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교수의 소비자이자 성과”…자소서로 학생 파악·시험결과도 피드백
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㉑
이경북 공주대 교수코로나19 시작과 함께 대학 생활을 시작한 20학번은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얼굴을 마주보는 수업에 참여했다. 2020년 9월에 임용되어 첫 학기 수업부터 실시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던 필자 역시 아직 마스크를 벗고 대면 수업을 한 적이 없다. 오직 코로나19 시대에만 강단에 섰던 필자에게는 말 그대로 ‘비정상이 정상’이었다.학생 답안지를 통해 학생 파악, 수업 설계필자는 시험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자를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시험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지난 수업에서 내가 놓친 핵심사항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학습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과제나 시험에서 많이 틀린 문제는 풀이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한 것이 시험이고, 그 부분을 다시 복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동기를 부여해준다.모든 학생은 과제와 시험의 감점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기에 과제와 시험지에 부분점수와 정답을 기재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확인하도록 한다. 계산 문제에 대해서는 부분점수를 많이 배점한다. 학생이 답을 틀렸더라도 문제에 대해 고민한만큼 보상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학생의 이해도와 학습별 습득력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채점을 하며 수업내용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도 고민한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점수를 공개하기도 한다.
5분 발표로 학생 간 지적 자극 유도필자는 수업 전 쉬운 질문과 어려운 질문을 모두 준비해간다. 쉬운 질문은 주로 지난 수업 복습을 위한 것이고, 어려운 질문은 당일 수업 내용을응용한 것이다. 쉬운 질문은 무작위로 지목하거나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반면, 어려운 질문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누구나 답할 수 있게 한다.
과제나 시험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하거나 모범답안을 작성한 학생에게는 5분 내외로 발표해 줄 것을 사전에 요청하기도 한다. 발표하는 학생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정리하여 말할 기회를 얻게 되고, 듣는 학생은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른 학우가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배우게 된다.코로나19 시대에 동기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적다보니 팀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3~4명 단위로 팀을 꾸려 기말고사 후 학생들이 정한 수업관련 자유주제로 발표하도록 하는데, 학기중 학생들의 눈빛이 가장 빛나는 시간이다.
수업을 하다보면 유난히 수업관심도가 높고 심화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주도적으로 심화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밀알두레’ 프로그램(공주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운영)을 제안한다. 2~3개월간 두레원들이 매주 활동보고서를 작성하고 마지막 소논문까지 작성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든 참가팀에게는 소정의 활동비가 제공되고 우수팀에게는 상금과 총장상이 주어져 학생들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이 교수는 기말고사 후 학생들에게 수업과 관련 된 자유주제로 발표하도록 했다. 사진은 학생들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팀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이경북
공결 학생 위해 수업 녹화
“학생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미 피츠버그대학 도널드 골드스테인 교수의 교육철학이다. 그가 말했듯이 학생은 교수의 소비자이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성과다. 교육자는 학문에 대한 소비자(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한 과목의 수업을 이수하기 전보다 그 후가 더 나은 성과(학생)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즉, 필자의 수업을 선택해준 소비자(학생)에게 서비스 마인드는 필수다. 예를 들어, 대면수업 시공결사유(코로나19, 예비군 등)로 결석자가 있으면, 현장수업을 녹화하여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게 했다. 또한, 학생에게 교수는 아무래도 어렵기에 조교를 통해 수업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질의 사항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도 운영하고 있다.무엇보다 서비스를 올바르게 제공하기 위해 교수는 학생을 알아야 한다. 필자의 모든 수업의 첫 시간 과제는 자기소개서다. 필자는 이 자기소개서를 통해 학생의 사전 지식 수준을 파악하고 강의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파악한다. 또한, 강의에대한 학생의 고민을 상세히 들어 수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참고로 활용하기도 한다.
비대면 수업 때도 필기·수강 태도 확인실시간 비대면 수업은 온라인 수업 특성상 오래 집중하기 어려워 자주 쉬는 시간을 가진다. 무조건 휴식이라기보다 ‘일방적 강의방식’을 쉬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소모임을 활용한 토론시간이 한 예다. 3~4명의 학생을 한 그룹으로 묶어 소모임을 배정하고 각 소모임 방을 개설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했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수업 중 이해가 안 됐던 내용이나 필기를 놓친 부분을 서로 묻고 답하며 잠시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복습을 하게 된다. 소모임 개설은 매번 임의로 학생을 배정하기 때문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간에 소통하는 기회도 된다. 필자는 비대면 수업 시 필기 시스템을 갖춰야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강의록만 화면에 띄워 놓고 수십 분을 이야기하는 수업은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집중력 유지도 어렵게 한다. 학생들이 판서를 따라 쓰면서 강의의 흐름을 따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고민해야 한다.실시간 비대면 수업의 경우, 필기 시스템과 별도로 송출되고 있는 영상을 관찰한다. 보통 필기가 가능한 노트북으로 강의를 개설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PC로는 개설된 강의실에 접속하여 필기가 잘 보이는지, 강의록이 공유된 상태인지, 학생들의 수강 태도는 양호한지 확인한다. 이번 기고를 준비하며 지난 강의를 되짚어보니 놀랍게도 강의계획서부터 시험결과 공지까지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대학교수는 학생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거운 자리임을 느꼈다.
이경북
공주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에너지시스템공학부에서 석유공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석유공학회 편집이사,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조사연구학회, 2023년 한국갤럽논문상 공모
2022년 전문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면 응모 가능
사회·경영 등 4개 영역 심사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최우수상 1천만원한국갤럽조사연구소(Gallup Korea, 대표이사 박재형)의 후원을 받아 (사)한국조사연구학회(회장 이기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제정, 시상하고 있는 ‘한국갤럽학술논문상’(2003년 제정, 이하 학술논문상)과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2004년 제정, 이하 박사학위논문상)의 2023년도 공모계획이 발표됐다. 조사연구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논문을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한국갤럽상 운영위원회로 오는 4월 12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학술논문상 부문은 2022년도에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최우수상과 우수상(4편 이내)을 시상한다. 최우수상인 한국갤럽상의 상금은 1천만원이며, 우수상의 상금은 각 논문별로 500만원이다. 박사학위논문상 부문은 2022학년도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조사연구 분야의 우수한 학위논문을 선정해최우수학위논문상 및 우수학위논문상(4편 이내)을 시상한다. 최우수학위논문상의 상금은 300만원이며, 우수학위논문상의 상금은 각 논문별로 200만원이다. 박사학위논문 수상자의 지도교수에게는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 지도상(상패)을 수여한다.
제출된 논문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 3인 이상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하게 된다. 논문의 심사원칙은 △논문 완성도 △논문 기여도 △창의성 △구성 및 표현력 등이다. 세칙으로는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분석방법이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한다.올해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운영위원회는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를 운영위원장으로, 사회1, 사회2, 경영, 조사방법 등 4개 영역에서 심사하게 된다. 심사위원은 이들 4개 영역 해당 교수진 포함 모두 21명이다. 심사결과는 수상자에게 개별 통보하고, 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홈페이지 및 주요 일간지에 공고한다. 공고일자는 5월말이며, 시상식은 2023년 5월 26일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응모를 위한 서류 교부·접수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운영위원회 총무인 심재만 교수(고려대 사회학과)에게 문의하면 된다.한국조사연구학회는?
사단법인 한국조사연구학회(www.kasr.org; kasr99@empas.com)는 조사연구와 관련이 있는 학계 및 실무 분야 전문가들이 조사연구를 활용하고 연구하는 학문간 및 이론과 실무간 연계의 필요성에 공감해 설립한 학회다. 1999년 11월 13일 창립회원 204명으로 출범하여 현재 600여명의 조사연구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3월 23일에는 사회조사의 과학성을 제고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조사윤리강령을 제정했다. 또한 2006년 1월에는 그동안 변화한 조사환경을 반영해 조사윤리강령을 개정 공표했으며, 2007년부터는 ‘조사윤리강령’의 취지를 되새기면서 조사의 정확성과 보도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한국조사보도상(Korea Survey Reporting Award)”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다.조사연구 발표회 개최, 조사연구 학술지 간행, 조사연구의 이론개발 및 보급/응용을 위한 제반 학술활동, 외국 조사연구학회와의 교류 및 공동학술회의 개최, 기타 조사연구에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학회지 《조사연구》는 2005년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로 선정됐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한국갤럽조사연구소(www.gallup.co.kr)는 1974년 6월 17일 고 박무익 회장이 한국 최초로 설립한 법인 형태 조사 전문 회사로 1979년에 갤럽국제조사기구(Gallup International)에 가입했다.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예측하여 적중했고, 이후 주요선거 예측을 통해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조사회사로 자리매김했다.설립 초기부터 자체 조사 결과로 단행본, 정기간행물 등 50여 권의 책을 펴냈고, 199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조사 결과 전문 데이터베이스(갤럽DB)를 구축해 조사 활용과 저변 확대에 노력해왔다. 2012년부터는 연중 평일 상시 조사하고 매주 새로운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프로그램을 도입해 한국 사회 여론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추천 및 응모 요령
1.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심사대상 논문1)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조사연구 관련 논문2) 전문학술지는 다음과 같은 학술지를 의미① 학술진흥재단의 등재, 등재후보 (A급, B급 학술지 및 이와 동등한 수준의 심사위원이 2인 이상 있는 국내학술지)② SCI, SSCI 등재 및 이와 동등한 수준의 국외학술지3) 선정된 후 수상논문집에 게재가 가능한 논문4) 주저자(제1 혹은 교신)로 수상을 한 후 만 5년이 경과해야 다시 주저자로 응모 가능하고, 그 외의 경우는 만 3년이 경과해야 응모 가능5) 응모 논문의 저자 중 최소 1인은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원이어야 함.단, 회원이 아닌 경우 추후 가입이 가능6)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주저자)가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분석방법이 타 연구에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7) 단, 응모 및 추천 대상 논문은 국내에서 생산·수집한 자료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함2.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심사대상 논문1)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 국내 소재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가 수여된 조사연구 관련 학위논문2) 학위수여자나 지도교수 등이 학위논문과 내용상으로 중복되는 논문을 한국갤럽학술논문상에 응모한 경우에는 해당 학위논문은 응모대상에서 제외3) 선정된 후 수상논문집에 요약본 게재 및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학술발표대회에서 요약발표가 가능한 논문4) 논문 응모자는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원이어야 함. 단, 회원이 아닌 경우 추후 가입이 가능5)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가 직접 자료를 모은 연구에 입상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 분석방법이 타 연구에 모범이 되는 논문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6) 단, 응모 및 추천 대상 논문은 국내에서 생산·수집한 자료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함3. 한국갤럽학술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추천 및 응모 방법1) 응모 : 소정양식에 따라 자신의 논문을 첨부하여 제출 (pdf파일 선호)2) 추천: 소정양식에 따라 추천할 논문을 첨부하여 제출 (pdf파일 선호)※ 추천자격에는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의 학회지 《조사연구》에 게재된 논문은 별도의 추천절차 없이 자동으로 추천된 것으로 간주합니다.3) 소정양식파일과 논문 pdf파일을 이메일로 제출4) 추천 및 응모기간: 2023년 3월 13일 - 2023년 4월 12일5) 제출한 서류는 일체 반환하지 않음4.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심사대상 논문 응모 방법
1) 소정양식에 따라 박사학위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아 박사논문과 함께 제출2) 소정양식과 학위논문 pdf파일을 이메일로 제출하고, 학위논문 2부는 오프라인 일반우편으로도 제출3) 응모기간: 2023년 3월 13일 - 2023년 4월 12일4) 제출한 서류는 일체 반환하지 않음5. 서류 교부 및 접수처1) 서류 교부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 (온라인 서류교부) : http://www.kasr.org한국갤럽 홈페이지 (온라인 서류교부) : http://www.gallup.co.kr2) 서류 접수 : 한국갤럽학술논문상운영위원회 총무 심재만 교수온라인 접수 (이메일): gallupaward@gmail.com오프라인 접수 (우편) 02841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 145 문과대학(서관)108A호 사회학과 사무실 (전화: 학과사무실 02-3290-2071)6. 심사 및 시상
1) 심사영역별 관련 분야의 전문가 3인 이상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논문을 심사함.
영역 분야
사회 1 사회, 행정, 정치, 경제, 언론, 인류, 환경, 교통 등사회 2 교육, 심리, 가족, 복지, 노년, 보건, 간호, 체육, 건축, 도시공학, 조경, 임산학 등경영 경영, 마케팅, 소비자, 인사조직, 광고, 관광 등조사방법 통계, 조사방법, 빅데이터 분석 등2) 심사결과는 수상자 개개인에게 통보하고, 한국조사연구학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 및 주요 일간지에 2023년 5월말 공고함.
