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등록금 30% 가까이 줄었다

데이터로 읽는 대학 ①

대학 등록금 15년 동결, 무엇을 남겼나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첫 번째 주제는 전국민의 관심사이자 정치적 이슈이며, 대학 재정 운영의 핵심인 대학 등록금에 관련된 것이다. 대학 등록금 이슈를 4회에 걸쳐 다룬다. 첫 번째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개요와 역사에 대한 분석이다.

대학 등록금 관련 법령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법령으로는 ‘등록금의 인상률 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고등교육법」제11조 제10항, ‘등록금의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여 인상한 경우에는 해당 학교에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제11항, 그리고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설립유형별 평균 실질 등록금 변화 추이

0809101112131415161718192021

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2023). 정보공시를 통해 본 등록금 및 교육비 분석. 「고등교육 포커스」 제4호. 2023. 1. 13.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공고’하도록 명시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제2조의2가 있다. 이에 근거해 교육부장관은 매학년도 대학(원) 등록금 인상률 산정 방법을 공고한다. 그래서 2023년도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2.7%) × 1.5배 = 4.05% 이하로 결정해 지난해 12월에 공고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제11조 제11항에 근거해 대학 등록금 동결과 교비장학금 유지 내지 인상을 계속 요구하면서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해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인상상한률 이내에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학재정의 위기가 발생하고,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질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정치적 접근이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 동결의 배경

정부의 등록금 동결과 반값등록금 정책은 학부모들의 대학등록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

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2000년~2008년까지 일반대학의 등록금 연평균 인상률이 6.7%에 이르렀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정책’을 제시했고, 200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서 2008년 소득수준과 연계한 국가장학금제도(맞춤형 국가장학제도)가 도입됐고, 2009년 교육부 장관의 요청으로 대부분 대학의 등록금 동결과 반값 등록금 논의로 확대됐다. 2011년 민주당은 무상 의료, 무상 급식, 무상 보육에 더해 대학 반값등록금을 내용으로 하는 ‘3+1 보편적 복지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반값등록금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됐다. 그래서 2012년 예산안에 1조5000억 원의 국가장학금을 편성하고, 7500억 원 이상의 대학 자구노력을 유도해 2조2500억 원 이상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확대와 교내·외 장학금, 등록금 인하

분을 합치면 2011년 등록금 총액 14조 원의 절반인 7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반값등록금 정책의 목표는 2015년부터 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학부 등록금 총액은 2011년 10조7157억 원 대비 약 1조2756억 원이 줄었다.

공무원 보수, 물가인상률보다 10%p 높아

등록금 동결이 시작된 2009년부터 2022년까지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2009년 대비 128.2% 증가했다. 즉, 등록금 동결로 인해 실질 등록금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대학의 재정 운영 및 교육 여건은 급격하게 열악해졌다. 교육과 연구, 첨단 시설 설치, 우수 교원 이탈 방지와 유치를 위한 재정의 확보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공무원 보수는 물가인상률보다 10.0%p 높은 평균 138.2% 인상됐다. 실제로 공무원인 국립대 교직원의 보수는 2009년에 비해 2023년 140.6% 인상됐다. 국립대 교직원 보수는 전(全)직급에 걸쳐 사립대보다 더 많아졌다. 호봉승급분을 포함하면 국립대 교직원의 보수인상률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국립대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운영비와 시설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2023년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시대에 대학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급격한 인상에 의한 재정 압박이 심각하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8.3% 급등했다. 그렇다고 코

로나19로 인한 재정수입 손실이나 난방비 폭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교수 55.3 %, 교육자의 역량 개선 필요”

교육개발원, 대학교원 교수활동 유형 분석

이공계 교수, 학생과 상호작용 가장 적어

절반 이상의 대학교수가 교육자로서 정체성, 수업 관련 역량, 학생 관계와 교류 등의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0일 ‘KEDI 분석 브리프’에서 「대학교원의 교수(teaching)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 교수들의 유형」을 공개했다. 이번 브리프는 지난해 수행된 「대학교원의 교수 활동 유형화 및 효과: 대학 교원 설문조사 자료의 분석」(임후남·강충서, 2022)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조사에는 88개 일반대의 4천317명의 교수가 응했다.

연구진은 우선 대학교수의 교수 활동 유형을 △우수교수형 △잠재우수형 △관계개선형 △역량개선형 △인식개선형으로 나누었다. 우수교수형에 속한 교수는 18.95%(712명), 잠재우수형은 25.68%(965명), 관계개선형은 15.49%(582명), 역량개선형은 25.23%(948명), 인식개선형은 14.66%(551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교수(티칭)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교수는 전체의 55.38%다. 연구를 수행한 임후남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수 역량 강화를 유형화했을 때 5개 분포가 너무 균등하게 나왔다. 이는 교수 역량을 강화해야 할 교수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교수들의 절반 이상이 교수 역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수가 속한 계열에 따른 교수 활동 유형도 조사했다. 자연계열과 의약계열은 관계개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컸고, 예술계열의 경우 역량개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전반적으로 이공계열에서 우수교수형에 속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수교수형은 예체능계열(21.0%), 교육·사범계열(17.5%), 인문사회계열(15.8%)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났다면, 공학계열(12.9%), 자연계열(11.8%), 의약계열(11.2%)에서는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인식개선형은 의약계열(13.7%), 자연계열(12.0%), 공학계열(10.6%), 인문사회계열

(8.6%), 교육·사범계열(7.4%), 예체능계열(4.5%) 순으로 나타났다.

이공계에 우수교수형이 적고 인식개선형이 많은 것에 대해 임 선임연구위원은 “계열별 차이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도 “‘학생과 몇 번이나 만나나?’, ‘학생이 학습하도록 얼마나 지원했나’ 등의 설문에 대해 이공계 교수들은 덜 한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교수 방법에 관한 연구에서는 교수가 학생의 관심에 주목할 것과 더 자주 만날 것을 장려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인 특성에 따른 교수 유형의 차이도 조사했다. 먼저, 여성 교원은 남성 교원보다 우수교수형에 속할 가능성은 더 컸으며, 인식개선형에 속할 가능성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관계개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커졌고, 우수교수형에 속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거나, 연구자로서 정체성이 강할수록 긍정적인 교수 활동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커지고, 개선이 필요한 교수활동 유형에 속할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관에서 취업 지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는 인식 수준과 우수교수형에 속할 가능성 간의 관계도 조사했다. 공학계열의 경우 취업 강조에 대한 인식이 강할수록 우수교수형에 속할 가능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자연계열과 의약계열은 취업 강조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역량개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먼저 고연령에서 우수교수형이 적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특정 연령대에서 분절적으로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연령을 고려한 대학 교원 지원 프로그램을이 고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연계열과 의약계열은 학생과의 교류도 적고 수업 중에도 다양한 학습 활동을 촉진하려는 노력이 적었다. 반면, 예체능 계열은 전공수업 계획과 운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계열별로 교원에 대한 지원이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경북대 평의원회 의장에 강사가 선출됐다

경북대 평의원회 제3대 의장에 이시활 중문과 강사

경북대 평의원회 제3대 의장에 이시활 중어중문학과 강사(56세·사진)가 당선됐다. 대학평의원회 의장으로 비정규교수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평의원회는 학칙 제정과 개정 등 중요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학내 최고 심의·자문 기구다. 총장 등 교직원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권도 갖고 있다. 이 의장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경북대 평의원회는 평의원회 의장 선거를 열었다. 평의원 추천을 받은 김상걸 경북대 현 교수회 의장과 이시활 강사가 후보였다. 투표 결과 10표를 받은 이시활 강사가 2년 임기의 평의회 의장으로 당선됐다. 김상걸 교수회 의장은 7표를 얻었다. 경북대 대학평의회의 재적 평의원은 20명이나 당일에는 17명만이 참석했고 이중

교수회 소속 교수도 9명이나 됐으나 이 강사가 당선된 것이다.

이 의장은 ‘경북대 모든 구성원 여러분께’라는 인사말에서 의장으로서 역

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을 밝혔다. 그는 대학 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북대 내에서는 대학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학생과 교수, 직원 사이에 차별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의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학발전과 관련한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공공적 싱크탱크이자 실험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성 있는 경북대의 장단기 발전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이 일방적이라며 학생과 교수 연구자 등 학내 구성원들이 학문적 성장과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의장은 경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상해 복단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마쳤다.

한편,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은 “대학평의회가 그이름값을 못한 가장 큰 원인에는 평의원회의 구성에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재단과 대학본부가 평의원을 임의로 위촉하고 있어 평의원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라며 “이미 우리 대학은 비정규직인 교수, 직원 그리고 연구원과 학생 조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북대의 평의원회 의장 선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라고 밝혔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제40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공모

가)대상 도서

- 2022. 3. 1 ~ 2023. 2. 28 사이에 국내에서 간행된 초판 과학기술도서

-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창작) 또는 번역된 도서로서 납본을 필한 도서.

나) 신청서류

- 시상부문은 신청서 붙임1 양식에 작성 해당도서 1종당 2부 함께 제출.

(신청 종수는 제한 없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kstpa.or.kr) 공지사항 참조)

다) 신청방법

- 직접 제출 또는 우송(접수된 도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반환치 않음)

- 접수처 : 서울 마포구 토정로 222 한국출판콘텐츠센터 415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신청 도서_사무국으로 우편발송 / 신청서_ 메일로 접수 kst538@hanmail.net 가능합니다)

- 문의 : 사무국 02-2272-9538

라) 신청기간 : 2023. 3. 13(월) ~ 3. 31(월) 18:00 까지

마) 심사 : 전문가 3인 포함 6인 이내로 구성한다.

바) 수상자 발표 : 4월 20일 협회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통보

사) 시상식(예정) : 2023년 4월 중

장소: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아) 시상 내역 :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시상 부문

시상부문 시상 단체 및 부상 대상

①출판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②번역인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상장 및 부상 번역인

③저술인상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상장 및 부상 저술인

④특별상/출판기획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⑤우수상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⑥출판공로상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 출판사 대표

사단법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제40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공모

가)대상 도서

- 2022. 3. 1 _ 2023. 2. 28 사이에 국내에서 간행된 초판 과학기술도서 -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창작) 또는 번역된 도서로서 납본을 필한 도서.

나) 신청서류

- 시상부문은 신청서 붙임1 양식에 작성 해당도서 1종당 2부 함께 제출. (신청 종수는 제한 없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kstpa.or.kr) 공지사항 참조) 다) 신청방법 - 직접 제출 또는 우송(접수된 도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반환치 않음)

- 접수처 : 서울 마포구 토정로 222 한국출판콘텐츠센터 415호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신청 도서@ 사무국으로 우편발송 / 신청서@ 메일로 접수 kst538@hanmail.net 가능합니다)

- 문의 : 사무국 02-2272-9538

라) 신청기간 : 2023. 3. 13(월) _ 3. 31(월) 18:00 까지

마) 심 사 : 전문가 3인 포함 6인 이내로 구성한다. 바) 수상자 발표 : 4월 20일 협회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통보 사) 시상식(예정) : 2023년 4월 중 장소: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아) 시상 내역 :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시상 부문

시상부문시상 단체 및 부상대 상

①출판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②번역인상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상장 및 부상번역인

③저술인상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상장 및 부상저술인

④특별상/출판기획대한출판문화협회장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⑤우수상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⑥출판공로상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 상장 및 부상출판사 대표

SERVICE MANAGEMENT

서비스경영

고객접점 실무중심

황 혜 미(삼육대 경영학과)

● 서비스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저자가 오랜 기간 서비스 컨설팅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와 노하우를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세히 기술하였다.

● 접점 서비스경영 성공의 7가지 요소(서비스 전략/서비스 프로세스관리/서비스 품질관리/서비스 조직관리/서비스 인적자원관리/서비스 디자인/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의 실무적 활용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크라운판 / 338쪽

황혜미 지음 / 정가 23,000원

도서출판 정독Tel. 031) 924-7203 Fax. 02)718-8554

www.jeongdok.co.kr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로 113, 102-204

교육부 “대학의 모든 사업이 ‘글로컬’ 방향과 맞아야” 강조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 발표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지난 16일 공청회를 열고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공청회에서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대학이 제출한 글로컬대학 추진 계획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대학이 하려는 혁신과 글로컬대학으로 하려는 혁신이 모순되면 안 된다. 각종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들이 결과적으로 정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대학이 진행하는 교육부 사업만이 아니라, 각종 부처의 사업과 대학이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 나아가 산업체와 하는 사업도 글로컬대학을 통해 이루고 자 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컬대학 사업의 의미를 1천억 원만 가져가는 사업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윤소영 과장은 “글로컬대학은 대학 전체를 변화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재원이 분석돼 대학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렬이 돼 있어야 한다”라며 “교육부가 지원하는 예산 외에 다른 부처 예산, 대학 자체 재원, 산업계 재원 등 향후 5년간 우리는 이런 대학이 돼겠다는 것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실행계획과 투자계획에는 1천억 원이 아니라 대학의 모든 재원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 “시간이 없다, 적극 변화할 때”

글로컬대학 사업은 5년에 걸쳐 1천억 원이 지원되지만 해마다 200억 원을 일정하게 지원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윤소영 과장은 “그동안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사업 흐름에 맞지 않게 매년 비슷한 비율로 나눠줬다. 대학이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지원했다”라며 “글로컬대학 사업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에서도 시행계획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성과가 미흡한 경우 글로컬대학위원회 심의를 거쳐 협약 해지와 지원 중지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한, 필요시에는 사업비 환수 조치까지 검토한다고 했다. 윤 과장은 “만약 10곳을 선정한다고 했지만 5곳밖에 선정

을 못 하면 나머지 예산은 기존 국립대나 사랍대에 포뮬러 방식으로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컬대학 사업비는 2023년과 2024년은 교육부에서 기존 사업비의 인센티브 형식으로 대학에 나눠지지만 2025년부터는 달라진다. 라이즈 체계가 완성되는 2025년부터는 교육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통으로 예산을 지원하면 지자체가 글로컬대학을 지원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공청회에서 “과거에 ‘다 좋은데 내가 정년퇴임하면 하십쇼’라는 분들이 계시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필요에 따라서는 구성원 동의가 충분치 않더라도, 담대한 계획이고 실현 가능하다고 하면 교육부가 구성원을 설득할 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글로컬대학 선정 때 라이즈 시범지역은 유리

글로컬대학은 오는 4월 예비지정에 이어 5월에는 본 지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예비선정 때는 혁신성(60점), 성과관리(20점), 지역적특성(20점)을 평가한다. 대학의 혁신성에 대한 평가는 “대학 안-밖, 대학 내부(학과, 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가?”와 같은 사항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성과관리’의 경우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혁신 추진체계를 제시하였는가?”, ‘지역적 특성’의 경우 “해당 대학이 지역 혁신을 위한 산학협력, 창업 등을 위한 허브로서 역할하기 위한 대학, 지자체, 산업계의 역할이 명확하며 실행가능한가?” 등을 평가한다.

