표류하는 세계
스콧 갤러웨이 지음 |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324쪽‘미국의 세계’가 표류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패권의 위기, 양극화와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과연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저자가 표류하는 미국과 허물어지는 세계 질서에 관한 서슬 퍼런 통찰을 담은 신간인 이 책으로 한국의 독자들을 만난다. 그는 지난 100년간 역사의 변곡점마다 미국은 분명한 선택을 해왔으며, 이번 선택에 향후 30년 모든 판도가 갈릴 것이라고 단언한다.화학의 역사
윌리엄 H. 브록 지음 | 김병민 옮김 | 교유서가 | 256쪽화학이라는 학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이 우주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에 대해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 화학의 역사는 인류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의 변화를 포착하고 분석한 역사이자, 물질 변화의 발견과 연구, 활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는 것은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를 아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과학의 역사에 대한 관록과 연륜을 담아냈다.선악과와 처녀 잉태: 유대-기독교 문명
권석우 지음 | 청송재 | 502쪽이 책은 영문학자이며 전쟁문학을 전공으로 하는 저자가 20여 년간 연구한 여성과 죽음, 그리고 우로보로스적 사유와 서양 문명에 관한 문화사적 연구서이다. 저자가 완결한 저작 '꼬리 먹는 뱀 우로보로스 사유와 서양 문명 비판' 연구서의 첫 번째인 이 책은 본문이 1천200쪽이 넘고 본문에서 밝힌 참고문헌만 쪽수로는 44쪽, 권수로는 840여 권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대작이다. 총 3권으로 나눠 출간한다.세계 연극사
페터 짐한들 외 2인 지음 | 이문기 외 3인 옮김 | 한울아카데미 | 832쪽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각각의 장에서 소개되는 개별 연극사는 시대별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맥락을 두루 반영하고 있다. 이로써 독자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 장르와 공연작품, 그리고 무대형식이나 극장 운영 등에 관한 배경 지식을 개괄적으로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각 시대별로 드라마 작가나 작품, 연출가나 무대형식에 관한 소위 대동소이한 형식의 카탈로그식 서술을 지양한다.에픽테토스 강의 1·2
에픽테토스 지음 | 김재홍 옮김 | 그린비 | 624쪽노예로 태어나 여러 가혹한 외적 조건을 겪어 낸 저자는 오히려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 마음의 평정을 가르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이 없었던 그에게 는 모든 인간이 가족이었고, 이러한 모습에서 가족과 국가를 초월해서 보편적 질서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스토아학파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사고를 찾아낼 수 있다.당신이 우주다
디팩 초프라·미나스 카파토스 지음 | 조원희 옮김 | 김영사 | 336쪽하버드대 의학박사이자 세계적인 영성인 저자가 저명한 물리학자 미나스 카파토스와 함께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인간 의식의 신비와 우주의 기원, 시간, 공간, 물질, 그리고 관찰자의 의미에 관한 9가지 궁극적인 질문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신경과학·양자물리학·우주론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다.세뇌의 심리학
요스트 A. M. 메이를로 지음 | 신기원 옮김 | 에코리브르 | 329쪽세뇌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헌터는 ‘세뇌’는 중국어에서 유래한 말로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을 수동적인 공산당 추종자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사상 주입, 전향, 자기고발을 이용하는 의식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정신적 살해(Menticide)’는 저자가 만든 단어다.저자가 말하다_『은유란 무엇인가』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260쪽
챗지피티에 맞서는 ‘은유’의 수사학…제3의 사유 패턴은유 사용설명서이자 창의성 훈련소 시리즈
생성형 AI 시대 맞아 더욱 긴요한 창의성 교육챗지피티의 등장과 함께, 생성형 AI가 지닌 창의성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그래서인지 창의의 도구로서 은유를 소개한 신간 『은유란 무엇인가』(공저)를 출간한 후, 필자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AI가 창작하는 시대에 창의성 교육이 과연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어떻게 실행되어 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필자는 1권 『은유란 무엇인가』(2월), 2권 『은유가 만드는 삶』(4월), 3권 『은유가 바꾸는 세상』(6월), 총 3권으로 출간될 은유 3부작 안에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이미 실려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은유란 무엇인가』를 보자. 이 책에서 필자는 은유를 단지 설득을 위한 수사법 가운데 하나로가 아니라, 창의를 끌어내는 정신의 보편적 형식으로서 조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기 위해 은유(A=B)를 동일률(A=A), 모순율(A≠~A)에 이어 인간 정신이 지닌 ‘제3의 사유 패턴’으로 규정했다.2천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참’과 ‘거짓’이라는 두 가지의 진리치를 가진 이치 논리를 확립한 이후, 동일률과 모순율은 인간의 모든 이성적·합리적 사고를 구성하는 기반이 됐다. 그 흔들리지 않는 디딤돌 위에 인류는 학문과 법률 그리고 사회 제도를 만들어 세웠다.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오직 창의적 천재들만이 이 같은 ‘논리적 사고’ 외에 또 하나의 사유 방식을 은밀하게 사용해 인류에게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을 선사해왔다. 그것이 바로 ‘은유적 사고’다. 그래서 이 책은 평범한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성배’가 된 은유적 사고를 찾아내 익히고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책을 펼치면, 이미 성공을 거둔 은유적 표현들 안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은유적 사고의 패턴을 찾아내 만든 도식이 등장한다. (원관념)➝(본질)➝(보조관념)➝(창의)가 그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은유 도식’이라고 이름 붙인 이 패턴을 익히고 훈련하면, 누구든 설득력과 창의력이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그것을 인지과학과 교육신경과학 같은 첨단과학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한다.그뿐 아니다. 이 책은 은유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인 ‘따라하기-분석하기-실습하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이 2권에서는 시, 동시·동요, 노랫말, 광고 그리고 각종 예술작품의 근간이자 골격인 은유적 사고를, 3권에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그리고 정치에서 사용하는 은유적 표현과 사고들을 추적해 분석하고 도식화하는 훈련을 하도록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 스스로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은유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종의 ‘은유 사용설명서’이자 ‘창의성 훈련소’다.
최근 한 일간지의 보도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중급 수준의 전문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대졸자 444명을 대상으로 보도자료, 짧은 보고서 작성 등의 문서 작업 실험을 시행하고 결과를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SSRN’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챗봇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균 27분 걸린 일을 챗봇을 사용한 사람들은 17분 안에 마쳤다. 작업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챗봇 사용자들이 훨씬 더 높았다 한다.생성형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와 확장력을 고려하면, 지식노동자 가운데서도 챗봇과 협업하지 않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상당수가 도태될 것이다. 그 후에는 AI와 협업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습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성형 AI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기술일까? 물론 그런 학습과 교육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경쟁력이란 본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능력에서 생겨나는 법이다. 영국에 가면 모두가 영어를 잘하지만, 그들 모두가 셰익스피어나 조앤 K. 롤링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앞으로도 우리의 경쟁력은 생성 AI와의 협업능력이 아니라 창의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김용규철학자·작가
서평_『미디어의 역사: 연기 신호에서 SNS까지, 오늘까지의 매체와 그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 |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500쪽
알고리즘에 갇힌 정보…가짜뉴스·사이버스토킹 부른다미디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챗지피티와 같이 새로운 미디어들이 현기증이 날만큼 빠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디어의 역사』의 저자인 자크 아탈리는 미디어의 과거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미디어의 역사를 조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과거 통해 미디어의 미래 예견
자동기계에 저작권 줄 날 올까인지, 미디어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실제적인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디어 역사는 네 개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각종 문자와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기원전 3만 년부터 인쇄술의 혁명이 시작되기 직전인 14세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인쇄술의 혁명이 시작된 15세기부터 증기 동력 인쇄기가 도입된 19세기 중엽까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종교 개혁으로 인해 인쇄된 유인물이 쏟아져 나왔으며, 계몽주의 사상의 진원지인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소식지와 유인물이 전파되었으며, 학술지와 통신협회도 생겨났다.세 번째 단계는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등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스미디어의 황금기였던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이다. 네 번째 단계는 기존 미디어 환경의 지각을 뒤흔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한 2000년대 이후이다. 이 네 번째 단계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단계이다.