3) 시상식: 2023년 5월 26일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대한상공회의소)경영위기대학, 올해 32개大 컨설팅 지원한다
사학진흥재단, 재정진단 지표 시안 공개
교육부가 올해 1월 밝힌 ‘대학평가체제 개편방안’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는 재정진단지표 시안이 공개됐다. 올해 시범진단을 통해 예비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해 컨설팅하고, 내년에 정식 재정진단을 실시해 7월에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한다. 올해는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단컨설팅(30개)과 경영자문(2개)을 지원하는 계획도 잡아 놨다.한국사학진흥재단(이사장 홍덕률, 이하 재단)은 9일 ‘사립대 재정진단 지표’ 시안을 공개하고, 오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3월 중에 공청회를 열어 지표를 확정하고, 4월 중에 재정진단편람을 배포할 예정이다.2024년 재정진단 결과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는 사립대는 2025학년도부터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도 제한된다.재단은 올해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예비 ‘고위험 대학’(21회계연도 결산 기준)에 재정진단 결과를 안내하고, 올해 상반기에 진단컨설팅을 한다. 22회계연도 결산 기준으로 예비 경영위기대학으로 새로 진입하는 대학을 대상으로도 올해 하반기 중에 진단컨설팅을 할 예정이다.재정진단은 대학이 별도로 제출하는 자료 없이, 매년 5월 말까지 재단에 제출하는 결산서의 재무지표와 공시정보(신입생 충원 현황)를 활용한다. 진단 결과는 재정건전대학(재정 우수대학, 재정개선 권고대학)과 경영위기대학 3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재단은 경영위기대학을 가려낼 세부 지표로 운영손익, 예상운영손익, 여유자금 유무, 예상운영 손실금, 예상운영손실 보전 수준, 부채 비율, 운영손실 보전 수준, 체불임금 유무를 1번에서 8번까지 순번을 매겨 평가한다. 순번대로 각 단계별 결과에 따라 다음 지표로 넘어가는 ‘의사결정 나무’ 방식을 도입했다. 운영 손실이 있는 경우 임의적립금과 미사용차기이월자금의 합계액으로 보전하지 못하면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된다. 보전하더라도 교직원 체불임금이 있으면 경영위기대학이 된다. 신입생 미충원율 증가에 따른 편제완성년도까지의 예상운영 손실액을 적립금과 이월금으로 보전하지 못해도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된다.홍덕률 재단 이사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의 재정위험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 여건 개선 방안을 마련해 사립대가 재정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사립대 재정진단 지표(안) 진단체계
경영위기대학재정우수대학 재정개선권고대학재정건전대학부채비율650% 이하 50% 초과예상운영손실보전수준55% 초과보존 불가능여유자금 존재예상운영 이익 예상운영손익2운영 이익 운영손익1운영 손실체불임금유무8 운영손실보전수준7예상운영 손실 부채 보전가능존재 보존 불가능여유자금 부재예상운영손실률35% 이하보전가능여유자금유무3출처 : 한국사학 진흥재단 '사립대 재정진단' 지표(안) (2023년 3월 9일)사립대 재정진단 지표(안) 진단체계2023년 3월 13일
혁신지원 사업비에서 인건비 사용 가능해진다
교육부, 2023 대학·전문대 혁신지원사업
올해부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총액의 25% 내에서 인건비 사용이 가능해진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국립대 지원분이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이관된다. 교육부는 사립대(국립대법인 포함)와 국립대 대상의 주요 일반재정지원사업인 ‘2023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10일 발표했다.2023년 대학혁신지원에 지난해보다 2천91억원을 증액한 8천57억 원을 지원한다. 전문대학혁신지원 사업에는 1천600억 원을 증액한 5천620억 원을, 국립대학 육성사업에는 1천516억 원을 증액한 4천580억 원을 지원한다. 평균 지원액을 보면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학교당 124억원,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사립대당 69억 원,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전문대학당 54억 6천만 원이 지원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대학이 사업비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사업비 집행기준도 완화한다.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교육 혁신을 위한 학생 지원 영역에 대한 사업비를 우선 편성하되, 이후에는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건비와 그 밖의 사업운영경비를 총액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업 수행을 위한 신규 교직원 인건비 집행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인건비(총액 한도 25% 내)와 기타 경비(총액 한도 10% 내)집행이 가능해진다.다만, 인건비의 경우 급여, 수당 등 통상 임금이 아닌 명예퇴직금이나 기존 교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데는 활용할 수 없다. 기존 교직원의 인센티브는 총사업비의 5% 이내로 제한된다. 또한, 10% 한도 내에서 편성이 가능한 기타 경비도 상위법령과 학내 규정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
아울러, 국립대학 육성사업도 사업비 집행기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선한다. 최근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대학의 재정난을 고려해 공과금 등 경상비성 경비도 20% 한도 내에서 그 밖의 사업운영경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성과평가 방식과 사업비 집행방식도 개편한다. 대학이 교육·연구·산학협력·평생교육 등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블록펀딩 방식을 도입한다. 사업비 총액의약 70%는 산식에 의한 재정지원(포뮬러) 방식으로 기본 사업비를 지원하며 재학생 수·학교 수,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권역별·학교별로 배분한다.
교육부는 권역별 학부 재학생 수와 학교 수 기준으로 배분 후 대학 규모(재학생 수), 교육 여건 등에 따라 권역 내 대학별로 배분할 계획이다.국립대학 육성사업은 사업비 총액의 약 60%를 산식에 의한 재정지원(포뮬러) 방식으로 기본 사업비를 지원한다. 또한, 대학 유형별(거점대·국가중심대·교원양성대)로 우선 배분한 후, 대학 규모 등을 고려해 유형 내 대학별로 배분한다.인센티브 방식도 개편한다. ‘선 재정지원-후성과관리’ 방식으로 개편하기 위해, 보고서 중심의 대면평가와 정성평가를 축소하고, 핵심적인사항을 중심으로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은 유지충원율 지표와 자체 성과관리 체제 뿐만 아니라, 취업률·유지취업률을 함께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배분할 계획이다.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사업비 총액의 30%를,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경우 사업비 총액의 40%를 인센티브로 배분한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대학별 여건·특성에 따른 중장기 교육혁신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고, 특히 대학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대학의 혁신목표와 의지를 중점 평가할 계획이다. 핵심 교육성과로 유지충원율 지표와 자체 성과관리 체제를 평가해 인센티브도 배분한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대구, 2천966억 지원 프로젝트 기획…경북, 10년간 1조5천억 지원 밝혀
라이즈 시범지역 7곳 선정
▶ 1면에서 이어짐시범지역으로 선정된 7개 시·도는 2025년 라이즈 추진체계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라이즈 추진과 지역대학 지원 관련 업무를 기획·총괄하는 대학지원 전담부서는 연내에 설치한다. 흩어져 있는 대학 관련 업무를 모아서 라이즈 추진과 지역대학 지원 관련 업무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라이즈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준비인 동시에 그간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사업 운영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에 대한 각 지자체가 내놓은 대답이라고 볼 수 있다.경남의 라이즈 전담조직은 (가칭)인재양성담당관이다. 시범기간 동안 조직을 23명으로 늘리고 대학혁신과 산학협력 관련 부서를 신설한다. 라이즈 전담기관은 경남평생교육진흥원을 (가칭)인재양성재단으로 전환해 재단 하위 조직으로 라이즈센터를 신설한다.경남의 주요 특징은 라이즈센터를 구심점으로 고교-전문대-일반대-평생교육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정주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주력산업 연구특성화 대학, 지역전략산업 연계 특성화 대학, 지역정주기반 평생교육체계도 구축한다. 광역-기초-지역기업-지역대학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평생교육체계 고도화와 지역산업 인력 확보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강화한다.경북은 라이즈 전담조직으로 시범기간 동안 (가칭)대학협력관을 운영하고, 2025년 이후에는 교육정책국을 신설한다. 전담기관은 시범기간 중 경북연구원 또는 경북테크노파크가 맡고 2025년 이후 경북 라이즈센터 법인을 별도로 추진한다. 또한, 경북은 도-시·군 협력으로 지방정부 가용재원의 10%를 투자한다. 대학·지역·산업혁신을 위해 10년간 경북 재원 1조5천억 원도 투자할 예정이다.
대구는 시범기간 동안 전담조직으로 교육협력정책관을 설치하고 2025년부터는 대학정책관(과)을 신설한다. 라이즈 전담기관은 시범기간 중에는 대구정책연구원이 맡고 2025년 이후에는 대구 라이즈센터 법인을 별도 설립한다. 대구는 지역산업과 대학의 강점 분야를 고려한 매칭으로 대학별 특성화를 지원해 인재양성을 할 계획이다. 또한, 자체 지방비, 중앙부처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을 연계해 총 사업비로 2천966억 원 규모의 대학지원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지난 8일 라이즈 시범지역 발표 때 교육부 윤소영 과장은 대구의 방안에 대해 “특성화한 대학에 교육부만이 아니라 다른 부처 재정지원 사업까지 지원해 지역과 대학이 동반 발전할 수 있게 통합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라며 “라이즈 계획이 수립될 때의 모습은 교육부의 지원만이 아니라 다른 부처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사업이 연결돼 통합적으로 대학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되는지에 대한 그림을 각 지역별로 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부산은 라이즈 전담조직으로 지산학협력과 가 역할을 한다. 전담기관은 부산테크노파크 산하 지산학협력센터다. 부산은 대학지원 점담부서를 신설하며 지산학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지역별 라이즈센터 지정‧운영 예정 기관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남평생교육진흥원(가칭인재양성재단으로전환 추진)경북연구원→ 2025년 이후 법인별도 설립 추진대구정책연구원→ 2025년 이후 법인별도 설립 추진부산테크노파크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전북테크노파크→ 2025년 이후 법인별도 설립 추진충북연구원<지역별 라이즈센터 지정‧운영 예정 기관>※교육부 자료전북 “지역 현안 해결하는 싱크탱크로 활용할 것”
선정된 7개 지자체 중 3곳 라이즈센터2025년 이후 별도 법인 추진탈락 지역의 대학, 글로컬대학 선정에 미칠 영향 걱정산 학협력브랜치(52개소)를 운영한다. 나아가 지자체-대학 인사교류 제도도 운영한다. 라이즈를 통한 부산형 지역대학지원과 인재양성 체계도 만든다.
전남은 라이즈 전담조직으로 희망인재육성과를 확대해 운영한다. 라이즈 전담기관은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을 확대하며 이를 개편해 라이즈팀을 신설한다. 또한,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 상생발전 거버넌스 구축 △대학특성화와 구조개혁 △취업정주 선순환 생태계 마련 △글로컬 인재양성 등을 추진한다. 또한, ‘취업정주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역 특성과 학생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한다. 글로컬 인재양성으로 대학의 특성화 분야의 국제교류를 확대하고 외국인 유학생도 유치한다.
전북은 라이즈 전담조직으로 지산학협력과를 운영한다. 현재 3명인 조직을 지산학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할 동안에는 7명으로 운영하고, 거버넌스가 확립되고 기능을 확대할 2023년 10월 이후에는 조직원을 19명까지 늘린다. 라이즈 전담기관은 시범기간 중에는 전북테크노파크 산하에 JB지산학혁력단을 신설하고 2025년 이후에는 별도 법인을 신설한다. 전북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한 12대 대학지원 과제를 수립하고 연차별 세부추진 계획을 마련한다. 4대 지역발전 전략은 △사업 추진 체계의 조기 정착 △인재양성-취·창업-정주 생태계 구축 △전북형 4대 실행모델 차별화 운영 △기획·실행·평가·환류 전주기 관리 등이다. 전북은 2007년부터 추진한 대학산학관커플링 사업 등의 경험과 성과를 통해 지역기업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확대 추진한다. 지역현안별 중점 대응대학을 지정해 지역대학을 지역 현안의 원인 분석과 문제해결을 위한 싱크탱크로 활용한다.
충북은 시범기간 동안 18명이 소속된 라이즈 추진단을 꾸린다. 라이즈 전담기관은 충북연구원 산하에 라이즈 센터를 신설한다. 충북은 중앙부처 재원을 활용해 △지역정착형 로컬 취창업 우수대학 육성 △생애주기별 직업·평생교육 앵커대학 육성 △미래첨단산업 역량연구 강화 선도대학 육성 △글로벌 문화창조 K-컬처 혁신대학육성 등 충북형 대학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교육부는 지역의 라이즈 계획 실행을 위해 필요한 고등교육 관련 규제특례가 있는 경우, 시범지역을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선정한다. 교육부는 시범지역 추진 과제가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게 컨설팅, 업무담당자 대상 연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라이즈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하는 체제다. 2023~2024년 시범지역 운영을 거쳐 2025년 전 지역에 도입할 계획이다.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미국
동아시아 외교정책의 핵심, 불승인주의를 중심으로 한반도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을 심층 분석한 연구서불승인주의미국 동아시아외교정책과 한반도 문제최형익 한신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지음정가 : 33,000원㈜진인진경기도 과천시 별양상가1로 1802-507-3077http://www.zininzin.co.kr부산대학교대학의 저작권 침해, 선진국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⑥
대학사회 저작권 보호 방안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서면 태블릿PC나 노트북을 꺼낸다. 종이책을 펼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이후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정교재가 사라지고, 학생들 간의 불법스캔이 늘고 있다. 교수신문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PDF’ 등이 속수무책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불법 복제’ 문제를 주목한다.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복제 방지와 저작권 보호 방안에 대해 살폈다.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한미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계간 <저작권> 편집위원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위스콘신대에서 법학 박사를 했다.저작권은 저작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해 창작의 동기를 제공하고, 누구든지 창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해 제2, 제3의 창작을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의 발전과 향상을 꾀하기 위한 제도이다. 저작권자는 자신이 저작물을 직접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을 허락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저작물은 정당한 법률적 권원(權原)에 근거해 사용해야 하는데,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거나, 아니면 저작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이용이어야만 한다. 정당한 법률적 권원에 의하지 않는 이용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민사적 제재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수업 목적 저작물, 전체 복제 안 된다
대학사회에서 저작물 이용에는 두 가지 저작권 제한 사유가 적용될 수 있다. 첫째, 대학의 교원은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의 ‘일부분’을 이용(복제·배포·전시·공중송신)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저작물의 성질 등에 비추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예컨대 사진의 경우)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교재 전체를 복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러한 제한에 따른 저작물 이용도 무상이 아니며, 대학 차원에서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도 수업목적상 필요한 경우 위의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복제·공중송신할 수 있다.둘째, 이른바 ‘사적 복제’로서, 저작물을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공중’의 사용을 위해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의 복제기기에 대해서는 사적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공중은 ‘불특정’ 다수인뿐만 아니라 ‘특정’ 다수인도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된다.‘스캐너 복제’는 복사기 복제와 다른 차원현재 대학 사회에서는 교재의 ‘스캐닝’에 의해 심각한 저작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 사회에서의 교재 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스캐너’를 이용한 복제는 ‘복사기’를 이용한 복제와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 일단 스캔(복제)된 복제물은 매우 용이하고 광범위하게 배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사실상 ‘무료’로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사업소나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스캐닝은, 이용자가 직접 스캐닝하거나 직원을 통해 스캐닝하는 것과 관계없이,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학생이 정상적으로 구입한 교재를 스캐닝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공중용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로서 사적 복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과 차원의 스캐너도 특정 다수인(공중)을 위한 것으로서, 이를 이용한 스캐닝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대학교재는 음악·영상물 시장과 다르다.