7개 라이즈 시범지역은 ‘지역적 특성’ 평가 시 우선 검토된다. 윤소영 과장은 “라이즈 시범지역에 있는 대학에 따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범지역 내 대학은 지방자치단체가 의지와 역량이 있다는 게 인정된 것이니 관련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비시범지역 대학은 다시한번 평가해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내 글로컬대학 실무자도 “비시범지역 대학이라 하더라도 지자체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시범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또한, 라이즈 시범지역 대학이라 하더라도 가

교육부는 지난 16일 세종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20일에는 대구와 부산, 22일에는 전주에서 공청회를 이어 개최한다. 사진=교육부

점을 받는 게 아니라, 평가지표 세부항목에서 조금 더 고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컬대학은 올해 10개 내외를 본 지정할 계획이나, 심의에 따라 선정되는 대학 수는 달라질 수 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매해 5개 내외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육성법’상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최종 지정된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 안과

밖 그리고 대학 내부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대학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 산업과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외부의 요구를 신속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대학 거버넌스의 개방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대학 거버넌스에는 지자체와 산업계 등 외부 민간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또한, 다변화된 사회수요에 대응하고학생의 다양한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한 학사운영, 혁신을 주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

기 위한 내부 체제 개편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학과와 학과, 대학과 대학, 대학과 산업체 공동으로 소속된 JA(Joint Appointment) 교원을 활성화하거나, 우수 교원 임용을 위한 교원승진·인센티브 재설계, 무 학과제도·융합전공·자기주도설계 전공, 기초교양 학부-전공탐색기간, 복수전공 등을 활성화를 예로 들었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위원회는 평가점수가 평균 70점 이상 대학 중 순위에 따라 1.5배수 내외를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한다. 단, 총점이 70점 미만이거나, ‘혁신성’ 점수가 총점(60점)에 50% 미만 시 선정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본 지정을 위한 심사기준(안)은 ‘대학실행계획(70점)’과 ‘지자체의 지원과 투자계획(30점)’이다. 세부적으로 ‘대학실행계획’은 ‘계획의 적절성(50점)’과 ‘성과관리 적절성(20점)’으로 나뉜다. ‘계획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의 주안점은 “글로컬대학의 비전과 목표, 혁신전략은 지역발전 전략과 긴밀히 연계돼 있는가?”, “실행계획은 대학 구성원 간 합의와 소통의 결과에 근거해 수립되었는가”이다. ‘성과관리 적절성’의 평가 주안점은 “글로컬대학의 연차별 성과목표와 계획은 도전적이고 달성 가능한가?” 등이다. 지자체의 지원과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글로컬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투자 규모와 계획은 적절한가” 등을 중점적으로 볼 계획이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보류?

교육부는 “의견 수렴 중”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교육대학 6년제 반대,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전국교육대학생연합

지난 10일 국회 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이 보류됐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보류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교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문대학원 도입보다는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책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이를 종합해서 추진 방향을 설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5일 2023년 주요 업무추진 계획을 통해 현행 교·사대 체제를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논의 중이지만, 교대와 사범대를 5~6년제로 개편해 졸업생에게 전문 석사학위, 정교사 자격증을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평이다.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다. 교육부는 4월 중으로 교육전문대학원 시범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내로 2개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한 뒤 내년 교육전문대

학원을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행 교원 임용 방식과 교원 양성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현장 의견 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 상태다.

강득구 의원실은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9일까지, 교육주체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81.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달 15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전문대학원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교육전문대학원 시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전문대학원 시행 여부에 대해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장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라고 답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한국조사연구학회, 2023년 한국갤럽논문상 공모

2022년 전문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면 응모 가능

사회·경영 등 4개 영역 심사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최우수상 1천만원

한국갤럽조사연구소(Gallup Korea, 대표이사 박재형)의 후원을 받아 (사)한국조사연구학회(회장 이기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제정, 시상하고 있는 ‘한국갤럽학술논문상’(2003년 제정, 이하 학술논문상)과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2004년 제정, 이하 박사학위논문상)의 2023년도 공모계획이 발표됐다. 조사연구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논문을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한국갤럽상 운영위원회로 오는 4월 12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학술논문상 부문은 2022년도에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최우수상과 우수상(4편 이내)을 시상한다. 최우수상인 한국갤럽상의 상금은 1천만원이며, 우수상의 상금은 각 논문별로 500만원이다. 박사학위논문상 부문은 2022학년도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조사연구 분야의 우수한 학위논문을 선정해 최우수학위논문상 및 우수학위논문상(4편 이내)을 시상한다. 최우수학위논문상의 상금은 300만원이며, 우수학위논문상의 상금은 각 논문별로 200만원이다. 박사학위논문 수상자의 지도교수에게는 한

국갤럽박사학위논문 지도상(상패)을 수여한다.

제출된 논문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 3인 이상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하게된다. 논문의 심사원칙은 △논문 완성도 △논문 기여도 △창의성 △구성 및 표현력 등이다. 세칙으로는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분석방법이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한다.

올해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운영위원회는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를 운영위원장으로, 사회1, 사회2, 경영, 조사방법 등 4개 영역에서 심사하게 된다. 심사위원은 이들 4개 영역 해당 교수진 포함 모두 21명이다. 심사결과는 수상자에게 개별 통보하고, 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홈페이지 및 주요 일간지에 공고한다. 공고일자는 5월말이며, 시상식은 2023년 5월 26일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응모를 위한 서류 교부·접수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운영위원회 총무인 심재만 교수(고려대 사회학과)에게 문의하면 된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사단법인 한국조사연구학회(www.kasr.org; kasr99@empas.com)는 조사연구와 관련이 있는 학계 및 실무 분야 전문가들이 조사연구를 활용하고 연구하는 학문간 및 이론과 실무간 연계의 필요성에 공감해 설립한 학회다. 1999년 11월 13일 창립회원 204명으로 출범하여 현재 600 여명의 조사연구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3월 23일에는 사회조사의 과학성을 제고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조사윤리강령을 제정했다. 또한 2006년 1월에는 그동안 변화한 조사환경을 반영해 조사윤리강령을 개정 공표했으며, 2007년부터는 ‘조사윤리강령’의 취지를 되새기면서 조사의 정확성과 보도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한국조사보도상(Korea Survey Reporting Award)”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조사연구 발표회 개최, 조사연구 학술지 간행, 조사연구의 이론개발 및 보급/응용을 위한 제반 학술활동, 외국 조사연구학회와의 교류 및 공동학술회의 개최, 기타 조사연구에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학회지 《조사연구》는 2005년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로 선정됐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www.gallup.co.kr)는 1974년 6월 17일 고 박무익 회장이 한국 최초로 설립한 법인 형태 조사 전문 회사로 1979년에 갤럽국제조사기구(Gallup International)에 가입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예측하여 적중했고, 이후 주요 선거 예측을 통해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조사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초기부터 자체 조사 결과로 단행본, 정기간행물 등 50여 권의 책을 펴냈고, 199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조사 결과 전문 데이터베이스(갤럽DB)를 구축해 조사 활용과 저변 확대에 노력해왔다. 2012년부터는 연중 평일 상시 조사하고 매주 새로운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프로그램을 도입해 한국 사회 여론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추천 및 응모 요령

1.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1)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조사연구 관련 논문

2) 전문학술지는 다음과 같은 학술지를 의미

① 학술진흥재단의 등재, 등재후보 (A급, B급 학술지 및 이와 동등한 수준의 심사위원이 2인 이상 있는 국내학술지)

② SCI, SSCI 등재 및 이와 동등한 수준의 국외학술지

3) 선정된 후 수상논문집에 게재가 가능한 논문

4) 주저자(제1 혹은 교신)로 수상을 한 후 만 5년이 경과해야 다시 주저자로 응모 가능하고, 그 외의 경우는 만 3년이 경과해야 응모 가능

5) 응모 논문의 저자 중 최소 1인은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원이어야 함.

단, 회원이 아닌 경우 추후 가입이 가능

6)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주저자)가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분석방법이 타 연구에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

7) 단, 응모 및 추천 대상 논문은 국내에서 생산·수집한 자료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함

2.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1)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 국내 소재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가 수여된 조사연구 관련 학위논문

2) 학위수여자나 지도교수 등이 학위논문과 내용상으로 중복되는 논문을 한국갤럽학술논문상에 응모한 경우에는 해당 학위논문은 응모대상에서 제외

3) 선정된 후 수상논문집에 요약본 게재 및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학술발표대회에서 요약발표가 가능한 논문

4) 논문 응모자는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원이어야 함. 단, 회원이 아닌 경우 추후 가입이 가능

5)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가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 분석방법이 타 연구에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

6) 단, 응모 및 추천 대상 논문은 국내에서 생산·수집한 자료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함

3.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추천 및 응모 방법

1) 응모 : 소정양식에 따라 자신의 논문을 첨부하여 제출 (pdf파일 선호)

2) 추천: 소정양식에 따라 추천할 논문을 첨부하여 제출 (pdf파일 선호)

※ 추천자격에는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학회지 《조사연구》에 게재된 논문은 별도의 추천절차 없이 자동으로 추천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3) 소정양식파일과 논문 pdf파일을 이메일로 제출

4) 추천 및 응모기간: 2023년 3월 13일 - 2023년 4월 12일

5) 제출한 서류는 일체 반환하지 않음

4.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응모 방법

1) 소정양식에 따라 박사학위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아 박사논문과 함께 제출

2) 소정양식과 학위논문 pdf파일을 이메일로 제출하고, 학위논문 2부는 오프라인 일반우편으로도 제출

3) 응모기간: 2023년 3월 13일 - 2023년 4월 12일

4) 제출한 서류는 일체 반환하지 않음

5. 서류 교부 및 접수처

1) 서류 교부

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 (온라인 서류교부) : http://www.kasr.org

한국갤럽 홈페이지 (온라인 서류교부) : http://www.gallup.co.kr

2) 서류 접수 : 한국갤럽학술논문상운영위원회 총무 심재만 교수

온라인 접수 (이메일): gallupaward@gmail.com

오프라인 접수 (우편) 02841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 145 문과대학(서관)

108A호 사회학과 사무실 (전화: 학과사무실 02-3290-2071)

6. 심사 및 시상

1) 심사영역별 관련 분야의 전문가 3인 이상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논문을 심사함.

영역 분야

사회 1사회, 행정, 정치, 경제, 언론, 인류, 환경, 교통 등

사회 2교육, 심리, 가족, 복지, 노년, 보건, 간호, 체육, 건축, 도시공학, 조경, 임산학 등

경영 경영, 마케팅, 소비자, 인사조직, 광고, 관광 등

조사방법 통계, 조사방법, 빅데이터 분석 등

2) 심사결과는 수상자 개개인에게 통보하고, 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 및 주요 일간지에 2023년 5월말 공고함.

3) 시상식: 2023년 5월 26일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대한상공회의소)

교육부·문체부,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 제작해야

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 ⑦

학술출판 저작권 보호 정책은

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서면 태블릿PC나 노트북을 꺼낸다. 종이책을 펼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이후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정교재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불법 스캔이 늘고 있다. 교수신문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PDF’ 등이 속수무책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불법 복제’ 문제를 주목한다. 코로나19 이후 불법 복제 실태에 대한 학술출판계의 저작권 보호 정책 대안을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큰 출판사는 어딜까? 엘스비어 출판사 등이 속한 웰렉스(RELX) 그룹이다(2021년 기준). 이 외에도 글로벌 상위 출판사에는 과학·기술·의학(STM) 위주의 학술 출판사들로 채워져 있다. 톰슨로이터(2위)·피어슨(4위)·와일리(7위)·스프링거네이처(8위)·맥그로힐에듀케이션(9위) 등 모두 매출 2~9조 원 수준의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STM 출판그룹이다. 이 기업들이 이처럼 거대해질 수 있었던 것은 과학·학술계와 출판계가 서로 밀고 당기며 세계의 기준을 제시하고 선도해나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이 학술 분야에서 떵떵거릴 수 있게 된 것일 테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한국도 각 분야에서 높은 학술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럼 앞으로 손꼽히는 학문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까? 부정적인 답변이 나온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학술 출판 생태계의 붕괴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스캔, 출판산업을 통째로 위협한다

대학교재는 학술 출판의 기본이자 고등교육의 근간이다. 학생들의 교재 불법 복제 문제는 지난 세기부터 계속돼 왔지만 일부 학생의 일탈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의 양상은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하다. 불법 디지털 스캔과 강의자료 공유 때문이다. 학생들은 책 전부를 스캔해서 전자파일 형태로 만들고, 친구들과 공유한다. 심지어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고 불법이다. 교수가 제공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책의 2차 저작물인 경우가 많고, 그런 파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저작권법을 어기는 불법행위다.