아탈리는 수많은 참고문헌과 실증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미디어 상황의 장점과 단점을 치밀하게 비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우리에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소수의 권력자만이 가질 수 있던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우리에게 제공했다. 이에 소셜네트워크 공간은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게 됐다.
그런 미디어 공간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예컨대,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들은 자기만의 세계 속에 빠져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이슈에 대한 편향적인 지각,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편에 대한 증오심의 증가, 사회 소수자에 대한 차별, 사이버스토킹과 같은 범죄 등 사회적인 문제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자크 아탈리는 새로운 ‘빅브라더’의 출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가는 미디어를 통제할 수 없다. 대신,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미디어를 장악하면서 국가를 능가하는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챗지피티는 미디어 역사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는 훨씬 더 강력한 또 다른 기술의 물결에 의해 대체될까? 인간 저널리스트들은 자동기계로 대체될까? 2050년에도 신문·라디오·텔레비전·소셜네트워크·저널리스트들은 존재할까? 로봇이 소셜네트워크를 능가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사와 통제할 수 없는 소문 등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이제 미디어 기사를 생산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될 것이다. 그다음엔 라디오와 텔레비전 내용도 이 기계가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자동기계에 저작권과 보수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책 내용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류 매스미디어였던 종이신문·라디오·텔레비전의 미래가 제시된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 첫째, 우리는 미디어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가짜 뉴스, 모욕, 협박을 탐지하는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저널리스트들을 제대로 양산해 저널리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셋째,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를 통제·해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를 장악한 자본을 국가와 시민들이 견제해야 하며, 국가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구글과 같은 초국적 거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제한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임인재 기자·언론학 박사 mimohhh@naver.com저자가 말하다_『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 이한섭 지음 | 420쪽 | 박이정
‘기생충·라면’이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우리말·일본어 어휘 추적 40년 연구성과 담아
한자어 중 대부분 일본에서 유래한 사실 몰라이 책은 19세기 말 이후 우리말이 된 일본어 어휘에 대한 조사·연구의 결과를 엮은 것이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 많은 일본어 어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당수 어휘는 해방 후에도 들어왔고, 지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들 일본어 어휘 중에는 해방 후 국어순화 운동 등으로 쓰지 않게 된 말도 적지 않지만, 한자어 등은 아직도 많은 어휘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한자어 중에는 대부분이 일본어에서 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우리말 어휘인 듯 사용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예를 들면 △대통령 △헌법 △민주 △공화 △국회 △국회의원 △신문 △방송 △반도체 △연금 등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주요 어휘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왔다. 또한 영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진 기생충이나 매일같이 주부들이 사용하는 냄비, 직장인이 늘 입고 신는 와이셔츠와 구두, 서민들이 자주 먹는 라면 등도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스포츠 용어는 어떤가? 우리가 늘 사용하는 축구(蹴球), 농구(籠球), 배구(排球), 탁구(卓球), 송구(送球), 수구(水球), 당구(撞球) 등도 모두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야구 용어도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다. 견제(牽制), 경원(敬遠), 계투(繼投), 구위(球威), 내야(內野), 외야(外野), 대타자(代打者), 만루(滿壘), 병살(倂殺), 선발투수(先發投手), 승리투수(勝利投手), 실책(失策), 잔루(殘壘), 장타(長打) 주자(走者) 등이 우리말인줄 알고있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1980년대 초부터 이 문제의 연구에 착수하여 지금까지 약 40여 년간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다. 2014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모아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고려대출판문화원)을 출판했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는 3천663단어가 수록되어 있고, 각 단어(표제어의 이표기 포함)에는 의미와 유래·용례를 제시하여 독자들이 해당 단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그런데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심증이 가면서도 조사가 충분치 못해 수록하지 못한 단어가 5천여 개나 있었다. 필자는 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여 2천137단어를 추가해 지난해 6월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을 출판했다.이 책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해설편」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이란 무엇인가? △어떤 말을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로 볼 것인가? △언제부터 일본어가 우리말에 들어왔나? △어떤 일본어가 들어왔나? △어떠한 방법으로 우리말에 들어왔나? △왜 일본어가 우리말에 들어왔을까' △해방 이후에도 들어왔나?
제2부는 「어휘편」으로, 개화기 이후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어 어휘 모두에 대해 그 유래와 우리말에 들어온 시기를 수록했다. 수록된 어휘 수는 5천847단어에 이른다. 각 단어에는 우리말 표제어와 원 일본어 표시, 우리말에 들어온 초출 용례 등이 표시돼 있다.『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을 사용하면 어떤 일본어가 언제 우리말에 들어왔는지를 바로 알 수 있어서 앞으로 근현대 우리말 어휘의 성립 문제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어떤 단어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 연구자가 그러할 것이고, 국가 행정을 맡아보는 정부 관계자나 국회나 입법관계자들이 법을 만들 때에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말을 지키고 바르게 가꾸어 가야 할 교육현장의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필요할 것이다. 그밖에 언론 종사자들의 기사 작성이나 작가, 교과서 집필자 등 글을 쓰는 분들도 이러한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조
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한섭
고려대 명예교수·일본어사책으로 보는 세상_『편견 없는 뇌』 지나 리폰 지음 | 김미선 옮김 | 다산사이언스 | 536쪽
젠더화 사회, ‘젠더편향 뇌’ 낳는다연구자들이 에티오피아의 외딴 마을에 상자 한 무더기를 떨어뜨렸다. 그 상자들 안에는 약간의 게임과 응용프로그램, 노래가 탑재된 최신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설명문은 전혀 없었다. 그 마을 아이들은 컴퓨터를 결코 본 적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그 이후에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상자를 발견한 한 아이가 4분 만에 전원 스위치를 찾아 노트북을 켰고, 5일이 못안내 없어도 세상의 규칙 알아내는 뇌가소성 이론으로 젠더 차이 해소·타파
되어 마을 안의 모든 아이가 40개 이상의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연구자들이 깔아 둔 노래를 따라 불렀다. 5개월이 되기 전에 아이들은 고장 난 노트북의 내장 카메라를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OS를 해킹했다.
인간의 뇌는 에티오피아의 이 마을 아이들과 닮아 있다. 안내 없이도 세상의 규칙을 알아내고, 응용프로그램을 학습하고, 애초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선다. 주변 세상으로부터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여 생존방안을 찾아내는 사회적 스펀지 같다고나 할까.그런데 이런 훌륭한 뇌를 잘못 사용해온 뿌리 깊은 사례가 있다. 바로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뇌의 성차(性差), 젠더 차이의 문제다. 영국 애스턴브레인센터의 인지신경과학자 지나 리폰은 『편견 없는 뇌』(The Gendered Brain)에서, 18세기에 태동한 뇌과학이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 차별·억압의 도구로 쓰였다고 주장한다.