대학에서만 사용되고 출판사도 영세하다.대학교재의 저작권 침해는 저술 중단, 출판산업 붕괴로 이어진다.결국, 피해는 대학사회로 돌아온다.교재 스캐닝이 위험한 이유
우리 사회는 1990년대 말의 MP3 파일 교환과 2000년대 중반의 웹하드에 의한 대규모 저작권 침해, 이에 따른 음악과 영상저작물 시장(CD 및 DVD)의 붕괴를 경험했다. 이제 어문저작물(교재)이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디지털 교재는 태블릿 PC 등을 통해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교재를 선호하거나 디지털 형태로의 전환은 기술 발전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에 있어서 너무나 큰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디지털 음악과 영상물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엄청난 피해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대학 교재는 부디 이러한 경로를 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대학 교재의 불법 스캐닝은 음악이나 영상물과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음악이나 영상물은 대형 음반사나 영화사가 제작·공급하고,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교재는 대학 사회에서만 사용되고, 교재를 공급하는 출판사는 음반·영화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하다. 영세한 출판사는 저작권을 강력하게 집행하기도 어렵다. 대학 사회에서 저작권 침해는 결국 교재 저술의 감소·중단과 출판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결과에 따른 피해는 대학 사회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저작권 침해 강력 대응 필요
대학 사회에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 단속이 이루어지고, 침해에 대해서는 제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단속을 위한 자원이나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저작권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속은 저작권 분야에 한정해 수사권을 갖는 사법경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곧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이 사법경찰관(리)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의 수사업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보호원은 대학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저작권 침해를 단속하기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집중관리단체’에게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단속은 공권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집중관리단체에 의해 훨씬 더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침해에 대한 단속이나 제재가 능사는 아니지만, 저작권 역사가 사실상 소송 내지 투쟁의 역사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서 저작권 존중 의식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사적복제’는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나 디지털 복제에 따라 저작권자가 입는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복제를 위한 ‘기기’나 ‘매체’에 대해 일정한 비용을 부과하고 징수한 비용을 저작권자에게 분배해 저작권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사적 복제는 저작권자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근거로 인정된다. 그러나 그런 사적 복제는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복사기, 스캐너, USB 등 저장매체는 처음부터 복제를 위한 것으로서 저작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칠 수밖에 없다.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복제에 사용되는 복제기기나 저장매체에 대해 간접적으로 저작물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자의 피해를 보상하게 된다.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교재 필요대학 사회에서 불법 스캐닝을 방지하기 위해 서는 저작권자(출판사) 측에서도 이용자가 편리하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그나마 시장에 나와 있는) 전자책(교재)은 메모가 사실상 불가능해 학생들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이용자들은 마음껏 메모할 수 있는 PDF파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형태의 디지털 교재를 제공하고, 그 다음에 복제를 방지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복제를 두려워해 디지털 교재의 제공 자체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대학 구성원의 저작권 존중이 가장 중요
대학 사회에서 불법 스캐닝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대학 사회에서 저작권 침해는 경제력 세계 10위 규모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지적재산권은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대학은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구성원들은 저작권 침해를 매우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PDF 파일로 된 교재를 무료로 얻거나, 종이 교재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책 도둑질에 해당한다. 저작물은 ‘무체’(無體)의 재산으로 부동산이나 동산 못지않은 가치를 가진다. 디즈니가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많이 보유하고 저작권을 강력하게 집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 존중은 창작 의욕의 고취, 저작권자의 이익 보호, 출판산업의 발전, 국가경쟁력의 향상으로 연결된다. 지성을 대표하는 주체가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존중하겠는가?원격교육훈련기관
‘강의교재’ 정보 공개된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수업계획서’ 정보 공개 결정학점은행제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원격교육훈련기관의 강의교재 정보가 기재돼 있는 ‘수업계획서’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는 지난해 8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원격교육훈련기관에서 수업평가 인정을 받기 위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제출하는 수업계획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출협은 원격교육훈련기관 소속 교·강사들의 저작권 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원격교육훈련기관에서 개설한 각 학점인정 과목의 주교재와 부교재 정보가 기재돼 있는 ‘수업계획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원격교육훈련기관이 학점은행제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학술교재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수업계획서 공개가 영업상 비밀 침해에 해당한다며 거부했고, 이에 출협은 지난해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공개청구한 정보 가운데 개인정보를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고, 지난 6일 출협에 이같은 결정 사항을 알렸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출협이 요청한 정보공개 요청 내용이 강의에 대한 소개와 안내를 위해 작성돼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수업 내용이나 강의 방법까지 공개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해 원칙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또 원격교육훈련기관의 저작권 침해 행위 등 위법, 부당한 사업 활동으로부터 적법한 저작재산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부당하다고 봤다.출협은 이번 정보공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원격교육훈련기관에서 강의하고 있는 일부 강사들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개별 강좌의 교재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수업계획서의 확인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출협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서부지법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저작권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 이어 출판사와 저작자를 위한 저작권 권리 보호에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김봉억 기자 bong@kyosu.net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주간 <교수신문>과 온라인 교수신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겠습니다 자유 기고는 물론, 제보와 보도자료는editor@kyosu.net으로 보내주세요2023년 3월 13일
‘검색보다 사색’
잠시 멈춰 성찰하고 지혜를21개 국내 주요 출판사 2023 이슈와 전망독서 생활화, 사회 통합, 기후변화 대응 강조▶ 1면에서 이어짐
올해 국내 주요 출판사들은 ‘사색·성찰’로 지혜를 찾자고 강조했다. 또한 독서의 생활화, 사회 통합,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내 출판사에 올해 출판계 전망, 계묘년을 맞이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총 21개 출판사가 답했다. 출판계 전망에 대해선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학술서 출간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11건)이 가장 많았다. 또한 ‘사회 변화와 트렌드(불확실한 경제,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기후변화, 비대면, 실업, 부동산, 비혼 등)에 부응하는 서적 출간’(6건)이 뒤를 이었다.계묘년을 맞이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전에 매몰된 사회 전반에 대해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멈춤이다. 을유문화사는 “검색보다 사색”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양서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고전(古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잠시 멈춰서 지혜를 모색하자고 전했다. “대다수가 정면만을 응시하며 속도전으로 내달리는 사회, 반성과 성찰 없는 정계, 경쟁 성과만을 앞세우는 제계, 토론과 쟁투 없는 학교와 직장, 도태되는 무엇에 염증을 내듯 그저 새로움(정작 새롭지 않은)으로 평가되고 일갈되는 문화예술 전반에서 잠깐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그린비는 깊은 성찰적 자유를 언급하며 “무제한적 방임의 시장적 자유가 아니라 평등의 토대 위에서의 자유가 요구된다”라고 답했다.특히 독서문화의 확대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책의 출간을 강조했다. 김영사는 “출판 사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적 성장을 위해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백산출판사는 독서의 생활화를 꼽았다. 말글터는 “출판사는 기존 독자 외에 새로운 독자를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영사는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강조했다. 한길사는 “역사가 오랜 출판사로서 늘 갖게 되는 근본적 고민은 인문·학술 출판사로서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모색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통합과 기후 위기를 강조한 출판사도 있었다. 철수와영희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담론을 모색하는 출판”이라고 답했다. 도서출판 역락은 “양극화된 사회의 통합을 위한 지혜를 담은 책과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창출판사는 “사회적 담론과 함께 개인의 삶, 가치 등 나아갈 방향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통합의 길을 제시하는 도서들의 출간이 많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대학출판부는 책의 본질을 강조하며, 팬데믹 이후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계명대출판부는 “책을 만드는 설렘, 책을 보는 즐거움, 책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이야기 등 온 국민에게 책으로 인한 문화 향유가 가득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책을 내기까지 오랜 기간 연구하고 집필하는 저자의 노력과 시간을 존중하자”라며 “단시간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에만 가치를 두지 말자”라고 밝혔다. 경상국립대출판부는 “팬데믹 이후 혼란스러운 한국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할만한 전문적이고 통찰력있는 학술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2023년 출간예정도서 목록(가나다 순)
출판사명 제목 | 지은이 | 옮긴이경상국립대출판부경남 근현대사 사건, 공간, 운동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형평운동100년사(가) | 형평운동기념사업회계명대출판부국역 허암유고 | 김윤조, 이지안, 황동권오! 코카서스 | 계명대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 편그린비불투명성의 현상학 | 조광제자본을 읽자 | 루이 알튀세르외 4인 | 진태원 외 3인김영사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은유이적의 단어들 | 이적도서출판 역락한국의 길과 한류한류 총서: 한국의 과학동아시아젠더로 읽는 과학 | 하미나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 김승섭말글터 미정(산문집) | 이기주문학과지성사지각의 정지 | 조너선 크레리 | 유운성인센드리어스 | 권오경(R.O.Kwon) | 김지현박영사민법주해(5)~(20) 개정판형법주해(1)~(9)살림터백두산 시문 | 심경호소박한 자율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 박홍규세창출판사니체, 사랑에 대하여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 읽기미학에 고하는 작별알에이치코리아모두가 늙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오쿠 신야 | 이소담솔드 아웃(Sold Out) | 제임스 리카즈 | 김윤경에코리브르Cogs and Monsters: What Economics is,what it should be | Diane CoyleThe Climate of History in a planetary Age |Dipesh Chakrabarty영진닷컴비전공자를 위한 IT 필수 지식 | 최선신메타버스 언리얼 디자인 | 정재헌을유문화사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가제) | 유현준천년의상상자본의 무의식: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공동체를 향한 욕망 | 박현옥은유가 만드는 삶: 모든 예술가들이 감춰온기발함의 기원| 김용규철수와 영희10대와 통하는 야외 생물학자 이야기 | 김성현키워드 기후 특강 | 이상수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결송유취보 역주 | 전경목 외한국 근대사 연구의 쟁점 | 소현숙 외한길사인류세의 자본주의 | 존 벨라미 포스터 | 박종일칸트 정치철학 강의 | 한나 아렌트 | 김선욱한울엠플러스21세기 뉴페미니즘 | 김민정광신주의, 인종차별주의, 온라인 분노 |애덤 클라인 | 한정라※출판사별로 주요 도서 2권 선정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⑲
SF거장 아시모프, 왜 ‘로봇 0원칙’ 만들었나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공격하는 러시아
로봇의 윤리성보다 윤리적 인간에 대한 고찰어릴 적 공상과학 장르의 책이나 영화에 흠뻑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이때 특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아이, 로봇(I, Robot)」(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2004)이다. 이 영화는 당시 액션영화의 ‘히어로’였던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아서 열연했다. 영화는 인간과 인간을 돕는 다수의 휴머노이드가 공존하는 머지않은 미래, 휴머노이드들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 회사의 개발자가 의문사하면서 시작된다.
의문사한 개발자의 지인이었던 주인공은 회사를 조사하다가 외관에는 차이가 없지만, 유달리 독특한 ‘써니’라는 이름의 로봇을 의심하게 된다. 이 로봇은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감정을 가진 듯이 행동했다. 영화 줄거리에는 큰 반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전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의심하던 로봇이 제작회사에서 부여한 다음과 같은 ‘로봇 3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으리라 믿었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재미있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면, 주인공이 우려한 ‘로봇 3원칙’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지만, ‘로봇 3원칙’의 논리적 오류로 인해서 인간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아이, 로봇」의 원저작자인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과 함께 3대 SF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SF작가로도 유명하지만 해부학, 심리학, 천문학 등 무척 다양한 분야에서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으며, 퇴고를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천재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가 「아이, 로봇」을 쓰며 생각해 낸 이 ‘로봇 3원칙’은 공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라는 기계장치가 어떻게 하면 인간에 위해를 끼치지 않고, 스스로 를 지키며 작동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다. 즉, 이원칙들은 과학기술적인 의미 보다 “과학기술의 성과가 사회에 윤리적으로 어떻게 쓰여야 좋을지”에 대한 아시모프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이후 다른 소설이나 영화, 게임 등에 자주 언급되었고, 실제 로봇개발 시에도 검토됐다.
로봇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한 학자도 있다. UC버클리대학교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2017년 ‘TED 토크’에서 모호성과 인간을 위한 가치 판단에 기반한 로봇의 3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제1원칙: 로봇의 단 하나의 목적은 인간의 가치 실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제2원칙: 초기에 로봇은 그러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제3원칙: 인간의 행동이 인간의 가치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앞서 제시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아시모프가 스스로의 이야기에서 그 모순점을 지적했듯이 한계가 있다. ‘해롭거나 해롭지 않음’이라는 인간의 가치를 로봇이 임의로 판단하게 내버려 둔 것이다.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새로운 로봇 3원칙을 통해 로봇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 제일 중요한 기준을 ‘인간의 가치 실현’으로 두었지만, 동시에 그 가치가 무엇인지에는 모호성을 남겨둠으로써 ‘겸손한’ 로봇을 가능케 하였다.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서 인간에게 이로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로봇에 대한 윤리성 부여와 관련한 이런 논의를 비웃기라지난해 10월 러시아 드론에 공격당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건물의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도 하듯,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는 인간을 공격하는 드론이 하늘을 휘젓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제 자폭드론인 ‘가미카제 드론’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여러 차례 폭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앞서 언급한 훌륭한 두 학자들의 로봇 윤리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파괴 효과를 키울 수 있는 기계적 알고리즘의 흔적만이 보일 뿐이다.