불법 복제물이 늘어나면 좋은 책이 나올 수 없다. 불법 복제 콘텐츠를 보는 건 옆 사람 주머니를 터는 행동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내야 할 책값을 내지 않아 책값은 뛰고, 수준 높은 새 책은 안 만들어진다. 저작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무한 루프가 반복되며 산업 자체가 주저앉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모를 리 없다. 단지 자신들의 불법 행위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얼마나 깊은 산업적·사회적 상처를 입히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저작권 교육’ 더 적극 나서야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함께 대학생 대상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서 대학에 배포해야 한다. 불법 복제 외에도 저작물 표절이나 최근 이슈가 되는 챗GPT 등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의 이용 안내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다. 그만큼 급박하다. 지금까지의 미온적 대처와는 다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롭고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저작권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대상은 학생은 물론 교강사, 대학 관계자들을 포함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함께 대학생 대상 저작권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각 대학에 배포할 필요가 있다. 불법 복제 외에도 저작물 표절이나 최근 이슈가 되는 챗GPT 등의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의 이용 안내 등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을 토대로 강의 첫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한다. 동시에 교강사들은 강의자료 등 2차 저작물을 학생들에게 무단제공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대학본부는 교수들에게 저작권 교육 확인서와 보호 서약서 등을 제출받아 경각심을 일깨워달라. 대학 차원에서 신학기에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캠페인을 하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다.

에듀테크 강조 교육부, 저작권엔 관심 없다

정부와 검찰, 법원 등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정책당국은 학술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특히 대학의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부는 저작권 관련 회의 조차 참석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명백한 책임 방기다. 검사는 “대학생을 범죄자 만들 필요 있겠냐?”며 기소유예하고, 가까스로 판사 앞에 세운들 “상습적이지 않다”며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난다. 불법을 저지른 학생은 안도하며 “별것 아닌” 이 과정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다른 이들의 불법을 부채질한다. 적극적인 단속과 법 집행에 따른 처벌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그럼에도 다들 손잡고 “학생들이니 봐주자”고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굳이 형사처벌을 피하고 싶다

면 저작권 보호 관련 사회봉사, 교육 이수 등의 대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못 들어봤다.

‘불법 PDF’ 유통 온라인 서비스는 책임없나

불법 복제물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적·제도적 대책이 절실하다. 주요 플랫폼사의 카페와 온라인 중고마켓, 대학 폐쇄형 커뮤니티, 문서공유 사이트 등은 불법복제 파일이 유통되는 주요 채널들이다.

이들 사업자는 자신들의 온라인 서비스 내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위반 사례에 법적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기 급급하다. 약관을 통해 저작권법 위반 소지 게시물을 금지한다고 알리고 있으며, 회원들의 불법행위를 일일이 막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들 사업자의 자발적인 조치에 기대서는 해결이 어렵다. 제도적으로 온라인 게시물을 올릴 때 경고창이 뜨도록 강제하고, 저작권법 위반 내용이 없다는 확인 뒤 게시글을 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만큼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파파라치 제도 도입 검토하자

마지막으로, ‘파파라치’ 제도 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신학기가 되면 “당신 출판사 교재가 불법 PDF로 돌아다니고 있다”며 회사로 꽤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 제보하는 이들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다. 본인들은 적법하게 제값을 주고 샀는데 불법으로 공짜 PDF를 이용하는 주위 학생들을 보니 화가 나는 것이다. 이 같은 불법 거래가 이어지면 자신과 같은 정상적인 구매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거래는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격을 올린다. 불법 거래자가 정상적인 콘텐츠 거래자들의 돈과 권리를 빼앗는 꼴이다. 이런 정당한 억울함을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 불법 복제물의 유통 현장에 대한 신고를 받고 이를 단속한 뒤 신고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단속된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떠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후 어느 날, 발전 없는 대학의 학술·교육 역량에 대해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왜 교수들은 학술 출판에 나서지 않고, 후학 양성에 관심이 없냐며 말이다. 국내에서 출판한 좋은 교재는 없고, 10만 원 넘는 해외 책들밖에 없으니 학생들은 해적판이나 구하러 다닌다고 지적할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학생들이 책 좀 스캔한 것 같고 뭘 그러냐”고 생각하신 분들이 반성하게 될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앞서 소개한 학술 세계를 지배하는 서방의 대학과 출판사처럼 한국이 각 분야의 지식체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그 시작

은 저작권을 지켜 학술 출판의 성장을 이끄는 것에서부터일 것이다.

류원식

교문사 대표교수

대학교재를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 ‘교문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며 출판계가 목소리 내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일하기 전엔 언론사에서 기자 일을 했다.

출판계, 대학가 불법복제 근절 캠페인

지난 16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대학가 불법복제 및 스캔 근절 캠페인이 열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학술출판협회가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했다. 이날 출판 관계자들은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과 간담회를 갖고 불법 복제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함께 노력해서 대학생과 우리 사회의 저작권 의식을 고취시키고 제도적인 보완책들이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창우 학장은 “학생들이 교재를 파일로 만들어 공유한다고 들었는데, 우려스럽다”며 “저 역시도 책을 쓰고 강의하는 입장에서 수고와 전문성에 대한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은 그동안 학생이 불법 복제를 해도 많이 눈감아줬지만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당장의 복사나 불법 복제 문제가 근절되지 않으면 몇 년을 버틸수 있을지 모른다”며 이를 학생과 교수들에게 상기시켜달라고 강 학장에게 부탁했다.

실제 학술교재 출판사의 매출액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2015년 2천122억 원 규모이던 학술전문서의 매출액은 점점 감소해 2020년 1천678억 원까지 하락했다. 매년 4.6%씩 감소하고 있는 수치로, 188만 명에 이르는 4년제 대학 학생 수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낮은 매출 규모이다. ‘2022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불법복제물은 20대가 가장 이용률이 높았으며 (29.8%), 학생은 21.5%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 경로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27.2%), SNS(22.0%), 복사 인쇄 제본업소(인쇄물/제본책)(16.0%) 등의 순으로 조사됐고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의 이용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A 출판사의 담당자는 “예전에는 한 학기에 100명이 수업을 듣는다면 최소한 절반 정도가 책을 구입했었는데, 지금은 10부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B서점 관계자 역시 “불법 PDF파일이 돌아다녀 책을 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사진=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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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바꾸는 ‘인류세’…연대표에 자리 잡나

과학자·인문학자가 본 인류세

현재 인류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환경오염·핵심험으로 인해 ‘인류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지층에까지 급격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개념은 지질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이에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인류세’를 살펴봤다.

지질학자인 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질시대의 경계가 형성된 과정을 살피며, 인류세가

지질학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지질시대는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단면에서 특정한 층준

(層準)’인 국제표준층서단면·점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100년도 안 되는 인류세에 대해서는 이

‘인류세’의 등장·논의 과정

인류세 용어 처음 사용 구소련의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1922)

인류세 제시 지구과학자 유진 스토머(1980년대)

인류세 공론화 노벨상 수상자 파울 크루첸(2000)

인류세워킹(연구)그룹 구성 국제층서학위원회(2009)

인류세의 시작점을 1950년으로 합의 국제층서학위원회 산하 인류세워킹그룹(2019)

인류세 공인 여부 최종 결정 국제층서학위원회(2024)

※ 최덕근·김기봉 교수 원고, 고등과학원 웹진 의 「포스트휴머니즘과 인류세」 참조해 정리

러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자인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과)는 인류세 대멸종을 우려했다. 인간 스스로 ‘인류의 지질학’이란 비극을 연출하며 오만에 대한 징벌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인간의 조건과 가치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이라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깊은 역사와 빅히스토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는 인류세 논의 쟁점을 다뤘다.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사

연구자인 오레스케스 박사는 인류세가 “실제로 인간의 영향력을 과학적으로 지질학의 일부”로 공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대의 기바드 박사는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 인류세를 추가하려고 시도함으로써 인류세워킹그룹이 실제로 지질학 개념의 중요성을 오히려 축소시켜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인류세가 지질학의 연대표에 표시되지 않는, 좀 더 느슨한 차원에서 지질학적 꼬리표인 ‘사건(event)’으로서만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과학자가 말하다_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

지질학 범주 벗어난 ‘인류세’

과연 지질시대에 포함될까

“1만 년보다 짧은 단위의 지질시대는 지질학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인류세를 지질 시대의 한 단위로 설정할 경우,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인류세의 GSSP를 퇴적층에서 정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 학술검색에서 ‘Anthropocene’을 찾으면 37만 건이 넘는 논문이 검색된다. 우리말로 ‘인류세’를 찾아도 8만 건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 인류세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때가 2000년이므로 인류세를 다룬 논문이 연평균 1만 건 이상 발간되었다는 뜻이다. 인류세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류세(人類世)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시킨 사람은 독일의 대기화학자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파울 크루첸(1933~2021) 교수였다. 그는 2000년에 열렸던 국제지권생물권계획 회의에서 18세기 후반에 시작됐던 산업혁명과 함께 활발해진 인류의 활동에 의해 수권·기권·생물권의 환경이 위기에 처했음을 강조하자는 취지로 홀로세 다음의 지질 시대로 인류세를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빙하 시추공 자료에서 18세기 후반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함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양상에 주목하여 산업혁명의 시기, 더 구체적으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던 서기 1784년을 인류세의 시점으로 제시했다.

인류세연구그룹에서 타당성 검토

2009년 국제제4기층서위원회는 인류세연구그룹(Anthropocene Working Group)을 구성해서 인류세를 공식적인 지질 시대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인류세연구그룹은 오랜 논의를 바탕으로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의 지질시대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인류세의 시점을 18세기의 산업혁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

전이 끝난 20세기 중엽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환경지수(CO2, CH4, NOX 등)의 급격한 증가 추세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시기에 일어났던 환경변화를 ‘급가속’으로 표현하면서 인류세의 시점으로 핵폭탄 실험 후에 플루토늄-238의 양이 급증

한 1952년을 제안했다. 만약 이들의 제안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인류세는 100년 미만의 무척 짧은 시대가 될 것이다.

인류세는 개념적으로 지질학 용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인류세는 인간의 무분별한 산업활동으로 지구환경이 크게 악화된 사실을 강조하는 용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사회적·환경적 문제점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는 인류세만큼 함축적인 용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용어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한편 많은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를 지질 시대의 하나로 받아들이기를 망설이고 있다. 국제층서위원회는 2018년 지질시대의 마지막 시대인 홀로세를 3개의 절(節)로 나누었다. 그런 결정은 아마도 인류세에 대한 지질학계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층서위원회의 조치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기 때문에 인류세의 문제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질 시대의 속성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지질 시대의 정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가장 넓은 의미의 지질 시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루첸(1933b2021)은 인류세라는 용어를 공론화시켰다.

대는 지구의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기간이다. 둘째, 지구 탄생에서 역사시대 이전(약 6000년 전)까지의 기간이다. 셋째, 가장 좁은 의미의 지질 시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약 40억 년 전)의 생성 시기에서 역사 시대 이전까지의 기간이다. 그러므로 ‘지질시대’에는 암묵적으로 역사 시대 이전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지질 시대에는 등급이 있다. 예를 들면, 누대(累

代)·대(代)·기(紀)·세(世)·절(節) 등이다. 사실 지질 시대 체계는 어느 한 사람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특정위원회에서 한꺼번에 결정된 것도 아니다. 19세기 초 유럽 곳곳에서 연구하던 지질학자들이 암석을 자세히 구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질 시대 이름들이 등장했고, 그 중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자주 사용된 용어들을 모아서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지질 시대 체계가 만들어졌다.

지질 시대의 경계를 위한 퇴적작용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지질 시대 체계가 도전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엽이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드러난 문제는 지질 시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국제층서위원회는 각 지질 시대마다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지질 시대의 경계를 명확히 정하도록 요청했다. 지질 시대의 경계는 ‘특정한 지역의 특

지난해 12월 미국 컬럼비아대출판부에서 나온 인류세 책의 표지 그림이다. 지구 위에 인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컬럼비아대출판부

정한 단면에서 특정한 층준(層準)’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이 기준을 국제표준층서단면·점(GSSP: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이라고 한다. GSSP는 가능한 한 넓은 지역에 걸쳐서 대비(對比)가 가능해야 하며, 퇴적작용이 멈춘 적이 없는 구간에서 정해져야 한다.

현재 지질 시대는 크게 명왕누대·시생누대·원생누대·현생누대로 구분되며, 현생누대는 다시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나누어진다. 신생대

는 고진기(Paleogene)·신진기(Neogene)·제4기(Quaternary)로 구분된다. 오늘의 화두인 ‘인류세’는 제4기에 속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와 홀로세(Holocene)로 나뉜다. 플라이스토세의 GSSP는 2010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정해졌으며, 그 시점은

258만 년 전이다. 홀로세의 GSSP는 그린란드에서 시추한 빙하 코어로부터 2009년 정해졌는데, 그 시기는 1만1700년 전(서기 2000년 기준)부터 현재까지로 지질 시대 중에서 기간이 가장 짧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질 시대는 개념적으로 역사 시대 이전이라는 함의를 지닌다. 그러므로 1만 년보다 짧은 단위의 지질 시대는 전통적인 지질학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인류세를 지질 시대의 한 단위로 설정할 경우,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인류세의 GSSP를 퇴적층에서 정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우리 지질학자들이 인류세를 공식적

인 지질시대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근원적인 이유다.

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지질학 교수

서울대 지질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주요 저서로 『한반도 형성사』,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지질시대』가 있다.

인문학자가 말하다_김기봉 경기대 교수

인류세 역사화를 위한 ‘빅히스토리’ 문명사

“문명사의 치명적 한계는 인간이 생겨나지 않았던 과거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세의 역사화를 위해서 인류의 역사를 빅히스토리가 연구하는 시공간까지 확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 오존층 파괴 원인을 규명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루첸(1933~2021)이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대기화학자가 제기한 새로운 지질시대 도래의 주장에 대한 지질학자들 반응은 냉담했다. 지질학적 시대구분은 퇴적층에 남아있는 층서학적 증거를 근거로 하는데, 대기화학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제비 몇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이 뉴노멀로 자리를 잡으면서, 인류세는 21세기에 출현한 종말론으로 부상했다. 인류세가 인류 생존과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담론의 주도권은 지질학자들의 손을 벗어나 버렸다. 그러면서 역전의 경향성도 생겨났다. 국제층서학위원회는 2019년 인류세의 시작을 1950년으로 보기로 잠정 합의했고, 내년 초까지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공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 상황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에 떠돌고 있다. 인류세라는 유령이.”