“여자는 … 인간 진화에서 가장 하등한 형태를 대변하며 … 문명화된 성인 남자보다는 어린이와 야만인에 더 가깝다(귀스타브 르봉, 1895).”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잘 발달된 남성의 뇌는 여성보다 크다고 하며 뇌의 크기나 용량을 계량하는 두개골학이 등장했다. 그리고 뇌의 돌출부 모양에 따라 호전성·다산성·조심성 등을 판별하는 골상학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여성의 보완적 본성이라는 개념이 나타나 “사적이고 배려심 많은 여자는, 공적이고 이성적인 남자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19세기까지 여성을 권력의 회랑에서 추방하기 위해 여성의 허약함과 취약함에 대한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발표됐다.20세기에는 뇌과학 분야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뇌파 측정,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이 출현하여 뇌의 활동을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서는 뇌의 가소성 이론이 등장하게 됐다.지나 리폰은 위의 책에서, 우리의 뇌가 후천적 학습을 통해 계속 성장한다는 가소성 이론에 기반하여 성차, 젠더 차이를 해소하고, ‘뇌를 묶는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홍과 청색으로 구분되는 영아복 같은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남자답게’와 ‘여자답게’라는 교육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신의 특별한 선물인 인간의 뇌를 충분히 활용하여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을 먼저 시작하는 측은 타인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인간으로서 승인하지 않는 억압자들이지, 억압과 착취와 차별을 당하는 피억압자들이 아니다.” “억압자들이 보기에 불만을 품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고, 사악하고, 사납게 보이는 쪽은 언제나 그들의 폭력에 맞서는 피억압자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에 나오는 이 두 문장에서 ‘억압자’를 ‘남성’으로, ‘피억압자’를 ‘여성’으로 치환해 보자.
다소 이분법적이고 직설적이긴 하지만, 뇌과학의 역사에서조차 이처럼 여성에 대한 억압이 지속적으로 자행돼 왔다는 것이 새삼스러워 제안해 본 것이다. 우리는 불평등이 체화되어 그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비인간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부당한 사회질서를 지속하려는 ‘그’의 존재를 끊임없이 살피고, 구조적 해법을 찾기 위한 실천(praxis)이 절실하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감정의 역사
김학이 지음 | 푸른역사 | 528쪽훗날 21세기 초반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읽어낼까. 정치적 이견으로 핏줄 간에도 반목하는 지금의 사회를 두고 모르긴 몰라도 ‘분노사회’ 혹은 ‘혐오사회’로 규정하지 않을까. 이처럼 역사의 추동 요인으로 감정의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하지만 감정사는 서양 학계에서도 2천년대 들어서야 본격 연구되기 시작한 신생 분야다. 16세기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독일사의 숨은 동인(動因)을 성찰했다.소포클레스의 비극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 소포클레스 원저 | 장영태 옮김 | 부북스(BooBooks) | 300쪽저자는 능동적 독자로 2천200년 전의 소포클레스와 그의 작품을 만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대변하는 능동적인 독자로서 기원전의 작가와 작품을 만나 거기에 역사적 생명을 불어넣어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대와 근대의 대화”로서 그의 소포클레스 비극의 번역과 주석은 수용미학의 탁월한 범례의 하나인 셈이다. 그것은 창작 못지않은 문학적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중국전선종군기
후지와라 아키라 지음 | 이재우 옮김 | 마르코폴로 | 296쪽이 책은 『일본군사사』로 국내에 알려진 저자의 전쟁 체험기이다. 대표작으로 『아사한 영령들』이 있는데 그는 이 책을 통해 중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 전사자 230만 명 중 140만 명이 아사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이다. 2001년에 출판될 당시 일본에 던진 충격파는 어마어마했다.현대시조와 리듬
김보람 지음 | 소명출판 | 320쪽한국 현대시조에 나타나는 리듬을 모색하기 위해 김상옥, 윤금초, 박기섭 시인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현대시조의 형성 과정 및 리듬론의 전개양상을 논한 책이다. 이들의 현대시조는 ‘정형률’이라는 규격화된 형식에 구속받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리듬’을 시적 영역 안으로 포섭해 시조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인 ‘정형’에 대한 물음을 제기했다.악티움 해전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508쪽
국내 최초로 악티움 해전사를 본격 소개하는 이 책에서 고대 전쟁사의 대가 배리 스트라우스는 여러 문헌 기록과 현대에 발굴된 고고학 자료를 적극 활용해 악티움 해전의 전말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고 그 실상을 추적한다. 저자의 유려한 필치를 따라 악티움 해전은 전략 전술은 물론이 며 경제, 프로파간다, 외교, 사랑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총력전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옥타비아누스가 고난과 불리함을 극복한다.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박진은 지음 | 뜻밖 | 224쪽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치고 퇴근 길에 ‘울컥’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그런데 맡겨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칭찬까지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그 ‘한 번’을 위해 직장을 등진다. 그녀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묻기 위해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다.맹자에게 배우는 나를 지키며 사는 법
김월회 지음 | EBS BOOKS | 276쪽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정치학의 교본이고, 누군가에게 는 수신의 철학서요, 누군가에게는 처세의 지침이 되는, 2천300여 년의 시간과 시대와 지역을 넘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맹자』의 행간을 읽고 그 숨은 뜻을 풀어낸 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이와 같은 당당한 삶의 조건을 우리는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지음 | 이경식 옮김 |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440쪽정교한 논리와 지적 대화로 전 세계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키며 ‘정의’, ‘공정’ 열풍을 일으켰던 저자가 『공정하다는 착각』 이후 3년 만에 신간을 들고 찾아왔다. 이번에 꺼내든 화두는 다름 아닌 ‘위기의 민주주의’다. 그는 삶의 질서에 관한 불편한 의문을 제기한다. “민주주의는 정말 선한가?” 이에 샌델은 반박하기 힘든 일침을 놓는다. “그렇다면 자유와 풍요 속, 더 큰 상실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분야별 신간
인문누구나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다 | 신성권 지음 | 모아북스 | 284쪽멜랑콜리 치료의 역사 | 장 스타로뱅스키 지음 | 김영욱 옮김 | 읻다 | 208쪽일본 학교의 역사 | 기무라 하지메 지음 | 임경택 옮김 | 눌민 | 216쪽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 허성심 옮김 | 알레 | 452쪽경제
수소경제의 과학 | 김희준·이현규 지음 | 사회평론 | 140쪽역사러시아문서보관소 자료집 5 | 송준서 엮음 |배은경·김혜진·방일권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76쪽자기계발스크럼의 힘 | 배동철 지음 | 서울경제신문사 | 256쪽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400쪽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 모리 가즈코 지음 | 이용빈 옮김 | 정승욱 감수 | 한울아카데미 | 320쪽21세기 뉴페미니즘 | 전복희 외 10인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88쪽문학-에세이고고의 구멍 | 현호정 지음 | 허블 | 204쪽
굿바이 파리 | 박종규 지음 | 폴리곤커뮤니케이션즈 | 404쪽빛의 영역 | 쓰시마 유코 지음 | 서지은 옮김 | 마르코폴로 | 216쪽시간의 아르페지오 | 김진희 지음 | 소명출판 | 435쪽인격과 세계관 | L.S. 비고츠키 지음 | 비고츠키 연구회 옮김 | 살림터 | 376쪽칸토스 완역판 | 에즈라 파운드 지음 | 이일환 옮김 | 소명출판 | 1,324쪽윤석열 공대, 박정희 공대, 문재인 공대
학문의 주먹⑧
현대국가는 지식국가다.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대학에서 나온다. 그런데, 대학과 학문이 붕괴되고 있다. 한국만큼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도 없다. 대학과 학문, 교육에 대한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 필요한 때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쓰고, ‘지식과 권력’ 3부작을 내놓았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가 도발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다. 학문과 정책(정치)의 연결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교육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최근 출판했다. 지식과 권력 3부작인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를 출간했다.
카이스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의외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1970년 4월 뉴욕공대 정근모 교수는 자신의 스승 존 헤너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의 도움으로 30세 나이에 박정희 앞에 섰다. 저돌적이고 혈기왕성한 정근모는 한국이 후진국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연구중심 공대를 세워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발표가 끝나자 박정희는 당시 교육을 책임지고 있던 홍종철 문교부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다. 육사 8기 홍종철은 박정희와 함께 5‧16을 주도했고 초대 경호실장까지 역임했던 ‘박핵관’ 중의 박핵관이었다. 이때 홍종철은 강력하게 반대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당시 대학은 데모를 주도하던 곳이기도 했고, 새로운 대학 설립은 다른 대학들의 반대를 뚫어야 했기 때문이다. 박핵관의 강력한 반대에 회의는 싸늘해졌고,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다.