아시모프는 후에 ‘로봇과 제국’을 쓰면서 다른 로봇 법칙들이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0번째 원칙을 추가한다.제0원칙: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벌어지는 하이테크 전쟁무기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아이작 아시모프와 스튜어트 러셀의 ‘로봇 윤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윤리적인 인간’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게 된다.출산·육아로 걱정이세요?...여성과학기술인 복귀 지원한다
2023년 상반기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
4월 9일까지 ‘경력복귀 과제지원’·‘경력보유여성 재도약 지원’ 신청경력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 바로 올해 상반기 「여성과학기술인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이다. 출산·육아 휴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이공계 여성의 연구개발(R&D) 분야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하 재단)은 다음 달 9일까지 ‘경력복귀 과제지원(트랙1)’과 ‘경력보유여성 재도약 지원(트랙2)’을 공고한다. 지원 기간은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다.
트랙1 경력복귀 과제지원은 신규과제 000개 내외로 선정한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을 신규 채용 시 활용책임자 1인당 2명이 가능하다. 활용책임자는 경력복귀 여성과학기술인의 연구, 업무수행, 조직적응 등을 지도 관리하는 책임자이다. 지원 기간은 최대 3년으로 12개월 단위로 연차평가를 실시해 계속지원 여부를 평가한다.지원 금액은 학·석사 대상 기준연봉 3천만 원일 경우, 정부지원금은 연간 최대 2천100만 원이다. 박사 대상 기준연봉 3천300만 원이면, 연간 정부지원금 최대 2천30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지원금의 5% 이상은 교육훈련 등을 위한 연구활동비로 사용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은 채용한 인2023년 상반기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
구분 (트랙1) 경력복귀 과제지원 (트랙2) 경력보유여성 재도약 지원지원 조건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을 신규 채용 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을 인턴 3개월 채용 후 일반직 전환 시지원금 학/석사 2100만원, 박사 2300만원 (최대 3년)지원 대상· 인력: 이공계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미취업또는 경력복귀를 희망하는 과학기술인 여성· 기관: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 인력: 이공계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미취업또는 경력복귀를 희망하는 과학기술인 여성· 기관: 과학기술 분야 중소 중견기업지원 규모 신규과제 000개 내외 신규 5건 내외※ 트랙1과 트랙2 중복 지원 불가력의 연봉과 비례해 변동되며 시간선택제 채용이 가능하다. 특히 참여인력으로 선정된 인력은 재단에서 제공하는 교육·멘토링 프로그램에 연 1회 이상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참여 기관은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이면 된다. 참여 인력은 이공계 학사 이상 학위 취득자로, 사업신청일 기준 고용보험 미가입자여야 한다. 학사(전문학사 포함) 또는 비이공계 석·박사의 경우 과학기술 관련 분야 업무경력을 6개월 이상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계약기간 1년 이하의 인턴, 계약직, 시간제 근로자로 고용보험 가입 시 신청 가능하다. 관련 증빙은 필수다. 또한 의·약학, 치의학, 산업디자인 학위 소지자도 신청 가능하다. 단, 수행업무가 R&D 관련 업무여야 한다. 참여인력은 연구직, 기술직 등으로 채용돼 연구개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기초연구부터 기술협력 등이 가능하나 연구행정직은 불가능하다.특히 재도전 특별지원도 가능하다. 1회에 한해참여인력 중 협약을 중단한 경우, 최대 3년의 지원기간 중 기존에 지원받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잔여기간에 대해 신규지원이 가능하다. 단, 계속지원 탈락 또는 사업참여제한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에 한하며 잔여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인 경우에 지원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 1년 3개월 지원받은 이력이 있는 연구원은 최대 3년 중 1년 3개월을 제외한 1년 7개월 지원에 대해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잔여기간 6개월 이상이기 때문이다.
트랙2 경력보유여성 재도약 지원은 신규 5건 내외로 선정한다. 기업당 1명이 신청 가능하다. 최대 3년 12개월 단위로 연차평가를 실시해 계속 지원 여부를 평가한다. 인턴십 계약 3개월 이후 일반직(정규직 또는 계약직) 전환이 필수다. 일반직 전환 시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지원규모 내에서 우선 선발한다. 일반직 전환 이후 트랙1 경력복귀 과제지원의 기준연봉, 사업비 산정 기준 등을 적용한다. 교육훈련 등을 위한 필수 연구활동비는 최소 5%를 책정해야 한다.지원 금액은 인턴십 기간과 일반적 기간을 구분한다. 학·석사 대상 기준연봉 3천만 원이면 연간 2천10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지원금은 인턴십 300만 원, 일반직 1천800만 원이다. 인턴십에는 필수 연구활동비 5%가 미적용되며, 일반직에는 정부지원금 1천800만 원의 5%인 90만 원을 적용한다. 박사 대상은 기준연봉 3천300만 원일 경우, 연간 2천30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지원금은 인턴십 300만 원, 일반직 2천만 원이며, 필수 연구 활동비는 각각 미적용, 적용(100만 원)이다. 인턴십 기간은 시간선택제 적용이 불가하다. 일반직 기간부터 시간선택제가 적용 가능하다. 정부지원금은 채용한 인력의 연봉과 비례해 변동된다. 참여 기관은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중소·중견기업이면 된다. 교육·멘토링 프로그램, 참여 인력 대상, 재도전 특별지원, 업무 내용은 트랙1 경력복귀 과제지원과 같다.
신청 기간은 오는 4월 9일(일) 23시까지다. 근무(예정) 기관 또는 인력을 확정해 기관과 인력이 함께 신청하면 된다. 기관 또는 인력의 단독신청은 불가능하다. 사업신청을 희망하는 기관-인력 간 매칭을 위해 W브릿지를 이용할 수 있다. 신청은 W브릿지 사이트(www.wbridge.or.kr)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R&D경력복귀지원팀(02-6411-1011, 1010 /hhkim@wiset.or.kr)으로 하면 된다.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제1155호
영원한 페트레이디 엘리너 루스벨트 자서전
엘리너 루스벨트 지음 | 송요한 옮김 | 히스토리아 | 432쪽이 책은 미국 하퍼 & 브라더스 출판사가 1961년 출간한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미국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내이자 유엔 인권위원회 초대 의장을 지낸 엘리너 루스벨트의 자서전이다. 그녀는 초창기 유엔이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고, 특히 인권위원회 의장으로 세계인권선언문 제정을 이끌었다.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
오거스타 맥마흔 외 54인 지음 | 책과함께 | 1722쪽오늘날 세계의 도시화 추세에 따라 최근 도시사 연구가 크게 진전했음에도, 대부분은 국가적 혹은 지역적 범주에 국한됐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전 세계 각지의 연구자 50여 명이 힘을 모은 결과물이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다. 이 책은 기원전 4000년대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의 출현에서부터 21세기 진화한 도시의 문명이 가져온 경제·정치·사회 불평등과 환경·보건 문제까지 도시문명사 전체를 서술한다.
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 외 3인 지음 | 민음사 | 340쪽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여성들을 조명한 이 책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양반이 아닌 보통 사람의 다양한 직업을 망라해 화제가 되었던 『조선잡사: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을 잇는 기획이다. 우리 시대의 한국학 연구자들이 실제 역사와 고전소설에서 발굴해 정리한 40가지 이야기는 조선 여성들에 관한 오해를 깨부순다. 책 속 이야기는 강렬하고 매섭다.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함영기 지음 | 한울림 | 368쪽우리가 당면한 교육문제 가운데 함께 고민해봐야 할 6가지 영역의 현안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조명한 책이다.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문제의식을 담은 10가지 제안 또는 질문과 답변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고,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배우고 사유하며 성장하길 바라는 교사와 예비교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내서가 돼줄 것이다.청대 중국의 경기변동과 시장
홍성화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464쪽이 책은 ‘시장과 유통’을 중심으로 청대 중국의 경제사를 다시 파악해보려는 시도다. 기존 연구들처럼 직선적이고 단계적인 경제발전모델로써 경제현상을 해석하기보다 ‘호황’과 ‘불황’이라는 파동적 경기순환으로서 동아시아 근세의 경제사를 재구성해본다. 무엇보다 화폐현상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사회구조 속에서 함께 고찰한다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내면소통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 | 763쪽베스트셀러 『회복탄력성』출간 후 한층 더 깊이 마음근력 연구에 집중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마음근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밝혔다. ‘내면소통’이 마음근력의 기초이며, 올바른 내면소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명상이라는 것. 그는 ‘내면소통 명상’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뇌과학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현장에서 직접 검증했다.기후를 위한 경제학
김병권 지음 | 착한책가게 | 448쪽생태경제학은 그 시작부터 “지구 생태계 한계 안에서 인간의 경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책은 생태경제학이 기후와 생태 위기 대처를 위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리라는 믿음 아래, 이 실천적 학문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기존 경제학과 어떻게 다른지를, 그리고 이 학문이 제시하는 주요 이론과 다양한 주장들, 나아가 특별한 정책 수단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생명의료윤리
피터 싱어 외 8인 지음 | 동녘 | 362쪽이번 개정판에서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의사, 수의사, 유전 상담사, 변호사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저자들이 현장을 반영한 생생한 언어로 생명의료윤리학의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다. 임신중절, 안락사, 장기이식, 동물실험 등 전통적인 이슈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논의를 효과적으로 정리해 전달함과 동시에 새로운 접근 방식과 주제의식을 보여준다.쇼팽의 피아노
폴 킬데아 지음 | 배인혜 옮김 | 만복당 | 488쪽이 책의 1부에서는 쇼팽이 마요르카에서 제작된 작은 피아노를 가지고 어떻게 음악사에 길이 남을 혁신적인 작품인 「전주곡집」을 쓰게 됐는지 그 놀라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저자는 「전주곡집」의 역사와 이를 연주한 피아니스트들의 해석을 좇으며 낭만주의 음악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2부에서는 나치 독일의 만행과 이 악기를 극적으로 손에 넣었던 반다란도프스카의 인생과 음악을 조명한다.저자가 말하다_『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 김종욱 지음 | 역락 | 472쪽
국민국가 폭력성 넘기…새로운 상상력으로제국 일본의 문화적 자장에 갇힌 한국 문학
야만으로 강등된 중국, 제국 바깥을 상상우리는 문화를 떠올릴 때마다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부각시켜 정체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은 딱딱하게 고정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쉬지 않고 변화한다.
한국의 근대 문학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에 이 땅에 살던 많은 사람들의 문화적 경험은 텍스트라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그 흔적들을 온전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나 연구자의 현재, 곧 텍스트의 미래에 붙잡혀 있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것, 보고 싶은 것만을 텍스트에서 찾는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가 한국 문학에서 제국 일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텍스트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 아니라 텍스트를 바라보는 연구자가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제국의 문화적 헤게모니 아래 형성되고 발전된 문학 개념을 받아들이고 또한 거부하면서 성장한 까닭에 긍정적·부정적 방식으로 제국의 문화적 자장에 갇힌 셈이다.몇 년 전 이런 생각들에서 『한국 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에 대한 몇몇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서 텍스트를 바라보면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출발점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어렵사리 과거로 자리를 옮겨도 여전히 시야의 중심에는 제국이 존재했다. 근대와 달랐지만, 봉건 시대에도 제국 체제는 강고했다. 동아시아에서 제국 체제는 상수였고, 중심 지역이 변수였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제국 체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제국의 중심을 향하는 눈길을 거두고 제국의 바깥으로 시선을 보내야 했다.
한때 제국의 중심이던 중국은 근대 체제가 형성되자 정치적 변경이자 문화적 야만으로 강등됐다. 그래서 제국의 확장을 위한 영토 전쟁의 대상이었지만, 제국의 바깥에서 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사실 일제 강점기 동안 많은 문학인들이 일본식 교육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침윤됐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중국으로 망명이나 유학을 떠났다. 그들이 읽던 책, 그들이 사용한 언어, 그들이 느낀 체험 속에는 새로운 상상이 즐비했다.제1부에서는 근대 문학의 출발점이던 신소설을 봉건적인 군주제에서 벗어나는 정치혁명을 도모했던 중국 개혁 사상가들에 비추고자 했다. 그 결과 신소설이 낡은 이념에 갇힌 퇴행적 양식이라는 사실을 씁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여기에서 벗어난 것은 3·1운동의 경험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었지만, 문학사적으로는 안창호를 매개로 신민회를 계승한 흥사단 덕분이었다고 믿는다. 1920년대 중반 민족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로 분화하던 모습을 미리 보여준 가늠자였음도 제2부에서 말하고자 했다. 제3부는 만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국의 인구 관리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난민의 길을 택했던 망명자와 제국의 확장에 편승해 개인의 이익을 도모했던 이주자의 모습은 만주에서 선명하게 대비됐다. 그리고 펄 벅이 동아시아에서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리 수용됐고, 때로는 제국의 영토 야욕과 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만주라는 장소성 덕분이었다.
제4부는 제국이 붕괴된 후 국민국가 체제로 재편되던 1945년 이후를 다루었다. 국민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재구성되는 기억이라든가, 국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폭력 등에서 제국을 넘어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국민국가의 폭력성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담은 것이 제5부이다. 징병제에 기반한 전쟁 동원 체제를 위시해 난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여 국가폭력에 무감각하도록 만드는 기법 등을 동원하는 것이 국민국가이기 때문이다.지난 100년 동안 한국 근대 문학은 제국의 시대를 벗어나 국민국가의 시대로 이행해왔다. 하지만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국민국가라는 경계로 환원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동안 제국 일본의 압도적인 영향력 속에서도 끊임없이 제국 바깥을 상상할 수있도록 한 것은 동아시아의 또 다른 구성원이던 중국이었다. 분단 체제로 말미암아 상실했던 동아시아적 지평을 다시 복원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김종욱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역자가 말하다_『역사인식은 어떻게 말해지고 있는가』 기무라 간 지음 | 김세덕 옮김 | 박영사 | 304쪽
혹한기의 한일 관계…교과서로 통제되는 ‘역사 인식’이 책은 한일간에 있어 여러 역사 인식에 대한 언설(言說)이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역사인식이 자국 내에서 어떻게 공유되며, 결국 양국 간에 어떤 마찰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다룬다.