인류의 지질학과 역사시대 전개

오늘날 인류세 담론은 인문학과 과학의 지식을 통합하는 융합의 용광로의 기능을 한다. ‘지구생활자’로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하고 재규정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 덕분이다. 인류세의 특이성은 크루첸이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 제목처럼 인간이 지구 역사를 바꾸는 행위자가 되는 “인류의 지질학(Geology of mankind)”이란 점이다. 46억 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에서 생명의 출현은 38억 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생명 진화의 결정적 순간은 5억4200만 년 전쯤으로 추정하는 캄브리아기 폭발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눈을 비롯한 감각기관이 분화하고 오늘날 지구상 모든 동물 문(animal phyla)의 초기 형태가 출현했다. 그 이전이 생명 진화의 전사(前史)라면, 이후부터가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구분되는 역사 시대가 된다.

생명의 역사 시대에서 주요 사건은 5번의 대멸종 연대기로 정리된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면서 생태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던 지구 역사에서 대멸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의 대멸종은 1억5000만 년 동안 중생대 주역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공룡이 6500만 년 전쯤 운석이 떨어지는 날벼락으로 졸지에 사라진 사건이다. 공룡 멸종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지, 자초한 운명은 아니었다.

이에 비해 인류세의 대멸종은 인간 자신이 “인류의 지질학”이란 비극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지구 역사의 신기원을 창조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지구 결박자(the Earthbound)’인 인간이 탯줄을 끊으려는 오만에 대한 징벌로 6번째 대멸종이 도래한다는 종말론적 성찰이 인류세의 핵심 주제라면, 그렇게 자초한 실존적 위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아인슈타인은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문제를 1시간 만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55분간은 도대체 문제가 뭔지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나머지 5분 동안에 답을 찾겠다고 했다. 인류세 문제를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인간의 조건과 가치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다. 이는 인간의 과거-현재-미래를 역사화 하는 문제고, 21세기 우리에게 그 과제는 인류세의 역사화로 주어졌다.

우주와 지구 생명 진화를 나선형으로 구현한 이미지다. 빅뱅부터 현재까지 주목할 사건들이 묘사됐다. 10억년마다 90도 회전돼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대안적 역사로서의 깊은 역사와 빅히스토리

인류세의 기원과 인류세를 창조한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인류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문명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일차적으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길어야 문자 시대 이후 5000년의 과거를 탐구 대상으로 하는 기존 역사학을 통해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지구 역사와 인간 역사를 통합하는 깊은 역사(deep history), 더 나아가 물질적 전환을 통해 모든 것의 기원을 빅뱅까지로 소급해 거의 모든 지식을 연결해서 문제의 답을 추구하는 빅히스토리(big history)가 대안적 역사로 떠오른다.

우리는 우주 먼지가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에 착륙한 덕분에 생겨난 존재고, 지구의 무대에서 온갖 희비극의 역사를 연출하다가 다시 몇 가지 원소로 분해돼 사라진다. 그런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볼 때,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주 먼지로 만들어진 인류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지질시대 창조자로 도약하는 문명을 만들어냈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우주 역사와 인류 문명사를 통합하는 연구가 요청된다.

문명사의 치명적 한계는 인간이 생겨나지 않았던 과거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세의 역사화를 위해서는 인류의 역사를 빅히스토리가 연구하는 시공간 범위까지 확장해야 한다. 큰 것은 작은 것을 포괄하기에, 문명사는 빅히스토리 일부분으로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지식을 구성하는 주체는 인간이고, 그런 맥락에서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는 ‘슈뢰딩거 고양이’의 사례와 유사하다. 인간이 우주의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지식이 없었다. 인류세에서 지식의 의미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답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 필자는 그런 인간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빅히스토리 문명사’ 과목을 만들어 학생들이 살아야 하

는 미래 문명의 길을 찾으려는 내비게이션 역사를 추구한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포스트모던 역사이론으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 『역사학 너머 역사: 빅히스토리, 문명의 길을 묻다』,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팩션 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등이 있다.

내일 학교

프라카시 나이르 외 2인 지음 | 유명희 옮김 | 창비교육 | 348쪽

학교 설계 분야에서 변혁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 중 한 명인 저자의 책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이 책은 미래 학자이자 선구적인 건축가인 저자와 건축가 로니 짐머 닥터리, 교육 전문가인 리처드 엘모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으로, 학교가 진정한 배움을 실천하는 장소가 될 수 있게 돕는 ‘변화의 로드맵’이다.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

조주관 지음 | 세창출판사 | 976쪽

이 책에 소개한 작가들은 모두 각 시대의 자손들이고, 문학을 통해 그 시대의 인간상을 집약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의 문학 속에는 작품이 탄생하던 시대의 정신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하여 러시아 문학은 ‘언어의 보고’로 서, ‘체험과 역사의 보고’로서, ‘철학과 사상의 보고’로서 인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넓고 깊은 삶의 지혜를 제공해 왔다.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

이지용 지음 | 에포크미디어코리아 | 456쪽

‘한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의미의 초한전에는 시간, 공간 제약은 물론 방법도 무제한이다. 아무런 규칙도 없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것이 초한전의 핵심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창조적으로 융·복합해 전개하는 데에 초한전의 강점이 있다. 마치 변화무쌍한 만화경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것과 같다. 초한전 수행 시 기본 원칙은 있다. 이른바 ‘현자의 칵테일’ 원칙이다.

대중고고학

닉 메리먼 엮음 | 김권구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472쪽

고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고고학, 문화유산 및 대중 간의 관계가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주제로 연구되고 있다. 영국, 북미 및 남미, 아프리카, 호주 그리고 중국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이 책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그관계에 대한 매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 책은 두 가지 핵심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는 의사소통과 해석이며, 다른 하나는 조직과 같은 공공 이해관계자들이다.

있는 그대로 에티오피아

이상일 외 2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50쪽

1980년대 대기근으로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 빈곤의 대명사가 됐다. 그리하여 우리는 에티오피아 하면 가난과 절망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는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적 풍요로움으로 아프리카인들에게 자긍심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10년간 약 10%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학

김재수 지음 | 생각의힘 | 384쪽

이 책은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이자, 승자독식사회에 맞서 낮은 곳을 향한 주류 경제학 이야기이다. 인디애나-퍼듀대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최근의 경제학 실증 연구를 광범위하게 활용해 경제학의 내재적 전복을 시도한다. 즉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한다.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 신지영 외 3인 옮김 | 갈무리 | 224쪽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저자의 책. 우리는 마녀사냥을 포함하여 여성에 대한 개인적이고 제도적인 폭력이 급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자본주의 사회 관계가 확산되면서 증가해 왔다. 『캘리번과 마녀』의 주요 주제들을 재조명하는 이 책에서 그녀는 여성 폭력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그것이 여성과 공동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

조사이아 오버 지음 | 노경호 옮김 | 후마니타스 | 448쪽

자유주의 정치 이론가들은 자유주의 없는 민주정을 마치 루소가 꿈꾼 하나의 일반의지 혹은 무제한적 다수결주의에 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근본적으로, 심지어 지독한 정도로, 반자유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로 그린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는 순수한 다수결주의가 충민주정의 타락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사양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쪽

일본 문학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생전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인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져가는 귀족 집안과 시대 의식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실격』에 앞서 1947년 문예지 『신초(新潮)』에 연재됐고 같은 해 출간됐다. 초판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만여 부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몰락한 집안과 사람들을 일컫는 ‘사양족’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저자가 말하다_『고령자 심리의 이해』 박창호·이영순·김호영·강정석·서장원·신희영·김종완 지음 지음 | 학지사 | 416쪽

고령자 시대, 마음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고령자의 비중·역할·다양성 증가

고령자 심리의 종합적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국 사회가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다. 65세 이상인 고령자의 비율이 20% 이상이 된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저출산 기조에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더해지면서 고령자의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오래된 동네에서는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고, 어린이보호 구역이 노인 보호 구역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이 못지않게 고령자가 여가활동과 소비의 주요 계층이 되고 있다.

매스컴도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문제점들을 주목해 왔다. 예컨대 고독사와 돌봄, 의료비용의 부담,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연금 문제 등은 익숙한 주제가 되었다. 반면에 고령자의 삶과 행복(안녕)의 문제는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흔히 할아버지, 할머니로 형상화되는 고령자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소일하거나, 자녀들의 안녕을 빌며 삶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치매나 중증 질병과 싸우거나 또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고령자는 현장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고, 자기의 삶을 추구하고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단편적인 시각 대신 고령화와 고령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를 나이 많은 어른으로만 이해하

는 것은 고령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령화에 따른 심신의 변화에 유의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이 듦에 따라 가족 구조, 생활환경, 사회적 역할 등이 달라진다. 심리적 기능, 관심사와 걱정거리, 미래에 대한 관점 등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고령자심리의 이해』는 이러한 심리학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고령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연구하고, 개입하는 데 기초가 되는 내용들을 다루고자 한다.

이 책은 ‘초고령 사회에 필요한 심리서비스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BK21 사업단(전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진이 함께 저술한 것이다. 예컨대 두뇌 기능의 변화와 정서 경험(김종완), 인지 기능의 변화의 특징(박창호), 인생에서 그리고 친구와 가족 맥락에서 고령자가 처한 위치(신희영), 고령자의 욕구와 성공적 고령화(박창호) 등에 대한 이해는 고령자를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고령자 심리와 관련된 여러 실제적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인지장애(치매)는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장애 중 하나인데, 여러 심리학적 요인도 관련된다(김호영). 통념과 달리 고령자에게도 종종 발병하는 우울증과 불안증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문제이다(서장원). 이러한 심

리적 문제 및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고령자를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상담하는 것도 중요하다(이영순). 비중 있는 인구 집단이 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 분야, 그리고 고령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 등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강정석). 마지막으로 고령자의 삶에 이로운 생활용품과 환경의 설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박창호).

성공적인 고령화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모든 사람이 고령화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 외에도 고령자의 삶의 만족은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 구성원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고령화를 위해 우리 자신과 사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예컨대 흔히 고령자의 삶의 만족에 재산과 건강이 관건이라고 하지만, 긴밀한 사회적인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또한 일과 배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고령자의 자존감과 긍정적 태도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고령자의 삶에 대한 만족 혹은 안녕감 향상에 무엇이 핵심적인지를 파악하고,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과 심리사회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도 시급하다.

박창호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역자가 말하다_『레프 비고츠키』 르네 반 데 비어 지음 | 배희철 옮김 | 살림터 | 296쪽

아동학을 바꿔놓은 러시아 인지심리학자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인 레프 비고츠키(1896~1934)는 인지심리학자로 아동학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그의 일생은 불꽃 같다는 말이 적합할 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냈다. 특히 그의 ‘근접발달영역’과 ‘신형성(neoformation)’이라는 개념은 그가 정립한 이론의 핵심이다. 그의 아동학은 그런 개념들을 통해 더욱 빛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는 서구의 학자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교육계에서 그에

사회적 구성주의 관점에서 종적인 연대기 고찰

문화역사적 이론의 기원·현대심리학 영향 분석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의 번역 역시 비고츠키를 꾸준히 연구해온 결과다. 아울러 이 책의 저자 반 데 비어 역시 비고츠키의 연구를 지속해온 사람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비고츠키의 이론이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의 저서는 비고츠키연구서 중 독보적인 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오랜 시간 암암리에 연구자들에게 알려져 온 국내 유일의 비고츠키 전기다. 절판됐던 책을 살려내달라는 요청이 많은 책이기도 했다. 러시아 학자라는 배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국내의 비고츠키 연구자들에게 는 한국어로 된 책 중 필독서의 리스트에 오르곤 했다. 결국 개정증보판이 나

왔다. 그만큼 이 책이 아직도 비고츠키의 이론과 생애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비고츠키를 처음 접하는 국내 독자들에게 그의 이론과 생애를 알 수 있게 해주는는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비고츠키에 대한 방대한 자료 조사나 각종 연구 또는 해박한 지식을 통원하여 책을 썼고, 이책을 만나는 독자들을 비고츠키의 생애 속으로 끌어들일 힘을 가지고 있다. 역

자 역시 나름대로의 해설로 힘을 보내서 독자들의 비고츠키 이해를 도왔다. 그만큼 이 책은 비고츠키 연구의 훌륭한 입문서로 추천할 수 있다.

이 책을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의 37년 생애를 균형 있게 소개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비고츠키의 10년에 걸친 본격적인 연구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망한 책도 이 책이 처음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비고츠키를 알고자 하는 연구자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또한 여러 분야를 통해 저술된 책이기에 좀 더 다양한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고츠키의 관심사가 무척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그의 전기를 쓴 르네 반 데 비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명예교수(역사교육·아동학) 역시 그

런 사람인 것이다.

또한 계속 강조했듯이 이 책은 국내 독자들이 읽기 쉬운 책이다. 저자는 사회적 구성주의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어서 이제껏 국내에 알려진 비고츠키의 여러 연구에서 보이는 단편적이고 편협한, 그래서 읽기 어려웠던 연구물들보다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비계, 근접발달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언어를 통한 매개 등을 유기적으로 설명해내는 저자의 서술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추천사를 통해 볼 수 있는 엘레나 그리코렌코의 말처럼 이 책에 소개된 반 데 비어의 종적인 연대기적 관점은 비고츠키의 전기로 시작해서, 서구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초기 저작을 탐구하고,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의 기원을 조사하고, 근접발달영역이라는 개념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문화 심리학에 대한 비고츠키 사상을 제시하고, 현대 심리학에 끼친 영향을 요약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고츠키의 교육에 대한 공헌과 그의 작업에 대한 개관에 덧붙여서 저술에 드러난 고등정신기능과 문화적 도구 같은 개념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더욱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고츠키의 교육에 대한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는 한정된 교육이론으로 구성되었던 교육계에 유연함을 더해 주었다. 이 책의 출간이 비고츠키를 연구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배희철

퇴계초중학교 교사·비고츠키연구회 회장

서평_『연규동 선생의 우리말 어휘 이야기』 연규동 지음 | 박이정 | 440쪽

어휘 연구의 참모습…역사부터 현대 한국어까지

일상의 어휘법부터 우리말의 뿌리까지 풀이

정확하고 품격 있는 말글 생활로 의사소통

이 책은 일 년 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연규동(1963~2022)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가 컴퓨터에 갈무리해 두었던 우리말 어휘에 관한 원고를 펴낸 유고집이다. 연 교수는 언어학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교양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말 어휘의 특성과 역사를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썼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말 어휘에 관심 있는 누구든 읽어 볼 만하다.