박정희 공대, 카이스트의 극적인 반전
이때 박정희는 “이 중에 대학을 잘 아는 남 박사의 의견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남 박사는 한강의 기적의 주역,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남덕우 재무부 장관이었다. 남덕우는 문교부 장관의 걱정도 이해하지만, 경제발전을 위해서 연구중심 공대가 필요하기에 문교부 예산이 아니라 경제개발 예산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박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말투로 이 공대의 설립을 문교부가 아니라 과학기술처에서 추진하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극적인 반전으로 박정희 공대, 곧 카이스트가 설립되었다. 카이스트(당시 이름은 카이스 KAIS)는 1971년 2월에 설립되었으니,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세워진 대학이다. 향후 광주과학기술원(1993), 대구경북과학기술원(2004), 울산과학기술원(2007)이 카이스트를 모델로 세워졌다. 카이스트를 박정희가 만들었으니 이들도 역시 박정희 공대라고 볼 수 있다. 이 4개 대학은 당시 문교부 장관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교육부 소속이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다.한전공대 감사에 나선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을 동원하여 한전공대(켄텍) 설립과정에서 불법을 찾아내겠다고 선포했다. 보수진영은 한전공대가 ‘문재인 공대’라며 총 공세에 나섰다. 한전공대는 논란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고, 복잡한 절차를 밟느라 개교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의사과학자를 국가전략 관점에서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라”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
“박정희 공대를 어떻게 윤석열 공대로 바꿀 것인가.
윤석열 공대는 박정희 공대를 의대와 새롭게 결합시키면서 ‘IT + BT의 재조합 대학’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곧 윤석열 공대는 스탠퍼드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다. 윤 정부의 주특기가 수사와 감사니 파헤치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구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왜냐하면 비판은 창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상책은 무엇인가? 윤석열 공대를 만들면 된다. 어떻게? 박정희 공대를 윤석열 공대로 바꾸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세계대학사를 연구하다보면 대학설립은 결국 최고 권력자의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 대학혁명을 일으킨 베를린 대학의 설립은 프로이센 왕의 결단 덕분이었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미국 주립대들은 링컨의 결단에 의해 세워졌다. 버클리, 위스콘신, 일리노이, 코네티컷, 플로리다, 메릴랜드, 미네소타, 오하이오 등의 주립대들은 1862년 링컨이 모릴법에 서명함으로써 만들어졌다.흥미로운 사실은 MIT도 문을 닫기 일보 직전에 링컨이 구했다는 사실이다. 모릴법은 사립대도 지원할 수 있게 했는데 그 결정은 각 주의 정부에 맡겼다. 대다수 주들은 새로운 주립대학을 세웠다.뉴욕과 매사추세츠는 기존의 사립대에도 기금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MIT는 1861년 4월 10일 세워졌고, 바로 이틀 후에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전쟁 통에 대학을 갈 수 있는 젊은이는 극소수였다. 결국 MIT는 설립되자마자 망할 위기에 처했다. 1862년 대학설립 및 재정지원법인 모릴법이 통과되었고 MIT 설립자 윌리엄 로저스는 MIT가 그 지원금을 받도록 매사추세츠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결국 매사추세츠 주는 MIT에 할당된 기금의 3분의 1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링컨이 없었다면 오늘날 MIT는 없었을 것이다.
카이스트·포스텍 ‘의대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어떻게 박정희 공대를 윤석열 공대로 바꿀 것인가? 현재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사활을 걸고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의대 설립이다. 미국 대학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의대설립이다. 왜? 우리는 IT와 BT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의사가 아니라 의사과학자를 의대에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쉽게 말해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의사가 2억 원을 번다면, 탁월한 의사과학자는 수십조 원을 벌 수 있다. 나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리더들이 미래를 볼 줄 아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의대 설립과 의사과학자의 양성은 4차 산업혁명의 다른 축인 BT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IT는 강한데 BT는 굉장히 약한 나라다. 반도체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최근의 반도체 경기 침체가 주는 교훈이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에만 의대를 설립하기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에도 의대를 설립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의사인력의 대규모 부족,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 글로벌 팬데믹 시대, BT의 절대적 중요성, 국토균형발전, 지방시대 실현 등을 고려한다면 2개의 대학보다 5개의 대학에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공대 2개 보다는 5개를 만드는 것이 업적을 위해서도 좋다.BT혁명 일으킨 스탠퍼드의 ‘재조합 대학’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윤석열 공대가 아니라 윤석열 의대가 아니냐고. 스탠퍼드는 IT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탠퍼드는 BT혁명도 일으킨 대학이다. 서울대 과학학과 이두갑 교수는 그의 책에서 스탠퍼드 의대가 BT혁명을 일으키면서 스탠퍼드가 ‘재조합 대학’(Recombinant University)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의학과 생물학이 공학과 재조합되면서 바이오 ‘테크놀로지’(BT)로 재탄생한 것이다. 윤석열 공대는 박정희 공대를 의대와 새롭게 결합시키면서 ‘IT + BT의 재조합 대학’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곧 윤석열 공대는 스탠퍼드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미래는 IT와 BT의 결합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저 멀리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박정희도 링컨도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윤석열 공대라는 재조합 대학은 결국 리더의 결단의 문제다. 이번 정권에서 결단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된다.연극 리뷰_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
‘안나 카레니나 만난 톨스토이’…아사 직전에 쏘아올린 연극젊은 나와 대화하는 톨스토이 자신의 생각과 마주하는 안나
마지막 기차 기다리며 나누는 두 주인공의 참회h용서의 독백“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마지막에는 죽인다.”(Vulnerant omnes, ultima necat) 이 라틴어 문구의 주어는 ‘시간(인생)’이다. 프랑스의 한 교회에 놓여 있는 해시계에는 인생의 덧없음이 이같이 새겨져 있다.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극단 피악)를 보며 이 라틴어 문구가 떠올랐다. 물리적 시간(크로노스)은 우리를 죽이지만, 참회의 시간(카이로스)은 영원을 꿈꾸게 한다. 공연은 다음달 16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드라마로 선보인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는 나진환 성결대 교수(연극영화학부)가 극작·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2022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국제연극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나 교수는 “시대의 결핍에 대한 반응으로서 연극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려 한다”라며 “연극의 본질적 사명감과 책임감”을 언급했다. 그는 아사 직전의 순수예술판을 우려하지만 동지인 성스러운 배우들이 있어 용기를 냈다. 특히 “어딘가에 있을 인문학을 사랑하는 관객을 믿고, 비극을 사랑하는, 즉 연극예술의 본질을 갈망하는 관객이톨스토이 역을 맡은 정동환 배우(왼쪽)는 명확한 대사 전달로 노래 같은 독백을 들려줬다. 안나 카레니나 역을 분한 정수영 배우는 고상함과 광기의 이면을 제대로 드러냈다. 사진=극단 피악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인간 실존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이번 작품은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시리즈-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고전에 기대어 인간을 인문학적으로 관조했다. 나 교수는 “인간이란 정말 모순되면서도 복잡한 생명체인 것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실존 방식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속하게 해 주셨다”라며 “따라서 우리는 인간을 단순한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인간의 아름다운 실존의 여정이 무엇인지, 우리의 탐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도전적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자신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1878)의 주인공 안나를 만난 다. 안나는 연극 속 또 다른 배우가 연기한 자신의 생각과 마주한다. 또한 톨스토이는 과거의 젊은 자신과 대화한다. 내가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 셈이다. 무대 장치 역시 창의적이다. 무대 위 배우는 종종 마치 분신처럼 스크린에 비친다. 독백과 노래는 바이올린·첼로·피아노의 선율을 타고 흐른다. 무대 중앙을 사각형으로 두른 틈새에는 물이 고여 있다. 