예를 들어, 교과서 분쟁부터 위안부 문제, 욱일기 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조감적으로 분석·고찰한다. 이들 뉴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지금의 한일 관계는 혹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2018년 10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 분석
구체적 당사자 없고, 정의 불가능한 욱일기 문제월 30일에 나온 한국 대법원이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식 표현)’ 문제에 대한 일본 기업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이후 급속히 악화된 한일관계는 이듬해인 2019년 7월 징용공 판결을 둘러싼 G20(주요20개국·지역 정상회의)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신뢰 관계는 현저히 훼손되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은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 이 책에서는 2개의 사례에 주목해 구체적으로 논술한다. 우선 주목하는 것은 양국 교과서의 역사 인식 전개다. 알다시피 역사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나 전쟁에 관련된 기술에 대한 문제는 그 자체로 한일 양국 간 역사 인식 문제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그러나 교과서의 중요성은 그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검정제나 국정제를 채택해온 한일 양국에서는 정부가 교과서 기술 내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자신들의 국민을 그들이 생각하는 역사 인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해 왔다. 다시 말해 한일 양국의 역사 교과서 기술에는 그 시점부터 양국의 공적인 역사 인식이 반영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분석을 통해 애초에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이 그 본연의 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 이어 주목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인식의 변화다.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가 오늘날 한일 양국 간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최대 현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치열하게 논의되는 위안부 문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양국 외교 문제로 부상된 적이 없었고, 양국 언론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 문제는 이러한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상징하는 이슈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거치며 다시 한번 양국의 역사 인식 문제가 어떤 요소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즉, 문제는 한일 양국 사회가 위안부 문제라는 단일 이슈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인식을 형성해 나갔는가 그리고 왜 그것은 달라졌는가이다.이 책은 1990년대까지의 ‘역사 인식’문제에 대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바탕으로 그 전개가 어떻게 오늘날의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정리한 후 오늘의 새로운 현상으로 욱일기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왜냐하면 종군위안부 문제나 징용공 문제와는 달리 욱일기 문제에서 구체적인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고, 애초에 ‘무엇이 욱일기인가’에 대한 정의조차 불명확한 채 사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것을 통해 앞서 언급한 분석틀을 검토하고 더욱 정교화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 서문을 인용한다. 중요한 것은 식민지 지배의 종식부터 오늘날까지 이미 77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다. 식민지 시대의 두 배가 넘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일 양국의 근대 충돌의 출발점이었던 1875년 강화도 사건부터 시작하면 무려 147년이 흘렀다. 한국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의 역사는 이미 그 과반을 넘어선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가 서양 열강에 개국하면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오랜 고난의 역사를 거쳐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기까지보다 더 긴 기간이다.거기에는 변화가 있고 역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역사를 너무 조잡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역사란 어떤 것이며, 우리는 이 골치아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 왔을까. 이 책을 통해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필자로서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이다.김세덕
오사카관광대 교수저자가 말하다_『서양 윤리 사상의 이해』 박찬구 지음 | 세창출판사 | 316쪽
철학의 대중화, 쉽지 않은 이유
철학의 빈곤화는 철학이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
쉬운 철학·쓸모 있는 윤리학으로 재구성철학과에 입학해 램프레히트(1890∼1973)의 『서양철학사』로 강의를 들을 때부터 필자가 꿈꾸었던 일이 한 가지 있다. 언젠가 이런 책을 통독해 나름대로 소화한 다음 마치 이야기처럼 풀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았다. 우선 책이 잘 읽히지 않았고,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는 아마도 번역의 문제, 철학적 개념 자체의 난해함, 그 개념이 탄생한 문화적 토양의 차이 등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야망인 ‘인생과 우주의 근본 문제(신비)를 해명하고 싶다’는 꿈은 이런 벽 앞에서 꼬리를 내리기에 십상이다. 철학이 지닌 원초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철학의 대중화가 쉽지 않은 이유와 근래에 많은 대학에서 철학과가 문을 닫은 이유도 어쩌면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에서 ‘철학’은 아주 중요한 과목이다. 모든 답안을 논술로 작성하는데도 출제나 평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고교에서의 철학 교육이 이미 오랜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의 교육 당국이 일찍이 청소년 교육에서 철학적 사고와 성찰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철학 교육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과거에 필수과목이었던 대학의 ‘교양철학’조차 이제는 소수만이선택하는 과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철학의 빈곤’이 현실화한 모양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교 교육과정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하나 열려있다. 수능 사회탐구 과목 중에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이 개설돼 있는 것이다. 전자는 일종의 ‘응용윤리’로서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윤리적 딜레마들을 다루는 과목인데, 현재 사회탐구 과목 중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해 배우고 있다. 후자는 이러한 응용윤리의 배경이 되는 ‘윤리학’을 공부하는 과목이다. 잘 알다시피 윤리학의 배후에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 온 방대한 철학사상이 놓여 있다. 우리 고교생들은 이 두 과목을 통해 사실상 철학 교육을, 아니 프랑스 고교생들못지않은 철학적 사고 훈련을 받고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생활과 윤리’를 통해서는 ‘쓸모 있는 윤리학’을, ‘윤리와 사상’을 통해서는 ‘쉬운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서양 윤리 사상의 이해』는 이러한 ‘쓸모 있는 윤리학’과 ‘쉬운 철학’을 위해 쓰인 책이다. 얼핏 보기에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헬레니즘 시대, 그리고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서양 윤리사상의 흐름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다룬다는 것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면 읽기에 부담스러워질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간략하게 서술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식의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필자는 고교 교사 시절의 문제의식을 소환하기로 했다. 서양 윤리 사상의 핵심 내용을 고교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글쓰기로 한번 짜임새 있게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가 철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철학의 대중화’ 및 ‘윤리학의 쓸모’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구성하는 데 필자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상가들의 저술을 직접 인용한 부분이다. 이렇게 원전의 인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고교 시절 필자는 원래 이과반 학생이었고, 재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공 분야를 문과로 바꾸게 된 것은 여름방학 직후였다. 그때 문과반에서 윤리(당시에는 ‘국민윤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의 교재가 진로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재수학원에서는 과목 담당 선생님이 직접 만든 교재를 사용했는데, 그 교재 속에 인용된 철학자의 한마디 말이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결국 필자는 당시 학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철학과로 진학했으며, 그의 뜻을 거스른 일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 “위대한 사상가의 한마디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필자가 인용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된 이유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깨우침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박찬구
서울대 명예교수·윤리학문화 비틀어보기_『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 벨훅스 지음 |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312쪽
나의 ‘인종·빈곤’ 해방일지…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한가‘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번역된 바있는 벨 훅스(1952~2021)의 이 책은 서구의 백인 중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가속화되던 시점에 나왔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여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던지는 “어떤 위치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페미니즘이 중산층 백인 여성의 의제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를 위한 이론이자 실천이백인 중산층 여성에게 유리했던 페미니즘의 구호
신자유주의적 욕망은 빈곤층에게 정신적 폭력되기 위한 핵심적인 것이다. 인종과 젠더, 그리고 계급의 교차성을 꾸준히 이야기해 온 벨 훅스는 이 책을 통해 계급이라는 이슈가 가족이라는 단위에서부터 존재하는 것이고, 일상생활 속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계급이 젠더 관계와 인종, 이를 구획하는 각종 사회 제도 및 교육, 공간의 구획 등과 상호작용하면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론적 쟁점을 촘촘하게 이끌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생애사 혹은 에세이처럼 보이는 글쓰기 형식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주변 공동체, 도시로 확장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에 효과적인 형식이기도 하다. 벨 훅스는 자신의 대학에서 경험이 계급으로 인한 모멸과 고통의 기록이었음을 보여주고, 같은 인종 내에서도 ‘엘리트’ 집단이 계급을 이유로 “저들과 우리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데 대한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벨 훅스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빈곤층과의 연대이다. 이 연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사회 구조에서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언제든지 이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벨 훅스는 이러한 인식이 빈곤층을 무시하게 만들고,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여기게 만든다고 말한다.벨 훅스는 페미니즘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해왔던 ‘중산층 주부의 불만’이 인종과 계급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흑인 여성에게 일자리는 해방적 기획이라기보다는 가사와 노동을 모두 해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페미니즘의 구호는 전적으로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만 유리한 것이었다. 벨 훅스는 상층 계급의 여성의 성공이 페미니즘으로 포장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페미니즘의 자유가 경제력과 동의어가 되는 현상을 경계한다. 이러한 자유에 대한 상상은 보수주의적인 것이고, 그런 페미니즘은 보수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의 비판은 계급과 빈곤 문제와 아울러 여성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특정 직군이나 직위에 올라선 여성의 숫자가 무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 자체가 페미니즘의 성공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는 탐욕과 소비를 추동하는 현대 자본주의가 페미니즘이 계급 문제를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적 욕망은 더 많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도록 하는데, 이러한 물질적 부의 전시를 통해 개인의 가치가 나타난다는 인식이 자연화될수록 빈곤층에게는 정신적 폭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연대의 가치를 구성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벨 훅스의 제안이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규범적 제안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페미니스트들이 계급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급을 비가시화하면서 강화시키고,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계급을 말하는 것으로부터 연결의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외부에서 타자의 빈곤을 관찰하는 위치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하는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고 그래서연대의 지점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감옥의 대안
미셸 푸코 지음 | 이진희 옮김 | 시공사 | 168쪽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감옥의 대안’을 주제로 한 강연을 편집한 책이다. 이 강연의 녹취본을 편집한 것이 이번 신간으로 출간됐다. 푸코는 강연에서 감옥이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회의 주요 처벌 장치로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한다. 감옥의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정책들이 과연 감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제안하는지 이야기한다.물리학, 쿼크에서 우주까지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172쪽과학 대중화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물리학자인 저자의 알면 힘이 되는 물리학 특강. 이 책에는 가장 작은 입자에서 가장 큰 우주까지, 세상이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추구하는 물리학의 결정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힘과 운동의 법칙부터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어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까지, 만물의 근원이 되는 입자의 발견에서 우주의 탄생과 미래에 대한 비밀까지. 비밀이 풀리는 물리학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문화와 사회를 읽는 키워드
레이먼드 윌리엄스 지음 | 짐 맥기건 편집 | 임영호 옮김 | 컬처룩 | 524쪽저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영국 자본주의에서 일어난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추이를 분석했는데, 윌리엄스가 제시한 분석과 개념은 당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의 저작을 다시 읽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선집은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중요한 지적 유산을 기리면서 이론적 세계의 면모를 소개한다.한국 고전시가의 난제와 대안
손종흠 지음 | 소명출판 | 781쪽고전시가 연구에는 아래와 같은 여러가지 난제들이 있으며, 이 책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맞춰 설명한다. 고전시가의 정확한 해석이 완결되지 못한 상태이고, 관련 자료가 가지는 의미와 작품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밝혀내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이 없다. 또한 작품 형성의 바탕을 이루며, 그 배경이 되는 현장에 대한 답사와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야마모토 다카미쓰 지음 |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568쪽희철학(希哲學), 가취론(佳趣論), 격물학(格物學), 치지학(致知學), 통고학(通古學), 계지학(計誌學)은 오늘날 어떤 학문을 가리킬까? 이들 각각은 Philosophy(철학), Aesthetics(미학), Physics(물리학), Logic(논리학), Archaeology(고고학), Statistics(통계학)에 대응하는 19세기 번역어로, 서양학술 체계와 용어를 일본에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계몽사상가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가 만들었다.대수학에 관한 연구
조지 피콕 지음 | 최윤철 옮김 | 아카넷 | 740쪽이 책은 『유클리드 원론』이 기하학의 기반을 다진 것처럼 대수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의 저술은 엄격하게 논리적인 기초 위에 대수학을 배치했다고 평가받는다. 조지 피콕은 대수학의 한 부분이 산술적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산술적 부분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줘 많은 미래의 수학자들이 추상 대수학을 연구하는 데 노둣돌의 역할을 했다.현대철학 매뉴얼
이하준 외 8인 지음 | 그린비 | 384쪽니체에서 주디스 버틀러에 이르기까지 현대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 13명의 사상을 한 권에 담은 책. 20세기와 21세기는 세계대전과 전체주의의 발흥, 범세계적 민주주의 혁명을 거쳐 기후 위기와 IT 혁명에 직면한 격동의 시기다. 이 시기를 온몸으로 경험한 이 책 속 철학자들은 남다른 지성적 예민함으로 시대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철학화했다.난민, 경계의 삶
김아람 지음 | 역사비평사 | 472쪽이 책은 해방 후~1960년대의 급격한 변동 속에서 한국의 난민이 발생하는 과정과 국가의 정책을 규명하고 있다. 또한 난민들이 이주·정착 과정에서 생존하고 국민으로서 재건과 개발의 주체가 됐던 현실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동하는 난민을 정착시켜 더 이상 난민이 아닌 상태로 만드는 것’에 목적을 뒀다. 그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난민의 자발적인 노력’과 ‘지역사회의 역할’에 의존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분야별 신간
인문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 최광현 지음 | 유노라이프 | 248쪽역사동아시아의 포스트제국과 문화권력 | 후쿠마 요시아키 외 8인 지음 | 소명출판 | 325쪽라틴아메리카 문화 ‘흠뻑’ | 최한솔 외 16인 지음 | 한울 | 392쪽라틴아메리카 음식 ‘듬뿍’ | 이경민 외 7인 지음 | 한울 | 256쪽
삶으로서의 역사 | 이영석 지음 | 아카넷 | 376쪽센고쿠 전쟁 이야기 | 곽범신 옮김 | 오와다 데쓰오 감수 | 마나북스 | 192쪽역사학 너머의 역사 | 김기봉 지음 | 문학과지성사 | 328쪽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 |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208쪽‘해외인양’ 연구와 포스트제국 | 가토 기요후미 지음 | 김경옥 외 7인 옮김 |소명출판 | 481쪽
예술칠흑 같은 아침 | 브랫 앤더슨 지음 | 이경준 옮김 | 마르코폴로 | 204쪽문학-에세이2023 올해의 문제소설 | 한국현대소설학회 편집 | 푸른사상 | 368쪽살며 생각하며 | 윤형섭 지음 | 박영사 | 432쪽정기간행물
역사비평 (계간) : 봄 [2023] 142호 | 역사문제연구소 편집 | 역사비평사 | 368쪽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계간) : 봄호 [2023년] Vol.46 | 문학이 오늘 편집부 지음 | 솔 | 336쪽황해문화 (계간) : 봄 [2023년] vol 118 | 새얼문화재단 편집부 | 새얼문화재단 | 424쪽돈 없이는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없었던 소련의 비즈니스
신냉전 시대, 우리에게 ‘냉전’은 무엇이었나③
소련 재평가지난 연재에서는 냉전에 대한 지구사적 접근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지구사적 접근은 냉전을 ‘탈(脫)냉전적’으로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냉전사 다시보기는 가장 ‘오해된’ 냉전 국가인 소련에 대한 재평가와도 밀접하게 닿아있다. 1990년에 대한민국과 수교했던 소련은 대체 어떠한 나라였을까?소련은 대체 어떤 나라였나?소련의 기원은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인 10월 혁명을 통해 페트로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권력을 잡은 볼셰비키는 5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서 승리했고, 1922년 ‘창설 선언’을 통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자캅카스의 네 공화국을 합쳤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들의 연맹, 소련이 선포된 순간이다.세계무대에 등장한 신생 소련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미국과 서유럽은 ‘사회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가진 나라의 출현을 반기지 않았다. 연합국은 러시아 내전에 직접 개입했고, 모스크바 지도부를 굴복시키기 위해 각종 금수조치(embargo)를 취했다. 볼셰비키의 1918년 채무불이행 선언은 소련을 신용불량 국가로 만들었다. 돈 없이는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없었다. 소련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역사학자 오스카 산체즈-시보니 교수의 2014년도 저작 『붉은 지구화』는 소련의 대외무역에 대한 역사학적 분석을 통해 ‘자급자족을 추구한 강대국 소련’이라는 이미지를 송두리째 뒤집는 과감한 해석을 제시한다. 이 해석은 ‘미소 양극 대결’로서의 냉전이라는 지배적인 인식을 겨냥한다. 비밀 해제된 자료를 통해 재구성한 그의 저작은 우리가 가진 소련의 이미지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미 국무부와 미국 학계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상상’에 더 가까움을 보여준다.자본주의 기업만큼이나 상업적이었던 소련
모두 6장으로 구성된 『붉은 지구화』는 러시아 혁명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소련 대외무역사를 재구성한다. 저자는 스탈린 시기(1922~1953), 집단지도체제 시기(1953~1955), 흐루쇼프 시기(1956~1964)를 통틀어 소련 지도부의 핵심 관심사가 경화(硬化)인 미국 달러의 획득과 세계시장에 대한 ‘참여’였음을 증명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미국-서유럽의 자본과 선진 기술 도Red Globalization (2014)의 표지Red Globalization의 노어판(2021) 표지Stalin’s Economic Advisors (2019)의 표지A Full-Value Ruble (2021)의 표지2014년도 저작 『붉은 지구화』는 소련의 대외무역에 대한 역사학적 분석을 통해 ‘자급자족을 추구한 강대국 소련’이라는 이미지를 송두리째 뒤집는 과감한 해석을 제시한다.