연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근대국어 어휘집 연구-유해류 역학서를 중심으로」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역사언어학자였다. 학위논문 제목에서 보듯 어휘의 역사에 대한 연구, 역학서와 관련한 알타이어학에 대한 연구가 평생 연구의 중심 분야였다. 어휘사와 알타이어학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 언어조사와 문자학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쏟았다.

연 교수는 학술 논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나 교양인들을 위한 해설 논문도 많이 썼다. 그간 저서 18편과 논문 60여 편을 썼으니 참으로 왕성한 저술 활동이었다. 이 많은 저술 가운데 미처 출판하지 못한 글도 많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규동 선생의 우리말 어휘 이야기』이다. 이책은 정교한 언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말글 생활에서 어휘에 관련한 꼭 필요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음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어휘 지식과 사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어휘론은 어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현대 한국어 어휘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폭이 넓다. 그래서 이 책은 다음 두 부문으로 나누어서 구성돼 있다. 첫째는 현대 한국어의 어휘 편이다. 생활 속에서 살펴보는 어휘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1부와 제2부에서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제1부에서는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어휘 문제를 언어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풀이해 준다. 제2부에서는 어휘와 한국어 어문규범의 문제를 쉽게 풀이해 준다.

둘째는 우리말 어휘의 역사 편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찾아보는 어휘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3부와 제4부에서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제3부는 우리말 어휘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 온 것을 역사언어학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풀이해 준다. 제4부는 어휘와 관련해 우리말의 뿌리와 어휘의 변천 과정을 알기 쉽게 풀이해 준다.

이제 이 책에서 풀이한 여러 어휘 현상 가운데 흥미로운 내용 한 가지를 소개한다. 두 단어가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경우가 있어 혼동하는 경우에 대한 풀이이다. 예를 들어, ‘배상’(賠償)과 ‘보상’(補償)은 남에게 물어주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배상이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물어주는 것임에 반해, 보상은 적법 행위로 인한 손실을 물어준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손해 배상과 손실 보상으로 구분해 사

용하여야 한다. ‘부실 공사에 대해서는 주인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동안 제가 진 신세를 어르신께 보상하고 싶습니다’와 같이 사용한다고 했다.

‘경신’과 ‘갱신’은 모두 한자어 ‘更新’에서 온 말로 그 뜻에 따라 읽기가 달라지는 말이다. 한자 ‘更’은 ‘고칠 경’과 ‘다시 갱’의 두 가지 뜻과 발음이 있다. 그러므로 ‘고쳐서 다시 새롭게 함’이라는 의미일 때는 ‘경신’과 ‘갱신’이 둘 다 사용될 수 있지만, ‘경신’에는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이라는 의미가, ‘갱신’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라는 의미가 각각 들어 있다. 따라서 ‘세계 신기록 경신, 기록 경신’, ‘계약 갱신, 비자 갱신’ 등으로 구분돼 쓴다고 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하며,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을 ‘물비늘’이라고 구별했다. ‘매무새’는 옷을 입은 맵시를 나타내는 말이고, ‘매무시’는 옷을 입을 때 매만지는 뒷단속을 가리키는 말로 구분했다. 그러므로 ‘고운 옷매무새를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옷매무시를 잘 해야 한다’와 같이 구별해 써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연 교수 어휘 연구의 참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아무쪼록 독자들께서 이 책을 통해 우리말의 어휘 특성, 어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길 바라며, 더 나아가서 우리의 말글 생활이 쉽고, 정확

하고, 품격 있어, 일상의 의사소통에 크게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권재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언어학

통찰의 재미_『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카스 무데 지음 | 권은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84쪽

극우는 어떻게 주류가 됐을까

극우 세력은 미국‧브라질 등 아메리카 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 세력화됐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다섯 나라 중 세 국가(미국‧브라질‧인도)에 이미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당인 인도인민당 역시 우익 포퓰리즘 성향이다. 유럽연합에서는 덴마크‧폴란드‧헝가리‧튀르키예에서 우익 포퓰리즘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득세하는 극우주의

저임금 노동자의 증가로 반정치 정서 만연

성향의 정당이 다수당이다. 최근에는 유럽 의회에서도 우익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 20년 동안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으며, 이의 회복을 위해 세계적인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있다.

극우의 세계적 확산이 21세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인 이유는 극우의 이념이 혐오와 차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카스 무데 조지아대 교수(국제관계학)의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

는가』이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유럽과 북미의 포퓰리즘, 이슬람 혐오, 인종주의적 극단주의 등을 연구한 극우 연구의 권위자다.

파시즘‧포퓰리즘‧뉴라이트‧반지성주의‧타민족혐오‧민족다원주의‧성차별 등 다양한 현상으로 촉발된 극우주의는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찾아왔을 때 더욱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극우주의는 이른바 극단적 인종차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파시즘이나 외국인 혐오‧민족주의‧이민 배척주의‧이슬람 혐오증 등 차별과 혐오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념들이다.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뉴욕발 금융 위기 및 2015년 유럽의 이슬람 난민 사태는 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극우주의가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한 노동 계층의 붕괴, 저임금 무산계급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의 양산, 하루 벌이를 고민하는 사회적 약자계층의 증가로 이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로 반정치 정서가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요컨대,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조직적으로 그다지 변변치 못한 극우 세력과 도널드 트럼프로 대표되는 우익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세계적 우경화 흐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극우를 이끄는 조직 중 2000년대 이후 가장 핵심적인 조직인 ‘미디어’는 SNS, 우

익 언론 웹사이트‧블로그‧뉴스 등으로 범죄‧부패‧난민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언제든 지지자들을 선동할 수 있는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소수민족‧이민자‧난민 등 외국인이나 페미니스트‧동성애자‧좌익‧여성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치세력화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선 안 된다. 우익 포퓰리즘 정치세력들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면서도 정치적 평등과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의 본질을 거부하고, 소수의 인권과 법치, 삼권분립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와 가치에 근본적으로 도전한다.

극우의 확산에 대응하는 궁극적인 방법에 대해 저자는 극우와 싸우는 것이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결국 극우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러시아 등의 공산독재와 함께 앞으로 세계는 지금보다 더 극우화될 것이다. ‘극우 정치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는 저자의 언명처럼 극우화의 위험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3.1절에 대놓고 친일파가 되겠다면서 일장기를 게시할 정도로 극우가 용감해지는 현

실을 우리 사회가 강 건너 불보듯 해선 절대 안 된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1941년, 챔피언의 날

제임스 카터 지음 | 신기섭 옮김 | 마르코폴로 | 420쪽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을 유럽 식민주의에 대한 범아시아적 저항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난징의 강간’으로 악명 높은 일본의 잔인한 점령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상하이의 인구는 중국인이 국제 정착지로 몰려들면서 계속 팽창했다. 인구 밀집, 인플레이션, 그리고 종종 폭격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의 일상은 계속됐다. 책 제목에 언급된 ‘종말’은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비로소 찾아왔다.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지음 |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396쪽

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저자의 문제작이자 마지막 소설. 국내 초역.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남편 ‘미하이’의 옛 친구가 나타나고,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미하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르는데. 사라졌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열망이 은밀하고 매혹적인 메타포들로 몸 바꿔 되살아나고, 유혹의 순간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자기만의 삶’ 앞으로 서서히 독자를 잡아끈다.

악어의 눈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발 플럼우드 지음 | 김지은 옮김 | 연두(yeondoo) | 280쪽

1985년 호주의 카카두국립공원에서 카누를 타다 악어를 맞닥트려 ‘죽음의 소용돌이’를 세 번이나 당한 저자는 강렬한 금빛 테두리가 빛나는 포식자의 눈을 마주한 순간 지금껏 안온하게 몸담아 온 세계에 일어난 균열을 느낀다. 서구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깨지며 인간도 다른 모든 생명 존재와 마찬가지로 먹이사슬 안에 위치한다는 사실이그것이다.

사회학 비판적 시선

정태석 외 4인 지음 | 한울아카데미 | 768쪽

이 책은 꾸준히 사랑받아 온 사회학 입문서로서 2004년 출간된 『사회학』, 2012년 개정판인 『사회학: 비판적 사회 읽기』를 잇는 신판이다. 학부생부터 일반인들에게 이르기까지 사회학 전반을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 현실과 사람들의 삶을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쟁점과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90세 정신과의사, 인간과 종교를 말하다

이호영 지음 | 청년의사 | 460쪽

올해로 만 90세를 맞은 정신과 의사이자 독실한 크리스천 이호영의 첫 대중서다. 『당주동 무화과나무』 이후 12년 만의 신간이다. 정신의학자로서는 다수의 저서를 펴냈지만 선생의 전문 분야인 정신의학을 철학, 종교 그리고 인문학과 접목시키는 글로는 처음 엮었다. 백발의 노인이 돼서도 ‘새로운 전망’을 보고 싶어 하고, ‘의식이 확장돼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교육과 교육학 사이

송재범 지음 | 풀빛 | 288쪽

교직의 뜻을 품고 83학번 새내기로 사범대학의 문을 두드린 저자. 그 뜻을 실행으로 옮긴 지 40년이 되는 2023년, 저자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얻어터져 멍이 들고 비틀거리는 우리 교육, 그 교육을 부축해줄 목발을 다듬어 이 책을 선사한다. 우리 교육이 똑바로 걷기를 기원하면서. 저자가 다듬은 목발은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있다. 40년 간 다듬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

남성현 지음 | 플루토 | 288쪽

이 책은 태풍, 쓰나미(지진해일), 폭염, 폭우와 홍수, 한파, 폭설, 지진, 화산, 산사태, 대기오염과 해양오염, 극지 빙하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와 함께 나날이 심각해지는 자연재해를 소개한다. 열두 가지 자연재해의 과학적 작동 원리와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 이러한 자연재해를 슬기롭게 극복할 대처 방법도 담았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일은 인류에게 점점 중요한 문제가 돼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차이를 넘어 가능성으로

댄 모레인 지음 | 양진성 옮김 | 김영사 | 428쪽

2020년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이 책은 그녀의 삶과 획기적인 정치 여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 로드맵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오래된 정치 관행을 뛰어넘어 몰고 온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최초’의 역사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고 충실히 밝히고 있다. 미국의 현 정치 상황과 미래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분야별 신간

인문

마녀 프레임 |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 | 168쪽

왜 지속가능한 디지털 공동체인가 | 현광일 지음 | 살림터 | 280쪽

라틴아메리카 생태를 읽다|신정환 외 8인 지음|알렙|240쪽

경제

한국 경제의 성장, 위기, 미래 | 이종화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372쪽

역사

인간 장소 지명 | 주성재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72쪽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 | 이철성 지음 | 푸른역사 | 420쪽

101가지 세계사 질문사전 2 | 양홍석 외 11인 지음 | 북멘토 | 488쪽

건강

시간에 갇힌 엄마 | 이린 지음 | 박희선 옮김 | 마르코폴로 | 448쪽

교육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 | 김창현 지음 | 애플씨드 | 220쪽

철학이 있는 교실살이 | 이성우 지음 | 살림터 | 276쪽

정치-사회

디지털 기술과 정치 | 한의석 외 7인 지음 | 푸른길 | 266쪽

알아두면 유익한 진짜 공무원의 세계 | 권기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88쪽

인문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 변광배 지음 | 동녘 | 216쪽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 엘린 색스 지음 | 정지인 옮김 | 소우주 | 500쪽

문학-에세이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 육호수 지음 | 문학동네 | 176쪽

점원 |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392쪽

이우진·조성환 교수 서평에 답하다 ③ 한국철학의 위상과 과제 <끝>

“한국철학, 과학기술과 지구위기에 대응할 방법과 방향을 고민해야”

지난 1월 3일자 <교수신문>에, 이우진(공주교대 교수·교육철학)·조성환(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한국철학) 두 교수가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의 『비교양명학: 한중일 삼국의 시야에서』(2022년, 상해 고적출판사 간행)를 읽고 서평을 실었다. 서평 마무리 부분에서 두 교수는 저자에게 세 가지를 질문했다. ‘기후변화 시대, 동양철학의 비전은 있는가?’와 ‘한국에서 인문학 하는 태도 문제’에 이어 마지막 세 번째 질문 ‘한국철학의 위상과 과제’에 대한 최재목 교수의 답변을 싣는다.

이우진·조성환 교수의 세 가지 질문은 이렇다.

① 전통 동양철학의 현재적 의미 : 생태위기와 기후변화로 지구에서의 거주가능성 자체가 문제 되고 있는 오늘날, 유학은 인류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② 한국에서 인문학을 하는 태도 문제 : 한국의 인문학은 여전히 ‘유럽중심주의’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학의 중심은 항상 ‘서양’이고, 비서구지역의 철학은 ‘주변’에 밀려나 있다. 이 ‘기울어진 철학’의 현장을 우리는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가?

③ 한국철학의 위상과 과제 : 오늘날 한국철학 연구자들은 과연 얼마나 수준 높은 연구를 학계에 제공하고 있는가? 여전히 한문 번역 중심의 경학적 연구가 중심이 아닌가?

그래서 대중이 외면하는 것 아닌가?

한국철학의 수준? 대중의 외면?