물은 원래 어디로 든 흐르는 게 자연스러운데, 감옥에 갇혀 있는 듯하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톨스토이역 시간, 저녁 6시 5분에 멈춰연극은 러시아 아스타포보 간이역에서 톨스토이의 딸이 저녁 6시라는 시간을 가리키며 시작된다. 공연을 다 보고 나면 알 수 있듯이, 이 역은 현재 ‘톨스토이역’으로 바뀌었다. 공연의 마지막에 시간은 저녁 6시5분이 돼 있다. 톨스토이가 죽기 전 마지막 5분은 참회로 점철돼 있다. 톨스토이가 죽기 전 남긴 말은 “(‘하지만 농민들... 농민들은 어떻게 죽지?’)였다. 귀족으로 살았지만 농민을 동경했던 그는 죽는 순간만이라도 농민이 되고 싶었다. 계급을 초월해 비폭력·사랑·평화를 갈구했던 톨스토이였다.톨스토이 역은 정동환 배우가 맡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사가 노래처럼 들리길 바랐다. 기자가 관람한 공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명확하고 유연한 대사 전달이었다. 막힘없이 흐르는 정동환 배우의 대사는 정말 노래 같았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젊은 시절 기만했던 날들을 후회하고 참회한다. 진실을 외면한 채 진보를 외치고, 자유니 사랑이니 떠들어 댔던 스스로를 원망하는 것이다. 신이 있다면 그런 톨스토이를 구원해 줬을까. 그렇다면 과연 인생의 진실은 무엇이고, 역사는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안나 역은 정수영 배우가 분했다. 이번 작품에선 고전 『안나 카레니나』도 만날 수 있다. 톨스토이가 창작한 이야기는, 참회를 하는 가운데 액자 구성처럼 들어가 있다. 안나는 끝없이 사랑을 원했으나 집착·파멸로 흘렀다. 아니, 사랑이란 게 원래 파국으로 치닫는 것인지 모른다. 그걸 누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여기는 것일 뿐. 정수영 배우는 안나가 지닌 고상함과 광기의 이면을 제대로 드러냈다. 사랑이 시작될 땐 고상함이 베어 나지만, 사랑이 끝날 땐 언제나 서늘함이 놓여 있다. 마지막에 이르러 안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을까.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와 불륜이자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되는 브론스키 백작 역은 주영호 배우가 맡았다. 그는 젊은 톨스토이 등 여러 역을 동시에 소화했는데,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빛나는 연기를 보여줬다.톨스토이와 안나 둘 다 처음부터 마지막 기차를 기다린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서성이는 두 인물은 닮았다. 그리고 톨스토이와 안나는 마지막 기차에 오른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톨스토이는 자신을 용서했을까, 안나는 스스로를 사랑했을까. 대답은 비극에 가까운 것 같다.「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의 여러 노래 중 다음의 가사가 가장 와닿았다.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누구나 비밀을 간직하고 산다. 톨스토이에게는 기만·방탕, 안나에게는 불륜이 아니었을까. 당신은 과연 어떤 비밀을 품고 사는가.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아카데미 사람들
경북대 인문대교수회 “이슬람 혐오・차별에 반대한다”
경북대 인문대교수회는 지난달 27일 경북대 서문 인근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문화 차이로 행해지는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성명을 통해 “인종, 성, 종교, 연령, 문화 차이로 행해지는 여하한 종류의 혐오와 차별에도 결연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북대 당국 또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기는커녕 반지성적 이슬람 혐오차별 행위에 대해 무책임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경북대 교수로서 무슬림 학생·연구원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경북대 서문 인근에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출처!연합뉴스.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반지성적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도록 방치한
데 대해 대학을 대신해서 고개 숙여 사죄한다”며 “무슬림 학생, 연구자들의 인권과 안
전을 보호하고 대학의 가치와 인문정신을 지켜나겠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0년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각자 돈을 모아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일부 주민들이 이에 반발해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머리를 공사장 앞에 놓아두며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지난해 12월 경북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대학 당국을 향해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이슬람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경북대 구성원과 시민 일동’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동아대・한양대・전남대 교수들, “일제강제동원 배상안 철회하라”
교수들이 정부의 일제강제동원 배상안과 한일정상회담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대, 동국대, 고려대, 한신대에 이어 동아대와 한양대, 전남대 교수들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동아대 민교헙‧교수노조‧대학노조 교수와 직원 등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의 한일정상회담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이들은 정부의 일제강제동원 배상안은 “피해자 인권을 정면으로 짓밟은 것이며, 나아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함으로써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전면적으로 파괴한 폭거다”라고 비판했다.이들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국익은 없다고 평했다. 일본의 무도한 수출규제조치 해제를 위해 한국이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 외교적 수단인 WTO 제소와 지소미아 정상화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헌납하고 뿐이라는 것이다. 동아대 교수들은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명분으로 유사시에 한반도에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고 비판했다.전남대 교수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일제강제동원 배상안을 "참으로 굴욕적이고 참담한 외교실패이다"라고 비판했다.
한양대 교수 50명은 지난달 2 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의 기본을 망각하여 단 한 건의 국익을 챙기지 못한 채 일본의 부당한 요구를 모두 들어준 외교 참사를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의 기본을 망각하여 단 한 건의 국익을 챙기지 못한 채 일본의 부당한 요구를 모두 들어준 외교 참사를 저질렀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로 볼 때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대일외교에서 절대 포기 불가의 영역”이라고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양대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3자 변제안은 “시민사회의 노력과 피해자의 인권과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는 반민주적 폭거를 행했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사적 만행을 행하였다”고 평가했다.지난달 30일 전남대 교수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일본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남대 교수들은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 사태의 이면에 놓여 있는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부산대, )1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등장이후 대응에 나서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가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생성형AI에 대한 올바른 활용 원칙을 제시하고, 교수자와 학습자의 지성과 창의성 계발, 상호 존중과 다양성, 강의현장의 안전과 교육적 윤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지성·창의성·인간성·다양성·공공성·책임성을 6대 핵심으로 하는 ‘AI 활용 원칙’과 ‘AI 활용에 대한 다짐’을 정했다.부산대는 생성형AI 활용과 관련해, 향후 더 나은 교육성과 를 창출하고 표절, 부정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강의 현장에서 ‘부산대 교수·학습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원칙으로 교육·홍보해 나갈 예정이다.부산대는 교수학습지원센터를 통해 ‘부산대 교수·학습 AI 활용 가이드라인’ 홍보와 교육을 확대한다. 교수자가 수업부산대 교수‧학습 AI 활용 가이드라인. 지성·창의성·인간성·다양성·공공성·책임성이 가이드라인의 6대 핵심이다.
시 사용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 교육영상을 제작해 교내 스
마트 교육플랫폼인 PLATO 및 교수학습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에 탑재하고, 가이드라인 홍보 리플릿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학습자의 ‘생성형AI 사용 자가체크’를 시범 도입해 PLATO, BLMS와 같은 부산권역 학습관리시스템에 가이드 라인 내용 확인 기능을 삽입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교과목을 중심으로 교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학습자의 자가체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김은주 부산대 교육혁신처장은 “‘부산대 교수·학습 AI 활용 가이드라인’으로 생성형AI에 대한 활용 혁신을 교육현장에 뿌리내리고 미래교육을 선도할 것”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해 교수자와 학습자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비판적으로 결합하고 상호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군산대, 대학부제・공유전공 등 소통 강화
군산대는 지난달 29일 전임교원 대상으로 ‘2023학년도 전체교수회의’를 개최했다.