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상업적 몸부림이다.
잠깐, 소련이 자본주의 세계시장에 ‘참여’하려고 했다고? 소련의 대외무역은 세계 적화(赤化)의 야욕을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저자의 주장은 여전히 소련/러시아를 ‘냉전적’ 렌즈로 보는 한국인 독자들이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붉은 지구화』는 소련 경제 관료들의 다채로운 무역·원조전략이 기록된 수많은 자료를 엄밀히 분석했고, 소련이 자본주의 기업만큼이나 상업적 고려에 입각한 ‘비즈니스’를 추구했음을 보여준다.예컨대, 전후 미국의 원조를 받은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일본은 달러와 석유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자국 공업이 파괴된 상태에서 세계 시장에 팔 고품질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미국이 부과한 규제도 있었다. 이틈을 파고든 소련은 원자재(천연자원)를 서독, 일본의 선진 기술이 만들어낸 제품(대형 파이프, 어선 등)과 맞바꿨다. 1957년에는 소·서독 장기무역협정과 소·일 무역협정이 각각 체결됐다.비슷한 시기, 이집트·인도네시아·미얀마·아프가니스탄·인도 등 제3세계는 주도적으로 소련과의 무역 가능성을 타진했다. 미국 및 식민모국과의 거래보다 훨씬 저렴한 대(對)소련 물물교환 무역이 세계 시장에서 탈식민 국가들의 숨통을 틔워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소련의 대외무역 역량은 높지 않았다. 북한을 포함한 소련의 상대국은 거의 언제나 소련제품의 품질을 문제 삼았다. 소련 관료들은 이러한 문제를 잘 인지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제품 생산의 차질, 배송의 지연, 소련 경제기구에 깊게 뿌리박힌 관료제는 세계 시장에서 소련호(號)의 경쟁력 상승을 심대하게 저해했다.전체주의 자급자족 국가라는 이미지『붉은 지구화』는 팽창욕으로 가득한 전체주의 자급자족 국가라는 ‘냉전적’ 소련 이미지가 어디까지나 상상력의 결과임을 말해준다. 수치로 봐도 그렇다.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이 지출한 대외원조 총액은 미화 410억 달러이다. 이 액수는 같은 기간 미국이 이스라엘 한 나라에 준 원조의 크기에 불과하다. 인도에 대한 원조 규모를 놓고 봐도, 서독은 거의 언제나 소련을 앞질렀다.
소련이 군사과학기술과 천연자원(특히 1970년대 이후 천연가스) 측면에서 냉전 강대국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서유럽 주도의 세계시장에서 극히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아쉬움은 저자가 밝히고 있듯,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교역, 대중(對中) 교역, 무기 거래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자의 두 요소는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과 밀접하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저자의 핵심 주장이 갖는 설득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이렇듯 소련 재평가는 경제사 연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최근 출간된 유관 연구서들은 소련 내 관·학 연계나 루블의 위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어 굉장히 유용하다. 다음 연재에서는 소련 재평가에 앞장서고 있는 연구자들과 그들의 연구를 소개할 것이다.
우동현 객원기자
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UCLA에서 과학기술사(북한-소련 관계사)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The Historical Journal』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이 게재됐다. 역서로는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플루토피아』, 『저주받은 원자』, 국제공산주의운동을 2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 풀어낸 『전쟁의 유령』(가제)이 있고,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총서 36권 및 38-39권을 공역했다. 주요 관심사는 냉전사, 핵역사, 환경기술사, 디지털역사학이다.
글로컬 오디세이
드론, 선택 아닌 필수…이스라엘·이란 대리전의 상징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사실상 보이는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혁
명수비대나 시아파 민병대 공격 사실을 시인하며 이란에 공개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늦추고 역내 이란 대리조직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농도 84%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결국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의심하며 필요시 핵시설 공습도 불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예멘의 후시 반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지하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이 드론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고, 향후 중동 지역 분쟁에서 드론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 이스라엘과 이란과 이란의 대리조직 간의 드론전이 꾸준히 격화돼왔다. 이란은 또 역내 헤게모니 유지와 이란 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해 오고 있다.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공격형 드론 ‘MQ-1 프레데터’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비국가단체와 국가들이 전투에서 가성비 높은 드론을 선호한다. 미래 전쟁의 핵심은 드론전이 될 것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스라엘은 1970년대부터 이미 무인기(UAV) 개발에 나섰고,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에서 초기 형태의 UAV를 사용했다. 이후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드론을 이용한 정보 수집에 이용했다. 2001년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공격형 드론 ‘MQ-1 프레데터’가 활용됐다. 이란은 1980년대 UAV 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1년 록히트 마틴사의 RQ-170 센티넬, 2012년 보잉사의 인시투(Insitu) 스캔 이글을 탈취·분해해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스라엘은 카타나, 프로텍터, 씨 스타, 실버 마르린, 스틴그레이 같은 무인 잠수정과 헤론, 하롭, 하르피, 스카이락 같은 무인기를 이미 개발 완료하고 이들을 개량하고있다. 이란은 샤헤드, 아바빌 같은 자폭 드론의 실전 테스트를 완료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란이 드론과 순항 미사일 운용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사건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회사 아람코의 아부 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을 공격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사우디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정확히 목표를 타격하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역내 걸프 국가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은 예멘의 후시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드론 공격을 해오고 있다. 후시는 2015년에서 2021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430발의 탄도 미사일과 851기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드론이 활용되는 이유는 첫째, 저렴한 비용이다. 많은 비국가단체와 국가들이 가성비 높은 드론을 선호하는 것은 극히 상식적이다. 둘째, 드론은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다. 작은 크기와 저공 비행으로 레이더망을 피해 비행할 수 있다. 끝으로 드론의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과 최근에는 자살 드론의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과 10월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의 드론생산 시설을 공습한 바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에서 드론을 생산해 시리나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가자 지구의 하마스에 공급하려고 한다. 이란은 드론뿐만 아니라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는 로켓이나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GPS 장치를 생산해 유도 무기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이스라엘은 작년 지중해 소재 타마르와 레비아단 가스전을 공격하려는 헤즈볼라의 드론 3기를 격추시킨 바 있다. 이란과 후시는 드론을 이용해 아라비아해와 오만해를 지나는 적성국 선박을 공격한 바 있다. 이란의 드론 산업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5월 이란은 타지키스탄에 드론 공장을 세우고 아바빌-2 드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또 역내 대리 조직들이 직접 드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드론 공장 건설을 지원해오고 있다. 하마스는 이미 드론을 활용해 이스라엘 영공을 침투한 바 있고 헤즈볼라는 드론 공장이 있다고 주장했다.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그리고 이란의 대리조직 사이의 미래 전쟁은 드론전이 될 것이다. 중동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제 드론이 전쟁 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이제 드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무기가 됐다. 우리 정부의 관심과 투자, 기술개발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도 드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동아대, 산학 정년트랙 전임교원 첫 임용
박사학위 대신 ‘산업체 경력’으로 임용
동아대가 박사학위와 논문 대신 ‘산업체 경력’과 ‘산학협력 성과’를 교수 채용 및 재임용·승진 조건으로 내걸어 눈길을 끈다. 동아대는 반도체 전문가인 전 SK하이닉스부사장 심대용 교수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전문가인 김병철 교수를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산학 전임교원(정년트랙)’으로 임용했다.‘산학 전임교원’은 동아대가 지난 2021년 새로 도입한 교원인사 제도로, 형식보다는 산업체 능력 위주로 교수를 선발하려는 ‘대학 혁신책’의 하나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영입해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기존에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원은 ‘박사 학위’가 필수로, 재임용 및 승진 요건 또한 ‘논문 실적’이 필수였다. 하지만 동아대동아대 ‘산학 전임교원(정년트랙)’으로 최초 임용된 김병철(왼쪽), 심대용 교수. 사진=동아대산학 전임교원은 ‘석사학위 이상 및 산업체 및 기관 경력 20년 이상’을 필수 요건으로 한다. 재임용 및 승진 또한 ‘산학협력(연구비·기술료) 실적’ 및 ‘학생 취업 실적’으로 평가한다.
직급 또한 조교수로 시작해 부교수, 교수로 올라가는 기존 전임교원과 달리 ‘산학 전임교원’은 최초 임용 때부터 부교수로 시작한다. 연간 책임 강의시수도 학기당 6시간으로 기존 전임교원(9시간)보다 적은 대신, 실무과목 중심 강의와 중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두 교수 모두 3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심 교수는 전자공학과, 김 교수는 산업경영공학과 소속이다.