조성환·이우진 교수의 이번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오늘날 한국철학 연구자들은 과연 얼마나 수준 높은 연구를 학계에 제공하고 있는가?”이다. 여기에는 일단 ‘어느 정도 그렇다’라고 해두고 싶다. 지난 두 번째 답변에서 한국철학 나아가 한국학이 이미 국제적인 무대에 진입한 경우를 살펴보았다. 물론 미시적으로 “어느 분야가 어떤가?”는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음 질문은 “(한국철학은) 여전히 한문 번역 중심의 경학적 연구가 중심이 아닌가? 그래서 대중에게 외면받는 것이 아닌가?”이다. 여기서 ‘한문 번역 중심의 경학적 연구’(a)와 ‘대중의 호응’(b)은 양립할 수도 있고, 또한 연계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 두고 싶다. 다시 말해서 a는 a대로, b는 b대로 심화될 수 있기도 하고, a의 성과가 b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대목도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철학’은 ① ‘한국 지역 내에서 이루어진 혹은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철학적 작업’을 통칭하거나 ② ‘한국의 전통 철학사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철학’에만 국한해야 한다. 일단 이번 답변에서는 후자에 국한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①의 범위 내에서 동양철학 내지 그에 준하는 범주까지 고려해보기로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철학하는 학자들의 고민이 담긴, 한국의 철학하는 수준을 가늠할만한 책으로 『한국에서 철학하는 자세들 : 철학연구 방법론의 한국적 모색』(심재룡 외. 집문당, 1989)이 있다. 이 책을 넘어설 새로운 버전의 작업이 지금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철학 성과에 대한 소략한 회상

희랍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를 잇는 필로소피(philos ophy)가 일본의 계몽주의/실증주의 철학자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에 의해 ‘희현학(希賢學)→희철학(希哲學)→철학(哲學)’의 과정을 거쳐 근대 이후 동아시아 전역에 ‘○○철학’, ‘철학과’로 제도적 지(知)의 형식으로 정착해왔다.

우리 전통에 없던 일제의 번역어를, 그것도 서양에서 탄생한 지식 장르를 수입하여 일본철학계의 영향 하에 ‘경성제국대학’에서 ‘데쇼와 헤겔변증법’을 발신하였다. 그 이래 ‘철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횡행하는 이 지적(知的) 현상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반성하고 있는가?

서구화, 세계화라는 명분에 서양철학은 “한국에 무슨 철학이 있어? 그게 철학이야?”라며 진리의 지역성을 넘어선 보편

성을 무기로 거들먹대왔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괴소문처럼, 틈만 나면 철학과를 없애려는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들의 기획 앞에 솔직히 필자는 불편하고 씁쓸하다. 왜냐하면 ‘일제의 잔재 + 근대 서구(→서양철학)의 그림자’라는 이중의 칙칙한 얼룩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개명할 것인가?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가? 답도 없이 그냥 ‘철학, 철학…’하며 앵무새처럼, 말끝마다, 습관적으로, 지껄여대긴 하나….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성급한 예측이나 망상은 접고, 감당 가능한 능력과 실천 내에서 선한 연쇄작용을 기대하여 사유하고 실천해가야 마땅하다.

다행히 한국철학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본다면 무위도식했던 것은 아니다. 힘겨운 노력과 성과가 많았다. 학술의 깊이 또한 갖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철학계의 작업 가운데 (필자의 소견에서) 두드러진다고 판단되는 것을 소개해보면, 철학, 중문학, 한문학, 서지학 등과 협업하며 많은 진척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 고대 출토 문헌 연구가 국제적인 경지로 나아가고 있다. 예컨대 『죽간 목간 백서, 중국 고대 간백자료의 세계』(2013)를 간행한 바 있는 이승률 교수(경북대 철학과)는 일본의 대동문화대(大東文化大) 이케다 도모히사 교수(池田知久, 전 도쿄대 교수)와 협업으로 마왕퇴출토문헌 역주총서(상·하)를 최근 간행하였다(일본 東方書店, 2022. 현재 한글 번역 중). 최남규 교수(전북대 중문과)는 형주시(荊州市) 박물관에서 나온 『곽점초묘죽간』을 번역한 바 있다(2016). 자료를 발굴하고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의 수준은 절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로소피가 필로로기에 근거하여 다양한 기초학술과 해석학적 순환을 거쳐야 깊이 있는 사상사를 재구축할 수 있다.

조선 유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전과 철학사상의 내용을 도상(圖像)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 분야의 연구가 국제적인 단계로 진척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사상연구회의 『도설로 보는 한국유학』(2000), 최석기 교수(경상대 한문학과)의 『조선시대 중용도설』(2010)과 『조선시대 대학도설』(2012), 유권종 교수(중앙대 철학과)의 『한국 유교 도상의 역사』 등은 한국 유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리고 사상사 정리에도 큰 자신감을 드러내는 작업을 들 수 있다. 최영성 교수(한국전통문화대)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유학사를 『한국유학통사』(상·중·하)(2022)로 총정리하였다(1994~1997년에 낸 『한국유학사상사』 전5권을 개명). 이기동 교수(성균관대)는 동아시아 유학(한중일과 베트남)의 전체적

구조와 흐름을 조감한 『유학 오천 년』(전5권)을 간행하였다.

최근 동학 분야에서는 조성환 교수(원광대)가 『한국 근대의 탄생 - 개화에서 개벽으로』(2018),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 다산 동학의 하늘철학』(2022) 등 동학에 근거하여 연구를 확장시키고 있다. 덧붙인다면 동학의 작업처럼, 혜강 최한기의 통(通)의 철학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안목도 필요하다.

아울러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 외 엮음의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북아시아 사상의 전이와 재형성』, 백영서 교수(연세대) 엮음의 『개벽의 사상사 - 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전환기의 한국사상』(2022) 같은 작업은 향후 한국철학의 방향이 누구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서양철학과 동양 및 한국 철학이 ‘체화인지’를 주제로 협업한 결과물도 돋보인다. 전남대 철학과 노양진 교수를 중심으로 한 BK21플러스 횡단형철학전문인력양성사업단의 『몸과 인지』(2015), 그리고 이영의 교수(고려대) 외의 『체화된 마음과 몸』(2022)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단지 몇 가지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표본적인 예만을 들었다. 따라서 이외에도 많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한국철학의 진척이 있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일찍이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의 결과물로 나온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엮음의 『동서의 학문과 창조 -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2016) 외 일련의 작업은 주목할만하다. 동서 학문의 경계를 넘어 지평의 융합을 도모하는 초학제적 노력에서 한국철학의 가야 할 길과 디테일한 방법론을 엿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고전 번역과 대중성의 문제이다. 한 마디로 번역은 번역대로 더 깊어져야 한다. 아울러 이에 기반하여 대중화는 대중화대로 논리를 갖고 더 진척되어야 마땅하다. 양자는 서로 연관될 수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양자가 완전히 분리됨을 의미하지는 않고, 서로 긴장 관계를 가지며 상생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양명학계에서 김세정 교수(충남대 철학과)가 꾸준히 추구해온 생태학적 탐색(『돌봄과 공생의 유가생태철학』)은 현대적 음미를 기반으로 충분히 대중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주역을 새롭게 살린 이용주 교수(광주과학기술원)의 『주역의 예지』(2021)에서 보듯이 고전 번역의 충실성과 학문의 깊이 내에서 대중성이 살아난다. 그래서 한국철학의 대중성은 그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향과 숙달된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하겠다.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 쉽게 대중의 눈높이와 느낌 속으로 가닿도록 워딩, 스토리텔링하는 기법은 한국철학자 자신이 부단

히 절차탁마해야 할 사안이리라.

이런 한국철학의 다양한 결실들은 결국 ‘한국학’으로 귀착한다. 과거 중국(이나 대만)의 학술과 한학(漢學), 일본의 동양학, 서구세계의 아시아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개척해 온 한국철학은 이제 첨단 과학기술과 지구적 위기에 직면하여 진일보 진화하며 내실을 기할 숙명에 처해 있다.

포스트 휴먼·지구위기 시대의 한국철학

시대가 변할수록 - 개인의 영웅적, 천재적인 작업도 가능하지만 - 연구 내용에 따라서 AI,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이 절실한 곳도 있다고 본다. 최근 ‘한문고전 자동번역서비스’ 같은 것도 생겨나고, 한문 탈초(脫草) 작업도 광학 문자 인식(OCR) 엔진(또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추진될 전망이다. 시급성을 요하는 전문 연구에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건으로, 미국 ‘오픈AI’사가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투자해서 진화시킨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화제이다. 한글 버전으로는 네이버의 인공지능‘하이퍼클로바’가 있다. 이것은 현존하는 최고 인공지능 기술인 ‘GPT-3’을 뛰어 넘는다고도 한다. 이런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여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나아가 전문적인 논문도 작성하고 강의도 하는 등 인간과 협업하는 동반자로서 한국철학 내에도 깊이 침투해 올 수 있다. 그 추세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다시 ‘인간은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으며 포스트휴먼 시대와 함께 호응하는 길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새로운 형태의 ‘사단칠정론’, ‘인물성동이론’ 같은 주제들이 새 옷을 바꿔입고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기후와 지구 위기 시대의 철학적 번민까지 스스로의 과업으로 감수하며 한국철학을 시대에 맞게 성장시켜 가야한다. 이럴 때 전통적 한국철학 주제들은 현실과의 ‘만남’ 그리고 상호침투와 공명으로 창신(創新)할 것이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일본 츠쿠바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동양철학(양명학), 넓게는 동아시아철학사상문화비교다. 한국양명학회장과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내 마음이 등불이다: 왕양명의 삶과 사상』 『노자』 등이 있다.

서평_『카메라 소메티카』 박선 지음 | 갈무리 | 304쪽

‘복합현실’의 시대…가상은 허상 아닌 경험

디지털 영화 시대의 이미지

관객의 인지적·신체적 향유

얼마 전 흥행에 성공한 「아바타: 물의 길」은 디지털 전환 이후 영화의 현재뿐만 아니라, 그 지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흥미로운(혹은 진부한) 이야기를 넘어, 디지털 이미지가 환기하는 스펙터클한 관객 경험의 진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영화를 향유하는 관객의 인터페이스 경험이 CGI 기술을 전면화하는 영상이나, 3D 영화 등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성 영화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이러한 디지털 영화적 현상은, 다양한 대중영화의 일반적 경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영화학자 박선의 『카메라 소메티카』는 이러한 디지털 영화와 이를 수용하는 관객 사이의 관계에 천착하며, 흥미로운 논의점을 던져주는 연구서이다. 저자는 디지털 영화의 관객을 정동적(affective) 관객으로 이해하면서, 이들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 즉 ‘복제 이미지의 신체화’라는 현상이 갖는 영화학적 함의에 대해 천착한다. 그런데 이 책이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가 포스트-시네마의 매체 환경을 배경으로 디지털 영

화를, 그리고 그 이미지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를 고찰하면서, 고전회화와 관계를 맺는 영화 작품들을 다룬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정적(靜的)인 고전회화 이미지를 활인화한 영화들을 예시하면서, “관객의 분열하고 유동하는 시선”이 이들 영화 이미지의 예술적 세계와 어떻게 서로 교감하는지를 정밀한 영화 장면 분석을 곁들여 제시한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디지털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그 영화 이미지를 단순히 관조적인 태도로 관찰하기 보다는, 그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교유(交遊)하고, 더 나아가 그 이미지 세계를 하나의 현실로 체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저자가 관심을 보이는 지점은 영상 이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본 관객들은 마치 실재를 경험하는 인상을 받았다. 사진=영화 공식 스틸컷

미지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객의 신체이다. 박선은 “신체와 감각을 동원해 가상 이미지를 체험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경험적 현실의 일부로 전유”하는 시대가 바로 우리 디지털 시대임을 천명한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문제의식을 전면화하기 위해, 몸을 지칭하는 ‘소마’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카메라 소메티카(camera somatica)’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개념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영화 이미지에 대해 “수용자의 인지적‧신체적 반응”이 갖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가상 이미지의 체험 현상이 더 이상 허상이나 상상이 아닌, 수용자의 일상 현실과 상호작용하면서 “경험적 현실의 일부로 전유”되고, 실재의

차원을 획득하는 시대가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면, 박선의 논의는 우리 시대의 미디어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사적이다. 디지털 시대의 현실은 더 이상 유일무이한 현실만이 실재로 자리하는 세계가 아닌,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실들이 실재로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복합현실(mixed reality)’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에게 상호작용하고 경험되는 현실로서 가상은 더 이상 현실에 비해 열등한 세계가 아니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 이후의 뉴미디어 시대에 미디어 수용자들은 다양한 의미에서 촉각적으로 교유하는 미디어 인터페이스 경험을 향유한다. 이런 맥락에서 박선의 저작은 디지털 시대의 영화와 관객의 수용 태도, 즉 신체와 이미지의 화학적 결합을 매개하는 영화매체의 본질적인 기능을 탐구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의 가상현실 담론, 즉 현실과 가상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 담론까지도 포함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박선의 책이 영화학적 논의에서 멀어지는 추상적인 논의에 매몰된 그러한 저작은 아니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하는 영화의 매체성을, 포스트 시네마 시대의 매체 이미지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를 통해서 규명하면서도, 동시

에 다양한 고전 영화·매체 이론가들의 사유와 대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뉴미디어의 관객성을 도구 삼아 고전 영화이론의 통찰을 재고”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영화학적 시도는 책의 전반을 아우르는 흐름으로 자리한다. 벤야민의 ‘아우라’, 바르트의 ‘푼크툼’, 바쟁의 ‘완전영화의 신화’등과 같은 고전적인 영화/매체학적 사유뿐만 아니라, 거닝, 보드웰, 브래니건, 캐럴 등 다양한 영화학자의 이론적 논의와도 대결하면서 이루어지는 영화학적 탐색은 디지털 시대 영화학의 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서 박선의 저작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인문학의 다양한 분과학문에 대한 포괄적인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이론가의 개념과 그 사유 방식을 디지털 영화의 매체학적 사유를 위해 확장하고, 재해석하면서 그 이론적 층위를 두텁게 한다. 21세기 디지털이 만개한 우리 미디어 시대를 반추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카메라 소메티

카』는 여러모로 시의적절한 저작으로 보인다.