군산대는 전체교수회의에서 대학부제 추진 등 학사구조 개편 관련 사항, 군산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내용들을 교직원과 공유했다. 이는 학내 소통을 강화해 대학혁신과 변화로 불거진 갈등을 줄이고, 혁신에 대한 구성원 이해의 폭을 넓혀 ‘글로컬대학30’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군산대는 그동안 혁신 성과를 안착하기 위해 교직원과의 소통창구를 열고 지역사회 및 학내 소통을 강화해왔다.올해 3월에만 단과대학별, 참여학과별 교수회의, 전체교수회의를 4차례 여는 등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날 전체교수회의에서는 군산대가 시행 중인 ICC기반 특성화 대학부제, 채용연계형 공유전공 등 신설 교육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내용과 개선 사항이 공유됐다.또한,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한 재학률 지표관리, 학생만족도 제고 방안, 초맞춤형 취업지원을 위한 원스탑 서비스 강화방안, ‘글로컬 대학30’, 국립대학육성사업 대응 방안, RIS(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 및 신사업유치 방안에 대한 정보 공유와 논의가 있었다.지난달 29일 군산대는 학내 소통 강화를 위해 전체교수회의를 개최했다.영남대에 美 시라큐스대 건축학연구소 추진
영남대(총장 최외출) 캠퍼스에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학연구소 설치가 추진된다. 시라큐스대는 1870년 개교한 미국 뉴욕주의 명문 사립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대학의 대학원 출신이다.
지난달 20일 시라큐스대 마이클 스픽스 건축대학장과 박대권 건축학부장이 영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시라큐스대 박대권 건축학부장, 최외출 영남대 총장, 마이클 스픽스 건축대학장 사진=영남대
남대를 찾았다. 박대권 학부장은 영남대 건축학부 98학번 동문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이날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두 대학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거점 연구소 상호 설치를 제안했다.
최외출 총장은 “교육, 연구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영남대 건축학부와 시라큐스대 건축 대학의 교수, 학생 간 상호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선 각 대학 캠퍼스에 상호 교류를 위한 거점 연구소를 설치하면 양 대학 교류활성화와 발전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스픽스 학장은 “건축학 분야를 시작으로 대학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본교에 돌아가서 영남대 측의 제안을 공유하고 연구소 설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보겠다”고 화답했다.두 대학은 시라큐스대 캠퍼스 내에 영남대 건축학부 연구소 설치와 영남대 캠퍼스 내 시라큐스 건축대학 연구소 설치를 동시에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생·교수 교류, 국제공동연구 등도 꾀한다.정태주 교수, 안동대 총장임용후보자 1순위로 선출
안동대 제9대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정태주 교수(전기신소재공학부‧사진)가 1순위로 선출됐다. 정 교수는 이날 열린 ‘제9대 안동대학교 총장임용 후보자선거’ 결선투표에서 50.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안동대 총장선거에는 정태주 교
수를 비롯해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1, 2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가 없어 ‘안동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제37조)’에 따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결선 투표를 실시했다.
총 유권자 619명 중 1차 투표에서 560명이 투표해(기권 59명) 90.47%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2차 투표에서는 577명(93.21%), 결선에서는 587명(94.83%)이 참여했다. 안동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1, 2위 2명을 안동대학교 제9대 총장임용후보자로 교육부에 추천하고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임기는 오는 5월 30일 현 총장 임기만료일 이후로 임명일로부터 4년이다.김선욱 숭실대 교수, 한국철학회 회장 선출
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한국철학회‧사진)가 한국철학회 제5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1년이다. 김 교수는 한민족철학자대회를 관장하고 2024년 8월 로마에서 열리는 ‘제25차 세계철학대회’에 한국 대표단을 이끌게 된다. 김 교수는 2008
년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그 당시에 한국철학회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이와 함께 숭실대 학사부총장, 인문대학장, 대외협력실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고,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등 학회 활동을 했다. 현재는 숭실대 철학과 교수와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성근 신라대 교수, 대한민국 ESG위원회 부·울·경 위원장 임명
김성근 신라대 교수(기업경영학‧사진)가 대한민국 ESG위원회 부·울·경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교수는 “ESG는 기업, 지자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국민이 동참해야 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이다”라며 “ESG 경영을 시민운동으로 전개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21일 정식 출범한 대한민국 ESG위원회는 43개 분야별 자문조직을 구성해 전문화된 ESG 실행 방법을 연구하며 대한민국 탄소 배출의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부·울·경 위원회는 범국민참여 ESG 실천 운동을 위해 ESG 시민운동 강사 양성 및 취업 준비생을 위한 ESG 면접 아카데미 교육, ESG 시민교육, 직종별 ESG 시민운동 결의대회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장인기 가톨릭대 교수, 한국재정학회 최우수논문상
장인기 가톨릭대 교수(경제학과‧사진)가 한국재정학회가 개최한 춘계 정기학술대회에서 ‘제12회 재정학연구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장 교수가 수상한 논문은 「파레토 원칙과 분리성 원칙 간의 양립불가능성에 대하여」로, 한국재정학회 발행 학술지 『재정학연구』제15권 제3호에 게재됐다.
장 교수의 수상 논문은 규범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형평성을 심도 깊게 분석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장 교수는 논문을 통해 평등주의를 감안한 사회적 선호를 찾는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파레토 효율성과 분리가능성의 양립 가능 여부를 증명했다.
박영준 전남대 교수,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상 선정
박영준 전남대 교수(치의학전문대학원‧사진)가 대한치과협회 제49회 대상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치과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치과재료의 개선과 올바른 임상 활용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여 치의학 발전에 기여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 교수는 1989년부터 전남대 치과대학 교수로 지냈다. 1997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에서 근무 당시 치과용 복합레진 광개시제 개발에 대한 연구를 통해 1999년 Dental Materials 저널에 제 1저자 및 교신저자로서 관련 논문을 게재했으며, 2001년 미국특허를 취득했다.