심 교수는 “미래 반도체에 선도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고급 반도체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으로 동아대와 부산이 차량용 전력 반도체 및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산업의 중심 클러스터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산업공학 종합 지식과 기능안전, 사이버보안, SW Update, SOTIF, AI 등 검증기술을 융합해 학생들의 진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산학과제로도 연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산학협력에 능통한 교수를 모셔 와 산업현장이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현장에 밝은 전문가를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교수 채용 기준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평생교육 대전환으로 지역 소멸 해결하자”
“일을 갖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라는 의미의 직업교육은 준비교육, 재교육을 넘어 평생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3 대한민국 평생교육 및 평생교육대전환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와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과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서대문구을)이 주최했다.이번 포럼은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2023~2027)을 중심으로 정책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평생교육의 발전 방향을 짚어보고, 평생교육 시대 대학의 역할과 지역적 과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남성희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회장은 “이번에 수립된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은 제1과제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평생교육 정책에서 대학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평생직업교육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우 위원장은 “평생학습 상시 플랫폼으로서 지방대학의 역할 확대 역시 무엇보다 지방의 입장에서, 지방이 주도해 추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대학은 이제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지방정부, 교육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하고, 정주와 취업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교육개혁의 거시 목표는 공교육 강화를 넘어 평생교육 진흥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학습사회를 실현하는 평생교육의 진흥이 그간의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3 대한민국 평생교육 및 평생교육 대전환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은 “평생학습집중진흥지구, 한국형커뮤니티칼리지 정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신다인 기자
7일 대한민국 평생교육 및 평생직업교육 대전환 정책포럼 개최
학교 중심 교육이 빚어낸 교육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뿐만 아니라 증발과 소멸의 시대를 살아내며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라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평생교육 대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강 원장은 온 국민에게 평생학습 ID를 발급해 디지털 평생학습 거대 네트워크 구축, 국가합습경험인정제 도입, 학점은행제나 K-MOOC와 같은 비형식학습의 결과를 학점과 학력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생학습집중진흥지구, 한국형커뮤니티칼리지 정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평생교육과 라이즈 사업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신민선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서울여대‧교양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지역 주도의 대학지원 추진 방향과 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라이즈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전담 기관(비영리법인)에 지역 주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계획이기에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교육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평생교육법에 명시돼 있는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위상과 추진체제 정립을 위해서라도 라이즈 사업은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이상석 전국전문대학산학처단장협의회회장(부산과기대‧자동차학과)은 챗GPT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와 사회변화를 보면 교육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소멸과 지방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실정을 고려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산업의 질을 높이는 방식의 평생직업 교육이 절실하다. 학습자의 생활 기반인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하는 지역 맞춤형 평생직업교육을 위해서 지자체와 지방대가 협력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때 지역과 대학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정책제언과 전문대학의 역할에 대한 지정토론도 이어졌다. 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이나 라이즈 사업은 대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혁신은 근본적으로 지역 평생학습생태계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지역혁신플랫폼 구축은 중등교육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순천향대 교수(평생교육학부)는 “지역의 교육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지역은 꼭 지자체를 말하지 않는다. 광역과 기초지자체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 대학, 산업체, 지역사회 모두를 말한다. 평생직업교육의 대전환이 수도권에서만 일어나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하유경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기획과장은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사이에 존재하는 칸막이를 허물겠다”며 “평생교육 대전환의 성공 여부는 지역과 지역 산업, 지역인재의 유기적 결과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태규, 김영호 위원, 고석규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회장과 남성희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회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신다인 기자 shin@kyosu.net비수도권 국립대에 ‘반도체공동연구소’ 4곳 운영한다
교육부, 27일까지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
공동연구소 2025년까지 공사 완료하고 필수장비 지원비수도권 소재 국립대에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운영을 위한 공모가 추진된다.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는 4개소가 운영될 계획이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하나의 공동 연구소를 형성하는 반도체팹(Virtual fab)도 구축된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학에 반도체 교육·연구에 대한 핵심 기능을 수행할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지정을 위한 사업공모를 추진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 기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다.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운영계획은 지난해 7월 발표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다.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에는 앞으로 반도체 직접제작을 위한 실습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반도체 인재양성을 견인할 질높은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한다.이번 사업에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30여 년 이상의 운영 비결(노하우)을 바탕으로 반도체 연구·교육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원활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비의 선정과 설치, 운영 비결, 인력 훈련, 실습 기회 등 연구소 운영과 관리 방법을 공유한다.
교육부는 올해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설계에 착수해 2025년까지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건립 이후 공동 활용 등을 전제로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에 들어갈 필수장비를 지원한다. 2023년 예산안에서는 반도체공동연구소 4개소 설계비로 27억 원을 사업에 반영했다.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이번 국립대학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지정·운영으로 교육부의 핵심 업무인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앞으로 지역대학이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업 선정 위원회는 국립대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1차 서면평가, 2차 현장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Ⅰ권역은 전남·전북·광주이며, Ⅱ권역은 경남·제주·부산·울산, Ⅲ권역은 경북·강원·대구, Ⅳ권역은 충남·충북·대전이다.강일구 기자 onenie@kyosu,net허승준 교수, 광주교대 제8대 총장 임명
허승준 광주교대 교수(특수통합교육과‧사진)가 제8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허승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3월 6일부터 2027년 3월 5일까지이다.
허승준 총장은“대학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100년의 교육을 주도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의 힘을 모아 인간다움과 미래다움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종합대학교 실현해 내겠다”고 밝혔다.
허 총장은 1992년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광주교대 특수통합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 통합교육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하였다.김동근 전북대 교수, 제19대 전북대 교수회장 취임
김동근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사진)가 3월 1일자로 제19대 전북대 교수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김동근 신임 교수회장은 “구성원 모두의 울타리, 신뢰받는 전북대 교수회를 만들기 위해 교수들의 결속 강화를 기반으로 합당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구성원을 위한 일에는 적극 협력
할 것”이라며 “전북대학교 전체 교수님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반영하여 모두가 행복한 전북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동근 신임 교수회장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일모 서울대 교수, 한국동양철학회 제24대 회장취임
양일모 서울대 교수(자유전공학부‧사진)가 한국동양철학회 제2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양일모 회장은 “문학과 역사 등 인문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에서 제기되는 21세기 문제에 동양철학 연구가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양 회장은 도쿄대에서 중국근대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림과학원 HK사업의 일환으로 개념사 방법론의 개척에 일조했다. 『동서철학의 만남』 등 근현대총서 7권을 공동으로 간행했다. 1982년 설립돼 올해로 41주년을 맞는 한국동양철학회는 동양학 연구 분야의 대표적인 학회다.
박선영 세종대 교수, 만주학회 제13대 회장 취임
박선영 세종대 교수(사학과‧사진)가 만주학회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이다.
박선영 교수는 “만주학회는 공익기부가 가능한 학술단체인 만큼 만주지역에 관심은 있으나 직접적으로 연구하지 못하는 분들이 기부를 통해 만주학회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확대해 나가는데도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는 석사학위 때부터 만주지역 연구를 시작해 관련 분야 연구자와 함께 1998년 만주학회 창립을 주도한 창립멤버이다. 박선영 교수는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국사편찬위원회 동아시아 교과서 검정위원, 재외동포 재단 이사를 역임했다.전정임 충남대 교수, 전국 국공립대학교 여교수연합회 제7대 회장 선임
전정임 충남대 교수(음악과‧사진)가 전국 국공립대학교 여교수연합회 제 7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1년이다.
전정임 교수는 “충남대가 국여련의 회장교로서 전국 국공립대 여교수회의 중심축을 형성함은 물론, 각 국공립대학 여교수회 회장단과의 결속을 통해 여교수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7년 창립된 전국 국공립대학교 여교수연합회는 전국 23개 국공립대학교 여교수회 협의 기구다.
강성호 순천대 교수,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제3대 회장 선출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술원장(사진)이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제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월 1일부터 1년간이다. 강성호 회장은 “한국고등교육 및 인문사회 연구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작년 12월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제기된 ‘인문사회 분야 메가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추
진하고, 그리고 창립 후 3배 성장한 인사협의 조직을 확대 개편하겠다”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한국서양사학회장, 한국연구재단 학술지발전위원장, 국가중심국공립대학원장협의회장,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순천대 대학원장과 인문학술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국가와 반목했던 한국 기독교, 반공주의로 진화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㊴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신학과)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18일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신학과)가 「한국에서 근대적 자유와 기독교」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0강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위기: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부상」, 제41강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 관계」, 제42강은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가 예정돼 있다.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한반도에서 자유주의의 대의를 구현해 온 역사였으며, 이것은 천주교와 개신교 모두에 해당된다. 자유의 확보는 국가와 관련됐으므로 천주교와 개신교 양자 모두 국가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 싸움은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 한국 기독교사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사이기도 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서도 정치권력과 종교공동체의 관계는 천주교 수용 처음부터 문제가 됐다. 천주교가 수용될 당시 조선 왕조는 성리학을 정학(正學) 및 국가의 지도 이념으로 삼았다. 정학에 위배되는 사상과 종교는 이단사설로 규정되고 이에 대한 탄압이 자행됐다. 조선 사회에 새롭게 전래된 천주교 신앙도 척사위정론에 근거해 조선 성리학과 조선 왕조로부터 배척받게 됐다.의례와 교의에서 자치권을 주장하는 천주교회와 이를 거부하는 조선 정부 간의 충돌은 한세기 동안 계속됐다. 천주교보다 정확히 한 세기 후에 수용된 개신교는 어떻게 한국에서의 근대시민사회 형성의 동력이 됐을까? 개화기 한국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직접적으로 서양 문명을 전파한 사람들은 선교사들로 사회 도처에 자유의 입김을 불어넣은 것도 그들이었다.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기독교는 1911년에 일어난 105인 사건과 1919년 3·1 운동에서 조선총독부가 크게 충돌했는데, 이 두 사건에서 기독교인들이 종교의 자유나 시민의 자유를 어떻게 언급했는지 분석하는 글은 아직 없다. 기독교는 종교와 관련된 문제, 즉 사립학교법, 신사 참배, 종교단체법 문제로 조선총독부와 충돌했다. 이 세 사건들은 일제의 대표적인 종교 간섭 사례였다. 교회에서는 이것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종교의 자유, 정교 분리 문제를 제기했다.일제의 종교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종교 자유를 보장했지만, 국가주의적인 정책이었으며, 교회는 이 정책에 시달렸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해방을 맞이했고 1948년 제헌 헌법에 미국식 정교 분리와 비슷한 종교 조항이 생겼다. 종교의 자유, 국교, 정교 분리를 언급한 종교 조항은 제정 과정에서 헌법기초위원회와 국회에서 제법 많은 논의가 진행됐는데, 종교 조항에 대한 논의는 주로 기독교인 의원들이 주도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친 시기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의 정치 비판 문제로 정교 분리 논쟁이 벌어진 시기였다. 근대 인권 운동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절망으로부터 탄생했다.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으며, 전쟁터와 강제 수용소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자유와 평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절망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한 권리와 존엄을 말하는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졌다.인권 중시 경향은 1940년대 이후 세계 개신교를 이끌어 온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에서도 나타났다. 1970년 전후로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들은 제3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으며 1970년대 중반부터는 해방신학의 영향하에서 종교자유보다는 사회적, 경제적 권리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기독교 사회 운동 세력들은 남한 사회의 자유와 인권의 보장, 그리고 사회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으며 그래서 민주화와 인권 수호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교회가 한국 사회의 이런 문제들에 직접 뛰어든 것은 박정희 정부의 유신 헌법과 함께 찾아왔다.“반공주의가 상대적으로 강한 보수 교회들은 진보 교회들의 통일 운동을 우려했다. 한기총의 등장 이후 개신교는 오늘날 한국 보수주의의 핵심적 생산처로, 반공적 자유민주주의의 요새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74년 5월 ‘인권의 유린을 방지 또는 제거하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인권위원회를 창설했다. 박정희 정권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경우가 많았고 민주화 운동 진영에서는 이를 인권 운동으로 대응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가 조직된 직후 한국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조직됐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원주 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자 1974년 9월 조직됐으며, 명동성당에서 열린 창립 기도회에서 유신 헌법 철폐와 민주 헌정 회복, 긴급조치의 전면적인 무효화,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 존중, 서민 대중을 위한 경제정책 확립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1978년 이후에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계의 인권 운동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로 확장됐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정치적 인권 운동은 온건한 사회 개혁 노선이었다. 교회의 반공 노선의 역사는 길다. 반공 노선은 1920년 대에 형성됐으며, 1930년대가 되면 교회가 만든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신학과)는 “한국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에 적대적이고 비우호적이었던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쳤다”라며 “그들은 국가의 권위, 국가의 종교 간섭,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같은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사회신경에도 들어갔다. 1932년에 만들어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의 사회신경(12조)은 “일체의 유물 사상 계급적 투쟁 혁명 수단에 의한 사회 개조와 반동적 탄압에 반대”한다는 반사회주의 노선도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선언은 통일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연방제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평화 체제의 수립과 군축, 조건부 미군 철수를 주장했는가 하면, 민족의 대단결을 위한 남북 교류를 요청했다. 이것은 기독교인들의 반공 활동을 한국 사회에 대한 교회의 중요한 봉사로 평가해온 보수 측의 반공 친미적 교회의 반격을 불러왔다. 이렇게 해서 1989년 탄생한 새 연합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였다. 한기총의 탄생은 월남한 교역자들의 상징적 인물 한경직 목사와 교회 원로들의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기총은 2003년부터 서울 한복판에서 단독으로 또는 우익 단체들과 연대해 수만, 수십만 명의 개신교 신자들이 참여한 대규모의 정치적 집회를 개최, 한국 우익의 대표로 부각됐다. 한국 교회의 친미 반공주의는 대형 교회의 설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의 한 논문에 의하면 한국 대형교회 설교의 일관된 특징은 반공주의이다.한국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에 적대적이고 비우호적이었던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권위, 국가의 종교 간섭,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같은 문제를 생각했다. 천주교인들은 황사영 백서와 정하상의 상재상서 그리고 구속된 신도들의 재판 과정에서, 개신교는 일제의 종교 간섭(개정사립학교 규칙, 종교단체법 제정, 신사 참배 강요)을 겪으면서 이 문제들을 숙고했다. 개신교 선교사들은 특히 신사 참배 강요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언급했다.