이주봉

국립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대구대, ‘비정년트랙 처우 개선’ 단체협약 체결

대구대 법인과 교수노동조합이 비정년트랙 교수의 처우를 개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대구대 법인 영광학원은 지난달 27일에 교수노동조합(전국교수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대구대지회・대구대학교 중점교수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 8월에 시작된 단체협상은 10차에 걸쳐서 진행됐다.

이번 단체협약을 통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교권 확보와 각종 불평등 완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단체협약의 핵심적인 내용은 △1인 연구실 배정 원칙 명시 △평의원회 참여 및 총장 선거권 부여 노력 △연구비 지원 등이다.

이종주 대구대 중점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8년 전에 협의회를 만들었지만, 대학의 파트너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2018년 교원노조법 변경 이후, 교수들도 노조를 만들고 공식적으로 대학 측과 논의할 수 있게

지난달 27일 대구대 법인과 교수노동조합이 단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대

됐고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번 단체협약은 대구대 개교 이래 직원 이외 교수 노조와 맺은 첫 번째 단체협약이다.

이번 단체협상 과정에서는 심각한 분쟁은 없었다. 노사 양측의 양보와 타협을 통

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대 노동조합관계자는 “이후 상호 신뢰바탕으로 한 협력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측은 신뢰협력관계는 지방대 위기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2년도 단체협약에서 임금협약은 노

조의 양보로 동결됐다. 이와 관련해 올해2023년 단체임금교섭을 앞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임금은 생존의 문제다. 지난 8년 동안 한 번도 임금이 오른 적이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임금 인상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총장후보자 추천 및 대학평의회, 교수회의 등에서 의결권 행사 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구대에서는 여전히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교권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교수회 가입과 각종 공식 의결기구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전히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계약과 승진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며“구조적인 면에서는 불공정 문제 해소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국교위, 전북서 미래교육 간담회…“유학생 유치 확대” 한목소리

전북 지역 대학 총장들이 플래그십 공유대학 육성, 정부 책임형 사립대, 지방대학생책임 장학제도 등을 지역대학 위기 극복 대안으로 제시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확대 필요성엔 한목소리를 냈다.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지자체 현장 소통 간담회’ 두 번째 행사가 지난 13일 전북에서 열렸다. 전라북도와 전라북도 교육청이 함께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 박진배 전주대 총장, 이영준 전북과학대 총장이 발제를 맡았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역의 성장 동력이 인구감소, 고령화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혁신 인재가 필요하다”며 “플래그십(Flagship) 공유 대학 육성을 통한 교육등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래그십 대학은 혁신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으로 미국 내 상위권에 속하는 대학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플래그십 전북지역 혁신플랫폼 구축,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역 대학에 연구비를 배분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 이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배 전주대 총장은 지방대 위주의 학

'미래교육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는 전북지역 대학관계자들과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대학 위기 극복방안과 지역발전을 위한 인재양성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생정원 감축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유캠퍼스 운영·대학 법인의 유연한 운영 허용을 통한 거점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박 총장은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 소멸’문제와 연관돼 매우 민감하고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지역대학에 재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졸업 후 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박 총장은 대학 간 특성화 협업과, 사립대학재정의 정부 지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학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박 총장은 이외에도 지방대학생 책임 장

학 제도를 제안했다. 지방대학생 책임 장학제도는 지역의 우수한 중등학교 출신이 지역 내 대학에 입학하거나 지방대 졸업자가 지역 내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영준 전북과학대 총장은 전문대학 위기 해결과 관련해 지역 내 특화분야 선정·지원을 통한 정주형 인력양성, 신중장년 재취업교육·지역주민 평생직업교육 등 전문대학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이 총장은 전북 지역 내 위치한 8개 전문대학 운영 현황을 제시했는데, 신입생 출원율은 2021년 93.58%, 2022년은 93.0%로 양호한 편이나 중도탈락율은 7.83%, 6.71%로 다른 지역대학 편입, 유출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장은 지역 전문대학을 살릴 수 있는 4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초지자체 특화 산업 분야 정주형 인력을 양성해야한다”며 HiVE와 RISE 사업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직업교육 강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직업교육 무상교육 실시를 제안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고려대,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고려대(총장 김동원)는 지난 16일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 활용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고려대는 기술의 확산을 막기보다는 이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AI를 이용해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학습자의 생성형 AI 활용 권리 보장이다.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자료를 선별하는 시간, 문장과 이미지 등 콘텐츠 생성을 위한 노력 등 기존 교육방식에 요구되던 수고를 아낄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토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김동원 총장은 “챗GPT는 사용자의 실력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다”며 “챗GPT에 의존하는 인재가 아

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표절, 부정행위, AI 의존에 따른 비판적 사고 약화, 부정확하고 편향된 정보습득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AI 윤리교육과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적 데이터 수집(인터뷰, 설문조사)과 동료와 교수자 피드백 반영 등을 통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또 챗GPT가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챗GPT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체적으로 확보한 정보의 소스를 비교하는 등 학생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개별 수업의 교수자는 AI 활용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며,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활용 원칙을 명시하고 학생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도록 했다.

“혁신적 상상력으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

윤재웅 동국대 총장 취임

동국대가 ‘혁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취임한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혁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국대가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지속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혁신적 상상력’은 창의와 도전, 개방과 협력,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통해 발현될 것”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 ‘열심히 배우고 연구해서 이웃과 사회에 나눠주는 공동체’라는 정체성이야말로 현대사회 대학이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1985년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를 했다. 2003년도부터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전략홍보실장, 사범대학/교육대학원장, 다르마칼리지 학장 등 학

내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윤 총장은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마지막 애제자로 미당의 전문연구자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동국대를 빛낸 인물평전인 ‘동국의 빛’ 시리즈를 기획해 출간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이제 우리는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혁신대학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며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세종과학펠로우십’ 150명 선정…“젊은 과학자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젊은 과학자의 도전적 연구를 지원하는 ‘세종과 학펠로우십’ 대상자를 150명 선정했다.

세종과학펠로우십은 박사학위 취득 후 7년 이내 또는 만 39세 이하 박사후 연구원이나 비전임 교원을 대상으로 5년간 매년 1억 3천 만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150명 중 여성은 68명

으로 45.3%를 차지했다. 2021년은 38.5%, 2022년 40.4%로 여성 연구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1%였던 지역대학 소속 연구원도 48명(32.0%)으로 소폭 증가했다.

연구자의 연령은 30대(123명, 82%)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연구 분야에서는 바이오(76명, 50.7%), 인공지능 및 딥러닝(22

명, 14.7%),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17명, 11.3%) 등의 단어가 많이 제시됐다. 서로 다른 학문분야간의 융합·협력연구(37명, 24.7%)도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세종과학펠로우십 국외연수 트랙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박사후연구원 50명을 추가 선정해 해외 기관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내년에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인박사후연구자도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이창윤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젊은 과학자들이 초기부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선린대 제8대 총장에 곽진환 교수

선린대 학교법인 인산교육재단은 곽진환 한동대교수(생명과학부·사진)를 제8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3년이다.

곽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맞은 선린대학교를 살리고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

을 만들겠다”며 “선린대가 명실상부한 지방 최고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제약학과를 나온 곽 신임 총장은 서울대대학원에서 약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밟았으며, LG바이오텍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한동대 학생처장, 교무처장, 학사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장무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연임

대한민국학술원은 10일 열린 총회에서 현 회장인 이장무 회원(서울대 전 총장‧사진)을 제40대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12일 밝혔다.

부회장에는 이정복 회원(서울대 명예교수, 현대한국정치, 78세)이 선출됐다. 이번에 선출된 회장‧

부회장 임기는 올해 4월부터 2025년 3월 말까지 2년이다.

대한민국학술원은 일본학사원장을 역임한 시오노 히로시(Shiono Hiroshi) 교수(도쿄대 명예교수, 행정법, 92세)와 2022년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프린스턴대 교수, 수학, 40세)를 명예회원으로 선정했다.

권경환 경남대 교수, 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 취임

권경환 경남대 교수(행정학과‧사진)가 한국지방정부학회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권 교수는 지난 2월 10일 경남대 법정관에서 열린 ‘2022년 (사)한국지방정부학회 동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권 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행정 분야별 연구와 함께 AI 활용 기반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권 회장은 ‘공공부문의 전략적 사고역량 강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와 기획세미나를 개최해 부산, 울산, 경상남도 지역사회와 중앙정부간의 학술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정유 경희대 교수,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취임

김정유 경희대 교수(경제학과‧사진)가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다.

김 교수는 “한국계량경제학회는 창립 이후, 계량경제학과 이론경제학 분야를 포괄하는 대표적 경

제학회다. 이런 성장은 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회원들의 헌신적 조력으로 가능했다. 올해는 한국계량경제학회의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1986년 설립한 한국계량경제학회는 매달 미시, 거시, 계량 세분과의 월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하계·동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항집 광주대 교수,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 취임

김항집 광주대 교수(부동산학과‧사진)가 제5대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김항집 신임 회장은 “도시재생은 단순한 정비나 리모델링이 아니라 도시혁신사업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21세기형 발전을 위해 도시재생, 도시

혁신, 도시재창조를 열심히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항집 교수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자문단 위원, 한국지역개발학회 부회장, 광주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한 국토부 장관 표창을 3차례 수상했다.

강철구 배재대 교수, 한국동북아경제학회 회장 취임

강철구 배재대 교수(일본학과·사진)가 지난 1일 한국동북아경제학회 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강 교수는 취임 인사를 통해 “미·중 패권전쟁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국가 간 통상이슈 등

역내의 주요 이슈에 대한 심도 깊은 학술적 논의와 이를 기반으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일본 메이지대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연구교수, 한동대 교수 등을 거쳐 2011년부터 배재대 일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한국동북아경제학회는 1988년 한국중소경제학회를 창립한 후 1995년 한국동북아경제학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경제를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원 등 약 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등재학술지인 ‘동북아경제연구’를 연 3회 발간하고 있다.

포퓰리즘적 혁명,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 일으키다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㊵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25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위기: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부상」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1강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 관계」, 제42강은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 제43강은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의 「동서양의 ‘자유’ 비교」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지난 1980년대 이후 민주주의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순항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세대 이전 민주화 운동 시기에 비교되는 대규모 ‘촛불시위’로부터 시작되는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뚜렷하게 위기를 맞게 됐다.

이 장(章)에서 필자는 특히 2016년의 촛불 시위로부터 시작해 민주당의 문재인 정부 시기 동안 정부를 이끈 중심 세력으로서 지난 1980년대민주화를 이끌었던 개혁파 그룹들과 그들의 중심에 위치한 이른바 386(때로는 586)세대 정치지도층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방식에 설명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촛불 시위의 거대한 시민 동원의 결과, 당시 보수 정부를 이끌던 대통령은 탄핵되기에 이르렀고, 그 여세로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5월과 2020년 4월 시행된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각각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의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정의하고 그 시각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정의하면서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광폭의 개혁정책들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정부가 추진한 적폐 청산, 역사 청산을 모토로 삼았던 개혁의 결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라 할까, 이해 방식이 두 방향으로 분절화되기에 이르렀다고 이해될 수도 있다.

하나는 촛불 시위 이전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민중주의적, 또는 포퓰리즘적 민주주의이다. 우리는 민주당 정부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방식에서, 개혁의 이름으로 큰 충격이 가해진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에 의해 크든, 적든 큰 영향을 받기에 이르렀다. 촛불 시

위는 과연 개혁파들이 말하듯이 혁명인가, 우리는 이 격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촛불 시위가 불러온 엄청난 사회적 동원이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코자 했던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의 방향과 내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우리의 주제와 관련해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 직접적으로 효과를 불러왔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에 비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은 포퓰리즘적 또는 민중주의적 민주주의의 특징적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것은 물론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여러 나라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 엘리트, 내지 정치 계급이라 부를 수 있는, 기득 이익의 대변자를 민중 내지 인민과 대립시키는 구도는 직접 민주주의의 중심에 위치하는 논리이다. 만약 이를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이해한다면, 한국 또한 그 사례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이상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냉전과 권위주의하에서의 전후 신생 국가 한국의 조건은 자유를 산경험으로 체험하고 알기 전에 먼저 민주주의를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이 한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도록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국의 역사와 현실에서는 민중의 의미가 민

“포퓰리즘은 대안적 프로그램을 발전시키지도 않으면서, 정당에 대한 충성이나 정당들의 프로그램들의 선택을 약화시킨다. 정치를 통해 프로그램을 성취하는 것보다 감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일관된 정책 선호를 갖지 않는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충원한다”.

주주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가능의 공간을 넓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에서 1980년대 한국 민주화는 민중주의적 민주주의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발전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세계의 정치학자, 민주주의 또는 포퓰리즘 이론가들 가운데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관점에 입각해 포퓰리즘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의 모든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다음에서 두 정치학자들을 통해 이 문제를 보도록 한다.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의 한 사람인 필립 슈미터는 포퓰리즘의 장단점을 균형적으로 말하고 있다. 먼저 부정적인 측면을 말하면 이런 것이다.

포퓰리즘은 기존의 경쟁하는 정당들의 프로그램들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 프로그램을 발전시키지도 않으면서, 정당에 대한 충성이나 정당들의 프로그램들의 선택을 약화시킨다. 정치를 통해 프로그램을 성취하는 것보다 감정적인 것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에 비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은 포퓰리즘적 또는 민중주의적 민주주의의 특징적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라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여러 나라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포퓰리스트 민주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을 추구하고, 일관된 정책 선호를 갖지 않는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충원한다.

이슈나 정책이 아니라, 인물이나 성향으로 관심을 전환시키는 불가 예측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으로 주의를 돌린다. 정치 행위나 정책 결정의 방식이 더 화끈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 효과 면에서 잘못 판단하거나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 등이다.

그렇지만 장점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퇴영적인 정당에 대한 충성을 해체해 버리거나, 야합적인 정당 체제를 새로운 정치 형성을 통해 개방적일 수 있도록 변화시킬 수 있다.

이전에는 정치에 무관심이던 사람들을 충원하고, 선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원한다. 그동안 중요하지만 산재해 있고, 무시돼왔던 정치 이슈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통해 억압돼온 균열들과 기대를 끌어내 연결하고 활성화한다.