박기동 아주대 교수, 美 의생명공학원 펠로 선정
박기동 아주대 교수(응용화학생명공학과·사진)가 미국 의생명공학원 펠로로 선임됐다. 박기동 교수는 고분자 생체 재료, 약물 전달 시스템 및 조직 공학을 연구하며 나노 공학 및 인공 장기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의 생체재료, 조직공학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아주대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대학으로 인정받아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의생명공학원은 의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상위 2% 글로벌 수준의 연구를 하는 대학·산업계·정부의 연구자들이 모인 비영리기관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 3.0,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㊷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11일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3강은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의 「동서양의 ‘자유’ 비교」, 제44강은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의 「미·중 관계와 패권 경쟁의 미래」, 제45강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의 「다원주의적 국제 질서의 철학과 비전」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이 글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성격과 역사를 통해 현재 국제 질서의 상황 및 국제 질서의 향방, 그리고 한국이 처해 있는 외교의 상황 등을 살펴본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상당히 논란이 많은 개념으로 국제 질서의 한 국면, 또는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흔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 질서를 자유주의 국제질서라고 부르며 지금까지 이러한 질서의 성격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논자에 의해 지적되는 바이다. 과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그리고 본질은 무엇이며, 앞으로 국제 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인가는 한국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하에서 발전해왔다.한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객체였을 뿐 아니라 이를 만들고 보완해가는 데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본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향방을 진단해보고 앞으로 한국이 어떠한 국제 질서를 만들어갈 것이며. 그 속에서 또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온전히 정착된 것은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 주도의 단극 패권 체제가 수립하는 199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공산주의라는 적이 사라진 상황속에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대 공산권 투쟁을 독려할 이유가 사라졌고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견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미국은 냉전기에 존재했던 동맹국들을 여전히 유지했고 군사적 패권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구했다. 경제적으
로 막강한 힘을 보유한 미국은 자국 중심의 다자주의 제도들을 확장해나갔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확장이라는 기치 아래 다른 지역과 국가에 대한 개입도 더욱 확대했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확장이라는 기치 아래 다른 지역과 국가에 대한 개입도 더욱 확대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중동 지역에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미국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기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결정적인 파국을 맞이했다. 30년간 단극적 패권을 유지해오며 국력이 약화된 미국은 패권 유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세계의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민주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그간 미국이 추진해왔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기획을 약화, 또는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2020년 선거에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부활을 내걸며 당선한 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기의 미국 외교 정책을 역전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자주의 제도로부터 일방적으로 탈피했던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뒤집어 파리 기후협약을 비롯한 세계보건기구 등 다“20세기 자유주의는 다른 정치 이데올로기들, 즉, 공산주의, 사회주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과 경쟁해 승리했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인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냉전의 종식 이후 자유주의가 확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양한 제도에 재가입했다.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중시해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양자 자 안보 동맹을 보다 다층화하는 기존의 미국 외교 대전략으로 회귀했다. 이러한 노력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기반을 이루는 다자주의와 민주주의 연대라는 두 축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현재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위기에 봉착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음의 요인들을 지적해볼 수 있다.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것이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이를 지탱하는 자유민주주의 패권 국가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국제법, 국제 경제, 안보, 그리고 가치와 문화 등 정체성의 차원에서 다양한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는 패권이 존재할 경우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정착된다.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강하게 비판하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안적 국제 질서가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미래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국제 정치 장의 변화와 더불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보편적인 가치로 확립됐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며 “자유라는 개념 인권의 가치 또한 재정의되고 재확립돼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어느 정도 비자유주의적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존재한다.중국은 다자주의적인 규칙 기반 질서를 매우 강조하고 그 핵심 규범으로서 국가 주권의 존중, 내정 간섭 반대, 주권 평등, =6과 같은 국제 기구 활성화 등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중심의 패권 체제에 대한 반대, 자유민주주의적
인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 서구식 혹은 미국식 인권 개념의 무분별한 적용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향후 새로운 형태로 생존하고 확립될 것인가. 우선, 자유주의 이념은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하는 정치 이념이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많은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며 진화해왔다.20세기 자유주의는 다른 정치 이데올로기들, 즉, 공산주의, 사회주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과 경쟁해 승리했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인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개인의 권리와 가치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공동체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냉전의 종식 이후 자유주의가 확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앞으로도 자유주의 정치 이념이 국제 정치 차원에서 다양한 이념들과 결합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국가들만의 합의와 교섭으로는 불가능하고 다양한 기구가 행위자들의 이익과 주장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제 기구, 사회 집단, 기업, 언론, 개인, 전문가 집단 등 주요 사안들에서 이익이 걸려 있고 목소리를 내는 이해 상관자들이 더욱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국제 정치 이론에서도 모랍칙(Andrew Moravcsik)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정치·국제문제)의 경우처럼, 자유주의 질서란 국가 간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적 행위자들의 자유와 선호를 반영하는 것이 자유주의 국제 정치 이경의 가장 근본적인 명제라고 논의하기도 한다.국가는 단지 사회 행위자들이 선호를 채널링하고 조정하는 계기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초국가 위협의 심화로 국가의 권능이 악화하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다층적인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국가들이 주된 행위자였던 과거 자유주의 질서를 넘어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익이 반영되는 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이상과 같이 미래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국제 정치 장의 변화와 더불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이념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가치로 확립됐고 앞으로도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이와 더불어 자유라는 개념 인권의 가치 또한 재정의되고 과거와 같이 서구 중심적이 아니라 다문화적인 과정 속에서 재확립돼야 할 것이다. 한국 역시 신흥 선진국으로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에 기반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비서구 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의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한국이 한국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진화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골라내고, 치료하고 암 잡는 형광물질
포스텍 교수-싱가포르 A*STAR 공동연구TiY의 암세포 염색·치료 효과 입증포스텍-싱가포르 A*STAR 공동연구팀이 종양 유발 세포를 골라내는 TiY 형광물질로 종양세포를 억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로써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새로운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망자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암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암의 그늘 속에 있다. 빠른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암 대처의 핵심인데 이 둘을 동시에 해낼 가능성이 발견돼 이목이 집중된다.지난달 27일 포스텍에 따르면, 장영태(화학과)·강남영(IT융합공학과) 교수와 싱가포르 A*STAR 공동연구팀은 TiY(Tumor initiating cell probe Yellow) 형광물질이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를 염색하는 동시에 종양 세포를 억제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결과를 실험으로 입증했다.TiY는 체내 종양줄기세포만을 골라 형광펜처왼쪽부터 포스텍의 강남영 교수(-8융합공학과), 장영태 교수(화학과)이다. 사진=포스텍
럼 염색하는 물질이며, 공동연구팀이 이전 연구에서 개발해낸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치료 차원에서의 TiY의 가능성을 밝혀냈다.
공동연구팀은 폐암 환자의 종양에서 채취한 종양줄기세포를 생쥐에게 이식하고 TiY의 주입량을 서서히 늘려가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낮은 농도에서는 TiY가 종양줄기세포를 염색할 뿐이었지만, 높은 농도에서는 종양줄기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급격히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TiY 분자가 체내 여러 세포 중 종양줄기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근육 단백질인 ‘비멘틴(vimentin)’에만 결합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이와 같은 선별적 염색과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종양이 완전히 사멸하지 않아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있는 현재의 치료 방식에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TiY를 적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 연구는 치료와 진단 관련 맞춤의학 권위지인 『테라노틱스(Theranotics)』에 게재됐다.조준태 기자 aim@kyosu.net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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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위기, 라이즈가 해법인가?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지역 균형발전은 과거 정부에서도 주요 단골 국정과제였다. 그러나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교육과 대학을 내세우고 강력하게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내세우고 지역·대학 간 연계·협력으로 지역인재 육성·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것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이고, 3월 초 발표한 7개 라이즈 시범지역 선정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평가와 지원을 통해 대학을 육성해 왔지만, 앞으로는 라이즈 시스템에서 지방정부 주도의 대학 육성과 발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라이즈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지방정부의 교육과 대학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과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지역에 대기업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적으로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학이 지역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특히 라이즈는 지방정부의 혁신을 전제로 하여 교육부의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지자체의 노력이 부족하여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지역대학의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반면에 지방정부의 책임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많은 교육전문가의 우려처럼 “지방정부에 책임 떠넘기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대학의 설립목적이나 교육목표에 맞도록 대학을 적절한 비율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국가의 인력 양성 목표 등을 고려해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적정한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제 성장을 위한 특정 산업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우 전문대학의 비율을 유지하거나 늘릴 필요가 있다. 인력 부족의 해소책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영입도 단기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내국인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더 유용할 것이다.셋째,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산업인력양성계획을 통해 효율적이고 타당한 ‘정원총량제’를 실시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규모가 큰 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고, 전문대학과 지방·소규모 대학의 입학정원을 늘여야 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2009년까지 국립대를 9개 대학으로 통폐합하고 서울지역 대규모 대학의 입학정원을 10% 이상 감축한 적이 있다.넷째, 향후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대학과 그 구성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제책으로 적극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필요하다. 대학에 대한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기관평가인증’과 ‘경영위기대학 지정방안’을 시행할 때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영위기 대학 지정시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편차가 큰 지표인 ‘신입생 미충원율’을 여러 지표에 핵심적으로 반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학의 예상운영 손실률과 예상운영 손실보전수준을 판단하고, 사립학교법 제32조의 4에서 이월금 최소화에 노력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교육환경 개선을 외면하고 미사용 차기이월자금과 적립금을 많이 축적한 대학이 유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존의 교육부 정책과도 상치된다. 혹시라도 교육부가 극소수 대학만 남기고 대다수 대학을 폐교의 위기로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면 교육 백년대계가 그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대학이 자율적·지속적 혁신을 시도하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전문가, 시민과 학부모, 학생 등이 포함된 민의의 전당으로서 ‘교육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상설적이고 접근이 편리한 소통 공간에서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학교육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기 위해 담대한 마음으로 논의와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정부가 교육개혁 방안을 시행하는데 충무공 이순신의 말씀을 되새길 것을 제언하고 싶다.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현 정부가 졸속이나 소통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서 교육대계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길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는 데 있다.갤러리 초대석
리처드 케네디 개인전 「에이시 듀시(Acey-Deucey)」Candi had a quick weave, 2022, 200 x 200 cm.리처드 케네디(Richard Kennedy) 개인전 「에이시 듀시」가 6월 4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리처드 케네디는 음악, 퍼포먼스, 회화, 영상 등 전방위적 작업을 펼치며 파격적인 예술 형식을 제시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명은 작가의 아버지가 즐겨 하던 놀이의 이름이다.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흑과 백, 남과 여, 정신과 육체와 같은 이분법적 가치 체계와 사회의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또 이를 허물어 버리는 작업을 선보인다. 모든 작품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다. 작가는 다분히 자전적인 소재에서 작업이 비롯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며 추상적 표현이더라도 구체적인 신체의 흔적을 남겨 예술 활동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이번 전시에서 신작 비디오 작품인 「기억을 만드는 중」을 공개한다. 작품에는 작가가 베를린의 집마다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워 와 가상의 숲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리처드 케네디는 작품을 통해 개인의 삶은 기적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억을 만드는 중」과 더불어 회화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출처=전남도립미술관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사랑이라는 물음우리의 삶에서 사랑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적 읽었던 동화에도 사랑은 빠지지 않았고, 매일 듣던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사랑이 담겨 있었다. 지금 여기 숨 쉬고 있는 나 역시 지난날 어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나누었던 사랑의 산물이다. 그 남자와 여자는 과거에 자신이 깊이 빠져들었던 사랑의 상대가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서글퍼질 수도 있다. 주말이 되면 함께 시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중년 부부의 발걸음 역시 사랑을 지속하는 일이다.