이런 일들은 한국에서 근대적 자유가 뿌리내리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으며, 해방 후에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헌법의 종교 조항 제정에 관심을 갖게 했다. 이 관심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약 10년 동안 교회와 국가 관계에 대한 관심의 급증으로 나타났다.1970년대에는 세계 교회의 관심이 종교의 자유로부터 인권으로 옮겨갔으며 국제적 영향 속에서 이런 경향은 한국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70~1980년대에 교회의 사회 운동은 대부분 진보 세력의 인권 운동이나 통일 운동을 의미했지만, 보수그룹은 이 운동에 맞서서 대체로 군부 정권의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와 반공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데 더 관심을 뒀다.진보와 보수 교회의 차이는 통일 문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반공주의가 상대적으로 강한 보수 교회들은 진보 교회들의 통일 운동을 우려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 교회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한기총이 조직됐다. 한기총의 등장 이후 개신교는 오늘날 한국 보수주의의 핵심적 생산처로, 반공적 자유민주주의의 요새로 자리 잡고 있다.개신교의 반공적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세우려면 공산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한기총은 통일 대화보다는 북한 교회 재건과 북한의 종교의 자유에 더 큰 관심을 표명했다. 최근에는 이 계열에서 다양한 단체들로 구성된 기독교 극우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주류 교회들은 기독교계 신흥 종파나 이단 종파의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교리적으로 접근했다. 오랫동안 주류 교회들은 국가의 간섭을 요청해 이단적 신흥 종파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 등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도 반대했다.흡연과 안구질환 관계, ‘인공 눈’으로 밝혔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조동우·장진아 교수팀망막 색소 상피 모델로 흡연 영향 분석흡연이 인체와 눈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통계적으로도 흡연자들에게 안구질환 발생 비율이 높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는데, 최근 포스텍 연구팀이 ‘인공 눈’을 개발해 흡연이 안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최근 포스텍 기계공학과의 조동우 교수·장진아 교수·김종민 박사·통합과정 공정식 씨로 이뤄진 연구팀에서 두 가지의 얇은 막 형태의 안구 세포와 구조체를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프린팅 기술로 프린팅해 ‘혈관-망막-장벽’ 모델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헬스케어 관련 소재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즈』에 게재됐다.망막 색소 상피는 혈관-망막-장벽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안구 시스템에서 다기능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망막 색소 상피의 손실은 시력 손상을 일으켜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망막 색소 상피 손상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연구팀에서는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왼쪽부터 포스텍 기계공학과의 조동우 교수, 장진아 교수이다. 사진=포스텍
의 기능이 모방된 인공 눈(체외 모델)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망막 색소 상피의 기저막과 단층 구조를 제작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인공 눈’은 콜라젠 바이오잉크 기반 모델과 비교했을 때, 망막 색소 상피의 기능들이 더 강하게 발현돼 실제 망막의 기능을 잘 모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공 눈을 흡연자가 직접적으로 흡입하는 환경에서 재현, 흡연이 안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델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관찰했으며, 이로 인해 망막 색소 상피의 기능들이 망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항산화제를 처리한 모델에서는 미약하지만, 흡연에 의한 손상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흡연이 실제로 안구 조직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악영향을 미치며, 항산화제로는 그 영향을 모두 막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인공 눈이 실제 인체의 기능을 모사할 수 있어 질환의 영향을 분석할 수 있으며, 약물의 효능 검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했다.연구를 주도한 조동우 교수는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프린팅 기술에 환자 샘플을 이용한다면, 환자의 안구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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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양준호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후기산업사회 소장내가 전공한 경제학은 ‘비주류경제학’으로 불린다. 이른바 ‘주류경제학’에 포괄되지 않는, 경제학계의 절대적 소수파를 의미한다. 경제학 영역에서 ‘주류’라 하면, 경제주체인 개인의 합리적 선택과 무한한 효용함수 추구를 미시적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자기 완결성을 강조하고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영원불멸의 것으로 절대화하는 학문을 말한다. 대학에서는 주로 미시경제학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필수과목’으로 군림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대표적이다. 거시경제학 영역에서도 통화주의 이론 등의 주류들이 그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학의 경제학 강단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비주류경제학’이라 하면, 주류경제학이 설정하고 있는 전제와 명제들의 비현실성과 몰역사성을 지적하면서, 시장경제 시스템은 완전한 형태로 작동되지 못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생산체제 역시 불안정한 것이며 또 상대화되어야 할 ‘역사적인’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을 말한다. 자본주의 비판이론으로서의 마르크스경제학이 대표적이다. 그 문제의식을 직간접적으로 계승하면서 경제분석에 있어 역사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들도 이에 속한다. 이들은 주로 ‘이단파(Heterodox)’ 경제학으로 불린다. 단적으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칭송을, 후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우리나라 강단 경제학의 소수파이자 불청객이며 ‘이단’이다. 주류경제학의 거점이 되어버린 대학의 경제학 강단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자본주의를 사수하는 주류경제학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수적 열위의 구조 안에서, 이와 같은 비주류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일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대안적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좌파(?)’들에게 국가의 연구비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비주류경제학자들이 그 학문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연구비 지원을 받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 내 독점그룹인 주류경제학자들은 학생들을 대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제기관이 선호하는 인재로 양성해야지 그들에게 자본주의를 ‘삐딱하게’ 보는 법을 가르쳐서 되겠느냐 하고 다그친다. 비주류 경제학을 학생들의 영혼을 좀먹는 ‘악마의 학문’으로 까지 인식하며 비난하고 경계한다. 일정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주류경제학적인 문제의식의 사회인들이 대학원에라도 들어오려고 하면, ‘그런 위험한 경제학을 공부해서 직장생활 계속할 수 있겠느냐?’하며 그야말로 ‘이단’ 취급을 해버린다.국가 연구비 배분과 대학의 이와 같은 주류경제학 독점체제 하에서, 하나의 분명한 학문으로서의 비주류경제학은 심각한 재생산 위기에 직면해있다. 결국, 우리나라 학생들과 시민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위한 이론적 기반들을 접하고 싶어도 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학 교육과 학습이 종교나 신앙이 아님에도,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이단시한다. 경제학 영역에서 주류경제학의 ‘절대적 패권체제’의 명백한 폐해이지 않을 수 없다.
주류경제학의 본산인 미국은 열외로 하더라도, 유럽과 일본 대학에서의 비주류경제학은 그것이 강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는 적으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학문 후속세대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어 그 재생산도 담보되고 있다. 이는, 비주류경제학이 국가 차원의 연구비 배분에 있어서만큼은 ‘이단’ 취급받는 상황으로까지는 가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또, 예컨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대학에서는 비주류경제학 전공의 신임 교수를 같은 비주류경제학 전공의 선임 교수들이 심사하여 임용한다. 그래서 정치경제학, 경제사, 현대자본주의론, 포스트케인지언경제학 등의 관련 과목들이 대학 강단에서 간판을 닫는 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대학은, 이윤 극대화 또는 정책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구성원들을 통일된 이론과 입장에 일사불란하게 수렴시키는 것을 본질로 하는 기업이나 정부조직과는 다르다. 학문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의 상하운동에만 맡겨두면 모든 경제적 불균형이 해소된다는 주류경제학의 주장과는 달리, 그 경제적 불균형은 경제적 약자들의 ‘피눈물’을 동반하는 공황 및 경제위기와 같은 ‘폭력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해소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학생들과 시민들이 ‘비현실적 언설’의 주류경제학이 구축한 ‘절대적 패권체제’에 더 이상 구속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사진=포항시립미술관제공갤러리 초대석
블루,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단채널 영상, 12분 11초현대미술기획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5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무료다. 이번 전시는 생태, 환경, 사회 등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를 떠올리며 인간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자연과 인공 등으로 명확하게 나뉠 수 없는 공동 세계를 바라보는 자리다.「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참여한 최찬숙, 염지혜, 김가을, 로랑 그라소, 임선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작가는 이분법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는 이 혼종된연결망의 세상, 그 하이브리드의 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예술 실천을 선보인다. 인간만이 주체라는 사유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작가들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유기체의 세계 안에서…”.신다인 기자 shin@kyosu.net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그냥 쉰다’란 말이 들춰낸 ‘정형 노동’의 세계박수민
연세대 사회학과 BK21사업단 연구원연세대 사회학과에서 플랫폼 음식배달 노동에 관해 연구한 『플랫폼 경제의 부상과 노동과정의 변화』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글에 파묻혀 사는 여성 연구자인 내가 플랫폼 음식배달 노동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혼잣말은 아무래도 역시 ‘이게 무슨 말’이었다. 플랫폼 음식배달 산업과 음식배달 노동에 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정한 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오픈카톡방에 참여한 것이다. 초반에는 카톡방에 올라오는 대화의 많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토바이에 대한 얘기가 어찌나 많던지. 비싼 데다가 복잡하기까지 한 오토바이 유상보험의 세계는 또 어떠한가. 온라인을 벗어나 현실에서 노동자를 만나기 시작하면서도 혼잣말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손님-상점-노동자를 연결하는 알고리즘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바로 “요즘 그냥 좀 쉬었어”라는 말이었다.이런저런 모임이나 회의 혹은 인터뷰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 중에는 “요즘 쉬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말은 나에게 큰 혼란을 주었다. 배달노동자들은 건당 요금을 받기 때문에 일을 쉬면 돈을 벌지 못한다. 쉬면 당장 소득이 없어지는 이들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주를 이유 없이 ‘그냥’ 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쉰다는 것은 매시간을 쪼개 움직이는 배달 노동의 특성과도 전혀 맞지 않았다. 그냥 쉰다는 것은 대체 무얼까? 정말 쉬는 것일까? 남에게는 말하기 귀찮고, 개인사를 처리한 것을 그냥 쉬었다고 표현한 걸까?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냥’도 정말 많은 뜻이 있고, ‘쉰다’는 것에도 많은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달 노동은 계절을 심하게 타는 노동이다. 덥고, 춥고, 비 오고, 눈 올 때 일이 몰린다. 몸이 힘들어도 일이 있을 때 참고 일하는 대신, 날씨 좋고 배달이 없는 시기에는 여행도 가고, 일도 느슨하게 하면서 긴장을 덜어낸다. 온종일 일하지 않고 바쁜 식사 시간에만 잠깐씩 일을 하는 것을 쉬었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컨디션이 저조해져서 일을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업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냥 쉰다’의 뒤에 이렇듯 다양한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나는 무언가가 찜찜했다. 왜 아파서 쉰 것을 그냥 쉬었다고 말했을까? 꽤 오랫동안 ‘그냥 쉬었다’의 의미를 캐물었지만 현장의 흐름에 휩쓸리고, 논문 마감에 쫓기면서 ‘그냥 쉬었다’는 떠올랐다 사라지는 다른 여러 단상들과 함께 밀려났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쉰다는 말이 뜻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다양한 상황에는 휴가, 병가, 파트타임 근무나 취업준비 같은 단어가 붙지 않는구나. 휴가, 병가, 파트타임, 취업준비와 같은 그런 말은 조직이 붙여주는 것이구나. 매일, 꾸준히,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일의 기준이 되면, 그 이외의 삶의 방식은 모두 쉬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제야 나는 찜찜함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특수고용노동이라는 비정형(非定型) 노동을 연구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휴가, 취업준비와 같은 단어가 통용되는 정형(定型) 노동의 세계의 언어와 틀에서 살고, 사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의 의미를 계속 캐묻는 나의 질문 뒤에는 무엇이 자본주의적 생산성인지를 정의하는 권력의 관점을 경유해 노동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틀이 있었다. ‘그냥 쉬었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달노동자에게 왜 쉬었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쉬었다는 말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나에게 물었어야 했다. 생산과 비생산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획된 시간관념에 익숙해져 있어, 그것이 뒤섞여 있는 상태를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나에게 말이다.10년 가까이 대학원생 생활을 하며 일, 공부, 생활의 경계가 없는 삶을 살아왔음에도 생산적 시간 구획 개념에 여전히 붙들려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그 밑에 있는 욕망은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된다. 더불어 누군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그대로 이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어쩌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내가 가진 틀의 한계를 깨닫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딸깍발이
꼭 영어를 섞어 써야 할까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최근에 어떤 교수님을 만나 한 시간 가량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내내 조금 불편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세미나가 일찍 끝나자 이른 저녁을 먹기도 어중간해 차 한 잔 마시자며 따로 만났다. 학술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는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었다. 그 교수님은 중간에 영어를 과도하게 섞어 쓰며 말씀을 이어갔다.
“릴레이션십(relationship)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 아카데미(academy)의 멤버들(members)은 그런 니즈(needs)가 부족해요.” “소셜 사이언스(social science)를 연구하는 아카데믹 소사이어티(academic society)에서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를 주장하기 어려운데, 그런 베이직(basic)한 콘텍스트(context)를 니글렉트(neglect) 하는 케이스(case)가 많아요.” 조사 빼고는 거의 영어인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 한국인끼리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습관적으로 영어를 섞어 쓰는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그 교수님은 영어를 섞어 써야 유식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습관적으로 쓰다 보니 자신의 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학술대회 발표장에서는 어떤 외래어 학술용어를 놓고 발표자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커미트먼트(commitment)가 중요한데, 이거 한국말로 뭐라고 하죠? 딱 맞는 말이 없으니 그냥 커미트먼트라고 할게요.” 잘 모르겠다며 애써 고개를 갸우뚱하는 표정이 꽤 거시기할 때도 있다. 발표 논문의 맥락에서 보면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의 뜻이었다. 어쨌든 커미트먼트 말고 약속이나 책임 또는 헌신 같은 우리말로 말하면 안 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을까?
영어의 남용을 어찌 교수들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한자 혼용을 영문 혼용으로 바꾼 문재인 정부의 국어 정책이 영어의 남용을 더욱 부채질했다. 정부의 일반 문서에서부터 정부 정책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너무 자주 애용했다. 정부 정책의 이름에서 영어를 남용한 사례로는 “그린 뉴딜,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같은 뉴딜 정책이 대표적이다. 중앙 정부에서 그렇게 했으니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정책을 알리는 글에서 영어를 마구 섞어 썼다. 중앙정부부터 위반을 밥 먹듯이 했으니, 국어기본법은 있으나 마나였다.
일찍이 주시경(1876~1914) 선생은 우리말을 ‘한말’로 우리글의 이름을 ‘한글’이라 짓고 우리의 말글을 바르게 살리려고 애썼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선생이 남긴 이 말씀에는 나랏말은 그 나라의 얼이고 넋이란 뜻이 담겨있다. 『뿌리깊은 나무』(1976년 3월~1980년 8월)를 펴낸 한창기 발행인은 영어에 능통했다. 이 잡지는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배격하고 한글 전용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한데, 발행인도 말할 때 영어를 섞어 쓰는 행태를 싫어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의 판매 사원 출신인 그는 영어를 잘했지만 외국인과 대화할 때가 아니면 영어를 쓰지 않았다. 한국인끼리 대화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이 본받을만한 대목이다.교수를 비롯한 여러 지식인들의 언어 사대주의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온전한 영어 문장을 자유자재로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면서, 우리말의 중간에 영어의 명사나 형용사를 슬쩍슬쩍 섞어 쓰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학술 용어도 알기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학술용어 정비사업’이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불필요한 영어 사용은 이제 그만! 그래야 주시경 선생의 말씀처럼 말이 오르고 나라도 오를 것이다. 영어는 해외에 나갈 때만 쓰자. 외국인을 만나거든 단어만 나열하지 말고 온전한 영어 문장으로 제대로 말하자.
김상돈의 교수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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