포퓰리즘은 강대국과 약소국가라는 국가 간 관계에서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약소국의 위치에 있는 국가가 그동안 수용해온 외부적 제약에 도전하고, 외세에 대한 기존의 그리고자주 착취적이던 의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포퓰리즘 연구로 유명한 또 다른 정치학자들카스 무데와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는 그장단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정적인 것은, 포퓰리즘이 다수결 개념과 관례를 활용해 소수자의 권리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적 분열을 조장해 안정적인 정치적 연합의 형성을 방해할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합의에 이르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합의를 극히 어렵게 만드는 정치의 도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과는 달리 긍정적인 영향은, 정치 엘리트층에 의해 대표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집단들에 발언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회에서 배제된 부분들을 동원하는 것을 통해 정치 체제에 좀 더 통합시킬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 배제된 부문들이 선호하는 정책의 실험을 촉진해 정치 체제의 응답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쟁점과 정책을 정치 영역의 일부로 만들어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위에서 대표적인 정치학자들의 포퓰리즘에 대한 다른 두 평가를 봤지만, 그들의 평가가 포퓰리즘에 대해 균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이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으로 쓰여졌다하더라도 필자 자신은 가능한 한 균형감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렇지만 균형감을 가지고 썼다는 것이 정확한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필자가 한국에서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 말할 때는 현실, 내지 경험적 사실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말하기보다, 역사적, 정치적 사실을 근거로 하되, 이론적이고, 규범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포퓰리즘에 대해 말할 때는 이론과 더불어 더 많이 경험적 현실에 근거하여 말했다.

정확한 비교가 되려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역시 포퓰리즘을 말할 때처럼 경험적 현실에 더 많이 기초해 말했어야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균형적인 비교가 되지는 못했지만, 글을 쓰는 마음의 자세에 있어서만큼은 균형적이되고자 했다.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체적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메타 물질 기반의 광학 컴퓨터 가능해질까

노준석 포스텍 기계·화학공학과 교수팀

빛의 속도로 연산 가능한 인공 신경망 구현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의 공개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AI의 발달과 함께 더욱 강력한 컴퓨터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빛의 속도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메타 물질 기반의 광학 컴퓨터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탄력을 받고 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인공지능대학원 트레본 베드로(Trevon Badloe)박사-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이석호 씨 연구팀이 메타 물질을 이용해 미분·적분과 같은 기본 연산의 광학적·물리적 구현을 시도하고, 메타물질을 이용한 인공 신경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드 포토닉스』에 게재됐다.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정보의 양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자를 이용한 기존의 컴퓨터를 넘어서는 새로운 컴퓨터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빛의 속도로 계산을 수행할 수

왼쪽부터 노준석 포스텍 교수(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와 인공지능 대학원의 트레본 베드로 박사. 사진=포스텍

있고, 대규모 병렬화가 가능하며, 연산에 소비하는 에너지가 지극히 적은 광 컴퓨팅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전자식 컴퓨터는 전자를 기본 단위로 하여 연산을 진행했다면, 광 컴퓨팅은 빛을 이용해 계산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메타 물질을 이용해 미분·적분 같은 기본 연산을 빛의 속도로 처리하고, 인공 신경망컴퓨팅을 구현했다. 메타 물질은 이차원적인 구조 때문에 이미지를 이용한 연산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윤곽선(edge)’이라는 이미지 정보를 기존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경우에는 우선 이미지를 촬영한 후에 컴퓨터로 후처리를 해야만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메타 물질을 이용하면 메타 표면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윤곽선’ 정보를 곧바로 얻게 된다. 또한, 이미지를 처리하는 인공 신경망을 구현하면서 인공지능의 복잡한 연산을 빛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연구를 주도한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메타 물질을 이용한 광학 컴퓨팅의 장점, 극복해야 하는 문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라며 “이 연구가 메타 물질을 이용한 광학 컴퓨팅 플랫폼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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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피라미드에서 느낀 기시감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최근 은퇴해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이집트를 다녀왔다.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사진으로만 보던 에펠탑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처럼 익숙하게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라고 한다. 피라미드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과 스핑크스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 나는 둘 다 놀라웠다. 규모 때문이 아니라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북적대는 카이로의 바로 코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우연히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 중에 실내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의 서평을 본 적이 있었다. 아파트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피라미드의 사진을 보았다. 여태까지 보았던 황량한 사막에 높이 솟은 피라미드의 사진과는 너무 다

른 모습이었다.

수십만 명이 수십 년에 걸쳐 돌덩이를 쌓아올린 것은 파라오의 절대권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휑한 사막 한가운데 피라미드를 세웠을까? 내세를 믿는 이집트인들이라면 죽은 왕이 드나들기 쉽게 경복궁처럼 시내 한가운데 세웠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고대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건설한 곳은 모래더미 사막이 아니었다. 1900년대 초의 사진에는 기자 피라미드 바로 앞에 나일강의 넓은 강줄기가 보였다. 이집트 지리를 보면 수천 년 동안 대부분 인구가 나일강 줄기를 따라 살았었다.

인구 과밀과 환경 문제로 각종 인프라를 나일강 외곽으로 확장하는 게 도시계획의 중요한 방향이었다. 지금도 카이로 동쪽에 현 이집트 대통령의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라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있다.

세 기의 파라오 무덤과 스핑크스가 세워져 있는 기자 지역은 나일강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다. 기자 피라미드는 인류 최초의 신도시 건설계획이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휑한 사막에 죽은 파라오를 버려둔 게 아니라 신도시 한가운데 모셔놓았던 것이다.

5천년 전에 이 거대한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술력과 자원 동원력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인들의 문명이 어떻게 그리 허무하게 무너져버렸을까? 실제로 오랫동안 해외 이집트학의 대가들을 사로잡은 것은 이집트인들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규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그것이 사라졌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 버전으로 바꾼다면 원자폭단으로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사람을 달에 보내고, 방구석에서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인터넷을 발명한 미국이 정말로 무너질까 하는 질문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의 고고학자 에릭 클라인이 『기원전 1177년 : 문명이 붕괴한 해』라는 책에서 제시한 가설은 한마디로 퍼펙트 스톰이었다.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 재해는 늘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런 자연재해가 한꺼번에 혹은 연달아 일어나는 와중에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양극화 등 사회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모든 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퍼펙트 스톰이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을 예견하는 듯한 일련의 사태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다. 인류 최초의 신도시를 건설했던 문명의 붕괴에서 피라미드보다 더한 기시감이 든다.

출처=hugenottenhaus

갤러리 초대석

이단 개인전 「물속의 돌」

이단 작가의 개인전 「물속의 돌」이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4월 2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무료다. 작가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유방암 생존자, 도시인, 유학생 등.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양한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특히, 암투병을 소재로 그 지난한 여정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물속의 돌」은 사진, 비디오, 메일, 약 껍질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됐다.

어둡고 추운 전시장 2층에는 얇은 초록색 천에 작가의 전신이 인쇄돼 넘실거린다(‘해가 나면’). 총 8장의 천들은 작가의 치유되는 시간을 기록했다. 첫 천은 온몸에 털이 빠지고, 한쪽 가슴은 거무튀튀하다. 손톱 발톱들은 괴사해서 검게 물들었다. 다음 천은 가슴에 붉은 수술 자국이 나 있다. 점차 머리카락이 자라고, 가슴의 검은 멍울들도 차츰 사라진다. 새로운 손발톱이 난다. 관객들은 천과 천 사이를 거닐며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다.

해설 영상에서 작가는 “연대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의 상처와 아픔을 공론화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작가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한다.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 곁을 주면서 그렇게 더 나은 세상의 물꼬가 트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따뜻하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글로컬 오디세이

‘와하비즘’ 탈피하는 사우디, 세속화 성공할까

정진한

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

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2월 22일을 건국절로 제정한 데 이어 올해는 3월 11일을 국기절로 지정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우디의 공휴일은 이슬람 음력에 따른 명절인 개제절과 희생절이 전부일 정도로 종교 전통 일변도였다. 그런 사우디가 2005년 처음으로 서양력을 따르는 국가절을 제정했고, 지난해에 건국절을 보탠 것이다.

이슬람 명절 대신 자국의 역사적 기념일을 추가하는 사우디가 국가 정체성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보다 넓게는 역내 주도권을 쟁탈하기에 유리한 포석을 깔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건국원년을 1727년으로 정한 것이 국시였던 와하비즘(Wahhabism)의 포기 선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와하비즘은 현대 이슬람 수니파의 대표적인 근본주의 사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수의 중동국가가 추종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는 사우드가(家)의 힘을 상징하는 하단부의 칼이 이슬람의 신앙 고백 구절을 뜻하는 상단부의 샤하다를 떠받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왕족과 종교학자가 국가의 양 기둥

으로 약 300년간 그 체제를 지탱해왔다. 그 기원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호한 토호 군주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와 그 일대에서 저명했던 이슬람 신학자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합이 결성한 1744년의 협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통해 사우드 가문은 왕실의 권한으로 압둘 와합 가계를 쉐이크(원로) 가문으로 우대하며 성직자의 지위와 종교활동을 보장·지원해왔다. 압둘 와합의 추종 세력은 사우드 왕가에게 이슬람을 수호하는 지도자라는 명분과 정통성을 보장해줬다. 이러한 상호 유착 관계는 1979년 이웃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신정 국가를 출범시킨 이슬람 혁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국의 세속정권을 전복하자는 운동으로 번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카의 대모스크 점거와 유혈 해산이라는 국가 초유의 위기를 촉발시켰다. 결국 왕정을 유지하면서도 신정국가인 이란보다 더욱 ‘이슬람 국가다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운전금지와 무타위(종교경찰)의 노상 검문, 구타, 체포, 구금, 심문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이슬람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러한 와하비즘적 색채를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다. 재위 초부터 반(反)체제적 종교 지도자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면서, 종교경찰의 독단적 권력을 극도로 제한하며 종교계의 물리력 행사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렸다. 왕세자는 2018년 4월 <아틀란틱>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와하비즘이란 용어는 실체가 없으며 자신을 비롯한 그 누구도 와하비즘을 정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와하비즘 부재설을 재확인하고, 압둘 와합은 당대의 저명한 종교학자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와합이 만약 지금까지 생존했다면 극단주의자들을 배척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도입된 건국절 인장은 1744년 대신 1727년을 그 기원을 변경했고, 베두인 차림의 깃발을 든 인물과 말‧대추야자나무‧시장‧매를 상징 이미지로 채택했다. 이슬람과 관련된 내용 대신 아라비아의 자연과 왕실을 비롯한 부족들의 사회와 역사에서 국가 설립의 의의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왕세자의 유연한 종교 노선은 국내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층으로부터 각광을 받을 뿐 아니라, 역내에서 비즈니스 허브 지위를 놓고 두바이를 위시한 여타 지역과 벌이는 경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는 1979년의 구도와는 반대로 이란의 정권을 흔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엄격했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온건한 이슬람 사회로 전환되는 것을 목도한 이란의 청년들과 진보층도 자신들의 종교적 의무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욕주의적인 와하비즘의 색채를 지운다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속국가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왕가의 지도력에는 이슬람의 수호자라는 타이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국내외에는 와하비즘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견고한 형편이다. 이들의 지원 없이 홀로 서려는 왕세자의 시도는 일견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세대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창의적 발상으로 과감하게 돌파해 나가는 왕세제를 응원하고 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대학과 지역사회의 이해방정식 풀기

서동인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교장 의사결정과정의 특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와 함께 협업하는 교육협력사업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도시포럼에 공동연구원을 맡아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방안 논의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심주제는 역량, 전문성,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최근 지역을 막론하고 대학과 지역의 상생이 화두이다. 대학과 지자체는 서로 독립된 존재에서 이제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과 지자체의 경계에 있으면서 대학과 지자체를 이해시키고 서로 간의 접점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상 대학에 소속되어 있으나 각 기관의 협업을 위해 서로의 요구를 파악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기관의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 만족하는 최적의 해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중간에서 각 주체가 멀어지지 않도록 아교로서 연결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끊임없이 환기하며 보다 나은 함께 동행을 제안하는 것의 필자의 역할이다.

지역사회와 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참여하는 기관의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는가에 따라 문제의 범위와 중요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의지가 있는가에 따라 그 나머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기관이 참여하면 할수록 변수가 많아져 풀어야 할 이해방정식은 복잡해진다.

모두가 적절히 만족할 합의점을 찾는 것 부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하여 추진되지 않으면 그 과정이 쉽지 않게 됨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충분한 이해라 함은 각 기관이 추구하는 목적, 특성, 업무 방식, 의사결정 방식 등 서로 다름에 대한 전제를 파악하고 한쪽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갑질하듯 어떤 한쪽이 강압적 혹은 자신과 무관한 태도를 보일 경우, 무늬만 협력일뿐 속내는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동상이몽의 연인과 같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바뀌는 사람들 또한 지

속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사업을 어느 정도 이해할만 할 때쯤 담당자가 바뀌게 된다. 이것은 지자체 조직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대학구성원 또한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각 담당자와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그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을 경우가 허탈함을 금치 못하는 경우 중 하나이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매번 새롭게 담당자들이 바뀔 때 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업무 관계를 시작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나마 전임자가 사업에 대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역에 살길 잘했다”는 피드백

이러한 다름의 이해라는 지난한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지역사회의 변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모델을 구축하며 지역에서의 교육문제는 해결하고 있으며 수요자의 높은 만족과 교육효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는 국내 지자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이자, 다른 지역과 대학에서도 참고하는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지역에 살길 잘했다” 혹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인생에 너무 도움이 되었다”라고 하거나, 지자체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보람도 느끼면서, 동시에 ‘연결의 가치’를 체감한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그 복잡한 이해 관계에서의 요구를 충족시켰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공통의 요구가 보이고, 그 접접을 찾아내면서 조율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함께’가 아닌 ‘홀로’는 지속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해방정식의 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근사값에 가까워질수록 시너지의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또한, 그 가치가 분명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간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결의 힘을 믿고, 난관을 뚫으며 애쓰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은 작은 응원을 보낸다.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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