사랑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삶 역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2년 전 여름에는 혁 씨를 만났다. 혁 씨는 시골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20년 가까이 커피를 연구해 온 전문가였다. 그는 젊어서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어 거동이 불편하지만, 수년간 병을 다스리며 삶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루는 팔과 다리가 자유롭지 않은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팔다리가 불편한데 종일 서서 원두를 로스팅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반드시 힘든 것은 아니라고. 지금 여기서 커피를 하는 내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고.그날 이후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혁 씨의 사랑은 그가 가진 장애와 고통까지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사실 사랑이라는 문제는 나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문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철학과 수업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된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그 문제에 파고들었다. 박사과정에 들어갈 때, 주변에서는 대부분 나를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가에서 인문학과 순수학문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들린 지도 오래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어렵지만 즐거운 물음들에 대해, 철학의 물음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독자적 관점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 제기한 문제의식을 나만의 관점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기쁨과 감격인 동시에 막막함과 책임감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동안 문학이나 영화, 예술에서 사랑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로 표현되어왔지만, 철학에서 사랑은 비교적 많이 논의되지 않았던 개념이다. 사랑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사랑의 아이러니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많은 내가 그 본질을 어떻게 밝힌다는 말인가. 그러다 언젠가 책상 위에 붙여두었던 메모 하나가 보였다. “인간과 분리된 철학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하는 사람, 그의 근본 체험, 그의 행동, 그의 세계, 그의 일상생활 태도, 그를 통해 나타나는 힘들은 그의 사상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제외될 수 없는 것들이다.”
갑자기 경건한 마음이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경험하는 것, 소통하는 사람들, 내가 호흡하는 세계, 삶의 상황들을 고요히 사색하고 궁리하는 데서 철학의 의미가 생겨난다는 것을.인류가 최초로 사고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몇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을 연구하는 도정에서 나는 철학자 니체를 길동무로 삼았다. 근대철학의 핵심을 꿰뚫는 그의 첨예한 발걸음을 따라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사랑을 새롭게 번역해 보려고 한다. 니체는 극단적 사유를 통해 시대를 비판한 망치의 철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것이 니체의 전부는 아니다. 그 자신이 사유의 실험실이었던 니체는 자기 자신에 대한 해석을 멈추지 않았고, 삶의 고통에 잠식당하지 않고 그것을 승화함으로써 극복해낼 때 비로소 삶의 의미가 나타난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니체가 사랑을 말했다고? 그렇다. 니체는 자신의 철학에서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하며 삶의 문제로 부각시키며, 필연적 운명과의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우리 스스로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자가 되라고 말했다.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온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 어려워진 시대에 도리어 사랑을 비추려는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달군다. 가려져 있을수록 더욱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충분히 말해지지 않는 것을 말하기 위해 계속해서 철학하고 싶다. 나에게 철학은 삶을 더욱 애열(愛悅)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희망이다.
손유나
원광대 철학과 박사 수료원광대 철학과에서 「카뮈의 니체 해석: 카뮈의 ‘부조리’ 및 ‘반항’ 개념과 니체의 ‘운명애’ 사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니체 철학에서 고통의 정신적 승화로서의 사랑 - 고통은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변화시키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글로컬 오디세이
‘물 부족·바다오염’의 지중해…경제 걸림돌 극복할까세바스티안 뮐러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아메리카 대륙이 유럽 식민주의의 중심이 되기 전 구세계의 지중해는 가장 중요한 중심지 중 하나였다. 유
럽·아시아·아프리카가 융합하는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독특하고 중요한 문화적 생태지대가 됐다. 바다는 분계선이자 다리 역할을 했고, 놀라운 문화, 문명, 그리고 기술적인 진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지중해 지역은 독특한 풍광과 기후를 가지고 있고, 자원들은 항상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가뭄과 이웃 지역으로 부터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만 했다. 그러한 전략 중 하나가 연안의 다른 지역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중해의 유명한 다문화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지중해 지역은 현재나 미래에도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후 위기, 물 부족, 해양 오염, 이주 운동, 그리고 국가 간의 사회적 격차이다. 이러한 도전은 지중해에만 있는 것이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경제적·사회적 왜곡을 막기 위해서 시급하게 대처해야만하는 것이다.
지중해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는 사회·경제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MIT의 2020년 연구에서는 지중해가 기후 변화의 핫스팟으로 확인됐으며, 특정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물 부족은 지중해 동부,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기존 정치적, 종교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미래의 주요 이슈이다. 수원지에 대한 제한된 접근이 이러한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지역 전체 수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해야 한다.바다의 오염 또한 긴급한 관심사이다. 해양 오염은 이 지역의 두 가지 중요한 경제 분야인 어업과 관광 분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에 대처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지중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내 모든 국가의 행동이 일치돼야만 한다.세계 곳곳에서 사회 문제, 전쟁, 박해로 인해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안전하고 안정된 지역을 추구한다. 지중해 역시 난민과 이민자들에게 주요한 교통 지점이 됐다. 난민과 이주자가 늘어나면서 지중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은 복잡한 사회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난민과 이주민의 입국으로 사회 기반시설, 주거 및 고용 기회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자국민과 난민·이주자들 사이의 긴장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중해 국가들이 협력해 난민·이주자 및 주최국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중해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여러 가지 사안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은 재생 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주요 생산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또한 지중해의 수천 년 된 풍부한 문화유산은 오랫동안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이 돼 왔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홍보함으로써 방문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이 지역의 풍부한 역사와 유산이 지역의 힘과 회복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지중해 지역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설립과 기업가의 육성에서도 중요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노력은 넓은 식품 시장에도 적용되지만, 기술과 창조적인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이 지역은 상당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지중해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적절히 극복해서 번영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베를린 자유대에서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중해 지역의 문명교류와 선사 시대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7인의 전문가가 본 시칠리아의 문명교류』(공저, 2021), 『동지중해의 결혼 문화와 전통』 (공저, 2022) 등이 있다.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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